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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훈 빙속 10000m ‘메달예감’

    이승훈 빙속 10000m ‘메달예감’

    │밴쿠버 조은지특파원│“5000m보다 10000m가 더 자신이 있습니다. 가진 게 체력밖에 없어서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22·한국체대)이 두 번째 메달사냥에 나선다. 이승훈은 24일 최장거리 종목인 10000m에 도전한다. 14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5000m ‘깜짝 은메달’을 따낸 지 꼭 열흘 째 되는 날이다. 이승훈은 23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연습을 갖고 변함없이 얼음을 갈랐다. 차분한 표정과 묵묵한 스케이팅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를 하루 앞뒀지만 “별생각이 없다. 아무 느낌도 없다.”고 태연했다. 긴장하거나 떨리는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스피드도, 순발력도 모두 떨어진다. 믿을 건 지구력 하나 밖에 없다.”고 웃었다. 지난해 7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10000m 공식 경기에 딱 두 번 출전했다. 첫 공식경기였던 지난해 12월24일 전국남녀 빙상선수권대회에서 14분01초64로 우승했다. 지난달 10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올라운드선수권 아시아지역예선 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13분21초04로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달 사이에 자신의 기록을 무려 40초60 앞당긴 것. 현재 이 종목 세계기록은 2007년 3월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세운 12분41초69다. 이승훈과 기록 차이는 크지만 빙질이 좋기로 유명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성적이다. 5000m에서 이승훈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한 크라머는 2관왕에 도전한다.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각각 금, 은메달을 땄던 밥 데용(네덜란드), 채드 헤드릭(미국)도 강력한 라이벌이다. 김관규 감독은 “훈련 때 랩타임도 잘 나오고 컨디션도 좋다. 승훈이 기록이 좋으면 나중에 타는 선수들이 긴장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1바퀴당 평균 30초5~8 정도로 달려줘야 한다. 함께 5조에 속한 아르옌 판 데 키에프트(네덜란드)는 10000m 전문 선수라 뒤처지지 말고 타라고 말했다.”고 했다.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기에 기대는 크다. zone4@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썰매 3인방’ 5년만에 올림픽출전 꿈 이뤘지만…

    ‘썰매 3인방’ 5년만에 올림픽출전 꿈 이뤘지만…

    │휘슬러 조은지특파원│“2010년에 우리 셋이 밴쿠버올림픽에 나간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을까. 한번 해 보자.” 강광배(37)-조인호-이용(이상 32·강원도청)은 2005년 ‘도원결의’를 했다. 호기롭게 목표를 던졌다. 그것이 실현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불과 5년이 안 돼 꿈은 이뤄졌다. 강광배는 봅슬레이로, 조인호는 스켈레톤, 이용은 루지 선수로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썰매 세 종목 동반출전은 한국 최초였다. 지난 20일 캐나다 휘슬러의 슬라이딩센터.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가 한창이었다. 태극마크 헬멧을 쓴 조인호는 최고 시속 139.7㎞로 힘차게 코스를 내려왔다. 벽에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미세하게 균형을 잡으며 피니시 라인까지 내달렸다. 1~3차 시기 합계 2분43초16으로 22위. 20위까지 주어지는 4차 시기 진출권은 놓쳤다. 잠깐 아쉬움이 스쳤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피니시 라인에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강광배, 이용이 있었다.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한 포옹을 나눴다.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했다는 자체가 서로 대견했다. 결과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괜찮았다. 더 빛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 ‘무에서 유’를 창조한 서로를, 이 순간만큼은 맘껏 칭찬하고 싶었다. 사실 썰매라는 것만 같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는 확연히 다른 종목이다. 다른 나라를 봐도 썰매 종목 선수끼리 돕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광배는 “김연아가 쇼트트랙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빗댔다. 하지만 ‘선구자’인 이들은 서로 의지해야 했다. 그렇게 끈끈하게 도와가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고, 그 길이 이제는 역사가 됐다. 조인호는 “시작한 지 5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했고 세계랭킹 22위까지 올라왔다. 한계도 보였지만 발전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이라고 웃었다. 이용도 “이젠 올림픽 출전에 만족하지 않겠다. 다음엔 메달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썰매 종목을 개척한 강광배는 “건물로 보면 기초공사의 90%가 끝났다.”면서 “씨를 뿌렸고, 이제 새싹이 나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도자가 될 사람 모두가 올림픽 경험을 했고, 국제연맹과의 유대관계도 좋다는 게 이유다. 선수도 거의 없고, 국내 경기장도 없는 가운데 나온 성적이라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동계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러 인프라가 구축된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간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이제 남은 건 27일 봅슬레이 4인승. 강광배는 “열정을 싣고 달리겠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라고 말했다. 조인호와 이용은 어김없이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글 사진 zone4@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더 보러가기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스키점프 당신은 여전히 국가대표입니다

