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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철의 플레이볼] 재밌는 스포츠를 위한 실험들

    투고타저? 프로야구 올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나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도 40개를 넘는 홈런을 치고 있는데 한국의 홈런왕 이대호는 겨우 26개다. 야구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투고타저는 나쁘고 타고투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뻥뻥 넘어가는 시원한 홈런이 관중을 모으고 1-0으로 끝나는 투수전은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이브 루스가 도박 스캔들로 얼룩진 메이저리그를 살렸고 월드시리즈를 없앤 선수 파업을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가 살렸다고 생각한다. 축구 행정가들도 마찬가지다. 골이 많이 나와야 인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프사이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예전의 야구에서 투고타저를 바꾸려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보위 쿤이 커미셔너를 하던 시절이다. 쿤은 1969년부터 1984년까지 그 어려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자리를 지켰다. 선수 노조와 싸우면서 고생한 얘기나 오로지 한 일이라곤 다저스 구단주 오말리의 커피잔에 설탕 몇 개 넣어드릴 거냐는 언론의 조롱은 차후로 미루자. 쿤은 실험가로서 최고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오렌지 색깔의 야구공을 기억한다. 제안자는 오클랜드 구단주 찰리 핀리이지만 시범경기에서 한 번 써보도록 허가한 사람은 쿤이었다.5% 탄력이 더 좋은 공을 쓰자고 제안한 사람은 메츠 구단의 자니 모피이지만 그것 역시 커미셔너의 승인 아래 시범 경기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별 효과가 없자 이듬해인 1970년에는 10% 탄력을 더 높인 공도 시험되었다. 축구의 골을 늘리자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골대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야구에서도 같은 제안이 있었다. 그것 역시 쿤 커미셔너의 재임 시절이다.1루와 3루를 넘어서는 파울 라인의 각도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이것도 채택은 안 되었지만 실험 경기를 치렀다. 심지어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삼진을 투 스트라이크면 아웃으로, 대신 볼넷은 볼셋으로 바꾸는 시험도 있었다. 볼셋이 18개가 나오는 통에 결국 이 아이디어도 묻혔다. 단 하나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지명타자다. 수많은 논란을 거친 끝에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채택했다. 쿤이 커미셔너로서 좌충우돌한 것 같지만 위의 한 사례는 실패한 것만 고른 것이다. 지명타자는 아메리칸 리그만 채택해서 대성공은 아니지만 받아들인 아메리칸리그의 타격을 강화시킨 효과는 있었다. 단 필자는 지명타자를 싫어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박기철의 플레이볼] 프로야구 홈경기 승률 높여야

    중국의 문화혁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악몽이다. 다만 신났던 사람이 한 명 있다. 당연히 마오쩌둥이다. 여러 정치적인 의미는 제쳐 두고 그는 세상이 난장판일수록 보기가 재미 있다는 투로 대했다. 물론 덩샤오핑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갑자기 공장노동자가 되고, 아내는 청소부가 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마오쩌둥이야 본인의 권력 강화의 기회이므로 신이 났겠지만 그 탓에 중국이 겪은 시련은 엄청났다.혼란은 국가적으로 보면 소수에게는 행복이고 다수에게는 시련이다. 하지만 혼란이 일어날수록 다수가 행복한 분야가 있다.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실력이 강한 자가 이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자주 발생함으로써 팬의 흥미를 유도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이변이 발생하는 확률은 스포츠의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가장 이변이 적은 경기는 당연히 육상이나 수영 등 개인 기록경기다. 주요 팀 스포츠 가운데서는 농구가 가장 이변이 적다.NBA의 최근 3년간 기록을 뽑아 보았더니 시즌 최고 성적의 팀 승률은 .780이고 최저 승률 팀은 .159이다. 반면에 야구를 보면 MLB가 최고 .648, 최저 .315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최고가 지난해 삼성이 기록한 .607이고 최저는 .392다. 이런 통계를 보면 농구가 강팀이 이기는 비율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하지만 홈경기 승률이 높다고 해서 단순히 이변이 적은 스포츠라고 해석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NFL의 경우 최고 승률이 무려 .875이고 최저가 .125였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NFL이 워낙 적은 수의 정규 시즌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즉 야구나 농구는 정규시즌 경기가 많아서 한 두 경기 이변이 나와도 결국 강팀은 다시 살아난다. 긴 정규 시즌을 가진 스포츠에서 혼란이란 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시즌 막판에 최종 순위가 판가름나는 일이다.몇 팀의 감독에게는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팬들은 난장판이 될 수록 신난다. 특이 1위의 승률이 60%미만이고 꼴찌의 승률이 40%를 넘으면 반드시 순위의 혼란이 나타난다. 올해 9월25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선두의 승률은 .585에 그쳤다. 이럴 경우 판 자체가 뜨겁게 달아올라야 하나 초반에 김이 빠지면 다시 불붙기가 어렵다.야구팬의 특성이기도 하다. 팬의 응원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홈경기 승률을 보면 알 수 있는데 NBA,NFL,MLB의 홈경기 승률은 차례로 .604,.590,.540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533이다. 시즌 막바지까지 순위에 혼란을 겪을 만큼 전력 평준화는 돼 있다. 난장판을 만들려면 팬들이 홈경기 승률을 좀 더 높여 줘야 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기업 사회책임 평가 ‘펀드문화의 세대교체’

    기업 사회책임 평가 ‘펀드문화의 세대교체’

    최근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표방한 일명 ‘장하성 펀드´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국내에도 SRI펀드(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Fund·사회책임투자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는 데 만족하던 투자자들이 기업경영이나 사회공헌에 투자하는 펀드에 눈길을 돌리는 등 펀드문화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최근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표방한 일명 ‘장하성 펀드´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국내에도 SRI펀드(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 Fund·사회책임투자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는 데 만족하던 투자자들이 기업경영이나 사회공헌에 투자하는 펀드에 눈길을 돌리는 등 펀드문화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2세대’ 펀드들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 배당금 확대 등을 통해 주주의 단기적인 투자수익 극대화를 요구하는 초기 단계의 펀드(1세대 펀드)를 넘어서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이라는 미래지향적 주문을 내놓고 있다. 적립식 펀드와 주식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연기금 등이 주식시장의 자금 공급축으로 떠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인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투자이익 극대화를 위한 ‘헷지펀드’라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의 펀드문화가 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장기투자 표방 펀드 봇물 국민연금은 22일 1500억원 규모의 사회책임투자형 펀드를 운영할 자산운용사 3곳을 발표한다. 한 회사당 500억원씩 운용하게 되며, 기본계약기간이 5년으로 긴 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투자가 활발한 SRI펀드를 참고로 하되, 앞으로 기업가치 극대화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표방하는 펀드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04년부터 기업지배구조형 펀드를 운용해왔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이 지난 20일 현재 966억원을 운용중인데, 누적수익률이 101.69%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은 이외에도 사모(私募) 형태로 1500억원, 공모 형태로 60억원 상당의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샘표식품 지분 24.1%를 사들인 우리투자증권의 ‘마르스제1호PEF’, 대한화섬 지분 5.15%로 태광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장하성펀드’도 이같은 부류에 해당한다. 코오롱유화 지분 5.68%를 가진 호주계 펀드 헌터홀도 지난 15일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보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로 바꿔 대열에 합류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박현주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기업과 나라가 장기적인 성장과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면서 “연구개발·신규사업 등의 투자 없이 배당에만 전력하는 기업은 미래에셋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주주총회에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진과 끊임없는 밀고당기기 경영진과의 의사소통이 쉽지만은 않다. 알리안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설득과 권유가 주를 이루지만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경영진과 싸운다.”고 전했다. 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측의 무성의로 언론에 분쟁 상황이 실시간으로 노출된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같은 펀드들의 등장에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기업 소유주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주주에 대해 무관심한 예가 많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쓰면 이자를 내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으면 주주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배구조개선 등을 통해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일종의 헷지펀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노리고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헷지펀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비판의 근거다.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영국계 헤르메스펀드도 유럽에서는 유명한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가진 지분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되는데도 지분 참여를 빌미로 경영진에게 지나친 압박을 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것은 투자수익을 거두기 위한 하나의 명분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결국은 투자자에게 최고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SRI펀드 외국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투자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고, 이로 인해 SRI펀드가 활성화돼 있다. SRI펀드는 1920년대 미국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윤리적인 투자 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도박, 주류, 무기업체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런 도덕적인 투자 문화를 감안한 것이다. 이후 1960년대는 반(反) 공익적 기업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고려,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드는 차원에서 SRI펀드의 기능이 바뀌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주주활동과 지역사회 공헌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긍정적인 투자 방식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현재 전체 펀드 규모의 12.5%인 약 2조 2900억달러가 SRI펀드로 운용되고 있다.10년 전에 비해 260% 급증했다. SRI펀드의 유형은 크게 기업활동 스크린, 적극적인 주주활동 및 지역사회 공헌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기업활동 스크린 유형이 약 1조 6900억달러로 전체의 70.0%를 차지한다. 이중 공적연금이 전체 SRI펀드 시장규모의 52.8%를 차지하는 최대투자자다. 유럽에서는 8월말 현재 375개,2410억유로(약 290조원) 규모의 SRI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1999년 연금법 개정으로 SRI펀드 규모가 급성장했다. 영국 SRI펀드의 시장규모는 약 1480억유로로 유럽 전체 기관투자자 SRI펀드 시장의 44%가량을 차지한다.SRI펀드 중에서도 연금펀드는 기관투자자의 35.6%를 차지해 보험회사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투자 단기화로 금융시장 위험 커져 “펀드의 활성화는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펀드의 파급효과를 분석한 ‘펀드자본주의의 명과 암’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펀드문화의 폐해를 이같이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선 투자 단기화와 높은 레버리지(고정비용이 기업경영에서 지렛대와 같은 작용을 하는 일) 등으로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위험)가 커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998년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위기로 금융 위기가 우려되자 미국의 14개 은행 및 투자은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3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한 사례를 꼽았다. 연구소는 또 기업이 펀드의 경영 간섭 및 적대적인 인수·합병(M&A) 위협에 직면하는 경우 경영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200개 기업 가운데 12%가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 애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기업도 경영권 방어와 주가안정을 위해 투자보다 현금 확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주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보유금액이 2001년 8조 2000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에는 31조 2000억원으로 증가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펀드들은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조치를 실시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영업 능력이 약화되는 등 장기 성장성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펀드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펀드 자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규율 장치를 마련하고 ▲투기성 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한준규기자의 라크로스 체험기] 진짜사나이도 헉헉

