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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노동의 종말과 미래/우득정 논설위원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첫해,청와대 비서실은 개혁의 당위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불씨 나누기’ 운동을 펼쳤다.일본 에도시대 봉건 번주 우에스기 요잔의 일대기를 담은 ‘불씨’라는 책 돌려 읽기가 그것이었다.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을 헤치고 한걸음씩 내딛는 김영삼 대통령의 상황이 우에스기 요잔과 흡사하다는 이유에서였다.그래서 당시 개혁주도세력들은 ‘불씨’의 저자 도몬 후유지가 쓴 또 다른 개혁 소설 ‘51대 49’를 인용하면서 명분과 역사의식에서 ‘51’을 점유한 개혁파가 ‘49’의 반발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의 파고를 타고 닻을 올린 국민의 정부는 사상 유례없는 대량 실업사태,고용 불안 등을 뛰어넘는 희망의 메시지를 로마클럽 보고서인 ‘노동의 미래’(오리오 기아리니·파트릭 리트케 지음)에서 찾으려고 했다.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8·15 경축사에서 재임기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실상 완전 고용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복음’의 핵심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로 인해 완전 고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노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마클럽 보고서는 1995년 발간 이후 전 세계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에 대한 반박문 성격이 짙었다.리프킨은 1850년대 이후 미국 사회에서 기계화,자동화,정보화가 블루칼라,화이트칼라,중간 관리층의 일자리를 급속히 없앤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대량 실업과 전 세계적인 빈궁,사회적 불안이 미래의 암울한 모습임을 예고했다.‘노동의 종말’은 당시 외환위기 국면과 맞물려 한국의 식자층 사이에 불길한 전조처럼 확산됐다.오늘날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의 뿌리도 따지고 보면 리프킨의 예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뒤 토니 블레어 영국 노동당 정권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제3의 길’의 작가 앤서니 기든스가 쓴 ‘노동의 미래’을 선물하면서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이번에야말로 리프킨이 드리웠던 종말론에 마침표를 찍을 해답을 기대해 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勞使대타협, 길은 있다/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 직무 복귀 이후 정치에서의 화두가 ‘상생’이라면,경제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다.또 노사관계에서는 ‘대타협’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이런 기조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경제가 계속 굴러가려면 노사대타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31일 노사대표 간담회를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경제 회생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노사대타협은 가능한 것일까?지금 단위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하다.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차별 해소방안,노조의 경영 참여,임금 인상률 등 주요 쟁점에서 노사가 한치 양보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또 정부측에서는 ‘대화와 타협’,‘법과 원칙’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대화와 타협’을 권장하되 최종 가이드라인은 ‘법과 원칙’이라지만 재계는 믿지 않는 눈치다.최근 택시노조의 불법파업이나 레미콘 기사들의 시위,조흥은행 노조원의 은행장실 점거 등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공권력은 여전히 뒷짐지고 있다고 불만이다.올해에도 지난해처럼 ‘대화와 타협’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의 일방적인 양보만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재계의 주된 기류다. 개별적인 노사 쟁점과 노사 간의 뿌리깊은 불신을 근거로 평가한다면 노사대타협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우리의 산업구조와 노사관계의 근본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의외로 쉽게 노사대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노 대통령도 지난 25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지적했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왜곡된 가격구조가 산업과 노사관계를 뒤틀리게 만드는 주범이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업과 대기업 소속 강성 노조가 비정상적인 파견근로,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과실을 독점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심화,비정규직 양산,사회불평등 조장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중국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근본 원인은 원청업체인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에 있다.더이상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고향을 버리고 타향으로 떠나는 것이다.따라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중립기구가 중심이 돼 불법 파견근로와 불공정 하도급거래 등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추진해야 한다.동일 라인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처우를 보장함은 물론,하청업체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불공정 행위 역시 엄격한 법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기업의 소유와 지배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개혁방향은 우선 순위에서 잘못됐다고 본다.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가격을 전가시켜 산업구조를 왜곡시키는 행위부터 단속하는 것이 순서다.대기업들이 부당거래를 통해 챙겼던 몫이 줄어들면 대기업 강성 노조의 내몫 챙기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또 대기업들은 나눠줄 몫이 줄어들면 노조의 부당한 요구에는 맞설 수밖에 없다.고통스럽고 먼 길이지만 하청구조부터 바로잡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분배구조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그리고 이렇게 해야만 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힐수록 기본에 충실하라고 했다.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미봉책만 되풀이해서는 영원히 노사관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노사정 모두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김혁규총리’ 이래서 적임…이래서 안돼

    ■이래서 적임자 대통령이 지방을 방문할 때는 며칠 앞서 청와대 실무진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행사계획 등을 사전 협의한다.지난해 초 기자는 이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실무자로부터 인상깊은 얘기를 들었다. ▲ 김혁규 前경남지사 “각 지자체를 두루 접하다 보니 이젠 도청이나 시청 구내식당만 들어가봐도 그 지자체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구내식당이 깔끔하고 밥을 먹는 직원들 표정이 활기찬 곳은 업무에 있어서도 체계가 잡혀있고 치밀합니다.반대로 구내식당이 칙칙하고 직원들 얼굴이 어두우면 십중팔구 업무협조가 제대로 안 되고 직원들이 우왕좌왕해요.” “그렇다면 어디 구내식당 분위기가 제일 좋던가요.”란 질문에 이 실무자는 주저없이 김혁규씨가 지사로 있는 경남도청을 꼽았다.“김 지사의 명성이 허명(虛名)은 아니더군요.” 물론 이런 일화만으로 ‘차기 총리감으로 왜 하필 김혁규인가.’란 질문에 대답을 다했다고 볼 순 없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더 근본적인 얘기를 했다.“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1기 로드맵이 지방분권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였다면,2기는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게 과제다.지방분권화 시대에 김혁규 전 지사만한 적임자가 있나.10년 넘게 성공적으로 지사직을 수행한 사람을 제쳐놓고 누구를 총리로 임명하라는 말인가.”