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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전 내 딸을 죽인 남자…용서, 또 다른 이름의 복수

    20년 전 내 딸을 죽인 남자…용서, 또 다른 이름의 복수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엄마는 용서할 수 있을까. 증오가 증오를 낳는 지금의 사회에서 답은 당연히 ‘아니요’일 것 같지만, ‘용서’는 생각보다 복잡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남을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때로는 용서가 복수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극 ‘프로즌’은 넌지시 일러준다. 영국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으로 국내 초연되는 ‘프로즌’은 마니아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극단 맨씨어터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김광보 연출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개막 전 모든 회차의 티켓이 매진될 정도였다. 뚜껑을 연 ‘프로즌’은 단출하고 간명했다. 죄책감과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극한의 심리전(戰) 속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데에 세 배우의 연기 외에 다른 어떤 장치도 필요하지 않았다. 딸을 잃은 채 20년 동안 고통 속에 스스로를 밀어넣은 엄마 낸시,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기억이 소아성애로 발현된 연쇄살인범 랄프, 그와 같은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며 스스로도 불륜으로 인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있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는 저마다 얼어붙은 가슴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극 초반 30분간 각각의 독백이 펼쳐지는데, 무대 한가운데에 놓인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배우들은 퇴장하지 않고 다른 배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포효하는 절규에 머리를 감싸 쥐거나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고통을 더해 간다. 20년이 지나 낸시는 랄프를 용서하지만, 난생 처음 용서를 받은 랄프는 오히려 더 큰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이끈다. 용서를 하는 것보다 용서를 받는 게 더 고통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지점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김광보 연출과 우현주, 이석준, 정수영 등 극단 맨씨어터 배우들의 열연이 맞물려 절제되면서도 뜨거운 연극이 탄생했다.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5000원. (02)744-7661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바이에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바이에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29)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악장으로 임명됐다. 이 오케스트라에서 한국인 연주자가 정식 단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바이올린 부문 악장에 동양인, 여성 연주자가 임명된 것도 처음이다. 24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따르면 이지혜는 지난 22일 진행된 오케스트라 단원 투표에서 8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제2바이올린 악장의 자리에 올랐다. 199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이지혜는 2004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 콩쿠르 3위, 2005년 사라사테 국제 콩쿠르 1위, 2009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1위,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등 세계 유수 콩쿠르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베트남서 청소년 K팝 댄스팀 키우는 두 청년의 열정

    베트남서 청소년 K팝 댄스팀 키우는 두 청년의 열정

    동남아 한류 열풍의 중심 베트남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바로 케이팝이다. 이 베트남 케이팝 시장에 두 대한민국 청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지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청소년 댄스팀 ‘헬로K’를 조직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춤과 음악을 좋아했던 강윤규(32)씨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수년간 거리공연을 하면서 실력을 쌓았다. 이후 그는 실력 있는 댄서를 키워 훌륭한 공연을 올리는 기획자로서 성장할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은 베트남의 청소년 댄스팀 ‘헬로 K’로 눈앞에 다가왔다. 여기에 작곡가로 활동하던 김태윤(29)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베트남에서 큰 도전을 시작한다. 아직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베트남에서, 그것도 청소년으로 구성된 댄스팀을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노이 시내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공문을 돌리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품 팔기를 해 재능 있는 학생들을 모집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 넘어 산이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것은 물론 틈날 때마다 멤버들의 가정을 방문해 어떤 연습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안심시켜드려야 한다. 또 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하다. 사무실도 없이 숙소에서 사무일을 처리하고, 웬만한 길은 걸어다니며 저렴한 쌀국수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댄스팀이 설 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기회에서 ‘헬로K’는 현지인들에게 박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25일 저녁 7시 50분 EBS 1TV ‘청춘! 세계도전기’에서 두 청년의 도전을 따라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베를린필 차기 수석 지휘자 러시아 출신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필 차기 수석 지휘자 러시아 출신 ‘키릴 페트렌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차기 수석지휘자에 키릴 페트렌코(43) 바이에른국립오페라 음악총감독이 선출됐다. 페트렌코는 첫 러시아 출신이자 최초의 유대계인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지휘자가 됐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 자리라고도 불리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수석지휘자는 정해진 후보 없이 단원들의 추천과 투표로 선출된다. 베를린 필하모니는 지난달 12일 차기 수석지휘자를 선발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페트렌코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 않았으나 21일 재개된 단원 투표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러시아 옴스크 출신인 페트렌코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와 음악학 연구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11세에 피아니스트로 데뷔했다. 오스트리아 펠트키르히 포랄베르크 주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빈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빈 국립오페라, 파리 국립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지휘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연극 무대와 소리의 만남…동시대 예술 창조의 시작

