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SW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2000K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695
  • “신생아 버린 산모 찾는다며 알몸 수색, 60대인 나도 당할 뻔”

    “신생아 버린 산모 찾는다며 알몸 수색, 60대인 나도 당할 뻔”

    여객기는 도무지 이륙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간마다 기장이 안내 방송을 하면서 사과했지만 그도 왜 이륙이 지연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 활주로에 계류돼 있던 도하발 시드니행 카타르 항공 여객기 QR908편은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3시간쯤 흘렀을까? 60대 호주인 여성 승객 킴 밀스가 기다리다 지쳐 까무룩 잠들었는데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여권 챙겨 기내에서 내리라고 했다. 영문을 물으니 누구도 알지 못했다. 지난 6월 이탈리아에 건너가 딸의 출산과 산후 조리를 돕고 호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긴 여정에 지친 그녀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파자마로 갈아 입고 잠을 청하려 했는데 이래저래 말이 아닌 상황이었다. 승무원은 경찰이 탑승구 앞에 있으니 여권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파자마 차림에 슬리퍼 끌고 탑승구 앞에서 여권을 보여줬더니 그것으로는 안 된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탑승구를 걸어 내려갔더니 활주로 근처에 앰뷸런스 세 대가 서 있었다. “그들이 날 보고 앞으로 오라고 해 갔더니 내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됐어요. 그냥 기내로 돌아가세요’라고 말하더군요. 날 왜 내리라고 했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어요.” 그녀가 공항 직원들과 얘기를 주고받는데 한 젊은 여인이 다른 앰뷸런스에서 나와 울먹이고 있었다. 젊은 여인을 다독이며 물었더니 “터미널 화장실에서 갓난 아기가 발견돼 이런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하더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내로 돌아오니 다른 여성이 앰뷸런스 안에 들어가 속옷을 벗고 알몸 수색을 당했다고 털어놓아 밀스는 깜짝 놀랐다. 기내에 탑승한 34명의 승객 가운데 여성 9명이 내렸는데 다른 8명은 앰뷸런스 안에 들어가 그 수모를 당한 것이었다. 밀스 혼자만 회색 머리카락 때문에 대번에 임신 가능한 나이가 아니라고 판단한 공항 관계자들이 돌려보냈다.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밀스는 활주로에서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시드니로 비행하는 동안 기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시드니에 착륙한 뒤 승무실장이 기장을 대신해 사과하며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불쌍한 젊은 아가씨들이 어떤 심경이었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분명 끔찍했을 것이다. 나도 딸이 셋 있는데 우리 딸들이 이런 일을 안 당한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고 했다. 시드니 터미널로 후송하는 버스 안에서 여성들끼리 논의해 한 명이 대표로 외교통상부에 신고해 카타르 정부와 항공사에 항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호텔에서 2주 동안 격리됐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나흘 뒤인 지난 6일 카타르 정부에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간 가디언 호주판은 전했다. 그래도 별반 반응이 없자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카타르 당국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더 상세하고 투명한 정보가 곧 제공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격리 조치를 책임진 뉴사우스웨일즈(NSW) 경찰은 “격리 의무화 조치를 마쳤는데 여성들에게는 NSW 보건 조직의 의료적, 정신적 지원이 제공됐다”고 밝혔다. 아직 카타르 항공은 이 사건에 대해 코멘트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하마드 국제공항 대변인은 “의료 전문가들이 막 아기를 낳은 엄마가 돌아다니면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리들에게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륙하기 전에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아기의 신원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아 공항 측은 엄마에 대한 정보를 계속 찾고 있으며 아기는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호주] 경찰 배지 흔들며 여성 추행한 만취 경찰관의 최후

    [여기는 호주] 경찰 배지 흔들며 여성 추행한 만취 경찰관의 최후

    술에 취해 경찰 배지를 흔들며 지나가는 여성들을 추행한 경찰관이 시민의 제압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9뉴스는 지난 21일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 북서부 라이드의 한 호텔 입구에서 벌어진 경찰관과 시민의 대처 사건을 보도했다. 당일 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술에 취해서 거리를 지나가는 두 여성에게 접근해 추근되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두 여성 중 한 여성이 이 남성에게 도망을 치다가 한 호텔의 입구로 도피했다. 이 여성은 호텔 직원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남자가 자신을 쫓아온다”며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바로 그 순간 이 남성이 그녀의 뒤를 따라 호텔 입구쪽으로 다가왔다. 호텔 경비원이 나오고 주변 시민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무엇인가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랍게도 경찰 배지.그는 “나는 경찰이다”라고 소리지르며 여성에게 욕과 함께 “당장 바깥으로 나오라”고 명령했다. 여성이 나오지 않자 그는 한 손으로는 경찰 배지를 흔들고 다른 손으로 여성의 목덜미를 잡기도 했다. 여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소리쳤고, 그때 집으로 가다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 레위 민친이 남성에게 다가가 제지하려 했다. 민친은 그 남성에게서 강한 술냄새를 느끼기도 했다. 술에 취한 경찰관은 여전히 경찰 배지를 흔들며 “내가 누군지 아냐, 내가 경찰이다. 넌 끝났어”라고 외치며 민친에게도 거칠게 달려들었다. 민친은 술에 취한 경찰관을 호텔 문 밖으로 밀어내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제압했다. 주변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해 현장은 일단 마무리가 되고 술에 취한 경찰은 다른 경찰들에게 체포되었다. 놀랍게도 해당 경찰은 경찰이 된지 이제 2주밖에 되지 않은 신임이었다. 지난 9일 임관된 이 경찰은 40세 이상 특별 채용된 경찰 5명 중 한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NSW주 경찰 대변인은 “경찰관은 법의 질서를 진행하는 사람으로 더 높은 규율과 도덕성을 준수해야 한다”며 “해당 경찰관은 즉시 파면되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경찰관은 파면은 물론 3개의 상해죄로 기소되어 다음달 30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술에 취한 경찰에게서 여성을 구한 민친은 “그는 마치 경찰 배지만 보여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경찰관이 시민을 위협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공항 화장실에 신생아 버린 엄마 찾는다며 女승객에게 “속옷 벗어봐”