노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1999년 말 노 대통령이 국민회의 경남도지부장을 하면서 당시 김혁규 지사와 만나 업무협의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그때 생각보다는 괜찮은 인물이란 걸 알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노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인생 궤적 자체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동기들보다 10년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용을 예로 들면서 “노 대통령은 좋은 부모 만나 평탄하게 살아온 ‘선천적 주류’보다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자수성가형 비주류’에 애착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말로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실력으로 보여주는 성품이 김 전 지사의 매력으로 회자되기도 한다.정치권의 한 인사는 “미국 뉴욕에서 가방장사를 한 김 전 지사는 가발장사로 성공한 박지원씨보다 10배는 성공한 인물로 통했다.하지만 김혁규란 사람은 떠벌이지 않는다.” ●이화여대 정치학과 조기숙 교수 성공한 CEO형 도지사였고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혼신을 쏟겠다고 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인사다.도덕성이나 능력에 하자가 없는데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도지사를 세번 했다는 것이 반대 이유가 될 수 없다.인사청문회도 남아 있는데 검증도 해보기 전에 반대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라 상극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동진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한다면 한나라당도 호남 사람을 설득해서 중용하면 된다. 김상연기자 carlos@ ■이래서 부적격 야당이 주장하는 김혁규 총리 불가론의 얼개는 크게 그의 행적과 자질,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 등 세 가지다.여기에 ‘코드론’,‘지역주의론’ 등이 보태져 있다.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 이어 민주당도 26일 반대의 대열에 가세했다. 청와대에서 김혁규 총리론이 처음 새어나왔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철새정치인’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17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배신자’를 총리로 앉히는 것은 상생의 정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질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왜 국민과 야당,그리고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반대하는 김혁규 카드를 고집하는지 묻고 싶다”고 압박했다.또 “자칭 CEO지사로서의 실패사례,재산형성과정,자동차대회 유치 관련 문제점 등이 하나하나 파헤쳐져 노무현 대통령의 2기 국정운영에 치명적 흠집이 되지 않기를 국민들은 원한다.”고 말했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도 “김씨가 자랑했던 밀양 산내수출농업단지는 1996년 부도가 났고,중국 산둥성 경남공단조성사업,F3 자동차경주대회 등도 이벤트성 졸속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며 김 전 지사의 행정능력을 깎아내렸다. 민주노동당은 “CEO(전문경영인)형 총리는 반(反)노동정책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논거를 든다.권영길 대표는 “신자유주의에 바탕한 경제·노동정책을 펼침으로써 오히려 노사관계를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철새론’에 더해 “1948년 이범석 초대 총리 이후 35대 고건 총리까지 정부 출범 56년간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지역 출신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상기시켰다.그러면서 “국민 60%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노 대통령이 ‘오기정치’로 정치색 짙은 기회주의자를 총리로 기용한다면 현 정부는 결국 ‘철새공화국의 경상남도 정부’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특히 한나라당은 6·5지방 재·보선에 ‘올인’하는 차원에서 김혁규 카드를 뽑아들었다며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홍준표 의원은 “결국 동진(東進)정책의 일환이 아니냐,경남이나 TK 정서를 흔들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겉으로는 상생의 정치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정치기반 강화를 위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노 대통령의 정치행태가 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시각이다. ●가톨릭대 행정학과 이종원 교수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를 굳이 이번에 기용해 대결국면을 조장할 필요가 있겠느냐.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한 보상이라면 다음번에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또 각 부 장관의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총리로서의 국정수행 능력과 도지사의 경영 능력은 다른 것이다.여권 내 대권 후보자를 관리하겠다는 정치적 배경도 있는 것 같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김혁규 누구인가 ▲1939년 8월 1일 경남 합천 출생 ▲부산 동성고 ▲부산대 행정학과 ▲창원대 경영대학원 ▲1969 내무부 지방국 재정과 주사 ▲1978 뉴욕 한인경제인협회 초대 회장 ▲1990 환태평양연구소 이사장 ▲1993청와대 민정비서관,사정비서관 ▲1993 27대 경남도지사 ▲1995 28대 민선 경남도지사(이후 3선) ▲1998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2003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2004 제17대 국회의원(열린우리당) ˝
  • 2기 청와대 “PK가 접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2기 청와대비서실의 비서관급 이상 53명에 대한 출신지역별 분석 결과,부산·울산·경남(PK)출신 인사가 20명을 차지해 전체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TK)출신 7명을 합칠 경우 청와대의 영남출신 비서관은 과반인 51%에 이른다.반면 호남출신 비서관은 14명에서 10명으로 줄었고,비중도 27%에서 19%로 낮아졌다. 따라서 집권2기 청와대비서실은 ‘PK 약진’과 ‘호남 퇴조’로 요약된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PK출신 청와대 비서관급은 8명으로 16%였으며,호남 출신 비서관급 14명(27%)보다 낮았다. 이후 청와대비서실이 4차례 개편되면서,호남 인맥은 나가고,영남 인맥은 영입 및 승진을 통해 늘어남에 따라 분포도가 역전된 것이다. 대표적인 호남 출신으로는 박주현 전 국민참여수석을 비롯해 김현미·서갑원·신봉호 전 비서관 등이다. 반면 새로 들어온 PK 출신은 박봉흠 정책실장을 비롯,문재인 시민사회수석,박정규 민정수석,이권상·김판석·정영애 비서관 등이다.4차 개편에서 신규 비서관에 임용된 정인화 국정기록,황인성 시민사회비서관,권찬호 제도개선 비서관도 PK출신이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비서실의 인적구성은 호남출신을 축으로 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 PK(8명)와 유인태 전 정무수석 등 충청(8명),김태유 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서울(7명),김희상 전 국방보좌관 등 경북(6명) 등이 고루 포진했었다.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을 포함해 강원 출신도 4명이나 됐다.그러나 현재는 호남과 충청,강원 출신이 맡았던 자리가 4자리씩 줄었다.그만큼 PK출신들이 차지한 셈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의 출신지역 인사를 기용하면,비판을 많이 받았다.그러나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인재를 대거 등용해야 한다.”는 ‘영남 중용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
  • [서울광장] 영남인재 중용론의 함정/이기동 논설위원

    김대중정부때 장관을 지낸 TK출신 C씨는 영남인재론의 비공인 대가쯤으로 꼽힌다.사석에서 그가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쏟아내는 거침없는 영남인재론은 압권이다.그중의 하나가 낙동강론.영남사람들의 사변적이고,실리보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성정은 바로 낙동강 덕분이라는 논리다.논에 댈 물길을 먼저 잡겠다고 서로 싸우기만 하면 모두가 공멸한다.강을 끼고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사리를 버리고 공론을 모아 대의를 좇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혜를 일찍이 깨우쳤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를 내세우며 영남인재를 중용할 뜻을 밝혔다.이틀 전 청와대 당지도부 만찬회동에서 지난 총선때 참패한 영남지역의 인재를 중용해 전국정당화의 동력으로 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6·5재·보선을 앞두고 김혁규 총리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나,문제는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열린우리당내 인사뿐 아니라 공무원과 모든 공조직 인사에까지 미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앞으로 있을 개각은 물론,대폭으로 예상되는 공기업,정부 산하단체 인사에서 영남 인사들이 크게 배려되지 않겠느냐는 설왕설래가 벌써 나돌고 있다.DJ정부 5년의 호남인사 편중 후유증으로 관계와 정부투자기관 상층부에 여전히 호남인사 편중현상이 남아 있고,이를 바로잡기 위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여권인사들이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사실 정부요직에 호남인사,영남인사가 얼마인지를 따지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없다.