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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뱃돈 대신 세배株

    세뱃돈 대신 세배株

    “세뱃돈 대신 주식을 사주는 건 어떨까요.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평가금액을 통해 주식 개념을 이해하고 주식투자라는 자산관리의 핵심을 가장 빠르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세배주’가 주목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주식 관리를 통해 자산관리를 체험하는 것이 경제 교육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연구원은 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주는 ‘세배주’를 연령대별로 추천했다. 7세 이하인 유치원생에겐 1만원 내외인 LG유플러스(5일 종가 8710원)와 BS금융지주(1만 4500원)를 추천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LTE 무제한 요금제를 통신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할 만큼 성장성 면에서 긍정적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BS금융지주는 은행주 중 자산 건전성이 뛰어나고 꾸준한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 배당주로 꼽힌다. 초등학생(8~13세)에게는 3만원 내외 종목으로 SK하이닉스(2만 3700원)와 영원무역(3만 6500원)을 추천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평가다. 이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체로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혜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14~16세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에게는 삼성물산(6만 3200원)과 LG(6만 2000원)를 추천했다. 5만원 내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3% 보유하는 등 대표적 자산주로 분류된다. 4분기 기업실적 호전으로 지난달 29일 고점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LG 역시 지난해 LG전자 등 자회사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LG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7세 이상 자녀들에게는 10만원대인 CJ(13만 5000원)와 빙그레(12만 6000원)를 추천했다. 둘 다 중국 수혜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CJ는 중국 소비 확대 수혜주로 장기적으로 분할매수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주식”이라면서 “빙그레 역시 바나나맛 우유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최근 메로나가 남미 쪽에 많이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단기운전 특약 가입 차량점검 다시 한번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연휴를 맞아 안전한 명절을 보내려면 미리 차량 점검을 해두는 게 좋다. 이동 시간이 길어 교대 운전이 잦은 만큼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8~2011년 설 연휴 전날의 평균 교통사고는 3800여건으로 평일(2600여건)보다 40%가량 많았다. 부상자는 평균 6100여명으로 평일 4100여명보다 2000여명 급증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사고 대부분이 음주 운전 등 운전 부주의 때문에 발생하지만 차량 고장 사유도 20%에 달한다”면서 “각 보험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설 연휴 차량 점검 서비스를 꼼꼼히 챙길 것”을 주문했다. 삼성화재는 ‘the S.’(에스닷) 회원에게 차량 점검을 무료로 해준다.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홈페이지나 애니카랜드서비스센터 등에서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다. 동부화재는 오는 23일까지 프로미 카월드를 방문해 차량 점검 서비스를 받으면 배터리 교환 시 할인을 해 준다. 메리츠화재도 8일까지 엔진룸, 오일류, 배터리, 타이어 등을 무상으로 점검해 준다. 장거리·장시간 운전을 감안해 단기 운전자 확대 특약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특약은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에 형제나 친구 등을 운전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특약이다. 영업점이나 설계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단, 보장 시점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주의 깊에 살펴야 한다. 뺑소니 교통사고가 났을 땐 정부보장사업을 이용하면 된다. 피해자가 사망하면 최저 2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 부상 시 최고 2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온라인 생보 ‘제동’

    온라인 생명보험사 출범에 제동이 걸렸다. 교보생명이 추진해온 온라인 전용 생보사인 ‘e-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설립이 무산됐다. KDB생명이 내놓은 온라인 전용 보험상품도 실적이 미미해 보험사들은 온라인 보험 사업 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온라인 생보사 인가 신청을 냈으나 최근 자격 요건 미달로 신청을 철회했다. 교보생명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출자총액 제한에 걸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예기치 않게 자격 요건이 미달되면서 상반기 설립이 무산됐다”며 “다음 달 중 문제를 해결하고 온라인 생보사 인가 재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해 4000만명에 달하고 온라인 보험 판매도 매년 10% 이상 늘자 교보생명은 지난해 국내 보험사 최초로 온라인 생보사 설립에 착수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정기, 종신, 연금 등 비교적 단순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한화생명도 온라인 생보사 설립을 주저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온라인 생보사 설립이 삐그덕 대는 등 온라인 보험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온라인 자회사 설립을 구상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11월 말에 생보업계 최초로 인터넷으로만 가입 신청하는 어린이보험, 정기보험, 암보험 등을 내놓았다. 기존 상품보다 최대 30%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터넷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하루 20~50건 정도 실적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할인혜택 많고 편리” 쑥쑥 크는 모바일카드

    “할인혜택 많고 편리” 쑥쑥 크는 모바일카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6)씨는 대형마트에 장보러 갈 땐 휴대전화만 가져 간다. 최근 모바일 카드 사용에 ‘맛들인’ 덕분이다. 아직 동네 슈퍼마켓에선 모바일 카드를 사용할 수 없지만 할인 혜택이 많고 편리해 대형 가맹점에서는 자주 이용한다. 이씨는 “플라스틱 카드보다 모바일 카드의 할인 폭이 더 크다”면서 “휴대전화 요금 자동이체만으로도 한 달에 1만원 이상 할인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갑에 여러 장의 카드를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휴대전화 속에 칩을 넣어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 카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SK카드의 모바일 카드 누적 이용금액은 지난해 말 600억원을 넘어섰다. 12월 한 달 이용금액(121억원)이 전년 한 해 실적(120억원)을 앞질렀을 정도다. 지난해 분기별 평균 성장률은 95.6%다. 분기마다 갑절씩 성장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 1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모바일 카드 발급 장수도 올 1월 말 기준 62만 8000좌로 2011년 17만 5000좌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한 해 이용액은 500조원 수준으로 이미 포화상태인 반면 모바일 카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이용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서면 모바일 카드 단말기가 중소형 가맹점에도 설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카드의 모바일 카드 누적 이용액은 지난해 말 37억 4000만원이다. 이 부문 1위인 하나SK카드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만 분기별 평균 성장률은 106.3%나 된다. 비씨카드의 모바일 카드 발급 장수도 지난해 8월 이강태 사장 취임 이후 2만좌에서 지난해 말 30만좌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젊은 층의 ‘수요’가 한몫하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의 대응 강화로 갈 곳 잃은 ‘체리피커’(부가혜택만 노리는 카드 이용자들)들이 모바일 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나SK카드의 경우, 지난해 모바일 카드 이용 고객의 절반 가까이(49%)가 30대였다. 이어 20대(25%), 40대(21%), 50대(5%) 순이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모바일 카드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주는 등 (플라스틱 카드와의) 차별성을 주고 있다”면서 “모바일 카드 종류가 신용, 체크, 선불카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고 전자지갑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는 것도 모바일 카드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수가 아직 많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오프라인 가맹점은 6만여곳으로 신용카드 가맹점(220만~250만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일명 ‘동글이’라 불리는 모바일 카드 결제기는 20만원 수준으로 중소형 가맹점에서 선뜻 들여놓기는 부담스럽다. 업계는 동글이가 없는 가맹점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바코드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모바일 카드 결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제 프리즘] “탁자 위 종이 주워주실래요” 동영상 찍어 지급액 1억 깎아 보험사 장해판정 분쟁 급증

