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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의 여친 성추행·강도·뺑소니…실형 선고받은 10대

    친구의 여친 성추행·강도·뺑소니…실형 선고받은 10대

    법원, 징역 장기 4년·단기 2년 6개월 선고 친구의 여자친구를 성추행하고, 성매매를 미끼로 남성을 모텔로 유인해 강도 행각을 벌인 1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장찬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강도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6)군에게 징역 장기 4년,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군은 지난 1월 27일 오후 8시쯤 친구 B군의 집에서 B군이 약을 먹고 잠든 사이에 B군의 여자친구 C양과 술을 마시다 C양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범 5명과 함께 지난 2월 15일 ‘조건만남’ 스마트폰 앱으로 성매매하려던 성인 남성을 모텔로 유인해 폭행하고 2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도 있다. A군 등은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시내 한 렌터카 차고지에 몰래 들어가 차량을 훔쳐 운전하고, 뺑소니 사고를 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6세의 소년일 뿐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및 품행장애을 앓고 있으며, 지능지수 72로 경계선 지능 및 실행 기능 저조 진단을 받기도 해 정신적 장애와 미성숙이 범행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년보호처분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고, 부모가 교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했음에도 수많은 범행을 저질러 재범 방지와 행위에 상응하는 적절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구로, 폰으로 내마음 돌봄

    구로, 폰으로 내마음 돌봄

    서울 구로구가 구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보살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구는 주민들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로구정신건강복지센터’ 모바일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존 PC 홈페이지에서 이용하기 복잡했던 메인 화면을 간소화하고 ‘자가검진’, ‘온라인 상담’ 등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성인들은 우울·스트레스,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성인 임신 및 산후우울증 검진 등을 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검사, 우울·아동 불안 검사, 스마트폰·인터넷 중독 검사를, 노인들은 노인 우울증 검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검진 후 별도의 신청 없이 전문상담사과 연계해 바로 상담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하는 주민들을 미리 파악해 상담 및 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는 구민들의 마음을 보살피기 위해 ‘더 가까이 마음치유 심리상담실’도 운영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전문 상담을 제공하는 곳이다. 전문 심리상담사가 전화 또는 대면으로 일대일 맞춤형 심리검사 및 상담을 진행한다. 집단 미술 치료, 영화 감상, 명상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무기력, 우울감,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은데 앞으로 주민들이 심신을 회복하고 건강에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가스레인지 조작하다 불 낸 인천 형제 친모 집행유예

    가스레인지 조작하다 불 낸 인천 형제 친모 집행유예

    엄마가 없는 집에서 불 장난을 하다 숨지거나 다친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어머니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보호관찰과 함께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이 판사는 “A씨가 보름 동안 이틀에 하루꼴로 어린 피해자들만 집에 남겨둔 채 장시간 외출을 반복하면서 보호자로서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건강·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년간 피해자들을 혼자 양육하면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 의뢰로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자녀 동반 교육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양육과 교육을 위해 노력해온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14일 오전 3시 53분부터 8시간 가까이 아들인 B(11)군과 C(사망 당시 8세)군 형제를 집에 두고 집을 비우는 등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당일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B군은 가스레인지로 휴지와 햄버거 봉지에 불을 붙이다가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으며 동생 C군은 치료를 받던 중 한 달여 만에 숨졌다. A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8월 28일∼9월 14일에도 11차례 B군 형제를 집에 남겨둔 채 지인 집을 방문하려고 장시간 외출하기도 했다. B군은 2018년 7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아 약물을 복용해왔으며, 가스레인지 불로 행주를 태워 싱크대에 버리는 불장난을 한 적이 있어 보호가 필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지난 2018년 9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가정방문과 대면상담 등 사례관리를 받기도 했고, 지난해 8월에는 인천가정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 결정과 피해 아동 보호명령 등을 받았으나 형제를 계속해 방임해 왔다. 한상봉 기자 hsb@seou.co.kr
  • “40시간 집 비우기도…” 인천 ‘화재 형제’ 30대 친모 집유