출생지,성장지,처가,외가가 각양각색인 사람의 출신을 구분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대통령의 인재등용 원칙은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하나면 족하다.여기에 정치적 계산이 들어가면 인사는 편중되고 결국 그 화는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가고 만다.그것이 길지 않은 현대사를 통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다. 왜 모두가 두려워하는 지역감정의 망령을 되살리는 특정지역 인사중용 발언을 대통령이 굳이 한단 말인가.지방 재·보선에서 몇 표 더 얻겠다고 특정지역 인사중용 발언을 한다면 다른 지방 사람들이 반발할 때,대통령은 무슨 말로 답할 것인가.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인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일본이 한참 잘 나가던 십수년 전 이미 일본은 세계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그 이유로 케네디 교수는 일본이 경제력은 갖추었지만 세계인을 감동시켜 믿고 따르게 할 지도이데올로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맞는 말이다.국가 지도자도 마찬가지다.모든 국민이 믿고 따를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면 된다.정치안정,경제살리기는 물론 이라크 추가파병,주한미군감축,한·미동맹 등 산적한 현안에서 대통령이 안정감있는 리더십을 보인다면 영남민심이라고 왜 따라오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김혁규총리론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대통령이 진정으로 김혁규씨를 훌륭한 총리감으로 생각한다면 소신껏 지명하면 된다.하지만 재·보선을 앞두고 영남민심 달래기라는 정치적 목적이 뒤에 숨겨져 있다면 생각을 바꾸는 게 옳다.총리는 영남표 얻기 위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전국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다.지난 총선때 영남사람들이 열린우리당에 표 안 준 게 인재등용에 대한 불만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노 대통령에게 한 울산시민의 말을 전하고 싶다.“영남 챙기고 싶으면 대통령이 바로(직접) 챙기면 되재.자기 당 버리고 간 사람 꼭 총리 시켜야 영남이 잘 되나.” 김혁규 카드가 득표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말이다.영남인재론 전문가 C 전(前)장관의 훈수도 혹여 도움이 될까 소개한다.“영남에서 (태어)났다고 모두 영남사람이가.생각과 행동이 영남사람이어야재.열린우리당에서 낙선한 영남사람 아무리 출세시켜 봐라,영남민심이 돌아오나.” yeekd@˝
  • [씨줄날줄] 목욕탕론/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경제수석에 기용된 박재윤씨는 경제전문가,언론인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 작업에 들어갔다.‘군사정권’의 암울한 터널을 거쳐 마침내 문민정부가 탄생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노태우 정부 말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가 좀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박 수석은 당시 ‘목욕탕론’과 ‘앰플주사론’을 제시하며 양자선택을 요구했다. 목욕탕론은 영업이 가장 부진한 8월초에 인테리어도 고치고 페인트 칠도 다시 해 성수기에 대비한다는 논리다.이는 경제가 어려울 때 개혁을 해야만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반면 ‘앰플주사론’은 환자에게 개혁이라는 수술을 했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영양제를 투여해 체력을 보강한 뒤 수술은 나중에 하자는 선(先) 경기부양-후(後) 개혁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93년 5월초쯤이었던 것 같다.2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박 수석은 우리 경제가 수술을 감당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허약하다면서 영양제부터 투여하겠다고 공언했다.그래서 시행된 것이 ‘신경제 100일 계획’이다.100일 동안 모든 부양책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체력을 보강한 정책이다.하지만 신경제 계획은 훗날 물가 불안 등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직무 복귀를 전후해 경제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노 대통령이 탄핵기간 중 63일간 면벽 수도를 통해 ‘실용주의’의 가치를 공부했다고 하자 재계와 일부 경제부처 관료 등 성장우선론자들은 환호성을 올렸다.재계는 특히 유럽의 좌파 정부조차도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를 우선시한다며 ‘친시장’‘친기업’을 연호했다.하지만 사흘 후 노 대통령이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혁신주도형 경제’를 제시하자 이번에는 개혁론자들의 기세가 등등해졌다.노 대통령은 성장과 빈부격차 해소를 동시에 지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탓이리라. 방한 중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불확실성 해소를 제시했다.이것이야말로 힘 겨루기보다 더 시급한 과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한나라 총무경선 ‘朴心’ 어디로? 촉각

    ‘박근혜 대표의 의중은 뭘까?’ 한나라당 총무 경선 막바지에 ‘박심(朴心)’이 관건이다.진실이 무엇이든,리더의 의중은 표밭 현장에서 부풀려지고 확대되면서 결과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박심’은 지금도 후보들의 입을 타고 떠돌고 있다.이런저런 소문에 ‘초선 부동표’가 흔들리는 양상이다.이에 따르면 가장 불리한 건 안택수 후보인 것 같다.대구·경북(TK) 출신이어서다.“박 대표가 ‘TK 당대표-TK원내대표’ 구도를 원치 않고 있다.”는 소문이 안 후보에겐 부담스럽다.안 후보는 “박 대표를 대구지역 국회의원으로 국한시켜 보는 것은 인격과 지도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반격한다.대신 안 후보는 ‘한나라당의 무게중심인 영남의 유일 후보’다.지지세력의 뜻에 이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박 대표를 지원해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점은 수도권 의원이면서 경북 영천 출신인 김문수 후보의 장점과도 겹친다.그렇잖아도 김 후보는 이를 내세워 영남표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영남 출신이면서 ‘영남당’의 외피를 벗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개혁적 이미지에 가장 젊다는 것도 박 대표와 가장 부합한다는 평이다. 게다가 김 후보는 박 대표의 ‘부족한 점’까지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그와 민주화운동에 청춘을 바친 내가 결합하면,산업화·민주화세력간의 발전적 화합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래저래 그의 장점은 박 대표에게는 최상이다.하지만,김 후보 뒤에는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 강경 3선그룹이 있다.자칫 전선이 내부에 먼저 형성될 수 있다.김문수 후보의 단점은 김덕룡 후보에겐 장점이다.강경 이미지의 김문수 후보보다는 ‘상생의 정치’에 더 가깝다.5선의 무게감이 당의 화합에도 유리하다.김문수 후보와 대비되면서 돋보임은 덜하지만 그 역시 민주화 세력이다.문제는 나이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로 핸디캡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이지운기자 jj@˝
  • 한나라 DR “출마” 판세 가시화

    ‘흰머리 사나이’ 김덕룡(DR)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로 했다.9일 그의 한 측근은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지난해 이맘때도 그는 원내총무에 나서려 했지만,40년 지기인 홍사덕 의원과의 충돌을 피해 뜻을 접었다.이번에도 내부적으로는 “당 지도체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으니,끝까지 기류를 살피며 차기 대표를 도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5선(選) 중진이 거취를 확정함으로써 19일 실시되는 경선 구도가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당초 출마의사를 밝혔던 김무성·정의화 의원 등은 나서지 않기로 했다.두 사람은 모두 “DR가 출마선언을 하면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해왔다.권오을 의원도 “1년 동안은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김문수 의원은 고심중이지만 불출마 예상이 높게 나온다.권철현 의원도 저울질을 하는 중이다.권 의원이 나오지 않으면 부산·경남(PK)에서는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이런 가운데 안택수,맹형규,임인배 의원은 도전의사를 분명히 했다.일단은 수도권에서 2명(김덕룡·맹형규),대구·경북(TK)에서 2명(안택수·임인배)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지금까지는 김덕룡,맹형규 의원이 다소 앞서있지 않으냐는 관측이 많다.수도권에서는 “대표가 영남 출신이니,원내대표는 수도권이 맡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실질적인 표는 영남표가 수도권보다 2배나 많다.그래서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2차결선에서 영남표가 똘똘 뭉칠 여지도 많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결과를 좌우할 ‘영향력 있는’ 그룹도 눈에 띄지 않는다.1년전 최병렬·홍사덕 체제가 들어설 때만 해도 양정규·하순봉·김기배 등 중진들이 판세를 갈랐다. 대신 10여명의 표를 가진 몇개의 그룹이 이합집산을 할 가능성이 높다.이번에 처음 도입된 수석부대표 ‘러닝메이트’ 제도는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지금 ‘물밑 짝짓기’가 한창이라고 한다.최대 표밭인 ‘영남 출신의 재선급’이 주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지운기자 jj@˝