    [경제 프리즘] “탁자 위 종이 주워주실래요” 동영상 찍어 지급액 1억 깎아 보험사 장해판정 분쟁 급증

    대형 지게차를 운전하던 김모(51)씨는 지난해 1월 작업 도중 큰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H대학병원에서 오른쪽 발목 6급 및 척추 3급 장해 판정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1억 2000만원가량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보험사인 H생명은 2000만원밖에 지급할 수 없다고 알려 왔다. 척추장해 등급을 3급이 아닌 4급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근거로 김씨가 탁자 위의 종이를 줍는 동영상을 제시했다. 이 동영상을 본 의사는 “(3급이 아닌) 4급 장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한국소비자원을 찾았고, 소비자원의 중재 아래 또 다른 의사에게 재심사를 받았다. 결과는 3급. 하지만 H생명 측은 “종이를 주울 정도면 척추 3급 장해가 성립할 수 없다”면서 “처음에는 멀쩡하게 종이를 주웠던 김씨가 나중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종이를) 줍지 못하겠다고 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종이를 주워보라길래 주워야 하는 건줄 알고 (허리 고통을 참고)무리해서 주웠는데 그 대가가 1억원(깎인 보험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억울해했다. 3일 한국소비자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장해 등급을 둘러싼 보험금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보험금이 급격하게 차이나는 3급과 4급 간의 다툼이 치열하다.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이 보험에 가입시킬 때는 온갖 그럴듯한 말로 회유하고는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보험금을) 깎거나 안 주려 든다”면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대개는 (소송 전이나 소송 중에) 합의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보험사 측은 “장해 진단은 본인 진술이나 의지 등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져 (보험금을 노리고 장해 등급을 올리는) 모럴 해저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보험금 과다 지급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반박했다. 엄격한 검증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 박사는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소송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으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기업과 개인의 싸움이 되는 만큼 공신력 있는 제3의 의료기관에서 서로 합의해 의료재감정을 하는 게 낫다”면서 “소비자들도 보험사와 다툼이 있을 때는 완전히 합의하기 전까지는 (동영상 촬영 등) 보험사의 요구에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주유권 할인 속지 마세요” 기프트카드 사기 주의보

    설 연휴를 앞두고 기프트 카드 사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기프트 카드가 주유할인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파는 경우가 있다며 고객들에게 긴급 공지를 했다. KB국민카드에 이어 두 번째다. 사기성 업체들은 최근 인터넷에서 선불카드인 기프트 카드를 주유할인권으로 속여 팔고 있다. 고객들을 이런 식으로 유인해 돈을 챙긴 뒤 잠적할 가능성도 높다. SC은행 측은 “기프트 카드를 주유 할인권으로 파는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은행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SC은행 기프트 카드는 앞면에 SC와 비씨카드 로고가 있는 반면 변조된 카드엔 다른 업체의 로고가 있다. 권면 금액이 5만원, 10만원, 20만원, 30만원, 50만원에 해당하지 않으면 이 또한 가짜다. KB국민카드도 최근 제휴관계가 아니면서 협력업체라고 속여 기프트카드를 끼워 판 모 업체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국민카드 관계자는 “해당 주유상품권 발행업체와 제휴한 사실이 없고 주유상품권 충전과도 무관한 허위 광고”라며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1 지난해 11월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예정된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들과의 점심 약속을 취소했다. 예고 없는 골드만삭스의 한국 자산운용부문 철수 소식을 들은 직후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었다. 골드만삭스 측은 급히 ‘사절단’을 보냈다.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전 이사장을 면담, ‘파워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에반스 부회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차원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한 뒤 향후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2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6월. 유럽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와 정·관계 인사 150여명이 영국 런던에 총집결했다. 더글러스 플린트 에이치에스비씨(HSBC) 회장, 디디에 발레 소시에테 제너럴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등 웬만해선 만나기 힘든 거물들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손’인 국민연금의 첫 해외사무소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연금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62조 4000억원이다. 세계 금융계 거물들이 만사 제치고 ‘눈도장’을 찍으러 개소식에 온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렇듯 국제무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24일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자 당일 동아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4.5%나 급락했다. 동아제약이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지주회사 전환을 주주총회에서 관철시키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사외이사 추천, 대표소송 제기 등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87조 4000억원이다. GPIF(일본 공적연금), GPFG(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 ABP(네덜란드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4위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만 70조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국민연금은 금융시장과 주총장에서 세를 키워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9% 이상 갖고 있는 기업 수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67개다. 1년 전에 4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7%나 늘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도 2011년 말 174개에서 1년 새 222개로 늘었다. 통상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주요 주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10%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 주식 보유 현황’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곳은 4곳이나 된다. 삼성물산 9.68%, 호텔신라 9.48%, 제일모직 9.80%, 포스코 5.94%이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곳은 삼성전자(7%), 현대차(6.75%), SK하이닉스(9.10%), SKC(9.48%) 등이다. 하나금융(9.35%), KB금융(8.24%), 신한금융(7.34%), 우리금융(4.04%) 등 4대 금융지주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이들 기업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는 주총에 올리려던 정관 변경안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 지분 6.44%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부정적 기류가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기 전에 ‘알아서’ 눈치를 본 셈이다. 포스코처럼 지분이 분산돼 있는 상장사는 주주 권익을 앞세운 국민연금의 의견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오너가 있는 상장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림산업의 경우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율을 합하면 오너 대주주 지분율의 두 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도 포스코처럼 주총 전에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안건을 철회했다. 류동완 국민연금 홍보실장은 “일부러 어깃장을 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투자규모나 소유 지분율이 높다 보니 시장에 대한 책임과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2565건 중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436건(17%)이나 된다. 2010년 8%, 2011년 7% 등과 비교하면 반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로 정관 변경이나 임원 선임 등 경영 현안에 관해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국민연금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슈퍼갑”이라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국민연금에 관한 언급 자체를 극도로 피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파워는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 의사결정에 대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고민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행위까지 간섭하고 침해하려 들면 기업들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연금 측은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강변하지만 지침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라면서 “때문에 모든 사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되면 총수의 결단을 요구하는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국내 재벌 그룹은 상당수가 순환출자 등으로 얽혀 있고 경영권 승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국민연금이 주주 권리를 내세우기 시작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나온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한섬, 삼천리, 키움증권 등 3건에 불과해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안건 부결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투명성을 끌어올린 효과는 크다”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미리 공부해 경영에 참조한다”고 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방만경영 우려에 거래소 공공기관 재지정