    점프대에 앉은 ‘국가대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고글도 만지작거렸다. 바람을 살피던 김흥수(30) 코치는 시원스럽게 깃발을 내리지 못했다. 바람이 안 좋아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그렇게 신중하게 날아올랐다. 정말 심혈을 기울인 올림픽이었다. 그동안 올림픽에 세 번 나왔지만 관심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영화 ‘국가대표’로 인기를 끌었고, 경기도 생중계된다고 했다. 경기 전에는 ‘잘해라.’, ‘지켜보겠다.’는 연락이 쇄도했다. 부담 없이 잘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부담이 쌓였다. 외국 선수들이 “항상 밝고 즐겁던 너희들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둡냐.”고 걱정할 정도. 결과는 목표였던 개인전 ‘톱10’과 거리가 있었다. 스키점프팀은 22일 밴쿠버 하얏트호텔의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흥수 코치는 “만감이 교차한다. 좋은 성적으로 이 자리에 섰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팬들이 “잘하셨어요.”라고 큰 박수를 보내자 김 코치와 선수들 눈가가 순간 그렁그렁해졌다. 찡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기에 실망은 더 컸다. 이 성적만으로 평가받을까 봐 걱정도 되고 억울하다고도 했다. 최흥철(29)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격려와 질책 모두 달게 받겠다.”고 했다. 최용직(28)은 “관심에 보답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4년 후 소치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김현기(27)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성적이 안 나와 실망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치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하겠다. 꼭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또렷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점프 2관왕(K-95, K-125)을 차지한 시몬 암만(스위스)은 우리 선수들 또래다. 어린 시절 유럽대회에서 자주 만나던 친구였다. 청첩장을 보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월등히 앞섰다.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암만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스위스 스키협회는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암만을 위해 더 멀리, 잘 날아갈 수 있는 변형 바인딩을 개발했다. 다른 나라에서 돈을 아무리 줘도 살 수 없는 ‘암만만을 위한 바인딩’이 완성됐고 암만은 이번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두 개를 안았다. 우리에게 이런 현실은 언감생심. 김흥수 코치는 “경제적 지원이나 팀 스태프 같은 문제를 계속 말할 필요는 없다. 불평할 시간에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했다. 이건 체념이다. 스키점프 1세대는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선수들은 언제까지 혼자 고민해야 할까. 선수들은 20년째 변함없이 비행 중이다. zone4@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더 보러가기
  • 스키점프 응원온 꿈나무들 “2018년엔 우리가 국가대표”

    스키점프 응원온 꿈나무들 “2018년엔 우리가 국가대표”

    │휘슬러 조은지특파원│“형들을 이기고 싶어요. 2018년에는 저희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20일 캐나다 휘슬러의 올림픽파크.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라지힐(K-125) 예선전이 한창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속에 선수보다 긴장한 표정의 네 소년이 있었다. 한국을 응원하러 온 스키점프 꿈나무들이었다. “야야, 현기 형이야!” 넷은 쉬쉬거리며 호들갑을 떨더니 점프대를 목이 빠져라 바라봤다. 점프대에 김현기(27·하이원)가 앉아 있었다. 넷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를 잡았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빠른 속도로 인런을 내려온 김현기가 공중으로 훌쩍 날았다. 눈이 커진 소년들은 김현기의 비행을 훑으며 “더더더~”라고 기합을 넣는다. 마음은 함께 뛰어올랐다. 123m를 날았다. 신준영은 “형들 뛰는 건 종종 봤지만 올림픽에서 보니까 더 가슴이 뛰어요. 멋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스키 가족(?)이다. 대한스키협회 조은상 사무차장의 조카 이병화(가락고), 협회 정낙규 대리의 사촌동생 신준영,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김대영 코치의 아들 김봉주(이상 17·상지대관령고), 시정헌(16·설천중). 스키점프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발전 가능성을 본 이들이 추천했기에 주저없이 선택했다. 이제는 인생을 걸었다. 아직 K-60 점프대를 뛰지만 꿈은 높기만 하다. 시정헌은 “얼른 형들을 이기고 싶어요.”라고 당돌하게 말했고, 김봉주는 “금메달 따고 싶어요. 될 때까지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의지와 열정은 이미 금메달감. 스키점프 1세대가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듯 이들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도 접근하기 힘든 점프대인데, 이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신준영과 이병화는 독일로 스키점프 유학을 떠났다. 매달 400만~500만원씩 들어가는 비용이 큰 부담이지만 한번 ‘비행맛’을 본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1년 넘게 독일에서 날았다. 21일 이어진 결승에서는 김현기가 42위, 최흥철(29·하이원)이 49위로 결승 2차전 진출에 실패했다. 김흥수(30) 코치는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와 아쉽다.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게 묻히고 이 성적만으로 평가받을까 봐 걱정도 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 다시 시작하겠다. 최대한 빨리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글 사진 zone4@seoul.co.kr
  • [밴쿠버 동계올림픽]2관왕 이정수 전관왕 꿈