  • [씨줄날줄] 비목어/ 우득정 논설위원

    새는 좌우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하늘을 난다.따라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새,날지 못하는 새는 더 이상 새가 아니다.사람도 마찬가지다.사람의 눈과 귀가 두 개인 것은 한쪽 눈을 감고 한쪽으로만 보라는 것도,한쪽 귀를 막거나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라는 뜻도 아니다.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보고 들으라는 조물주의 섭리가 담겨 있다.이런 맥락에서 입이 하나인 것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눈이 하나라면?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맞서 싸운 외눈박이 괴물 키클로프스와 다를 바 없다.키클로프스는 결국 한눈마저 잃는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지금의 남북관계를 눈이 한쪽밖에 없는 물고기인 비목어(比目魚)에 비유하면서 사회·문화 분야 교류 수준과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이 동행해야 한다며 남북 장성급 회담을 촉구했다고 한다.비군사 분야의 교류·협력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도 해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비목어가 동원된 것 같다. .시인 박원철은 지난 2001년 당산문학상 수상작 ‘비목어’에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운명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홀로 있을 수 없어 슬프지만,영원히 둘이 함께할 수 있어 아름답다는 뜻이리라.그래서 이 시는 간절한 연정을 호소하는 연애편지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비목어는 본래 경골어류 가자미어목의 붕넙치과 어류를 통칭하는 말이다.일반적으로 가자미,광어를 일컫는다.‘지봉유설’과 ‘우해이어보’‘전어지’‘자산어보’ 등에는 비목어가 동해에서 난다고 기록돼 있다. 고기맛이 담백하고 단백질이 풍부하여 횟감,젓갈,그리고 건어류로 인기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를 비목어에 비유했지만 이념과 세대,지역적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에도 광범위하게 통용될 것 같다.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인 ‘상생’이나 ‘공존’도 따지고 보면 ‘비목어 사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닐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한나라 원내대표 적임자 누구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 당의 원내사령탑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에서도 원내총무 적임자를 놓고 계파별·세대별·지역별 이견이 분분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원내 과반수 의석을 내주며 제2당으로 전락한 상태여서 원내대표로 누구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향후 대여관계가 달라지고,당의 위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헌정 사상 가장 강력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17대 국회가 어느 때보다 심하게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도 우파’를 자임하는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이번 총선을 통해 5선 반열에 오른 김덕룡(DR) 의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김 의원의 한 측근도 “당이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수락하지 않겠느냐.”며 원내총무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원내총무 경선에 나서려던 3선의 김무성·정의화 의원 등도 “DR가 나온다면 출마를 포기하고 DR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소장파와 수도권 의원들도 DR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DR의 장점은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한 정치력과 조정력이다.개혁성과 도덕성에 있어서도 흠잡을 게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주류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6·3세대’라는 점을 단점으로 꼽는다.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당이 표방한 ‘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젊고 개혁적인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상당수 의원들이 3선의 김문수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특히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원내 3당으로 입성한 민노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김 의원과 같은 ‘투사형 원내총무’가 적임자라는 주장이다.물론 김 의원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다.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설 경우,외골수적인 김 의원이 과연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김 의원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밖에 ‘실리형 원내총무’로 권철현 의원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주로 부산·경남지역(PK) 의원들이 권 의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나라당의 본류인 대구·경북지역(TK)에선 안택수·임인배 의원 등을 거론하고 있다.이들의 출마 여부는 강재섭 의원의 차기 대권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광삼기자 hisam@˝
  • 차기후보들 勢모으기 잰걸음

    한나라당 차기 대권후보를 노리는 ‘용(龍)’들의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이번 총선을 통해 강력한 차기 주자로 부상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탄탄한 행정경험을 앞세우며 세 규합에 나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에다 당내 최대 계파인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5선(選)이 된 강재섭 의원까지 가세했다. 30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격론이 벌어진 것도 차기를 노린 파워게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차기 경쟁구도는 박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이 시장과 손 지사의 세력 규합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이들 주자는 총선 직후부터 앞다퉈 당선자 및 낙선자들과 식사자리를 갖는 등 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총선 후에도 민생탐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그는 이날 연찬회 전체회의 도중 민생 탐방을 이유로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당의 정체성과 지도체제,향후 진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였다.박 대표가 자리를 뜨자 일부 당선자들 사이에 “당 대표로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새어나왔다. 전체회의에서 주요현안을 둘러싼 격론이 이미 예견됐고,따라서 연찬회가 예정보다 늦게 끝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고도 일정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잡은 데 대한 불만이었다. 회의장을 나선 박 대표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중소기업체 두 곳을 방문한 데 이어 경기지역 낙선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위로했다.또 앞으로의 거취에 대한 고민도 들었다. 이에 앞서 당선자들은 이 시장의 행보에도 눈살을 찌푸렸다.이 시장은 연찬회 첫날인 지난 29일 서울지역 당선자 부부를 시장공관으로 초청,만찬을 함께 했다. 연찬회에 앞서 정해진 약속이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따질 때 만찬 일정을 며칠 뒤로 연기해도 괜찮지 않으냐는 게 비서울지역 당선자들의 한결같은 불만이었다. 반면 손 지사 측은 연찬회 일정을 감안해 당초 지난 28일로 예정됐던 경기지역 낙선자들과의 만찬과 2일로 잡혀 있던 당선자들과의 모임을 이달 중순으로 연기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손 지사는 차기를 위한 발빠른 행보 속에도 이 시장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미지 관리에 성공한 셈이다. 