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들 ‘BBK 보도’ 보니
‘BBK 사건’은 17대 대선을 결정짓는 ‘쟁점 중 쟁점’이었다. 하지만 5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BBK 의혹 규명작업이 일단락된 지금, 사건을 균형 있게 다루고 의혹을 검증해야 할 언론 보도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BBK 사건’은 17대 대선을 결정짓는 ‘쟁점 중 쟁점’이었다. 하지만 5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BBK 의혹 규명작업이 일단락된 지금, 사건을 균형 있게 다루고 의혹을 검증해야 할 언론 보도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3주 동안 각 신문과 방송 매체들의 BBK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 핵심을 벗어난 보도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부 언론의 경우 스스로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특정 정당의 행보나 검찰 수사 발표 결과에 기사·보도 방향이 좌우되는 경향도 눈에 띄었다.
●김경준씨 가족 부도덕성 공격 치중
‘BBK 보도’의 본질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지만, 몇몇 언론은 김경준 가족을 겨냥해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는 데 치중하는 문제점을 보였다.
이들 언론은 제목이나 기사 내용에서 김경준을 ‘사기꾼’으로, 김경준 가족을 ‘미스터리 가족’(조선일보 11월22일자)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 검찰·정치권 주장만 중계
BBK 의혹을 언론 스스로 적극 검증하기보다 특정 정당의 주장이나 검찰의 수사 행보에 따라 논조가 좌우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5일 “BBK 사건 종결”을 선언하자 일부 언론들은 보도량을 대폭 줄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6일 BBK 기사는 조선일보 4건, 중앙일보 1건, 동아일보 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의 경우는 전날에 비해 BBK 관련 기사 건수가 줄기는 했지만, 계속 1면에 전진 배치하면서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사의 뉴스 보도와 프로그램 또한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했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2일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내보내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시선집중’측은 10일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며, 다음날 한나라당이 동일 시간, 동일 분량으로 반론을 펼치게 하는 등 균형을 지켰다.”면서 곧 집행정지와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 3사의 뉴스 보도는 심층적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문제점을 보였다.MBC와 KBS는 7∼9일 주요시간대 뉴스에서 ‘김경준 기획입국설’ 공방을 전했지만, 구체적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혹 해소 위한 비판적 접근 긴요
이같은 보도 방식에 대해 대선미디어연대 김동준 모니터본부장은 “검찰 발표를 믿을 수 있느냐 여부를 떠나서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남아 있는 만큼 언론은 계속해서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미디어연대 윤익한 방송팀장도 “정치권의 주장을 그대로 중계할 것이 아니라 의문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면서 좀더 신중하고 비판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