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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세 때 美대법관 지명자에게 성폭행” 51세 여교수 신원 드러내

    “15세 때 美대법관 지명자에게 성폭행” 51세 여교수 신원 드러내

    미국 대법관 후보 지명자로부터 10대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피해 여성이 직접 자신의 신원을 밝히며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고발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크리스틴 블래시 포드(51)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브렛 캐버노(53)가 10대 시절 술에 취해 자신을 침대로 몰아 넣고 옷을 벗기려 했다고 폭로했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2년 고교생이던 15세 때,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조지타운 예비학교에 재학 중이던 두 살 위 캐버노로부터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증언은 차마 지면에 못 옮길 정도로 구체적이다. 술에 취한 채 두 남자 고교생이 자신을 침실로 몰아붙였는데 캐버노는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을 완력으로 제지하려고 했다. 역시 만취한 다른 캐버노의 친구가 둘이 뒤엉켜 있는 위로 몸을 날렸고 남자들 셋이 드잡이를 벌이는 덕에 포드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포드는 “캐버노가 우연히라도 날 살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일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했던 카바나흐는 지난주 처음 이 문제가 폭로되자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상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그의 지명 투표를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포드는 자신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더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캐버노를 지명하자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며 곧바로 같은 지역구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애나 에슈를 만나 털어놓았고 나중에 파인스타인 의원에게 편지를 썼다. 포드는 자신이 직접 증언하기 전까지는 비밀을 지켜달라는 자신의 요청을 다른 사람들은 무시했지만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켜 신뢰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본 뒤 성명을 발표, “포드가 자신의 얘기를 공유하려고 결정한 것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해내고 있다. 이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에 달려 있다. 상원이 이 지명자에게 조치를 취하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법상위원장인 척 그래슬리(공화) 의원은 “캐버노 법관은 1993년부터 올해까지 여섯 차례나 FBI의 철저한 검증 조사를 통과했으며 익명의 주장을 포함해 어떤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고 적극 옹호했다. 법사위는 이번 주 상원 전체 표결에 부칠지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캐버노 지명자는 원래 유산 등에 대해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있지도 않은 車 압수수색… 20대의 6년을 피고인으로 살았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있지도 않은 車 압수수색… 20대의 6년을 피고인으로 살았다