    공항 화장실에 신생아 버린 엄마 찾는다며 女승객에게 “속옷 벗어봐”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누군가 몰래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 터미널 화장실에 갓난 아기를 버렸다며 공항당국이 여성들의 신체를 공격적으로 수색해 호주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터미널 직원이 화장실에서 갓난 아기를 발견했는데 아기 엄마를 찾는다며 도하를 출발해 호주 시드니로 향할 예정이던 카타르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던 13명의 호주 여성들을 내리게 해 몸을 뒤졌다는 것이다. 호주 여성들을 포함해 기내에 탑승했던 여성들은 모두 내려 계류장에 세워진 앰뷸런스 안에 들어가 속옷을 벗어 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채널 7이 보도했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왜 신체 수색을 하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양해도 구하지 않고 다짜고짜 속옷까지 벗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여성들의 항변이다. 호주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카타르 당국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으며 더 상세하고 투명한 정보가 곧 제공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여성들이 시드니에 도착했을 때 코로나19 관련 호텔 격리 조치를 책임진 뉴사우스웨일즈(NSW) 경찰은 “격리 의무화 조치를 마쳤는데 여성들에게는 NSW 보건 조직의 의료적, 정신적 지원이 제공됐다”고 밝혔다. 아직 카타르 항공은 이 사건에 대해 코멘트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하마드 국제공항 대변인은 “의료 전문가들이 막 아기를 낳은 엄마가 돌아다니면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리들에게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륙하기 전에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아기의 신원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아 공항 측은 엄마에 대한 정보를 계속 찾고 있으며 아기는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국문학 번역가 케빈 오록 신부 선종

    한국문학 번역가 케빈 오록 신부 선종

    외국인 최초로 국내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 문학을 번역해 국외에 알린 케빈 오록(경희대 명예교수) 신부가 지난 23일 선종했다. 81세. 25일 경희대에 따르면 1939년 아일랜드 카반 타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3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1년 뒤 한국에 파견된 오록 교수는 춘천교구 소양로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선교 활동을 했다. 한국의 문화와 문학에 관심을 둔 오록 교수는 국문학 공부를 시작했고, 1982년 연세대에서 외국인 최초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이후엔 경희대 명예교수로 활동했다. 빈소는 서울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이며, 장례미사는 26일 오후 5시 성골룸반외방선교회 서울 본부에서 봉헌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디테일 살려 비웠다… 건축,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디테일 살려 비웠다… 건축,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미스 반데어로에, 모더니티의 새 방향 제시… “신은 디테일에 있다” 세부 구조 중요성 강조 장식 최대한 제거·외부의 변화 최대한 수용… 공간의 가변성 담은 ‘유니버설 스페이스’ 제안 물리적 경계 사라진 비대면 시대… ‘논현 마트료시카’ 등 기존 건축형식 탈피한 시도 이어져 건축은 곧 디테일이다. 조금은 낯선 라틴어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상식이 된 ‘푼크툼’(Punctum·찌르다)이라는 용어가 있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1915~1980)가 사진비평 개념어로 사용한 말이다. 예술의 내재적 법칙이나 작가의 의도와 같은 모든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 관객의 마음에 ‘찌르듯이 강하게 꽂히는 인상’을 말한다. 대상이 갖는 디테일의 힘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매혹하고 감성을 사로잡는 기이한 힘을 가진 디테일이 존재한다. 건축 공간도 마찬가지다. 감성적 온도를 자극하고 찌르는(푼크툼) 건축 공간의 디테일이 시선의 유예, 방황, 정지, 황홀경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사용자를 매료시킨다. 20세기를 이끈 근대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가 위대한 이유다. 그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며 건축에서 디테일을 소홀히 하면 전체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독일 태생으로 현대 예술교육의 산실인 바우하우스의 교장을 지냈고,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독일관(Barcelona Pavilion 1929)과 같은 건축을 통해 전통적인 고전주의 미학에 근대 산업혁명의 산물을 교묘하게 통합함으로써 건축적 모더니티의 방향을 제시했다. 나치를 피해 미국 시카고에 정착하면서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1958), 일리노이공과대학(IIT) 크라운 홀(IIT Crown Hall·1956), 판즈워스 주택(Farnsworth House·1951) 등을 설계했다.‘뼈대와 외피의 건축’으로 불리는 그의 건축은 산업시대에 걸맞은 철과 유리를 재료로 해 정렬된 기둥 열 속에 가변적 벽체를 활용함으로써 자유로운 흐름을 가진 다용도 전시 공간 건축들을 설계했고, 철골 기둥과 멀리언에 의해 수직성이 강조된 고층(마천루) 건축물들을 선보임으로써 근대도시의 경관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세세하고 완벽한 구축을 추구했던 미스는 건축물 이외에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 다만 IIT 건축학과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어록집’을 통해 그의 건축철학을 엿볼 수 있다.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는 미스 건축철학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보다 단순한 것이 보다 풍부하다’, 즉 건축은 ‘자신을 지우는 겸손의 자세로 단순 간결하게 표현할수록 유연한 공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오히려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현대 예술운동인 미니멀리즘을 이끌었다. 우리는 흔히 그리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등 서양 건축양식들을 통해 예술과 건축을 시대별로 구분 짓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시대의 문화적 상황과 정신을 반영한다고 믿고 있다. 건축물이 세워지려면 페디먼트(박공지붕), 엔태블러처(지붕을 받치는 수평재), 기둥, 기단 등 기초적인 건축요소가 필요한데, 이 구성물들을 연결하는 데 있어 부재들 사이에 부가되는 장식은 건축물을 조화롭게 보이기 위해 매우 중요했다. 부분적 장식들이 문화권별로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게 되면서 시대를 구분하는 양식으로 굳어졌고, ‘단절적 건축의 역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건축사를 문화적 변화와 시대정신의 흐름으로 이해하기보다 시대별 장식이 곧 건축의 역사가 된 것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점 아르누보(Art nouveau), 유겐트슈틸(Jugendstil), 시세션(Secession) 등을 이끌었던 젊은 건축가들은 이를 인지하고 전통적 양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여러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 나타난 첫 번째 건축적 사건은 철골과 유리로 대공간을 만들어 건축형식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 줬던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수정궁’(Cristal Palace)이었다. 두 번째로 오스트리아 빈의 아돌프 로스(1870~1933)는 ‘장식은 범죄다’라는 과격한 선언을 하면서 합스부르크가의 궁전 앞에 장식이 배제된 ‘눈썹 없는 건물’이라 불리는 로스하우스(Looshaus·1910)를 세웠다. 이러한 혁신적 사건은 전통적 장식을 거부하면서 모더니즘 건축의 새 시대를 예견하는 단초가 됐다. 이즈음 미스는 과거 건축가들이 부재와 부재 사이에 치장으로 채워 넣었던 장식적 요소들을 과감히 소거하고, 부재와 부재 간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하는 새로운 디테일 개념을 선보인다. 이는 기본적인 건축 재료들을 분리하면서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만드는 ‘드러내는 디테일’이다. 그는 두 부재 사이에 또 다른 부재를 덧붙여 몰딩 방식의 더하는 디테일이 아닌 주요 요소를 부각하고 드러내며 오히려 비우는 방식으로 ‘노출 접합’하는 디테일을 사용함으로써 치장의 속박에서 벗어난 추상적 모더니티 건축어휘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 미스는 재료와 디테일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시대의 ‘절대정신’을 새로운 재료와 구법에 따른 건축의 ‘합리적인 공간 구축’에서 찾고자 한 듯하다. 건축기술의 발달로 기둥보 구조가 개발돼 건물을 둘러싸는 벽이 더이상 하중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면서 획기적으로 변한다. 이즈음 같은 시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자유평면’과 ‘건축의 다섯 가지 주요 사항’, ‘돔-이노 시스템’을 공표하면서 새로운 건축을 제시했다.미스는 새로운 근대적 구조 시스템을 제안한다. 자연과 인간이 유연하게 함께 변화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가변성을 담은 ‘유니버설 스페이스’(universal space·보편적 건축)’다. 건물은 중성적 프레임으로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인간과 사물들이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장식을 최대한 제거해 하나의 프레임으로서 함축된 건축은 내외부가 상호적으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실내가 외부의 변화하는 자연을 최대한 수용하고, 사용자가 공간의 쓰임을 스스로 자유롭게 규정하면서 생기 있게 향유할 수 있는 건축 공간을 제공한다. 유니버설 스페이스 개념은 정해진 시스템에서 벗어나 유동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한 중립적인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그는 가변적 자유평면으로 주변 상황에 따라 사용자들의 행위를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을 꿈꿨다. 다양한 쓰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넓게 비워 둔 개방 공간을 단순한 건축적 어휘를 통해 형식화하면서 복합적 기능을 담는 풍부한 공간적 가능성을 만들었다. 한편 유니버설 스페이스 개념은 현대에 와서는 땅값이 비싼 도시의 빌딩 속에 무(無) 성격의 임대공간을 양산하는 데 오용되기도 한다. 현대사회는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고 비대면 소통으로 사물과 사물이 인간의 일상을 디지털로 조율하는 시대가 되면서 건축도 큰 변화를 필요로 한다. 이제 현대건축은 근대건축가들이 고민하던 가변적 기능의 수용과 평면의 자유로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호 교류의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촉각적인 감성이 잠재하는 다층적 소통의 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스가 산업화의 급진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건축을 꿈꾸고 그 대안으로 새 시대의 정신을 그의 건축으로 구현해 냈듯. ‘다중적 장소 만들기’(Multiversal Placing)는 미스의 유니버설 스페이스를 확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흔적이 중첩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동시대성을 반추하는 건축적 대안이다. 이는 다양한 개체가 능동적으로 욕망하고 상호 침투하도록 지속적인 접속을 이끌어 내는 장을 마련하고, 그 위에 인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첩적으로 담도록 대지를 새롭게 조직하는 다층적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선 유동적이고 다층적인 관계성을 수용하는 현대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며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히 접속돼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하는 영구적 미완의 장소로 작동할 수 있는 건축적 유형의 연구가 필요하다. 현대도시에 반응하며 스스로 내밀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유연한 경계의 상자’와 같은 건축은 새로운 건축의 유형적 실험을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한 자율적 형식체계’(flexible auto-poiesis system)로서의 건축만이 이제 자기 생성적 관계들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현대도시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을 것이다.‘논현 마트료시카’, ‘송추 밴딩밴드’, ‘청담 바티리을’, ‘과천 커스터마이집’, ‘상도 핸드픽트호텔’, ‘연천 디아스포라’, ‘신사 아이디병원’, ‘공주 파크 애드호크라시’ 등 일련의 건축설계는 ‘앨리스의 비눗방울 놀이’라는 과정적 설계방법론을 활용해 이렇게 새로운 건축형식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시도됐다. 이들 현실 속 일상의 다양한 꿈을 투영하는 건축이 기존의 형식을 탈피하고 상황에 따라 무한히 재배치돼 도시 곳곳을 생동감 있는 장소로 바꾸면서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자유로운 소통과 다양한 관계성을 구축하는 유연한 유기체로 작동되길 기대해 본다.건축가 김동진
  • ‘음주운전 방지장치’ 재추진… 인권침해 우려에 산 넘어 산