    “40시간 집 비우기도…” 인천 ‘화재 형제’ 30대 친모 집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이틀에 하루꼴로 형제만 두고 외출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친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1)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4일 오전 3시 53분부터 오전 11시 43분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한 다세대주택 주거지에서 초등학생 형제인 B(9)군과 C(8)군만 두고 약 7시간 50분간 방임해 주거지 등 주택에 불이 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지인 집에 방문하기 위해 형제만 두고 외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군의 경우 2018년 7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 중인데다, 평소 가스레인지에 찌개를 데우거나 라면을 끓이고 불장난을 한 적도 있어 보호와 감독이 필요했음에도 방임해 사고가 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B군은 A씨가 집을 비운 당시 동생인 C군과 함께 주거지에 머물면서 휴지와 햄버거 봉지에 불을 붙여 주거지를 비롯해 건물 전체에 불이 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불로 C군은 치료를 받던 도중 사고 37일 만에 끝내 숨졌으며, B군은 전신에 40%가량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8월 28일부터 같은해 9월 13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지인 집을 방문한다는 이유 등으로 형제만 집에 두고 장시간 외출하기도 했다. A씨는 보름여 동안 이틀에 하루꼴로 짧게는 4시간 길게는 40시간까지 형제만 집에 두고 방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4년 11월 남편이 가출해 형제를 홀로 양육해오다가 이 사건 이전에도 형제를 방임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지난해 8월 27일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은 바 있음에도, 또 다시 방임 행위를 이어가다가 사고를 냈다. 재판부는 “보호자로서 제공해야 할 영양섭취, 실내 청소 등 기본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방임으로 인해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며 “다만 홀로 피해자들을 양육하면서 정신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이후 잘못을 반성하면서 양육 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때맞춰 뛰노는 아이들, 성격도 성적도 좋대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때맞춰 뛰노는 아이들, 성격도 성적도 좋대요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많은 교육전문가와 뇌과학자는 아동, 청소년기에는 공부만큼 독서, 운동, 악기연주 같은 과외활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독서나 운동, 음악 등을 통해 얻은 지적 능력과 감성, 기초체력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대, 맥길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더 좋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예방의학’에 발표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런던대 교육심리학자와 뇌과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도 신체활동이 유·아동기는 물론 청소년기의 정서조절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5월 20일자에 실렸습니다. 어린 시절 신체활동은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았지만 신체활동, 자기조절 능력, 학업성적 등 세 요소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2000년 9월부터 2002년 1월에 영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아이 1만 652명을 대상으로 건강, 생활지표를 장기추적 조사한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를 활용했습니다. 연구팀은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대상 중 4043명 남녀 아동을 무작위로 뽑은 뒤, 해당 아동들이 7, 11, 14세에 학부모와 교사가 평가한 생활습관, 운동 시간과 강도, 학교 외 활동, 우울증, ADHD와 같은 행동장애 여부와 학업성취도에 주목했습니다. 분석 결과,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는 7세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자기조절 능력과 초등학교 입학 후 학업성적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 14세 아동의 경우도 자기조절 능력이 우수하면 학업성취도도 높다는 상관관계가 확인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규칙적으로 체육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동, 청소년기의 감정조절 능력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에 기인하며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미셸 엘레프슨 케임브리지대 교수(뇌인지과학)는 “이번 연구는 아동, 청소년기 신체활동이 정서조절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학업성취도는 물론 성인이 된 뒤 행동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동, 청소년의 균형 잡힌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신체활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9년 발표한 ‘청소년 신체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수준은 WHO 권고 수준에 못 미치고 여자 청소년들은 ‘꼴찌’ 수준이랍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겠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신체활동 시간은 더 줄었을 것입니다. 공부만큼이나 다양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과외활동이 성인이 된 뒤 필요한 사회적 능력과 경제적 성공의 기초체력이 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정신질환 아들 흉기에 숨진 엄마…“자해했다” 마지막까지 감쌌다

    정신질환 아들 흉기에 숨진 엄마…“자해했다” 마지막까지 감쌌다

    법원, 심신미약 인정해 치료감호 명령 지난해 2월 28일 오후 8시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한 여성이 흉기에 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인을 통해 119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A(16)군의 엄마 B(42)씨였다. 당시 B씨는 간까지 손상될 만큼 깊은 자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급대원에게 “아들과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 스스로를 찔렀다”는 말만은 또렷하게 반복했다. 정신질환을 앓던 아들이 순간 격분해 흉기로 자신을 찔렀다는 사실은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의식을 잃기 전까지 아들을 감쌌던 B씨는 결국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B씨의 바람과 달리, A군은 경위를 묻는 경찰에게 곧바로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A군은 중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생활기록부에 “쾌활하고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많다”고 기록될 만큼 사교성이 좋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급격하게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A군이 주의력결핍과잉충동장애(ADHD) 및 정신지체 등 지적장애, 우울증까지 진단받아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게 되자, B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A군을 보살피는데 전념했다. 두 모자가 서로 다투는 일도 많았다. 특히 A군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행동을 할 때면, B씨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사건이 벌어진 그 날도 이런 이유로 모자 사이 다툼이 있었다. 평소 살가웠던 아들은 저녁 식탁에서 B씨가 말다툼 끝에 던진 “네가 싫다”는 한마디에 돌변해 흉기를 휘둘렀다.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A군은 법정에서 별다른 변론을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보고싶고,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1심을 심리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A군에게 장기 4년, 단기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친모를 살해한 반인륜적 범행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지만, 만 16세의 소년이라는 점과 A군의 아버지가 선처를 바라며 강한 치료 의지를 보이는 점, A군의 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 A군은 곧바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엄마가 보고싶다”는 말만 반복했다. A군의 아버지 역시 끝까지 법정에 선처를 탄원했다. 이후 항소심에서 검찰이 A군에 대한 치료감호를 청구한 끝에, A군은 교정시설이 아닌 병원으로 향하게 됐다. 지난달 16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A군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군이 당시 중증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1심의 형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은혜와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순간적인 화로 모친을 찔러 살해했으니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며 “다만 중증의 심신미약이 인정되고,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증상이 조절됐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사이언스 브런치] 단백질 하나가 자폐증, ADHD 유발시킨다

    [사이언스 브런치] 단백질 하나가 자폐증, ADHD 유발시킨다

    자폐증은 타인과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반복적 행동과 제한된 관심만을 보이는 일종의 뇌신경질환으로 전 세계 인구 중 2%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자폐증상과 함께 지적 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뇌성마비, 조현병 등 비정상적 뇌발달로 유발되는 뇌신경질환들은 뇌발달장애라고 부른다. 뇌발달장애는 전 세계 인구의 15% 정도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뇌의 발달은 뇌세포 내 다양한 신호전달체계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으로 뇌발달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나 발생 메커니즘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특정 단백질이 자폐를 비롯해 뇌발달장애를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 연구단은 ‘TANC2’라는 단백질 결손이 자폐증이나 뇌발달장애를 촉발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5월 11일자에 실렸다. ‘mTOR 신호전달’ 체계는 세포의 사멸과 생존, 단백질 생산 등을 조절하는 뇌세포 신호전달 시스템 중 하나로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자폐나 뇌발달장애를 유발하는 단백질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신경계에서 mTOR 조절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서 TANC2 단백질이 정상적인 뇌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단백질이 mTOR 신호전달체계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TANC2 단백질 발현이 절반으로 줄어든 자폐증 생쥐를 만들어 관찰했다. TANC2 단백질 결손은 mTOR 신호전달을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시냅스 연결을 줄이고 기억과 학습 같은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TOR 저해 약물인 ‘라파마이신’을 투여하면 시냅스와 뇌인지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이 관찰됐다. 이와 함께 인체 신경세포에서도 실험생쥐에서처럼 TANC2가 줄어들면 mTOR 신호전달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김은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자폐 및 뇌발달장애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TANC2 단백질의 발병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mTOR 신호전달 억제제를 이용하면 TANC2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하 발생하는 자폐, 뇌발달장애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확실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상담원 1명당 아동학대 64건… “ADHD·장애는 안 받아줘요”