    방만경영 우려에 거래소 공공기관 재지정

    한국거래소가 계속 공공기관으로 묶이게 됐다. 자본의 국제화 시대에 맞춰 국내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방만 경영 우려와 독점 구조라는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거래소를 현행대로 공공기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재정부는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받고 있어 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공공기관 지정 사유가 여전하다”고 재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거래소 측은 기업공개(IPO)와 상장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외국 거래소에 맞서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거래소 지분이 1988년 증권사 등에 전부 팔려 정부 지분이 없는데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직전 “필요할 경우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거래소는 잔뜩 고무됐다. 금융위원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재정부에 제시하는 등 ‘지원 사격’도 이뤄졌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가 추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체거래소가 포함돼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한국거래소의 독점 구조가 풀리게 된다. 재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독점적 사업 구조가 해소되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방만 경영 우려에 대해 거래소 측은 “옛날 얘기”라며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방만 경영과 관련된 지적은 하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2006~2008년 거래소 이사장의 연봉은 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복리후생비도 60% 이상 늘었다.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서 지금은 원래대로 되돌아온 상태다. 허술한 내부통제도 거래소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에는 기업 공시정보를 사전에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던 코스닥시장본부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점 구조에서 통제도 받지 않는다면 거래소를 이용하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 풀려 나려면) 독점수익 처리 방안과 감독 기능 분리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심을 끌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위한 IPO가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이 감안돼 논의대상에서 빠졌다. 공운위는 지난해 대비 7개 증가한 295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서울시 에너지절약 실천사업 공모

    서울시 에너지절약 실천사업 공모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다음 달 15일까지 ‘에너지 절약 실천 사업’을 공모하고 총 9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원전 하나 줄이기’란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통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대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의 에너지 정책 사업이다. 에너지절약 실천 사업을 추진하는 비영리단체, 각종 협의회 및 부녀회, 동아리 등 3인 이상의 시민 조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1개 사업을 기준으로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제출 서류는 지원신청서, 단체 현황, 사업계획서, 관련 증명서류 등이며 자세한 내용 및 신청서 양식은 시 홈페이지 공고문(env.seoul.go.kr/archives/17635) 또는 서울시 NGO협력센터(club.seoul.go.kr/ng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청서는 이메일(sweep01@seoul.go.kr, syjsyj2@seoul.go.kr)로 제출하면 된다. 시 에너지 절약 실천 지원사업 심의회 심사를 통해 대상 및 금액을 결정하고 최종 결과는 3월에 발표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금융권 中企 설자금 ‘껑충’ 3조 늘린 15조5000억원

    금융권이 설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을 확 늘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각별한 중기 챙기기’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각각 4조 6000억원과 10조 9000억원 등 총 15조 5000억원을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3조원 많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보다 1조원 많은 3조원을 지원한다. 500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은행은 운전자금 대출일 경우 최대 0.5% 포인트까지 금리를 깎아주기로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4300억원을 직접 대출해 준다. 68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하는 신용·기술보증기금은 건설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추가 발행해 자금난을 덜어줄 계획이다. 우리, 국민, 신한은행은 특별자금 대출 2조 5000억원을 각각 신규 지원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신규 대출 5000억원 외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상품(‘NH중소기업 동반성장론’)도 판매한다. 전통시장·영세 자영업자·서민 등 취약계층에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출 등으로 290억원의 긴급자금이 지원된다. 전통시장 상인은 기존 대출과 별도로 미소금융을 통해 최대 500만원까지 더 빌릴 수 있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개인별 한도는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최대 2000만원으로 종전보다 300만원 늘어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악어야? 킬러고래야?…고대 ‘9m 바다 괴물’ 발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고래를 닮은 유선형 신체구조를 이용해 고대 바다를 지배한 몸길이 9m 크기의 바다 괴물이 발견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28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에든버러대학 마크 영 박사가 이끈 연구진이 글래스고대학 헌터리언 박물관 창고에 보관돼 왔던 화석이 오늘날의 킬러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의 특징을 지닌 바다 악어였음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이 파충류는 몸길이 9m의 타고난 수영꾼으로 자신보다 큰 먹잇감도 날카로운 이빨로 피를 내며 사냥할 정도로 난폭했다는 의미로 ‘티라노너스테스 리스로덱티코스’(Tyrannoneustes lythrodectikos)라는 학명이 붙여졌다. 타이런트 스위머(Tyrant Swimmer)로도 불리는 이 바다 악어는 약 1억 6500만년 전인 쥐라기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얕은 따뜻한 바다에 산 플리오사우루스와 플레시오사우루스, 익티오사우루스 등 다른 많은 해양 파충류를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은 20세기 초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알프레드 리즈가 케임브리지셔주(州) 피터버러 인근 점토 채취장에서 발굴됐다. 과학자들은 이 바다 악어의 특징으로 보아 고대 악어와 오늘날의 킬러고래 사이에 누락된 해양 최고의 포식자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크 영 박사는 “타이런트 스위머는 거대한 수장룡(플리오사우루스)보다 작지만, 그 무지막지한 종을 실컷 잡아먹을 정도”라면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속에서 다른 포식자들보다 훨씬 빨리 헤엄치며 우위에 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고생물분류학 저널(Journal of Systematic Paleon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경제 프리즘] 차끼리 충돌만 보상… 보험 맞아?