    [한준규기자의 라크로스 체험기] 진짜사나이도 헉헉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대지를 감싸는 가을의 초입. 초록의 그라운드를 누비며 몸과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이 ‘땡’기는 계절이다. ‘아∼뭐, 재미난 운동이 없을까’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크로스’란 운동을 소개한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스틱 끝에 달린 잠자리채에 공을 담고 달리며 상대의 골대에 넣는 운동으로 미국에서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 중심으로 라크로스가 유행처럼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장비가 비싼 것도 아니고 경기방식도 간단하다. 또 축구의 조직적 플레이, 아메리칸 풋볼의 거친 느낌, 핸드볼과 하키의 스피드가 모두 가미된 종합 운동으로 한번 재미를 붙이며 누구나 마니아가 된다. 라크로스는 도대체 어떤 운동일까.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지난주 수요일. 수원 경희대학교 필드하키장에서 라크로스 인터넷 동우회 ‘CLU’(Corea Lacrosse Union,www.freechal.com//lacrosse)의 회원들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갔다. # 뭣에 쓰는 물건인고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 그들은 길다란 가방에서 이상하게 생긴 것을 꺼낸다. 잠자리채 같기도 하고, 낚시할 때 고기를 떠내는 뜰채 비슷한 것을 주섬주섬 꺼낸다.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이게 라크로스 스틱입니다. 공을 헤드에 담고 던져 상대방의 골대에 넣으면 점수를 얻게 됩니다.”라는 노진규(32·라크로스 한국협회 사무장)씨.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짓자 노씨는 “그래도 보기보단 힘들어요. 헤드부분이 깊지 않아 공이 빠져나가기 쉽고 31인치(약 78㎝)이상 되는 길이의 스틱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의 속도가 160㎞이상으로 날아다니는 운동이에요. 한번 해보시겠습니까.”라고 권한다. 간단한 기본기를 배웠다. 스틱을 잡고 공을 던지고 받고. 어린 시절 날아가던 잠자리도 한번 휘두르면 어김없이 잡았는데 이건 서툴다.‘어 어디 갔지.’하고 돌아보면 어느새 공은 저만치 뒤에서 뒹굴고 있었다. “원래 처음에는 그래요.”라며 웃는 우충원(29·인터넷 쇼핑몰)씨.“자 이제 간단한 시합을 시작합니다. 장비를 챙기세요.”라는 노씨의 말에 따라 다들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헬멧과 가슴을 보호하는 패드는 물론이고 어깨와 팔, 두툼한 장갑까지 챙기고, 입에는 마우스피스를 무는 사람도 있었다. # 진정 사나이들의 경기 “자 오늘은 연습이니까 15분씩 4쿼터로 하겠습니다. 처음 오신 분은 첫퀴터는 좀 보시고 다음 쿼터부터 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윽고 시합이 시작됐다. 패스를 하는데 수비수들이 스틱으로 공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때린다. 그러자 공을 잡은 선수가 뛰기 시작한다. 몸집이 좋은 수비수가 몸으로 부딪치자 보기 좋게 옆으로 나가떨어진다.‘어, 장난이 아니네’. 거의 아이스하키수준으로 보디히트를 한다. 중간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옆으로 뛰며 던진 공이 골 그물을 흔든다. 그런데 공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빠르다. 부딪치고 때리고 달리기의 연속이다.“옆에, 뒤쪽 왼쪽, 앞에 오른쪽, 스틱첵” 골문을 지키는 골리(골키퍼)가 연신 큰소리로 지시를 한다. “탁탁탁, 퍽퍽퍽, 우∼와”하는 소리와 함께 두 골이 더 나왔다. 옆에서 박원기(28)씨가 “어떠세요. 재미나지요.”라며 말을 건네다.“아마 사람들이 두발로 하는 운동 중에 가장 빠르고 격렬한 운동이 바로 라크로스입니다. 그게 매력이지요.”하고 했다. 1쿼터가 끝나자 헬멧을 벗은 선수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땀 범벅이다.“이번엔 한번 뛰셔야지요.”라는 노씨. 헬멧을 쓰고 운동장에 섰다. 우충원씨가 패스를 한다. 공을 잡았다. 에이 그런데 바로 공이 헤드에서 빠져 땅에 떨어진다. 순간 몇 명이 달려들며 밀쳐버린다. 이를 물고 달려 공을 뺏으려는데 벌써 저쪽으로 공이 날아간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휙 휙’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이어지는 패스. 어느 순간 공이 골대를 가른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제가 한번 해 볼테니 패스를 부탁합니다.”라고 조수영(26·삼성전자)씨에게 부탁을 했다. 공을 잡고 스틱을 살짝 돌리며 골대를 향해 돌진했다. 여기저기서 스틱이 날아들어 팔과 어깨를 때린다. “어이쿠.”하며 장현일(30)씨의 보디히트에 맞고 넘어졌다.“헉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일어났다. 몸과 몸이, 스틱과 스틱이 부딪치며 서로를 견제한다. ‘나라고 못할 것 있나’라며 공을 몰고 뛰어들어오는 상대 선수의 등쪽을 스틱으로 냅다 후려쳤다.“휘∼익” 심판의 호각과 함께 2분간 퇴장.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원래 스틱첵은 등부위를 치면 안됩니다. 팔이나 어깨 가슴만을 치는 것이 룰입니다.”라고 박원재씨가 귀띔해준다. 어떻게 15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달리고 부딪치고 때렸을 뿐이다. 공의 속도가 빨라서인지 경기 속도 또한 무지하게 빠르다. 몇 번의 패스가 골로 연결되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다. 아주 짜릿하다. 9대4로 당연히 우리편이 졌지만 참 재미나다. 운동량 또한 엄청나다. 아마 몸무게가 한 3㎏은 빠진 것 같다. “원래 라크로스는 와일드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운동입니다. 스틱으로 상대방과 부딪치고 때릴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지요. 그래서 부상을 막기 위한 장비 착용이 중요합니다.”라는 장현일씨.“미국에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라크로스를 즐겨요. 물론 남자 경기와 ‘룰’이 달라 몸이나 스틱을 부딪치지 않지만 인간의 본성대로 달리고 던지고 뛰는 재미난 경기예요.”라는 배진아(19·유학생)씨. 그렇다. 모든 구기 종목의 장점을 모아놓은 듯한 라크로스는 짜릿한 재미와 체력, 지구력이 요구되는 운동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에 ‘딱’어울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머지않아 동네에서 아이들이 편을 나눠 라크로스를 하는 날이 곧 올 듯싶다. ■ 라크로스의 역사 - 1500여년전 인디언 놀이 실제 라크로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로 그 역사가 1500여년이 넘는다. 미국 인디언이 즐기던 경기였다. 라크로스는 프랑스어. 프랑스 개척자들이 인디언들이 하는 경기를 본 뒤 관사와 막대기를 뜻하는 la와 crosse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이 운동은 하키와 농구, 축구 등을 섞어놓았다. 하키처럼 스틱을 사용해 공을 잡고 먼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축구와 비슷하고 골문 근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건 농구와 같지만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이다. 따라서 상대 선수와의 거친 몸 싸움에 밀리지 않는 우수한 체격 조건과 농구처럼 패스나 슛할 때 속임수가 가능한 민첩성, 팀 워크를 위한 협동심이 필요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 라크로스붐이 일어나 지금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모여 하는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경희대학교에 처음 팀이 창단되었고 한국라크로스협회가 1997년 만들어져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해 바람몰이를 하려고 하는 중이다. 경희대, 숭실대 한국체육대학에, 외대부속 외고와 전주고등학교,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팀이 있으며 강남과 분당을 중심으로 한 유소년 클럽 2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라크로스 인터넷 동우회로 ‘CLU’가 유일하다. 라크로스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은 CLU를 통하거나 한국라크로스협회(02-743-5291)로 연락하면 된다. 또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한강 시민공원 잠원지구 운동장에서 원명초등학교와 Max Sports팀의 초등학교 라크로스 친선경기 열린다.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 저 스포츠?