    [밴쿠버 동계올림픽]2관왕 이정수 전관왕 꿈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말도 안 돼요. 금메달이 2개라니. 두 번째는 정말 꿈만 같아요.” ‘골든 선데이’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탄생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이 벌어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움. 이정수(21·단국대)는 올림픽 신기록인 1분23초747에 결승선을 끊어 우승, 1500m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4일 1500m 결승에서 충돌사고로 실격되면서 팀 동료의 메달을 날려 비난에 시달리던 이호석(24·고양시청)은 1분23초801로 은메달을 보태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이번에는 이호석이 레이스 대열을 교란해 이정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톡톡이 했다. 한국은 1992년 쇼트트랙이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6번의 대회에서 5차례나 남자 1000m를 석권한 초강세를 이어갔다. 선수단 ‘2관왕’ 1호가 된 이정수의 표정은 어린 아이의 표정처럼 해맑았다. 이정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메달은 꿈만 같다. 현실이 아니라 마치 딴 세상에서 딴 것 같다.”면서 인터뷰 도중 웃음을 짓는가 하면 “아~말도 안돼. 아~진짜”를 연발했다. 이정수는 남은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도 출전이 예상돼 한국 올림픽 사상 처음 대회 전관왕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정수는 우승의 원동력으로 이호석의 중반 스퍼트를 꼽았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경기가 아니어서 처음에 많이 당황했다.”면서 “그러나 호석이형이 스퍼트를 시작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고, 그 덕분에 내가 나갈 틈이 생겼다. 결국 호석이형 덕이었다.”고 밝혔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여자 쇼트트랙도 은·동메달을 한꺼번에 수확하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앞서 열린 1500m 결승에서 이은별(19·연수여고)이 은메달을, 박승희(18·광문고)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는 중반부터 선두를 지켜 금메달이 눈에 보이는 듯했지만 3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저우양과 이은별에 추월당해 3위에 머물렀다. 처음 올림픽에 나선 이은별은 “메달을 따는 순간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면서 “그러나 너무 쉽게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내준 게 아쉽다. (조)해리 언니까지 결승에 3명이나 올라갔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회 첫 메달 사냥에 성공한 여자대표팀의 목표는 3000m 계주(25일)에서 중국을 잡고 금메달을 따는 것. 성사되면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 이후 계주 5연패 달성이다. 쇼트트랙에서 이날 하루 금 1, 은 2, 동메달 1개를 보탠 한국은 금 4, 은 4, 동 1개로 전날 6위였던 메달 중간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zone4@seoul.co.kr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경기앞둔 선수 한밤 인터뷰… 과열취재 언제까지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이슈를 만들고, 이슈를 소비하는 것. 그것이 반복되는 게 기자의 숙명이다. 요즘 화두는 ‘한국체대 3인방’.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란히 메달을 건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가 최고의 인기다. 이상화와 모태범이 10년 지기 ‘절친’이라는 것부터 이들의 허벅지 사이즈, 미니홈피 일촌명까지 소소한 것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다. 18일 밤 10시(현지시간). 셋은 메달을 들고 선수촌 앞으로 나왔다. 어떤 기자가 만나자고 했다. 간단히 인터뷰를 했고 사진도 찍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할 만큼, ‘기자들이 모른 척해 서러웠다.’고 할 만큼 관심에 목마른 선수들이었다. 밤이 늦었지만 ‘기자님’이 원한다니 즐겁게 인터뷰에 응했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이튿날 오전 8시. 이들은 또 한 번 사진기자들 앞에 섰다. 전날 찍은 사진이 화근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찍혀야 했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물음에 “일단 푹 쉬고 싶다.”고 했던 그들이다. 연일 강행군을 하느라 체력은 고갈됐다. 신세대답게 거침없고 솔직한 이들이지만 어린 운동선수들이 기자를 만나는 것은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메달을 목에 건 만큼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 ‘이만큼도 장하다. 충분히 잘했다.’고 박수를 받을 만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상화를 제외한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다. 21일 1500m 경기를 마친 모태범은 “진짜 너무 힘들어요. 일단 쉬면서 컨디션 관리하고 싶어요.”라고 호소했다. 이틀꼴로 경기를 했고, 메달 세리머니를 했고, 또 기자들을 만났다. 취재에도 ‘룰’이 있다. 취재진은 모든 선수들이 통과하는 믹스드존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된다. 올림픽은 전화해서 선수를 불러내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 올림픽은 선수 인생을 건 아주 중요한 무대다. 0.01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 과열된 취재경쟁 때문에 이들에게 아주 약간의 미련이라도 남긴다면 그건 누가 책임질까. 이런 기사는 독자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zone4@seoul.co.kr
  • 쇼트트랙 골든 선데이 기대하세요

    쇼트트랙 골든 선데이 기대하세요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쇼트트랙 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지난 아픔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구동성으로 “기분 좋아요. 컨디션도 문제 없어요.”라고 외쳤다. 19일 공식훈련이 있던 캐나다 밴쿠버의 킬러니센터. 훈련 분위기는 무척 밝았다. 선수들은 악착같이 빙판을 누비면서도 짬이 날 때는 스스럼 없이 장난치며 미소를 지었다. 현지 시간으로 18일인 이날은 성시백(23·용인시청)의 생일이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500m에서 이호석(24·고양시청)과 부딪쳐 아깝게 메달을 놓친 성시백은 “컨디션도 점점 좋아지고 기분도 다를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날 사고를 되묻자 “원래 쇼트트랙이 그런 종목이에요. 언제든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란 법이 없습니다.”라고 태연하게 웃었다. 너무 초연해 오히려 묻는 이가 당황할 정도였다. 생일이지만 훈련은 여느 때와 다름없다. 서운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항상 시즌 중 생일이라 그냥 넘어가는 게 익숙해요. 다들 축하한다고 해줬어요.”라고 했다. 밴쿠버로 찾아온 어머니와 함께 외출할 수도 있지만 “시합에 집중하고 싶어요. 즐기는 건 나중으로 미룰게요.”라고 사양했다. “금메달로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겠습니다.”라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한층 밝아진 표정의 이호석도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이 벌써 메달 4개(금2·은2개)를 수확해 자극이 되거나 안심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저희는 선수인걸요. 우리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종목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뜻. 김기훈 감독도 “선수들 기량이건, 팀 분위기건 전혀 문제없습니다.”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당장 21일부터 쇼트트랙의 ‘금메달 행진’이 시작된다. 이날 남자 1000m와 여자 1500m 결승경기가 열린다. 특히 남자 1000m는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2006 토리노올림픽까지 네 차례나 금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반칙성 플레이가 불안요소이지만 이정수(21·단국대)·이호석·성시백 모두 고른 기량을 보이고 있다. 첫 메달 사냥에 나서는 여자팀도 조해리(24·고양시청)·이은별(19·연수여고)·박승희(18·광문고)가 평소 기량만 유지한다면 메달권 진입은 무난하다. zone4@seoul.co.kr
  • “꿀벅지요? 고맙죠…이젠 푹 쉬고 싶어”

