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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본계약서’ 미공개 혼란 가중

    이면계약서 유무를 둘러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구속된 김경준씨 사이의 진실 공방이 갈수록 아리송해지고 있다. 김씨 측은 이 후보 측에서 없다고 밝혔던 이면계약서 원본을 공개해 BBK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라는 사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했지만 21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이면계약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는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초 기자회견을 하겠다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회견을 대신했다. 이씨는 LA의 한 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검찰에서 조사 중인 이면계약서(원본)를 여러분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를 했지만 오늘 새벽 뉴스를 보고 그 입장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검찰이 이 후보에게 친필서명을 요청한다고 들었는데 이 친필의 사인이 언론을 통해서 다 공개가 되면 (이 후보가) 본인의 친필을 위장하기 위해서 변조된 사인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사람을 시켜 사인을 해서 본인의 친필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4가지 계약서가 벌써 다 검찰에 제출이 돼 있고 또 이 원본들을 한국 검찰에 이번 금요일(23일)까지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검찰조사를 혼란시키지 않고 검찰의 입장을 존중하기 위해서 이 장소에서 원본을 공개하려고 했다가 원본이 너무 중요한 서류이기 때문에 사본만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은 김씨 측이 기자회견에서 이면합의서 원본을 공개하지 못하자 “공개 약속을 번복한 것일 뿐 아니라 서명 위조 가능성을 둘러댄 이씨의 말은 이면계약서는 없다는 이 후보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걸 입증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새로운 것이 없다. 세상을 바꿀 것같이 큰소리치던 에리카 김은 숨어 버렸다. 연기만 피울 것이 아니라 이면계약서를 즉각 공개하든지 아니면 법의 심판을 차분히 기다릴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상연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특검 공감대 형성”… 전략적 일보후퇴

    삼성비자금의 진실 규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략적인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잇단 폭로로 삼성 특검법 통과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다른 파괴력 있는 이슈에 ‘물타기’가 되지 않도록 호흡을 한 박자 늦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첫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주 삼성비자금 및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관련,‘한 건’ 씩을 터뜨리며 특검법 발의 및 통과를 위한 여론조성의 선봉에 섰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1일 예정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 내역과 용처’ 기자회견을 전격 연기했다. ●특검법 진행상황 봐가며 회견 결정 김용철 변호사는 21일 “오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삼성 특검법의 국회 통과 진행상황을 지켜본 뒤 기자회견 시기를 다시 검토하자는 사제단측의 의견에 따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의 박상미 간사는 “사제단 내부 논의를 거쳐 어제(20일) 밤 11시30분 쯤에야 기자회견 연기가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식 입장과는 별도로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전략적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 진영에서는 ‘양비론’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김용철 변호사와 관련해서는 과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도덕성과 상징성을 인정받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대리 기자회견 및 대외창구를 맡는 등 전담해 왔다. 반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사건 등 삼성과의 ‘전투’에서 노하우와 전문성을 축적한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삼성 이건희 불법규명 국민운동’의 간사단체를 맡아 삼성 특검법 정국을 이끄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긴밀한 교감이 형성돼 있다. ●BBK 이슈에 약발 떨어질까 우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삼성특검법의 국회 통과 진행상황을 지켜 보며 시기를 저울질하자는 의견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대선정국의 최대 뇌관인 BBK수사, 특히 에리카 김의 기자회견 등 센세이셔널한 이슈에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자칫 묻힐 것을 우려해 내부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사제단의 기자회견 일정이 미리 짜여지는 바람에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급작스레 연기되는 등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이면계약서 진실 검찰서 가려라

    ‘BBK 주가조작’의 주모자인 김경준씨의 가족이 어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동업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는 당초 예고했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대신 김씨의 아내 이보라씨가 나섰으며, 이 후보의 친필 사인이 기재됐다는 ‘이면계약서’ 원본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가짜 이면계약서의 진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원본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면계약서 존재 자체를 거듭 부인했다. 김씨 가족의 기자회견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혼란만 더욱 부추겼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김씨측은 이 후보가 공범임을 입증하는 계약서 원본을 23일까지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했고, 이 후보측도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친필 서명을 제출해달라는 검찰의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양측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계약서 원본과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이 검찰에 제출되면 진위 여부는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이 계좌 추적과 문서 감정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아전인수식의 장외공방을 자제할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김씨의 변호를 맡았다가 그제 사임한 박수종 변호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사건은 유력 대선 후보만 연루되지 않았더라면 단순 금융사기사건에 불과하다. 정치권의 덧칠만 빼면 진상을 쉽게 규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방’ 기대가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면서 이번 대선을 소모적 공방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사결과가 대선에 미칠 영향과 수사 절차상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속전속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혼란을 막자면 수사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김씨 가족과 이 후보측도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 [최태환칼럼] 창(昌)의 반격

