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독점시대 끝…권력 생산적 분배 필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3일 오전 KTX에 몸을 실었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차례로 방문,‘집토끼 잡기’에 나서는 길에 기자는 대전역까지 동행했다. 이 후보는 “정치가 선진화되려면 정치인이 정치를 선도해야 한다.”며 정치꾼이 삼류정치의 근원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치’의 요체를 제시했다. 최근 밝힌 재산 환원에 대해서는 1995년 펴낸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썼다고 상기시켰다. 대선 투표일을 눈앞에 두고 내놓은 선거책략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소회는.
-경선은 역사상 우리가 처음 해 보는 것이었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마지막에 받아들인 것은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본선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당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도대체 집권 세력, 여당 없는 선거라니, 이런 무책임한 정당이 어디 있나. 이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한나라당은 경선 때부터 정책선거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은 애당초 정책선거는 없고 정책준비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준비된 저 자신의, 한나라당의 정책을 모방해 가지고, 거기에 조금 더 가필했다. 아예 정책선거라는 것은 없고, 전적으로 네거티브 선거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측근·친인척 관리 스스로 알아서 할 것”
▶최근 측근이나 가족·친인척 관리와 관련해 가족 결의를 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제가 말을 안 하더라도 가까운 집안의 가족들이 아마 스스로 할 것이다. 그런 얘기다.
▶당락에 관계없이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환원할 생각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주위의 좋은 분들과 상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어제 갑자기 한나라당에서 BBK 특검을 수용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처음 듣는 얘기다. 검찰이 야당 후보 트집을 잡으려고 철저히 조사했고, 그러다 보니 무죄가 됐다. 특검이 겁나서가 아니라 (여당에서)이걸 총선전략으로 이용할까봐 지금 반대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파트너로 삼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도 이제는 권한과 책임이 독점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권력을 야합적으로 나누어 갖는다기보다는 생산적인 분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놓고 아직 논란이 많은데.
-그래도 청계천이나 경부고속도로 할 때보다는 초기 지지가 높은 편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공약이 아니다. 유럽이 ‘2010 백서’를 발표했는데 주 내용이 운하건설이다. 우리도 2013년부터 교토 의정서에 들어가려면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운하가 19세기식 토목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21세기의 운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정부 예산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 투자를 받아서 하고 외자를 유치하겠다.
▶지난 10년간 집권층의 대북 햇볕정책, 그리고 이회창 후보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이 어떤 면에서 다른가.
-남북간에는 대전제가 하나 있다. 핵이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결과가 핵 무장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면 과제는 북한 핵을 어떻게 포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비핵·개방 3000구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한국은 10년 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협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 퍼주기만 하고 아무런 실질적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한 햇볕정책과 가장 큰 차이다. 저와 이회창 후보의 대북관은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방법에서 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유연하고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점이 많은 데 비해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과거식 강경론이다. 이회창 후보가 저의 대북관과 안보관이 애매하다고 하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거나 출마 명분을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간에 많은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많은 것을 약속해서 다음 정부가 안 따라오면 안 되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을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다음 정부는 실현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 핵 폐기가 완성된 다음에 할 것인가, 그 전에 해도 될 만한 사업인가,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할 것이다. 중요한 합의는 다음 정부에 미뤄 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의 대미 외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노무현 정권 들어와 한·미동맹이 많이 약화됐다. 이념과 정치논리를 개입시킨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 동맹이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 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이 후보의 교육공약을 ‘재앙’이라고 혹평했는데.
-1년에 3만 5000명이 외국에 유학 가는 거 세계에 없는 일이다. 공교육을 전부 지원해서 공교육끼리 경쟁을 시켜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니라도 잘하는 학교가 있다. 대학도 포항 한동대 같은 경우는 시험 없이 뽑아도 우수한 학생들로 졸업시킨다. 제가 말하는 것은 딱 세 가지 목적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월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사교육비는 줄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도 교육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복지다.
▶4년 중임제 등 개헌 입장은.
-정치적 목적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들의 신뢰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기자실 폐지 등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들의 취재접근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언론을 지원하는 정책은 펴겠지만 언론 규제정책은 없을 것이다.
●“규제 없애고 인재 쓰면 지역감정 사라질 것”
▶국민통합 복안이 뭔가.
-국민통합은 경제살리기와 함께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정신이다. 국민이 분열되고 갈라져서는 경제를 되살리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어느 지역 출신이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우대받도록 해야 한다. 이 좁은 나라에서 서로 갈라져 싸우지 말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정치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각 지역이 다 함께 발전하고 능력위주로 인재를 쓰면 지역감정은 자연히 사라질 것으로 본다. 각 지역이 뛸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대표공약인 ‘747’(7% 성장,4만달러 국민소득,7대 강국)은 10년후 비전 제시용인데 5년 뒤 ‘639’는 가능한가.
-5년 안에 3만달러 가까이 되고,10년 후 4만달러 가까이 될 것이다. 세계 7위가 되느냐,8위가 되느냐는 상대국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년 경기 전망이 4%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정권이 바뀌면 6% 가까이 되고, 다음해 본궤도에 올라가면 7%도 될 것으로 본다.
정리 김지훈기자 k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