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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정부지 스타 몸값 중년 빠진 무대 때문”

    “천정부지 스타 몸값 중년 빠진 무대 때문”

    “제 대극장 뮤지컬 데뷔작입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로 공연계에 한 획을 그은 송승환(57) PMC프로덕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라카지’에서 ‘에두아르 딩동’ 역으로 무대 위에 선다. 30년 넘게 뮤지컬에 매달린 그이지만 배우로는 두 번째, 대극장 작품으로는 첫 번째 출연이다. 지난 12일 첫 공연을 앞둔 그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PM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소감을 물으니 “난 노래도, 춤도 잘 못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1994년 ‘사의 찬미’라는 소극장 뮤지컬에서 홍난파 역을 맡았어요. 윤석화, 송영창과 함께 단 3명이 무대에 올랐는데 저는 주로 피아노를 치고 노래는 두 분이 다 불렀죠.” 그런 그가 다시 뮤지컬 출연을 결심하게 된 데는 제작자로서의 속사정이 있었단다. “‘에두아르 딩동’은 중년 남성 배우가 맡아야 하는데, 중년 배우의 폭이 넓지 않아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딩동’은 혼자 부르는 넘버가 8마디밖에 없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열심히 연습하고 있죠. 하하.” 제작자가 직접 배우로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도 크다. “제작자는 객석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느끼지만 배우는 무대 위에서 느끼죠. 7일에는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연습을 했는데 객석이 정말 넓고 높더군요.” 그는 “제작만 맡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막내 배우들, 말단 스태프들과도 함께 일하면서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스태프들의 수가 많아졌고 일이 세분화된 걸 실감했어요. 뮤지컬이 점점 산업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뮤지컬계의 대표 제작자인 만큼 국내 뮤지컬 시장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여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던 뮤지컬 시장은 올해 크게 흔들렸다. 제작사가 파산하고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치솟는 스타 배우들의 개런티와 라이선스 로열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송 대표가 꼽은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 과잉’이었다. “관객 수에 비해 작품 수가 너무 많습니다. 관객이 20~30대 여성에 국한돼 있는데 한정된 관객층을 늘리려는 노력을 제작사들이 해야 합니다.” 그가 주문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몇몇 스타 배우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관객과 작품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40~50대 관객들을 위한 작품이 늘어나야 합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20~30대 관객을 겨냥하지 않고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들 중에 성공 사례가 나오면 시장이 좀 더 탄력성 있게 변하리라고 봅니다.” 뮤지컬계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또 한번의 도약에 나섰다. ‘난타’는 지난 3일 중국 상하이에서 장기 공연에 돌입했다. 23일에는 마카오에서 공연되고, 내년 3월에는 중국 광저우에 전용 극장이 문을 연다. 좁은 국내 시장에 대한 타개책으로 그는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 시장을 제시했다. “중국은 뮤지컬이 막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난타’ 공연장에서 직접 보니 젊은 관객이 많이 늘었더군요. 최소 10년 정도는 중국 시장이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형제는 용감했다’ ‘달고나’ ‘젊음의 행진’ 등의 창작 뮤지컬을 고집하면서도 ‘리걸리 블론드’ ‘라카지’ 등의 라이선스 뮤지컬도 겸했던 그는 내년에 ‘난쟁이들’로 다시 창작뮤지컬을 시도한다. “그동안 창작뮤지컬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개발 기간이 2~3년 정도로 너무 짧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4~5년 정도 잡고 수정을 거듭하려고요.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이 늘고 있는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게 필요합니다.” 내년 3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6만~13만원. 1666-866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연기에 대한 갈증·갈망 무대서 채울래요”

    “연기에 대한 갈증·갈망 무대서 채울래요”

    배우 강하늘(24)의 행보는 급하지 않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한 그는 중앙대 연극학과에서 연기의 기초를 다지며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작은 배역부터 하나씩 해 나갔다. 조연으로 출연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지만 한류 스타의 대열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단막극과 공포영화, 주인공의 아역 등을 오가며 차분한 발걸음을 이어 갔고 마침내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여느 스타 배우 못지않은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미생’ 촬영으로 바쁜 그를 만났다. 9일에는 철강팀이 떡볶이와 소주로 회식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대리님(배우 오민석)이 ‘인터뷰를 하면서 네 이야기 좋게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강대리를 멘토 삼아 성장해 나가는 장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뮤지컬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그는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어도 여전히 무대 연기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대중매체에서 연기를 한 것도 연극과 뮤지컬을 위해서였다”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다. “연극과 뮤지컬에서는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도 관객이 7~8명밖에 오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작품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없다는 데 화가 났죠.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얼굴이 알려져서 관객들이 좋은 공연과 좋은 선후배들을 알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미생’에 연극배우들이 조연, 단역으로 출연해 주목받는 것도 그에게는 큰 기쁨이다. “잠깐 나와 에피소드를 이끄는 이들은 김원석 감독이 무대에서 찾아준 배우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다음 선택은 연극이다. 다음달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서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80세 할머니 ‘모드’를 맡은 배우는 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자다. 콜린 히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19 그리고 80’이라는 이름으로 공연돼 온 연극은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6번째 무대에 오른다. 영화와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한 게 오히려 무대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돌아왔단다. “연기를 가다듬어 비어 있는 갈망을 채우고 싶었어요. 매체(TV, 영화) 연기를 계속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금방 만들어내야 했어요. 제 연기를 계속 깎아 먹는 느낌이 들었죠. 이러다 밑천이 드러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차기작으로 영화 3편이 줄줄이 대기 중인 데다 ‘미생’의 인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른 이 ‘대세남’은 아직도 종종 버스를 타고 다닌단다. 그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를 볼 뿐 내 배역을 보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는다”면서 “내가 참여한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28일까지. 3만~6만원. (02)6925-5600.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알파카 코트·라쿤 점퍼, 외투 속 털의 불편한 진실