    2004년 8월 필자는 본란에서 바둑의 스포츠 인정과 관련된 글을 실었다. 그때의 글을 잠시 인용해 보자.“2002년 바둑이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가 되자 한 체육계 인사는 ‘바둑이 스포츠면 고스톱도 스포츠냐?’고 흥분했다고 한다. 고스톱은 그나마 화투장을 내려치는 동작이라도 있어서 바둑보다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스포츠에 가깝다. 그렇다면 스포츠로 인정받는 야구는 100% 육체적인 것으로 이루어지는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야구는 정신적인 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평을 듣기까지 한다.” 지금까지가 당시의 글이다. 당시 필자는 아무런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지난주 국제 e스포츠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렸다.e스포츠? 비슷한 발제가 있었다. 컴퓨터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는가? 지난주 세미나의 해외 참석자들은 별 신경을 안 썼다. 스포츠? 게임? 어찌되었건 비즈니스만 되면 만사형통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논법이었다. 다만 중국은 오래 전부터 바둑은 한국으로 따지면 전국체전에 포함되는 종목이었고 e스포츠 역시 현재 체육으로 관리되고 있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국가 경제의 문제다. 바둑도 마찬가지다. 바둑이 체육으로 힘쓰길 원하고 e스포츠가 전혀 스포츠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스포츠란 이름을 쓰고 있는 이유는 스포츠란 이름을 붙이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스포츠란 이름이 없을 때보다 쉬워 보이리란 현실, 또는 착각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 착각과 현실은 반대쪽에서도 보인다. 체육학계와 체육단체는 90% 이상이 바둑 또는 e스포츠의 체육 편입에 반대한다. 외연의 확장, 속칭 ‘나와바리’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찬성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모두 개인 또는 자기 영역의 이권을 지키거나 키우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해묵은 질문을 다시 해보자. 올림픽 금메달이 중요한가, 월드컵 4강이 중요한가?아니면 세계 최강이라는 야구 강국 미국과 일본을 이긴 야구가 더 중요한가? 여기에 대한 대답과 주장을 할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비인기 종목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인기 있는 스포츠를 살리는 게 남는 장사란 주장도 있다. 현재의 중국을 설계한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고 했다. 체육도 같다. 현재의 체육은 레저와 운동을 포괄하고 있다. 바둑과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아닌가의 논쟁은 부질없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이번 주말 4색 빅 매치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주말, 국내외에 다양한 빅매치가 스포츠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약간의 부지런을 떤다면 서울 장충체육관이나 목동아이스링크로, 이도 저도 싫은 ‘방콕족’이라면 TV 앞에서라도 충분히 즐거운 주말이다. ■ 전 복싱 챔프 최용수 K-1 데뷔전 전 세계권투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최용수(34)가 입식타격기 K-1으로 전향한 지 7개월여 만에 데뷔전을 갖는다.1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K-1 파이팅네트워크 칸대회’에서 드리튼 라마(23·스웨덴)와 슈퍼파이트 대결을 펼치는 것. 서른 넷이란 적지 않은 나이, 게다가 복싱을 그만 둔 지 3년이 훌쩍 지난 최용수가 7개월의 훈련으로 전성기의 몸놀림을 회복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프라이드에서 뭇매를 맞은 이태현처럼 룰이 생소한 K-1 적응 여부도 변수다. 상대는 최용수보다 7㎝나 크고 스웨덴 무에타이선수권을 3연패할 만큼 킥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로킥 디펜스에 신경써야 한다. 최용수는 15일 “데뷔전을 앞두고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 로킥을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강펀치로 KO승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케이블채널 수퍼액션이 오후 7시부터 생중계한다. ■ 설기현 “첫골로 프리미어리거 자존심 살릴것”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새 간판으로 떠오른 설기현(27·레딩FC)이 ‘마수걸이골’에 도전한다.16일 오후 11시 리그 18위(2무2패)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 나서는 것. 해외 진출 7년 만에 ‘꿈의 무대’에 입성한 설기현은 개막전과 2차전에서 거푸 도움 1개씩을 올려 붙박이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 지난 6일 레딩이 선정한 ‘8월의 선수’로 뽑힐 만큼 연착륙에 성공한 설기현에게 남은 숙제는 하루 빨리 골맛을 보는 것. 셰필드 수비진의 대인마크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밸런스도 맞지 않아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올리기에 더 없이 좋은 상대다. 토트넘도 17일 밤 11시 풀럼과 홈경기를 치르지만 이영표의 출전여부는 미지수다. 이영표는 지난 1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마틴 욜 감독의 ‘배려’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15일 슬라비아 프라하와 UEFA컵 1라운드 경기에 또다시 빠져 위기의식이 높다. 두 경기 모두 케이블채널 MBC ESPN에서 생중계한다. ■ 주말의 사나이 이승엽 40호 쏜다 무릎부상 등으로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며 ‘아홉수(39개)’에 시달리는 이승엽(30·요미우리)이 사흘 간의 꿀맛 휴식을 끝내고 방망이를 곧추세운다.16일부터 열리는 요코하마와의 원정 2연전에서 40호 홈런을 쏘아올려 홈런왕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각오다. 올시즌 요코하마를 상대로 최다인 7개의 홈런을 뿜어낼 만큼 강점을 보여 더욱 기대를 모은다. 케이블채널 SBS SPORTS에서 오후 2시부터 생중계. 한편 이승엽은 15일 일본야구기구(NPB)가 발표한 미·일 올스타전 출전 후보 77명에 포함됐다. 오가사와라(니혼햄), 마쓰나카(소프트뱅크)와 1루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 올스타전에는 팬 투표로 뽑힌 포지션별 1위 선수가 선발 출장하고, 나머지 선수는 감독 추천으로 나선다. ■ 평생 단 한번의 기회… 피겨여왕 김연아를 만나다 피겨스케이팅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환상의 무대,‘현대카드 슈퍼매치 2006-슈퍼스타즈 온 아이스’가 16∼17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다. 오는 11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시니어그랑프리시리즈’에서 시니어무대에 데뷔하는 ‘피겨요정’ 김연아를 필두로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 플루셴코와 여자 싱글 동메달리스트 이리나 슬루츠카야,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인 타티아나 라브카-로만 코스토마로프(이상 러시아) 등 세계 최정상급 피겨스타들이 빠짐없이 서울에 모였다. 여기에 94년 릴레함메르대회 금메달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과 올 세계피겨선수권 아이스댄싱 1위 알베나 덴코바-막심 스타비스키(불가리아)조,2002솔트레이크시티대회 금메달리스트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 등이 ‘갈라쇼’ 형태로 자신만의 필살기를 뽐낼 예정이다.SBS에서 16일 오후 3시,17일 오후 3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9) 언어·예술상징(상)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9) 언어·예술상징(상)

