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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선생님에 대한 두 가지 기억/임창용 문화부 차장

    교원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 기억. 올 2월 딸 아이 초등학교 졸업식날 일이다. 운동장에서 졸업식이 모두 끝나고 담임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들이 교실에 들어왔다. 30대 초반쯤 된 그 여선생님은 “부모님들께선 잠시 나가주세요.”라고 하더니 문을 닫고 TV를 켰다. 화면엔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했던 1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풍 가서 게임을 즐기던 모습에서부터 발표하는 모습, 운동회 때 젖먹던 힘을 다해 뛰는 모습, 수업 중 조는 모습까지. 선생님은 이 날을 위해 틈틈이 찍어놓았던 사진을 비디오로 편집해 두었다고 했다. 한 장면 한 장면 넘어갈 때마다 아이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나서야 선생님은 아이들을 불러내 졸업장을 주었다. 한 사람씩 꼬옥 안아주면서. 키가 선생님보다 큰 남자 아이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눈가엔 물기가 어려 있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는 지금도 주말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그 선생님을 찾아가 수다를 떤다. 두번째 기억.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들 이야기다. 그 졸업식 며칠 전 날 밤. 퇴근해 보니 5학년이었던 아들이 졸업식에서 ‘송사’를 읽기로 했다며 내일까지 원고를 내야 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자기가 전교 부회장이어서 담임선생님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란다. 아이와 함께 머리를 짜내 새벽 1시까지 원고를 완성했다. 한데 그 다음날 사단이 났다.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아이는 기운이 쫙 빠져 있었고, 눈엔 불만이 가득했다.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학교 방침이 올해부터 바뀌어 다른 아이가 송사를 읽기로 했단다. 졸업식 날, 송사를 읽은 아이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맡고 있는 학부모의 아이였다. 그 선생님은 이미 학기 초부터 다른 일로 골머리를 앓게 했었다.3월 한 달 동안 하루 걸러 한 시간씩 책상 위에 무릎을 꿇려 단체기합을 주는가 하면 자신은 그 시간에 잡무를 처리했다. 또 자습을 가장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었다. 지금 6학년인 아들은 어쩌다 학교에서 그 선생님이 보이면 멀찌감치서 돌아간다고 한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선생님이란 위치는 여전히 특별한 자리다. 간혹 못된 학부모로부터 행패를 당하는 선생님 이야기가 뉴스에 오르내리며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개탄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대다수의 학부모에게 선생님은 속된 말로 여전히 ‘갑’의 존재다. 나는 아직 우리 교단에 딸 아이를 맡았던 분 같은 선생님들이 아들 담임이었던 분을 닮은 선생님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원 평가는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요즘 피부로 느낀다. 직장에서든, 친구들과 만나든, 조용히 이야기하다가도 학교 이야기, 자녀와 선생님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그 상당 부분은 선생님을 ‘성토’하는 소리다. 지금 전교조가 필사적으로 교원평가를 저지하려고 한다. 교원 통제 수단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논리를 주장하기엔 아무런 평가도 받지 않는 선생님들께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너무 크다. 전교조가 내걸고 있는 가장 큰 모토는 참교육이다. 그래서 군사정권 시절, 학교·선생님·학생들을 옥죄고 있던 악습을 깨자며 힘을 모았고, 그 와중에 많은 선생님들이 해직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나는 차라리 전교조가 교원 평가를 적극 수용하고, 오히려 이끌어나감으로써 참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아부나 일삼고 전인교육을 방해하는 교사들, 치맛바람에 휘둘리는 교사들, 수업 알기를 아이들 간식쯤으로 여기는 교사들에게 따끔한 회초리를 드는 ‘선생님의 선생님’이 되었으면 한다. 교원을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그와 더불어 퇴치해나가도 늦지 않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본능적 순간판단의 과정 상세히 기술 1983년 9월, 장 프랑코 베치나란 미술상이 미국 캘리포니아 폴게티 박물관을 찾아왔다. 이른바 ‘쿠로스상’으로 알려진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상은 1000만달러를 요구했다. 박물관은 철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자현미경과 마이크로분석기, 질량분석계 등 첨단 기계와 지질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4개월간의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진품’이라는 것. 그리고 구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석상은 얼마후 가짜임이 드러났다. 가짜 판정의 시초를 제공한 것은 박물관 운영위원이었던 해리슨이 조각상을 본 순간 그의 뇌리를 스쳐간 ‘무언가 미심쩍다.’는 직관적인 반발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장을 지낸 토마스 하빙도 큐레이터가 덮개를 벗기는 순간 ‘새것’(Fresh)이란 단어를 떠올렸다고 후일 회상했다. 조각상은 결국 1980년대 로마의 모조품 제작소에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블링크-첫 2초의 힘’(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21세기북스 펴냄)은 이처럼 무의식중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 판단의 힘을 다룬 책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일에 맞닥뜨리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생각과 느낌들. 저자는 약 2초 동안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같은 순간적 판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생각 체계를 조직화하여 의사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사실 불과 몇 초 동안 이루어지는 본능적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꼭 그럴까?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처음 느꼈던 ‘감’이 정확하게 맞았던 적이 없는가? 이유 없이 찜찜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결국 큰 낭패를 초래한 적이 없는가? 산더미 같은 일을 섬광처럼 스치는 판단으로 처리해본 적은 없는가? ●탁월한 의사결정자들 단 두가지 요인에 초점 책은 오랜 시간을 투입하면 할수록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깨준다.