    2013년부터 6년, 나청년(27·가명·유학생)씨의 20대 절반 이상이 허비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문 현 관세청장이 당시 부장)가 2013년 11월 발표한 ‘미국 대입시험(SAT) 기출문제 유출 수사’에 연루된 피고인 24명(법인 포함) 중 한 명이 되면서다. 청년씨의 재판은 1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소유지용 핵심 증거를 재판에 제출 못하자 꼼수를 쓴 검찰, 검찰이 공소유지 논리를 찾을 때까지 무한정 대기한 법원 때문이었다. 법원은 검찰 사정은 살뜰하게 봐줬지만, 긴 재판 때문에 미국 대학 학기가 열릴 때마다 재판부에 여권 발급 허가를 새롭게 받아야 했던 청년씨 사정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나마 6년 동안 별별 검·판사의 행태를 본 게 인생공부는 됐다. 정식 사법 공조 대신 김앤장을 통해 받은 미국 기업의 문건을 법정 증거라며 밀어붙인 검사, ‘재판이 길어지면 피고인 손해’라며 슬쩍 검사 편에 서던 판사…. 공통점도 찾았다. 기소했지만 증거가 없을 경우 피고인의 범행 인정(자백)을 유도해서라도 유죄로 만들겠다는 결의, 임수빈 변호사가 저서에서 ‘무오류의 신화에 갇혀 잘못을 반성·번복하지 않는 검찰’이라고 비판한 지점을 청년씨는 직접 겪었다.20대 초반 청년씨는 미국 명문대 7곳에 이미 동시 합격했지만, 장학금을 받아야 했기에 SAT 성적을 더 높이려 공부 중이었다. 문제은행 출제 방식인 SAT를 대비하려면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야 했기에 청년씨는 수백만원을 들여 SAT 시험지를 제공받는 방법을 알게 됐다. 수백만원이 부담이 된 청년씨는 한 어학원 장터 게시판에 기출문제 시험지를 판매한다고 올린 뒤 수십만원에 시험지를 판매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다시 SAT 시험지를 구했고, 이것을 또 되팔았다. 검찰은 SAT 시험지 거래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봤다. 이들이 기출문제를 거래함으로써 미국 칼리지보드사가 보유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다. 검사는 2013년 11월 작성한 공소장에서 ‘2010년쯤부터 2013년 3월쯤까지 또 다른 상위 기출문제지 판매 브로커로부터 SAT 기출문제지를 입수해 총 358회에 걸쳐 2억여원을 받은 후 자신의 이메일을 통해 SAT 기출문제지를 제공함으로써 영리를 목적으로 칼리지보드의 저작권을 복제, 배포해 침해했다’며 유학 준비 중이던 청년씨를 ‘브로커’로 규정했다. 기출문제지를 보낸 뒤 당시 같이 살던 할머니 명의 계좌로 돈을 받은 것을 검찰은 ‘차명계좌를 활용했다’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거래 내역까지 모두 범죄금액에 포함시켰다고 청년씨는 기억했다. 범죄액을 2억여원으로 정한 검찰은 청년씨가 사치스럽게 돈을 탕진했을 것이라고 짐작, 청년씨의 자동차 등을 압수물 목록에 기재했지만 20대 유학준비생에겐 애당초 자동차가 없던 터라 ‘있지도 않은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더욱이 검찰은 내사 중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수사 전 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허용되면 안 된다. 이 대목은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공방의 불씨가 됐다. #공판준비절차는 공판기일 전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사 측이 주장 요지·증거 목록 등을 협의하기 위해 여는 심리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266조 12에선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친 뒤 3개월이 지난 때 공판준비절차를 종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SAT 기출문제 유출 재판의 공판준비절차는 31개월 동안 4차례 판사가 바뀌며 9차례 진행돼 형사소송법에 위배됐다. 대대적인 수사 결과 발표와 함께 기소가 단행됐지만, 재판은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려면 ‘원본’과 ‘침해물’을 대조해 검증해야 하는데, 검찰이 ‘원본’인 SAT 시험지를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로부터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담당 판사들은 하나같이 “원본이 없으면 공소기각(무죄 선고)을 하겠다”고 검찰 측에 으름장을 놓았지만, 검찰이 증거 확보를 못한 채 재판을 지연시킨 2년 7개월 동안 ‘무죄’를 결단한 판사는 없었다. 사건을 방치했다 1~2년 뒤 정기인사·사무분담 재배치로 재판부 교체가 4차례 이뤄졌다. 피고인 24명의 변호사들은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푼 기출문제들이 원본 문제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을 거듭했다. 결국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만에야 미국에 형사공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검찰은 SAT 문제 저작권자인 칼리지보드가 아니라 SAT시험 관리감독 업체인 ETS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형사공조협정에 따라 미국 FBI가 2016년 3월 미국 ETS 직원을 인터뷰한 조사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이 조사에서 ETS는 “SAT 원본을 보내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SAT 기출문제 유출 수사에서 검찰이 피해자로 규정한 칼리지보드와 ETS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저작권법 침해 사건 처리 방식이 다른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TS 측 미국인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미국에서는 이런 (저작권 침해 관련) 것은 민사소송으로 다룬다”며 고소하지도 않은 저작권 침해 사건을 한국 검찰이 수사해 형사재판을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간이공판제도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자백)하는 사건 재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법정에서 증거조사 절차를 생략하는 제도다. 검사가 증거를 제시하고, 피고인 측이 반박하거나 설명하는 증거조사 절차 없이도 형사재판을 하게 만든 이 제도는 유신 시절인 1973년 1월 도입됐다. 사법 공조를 통해 SAT 시험지 원본 확보가 불가능하게 되자, 검찰은 다른 방식으로 과거 SAT 문제지 확보를 시도했다. 이와 관련된 미국 ETS 자료는 로펌인 김앤장을 통해 검사실에 전달됐다. 이렇게 편법으로 전달된 자료 역시 원본은 아니었다. 변호인들은 김앤장을 통해 검찰이 자료를 확보한 경위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한편 재판 증거는 법정에 제출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사와 판사는 자료 분량이 많다며 피고인과 변호사가 검사실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게 했다. 이때부터 검찰과 법원은 피고인들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검사는 피고인별로 적용된 기출문제 유출 건수를 줄여 주겠다고 회유했고, 판사는 “미국(ETS)에서 자료를 변호사를 통해 보내와 제출을 하나, 미국에서 바로 (사법 공조로) 제출을 하나,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고 공판에서 말하며 검찰의 편법적 증거 제시를 두둔했다. 재판을 장기화시킨 장본인인 법원과 검찰은 또한 “재판이 길어지면 피고인이 힘들다”며 혐의 인정을 종용했다. 결국 청년씨를 제외한 23명의 피고인이 재판에 불려다니는 고단함을 못 이겨 차례차례 벌금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자백한 사건에만 활용되어야 하는 ‘간이공판제도’를 적용해 법원은 ‘피고인들이 검찰 증거를 수용했다’는 전제하에 검찰 증거가 적법한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피고인별로 수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결국 법원의 도움을 받아 검찰은 23명의 피고인을 제압했다. 유일하게 간이공판제도 수용을 거부하고 검찰과 싸우겠다며 남은 1명인 청년씨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압박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다음 회에선 공동 피고인 24명 중 유일하게 검찰·법원의 회유를 거부한 뒤 유학생 나청년씨가 새롭게 경험한 압박 수단,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3년 연속 부당함을 지적받은 이 사건 재판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는 원인인 검찰의 ‘무오류 신화’를 파헤칩니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드러난 신형 무기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결국 ICBM은 등장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특사단 파견에 북한은 처음으로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이라는 카드로 화답했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SNS를 통해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매우 긍정적인 성명(statement)이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간 북한은 열병식 때마다 최신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던져왔지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으로 상당수의 전략무기를 뺀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열병식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열병식에 등장한 ‘재래식’ 무기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북한이 던진 메시지는 국제사회에게는 ‘평화’, 대한민국에게는 ‘압박’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더 적절할 듯 하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자신들의 재래식 군사력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종과 부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전투복과 개인화기, 방탄복과 광학장비 등을 착용하고 등장했으며, 기계화부대와 포병부대 역시 기존의 낙후된 북한군과는 거리가 먼 신형 장비들로 무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병 제대의 선두에 선 장비는 북한군의 신형 전차 선군호였다. 선군호 전차는 북한이 2005년부터 약 900여대를 생산했다고 알려진 두 종류의 신형 전차 중 하나로 한국군의 K-1 전차를 근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신형 125mm 주포와 대전차미사일, 지대공 미사일까지 갖춘 북한군 최강의 전차다. 장갑차 제대에서는 우리 군의 최신형 K151 소형전술차량과 흡사한 신형 전술차량은 물론, 신형 차륜형 장갑차와 여기에 신형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화력지원차량, 122mm 방사포를 탑재한 자행방사포도 등장했다. 지난 2012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이 차륜형 장갑차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10여 대를 입수해 이를 역설계한 M2010 장갑차로 기존의 노후 장갑차들을 대체해 병력수송용, 지휘용, 화력지원용 등 다양한 파생형이 제작되고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대전차 미사일 8발을 탑재한 화력지원용 장갑차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HJ-10 미사일 8연장 발사기를 얹은 ZBD-04A 화력지원차량과 유사한 형상을 가지고 있는 이 차량에는 차체 외부에 미사일 조준 및 유도를 위한 별도의 광학장비가 달려있지 않은데, 이는 우리 해병대의 스파이크 NLOS(Non Line Of Sight) 미사일처럼 발사 전 사전에 표적 좌표를 입력하거나 특수부대가 휴대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의 수단을 통해 미사일을 조준 및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실제 HJ-10 미사일 또는 그 모방형일 경우 북한군은 한국군보다 더 긴 사거리의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한 셈이 된다. 포병 전력 역시 현대화된 장비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월 열병식에 이어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낸 신형 240mm 24연장 방사포는 기존의 M1991 240mm 방사포를 개량한 무기로, 최대 12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수도권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생물탄두와 화학탄두도 탑재 가능하며, 동시에 대량의 로켓탄을 투사하기 때문에 요격도 어려워 수도권 전역을 아비규환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전략무기다. 240mm 방사포의 능력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개발된 KN-09 300mm 방사포는 최대 2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240mm 방사포와 마찬가지로 화학탄두와 생물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개량형인 KN-16의 경우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한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유사시 한국군의 주요 전쟁지휘소와 대부분의 공군기지에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수 있고, 현존 한국군 전력으로는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ICBM보다 더 위협적인 전략무기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이러한 로켓무기 외에도 신형 자주포 2종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K-9 자주포와 닮아 북한판 K-9이라는 의미의 ‘NK-9’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신형 152mm 자주포와 기존 자주포를 개량해 만든 122mm 자주포가 그것이다. 신형 152mm 자주포는 기존 자주포보다 포신이 더 길어졌으며, 완충기도 기존 152mm 자주포의 2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즉, 포구압력과 반동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사거리 연장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체와 포탑은 기존의 북한군 자주포들보다 크게 대형화되어 마치 한국이나 서방 선진국들의 신형 자주포와 같은 외형을 취하고 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보병 장비들 역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특수부대는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 신형 복합소총과 개량형 백두산 권총을 들고 나왔다. 98식 개량형 카빈 소총은 북한군의 주력 화기인 88식 보총(AK-74)에 접이식 개머리판과 대용량 헬리컬 탄창 개량이 이루어졌으며, 휴대가 간편하도록 총열을 짧게 만든 카빈소총 구조를 취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병식에서부터 북한군 특수작전군 병사들이 휴대하고 등장한 신형 복합소총은 98식 보총에 유탄발사기, 사격통제장치와 조준경을 결합한 물건이다. 한국군의 K-11 복합소총과 구조가 매우 흡사해 한때 기무사령부(現 안보지원사령부)에서 K-11 기술유출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실물이 아닌 위력 과시용 목업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대북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이 도대체 무슨 돈과 기술로 이러한 신형 무기들을 확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제재에는 모든 유형의 무기뿐만 아니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자장비나 동력기관도 포함되는데 북한은 보란 듯이 외국산 기술과 부품을 얹은 신형 군사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차나 장갑차 등 군사용 장비에 들어가는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보유한 한국조차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기 때문에 북한은 거의 모든 기갑차량과 선박용 엔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국제제재로 이러한 수입 루트가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형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는 물론 신형 전투함까지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은 UN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한 2006년부터 다양한 유형의 신형 무기체계들을 보란 듯이 내놓고 있다. 신형 디젤엔진과 변속기, 고성능 서스펜션과 완충기, 대형 포탑 구동용 유압장비 등 북한의 공업기술 수준에서 제조가 어려운 부품과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차와 장갑차, 화포들이 끊임없이 공개되고 있는데, 북한이 내놓는 신형 무기체계 대부분은 중국제 장비의 판박이거나 중국의 기술·부품을 이용해 제조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즉, 북한군 현대화의 배후에는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수 차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뒤로는 북한과 이란 등 불량국가에 대량살상무기 부품을 비롯한 UN 금수품목을 대량으로 공급해온 무기상 리팡웨이(李方偉)의 신변을 보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리팡웨이가 중국 랴오닝성 다롄 소재 자신의 사업장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국무부 외교 라인을 통해 그의 신병을 인도해 줄 것을 중극 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수 년째 이를 거부하며 노골적으로 리팡웨이를 보호해 왔다. FBI가 공고한 현상수배 사유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북한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핵연료봉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과 알루미늄 등을 제공해 왔을뿐만 아니라, ICBM 이동식 발사사량(TEL)도 공급하는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즉, 북한은 중국을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하고,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ICBM 등 미국을 겨냥한 전략무기를 빼는 로우키 전략을 취하면서도 UN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중국이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고사(枯死)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를 이용해 특사 및 친서교환, 정상회담 등의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도모하는 영리한 외교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판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는 지금,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던 우리 정부에게는 운전대를 되찾아올 수 있는 묘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영화 ‘오즈의 마법사’ 루비 신발 미국서 도난 13년 만에 집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 루비 신발 미국서 도난 13년 만에 집으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 역을 맡았던 명배우 주디 갈런드의 ‘루비 슬리퍼’가 미국 미네소타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지 1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미 연방수사국(FBI)은 4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브루클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5년 박물관 전시 중 사라진 ‘루비 슬리퍼’ 신발 한 짝을 되찾았다고 발표하고 완벽하게 복원한 신발의 모습을 공개했다. 루비색 구두 형태인 이 슬리퍼에는 안쪽에 주디 갈런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수집가인 마이클 쇼가 소장했던 이 신발은 당시 주디 갈런드의 고향에 있는 박물관에 대여된 상태였다. 이 슬리퍼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소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90년대 세계 최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 출품돼 이미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는 슬리퍼의 현재 가치는 100만 달러(약 11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한 남성이 이 신발의 보험회사에 물건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다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3년 전 도난당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 신발’ 찾았다

