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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 징벌적 등록금제 실시이후 학자금대출 두배 늘었다

    카이스트 징벌적 등록금제 실시이후 학자금대출 두배 늘었다

    일반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거쳐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한 A씨는 첫 학기를 마친 뒤 곧바로 휴학을 했다. 600만원에 이르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안돼서다.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A씨는 집안 형편 때문에 서울대를 포기하고 4년 전액 장학금을 주는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첫 학기부터 수업 적응에 실패해 2점대의 낮은 학점을 받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징벌적 등록금’을 내야 했다. A씨는 결국 학교를 쉬는 6개월 동안 중·고등학생 과외를 통해 학비를 모은 뒤에야 올해 다시 복학할 수 있었다. 2006년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이후 카이스트 학생들의 학자금 및 생활비 대출 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총장은 학점에 관계없이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던 장학제도를 없앤 대신 평점 평균 3.0 이하 학생에게는 0.01점마다 벌금 형태로 부과하는 징벌적 등록금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적이 나빠 장학금이 잘리는 소위 ‘장짤’이 주홍글씨처럼 학생들 자부심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14일 서울신문이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의 카이스트 학부생 2008~2010학년도(2007~2009년 연말 기준) 학자금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3년 동안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 학생 수가 2007년 57명에서 2009년 131명으로 3년 새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기준으로 카이스트 전체 학생의 1.7%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징벌적 등록금을 부담해 온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생활비와 등록금을 포함해 학생 한명당 학자금 대출액 평균 금액도 2007년 211만원에서 2009년에는 315만원으로 무려 49.2%가 늘었다. 2007년은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이듬해로, 당시 신입생들은 입학만 하면 전액 장학금이 보장되는 이전의 제도 대신 학점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납부하는 ‘징벌적 등록금제’를 처음으로 적용받았다. 평점평균이 3.0 이하이면 0.01학점당 6만원(현재는 6만 3000원)씩 내게 되는 이 제도에서 2.5학점을 받으면 300만원, 2.0 이하면 최대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따로 내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상대평가를 적용,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해마다 30%에 가까운 학생들은 ‘징벌적 등록금’을 낼 수밖에 없었던 데다, 한해 등록금이 2010년 기준 157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고액인 점도 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킨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성적이 좋은 상당수 이과 학생들이 평판 때문에 서울대로 가는 현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카이스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징벌적 등록금이 학생 개인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것뿐 아니라 곧장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하버드는 학생들을 그냥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느냐고 묻지도 않아요. 죽을 힘을 다해서 강을 빠져나오죠. 그러면 학교는 ‘너 수영할 줄 아는구나’ 하면서 곧바로 학생들을 바다에 던집니다.” 워싱턴 특파원이던 2006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뉴욕대 등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취재를 기획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대학 기사들과는 차별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당 대학의 가장 대표적인 단과대학 학장을 인터뷰하고, 대표적인 수업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전세계 대학 가운데 하버드는 비즈니스 스쿨(HBS·경영대학원)이 1위, 예일대는 로 스쿨(법학대학원)이 1위, 프린스턴은 칼리지(학부)가 1위, MIT는 엔지니어링 스쿨(공대)이 1위, 뉴욕대는 티시 스쿨(예술대학)이 최상위권이었다. 당시 예일대 로 스쿨의 학장은 한국계인 헤럴드 고(고홍주·현 국무부 법률고문)였다. 그는 예일대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업도 로 스쿨 1호 강의실에서 고 학장의 국제법 수업을 들었다. 프린스턴 칼리지에서는 “한국인 졸업생 가운데 프레지던트 리(이승만 대통령)와 프레지던트 정(정운찬 서울대총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낸시 말키엘 학장을 인터뷰하고 대니얼 로저스 교수의 ‘미국 문화와 지성사의 문제들’ 강의를 참관했다. MIT 엔지니어링 스쿨의 토머스 매그난티 학장은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냉장고 문에 모니터를 단 삼성전자의 창의성을 극찬한 뒤 미디어렙의 로봇연구팀으로 안내했다. 앤절리나 졸리 등 기라성 같은 배우와 감독, 작가들을 배출한 티시 스쿨에서는 ‘레오 제피 극장’에서 아널드 배스킨 교수의 영화학 수업을 들었다.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자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면서 하버드 방문 당시의 기억이 더욱 자주 떠오른다. 그해 2월 하버드에 도착했을 때 조지프 린 대외협력처 처장은 “정말 안 좋은 시기에 왔다.”고 아쉬워했다. 그 당시 하버드는 로런스 서머스(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 총장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학생과 교수 사회는 물론 동문 전체가 큰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서머스 총장은 2005년 말 교수와 학생, 교직원, 동창들에게 ‘2006년과 그 이후’의 대학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하버드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로 ▲가장 똑똑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고 ▲교수진을 강화·다양화해야 하며 ▲최선의 교육 방법을 제시해야 하고 ▲과학 분야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하며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서머스 총장의 개혁 방향에 대해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발했다. 방향은 옳았지만, 서머스 총장이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이었다. 당시 만난 학부 2학년 학생은 “대학을 정부나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서머스 총장의 리더십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하버드 역사상 최연소 교수에 임용됐던 서머스 총장은 얼마 뒤 학교를 떠나고 말았다. 그 당시 만났던 HBS의 학생들은 교내 상황보다 글로벌 사회로 나간 이후의 ‘경쟁’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여학생은 “강물에, 그리고 바다에 빠진 뒤 살아 나오면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HBS에서 배우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바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과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논란도 서남표 총장이 취임 직후 학생과 교수 전체를 강물에 던져 버리면서 시작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강물에 빠진 학생과 교수 가운데 5명이 희생됐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서 총장은 학생들과 교수들을 다시 바다로 던질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과 교수들이 서 총장을 내던져 버릴 것인가. dawn@seoul.co.kr
  • [사설] 인재 키우는 카이스트 개혁 계속돼야 한다