    알파카 코트·라쿤 점퍼, 외투 속 털의 불편한 진실

    옛날엔 솜옷만으로도 충분했던 겨울 의류가 오리털과 라쿤, 알파카 등으로 고급화되고 있다. 그러나 털의 따뜻함을 누리는 소비자들은 정작 그 털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잘 모른다. 12일 밤 8시 50분 EBS에서 방송되는 ‘하나뿐인 지구’는 우리가 몰랐던 겨울 외투 속 털의 충격적인 진실을 추적한다. 알파카 털은 캐시미어만큼 촉감이 부드러워 전 세계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알파카 최대 보유국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주변에 위치한 국가들이었지만, 알파카 털의 상품성이 높아지자 미국이 남미 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알파카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알파카가 서늘하고 건조한 안데스의 기후와는 전혀 다른 미국의 기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열과 습도에 취약한 알파카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서식지를 옮겨야 했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라쿤’ 점퍼는 패션 용어가 아닌 동물의 이름이다. 미국 너구리라 불리는 라쿤은 놀이공원의 캐릭터로 등장할 만큼 귀여운 외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라쿤 점퍼의 유행으로 라쿤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 고작 점퍼의 모자 끝 장식에 쓰이기 위해 라쿤은 사냥꾼에게 포획되고 털이 뽑히는 참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연예계 대표 패션 아이콘인 가수 이효리는 몇 해 전 모피를 입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격려보다 비난이 쏟아졌다.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한 해 5000마리의 동물이 모피를 위해 희생되는 불편한 진실 앞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오늘의 눈] 오차장과 마부장/김소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오차장과 마부장/김소라 문화부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끌자 직장인들이 더 괴로워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상사들은 후배 직원들에게 “장그래처럼 해봐”라고 독려 아닌 독려를 하고, “장그래처럼 일하자”며 역량과 패기를 강조하는 ‘멘토’들의 훈계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현실 속 ‘장그래’들의 표정은 씁쓸하다. 장그래 되기를 요구하는 상사가 사실은 악질의 ‘마 부장’일 수도, 장그래를 고용한 회사가 사실은 계약직을 헌신짝 버리듯 내치는 ‘원 인터내셔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생’은 개인을 짓누르는 부조리한 구조를 현실적으로 묘사했지만, 그 구조를 뒤집는 대신 그 안에서 개인이 살아남으려 애쓰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웹툰으로 연재되던 시절부터 ‘일 중독 사회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받았다. 드라마 ‘미생’의 제작진은 고민 끝에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대로 그려 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불합리한 현실을 뒤집는 판타지 따위는 제거한 채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담히 그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생’이 개인의 순응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견고한 구조적 모순 아래 좌절하는 개인을 통해 계약직, 워킹맘, 갑을관계 등 현실의 문제들을 어떤 드라마보다도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부조리에 굴하지 않으며 후배들을 감싸는 오상식 차장을 통해 개인이 신념을 지키며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 때문에 ‘미생’을 보수적인 자기계발서로 이해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생’을 계기로 “장그래를 뽑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맨’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장그래가 있으면 뽑겠다”고 말했다. 새삼스레 스펙 초월 채용, 고졸 채용이 강조된다. 반가운 변화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지금의 노동 현실은 장그래는커녕 안영이도, 오상식 차장도 버티기 힘들다. 심지어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인력을 뽑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단물을 빼먹을지 고민하는 마복렬 부장은 직장의 구조 그 자체다. “장그래를 뽑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장그래를 뽑는 사람이 오 차장인지 아니면 마 부장인지를 돌아보는 게 먼저다. 많은 시청자들이 장그래가 정규직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건 요원한 희망일 뿐임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sora@seoul.co.kr
  • 새로운 기회의 땅, 역동적인 아세안 신흥국의 힘

    새로운 기회의 땅, 역동적인 아세안 신흥국의 힘

    동남아시아는 더 이상 도움의 손길만이 필요한 지역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면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깨어나고 있다. KBS와 아세안 10개국 방송사는 지난 5개월 동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의 모습을 포착했다. 11~12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공동 제작 다큐멘터리 ‘원 비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의 역동적인 힘을 들여다본다. 아세안 10개국은 내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킨다. 인구 6억명, 국내총생산(GDP) 2조 3000억 달러의 거대 단일시장이 출범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한번의 기회이기도 하다. 50년 만에 빗장을 연 미얀마는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콩강의 수혜를 입은 라오스는 관광과 수력개발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고, 브루나이는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은 싱가포르는 아세안의 리더로 또 한번 도약에 나선다.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 상대이자 투자 대상으로, 아세안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태국은 K팝을 넘어 미용과 음식 등 한국 문화가 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가전제품과 식음료산업까지 한국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이 형성됐다. 아세안을 단순히 한국의 생산 기지나 소비 시장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경제 동반자로서 공영을 추구해야 함을 제언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오만과 편견’ 능구렁이 문희만 검사로 완벽 부활 최민수