    ‘음주운전 방지장치’ 재추진… 인권침해 우려에 산 넘어 산

    음주 운전자 처벌 강화법인 ‘윤창호법’ 시행에도 음주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이 재추진된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운전자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이와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비용과 실효성, 인권 침해 문제까지 겹쳐 결국 국회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물리적으로 음주운전을 차단할 수 있어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아 실제 시행까지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취소를 당하면 운전자 차량에 반드시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올 1~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1만 12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비용 문제다. 유럽 등에서 실제 도입된 모델을 참고하면 장치 한 대당 가격은 100만원 수준이다.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려면 1년에 한 번씩 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관련 제도를 준비하던 경찰청이 3년간 필요 예산을 따져봤더니 약 39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권 침해 문제도 있다. 음주운전자 차량에 이 장치를 설치하면 할 경우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날 수 있어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이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이중처벌 논란도 발생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2014년 대상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이중처벌)가 발생해 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국회 때 인권 침해 문제 때문에 음주운전 전력자 대상 의무적 부착 방식에서 택시나 버스, 화물차 운전자 같은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용하는 방안으로 바꿔 추진했다”며 “장치를 차량에 설치해도 다른 사람이 음주측정에 나서 시동을 거는 등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어 결국 법안이 폐기됐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된 만큼 도입 추진이 필요하다”며 “인권 침해 등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충분한 논의를 한다면 적절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취중생]어느 누구도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75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취중생]어느 누구도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75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제75주년 경찰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김대영 경위에 대한 메일이었습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 생활질서과 총포화약계 소속이었던 김 경위는 격무에 시달려 결국 한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의 나이 32세였고, 7살 아이의 아빠였습니다. 유족과 지인들은 김 경위가 평소 과중한 업무량에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아내 김지영(33·가명)씨는 지난 3월 경찰청 앞에서 십여일 간 1인 시위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서 약 7개월이 지나 관련 메일이 온 것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 경위와 함께 일 했던 외부업체 직원이라 소개한 그는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그가 당시 힘듦을 토로했던 통화기록이 있으니 유족께 전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 경위는 자신에게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며 하소연 했다고 합니다. 총포화약계는 경찰청 내에서도 업무 강도가 센 곳 중 한 곳입니다. 단순히 경찰 내 총포화약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민간 영역의 총포화약을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터지면 겉잡을 수 없이 터질 수 있어 업무의 긴장도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받은 메일을 김 경위의 아내에게 전달했습니다. 그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믿음으로 이후의 소식은 묻지 못했었습니다. 괜히 아픈 곳을 들쑤시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던 차에 이 내용을 전달하며 이후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아내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남편의 명예를 되찾았어요. 남편의 시신은 현충원에 안장했습니다.” 경찰관이 현충원에 안장되기 위해선 공무수행 중 순직이나 국가가 정한 훈장을 받아야 합니다. 김 경위가 국가로부터 예우를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숨진 남편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만, 조금이나마 억울함이 풀린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김 경위의 아내는 전달해준 메일은 검토하고 그 사람에게 연락할지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일하다 숨지거나 다치는 경찰관은 한 해 1800여명 수준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순직 경찰관은 73명, 공상 경찰관은 8956명입니다. 원인별 순직을 살펴보면 질병이 46명(62.2%)으로 가장 많았고, 범인에게 습격을 당한 이들 4명(5.4%), 교통사고와 안전사고는 각각 14명(18.9%)과 3명(4.0%)이었습니다. 그외 기타는 7명(9.5%)입니다. 지금도 대한민국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들은 때론 다치며, 또 한편으론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은 경찰의 날이었습니다. 당시 기념식 때 상영된 오프닝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업무 수행 중 다치거나 숨지는 경찰관들의 얘기를 담고 있어서입니다. 이 영상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잘 구성된 영상이었습니다. 다만 이 영상에 등장하지 못했지만, 김 경위 같은 경찰관도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2014~2018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모두 103명입니다. 한 해 평균 20.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인데, 같은 기간 전체 공무원(10만명당 8명) 대비 2배 이상 높습니다.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지키는 경찰들이 무엇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민도 더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인격모독, 해경청장 사과하라”…피격 공무원 형 반박

