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걸프전 비용 조달내역/워싱턴=김호준(특파원코너)
◎우방에 떠넘긴 전비… 미 부담 고작 20%/한국 5억불등 518억불 갹출… 추가요청 가능성/부시,“미 납세자에 청구 안하겠다”… 은근히 생색/혼자 감당했던 2차대전때와 대조적… 「기우는 미국」 보는듯
전비는 전쟁의 주체가 부담해온 역사에 비춰 볼때 걸프전쟁처럼 이상한 전쟁도 없는 것 같다.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초강국」 미국이 미군 전비부담을 사실상 우방에 떠넘기고 몸으로 때우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역사 2백여년을 되돌아 봐도 미국이 외국으로부터 전비를 지원받기는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 휘하 군대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원조를 받은후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미 행정부는 이번 전쟁에서 미군이 맡고 있는 건 병력·항공기·선박·무기 등의 제공이기 때문에 미국 납세자에게 전비 전액이 청구되지 않을 것임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시에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특별 위험수당이나 소모된 미사일이나 탱크·전투기 등 대체 비용의 대부분을 우방들이 분담하는 전비로 충당하게 됐다는 얘기다.
작년 8월2일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지금까지 부시 미 행정부가 우방들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지원을 약속받은 전비는 현금과 현물을 합쳐 총 5백18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주요 지원국별로 나눠보면 사우디아라비아 1백68억달러,쿠웨이트 1백60억달러,일본 1백7억달러,독일 66억달러,한국 3억7천5백만달러 등이다. 사우디는 이밖에도 작년에 현지 미군에 대해 월 12억달러 상당의 식품 음료수 연료 등을 제공했다.
5백18억달러 가운데 올들어 약속된 금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각 1백35억달러,일본 90억달러,독일 55억달러,한국 2억8천만달러 등 총 4백17억8천만달러다. 이는 오는 3월말까지의 전비 명목으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후에도 전쟁이 계속될 경우 백악관은 우방들에게 추가지원을 다시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월16일 전쟁이 시작된 후 연합군측의 실제 전비가 얼마나 들어가고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경우 하루 평균 5억달러 정도가 들어갔을 것으로 펜타곤 관리들은 보고 있다. 지상전이 본격화되면 전비 소요액이 이보다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부시행정부는 1·4분기 미군 전비 가운데 미국이 부담할 몫으로 1백50억달러를 계상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우방들로부터 들어올 4백10여억달러를 합친 5백60여억달러를 3월말까지의 총전비로 생각하고 이를 반영한 추경예산안을 다음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 부담액은 실제 전비와 우방의 지원 규모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는 가변적인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리처드 다만 관리 예산국장은 얼마전 의회에서 『우방들에게 전비 추가지원을 1월중에 요청했기 때문에 많은 「지원약속」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확보된 우방 부담 4백17억달러에 추가 도착분이 얹혀지면 그만큼 미국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또 전쟁이 3월말전에 조기종전이 될 경우에도 미국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미 의회 일각에선 전쟁으로 인한 별도의 군사비 지출과 우방들의 약속불이행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가중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부시행정부는 『처음에 기대해던 것보다 많은 지원약속이 들어왔다』면서 『이번 전쟁을 치르기 위해 월남전 때처럼 전쟁부가세를 신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당초 부시행정부는 전비의 50%를 우방이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방이 약속한 지원액은 전비의 80%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작년 8월부터 12월말까지 4개월간 미국의 「사막의 방패」 작전에 소요된 비용은 총 1백11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97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현금·현물을 우방들이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주 현재 미국정부의 손에 들어온 것은 현금 53억달러,연료·장비 등 13억달러에 달한다. 나머지가 약속대로 들어올 경우 지난해 미국의 전비부담은 전체의 12%인 13억6천만달러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건 지난해 미 의회가 승인한 20억달러의 전비지출예산에 6억4천만달러의 불용액을 남기는 것이다.
우방들의 미국 전비지원은 사우디의 현지 지원물품을 제외하곤 모두 현금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 의회가 전비지원을 반대하고 있어 워싱턴은 일본의 지원금을 비전투목적인 식품·수송·의료 등에만 사용한다는 협정을 도쿄와 체결해 문제해결을 도모할 방침이다.
우방들의 미국 전비 지원금은 「방위협조 구좌」라고 부르는 미 재무부의 특별 구좌에 입금돼 법에 따라 의회의 승인 아래서만 지출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매월 15일이면 어김없이 즉시불 수표를 끊어주고 있다. 지난해 25억달러를 내놓은 쿠웨이트의 경우 10월초부터 10주간에 걸쳐 매주 2억5천만달러씩을 미 정부 금고에 입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펜타곤 자료에 따르면 과거에 미국이 부담한 전비는 제2차 세계대전 4년간 2천8백80억달러(월 65억달러),한국전 3년간 5백40억달러(월 15억달러),월남전 9년간 1천1백10억달러(월 11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1991년 달러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2차대전 전비는 3조달러,월남전 전비는 5천5백억달러에 상당한다.
당시에 미국은 이 엄청난 전비를 큰 무리벗이 혼자 감당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공산대국 소련이 사양길로 접어들었으니 우리가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라고자처하면서도 과거에 비하면 많지도 않은 전비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각국이 모두 십시이반의 협조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 어딘가에서 폴 케네디 교수의 예언「기우는 미국」을 보는 느낌을 지울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