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순간 판단이 전문지식 못지 않게 중요함을 논리적으로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순간 판단은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Thin Slicing)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일부분만을 파악하여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낸다는 것.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출줄 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프로이트가 묘사한 혼돈에 휩싸인 무의식과는 다르다. 최근 심리학에서도 이같은 적응 무의식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매우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편견·차별로 순간판단이 치명적 오류 범할수도 책은 물론 이같은 순간 판단이 치명적 오류를 범할 수 있음도 지적한다. 특히 편견과 차별에 오염돼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워런 하딩의 오류’와 ‘펩시 챌린지’. 미국의 29대 대통령이었던 워런 하딩은 그의 출중한 외모에 압도당한 국민들이 나머지 본래 모습을 직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대통령으로 뽑았고, 결국 ‘최악의 대통령’이란 오명을 남겼다고 지적한다. 또 한 모금만 맛볼 때만 단맛의 펩시가 우세했던 사실을 놓친 코카콜라가 펩시와 비슷한 맛의 ‘뉴코크’를 출시했다가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맛본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정확한 순간 판단 능력, 즉 직관과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 그리고 고뇌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즉, 순간적 판단의 힘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 만일 우리가 무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하는 방식에서부터 선반 위 물건들과 입사면접 방식까지, 모두 달라질 것이라는 것. 물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 깜빡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이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1만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보스턴 일기/윤진호 지음

    미국의 힘은 세 군데서 나온다고 한다. 즉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그리고 지식의 중심지인 보스턴이 그것이다. ‘보스턴 일기’(윤진호 지음, 한울 펴냄)는 흔히 ‘지식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리는 보스턴에 자리잡고 있는 하버드와 MIT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지식의 세계를 담아낸 책이다. 하버드와 MIT의 여러 연구소와 케네디스쿨 등에선 수시로 전·현직 고위 관료와 정치인 등 다양한 인사들을 불러 세미나를 개최한다. 지은이는 MIT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직접 참석했던 150여회의 세미나를 통해 미국 사회와 세계의 진로를 둘러싼 이념적·종교적·인종적·계층적 갈등의 실상을 생생히 전해준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부시 연설문을 작성했던 팀이 직접 밝힌 연설문 작성 경위, 클린턴 전 법률고문이 들려주는 르윈스키 사건 당시의 백악관 내부 사정 등 정치적인 것에서부터 아인슈타인과 후버 FBI 국장 사이에 벌어졌던 비밀전쟁,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촘스키 교수와 하워드 진 교수의 격렬한 비판, 하버드 총장과 흑인 교수 사이의 인종 갈등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1만 6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조상 이야기-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도슨 지음

    생물의 진화는 곧 분화의 역사로 인식된다.40억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생긴 뒤 끊임없는 분화의 반복 결과 오늘날 하늘의 별보다도 많은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진화과정을 분화가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서술하면 어떨까? 진화생물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슨의 ‘조상 이야기-생명의 기원을 찾아서’(이한음 옮김, 까치)는 이처럼 현재 인류에서부터 시작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파격적 형식으로 쓴 생명 진화사다. 저자는 이같은 책 구성을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에서 빌려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초서의 이야기에선 모든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출발하지만,‘조상 이야기’에선 인류가 길을 떠나면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들과 차례대로 합류한다는 것이다. 이 합류지점을 저자는 ‘랑데부’라고 하며, 인류와 합류하는 순례자 무리의 가장 최근 공통 조상을 ‘공조상’이라고 부른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생물들의 공조상을 찾으려면 몇 번이나 랑데부를 해야할까? 놀라운 것은 고작 40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며, 역시 진화의 길을 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 종들의 하나일 뿐임을 책은 냉정하게 깨우쳐준다.3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단원 풍속도첩/안대희 옮김

    “밤이면 밤마다 권마성이 들려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귀 방울 소리가 나기도 하며, 때로는 경마잡이가 말을 차며 일어나는 모습과 말을 뒤따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집안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막 잠이 들려 할 즈음에 몽롱하게 그 소리가 들려왔는데 병풍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단원 김홍도가 그린 속화(俗畵)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상히 여겨 병풍을 치워놓자 바로 고요해졌다. 그림이 신령과 통하는 것은 예로부터 그런 일이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유원(1814∼1888)은 단원의 풍속화에 대해 ‘임하필기’에서 이렇게 ‘명화는 신령과 통한다.’는 감상의 글을 남기고 있다. 단원이 ‘화성’(畵聖)으로까지 불리게 된 것도 조선 후기 화가인 강세황의 지적대로 ‘물태(物態)를 곡진하게 그려낸’ 인물·풍속화 때문이다. 단원의 이같은 면모는 보물 527호로 지정되어 있는 화첩 ‘단원 풍속도첩’에서 두드러진다. 민음사에서 펴낸 ‘단원 풍속도첩’(안대회 옮김, 진준현 해설)은 보물 단원 풍속도첩을 원본 크기에 가깝게(90%) 전통 수제본으로 복원한 화첩이다. 서당, 논갈이, 활쏘기, 씨름, 행상, 무동, 기와이기, 대장간, 나룻배, 주막, 고기잡이, 벼타작, 장터길 등 25점의 그림이 담겨 있다. 