    카이스트(KAIST)가 ‘학사운영 및 교육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그제 밝혔다. 차등수업료제를 폐지하고 첫 두 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하며 전공과목 수업만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서남표 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충분히 논의된 안이 아니라며 학교 포털 사이트에 공지된 것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카이스트의 학사운영과 교육과정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동안의 혁신조치를 무(無)로 돌리는 ‘거꾸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는 연 1000억~2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특별한’ 대학이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이래 대학 위상에 걸맞은 일련의 선도적 개혁조치로 기대에 답했다. 100%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등 교육실험은 참신한 것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취임 이후 4년간 정년 심사를 받은 교수 중 24%를 탈락시켜 대학사회의 철밥통 문화를 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남표 신드롬’까지 몰고 왔다.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도 지적했듯 카이스트 개혁은 대학개혁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개혁의 길은 아직 멀다. 지금 와서 물러선다면 카이스트는 ‘보통대학’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 총장 개인의 일방통행식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서남표식 개혁’의 큰 틀은 옳다고 본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치고 경쟁을 소홀히 하는 대학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국의 이공계 명문 칭화대는 ‘인재500’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청년학자 100명을 ‘링쥔(領軍·챔피언)인재’로 육성하는 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되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렇게 개혁정책이 후퇴하면 취임 당시 10년 안에 MIT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종용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또한 “이공계 학생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한번 후퇴한 제도는 다시 세우기 어렵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경쟁의 가치를 외면하는 조치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 [열린세상] 진정한 대학개혁이란/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진정한 대학개혁이란/장제국 동서대 총장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로 ‘서남표식 개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그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적잖은 대학에 개혁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도 대서특필하면서 그의 개혁에 찬사를 보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서남표식 개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서 그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보다 작금의 대학 개혁 바람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이번 사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세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특정 대학들의 개혁이라는 것이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떠할지에 대한 인내적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유명대학이나 유명인이 일으키는 개혁의 시작만 보고 그 개혁이 이미 성공한 양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새로운 리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얼마든지 개혁을 일으킬 수 있다. 그것은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새로운 시도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해도 반드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이라는 것은 제조업과 달라서 프로그램이 달라졌다고 해서 금방 우수한 졸업생이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데도 실험실 연구에서 임상실험을 거쳐 약효 입증에 이르는 데 약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물며 100년 대계라는 교육은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을까. 아직 아이디어 수준의 대학 개혁 실험을 처음부터 찬양 일색으로 장식했던 것이 오히려 지금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학 개혁이라는 것이 초래하고 있는 또 다른 획일화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대학은 상아탑이 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세이다. 그러나 상아탑도 있어야 한다. 대학마다 설립 취지가 다르고 설립 형태가 다른데 어떻게 모두 똑같은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가 말이다. 특히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은 인기 없는 기초학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해 국가 균형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는 상아탑이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사립대는 건학 이념에 맞춘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지역대학의 개혁은 지역 발전에 얼마나 공헌을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미국의 주요대학 평가가 대학 형태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 개혁도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국 수년 후 획일화된 우리 대학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셋째, 대학 개혁의 의미를 오직 경쟁 강화로 보는 시각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대학이란 영어로 유니버시티(university)이다. 즉, 인간의 전체(totality)를 완성해 가는 전인(全人)교육을 하는 곳이다. 어떠한 교육을 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만들 것인지가 대학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만 가르치고 경쟁에서 이기는 습관만 익히게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사는 방법과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 때 앞으로의 사회는 자신의 이익만 좇는 삭막한 사회로 변화될 것이다. 누구도 그러한 냉혈적 사회를 원치 않는다. 넷째, 미국이나 선진국에 맞는 대학 형태가 꼭 우리나라에도 맞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대학교육은 미국이라는 사회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오랜 세월의 산물이다. 물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철저히 한국화해서 한국민들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 할 것이다. 그래야 독특한 대학으로서 세계대학의 반열에 낄 수 있을 것이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일부 큰 대학들의 ‘대학 개혁’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성에 힘입은 ‘개혁실험’의 대서특필에 지나지 않는다. 개혁에 대한 평가는 꼭 당대에 내릴 필요가 없고 또 내릴 수도 없는 것이다. 차분히 그 ‘개혁’이 10년, 20년 후의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관심의 초점이 옮겨질 때 ‘대학 개혁’이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더 무거워질 것이다. 평가는 뒤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 “서총장 개인의 책임 아닌 모두의 책임”