    “꿀벅지요? 고맙죠…이젠 푹 쉬고 싶어”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500m가 있는 16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써놓은 당돌한 아이. 이상화(21·한국체대)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고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 실감이 안 나요. 그래도 이 정도면 ‘한 방’ 단단히 했잖아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금메달 감격이 아직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화는 19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여자 1000m에서 23위(1분18초24)에 머물렀다. 출전선수 36명 중 중위권.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원래 1000m 전문이 아닌 데다 월드컵 랭킹도 7~8위가 최고 성적이다. 입상한 적도 없고, 전혀 기대도 안 했다. 열심히 탔고 그래서 실망은 없다. “23등 하고 이렇게 즐거운 선수는 저밖에 없을 거예요. 오늘 스케이팅에 만족해요.”라고 호탕하게 웃는다. 500m 라이벌들이 모두 주춤한 것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왕베이싱도 24위 했고, 예니 볼프도 17위잖아요. 원래 1등하고 2~3초 정도 차이 나요.”라고 했다. 이상화는 이날 1000m를 끝으로 밴쿠버올림픽을 마쳤다. “다 끝났으니 이제 푹 쉬고 싶어요. 눈 부은 것 좀 보세요.”라고 피로를 호소했다. 폐막식까지 밴쿠버에 머물면서 올림픽 열기를 몸소 느낄 계획이다. 솔직함으로 일관하던 이상화는 선배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 얘기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빠들 덕을 참 많이 봤어요. 성적이 안 좋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잘 이끌어 주신 거 정말 감사드립니다.”고 했다.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관규 감독님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알려 주셨어요. 이번 금메달이 거기에 대한 보답이죠.”라면서 “큰절을 100번 정도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금벅지, 꿀벅지’라는 별명 얘기에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제 최고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해주시니 고맙죠. 그런데 악플도 많던데요?”라며 눈을 흘겼다. 그래도 ‘무플(리플이 없는 것)보단 악플이 낫다.’고 기뻐했다. ‘허벅지가 22인치’라는 기사도 완강히 부인했다. “허벅지 사이즈를 잰 적은 한번도 없어요. 설마 22인치가 나오겠어요?”라고 되묻더니 “운동 안 하면 금방 빠져요.”라며 웃었다. ‘절친’ 모태범(21·한국체대)과의 열애설도마냥 즐겁기만 하다. “인터넷 보니까 커플링이라는 얘기까지 있더라고요. 그냥 웃겨요.”라고 깔깔거린다. 오른손에 낀 반지는 부모님 연애 시절 어머니가 끼시던 반지고, 왼손 반지는 힘내라고 아버지가 사주신 거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빙판 위의 신세경’이라는 별명에 부끄러워하던 이상화는 “운동선수치고 예쁘다는 말이겠죠. 전 운동선수니까 유니폼 입고 있는 모습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라고 털털하게받아쳤다. 이상화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겠다.”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zone4@seoul.co.kr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흑인은 아직도 이방인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18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 2연패에 성공한 데이비스는 감격에 겨운 듯 링크를 돌며 오랜 시간 손을 흔들었다. 관중들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4년 만에 또 시상대에 선 그의 모습은 찡한 감동을 안겼다. 동계올림픽에서 흑인으로서 유일한 개인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실력보다 피부색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하계올림픽에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앞세운 흑인들이 주류다. 반면 동계올림픽에서 흑인이 시상대에 서는 건 낯설다. ‘눈과 얼음의 축제’에 초대된 흑인도 거의 없다. 총 2622명의 참가선수 중 손으로 꼽을 정도. 북미와 유럽대륙의 백인 선수들이 대부분(2300여명)이다. 단 1명만 출전한 나라가 20개국인데 대부분 흑인이다. 우선은 환경 탓일 게다. 동계스포츠는 유럽과 북미의 추운 지역에서 발달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는 사시사철 덥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생활수준의 차이도 이유가 된다. 겨울스포츠는 고가의 장비가 기본. 육상이나 농구 등 ‘백야드(backyard) 스포츠’보다 돈이 많이 든다. 선진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부르주아’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신체 특성도 영향이 있다. 지방보다 근육이 많은 흑인은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무거운 근육이 많아 수영에서 빛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1980년대부터 흑인들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됐다.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데비 토머스(미국)가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동메달로 흑인 사상 처음 시상대에 올랐다. 영화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도 출전해 ‘흑인’이 화두가 됐다. 도전은 이어졌다. 마침내 토리노 대회에서 데이비스가 흑인 최초로 개인종목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피겨스케이팅에서 흑인만으로 구성된 페어팀이 처음 출전했다. 야닉 보누르-바네사 제임스(프랑스)가 주인공. 알파인 스키에서는 홀로 출전해 ‘도전 정신’을 보여 주는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아좀퐁이 있다. 큰 족적을 남긴 데이비스는 1500m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이들의 분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럼에도 동계올림픽은 여전히 ‘잘사는 백인들의 잔치’다. ‘반쪽 축제’가 언제쯤 전 지구인의 축제가 될까. zone4@seoul.co.kr
  •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내친김에 1500m도… 세번째 메달따면 울 것”