    “인격모독, 해경청장 사과하라”…피격 공무원 형 반박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을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는 23일 해양경찰청의 중간 수사발표에 대한 반박문을 냈다. 그는 “해경은 마치 소설을 쓰듯이 추정해 (동생을)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선 심각한 인격모독에 해당하며 해경청장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해경의 판단을 ‘추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선박의 가드레일이나 갑판 등은 늘 미끄러운 상태이고, 무궁화 10호(499t급)처럼 작은 선박은 파도에 늘 출렁거림이 있다”며 “휴대전화나 담배 등 개인 소지품이 몸에서 이탈할 때 본능적으로 잡으려는 행동 등을 배제하고 모든 상황을 추정으로만 단정 지은 것은 수사의 허점”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중요 증언과 선박 상황은 배제하고, 개인의 신상 공격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수사는 인격모독과 이중 살인 행위”라며 “정신적 공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또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능한 해경이 수사하는 것보다는 검찰에 이첩해 수사해야 한다”며 “해경은 수사받아야 할 이해 충돌의 대상인 바, 즉각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해경은 전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씨의 동생 A씨가 최근 455일 동안 591차례 도박자금을 송금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국제결제 ‘달러’ 자리 넘보는 ‘위안’… 디지털 화폐전쟁 서막

    국제결제 ‘달러’ 자리 넘보는 ‘위안’… 디지털 화폐전쟁 서막

    선전시 공개 테스트 결과 이례적 공개‘세계 첫 법정 디지털 화폐’ 홍보 의지 美 제재 통한 국제결제망서 배제 우려달러 중심 글로벌 금융·무역에 도전장‘일대일로’ 진영에서 급속 성장 가능성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미국과 중국이 외교·경제·군사·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간 ‘화폐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시 당국은 지난 19일 밤 위챗 계정을 통해 “이번 디지털 위안화 대규모 공개 테스트 때 6만여건의 결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선전시는 이날 “18일까지 인민은행과 공동으로 진행한 디지털 위안화 시험이 끝났다”며 “4만 7573명이 성공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받아 가 모두 6만 2788건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공개했다. 인민은행과 선전시는 앞서 12일 저녁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씩 모두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나눠줬다. 191만명 이상이 신청해 38.2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이들은 이날부터 ‘디지털 위안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공상은행·중국은행 등 자신의 거래 은행을 클릭한 뒤 1인당 200디지털 위안을 받아 일주일간 선전시 뤄후(羅湖)구의 월마트와 지역 슈퍼마켓, 약국 등 3389개 지정 상업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용했다 디지털 위안화 거래에 참여한 한 상인은 “QR코드 스캔을 통한 기존 결제 방식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디지털 위안화 앱을 내려받고 나서 손님에게 받을 금액을 수동으로 한 단계 더 입력하는 것에서만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시도는 디지털 위안화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이뤄지는 ‘공개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선전시를 비롯해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신구,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 예정지인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 등지에서 비공개 내부 실험을 진행했지만 자세한 상황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개혁·개방 1번지이자 ‘기술 허브’인 선전의 경제특구 건립 40주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위한 대규모 실험에 나서 세계 첫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을 대내외에 널리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디지털 위안은 기존의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제도권’ 밖에서 발행한 가상화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디지털 위안은 실물 현금 중 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우선은 소액 현금 거래의 일부를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위안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복안이다. 인민은행은 향후 국제무역과 결제 업무에서 디지털 위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관영 디지털 화폐’(CBDC)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것에 ‘디지털 위안’이라는 공식 명칭도 붙여졌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은 말 그대로 지폐라는 실체 없이 전자장부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통화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며 가치는 실제 화폐처럼 일정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와 구분된다. 결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해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금융 체계에서도 자유롭다. 실제로 중국이 올 들어 디지털 위안 발행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거세지는 미국발(發) 제재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 제재에 이어 중국을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디지털 위안화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계산이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위안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오래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 위안화의 위상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도 못 미쳐 달러(39%), 유로(36%), 파운드(6%)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미국이 중국을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팡싱하이(方星海)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지난 6월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의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역설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무기로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무역 체제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오이(毅) 중국은행연구원 연구원은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은 국가 간 송금 시간을 기존 며칠에서 몇 초로 크게 줄이는 등 현재 200여 국가 은행이 이용 중인 달러 송금 체계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며 “디지털 위안화가 대규모로 국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달러 송금 시스템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위안이 이제 첫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중국 주도의 경제블록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진영 안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충칭(重慶)직할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달 경제 포럼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국과의 위안화 스와프(맞교환),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추진할 때 가능한 한 위안화로 가격 책정, 지불, 정산 등을 해야 한다”며 “(위안화)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과거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지역의 상점마다 알리바바그룹의 즈푸바오(支付寶·Alipay)나 중궈인롄(中國銀聯·Unionpay) 결제 시스템이 깔렸듯이 앞으로 중국인이 자주 가는 곳에 디지털 위안 결제 시스템이 널리 보급될 공산이 크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이 이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14·5계획(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간 준비해 온 디지털 경제 발전에 크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데 디지털 위안도 이런 움직임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며 “위안화 국제화 측면에서도 중국이 (상대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대일로 관련국에서 디지털 위안의 상대적으로 빠른 사용 확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디지털 위안 행보는 단순한 화폐의 디지털화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을 미국의 달러 중심 체제에 대응하는 것 외에도 덩치가 커져 버린 즈푸바오, 텅쉰(騰訊·Tencent)그룹의 웨이신즈푸(微信支付·Wechatpay) 등 민간기업을 견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중국 정부)은 디지털 위안의 발전을 철저히 통제하고 이를 국가경제의 변혁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하길 원한다”며 “중국의 디지털 위안은 이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에 비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 일각에서도 중국의 디지털 위안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지난 6월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막 내놓았다”며 “당신은 지금 당장 ‘열전’(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NC 마스코트 단디, 창원시 VLOG 공모전 명예홍보상 수상