    ‘오만과 편견’ 능구렁이 문희만 검사로 완벽 부활 최민수

    “교통사고가 났어요. 내가 정말 아끼는 차가 부서졌습니다. 그런데 보험 처리하고 수리하면 끝입니다. 내 마음에 남은 상처는 어떻게 할 겁니까? 사랑하는 강아지가 사고로 죽었는데 돈 몇 푼 쥐어 주고 끝이면 죽은 생명은 어떻게 합니까? 이게 우리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예요.” 온갖 비유를 들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말인데도 핵심을 딱딱 짚어 낸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배우 최민수(52)는 말투도, 억양도 드라마 ‘오만과 편견’ 속 부장검사 문희만과 똑같았다. 어떤 질문이 날아오든 드라마의 흐름과 메시지, 관전 포인트를 줄줄 짚는 답변으로 돌려줬다. ‘검사들의 머리 위에서 노는’ 문희만의 모습 그대로였다.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은 스타 배우와 요란한 홍보로 무장했던 경쟁작들의 틈새에서 첫 방송부터 시청률 1위를 찍었다. 물 샐 틈 없는 이야기 얼개와 그 안에서 칼날을 세운 사회 비판 의식이 지상파 드라마에 등을 돌린 시청자들을 다시 잡아 이끌고 있다. 그런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무게감을 발휘하는 게 ‘문희만’ 역의 최민수다. 민생안정팀의 부장검사인 문희만은 정의로운 검사와 정치 검사 사이를 오가는 ‘능구렁이’다. 메두사를 연상시키는 곱슬머리에 웅얼거리는 발음과 독특한 억양으로 문희만을 연기하는 최민수의 능수능란함은 연일 방송가의 화제다. 선과 악의 사이에서 문희만의 속내는 뭘까. 최민수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에 답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모든 게 완벽하게 짜여져 있고 답이 정해진 것을 좋아하죠. 하지만 이 드라마는 봅슬레이 경기를 하듯 시원하게 쭉쭉 빠져나가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대본을 보면 대사 하나, 동선 하나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그 궤적을 따라 하고 해석하면서 연기하니 찍는 저희도 복잡합니다.” 연기 자체는 난해하다는 그이지만 드라마의 핵심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권력에 의해 삶의 희망이 사라져 버린 곳에서 희망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는가”를 찾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민생안정팀은 문을 열까 말까를 고민합니다. 문 사이에는 쥐꼬리가 끼어 있지만 문을 열면 용이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 있죠.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그릴지, 드라마에서만이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조금만 기대해 주세요. MBC에 외압이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드라마 안에서라도 현 세태에 붙어 볼 만합니다.” 최민수는 독특한 언행이 만들어 낸 ‘기행’의 이미지와 더불어 2008년 노인 폭행 사건 논란으로 이미지가 곤두박질쳤다. 무혐의 처분에도 그렇게 실추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산속으로 들어가 칩거 생활까지 했다. 이후 크고 작은 배역을 거쳐 6년 만에 완벽하게 ‘복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나 드라마의 선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신 “지금은 드라마의 중간 브리핑”이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하나하나 짚어 갔다. “감나무 묘목을 심어 감이 열릴 때까지는 오롯이 민생안정팀으로 지금의 체온 속에서 살고 싶습니다. 촬영 일정이 급박하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배우들에게 이야기해요. 대본이 주어지면 본능적으로 연기에 임하면서 사건과 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검사의 삶을 살 수 있게 되니까요.” 1990년대 안방극장을 주름잡은 ‘터프가이’였던 그도 어느덧 오십줄을 넘어섰다. 청춘배우들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는 있지만 “나는 내 연기의 주인공”이라며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면 그뿐,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내 배역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쑥스러움은 또 다른 이름의 열정과 도전, 패기입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위대한 유산’

    [공연리뷰] 연극 ‘위대한 유산’

    “하나, 둘, 셋, 넷…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무대 오른편에서 한 청년이 말끔한 정장을 입은 신사와 손을 맞잡고 춤을 연습한다. 엉거주춤 스텝을 옮기던 청년은 실수로 신사의 발을 밟고 핀잔을 듣는다. 홀연 무대 왼편에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한 소년이 나타난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허리를 팔로 감싼 소년은 청년이 그랬듯 스텝을 옮기다 소녀의 발을 밟는다. 어색한 걸음, 긴장한 표정은 소년이나 청년이나 변한 게 없다. 하지만 그가 겪는 혼란의 근원은 달라졌다. 소년은 눈앞의 소녀를 향한 설렘 때문에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청년이 고개를 숙이는 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 탓이다. 명동예술극장의 올해 마지막 작품인 연극 ‘위대한 유산’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원작에서 시간의 흐름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포개 놓았다. 주인공 ‘핍’(김석훈)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런던에서 방황한 뒤 깨달음을 얻는 시절을 한데 겹쳐 놓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계단으로 층층이 연결된 5~6개의 작은 무대다. 배우들이 계단을 따라 무대를 옮겨갈 때마다 시공간은 핍의 고향 마을과 대장간, 에스텔라의 저택, 런던의 유흥가, 핍의 런던 집으로 시시때때로 변한다. 극의 곳곳에서 소년 핍과 청년 핍은 시공을 초월해 마주한다. 이 같은 전개 방식은 방대한 원작을 효과적으로 압축할 뿐 아니라, 삶 속에서 펼쳐지는 선택과 방황, 성찰과 깨달음이라는 원작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가난한 대장간 견습생이지만 순수하고 정이 많았던 소년 핍과, 막대한 유산이 자신에게 떨어질 것만 기다리며 흥청망청 세월을 허비하는 청년 핍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바라본다. 때로는 과거를 추억하고, 때로는 선택을 후회하는 두 핍의 표정이 대비되며 순수한 인간이 돈과 권위, 허례허식에 물들며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작의 어둡고 비관적인 정조에는 따뜻함이 더해졌다. 핍이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기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냉철하게 꼬집지만 결국은 인간적인 정(情)으로 감싸안으며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조선판 재벌남 권위에 맞선 미완의 삶 ‘세자’