    심리치료 요청 후 3개월 지나서 첫 상담법적 후견인 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 필요 보호전문기관 전국 69곳뿐… 절대 부족7인 미만 쉼터는 예산 부족·인력난 심화24시간 근무·열악한 처우에 퇴사율 높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분리만 하면 끝인가요?…업무 과부하 걸린 아동보호체계

    열두 살 지현이(가명)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엄마와 제주도로 이사했다. 학창시절 햄스터를 70마리나 키울 정도로 심각한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한 후 방치하는 사람)였던 엄마는 제주도에서 고양이 10마리와 강아지 1마리를 키웠다. 물론 엄마는 고양이와 강아지뿐만 아니라 지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저장강박에 게임중독이었던 그는 지현이를 쓰레기와 동물 배설물이 가득한 집에 방치했다. 엄마는 초등학생인 지현이에게 직접 장을 보게 하고, 요리와 빨래도 시켰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하루는 눈이 나쁜 지현이가 엄마 콘택트렌즈를 끼어 봤다는 이유로 엄마는 “손목을 잘라야겠다”면서 흉기를 든 채로 지현이를 질질 끌고 마당으로 나가기도 했다. 지현이가 자주 결석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통해 지현이의 사정을 알게 됐고, 선생님의 신고로 지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가게 됐다. 고맙게도 이모인 김주형(35·가명)씨가 지현이를 맡겠다고 나섰지만, 가정위탁 등록에만 1년이 걸렸다. 이모가 지현이의 법적 후견인이 되기까지는 또다시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 지현이는 심리치료도 요청한 지 3개월 만에 첫 상담이 시작됐다. 학원비 지원도 늦어졌고, 지현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김씨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를 막아 줄 힘이 없다. 지현이는 쓰레기 집에서 구조돼 학대 가해자와 분리됐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분리하면 끝?…피해 아동 보호 인프라는 제자리걸음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현이와 같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을 학대 가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분리된 아이들을 보살필 시설과 예산을 마련하는 속도는 더디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현실이 따라오지 못하는 셈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즉각분리가 이뤄지는 경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75.6%(2만 2700건)는 부모였다. 분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넘쳐나지만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출발점인 아동보호전문기관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곳 이상 두도록 정하고 있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곳은 3분의1인 69곳에 불과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지난해 4월 기준 960명으로 1곳당 평균 14명꼴이다. 이 중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관리하는 사례관리 상담원은 절반 수준인 470명으로 상담원 1명당 약 64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한다. 이는 미국의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1명당 사례 건수 17건과 비교해 3~4배 많은 수준이다.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직률도 28.5%에 달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쉼터는 7인 미만의 공동생활 가정 형식으로 운영된다. 2019년 기준 전국에 마련된 쉼터는 총 73곳으로 피해 아동 1044명을 보호했다. 2019년 분리조치가 결정된 아동이 3669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2625명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가 한번도 생활해 본 적 없는 동떨어진 지역의 쉼터를 떠도는 경우도 생긴다. 강원의 한 청소년쉼터 보호상담원은 “수도권 쉼터의 경우 대기 아동이 많아 입소한 아이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쉼터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런 경우 급히 강원도로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라는 새로운 환경도 적응하기 벅찬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쉼터에서 근무자들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방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 원장은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아이들의 사업비’라고 답했다. 6명이 정원인 이 쉼터의 아동 사업비는 연 3030만원이다. 3년 전 30만원이 올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비로는 아이들이 필요한 옷, 물품 등을 구매하는 것부터 학습 발달에 필요한 학원비, 정서적 활동에 필요한 나들이 비용까지 해결한다. 인력난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이 원장이 운영하는 쉼터는 원장과 종사자 3명이 꾸려 간다. 쉼터의 아동들에게는 매일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 4명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휴일에는 종사자 1명이 아이 6명을 모두 맡는다.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영아나 장애 아동 등이 입소해 있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이 원장은 “총 2명이 근무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과 비교해 처우 개선도 더디다. 열악한 처우는 높은 퇴사율과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종사자 1명이 밀착해서 돌봐야 하는 장애 아동,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은 더 갈 곳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전성원 강원도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매일 24시간 일해야 하니 업무도 과중하고 종사자들의 퇴사율도 굉장히 높다”면서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ADHD나 장애 아동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분리는 끝이 아닌 시작…인적·물적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을 행위자와 분리하는 것으로 학대 사건이 끝났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보내진 아이들에게 분리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할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리 과정과 분리 이후의 생활에서도 아동의 욕구를 자세히 살피고, 존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특히 신고 횟수로 기계적으로 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은 이미 분리했는데, 추후 학대 행위가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경우 이 아동을 다시 가정으로 되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던 아이를 국가가 분리했으면 더 나은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졸속으로 분리된 아이들은 낯설고 열악한 곳에서 제대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절반 정도는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김희진 변호사는 “아동보호 체계에 관여하는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는 적정 인력과 예산이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지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체계가 아동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대 신고를 받고 대처하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더 큰 학대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보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학대를 막기 위한 분리가 아동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시켜만 주시면…” 美 자폐 학생 진심 편지에 아마존, MS도 관심