    NC 마스코트 단디, 창원시 VLOG 공모전 명예홍보상 수상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마스코트 단디가 창원시가 주최한 ‘창원 찐팬 소환 프로젝트 VLOG 공모전’에 참여해 명예홍보상을 수상했다. ‘창원 찐팬 소환 프로젝트 VLOG 공모전’은 창원시 통합 10주년을 맞아 창원시민이 함께 10년을 뒤돌아보고 창원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열렸다. 총 6개 작품을 시상하는 이번 공모전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간 총 61팀의 창원 시민이 참여했다. NC 마스코트 단디는 ‘창원시민 단디의 출근 브이로그’라는 주제로 통합 10년간 여러 변화를 맞이한 마산 야구의 거리, 창원 마산 야구장, 창원NC파크를 보여주는 영상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다. 창원시는 “단디가 창원시민의 공모전 참가율을 높이고 창원시 홍보에 기여한 점을 높이 샀다”며 명예홍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1일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허성무 창원시장은 “단디도 관중 맞이하랴 매우 바쁠텐데 우리 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창원시민과 NC 팬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전해주길 바란다. NC 다이노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이 현실로 다가왔다. 통합 10주년을 연고 구단의 우승과 함께 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단디와 NC 다이노스를 창원시민과 한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단디는 “창원시 통합 1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로 창원시민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앞으로도 창원시 행사에 적극 참여해 창원을 더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며, 창원시민과 함께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단디는 올시즌 프로야구 KBO리그가 미국 ESPN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현지 주민들에게 ‘근육질 아빠(Sworl Daddy)’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인명구조 중 순직 유재국 경위 ‘올해의 경찰영웅’

    인명구조 중 순직 유재국 경위 ‘올해의 경찰영웅’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지난 2월 한강에서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한 유재국 경위가 현양됐다. 경찰청은 2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제75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올해의 경찰 영웅 현양’ 순서에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부당한 강경 진압 지시를 거부해 시민의 생명을 보호한 고 이준규 총경과 지난 2월 15일 순직한 유 경위에 대한 현양이 진행됐다. 한강경찰대 소속 수상구조요원이었던 유 경위는 이날 한강에서 투신자 수색 중 교각의 돌 틈에 몸이 끼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다행히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유 경위는 사고 당일 산소통에 이용할 수 있는 산소가 30분 정도 분량이 남자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만 더 살펴보자”며 다시 잠수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 경위의 아내에게 인증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찰 개혁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확보해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여성노인 노린 성범죄 5년새 44% 증가

    여성노인 노린 성범죄 5년새 44% 증가

    “나는 여든 넘은 노인이요. 어째 그라요. 그만하시오.” 지난해 11월 10일 새벽 전남 목포시의 한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남성 A씨가 할머니의 집으로 불쑥 들어왔다. 술에 취해 때마침 잠기지 않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이 집에는 83세 여성이 혼자 살고 있었고,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A씨는 다짜고짜 성폭행을 시도했다. 여성이 강하게 거부하자 A씨는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상반신을 수차례 때렸고, 유사강간도 시도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붙잡혀 지난 5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양형을 판단할 때 피해자가 노약자라는 점이 가중 요소로 인정됐지만, 술에 만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등을 인정받아 3년형에 그쳤다.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최근 5년간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인구가 급증한 데다 여성 노인 혼자 거주하는 등 성범죄 표적으로 쉽게 노출되고 있어서다. 28세 남성 물리치료사에게 성폭력을 당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담은 영화 ‘69세’의 주인공처럼 ‘노인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회적 편견에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1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60세 이상 노인 대상 성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총 3442건의 노인 대상 성범죄가 발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검거 수는 증가했는데, 2015년 565건에서 2016년 599건, 2017년 698건, 2018년 765건, 2019년 815건으로 최근 5년간 44.2%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강간·강제추행이 3185건(92.5%)으로 가장 많았다.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 95건(2.8%), 나체 사진을 보내는 등 통신매체 이용 음란 128건(3.7%), 공공 화장실 등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이 34건(1.0%)이었다. 문제는 노인 대상 성범죄는 수면 위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인이 무슨 성폭력 피해자야’라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피해 여성들이 용기 내 신고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선애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실제 노인 대상으로 상담해 보면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사회적 통념 때문에 경찰 신고까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이를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노인 성폭력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찰 수사 단계부터 구체적 수사 지침이나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고, 이들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성폭력 피해 이후 구제 절차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노인의 인권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인 만큼 경찰이나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들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어떻게 밀려났을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들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어떻게 밀려났을까