    [경제 프리즘] 차끼리 충돌만 보상… 보험 맞아?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제주도에서 차를 빌려 여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숙소로 돌아오다 날카로운 물체에 타이어가 터져 인도 방지턱에 차가 부딪혔다. 차 수리비만 200만원이 나왔다. 이씨는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에 따로 가입한 만큼 보상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장할 수 없다며 맞섰다. 약관에 명시된 ‘차대차 충돌 한정담보 특별약관’ 때문이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더케이손해보험의 ‘에듀카 원데이보험’(원데이보험)은 차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준다. 그러나 이 내용을 상품설명서나 광고에서 찾아보긴 어렵다. 스마트폰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높다. 이 보험은 차량 대여 시 하루 3000원대(중형차 기준)로 자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른 보험사의 대여 차량 자차보험이 2만원대임을 고려하면 매우 싸다. 보통 차량 대여비에 자동차종합보험에서 보장하는 ‘대인·대물·자기신체사고’ 보험료는 포함돼 있지만 ‘자차보험’은 따로 들어야 한다. 더케이손보 관계자는 “원데이보험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입증이 확실한 차대차 사고에만 보장을 한정시킨 상품”이라며 “스마트폰으로 가입해도 차대차 충돌 한정담보 약관에 체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 절차를 따라가다 보면 소비자들이 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입장은 다르다. 약관 내용이 어려워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다 보면 꼼꼼히 체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약관은 총 15장이었지만 단지 두 줄만 차대차 충돌 한정담보 내용이었다”면서 “약관 확인 체크난이 있지만 보험전문가가 읽어도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보험에 들 때 약관 체크로 형식적 보험 가입절차는 끝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숙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가입 경로가 다양화되는 만큼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없는지 대대적 검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눈여겨 볼 금융상품 3題] 수시 입출·예금보다 높은 금리 혜택

