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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科擧길 걷기

    남북이 ‘경의선 복원’에 합의한 뒤 가장 각광받은 단어가 ‘실크로드’일 것이다.2,000여년전 중국 한나라의 사신 장건(張騫)이 수도인 장안(長安)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오간 후로 이 길은 유라시아대륙을 잇고 동서 문화가 넘나드는 데 중추적인 몫을 했다.지금은 ‘사이버 실크로드’라는 표현처럼 길의 의미,곧 교류를 상징하는 말로자리잡았다. 국내의 실크로드라면 서울 남대문에서 국토 동남쪽 끝인 부산 동래성까지, 대동여지도 상에 950리로 기록된 ‘영남대로’를 먼저 꼽을만하다.서울∼판교∼충주∼문경새재∼대구 파동∼밀양∼동래로 이어지는 이 길은 신라 때부터 점차 개척돼 조선시대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한 10대로(大路)가운데 하나가 됐다. 역사가 가장 오랜만큼 이 길에는 조상의 숨결과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다. 조선시대 영남·충청 선비들이 과거 보려고 상경한 행로이자우리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한 조선통신사의 여행길이다.반면에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침략로로 써먹었다.그처럼 문화사적인 가치가 높은 이 길이 1960년대이후 급속한산업화에 휘말려 이제는 그 정확한노정조차 잊혀질 판이다. 영남대로를 오늘에 되살리는 ‘옛 과거(科擧)길 대종주’행사가 산악인·시민·학생·장애인 등 모두 5,000여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20일동안 진행된다.6일 아침 부산 동래향교에서 과거길 떠나는 선비들을 환송하는 옛 의식을 재현하는 것을 시작으로,오는 25일 서울 경복궁 앞에서 벌이는 ‘장원급제 행차’로 끝맺는다.전문산악인 30명이앞장서 전구간을 종주하며 구간별로 그 지역 시민·보이스카우트·장애인단체 들이 걷기에 동참한다. 올들어 우리 옛길을 되찾고 직접 걷는 일에 관심이 높아진 계기는,서울대 유학생인 일본인 도도로키 히로시가 ‘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를 출간한 데 있었다.하지만 그 체험담에는 우리가 온전히 받이들이기에 적당치 않은 부분이 있어,우리 손으로 제대로 복구하자는뜻에서 산악인들이 이번 대종주를 계획했다. 이들은 올해 영남대로를 복원한 다음 서울∼천안∼전주∼해남의 ‘삼남대로’,서울에서 대관령을 넘어 강릉에 이르는 ‘관동대로’등을연차적으로되살릴 예정이다.‘옛길 찾기’에는 조상의 숨결과 애환을 직접 느낀다는 의미말고도 걷기를 장려해 국민건강을 드높이자는뜻이 있다.특히 ‘주5일 근무제’실시를 앞두고 국민생활에 새로운여가 형태를 제공한다는 취지도 포함했다.그러나 영남대로를 되찾는과정에서 기록이 부실하고 고증해줄 노인층이 거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났다는 이야기고 보면 ‘옛길 찾기’는 국민·정부 모두가 힘을 합해 이뤄야 할 문화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외언내언] 의대생의 ‘집단유급’

    전국 41개 대학 의대생 1만7,000여명이 투표를 해 다같이 유급하기로 1일 결정했다.혹시나 ‘수업 복귀’로 결론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투표 결과를 보니 안타까울 뿐이다.집단 유급은 의대생 본인과 그 가정,사회 전체에 백해무익하기 때문이다. 먼저 집단 유급이라는 수단이 옳은가부터 따져 보자.학생들의 동맹휴학이 유효하던 시절이 분명 존재했다.멀게는 조선시대에 성균관 유생들의 권당(捲堂·출석 점검에 나가지 않는 것,단식투쟁을 겸한다),공관(空館·대자보를 붙이고 성균관에서 철수하는 것)이 있었고,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독재정권 시절에도 동맹 휴학은 벌어졌다. 그것은절대권력에 저항해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의대생들의 주장은 시시각각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다.또 그 주장을 대변하는 의사 대표가 현재 정부와 협상 중이다.이같은 현실에서 집단 유급은 자해 행위에 불과하다.의사파업을 보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기억하기 바란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교육부는 집단 유급이 되더라도 내년도 의대신입생을 뽑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유급한 1학년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신입생을 계획대로 받아들인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의과대학들의 교수 숫자,교육시설 등 제반 여건이 그 정도로 여유가 있단 말인가. 설령 신입생을 뽑는다 해도 그들이 받을 부실 수업 등의 손실은 누구도 보상하지 못할 부분이며 장기적으로 의사의 질이 떨어질 것은분명하다.그러므로 현재 의대에 재학한다고 해서 새로 들어올 후배에게 피해를 입힐 권한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명심해야 한다. 의사 결정 과정도 무리가 많다.투표 결과 ‘유급 불사’는 51.8%,‘수업 복귀’는 47.2% 나왔다.곧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 받기를원한 것이다.그런데도 4.6%포인트 차이를 앞세워, 과반수가 넘었다는이유만으로 모든 의대생에게 동반 유급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옳지못하다.“이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없을것이다. 1년 유급은 개인의 장래 설계와 가정의 수업료 부담에도 큰 영향을미치는 일이다.이처럼 중요한 결정은 ‘행동 통일’을 명분으로 집단이 개인에게 강요할 사안이 아니다.결국 각자에게 선택을 맡겨야 한다.집단 유급은 수단이 그릇되고 남에게 큰 피해를 입히며,개인의 삶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위다.학생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국감 패트롤/ 포항제철