    13년 전 도난당한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 신발’ 찾았다

    1939년 개봉한 명작 영화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주디 갈런드 분)가 신었던 '루비 슬리퍼'가 1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지난 2005년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루비 슬리퍼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통해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영화 소품으로 꼽히는 루비 슬리퍼는 ‘오즈의 마법사’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통한다. 영화 속에서는 소용돌이 바람에 휩쓸린 도로시가 신비한 오즈의 땅에 내려올 때 루비색의 이 슬리퍼는 여러차례 화면에 노출됐다. 보도에 따르면 영화 촬영당시 갈런드는 총 4켤레의 루비 슬리퍼를 신었는데 각각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와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그리고 나머지 한켤레는 개인 소장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집으로 돌아온 루비 슬리퍼는 미네소타 주 그랜드 래피즈의 주디 갈런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던 것으로 지난 2005년 박물관 유리창을 깨고 침입한 도둑에 의해 도난당했다. 현상금이 무려 100만 달러에 달한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루비 슬리퍼는 이번에 FBI의 함정수사를 통해 확보됐다. FBI 측은 "현재 용의자 여러 명이 수사선상에 있으나 아직 체포된 사람은 없다"면서 "어떻게 회수하게 됐는지 자세한 수사기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트럼프, 참모들과 탄핵 가능성 대비했다