이같은 차기 경쟁구도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숨은 용’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특히 대구·경북(TK)의 맏아들을 자임하면서도 지난해 대표경선에서 낙선한 이후 물밑 행보를 지속해온 강재섭 의원은 기자와 만나 “그동안 내공을 충분히 쌓은 만큼 마지막 불꽃은 화려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이어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건전한 중도세력을 규합,당의 진로와 정권창출을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서울광장] 경제 먹구름 걷으려면/우득정 논설위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총선만 끝나면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돼 투자와 소비 심리가 되살아 나리라던 기대는 일단 물 건너 간 듯한 인상이다.왜 그럴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총선 이후 경제정책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동물적인 본능(Animal Spirits)이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했다.구체적인 사례는 언급을 회피했지만 총선 이후 여권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업들이 느끼는 위험 요인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먼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절반 이상이 ‘중도 진보’를 표방했다.기업들이 보기에는 여당의 이념적인 스펙트럼이 ‘좌로 일보’했다.‘분배’에 무게를 둔 개혁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를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 강연에서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는 개혁이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국민이 개혁을 계속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국정운영 패턴에 대해 시민들이 권력의 주체가 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 외에도 정부와 여권내 개혁론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기업인들은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입지가 위축되고 개혁론자들에게 무게의 중심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6·5 재보선’을 비롯,올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선거 국면에서도 여권이 표를 얻으려면 개혁의 기치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결국 기업들이 요구했던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뉴욕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IR)에서 이 경제부총리가 설파한 ‘선(先) 성장-후(後) 구조조정’이라는 한국 경제정책 방향이 국내에서 그다지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의 형국이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 초기와 다를 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컨트롤 타워’가 없이 각개약진하면서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도권을 휘두르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돈 주머니를 풀어 헤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그래야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1년여 동안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외쳤다.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규제는 도리어 700여건이나 늘었다고 한다.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마저도 최고의 인력과 기술,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장 한 곳을 증설하는 데 인허가에만 3년이나 걸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방향 설정이다.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사태 이후 국정을 무난히 끌고 왔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미(微)조정일 뿐이다.방향 결정은 대행의 몫이 아닌 것이다.그리고 그 방향이 시장 친화적이어야만 기업이 움직인다.그렇다고 무작정 기업 입맛에 맞추라는 뜻은 아니다.회계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는 분배 우선과는 별개 차원에서 우리 경제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대통령 탄핵심판 계류’라는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으나 여권으로서는 총선 승리를 통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충분히 갖췄다.‘파이’를 키우기 위해 기업을 움직일 것인지,‘체질’부터 개선할 것인지 하루빨리 선택해야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TK ‘지역주의 논쟁’ 가열

    17대 총선이 마무리됐지만 대구·경북(TK)은 지역주의를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후 한나라당 싹쓸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던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그러나 인터넷 등에서는 ‘TK 지역주의의 원산지’라는 비판과 ‘왜 TK만 지역주의인가.’라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TK는 지역주의 전형”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대구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수구 부패 한나라당에 싹쓸이를 준 TK는 지역주의의 전형’이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또 이에 맞서 ‘호남의 표쏠림 현상은 더 심각한데 왜 TK만 공격하느냐.’는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대구시 홈페이지 달구벌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대구불쌍타’는 “맹목적인 지역정서의 광풍에 아직까지 놀아나는 우리 경상도 사람들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면서 “경상도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논하지 말라.”고 비난했다.또 만약 대구에서 1번 한나라당 이완용,2번 민주당 전봉준,3번 열린우리당 김구 후보가 출마했다면 누가 당선되겠느냐며 한나라당 싹쓸이를 비판했다. ●“왜 대구·경북만 문제삼나”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TK에서 열린우리당에 20%가 넘는 지지를 보냈는데 호남은 한나라당에 1∼3% 지지에 그쳤다면서 왜 TK만 문제삼느냐는 것. 네티즌 ‘대구사랑’은 “TK만 지역주의라고 공격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지역주의는 호남이 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대구시민’은 “대구는 열린 마음으로 각 당에 표를 나눠 주었다.”면서 “지역주의로 매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 ‘대한민국’은 “소모적인 지역주의 논쟁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열린우리당에는 턱걸이 과반의석을 줌으로써 더 열심히 하란 뜻으로,한나라당에는 견제에 필요한 의석을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언론도 표심 재평가 나서 지역 언론도 TK의 표심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등 지역주의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의 일간지 매일신문은 이번 총선에서 TK의 표심은 한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막고 좌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한 것이라며 지역주의라는 일방적인 매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이같은 공방이 계속되자 대구시는 혹시나 대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국으로 확산될까봐 우려하는 모습이다.지하철 참사로 사고도시라는 오명을 쓴 데다 총선 이후 인터넷 등에서 대구가 네티즌들로부터 몰매를 맞자 안타깝다는 것. 대구시 고위 공무원은 “다른 지역보다 보수적인 TK 성향이 투표에 나타난 것”이라면서 “지역주의 논쟁으로 시민들이 더욱 보수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더구나 대구시는 이번 총선 결과 여당의 창구가 막혀버린 데다 지역주의 논쟁마저 계속되자 이러다간 앞으로 대구가 전국에서 ‘왕따’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역주의 논쟁을 주시하고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자문위원 칼럼] 관행의 틀부터 바꿔라/염희진 성균관대 경영학과 4년