    “선진(先進)이 후진(後進)이 되고 후진이 선진이 된다.”고 했던가? 이번에 소개할 우리 민족의 문화 상징들인 고구려 고분 벽화,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등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강했던 고구려가 마침내는 삼국 중 가장 약했던 신라에 망하고, 중세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면에서 앞섰던 우리나라가 근대에는 일본에 나라를 내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한 시대의 위대한 문화는 그 시대적 관점에서 제대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문화에 대한 기본적 시각이 아니겠는가? 2004년 북한이 신청한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이 신청한 중국 영토 내의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것은 한때 요하(遼河) 이동의 요동은 물론 북만주 지역까지 차지하고, 남으로는 한반도의 절반 이상까지도 내려와 있었던 고구려라는 하나의 강력한 나라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인 동시에 이들 고구려 고분들에 있는 상당수 벽화들을 인류 문화적 차원에서 인정한 것을 뜻한다. 현재 고분 벽화가 있는 고구려의 고분은 무려 107기 정도에 이른다. 고분 벽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지만, 고구려 고분 벽화처럼 일정한 역사 기간(4∼7세기)에 그 규모나 수적 차원에서 이렇게 방대하게 이뤄진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영향을 준 중국의 경우도 고분 벽화 고분은 10기 정도에 머물며, 그 수준도 고구려에 비할 것이 못 된다. 고분 벽화에 있어서만은 고구려는 세계적 위치에 있다. 현재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고구려 고분 벽화’(9.2∼10.22)는 북한 소재 고분들 중 6기의 고분들에 있는 벽화들만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속에 있는 인물 풍속화, 각종 상징 문양, 청룡, 백호 등의 사신도(四神圖), 널방의 천장에 장식된 하늘 세계의 모양들은 관람자들의 찬탄을 받고 있다. 오늘날 고구려의 영광은 이들 고분 벽화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유례 드문 고구려 고분벽화 우리나라에서는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라고 하면, 미륵 보살이 대좌에 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오른팔을 굽혀 손가락을 오른 뺨에 대고 몸을 앞으로 약간 굽힌 상을 뜻한다. 이것은 미래불인 미륵불이 중생 제도를 위해 명상을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반가사유상은 6세기경 삼국 통일 직전의 신라에서 크게 유행한 미륵 신앙과 관련,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보관(寶冠)을 쓴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경주에서 출토된 삼산관(三山冠)을 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가장 유명하다. 이 두 반가사유상은 첫눈에 봐도 불교 예술품의 걸작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그 동안 해외의 전시들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충남 서산군 운산면 용현리에 있다. 서산군 운산면은 중국의 불교 문화가 태안 반도를 거쳐 부여로 가는 행로상에 있었는데, 마애삼존불이 조성된 위치도 당시에는 경개가 절승(絶勝)한 곳이었다 한다. 오늘날에도 경상도 부처님은 무섭고, 전라도 부처님은 온화하다. 서산마애불은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하듯 햇빛이 비치면 웃는 모습을 짓는다. 복스러운 얼굴에 눈은 행인형(杏仁形, 살구씨 모양)으로 약간 큰 편이며, 입도 약간 벌리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여래불을 중심으로 왼쪽에 보살상, 오른쪽에 반가사유상이 배치되어 있는데, 현재의 부처인 석가, 과거의 부처인 제화갈라(提和渴羅) 보살, 미래의 부처인 미륵 보살이 형상화된 것이다. 오늘날 남아 있는 백제 시대의 대표적 불상이다. # ‘반가사유상’ 해외서도 주목 팔만대장경은 우리가 받아들인 불교 문화를 또다른 차원에서 완성한 것이다. 대장경은 부처의 말씀을 적은 경(經)을 비롯, 불교와 관계되는 서적들을 모은 것으로, 기독교의 성경, 회교의 코란에 해당한다. 그래서 불교를 받아들인 나라들은 모두 이 대장경을 갖추어 두고자 했다. 그래서 중국, 거란, 고려, 몽고, 티베트, 서하 등 여러 나라들에서 여러 차례 대장경들을 마련하여 오늘날 알려진 것만 해도 20여종에 이른다. 이 중 그 규모나 엄정성, 보관 상태 등을 볼 때, 고려 고종 때16년에 걸쳐 이뤄진, 우리가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고려 대장경이 단연 압권으로 현재 중국과 일본 대장경의 전범이 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모두 8만 1258장으로 되어 있고, 이에는 1501종 6708권의 불서들이 들어 있다. 고려 청자, 분청사기, 백자는 각기 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의 도자기들이다. 일상생활 용기들로 쓰인 이런 도자기들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이들이 자기(磁器)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용기들로 사용한 토기, 도기(陶器), 자기 등 중 자기가 사용된 시기는 길지 않다. 자기는 점력을 가진 점토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유약을 입혀 1300도 정도의 고화도로 구워낸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15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과 우리나라뿐이었다. 자기 중 먼저 이뤄진 것이 청자다. 청자는 중국에서도 당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통일 신라 후기 때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14,15세기에 이르자 청자 문화는 백자 문화로 전환되고, 다시 백자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본, 동아시아, 서아시아, 지중해 연안과 서부 유럽으로 널리 퍼져 갔다. 시작은 중국이, 그리고 한국이 이를 뒤따랐다. 그리고 중국인도 ‘천하제일’이라 한 고려청자만의 비색(翡色)을 완성한 점, 태토(胎土)에 홈을 파고 흑토나 백토를 넣어 메워 굽는 상감(象嵌) 기법을 개발한 것, 산화동(酸化銅) 안료로 붉은 색을 내었던 것 등은, 그대로 우리나라 자기사의 업적인 동시에 인류 자기사의 업적이 되는 것이다. # 일본의 국보된 진주민가 제기 한편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청자 바탕에 백토를 입혀 여러 모양들을 낸 것으로, 우리나라에 15∼16세기 약 200년간 이뤄지다 이후 백자로 발전하였다. 이렇듯 고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은 일종의 생활 용기들이지만 수준 높은 예술품이었기에, 조선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요업(窯業)을 관리했고, 궁궐에 소속된 화공들도 이러한 자기 제작들에 동원되어 그림을 그리곤 했다.2004년 11월 현재,307종의 국보들 중 청자가 24점, 분청사기가 5점, 백자가 17점 등 모두 46점의 자기가 국보로 되어 있다. 이러한 청자, 백자 등과 달리 막사발은 말 그대로 적당히 점토를 빚어 유약물에 한 번 담가 구워 만든 것으로, 대중용으로 대량생산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막사발은 밥그릇, 국그릇, 술잔 등으로 민가에서도 흔하게 사용된 것인데, 임진왜란 때 이런 막사발조차도 만들지 못했던 일본인들은 이러한 막사발을 많이 가져다 차그릇인 다완(茶碗)으로 썼다. 그리고 이들 중 몇 점은 현재까지도 일본 국보나 보물, 명품 등으로 소중하게 관리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1급 국보인 기자에몬이다(喜左衛問 井戶) 다완은 임진왜란 때 경남 진주 근처의 민가에서 제기(祭器)로 사용되던 것을 가져간 것이다. 일본에 있어 국보인 도자기는 이것이 유일하다. 조선과 일본의 자기 문화 격차와 간단한 그릇에도 들어 있었던 조선 도공들의 미의식이 빚어낸 하나의 역사적 결과다. 한지는 중세 문화인 불교·유교 문화를 우리가 받아들여 문화 생활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일찍부터 중국에서부터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요즘은 나무로 만든 펄프 종이로 인해 한지는 우리 문화의 한 구석으로 밀려났지만, 우리나라의 오랜 문화생활과 관계되는 이 한지는 문화사적으로 그렇게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직지심체요절(1377)도 그렇다. 이 책은 고려말 명승인 경한(景閑,1298∼1374)이 지은 것인데,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것이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이기 때문이다. 독일인 구텐베르그의 ‘42행 성경’보다 무려 80년이 앞선 것이다. 이 책은 1887년 주한 프랑스 대리 공사로 서울에 왔던 콜렝드 드 플랑시에 의해 수집되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 유적이나 유물들을 돌아볼 때, 우리 시대는 과연 어떤 문화를 가장 중요시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시인 존 업다이크는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이 가장 문화적 힘을 모으는 곳은 15초짜리 스폿(spot) 상업 광고라고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의 우리 문화사로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만은 그렇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손태도 문화재 전문위원
  • ‘퍼거슨 영보이’는 박주영?

    ‘퍼기(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애칭) 보이는 박주영?’ 알렉스 퍼거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한국의 젊은 선수(Young Korean Boy) 영입에 대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럽 스포츠전문 매체가 ‘축구 천재’ 박주영(21·FC서울)을 그 대상으로 언급,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 민영방송 TF1이 운영하는 유로스포츠(www.eurosports.com)는 13일 ‘유나이티드가 다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퍼거슨 감독이 찾는 제2의 박지성은 박주영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퍼거슨 감독의 타깃이 누구인지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한국 소식통은 퍼거슨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된 선수는 박주영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유로스포츠는 또 박주영이 FC서울 소속으로 독일월드컵 멤버였지만, 이번 아시안컵 엔트리에서는 제외됐다면서 “박주영이 아직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핌 베어벡 한국 감독의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유로스포츠가 ‘한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점으로 미뤄 박지성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선수의 맨유 진출을 둘러싼 한국 언론의 무성한 추측이나 분위기를 담은 해프닝 기사일 가능성도 높다. 박주영의 에이전시인 ㈜스포츠하우스나 소속 구단 FC서울도 맨유로부터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외국인 선수 영입 적정선은

    모든 정책은 비록 결과는 나쁠지라도 시작할 때는 좋은 목적을 갖고 시작한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오락실 상품권도 처음 정책을 수립한 사람은 좋은 목적으로 했으리라 믿는다. 상품권이 오락기로 다시 들어가지 않기만 했다면 바다이야기나 황금성은 건전한 오락기로 남을 수 있었고 게임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좋은 정책이란 목적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목적에 맞도록 실행이 되어야 한다. 또 아무리 좋은 정책도 좋은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한국의 주요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가 고용되기 시작한 순서는 축구-농구-야구다. 외국인 선수를 고용하는 목적은 부족한 선수 자원을 보완하고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팬에게 보여주며 그들과 국내 선수와의 경쟁을 통해 국내 선수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선수의 설자리를 없애서 선수 저변 확대에 불리하다는 단점도 있다. 축구의 경우 외국인 골키퍼와 국내 선수의 기량 차이가 너무 커 국내 구단이 외국인 골키퍼만 찾자 국내 골키퍼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났었다. 결국 골키퍼는 외국인 금지 포지션이 되었고 신의손이란 귀화선수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농구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가장 크다.5명이 뛰는 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2명이 되면 산술적인 비율만으로도 40%이고 실력 차이를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절대적인 비중만을 보면 1명이 적당하지만 그럴 경우 경기 수준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어 쿼터별로 외국인 선수의 출전시간을 제한하는 고육책을 동원하고 있다. 야구는 3개 종목 가운데 가장 늦은 1998년에 외국인에게 문을 열었다. 야구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량화시킬 수가 있는데 1999년부터 2000년까지는 타자가 14%, 투수가 5%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팀당 3명으로 인원수가 늘었던 2001년부터는 2년간은 타자가 11%, 투수가 17%를 기록했다. 결국 팀당 3명일 경우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정도다. 이후 2명으로 줄어든 현재 2006년은 타자가 7%, 투수가 14%를 차지하며 대체로 외국인이 국내 프로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정도다. 적정한 외국인 선수 비중이 몇%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20%를 넘어서면 위험하지만 그 이하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5) 님의 기도