    백악관 법무팀, 중간선거 패배 우려 줄리아니 前뉴욕시장 “기소 못할 것” FBI “中, 힐러리 이메일 해킹 증거 없다” 백악관 참모들과의 논의에서 이른바 ‘i’ 단어라고 하는 탄핵(impeachment) 표현만 나와도 크게 역정을 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탄핵 가능성에 대비한 백악관 회의를 주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백악관 법률고문 도널드 맥간과 자신의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과 함께 탄핵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봤다”면서 “형사적으로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법무팀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할 법률적 전략과 참모가 부족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탄핵 절차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변호인이었던 애비 로웰을 법무팀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에 깊이 개입해 온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등 최측근 2명이 동시에 유죄를 받은 만큼 ‘탄핵’이 중간선거의 화두로 떠올랐다고 논평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해킹설을 일축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인터넷 공격과 기밀 절취에 반대한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살인범 잡는 수학, 호랑이를 살린다?

    수학을 소재로 한 ‘넘버스’(Numb3rs)라는 미드에 푹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천재 수학자인 동생이 수학으로 FBI 수사관인 형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인데 2000년에 시작해 2010년까지 10년간 방송된 장수 미드이지만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끔 화면 가득 복잡한 수식이 가득 차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첫 번째 사건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이었습니다. 산발적으로 일어난 듯 보이는 범죄로, 다음 범행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학자인 동생은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을 보고 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물방울들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불가능하지만 떨어진 물방울의 패턴을 통해 사건의 근원을 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바로 범행 장소를 보고 범인의 거주지를 역추적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입니다. 범죄자를 잡는 데 활용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이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켄트대, 퀸 메리 런던대, 뱅거대, 케임브리지대, 인도네시아 야생보존학회, 인도네시아국립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호랑이와 사람의 충돌을 막고 멸종 위기의 호랑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서식하는 수마트라 호랑이는 현재 5곳의 국립공원에 400~5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지만 서식지 축소로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수마트라 호랑이가 특히 많이 살고 있는 케린치세블라트 국립공원 주변 5㎞와 인접한 지역을 분석대상지로 삼았습니다. 우선 최근 13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만나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인 228건의 사례가 발생한 위치와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여기에 수마트라 주민 2386명을 대상으로 호랑이의 위협과 공존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간·호랑이 위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위험지도에 따르면 호랑이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곳은 호랑이 서식지와 직선거리에 있는 숲 근처나 강을 이웃하고 있는 인구가 많은 마을 주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리적 측면에서는 의외라고 생각되는 지역 3곳도 호랑이와의 조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작성한 지도를 이전에 활용할 수 있었다면 가축과 사람에 대한 호랑이의 공격 51% 이상을 막을 수 있었고 15마리의 호랑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창시절 벡터, 미적분, 확률, 통계를 배우면서 ‘도대체 저런 걸 어디에 써먹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를 포함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넘버스’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숫자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기하, 통계가 수능에 포함되니 마니 말이 많았습니다. 첨단 과학을 이해하는 데 기하와 통계가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문제만 풀어대는 수학 수업이 계속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보다는 과학계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이 수학에 좀더 흥미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살인범 잡는 수학, 호랑이를 살린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살인범 잡는 수학, 호랑이를 살린다?

    수학을 소재로 한 ‘넘버스’(Numb3rs)라는 미드에 푹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천재 수학자인 동생이 수학으로 FBI 수사관인 형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인데 2000년에 시작해 2010년까지 10년간 방송된 장수 미드이지만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끔 화면 가득 복잡한 수식이 가득 차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첫 번째 사건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이었습니다. 산발적으로 일어난 듯 보이는 범죄로, 다음 범행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학자인 동생은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을 보고 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물방울들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불가능하지만 떨어진 물방울의 패턴을 통해 사건의 근원을 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바로 범행 장소를 보고 범인의 거주지를 역추적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입니다. 범죄자를 잡는 데 활용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이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켄트대, 퀸 메리 런던대, 뱅거대, 케임브리지대, 인도네시아 야생보존학회, 인도네시아국립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호랑이와 사람의 충돌을 막고 멸종 위기의 호랑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서식하는 수마트라 호랑이는 현재 5곳의 국립공원에 400~5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지만 서식지 축소로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수마트라 호랑이가 특히 많이 살고 있는 케린치세블라트 국립공원 주변 5㎞와 인접한 지역을 분석대상지로 삼았습니다. 우선 최근 13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만나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인 228건의 사례가 발생한 위치와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여기에 수마트라 주민 2386명을 대상으로 호랑이의 위협과 공존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간·호랑이 위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위험지도에 따르면 호랑이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곳은 호랑이 서식지와 직선거리에 있는 숲 근처나 강을 이웃하고 있는 인구가 많은 마을 주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리적 측면에서는 의외라고 생각되는 지역 3곳도 호랑이와의 조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작성한 지도를 이전에 활용할 수 있었다면 가축과 사람에 대한 호랑이의 공격 51% 이상을 막을 수 있었고 15마리의 호랑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창시절 벡터, 미적분, 확률, 통계를 배우면서 ‘도대체 저런 걸 어디에 써먹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를 포함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넘버스’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숫자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기하, 통계가 수능에 포함되니 마니 말이 많았습니다. 첨단 과학을 이해하는 데 기하와 통계가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문제만 풀어대는 수학 수업이 계속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보다는 과학계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이 수학에 좀더 흥미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살인범 잡는 수학, 호랑이를 살린다?