    한동안 나라를 들끓게 했던 총선이 끝났다.노풍·박풍·탄핵풍 등의 온갖 바람이 선거전을 휩쓸고 지나가는 혼돈 속에서도 유권자는 방향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심판했다.그 결과 이번 총선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특정지역에 기반한 지역정당의 몰락이라는 새로운 성과를 거두며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유권자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물론 성숙한 유권자의 판단을 순간적으로 흐리게 만든 혼탁양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공약은 실종되고,이미지의 환영이 선거전을 지배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고,지역주의·흑색선전·비방 등 구태는 여전히 반복됐다. 이처럼 새로운 선거문화의 태동과 고질병이 혼재했던 이번 총선의 특징을 반영하듯,서울신문의 보도양상도 신선함과 고질적 관행이 공존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이 정책 검증을 외면한 채,시민단체가 발표한 정책·공약 평가를 분석하는데 머무른 것과 달리,서울신문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직접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시도를 했다.4월12일자 “‘파병반대’ 58% ‘중임 등 개헌’ 61%”(1면),“한나라·우리 59% ‘개헌찬성’”(4면)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부동산 보유세 강화·호주제 폐지·고교평준화 폐지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지역구 후보의 생각을 들어보는 기획은 돋보였다.이런 기사는 유권자에게 공약위주로 후보자를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 3월25일자 “진보정당 ‘여의도 출사표’”(4면),“미리 보는 진보정당 의정”(4면)은 진보정당에 대한 긍정적 보도로 보수적인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숨어있는 열망을 제대로 읽어냈다.마지막으로 관심선거구의 경합후보들이 말하는 상대후보에 대한 장단점을 다룬 기획은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각으로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와 달리 과거의 관행에 기댄 보도행태 역시 여전했다.우선 선거를 목전에 둔 지난주는 판세 분석기사가 대부분 1면을 차지해 정책이나 선거쟁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판세분석 또한 지역구별 각 정당의 우세와 경합을 점치는 전형적인 경마식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4월7일자의 “우리·3야,100여곳 접전”(1면)과 함께 ‘우세·경합·독주·양강구도·휘몰이·접전·엎치락뒤치락’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한 점은 이를 잘 말해준다. 또 정치 혐오를 유발하는 기사도 있었다.4월8일자 “당장 심을 씨앗도 못 구했는데 선거가 다 뭐드래요”,4월12일자 “돈 선거 은밀한 유혹”(2면),4월14일자 “금품 살포·흑색선전 막판 혼탁”(6면) 등은 혼탁선거 혹은 달라진 선거법의 폐해를 지나치게 강조해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외면을 부추겼다. 선거쟁점을 부각시키지 못한 채 정치행위와 관련없는 ‘바람몰이’에 주목한 것도 마찬가지다.4월7일자 “PK 한나라·우리 접전…TK ‘박풍’ 휘몰이”,4월8일자 “박풍·탄풍·추풍…바람몰이 강행군”(5면) 등은 87년 대통령선거 이후 심해진 바람몰이 선거의 보도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선거법,성숙해진 유권자 의식 등 선거문화는 분명 변해가고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신문은 새로운 이슈 발굴에 소홀한 것은 물론,드러난 새로운 이슈조차도 과거의 틀에 맞춰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이제 신문도 변해야 한다.정치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관행을 뒤엎는 새로운 보도 방식이 필요한 때이다.˝
  • 與 영남권 낙선자 ‘살리기’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으나 68석이 걸린 영남권의 경우,고작 4석을 얻는 데 그쳤다.당 안팎에서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영남권 낙마자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영남권 후보들 가운데 정치행보가 주목되는 인사들은 김정길·김두관·이강철·이철 등 4명이다. 당 안팎에서 이와 관련,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나 오는 6월5일로 예정된 부산시장 및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이들을 입후보시켜야 한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정동영 의장이 이들 낙선자들과 이번주내 만날 것으로 전해져 회동결과가 주목된다. ●김정길·김두관 단체장 출마 권유 열린우리당의 윤원호 비례대표 당선자는 18일 “총선 직후 김정길 전 장관에게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건의했으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면서 “김 전 장관을 떨어뜨린 것은 너무한 일로 19일 부산 선대위 해단식에서 그런 쪽으로 모색해 봐야겠다.”고 말했다.김 전 장관은 이날 참모들과 해단식을 겸한 등산을 하며 향후 정치행보를 모색했다. 김두관 전 장관 측근들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나갈 것을 김 전 장관에게 권유하고 있다. 이른바 ‘왕특보’로 통하던 이강철 대구시 선대위원장의 경우,청와대 입성설이 나돈다. 당내에서 누구보다 대구·경북(TK)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인 데다 청와대로서도 통합의 정치를 위해 한나라당 텃밭인 TK에서 정치적 시련을 맛본 그를 활용할 명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이철 전 의원의 경우 보궐선거 출마설 등이 나돈다. ●이강철·정윤재등 청와대 입성설 최인호(부산 해운대·기장갑)·정윤재(부산 사상)·송인배(경남 양산) 후보 등 친(親) 노무현계 386 낙선자들의 경우 청와대 참모 기용설이 나오고 있다. ‘해운대 발전론’을 기치로 내걸었던 최 후보의 경우 16대에 이어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 만큼 해운대구청장 보궐선거에 입후보시켜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서울광장] ‘국회의원 단병호’/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1996년 봄 노동부는 노사개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20분짜리 홍보용 영상물을 만들었다.1987년부터 봇물을 이룬 극렬한 노사분규와 화염병 시위 등으로 시작된 이 영상물은 노사화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으로 매듭지어져 있었다.노동부 직원과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몇차례 시연을 갖고 수정 작업을 거쳤던 이 영상물은 마지막 관문인 진념 장관한테 퇴짜를 맞았다.단병호 전국민주금속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의 얼굴이 두 차례나 등장한다는 게 퇴짜 이유였다. 단씨는 영상물 도입부 초반에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클로즈 업’됐고,말미에 다시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마중나온 노동 동지들을 향해 ‘슬로 모션’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과격 투쟁의 상징 인물인 단씨에게 영상의 초점을 맞춤으로써 메시지를 분명히 하려고 했던 게 실무자들의 의도였던 것 같다.하지만 진 장관은 불법파업을 부추겨 온 단씨를 홍보하려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느냐며 실무자와 노동부 간부들을 질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섯번에 걸쳐 5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내고,3년 3개월간 수배생활을 한 이력에서도 드러나듯 단씨의 인생역정은 이 땅의 과격 노동운동과 궤를 같이한다.노동관계법 개혁을 추진하면서 ‘법외단체’라는 이유로 권영길 당시 민주노총위원장과의 만남도 끝내 거부했던 진 장관이었던 만큼 단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붉은색 머리띠와 파업,그리고 수배와 구속 노동자의 대명사처럼 꼽히던 단병호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지역구에서 당선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노동투사라면,단씨는 철저한 전사다. 검게 탄 얼굴,실제 나이보다 20살이나 더 늙게 보이게 하는 굵은 주름에서 삶의 궤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이 땅의 굴절된 노동현실과 온 몸을 부딪치며 살아왔던 단씨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 문턱에 서 있다.그는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들은 노동자와 농민,서민들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제대로 대변하겠다며 머리띠 대신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과거 수많은 선량들이 서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의사당에 입성했다가 ‘카멜레온’처럼 변신하곤 했다.그럼에도 단씨만큼은 ‘여의도 변절사’를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좋든 싫든 그것은 국민들이 소망하는 단씨의 숙명이다. 단씨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전투 외에도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토론과 타협,양보하는 기술이 그것이다.그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도 가다듬어야 한다.노동현장에서 했듯이 시원하게 투쟁하는 것만으로는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여론과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구할 수 있어야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민주노총 간부들은 빨간 조끼 대신 검은색 조끼를 입는다.때를 덜 탄다는 게 이유지만,남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겠다는 게 본심이다.여론의 중요성을 인식한 자그마한 변화로 읽혀진다.단씨 역시 이들처럼 목표한 결과물을 얻으려면 의도적일지라도 전략적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몇년 전 민주노총 지도부와 출입기자들이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부위원장 H씨는 “과격 노동운동의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투쟁노선을 버리면 민주노총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이에 단 위원장도 공감을 표시하면서 “정부와 기업주들이 나를 극단행동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이제 ‘단병호 국회의원’이 그 말을 실천할 때라고 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여대야소 정국] “TK 유권자는 정치적 색맹”