    │밴쿠버 조은지특파원│“금·은·동 다 따면 정말 무릎 꿇고 울 겁니다.” 발랄한 ‘신세대 스프린터’ 모태범(21·한국체대)이 ‘모터범’이란 애칭답게 제대로 달렸다. 한국 최초의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멀티메달리스트’이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한국의 첫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모태범은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00m에서 샤니 데이비스(미국·1분08초94)에게 0.18초 뒤진 1분09초12의 기록으로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은 2006 토리노올림픽 5000m 금메달리스트 채드 헤드릭(미국·1분09초32). 한국이 동계올림픽 1000m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18년 만이다. 모태범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내 실력을 100% 발휘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어 “내친김에 1500m와 팀추월 경기에서도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아~아깝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태극기를 두른 채 막춤을 추고, 시상대에서 V자를 그리는 톡톡 튀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신세대의 당돌함 그자체였다. 16조로 나선 모태범은 초반 200m를 16초39에 주파했고, 600m를 41초75로 통과했다. 피니시 라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 모태범의 기록은 1분09초12. 지난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 기록(1분10초11)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모태범은 “마지막에 데이비스가 타는 걸 보면서 ‘조금만 늦게 가면 안 될까. 한 번쯤 삐끗하면 안 될까.’ 생각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첫 출전에 벌써 메달을 두 개나 따다니 스스로도 놀랍다.”고 금세 씩 웃었다. 한국에서 유명해졌다고 하자 “빨리 한국에 가 보고 싶다. 어제 이승훈(5000m 은메달)이랑 ‘빨리 한국 가서 길거리 걸어다니고 싶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볼까.’라고 얘기했다.”며 깔깔거렸다. 이어 “이상화(여자 500m 금메달)와 사귄다는 얘기도 있던데 절대 아니다. 상화가 아깝다.”며 손사래를 쳤다. 통통 튀는 모습에 적응될 쯤 진지한 매력도 보였다. “자만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잘할수록 고개를 숙여라’, ‘잘 타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선수답게 성실히 운동하겠다.”고 말했다. 모태범은 21일 1500m와 27일 팀추월까지 앞으로 두 경기를 남겨뒀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치러지는 강행군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쌓였다. 모태범은 “21일까지 좀 여유가 있으니 잘 먹고 푹 쉬고 싶다.”면서도 “이상하게 안 될 것 같은 생각은 안 든다.”고 자신했다. 이어 “팀추월은 두 번 이기면 은메달을 확보한다. 금·은·동을 다 딴다면 그때는 무릎 꿇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역시 발랄하고 거침없었다. 이규혁은 뒷심부족으로 9위를 차지, 다섯 번째 올림픽을 노메달로 마쳤다. 문준(성남시청)은 18위(1분10초68), 이기호(서울시청)는 36위(1분12초33)를 차지했다. zone4@seoul.co.kr
  • ‘스키여제’ 린제이 본 부상 딛고 금빛 활강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스피드퀸’ 린제이 본(26·미국)이 부상을 딛고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2년 연속 월드컵 종합 1위를 차지한 본은 18일 캐나다 휘슬러 크릭사이드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1분44초19로 결승선을 통과해 1위에 올랐다. 동료 줄리아 맨커소는 1분44초75로 2위.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괴글이 1분45초65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8세이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 출전한 본은 2006년 토리노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훈련 도중 충돌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의사의 만류에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노메달에 그쳤다. 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오른쪽 정강이에 심각한 타박상을 입었지만 불굴의 투지로 레이스를 펼쳐 감동을 자아냈다. 본은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이라며 울먹였다. ●美 숀 화이트, 하프파이프 2연패 쾌거 사이프러스마운틴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는 빨간 머리카락 때문에 ‘날아다니는 토마토’로 불리는 숀 화이트(24·미국)가 48.4점으로 1위에 올라 2연패를 일궜다. 그러나 김호준(20·한국체대)은 예선 12위에 머물러 9위까지 주는 준결승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태극낭자 쇼트500m 中 왕멍 못 넘어 중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왕멍(25)은 퍼시픽콜리시움에서 열린 500m 결승에서 2연패를 이룩했다. 캐나다의 마리안 셍젤라는 43초241로 은메달,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는 43초804를 찍어 3위에 올랐다. B파이널로 밀렸던 이은별(19·연수여고)은 최종 8위가 됐다. 이로써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취약 종목인 최단거리에서 조해리(24·고양시청), 박승희(18·광문고) 등 3명 모두가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5000m 계주에서 조 1위로 결승(27일)에 올라 2연패를 겨냥하게 됐다. 첫 주자로 나선 이호석(24·고양시청)부터 성시백(23·용인시청), 곽윤기(21·연세대), 김성일(20·단국대)이 끝까지 선두를 지켰다. 아폴로 안톤 오노가 이끄는 미국은 2위로 결승에 올랐다. 2조에서는 중국과 캐나다가 결승에 올랐다. 성시백은 남자 1000m 예선에서 1분24초245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정수는 예선 7조에서 1분24초962로 1위를 차지했고, 이호석도 1분25초925로 21일 열리는 16강전에 올랐다. zone4@seoul.co.kr
  • 4년의 땀과 눈물이 0.05초차 일궜다

    4년의 땀과 눈물이 0.05초차 일궜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전광판을 슬며시 보고 ‘졌나?’ 싶었다. 상대가 살짝 빨랐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코너를 돌자 김관규 감독 얼굴이 보였다. 김 감독이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금메달이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고, 한 번 터진 기쁨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태극기를 들고 천천히 링크를 돌았다. 매일 밤마다 상상하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이상화(한국체대)는 17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6초09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과 모태범(이상 한국체대)이 뜨겁게 달궈놓은 스피드스케이팅 메달행진을 이상화가 이어받은 것. ‘한국체대 07학번 3인방’이 모두 빛나는 메달을 건 순간이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여자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는 출국 전만 해도 “기록을 줄이자는 생각뿐이다. 빨리 올림픽을 끝내고 쉬고 싶다.”고 쿨하게(?) 말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엔 “(이)승훈이가 은메달 따고부터 계속 찡하고 울컥하다 나 메달 따면 완전 펑펑 울 것 같은데 어쩌지.”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솔직하고 터프한 성격이지만 마음이 여려 눈물도 많은 이상화였다. 스타트 총성이 다가올수록 심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멋지게 해냈다. 4년 전 토리노에서 5위에 그쳐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 달랐다. 그동안 쏟은 땀과 눈물은 ‘역사’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동차 타이어를 자전거 뒤에 매달고 달렸고, 외국선수들이 140㎏ 드는 스쿼트를 170㎏까지 올렸다. 운도 따랐다. 이상화는 “1차 시기에 아웃코스 배정받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왔다. 인코스 선수를 쫓아가면서 견제할 수 있는 데다 가속도가 붙는 레이스 후반 3~4코너를 안정적으로 돌기만 해도 돼 부담이 덜하다. 대부분 선수가 아웃코스를 좋아하지만 이상화는 유독 심하다. 다행히 경기 전날 발표된 조편성에서 이상화는 17조 아웃 코스를 꿰찼다. 상대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여제’ 예니 볼프(독일). 그와 뛸 생각을 하니 밤에 잠도 안 왔다. 김 감독은 “금메달 따려면 어차피 꺾어야 할 상대”라고 달랬다. 그래도 떨렸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 오자 월드컵 대회에 온 것처럼 담담했다. ‘잃을 게 없다.’는 생각 덕분인지 레이스는 좋았다. 스타트가 약한 이상화는 초반 100m를 볼프(10초26)보다 0.08초 느린 10초34로 통과했지만 결승선을 지났을 때 전광판은 38초24를 가리켰다. 볼프(38초30)는 물론 세계랭킹 2위 왕베이싱(중국·38초48)보다도 빨랐다. 2차 레이스는 마지막 조(18조)에 코스만 바꾼 채 볼프와 또 붙었다. 바로 전에 달린 왕베이싱은 1, 2차 시기 합계 76초63의 기록으로 스케이트를 벗었다. 더욱 힘이 났다.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차 때보다 빠른 10초29로 통과했고, 흔들림 없이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볼프가 37초838, 이상화가 37초85였다. 합계 0.05초 차의 짜릿한 금메달이었다. zone4@seoul.co.kr
  • “월드컵 우승때 연아에 묻혀 서러웠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사이클에 타이어 매고 달리는 체력훈련요, 그거 정말 너무 싫었는데 이렇게 성공했으니까 앞으로도 하던 대로 쭉 해야죠.”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한국체대)는 벌써 ‘미래’를 얘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로 스피드 금메달을 땄다.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올림픽이란 생각에 너무 떨렸고 (이)승훈이랑 (모)태범이가 메달을 따 심적 부담도 컸다. 예니 볼프가 워낙 좋은 선수고 스타트까지 빨라서 뒤처지지 말고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긴장돼 잠도 잘 못 잤는데 1위라니 꿈만 같다. 운이 좋았다. 4년 전 토리노에서 흘린 ‘아쉬움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 됐다. →금메달의 원동력은. -쇼트트랙이나 피겨 스케이팅에 밀려서 아무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았을 뿐, 우리는 열심히 운동했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때 결과도 좋았는데 김연아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바로 묻혔다. 서럽기도 했다. 이번에 좋은 성적이 난 건 좋은 팀 분위기와 체력훈련 덕분이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전날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조언은 없었나. -태범이가 메달 따고는 보지 못했다. 며칠 전에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태범이가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해줬다. 경기 후에는 부모님이 떠올랐고 함께 끌어준 규혁 오빠, 강석 오빠, 문준 오빠가 생각났다. 오빠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줬다. zone4@seoul.co.kr
  • [경제플러스] 한화·CT&T 전기차부품 개발