    수학을 소재로 한 ‘넘버스’(Numb3rs)라는 미드에 푹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천재 수학자인 동생이 수학으로 FBI 수사관인 형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인데 2000년에 시작해 2010년까지 10년간 방송된 장수 미드이지만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끔 화면 가득 복잡한 수식이 가득 차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첫 번째 사건은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이었습니다. 산발적으로 일어난 듯 보이는 범죄로, 다음 범행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학자인 동생은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을 보고 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물방울들이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불가능하지만 떨어진 물방울의 패턴을 통해 사건의 근원을 추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바로 범행 장소를 보고 범인의 거주지를 역추적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입니다. 범죄자를 잡는 데 활용되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기법이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켄트대, 퀸 메리 런던대, 뱅거대, 케임브리지대, 인도네시아 야생보존학회, 인도네시아국립대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통해 호랑이와 사람의 충돌을 막고 멸종 위기의 호랑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만 서식하는 수마트라 호랑이는 현재 5곳의 국립공원에 400~5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지만 서식지 축소로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수마트라 호랑이가 특히 많이 살고 있는 케린치세블라트 국립공원 주변 5㎞와 인접한 지역을 분석대상지로 삼았습니다. 우선 최근 13년 동안 이 지역에서 사람과 호랑이가 만나 서로 상해를 입히거나 죽인 228건의 사례가 발생한 위치와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여기에 수마트라 주민 2386명을 대상으로 호랑이의 위협과 공존 가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간·호랑이 위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위험지도에 따르면 호랑이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곳은 호랑이 서식지와 직선거리에 있는 숲 근처나 강을 이웃하고 있는 인구가 많은 마을 주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리적 측면에서는 의외라고 생각되는 지역 3곳도 호랑이와의 조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작성한 지도를 이전에 활용할 수 있었다면 가축과 사람에 대한 호랑이의 공격 51% 이상을 막을 수 있었고 15마리의 호랑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창시절 벡터, 미적분, 확률, 통계를 배우면서 ‘도대체 저런 걸 어디에 써먹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를 포함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넘버스’의 주인공이 말하는 것처럼 “숫자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기하, 통계가 수능에 포함되니 마니 말이 많았습니다. 첨단 과학을 이해하는 데 기하와 통계가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문제만 풀어대는 수학 수업이 계속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보다는 과학계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이 수학에 좀더 흥미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반격 나선 트럼프… “中, 클린턴 ‘기밀 이메일’ 해킹”

    “FBI·법무부 정식수사를” 사법부 압박 정적 흠집내고 中 때려 국면전환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중국이 해킹했다며 29일(현지시간) 이와 관련된 수사를 촉구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옛 측근들의 잇단 배신으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인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활용해 러시아 대신 중국이 해킹 주체임을 암시함으로써 자신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0시쯤 트위터에 글을 올려 “클린턴의 이메일이 중국에 의해 해킹당했고 그중 다수는 기밀정보”라며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이와 관련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정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등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놓고 자신과 맞섰던 사법당국 인사들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사법당국의) 신뢰성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킹됐다’고 주장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은 그가 국무장관 재직 시절(2009~2013년) 사용한 개인 이메일 서버를 가리킨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해 기밀문서를 주고받아 대선 때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다른 트윗을 통해 “방금 ‘중국이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서버를 해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은 그게 러시아가 아니라고 확신할까? (농담이다!)”라면서 해킹의 주체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클린턴 전 장관의 재직 시절 워싱턴DC에 있는 한 중국 소유 기업이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서버를 해킹했다는 보수 인터넷 매체 ‘데일리 콜러’의 기사를 언급한 것이다. 데일리 콜러는 지난 27일 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과 관련한 이메일 해킹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그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주요 인사들의 이메일이 위키리크스에 폭로되자 미 정보당국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한 러시아의 해킹이라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도 지난달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에 대한 해킹 혐의로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한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인터넷 안전을 지지하며 어떠한 인터넷 공격도 반대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표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모기지 대출 사기 조사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모기지 대출 사기 조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연방주택금융청 등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사기를 조사하고 있다. 아파트 소유자 등이 빈집을 마치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눈속임해 은행들로부터 모기지 대출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아파트 소유주들은 빈 집에서 라디오를 켜놓거나 출입문 앞에 신발이나 매트를 놓는 수법으로 대출 금융기관 검사관들의 눈을 속였다. 여성을 시켜 집에 남자 친구가 잠을 자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경우도 적발됐다. 피츠버그의 이들 아파트 소유주들은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 모두 4580만 달러(약 517억 4500만원)의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관련 조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지금까지 뉴욕주 북부에 있는 4명의 부동산 업자가 사기공모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이 대출받은 금액만 1억 7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WSJ는 전했다.WSJ은 FBI 등이 이들 외에도 수십 곳의 아파트 건물에 대한 모기지 대출 자료를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아파트 건물 외에 학생 주거용 건물이나 ‘셀프 창고’ 시설과 관련한 모기지 대출 자료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출을 기반으로 한 모기지 증권도 발행돼 투자자들에게 팔려 나갔다. 미 국영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조사를 받고 있는 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15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현재는 미 경제가 튼튼해 다세대주 택의 대출 연체율이 미미하지만, 해당 부동산이 기대했던 것보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뒤끝 작렬’ 트럼프, 브레넌 전 CIA 국장 기밀취급권 박탈