    연극 무대와 소리의 만남…동시대 예술 창조의 시작

    “언젠가는 브레히트(1898~1956)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판소리극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브레히트와 판소리가 통한다고 보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이자람씨가 먼저 해버렸어요. 너무 잘해서 나는 못하게 됐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 연출가 이윤택(63)의 말에 소리꾼 이자람(36)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이자람씨는 세계적인 판소리극을 만들어서 저를 좌절시킨 장본인입니다. 언젠가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죠.” 이자람을 향한 이윤택 연출의 칭찬은 결코 과장이 아닌 듯했다.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이 연출은 이자람에게 중책을 맡겼다. 녹수와 폐비 윤씨 1인 2역에 음악감독과 작창(作唱)까지 소화하고 있는 이자람을 두고 이 연출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이윤택 연출과 이자람의 만남은 필연이었다 해도 무방하다. 이 연출은 거리굿 등 한국의 전통연희에서 연극의 원형을 탐구해 왔다. 이자람은 ‘사천가’, ‘억척가’, ‘추물/살인’ 등의 작품에서 현대 희곡의 판소리화(化)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흔히 연극인들은 서양 연극을 주(主)로, 전통연희는 부(附)로 여기죠. 하지만 저는 ‘굿이 곧 우리 연극’이라고 주장해 온 사람입니다. 이자람씨도 마찬가지예요. 판소리를 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동시대의 예술로 만드는, 창조적인 예술가거든요.”(이윤택 연출) 이 연출이 이자람에게 손을 내민 건 지난해 12월 ‘혜경궁 홍씨’ 공연에서였다. 사도세자로 열연한 신예 백석광(32)이 연산 역을 꿰찬 가운데, 그의 오랜 연인인 이자람을 극장에서 만나 단번에 녹수 역으로 점찍었다. 이자람에게는 결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이 기회가 얼마나 귀한지 알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온전히 힘을 쏟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백석광과는 “사귀는 동안에는 둘이서 한 무대에 서지 말자”고 약속까지 한 터였다. 그러나 “이윤택이라는 큰 나무 아래에 선다는 사실”은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다시 이 연출을 찾아가 “감사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1995년 초연해 한국 연극계에 큰 충격을 던진 작품이다. 폭군으로만 기억됐던 연산군에게서 모성의 부재와 그로 인한 나약함을 끄집어내며, 역사 속에 갇힌 인물을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조명했다. 이자람의 합류는 녹수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출은 “녹수는 원래 가인(歌人), 노래를 잘하는 기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습실에서 미리 본 이자람의 녹수는 얼굴 가득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은은한 노랫가락으로 울부짖는 연산을 어루만졌다. “이번 공연에서의 녹수는 젊은 매력으로 남자를 홀린 ‘팜파탈’이 아닙니다. 이윤택 선생님은 ‘서른 넘은 나이에 겪을 것을 다 겪은 천민’이라고 강조하셨어요. 모성애가 결핍된 연산을 노래로 위로하는 가인이라는 생각으로 녹수에 임하고 있습니다.”(이자람) 그러면서도 후반부에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불러일으키는 광기까지, 녹수가 품은 극과 극의 본성을 연기와 노래에 담아 보일 예정이다. “저와 이자람씨의 만남은 매우 바람직하고 생산적입니다. 서양 연극 위주인 연극과 우리의 전통이 각자의 것만 주장하고 있죠. 연극과 전통예술이 서로 벽을 허물고 동시대의 예술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문제적 인간, 연산’ 이후에도 함께 작업할 가능성에 대해 물으니 이윤택 연출은 “이 귀중한 사람을 또 활용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신 “이자람이 앞으로 만들어 갈 판소리가 우리 연극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이자람을 또 한번 치켜세웠다. 7월 1~26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2만~5만원. 1644-200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허브 국가’ 둘러싼 소리 없는 세계 전쟁

    ‘허브 국가’ 둘러싼 소리 없는 세계 전쟁

    허브(HUB), 거리의 종말/홍순만 지음/문이당/416쪽/1만 8000원 길이 있는 곳에 돈과 물자가 몰려든다. 과거 로마 제국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교통로 덕에 500년 만에 유럽을 장악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자국을 허브(HUB) 국가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늘길과 바닷길, 내륙을 이어 금융, 정보, 통신, 교통, 물류가 한데 모이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성장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와 국토해양부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한 홍순만 카이스트 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30여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경험하고 추진해 온 국가 물류 체계를 ‘HUB, 거리의 종말’ 한 권에 정리했다. 홍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3면이 바다이며 주변에 2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경쟁력 있는 세계 교통 물류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역사적인 계기는 인천공항 개항이다. 항공 자유화가 본격화되면서 인천공항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었다. 전국 1시간 30분대 KTX망 구축, 국가 물류체계 개선, 사회간접자본(SOC) 민간 투자 유치, 인천공항 KTX 운항 등 국가의 교통과 운송, 물류 시스템을 바꾼 정책들을 추진해 온 홍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과정과 성패, 공직생활에서 쌓아온 지식들을 책에 담았다. 세계의 허브가 되려는 세계 각국들의 각축전과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우리 정부의 치열한 경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조미료 걷어낸 원형 음악의 맛…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매력