    “TK는 정치적 색맹들이다.” TK(대구·경북)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이 16일 오전 당사 기자실에서 총선결과를 놓고 이야기하던 도중 한 말이다.대구·경북 지역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체제 이후 지역주의에 매몰돼 열린우리당의 유력한 지역구 후보를 한 명도 뽑아 주지 않았다면서 그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가 말한 유력한 후보는 중·남구에 출마한 이재용 후보였다.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곽성문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다.무소속으로 연거푸 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뛰어난 행정력으로 유권자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었다고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주장했다.한나라당 대구시장 공천을 거부하고 조해녕 시장 후보와 맞붙어 6대 4에 가까운 표를 얻었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저쪽에서 언론인 K씨 등을 공천하려다 거절당하는 등 이 후보에게 대적할 후보가 없어 쩔쩔매다 내세운 곽 후보가 당선된 것은 ‘열린우리당 후보는 찍어주지 말자.’는 야당 전략에 유권자들이 놀아났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색맹들’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그러면서 그는 “아이구,큰일났어,앞으로 저쪽(한나라당)과 싸울 일 생각하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열린우리당의 다른 관계자는 “17대 국회에서도 지역주의는 국회의사당을 시끄럽게 하는 시한폭탄 같은 요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 정의장 “총선결과 무한책임 지겠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3일 “저는 총선전선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중심을 지키겠다.”면서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고 선거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배포한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당원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승리를 일궈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의 언급은 총선일까지 의장직을 유지한 뒤 총선결과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무한책임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정 의장은 또 소장파 후보 및 대구경북지역 일부후보들의 단식농성에 대해 “단식은 여러분 몫까지 제가 혼자 하겠다.”면서 단식철회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국회장악이 눈앞에 닥쳐 있다.”며 “단식은 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국민들께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정동영 선대위원장 전격사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4·15총선을 불과 사흘 앞둔 12일 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22번)를 전격 사퇴했다.당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이에 따라 정 의장은 17대 국회에서는 원외로 남게 됐다. 이와 관련,야당측은 “여당이 국민을 불안케 하려는 정치적 쇼”라고 일제히 깎아내렸다. 유력 정당의 대표가 투표일 직전에 선대위원장직과 후보자리를 갑자기 사퇴하기는 처음이다.정 의장의 사퇴가 열린우리당의 우세 속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던 17대 총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며 막판 총선전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당내 일각으로부터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이날 대구·경북지역 권기홍·이영탁·윤덕홍·윤용희·서중현 후보 등이 집단적으로 정 의장을 향해 의장직과 선대위원장직은 물론 비례대표후보까지 사퇴하고 백의종군하라고 요구한 것도 적지않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날 밤 9시20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부패세력과 지역주의세력,탄핵세력이 되살아나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탄핵을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음모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뭐든지 던져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하고 책임을 다하고자 생각했다.”고 밝혔다.정 의장은 기자회견 후 당사 1층 대회의실에서 선거일까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이에 한나라당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모든 언론과 조사기관이 거대여당의 출현을 예고하는 마당에 실시된 정 의장의 기자회견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탄핵의 불씨를 지피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며 그 결과를 수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뿌리가 없는 분열세력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또다시 국민을 속이는 정치적 쇼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정동영 선대위원장 사퇴 안팎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자칫하면 1당 자리를 한나라당에 넘겨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인다.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에 이은 ‘거여견제론’으로 영남권을 한나라당에 완전히 내주는 것은 물론 수도권마저 잠식당할 가능성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특히 영남권 후보들은 지역민심 때문에 정 의장의 지원유세를 아예 거절했고 대구지역 일부 후보들의 경우 이날 오전에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촉구할 정도로 정 의장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로서는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던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거대야당 부활론’을 경고하는 한편 우리당을 원내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 달라는 호소를 했다는 지적이다.이와 함께 선거일까지 단식에 돌입함으로써 자신의 사퇴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지역주의 타파 및 탄핵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음을 알리려한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단식돌입이 한 계기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경북(TK) 지역출마 일부 후보들이 자신의 당직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정 의장은 낮 전남 담양에서 ‘사퇴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글쎄요,그렇게 한다고 표가 될까요.”라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그러던 그가 전격 사퇴한 것은 김영춘·임종석·송영길·안영근·김부겸 의원 등 소장파들의 단식농성 돌입이 한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소장파들도 이같은 개연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김영춘 의원은 “우리들은 우리 식대로 싸울 테니 의장은 사퇴하지 말고 지원유세를 계속 다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그는 특히 대구 출마 후보들이 의장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 “나쁜 놈들,자기들만 살려고….”