    한화L&C가 전기차 생산업체인 CT&T와 초경량 복합소재 부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했다고 17일 밝혔다. 양사는 CT&T의 도시형 근거리 전기차인 ‘e-ZONE’의 전후방 범퍼와 보닛, 트렁크 외판 등을 포함한 내·외장 부품을 공동으로 개발해 공급한다. 한화L&C는 2013년까지 ‘e-ZONE’ 17만대에 들어가는 내·외장 소재를 공급하고 CT&T가 개발 중인 전기버스와 4인승 전기차에도 자사의 ‘익시스(IXIS)’ 등 새로운 경량복합소재들을 공급할 계획이다.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김관규감독 ‘막내삼촌 리더십’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이 한창이던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정빙문제로 경기가 연거푸 지연됐다. 부슬비가 떨어졌고 날도 어둑했다. 남자 500m 1차 레이스가 끝난 휴식시간이었다. 빗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사람, 대표팀 김관규(43) 감독이었다. 담배를 쥔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메달이 유력하던 이규혁(서울시청)은 10위로 저조했고, 지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의정부시청)은 4위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모태범(한국체대)이 2위로 선전 중이었다. 김 감독은 “모태범이 2차에서도 잘 타고, 마지막 조 두 명이 넘어졌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너무 긴장해 웃음조차 어색했다. 김 감독은 모태범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비로소 활짝 웃었다. 기분 좋게 제자의 등을 두드렸다. 바로 안타까움이 밀려온 그는 “나이순으로 땄으면 더 좋았을걸….”이라고 했다. 이규혁과 이강석, 문준(성남시청) 걱정이 먼저였다. 17일엔 이상화(한국체대)가 배턴을 이어받아 여자 500m 금메달을 땄다. 김 감독은 “(이)상화가 우는 걸 보니 나도 찡했다.”면서 덩달아 눈가가 촉촉해졌다. 김 감독은 첫인상이 친근하다. 입가엔 항상 미소가 스며 있다. 훈련 때도 온화한 표정으로 선수 랩타임을 불러준다. 잘못된 점을 지적할 때도 다독이는 게 먼저다. 그야말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풍긴다. 선수라면 호흡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감독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다. 그래도 선수들은 거리낌 없이 김 감독의 팔짱을 끼고 때론 애교(?)를 떤다. 티 나게 힘든 척을 하며 감독의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막내 삼촌 대하듯 정겹다. 훈련 분위기는 그래서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당연히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국가대표 운동시간인데 분위기가 너무 설렁설렁하다는 것이다. 감독은 버럭 화를 내고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인 모습, 그렇게 운동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의 시선이었다. 김 감독은 그 불편한 시선을 이겨냈다. 그는 “시대가 변했다. 선수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쪼아도 안 된다.”면서 “나는 선수 스스로 열심히 하게끔 자극을 주면 된다.”고 했다. “선생이라고 꼭 위신 세울 필요 있나. 성적이 나야 선생도 있지.”라고도 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장거리에 출전했던 김 감독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배로서, 또 선생으로서 지금 선수들이 마냥 사랑스럽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딸 때 왕창 따야 한다. 그래야 4년 후 본보기가 된다.”고 말하는 김 감독을 보며 제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zone4@seoul.co.kr
  • [밴쿠버동계올림픽] “무관심이 오히려 도움됐죠”

    [밴쿠버동계올림픽] “무관심이 오히려 도움됐죠”