    조미료 걷어낸 원형 음악의 맛… 18세기 오케스트라의 매력

    “가장 단순하고 담백한 음악입니다.” 19~21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 고음악 단체 ‘18세기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케네스 몽고메리(72)가 설명하는 고음악의 소리다. 르네상스, 바로크 등 고전주의 이전의 음악을 당시의 악기와 주법으로 재현해 내는 고음악계에서 18세기 오케스트라는 시대 악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대적인 해석으로 정평이 난 단체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그는 “덧입혀진 해석을 걷어낸, 원형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창자로 만든 ‘거트현’… 고음악 악기 향연 18세기 오케스트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고음악 권위자이자 리코더 연주자인 프란스 브뤼헌(1934~2014)에 의해 1981년 결성됐다. 1985년 모차르트 교향곡 40번과 베토벤 교향곡 1번을 수록한 음반을 발표해 세계 고음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 몽고메리는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단 음악감독, 네덜란드 헤이그와 암스테르담 음악원 초대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브뤼헌의 유산을 이어받을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18세기 오케스트라는 최신 기술을 통해 고증해 낸 당대의 악기를 연주한다. 현악기는 금속현 대신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달고 볼록한 모양의 활은 길이가 비교적 짧다. 호른과 트럼펫 등 금관악기에는 밸브가 없고 목관악기에는 키가 많지 않다. 팀파니는 크기가 작고 나무로 된 스틱을 사용한다. “현대 악기에 비해 명료하고 에너지 넘치는 소리를 낸다”는 게 몽고메리의 설명이다. 그는 현대 악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을 절제된 비브라토에서 찾는다. “바이올린의 거트현은 소리가 부드럽고 음량도 작으며 비브라토가 적정한 선을 유지합니다. 목관악기는 키가 적어 지금처럼 세부적으로 나뉜 음정을 다 짚어내지 못했고 밸브가 없는 금관악기는 음정을 맞추는 데 사람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그는 “이런 작은 차이들은 현대 악기와 형태부터 주법까지 많은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면서 “과한 포장을 위해 덧입혀졌던 악기에 신선함을 더해 밝고 맑은 톤의 음악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무대에 오르는 단원들은 단 55명이다. 지금이야 오케스트라 단원이 많게는 100명이 넘어가지만, 초기 오케스트라는 이처럼 ‘아담’했다. “18세기엔 지휘자가 없었어요.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이 복잡해지면서 지휘자의 역할이 생겨난 거죠.” “지휘자가 없을 때 음악이 진가를 드러낸다”는 그는 자신의 역할도 ‘최소한’에 그친다고 말한다. “현대 오케스트라는 각기 다른 악기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반면 시대 악기 오케스트라는 악기 각자의 소리가 제대로 날 수 있도록 합니다. 전 연주자들이 의사결정을 쉽게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지휘자 역할 최소화… 절제된 비브라토 ‘색다른 매력’ 19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는 교향곡 41번 ‘주피터’를 비롯한 모차르트 작품들을,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 ‘런던’과 모차르트 콘체르트 아리아,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이어 21일에는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 교향곡 13번과 트럼펫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에로이카)을 들려준다. 해외 오케스트라가 여러 공연장에서 각기 다른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몽고메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넓은 스펙트럼을 한 번에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료 5만~10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난개발·외지인에 뭄살 앓는 제주도살이의 진실

    난개발·외지인에 뭄살 앓는 제주도살이의 진실

    소길댁 이효리의 일상이 이슈가 되고 ‘맨도롱 또똣’한 제주도 로맨스가 전파를 타는 대한민국은 지금 ‘제주앓이’ 중이다. 그러나 제주는 몸살 중이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던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멋진 풍경을 갖춘 덕에 제주 여행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그러는 사이 월정리 바닷가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정작 월정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쁘지만은 않다. 게스트하우스는 마을 안쪽까지 들어서 있고, 밤 늦게까지 떠드는 관광객들 소리에 바쁜 농사철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제주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주도의 카페 수는 지난 4년 동안 10배, 게스트하우스는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3년 전 제주도에 내려와 카페를 차렸던 한윤택씨는 지금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낭만적인 제주살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소길댁 이효리가 산다는 애월읍은 한 달에 개인 주택 허가만도 165건일 정도로 이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소길리와 이웃에 위치한 하가리 역시도 이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키거나 금세 떠나버리는 일이 많다. 최근에도 대로변에 집을 지은 이주민이 집 앞 도로에 트럭이 다니지 못하도록 민원을 넣어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9일 오후 8시 50분 EBS 1TV에서 방송되는 ‘하나뿐인 지구’는 부동산 투기와 무분별한 개발 앞에 놓인 제주도의 실태와 ‘제주살이’의 진실을 알아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소설가 성석제, 은퇴 앞둔 베이비붐 세대 문제 짚다

    소설가 성석제, 은퇴 앞둔 베이비붐 세대 문제 짚다

    주변에 너무 흔해서 우리가 잊고 지낸 사람들, ‘베이비붐 세대’를 두고 소설가 성석제는 ‘투명인간’에 빗대 이야기했다. 베이비붐 세대 700만명의 은퇴가 현실이 된 지금, 그가 소설로는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KBS ‘명견만리’ 무대에 섰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폭탄이 가져올 변화와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성석제는 한 달간 세계 곳곳의 베이비붐 세대를 만나 직접 취재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들며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간 끝에 그들에게 남은 건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전체 가계에서 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이 75%에 이를 정도다. 인구 문제에 있어 한국이 닮아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 40% 정도에 그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이들은 더이상 부동산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음을 알았고, 그 결과 새로운 은퇴 준비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 한편 스페인 역시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비중이 80%에 달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택가격이 폭락했다.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전체 인구의 3분의1이 가계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성석제와 300여명의 미래 참여단은 이 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소설가 성석제가 조명한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의 미래를 18일 밤 10시 KBS 1TV ‘명견만리’에서 고민해 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TV안 그들을 보다 TV밖 우리를 본다