    [최태환칼럼] 창(昌)의 반격

    대선 격랑이 매섭다.‘창(이회창)’의 반격이 처연하다. 고군분투다. 그는 스스로 죄인이라 불렀다. 집중포화를 받았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대업 망령을 떨쳐냈다. 거칠 것이 없다는 태도다. 검푸른 파도를 뚫는 노장의 표정이 오히려 편안하다. 마지막 희망을 찾고 싶었던 걸까. 덧칠된 세상의 손가락질을 떨치고 싶은 욕망이 너무 강했던 걸까. 그는 절해고도의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 빠삐용을 떠올린다. 영화 주제가 ‘바람처럼 자유롭게’(Free as the wind)가 귓전을 맴돈다. 출전 3번째의 그다. 이제야 바람과 같은 자유를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창의 돌출’은 그럼에도 재앙이다. 여야 주자들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무차별 공격했다. 언론도 가세했다. 정당정치, 민주정치의 후퇴라고 공박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누가 창을 불러냈나?기성 정치권이 공범이다. 기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반감, 불안감이 그를 불렀다. 자업자득이다. 집중포화후에도 그의 지지율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나아가 부동층은 더욱 늘고 있다. 창의 공간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앞선 후보들은 부끄러운 빛이 없다. 한나라당이 그의 결행을 유도했다. 이명박 후보의 정치력 부재, 뺄셈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나라당, 이명박후보의 오만의 귀결이다. 그럼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창의 반란’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우여곡절끝에 후보 자리에 올랐다. 범여권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지지율이 아니었다. 반등을 예상했지만 제자리였다. 이회창씨가 출마를 선언하자 곧바로 지지율 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아직도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가 20%를 넘는 지지율을 보였어도 창이 나설 수 있었을까. 정동영 후보나 범여권은 그동안 뭘 했단 말인가. 이회창 비난에 앞서 자성하고 부끄러워 해야 할 대목이다. 창은 이번 전투의 승패를 초월했는지 모른다.20%에 가까운 지지만으로도 자유를 다시 찾았다. 방황하던 20%에게 꿈을 준 것만으로도 승자가 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제 그의 지지자들은 지금 모처럼만에 포만감을 맛보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의 세력화는 그 다음 문제다. 통합에 목을 매고 있는 범여권이 안쓰럽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통합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원칙, 명분을 벗어던진 지 오래다. 지분 다툼의 악취가 진동한다. 정동영 후보는 또다시 리더십 시험에 들었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강아지 손이라도 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력을 소진한 것일까. 초라한 지지율이 안타까울 정도다. 이명박·박근혜 갈등의 파고를 넘긴 한나라당에는 BBK가 기다리고 있다. 김경준 수사만 지켜보는 신세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도덕성에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일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혹 부풀리기, 네거티브 전략, 정책실종의 선거운동은 여전하다. 어지럽다. 정당의 정체성 상실, 후보들의 난투극이 정당정치, 책임정치 실종을 불렀다.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의 말을 뱉지 않는다.‘불안한 후보’,‘검증 안된 후보’의 심리가 이회창을 다시 불러냈다. 정치권의 창을 향한 손가락질은 자신에 대한 손가락질이나 다름없다. 정글의 대선판이다.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선택2007 D-27] 李-김경준 가족 애증의 13년

    [선택2007 D-27] 李-김경준 가족 애증의 13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권 도전 행보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인터넷에는 1995년에 있었던 에리카 김의 출판기념회 기념사진 한 장이 떠돌았다. 이명박 후보가 후원한 행사다. 사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이 후보와 에리카 김의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94년이다. 이 후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교회에 신앙 간증을 갔을 때다. 이동연 한미신용정보 회장의 소개였다. 이 회장 부부와 이 후보 부부, 에리카 김과 이혼한 전 남편이 찍힌 사진 속 등장인물의 얼굴도 모두 환하다. 27살 때부터 변호사로 활동한 에리카 김은 2003년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할 정도로 동포사회에서 명성을 얻었다. 미모에 성공가도를 달린 여성이라는 점이 재료로 쓰여 이 후보와 염문설도 났다. 미국 법원은 에리카 김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이명박 후보와 로맨틱한 관계가 있느냐. 성적인 관계가 있느냐.” 에리카 김은 “없다.”고 답했다. 에리카 김의 동생인 김경준씨가 이 후보와 만난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는 양측 주장이 맞선다. 이 후보측은 BBK가 설립된 이후인 2000년 초에 김씨 부모 부탁을 받아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반면 김씨 가족은 BBK 설립 이전인 99년 초에 김백준씨가 찾아와 알게 됐다고 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동업을 할 만큼 막역했던 이 후보와 김씨 가족의 관계는 2001년 말 김씨가 수사를 피해 도미하면서 벌어졌다. 이듬해 이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김씨는 한국 정부의 범죄인인도청구에 따라 2003년 말 미국에서 체포됐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투자금 반환을 이유로 이 후보와 김씨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벌였다. 현재 김씨는 1년이 넘게 지지율 1위 고공행진 중인 이 후보의 마지막 약점으로 지목된다. 김씨 부모는 “이 후보 때문에 에리카와 경준이가 인생을 망쳤다.”고 원망했다. 에리카라는 영어 이름은 ‘영원히 강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교 시절 친구의 죽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부터 에리카 김이 한국 이름 ‘미혜’ 대신 이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름처럼 이 후보와 김씨 가족들의 관계가 질기고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선택2007 D-27] 박근혜, 이명박 지원유세 언제할까