    │밴쿠버 조은지특파원│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모태범은 의젓했다. 시상대에서 여유 있게 금메달리스트의 세리머니도 했고, 주변 선수들을 격려하는 여유도 부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인데.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 아직도 안 믿긴다. 오늘(15일)이 생일인데, 가장 큰 생일선물을 내가 줬다. 원래 1000m 전문인데 그 종목을 더 잘 타기 위해 500m 속도 훈련을 병행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임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1차 레이스 성적을 보고 긴가민가했다. 2차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달렸다. 한번 해보자는 오기도 있었다. 메달 생각은 전혀 못했다. →강력한 메달 후보인 이규혁과 이강석을 이겼다. -형들에게 관심이 집중될 동안 사실 서러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 오히려 부담이 없었다. →1차 레이스 때 1시간30분을 대기했는데. -감독님이 대처방법을 잘 알려줘 컨디션 조절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경기시간에 맞춰서 좀 더 쉬다가 몸을 풀었고, 음료수 마시고 얘기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주종목이 남았는데. -500m 금메달로 확실히 자신감을 찾았다. 1000m는 물론 팀추월까지 자신이 있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모태범 한국빙속 74년 꿈 이뤘다

    모태범 한국빙속 74년 꿈 이뤘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74년 만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에 목말랐던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드디어 꿈을 이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간판종목 쇼트트랙의 뒷전에 있었던 설움도 날아가는 듯했다. 의외의 선수가 해내 더 드라마틱했다. ‘4전5기’의 이규혁(32·서울시청)도, 이강석(25·의정부시청)도 아니었다. 걸출한 두 형님에 가려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는 모태범(21·한국체대)이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었다. 모태범은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m 결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69초82를 기록,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가토 조지(일본·70초01). 일본과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쇼트트랙을 제외한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1992알베르빌대회 김윤만(은), 2006토리노대회 이강석(동)이 따낸 메달이 전부였다. 14일 이승훈(22·한국체대)이 5000m에서 ‘은빛 질주’를 하더니 모태범이 드디어 ‘노다지’를 캐냈다. 1948년 생모리츠대회 때 처음 스피드 스케이팅에 도전한 이후 62년 만의 경사다. 김정연이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4년 만에 캐낸 금메달. 모태범은 “믿기지 않는다.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10년 넘는 지도자 생활 중 가장 놀라운 일이다. 1위가 확정될 때 뒷목이 찌릿했다.”고 했다. 모두가 그랬다. 모태범의 월드컵 시리즈 500m 랭킹은 14위. 그에게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랭킹 1, 2위인 이강석과 이규혁에게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미디어데이 때도 모태범은 질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럴 거면 훈련이나 할걸. 왜 불렀어.”라는 마음에 울컥 서운함이 복받쳤다. 대신 독기를 품었다. 일곱 살 때 취미로 스케이트화를 신은 그는 순발력과 집중력, 승부근성을 타고났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당연히 ‘연습벌레’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경기장에선 상대에게 얕잡아 보일까 미소도 잘 짓지 않았다. 강해 보이고 싶어 왼쪽 귀에는 피어싱을 했다. 더구나 며칠 전엔 절친한 이승훈이 은메달을 땄다. “나도 못할 게 없다.”며 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그래도 금메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뜻밖이었다고 했다. 18일 주종목인 1000m 실전경기를 앞두고 몸풀기 삼아 나왔다. 그런데 그만 ‘대형사고’를 쳤다. 마침 현지시간인 15일은 모태범의 생일. 역대 동계올림픽사에서도 네 번째인 진기록이다. 1976년 인스부르크대회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노르웨이의 얀 에글 스토홀트 이후 무려 34년 만이기도 하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내 인생에 가장 큰 생일선물을 내가 줬다.”고 기뻐했다. 한편 이강석(70초04)은 0.03초 차로 동메달을 놓쳤고, 이규혁은 70초48로 15위, 문준(성남시청)은 71초19로 19위를 차지했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밴쿠버동계올림픽] 모터범, 파워로 빙질·타이밍 싸움서 이겼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모터범, 파워로 빙질·타이밍 싸움서 이겼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믿을 수 없어 그저 얼굴만 감싸쥘 뿐 분명 꿈은 아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확인해 봤지만 전광판의 1등은 분명히 자신이었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면서 평펑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났다. 자꾸 헛웃음만 나왔다. 밴쿠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벌어진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는 붉은 국기를 흔드는 개최국 캐나다 응원단과 오렌지색 옷을 맞춰 입은 네덜란드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7000여명이 내지르는 함성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500m에 출전하는 한국의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 문준(성남시청), 모태범(한국체대)은 음악을 들으며 묵묵히 몸을 풀었다. 13조에 속한 모태범이 한국선수 중 처음으로 1차 레이스에 나섰다. 상대는 월드컵 랭킹 9위 얀 스미켄스(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이 국기인 네덜란드의 응원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35초 뒤 환호는 나지막한 탄성으로 바뀌었다. ‘새 얼굴’이나 다름없는 모태범이 34초92의 기록으로 스미켄스(35초16)를 누르고 중간순위 1위를 꿰찼기 때문. 1차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모태범은 2위를 유지했다. 그를 앞선 선수는 미카 포탈라(핀란드·34초86) 한 명뿐이었다. ‘설마’ 하는 기대감이 자꾸 커졌다. 그러나 정빙기가 고장나 경기는 1시간30분가량 지연됐다. 촌각을 다투는 500m 경기에서 컨디션 조절은 필수다. 정확한 타이밍에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스프린터에게 경기가 지연되는 건 ‘독약’과 같다. 하지만 중거리가 전문으로 체력이 뛰어난 모태범은 예외였다. 생체 시계가 미묘하게 틀어졌지만 여전히 생생했다. 최악의 빙질도 모태범에게 ‘금빛 원동력’이 됐다. 오벌 경기장은 세계기록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구나 정빙기가 고장 나 새로 투입된 정빙기가 균일하게 물을 뿌려주지 못해 빙질이 무르고 울퉁불퉁해졌다. 결국 대부분 선수는 빙질 적응과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기록이 저조하게 나왔다. 모태범만 이를 극복했다. 2차 레이스를 함께할 선수는 ‘캐나다의 간판’ 제레미 워더스푼. 500m 세계기록을 보유한 선수지만 왠지 자신 있었다. 모태범은 “초반 100m만 빨리 빠지자. 첫 번째 코너까지 이긴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되뇌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출발선에 섰다. 전광판에는 현재 1위인 나가시마 게이치로(일본·69초98)의 점수가 떠 있었다. 1위를 잡기 위해 필요한 기록(타깃 타임)은 35초06을 가리키고 있었다. 19조 아웃코스로 출발. 초반 100m를 9초61에 달렸다. 1차 레이스보다 0.02초가 빨랐다. 코너에서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은 모태범은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더욱 박차를 가했다. 워더스푼을 앞지르고 들어온 모태범의 기록은 34초90. 1차 레이스 기록보다 좋았다. 전광판에는 중간순위 1위라고 표시됐다. 1차 선두였던 미카 포탈라와 일본의 간판 가토 조지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출발 총성과 함께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포탈라(70초04)도, 가토(70초01)도 모태범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모태범의 이름 옆에는 ‘1’이 표시됐다. 이날은 모태범이 주인공이었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조은지 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加 34년 ‘홈 노골드 징크스’ 깨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에서 마음껏 휴식을 취한다 해도 역시 가장 편한 것은 ‘우리집’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항상 연습하던 내 나라에서, 내 운동장에서 뛴다면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하다. 열광적인 응원은 덤. 실력의 100%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안방에서 치른 굵직한 대회마다 걸출한 성적을 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종합 4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세계가 깜짝 놀란 결과였다. 그런 면에서 캐나다는 더부살이(?) 신세나 다름없었다. 안방에서 개최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노골드’ 수모를 당한 것.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은5·동6) 때도,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은2·동3) 때도 금메달은 없었다. 때문에 이번에도 ‘노골드 징크스’가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15일 마침내 34년 묵은 한(恨)이 풀렸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서 알렉산드르 빌로도(22)가 정상에 올랐다. 캐나다는 열광했다. 도서관 못지않게 고요한 메인프레스센터마저 캐나다 기자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짜릿함도 있는 메달 소식이라 캐나다는 더 뜨거워졌다. 2006토리노올림픽 우승자인 데일 베그-스미스(호주)를 물리치고 우승해서다. 베그-스미스는 밴쿠버 태생이다. 스키코치와 훈련 시간문제로 갈등을 빚다 16살 때 호주로 귀화했다. 대회 첫 금메달이 조국을 배반(?)하고 호주에 금메달을 안긴 선수를 물리치고 딴 것이다. 그동안 밴쿠버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찾기는 힘들었다. 파란옷을 차려입은 자원봉사자들은 환한 미소를 보냈지만, 시민들은 무덤덤했다. 여름이면 바다로, 겨울엔 스키장으로 떠나는 이들은 “우리는 매일매일이 올림픽이다.”라며 심드렁했다. “관광객이 늘고 복잡해서 싫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얄궂게 추적추적 비까지 내렸다. 하지만 안방에서 딴 첫 ‘골드’ 소식에 올림픽 분위기는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젊은이들은 빨간 단풍잎이 그려진 국기를 두르고 거리를 활보한다. 지하철에선 국가 ‘오 캐나다’를 부르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제야 좀 올림픽답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이정수 생애 첫 올림픽 金… 맘껏 웃지 못했다