    TV안 그들을 보다 TV밖 우리를 본다

    # 하루 24시간 내내 아이돌 그룹 엑소에 빠져 있는 중학생 딸을 보는 엄마는 속이 타들어간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돌파구가 엑소였다”는 딸의 고백에 엄마는 오열한다(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 백혈병과 싸우는 5살 소녀에게 뽀로로가 찾아온다. 뽀로로는 소녀에게 ‘용기의 모자’를 씌워주고, 소녀는 아픈 주사를 맞으며 울음을 꾹 참는다(tvN ‘촉촉한 오빠들’). 일반인들의 애달픈 사연을 관찰 카메라로 포착하며 웃고 우는 프로그램들이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에서 동시에 선을 보이고 있다. 육아, 가상결혼, 여행 등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던 TV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가족과 꿈 등 감동적인 코드를 버무린 ‘일반인 감성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조짐이 보인다. 일반인 감성 예능으로 최근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그램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다. 갈등을 품고 사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관찰 카메라를 통해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화해를 시도한다. 지난 4월 25일 정규 방송을 시작한 ‘동상이몽’은 ‘모바일 메신저로만 대화하는 모녀’ ‘무용 유망주인 딸을 혹독하게 가르치는 엄마’ 등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며 순항 중이다. ‘동상이몽’과 같은 날 첫 전파를 탄 JTBC ‘엄마가 보고 있다’ 역시 일반인 부모와 자녀를 내세운 관찰 예능이다. 집을 떠나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38살 아들, 병원 응급실에서 전쟁 같은 일과를 보내는 간호사 아들 등 자녀의 하루를 어머니가 관찰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다. 어머니는 그동안 몰랐던 자녀의 고된 일상을 이해하고, 연예인들과 함께 특별한 이벤트를 열어준다. ‘화성인 바이러스’ 등 기존의 일반인 예능은 특이한 일반인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최근의 프로그램들은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는 데서 달라졌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녀가 숨겨둔 속내를 터트리면서 스튜디오가 눈물바다가 된다. ‘엄마가’ 역시 고군분투하는 자녀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 같은 ‘감성’ 코드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프로그램이 지난달 25일 첫선을 보인 tvN ‘촉촉한 오빠들’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아버지, 취업준비를 하는 자녀, 3년 동안 가족과 만나지 못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등에게 잊지 못할 이벤트를 해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긴다. 웃음기를 뺀 담백한 연출에 남성 연예인 진행자들은 서슴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방송가에서는 일반인 감성 예능의 등장을 연예인 관찰 예능 붐 이후의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구의 리얼리티 쇼는 원래 일반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관찰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연예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했다”면서 “관찰 카메라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반인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촉촉한 오빠들’의 유학찬 PD는 “연예인 관찰 예능이 유행한 건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인데,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연예인이 아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성’ 코드는 일반인 관찰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장치다. 정 평론가는 “가족, 인간관계 같은 코드를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가는 건 서구의 리얼리티 쇼를 한국적으로 변주한 것”이라면서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불편하지 않게 다루려 고민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일반인 예능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다음달 11일 첫 방송되는 KBS ‘청춘FC’는 축구를 포기할 위기에 처한 축구선수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축구에 담긴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그릴 예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조직 탐욕에 중독된 그들 치유 방법은

    조직 탐욕에 중독된 그들 치유 방법은

    중독조직/앤 윌슨 섀프·다이앤 패설 지음/강수돌 옮김/이후/348쪽/1만 8000원대한민국의 직장인들 사이에는 “입사 후 3년, 5년, 7년차에 고비가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직장에서 내 꿈을 펼쳐 보일 것이라던 청운의 꿈은 사라지고, 이상과 어긋나는 직장의 현실에 좌절한 채 ‘월급 노예’가 된다는 한탄이다. ‘중독조직’은 조직이 개개인을 영혼 없는 부속품으로 만드는 메커니즘을 ‘중독’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통해 들여다본다. 사회의 거의 모든 조직들은 개인을 중독에 빠지게 하고, 그런 개인들이 떠받치는 조직은 더욱 폐쇄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을 비롯해 종교단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을 컨설팅해 온 저자들은 오늘날 광범위한 조직들이 시달리고 있는 질병을 이 같은 ‘중독’에서 찾는다. 조직의 개개인이 자아를 잃은 채 소모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중독은 잘못된 조직의 목표를 구성원 개개인들이 바로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중독에 빠져 성찰 능력을 잃어버린 구성원들은 사회 전체의 가치와 어긋나는 조직의 목표와 사명 앞에서도 ‘관행’ ‘정상’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로 인해 조직의 탐욕과 이기심, 물질주의는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같은 중독적 현실이 극복 가능하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중독에서 벗어나 치유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실제 몇몇 조직에서 실행되고 있거나 실현 가능한 해결책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의 번역자인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중독 조직이요, 중독 사회다”라고 덧붙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교육·의료 소외된 채 일해야 하는 르완다 10대의 삶

    교육·의료 소외된 채 일해야 하는 르완다 10대의 삶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르완다는 해발 1500m 이상의 고원지대에 마을이 모여 있다. 천연자원이 적어 경제적으로 열악하며, 의료 인력이 부족해 보건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책걸상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교육 환경으로 인해 아이들은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경사진 산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가면 다다르는 루부바 마을에 사는 13살 소녀 디엔은 아침 일찍부터 산을 오르고 내리며 물통을 옮기기에 여념이 없다. 소녀 곁에는 더 큰 물통을 머리에 이고 숨을 헐떡이는 엄마가 있다. 그렇게 모녀는 한참 동안 물통을 이고 산을 오르내린 후 집에 들어와 숨을 내쉰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반나절을 쉼 없이 산을 탔지만, 소녀에게 남은 건 또 다른 일거리다. 시력이 점점 나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빠를 대신해 13살 소녀가 일터로 나선 것이다. 오빠 이노센트(16)에게도 엄마와 함께 물을 길러 다니던 때가 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을 위해 일도 돕고, 학교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점점 앞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지금은 집 안에서 형체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동생들을 돌볼 뿐이다. 점점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병원에 가보고도 싶지만 좋지 않은 형편 때문에 엄마한테 쉽게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눈이 멀어 버리는 건 아닌지 무섭기만 하다. 12일 밤 8시 20분 EBS 1TV에서 방송되는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은 교육과 의료에서 소외된 채 어린 나이에 힘겹게 일을 해야 하는 르완다의 10대들을 만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징기즈칸 손자 쿠빌라이 칸의 화려한 일대기 그려