    할리우드 최고의 영예라는 아카데미상이 만들어진 것은 1929년. 그런데 그중에서도 소위 핵심 경쟁부문에 속하는 감독상을 여성이 받은 것은 2010년 캐스린 비글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키피디아에는 여배우들이 받는 상과 달리 ‘성이 구분되지 않은(non-gendered)’ 부문에서 여성들이 받은 역사를 따로 정리해 두고 있다. 소위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이들 부문에서 여성들이 상을 받기 시작한 것은 꽤 근래의 일인데, 그중에서 두 부문에서만큼은 여성들의 활약이 일찍부터 두드러졌다. 하나는 ‘의상상’이고 다른 하나는 ‘편집상’이다. 두 부문 모두 1940년대부터 여성 수상자들이 등장했다. 의상상을 일찍부터 여성들이 받은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재단과 재봉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고, 영화 스튜디오들도 의상 작업은 여성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집상은 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을까? 영화가 디지털화된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필름 편집(editing)은 물리적인 필름을 손으로 일일이 잘라 붙여야 하는 수작업이었고, 이는 재봉일과 비슷한 작업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초창기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편집실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들이 가득한 장소였다.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니 뛰어난 영화편집자도 여성들 중에서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성은 사람들 주목받는 하드웨어 몰려 여성들이 할리우드의 필름 편집실로 진출해서 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던 1940년대, 또 다른 영역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었다. 지금은 전형적인 ‘남초 영역’으로 불리는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것은 여성들이었다. 사람의 언어를 0과 1로 이루어진 컴퓨터의 언어로 바꿔 주는 컴파일러(compiler)를 만든 그레이스 호퍼 같은 여성들이 2차 대전에 급진전한 컴퓨터의 발전을 주도했다. 1960년대 미항공우주국이 달에 보낸 아폴로 우주선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총책임자는 마거릿 해밀턴이라는 여성이었다. ‘프로그래머’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성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이유는 할리우드의 편집일을 여성들이 도맡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프로그래밍은 단순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관련 작업은 여성들에게 맡기고 남성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하드웨어에 몰려들었다. 1967년에 나온 한 기사는 “비서직이 아니면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유망한 직업으로 프로그래밍을 추천했고, 1980년대 중반만 해도 미국 대학교의 컴퓨터 전공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7%에 달했다. 하지만 그때 정점을 찍고 컴퓨터 분야에서 여성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돈이 몰려들면서 남성들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 빌 게이츠와 스티브 워즈니악, 스티브 잡스 같은 남성들이 ‘컴퓨터 천재’로 묘사되고, 프로그래밍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묘사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여성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이 남성과의 실력 경쟁에서 밀려난 거 아닌가?” 여성들은 과학기술(STEM)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 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 남성들보다 타고난 능력에서 뒤진다는 주장도 그런 의문을 뒷받침한다. 이런 종류의 주장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하버드대학교의 로런스 서머스 경제학 교수다. 29세의 나이에 하버드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가 되고,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천재’로 통하는 서머스는 총장의 자리까지 올랐다가 ‘여성과 남성은 수학적 능력에 타고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교내외에서 큰 비판을 받고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서머스의 주장을 옹호했다. 서머스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학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두 집단의 능력이 보이는 ‘표준편차와 가변성이 다르다”고 했다는 거다. 이는 쉽게 말해 남녀 학생의 평균 수학점수는 비슷해도 제일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남학생이라는 얘기다. 그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수학점수 최상위 학생들은 2대1로 남학생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서머스의 주장이 맞는 걸까? ●서머스 교수 “여성과 남성 수학적 차이 존재” 또 다른 연구가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남녀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조사했는데 최상위 학생들 중 남녀 비율은 0.9대1로 여학생이 높았던 것이다. 그럼 여성이라도 아시아계 여성들은 수학적 능력을 타고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한국에서 수학점수는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높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결국 집과 학교, 사회 환경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젠더 역할과 능력에 대한 편견이 점수에 반영된다는 거다. 이런 편견은 중고등학교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편견적 요소를 고려해도 대학교 때까지의 실력을 고려하면 미국의 공대 박사 과정에는 여성이 적어도 33%는 돼야 정상인데, 실제로는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성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엔지니어는 남성’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온갖 장벽을 뛰어넘고 학부 교육까지 마쳐도 (서머스 교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 교수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너무나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사회적 편견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 주는 두 번의 실험이 있었다. 한 실험에서는 교사에게 아이들의 아이큐를 실제와 다르게 알려 주고 시간이 흐른 후에 아이큐를 다시 측정했더니 교사에게 아이큐가 높다고 알려 준 그룹의 아이들은 아이큐가 올라갔고, 낮다고 알려 준 아이들의 아이큐는 내려갔다는 것이다. 교사가 자기가 알고 있는 아이큐에 따라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다르게 가졌고, 교사의 무의식적 차별 대우에 아이들의 실력이 변화한 것이다(이런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똑같은 80점대의 점수를 받아도 아시안계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떨어졌다”는 반응을, 히스패닉이나 흑인 아이에게는 “참 잘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이런 차별 대우가 후자 집단의 성적 하락을 부추긴다는 연구가 있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교사가 초등학생들에게 “파란눈을 가진 아이들은 똑똑하고 성실한데, 갈색눈을 가진 아이들은 멍청하고 게으르다”고 말하자 하루 이틀 만에 갈색눈을 가진 아이들의 수행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며칠 뒤 “선생님이 잘못 알았다”면서 “사실은 갈색눈의 아이들이 똑똑하다”고 하자 곧바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결국 교사가 가진 편견은 교사의 언행 변화와 학생들의 자신감이라는 두 가지 통로로 아이들의 실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여성 엔지니어 차별 상상 초월 남자아이들과 똑같은 능력을 타고난 여자아이들은 미디어에서 본 대로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자라고, 학교에 가서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교사, 교수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의심받고, 직장에 가서는 온갖 성차별과 성희롱을 겪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여성 엔지니어들이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교육환경에서 자라고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문화에서 일하는 남성 엔지니어들로부터 받는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아무리 경력이 길어도 일단 무시하고 들어가는 남성 프로그래머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한 베테랑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사회적 편견 속에서 교육을 받고, 일터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남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집에 돌아오면 이번에는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아카데미 편집상을 최초로 받은 여성 앤 보첸스(1940)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다음 여성 수상자 바버라 매클린(1944)은 폭스 영화사의 편집총책임자까지 올랐지만 병에 걸린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은퇴했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돈이 되는 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온갖 장애물과 굴레를 씌워서 밀어내는 것은 비겁한 반칙이다. 남성 중심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쇼미더머니’ 우승자 나플라 등 5명, 대마 흡입 적발

    ‘쇼미더머니’ 우승자 나플라 등 5명, 대마 흡입 적발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나플라(본명 최석배·28)와 루피(본명 이진용·33) 등 유명 래퍼들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다만 초범인 점 등을 근거로 처벌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지난해 9월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래퍼 나플라와 루피, 오왼, 영웨스트, 블루 등 5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소속사 작업실 등지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의 마약 혐의를 포착한 후 소속사를 압수수색했다. 나플라와 루피의 모발·소변 등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웨스트는 지난 7월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나플라 등 나머지 4명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메킷레인 레코즈 측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사의 소속 아티스트 전부는 지난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시인하며 “많은 실망과 충격을 받았을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메킷레인 레코즈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누려온 나플라와 루피는 2018년 방영된 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서 나란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창룡 경찰청장 “허용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

    김창룡 경찰청장 “허용된 집회는 최대한 보장”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울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19일 “행정명령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에 허용되는 장소·인원의 집회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경찰은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방역 당국의 기준을 위반해 열리는 미신고·금지 집회에 대해서는 제지하고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허용된 집회에 대해선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중점을 두고 관리하고 설득도 하고, 그런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발혔다. 김 청장은 사망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둘러싼 수사에 대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이 (법원 결정으로) 중지되면서 변사 사건에 대해서는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성폭력 묵인·방조는 활발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피해자의 고소장 유출과 관련해 5명을 입건했고,댓글 등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17명을 수사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절대 너 버린 거 아냐”… 언택트 가족상봉, 44년 응어리 녹였다