    ‘뒤끝 작렬’ 트럼프, 브레넌 전 CIA 국장 기밀취급권 박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새라 샌더스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브레넌 전 국장의 거짓말과 최근의 광적인 발언들 및 행동은 미국이 엄중히 지켜야 하는 기밀과 시설에 대한 접근권에 전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이자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나는 미국의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고 보호할 헌법상 고유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백악관이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정보기관 수장과 간부 6명의 기밀 취급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후 실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국방·정보·외교·사법 당국 고위 인사들은 현직 인사들에게 정책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퇴임 후에도 기밀취급권을 유지한다. 여기에는 퇴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취지도 있다. 브레넌 전 국장의 기밀취급권이 박탈당한 건 지난달 미·러 정상회담 이후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역적”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브레넌 전 국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권력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샌더스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기밀취급권을 갖고 있는 인사가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브레넌을 비롯해 전직 안보·정보당국 관련자들에 대한 기밀취급권 박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이번 조치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취급권 박탈을 고려하고 있는 인사는 이밖에도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 등이다. 모두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美 경제 성장 업고 트럼프 지지율 정점 ‘집사’ 코언 폭로로 장남 수사선상 올라 뮬러의 트럼프 대면조사 실현 미지수 수사결과·종결시점 따라 선거 판도 요동 세계 정치와 무역 질서를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연합(EU)을 향해 관세폭탄의 집중포화를 쏟아붓기도 하고, ‘정적’인 러시아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좌충우돌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분기(4~6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1%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최고점인 45%를 찍었다. 이는 2020년 재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원 의석을 공화 202, 민주 199(경합 34곳)로, 상원 의석도 48대45(경합 7곳)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여당(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야당(민주당)에 빼앗기는 선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바로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크 코언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가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중간선거의 승패는 ‘러시아 스캔들’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워싱턴 정가의 시선은 ‘북·미 관계’가 아니라 바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입’에 쏠려 있다. 언제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뒤흔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최측근 코언의 변심… 특검 호재로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충견’으로 불리는 코언이다. 그는 200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잡일을 챙겨 온 ‘집사’다. 그런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며 뮬러 특검에게 ‘협조’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명적인 개인사까지 아는 코언의 변심은 뮬러 특검에게 가장 큰 ‘호재’다. 코언은 지난 2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아내와 딸, 아들이 내가 가장 충실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가족과 국가를 최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뮬러 특검에게 협조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언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관계자의 만남인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CNN 등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당시 대선 캠프 측과 만나자는 러시아 측 인사들의 제안에 관해 아버지(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으며 당시 자신(코언)은 이 대화가 오간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언의 주장을 뒷받침할 녹취록 등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의 주장에 따라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등 측근을 조여 오자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이건 상대편(민주당 힐러리 진영)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회동이었다”며 “전적으로 합법적이었고 정치에서는 늘 행해졌던 일이다. 그리고 아무런 성과(진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에 관해 몰랐다”고 결탁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과 이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선대위원장 매너포트 재판… 스캔들 분수령 또 하나의 러시아 스캔들 분수령은 ‘특검 기소 1호’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의 재판 결과다. 지난달 31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두 번째 재판은 오는 9월 열린다. 매너포트의 재판 결과가 사실상 뮬러 특검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매너포트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특검팀의 신뢰도 타격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특검수사를 걷어치우라’는 요구가 확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망했다. 반대로 매너포트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특검수사를 마녀사냥으로 공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로 몰리게 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매너포트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뮬러 특검에 힘이 실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 전 발표 땐 후폭풍 커… 내년 연기될 듯 로드 로젠스타인 미 법무차관은 지난해 5월 17일 전격적으로 뮬러 특검을 임명하면서 지난 대선 기간인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관계 수사를 허용했다.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하려는 의도였는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공개적인 증거가 아직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뮬러 특검의 마지막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 대면 조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뮬러 특검의 대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백악관은 공공연하게 이를 거부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뮬러 특검은 로젠스타인 차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 또는 불기소 내용을 포함한 기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료한다. 그러면 로젠스타인 차관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서명하고 법무부가 뮬러 특검의 권고를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 의회에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와 종결 시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 연말까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방 검찰은 일반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정치인들에 대한 공개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고, 기소장도 반려한다고 미 법무부는 규정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로젠스타인 차관이 2018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오는 9월 30일에 뮬러 특검팀 수사를 자연스럽게 끝내도록 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절차와 상관없이 로젠스타인 차관이 뮬러 특검팀의 수사 중단을 요구하면 뮬러 특검은 바로 해임되고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연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규정에 따라 임명된 특별검사는 제한된 시간과 범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는 분명한 종점이 있다. 조사 기간과 범위는 언제나 법무장관(대행)의 통제하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공화당 의원 11명이 지난달 25일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의 탄핵안을 발의하면 ‘특검의 수사 중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법무차관의 탄핵안 발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사실상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위싱턴의 한 외교관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발표된다면 미 정가에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인 내년 초쯤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중국 산업 스파이 속속 체포결과 발표하는 미국 FBI

    중국 산업 스파이 속속 체포결과 발표하는 미국 FBI

    지난 3일 미국의 쌀 관련 기술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두 명의 중국 농업 연구원이 기소됐다. 미국 대배심은 류쉐쥔(49)과 쑨웨(36)가 무역 기밀과 기술을 훔치려 했다는 미 아칸소 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였다. 아칸소주 리틀록의 연방수사국(FBI) 요원 다이엔 업처치는 “류와 쑨에 대한 기소는 우리의 무역 비밀과 기술을 훔치려 하는 이들에게 확실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은 최근 농업 부문 고위급 공무원들에게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한 보고와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농업 관련 국가 및 경제 안보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는 것이 이유로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분석된다.  류와 쑨은 아칸소와 캔자스의 쌀 연구 및 생산 시설을 방문했으며 중국으로 귀국하는 길에 그들의 짐에서 훔친 쌀 종자가 관세 요원에 의해 발각됐다. 이 종자는 벤트리아 바이오사이언스라는 기업이 만들어낸 것으로 특별한 단백질 성분을 쌀에서 추출해 의약품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근무하던 중국계 미국인도 회사 기밀을 빼돌려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체포됐다. 홍콩 명보는 5일 미 FBI가 지난 1일 GE 직원인 정샤오칭(55)을 회사의 핵심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뉴욕 주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민인 정샤오칭은 중국 국적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FBI는 4년에 걸친 수사 끝에 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샤오칭은 2014년부터 GE의 산업기밀을 담은 수천 개의 파일을 빼돌린 후 이를 중국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석양 풍경 등을 담은 평범한 디지털 사진에 이진법 코드로 데이터를 은밀하게 심는 이른바 ‘스테가노그래피’ 수법으로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유출한 정보에는 GE의 에너지·발전 분야 계열사인 GE파워의 터빈 기술 등이 담겨 있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FBI에 따르면 정샤오칭은 지난 2년간 다섯 번이나 중국 난징 출장을 다녀왔고, 그의 자택에서는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상 내용을 담은 안내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FBI 심문과정에서 스테가노그래피 수법으로 5∼10차례 회사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산업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정샤오칭은 2015년 남동생이 중국 난징에 항공기술회사를 설립했으며, GE의 기술을 이 회사에서 사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중국 회사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자본 투자를 받았다. 정샤오칭은 중국 정부의 인재육성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 선발된 인재로 미국의 기밀 항공발전 기술을 중국 관련 분야에 이식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섹스 광신집단에 자금 댄 시그램 상속녀와 인신매매 연루된 여배우