    징기즈칸 손자 쿠빌라이 칸의 화려한 일대기 그려

    드라마 전문채널 CHING(채널칭)이 11일 징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의 화려한 일대기를 담은 50부작 중국 드라마 ‘징기즈칸의 후예’(원제 ‘건원풍운’)를 국내 처음 방송한다. ‘징기즈칸의 후예’는 쿠빌라이의 성장 과정과 함께 동생 아리크부카와의 권력 쟁탈전, 원나라 건국과 천도, 카이두의 반란 평정 등 70여년에 걸친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제작비 1억 위안(약 180억원), 엑스트라 5000명과 수만 마리의 말이 투입된 대작으로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신이 압권이다. ‘천룡팔부’ ‘와신상담’ 등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후쥔이 주인공 쿠빌라이 역을 맡았다. 후쥔은 촬영 전부터 몇 달 동안 몽골 초원 지역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캐릭터 분석에 공을 들였다. 홍콩 배우 위시만이 쿠빌라이의 아내인 차브이 황후 역을 맡았으며 ‘신서유기’(2011)에서 손오공을 연기했던 배우 우위에가 쿠빌라이의 동생 아리크부카로 출연한다. 중국의 ‘국민 배우’ 탕궈창이 작품 초반 징기즈칸으로 특별 출연한다. 11일 오전 8시 40분과 오후 4시 20분 방송되는 첫 회에서는 징기즈칸의 정복 전쟁이 한창이던 1215년 초원에서 손자 쿠빌라이가 태어나는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쿠빌라이의 남다른 재능을 눈여겨본 징기즈칸은 자신이 직접 기마술을 가르쳐 준다. 서하를 공격하던 몽고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어린 쿠빌라이는 묘책을 내놓는다. 첫 방송 이후에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7시 30분과 오후 3시 20분, 밤 1시에 연속 2회 방송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민족의 아리아’ 대서사시 그린다

    ‘한민족의 아리아’ 대서사시 그린다

    “‘아리랑’은 대한민국의 작가로서 이걸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작가라고 할 수 있겠나 하는 절절한 각오로 썼습니다. 아리랑은 나라를 잃고 애국가도 없던 시절 애국가 역할을 한 노래입니다. 작품 내내 흐르는 아리랑 속에 우리의 영혼이 녹아 있죠.”(소설가 조정래) “뮤지컬 ‘아이다’를 공연할 때, 핍박받던 누비아 백성들의 슬픔과 처절함을 그들이 부르던 아리아를 통해 구구절절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라 할 수 있는 ‘아리랑’을 뮤지컬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죠.”(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태백산맥’, ‘한강’ 등의 대하소설을 집필한 ‘민족 작가’ 조정래(72)와 한국 뮤지컬의 1세대 프로듀서인 박명성(52) 신시컴퍼니 대표가 손을 잡았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박 대표가 뮤지컬로 옮기는 것이다. 한민족의 고난과 핍박의 역사가 담긴 대하소설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뮤지컬로 재탄생하는, 한국 뮤지컬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박 대표는 ‘아리랑’의 뮤지컬 작업을 두고 “사고 쳤다”고 표현했다. 2007년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흥행에 쓴맛을 봤던 터였다. 박 대표는 “10년에 한 번씩은 사고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리랑’과 신경숙 작가의 ‘리진’, 이중섭 화가의 일대기를 두고 고민하던 중 ‘아리랑’을 선택했다”면서 “조정래 선생님이 ‘정글만리’를 집필하던 시절에 찾아가 괴롭혔는데 흔쾌하게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소설 ‘아리랑’은 ‘태백산맥’, ‘한강’과 함께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으로 꼽히는 역작이다. 1990년 12월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해 광복 50주년이던 1995년 8월 완간했다. 구한말부터 해방기까지, 한반도는 물론 만주, 미주로까지 뻗어간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그린다. 조정래 작가는 “나라를 잃어버린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의 방향을 잡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면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아리랑’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건 역사의 딱정이를 뜯어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을 대본으로, 무대 언어로 옮기는 열쇠는 고선웅 작가 겸 연출가가 쥐었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대표인 그는 연극 ‘푸르른 날에’,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창작자다. 고 연출은 총 12권, 4부에 담긴 방대한 이야기를 뮤지컬에 맞게 압축했다.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말까지로 줄이고 수백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은 감골댁 가족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고 연출은 “소설의 한 챕터가 뮤지컬 한 편이 될 만큼 멋진 미장센과 이야기, 인물이 팔딱팔딱 살아 숨쉰다”면서 “뮤지컬 ‘아리랑’은 애이불비(哀而不悲),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성 작곡가는 민요 ‘아리랑’을 국악과 클래식, 뮤지컬 등 다양한 어법으로 변주해 19인조 오케스트라로 들려준다. 박동우 무대미술가는 LED 스크린과 첨단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활용한 역동적인 무대를 구현한다. 독립운동가 송수익은 배우 서범석과 안재욱이, 감골댁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연기한다. 양치성 역할은 김우형과 카이, 방수국은 윤공주와 임혜영이 맡았다. 7월 16일~9월 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6만~13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프랑스 클래식 선율에 젖어드는 대관령