    [눈여겨 볼 금융상품 3題] 수시 입출·예금보다 높은 금리 혜택

    사회 초년생 재테크의 기본인 월급통장. 직장인들 사이에 대신증권의 ‘대신 밸런스 CMA’가 월급통장으로 인기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장점인 수시 입출금 기능이 있는 데다 은행의 정기예금 통장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준 ‘국공채형 CMA’의 금리는 연 2.65%, ‘회사채형 CMA’는 2.85%다. 3개월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2.6%)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우대금리 혜택도 장점이다. 매월 50만원 이상 급여 이체를 신청하거나 매월 1건 이상 공과금을 납부하면 300만원 한도로 1% 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규 금융거래를 트면 금액에 따라 우대금리도 준다. 경쟁사 CMA의 우대금리가 통상 700만원까지인 데 비해 이 상품은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급여 이체, 공과금 납부를 신청하면 이체 수수료가 자동 면제되는 한편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할 때도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전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통섭과 융·복합, 과연 제대로 연구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학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는 바로 통섭과 융합이다. 이미 십수년전 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통합과 융합에 대한 연구는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주목을 받고 있다. 명칭도 바뀌어 ‘학제 간 연구’를 넘어 ‘통섭’, ‘초학문적 융합연구’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관심에 맞춰 정부 역시 경계를 넘나드는 학문에 대한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탈경계인문학의 구축과 확산’이란 기획 사업을 자원하고 있고, 한국고등과학원도 2010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접목을 꾀하는 ‘초학제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학문 사이의 장벽을 극복하겠다면서 인문사회·과학기술계 학자들을 모아 ‘문진(問診) 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들은 이화인문과학원(이화여대), 범문학통합연구소(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및 미래기술융합연구소(연세대), 두뇌동기연구소 및 응용문화연구소(고려대), 인터렉션 사이언스(성균관대), IT융합연구소(KAIST) 등 통섭, 융·복합, 탈경계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소를 설립했고 융합 연구 허브 및 아카이브 구축, 탈경계 인문학총서 발간, 심리학·인간학적 연구의 통계적 모델링, 예술·미디어 기술 접목을 위한 HW/SW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지과학, 공학, 생명과학, 의약학, 예술, 마케팅, 체육학 등 분야를 망라하는 융·복합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결과물들이 생산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정책도 그 목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문화연구소는 23일 ‘통섭, 융복합, 탈경계를 묻다’란 주제로 초학문적 융·복합 연구의 현실과 의미, 과제 등을 고찰하는 동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융·복합, 초학제연구가 과연 어떤 연구 결과물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어떤 미래 지향점을 던지는가 ▲학문 간 경계 허물기 과정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하는가 등을 주요 주제로 선정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정진규(한국외대 철학과 박사과정)·박지훈(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양동훈(한국외대 철학과 석사과정)씨 등의 ‘초학제적 연구물 상황 보고’란 주제의 연구 발표로 시작됐다. 정씨 등은 2001년부터 2013년 1월까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등재된 학술논문으로 총 822편을 가운데 ‘통섭’·‘융복합’·‘학제간’·‘탈경계’란 4가지 키워드로 검색된 연구논문들의 분류를 나누고 연도별 증가 추세와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2007년 ‘국내 융복합 연구 지원사업’이 시작되기 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51편에 불과했던 논문의 숫자가 2012년에는 5배가 넘는 261편으로 늘어났다. 또 관련 연구를 주관하는 연구소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 등은 “최근 학제간 연구는 여러 다양한 학문 분과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학문 분과들이 등장해 많은 학제간 연구들이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면서 “복합학, 특히 감성과학 분야는 최근 학제간 연구의 양적 증가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양적 증가와 저변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비대칭적이고 특정 분야에 집중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과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학제간 연구의 생산물에 대한 양적인 면을 고려하기보다는 내용적인 면, 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성우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등의 진행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또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씨는 ‘패션, 인문학의 레고’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연구소는 “그동안 통섭, 융·복합, 탈경계, 통합, 초학제, 다학제 등 그럴싸한 용어들이 남발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융합연구의 범위와 속성을 확정하고 참여 연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과 소통 불능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반성을 가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융합연구의 과열 양상에 동승하기 보다 한걸음 물러나 그동안 진행됐던 연구들의 성과와 위상을 점검하고 본래의 의미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개최 배경을 밝혔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말레이시아-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말레이시아-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말라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평일 낮, 말라카 거리는 왁자지껄한 아이들 무리로 활기에 차 있다. 우리가 경주에 가서 역사를 배우듯,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라카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 물론 수학여행 온 아이들에게는 수백년 전의 역사유적도 그저 오래된 놀이터일 뿐이지만 말이다. 말라카 강변에 펼쳐진 책 한 권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말라카에 도착한다. 지도상에서 이 도시는 말레이반도 왼편에서 인도양을 향하고 있다. 거대한 함선과 포탄을 앞세운 14세기 정복자들도 말라카를 거쳐,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 좁은 물길을 지나야만 더 깊숙한 동쪽에 닿을 수 있었다. 말라카는 그들이 처음 발을 디딘 동양의 땅이었고 동양과 서양, 거대하고 상이한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과거 수백년간 말라카는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무역항이었다. 무역량으로 따지면 수에즈 운하에 비견됐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수심이 너무 낮아져 항구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여행객들도 간척개발이 한창인 해변보다 오래된 가옥이 늘어선 말라카 강변의 분위기를 더 선호한다. 말라카강 리버크루즈는 40여 분 동안 9km에 이르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잘 꾸민 액세서리 상점, 한적한 노천 카페들 사이사이 중국풍 홍등을 매단 집들이 보이고 화려한 원색의 벽화가 펼쳐진다. 먹음직스런 열대 과일과 음식부터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인도, 중국, 아랍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까지, 움직이는 배 안에서 보면 그 자체가 한 권의 그림책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건 나무로 지은 붉은 지붕의 전통가옥촌 ‘캄풍모텐Kampung Morten’이다. 