    “서총장 개인의 책임 아닌 모두의 책임”

    카이스트 학생·교직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라’(ara)가 서남표 총장 비판에서 지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 11일 ‘아라’에서 ‘위클리 베스트’로 뽑힌 글은 03학번 졸업생이 올린 ‘서남표 총장님 힘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서 총장이 시스템을 잘못 만들어서 학생들이 자살한 것 같으니 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지난 9일 ‘ourhelp’라는 필명으로 작성, 이틀 만에 3377회나 조회되고 204회 추천됐다. 그는 “이번 자살 문제는 서 총장만의 책임이 아니라 카이스트인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총장·교수·학생들이 잘 협력해서 더 좋은 카이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tirori’라는 필명의 학생이 올린 ‘나는 카이스트를 사랑함’이라는 글은 ‘투데이 베스트’에 뽑혔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서남표월드 사회적 타살’, ‘자살바위 KAIST’ 등 서 총장의 학교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날은 찾기조차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이스트 교직원은 “지금까지 침묵했던 다수의 학생이 서 총장 퇴진 여론이 일자 자기 의견을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마녀사냥식으로 내쫓기보다 이성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KAIST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이날 협의회 총회에서 결의한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1단계 방안으로 KAIST혁신비상위원회의 구성을 총장에게 촉구하기 위해 전 회원을 상대로 한 온라인 투표에 들어갔다. 교협은 이 투표에서 회원 과반수가 지지할 경우 서 총장으로부터 KAIST혁신비상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견해를 13일 정오까지 밝힐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교협은 이 같은 지지를 총장이 거부할 경우 14일로 예정된 총회에서 총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사퇴 뜻 없다…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총장은 최근 잇따른 학생 및 교수의 자살사태와 관련, 용퇴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자살 배경으로 지목되는 ‘징벌적 등록금제’는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석달 새 학생 4명, 교수 1명이 자살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지금은 당면한 문제가 많아 대책을 마련하는 시기”라며 “교수, 학생들과 얘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개혁의 걸림돌이 서 총장’이라는 지적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 총장은 성적에 따라 학자금을 차등 부과하는 ‘징벌적 등록금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만나 제도를 없애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가 학생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과목을 다 영어로 강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어·영어로 동시에 가르쳐 학생이 원하는 대로 택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일본에서 영어 하나도 모르고 미국에도 한번 안 갔지만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꼬집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개혁 평가에 대해 “잘했다고 보지만 고칠 건 고치겠다.”고 말했다. 상대평가 등의 학점 방식은 “(학교가) 교수한테 어떻게 성적을 주라는 지침은 없고 교수 마음대로 주게 돼 있다.”며 “학교 방침은 절대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수 임용 및 학생 선발 과정에서 인사 절차를 어겼다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억울해했다. 회의 직후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사퇴촉구 결의안을 상임위에 공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간사 서상기 의원은 “지켜보겠다.”며 유보 입장을 보였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서 총장을 사퇴시키라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 “총장 해임은 법 절차상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김효섭·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전공 과목만 영어 강의… 학사경고 2개 학기 면제