    프랑스 클래식 선율에 젖어드는 대관령

    대관령 대자연의 품에서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젖어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는 7월 14일부터 22일간 강원 평창군 일대에서 열리는 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예술감독 정명화·정경화)는 ‘프랑스 스타일’을 주제로 정했다. 국내외 저명한 연주자들이 바로크 시대 프랑스 음악을 대표했던 장 필리프 라모를 비롯해 베를리오즈, 생상스, 비제, 드뷔시 등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 연주가 시리즈’(7월 23일~8월 2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는 총 61곡 중 절반인 31곡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으로 채우며 ‘프랑스 스타일’을 한층 더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알렉상드르 바티가 훔멜의 ‘군대 7중주’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세계 초연 무대도 줄을 잇는다. 프랑스의 작곡가 겸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인 티에리 에스카이쉬는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완성한 ‘6중주’를 초연한다. 세계적인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연출로 재탄생한 라벨의 ‘볼레로’ 역시 세계 초연되며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발레리나 서희와 프랑스 출신의 알렉상드르 암무디가 내한해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특별한 무대도 이어진다. 정명화 예술감독(첼로)은 스트라빈스키, 바버, 차이콥스키의 곡을, 정경화 예술감독(바이올린)은 베베른,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을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으로 하프시코드 주자 데뷔 무대를 갖는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티스트와의 대화’에서는 에스카이쉬가 관객들을 만난다. 차세대 음악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거장들의 공개 강연인 ‘마스터 클래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 등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1577-526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의 매력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의 매력

    “혼자 사는 엄마한테 편지 한 줄 못 쓰는/나의 꿈 닳아서 지워진 지 오래.”(뮤지컬 ‘빨래’ 넘버 ‘서울살이 몇핸가요’)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 가는 수많은 ‘나영이’들의 눈시울을 적셔 온 뮤지컬 ‘빨래’가 10주년을 맞았다. 2005년 추민주 연출과 민찬홍 작곡가 등이 의기투합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으로 출발했던 ‘빨래’는 지난달 31일까지 총 3122회 막을 올려 51만 9901명의 관객들을 만나 온,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대표주자다. 2015년은 한국 소극장 창작뮤지컬에 특별한 해다. 1995년 초연해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효시로 꼽히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올해로 20주년을, ‘빨래’와 함께 대학로의 대표 창작뮤지컬로 명맥을 이어 온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10주년을 맞았다.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이자 창작 콘텐츠가 보여준 만만찮은 생명력이다. 이들 뮤지컬이 ‘롱런’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매력에 있다. ‘빨래’는 서울의 달동네에 사는 소시민들의 애환을, ‘오! 당신’은 병원에서 벌어지는 추리극의 외피 속에 아프고 지친 이들의 사연을 전한다. 한국적인 이야기에 유머와 감동,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까지 담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세 남녀의 한바탕 소동 속에 진한 가족애를 녹여낸다. 조용신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예술감독은 “이들 작품은 일상에 지친 관객들이 소극장에 모여 모처럼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휴머니즘이 강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자체의 힘 덕에 스타 마케팅이 없이도 관객들이 찾아온다. ‘오! 당신’의 제작사인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는 “공연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신인 배우들을 주연으로 세운다”면서 “스토리가 탄탄해 어느 배우가 출연해도 작품의 완성도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소극장 작품인 덕에 관객들과의 거리감도 좁다. ‘빨래’의 제작사인 씨에이치수박 최세연 대표는 “지방에서 서울로 와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나영이데이’를 개최하는 등 관객과 호흡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쏟아지는 작품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작품의 대형화, 스타 마케팅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들 작품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공연계는 최근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빨래’는 일본에 이어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을 하게 됐고, 내년 10주년을 맞는 ‘김종욱 찾기’는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진출해 내년 6월 도쿄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된다. 박종환 CJ E&M 공연사업부문 차장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작업도 활발해 ‘빨래’는 오는 11월 소설로 출간되며 영화사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오랫동안 공연돼 오면서 ‘볼 사람은 다 본’ 만큼 새로운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빨래’는 10일부터 5일간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역대 출연 배우들이 릴레이로 무대에 오르며 라이브 음악이 함께한다.(서울 종로구 동양예술극장 1관. (02)928-3362) 2011년 이후 잠시 중단됐던 ‘사랑은 비를 타고’는 지난 6일 2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2관. (02)543-7727) ‘오! 당신’은 오는 9월 개막을 목표로 이달 중 오디션을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낯선 日 연극… 익숙한 울림

    낯선 日 연극… 익숙한 울림

    20년 동안 방구석에서 살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레기를 뒤집어쓴 히키코모리는 “세상과 어우러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임종을 앞둔 82세 아버지와 60대, 50대, 40대, 30대, 20대의 아버지가 거실에 모여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려는 아들을 나무란다.(‘허물’) 코믹한 캐릭터 혹은 재기발랄한 발상으로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는 연극 두 편이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가볍고 유쾌한 터치로 어루만지면서, 한국 관객들도 공감할 만한 메시지와 울림을 준다.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두산인문극장 ‘예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는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들의 고군분투기다. 일본의 극단 ‘하이 바이’의 대표이자 배우, 소설가,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작가 이와이 히데토는 16세부터 20세까지 히키코모리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연극은 히키코모리를 향한 편견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의 히키코모리를 사실적으로 무대 위에 세운다. 히키코모리였던 ‘토미오’는 히키코모리 출장 상담원이 돼 의뢰인들을 만난다.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는 20대 ‘타로’는 부모에게 발길질을 하고,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사는 40대 ‘카즈오’는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강박에 가까운 고민에 빠져 있다. 연극은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로 이들을 묶어 규정하려는 무성의한 태도를 거부하고, 이들 개개인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다. “레스토랑에서 ‘개구리 왕눈이 파스타’를 주문하고 싶지만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두렵다”는 카즈오의 말처럼, 이들은 남들과 ‘조금’ 다르고 여리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쉽게 배제된 존재들이라고 항변한다. 타로와 카즈오는 집에서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일자리도 구한다. 그러나 타로의 아버지가 실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예상 밖의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연극은 히키코모리의 아픔에서 이들을 매몰차게 내치는 사회로 관객들의 시선을 돌린다.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삶이 전쟁이 돼 버린 일본의 모습은 한국 관객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허물’ ‘허물’(14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은 일본의 전후 세대인 아버지의 삶과 ‘잃어버린 세대’라 할 수 있는 아들의 삶을 서로 마주 보게 한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삶을 펼쳐 내는 방식이 기발하다 못해 황당하다. 치매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82세 아버지가 매일 허물을 벗으며 젊어진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허물을 벗을 때마다 육신은 껍데기가 돼 방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다. 아버지는 다정다감한 60대, 성실히 일하던 50대, 우쿨렐레를 치며 여유를 누리던 40대, 젊음의 혈기가 넘치던 30대, 패전의 기억에 갇힌 20대의 모습으로 아들 앞에 선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해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를 시작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누렸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동일본대지진까지 경험한다. 이 모든 풍파를 거쳐 온 아버지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이혼을 앞둔 아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어깨를 두드린다. 허물을 벗는 아버지를 마주하면서 자신의 내면 속 허물마저 벗어던지는 아들을 통해 어떻게든 삶은 이어진다는 관조와 깨달음을 전달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스타뷰] 뮤지컬 디바로 재탄생한 그녀, 아이비