    1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포항제철국감은 ‘민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포철 민영화로 올해가 마지막 국감이 된 탓인지 소속의원 전원이 민영화 과정에서의 국부유출과 민영화 이후의 경영방안 등에 질의가 집중됐다. 또 일부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포철납품과 관련된 로비 의혹을 추궁했고 포항공대에 대한 포철의 지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첫 질의에 나선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은 “통일시대에 대비해북한지역에 제 3제철소 건립을 추진할 시기가 왔다”며 향후 10여년간 예상되는 매년 1조원 내외의 순이익으로 북한지역에 제철소를 건립하자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의원은 “민영화 과정에서 산업은행 주식예탁증서를 서둘러 해외에 매각해 2,400억여원의 국부 유출을 초래하게 됐다”며 민영화를 서두른 이유를 추궁했다. 또 민주당 조성준(趙誠俊)의원과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의원 등은 최근 불거진 포철납품과 관련된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로비사건에대한 정확한 진상과 청탁여부 등을 다그쳤다. 의원들은민영화 이후의 포항공대 지원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민주당 김영배(金令培)의원은 “지금까지 7,700억원이나 투자된 포항공대에 대한 포철의 지원이 외국인 주주들에 의해 반감을 사고 있는데 따른 대책”을 물었다. 답변에 나선 유상부(劉常夫)포철회장은 “포항공대에 대한 지원은연구자원과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생명공학 및 정보통신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며 포항공대의 자금운용은 수익성을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대한포럼] 전문가들의 집단주의

    시대는 바야흐로 전문직업인들의 세상이다.의사들이 파업한 지 오래됐고,예비의사인 의대생들은 31일 스스로 유급을 결정하는 총투표를했다.의약분업의 또 다른 당사자인 약사들 역시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자세다.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다.전교조 소속 7,000여명은 지난 24일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도심 시위를 벌였다.교사들이 평일에 연가를내고 시위에 나서는 바람에 각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일찍 귀가시키거나 자습으로 대신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그뿐인가.대한항공 조종사들은 파업 17시간 만에 회사를 굴복시켰는데,그 과정에서 이 회사의 국내외 항공편 대부분이 하루 반 동안 결항했다.심지어는 국가의 개혁정책을 최일선에서 수행해야 할 공무원조차 공무원직장협의회를 무기로 집단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불쑥불쑥 내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전문직 공화국’이 됐다.해방 이후 지금처럼 전문직이 힘을 발휘한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그러나 누구를 탓하겠는가.능력이 모자라서,또는 학업을 게을리 해 전문직을 갖지 못했음을 자책해야지 노력해서 힘을 얻은 그들에게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전문직들이 거리낌없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간단하다. 그들을 배제하고 나면 대체할 만한 수단이 우리 사회에는 없기 때문이다.의사들이 파업한다고 외국에서 수입할 수 없으며 아무나 진찰하고 수술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전문직답게 이같은 사실을 뻔히 알기에 그들은 시체말로 ‘배 째라’하며 기세등등하게 나아간다.이 모든일들은 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누구나 개혁을 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지난 8월 국정홍보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성인의 91. 6%가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의 걸림돌인 집단이기주의가 심각하다는데 94.7%가 동의했다. 개혁 추진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개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감수한다는 대답은 45.8%였으며반대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43.8%나 됐다.국민의 절반 가량이 본인은 손해보지 않는 개혁,곧 ‘나를 위한 남들의 개혁’만을인정하겠다는 이기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집단이 앞서 말한 전문직들로 보인다.환자가 죽어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 의사,아이들 수업을 내팽개치는 교사에게서 집단의 이익 말고 그들이 존중하는 가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그들은 “제대로 된 의약분업을 시행하려고”“공교육을 파탄시키는 정책을 분쇄하고자” 파업하거나 거리에 나선다고 주장한다.그렇지만그 깊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바깥사람들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비춰질 뿐이다. 전문직의 저항이 완강하면 개혁은 힘없는 보통사람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그래서 그 전문직들에게 묻는다.1970∼1980년대 대학 캠퍼스는 ‘독재 타도’시위로 타올랐다.시위대 선봉에 선학생마저 의대생에게만은 “민주주의가 된 다음에도 의사는 꼭 필요하다”면서 동참을 말렸다.민주화한 지금 그때의 빚을 기억하는가?전교조운동이 시작되자 적잖은 국민이 불안해하면서도 지지했다.‘참교육을 실현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고 교실을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믿어서였다.전교조의 합법화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루어졌고 그러므로 그때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엄혹한 독재의 시절 공무원들은 단체결성은 커녕 입 한번 제대로 뻥끗하지 못했다.이제 공무원단체를 결성했으니 법적으로 인정받은 권리 말고 다른 일에도 그 힘을 확인해 보려는가? 고통 분담 없이 개혁은 없다.개혁의 대상은 보통사람이 아니라 사회에서 더 많은 권리를 누리는 계층이다.전문직으로서 자아실현을 이룬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사회에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의 원칙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외언내언] 귀 씻고 눈 닦을 세상