라고 비판,총선 이후 영남권 세력과 수도권 소장세력 간의 갈등 가능성도 보인다. ●야당은 냉소적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의 선대위원장직 사퇴로 당내 갈등설을 잠재우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총선구도가 ‘탄핵 세력에 대한 심판구도’로 복귀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로 보인다. 이와 관련,야당의 반응은 냉소적이다.한나라당 은진수 수석 부대변인은 “위기를 조성해 노사모 등 친노세력을 재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과반수도 모자라 압도적인 다수의석을 차지하려고 단식·삭발 등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민주당 장전형 대변인도 “사퇴한다고 노인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열린당의 근본 사고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정동영 ,김훈의 칼의 노래 탐독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고 영등포 당사에서 단식 농성중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꺼내 읽은 ‘칼의 노래’를 탐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칼의 노래’는 노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정지된 직후 다시 꺼내 읽어 화제가 됐었다.이책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 일기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 2년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한 핵심측근의 권유로 이 책을 손에 잡았다는 정 의장은 “꼭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탐독해볼 생각”이라며 “단문으로 돼 있어 읽기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한편 탄핵심판론 확산을 위해 이틀째 단식농성중인 정 의장은 목감기에 몸살까지 겹쳐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으나 자신의 사퇴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우리당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구나’ 하는 걱정들은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부패·탄핵·지역주의 세력의 17대 국회장악 기도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려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비례대표 후보 사퇴신고서를 작성,김성호 비서실장을 통해 중앙선관위에 제출했다. 한편 농성장에는 함세웅 신부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 소속 종교인,최상용 전 주일대사,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등 각계 인사의 위로방문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오는 15일로 예정된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참석,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방문한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강철환) 관계자들과의 면담은 의장실측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총선 D-2] 정동영 선대위원장 사퇴 안팎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자칫하면 1당 자리를 한나라당에 넘겨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인다.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에 이은 ‘거여견제론’으로 영남권을 한나라당에 완전히 내주는 것은 물론 수도권마저 잠식당할 가능성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특히 영남권 후보들은 지역민심 때문에 정 의장의 지원유세를 아예 거절했고 대구지역 일부 후보들의 경우 이날 오전에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촉구할 정도로 정 의장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로서는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던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거대야당 부활론’을 경고하는 한편 우리당을 원내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 달라는 호소를 했다는 지적이다.이와 함께 선거일까지 단식에 돌입함으로써 자신의 사퇴가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지역주의 타파 및 탄핵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음을 알리려한 것으로 보인다. ●소장파,단식돌입이 한 계기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경북(TK) 지역출마 일부 후보들이 자신의 당직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정 의장은 낮 전남 담양에서 ‘사퇴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글쎄요,그렇게 한다고 표가 될까요.”라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그러던 그가 전격 사퇴한 것은 김영춘·임종석·송영길·안영근·김부겸 의원 등 소장파들의 단식농성 돌입이 한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소장파들도 이같은 개연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김영춘 의원은 “우리들은 우리 식대로 싸울 테니 의장은 사퇴하지 말고 지원유세를 계속 다니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곤혹스러워했다.그는 특히 대구 출마 후보들이 의장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 “나쁜 놈들,자기들만 살려고….”라고 비판,총선 이후 영남권 세력과 수도권 소장세력 간의 갈등 가능성도 보인다. ●야당은 냉소적 열린우리당은 정 의장의 선대위원장직 사퇴로 당내 갈등설을 잠재우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총선구도가 ‘탄핵 세력에 대한 심판구도’로 복귀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로 보인다. 이와 관련,야당의 반응은 냉소적이다.한나라당 은진수 수석 부대변인은 “위기를 조성해 노사모 등 친노세력을 재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과반수도 모자라 압도적인 다수의석을 차지하려고 단식·삭발 등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민주당 장전형 대변인도 “사퇴한다고 노인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열린당의 근본 사고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씨줄날줄] 조상 꿈/우득정 논설위원

    윤달이 겹친 이번에야 마침내 어머니의 소망이 이뤄졌다.40여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산소를 정리한 것이다.어머니는 1년에도 몇 차례씩이나 꿈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타나 ‘잠자리가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고 했다.어머니는 산소 주변에 울창하게 자란 아카시아 뿌리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아버지에게 산소 정리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산소 정리에 결사 반대하던 두 삼촌이 최근 뇌졸중으로 잇따라 쓰러진 탓인지 아버지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어머니의 요구에 동의했다.할아버지 묘터에는 아무런 유골도 남지 않았는데 할머니 묘터에서는 아카시아 뿌리와 웅덩이까지 발견됐단다.그러면서 어머니의 꿈자리를 어수선하게 했던 주범이 할머니의 묘터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꿈 속에 조상이 보이면 항상 근심,걱정거리를 예고하는 징조로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지난 1년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 4명 중 1명이 꿈에 조상을 보았다고 응답했다지 않는가.이쯤되면 ‘잘되면 내 탓,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했던 옛말도 수정돼야 할 것 같다.그러면서도 남의 조상은 구천길을 한걸음에 달려와 자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내 조상님은 뭣하고 계시냐는 불평 아닌 푸념도 생긴다.저승에서도 할아버지는 한량 생활에 골몰하고,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그림자를 좇아 다니기에 바쁘신지…. 자신의 행운을 조상 덕택으로 돌리는 것을 보고 미풍양속이 남아 있다고 해야 할까.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자들이 당첨금의 1%도 사회를 위해 기부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게다가 로또 당첨금으로 조상들의 분묘를 호화롭게 단장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뜻있는’ 우국지사들은 로또열풍을 ‘미친 돈 바람’으로 규정한다.이들은 아이들에게 12살에 1000만원을 모은 성공사례를 주입시키고 ‘노조는 악마’라고 세뇌시키는 ‘사탄 팰리스’의 입주자와 로또 구입자를 동일시한다.또 로또 광풍 탓에 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꿈꾸면서도 티끌은 모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꿈속에 조상이 나타나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잠자리에 들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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