    조선판 재벌남 권위에 맞선 미완의 삶 ‘세자’

    안방극장에 ‘세자’가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SBS ‘비밀의 문’)와 인조반정으로 축출된 광해군(KBS ‘왕의 얼굴’)의 세자 시절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미완(未完)의 존재로 기록된 이들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이들이 시대를 앞선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을 가능성을 찾는다. 광개토왕, 이순신, 이성계 등의 전쟁 영웅이나 굵직한 왕을 내세우던 사극은 2000년대 들어 정조, 세종대왕 등 ‘성군’들을 통해 군주의 리더십을 논하기 시작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KBS 드라마 ‘정도전’(2014)은 각각 광해군과 세종대왕, 정도전을 통해 백성을 굽어살피는 정치 철학을 강조했다. 최근 안방극장의 세자 열풍 역시 이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비밀의 문’과 ‘왕의 얼굴’에서 사도세자와 광해군은 광인(狂人)이나 폭군이 아닌 탈권위주의적이고 친서민적인 소신을 가진 젊은이로 묘사된다. ‘왕의 얼굴’의 윤성식 PD는 “광해군이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백성에게 필요한 왕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은 세자가 기득권을 상대로 분투하는 이야기 구조를 택한다. 권위주의적인 왕(영조, 선조)과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기득권(서인, 노론) 탓에 민생이 흔들리고, 세자는 이에 맞서 민생을 외친다. 이 같은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깊어 가는 세대 갈등과 개혁의 목소리에 대한 은유”(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라는 분석이 많다. 앞서 ‘뿌리 깊은 나무’는 세자 시절 태종과 갈등하며 개혁적인 소신을 펴고 기득권 사대부와 대립하며 서민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는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펼쳐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젊고 매력적인 세자 캐릭터가 여성 시청자들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팩션 사극 주인공으로서의 세자는 지위와 능력을 갖췄지만 후계자로서 성장통을 겪는 인물로, 트렌디드라마의 재벌 2세를 조선시대에 옮겨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자 역할은 이제훈(사도세자), 서인국(광해군), 이진욱(tvN ‘삼총사’ 소현세자) 등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미남 배우들이 꿰찼으며 퓨전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절한 멜로도 극 중 필수 요소로 첨가돼 있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밀의 문’은 극 초반부터 난해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탈을 부르더니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이 5%대까지 추락했다. 6회까지 전파를 탄 ‘왕의 얼굴’은 부자(父子) 갈등, 남장여자, 관상 등의 요소로 기존 사극의 클리셰를 답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쟁작들에 밀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왕과 세자, 기득권과 개혁 세력의 갈등이 사극 속에서 반복돼 식상함을 준다고 지적한다. 세자는 선, 왕과 노론은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도 재미를 반감시킨다. 김 평론가는 “‘뿌리 깊은 나무’는 사극에 액션과 미스터리, 정치극을 잘 버무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을 동시에 사로잡았다”면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 구도와 캐릭터만 가지고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현실 정치의 민감한 고리를 사극에 투영하려는 시도가 시청자에게 부담감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갑을 관계, 세대 갈등, 민생 파탄 등 현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그리려다 보니 판타지를 찾는 시청자들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시청자들이 정치 갈등을 관찰자의 위치에서 관전하기보다 자신의 상황처럼 이입해서 보도록 하는 이야기 구도”라면서 “암울한 현실을 드라마가 환기시켜 시청자들이 더 암울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신의 탄생/프레데릭 르누아르·마리 드뤼케르 지음/양영란 옮김/김영사/340쪽/1만 6000원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남녀 신(神)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의심 없는 믿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신은 왜 거의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프랑스의 종교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리 드뤼케르와 대담 형식으로 인류사 속 신의 역사를 되짚었다. 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천해 왔으며,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앞으로 종교는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 갈 것인지 등을 살폈다. 철학, 역사, 종교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논리가 성찰의 깊이를 보장하는 책이다. 책의 미덕은 다양한 종교의 연원과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대목에도 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다신교인 힌두교와 불교 등의 탄생 비밀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담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종교의 역사는 그 자체를 환기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경의 관점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짚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오늘날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영성의 문제와 사이비 종교 문제, 동양 종교인 불교와 힌두교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들의 관심은 종교 해설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양에서 애증의 역사를 이어온 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살피는 과정에 파스칼, 칸트, 라이프니츠 등의 사상을 폭넓게 동원한다. 종교와 신학, 철학의 복잡한 고리가 얼기설기 엉켜 있지만 독자들이 길을 잃을 일은 없다. 책의 지향점은 하나, 우리의 삶에서 종교(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은지에 맞춰져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도 질투를 느끼는가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도 질투를 느끼는가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친구가 결혼해서 잘 살고, 능력 없는 동료가 고속 승진한다. “부러우면 진다”지만 이미 내 안엔 질투가 시작됐다. 질투는 인간의 잔혹한 본능임과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게 해 주는 열쇠다. 5일 밤 7시 50분 EBS에서 방송되는 ‘EBS 포커스’는 질투의 놀라운 진실을 들여다본다. 30대 주부들을 모아 놓고 질투에 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SNS를 통해 굳이 몰라도 되는 남의 행복에 질투를 느낀다고 한다. 나보다 잘 사는 이들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로 질투를 느꼈고, 차단이나 탈퇴를 하니 차라리 홀가분했다고 고백한다. 질투의 핵심은 ‘비교’다. 인간은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하지만 과도한 비교는 삶을 불행하게 한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남과 더 많이 비교를 한다고 한다. 제작진은 한국인 특유의 질투심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한국 학생과 서양 학생에게 각각 “나는 OOO이다”라는 문장을 채우게 했다. 한국 학생은 학생, 딸 등 집단 속에서의 소속에 관한 단어들이 많았고, 서양 학생들은 ‘창의적’ ‘성실’ 등 개인의 특성을 묘사하는 대답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질투가 심한 이유로 집단주의가 강한 사고를 꼽았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최고의 스펙을 가진 장백기가 계약직이면서 승승장구하는 장그래를 질투한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의 질투는 너무나 흔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한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듯 자신의 질투심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물고기의 안식처, 금강 여울에 흐르는 생명의 소리