그림에 더해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서유구, 유득공, 이덕무 등 18세기 단원이 활동하던 시기 조선조 최고 문인들이 당시 풍속을 재치있게 묘사한 글들을 옮겨 실었다. 책 말미에는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연구관이 단원의 생애와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을 덧붙였다.4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서양,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요즘 대중을 겨냥한 역사서들에선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지못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설 주인공처럼 등장해 사건을 주도해 나간다. 수동태로 쓰여진 문장보다 능동태로 서술된 문장이 자연스럽듯, 똑같은 역사라도 인물을 앞세워 펼쳐 나간 책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서양, 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김동수 옮김, 살림 펴냄)는 서양이라는 7000년에 걸친 방대한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그 주인공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 책이다. 서양정신의 기원이 된 역사적 유산들과 사건들, 뛰어난 인물들의 삶과 그들의 창조적 작품들이 어떻게 서양문화를 풍성하게 했는지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책은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부터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문화, 중세를 넘어 20세기의 서양 정신을 넘나드는 방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때로는 모래가 휘날리는 바빌론 사막의 한 가운데서,7000년 전 거대한 신전을 세우려 했던 고대인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에페소스에 남아 있는 성모 마리아의 마지막 집으로 알려진 곳에선 서양에 미친 그녀의 정신적 영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서양의 문학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탐구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최초의 동서양의 충돌로 기록되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어떤 인물들이 유럽의 운명을 결정했는지, 세계를 뒤흔든 로마의 뒷골목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 프로를 틀어주듯 생생히 서술하고 있다. 자자는 역사의 주인공들을 딱딱한 동상이나 제단, 무덤으로부터 과감히 탈출시켜 생명 불어넣기를 시도한다. 책에 묘사된 각 인물들의 일화와 심리가 마치 코 앞에서 보듯 생생하다. 다른 사람의 아내로부터 유혹의 눈짓을 받는 요셉, 은신처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성모 마리아, 담벼락에 영원한 사랑의 낙서를 하는 폼페이 연인들,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베아트리체의 죽음으로 사창가를 전전하는 단테,“나를 표현할 시간이 더 이상 없구나.”라며 숨을 거둔 화가 세잔 등등. 이들뿐만 아니라 역사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초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 냈다. 프랑스혁명의 급진적 지도자 장 폴 마라를 암살한 25살의 처녀 샬로트 코르데이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단두대에 섰던 일, 페르시아 병사가 전쟁의 와중에서 던진 중얼거림 등. 수천년 역사속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서양문명을 일구어 왔는지 물 흐르듯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서양 지성사 산책으로 읽어볼 만하다.3만 4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마티아스 가이스·베른트 울리히 지음

    독일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는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부랑 청소년, 빈민 운동가, 중고 서적상, 공장 노동자, 택시운전사를 거쳐 독일 외무장관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의 본래 이름은 요제프이다.‘요슈카’는 그의 가족이 2차대전 직후 헝가리에서 독일로 이주해 오자 보수적인 동네 사람들이 이주민에 대한 조롱과 멸시에서 불렀던 이름. 하지만 이젠 연방총리나 유엔사무총장, 이웃 신문 가판대 아저씨도 그를 요슈카로 부르는 가장 친근한 이름이다. 또 역경을 딛고 성공했음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통한다. ‘신화를 쓰는 마라토너 요슈카 피셔’(마티아스 가이스·베른트 울리히 지음, 정계화 옮김, 궁리 펴냄)는 바로 요슈카 피셔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담은 평전이다. 그는 방랑자였으며, 한때 젊은 혈기로 폭력혁명을 표방했던 정치 철부지였다. 음란서적 번역가, 공장 노동자도 그의 경력에 들어 있다. 대학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그는 서구 고전을 ABC순으로 독파하며 내공을 쌓은 독서광이었다. 그는 원고 없이 연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독일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얼마전 녹색당 총선 꼴찌의 책임을 지고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하나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불의 기억/박병규 옮김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남미 역사서는 특히 지나치게 특정 인물 중심으로 서술된 것이 많다. 볼리바르와 산 마르틴 같은 독립 영웅에서부터 로사스와 피노체트와 같은 독재자들, 콜럼버스, 코르테르, 피사로 같은 정복자들이 항상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에 반해 남미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서술한 책 ‘불의 기억’(박병규 옮김, 따님 펴냄)은 연표 속 공식역사에서 지워진 하위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정복자들의 총칼에 짓눌려 버린 원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쫓아가고, 독립 영웅들이 내건 대의와 위세에 가려진 민중의 염원을 되살려 낸다. 또 독재자들의 억압 아래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고대사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를 다룬 1권 ‘탄생’,18∼19세기 식민지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담은 2권 ‘얼굴과 가면’, 군사독재정권이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를 짓눌렀던 20세기 이야기를 담은 3권 ‘바람의 세기’ 등 총 세 권. 연대기 형식을 취하되 여느 역사책과는 달리 독립적인 짧은 이야기들을 이어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추상과 압축을 통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역사의 미묘한 숨결을 포착함으로써 단조롭기 쉬운 역사 서술을 맛깔스럽게 포장했다. 