    [선택2007 D-27] 박근혜, 이명박 지원유세 언제할까

    25일 공식 대선 선거운동 시작을 앞두고 한나라당 박근혜(얼굴)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의 성향상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정식 등록하면, 돕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 지난 12일 박 전 대표는 선거운동에 나서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원이니까 선거 때가 되면 당연히 해야죠.”라고 답했었다.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가 후보 등록일 이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한 측근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박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 박 전 대표도 유세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전 대표가 후보 등록일(25일) 직후, 즉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마이크를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BBK 의혹 관련 검찰 수사 등 어수선한 국면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21일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식 불참을 두고 박 전 대표가 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란 관측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지원유세를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가 위기에 처할 때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아직 이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하고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선택2007 D-27] 한나라 “아무것도 없었다”

    “이보라? 아무 것도 없었다.” 21일 새벽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미국에서 기자회견한 내용을 지켜본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의 언급이다. 나경원 대변인도 “전혀 새로운 게 없다.”고 논평했다. 에리카 김이 나오지 않았고,‘아픈 문건’도 공개되지 않아 정치적 파장 없이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나라당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공격모드’로 전환을 시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씨의 범죄인 송환재판에 관한 미국 판결문을 공개하며 역공을 취했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문서위조·횡령 등 김씨 유죄는 다 인정됐지만 이명박 후보가 관련됐다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김씨와 이 후보가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해 거세게 반격했다. 이보라씨는 ‘1999년’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2000년 초’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양보 없는 대립은 BBK가 1999년 4월 설립된 시점과 맞물려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언제 만났느냐에 따라 BBK 사건에 이 후보가 관여했는지 가름할 수 있는 것이다. 클린정치위 고승덕 변호사는 김씨가 2000년 2월7일 쓴 친필 메모와 이틀 뒤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제시하며 “둘이 처음 만난 건 2000년 초”라고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김씨가 BBK 편지지를 사용해 동아시아연구원에 있는 이 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점을 보면 세간의 의혹처럼 BBK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것도 아니며, 둘은 쉽게 전화를 하던 사이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이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이명박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상반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이날 KBS의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친필서명 요구를)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나 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며 서명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진실게임] 김경준 부인 이보라는

    [‘BBK 이면계약서’ 진실게임] 김경준 부인 이보라는

    21일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내 회견을 한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씨는 얼굴을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과정 등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씨가 1997년 귀국해 샐러먼스미스바니 증권사에서 8억원대라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펀드매니저로 활동할 당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이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뒤 사내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는 1999년 2월 샐러먼스미스바니사에서 ‘허위 실적 유포’와 ‘회사 허락 없이 다른 펀드 설립에 관여’한 이유로 해직됐고, 이씨도 남편을 따라 회사를 그만뒀다. 같은 해 4월 김씨 부부는 ‘BBK Capital Partners Ltd’라는 문제의 BBK투자자문사를 김씨의 친구 오모씨와 함께 설립한다. ‘BBK’라는 회사 이름도 친구인 오씨의 미국 이름 Bobby와 이씨의 이름 Bora, 김씨의 성 Kim의 이니셜을 하나씩 따서 지었다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자신과 무관한 회사라고 주장해온 것도 그래서다. 이씨는 BBK의 이사로 등재됐고,384억원의 횡령사건과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선 부장 직함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 공금횡령 과정에서 회계담당직원들에게 직접 송금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자신들의 명의로 가지급금이 지급될 경우 꼬리가 잡힐 것을 두려워해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검찰에서 드러났다. 주가조작사건 피해자들은 김씨의 사실상 사업 파트너였던 이씨의 이런 모습 탓에 ”국제적인 사기 부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선택2007 D-27] 한나라 10주년 반쪽행사