우리나라 한옥에 해당하는 것이 캄풍인데 바닥이 지상에서 1~2m 높이에 있고, 천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하면 비가 많이 와도 물에 잠기지 않고, 통풍이 잘돼 위생적이라고 한다. 1922년 지은 빌라 센토사Villa Sentosa는 그중 가장 오래된 집인데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 가옥이지만 집주인이 평생 동안 공들여 모은 골동품과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저녁에는 불을 밝힌 노천 카페에서 분위기에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한차례 소나기 후, 불어난 강물이 일렁이는 모습도 여기선 한없이 매력적이다. 강변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하다. 운이 좋은 날에는 반딧불이나 월광욕을 하고 있는 도마뱀도 볼 수 있다. 강변의 카페와 연결되는 존커 스트리트Jonker Street와 히런 스트리트Heeren Street는 꼭 들러 보길 권한다. 존커 스트리트에는 골동품점과 작은 미술관, 특색 있는 식당들이 많다. 매주 금토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존커 워크 스트리트 바로 옆 골목이 히런 스트리트다. 저렴한 호텔과 예쁜 네덜란드풍 건물이 많다. 네덜란드어로 ‘존커’는 하인을, ‘히런’은 주인을 뜻한다. 존커 거리는 히런 거리의 부자들을 위해 일하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메나라 타밍 사리 전망대에서 보는 말라카 해협의 모습. 시가지와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2 존커 워크 스트리트는 골동품점, 기념품점, 카페와 술집이 늘어선 전형적인 여행자들의 거리다 3 말라카 리버크루즈 는 9km에 이르는 말라카 강줄기를 따라간다. 노천카페와 전통가옥, 벽화가 말라카의 분위기를 전한다 4 비오는 늦은 밤, 조명을 밝힌 말라카 강은 한없이 매력적이다 5 재즈가 흘러나오는 존커 워크 스트리트의 라이브 카 ▶travie info 말라카 리버크루즈Melaka River Cruise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30분까지 운항한다. 어른 기준 15RM으로 저렴한 편이며, 왕복 40분 정도 소요된다. 크루즈 선상 공연이 포함된 티켓(Bot VIP/ 매주 일요일 오후 8시~오후 1시/어른 기준 30RM), 하루 동안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Ho-Ho Service/ 오전 9시~밤 11시30분/어른 기준 30RM)도 판매한다. 해양박물관 앞에서 승선하면 된다. www.ppspm.gov.my 메나라 타밍 사리Menara Taming Sari 전망대 80m 높이까지 올라가는 메나라 타밍 사리 전망대에서는 말라카 시가지와 항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360도 회전식이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방의 정경을 볼 수 있다. 푸른 말라카강과 붉은 지붕 가옥, 세인트 폴 언덕의 옛 유적지들로 대표되는 육지 모습과 달리 바닷가는 부산하게 변화 중이다. 연륙도에는 마리나 리조트가 들어섰고, 갯벌에는 간척공사가 한창이다. 낮은 곳에선 볼 수 없던 말라카의 현재진행형 모습이다. 개장시간 오전 10시~밤 10시 입장료 어른 기준 RM20 홈페이지 www.menaratamingsari.com 1 15세기 말라카 왕궁의 모습. 바닥이 지면에서 1~2m 떨어져 있고, 나무로만 지어진 점이 전통적인 말레이시아 건축 구조를 보여 준다 2 도시 이름의 어원이 된 말라카 나무 3 네덜란드 통치 시기 공관으로 쓰였던 스태이더스 빌딩은 현재 말라카 민족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4, 5 포르투갈의 흔적은 볼 수 있는 세인트 폴 성당. 벽채만 남은 모습에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6 말라카는 한때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동서양을 잇는 관문 역할을 했다. 당시 교역량은 수에즈 운하와 비견됐을 정도다 7 말라카에서 꼭 경험해 봐야 할 인력거 ‘트라이쇼’. 화려한 꽃과 음악으로 장식하는 게 특징이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있는 언덕 말라카는 아시아에서 가톨릭의 세례를 받은 첫번째 도시이며, 400년간의 식민 지배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생명력의 땅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는 최초의 왕조가 탄생한 곳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말라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말레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흔적이 한 덩어리를 이룬 도시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 이주 중국인들이 말레이 사람들과 결혼해 낳은 ‘페라나칸’의 문화까지 더해져 이색적이다. 본격적인 말라카 시간 여행은 독립기념관 앞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마트라섬 스리비자야 왕국에서 건너온 파라메시바라Paramesvara왕자가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한 곳이 바로 이 나무 아래 서였다. 그는 이곳에서 궁지에 몰린 아기 사슴이 자신의 사냥개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작은 힘으로도 용맹하게 맞서면 큰 힘을 이길 수 있다는 것. 나무의 이름을 딴 말라카왕국이 건국된 것이 1402년인데, 역사학자들은 이때를 말레이시아 역사의 시작점으로 본다. 독립기념관 앞 말라카 나무 주변에는 포르투갈의 요새와 15세기 말라카왕궁The Melaka Sultanate Palace이 있어 여러모로 역사 여행의 시작점이라 할 만하다. 파라메시바라 왕의 바람대로 작은 왕국 말라카는 전세계의 큰 도시들을 상대하며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말라카 사람들은 해상 교역 활동에 관련된 ‘말라카법’을 만들어 교역 기반을 다졌으며, 앞다퉈 이슬람교로 개종해 멀리서 온 아랍 상인들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말라카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국 백여 년 만인 1511년 포르투갈에 의해 멸망했고 뒤이어 1641년 네덜란드, 1795년부터는 말라카를 포함한 말레이시아 전역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포르투갈은 당시 황금보다 더 귀했던 향료를 독점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왔는데,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발견한 지 겨우 9년 만의 일이다. 그들은 말라카를 시작으로 아시아 침략의 포문을 열었다. 말라카를 점령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한 일은 안전한 거주지 겸 요새 ‘에이 파모사A’Famosa’를 짓는 것이었다. 원주민 노예를 동원해 술탄의 왕궁과 왕릉, 모스크를 철거하고, 성벽 두께가 3m나 되는 요새와 다양한 용도의 건물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뒤이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화 속에 살아남은 것은 성문Porta de Santiago과 성당St.PaulChruch 한 채뿐이다. 성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언덕 위로 벽채만 남은 세인트폴성당이 보인다. 이 성당은 가톨릭을 처음 포교한 성 자비에르와 관련된 일화로 유명하다. 자비에르는 말레이반도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가톨릭을 알리는 데 힘쓰다 1552년 중국 광저우에서 사망했다. 시신은 말라카에서 6개월간 안치된 후 그의 첫 해외 포교지였던 인도 고아로 가게 됐는데, 관을 열어 보니 전혀 썩지 않았다고 한다. 또 자비에르가 바다에 십자가를 던지자 사나운 풍랑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는 일화도 있다. 얼마 후 어부가 같은 자리에서 게를 건져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자비에르의 십자가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말라카에서는 등에 십자 모양의 무늬가 있는 게는 성스럽게 여겨 잡지 않는다. 에이파모사 요새는 전체적으로 붉고, 거칠게 풍화된 듯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녹이 슨 듯 보이는데, 철성분이 함유된 홍토 벽돌로 만들어서 그렇다. 이 벽돌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로 수백년이 지나도 변화가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요새 아래쪽에는 멀리서도 붉은 벽이 눈에 띄는 스태이더스The Stadthuys 빌딩이 있다. 원래 네덜란드 총독의 공관이었는데, 현재는 말라카 민족박물관이자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말라카 이전부터 식민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유물과 옷차림을 전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식 거실과 당시 사용했던 생활용품들도 볼 수 있다. 베이커리에서는 갈색빵을 파는데 네덜란드 점령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탄 빵을 나눠주었던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주말에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다양한 군복 코스프레도 볼 수 있다. 스태이더스와 맞붙어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18세기에 세워졌다. 거대한 대들보와 시계탑에서 네덜란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travie info 트라이쇼Trishaw 스태이더스 앞에는 말레이시아와 페낭에서만 볼 수 있는 인력거 ‘트라이쇼’가 줄지어 서 있다. 평범한 인력거가 아니다. 오디오에서는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최신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지붕이며 좌석을 각종 꽃과 인형, 깃발로 치장하고 있다. 