각권 1만 7000∼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앙코르와트의 버려진 신전들, 정글에 감춰진 마야의 도시들,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했던 문명의 흔적들을 보며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게 된다.‘이들은 왜 지속·발전하지 않고 몰락했을까?지금 우리의 문명도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한 사회가 자멸의 길을 재촉하는 실수를 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미국 뉴올리언스 사태나 쓰나미 참사, 이라크 전쟁 등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몽 또한 이같은 문명 몰락에 대한 불안감을 던져 준다. 문명 비판서 ‘총·균·쇠’로 퓰리처상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이번엔 ‘문명 몰락’이라는 묵직한 테마에 돋보기를 갖다 댔다. 얼마전 폐막한 독일 프랑크루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화제를 모은 책 ‘문명의 붕괴’(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가 그것. ●이스터섬·마야의 문명이 몰락한 이유는? 책이 담은 내용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자는 이스터섬의 폴레네시아 문화에서 시작해서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들의 불행, 그리고 현대세계까지 추적해 재앙의 기본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곳들의 상황도 점검한다. 저자는 문명 붕괴의 이유를 크게 다섯가지로 나눠 관찰한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강조하는 것은 환경파괴다. 폴리네시아의 이스터섬의 운명에 대해 저자는 ‘순전히 생태적 붕괴’에 가깝다고 말한다. 무자비한 삼림파괴가 전쟁으로 이어졌고, 지배계급이 전복되면서 위대한 거석문화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야문명 몰락의 가장 큰 원인도 환경 파괴로 분석한다. 인구 과잉과 환경파괴가 식량 부족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전쟁으로 이어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한 피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으로 붕괴한 예. 이곳에도 환경훼손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의 주된 무역 상대국인 망가레바 섬이 환경문제로 인해 붕괴된 것이 치명타였다. 이는 경제적 종속 현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이다. ●20세기 이후에도 지구촌 곳곳 붕괴조짐 그렇다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서도 살아남은 사회는 없을까?이는 곧 문명 붕괴 이유 중 다섯번째인 사회 구성원들의 대응의 중요성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예를 들어 몰락한 사회와 살아남은 사회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 준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노르웨이의 지원 중단, 이누이트족과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붕괴를 면치 못한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취약한 환경을 딛고 가장 풍요로운 나라 중 하나로 우뚝 서 있다. 이들은 원주민들의 생활습관을 받아들이고, 노르웨이와의 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했으며,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 저자는 오늘날 이같은 문명 붕괴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곳이 소말리아와 르완다. 환경파괴와 가뭄, 전쟁 등으로 인해 사회 자체가 몰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 잊지말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몬태나에서도 그같은 가능성을 내다본다. 아직도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난 200여년간 자행된 각종 개발로 인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곳이다. 한때 가장 부유했던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한 이곳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이미 붕괴된 문명들도 겪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가 보기엔 과거보다 오히려 현대사회가 더 붕괴 위험이 크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의 붕괴 파장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인구와 파괴적 첨단 테크놀로지 또한 당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소말리아와 같은 붕괴조짐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지은이는 거듭 주문한다.2만 8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기원전 44년 쇠락하고 있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군대의 카이사르 장군을 몰래 초청해 향연을 베푼다. 이때 카이사르는 여러 음식중 속을 넣은 구운 꿩고기 요리를 먹으며 “달콤한 속이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군요.”라고 찬사를 보낸다. 이때 클레오파트라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카이사르에게 도움을 청한다.“기막힌 배합(꿩고기와 속) 아닙니까?서양의 힘이 동방의 정교함과 조화되어 있지요. 로마군대와 이집트의 부가 힘을 모은다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제국보다 더 큰, 헤라클레스의 기둥에서 인도까지 이르는 제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요리도 이처럼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게 적지 않다.‘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이마고 펴냄)은 역사속 인물들의 요리를 통해 읽는 식탁 위의 서양문화사다. 트로이영웅들의 야전 만찬,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위한 간편식, 메디치가의 결혼 피로연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엄선하여 실제 그 당시 먹었던 150가지 요리들을 현대적 방법으로 되살려 냈다. 각 요리법 앞에 당대의 정신과 사회,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로 꾸며놓아 시대에 따른 음식의 변천과 인간 미각의 변화 과정도 한 눈에 볼 수 있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출판진흥위 설립 길트나