    한나라당이 2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창당 10주년 행사’를 열고 27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창업주’인 이회창 전 총재와 ‘대주주’ 박근혜 전 대표는 불참해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당명을 지은 조순 전 민주당 총재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지도부와 이명박 후보측은 화합의 상징으로 박 전 대표의 참석을 여러차례에 걸쳐 부탁했으나 박 전 대표는 외부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친박’인사인 허태열 의원은 “(박 전 대표는)원래 오실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친박 의원 중에는 김무성 최고위원과 최경환, 유정복, 김태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축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이 당이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며 “경선 후에도 한달은 얼굴만 보면 누구 편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헷갈린다. 우리는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20년 한나라당이라는 그 이름으로 정치 역사의 새로운 기록을 깨고 정치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 주고 정치 발전도 한나라당 통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BBK 의혹’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강재섭 대표는 “‘BBK’는 오발탄 아니면 불발탄으로 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흠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고귀한 판사실에 있던 분도 있고 자기 몸에 흙을 묻혀 가며 청소를 한 분도 있다. 청소한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부패한 냄새가 아니라 건강한 냄새다.”라며 이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교했다. 초대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이회창 후보를 겨냥,“두번에 걸친 대선 패배의 제1원인을 짊어지고 있는 분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999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한 것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됐다. 당시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으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살기 위해 탈당했지만 가슴 한곳에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었고 한나라당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창업주’인 이회창 후보측은 행사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혜연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박 전 대표가 창당 1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김지훈 한상우기자 kjh@seoul.co.kr
  • [선택2007 D-27] 신당“브로슈어 진짜라는 말 주목”

    대통합민주신당은 21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의 미국 현지 기자회견을 계기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저격수’들이 차례로 나서 이 후보가 BBK의 지주회사격인 e뱅크코리아의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대선후보 등록 이전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재차 촉구하면서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도 병행했다. 대선이 불과 28일 남은 상태에서 BBK 의혹을 불 지피는데 성공하지 않으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난다. 최재성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보라씨 주장 중 이 후보 측근인 이진영씨가 ‘이 후보의 e뱅크코리아 브로슈어와 명함은 진짜’라고 말했다는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후보가 e뱅크코리아의 회장이었다는 의혹을 재차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이보라씨는 김경준씨와 이 후보가 1999년 초에 만났다고 했다. 이는 BBK 최초 설립 과정에 이 후보가 관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도 이날 자리를 옮겨가며 이 후보가 e뱅크코리아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진력했다. 그는 “이보라씨 기자회견을 보면 LKe뱅크 등도 이 후보 소유라는 계약서가 작성됐다고 하고, 금감원도 이 서류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원내대책회에서 “이 후보는 LKe뱅크,BBK를 묶어 그룹회사 이름을 e뱅크코리아라고 이름지었다.e뱅크코리아의 홈페이지도 있고, 금감원에 관련자료도 제출돼 있다.”며 “이 후보는 e뱅크코리아를 모르고 관계없다고 하지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자료를 보면 이 후보는 e뱅크코리아 회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자신이 강사로 참석한 기도회에서 ‘e뱅크 코리아’ 회장으로 소개됐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교회 홈페이지 화면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선택2007 D-27] “朴이 후보됐으면 출마 안했을지도…”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2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향한 날선 공격을 이어 나갔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됐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를 상대로 한 출마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하며 ‘러브콜’을 다시 보낸 것이다. 이 후보는 “거짓말하고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BBK 사기사건 연루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그는 BBK 의혹과 관련,“이 후보가 BBK와 관련됐다는 결정적 증거 같은 것이나 한 방을 염두에 두고 결단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지도자가 위장취업이다 뭐다 문제가 생기니까 불안해하는데 단순히 그대로 갈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대로 나라를 세울 힘을 모을 리더십을 위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는 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에게 물어봐도 이명박 후보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원인을 은근히 이명박 후보 책임으로 돌렸다. 기세를 모아 이 후보는 ‘이명박 대세론 흠집내기’를 시도했다.‘여권후보 당선이 가능해지면 후보직을 사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죽어도 이 길을 간다고 나왔는데, 여권 후보가 지지율이 높다고 꼬리를 내리면 뭐 때문에 나왔겠느냐.”면서 “지지율 변동이 후보의 미래를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비자금 특검법 관련 질문에 이 후보는 “모두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히 있다.”며 “서로 선전을 위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면 진실을 위한 특위 구성은 물 건너 가기 쉽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와 김경준씨의 모친이 가까운 관계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얘기다.”라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날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도 공개했다.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위해 강조해온 대북정책은 ‘첫 단추론’으로 강한 보수색채를 내보였다. 첫 단추론은 북한과의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남북간의 철저한 상호주의와 국제 공조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 후보는 “공공 아파트의 경우 원가 공개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민간 아파트는 가격조정위원회를 두어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으면 아파트 값을 30∼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정책에 관해서는 “본고사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대학이 필요하면 별도의 전형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3불정책 폐지를 주장했다. 한편 12월 초 지지 후보 결정을 위해 인물을 모색 중인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이 후보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박근혜의 여론정치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박근혜의 여론정치