잘나가는 트라이쇼는 광고판까지 달고 성업 중이다. 트라이쇼를 타고 말라카의 골목골목을 돌아보다 보면, 아직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트라이쇼┃이용요금 시간당 40RM(30분 25RM), 어른 2인까지 탑승 가능 에이파모사┃입장료 무료 말라카왕궁┃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입장료 어른 기준 2RM 스태이더스┃개장시간 오전 9시~ 오후 3시30분(금~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입장료 어른 기준 5R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나라가 사는 법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레이시아에서 진한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나라에선 한국인의 영어가 유독 잘 통한다. 우리나라 콩글리시 버금가는 게 바로 말레이시아의 ‘맹글리쉬’.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가지 언어로 이뤄지는 완벽한 의사소통보다 다양한 언어로 이뤄지는 유연한 의사소통이 더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 여러가지를 포용한다. 가장 전통적인 것을 가장 현대적인 것으로 재구성하고, 감추고 싶은 역사를 가장 매력적인 역사로 소개한다.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본떴고, 쇼핑몰을 활보하는 여자들은 검정색 대신 온갖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치장한 차도르를 둘렀다. 이곳에서 이슬람 전통은 속박의 족쇄가 아니라,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된다.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이나 광장 이름에서 독립을 뜻하는 ‘메르데카’라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매년 8월31일 독립기념일에 성대한 축제를 치를 정도로 독립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반면 쿠알라룸푸르와 말라카 곳곳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 통치 유적들이 버젓이 관광상품화 돼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부러 이런 곳들을 찾기도 한다. 식민 역사에 대해 예민한 우리로서는 이런 모습이 양면적으로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 모습이 너무 양면적이지 않은지 묻자 나이 지긋한 관광가이드 노마가 적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용서에 관대한 편이예요. 아마 종교의 영향도 크겠죠.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식민시대에 아무런 악감정도 없어요. 역사 그대로의 과거에 얽매어 있기보다 새롭게 보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거지요.” 오랫동안 하나의 영토를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아온 역사 속에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포용을 배웠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종교와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는 데 가장 뛰어난 국민이다. 그리고 그런 관용적인 태도 속에는 다양한 삶의 어떤 형태든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강인함이 있다. “나는 10년 동안 트라이쇼 운전을 해왔어요. 운전 기술로 치면 말라카에서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거 알아요? 말라카 최고의 직업이 바로 트라이쇼 운전사라는 거. 난 매일 ‘이녀석’과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곳에 대해 알아 가죠. 난 정말 이 일이 좋아요.” 적도 부근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매일 12시간씩 인력거 운전을 하는 만MAN 씨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말라카에서 트라이쇼를 타며 만씨와 함께한 시간은 유쾌함으로 가득했다. 처음 만나는 말라카의 신선한 풍경 때문이기도 했고, 비온 뒤 씻은 듯 갠 하늘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많은 자전거 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룩한 그의 배와 넉넉한 웃음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쩌면 화려하게 뽐낸 ‘이녀석’의 아늑한 품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자전거와 만씨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베크만BECHMAN’. 그것은 어느새 만씨 자신이 돼 버린 녀석에게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도선미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말레이시아관광청 www.mtpb.co.kr ★MALAY FOOD & SWEET DESERT MALAY FOOD 말라카의 음식 계보는 복잡 다단하다. 인도, 포르투갈, 네덜란드, 중국의 조리법이 말레이시아 특유의 향신료와 만나 새로운 퓨전 요리로 탄생했다. 달콤한 ‘자연주의’ 디저트도 말라카에선 꼭 맛봐야 한다. 단맛을 내는 데 코코넛 우유와 팜나무 수액으로 만든 흑설탕 ‘굴라Gula’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인공적이지 않고 몸에 좋다. 입 안에 감도는 두 가지 맛 ‘뇨냐푸드NONYA FOOD’ 중국인과 말레이인이 결혼해서 낳은 2세를 남자는 바바, 여자는 뇨냐라고 한다. 뇨냐음식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음식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아마 혼혈 가정 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으리라. 주로 중국 조미료에 코코넛 우유, 말레이 향료를 함께 넣어 조리한다. 태생이 가정식 요리기 때문에 겉보기에 매우 단출하다. 레스토랑에서 먹더라도 휴대용 찬합에 담겨 나온다. 튀김요리인 바이띠Baidee, 중국식 야채볶음인 찹차이Chap Chye, 커리잎을 넣어 구운 치킨IncheKabin 등이 대표적이다. 뇨냐 음식은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말라카와 페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데, 말라카식은 코코넛 우유를 많이 사용해 달달한 반면, 페낭식은 태국의 영향으로 매운 고추가 사용되는 점이 다르다. 뇨냐 식당은 존커 스트리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향에서 맛보는 원조 ‘아쌈페다스ASAM PEDAS’ 말라카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즐겨 먹는 아쌈페다스의 고향이다. 아쌈은 타마린드 열매즙을, 페다스는 ‘매운’을 뜻한다. 파인애플, 스타프루트 등 열대과일, 아쌈, 토마토, 절인 갓으로 만든 소스에 생선과 채소를 넣고 조리하는데, 겉보기엔 생선찌개에 가깝다. 맛은 전혀 비리지 않고 깔끔해 카레처럼 국물을 밥에 얹어 먹으면 맛있다. 아쌈페다스를 맛보고 싶다면 카페 루마말라카KafeRumah Melaka를 추천한다. 다양한 말레이, 말라카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며, 20년 된 캄풍의 풍취도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일요일 제외(영업시간 이후는 사전 예약 필수) 홈페이지 www.keferumahmelaka.com SWEET DESERT 코코넛밀크의 감미로운 맛 ‘사고Sago’ 바바 뇨냐들이 어렸을 때부터 즐겨먹는 간식이다. 사고팜 나무에서 나오는 전분을 하루동안 물에 담그면 젤리처럼 되는데, 이걸 동그랗게 뭉쳐서 은단만한 알갱이로 만들고, 코코넛 우유에 넣어 먹는다. 여기에 과일과 팜나무 설탕인 ‘굴라Gula’를 넣으면 매우 고소하고 달콤하다. 굴라는 메이플 시럽과 같은 방법으로 팜나무에서 추출한 설탕으로, 디저트에 주로 사용된다. 말레이시아식 팥빙수 ‘첸돌Cendol’ 첸돌은 말라카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얼음에 팥을 올리는 것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팥빙수와 흡사하다. 다른 점은 연유 대신 코코넛 밀크를, 시럽 대신 굴라를 사용한 자연식이라는 것. 특히 향료의 하나인 판단잎 즙으로 만든 녹색 젤리를 짧게 채썰어서 넣는 게 특징이다. 이 젤리는 해독 성분이 있어 몸에도 좋다. 독특한 향을 지닌 두리안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첸돌에 두리안을 토핑해서 먹기도 한다. 존커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산슈공San Shu Gong’의 첸돌이 유명하다. ▶travie info 말라카 가는 방법 인천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까지 이동한 후 현지에서 버스, 기차를 타면 편하다. 1 쿠알라룸푸르 버스터미널 TBSTerminal Bersepadu Selatan에서 말라카행 버스 이용. 1시간45분 소요되며 매일 7:00~23:00 사이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2.3RM. www.tbsbts.com.my 2 쿠알라룸푸르 기차역KL Central에서 싱가포르 우드랜드Woodland행 열차South Line를 이용하면 된다. 반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에 1대만 운행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쿠알라룸푸르발 말라카행은 오전 9시 출발, 2시간 30분 소요, 23RM. 싱가포르발 말라카행은 오후 1시45분 출발, 4시간 소요, 38RM. www.ktmb.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아직도 마그네틱 현금카드? 새달부터 ATM 절반서 못써