    출판계의 오랜 숙원인 ‘한국출판진흥위원회’(가칭)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회장 박맹호)는 3일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한국출판진흥위원회 설립을 위한 공청회’를 갖는다. 공청회 핵심은 출판진흥의 목적과 방법은 있지만 진흥주체가 없는 현행 ‘출판및인쇄진흥법’에 출판진흥을 위한 법정기구 설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출판계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출판진흥위, 왜 필요한가 출판계에선 현행 출판진흥법에 출판 진흥·육성과 관련된 조항이 일부 들어있지만 정책 추진과 집행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없이 추상적 표현만 나열함으로써 그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타 문화분야와 마찬가지로 육성·지원을 위한 법정기구 설치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문화산업 분야는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 문화관광부 산하에 법정기구를 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의 경우 올해 전체 예산이 금고 기금을 포함하여 835억원에 달한다. 한국 영화가 지난 10년 사이 매출규모가 10배 이상 성장한 배경 가운데는 영화진흥위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산업개발원 등 다른 기구들도 연 수십억∼수백억원의 예산을 확보, 해당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인호 출협 상무는 “출판산업은 국내 문화산업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 육성·지원을 위한 법정 기구 하나 없는 실정”이라며 “따라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출판진흥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또 “현재 한국간행물윤리위(간윤)가 일부 독서진흥 운동을 벌이고, 출협 등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출판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내용이 타 문화분야 사업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라고 말했다.●간행물윤리위와 관계 설정 고민 출판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도 출판계의 이같은 기본 흐름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허윤 출판산업과장은 “출판진흥위 설립을 위한 출판인들의 취지엔 이견이 없다.하지만 간윤이나 출협, 출판학회, 출판문화재단 등 기존 기구가 벌이고 있는 사업과의 역할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번 공청회에서 세부 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다시 문화부 내외 의견을 수렴해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스러운 것은 출판 관련 유일한 법정기구인 간행물윤리위와의 관계 설정 문제다. 물론 간윤측도 출판진흥위 설립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뜻을 비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출판계 바람에 따라 적극 지원에 나서겠지만, 기획예산처에선 50∼100여명의 인원이 필요한 별도의 기구 설립에 매우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것. 최진용 간윤 사무처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이미 간윤이 조직과 청사, 그리고 독서진흥사업 등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기능을 확대개편해 출판진흥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용하는 게 효율적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판계에선 간윤이 태생적으로 검열기관이란 한계를 지니므로 출판진흥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쟁이 예상된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과학혁명의 사상가 토머스 쿤/웨슬리 샤록·루퍼트 리드 지음

    사전에서 ‘패러다임’을 찾으면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 정도로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학문적 맥락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패러다임 개념을 제시한 토머스 새뮤얼 쿤(1922∼1996)의 인생과 학문적 성취에 대해서도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토머스 쿤의 그림자는 현대 지적 세계의 모든 영역에 드리워져 있으며, 그가 1962년 쓴 ‘과학 혁명의 구조’는 세계 지성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된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패러다임 이동’과 ‘과학혁명’이라는 개념은 철학, 사회과학, 역사학, 페미니즘, 신학, 자연과학 등 학문세계 전 영역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동시에 쿤 자신과 그의 사상에 대한 수많은 오해도 낳았다. ‘과학혁명의 사상가 토머스 쿤’(웨슬리 샤록·루퍼트 리드 지음, 김해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를 중심으로 알아내고자 했던 것을 재현해 내고, 쿤의 적대자들과 지지자들이 생산해온 오독과 오해를 교정하고자 한 책이다. 동시에 사회과학 등을 자연과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쿤의 과학주의적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책은 쿤과 카를 포퍼, 그리고 파이어아벤트와의 논쟁 등을 조명하고, 쿤의 공약 불가능성 개념을 중심으로 쿤이 상대주의자였는지, 쿤의 과학철학 방법론을 다른 학문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도 다룬다. 토머스 쿤은 미국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처음엔 과학사학자로 출발했다가 나중에는 과학 철학자로 전향했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박찬희·한순구 지음

    현실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정직히 살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산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착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으나, 이런 현실을 모른 채 당하고만 사는 사람들도 잘못이 크다. 이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경제학의 게임이론상 그렇다. 게임이론은 경제학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이론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게임이론을 담은 책도 대부분 복잡한 수학적 설명과 논리를 내세워 일반인들은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박찬희(중앙대)·한순구(연세대) 교수가 함께 쓴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케이북스 펴냄)은 파격적으로 쉽게 게임이론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은 복잡한 수학적 설명을 모두 빼고 우리 일상의 사례와 우화, 역사적 사건, 동물들의 생존경쟁 이야기 등을 통해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게임이론의 특징은 어설픈 인간적 신뢰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다. 