    │밴쿠버 조은지특파원│두 팔을 번쩍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항상 꿈꿔왔던 환희의 순간. 하지만 금메달의 감흥은 채 10초를 넘기지 못했다. ‘형들’은 펜스에 넘어져 있었고,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는 활짝 웃고 있었다. 14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로세움에서 벌어진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이정수(21·단국대)는 2분17초611를 기록, 한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정수는 이호석(24·고양시청)과 성시백(23·용인시청)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AP통신이 꼽은 ‘금메달 후보 1순위’였고, 2009~10시즌 월드컵 랭킹 1위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터. 생애 첫 올림픽을 ‘금빛’으로 장식했지만 이정수는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메달 싹쓸이를 기대했다가 놓친 속상함이 더 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결승 레이스는 신중했다. 준결승을 모두 1위로 통과한 이정수와 이호석, 성시백이 출발선에 섰다. 13바퀴 반을 도는 만큼 초반은 탐색전. 중반쯤 오노와 이정수의 선두 싸움이 불붙었다. 4바퀴를 남기고 이정수가 1등으로 치고 나갔다. 한 바퀴를 남기고는 단독질주. 뒤처져 있던 성시백과 이호석도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바짝 힘을 내 오노를 앞질렀다. 한국이 메달을 독식하는 듯했다. 하지만 비극이 벌어졌다. 3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안쪽으로 파고들다 성시백과 부딪혀 같이 넘어졌다. 이정수가 환호할 동안 넘어진 성시백은 얼음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오노가 행운의 은메달, J R 셀스키(미국)가 동메달을 낚았다. 이호석은 임피딩(밀치기) 반칙으로 실격됐고, 성시백은 5위로 첫 올림픽 메달을 눈앞에서 날렸다. 이정수는 “한국이 1~3위 하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금메달을 예상했냐고 묻자 “형들이 메달후보 1순위이긴 했지만 그동안 해 온 운동량을 믿었다. 결승전에 모든 걸 보여줬고 그게 결실을 이루었다.”고 기뻐했다. “할 말이 없었는데 형들이 먼저 축하한다고 해줬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컸다. “오노는 메달을 따면 안 되는 선수다. 몸싸움이 너무 심했다.”면서 “너무 불쾌해 시상대에서 표정관리가 안 됐다.”고 했다. 오노는 “쇼트트랙은 신체접촉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데 접촉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빠르고 공격적이었다는 뜻”이라고 태연했다. “쇼트트랙은 워낙 실격이 잦아 최종 등수는 끝나 봐야 아는 것”이라고 행운(?)임을 애써 부인했다. 오노는 올림픽 메달 6개(금2·은2·동2)로 스피드 스케이팅의 바니 블레어(46)가 갖고 있는 미국 동계올림픽 최다메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여자 3000m계주는 결승에 안착했고, 조해리(24·고양시청)·이은별(19·연수여고)·박승희(18·광문고)도 무난히 500m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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