    전공 과목만 영어 강의… 학사경고 2개 학기 면제

    카이스트(KAIST)가 영어강의 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12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2007년부터 학부과정 모든 전공과목과 일부 교양과목에 대해 실시돼 온 영어강의가 앞으로는 전공과목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교양과목과 기초 필수과목은 우리말 강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초 필수과목은 영어강좌가 병행 개설된다. 카이스트는 또 학부과정 학업부담을 20%가량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학생참여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이와 함께 평점 2.0 미만의 학생들에 대한 학사경고도 입학 후 2학기 동안은 면제된다. 그동안은 성적이 나쁘면 무조건 학사경고가 내려졌다. 또 현재 학생상벌위원회, 등록금위원회, 식당운영위원회 등 학생 관련 위원회에만 국한됐던 학생참여 폭도 확대되며 재수강이나 계절학기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 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해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 밖에 상담센터 인력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고 학생 인성검사와 정신건강 케어프로그램 등도 강화된다. 앞서 KAIST는 평점 3.0 미만의 학생들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 부과해 오던 수업료를 학부생에 대해서는 성적에 관계없이 4년간 면제하는 한편 연차초과자에 대해서만 국립대 수준의 수업료를 부과키로 제도를 조정했다. 이 같은 개선안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대전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金총리 “원전정책 포기 못한다”

    金총리 “원전정책 포기 못한다”

    국회는 11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을 통해 카이스트 학생 자살 사건, 국내 원자력 발전의 안전 문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논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부는 원자력 에너지 정책은 수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한 것은 대비극”이라면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된 뒤 책임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면서 “방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교육 개혁에 긍정적 역할을 많이 한 분이며 오는 15일 이사회에서 이를 종합 검토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독일은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히 없애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이면 임시 폐연료봉 저장소도 꽉 차는데 아직 입지 선정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이렇다 할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 온 원자력 정책을 폐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명(30년)이 다 된 고리 1호 원전의 중단, 폐쇄 주장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오래된 건물이지만 골조를 전부 새로 했기 때문에 20년 전에 지어진 원전보다 안전하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 신설 방안에 대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회에 두는 방안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분산 배치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과학벨트 분산 배치야말로 과학자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도 “민심 수습용 쪼개기는 과학계의 우려”라며 가세했다. 군 복무 중인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이자와 관련해 김 총리는 “올해라도 군 복무 대학생의 이자 부담 부분을 꼭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학자금 지원, 근로 장학금 등에 대한 추가 경정 예산은 “특별히 계획한 게 없다.”고 답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카이스트 어디로]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 “서총장 통리적 권한이 독단 불러”

    [카이스트 어디로]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 “서총장 통리적 권한이 독단 불러”

    “카이스트(KAIST)는 총장의 권한이 너무 막강합니다. 정관에서도 총장이 모든 것을 ‘통리(統理)’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이스트 사태와 관련해 한상근(55)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11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통의 부재가 학교를 이런 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통리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통치(統治)’와 같은 의미로, 한 교수는 이 단어를 학교 정관에서 처음 봤다며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10여년 전 교수평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는데 아직까지 총장이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참모격인 보직교수들이 직언을 못한 채 총장의 입만 보고 무조건 따르고 있어 서 총장의 일방통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남표식 개혁 정책’과 관련해 한 교수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교수들이 미국 유학시절 해외에서 경험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운용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개혁의 방향은 맞지만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100% 영어강의’를 예로 들었다. 한 교수는 “외국인 교수나 교포 출신 교수를 뽑아서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자는 게 구성원들의 의견이었지만 서 총장은 여론수렴 없이 기존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하도록 밀어붙였다.”면서 “학과 평가 때 영어강의 여부를 비중 있는 기준으로 삼으니까, 영어가 서투른 교수들도 영어로 수업을 했고, 그러니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강의는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인 접촉’을 단절해 버리고, 이미 많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등등록금제와 관련,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등록금 격차가 최고 750만원까지 나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폐지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제도 역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나이 많은 교수들이 후배 교수들에게 추천서를 써 달라고 사정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등 부작용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해선 단호한 어조로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등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 총장은 아직 사퇴할 뜻이 없어 보이지만 카이스트가 변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람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카이스트 어디로] “후배들이여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은 축복… 좌절말라”