    물고기의 안식처, 금강 여울에 흐르는 생명의 소리

    금강 여울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꾸구리와 퉁사리, 감돌고기가 산다. 사람에겐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물고기들에겐 안식처가 되어 주는 여울의 돌은 무수한 생명을 떠받치는 힘이다. 4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코리언 지오그래픽’ 10부작 중 9편 ‘금강 여울은 머물지 않는다’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인 금강 여울의 물길을 따라간다. 여울은 물이 고이지 않고 잔물결이 이는 경사진 곳으로, 한반도 고유종인 감돌고기와 퉁사리, 꾸구리 등이 산다. 금강 여울은 토종물고기들에게 소중한 서식처이자 산란장이다. 세상에서 오직 한반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국적인 색채와 몸매를 가진 물고기들의 신비한 생태의 장이다. 금강의 지천 중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전북 진안군의 운일암반일암에는 5월 산란철이면 꺽지와 감돌고기의 종족번식을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서식공간이 줄어들어 멸종위기 동식물 1급으로 보호받고 있는 감돌고기는 꺽지의 큼지막한 돌 아래 산란장에 알을 낳고 수컷 꺽지에게 알을 맡기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퉁사리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금강과 만경강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토종물고기로, 지금은 멸종위기 1급 어류가 됐다. 금강에서 퉁사리 탐사에 나선 제작진은 주로 밤에 활동을 하며 돌 틈에 서식하는 퉁사리의 신비를 영상으로 포착했다. 적벽강을 휘감아 흐르는 금강은 사람의 손때를 덜 탄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 금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부에게 강은 어떤 존재인지 들어본다. 물고기들의 안식처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한 금강을 후대에 어떻게 물려줄지 고민해 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두 편의 고전연극에서 찾아보는 오늘날 한국의 자화상

    두 편의 고전연극에서 찾아보는 오늘날 한국의 자화상

    고전(古典)을 읽는 건 시대가 변해도 빛이 바래지 않는 통찰과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연말 연극계에 두 편의 고전이 무대에 오른다. 각각 420년과 2500년 전의 작품 속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찾으려 한다. 국립극단의 가을마당 마지막 작품인 ‘리차드 2세’(18~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권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전성기 작품이다. 잉글랜드 왕이었던 리처드 2세(1367~1400)는 10세에 왕좌에 올라 숙부의 섭정을 거쳤고, 반대파들과 맞서다 폰티프랙트 성에 감금돼 죽은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는 그가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에서 왕권과 정치의 속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유려한 독백과 시적인 대사로 표현해냈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유럽에서 차세대 연출가로 꼽히는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한다. 국립극단은 “부와 명예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인생의 가치와 삶의 정수, 영원한 것과 덧없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단 작은신화의 ‘바카이’(11~21일 서울 종로구 정보소극장)는 그리스 희곡에서 현대사회의 민낯을 발견한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하나인 유리피데스의 ‘바카이’는 ‘바커스(디오니소스)의 여신도들’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변방 테베는 선진 그리스 문화를 받아들여 성공을 이룩했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는 모함으로 쫓겨나 주변의 후진국과 소아시아를 떠돈다. 다시 테베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제의를 전파해 여인들을 광란의 숭배에 빠지게 하고, 이를 제지하려던 테베의 왕 펜테우스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휘말린다. 극단 작은신화는 “기존 문화에 이질적인 디오니소스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충돌과 비극으로, 테베인들이 지켜온 짧은 그리스적 정체성과 문화적인 위선, 편협성을 질타하고 있다”면서 “서구의 문화가 최선인 듯 바라보고 우리보다 후진국으로 여기고 있는 문화를 차별하고 있는 한국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심장 뛰는 감동 느껴 보세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심장 뛰는 감동 느껴 보세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감동을 주는 이야기와 신디 로퍼의 훌륭한 음악이 ‘킹키부츠’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난해 미국 토니어워드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킹키부츠’의 안무 겸 연출가 제리 미첼(54)이 한국을 찾았다. ‘록키호러쇼’, ‘헤어스프레이’, ‘라카지’ 등의 안무가로 이름을 알리고 ‘리걸리 블론드’,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는 안무와 연출을 함께 맡은 그는 안무가 출신의 브로드웨이 대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최신 뮤지컬이 1년 반 만인 2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렸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심장박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킹키부츠’는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줄줄이 도산할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공장의 이야기로, 2005년 영화로 제작됐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수제화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남자 댄서 롤라에게서 힌트를 얻어 여장남자를 위한 구두인 ‘킹키부츠’를 만든다는 줄거리다. 롤라를 불편해하는 공장 직원들, 이에 상처받은 롤라 사이에서 찰리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는 꿈과 동료애,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보편적인 메시지가 층층이 담겨 있다.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영화 DVD를 보고 많이 울었어요. 인간적이고 감동적이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백치 여대생이 하버드 법대에 들어가 승승장구한다는 ‘리걸리 블론드’, 뚱뚱하고 못생긴 소녀가 스타의 꿈을 이루는 ‘헤어스프레이’, 게이 부부가 보수주의 정치인의 집안에 아들을 장가보내는 ‘라카지’ 등 그의 작품에는 소수자가 편견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기도 한 그는 “관객들이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에 가기 전과 후 기분이 달라지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주인공이 변하면서 주위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는 뮤지컬이죠.” 1980년대 마돈나와 세계 팝 시장을 양분했던 신디 로퍼가 작곡가로 나선 것도 화제였다. 신디 로퍼는 디스코와 팝, 발라드 등 다채로운 장르의 넘버를 작곡해 토니어워드 작곡가상과 베스트 음악상,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뮤지컬앨범상을 거머쥐었다. 여성 작곡가가 단독으로 작곡가상을 수상한 건 그가 최초다. “1990년대 중반 올림픽 이벤트에서 신디 로퍼의 안무를 담당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로퍼와 친구 사이인 (오리지널 극본가) 하비 피어스타인이 전화해서 출연 제의를 했는데, 마침 음반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함께 뮤지컬을 만들자고 했죠. 그가 처음 보내 준 곡이 ‘못난 아들’이었는데 그 곡을 듣고 많이 울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초연된 ‘킹키부츠’는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장기 흥행 중이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이 자금을 투자해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고, 당시 투자 조건으로 한국에서의 라이선스가 성사됐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원. 1577-336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100인의 배우 ‘목소리 기부’ 릴레이