    정치인은 여론을 먹고 산다. 그만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데 그 여론이라는 것이 수시로 바뀌는 묘한 속성을 갖고 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지만, 무작정 믿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대선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여론을 잘 활용하면 뜻한 바를 이루고 이름 석자를 정치사에 남기지만, 그렇지 못하면 허망하게 정치권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인물들은 수두룩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론에 무척 민감한 정치인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론을 이끌어 가기보다는 여론에 순응하고 여론을 살피는 형에 가깝다. 그가 늘 내세우는 원칙과 명분은 여론의 풍향을 재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일 한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라며 사실상 이명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을 때도 바탕에는 여론이 깔려 있었다. 당을 이분화시킨 원초적 잘못은 이명박 후보측에 있지만, 이 후보가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사퇴시키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표와의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음에도 박 전 대표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론은 그 정도면 박 전 대표가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기류와 함께 경선 불복의 또다른 형태라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박 전 대표의 당시 발언은 여론의 이같은 흐름을 읽은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행사 불참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차떼기 오명과 탄핵 역풍으로 빈사 상태였던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킨 주역이 아니던가. 누구보다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도 당의 생일 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은 두 번의 대선 실패를 딛고 10년 만에 정권을 잡을 기회다. 그럼에도 그의 정중동은 변함이 없다. 그의 불참을 놓고 아직도 당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따르는 ‘친박’ 의원들은 사석에서 ‘우리는 서자(庶子)’라고 푸념한다. 각 지역마다 친이 세력과 친박 세력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의 불참은 이런 것도 이유이겠지만 여론에 민감한 그의 정치 방식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명박 후보는 BBK문제와 자녀들의 위장 취업·탈세 문제로 막판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실망감과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도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 중이란다. 부동층도 늘어만 간다. 이런 여론을 모를 리 없는 박 전 대표다. 박 전 대표측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낙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박 전 대표가 대타로 나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시간상 너무 촉박하고 이 후보의 성격상 후보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당 경선에서 이 후보의 반토막도 안되는 지지율로 시작해 대역전까지 넘볼 수 있는 명승부를 펼쳤고 경선 승복으로 마무리, 여론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기보다는 여론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여론을 너무 살피다 보면 기회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 자칫 지지세력 위에 떠 있는 부표(浮標)같은 존재가 될지 모른다. 측근들의 서자 의식을 떨치게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박 전 대표의 적극적 행보가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jthan@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진실게임] 이면계약서 미배포는 각본?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김경준씨 측의 21일 입장 표명은 맥빠진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씨 측은 핵심인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검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을 압박했다. 김씨 측은 이날 기자회견과 장소를 급작스레 변경했다. 아침부터 에리카 김 사무실에서 문을 굳게 잠그고 김씨 가족을 변호해온 에릭 호닉 미국변호사와 함께 대책회의를 가졌고, 회견 시간은 1시간50여분이나 늦춰졌다.100여명의 취재진과 이 후보 지지자들이 몰리자 김씨 측은 회견장을 인근 호텔로 바꿨다. 하지만 회견장 출입구를 봉쇄한 뒤 출입자들의 신분증과 명함을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기자들의 출입만 허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나라에 원본제출 촉구등 이후보·검찰 동시압박 당초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한국명 김미혜·43) 대신에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회견을 대신했고, 이면계약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김씨 측 주장이 결국 ‘헛방’이라는 한나라당의 반격을 받고 있다. 이면계약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아무것도 없이 허풍만 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김씨 측이 회견장 변경 과정에서 보여준 치밀함이나 검찰과 이 후보 측을 압박하는 발언들을 보면 한 방을 터트리기 위한 호흡조절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보라씨는 가냘픈 목소리로 회견문을 낭독하면서 BBK의 실 소유자가 이 후보라고 주장하고, 김씨가 서울 구치소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뒷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 측은 이 후보와 김씨의 면담 시점이 2000년 1월이라는 이 후보측 주장과는 달리,1999년 초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소소한 사실에 대해서도 이 후보 측이 진실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 후보 측을 겨냥했다. 이 후보의 측근인 이진영씨가 지난해 8월 주한미대사관에서 미 연방경찰에 증언한 내용을 녹취한 DVD도 취재진에 보여줬다. 이 후보의 이름이 쓰여진 명함과 이 후보의 사진이 실린 홍보물이 사실이라는 증언내용이다. ●“이후보 명함 홍보물은 사실” DVD 상영도 김씨 측은 한나라당 측에서도 원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원본을 검찰에 제출한 뒤 진실된 것인지 위조된 것인지도 같이 판결을 받기 기대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당초에 이면계약서가 없다고 했다가 김씨 측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 후보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면계약서 원본을 한국 검찰에도 내겠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원본의 진위성을 가리기 위해 검사기관에 보내서 검증을 준비중이라고 한 대목은 검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여 있을 검찰의 필적 검증 결과에 대한 압박인 셈이다. 김씨 측은 “한국 검찰이 진실이 밝혀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이 왜곡되거나 다른 쪽으로 이용될 때에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진실게임] 김씨측 새변호사 오재원