    지난번(34회 글)처럼 인격적 정신보다 자연적 사실의 진리를 더 설파하면, 기도하는 종교적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부처님’,‘하느님’ 같은 개념은 인격적 개념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한국어의 님은 오로지 존칭적 인격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해님, 달님, 별님처럼 자연적 사물에 대해서도 사용된다. 민간신앙에서 한국인들이 기도하고 귀의하는 일체존재가 다 님이 된다. 님은 한국인의 심리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깊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주자학은 매우 합리적 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한국주자학은 이런 이지적 탐구의 학문을 넘어 다사로운 기도의 의미를 은연중에 안고 있다. 특히 퇴계유학이 이런 님의 종교성을 풍긴다. 주희가 아주 소극적으로 쓰던 상제(上帝=님)라는 개념을 퇴계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주리(主理)유학의 거봉 퇴계는 만년에 상제개념을 상징하는 이능자도설(理能自到說=理가 스스로 내림함)을 제창한다. 퇴계의 태극지리(太極之理)는 우주의 추상적 원리보다 오히려 우리의 경배대상이 되는 인격적 상제를 더 짙게 함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는 퇴계의 유학이 자연적 신학사상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퇴계의 유학사상은 한국사상사에서 저 인격적 정신주의의 전통이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퇴계가 어느 유학자보다 더 경(敬)공부를 강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경사상은 초월적 인격과 합일하기 위한 마음의 수의성(隨意性=상제의 뜻을 따름=disposability)과 다름없겠다. 그러나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은 그것이 지닌 고상한 이념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인간과 신처럼 인격적인 것이 아닌 비인격적 사물들을 늘 주인인 정신이 소유가능한 도구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본의 아니게 이 우주를 주인과 손님으로 이분화하고 주인의 소유주의를 정당화하는 철학을 잉태한다. 이번 글은 자연적 사실주의에서도 님의 존재와 종교적 기도의 의미가 우러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한국사상사에서 님의 존재는 인격적 정신의 존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만해스님의 유명한 장편시 ‘님의 침묵’의 몇 구절을 인용하련다.“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님의 존재가 오동 잎, 푸른 하늘, 고요한 하늘의 향기, 작은 시내의 노래 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구체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님은 인격적 존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모습을 담고 있다. 님은 한국사상에서 사랑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사랑하는 존재가 오직 인격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사랑이란 말을 감상적, 낭만적 차원에서 사용하기를 즐긴다. 이런 사랑을 ‘낭만적 거짓말’(romantic lie)이라고 프랑스의 20세기 철학자인 지라르가 그의 ‘낭만적 거짓말과 공상적 진실’에서 언급했다. 남녀간의 애욕은 본능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소유욕의 은유법에 불과하고, 그 애욕에는 경쟁과 질투와 환멸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그런데 인간사회가 그런 애욕을 불멸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애드벌룬처럼 붕 띄우는 ‘낭만적 거짓말’을 지라르는 냉혹하게 분석한다. 만해의 님은 낭만적 애욕의 상징이 아니다. 그 까닭을 다음의 시구들이 말해준다.‘님의 침묵’의 한 절구에서 만해는 ‘달콤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백합꽃이 어데 있어요/자신의 전체를 죽음의 청산에 제사지내고 흐르는 빛으로 밤을 두 조각으로 베히는 반딧불이 어디 있어요/아아 님이여 정(情)에 순사(殉死)하려는 나의 님이시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어요/(…)’라고 묘사했다. 또 다른 한 절구에서는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어여쁘다는 말은 인간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만해의 시를 이해하기 위하여 잠깐 우회의 길을 가자. 하이데거가 인격적 정신주의와 연관된 존재자학(ontic science)과 자연적 사실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존재론(ontology)을 각각 구분하였다.(15회 글) 그가 다시 재래의 서정시(poem=Poesie)와 존재론적 시(ontological poetry=Dichtung)를 역시 구분했다. 서정시는 시인의 자아적 감정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노래하는 낭만적 시다. 그런데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시는 그런 주관적 자아의 서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감정이 비워진 무아의 평온한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의 사실을 그대로 현시한다. 서정시의 주체는 서정시인인 ‘나’(I)인데, 존재가 계시하는 말은 ‘그것’(It=Es)의 말(17회 글)이다. 자아의 주관적 감정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법인 사실의 존재가 삼인칭 단수로 말한다. 존재의 말을 받아 모시는 시인과 철학자를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 of Being)라고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숲길’에서 언급했고, 또 존재의 시와 존재의 사유는 존재의 진리를 보호하는 ‘존재의 집짓기’에 해당한다고 언명했다.14세기 독일의 신학자 에카르트가 특이하게 신(神)을 ‘그것’(Isness)이나 ‘무’(nothingness),‘존재가 없는 존재’(beingless Being=존재자가 아닌 존재) 등의 개념으로 천명했다(17회 글). 이 에카르트의 신학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인격적 하느님의 신학과 아주 다르다. 그의 신은 인격적 절대자가 아니고, 우주의 사실적 존재 자체와 같다. 에카르트가 말한 신의 존재로서의 ‘그것’은 16세기 조선의 서산대사가 부처를 우주적 사실로서 지적한 ‘그것’(渠)과 다르지 않겠다. 에카르트에게 신은 ‘그것’이다. 그가 말한 ‘그것’은 신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적 사실과 힘으로서 텅 빈 무(無)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신에 대한 기도도 인격신에 대한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하게 마음을 비우는 행위로 이해된다. 그가 ‘명상록’에서 남긴 말이다.“우리는 무심하게 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너의 영혼이 마음의 정신적 활동도 영상이나 표상도 없이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너의 영혼이 모든 마음에서 벗어나라.” 영혼을 무심지심(無心之心)의 상태로 유지하라는 뜻이겠다. 또 에카르트는 ‘나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신에게 기도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무심하게 마음을 비움으로써 영혼이 우주의 ‘그것’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공자가 ‘장자’ 속에서 설파한 심재좌망(心齋坐忘=마음이 재계해서 온갖 것을 잊고 만물과 일체가 됨)의 경지와 다르지 않겠다. 서산대사와 에카르트, 하이데거가 공통으로 언명한 ‘그것’의 의미는 곧 우주의 진리가 인간중심으로 소유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겠다.‘그것’이 곧 우주의 본성으로서의 법성(法性)이고, 그리스도성이고, 천성이고, 양지(良知)고, 불성이다. 존재론적으로 ‘그것’은 우주의 일심(一心)이다.(30회 글) 이 말은 우주가 죽은 추상적 법칙의 세계가 아니라, 무한대의 고갈되지 않는 태허기(太虛氣)를 바탕으로 하여 생멸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표현임을 말한다. 우주가 기(氣)의 욕망이고, 마음도 기(氣)의 욕망이니 우주와 마음이 하나다.(1·16·23회 글) ‘그것’은 일심의 우주가 스스로 지닌 지혜다. 우주의 일체가 다 동기(同氣)로 엮어져 있다. 서로 존재하게끔 동기로 엮어져 있는 우주가 어찌 지혜없이 제멋대로 지리멸렬할까? 만약 그렇다면, 일체 동기하는 일심은 불가능하겠다.‘그것’은 지혜일 뿐만 아니라, 또한 자비이기도 하다. 지혜와 자비(사랑)가 바로 우주의 진리다. 일체 동기가 서로 존재하게끔 천을 짜나가는(34회 글) 지혜는 동시에 일체가 일체에게 복락을 주려는 자비와 같다. 이 우주를 소유론적으로 보면 지옥이 되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우주는 바로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자리에서 바로 천국이 된다. 외경으로 취급되는 도마복음(113절)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천국은 언제 오느냐 하고 물었다. 예수님이 가로사되 천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그곳을 기다린다면, 여기를 보라든가 저기를 보라든가 하는 식으로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나라가 이 지상에 이미 퍼져 있으나,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이 나중심이나 인간중심을 버리지 않는 한에서 인간은 소유욕의 차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인간이 소유주의를 초탈할 때에, 인간은 우주의 ‘그것’(지혜와 자비)과 하나가 된다. 존재론적 기도는 소유론적 기도처럼 나중심의 소유적 갈구가 아니라, 무심한 마음이 우주적 지혜와 자비와 하나가 되기를 욕망하는 것과 같다. 기도는 나중심과 인간중심을 해체시킨다. ‘님의 침묵’은 불승이자 망국의 정한(情恨)을 지닌 시인이 조국의 산하와 역사를 님으로 모시면서 그 님과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론적 기도의 노래다.‘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이다’로 시작하는 님의 노래는 끝에 가서 ‘네네 가요 지금 곧 가요’로 대미를 장식한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역사와 산하대지가 다 훼손되는 현실에서 만해는 한국인의 님이 떠난 부재를 보았고 그 슬픔을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려는 님을 마중하러 급히 떠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글로 장편시의 막을 내린다. 님과의 이별과 그 님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에 그는 님과 하나가 되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우리는 기도하자. 기도하되 나의 소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공동 존재의 복락을 위하여 님에게 기도하자. 그 님은 바깥에 있는 초월적 존재자가 아니고, 바로 사심을 버린 우리 마음이다. 그 님은 우주적 지혜와 자비로 변한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만해가 찾던 님은 바깥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OUR STORY] 배가본드의 발 SUV