    [카이스트 어디로] “후배들이여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은 축복… 좌절말라”

    “공부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획일적이고 불쾌한 기준으로 학생을 분류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하는 것이 있어도 평가기준에 없다고 해서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시험을 잘 보는 능력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공부를 정말 처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이겨 내야만 노력에 대한 성공의 희열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실패의 처절함 때문에, 그리고 자존심에 굴복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선 안 된다. 나의 실패를 함께 나눌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김서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메카닉스센터장· 카이스트 기계공학 88학번) 재학생들의 잇따른 자살과 이를 둘러싼 책임공방으로 카이스트가 창립(1971년) 40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부러움을 사는 ‘영재의 요람’에서 ‘천재의 무덤’으로 전락한 모교. 졸업생들의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후배들이 받는 상처와 그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선배들이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마음, 그것은 무엇이 됐든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절하다고 공부에 지지 마라.” 김병준(기계공학·91학번) KTB투자증권 이사는 당장 ‘눈앞의 성적’에만 매몰돼 스스로 침잠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좀더 먼 미래를 그려 보라고 했다. 그는 “기계공학과 출신인 내가 금융분야에서 일하는 것처럼 학창시절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나씩 착실히 해 나가되 당장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예전에 지도교수께서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는 20대보다는 30~40대라고 하셨던 말씀의 의미를 나도 이제서야 겨우 깨닫고 있다.”면서 “어렵고 힘들겠지만, 지지 말고 무조건 버텨 내야만 결국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동료 선후배를 격려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라.”면서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미래의 조력자를 만드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현(물리학·91학번) 충북대 교수는 “카이스트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미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하위권의 학부 성적을 받고도 노력해서 국내외 굴지의 대학교수가 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 성공한 선배들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학창시절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과정일 뿐이고, 어려운 시기는 나중에 꼭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보상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상진(물리학·95학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학사경고에 따른 퇴출제도나 학점에 따른 부담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학창시절에도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그러나 “내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면 지금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도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당하면 맞서 싸우는 용기 필요”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당당히 맞서 싸우라고도 했다. 이종해(생명화공과·대학원 86년 입학) 한국오라클 상무는 “물리나 수학 점수를 못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점수에 모든 가치를 두는 것은 후배들의 시야가 예전보다 좁아지도록 누군가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실이 후배들로 하여금 인생에서 낙오했다고 생각하도록 몰아가고 있다.”면서 “카이스트가 아무리 특성화된 대학이라고 해도 대학, 특히 학부는 어디까지나 적성과 재능을 찾는 곳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병준 이사는 “부당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 학생의 권리”라면서 “1999년 봄, 카이스트를 과학기술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정부안에 대해 카이스트 재학생들과 유럽에 있던 나를 포함한 전세계의 카이스트 동문들이 힘을 합쳐 불합리한 방안을 철회시킨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등록금 문제는 일방통행의 결과 벤처인들의 대부로 불리는 이민화(대학원 전기과·대학원 76년 입학) 한국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벤처정신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교육, 등록금 문제는 학교와 학생이 어느 수준이 적합한가에 대한 균형점을 찾지 않은 일방통행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오랜 세월 경험한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은 축복’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건형·맹수열기자 kitsch@seoul.co.kr
  • KAIST 대책위 정재승 교수 “힘들땐 방문 두드려라···획기적인 안 마련하겠다”

     올 들어 4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정재승(바이오 및 뇌공학과)교수는 11일 트위터에 “네번째 학생을 자살로 잃자 더이상 어떠한 말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교수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런 마음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서남표 총장 혼자만의 책임이겠느냐.”면서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경쟁과 협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세상에 대한 연민 모두이며 일견 모순돼 보이지만 모두 소중하다.”고 적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 일원으로 KAIST가 국민의 기대 이상으로 획기적인 창의적인 교육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애정 어린 눈으로 기다려 달라. 카이스트는 우리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 달 30일 트위터에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뿐이고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학생들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면서 “힘들 땐 제발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달라.”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위기의 KAIST’…학생 4명 자살 이어 교수도 목매

