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진실게임’ 2라운드] ‘金측 계약서원본’ 내용 뭔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71)씨가 23일 검찰에 제출한 한글·영문 계약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LKe뱅크를 이용해 BBK와 EBK증권중개의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면계약서’가 진본으로 판명난다면 김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에 대한 이 후보의 그간 해명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거꾸로일 수도 있다.
●한글계약서, 이 후보의 BBK 소유사실 입증
한글판 이면계약서는 계약체결 시점을 2000년 2월21일로,‘매도인(을) 이명박’이 ‘매수인(갑)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에게 BBK 투자자문의 주식 61만주를 49억 9999만 5000원에 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서에는 두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 계약서가 의미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계약서 체결 이전에는 BBK가 ‘매도인’인 이 후보 소유였다는 것이다.BBK가 세워진 것은 1999년 4월27일,LKe뱅크가 세워진 것은 2000년 2월18일이다. 계약서가 맞다면 BBK의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 후보의 해명은 거짓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둘째는 LKe뱅크가 BBK의 모회사가 된다는 것이다.61만주는 BBK주식 전량에 가까운 규모로, 매수인에 ‘㈜LKe뱅크 대표이사’를 명시한 것은 이 주식을 김경준씨 개인이 아니라 LKe뱅크 회사에 매각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BBK는 LKe뱅크에 종속되고, 김씨와 함께 LKe뱅크의 공동 대표이사인 이 후보가 BBK도 소유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문계약서 3장 통해 LKe뱅크에 EBK종속
2001년 2월21일 체결된 영문계약서 3장은 주식매입→주식매각→주식청약계약으로 이어진다. 이 3개의 계약 사이에서 LKe뱅크의 공동대표이사인 이 후보와 김씨가 소유하고 있던 지분 52%의 매각대금 100억원이 돌고 도는 순환출자 형식이 된다.
우선 김씨가 만든 서류상 회사인 미국법인 A M 파파스가 LKe뱅크의 이 후보·김씨 지분을 100억원에 산다(주식매입계약). 이 100억원으로 이번에는 이 후보와 김씨, 에리카 김 등이 EBK증권의 증자에 참여한 뒤 100억원을 받고 자신들의 지분 전부를 LKe뱅크에 되판다(주식매각계약).
세번째 청약계약서는 LKe뱅크로 회귀하는 자금순환을 매듭짓는 역할을 한다. 바로 LKe뱅크가 EBK증권의 지분을 모두 획득하는 날, 이 후보와 김씨에게 각각 41만 6666주,41만 6667주의 신주를 다시 발행한다는 내용이다. 신주의 가격은 모두 100억원으로 두 사람이 절반씩 부담하게 되어 있다.
결국 LKe뱅크의 이 후보와 김씨로부터 흘러나온 100억원은 A M 파파스 등을 거쳐서 두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EBK증권은 결국 LKe뱅크의 지배를 받게 된다.
●김경준씨 LKe뱅크 지분 사실상 제로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22일 김씨가 초기에 LKe뱅크 지분 매입을 위해 BBK에서 횡령한 돈 30억원을 LKe뱅크가 대신 갚아준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의원은 “김씨가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LKe뱅크 지분(32억여원·30억원+이자)을 빼자 그만큼의 금액이 LKe뱅크에서 BBK 계좌를 통해 김씨에게 갔고, 김씨는 BBK의 다른 계좌로 이 돈을 상환했다.”면서 “BBK는 이 돈을 받은 뒤 다시 LKe뱅크에 다시 입금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거래과정이라면 LKe에서 김씨가 소유했던 지분 48%는 소멸되고,BBK의 지분이 그만큼 생겼어야 하지만 김씨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씨는 자신의 돈 한 푼 없이 제3자의 돈을 돌려 횡령 혐의를 벗은 것이다. 그리고 돈의 출처와 귀착점은 모두 Lke뱅크다. 정 의원은 “이 구조가 에리카 김이 밝힌 순환계약서의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씨의 LKe뱅크 지분은 사실상 ‘0(제로)’이고, 김씨는 그저 제3자의 돈을 이용해 투자를 한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LKe뱅크의 최대주주이자 실질적 단독 대표이사인 이 후보가 LKe뱅크에 종속된 BBK와 EBK증권까지 지배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계약서가 진본일 경우, 이 후보가 BBK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경위와 BBK와 LKe뱅크 사이에 오간 자금의 출처 및 흐름 등은 검찰이 추후 밝혀내야 할 과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