    [OUR STORY] 배가본드의 발 SUV

    아침 출근길. 동네 담벼락 그늘에서 제법 가을의 냄새가 묻어난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 방랑자를 꿈꾼다. 목적과 계획이 뚜렷한 ‘트래블러(traveler)’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가는 ‘배가본드(vagabond)’에 왠지 더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낙엽쌓인 길에 잘 어울리는 차는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산과 계곡으로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데도 제격이다.‘떠나자’라는 광고컨셉트에 맞게 여행에 잘 어울리기도 하려니와 여러 면에서 아주 유용하다. 널찍한 트렁크에는 각종 여행용품을 실을 수 있고,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 높은 차체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게다가 최근 국산 SUV는 수입 SUV에나 장착되던 5단 자동변속기나 커먼레일 엔진,VGT터보차저 같은 첨단 장치로 업그레이드하고 단점으로 지적되던 승차감까지 보완해냈다. 국산 SUV간의 주요 경쟁사항은 강력한 파워.220마력에 달하는 강한 심장을 가진 SUV도 출시될 예정이다. 배가본드의 발이 되어 줄 SUV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이번 주에는 힘으로 무장한 국산 SUV차량, 다음주에는 ‘럭셔리의 대충돌’, 수입 SUV차량의 면면을 살펴본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왜 SUV인가? SUV는 오프로드 주행이나 스포츠·레저를 즐기기에 적합한 차량을 말한다.‘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자. 예전엔 튼튼한 차체(프레임)가 있는 경우를 일컬었지만, 요즘은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구조인 도시형 SUV도 등장했다. 비포장 주행에 유리하도록 승용차보다 지상고가 높은 것이 특징. 주5일제에 대한 기대 등으로 고속성장을 유지해 왔던 국내 SUV시장이 휘발유 가격의 85%에 달하는 경유가격 상승과 자동차세 인상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재형·오종훈씨가 ‘SUV 제대로 알고 100배 즐겨라’라는 책을 통해 “SUV를 산다는 것은 꿈을 산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듯,SUV를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유 이외의 그 무엇이 있다. 한국RV레이싱협회(KRRA.net)의 김석우(32) 사무국장은 “SUV 등 경유차 소유자들이 저렴한 세금이나 유류 경제성 등의 장점만 보고 차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변이나 산, 강 등 승용차로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곳을 찾아다니며 맛보는 색다른 즐거움은 금전적인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SUV예찬론을 폈다. # 오프로드의 새로운 대안 ‘트랙데이’ SUV로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대부분 오프로드에 모여 있다. 하지만 요즘 ‘트랙데이’가 SUV 마니아사이에서 점차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트랙데이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SUV 마니아들이 트랙을 주행하며 랩타임(1바퀴 주행시간)을 측정해 차의 성능을 확인하는 한편, 운전자의 기량향상을 도모하는 축제다. 메인행사는 SUV차량 경주. 이외에도 마니아들이 직접 튜닝한 다양한 튜닝카들이 참석해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지난 20일 한국RV레이싱협회 주최로 강원도 태백시 태백준용써키트에서 열린 제1회 RV 트랙데이 행사에 참가한 김호경(28)씨는 “기존의 오프로드 행사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비난 때문에 수그러들고 있는 추세”라며 “승용차 못지않은 출력과 안정감을 갖춘 SUV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트랙데이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 SUV타고 떠나자 꼭 한번 가보고 싶지만 SUV가 아니면 가지 못할 곳. 쏘렌토 동호회 ‘슈퍼 쏘렌토’를 이끌고 있는 김호경씨가 추천한 SUV 투어코스 6선을 소개한다. 경남 합천군 황매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 화강암 기암괴석이 소나무 등과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합천호 푸른물에 하봉, 중봉, 상봉의 산 그림자가 잠기면 세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다 해서 수중매라고도 불린다. 충북 단양군 배마루마을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것이라고는 텔레비전이 전부인 오지마을이다. 세가구의 노인 다섯명이 한식구처럼 지내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 국내의 오지 중에서도 유난히 평화스러운 곳. 경북 영양군 송방마을 장수하늘소와 사슴벌레 등이 많이 서식해 영양군에서 ‘곤충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송방휴양림의 절경이 특히 뛰어나다. 간혹 꺽지 등을 잡는 낚시꾼만 눈에 띌 뿐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충남 금산군 방우리마을 행정구역상으로는 금산이지만 방우리 마을은 금산에서는 진입할 수가 없는 육지 속의 섬 같은 곳이다. 적벽계곡 등이 어우러진 금강의 비경이 압권이다. 전북 무주군 무주읍내에서 비포장길로 진입해야 한다. 영월군 하동면 와석마을 경북 봉화에서 시작해 충북 단양을 거쳐 강원도 영월군 와석리에서 절정을 이루는 와석계곡으로 유명하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무릉계’라 칭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 SUV 제대로 고르기 디젤엔진에 장착하는 터보차저를 공급하는 가렛트 한국총판 이영대(38)사장은 다음과 같이 SUV선택기준을 제시했다. (1) 신형을 사라 동급의 신형차량이 등장할 무렵이면 구형차량을 싸게 파는 판촉행사가 흔히 벌어진다. 무작정 싸다고 샀다가 서스펜션이나 옵션 등에서 차이가 많아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2) 같은 모델이라면 배기량이 큰 차를 사라 SUV차량의 생명은 힘과 강력한 주행성능. 차를 사고 나서 파워에 목말라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2300㏄와 2900㏄는 하늘과 땅 차이다. (3) 원하는 스팩은 반드시 선택하라 탁월한 코너링과 주행성능향상 등을 위해 풀타임 4륜구동을 선택하듯,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필요한 스팩은 반드시 설치하라. (4) 데모 카(demo car)를 타보고 선택하라 차도 회사마다 다양한 특성과 장단점을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자기에게 잘맞는 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 회사별로 준비한 데모 카를 이용해 자신에게 플러스되는 요인을 찾아라.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 중계권 갈등 해결책은

    짧은 기간,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자가 돼 버리는 스피드는 외국인이 한국을 바라볼 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만 되면 온 국민이 축구 전문가나 핸드볼 전문가가 되는 현상도 외국인에게는 신기해 보인다. 이렇게 온 국민이 스포츠 전문가가 된 데는 올림픽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 어느 방송 채널을 돌려도 똑같은 화면이 나오는 텔레비전의 공(?)이 크다. 이 역시 외국인에게는 채널 고장을 의심케 하는 일이겠지만. 우리 방송사들은 일부 프로 스포츠는 서로 독점을 하려고 싸웠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에서만은 너무나 사이좋게 똑같은 화면을 내보내는 우정을 지켜왔다. 그런데 올림픽과 월드컵, 두 개 대회나 한 방송사가 거푸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편적 접근권이란 생소한 단어까지 포함된 입법 논의가 있을 정도다. 유럽에서 보편적 접근권이란 개념은 전 국민적 관심사인 스포츠 대회를 어느 특정 방송이 독점해 비싼 시청료를 내는 일부에게만 보게 할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다. 별도의 시청료를 내지 않는 일반 지상파에서 방송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대상도 월드컵의 자국 경기와 같이 짧은 기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에 한정된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은 필요 이상으로 비싼 중계료를 지불했다는 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을 협상할 때 국내 방송끼리 담합을 하는 일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가 풀을 구성해 중계권 협상을 하고 지금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 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중계를 비싸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을 뻔히 꿰뚫고 있는 IOC와 FIFA인지라 담합의 효과는 생각보다 약하다. 모든 방송이 같은 화면을 내보내는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그렇게 해도 모두 상업적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접근권이 도입되더라도 문제가 완전 해결되기란 어렵다. 일본은 덴츠란 대형광고회사가 협상을 주도해 광고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방송들이 질서를 깨지는 않는다. 이런 큰 형님 같은 존재가 없는 우리는 결국 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담합 자체가 합법이라면 차라리 사전 입찰을 하는 제도는 어떨까? 상대 방송에 가장 많은 금액을 주겠다고 나선 국내 방송에 우선권을 주는 방법이다. 똑같은 화면도 피하고 담합의 효과도 높이고 우선권을 놓친 방송도 덜 억울할 텐데….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박기철의 플레이볼] 야구史 산증인 박현식·장태영