    김경준씨의 변호를 맡아오다 돌연 사임한 박수종(37) 변호사의 후임으로 검사와 판사 경력을 두루 갖춘 오재원(44) 변호사가 21일 새로 선임됐다. 오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명종빌딩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랑 아는, 김경준씨의 가까운 친척을 통해 부탁해와 바로 선임계를 받았다.”면서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보낸 10.43㎏ 분량의) 박스도 인계받았지만 김씨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열어 보길 원해 아직 열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미국에 있는) 김씨 가족과는 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면서 “이면계약서 원본을 언제 보내줄지는 아직 통보받은 적 없다.”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는 1991년 사법시험 33회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검사를 지내다 법무법인 세종의 금융팀에서 2년 정도 일했다. 대법원 법조 일원화 확대에 따라 99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용됐다가 법무법인 에이스로 옮겨 주로 민·형사 사건 업무를 다뤘고 현재는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 관계자는 “금융팀에서 일한 기간이 짧아 금융 전문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면이 있고 김경준씨의 진술이 미칠 여파를 감당하기에도 다소 벅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사임한 박 변호사는 “최소 5명의 변호사가 맡아야 할 사건이었는데 김경준씨 때문에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다.”면서 “오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만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진실게임] 김경준측 회견이 남긴 궁금증

    김경준씨 측이 “의혹을 말끔히 씻어주겠다.”며 가졌던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은 의혹 해소는커녕 궁금증만 남겼다. ●에리카 김은 왜 모습을 감췄나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는 에리카 김(43)이었지만 정작 회견장에는 김씨의 부인인 이보라씨가 변호사와 함께 나타났다. 에리카 김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씨의 주가조작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에리카 김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생 변론에 필요한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원격지원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대출서류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스스로 변호사 자격증까지 반납한 에리카 김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면계약서 3건? 4건? 에리카 김은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3건의 계약서를 종합해 조사하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라씨는 기자회견에서 모두 4건의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밝혔다. 한글 계약서 1건과 EBK증권중개를 만들면서 각각 이 후보, 김씨,LKe뱅크와 맺은 영문 계약서 3건이라고 했다. 김씨 측의 말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데다 이면계약서 원본 공개는커녕 사본조차 손에 쥐고 흔들어 보여주고 말았다.3건인지 4건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서울 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은 “김씨가 소위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는 문건들을 몇 건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씨 ‘다른 계약서 없다’던 말을 뒤집어 김씨측이 새로운 계약서를 내세우면서 이 후보측은 “김씨 스스로 3년 전 미국 법정에서 다른 주식계약서는 없다고 했다.”면서 김씨 측 주장의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리카 김은 “당시에는 이 후보나 LKe뱅크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스와의 사이에 다른 주식계약서가 있냐고 해서 없다고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약서 원본 공개 안하나, 못하나? 이씨는 이 후보 측에서 친필을 위·변조할 것을 우려해 원본이 아닌 사본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후보의 필적을 제외한 계약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사본조차 배포하지 않은 이유는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리카 김의 말대로 계약서 내용 하나하나를 따져 그림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 후보의 친필 여부를 떠나 계약서 내용 사이의 연결고리 입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내용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면계약서, 실체는 있나? 김씨 측이 주장해온 이면계약서의 실체 자체가 의심스럽게 됐다. 계약서 사본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면 합의 내용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함께 공개한 이 후보의 측근 이진영씨의 진술 내용이나 EBK 명함, 브로슈어 등도 이미 언론에 수차례 공개된 내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가 이면계약서가 아닌 실제계약서 중 하나로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만큼 설득력과 파괴력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선택 2007 D-28] 鄭 “지지율보다 중요한 건 진실”