    [스타뷰] 뮤지컬 디바로 재탄생한 그녀, 아이비

    2005년 여름, 가요계는 한 대형 신인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불과 23세의 나이였던 가수 아이비(33·본명 박은혜)는 인형 같은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 매혹적인 춤 솜씨로 주목받았다. 2007년 ‘유혹의 소나타’는 그해 가요계를 석권한 노래 중 하나였다. 격한 춤을 추면서 흔들림 없이 라이브를 소화하던 그는 ‘섹시 여가수’가 범람하던 시절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15년, 아이비는 이제 뮤지컬 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가수로서 인정받은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력까지 갖춰 2시간이 넘는 공연을 거뜬히 책임지고 있다. 최근 뮤지컬 ‘유린타운’의 여주인공 ‘호프 클로드웰’로 분한 그는 순수함과 백치미를 오가는 코믹 연기로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든다. 뮤지컬 데뷔 5년, ‘완전히 물이 올랐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요즘 정말 기분이 좋아요. 사실 연습할 때는 ‘내 존재감이 너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제 분량이 많지 않았고, 연습할 때도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반응이 좋네요.” ‘유린타운’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오줌도 마음대로 못 싸게 하는 기업의 독재에 맞서는 민중의 봉기를 그린다. B급 코미디 속 날 선 정치 풍자를 담아낸 작품에서 ‘호프’는 극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다. 세상 물정 모르는 기업 사장의 딸로 성난 마을 주민들에게 붙잡혀 생명에 위협을 받지만, 2막에 이르러 아버지를 버리고 민중 봉기를 선동한다. 푼수처럼 순수했던 여인이 투사로, 새 시대의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민중을 이끄는 동안 관객들은 독재와 자유 사이에서 가볍지만은 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주인공 ‘호프 클로드웰’ 연기하며 울고 웃고 푸욱~” “호프의 캐릭터가 갑자기 변하는데 그 연결고리를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매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져요. 하루는 1막의 순수함에 푹 빠져 호프가 민중에게 고초를 겪을 때 엉엉 울었어요. 또 하루는 ‘죽일 테면 죽여 봐’ 하며 생글생글 웃기도 하고요.”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에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전 이렇게 ‘백치미’ 흐르는 캐릭터가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호호. 그래도 뿌듯합니다. ‘유린타운’을 계기로 제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드렸다고 생각해요.” 그를 뮤지컬의 세계로 이끈 건 2008년 처음 접한 ‘시카고’였다. “옥주현 선배의 초대로 ‘시카고’를 보러 갔어요. 충격이었죠. 무대 세트와 의상 어느 것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게 없는데 그 안에서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공연이었거든요.” ‘시카고’를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2010년,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로 무대를 경험한 방송인 박경림이 ‘키스 미 케이트’의 대본을 건네줬다. “최정원, 남경주 선배가 나온다길래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뮤지컬의 ‘뮤’ 자도 모르는 제가 선배들 틈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엔 매일 야간 수업…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죠” 가요계에서는 최고의 실력파 여가수로 꼽히는 아이비였지만 첫 뮤지컬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댄스가수가 춤을 잘 못 췄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고 돌이켰다. “뮤지컬 안무는 탭댄스나 현대무용 등 기초 위에서 하는 건데 전 기초가 없었어요. 성악 발성도 어려웠고요. 탭댄스와 성악을 배우면서 기본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반주음악(MR)과 코러스가 뒷받침되는 음악방송에 익숙한 탓에 ‘생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는 뮤지컬에서는 소리가 작다는 말도 들었다. 매일 연습이 끝난 뒤 ‘야간 보충수업’을 받았다. 심장이 격하게 뛰어 이명 현상까지 겪을 정도로 떨렸던 뮤지컬 데뷔였다. 조연급인 ‘로아 레인’ 역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만족할 만한 호평을 받았다. 2012년에는 꿈에 그리던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 역을 꿰찼다. 가수 시절의 섹시한 이미지에 코믹 연기를 더해 ‘맞춤옷을 입은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순위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어” 2013년 ‘고스트’로 7개월, 2014년 ‘시카고’로 6개월 동안 무대에 오르며 연기의 참맛을 느꼈다. 특히 2014년 ‘시카고’는 상당한 흥행을 거둔 공연으로 회자된다. 아이비와 최정원은 각각 록시 하트 역과 벨마 켈리 역을 원 캐스트으로 소화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록시 하트’만큼은 아이비 외에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소화하고 싶었어요. 단 하루라도 아파도 안 되고, 컨디션이 나빠도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뮤지컬을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뮤지컬 활동을 병행하는 가수와 연기자는 많지만 아이비는 조금 다르다. ‘시카고’에 이어 ‘유린타운’도 원 캐스트로 소화하고 있는 그는 “모든 삶이 뮤지컬에 맞춰져” 있다. 홀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가수가 다른 배우들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뮤지컬에 푹 빠진 이유가 궁금했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3분 남짓의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뮤지컬은 제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 연기를 세 시간 가까이 보여 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순위 경쟁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배우와 어울릴 수 있죠. 저의 재능을 좋아해 주시고 찾아 주시는 관객들을 매일 만난다는 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행운입니다.” 데뷔한 지 10년, 결코 녹록지 않은 굴곡을 경험했던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10년 동안 순탄한 길만 걸었다면 모르는 게 많았을 거예요. 여러 일을 겪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예전엔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성공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게 됐죠.” 매일 무대에 오르는 일정이 힘들겠다는 말에 “전혀 안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관객들은 특별한 날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오시잖아요. 그래서 매일 마음을 정갈하게 정리하게 됩니다.” 가수로서의 아이비를 그리워하는 팬도 많지만 당분간은 뮤지컬로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털털한 게 내 장점… 코믹 연기 땐 제 일상이 나와요” “아직은 저를 뮤지컬 배우보다 가수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작품 수도 많지 않고요. 연기와 노래를 좀 더 가다듬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가수 활동 시절 쌓아 올린 ‘절제된 섹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 만난 아이비는 밝고 털털했다. 서슴없이 망가지는 걸 좋아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그는 코믹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연기는 아직도 많이 어려워요. 하지만 코믹 연기만큼은 제 일상에서 나와요. 호호.” 스스로를 “겉보기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밝힌 그는 뮤지컬 무대에 올라 비로소 자신의 다채로운 맨얼굴을 보여 주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파괴되는 동남아의 숲, 빼앗기는 생명의 터전