    ‘위기의 KAIST’…학생 4명 자살 이어 교수도 목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이 자살한 데 이어 교수가 목을 매 숨졌다. 10일 오후 4시쯤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에서 KAIST 박모(54)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아내는 “남편이 오늘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내려와 보니 아파트 안에서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방의 가스배관에 목을 맨 상태였다. 박 교수는 최근 교육과학부의 종합감사 결과에서 연구 인건비 등의 문제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가 숨진 현장에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A4용지 3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박 교수는 1996년 KAIST에 부임해 2007년 영년직 심사를 통과했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로 알려졌다. 지난 해 2월에는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교수로 선정됐으며 지난 1월에는 ‘올해의 KAIST인상’에 뽑혔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최근 잇따라 자살한 KAIST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ST에서는 지난 1월 8일 전문계고 출신 ‘로봇영재’ 조모(19)군이 성적 등을 비관해오던 중 학내에서 자살하는 등 올해 들어 학생 4명이 목숨을 끊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카이스트 총장 비판 확산속 15일 긴급 임시이사회

    카이스트(KAIST)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5일 열리는 카이스트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카이스트에 따르면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오는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이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자살사건과 관련한 현황 보고와 함께 학교 측이 내놓은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심을 끌고 있는 서 총장의 해임 등에 관한 건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한 카이스트 기획부장은 “오 이사장의 지시로 이사회 안건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자살사건과 관련한 안건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이스트 정기 이사회가 아닌 임시 이사회가 급히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이 이사회에 보고할 내용에는 지난 8일 열린 서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간담회뿐만 아니라 12일 오후에 있을 예정인 2차 간담회, 11~12일 이틀간 휴강을 하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토론회 등에서 나오는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미국의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서 총장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학생들이 다시 술렁였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교과개혁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1학년생 이모(21)군과 가진 지난 5일 면담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 총학생회(회장 곽영출)는 이날 하루 종일 회의를 했다. 서울대에 이어 카이스트 교수들도 서 총장의 퇴진론을 거론했다. 한상근 카이스트 수학과 교수는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네번째로 자살한) 지난 7일 사퇴하는 것이 적절했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 시기를 놓친 듯하다. 영어수업 대신에 일정 수준의 토익(TOEIC) 점수를 요구하자. 이 글을 쓴 이유는 친구들로부터 ‘애들 좀 그만 죽여라’는 소리를 들어서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세계적 생명공학자 박태관 교수 자살… 
카이스트 계속되는 비극

    세계적 생명공학자 박태관 교수 자살… 카이스트 계속되는 비극

    올 들어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물의를 빚고 있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명공학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수의 자살은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 등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자살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서남표 총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면서 카이스트를 ‘자살 충격’에 빠뜨렸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박태관(54) 교수가 10일 오후 4시쯤 충남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엑스포아파트 15층 자신의 집 주방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박 교수의 아내 손모(53)씨는 “남편이 오늘 서울 집으로 오기로 한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대전으로 급히 내려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강 때문에 1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다. 박 교수가 숨진 현장에서는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아내 손씨에게 남긴 유서 3장이 발견됐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에서 연구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된 이후 최근 학교 징계 및 검찰 고발을 통보받은 상태였다. 그는 2007년 영년직(정년보장직) 심사를 통과했으나 이마저 취소를 앞두고 있었다. 학교 측은 “박 교수의 자살은 최근 학생들의 자살로 주목받고 있는 학교 제도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1월 영광스러운 ‘올해의 카이스트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생체고분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인정받는 학자였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종신교수’ 놓친 석학의 자살