    “절대 너 버린 거 아냐”… 언택트 가족상봉, 44년 응어리 녹였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 44년의 기다림 앞에 리허설 15분은 무의미했다. “우리는 절대 너 버린 거 아니야.” 쌍둥이 언니 윤상희(47)씨의 고백에 세 살 때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동생 윤상애(47)씨의 가슴속 응어리가 녹는 듯했다. “아이 미스 유 소 머치.”(I miss you so much·언니 너무 그리웠어) 이제는 영어가 더 자연스러운 윤씨는 울먹이며 이렇게 응답했다.이날 대형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진행된 이들의 ‘언택트’ 상봉은 약 30분간 이어졌다. 입양인 윤씨는 미국에서, 윤씨의 친모 이응순(78)씨와 오빠 윤상명(51)씨, 윤씨의 언니는 한국에서 막내동생을 만났다. 어느새 44년이 지난 탓에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이들은 부정할 수 없는 한 핏줄이었다. 경찰청은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입양인 윤씨의 가족들이 상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만남은 지난 1월 제도 시행 후 첫 사례다. 실종 아동(무연고 아동)으로 확인된 입양인만을 위한 가족찾기 제도는 재외공관이 대상자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경찰청에 보내면 경찰이 실종자 신고 가족 유전자와 대조해 일치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적 같은 상봉은 입양인 윤씨가 친부모를 찾고자 2016년 한국에 입국해 유전자를 채취한 게 계기가 됐다. 윤씨는 1976년 외할머니와 함께 외출했다가 실종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입양됐다. 윤씨는 어릴 때 아파서 경기 수원의 한 병원에 자신이 버려진 줄 알았지만, 가족들을 만난 뒤 진짜 사연을 듣게 됐다. 친모 이씨는 쌍둥이를 다 업고 돌볼 수 없어 막내딸인 윤씨를 친정에 맡겼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누군가 빵을 사 주겠다며 외할머니와 있던 윤씨를 데려갔고 영영 딸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내고, 전단을 붙여 가며 딸을 찾았다. 온갖 신문과 방송에 다 나가 딸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상애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남대문시장에 터를 잡았다. 어머니는 한복집을, 오빠는 복권방을 열고 상애씨를 기다렸다. 이씨는 “널 잃어버린 곳을 뱅뱅 돌며 장사를 했어. 지나가는 아이마다 너인가 아닌가 쳐다봤지”라며 “하루라도 널 잊은 날이 없어. 그래도 안 만나지더라”라며 애끊는 모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2017년 마지막 희망을 품고 경찰서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 유전자를 채취했다. 얼마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연락이 왔다. 입양인 윤씨와 친모 이씨의 유전자 간에 친자 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이 나온 것이다. 미국에 돌아간 윤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은 경찰은 정확한 친자 관계 확인을 위해 보스턴 총영사관에 유전자 재채취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국과수의 최종 감정 결과 이씨와 윤씨의 친자 관계가 확인됐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윤씨는 “한국에 가서 가족과 만나면 무엇보다 안아 보고 싶다”며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고 싶다”고 말했다. 친모 이씨는 “딸을 잃어버리고 삶이 재미가 없었다. 서울에서만 찾았는데 미국 땅에 있을 줄 몰랐다”며 “만나면 막내딸이 좋아하는 피자, 치킨, 불고기, 비빔밥 다 해 주고 싶다. 더는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단독] “앞서갈 테니 따라만 와”… 운전면허시험 지인찬스 딱 걸렸다