    100인의 배우 ‘목소리 기부’ 릴레이

    문학과 라디오가 만나는 ‘낭독 프로젝트’가 세밑을 훈훈하게 데울 전망이다. “활자는 딱딱하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부드럽게 들려옵니다. 작가가 일어나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가슴 벅찬 시간이지요.”(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한국연극인복지재단과 EBS,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국내 대표 배우 100명이 한국의 근현대문학을 목소리로 기록하는 릴레이 작업(EBS라디오 방송)을 펼치고 이를 오디오북으로 만드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 이사장은 “제작된 오디오북은 일반에 판매하되 시각장애인, 새터민, 다문화 가정 관련 기관에는 무료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낭독자 인세는 참여 배우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 낭독자로 나선 배우들의 면면도 화제다. 손숙, 이순재, 문성근, 박상원 등 원로 및 중견 대표 배우들을 비롯해 황정민, 정진영, 안재욱, 박혜미, 유준상, 예지원, 송일국 등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목소리 기부에 나선다. 이 프로젝트는 연극, 라디오, 문학 등 첨단시대에 소외되는 문화 장르들의 결합이라는 점도 주목받는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세 분야가 뭉쳐 더 어려워진 문학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EBS FM ‘책 읽어 주는 라디오’를 통해 공개될 낭독 릴레이에는 김유정의 ‘봄봄’ 등 근대문학부터 제5공화국 시기의 현대문학까지 모두 100편이 선보이며, 모든 작품은 발표 당시의 문법과 어휘를 그대로 살려 낭독된다. 방송분은 오디오북으로 제작돼 내년 3월부터 시판된다. 배우의 인세에 해당하는 수익금은 전액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돼 연극인 복지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연기+노래+춤+악기 연주… 多되는 뮤지컬

    연기+노래+춤+악기 연주… 多되는 뮤지컬

    뮤지컬이 아름다운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춤이 하나가 돼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기 연주까지 더해진다면 배우 예술의 ‘완전체’가 된다. 3일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원스’에서 배우들은 연기와 노래, 춤과 악기 연주를 모두 소화한다. 원작인 영화 ‘원스’(2006)에서 가이(Guy)와 걸(Girl)이 기타와 피아노를 치며 ‘폴링 슬로울리’를 부르던 설렘을 무대 위에 재현하는 것이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 불리는 이 같은 뮤지컬은 국내에서는 창작뮤지컬 ‘모비딕’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대극장 뮤지컬로는 ‘원스’가 처음이다.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고스란히 배우의 몫인 탓에 액터 뮤지션 뮤지컬은 배우와 감독 모두에게 ‘도전’이다. ‘원스’의 국내 협력 음악감독인 김문정(43)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원스’의 배우 오디션부터 지금까지 제작 과정을 이끌어왔다. 국내 뮤지컬계 대표적인 음악감독인 김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나 ‘원스’의 준비 과정을 “새로운 경험”이라고 돌이켰다. ‘원스’가 여타의 뮤지컬과 가장 다른 점은 음악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능숙한 악기 연주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면서 “배우들은 연기와 노래, 춤에 앞서 악기 연주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뮤지컬과 다른 기준으로 옥석을 가리려다 보니 오디션은 20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기본적인 오디션 외에도 ‘어느 배우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오디션을 열었어요. 하지만 연주 실력이 기대에 못 미쳐 허탕친 적도 많았어요.” 웬만큼 실력 있는 배우들도 악기 연주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국내 초연에서는 윤도현과 이창희가 가이 역을, 전미도와 박지연이 걸 역을 각각 맡는다. 20년 관록의 로커 윤도현은 ‘맞춤형’ 캐스팅이었고 신예 박지연은 피아노 연주가 수준급이다. “오디션에서 처음 본 이창희와 전미도는 연주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오디션 과정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늘었어요. 그 정도의 노력과 열정에서 가능성을 봤죠.” ‘원스’에서 음악감독의 역할은 기존 뮤지컬과는 정반대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기존 뮤지컬에서는 감독이 오케스트라와 배우를 ‘지휘’한다면, ‘원스’는 배우들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내버려둬야’ 한단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뉴욕에서 브로드웨이 투어팀의 연습과정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배우들에게 기본적인 멜로디 악보만 주고는 ‘화음을 만들어 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은 그 과정을 지켜봤죠. 배우들을 뮤지션으로 존중하고 음악적 역량을 끌어내도록 하는 작업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느린 작업이 오히려 고된 법이다. 김 감독은 “음악감독으로서 손을 번쩍 들어 배우들을 이끌 수 없다는 게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배우들은 기본적인 악보만 가지고 악기와 화음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지휘자 없이 스스로 리듬과 호흡을 주고받아야 한다.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좋은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연주와 노래, 연기가 완숙해지니 제가 직접 지휘봉을 휘두를 때와는 다른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뮤지컬 ‘원스’는 ‘폴링 슬로울리’를 비롯, ‘골드’ ‘웬 유어 마인즈 메이드 업’ 등 영화의 명곡을 그대로 전한다.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들은 국내 뮤지컬에서 선호되는 ‘고음 넘버’와 거리가 멀다. “극적인 스토리와 강한 음악은 없지만, 뮤지컬 시장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는 작품이라 조심스럽게 내다봅니다. 고된 훈련을 거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악은 분명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일 겁니다.” 3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2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교회 가듯 한국 찾아… ‘관객들 불어 환영’ 기억에 남아”