오히려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가정한 철저한 경제적 분석이다. 게임이론의 수읽기에서 어설픈 믿음은 망하는 지름길이며, 냉정하고 처절한 응징과 이에 대한 평판이 나의 생존과 이득을 보장한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한다. 이웃사촌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책은 게임이론상 먼 곳의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친절한 인상을 주어서 잘 대해 주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고의로라도 못되게 굴 것을 권한다. 먼 데 있는 사람은 내가 싫어지면 언제든 관계를 끊을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의 관계를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 성격이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야만 내가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게다가 아군이나 친구는 항상 경계하고 반면 명백한 적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여기엔 믿었던 아군이 배반하면 더욱 치명적이고, 적대시하던 사람이 도움을 주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 적과의 동침은 대개 명백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관계이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우정이나 의리 또는 인간의 도리 등을 앞세워 정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없는 관계는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 문제도 게임이론으로 접근하면 그 모순성이 단박에 드러난다. 기업이나 연구소들은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게임이론상 이는 허구다. 이공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졸업후 취업이나 대우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인데, 이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어긋난다. 이공계 졸업생들의 대우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공계 졸업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사실 수익을 내기 위해 뛰어난 기술을 가진 공학도보다 뛰어난 마케팅이나 기획능력을 가진 법대나 경영대 출신을 선호하며, 이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게임이론이 만능이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현실을 분석, 판단함에 있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분석이 골격을 이루고 여기에 인간적·사회관계적 요소가 더해져야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하던 가치를 잃게 되기 쉽다고 충고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세계 종교사상사 1,2,3/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신성한 불을 밝히고 그 앞에서 제의를 올리는 사제의 몸짓뿐만 아니라 한적한 산 길 한쪽에 오롯이 앉아 있는 돌 더미에도 성스러움이 내재한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이 투영되는 순간, 돌멩이, 목상, 불이라는 단순한 대상물은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 변화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냥에서의 풍요를 기원하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서도, 인도의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철학체계에서도, 세계의 종말에 대한 환영 속에서 들뜬 선언을 하는 예언자들에게서도 성스러움에 대한 사색과 경험과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인 행위이다.‘세계종교사상사1,2,3’(미르치아 엘리아데 지음, 이용주 등 옮김, 이학사 펴냄)은 이처럼 종교가 고도의 신학적 이론 속에 갇혀 있는 낡은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살아 쉼쉬는 유기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카고대학 종교학 교수를 지낸 저자의 50년에 걸친 학문의 여정이 집대성된 대표작이다. 각권 2만 8000∼3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스무살을 위한 철학 청바지 시리즈/김창호 엮음

    우리가 흔히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용어도 누가 ‘그게 무엇이죠?’하고 물으면 정작 쉽게 대답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 순간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흩어지고 머리가 텅 비어버린 듯 와르르 무너질 때도 있다.‘내가 제대로 알고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앎에 대한 이같은 의구심에서 출발한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펴낸 ‘스무살을 위한 철학 청바지’(김창호 엮음) 시리즈는 이처럼 우리시대에 무엇을 논의하고, 누구에게 어떻게 답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거쳐 엮은 철학 교양서다. 대학에 입학하는 20대 대학생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해 기획된 이 시리즈는 ‘진리 청바지-내가 아는 것이 진리일까?’,‘세상 청바지-정의로운 사회는 가능할까?’,‘행복 청바지-즐거운 삶이 좋은 삶일까’ 등 총 3권. 인식론, 과학철학, 사회철학, 대중문화 등 각 영역에서 가장 중심이 될 만한 48가지 현실 주제에 대한 각 분야 전현직 교수 38명의 논리 정연한 철학 에세이를 담았다.‘인간노동은 과학기술로 해방될 수 있을까?’ 등 아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해 제대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각권 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울트라마라톤 맨/딘 카르나제스 지음

    “어제 신문에서 에베레스트 산을 무산소 등정하는데 성공한 산악인에 대한 기사를 봤어. 나중에 기자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거기 올라갔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뭐라고 답했는 줄 알아? ‘난 죽을려고 거기 오른 게 아닙니다. 살려고 올라간 거지요.’” ●MBA출신 딘 카르나제스 자전적 이야기 MBA 출신으로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딘 카르나제스는 서른 살 생일을 맞은 날 아침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늦은 생일파티후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고 밤새워 50㎞를 달린다. 이어 기진맥진한 그를 데리러 온 아내의 차에서 실신 직전 이렇게 말한다.‘내 안의 스위치가 비로소 켜졌다고.’ ‘울트라마라톤 맨’(공경희 옮김, 해냄 펴냄)은 일반 마라톤의 열배에 해당하는 420㎞를 75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완주한 미국의 울트라마라톤맨 딘 카르나제스의 실화를 담은 자전적 휴먼스토리다. 