    엊그제 한국토지공사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국회의원이 벌인 욕설 싸움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그 추잡한 언사야 신문·방송이 이미 자세히 보도했으니 다시 들먹여 새삼 불쾌해질 까닭이 없다.다만 그들이서로를 공박한 말 가운데 “저렇게 무식한 것들이 국회의원 하니 국회 질이 떨어지지”라는 대목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국회의원들처럼 상스럽게 욕설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을 지낸 분’과 ‘대통령을 하려는 분’ 사이에서도 최근 막말이오갔다.포문을 연 사람은 ‘지낸 분’이다.그는 신문·방송과의 인터뷰 등 기회 닿을 때마다 ‘하려는 분’을 향해 “능력도 지도력도 없다.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고 비난하더니 결국 “인간도 아니다”라는 극언까지 했다. 참다 못했던지 이번에는 ‘하려는 분’이 “우리 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모략하고 있지만 달이 공중에 뜨면 짖는 소리가 많은 법”이라고 되받아쳤다.‘달 보고 짖는 개’라는 말은 “어리석은 사람이남이 하는 짓이나 말에 공연히 놀라고 의심해서 소동함”을 이르는데….여하간 ‘두 분’ 다 보통 입심이 아니다. 국감장에서의 욕설 싸움,‘인간이 아니다’라는 라디오 인터뷰,‘(달 아래) 짖는 소리가 많다’는 대전 발언,이 모두가 지난 23·24일이틀 동안 국민의 귀에 들린 소리다.전직 대통령,야당총재,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언어 폭력’을 마구 휘둘러대니 이를 들어야 하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은 오죽 짜증스럽겠는가. 예로부터 우리 선조는 못 들을 것을 들으면 귀를 씻고,못 볼 걸 보면 눈을 닦는다고 했다.이는 중국 요(堯)임금때 사람 소부(巢父)와허유(許由)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설화 성격의 것이라 전하는 책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나온 ‘고사전(高士傳)’(황보밀 지음,예문서원) 일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요임금이 허유에게 나라를 넘겨주겠다고 하자 허유는 이 사실을 소부에게 알린다.이에 소부는 “어찌 그대의 빛남을 감추지 않았는가. 이제 내 친구가 아니다”라면서 냇가에 가 귀를 씻고(洗其耳),눈을닦았다(拭其目)고 한다. 먼 옛날 남의 나라 이야기만도 아니다.300년 전 조선 영조임금은 ‘불길한 말을 주고받거나 듣게 되면 (침소에) 들어올 때 양치질을 하고 귀를 씻었다’는 기록이 며느리인 혜경궁 홍씨가 남긴 ‘한중록’에 들어 있다. 이제 우리는 귀 씻고 눈 닦아야 할 세상에 살고 있다.번거롭긴 하겠지만 스스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려면 어쩌겠는가.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외언내언] ‘퇴직자 선발’시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커닝 6도(道)’라는 글을 간혹 만나게 된다.“커닝(시험 부정 행위)에도 6가지 도가 있으니,첫째는 감독자의 특성과 우등생의 위치를 아는 것으로 이를‘지(智)’라 한다.”로 시작하는 내용은 어느새 읽는 사람을 슬며시 미소짓게 만든다.학창 시절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학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100일주’‘88주’‘30주’등 특정한 날을 기념한다는 핑계로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는관습이 요 몇년새 생겨 기성세대를 걱정하게 만든다.‘커닝’이나 ‘100일주’ 말고도 시험에 얽힌 추억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사십넘은 나이에 시험보는 꿈을 꿔 쩔쩔매다 종료 벨소리에 놀라 깨어났다는 이야기도 흔히 듣는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기에 노력의 성과를 확인하는 ‘시험’과 어려서부터 마주친다.요즘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격증을 따거나 승진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니 그것은 이제 학창시절만의 문제가 아니다.6급이하 공무원들이 승진시험을 볼 만큼 경력을쌓으면 ‘한직’을 자원해 시험준비에 몰두하는 것도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그래도‘시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만을 느끼지 않는 까닭은,그것이 성장의 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대구·부산 등지의 일부 구청에서 실시하려던 직무능력 평가시험이 대상 공무원들의 거부로 무산됐다.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미화원·불법주정차 단속원·운전기사 등 기능직 하위공무원들에게 필기와컴퓨터실기 시험 등을 보게 해 그 결과를 구조조정에 반영할 계획이었다.한마디로 시험성적이 나쁜 사람을 공무원 사회에서 쫓아낸다는것이어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시험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잣대인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어느 직역(職役)에나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수단은 아니다.거리 청소를 하고 주정차 위반 차량을 가려내는 데 전문지식과 컴퓨터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그런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출·퇴근에 따른 성실도,업무 성과,동료·민원인의 평가 등 다양한 업무능력 평가방법이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굳이 시험으로 대상자를 고르겠다는 사고방식은 관료사회의 편의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더욱이 시험이란게 입학·승진 등 개인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여야 하는데,‘쫓겨날 사람을 고르는 시험’이라니 이 얼마나 잔인한 발상인가.앞으로 우리는 길거리에 청소차를 세워놓고 수험서를 뒤적이는 환경미화원,동네 가게에 죽치고 앉아 공부에 열중하는 주정차단속원을 자주 만나게 될모양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前청와대 행정관 구속

    포항제철 납품관련 사기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20일계약해지된 포철 납품업자에게 자신의 금융기관 빚 1억여원을 갚도록한 전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김상원씨(39·4급)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계약해지된 포철 납품업자인 세진산업대표 구모씨(40·구속)가 지난해 4월 청와대에 “납품계약 해지가 억울하다”는 진정서를 접수하자 이를 처리해주겠다며 구씨에게 자신의 은행대출금 1억2,000여만원을 10차례에 걸쳐 갚도록 한 혐의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대한포럼] 의문사 진상 밝히는 길