    ‘종신교수’ 놓친 석학의 자살

    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이어 세계적으로 이름난 교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카이스트(KAIST)가 ‘연쇄자살’ 충격에 휩싸였다. 학교 측은 박태관(54) 교수의 자살이 연구비 유용과 관련된 것이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제도나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밝혔으나 끊이지 않는 비극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카이스트에 대한 정부 감사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10일 발견 당시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 주방 가스배관에 압박붕대로 목을 맨 상태였다. 경찰은 1차 검안결과 새벽 3시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자살 흔적 외 특이한 점이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교수는 아내 손모(53)씨가 대학원 등에 다니는 자식들 때문에 서울에서 함께 살아야 해 혼자 대전에서 지내면서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가거나 가족이 대전으로 내려왔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연구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돼 징계 및 검찰고발 통지를 전해 듣고 괴로워했다고 동료 교수들은 전했다.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연구를 돕고도 매우 적은 인건비를 받았고, 이는 일부 교수들이 연구인건비를 횡령한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희경 카이스트 기획처장은 “박 교수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박 교수는 카이스트 정년보장직 선발 과정을 통과해 감사 적발사항이 없었다면 정년 때까지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년직(정년보장직·테뉴어) 심사제도는 최근 학생 자살로 문제가 되고 있는 차등 등록금제, 100% 영어수업 등과 함께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으로 각광을 받던 제도다. 박희경 기획처장은 “이 정년보장 교수 심사제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2006년 서 총장이 부임한 뒤 심사기준이 크게 강화됐다.”고 밝혔다. 서 총장 부임 후 ▲학자의 세계적 영향력 여부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등에 실릴 정도의 논문의 수준과 양 ▲강의 평가 질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기준 때문에 교수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수로 채용되면 남녀 차이를 둬 8~10년 사이에 테뉴어 자격을 얻어야 하는데 심사에서 탈락하면 1~3년 안에 재심사를 받아야 하거나 이직해야 한다. 그 전에는 계약직 형태로 있기 때문에 교수들은 이 제도에 불만이 컸고, 스트레스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2007년 9월 테뉴어 심사에서는 신청자 35명 가운데 15명이 탈락하는 등 4년간 정년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중 24%가 탈락했다. 카이스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65세 정년이 보장된다. 숨진 박 교수는 2007년 이를 통과했다. 박 교수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학생자살 사태 수습에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던 카이스트는 주요 보직교수들이 급히 학교로 나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당황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특히 박 교수는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의 카이스트인상’까지 받은 세계적인 학자여서 충격은 한층 더했다. 한 보직교수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이제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학년 학생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설] 카이스트 개혁 부작용 막을 전략 모색하라

    한국의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그제 휴학 중인 카이스트 학생이 인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들어서만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벌써 네번째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꿈을 활짝 펼쳐야 할 젊은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가족과 사회, 나라의 비극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성적 부진에 따른 심적인 부담과 소위 ‘징벌적 수업료’가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란 과학영재들이다. 이들 간에도 경쟁을 하다 보니 하위권은 나올 수밖에 없다. 서남표 총장은 지난 2006년 7월 취임한 뒤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워 성적이 4.3 만점에 3.0 미달인 경우 학기당 최고 600만원을 ‘징벌적 수업료’로 내도록 했다. 100% 영어수업도 밀어붙였다. 지난해만 해도 전체 7805명의 학생 중 12.9%인 1006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수업료를 냈다. 지난 1971년 과학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카이스트 학생들은 서 총장 취임 전까지는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 서 총장은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지난 4년간 148명의 교수 중 24%나 탈락시켰다.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카이스트는 2006년에는 198위에 그쳤으나, 2009년에는 69위, 2010년에는 79위에 각각 올랐다. 서 총장이 추진한 정책의 성과로 볼 수도 있다. 대학개혁의 상징으로도 불리는 카이스트의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경쟁시스템 자체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을 계기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카이스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징벌적 수업료를 없앴다. 한국말로도 어려운데 100% 영어로 강의를 한 것도 잘못이다. 특히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와 전문계고 출신은 용어도 익숙하지 않은데 영어로 강의를 한다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유행처럼 영어 강의를 하는 다른 대학들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카이스트는 심리치료와 인성교육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우수학생들의 창의력·잠재력을 신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비단 카이스트 학생뿐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은 지혜롭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 [씨줄날줄] 기업가 정신/주병철 논설위원

    고(故) 정주영(1915~2001)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은 생전에 삼성그룹을 생각하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고 한다. 반도체 사업을 왜 간파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이었다. 고(故) 이병철(1910~1987) 전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에 현대그룹의 자동차사업을 늘 부러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눈독을 들였던 사업은 각각 세계 굴지의 반도체회사로, ‘글로벌 빅5’를 목표로 뛰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혜안이 놀랍다. 정 전 명예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 한 곳도 인수·합병(M&A)하지 않고 직접 세웠다는 데, 이 전 회장은 인재 양성과 사업보국(報國)이란 기업경영정신을 실천해 왔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이른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구현이다. 이 정신은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처음 주창한 이후 기업가들이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을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한양행의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유일한(1895~1971)이 기업가정신을 실천한 1호로 꼽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철한 납세정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혁신정신 등이 당시로서는 선구자적인 표상처럼 여겨졌다. 조선업에 도전하기 위해 500만분의1 지도와 백사장 사진으로 차관을 따낸 정 전 명예회장, 의대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컴퓨터 백신을 만들어 네티즌들에게 무료로 내준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등도 기업가정신의 계승자로 꼽을 수 있다. 철저한 구조조정, 인재제일주의, 혁신주의 등으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그룹을 1등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 전 회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기업가정신의 수호자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이 처해 있는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뀐다. 강한 도전정신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가정신이 실종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업가 2세, 3세들은 선대(先代)에서 키워놓은 가업을 지키는 데 급급한 듯이 비치고 있다. 신수종 사업 발굴보다 안전운행에 촉각을 더 곤두세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그제 순탄치 않은 과정을 딛고 20년 만에 충북 청원군 오창테크노파크에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을 준공했다고 해서 화제다. 모처럼 기업가정신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중소·벤처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발족시켰다. 사라져 가는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다시 한번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또 자살… 카이스트 패닉