고교때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던 지은이. 하지만 그후 15년간 달리기와 담을 쌓고 술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던 중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듯한 심각한 공허함에 직면한다. 성인이 된 후 그는 내내 마감을 지키고 다음 일을 쫓아가며 살아왔다. 멈춰서 돌아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뭐가 중요한지도 더 이상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부유한 라이프스타일과 보너스, 훌륭한 복리후생에 익숙해졌지만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서른살에 인생 허비하고 있음을 깨달아 그러던 서른 살 생일날 한 산악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자신이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 현장이라는 함정에 가려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돈을 벌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비틀어 버렸음을 알게 된다. 그는 화려한 쇼핑가가 몰려 있고, 승용차로 사람을 판단하는 대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 날 밤 불현 듯 예전의 육상 선수시절 기쁨을 누렸던 달리기에서 숨쉴 공간을 찾기에 이른다. 50㎞를 밤새워 내달린 후 그는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이후 고급차와 넓은 저택, 유복한 일상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출근 직전 새벽마다 20여㎞씩 남몰래 연습을 한 끝에 160㎞를 쉬지 않고 달리는 ‘서부주 100마일 대회’에 출전, 완주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그후 그는 시에라 네바다와 몽블랑의 험난한 산맥을 달려서 넘기도 하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섭씨 50도의 데스밸리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남극을 달린 마라토너가 된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2004 배드워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승리한다. 딘은 처음엔 자기를 만나고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달리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달린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생명이 꺼져가는 여자 아이를 돕기 위해 이틀 밤낮을 혼자 뛰면서, 힘들 때마다 아이의 사진을 꺼내 보기도 한다. 그는 달리고 또 달림으로써 오래 전 빛나던 자신을 되찾고, 관심을 자기 자신에서 세상 사람들로 확장시켜 간다. ●“도움 필요한 사람 위해 오늘도 달린다” 160㎞를 한번에 내달리는 그에게 사람들은 자주 ‘왜 그런 일을 하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가장 대답이 힘든 질문이다. 그는 여러가지 이유를 말한다.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 달리고,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린다고. 뛰지 못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달리고, 삶이 더 활기를 띠고 강렬해지기에 달린다고. 그러면서도 평온을 누릴 수 있기에 달린다고. 하지만 이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앞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등반가의 말처럼 ‘살기 위해서 달린다.’가 가장 훌륭한 답변이 아닐까? 책은 지은이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의 달리기 같은 무언가를 찾아 나서자고 부추기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달리기’는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9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2/전국 역사교사모임 엮음

    ‘세계사’ 하면 유럽과 중국 역사를 연상할 정도로 우리가 접해온 세계사 역사서는 특정 지역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서구 중심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옮겨와 세계 역사를 보는 시각이 서구화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지구상에서 다양하게 펼쳐진 인류의 역사를 한국사와의 연관속에서 그려낸 역사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2’(휴머니스트 펴냄)는 이런 점에서 단연 눈에 띄는 책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10명의 교사들이 ‘한국인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세계사를 재구성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세계사 집필에서 유럽사와 중국사에 지나치게 쏠렸던 비중을 확 줄였다. 대신 역사적인 문명권 개념에 지리적 구분을 가미하여 유럽, 서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의 4대 문명을 중심으로 삼았다. 여기에 그동한 소홀히 다루었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 제1권은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이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주목하면서 ‘문명과 관계 속에서’ 국가와 지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제2권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통해 형성된 자본주의, 국민국가, 세계체제를 근대의 특질로 삼아 근현대사를 조명했다. 각권 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김우창 주빈국 조직위원장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김우창 주빈국 조직위원장

    “전반적으로 잘됐다. 하지만 좀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압축해 보여 주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지난 18일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개막 이후 21일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김우창 주빈국 조직위원장은 “지금까지 주빈국 행사를 가졌던 어떤 나라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단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무엇보다 독일 사람들이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이다.’‘지금까지의 한국에 대한 무지가 과연 옳은 것인가. 앞으로라도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등 새로운 인식을 가진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의 한 유명 건축가가 ‘한국은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는 나라, 유럽 세계에도 교훈을 줄 수 있는 나라’라고 했는데, 이번 주빈국 행사가 이같은 인식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외국 통신사가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써서 행사를 하느냐?’