    [선택 2007 D-28] 鄭 “지지율보다 중요한 건 진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향한 파상공세를 계속했다. 정 후보측 한 관계자는 “이번 주가 역전의 마지막 기회다.BBK에 쏠린 관심의 동력이 떨어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다급하다는 얘기다. 정 후보의 공세 수위도 이에 따라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지방을 찾지 않았다. 전날 한나라당 이 후보에 이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패널들의 질문은 BBK 의혹에 대한 입장과, 범여권 단일화 문제, 국정실패 책임론 등에 집중됐다. 정 후보는 토론회 시작부터 이 후보를 집중 겨냥했다. 그는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대해 “지지율과 대중의 지지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과 진실에 대한 추구로 법에 의해 진실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거짓말로 가려져 있던 사실이 드러나야 한다. 진실 앞에 거짓과 허위는 맥을 못 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은 그동안 피의자가 국내에 없어 수사가 중지됐다가 재개된 것뿐”이라며 일각의 ‘정치공작’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수사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 법 앞에 떳떳한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점”이라며 “선거법 부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가진 후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는 이어 “미국, 일본, 유럽 같으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조차 없을 일”이라며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이 후보가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정체상태인 지지율에 대해 초조한 심정도 토로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은 벌써 한달 이상 1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정 후보는 “지지율 때문에 제일 답답한 사람은 정동영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희망도 피력했다. 그는 “이제부터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지지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12월19일 득표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의원들에게 헌신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공개 주문했다. 정 후보는 “10년 전,5년 전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뛰었고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 전,5년 전은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어려웠지만 우리 내부의 회의감, 패배주의를 날리면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후보는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 의원들은 답답해서 같이 일 못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해서는 안 될 말씀을 하셨다.”고 비판하며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말은 국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윗사람에게 할 말은 분명히 해왔지만 동료와 아랫사람에겐 할 말을 다 못하고 참아왔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뇌관 터지나] 김경준측 박수종변호사 사임 왜?

    구속된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김경준씨에 대한 원격 지원에 나섰다. 미국 변호사인 에리카 김이 21일 새벽(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준씨-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사이의 BBK 관련 이면계약서를 공개하는 것은 검찰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한 다목적용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준씨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박수종 변호사가 변호 중단을 선언하면서 에리카 김의 역할은 더욱 커진 셈이다. 박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지 불과 닷새 만에 사임한 이유는 금융사기 사건에 정치적 관심이 쏠리면서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변호사는 20일 “진짜 금융조세 사건이라 법적인 조언을 한다고만 생각했다.”면서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고 (취재진이 몰리는 등)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사상황을 말할 수는 없지만, 김씨는 무죄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한다.”면서 “김씨 가족측이 처음 연락한 것은 두 달 전이었고, 김씨가 이렇게 선거일에 근접해 귀국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검찰과의 의견 일치를 들어 입을 닫았다. 박 변호사는 “오늘까지만 김씨를 변호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사람이 맡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말했으나 변호사 선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씨 측은 박 변호사를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을 대상으로 변호사 선임을 집중 타진했으나 대상자들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리카 김은 김씨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민사소송을 대리해 왔다. 에리카 김은 미국에서 얽힌 소송으로 국내 귀국은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미국에서 계속 장외 홍보전을 벌일 것 같다. 하지만 에리카 김이 이면계약서 외에 또 다른 히든 카드를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에리카 김은 지난 16일자로 변호사 면허를 포기했다고 미주 중앙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뇌관 터지나] “이면계약서는 조작된것”

    한나라당은 20일 이명박 대선후보와 김경준씨의 ‘이면계약서’ 존재를 부인했다. 그동안 “없다.” “있다.”로 오락가락하더니 ‘정상계약서의 이면 합의’로 정리했다. 당 대변인실과 BBK대책팀이 총출동했다. 한나라당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의 21일 기자회견에 초비상이 걸렸다. 그가 이 후보와 BBK 간의 3대 의혹에 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서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에리카 김이 이면계약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서류를 점검하고, 미국 현지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BBK 대책팀’을 맡고 있는 고승덕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이면계약서’의 존재를 주장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정상계약서와 다른 이면계약이 아니라 정상계약 내에 이면합의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서에는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라는 내용은 없다.”며 “김경준이 제시한 계약서에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라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당사자의 진의와 달리 조작된 것이다.”라고 방어막을 쳤다. 이어 “EBK증권중개가 본허가를 받게 되면 LKe뱅크가 EBK의 개인지분 전부를 매수하도록 돼 있었지만 BBK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결국 EBK의 사업 자체가 무산됐기 때문에 LKe뱅크가 EBK를 소유하는 데까지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김경준측이) 대선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서류를 들고 왔다. 이면계약할 일 없고 이면계약서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이 갖고 있다고 한 원본계약서 공개는 거부했다. 그는 “우선 그쪽에서 공개하면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는 서류가 있다. 우리가 먼저 공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먼저 원본계약서를 공개함으로써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드는 일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신당 “김씨 횡령 45억원 LKe 입금 확인” 한편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김씨가 횡령한 자금 중 45억원이 이 후보의 회사인 LKe뱅크 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BBK 이면계약서’ 뇌관 터지나] ‘판도라 상자’ 열린다