    “시켜만 주시면…” 美 자폐 학생 진심 편지에 아마존, MS도 관심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자폐 학생이 미래의 고용주에게 띄운 편지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구직에 나선 자폐 학생의 진심 어린 호소가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사는 라이언 로리(20)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자필 편지 한 장을 게재했다. 미래의 고용주에게 쓴 편지에서 로리는 “나는 애니메이션이나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내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이어 “남들처럼은 못해도 한 번만 가르쳐주면 금방 배운다. 나를 고용하고 일을 가르쳐준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라 약속한다. 매일 출근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로리의 편지가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한꺼번에 쏟아진 관심에 보안을 우려한 링크드인 측이 계정을 일시 정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일자리 제안도 쇄도했다. 델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채용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기업 전화가 잇따랐다. 신경다양성은 자폐, ADHD, 난독증 등 다양한 발달장애를 정상 범주에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보통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정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비추어, 독특한 신경학적 특성을 지녔을 뿐이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로리의 부모는 실제로 로리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 트레이시 로리는 ”아들은 수학과 음악, 기술에 재능이 있으며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생 아들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독립이 시급하다는 게 부모 입장이다.아버지 롭 로리는 ”목표는 아들의 독립이다. 물론 아들은 우리 집 지하실에서 평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아들은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면서는 단 한 사람만 연결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2000명 이상이 아들과 연결됐다. 이제 아들의 독립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기뻐했다. 졸업 전까지 한시 고용된 카페에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로리는 이제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분주하다.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자신의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로리는 ”네가 인터넷을 휩쓸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안다. 내 편지가 입소문이 났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기회달라” 美 자폐 학생이 미래 고용주에게 띄운 진심어린 편지

    “기회달라” 美 자폐 학생이 미래 고용주에게 띄운 진심어린 편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자폐 학생이 미래의 고용주에게 띄운 편지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구직에 나선 자폐 학생의 진심 어린 호소가 미국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 사는 라이언 로리(20)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에 자필 편지 한 장을 게재했다. 미래의 고용주에게 쓴 편지에서 로리는 “나는 애니메이션이나 IT 분야에 관심이 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내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이어 “나는 영리하지만 의사소통이 조금 어렵다. 그래도 가르쳐주면 빨리 배운다. 나를 고용하고 일을 가르쳐준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 약속한다. 매일 출근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할 것이다.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로리의 편지가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한꺼번에 쏟아진 관심에 보안을 우려한 링크드인 측이 계정을 일시 정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일자리 제안도 쇄도했다. 델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채용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기업 전화가 잇따랐다. 신경다양성은 자폐, ADHD, 난독증 등 다양한 발달장애를 정상 범주에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차별 없이 보통 사람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정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에 비추어, 독특한 신경학적 특성을 지녔을 뿐이라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로리의 부모는 실제로 로리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어머니 트레이시 로리는 ”아들은 수학과 음악, 기술에 재능이 있으며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생 아들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독립이 시급하다는 게 부모 입장이다.아버지 롭 로리는 ”목표는 아들의 독립이다. 물론 아들은 우리 집 지하실에서 평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아들은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면서는 단 한 사람만 연결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2000명 이상이 아들과 연결됐다. 이제 아들의 독립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기뻐했다. 졸업 전까지 한시 고용된 카페에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로리는 이제 포트폴리오 작업으로 분주하다.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자신의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로리는 ”네가 인터넷을 휩쓸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안다. 내 편지가 입소문이 났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동화 심사평] 흑백논리에 갇히지 않고 ‘디지털원주민’ 멋지게 형상화

    [동화 심사평] 흑백논리에 갇히지 않고 ‘디지털원주민’ 멋지게 형상화

    어린이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 한 문장도 낭비하지 않도록 정확하고 신중하게 선택된 언어로 함축적이며 생생한 문학적 경험을 전하는 것이 동화다. 좋은 동화는 삶의 한 조각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드러내거나, 스스로 평생 풀어야 할 수수께끼를 가슴속에 심어준다. 올해 응모작은 이런 기준에서 어느 해보다 수준이 높았다. ‘축구가 제일 쉬웠어요’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 속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 낸 장애 아닌 장애라는 점을 환기하는 점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 한 가지 주제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쉬웠다. ‘아기감기’는 ‘아기감기’에 걸려 아이가 된 아빠를 돌보는 인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다만 이런 ‘역할 바꾸기’가 동화를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심리가 무의식중에 투영된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앙앙’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다시 만난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린다. 새 반려견을 들인 것 때문에 눈치를 보는 주인공, 삐진 듯하면서도 이를 이해하는 앙앙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구름이 돼 따뜻한 곳을 찾아 마음껏 뛰노는 개들의 사연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야만성을 돌아보게 한다. 다만 이런 소재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루어졌다는 점이 아쉽다. ‘연우의 재밌는 일기쓰기 기계’는 스마트폰 자동글자완성 기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기를 쓰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렸다. 흑백 논리에 갇히지 않고, 디지털원주민으로서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멋지게 형상화했다. 심사위원은 우리 아이들이 ‘포노사피엔스’로서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 것인지를 예견하는 이 작품에 손을 들기로 했다. 끝으로 본심평에 언급되지 않은 작품 중에서도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작품이 여럿 있었음을 꼭 밝히고 싶다.
  • 의사인 저도 어릴 적 ADHD 겪어… 정신질환, 가두지 말고 함께 살자