라든가 ‘한국 사람들이 너무 빨리 끓어오르고, 곧바로 식어버리는 경향이 이번 행사에서도 나타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공감하지만, 과도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나 유럽관의 선진국들은 이벤트보다는 저작권 상담과 계약에 열중하고 있는 반면 이벤트 행사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은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한 나라들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지요. 그같은 단계에 오를 때까지는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우리 문화를 알리려는 다양한 행사가 불가피하거든요.” 김 위원장은 다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고, 그에따라 보다 다양한 것을 압축해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다소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후속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백자 전시회를 담당했던 독일인 박물관장도 ‘앞으로 문화교류와 관련해 한국과 지속적 관계를 갖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며, 한국측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문화교류란 상호적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 해외 문화재도 돌려달라고만 고집하지 말고,‘잘 보존하고 전시해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려달라.’는 말이 현실적이고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프랑크푸르트 임창용특파원 sdragon@seoul.co.kr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낭독회·인터뷰 강행군 소설가 은희경씨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낭독회·인터뷰 강행군 소설가 은희경씨

    |프랑크푸르트 임창용특파원|“오늘 하루 다섯번째 인터뷰예요. 현지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이 생각보다 많아 놀랍네요.” 지난 14일 독일에 도착해 낭독회와 인터뷰 등으로 연일 강행군을 해온 소설가 은희경씨는 다소 지친 듯하면서도 차분하게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문학행사의 의미에 대해 답변을 풀어놓았다. 한국 문학인들의 순회 프로그램은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앞두고 주빈국조직위가 유럽에 한국 문학을 알림으로써 주빈국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마련했다.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 선정된 62인의 문인들이 지난 3월부터 독일 전역을 돌며 문학 낭독회를 진행해 왔다. 따라서 프랑크푸르트도서전 기간중 한국 문학행사는 지난 7개월간 순회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결산의 의미를 가진 셈. 3월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먼저 낭독회를 가졌던 은씨는 “그동안의 순회행사는 한국 문화와 문학에 호기심조차 보이지 않던 독일인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본다.”며 “이번에 와 보니 그때와 확연히 달라진 반응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특히 전시장내 행사장보다는 퀼른 문학의 집 등 문학애호가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은씨는 “사실 한국 문학을 소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곳의 낭독문화를 배워가는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선 주요 도시마다 ‘문학의 집’ 등에서 꾸준히 낭독회가 열리며, 이는 문학 발전의 중요한 토양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원래 ‘이야기꾼’의 전통이 있는데, 요즘엔 낭독문화는 거의 없다.”며 아쉬워했다. “한국 문학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도서전이 끝나더라도 해외 순회낭독회가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국내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엔 정부나 문화재단들의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sdragon@seoul.co.kr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종이책-첨단IT 접목에 탄성

    |프랑크푸르트 임창용특파원|“책과 매스미디어의 연결은 현대 모든 나라들의 과제지요. 전통적 종이책과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극적인 조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책 100-유비쿼터스북’관은 관람객들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곳중 하나. 관람객은 저마다 책 옆에 비치된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책 정보를 검색해보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한다.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프랑크 뵐스타인(32)은 “현대인의 감각과 필요에 부응한 한국의 기술이 놀랍다.”며 “예년에 비해 도서전을 관람하는 재미가 훨씬 쏠쏠해졌다.”고 흡족해했다. 유비쿼터스북은 한국 책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이번 도서전의 핵심 프로젝트. 한국의 거석문화를 상징하는 고인돌을 주된 모티프로 한 미적 구조물을 지지대로 삼아 특별히 선정된 한국책 100권과, 각각의 책 옆에 첨단 모바일 단말기를 설치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주빈국관의 핵심 컨셉트도 ‘직지에서 유북까지’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이 우리문화의 자랑스러운 과거였다면, 유비쿼터스북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우리 문화의 상징인 셈. 관람객이 일단 ‘한국의 책…’관에 들어오면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원하는 책의 정보를 다운로드하거나 책을 주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 내용의 일부를 다른 사람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또 필요하면 모바일 단말기 화면을 통해 전자책의 형태로 독서도 할 수 있다. 주빈국관을 총괄하고 있는 황지우 총감독은 “우리는 유-북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 압도적인 디지털 영상매체에 홀려 젊은이들이 책을 멀리하는 시대에 어떻게 책이 부활할 수 있는지, 텍스트의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도전적인 고민을 이번 대안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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