    섹스 광신집단에 자금 댄 시그램 상속녀와 인신매매 연루된 여배우

    유명 양주 제조업체인 시그램 상속녀가 인신매매를 서슴치 않는 미국의 섹스 숭배집단에 자금을 댄 혐의로 체포됐다. 시그램 창업자이며 자선사업가인 에드가 브론프먼의 딸인 클레어 브론프먼(39)은 뉴욕주 올바니에 본부를 둔 넥시움(이들은 Nxivm이라고 표기한다) 이사회 멤버로 일하면서 리더인 키스 라니에르(57)의 섹스 파트너였던 두 여성의 신분을 도용한 혐의로 24일(이하 현지시간) 체포돼 곧 기소될 예정이다. 두 여성 중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또 이 조직에 희생된 여성들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과정을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나아가 그녀는 1998년 라니에르가 ‘이그제큐티브 석세스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재정적 도움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멘토링 단체로 위장한 이 조직의 회원은 1만 6000명에 이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현재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클레어 브론프먼을 비롯해 6명인데 할리우드 여배우로 미국 드라마 ‘스몰빌’에도 출연한 앨리슨 맥(35)도 포함돼 있다. 멕시코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여배우 상당수가 이 단체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검찰은 라니에르와 회원들이 “주인과 노예”로 묶여 있다고 보고 있으면 전 회원들은 여성 회원들이 그와 성관계를 가지면 그의 이름 이니셜을 부여받았다고 증언했다. 라니에르는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그와 맥은 성매매와 강제노동 음모를 꾸민 혐의로 이미 기소됐다. 인신매매가 유죄로 확정되면 적어도 15년 징역형과 길게는 종신형까지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데 10월 1일 재판 일정이 잡혀있다. 클레어 브론프먼이 자금을 대 국외 탈출을 도울 수 있다는 이유로 보석 신청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넥시움의 공동 창업자인 낸시 살츠먼(64)과 그녀의 딸 로렌 살츠먼(42), 회계 책임자 캐시 러셀(60)이 브론프먼과 함께 체포됐다. 이들이 인신매매와 범죄단체 자금 운용, 돈세탁, 사기와 사법 절차 방해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20년 징역형에 신분 도용 등으로 15년형이 추가될 수 있다. 윌리엄 스위니 FBI 부국장 대행은 “이 조직이 행한 일들과 미션들을 파면 팔수록 이들의 놀라운 범죄행각에 더욱 암울해진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뒤끝’ 트럼프… 前정보수장 기밀취급 권한 빼앗나

    백악관 “정치적 남용”… 안보 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정보당국자 6명의 기밀취급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보 당국자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기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등의 목적으로 기밀을 취급할 수 있다. 백악관은 이들이 기밀을 정치적으로 남용했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러 정상회담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자신에게 혹평한 인사들만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조치는 법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국가 전체의 안보체계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존)브레넌(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브레넌뿐만 아니라 코미, 헤이든, 클래퍼, 라이스, 매케이브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넌 전 CIA국장은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반역적”이라고 비판했다. 브레넌을 비롯해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앤드루 매케이브 전 FBI 부국장 등 6명은 주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국가기밀 담당인 스티븐 애프터굿 국장은 “기밀 유지를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조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한 근거 없이 단순히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나는 그들이 싫어’라며 전직 당국자들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데스크 시각] 러시아월드컵 권력 지형을 바꿀 것인가 2/이지운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러시아월드컵 권력 지형을 바꿀 것인가 2/이지운 체육부장

    2018 러시아월드컵이 ‘기어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웃들의 왕따와 안티 움직임 속에 시작된 대회였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앞서 이 난(欄)을 통해 러시아에서의 월드컵이 가질 나름의 의미들을 짚었을 때, ‘유럽의 냉대’는 개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변이 속출하고 크로아티아, 벨기에 등 깜짝 스타들이 위용을 드러내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만으로 4강이 치러지고, 잉글랜드가 한때 우승까지 넘보게 되자 흥행은 본격화됐다. 금융도시 런던에서는 혹시 결승전에 주요 고객들을 모셔야 할 일이 생길까 티켓 확보를 위한 로비전도 치열했다고 한다.앞서 다뤘지만, 월드컵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분위기다. 스폰서십의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8년 단위로 해 오던 스폰서 계약을 2026년 대회부터 4년으로 단축했다. FIFA가 월드컵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FIFA로서는 1차적으로 세계 시장의 전면에 등장하기를 원하는 ‘중국 손님’들에게 좋은 자리를 확보해 주려는 측면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경제 생태와 기술 환경을 지켜 보겠다는 심산이기도 하다. FIFA는 지금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에게 경기 중계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축구 권력을 잃어 가고 있는 유럽은 주저하고 있다. 미국 FBI 때문에 한 차례 쑥대밭이 됐던 FIFA 지도부로서는 축구계에서 미국의 부상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6년은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대회다. 강산(江山)이 해마다, 철마다 바뀌는 요즘 8년 뒤 이 기업들이 어떤 권력으로 바뀌어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 기간 FIFA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의 혈투가 벌어질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경기 중계를 따낸다면 ‘TV중계권’이란 표현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FIFA는 그동안처럼 막대한 부를 챙길 수는 있겠지만, ‘힘’은 상당 부분 어디론가 넘어가 있을 것이다. 다만 마침 유럽연합(EU)의 이름으로 페이스북, 구글 등의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 입안된 게 FIFA에겐 위로가 된다. 유럽의 새로운 개인정보보호법인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이 그것이다. 주요 스폰서십을 중국 회사들이 꿰차고 들어온다면 월드컵 풍경도 크게 바뀔 것이다. 코카콜라가 성화 봉송 콘셉트를 차용, 독점적으로 해 오던 ‘트로피 투어’는 다른 모습이 될지 모른다. 맥도널드는 ‘선수와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 어린이들’의 선발 행사를 주관해 왔다. 30여년 이상 톱레벨 스폰서였던 맥도널드는 이번 대회부터 두 번째 급으로 내려앉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길거리 대규모 응원’을 FIFA의 독점권 아래 공식화한 것은 2002년이 처음이었다. 공식 스폰서인 현대차가 ‘팬 페스트’로 준비한 행사가 대히트를 치자 이후 FIFA가 주최국에 한해 이 권리를 독점 프로그램화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개최국 홍보를 포기할 수 없었던 현대는 이번 대회에서는 스위스에 있는 ‘FIFA박물관’을 현대의 이름으로 옮겨와 홍보 효과의 일부를 되찾아 왔다. 하긴 2014년 본격화된 유럽에서의 테러로 길거리 응원은 더이상 기업이 지속하기는 어려운 행사가 됐다. 러시아는 아직도 성공의 감동에 젖어 있다. 겹겹이 쳐진 국제정치의 망을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축구의 승리’ 덕분이었다. 그래도 정치 대결, 산업 전쟁은 계속된다. 월드컵은 공만 좇을 일은 아니다. jj@seoul.co.kr
  • FBI “트럼프 캠프 고문은 러 요원” 감청 영장 공개