    [‘BBK 이면계약서’ 뇌관 터지나] ‘판도라 상자’ 열린다

    김경준씨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1일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한판의 ‘진실 게임’을 벌인다.‘BBK 의혹의 뇌관’이자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던 이면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검찰 수사와 대선정국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질 경우 검찰수사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첫째 관심은 이면계약서로 BBK의 실소유자인지 여부가 밝혀지느냐 하는 것이다. 에리카 김은 이 후보 소유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후보 측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한다. ●논란 해소 안되면 수사 장기화 이면계약서로 지목된 주식거래계약서는 김씨가 미 연방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변호사 등을 통해 일부 언론에 공개한 ‘이 후보-김씨-A.M.Papps’간 주식매수거래 당시에 작성된 계약서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리카 김은 “계약서에 LKe가 BBK의 지주회사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LKe-BBK-MAF펀드-EBK 등으로 이어지는 투자고리에서 돈줄을 쥐고 있던 BBK를 누가 운영했는지가 가장 관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밝혀내는 자금 추적 외에 자금 흐름의 원인이 된 실제 계약 내용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관심은 이면계약서의 진위 여부다.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은 “이면계약서의 특성상 하나를 이해하고, 둘을 이해해야 내용 전반을 알 수 있게 된다.”면서 “20일(한국시간 21일)에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밝히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이면계약서가 없다.”던 한나라당은 “있다면 위조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에리카 김의 회견 내용을 지켜보고 갖고 있는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씨 측이 갖고 있는 이면계약서는 영어 소문자로 돼 있고, 이름 밑에 서명이 있으며,12장이 더 많다는 등의 차이점이 있다는 게 변조됐다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다. 셋째 관심은 양측이 제시하는 계약서의 내용이 비슷하더라도 해석이 달라질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면계약서는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복잡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석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檢 계약서 확보… 진위 분석 나서 넷째로는 이같은 공방이 수사의 장기화로 이어지느냐 여부다. 검찰은 김씨가 미국에서 송환될 때 들고온 서류뭉치 속에 포함돼 있던 이 계약서를 확보했으며, 위조 여부를 가리기 위해 곧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산하 문서감정팀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측에 분석을 의뢰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문서감정은 문서 인쇄에 사용된 기기의 종류, 사용된 잉크의 동일성 여부와 제조성분, 서명된 날인의 위조 여부 등을 위주로 진위여부를 가리게 되고, 문서감정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내부규정은 없다. 하지만 구속기한, 공소시효 등이 문제가 되거나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서의 증거 진위 여부 판정은 최우선으로 처리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선택 2007 D-28] 李 “이면계약서 공개는 괜한짓”

    [선택 2007 D-28] 李 “이면계약서 공개는 괜한짓”

    사방에서 불어오는 ‘BBK풍(風)’ 앞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20일 하루를 무척 분주하게 보냈다. 공개된 일정은 세 가지로 단출했다. 조찬을 겸해 정책을 발표하고, 불교계 인사와 면담했고,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그러나 일정 사이사이에 이 후보는 수시로 참모진에게 보고를 받았다. 개인 사무실이 있는 ‘안국포럼’에서는 전략회의도 열었다.BBK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미국에서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옥죈 까닭이다. 이 후보는 당초 예상보다 1시간30분가량 늦은 오후 3시30분쯤 경기 고양 토당동 주택가 골목에 도착했다. 한나라당 창당 10주년을 기념해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나르는 일을 도맡은 것이다. 복잡한 정국 속에서도 여유를 내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는 강재섭 대표, 권영세 의원 등과 함께 40분 동안 연탄 700장을 날랐다. 선거법을 감안해 ‘영남향우회’가 미리 구입한 연탄 4000장을 한나라당 당원이 나르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연탄을 다 나른 이 후보는 후련하다는 듯 땀을 훔치며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에리카 김이 한국시간으로 21일 새벽 ‘이면계약서’를 공개하는데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래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면서도 “(이곳에)오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가져다 보면 되지. 괜한 짓을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다들 자성하고 해야지.”라고 덧붙일 땐 이면계약서는 절대 없으며, 김경준씨도 사기꾼일 뿐이란 주장이 깔렸다. 그러나 범여권이 이날 공격한 ‘운전기사 위장취업’ 의혹에 대해선 불쾌하다는 듯 “대통령선거에 맞는 질문을 해야지.”라고 핀잔을 줬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KBS ‘단박인터뷰’에 출연,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최근 자신에 대한 비난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점잖은 분이 왜 그러시는지.”라며 “결국은 지지율을 의식한 행동같다. 정치지만 품위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회창 후보로 돌아선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 역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국 한쪽으로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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