    위대한 사람을 표현할 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말을 흔히 쓴다. 한국야구의 역사적인 사실을 정리한 한국야구인명사전에는 야구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 활약한 선수들이야 세세한 자료들이 남아 있어 웬만한 스타급 선수라면 한 페이지를 가볍게 채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40∼50년 전의 야구인이 인명록 한 페이지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했어도 워낙 기록이 부실해 몇 줄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두 1929년생인 박현식, 장태영은 선수로 활약한 연대가 50년 전임에도 인명사전의 업적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필자도 이들의 현역 시절을 직접 보지 못한 세대다. 하지만 야구계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 야구사를 통틀어 올스타팀을 뽑아도 반드시 포함될 만한 선수였다고 한다. 갑자기 이들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400홈런을 넘어선 이승엽과 200승을 눈앞에 둔 송진우 때문이다. 박현식은 현역 시절 중상을 입은 몸으로 환자복 위에 유니폼을 걸치고 병원을 빠져 나와 대타 홈런을 친 아시아의 철인이다. 경기수가 적은 한국 실업야구에서 112개의 홈런을 쳤을 정도로 당대의 홈런왕이다. 이승엽처럼 고교시절까지는 투타 만능의 선수였다. 송진우를 보고 장태영이 생각나는 이유는? 장태영은 1945년 경남중(지금의 경남고) 야구부의 창설 주역이고 1949년까지 고교 무대를 주름잡았으며,1953년부터는 육군 야구부의 전성기를 이룬 핵심 투수였다. 투수이면서 타격도 뛰어나 1957년 군실업 쟁패전에서는 11타수 9안타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교 시절 유격수로 뛰었다는 사실이다. 유격수로 뛴 게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장태영은 왼손잡이였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파이브 툴 플레이어였던 셈이다. 송진우의 수비는 지금도 최고다. 데뷔했을 때 그는 30세 중반을 넘겨 투수로서의 수명이 다하면 타자로 전향해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 만큼 타자로서의 자질도 뛰어났다. 불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덕에 한국야구는 200승 투수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야구 역사를 장식한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투타 만능의 뛰어난 자질을 타고났다. 그런데 이들이 야구사를 빛낸 데에는 자질과 더불어 성실함이라는 공통점이 더 있다. 박현식과 장태영은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로서는 물론이고 직장인, 체육행정가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성실함이 배경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송진우와 이승엽도 성실함에 있어서 선배들 못지않다. 이들 역시 성공한 야구인은 성공한 사회인이라는 등식을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日 누르고 2위 지킬것”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인터뷰

    “日 누르고 2위 지킬것”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인터뷰

    ‘종합 2위를 사수하라.’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5회 하계아시아경기대회(1∼15일)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떨어진 지상명령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3회 연속 종합 2위를 사수하는 것. 폭염 속에서도 370여명의 대표선수들이 하루 14시간 이상 담금질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시안게임을 100일 남기고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하는 이에리사(52) 태릉선수촌장의 마음도 부쩍 급해졌다. 이 촌장은 22일 “열악한 여건이지만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고다. 양궁, 육상 등 15개 종목은 입촌해 있고, 승마 등 11개 종목은 촌외에서, 유도와 핸드볼, 레슬링 등은 해외전훈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위 탈환을 벼르고 있는 일본과의 경쟁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종합 2위를 지키기 위해 70∼75개의 금메달이 필요하다. 일본이 육상과 수영, 유도의 초강세를 앞세워 68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수영(금51)과 육상(금45)에서 일본이 얼마나 많은 금메달을 긁어들일 수 있느냐다. 중국이 견제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촌장은 32년전인 74년 테헤란대회에 출전했었다.‘사라예보의 기적’ 이듬해였지만 이에리사가 버틴 한국은 탁구 여자단체 결승에서 중국에 패했다. 이 촌장은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직후여서 출국 때부터 경황이 없었다. 또 날씨에 적응이 안돼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후배들은 착실히 준비했고 스태프들도 노력한 만큼 시행착오가 적지 않겠느냐.”며 어머니 같은 심정을 내비쳤다. 자유분방한 20대 선수들은 선수촌 생활을 잘 견뎌내고 있을까. 이 촌장은 “운동이 좋아 열심히 하는 것은 예전과 같다.”면서도 “우리는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기가 있었지만 요즘 친구들은 ‘오늘 안 되면 내일 하지.’식의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중요한 건 베이징올림픽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위축된 한국스포츠의 부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심을 가져주시되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살펴 달라. 메달 딸 땐 박수치다가도 대회 끝나면 밥 먹고 사는지 죽었는지 신경조차 안 쓰는 게 현실 아닌가.”라며 꾸준한 관심을 호소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사회책임투자’ 이번엔 뜰까

    ‘사회책임투자’ 이번엔 뜰까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1년 삼성투신운용이 ‘에코펀드’로 첫선을 보인 이후 CJ투자증권과 기업책임시민단체가 공동으로 SRI-MMF를 만들었지만 그다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주축으로 한 ‘장하성 펀드’가 선보이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사회분위기로 인해 성공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현행 상법상 지분을 3% 이상 가지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SRI펀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해에만 3개의 SRI펀드 선보여 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펀드는 사회책임투자를 표방한다. 사회책임투자란 재무제표뿐 아니라 사회·윤리·환경적인 가치들을 평가해 투자하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기업지배구조가 낙후됐지만 이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투자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활성화돼 있다. 특히 미국은 전체 펀드 규모의 12.5% 수준인 2000조원 정도가 SRI펀드로 운용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SH자산운용의 ‘Tops 아름다운 주식투자신탁 1호’는 23일 현재 수탁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3개월 누적 수익률 11%를 기록, 전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인 3.35%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이익을 내고 있다.SH자산운용은 사회기여도가 높은 유한양행과 환경공해를 줄이기 위한 설비에 과감히 투자하는 한화석유화학이나 삼성SDI 등 국내 4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농협CA자산운용은 지난 1일 ‘뉴아너스 SRI펀드’를 출시했다.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거나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운용과 판매보수의 3%를 공익재단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농협CA자산운용은 농협과 NH투자증권의 지점망을 활용한다면 1000억원까지 펀드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는 지난 18일부터 의결권 등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알리안츠 GI 기업가치 향상 장기주식 투자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알리안츠의 기업지배구조펀드측은 지분 3%를 보유할 경우 주주제안권 등을 적극 행사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배구조 문제로 좋은 기술력을 갖고도 성장을 하지 못하는 회사들을 노리고 있다.500억원 모집이 목표다. ●장하성 펀드 수면 위로 장하성 교수를 주축으로 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1300억원 규모의 1차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말 본격 투자에 나선다. 펀드에는 미국 버지니아대와 조지타운대 재단,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외 10여개 기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2000억원을 모집해 1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 분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장 교수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투자자문과 기업분석 등을 맡고, 미국계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과거에 발행된 SRI펀드는 전문성 부족과 원래 발행 목적에 맞지 않는 운영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면서 “조만간 경영투명이 요구되는 기업의 5% 이상 대량 지분변동 보고와 의결권 행사 여부 등에 대한 공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목소를 냈던 장 교수가 펀드조성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장 교수가 지배구조펀드의 지분 취득을 통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등을 요구하거나 자본 활용 방식을 바꿔주는 등의 공격적인 운용 스타일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가 현재로선 유망한 중소기업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SRI펀드 조성에 성공하면 향후 대기업의 지분 3% 이상을 확보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NPB] 승엽, 7경기째 홈런 없어…우즈 추격

    [NPB] 승엽, 7경기째 홈런 없어…우즈 추격

    침묵이 너무 길다.‘아시아 홈런킹’ 이승엽(30·요미우리)은 지난 10일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전에서 시즌 36호 홈런을 뿜어낸 뒤 7경기째 손맛을 보지 못했다.18일 주니치 드래곤스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기다리던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이승엽의 올시즌 최장 무홈런은 지난 4월22일 한신전부터 5월4일 한신전까지 11경기. 그때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이고 요즘은 안타를 꾸준히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은 다르다. 이승엽은 최근 7경기에서 25타수 7안타(타율 .280)로 나름대로 제몫을 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외야수가 펜스 가까이 붙어 있는 덕에 ‘행운의 안타’가 많았다. 3경기당 1개꼴로 착실하게 홈런포를 가동했던 꾸준함은 어디로 간 것일까?‘이상징후’는 이승엽의 타격자세에서 감지된다. 어깨가 일찌감치 열리면서 고개가 먼저 돌아간다. 타격밸런스가 무너진 타자의 ‘전형’이다. 상대투수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뿌리면 엉덩이를 쭉 뺀 채 갖다맞히기에 급급하다. 하체의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홈런을 때리기란 요원한 일. 특히 왼손투수가 던지는 포크볼과 슬라이더에 대한 공략법은 잊은 듯하다. 한번 밸런스가 무너지자 몸쪽 낮게 떨어지는 낙차 큰 커브와 높은 코스까지 배트가 나가는 등 선구안도 나빠졌다. 타격감이 좋았을 때 중심을 뒤쪽에 놓고 나쁜 공을 골라내거나 커트, 투수들을 압박하던 모습은 찾기 힘들다. 김상훈 SBS SPORTS 해설위원은 “중심이동이 너무 빠르게 이뤄져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안타는 때려도 장타는 나올 수 없는 메커니즘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승엽 정도의 선수에겐 주변에서 쉽사리 충고를 하기도 어렵다. 그를 오래 지켜봐온 스승들의 원포인트 레슨이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이승엽의 현 상태는 장기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부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2∼3차례 찾아오는 일시적 슬럼프와 조급증의 결합이라는 것. ‘숙명의 라이벌’ 타이론 우즈(37·주니치)의 맹추격도 이승엽을 압박하는 대목. 우즈는 현재 홈런 31개로 이승엽에 5개차로 근접했다. 산술적으로는 우즈가 46홈런, 이승엽이 48홈런까지 가능하다. 지난 98년 우즈가 한국 땅을 밟으면서 형성된 라이벌 관계는 악연에 가깝다. 나란히 한국에서 뛰었던 98년 이후 5시즌 가운데 이승엽이 3번 더 많은 홈런을 때려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1년을 거른 뒤 2004년부터 일본에서 재개된 둘의 대결은 우즈의 압도적 승리. 이승엽은 유독 주말 도쿄돔에서 강했다. 주니치와의 주말 혈투에서 우즈가 바라보는 가운데 ‘홈런 단비’를 내릴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남궁민 ‘성유리와 키스신 아쉽죠’