    의사인 저도 어릴 적 ADHD 겪어… 정신질환, 가두지 말고 함께 살자

    “책 출간 기사에 예상했던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너나 정신병자들 데리고 살아라’고요.” 안병은 정신과 의사는 지난달 17일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두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고 주장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위험한 사람들과 지내다 해코지당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판에 맞서 정신질환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오늘도 실천한다. 여러 우려에도 그는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고 말한다.그도 어렸을 때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가만히 있질 못하겠어서 그 에너지로 의사도 하고 사업도 벌이고 세계를 돌며 연구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아주 산만한 아이였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고 사사건건 참견했다. 그나마 초등학교를 온전히 다닐 수 있었던 건 4~6학년 담임교사였던 양승필 선생님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맨 앞자리에 그의 특별석을 마련해 줬다. 산만한 기색을 보이면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라 하고, 북채를 쥐여 주고 북을 두드리는 연습도 시켰다. 인내심이 극에 달하는 마지막 수업 때에는 “병은아. 우리 집 가서 도시락 좀 가져와라”며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다. “수련의 시절에 선생님을 다시 찾아뵈었어요. ‘잘 자라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ADHD였던 제가 이렇게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를 권한 선생님 덕분입니다.” 처음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2 때였다. 교회 기도원 수련회에 갔는데, 기도원 창고 안에 중년 여성을 쇠사슬로 감아 놓고는 당연하다는 듯 “미친 사람이라 묶어 놨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병원이 많지 않아 교회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저런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 시절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대학 진학 대신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기독교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전집’을 여러 차례 읽고 다시 마음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1992년 충남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에 들어갔지만 기대했던 모습과 달랐어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식대로 막 나갔죠. 국립공주병원 수련의로 있을 때 환자들과 병동에서 밥도 같이 먹고,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세차장에 취직도 시켜 줬어요. 선배들한테 혼도 많이 났죠. 의사가 가운도 안 입고 환자들하고 어울린다고.” 병원장에게 정신질환자를 가두고 치료하는 폐쇄 병동이 아니라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오가며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개방 병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련의가 겁없이 설치니 원장님이 농담으로 그러시더라고요. ‘야. 차라리 네가 원장해라.’”●거꾸로 가는 정책에 입원시키는 환자 늘어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둔 채 치료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신조이지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시설 병상 수는 1984년부터 2015년까지 30년 동안 1만 4450개에서 9만 7560개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만 4000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3889원이다. 보험 수가가 지나치게 낮아 병원은 치료 대신 장기 입원을 권한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지만, 정작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오히려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반감만 키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이 판결을 반겼다. 강제 입원을 경험한 당사자의 구금이나 부당한 입원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임세원 교수가 외래 진료를 보던 중 조울증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2019년 4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인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안인득 사건으로 조현병 일부가 전체처럼 보이고, 정신질환자 모두를 대변하는 꼴이 됐어요.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죠. 정신질환은 조현병, 공황장애, ADHD, 우울증 등을 다 포괄하는데 다들 부정적으로 몰아가니 정신질환자는 계속해서 숨게 됩니다.” 안인득이 방화 살인을 저질렀을 무렵 그는 마침 진주에서 증상이 비슷한 조현병 환자를 마주했다. 병원에 여러 차례 감금됐던 환자는 병원을 나올 때마다 “불질러 버리겠다”, “사람 죽이겠다”며 난동을 피웠다. 심지어 환자의 딸도 아버지를 입원시키자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가족을 설득했고, 환자와 끈질기게 이야기해 병원에 보내지 않은 채 치료했다. 이 환자는 지금 공공근로를 하고 증상도 완화됐다. 그는 “정실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본 이들의 트라우마는 상상 그 이상”이라며 “병원에 입원시키는 일은 절대로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伊 40년 걸린 탈수용화… “우리도 준비하자” 그가 모범적인 사례로 드는 이탈리아는 1978년 모든 정신병원을 폐쇄하는 ‘바잘리아’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신보건 개혁운동을 주창한 의사 바잘리아의 이름을 딴 법이다. 예컨대 이탈리아 동북부의 인구 20만명 규모 도시 트리에스테에는 4개의 정신건강센터가 정신병원을 대체한다. 평범하게 일을 하다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이나 지역사회 안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래도 폭력적인 정신질환자는 격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지난해 센터를 방문했을 때 트리에스테 정신건강국의 로베르토 메치나 박사를 만나 이 질문을 재차 했다. 메치나 박사는 “입원 치료는 답이 아니다. 설득, 대화, 타협,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그는 거듭 “그럼 정신질환자가 해를 가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건만, 메치나 박사는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1968년 조반니 미클루스라는 환자가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아내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개혁운동을 진행하던 바잘리아가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관해 “지금 당장 정신병원을 모두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면서 “우리도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혐오와 불신의 벽’을 넘고 준비하는 일이다. 퇴원한 환자가 돌봄을 받지 못해 재입원하는 ‘회전문’ 현상, 퇴원 뒤 교도소 같은 더 열악한 시설로 들어가는 ‘횡수용화’ 현상을 막으려면 우선 당장은 정신건강센터를 내실화하고, 지역 내 주거·직업훈련 시설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편의점부터 시작해 운동화 빨래방, 세탁 공장, 카페를 차려 정신질환자를 고용했다. 2009년에는 정신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며 노동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엔 협동조합 ‘행복농장’을 세우고 충남 홍성에서 농촌형 직업재활사업도 하고 있다. 협동조합 ‘젊은 협업´과 ‘오누이권역´이 참여하면서 농장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15년 동안 병원에서만 지낸 환자가 농사를 지으며 마을에 정착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온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미친 자들의 자리는 어디인가’(가제)를 제작 중이다. 한 조현병 환자의 삶을 따라가며 병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전 세계를 다니며 살펴본 정신건강 치료 사례 등을 담았다. 그는 “직접 사업에 달려들었으면 돈 많이 벌었을 텐데, 기반만 만들어 놓은 뒤 넘기고 다른 일을 계속 벌이니 빚만 늘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신념을 이루고자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돌볼 힘이 있습니다. 의사는 그 힘을 잃지 않도록 돌보는 사람이겠죠. 이탈리아가 40년 넘게 걸렸고, 유럽을 비롯해 미국도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가 정신질환자에 관한 공포와 혐오의 벽을 넘는 일은 오래 걸릴 거예요. 그래도 이제 출발하면 됩니다. 저는 그 출발선에서 시작을 돕겠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ADHD 겪었던 아이, 의사가 되기까지… “그럼에도,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살자”