    ‘의문사(疑問死)’라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는 ‘의문스러운 죽음’이라는 문자상 의미 말고도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일정 부분 함축한다.‘독재정권때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폭력에 의해 민주화운동 관련인사가 희생된 사건 중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바로 ‘의문사’ 개념이다.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또 위원들이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하는 장면을 TV로보다가 문득 1987년 6월을 떠올렸다. 신군부의 독재권력이 막바지 기승을 부린 그때 시위를 취재하느라명동성당 일대에서 살다시피했다.독재의 칼날이 번뜩이는데도 점심시간에는 자연스레 모여든 시민들이 성당 앞길을 메웠다.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앞치마를 두른 채 뛰어나온 인근 음식점의 아줌마들,정장을 하고 갈 길을 재촉하던 초로의 신사까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종철이를 살려내라,한열이를 살려내라”고 외쳤다.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이번엔 다르다.이제는 이긴다”는 확신이 들었다.그것은 ‘항쟁’이 아니라 ‘시민혁명’이었다. 군부독재의 긴 사슬을 끊은 ‘6월 시민혁명’은 두 젊은이의 죽음으로 촉발됐다.그해 1월 서울대생 박종철(朴鍾哲)군이 경찰에 끌려가고문 끝에 숨진 사실이 넉달만에 드러난 뒤 국민의 분노는 들불처럼번져나갔다.6월9일 연세대생 이한열(李韓烈)군이 모교에서 시위 중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숨지자 분노는 마침내 폭발했다. 경찰은 처음 박군의 사망 원인을 “(책상을)‘탁’치니 ‘억’하고죽었다”고 발표해 쇼크사로 몰아가려고 했다.가톨릭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이 진상을 추적하고 언론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았더라면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은 여태껏 의문사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진상이 밝혀져 명예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박군의 죽음은 그나마 덜억울한 편이다.“술 기운에 발을 헛디뎌 저수지에서 익사했다”고 발표된 조선대생 이철규(李哲揆)군,‘녹색사업’으로 군에 끌려가 제대 8일을 남겨놓고 염세자살했다고 처리된 성균관대생 이윤성(李潤聖)군 등 제2·제3의 숱한 ‘박종철’들이 아직도 사인규명과 해원(解寃)을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 있다면 지금 30대 중후반.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나름대로 포부를 펼치면서 삶의 희로애락을 엮어나갈 나이다.그러나 그들은 갔고 우리는 살아 남았다.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는 민주사회를 이룩해 자유와 권리를 누린다.그러므로 의문사한 넋에게서 굴레를 벗겨내고 그들의 명예를 되찾아주는 일은 ‘살아 남은 자’의 의무다. ‘진상규명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지만 솔직히 성과를 크게기대하기 어렵다.위원회는 사건마다 6개월에서 9개월까지 기초조사를 하게 된다.수사권을 갖지 못한 위원회가 길어야 9개월 동안에 은폐된 진상을 파헤칠 수 있을까? 모든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과연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까? 결국 기대할 것은 사건 관련자들의 참회와 자백뿐이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집권후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흑백갈등을 치유했다.가해자인 백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가혹행위의진상을 고백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우리 사회도 똑같은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의문사의 진상을 밝히는 주목적은 역사에정의를 세우고 가신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이지 관련자를 처벌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아니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약속하는 방식의 결단이 필요하다. 21세기 민주화한 한국사회에서 ‘의문사’ ‘민주열사’ 같은 말은이제 사라져야 한다.그 단어는 역사책에,그들을 기리는 기념물에,그리고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민주주의를 키우고 보호하는 버팀목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ywyi@
  • [외언내언] 조용수와 ‘역사의 승리’

    1961년 서른한살의 젊은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趙鏞壽)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그때 이미남북협상·이산가족 재회 등을 주장하며 평화통일 실현에 앞장선 언론인의 비극적인 종말은 주의를 끌 만했지만 그 이름 석자는 오랜 세월 독재정권의 그늘 속에 묻혀왔다. 민주화를 이룬 요즘도 통일운동·혁신운동·언론탄압의 역사,또는독재권력의 ‘사법 살인’을 폭로하는 사례에서 언급될 뿐 보통사람이 쉽게 접하는 영역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그를 본격적으로다룬 책은 언론노조연맹이 총서의 하나로 발간한 ‘조용수 평전’(원희복 지음,1995년 간)정도가 눈에 띈다. 그 조용수가 15일 밤에 방영한 MBC-TV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되살아났다.‘민족일보와 조용수’라는 부제의 이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은 ‘박정희는 왜 조용수를 죽여야 했는가’라는 물음에 초점을 맞추었다.좌익 전력이 있는 박정희(朴正熙)는 미국이 ‘5·16쿠데타’의 성격을 의심하자 조용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제작진은 미국에서 발굴한 관련문서와 쿠데타 주역의 회고록등을 통해 그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때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 한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 의지가 세계적으로 공인됐다.아울러 국내는 연일 축제분위기에 젖어 있다.김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상이 결정된 뒤 노르웨이 국영 TV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정의는 당대에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왔다”고 밝혔다. 군부독재 최대의 ‘적’인 김대통령이 여러차례 생명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오늘에 이른 과정을 안다면 누구나 그 말에 공감할 것이다.그리고 조용수에게도 그 진리가 적용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TV프로그램에 나온 당시 민족일보 기자의 말처럼 조용수는 죽었지만 그는 옳았고 결국 이겼다. 우리는 질곡의 현대사를 겪었기에 아직 승리하지 못한 ‘정의’가적잖게 남아 있다.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이념으로포장된 정치적 살인, 군부독재 시절의 의문사들-이 모두가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야할 일들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청와대 前행정관도 포철 납품로비 개입

    포철납품과 관련된 로비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전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김모씨(39·4급)도 납품로비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유상부(劉常夫)포철회장에게 납품로비를 시도한세진산업 대표 구용회(40·具龍會)씨가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김씨에게도 포철납품을 위한 로비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구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김씨가 지난해 5월 이후 포철 납품로비에 관여했고 그 대가로 상당액의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중순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소환장을 보냈으나 지금까지 직접 조사는 없었다. 검찰은 “조만간 김씨를 소환해 포철납품과 관련된 로비의 실체를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 청와대 행정관 김씨는 포철납품 로비사건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청와대 파견근무가 해제된 후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포철 납품” 미끼 1억9,000만원 사취

    대구지검 포항지청(지청장·文孝男)은 포철 납품업자에게 접근해 “포철이 해지한 납품계약을 재계약시켜 주겠다”며 1억9,000여만원을받아 가로챈 문창일(45·서울시 중구 신당동),김태호(43·서울 서초구 방배동),김성권(37·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윤여성씨(45·서울강남구 도곡동) 등 4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 등은 포철납품업체인 세진산업 대표 구용회씨(40·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가 수입면장을 위조하는 수법으로염화칼륨 납품 대금을 편취했다가 포철에 발각돼 계약해지된 사실을알고 구씨에게 접근해 “정계실세에게 부탁해 다시 납품할 수 있도록해주겠다” 며 지난해 4월부터 4회에 걸쳐 1억9,000만원을 받아 나눠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구속된 문씨는 3공화국때 체신부장관을 지낸 문모장관의 아들로 구속될 때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동생인 김대현 한국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의 비서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태호씨는 현직 박모장관의 조카 사위이며 김성권씨는 정모 전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것으로 밝혀져 그동안 정치권 인사들이 포철 주변에서 납품 등 이권에 개입한다는 소문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 됐다. 특히 수사 결과 문씨가 지난해 7월 포철 서울사무실을 방문,유상부(劉常夫)회장에게 구씨의 납품건을 청탁했으며 이자리에는 대통령의 조카이자 김 이사장의 아들인 김모씨(35·모 항공사 근무)가동석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 조카 김씨의 경우 문씨를 따라가 포철 유회장에게 인사만 건넸을 뿐 범행과 관련된 역할이 없어 소환 등 조사는하지 않았다” 고 밝혔다.검찰은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 주변인사 등이 문제 해결 능력도 없이 돈을 받은 것”이라면서 “유회장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실패한 로비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편 수입면장을 위조해 포철로부터 6억7,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챙기다 공문서 위조 및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된 세진산업대표 구씨에게는 뇌물공여혐의가 추가됐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외언내언] 잊혀진 장애인올림픽