    “교회 가듯 한국 찾아… ‘관객들 불어 환영’ 기억에 남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인 맷 로랑(44)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18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과 서울, 부산 등 4개 도시에서 열리는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을 위해서다.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바치는 연가(戀歌)인 ‘아름답다’(Belle)를 열창하며 한국 팬들에게 인사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무대에 옮긴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으로 국내에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당시 공연장이었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최단 기간 최다 관객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브로드웨이 작품 위주였던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을 유럽 뮤지컬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 ‘노담’ 열풍의 중심에는 캐나다 출신의 가수 겸 배우 맷 로랑이 있었다. 2005년과 2006년, 2012년 내한공연에서 그는 ‘콰지모도’의 애절한 사랑을 열연하며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공연과 뮤지컬 콘서트를 포함해 여섯 번째 한국을 찾은 그는 “2005년 공연 이후 10년째 교회를 가듯 한국을 찾고 있다”면서 “내한공연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프랑스어로 구호를 외치며 환영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콰지모도’를 맡아 세계를 돌며 공연해온 그는 “16년 동안 950차례 정도 무대에 섰다”고 돌이켰다. 수많은 공연을 거치며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공연마다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말했다. 본국에서도 9년 동안 중단됐던 프랑스 오리지널 버전은 한국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세계 투어에 나선다. 맷 로랑과 함께 ‘그랭구와르 시인’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 ‘클로팽’ 역의 로디 줄리엔느 등 2005년 첫 내한공연의 배우들과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출신의 스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또 한국 공연에서는 한국의 댄서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고난도의 춤과 아크로바틱을 뽐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1월은 공연 비수기?… 내년은 들뜬 맘으로 기다리셔도 됩니다

    1월은 공연 비수기?… 내년은 들뜬 맘으로 기다리셔도 됩니다

    대개 5~10월에 집중된 음악 페스티벌과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콘서트의 열기가 지나간 1월은 공연계의 비수기로 통한다. 그러나 올겨울 음악 팬들은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도 좋겠다. 굶주린 록 마니아들을 위한 소규모 록 페스티벌이 내년 1월에 열리는가 하면 굵직한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연초부터 쏟아진다. 록 페스티벌인 ‘시티브레이크’를 비롯해 유명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을 주최해 왔던 현대카드는 해외 록 뮤지션 5팀이 릴레이로 공연을 펼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파이브 나이츠’(1월 12~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컬처돔스테이지)를 연다. ‘메탈리카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12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브릿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쥔 영국의 바스틸, 영국의 포스트 브릿팝을 이끄는 스타세일러, 영국의 일렉트로닉 밴드 루디멘탈, 아이슬란드의 신예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일이 15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팀 무대를 장식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겨울에는 날씨 탓에 야외 록 페스티벌을 열기가 어렵지만 오히려 페스티벌을 원하는 팬들이 있어 개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음악 팬들의 추억을 끄집어낼 만한 내한 공연도 1월에 쏟아진다. 특히 연말 개막하는 뮤지컬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 의미가 깊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작곡가로 지난해 토니어워즈를 수상하며 또 한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신디 로퍼는 내년 1월 23~2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앨범 ‘쉬즈 소 언유주얼’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투어의 한국 공연을 연다. ‘킹키부츠’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라이선스가 성사돼 오는 5일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킹키부츠’의 한국 초연을 기념하는 뜻에서 신디 로퍼는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서울에서 장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스웰시즌도 내년 1월 10~11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원스’는 다양성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남녀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결성한 프로젝트그룹 스웰시즌은 음악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9년과 2010년 한국에서 열린 내한 공연의 열기도 대단했다. 2009년 해체한 스웰시즌은 오직 이번 내한 공연을 위해 재결합했다. 특히 오는 4일 국내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원스’의 공연 시기와도 우연히 맞물리며 영화 ‘원스’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래리 칼턴과 스티브 루카서는 14년 만의 합동 내한 공연을 한다. 칼턴은 마이클 잭슨, 빌리 조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최고의 기타 연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루카서는 밴드 토토의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국내 기타리스트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내년 1월 23일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 캐나다 출신으로 총 4차례 그래미상을 거머쥔 팝가수 마이클 부블레도 세계 투어의 일환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다. 스윙과 재즈, 팝을 아우르는 부블레는 ‘올 오브 미’ ‘홈’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부블레는 1930~40년대 유행했던 복고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빅밴드와 함께 무대에 선다(내년 2월 4일 송파구 잠실체육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 In&Out] ‘서울연극제’ 좌초 위기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축제인 서울연극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서울연극제가 30여년간 터전으로 삼았던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연극인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연극인들의 반발과 분노에는 정부의 지원과 통제 아래 연극이 예술로서 온전히 존재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갈등의 발단은 내년에 열릴 예정인 제36회 서울연극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의 내년도 대관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수십년간 대학로 연극의 메카로 자리 잡아 온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서울연극제가 열리지 않게 된 건 1977년 연극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연극제는 성명을 내고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탈락은 서울연극제의 35년 전통을 순식간에 말살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팩이 밝힌 대관 탈락 이유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센터 측은 서울연극제 주최 측이 제출한 서류가 부실하다는 점과 최근 1~2년간 서울연극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또 올해 연극제에서 한 공연이 허가되지 않은 성금 모금 행사로 해프닝을 빚었던 점을 들었다. 그러나 서울연극제 비상대책위원회는 “매년 해 오던 대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축제 전체의 의의와 가치가 아닌 특정 공연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연극제가 관(官)의 지원과 통제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순수 연극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호흡기가 없이는 존재 자체가 힘들어졌다. 해마다 땅값이 치솟는 대학로에서 연극인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1~2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나마 간신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서울연극제는 2011년 예산이 1억원 삭감된 이후 부족한 예산이 작품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지난여름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몸을 잔뜩 움츠린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연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공연예술계에 큰 상처를 안겼다. 연극을 포함한 순수 예술이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생존 조건이 됐다. 그러나 정부가 예술계를 쥐락펴락하는 갑을 관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팩은 공공극장으로서 공정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한 심의’라는 행정적 잣대를 들어 창작극의 산실인 서울연극제의 의미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월호 참사로 침체를 겪었던 연극계가 이번 사태로 받을 상처와 허탈감도 앞서 헤아렸어야 했다. 연극계 역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열릴 서울연극제를 연극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들과 호흡하는 축제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몰락한 벤처 성공신화 팬택, 다시 일어설까