    남궁민 ‘성유리와 키스신 아쉽죠’

    “성유리와의 키스신이 많이 아쉬웠죠.”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 열연을 펼쳤던 남궁민(28)이 극중 성유리와의 키스신을 돌이키며 아쉬워했다. 두 사람이 나눴던 짜릿한 키스가 ‘소박하게’ 편집돼 방영됐다는 것. 사실 두 사람은 키스신이 드라마의 중요 장면인 만큼 한여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키스를 감행해 스태프들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드라마의 분위기 상 노골적인 키스보다는 순수한 느낌의 입맞춤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돼 많은 장면이 편집됐다. 키스를 마친 뒤 따뜻한 포옹도 이어졌지만 이마저도 삭제된 채 방송됐다. 그러나 이같은 아쉬움은 영화 ‘뷰티풀 선데이’에서 해소될 예정이다. 영화 속에서 상대 여배우 민지혜와 함께 키스신은 물론 베드신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시원한 미소를 가진 그는 여성팬이 많아 키스신 촬영이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성유리에 앞서 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도 상대역 이태란과 1시간 30분에 이르는 키스신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지난 2002년 시트콤 ‘대박가족’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지금껏 슬럼프 한번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브라운관의 인기스타를 넘어 스크린에서도 주연배우로 성장한 그는 “내 이름을 내건 작품인 만큼 부끄럽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진광교 감독이 남궁민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집필했기 때문에 더 큰 욕심이 났던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범죄자로 전락하는 남자로 출연해 이전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악마성과 순수성을 함께 지닌 야누스적 매력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용어 ‘올드 & 뉴’

    지난 독일월드컵 중계방송을 들으며 40대 이상의 축구팬들에게 ‘크로스’와 ‘세트 피스’란 용어는 생소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차범근 위원도 이런 용어가 적응이 잘 안 된다는 사실을 중계방송 도중에 토로했다. 나이든 세대들에게는 ‘센터링’과 ‘세트 플레이’란 말이 익숙하다. 그러나 센터링이라고 말하면 왜 그런지 대충 문전으로 공을 띄우는 것 같고 크로스라고 해야 날카로운 느낌이 생긴다. 전문 용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축구가 그런데 용어만 해도 책 한 권으로 모자라는 야구는 더 심하다. 고교야구 전성기 시절 즐겨 듣던 ‘홈인’은 이제 사라졌다. 더블 플레이를 말하는 ‘겟투’도 사라졌고 ‘데드볼’은 ‘힛바이피치’란 고상한 영어가 대신 자리를 잡았다. 특히 야구 용어들은 일본에서 사용되던 것들이 그대로 들어온 것들이 많아서 본토식 미국 용어를 쓰거나 새로운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아무리 참신한 용어가 나와도 상대 신문이나 방송에서 만들 용어는 기피하는 탓에 새롭게 자리잡은 우리식 야구 용어로는 ‘볼넷’ 하나뿐이다. 그나마도 공인규칙서에는 아직도 ‘4구’로 표시되어 있다.‘플라이’는 아직도 제각각이다. 우리식 야구 용어에서 가장 빨리 생긴 게 ‘땅볼’이다. 순우리말과 영어가 결합된 땅볼은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으나 땅볼도 처음에는 생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글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국적 불명의 짬뽕 단어란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짬뽕이면 어떤가? 맛만 좋으면 된다. 짬뽕마저도 ‘초마면’이란 고상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나? 금년부터 KBO는 야구용어위원회를 구성해 야구 용어를 보다 알기 쉽게 바꾸기로 했단다. 좋은 일이지만 사실 새롭고 참신한 용어를 만드는 일은 아나운서, 해설자, 야구기자 등 언론인 몫이다. 하지만 새로운 용어를 만들거나 번역할 때는 본래의 뜻이 살아나도록 조심스러워야 한다. 최근 만들어진 용어 가운데 가장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게 최희섭 관련 보도에서 나온 ‘지명할당’이다.‘designated for assignment’를 직역한 것 같은데 ‘assignment’는 할당이 아니라 양도란 뜻을 가진 법률용어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트레이드’를 규약에서는 양도로 표현한다. 결국 직역하면 ‘양도지명’이고 실질적인 내용은 무조건 방출이나 웨이버공시를 위한 예고조치다.‘용병’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선수만 고용된 병사이고 한국선수는 지원 또는 징집된 병사란 말인가? 모두 돈을 받고 뛰는 선수이므로 외국인선수가 용병이면 한국선수도 용병이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승엽이 ‘롯데’서 못한 이유

    끈질기게 따라붙는 모기처럼, 도저히 끝나지 않을 성싶던 장마가 이젠 불볕더위로 이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그 탓에 실외 스포츠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듯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국내 스포츠 관계자만 아쉬워할 뿐, 일반 스포츠팬들은 별 걱정이 없다. 워낙 발전된 IT 기술 덕분에 한국의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 속에서 스포츠 관계자들이 모이면 일본을 가장 부러워한다.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한국의 하늘을 보며 ‘비오는 날은 공 안 치는 날’인데 일본은 계속 공을 친다는 말을 야구 관계자들은 한다. 축구 관계자는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 차는 날’ 이라는 말은 하지만 그래도 ‘워낙 적은 관중이 이런 날씨에….’라며 한숨짓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후는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일본에 비가 더 온다. 우리는 비가 오면 공치는 날이냐, 안 치는 날이냐의 농담으로 신세 한탄이 이어진다. 돔구장이야 하드웨어의 문제이므로 열심히 노력해보자는 말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당연히 이승엽이다. 결국 다음 화제는 왜 저렇게 잘할까로 모아진다.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전문가들이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필자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야구가 아닌 종목의 스포츠 전문가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스포츠란 어원은 짐꾼을 뜻하는 라틴어 ‘포터’와 같지만 앞에 S가 붙으면서는 본인의 즐거움과 건강을 위해서였는데 최근의 인기 스포츠들은 너무 성적만 극단적으로 목표를 삼아 기형아를 만든다. 대표적인 스포츠가 야구다. 다른 종목은 포지션에 대한 제한이 별로 없다. 축구는 골키퍼가 골을 넣어도 되고 배구는 후위에 있어도 공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야구는 투수는 던지기만 하고 포수는 받기만 한다. 더욱 심각한 일은 지명타자다. 스포츠란 고루 신체를 발달시켜 건강을 찾기 위함이지만 지명타자가 생기면서 그 정신이 왜곡됐다. 이승엽이 잘하는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왜 롯데에서 못했느냐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스포츠 관계자이지만 경기 기술에는 문외한이다. 다만 스포츠는 어떤 종목이든 균형 잡힌 신체를 발달시키는 게 경기력 향상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이다.1973년 미국의 아메리칸리그가 극심한 ‘투고타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지명타자는 목적에서도, 효과에서도 실패했다. 이승엽이 잘하게 된 이유가 수비를 같이하는 지명타자가 없는 센트럴리그라서 타격에도 도움이 됐으리란 다른 종목 전문가의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중동판 ‘안네의 일기’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네티즌들은 전선을 넘어 방공호와 다락방에서 가시돋친 설전과 때로는 동정어린 말들을 교환하고 있다. ‘레바논인의 정치 일기(lebop.blogspot.com)’라는 사이트에는 “지금 포탄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생생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네티즌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무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가 입은 피해는 끔찍하다.”고 전했다.‘이스라엘 벙커로부터의 라이브(israelibunker.blogspot.com)’에는 공습 경보가 울려 방공호로 대피하는 상황을 전하고 있다.“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괜찮을 것이라고 서로 격려하고 있지만 방공호 환기가 좋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네티즌은 적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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