    다음 달부터 자동화기기(ATM)에서 마그네틱(MS) 현금카드 사용이 제한된다. 복제 위험 등이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예고’한 대로 2월 1일부터 시범적으로 MS카드 사용을 제한한다고 23일 밝혔다. 시범기간인 1년 동안은 일부 ATM에서 MS카드로 현금을 찾을 수 없고, 2014년 2월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2~7월엔 전체 ATM의 50%, 8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80%에서 사용할 수 없다. 집적회로(IC)카드로만 바꾸면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2011년 해킹 사고로 정보 유출 위험이 제기된 미국 보안업체 RSA사의 일회용 비밀번호(OTP·One Time Password) 생성기 1만 8700여개도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보급된 RSA사의 OTP 생성기는 농협은행 1만 5548개, 수협중앙회 466개, 우정사업본부 2717개 등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수장들 잇단 낙관론

    경제수장들이 최근의 경기 상황과 관련해 잇따라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미국의 ‘재정절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상회했다”면서 “지금의 경제상황은 그레이 스완(Gray Swan)”이라고 말했다. 그레이 스완은 어느 정도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을 뜻한다. 전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깜깜한 상태를 뜻하는 ‘블랙 스완’에서 따온 말이다. 2007년 미국 금융분석가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책 이름에 붙여 유명해진 용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논의가 금융위기의 잘잘못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 공조를 이야기하는 데까지 왔다면서 “뉴욕 월가에 시위대가 등장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인 점을 고려하면 이젠 (과거의 위기 수습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초고령화의 그늘

    초고령화의 그늘

    젊은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높아진 노인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10년 후엔 2명당 노인 1명, 20년 후엔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한 60대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경제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2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와 통계청, 유엔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 노년부양비는 16.7%로 추정된다. 노년부양비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노년(65세 이상) 인구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노인 16.7명을 부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높은 대학진학률 등을 고려하면 2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부양 능력이 없다. 평균 은퇴시기를 고려하면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인구는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다. 이에 따라 핵심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년 인구를 뜻하는 ‘실제 노년부양비’를 봐야 한다. 올해 핵심생산인구는 1978만 4000명인 데 반해 65세 이상 인구는 613만 8000명이다. 핵심생산인구 3.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10년 후인 2023년엔 52.0%로 예측돼 핵심생산인구 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2년 뒤인 2035년엔 100.2%로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강상희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이 추세대로 간다면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세금 부담도 크게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0세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만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1.4%에서 2010년 2.4%로 1.0% 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업률이 외환위기 때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연령층은 노년층이 유일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년층은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은퇴해 경제 활동 참여율은 빠르게 상승했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충분하지 못해 실업률이 높아졌다”면서 “다른 연령층과 구분된 노년층만의 고용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외제차 추돌사고 수리비 국산의 5~6배

    수입차의 가격 대비 수리비용이 약 30%에 달하는 반면 국산차는 10%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같은 기준으로 수입차 3종에 대해 저속 충돌시험을 실시한 결과 수입차의 가격 대비 수리비 비율이 평균 32.3%로 나타났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벤츠 C200이 36.3%로 가장 높았고 혼다 어코드(33.8%), 폴크스바겐 골프(25%) 순이었다. 수리비 역시 벤츠 C200(1677만원), 혼다 어코드(1394만원), 폴크스바겐 골프(826만원) 순이었다. 수리비 항목 중 부품비 비율은 평균 62.7%였다. 모든 차종의 수리비 중 부품비 비율이 44.5% 수준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벤츠 C200이 부품비가 1278만원(76.2%)으로 폴크스바겐 골프(264만원)에 비해 5배가량 높아 수입차 안에서도 차이가 많았다. 높은 수리비의 원인으로 차체 구조의 문제도 꼽혔다. 벤츠 C200은 범퍼와 프런트 패널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없어 충돌 시 라디에이터, 에어컨 콘덴서까지 손상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 나온 국산차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봤더니 차량 가격 대비 수리비 비율은 대부분 10% 미만이었다. 현대 i40가 9.7%로 가장 높았고 현대 그랜저HG(9.4%), 한국GM 말리부(8.4%), 기아 K9(7.4%) 순이었다. 총 수리비 평균은 220만원 수준으로 외제차를 몰다가 추돌 사고를 내면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최대 5~6배 더 나오는 셈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 수리비를 낮추기 위해선 우선 부품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 외에도 우량 대체 부품을 쓰고 수리 기술을 공유한다면 수리비를 좀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보험업계 장수CEO들 물러난다

    보험업계 장수CEO들 물러난다

    보험업계에서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태창(왼쪽·56) 현대해상 사장은 다음 달 4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할 예정이다. 2007년부터 6년간 현대해상을 이끌어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서 사장은 다음 달 11일 임기가 끝나는데 주총을 마지막으로 물러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해상은 최근 임시 이사회에서 이철영(63) 전 현대해상 사장과 박찬종(60) 부사장을 신임 등기 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서 사장 후임으로 이들이 공동 대표를 맡거나 박 부사장이 신임 사장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5번 연임에 성공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박종원(오른쪽·69) 코리안리 사장도 오는 6월 임기가 끝난다. 최근 연임설이 나오긴 했지만 박 사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 후임으로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의 셋째 아들인 원종규 전무가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김용권(60) 흥국화재 사장도 오는 6월에 3년의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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