    몰락한 벤처 성공신화 팬택, 다시 일어설까

    자본금 4000만원에 직원 6명으로 시작해 15년 만에 연매출 3조원, 전 세계 휴대전화 업계 7위에 오른 대한민국 벤처기업의 성공신화인 팬택이 워크아웃에 이은 법정관리라는 위기를 맞았다. 28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KBS 파노라마’는 팬택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벤처기업에 닥친 위기를 진단한다. 1990년대 벤처 붐을 타고 창업한 정보기술(IT) 기업 중 팬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팬택 임직원의 70%가 연구원이고, 연구개발비에만 23년간 약 3조원을 투자했으며 1만 4573건의 출원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팬택의 휴대전화는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3년간 28조원의 누적매출 중 14조원은 수출로 달성했다. 팬택은 2007년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첫 번째 위기를 맞았지만 2010년 국내 최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다시 일어섰다. ‘베가레이서’ 단일 기종을 180만대나 판매하며 국내 스마트폰 판매 2위 기업에 올랐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은 ‘공룡 기업’들의 최신 기술 각축장으로 변했다. 애플과 삼성의 독주 속에 노키아는 몰락했고, 신생 중국 브랜드들이 우리나라 중저가 휴대전화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자금과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팬택이 자금력 없이 버티기는 힘들었다. 올 초 이동통신 3사에 내려진 영업정지도 큰 타격이었다. 결국 법정관리를 맞이했지만 팬택의 직원들은 다시 팬택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택이 화려하게 부활할지, 이대로 주저앉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활기찬 사람들 이야기 참신한 소재… 드라마 맞게 재미 가미 극적 재창조”

    “활기찬 사람들 이야기 참신한 소재… 드라마 맞게 재미 가미 극적 재창조”

    포털사이트의 웹툰 코너에서 시작된 윤태호 작가의 ‘미생’ 열풍이 출판계에서 방송가를 넘어 대중문화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미생’이 최근 tvN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만화와 드라마가 ‘윈윈’하는 상생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워 중국 CCTV는 10여분에 걸쳐 드라마 ‘미생’을 소개하는가 하면 미국에서의 리메이크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윤 작가와 드라마 ‘미생’의 이재문 PD가 좌담회에서 만나 대중문화계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는 ‘미생’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웹툰 ‘미생’이 드라마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원작이 기존 드라마의 틀을 깨는 신선함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재문 PD의 분석이다. 이 PD는 “처음에는 ‘미생’을 우리나라의 드라마 스타일로 각색할 경우 원작의 매력이 상실될 것 같았다”면서도 “(드라마의 주된 소재인)연애가 없이도 일을 하면서 노력하고 성취해 나가는 ‘익사이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지금까지 감정에 호소해온 드라마들과는 다른 재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의 성격에 따른 ‘맞춤형 재창조’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윤 작가는 ‘미생’이 방영되기 전 “드라마에서는 만화의 가치나 재미를 강요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작진은 원작의 메시지와 에피소드는 유지하면서도, 담담하고 묵직한 원작의 서사 구조를 극적인 재미가 중요한 드라마의 특성에 맞게 각색했다. 이 PD는 “대기업의 한복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전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각 배역의 존재감을 더 키웠다”면서 “인물들이 각자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오해와 갈등을 밑바탕에 깔았다”고 말했다. ‘미생’의 성공에 힘입어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 등 참신한 ‘이야기’를 찾는 대중문화계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웹툰 만화가 1세대인 윤 작가는 “작가들이 수년간 공들여 만든 작품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해외에서의 관심도 높아지는 만큼 올해는 우리나라 웹툰의 해외진출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윤 작가는 “창작자들은 경제적인 것보다도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 나아가 전 세계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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