    1988년 2월 첫 해외 출장으로 태국에 갔을 때 일이다.당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거듭한 데다 서울올림픽까지 눈 앞에 둔 터여서 ‘동남아의 후발국가쯤이야’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공항을 벗어나 방콕 시내로 들어가면서 그같은 자만심은 쏙 들어가버렸다.창밖으로는 육교가 자주 보였는데 국내에서 보지 못한 장애인 전용통로가 빠짐없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태국에서 처음 본 장애인용 육교는 화려한 불교사원과 감미로운 남국 정취 못잖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해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에 이어 제8회 장애인올림픽이 열린 덕에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당시 언론은 ‘장애인에관한 바른 인식이 아쉽다’며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고 이에 호응하듯 문화예술계,종교계,행정 당국이 앞다퉈 갖가지 관련 행사를 벌였다. 자원봉사자는 넘쳐났고 조직위윈회에 전달된 성금이 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서울장애인올림픽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올 가을 우리 사회에서 장애자의 위상은 어떠한가.요즘은 웬만한시설물에 장애인 통로가 설치돼 있다.동네 슈퍼마켓에도 설치돼 있으나 그곳에는 늘 상품이 잔뜩 쌓여 있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장애학생 특수 학급을 개설한 초·중·고교가 전국 3,145곳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갖춘 학교는 시·도에 따라 9.1∼30.5%에 불과하다.지난달 30일에는 서울의 한 주부가 선천성 터너증후군을 앓는 7살 난 아들을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곧바로 자수한 어머니는 “아이가 평생 겪을 고통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어머니의 그릇된 판단과 인륜을 저버린 행동을 나무라기에 앞서 그 말은 “직접 범행을 저지른 것은 나지만 이 사회의 모두가 공범”이라는 외침으로 변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시드니올림픽에 이어 장애인올림픽이 오는 18∼29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13개 종목에서 금메달 12개를 목표로 하는 우리 선수단 89명은13일 장도에 오를 예정이다.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장애인 선수들은국민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말 못할 고생을 치렀다고 한다.각지에 흩어진 연습 장소를 오가며 종목별 또는 개인별로 숙식을 해결하는 데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심지어 “올림픽에 나가려면 직장을 그만두라”고 한 사업주까지 있었다고 한다. 장애인 체육은 더 이상 재활의 방편이나 국가 체면을 지키는 수단만이 아니다.정상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기량의 완성도와 불굴의의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을 즐길 권리가 있다.그 권리를 떠받치는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외언내언] 다시 한글날에

    오늘은 한글날이다.해마다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한글 자랑부터 해보자. 한글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글자 가운데 가장 과학적임을 인정하는외국 학자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두 가지만 소개한다. 미국 시카고대의 J 매컬리 교수는 “한글은 가장 과학적으로 창제한문자이므로 언어학자로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그 날은 세계인 모두가 축하해야 할 날”이라고 강조했다.영국 언어학자 G 샘슨은 “한글은 인류가 쌓은 가장 위대한 지적(知的) 성취의 하나로 꼽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한국에 들어와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평가도 “매우 쉬우며 편리하다”는 데 일치한다.대부분 하루 만에 한글을 떼었다고 하며 빠른 사람은 두세시간 만에 익혔다고들 한다.한글을 배운 뒤에는 거리에서 ‘버스’‘호텔’‘슈퍼마켓’ 같은 간판들을 보며 그 정확한발음 표기에 다시 한번 놀랐다고 말한다.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한 일이나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큰 공을 남긴 이에게 주는 상에 ‘King Sejong(세종대왕)’이라 이름 붙인 사실도 한글의 우수성을 ‘보증’하는 사례다. 그런데 외국 학자조차 “세계인 모두가 축하해야 할 날”이라고 말하는 한글날을 우리는 어떻게 대우하는가.1926년 ‘가갸날’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한글날은 1946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제정되면서 공휴일로 지정됐다.그러나 노태우(盧泰愚)정권 시절인 1990년 11월 국군의 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다.표면상의 이유와는 상관없이 실제로는 공휴일이 너무 많은 데다 특히 국군의 날(1일)·개천절(3일)·한글날(9일)이 몰려 있어 생산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것 때문이었다.그래서 ‘억울하게’희생된 뒤 한글날은 이제 기념식장에서나 존재할 뿐 잊혀진 날이 됐다. 최근 신기남(辛基南·민주당)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32명이 한글날을 국경일에 포함시키고자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이들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아 국회가 열리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모처럼 여의도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우리 말과 글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는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한글날이 국경일로 된다고 해서 바르고 고운 우리 말글이 곧바로 되살아난다고 억지부릴 생각은 없다. 다만 한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훨씬 늘어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문화의 시대’‘지식정보강국’을 진정 원한다면 그 토대인 한글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외언내언] 三聖祠 복원