    FBI “트럼프 캠프 고문은 러 요원” 감청 영장 공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하며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의혹을 받는 카터 페이지(47)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청 영장 신청서가 22일(현지시간)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21일 입수한 문서로, FBI가 4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한 달 전쯤 해외정보감시법원에 제출한 감청 영장 신청서다. 이른바 ‘스파이법’으로 불리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이 제정된 1978년 이래 감청 영장 신청서가 외부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무려 412쪽에 이르는 이 문서에는 FBI가 페이지를 러시아 정부의 포섭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FBI는 감청 영장 신청서에 “페이지는 외국 세력(러시아)의 요원으로, 정보 요원들을 포함해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며 공모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연방수사기관이 트럼프의 외교정책 고문을 사실상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문서의 상당 부분이 검은색으로 덧칠된 기밀 내용이어서 완전하게 문맥이 파악되지는 않았다. NYT는 페이지 본인이 러시아 정보원이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FBI가 첫 감청 영장을 신청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무부와 FBI는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을 3차례나 갱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지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상상 속에서도 내가 외국 세력의 요원이었던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연루설을 강력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트위터를 통해 역공을 펼쳤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 러시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우리 캠프에 말해 주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사기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3일에는 “페이지는 스파이도, 러시아 정보요원도 아니었다. 불명예스러운 (로버트)뮬러(특검)의 마녀사냥은 지금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CNN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의회에 탄핵을 건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성추문 합의금 발뺌 트럼프…FBI, 개입 정황 ‘녹음 파일’ 찾았다

    성추문 합의금 발뺌 트럼프…FBI, 개입 정황 ‘녹음 파일’ 찾았다

    ‘트럼프 친구’ AMI 최고경영자 대선 시기 독점 보도권 구매… 사실상 유출 막아 트럼프·코언, 성추문 무마 보상 논의한 듯 트럼프 “대화 녹음은 불법… 난 잘못없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성인잡지 모델과의 성추문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의 변호사와 ‘입막음용 합의금’에 관해 상의한 내용이 담긴 녹음 자료를 수사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은 변호사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일 뿐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던 백악관 측 해명을 뒤집는 증거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두 달 전이던 2016년 9월 전직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47)과의 성추문을 무마하기 위한 비용 지급 문제를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논의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대화 내용은 코언이 녹음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은 코언의 러시아 게이트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올해 초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다 이 자료를 확보했다. 맥두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가 막내아들 배런을 낳은 직후인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10개월간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미국 대선 선거 활동이 한창이던 2016년 8월 연예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기업인 ‘아메리칸 미디어’(AMI)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사에 대한 독점 보도권을 15만 달러에 팔고 다른 언론에는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AMI는 이후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AMI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패커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라 사실상 입막음을 하기 위해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맥두걸은 AMI와 계약하는 과정에 코언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녹음 자료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은 맥두걸이 AMI에 독점 보도권을 넘긴 이후 AMI에 어떻게 보상해 줄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두걸은 지난 3월 AMI와의 비밀유지 계약이 무효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MI가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불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측은 결국 이는 변호사인 코언이 단독으로 한 일일 뿐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FBI가 확보한 녹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정황을 증명하는 것이다. 거짓말 차원을 넘어 선거자금법 위반 문제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AMI가 맥두걸로부터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것은 성추문 유출을 막아 트럼프 캠프를 도와주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AMI가 맥두걸과 계약을 맺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다면 일종의 현물 기부에 해당하고 이를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서 “정부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에 침입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FBI의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것은 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불법”이라며 코언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대통령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플레이보이 모델과 ‘성추문’ 녹음파일 등장

    트럼프, 플레이보이 모델과 ‘성추문’ 녹음파일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대한 결정적 단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성인잡지 모델과의 성추문을 막고자 변호사와 상의하는 대화가 녹음된 파일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9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전 모델 캐런 맥두걸과의 성추문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지급하는 문제를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논의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은 변호사가 단독으로 한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녹음 파일은 코언 변호사가 대화 당시 몰래 녹음한 것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이 압수수색을 해 해당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델 맥두걸도 2006년부터 10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는 등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2016년 8월 연예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기업인 ‘아메리칸 미디어(AMI)’에 15만 달러를 받고 이 이야기에 대한 독점 보도권을 넘겼다. 그러나 이 매체는 이 이야기의 독점권을 사들이고서도 실제 보도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AMI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입막음을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AMI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구 사이이다. 맥두걸은 지난 3월 “AMI과의 비밀유지 합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해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는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AMI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15만 달러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것은 일종의 ‘현물 기부’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를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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