    카이스트 학생이 또다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7일 오후 1시 20분쯤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2학년 휴학생 박모(20·수리과학과)씨가 숨져 있는 것을 요구르트 배달원 박모(42·여)씨가 발견했다. 박씨는 “배달하러 가다 보니 누군가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채 쓰러져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는 앞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뒤 지난 6일자로 휴학한 상태이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타살 혐의가 없는 점으로 미뤄 자살로 결론을 지었다. 아파트의 21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창문 밑에 박씨의 점퍼와 지갑, 휴대전화, 우산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학업 경쟁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네 번째 자살 소식이 전해진 뒤 서남표 총장은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성적 부진 학부생들에 대한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KAIST, ‘징벌적수업료’ 대폭 손질…8학기에 졸업못한 학생 전액납부는 유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논란이 돼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징벌적 수업료’가 대폭 조정될 전망이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2007학년도 학부 신입생부터 적용돼 온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부과제도를 다음 학기부터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에게 부과되는 한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600여만원의 수업료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 조정안은 학내 구성원 동의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부생에 대해서는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가 부과돼 왔다. 지난해에는 전체 학생 7805명 중 1006명(12.9%)이 1인당 평균 254만여원씩의 수업료를 냈다. 수업료를 낸 학생의 비율은 2008년 4.9%, 2009년 8.0% 등 해마다 상승해 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학부생들이 잇따라 자살을 하면서 징벌적 수업료 부과제도 등 서 총장이 도입한 경쟁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학점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는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면서 ”숫자 몇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또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경쟁을 하려고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학생들을 경쟁시킬 생각 대신 학생들에게 얼마나 더 가르쳐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열정을 깎아내리면서 경쟁만 유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부실한 기초과학 극복 위해 융합학문 개척”

    “부실한 기초과학 극복 위해 융합학문 개척”

    “융합과학 분야를 개척해 부실한 기초과학을 살리고 싶습니다.” 안철수(48)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석좌교수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다음 학기부터 서울대에 둥지를 틀고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직을 맡는다. ●아내도 서울대 로스쿨로 함께 옮겨 안 교수의 아내 김미경(47) 카이스트 교수도 서울대 로스쿨로 자리를 옮긴다. 안철수연구소는 5일 “안 교수가 융합학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서울대의 교수직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현재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생명공학기술법 등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도 같은 학교 로스쿨에서 의학·법학의 융합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지난 2월부터 안 교수에게 디지털정보융합학과 교수직과 융합과학기술원대학원장직을 맡아 달라고 제의해 왔다. 안 교수와 카이스트의 교수직 계약은 다음 달 종료된다. 안 교수가 카이스트를 떠나 서울대에 둥지를 튼 것은 안 교수의 평소 소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실한 기초과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융합학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안 교수가 일본 등 선진국은 기초학문이 많이 발달해 국가 발전의 큰 동력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서울대의 제의를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안 교수가 이제까지 보여준 도전 정신이 이번에도 발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에서 컴퓨터 보안프로그램 개발자로, 다시 경영자와 교수로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해 온 안 교수가 이번엔 융합학문이라는 새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나라의 융합학문은 2009년에야 서울대에 관련 대학원이 생길 만큼 미개척 분야다. 윤의준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 부원장은 “서울대 측은 안 교수가 의학, 정보통신, 경영 등 다양한 학문을 경험한 최적임자라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제의를 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학문 분야인 만큼 우리나라가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안 교수가 이번에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새학기부터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맡아 안 교수는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 정보보안 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키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학석사, 같은 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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