    이땅 곳곳에 남은 단군 유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황해도 구월산의 삼성사(三聖祠)였다.환인·환웅·단군 등 3대(代)의 성인을 모신 이 신묘(神廟)는 고려 초기인 1006년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역사가 오랜 유적이다.조선 태종때 이를 폐지하고 단군제사를 평양 단군릉으로 합치니 황해도에 오랫동안 나쁜 병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1472년 성종이 전면 보수하고 제사를 봄·가을로 지내게 했다.영조·정조 때도 임금이 직접 보수를 명하거나 축문을 보낼 정도로 국가가 제사를 주관한 단군 숭배의 현장이었다. 그런데 일제(日帝)는 1916년 삼성사를 파괴한다.추석날 대종교 초대 교주인 나철(羅喆)이 이곳에서 제천의식을 올리고 자결하자 이를 빌미로 헐어버렸다.한민족의 뿌리를 자르려면 단군의 실체를 부정해야하므로 일제는 평소 삼성사를 눈엣가시로 여겼다.그런데 나철이 자결해 민심이 동요하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일제는 이후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해 한민족 역사를 뿌리 없는 것으로 만들었고 그폐해는 지금껏 이어져아직도 학계에서는 단군의 실재 여부를 논란거리로 삼는다. 그 삼성사를 북한이 복원해 최근 성대한 준공식을 가졌다.조선중앙방송은 이를 보도하면서 “삼성사는 고조선 시기부터 민족의 시조 단군을 숭상해 제를 지내온 역사가 가장 오랜 사당”이라고 소개했다. 보도가 간략해 ‘고조선 시기부터 존재했다’는 주장이 무엇에 근거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삼성사 복원은 어쨌든 축복할 일이다. 북한은 1993년 10월 평양시 강동군 강동읍 대박산 단군릉을 발굴,5,011년(서기전 3018년)된 단군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이는 서기전 2333년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삼국유사’ 기록보다 그 연대를 700년 가량 끌어올린 주장이었다.당시 남한 학자들은 대부분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보강하려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냉소적인반응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우리의고대사 연구 자세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제 한민족은 분단의 역사를 딛고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의 출발점에 섰다.1,000년 넘게 국조(國祖)로 추앙받아온 단군은 우리의 뿌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민족 동질성 회복에 큰 몫을 할 것이다.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단군상을 훼손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고교 국사교과서조차 ‘고조선의 건국 사실을 전하는 단군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시조 신화’(27쪽)라고 격하하고 있다.나흘 뒤면 개천절이다.학자건,보통사람이건 ‘우리에게 단군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새천년 우리고장 핫 이슈] 포항 송도백사장 유실

    경북 포항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유실에 대한 원인규명과 보상문제로영일만이 뜨겁다. 연구기관에 따라 유실원인이 다르게 나오면서 향후 복구와 피해보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당사자간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송도지역상인과 주민들은 21일 집회를 갖고 1,000억원대의 보상을요구하는 등 거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백사장이 포철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이번 공방은 원인규명과 보상 여부에 따라 전국 연안에서 이뤄지는 매립 등 각종 개발에도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송도해수욕장은 70년대 중반까지는 명사십리(明沙十里)로 유명했다. 특히 완만한 경사의 해저면과 영일만에 감싸여 호수같은 잔잔한 물결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이 당시 송도 해수욕장에는 140개가 넘는 횟집과 100여개곳이 넘는여관 등 숙박업소가 성업을 이뤘다.여름철이면 대구·경북권 뿐아니라 전국에서 하루 1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려들었다.당시 변변치않았던 지역경제 회복에도 큰 몫을 담당했다. 포철이 들어선지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송도해수욕장은 사뭇 다르다백사장은 여기저기 움푹 패인데다 50∼60여m에 이르던 백사장 너비가 이제는 불과 10∼20m로 줄어들었다.모래사장도 금빛에서 진흙과자갈이 많은 땅으로 변해 버렸다. 당연한 결과지만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에도 피서객의발길은 어쩌다 눈에 띨 정도였다.성황을 이뤘던 해수욕장 주변 횟집이나 숙박,요식업소들도 사라졌다.지금은 6∼8개의 횟집과 1∼2개의구멍가게만이 백사장을 지키고 있다.폐허가 되다시피한 살풍경한 해수욕장이 돼 버린채 무심한 파도만이 백사장을 쉴새없이 할퀴고 있을뿐이다.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백사장 축소와 바다오염 등으로인해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급기야 해수욕장 상인들은 해수욕장 황폐화의 주범으로 포철을 의심하게 됐고 정확한 원인조사를 포항시에 요구했다. 포항시는 1억4,000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한동대 건설환경연구소에백사장 유실원인 및 복구,보전방안을 용역 의뢰했다.한동대는 지난달10일 “송도백사장의 유실 원인은 포철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한동대는 “포철이 68년부터 84년까지 16년동안 부지조성을 위해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2,400여만㎥의 모래를 준설했고 형산강 하구의 유로를 변경하면서 백사장 유실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송도해수욕장 상인들로 구성된 상가보상위원회(위원장 정진홍)는 포철에 피해보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항시와 의회도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백사장의 복구 및 보존대책을포철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포철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다만 포철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조사를 의뢰해 최근 그결과를 발표했다.RIST는 “폭우등으로 인해 70년에서 84년에 걸쳐 수심이 깊어진 뒤 84년 이후 회복추세를 보이다 98년 폭풍 이후 다시 깊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백사장 유실은 자연현상 때문이란 것이다. 문제는 RIST측의 이같은 연구결과제시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장 상인이나 일반 시민들은 이미 이들의 주장을 크게 믿지 않는데 있다. 포철 또한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을뿐 아직까지는 RIST의 주장을 협상 근거로 내세우거나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포철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포항시와 의회는 지난 1일 “포철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면서 “조속한 시일내 문제해결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포철측은 “포항시를 상대로 보상 및 복구대책에 대해 협의를 준비하고 있고 이에 필요한 절차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다만 한동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조사한 송도 백사장 유실 원인이 상충되기 때문에 제3기관에 용역을 의뢰,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유실문제는 지역적인 문제로 끝나지는않을 것으로 전망된다.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남·서해안 전역에서 과다할 정도의 매립과 준설이 이뤄졌다.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포항에서 이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면 하루에도 수면높이가 10m 안팎으로 변하는 남·서해안의 환경변화는 이보다 훨씬심할것으로 추정된다.송도해수욕장 문제는 전국의 연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개발과 해안선 변화에 대한 보상과 복구에 큰 선례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인터뷰] “보상 협상에 포철 성의를”. 송도 해수욕장 백사장의 유실 진행을 눈으로 지켜 보면서 쇠락을 함께 한 것은 바로 이일대 상인들이다.이들에 의해 백사장 유실 원인의규명작업이 시작됐고 급기야 보상과 복구문제가 공론화되는데 이르렀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결집하고 포철과의 보상협상에 나설 주체로 ‘상가보상위원회’를 구성해 놓았다.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진홍(鄭鎭弘·43)위원장으로부터 백사장 유실 원인과 보상,복구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들을 알아본다. ■위원회의 활동상황 및 향후 계획은한동대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포철이 원인규명 및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 21일부터 형산강둔치에서 상인 및 주민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앞으로도포철이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한동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백사장 유실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결론을 내렸는데 양 연구기관이 발표한 유실원인은 자연재해와 매립으로 크게 다른것으로 발표됐다.그러나 이는 연구·조사에 대한결론도출 과정에서발생한 견해 차이일 뿐 조사 내용면에서는 서로 비슷한 부문이 많았다. 다시말해 포철 건립에 따른 대규모 해안매립과 자연재해 등이 서로상승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포철은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상인과 주민,포철이 함께 선정한제 3의 공인된 조사·연구기관에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현재의 조사결과가 나오는데도 3~4년의 세월이 지났다.또다시 원인조사를 벌인다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이 따르게 돼 거부한다.현재 남아있는 상인들은 해수욕장 경기 침체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 이동구기자
  • [외언내언] 落果 팔아주기