    ADHD 겪었던 아이, 의사가 되기까지… “그럼에도, 정신질환자들과 함께 살자”

    “책 출간 기사에 예상했던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너나 정신병자들 데리고 살아라’고요.” 안병은 정신과 의사는 지난달 17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한길사)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두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고 주장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위험한 사람들과 지내다 해코지당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판에 맞서 정신질환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오늘도 실천한다. 여러 우려에도 그는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고 말한다. ●사슬 묶인 여성에 충격, 의사 되겠다 결심 그도 어렸을 때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성향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가만히 있질 못하겠어서 그 에너지로 의사도 하고 사업도 벌이고 세계를 돌며 연구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아주 산만한 아이였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고 사사건건 참견했다. 그나마 초등학교를 온전히 다닐 수 있었던 건 4~6학년 담임교사였던 양승필 선생님 덕분이었다. 선생님은 맨 앞자리에 그의 특별석을 마련해 줬다. 산만한 기색을 보이면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라 하고, 북채를 쥐여 주고 북을 두드리는 연습도 시켰다. 인내심이 극에 달하는 마지막 수업 때에는 “병은아. 우리 집 가서 도시락 좀 가져와라”며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다. “수련의 시절에 선생님을 다시 찾아뵈었어요. ‘잘 자라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ADHD였던 제가 이렇게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를 권한 선생님 덕분입니다.” 처음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중2 때였다. 교회 기도원 수련회에 갔는데, 기도원 창고 안에 중년 여성을 쇠사슬로 감아 놓고는 당연하다는 듯 “미친 사람이라 묶어 놨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병원이 많지 않아 교회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저런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교 시절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대학 진학 대신 일용직 노동을 전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기독교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전집’을 여러 차례 읽고 다시 마음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1992년 충남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에 들어갔지만 기대했던 모습과 달랐어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식대로 막 나갔죠. 국립공주병원 수련의로 있을 때 환자들과 병동에서 밥도 같이 먹고,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세차장에 취직도 시켜 줬어요. 선배들한테 혼도 많이 났죠. 의사가 가운도 안 입고 환자들하고 어울린다고.” 병원장에게 정신질환자를 가두고 치료하는 폐쇄 병동이 아니라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오가며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개방 병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련의가 겁없이 설치니 원장님이 농담으로 그러시더라고요. ‘야. 차라리 네가 원장해라.’” ●안인득 사건…“가둬 두면 정신질환 악화해”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가둔 채 치료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신조이지만,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시설 병상 수는 1984년부터 2015년까지 30년 동안 1만 4450개에서 9만 7560개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만 4000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3889원이다. 보험 수가가 지나치게 낮아 병원은 치료 대신 장기 입원을 권한다.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지만, 정작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오히려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과정에서 반감만 키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이 판결을 반겼다. 강제 입원을 경험한 당사자의 구금이나 부당한 입원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임세원 교수가 외래 진료를 보던 중 조울증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2019년 4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인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안인득 사건으로 조현병 일부가 전체처럼 보이고, 정신질환자 모두를 대변하는 꼴이 됐어요.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죠. 정신질환은 조현병, 공황장애, ADHD, 우울증 등을 다 포괄하는데 다들 부정적으로 몰아가니 정신질환자는 계속해서 숨게 됩니다.” 안인득이 방화 살인을 저질렀을 무렵 그는 마침 진주에서 증상이 비슷한 조현병 환자를 마주했다. 병원에 여러 차례 감금됐던 환자는 병원을 나올 때마다 “불질러 버리겠다”, “사람 죽이겠다”며 난동을 피웠다. 심지어 환자의 딸도 아버지를 입원시키자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가족을 설득했고, 환자와 끈질기게 이야기해 병원에 보내지 않은 채 치료했다. 이 환자는 지금 공공근로를 하고 증상도 완화됐다. 그는 “정실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본 이들의 트라우마는 상상 그 이상”이라며 “병원에 입원시키는 일은 절대로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伊 40년 걸린 탈수용화…“우리도 준비하자” 그가 모범적인 사례로 드는 이탈리아는 1978년 모든 정신병원을 폐쇄하는 ‘바잘리아’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신보건 개혁운동을 주창한 의사 바잘리아의 이름을 딴 법이다. 예컨대 이탈리아 동북부의 인구 20만명 규모 도시 트리에스테에는 4개의 정신건강센터가 정신병원을 대체한다. 평범하게 일을 하다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이나 지역사회 안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래도 폭력적인 정신질환자는 격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지난해 센터를 방문했을 때 트리에스테 정신건강국의 로베르토 메치나 박사를 만나 이 질문을 재차 했다. 메치나 박사는 “입원 치료는 답이 아니다. 설득, 대화, 타협,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그는 거듭 “그럼 정신질환자가 해를 가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물었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건만, 메치나 박사는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1968년 조반니 미클루스라는 환자가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아내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개혁운동을 진행하던 바잘리아가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관해 “지금 당장 정신병원을 모두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면서 “우리도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혐오와 불신의 벽’을 넘고 준비하는 일이다. 퇴원한 환자가 돌봄을 받지 못해 재입원하는 ‘회전문’ 현상, 퇴원 뒤 교도소 같은 더 열악한 시설로 들어가는 ‘횡수용화’ 현상을 막으려면 우선 당장은 정신건강센터를 내실화하고, 지역 내 주거·직업훈련 시설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 편의점부터 시작해 운동화 빨래방, 세탁 공장, 카페를 차려 정신질환자를 고용했다. 2009년에는 정신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하며 노동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엔 협동조합 ‘행복농장’을 세우고 충남 홍성에서 농촌형 직업재활사업도 하고 있다. 협동조합 ‘젊은 협업’과 ‘오누이권역‘이 참여하면서 농장은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15년 동안 병원에서만 지낸 환자가 농사를 지으며 마을에 정착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온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미친 자들의 자리는 어디인가’(가제)를 제작 중이다. 한 조현병 환자의 삶을 따라가며 병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고, 전 세계를 다니며 살펴본 정신건강 치료 사례 등을 담았다. 그는 “직접 사업에 달려들었으면 돈 많이 벌었을 텐데, 기반만 만들어 놓은 뒤 넘기고 다른 일을 계속 벌이니 빚만 늘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신념을 이루고자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돌볼 힘이 있습니다. 의사는 그 힘을 잃지 않도록 돌보는 사람이겠죠. 이탈리아가 40년 넘게 걸렸고, 유럽을 비롯해 미국도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가 정신질환자에 관한 공포와 혐오의 벽을 넘는 일은 오래 걸릴 거예요. 그래도 이제 출발하면 됩니다. 저는 그 출발선에서 시작을 돕겠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스마트기기 함께 쓰는 시간 길어질수록 주의력 감소… 심하면 기억 왜곡될 수도 가벼운 개입으로 행동 유도, 실패 확률 커 우편·이메일·문자메시지 쓰면 효과 없어상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말한다.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것은 물론 새로운 연구를 통해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경우도 자주 있다. 최근 뇌신경과학자들이 그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던 것들이 잘못됐음을 보여 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의대 신경과학과, 뉴로스케이프, 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0월 29일자에 발표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동영상이나 TV를 시청하면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을 하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디지털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행위다. 뇌신경과학의 발달로 기억과 관련한 비밀들이 하나둘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건망증이 생기는 이유, 사람마다 기억력에 차이가 있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연구팀은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최근 출시되는 많은 스마트기기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돼 출시되고 있으며 멀티태스킹을 21세기 인간의 특징이자 성공의 비결로 꼽는 이들도 많다.연구팀은 18~26세 건강한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과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TV를 보면서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고 뇌파측정(EEG)과 동공 크기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TV 속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응답의 정확성을 측정했다. 또 주당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 비디오게임 사용량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주의집중력, 각종 정신장애 관련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이 길수록 심각할 정도로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와그너 스탠퍼드대 교수(인지심리학)는 “기억은 주의력이 전제돼야 하며, 집중한다는 것은 기억을 위한 필수 준비과정”이라며 “멀티태스킹은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 과정을 ‘해킹’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와그너 교수는 “멀티태스킹은 기억을 위한 신경신호를 감소시킨다”며 “심할 경우 기억이 왜곡되거나 치매와 비슷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런던 퀸메리대, 킹스칼리지 런던대, 독일 에어푸르트대,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강압적이지 않고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식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넛지’(Nudge)가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가벼운 행동으로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의 ‘넛지’가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함께 쓴 책 덕분이다. 이후 많은 분야에서 넛지 효과를 이용한 행동개입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넛지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심리학 및 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인지과학 연구경향’ 10월 2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8~2019년에 발행된 65편의 연구논문들을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넛지가 행동을 개선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고치기 위한 넛지나 개인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슷한 집단의 사례를 들면서 비교하는 식의 넛지가 실패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넛지 수단으로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활용할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다 오즈먼 런던 퀸메리대 박사(실험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성공의 지름길처럼 받아들여지는 넛지가 많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고 있다”며 “넛지를 설계할 때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예산과 시간 절약은 물론 원하는 행동변화도 일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초등학생에게 공부보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