    [단독] “앞서갈 테니 따라만 와”… 운전면허시험 지인찬스 딱 걸렸다

    학과 필기시험서 휴대전화 이용 ‘절반’“부정 방지 위해 철저한 시험 감독 필요”“앞 차량 지인 분 맞죠? 차도 오른편에 차 세우세요. 부정행위로 시험 종료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시험을 보던 A씨는 시험을 중단해야만 했다. ‘지인 찬스’를 썼다가 시험 감독관에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지인에게 ‘페이스 메이커’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시험 차량 앞 지인이 운전하는 차를 따라 방향을 바꾸고 방향지시등을 켜는 등 똑같이 따라하기만 하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로주행은 거리 5㎞ 이상인 4개 코스 중 추첨을 통해 1개 코스를 돌아 7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A씨의 지인은 사전에 4개 코스를 모두 익혀 뒀다. 하지만 시험 차량 앞과 옆에서 노골적으로 안내해 감독관에게 걸리고 말았다.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됐고 A씨는 응시 제한 조치와 함께 경찰에 인계됐다. 최근 5년간 운전면허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운전면허시험 응시자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총 118건으로 집계됐다. 학과 필기시험에서 101건, 기능시험 12건, 도로주행에서 5건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는데, 2016년 20건, 2017년 25건, 2018년 25건, 2019년 33건으로 4년 사이 65% 증가했다. 올해 1~8월 부정행위로 걸린 사람은 15명이었다. 부정행위별로 보면 학과 필기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57건(48.3%)으로 가장 많았다.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제를 검색하는가 하면 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답을 얻으려 한 응시자도 있었다. 이어 교재 및 커닝페이퍼 이용 29건(24.6%), 대리응시 27건(22.9%), 주행시험 중 지인 도움이 5건(4.2%) 적발됐다. 박 의원은 “공단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으려고 2018년 운전면허시험장에 휴대전화 보관함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달러화에 도전하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달러화에 도전하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미국과 중국이 외교·경제·군사·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간 ‘화폐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영 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정부와 협력해 선전시민 5만명에게 1000만 위안(약 17억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을 나눠주는 추첨을 실시했다. 191만명 이상이 신청해 38.2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이들은 12일 밤 ‘디지털 위안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공상은행·중국은행 등 자신의 거래 은행을 클릭한 뒤 1인당 200 디지털 위안을 받았다. 이 디지털 위안을 18일까지 1주일 간 선전시 뤄후(羅湖)구의 월마트와 지역 슈퍼마켓, 약국 등 3389개 지정 상업 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용했다. 디지털 위안을 쓴 한 여성은 “기존의 QR코드 결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디지털 위안을 사용할 수 있어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것 같다”고 밀했다.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중국이 디지털 화폐를 위한 가장 큰 실제 실험을 시작해 현금 없는 미래를 만드는데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앱은 일반 간편결제 서비스와 다른 점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앱에는 NFC(근거리에서 무선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 기반의 결제 기능이 있는 까닭이다. 인터넷 없이도 스마트폰끼리 살짝 부딪치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가게 주인에게 건네는 것과 같은 셈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시도는 디지털 위안화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이뤄지는 ‘공개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선전을 비롯해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신구,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공동 개최 예정지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 등지에서 비공개 내부 실험을 진행했지만 자세한 상황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 더욱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개혁·개방 1번지이자 ‘기술 허브’인 선전의 경제특구 건립 40주년을 기념식에 직접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위한 대규모 실험에 나서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을 대내외 널리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중국이 도입하려는 디지털 위안은 기존의 지폐나 동전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가치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제도권’ 밖에서 발행한 가상화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디지털 위안은 실물 현금 중 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우선은 소액 현금 거래의 일부를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을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복안이다. 인민은행은 향후 국제 무역과 결제 업무에서 디지털 위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관영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디지털 위안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라는 말 그대로 지폐라는 실체 없이 전자 장부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통화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며 가치는 실제 화폐처럼 일정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와 구분된다. 결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해 달러 중심의 기존 국제금융체계에서도 자유롭다. 실제로 중국이 올 들어 디지털 위안화 발행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거세지는 미국발(發) 제재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 제재에 이어 중국을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른 시일 내 디지털 위안화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결제망을 구축하려는 계산이다. 미중 간의 극심한 갈등 탓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오래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은 초라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도 못 미쳐 달러(39%), 유로(36%), 파운드(6%)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미국이 중국을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팡싱하이(方星海)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앞서 지난 6월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은 디지털 위안을 무기로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무역 체제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오이 중국은행 연구원은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은 국가 간 송금 시간을 기존 며칠에서 몇 초로 크게 줄이는 등 현재 200여 국가 은행이 이용 중인 달러송금 체계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며 “디지털 위안화가 대규모로 국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달러송금 시스템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이 이제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중국 주도의 경제 블록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진영 안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칭(重慶)시 시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달 경제 포럼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국과의 위안화 스와프(맞교환), 청산결제 시스템 구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과 투자를 추진할 때 가능한 한 위안화로 가격 책정, 지불, 정산 등을 해야 한다”며 “(위안화)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더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지역의 상점마다 즈푸바오나 중궈인롄(中國銀聯·Unionpay) 결제시스템이 깔렸듯이 향후 중국인이 자주 가는 곳마다 디지털 위안 결제 시스템이 널리 보급될 공산이 크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이 이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14·5계획(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간 준비를 해온 디지털 경제 발전에 크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데 디지털 위안도 이런 움직임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며 “위안화 국제화 측면에서도 중국이 (상대국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대일로 관련국에서 디지털 위안의 상대적 빠른 사용 확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중국의 디지털 위안 행보가 단순히 화폐의 디지털화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을 미국의 달러 중심 체제 대응하는 것 외에도 덩치가 커져버린 알리바바그룹의 즈푸바오(支付寶·Alipay), 텅쉰(騰訊·Tencent)그룹의 웨이신즈푸(微信支付·Wechatpay) 등 민간 기업을 견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중국 정부)은 디지털 위안의 발전을 철저히 통제하고 이를 국가경제의 변혁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하길 원한다”며 “중국의 디지털 위안은 이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에 비해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 일각에서도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의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지난 6월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막 내놓았다”며 “당신은 지금 당장 ‘열전’(Hot war)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단독] “내 차만 따라와”…운전면허시험 부정행위 5년간 118건

    [단독] “내 차만 따라와”…운전면허시험 부정행위 5년간 118건

    최근 5년간 운전면허 부정행위 118건휴대전화 이용 부정행위 48% 최다도로주행 시험 중 ‘페이스 메이커’ 등장도 “앞 차량 지인 분 맞죠? 차도 오른편에 차 세우세요. 부정행위로 시험 종료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1일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시험을 보던 A씨는 시험을 중단해야만 했다. ‘지인 찬스’를 썼다가 시험 감독관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A씨는 시험 전 지인에게 ‘페이스 메이커’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시험 차량 앞에서 운전하며 길 안내를 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도로주행은 거리 5㎞ 이상인 4개 코스 중 추첨을 통해 1개 코스를 돌아 7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A씨의 지인은 사전에 4개 코스를 모두 익혀뒀다. 하지만 시험 차량 앞과 옆에서 노골적으로 안내해 감독관에게 걸리고 말았다. 해당 시험은 무효처리됐고 A씨는 응시 제한 조치와 함께 경찰에 인계됐다. 최근 5년간 운전면허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운전면허시험 응시자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총 118건으로 집계됐다. 학과 필기시험에서 101건, 기능시험 12건, 도로주행에선 5건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했는데, 2016년 20건, 2017년 25건, 2018년 25건, 2019년 33건으로 4년 사이 65% 증가했다. 올해 1~8월 부정행위로 걸린 사람은 15명이었다. 부정행위별로 보면 학과 필기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57건(48.3%)으로 가장 많았다.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제를 검색하는가 하면, 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답을 얻으려한 뻔뻔한 응시자도 있었다. 이어 교재 및 커닝페이퍼 이용 29건(24.6%), 대리응시 27건(22.9%), 주행시험 중 지인 도움이 5건(4.2%) 적발됐다. 박재호 의원은 “공단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으려고 2018년 운전면허시험장에 휴대전화 보관함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여행가방]

    [여행가방]

    ●승우여행사, 24박25일 팔도유람 상품 승우여행사가 ‘대한민국 팔도유람 24박25일’ 상품을 출시했다. 가수 서수남·하청일이 부른 ‘팔도유람’ 가사처럼 전국을 구석구석 유람하는 일정이다. 각 지역 별미를 맛보고, 트레킹과 야경을 감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특히 한 차량당 좌석을 16석으로 제한해 여행 속 거리두기를 배려했다. 패키지 가격 1인당 475만원부터다. 출발일은 오는 19일, 11월 1일, 12월 1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wtour.co.kr) 참조. ●제주항공, 목적지 없는 관광비행 진행 제주항공이 23일 ‘관광 비행’을 진행한다. 인천을 출발해 군산, 여수, 대구, 포항 등의 상공을 돈 뒤 회항하는 여정이다. 운항 항로를 선으로 연결하면 뒤집힌 ‘하트’ 모양이다. 비행 중 감귤 주스, 스낵,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을 제공한다. 경품 추첨 등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내년 열린관광지 조성사업 20곳 선정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1년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 지원 대상 관광지 20곳을 선정했다. 경기 고양의 행주산성·행주송학커뮤니티센터·행주산성역사공원, 강원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통일공원·솔향수목원, 충북 충주 세계무술원·충주호체험관광지·중앙탑사적공원, 전북 군산 시간여행마을·경암동철길마을, 익산 교도소세트장·고스락, 순창 강천산군립공원·향가오토캠핑장, 전남 순천 순천만국가공원·드라마촬영장·낙안읍성, 대구 비슬산군립공원·사문진주막촌 등이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 관광 취약계층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