    농협 경북지역본부가 ‘낙과(落果)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군 지부와 출장소에 설치한 ‘임시직판장’에서 첫날인 지난 20일 배 15㎏들이 200상자가 팔렸다.낙과라지만 겉에 흠집이 조금 났을뿐 맛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값은 상자당 1만원으로 정상가(2만7,000∼2만8,000원)보다 크게 낮아 인기가 높다고 한다.또 농협 경북본부는 사과를 1㎏에 125원씩 전량 수매하는데 이 사과는 경북능금농협가공공장에서 사과주스로 재생산된다. 이번에 ‘팔아주기 운동’의 대상이 된 과실은 물론 지난번 제14호태풍 ‘사오마이’에 맞아 떨어진 것들이다.이 태풍으로만 경북에서피해를 본 과수 면적이 2,800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중앙재해대책본부는 태풍이 지나간 뒤 전국의 과수원 피해 면적을 3,308㏊라고 발표했는데 각 지역민들의 말을 들어 보면 실제 규모는 더욱 클것으로 짐작된다. 올 여름 들어 우리나라는 이미 네 차례나 물난리를 겪었다.7월 하순에는 경기 남부,8월 하순에는 충남과 전남북,경기 북부 일대가 게릴라성 호우로 물에 잠겼다.또 ‘사오마이’에 앞서 제12호 태풍 ‘프라피룬’이 8월31일 기습하는 등 태풍도 두 차례 침입했다.그 결과전국의 과수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예컨대 충남 서산의 배 수확량은 257t 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1,857t에 비해 14%에 불과한 수준이다.나머지 1,600t은 땅에 떨어져 나뒹굴 가능성이 크다는얘기다. 우리사회에는 현재 수입과일이 넘쳐난다.대도시에서 웬만한 크기의슈퍼마켓에만 가도 바나나 오렌지 자몽(그레이프프루트) 따위는 흔하며 때로는 이름조차 생소한 수입과일을 만나게 된다.거듭된 태풍 피해로 배 사과 등 국산과일 값이 크게 올랐으니 값싼 수입과일에 손이가게 된다. 그렇지만 이 가을엔 입맛을 낮춰 낙과로 만족해 보자고 제안한다.모양새나 맛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낙과에는 농민이 한해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수재의연금도 예년보다 훨씬적게 걷힌다고 한다.의연금도 필요하지만 낙과를 적극적으로 사주는것도 피해 농가를 돕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농협 경북본부는‘낙과 팔아주기 운동’을 현재 도내에서만 전개하는 것 같다.그러나 농협이 전국적으로 탄탄한 판매망을 갖춘 조직인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일을 추진하면 더욱 큰 성과를 얻을 것이다.아울러 인정에만 호소할 게 아니라 가정에서 낙과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가공식품을 적극 홍보한다면 주부의 손길을 자연스레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수뢰 申丁 울진군수 구속