    [달콤한 사이언스] 초등학생에게 공부보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

    한국의 부모 대다수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초등학생 때는 공부보다 독서와 운동 같은 과외활동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독서와 운동을 통한 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에 대한 기초체력이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지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심리학자와 예방의학자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규칙적인 운동이 나중에 주의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육심리학부, 맥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공동연구팀은 10세 이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에 진학한 다음 주의집중력이 더 우수하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예방 의학’(Preventive Medicine) 9월 29일자에 실렸다. ADHD는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나타나는 학습장애 증상이다. 유전적, 신경학적, 사회심리학적 요인으로 아동기에 나타나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6대 1의 비율로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ADHD 증상 개선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이나 상담, 인지-행동요법, 사회기술훈련 등이 활용된다. 체육활동은 ADHD 아동 청소년을 위한 행동치료방법 중 하나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행동치료법으로써 체육활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분석하기 위해 캐나다 퀘벡 통계연구소에서 1997~1998년에 태어난 남녀 19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퀘벡 코호트(동일집단) 조사’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6~10세에 체육 활동을 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중학생이 된 다음인 12세 이후 ADHD 증상 발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시절 체육 활동이 12세 이후 학업성적과 집중력 향상에도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린다 파가니 몬트리올대 교수(교육심리학)는 “체육활동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다양하고 규칙적인 체육 활동이 어른이 돼서 필요한 사회적 능력 개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공의 기초체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공부 잘하는 약’ 오인 ADHD 치료제 불법 사용 의료기관 등 11개 식약처 적발