    파괴되는 동남아의 숲, 빼앗기는 생명의 터전

    축구장 2개 크기의 숲이 단 1초 만에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위해 엄청난 크기의 숲들이 사라져 간다. 5일 저녁 8시 50분 방송되는 EBS 1TV ‘하나뿐인 지구’는 새우 양식장을 위해 파괴되고 있는 필리핀의 맹그로브 숲과 팜유 같은 단일 농작물을 위해 파괴되는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을 살펴본다. 라면, 과자, 새우 등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많은 음식들 뒤에 숨겨진 숲의 눈물을 아는 이는 얼마 없다. 과연 숲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숲 파괴의 진실을 찾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으로 떠나 본다. 필리핀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가면 뿌리를 물 위로 드러낸 모습이 이색적인 맹그로브 나무를 볼 수 있다. 맹그로브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짠 바닷물에도 견딜 수 있는 데다 쓰나미를 막아 주는 가치가 있다. 맹그로브 나무가 파도의 힘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선 지난 50년 동안 66%에 이르는 맹그로브 숲이 파괴됐다. 그 자리에는 새우 양식장이 들어섰다. 아직도 인도네시아에선 숲에 기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70만명에 이른다. 숲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주고 있다. 그런데 팜유와 같은 단일 농작물 경작을 위해 숲이 파괴되면서 이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오랑우탄 역시 숲이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숲을 빼앗긴 인간과 동물들이 빼앗긴 고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돌아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메마른 교정, 뮤지컬 힐링

    지난 2일 오후 3시, 학교 수업이 한창일 시간에 경기 안성 가온고등학교의 학생 250여명은 학교 근처에 있는 안성시민회관으로 향했다. 수업에서의 해방감으로 들뜬 마음에 웃고 장난치는 것도 잠시, 객석에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밝아지자 아름다운 아카펠라가 들려왔다. “도~레~미~파~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배우들이 일렬로 서서 들려주는 소리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배우 다섯 명이 8음 음계를 소화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서로의 음을 뺏으려 몸싸움을 벌였다. 숨죽이던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전국 고교생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고등학생들을 배꼽 잡게 한 ‘뮤지컬 습격’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LG 스쿨 콘서트’의 일환이다. LG연암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는 ‘스쿨 콘서트’는 평소 공연 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많지 않은 고교생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인당수 사랑가’, 오페라 ‘카르멘’ 등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공연됐다. 올해는 ‘유도소년’ ‘나와 할아버지’ 등 대학로 흥행작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학교를 찾는다. 극단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간다’는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무대 세트와 소품, 장비, 인원을 최소화한 작품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날 공연된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신체극 형식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배우 여덟 명이 무대 세트와 소품, 음악과 효과음을 몸과 목소리로 직접 구현하는 ‘진기명기’는 학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배우들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목말을 타며 숲 속 나무와 동굴을 만들어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는 물론 뮤지컬의 오케스트라까지 아카펠라로 만들어낼 때마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학생들 “학업 스트레스 훌훌~ 좋은 추억에 행복” 호응 커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가 공주의 거울을 훔치고 숲 속 야생 소년을 ‘온달’로 길들이며 공주의 삶을 꿈꾼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비틀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야생 소년 온달이 날렵한 발차기로 악당을 물리치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온달이 칼에 맞아 쓰러지고 연이의 품에 안기자 여학생들은 “어떡해” 하며 얼굴을 감쌌다. 3학년 민경애양은 “학교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면서 “배우들이 몸과 목소리로 무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급생 김진우군도 “안성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LG 스쿨 콘서트는 가온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강원 양구군의 강원외고, 경북 구미 경북외고, 인천외고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공연을 선물한다. 안성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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