    대구지검 영덕지청은 20일 광산개발과 관련,업체대표로부터 8,000만원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신정(申丁·58)울진군수를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군수는 울진 모 광업소 대표 김모씨(67·경북 울진군 서면)로부터 지난해 초부터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대에 대리석의 일종인 광형석 광산개발 허가와 군이 추진하는 4만5,000여평 규모의 쓰레기매립장 사업과 관련,이태리 가구와 침대,자수정 목걸이 등을 받는 등 최근까지 10여차례에 걸쳐 향응과 금품 등 8,9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울진 이동구기자 yidonggu@
  • [외언내언] 敬老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77세 노인에게 꾸중을 들은 중3학생(15)이 노인을 따라 전철에서 내린 뒤,뒤쫓아가 승강장 계단에서밀어뜨린 사건이 최근 있었다. 등을 차인 노인은 10여m 아래로 굴러떨어져 뇌출혈을 일으켰고 불행히도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철부지소년이 욱하는 감정으로 저지른 일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미덕인 경로(敬老)사상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아픔을 느낀다. 충효(忠孝)와 더불어 경로사상은 우리가 오래 가꾸어온 가치관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같은 가치들을 이제는 버려야 할 구시대의 폐습인양 홀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그 밑바닥에는 충효 등의 기성 가치체계가 지배층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악용돼 왔다는 불신이 깔려 있는 듯이 보인다.그러한 생각을 무조건 틀렸다고만 하기는 어렵다.멀리 조선시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1960∼1970년대 통치자는 ‘충’을 국가가 아닌 개인에 대한 충성으로 교묘히 변질시킨 바 있다.‘효’가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몫을 한다는 점도확실하다. 그렇더라도 ‘충’과 ‘효’의 본질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21세기 어느 문명사회건 나라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의 효도를 주요 덕목으로 삼지 않는 곳이 있단 말인가.차이가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방식과 가치의 우선순위 정도일 것이다.‘경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마침 지난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였다는 사실은 ‘노인 존중’이 전 문명의 공동관심사임을 명확하게 알려준다.다만 이시점에서 고려할 사항은 “나이 많은 분이니 ‘무조건’공경하고 따르자”는 식의 주장이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왜 노인을‘우대’해야 하는지 기본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노인은 우선 어린이·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약자다.신체·정신적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력도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따라서 약자인 노인을 부축하고 보호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의무다.경로 대상인 이 시대 노인들의 삶도 되짚어 보자.올해 만65세(1935년생)가 넘는 분들은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시절에 태어나 소년·청년기에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었다.경제성장기에는 베트남의 정글에서,중동의 열사(熱砂)에서 피땀을 흘려가며 사회적 부를 축적했고 민주화를 뒷받침했다.한마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형성한 선배일꾼들이다.그들은 젊은 세대에게서 존경받고 보상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그러므로 우리는 ‘해묵은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때문에 노인을 우대해야 한다.그리고 그것은 장래 우리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알콩달콩 남녀사랑의 뮤지컬 ‘듀엣’

    가을에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 뮤지컬 ‘듀엣’이 10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 장기공연된 닐 사이먼의 ‘They’re playing our song’을 원작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97년 ‘사랑에 빠질때’란 제목으로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됐던 것과 달리 ‘듀엣’은브로드웨이 제작사와의 협의를 거쳐 최대한 원작의 내용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잘나가는 작곡가 버논과 작사가 소냐의 밀고당기는 사랑싸움,알콩달콩한 연애담이 중심 줄거리.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웃음,사랑,눈물,반전 등 닐 사이먼 특유의 탄탄한 드라마가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두주인공 외에 각각 3명씩의 분신이 등장해 사랑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뮤지컬계의 손꼽히는 커플 남경주,최정원이 전작 ‘렌트’에 이어 또다시 연인으로 출연한다.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연출가 김철리의 솜씨도 기대해볼만.17일까지의 공연은 30% 할인된다.화·토·일오후 4시·7시30분,수·목·금 오후7시30분.1588-7890이순녀기자 coral@
  • 한가위 민속놀이 지자체마다 ‘한아름’

    ‘모처럼 모였으니 윷도 한판 걸지게 놀고,뜀박질도 하며 고향의 정을 듬뿍 담아가십시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한가위 연휴를 맞아 민속놀이 마당을 비롯,씨름대회나 노래자랑,체육대회 등 군 또는면 단위별 다양한 행사를 마련,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다음은 자치단체별 주요 행사의 개최 일정이다. ●‘南의 소리 北의 탈춤' 행사. 서울시는 11∼13일 오후 3시부터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 광장에서‘남의 소리,북의 탈춤’을,12∼13일 이틀간 공동마당에서는 ‘민속놀이를 통한 남북의 하나됨’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추석 행사를개최한다. 특히 ‘남의 소리,북의 탈춤’ 공연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19호로서울 및 경기,서도(西道)지방에서 불리던 ‘선소리 산타령’이 재연된다. 문창동기자 moon@. ●경기민요·잡가등 선보여. 경기도 고양시는 15일 오후 4시 문예회관 공연장(031-919-0019)에서한가위 뒷풀이 한마당을 개최한다. 이번 한마당은 노인들을 위한 국악·무용 경로공연으로 1부에서는고양무용협회 및 고양국악협회 회원 50명이 출연,태평무·승무·검무·장고춤 등을 선보인다. 이어 2부에서 경기도 예능보유자 이성희씨가 나와 경기 잡가를,한국민속예술단 회원들이 가야금·거문고·대금 연주 및 경기민요 모음을각각 선사하며 흥을 돋운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唐에 끌려간 의자왕 넋 위로. 13,14일 충남 부여군 양화면 암수리 유왕산 일대에서는 유왕산(留王山) 추모제가 열려 나당(羅唐)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뒤 당나라로 끌려간 백제 의자왕과 백성들의 넋을 달랠 예정이다. 97년부터 열려 올해로 4회째인 행사는 13일 저녁 9시 유왕산에서 의자왕과 백제 유민에 대한 추모제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14일 부여군 주민들이 포로가 된 백제 백성과 당나라 군사로각각 분장,18척의 배로 용인산에서 갓개포구∼유왕산∼금성곶까지 4㎞구간의 금강을 지나며 통한의 당시 상황을 재연한다. 부여 이천열기자 sky@. ●엑스포 행사장서 지신밟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0’이 열리고 있는 경주시 천군동 보문단지내 엑스포행사장에서는 11,12일 민속공연과 민속놀이 등 한가위대축제가 펼쳐진다. 축제에서는 전통풍무악 예술단 ‘랑’이 출연,전승의 마당을 출발해 엑스포 행사장 전역을 돌며 벌이는 “잡귀 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란 내용의 ‘한가위 지신밟기’를 한다. 또 전승 마당에서는 포항 정보여고 학생들이 한가위 달밝은 밤에 모여 손잡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마당놀이인 ‘월월이 청청’을 선보인다. 경주 이동구기자 yidonggu@. ●전남 전역서 348개 행사. 한가위 연휴 동안 전남지역 22개 시·군에서는 윷놀이와 농악놀이·체육대회 등 모두 348개의 행사가 마을별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전남 진도 향토문화회관(061-543-0522)에서는 여성국극 춘향전이 12,13일 이틀간 오후 2시30분과 7시30분 2차례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특히 여성들이 이도령과 신관 사또,방자 등 남성역을 맡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색다른 묘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도 남기창기자 kc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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