    ‘공부 잘하는 약’ 오인 ADHD 치료제 불법 사용 의료기관 등 11개 식약처 적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남용되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불법 사용한 의료기관 11곳이 당국의 감시망에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틸페니데이트’의 불법사용과 오남용이 의심되는 병원 등 23곳을 기획 감시한 결과 이들 사례를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A의원은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2개월 동안 B환자에게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알약 3만 3124정을 91회에 나눠 처방했다. C환자는 2018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6개월 동안 의원 두 곳에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알약 2만 1966정을 처방받아 총 241회에 나눠 투약했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불법 사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등 11곳과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 24명에 대해서는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치료에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집중력 향상 목적 등의 허가사항과 다르게 오남용되면 신경과민, 불면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불길에 동생 온몸으로 감쌌던 ‘라면 형제’ 10살 형 의식 찾았다(종합)

    불길에 동생 온몸으로 감쌌던 ‘라면 형제’ 10살 형 의식 찾았다(종합)

    12일 만에 눈 뜬 형제… 형, 반응 있어전날부터 집 비운 엄마…학대 신고 3차례엄마, 아동학대·방임 혐의 檢 불구속 송치기초생활수급자 형제 온정 손길도文 “아동학대 재발방지 대책 세워라”보호자의 방치 속에 집에서 배고픔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사고 발생 12일 만에 다행히 눈을 떴다. 불길로부터 동생을 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동생을 감싸면서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10살 형은 의료진이나 가족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등 다소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8살 동생도 눈을 떴지만 아직 반응을 하지는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 의료진이 부르면 눈 깜박여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A(10)군과 B(8)군 형제는 이날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A군은 이날 사고 후 처음으로 눈을 떴고, 의료진이나 가족이 이름을 부르면 눈을 깜박이는 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1도 화상을 입은 B군은 형처럼 눈은 떴으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들은 사고 후 화상뿐 아니라 유독가스를 많이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여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형제 모두 말을 하진 못해 완전히 의식을 찾았다고 보긴 힘들다”며 “그나마 형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인천 집에서 엄마 외출한 사이 라면으로 끼니 해결하려다 화재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형제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A군은 안방 침대 위 아동용 텐트 안에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B군은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있다가 다리 등에 화상을 입었다. 형인 A군이 동생 B군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몸을 피하게 하고, 자신은 화재로 인한 연기를 피해 텐트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불길이 번지자 큰아이는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았고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둘째는 형 덕분에 상반신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일 A군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외출한 엄마가 없는 집에서 스스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 형제와 어머니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군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 이들을 돕겠다는 후원 문의가 전국에서 잇따랐다.형제의 엄마, 아동학대·방임 3차례 신고 한편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A군 형제의 어머니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차례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는 큰아들을 때리기까지 해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었다. 경찰은 “수사 결과 C씨가 A군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초등학생인 자녀들만 두고 장시간 집을 비운 행위가 아동학대의 일종인 방임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이들이 영유아는 아니지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이라며 “부모가 2∼3시간도 아닌 전날부터 장시간 집을 비웠고 결과적으로 불이 났기 때문에 방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형제 “또래보다 몸집 왜소하고 앙상해” 형, 설거지 하러 고무장갑도 직접 사러 와“사고 당일 위옷 벗겨진 동생 갈비뼈 다 보여” A군 형제의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해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 형제를 기억하고 있는 주변 이웃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70대 업주는 “같은 학년인 손녀보다 머리 하나는 작을 정도로 A군의 몸집이 왜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주는 “올해 1월쯤 A군이 고무장갑을 사러 왔길래 엄마 심부름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설거지할 거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어린 나이 집에서 설거지를 도맡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이웃은 “화재 당시 웃옷이 벗겨진 상태로 동생이 실려 가는 걸 봤는데 갈비뼈가 훤히 보였다”며 “전체적으로 앙상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文 “아동학대 각별한 대책 세워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형제의 화재 사고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아동이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사례가 드러나 모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조사인력을 늘려 아동학대 사례를 폭넓게 파악하는 등 각별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지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3차례 학대·방임 신고에도 보호받지 못한 ‘인천 초등생 형제’

    보호자가 장시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취약아동 보호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피해 아동들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이웃들의 신고가 2년전부터 잇따랐지만 아이들은 어머니와 격리되지 않은채 돌봄 사각지대에서 구타와 폭언, 방임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때마다 우선적으로 피해 아동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과 당국의 다짐 및 약속, 제도적 보완 등이 있었지만 말만 앞섰을 뿐 인천 초등생 형제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고통받아왔던 것이다. 이들 형제가 또래보다 체격도 작고, 마른 것을 의아해한 이웃들은 2018년 9월, 지난해 9월, 지난 5월 모두 세차례에 걸쳐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및 방임 신고를 했다고 한다. 형제의 개인위생 상태, 주거환경, 영양상태 등은 극히 열악했다. 특히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앓는 형은 자주 맞았다는 게 이웃들의 전언이다. 조사 결과 어머니가 아이들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법원에는 아이들을 격리해 보호해야 한다며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격리보호 대신 상담치료 및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고, 그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지껏 상담 한번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을 비롯해 아이들은 집에 방치된채 사실상 예고된 참변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이웃과 아동보호기관, 경찰, 법원 등이 모두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피해아동을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동 10명중 4명이 돌봄 사각지대에 있다고 한다.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임, 방치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언제고 인천 형제 사건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임 및 방치 또한 학대라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면서 적극적으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아동들을 찾아내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이웃들의 3차례 방임 신고에도… 행정기관 보호 못 받은 ‘인천 형제’ 엄마는 사고 전날부터 집에 없었다

    이웃들의 3차례 방임 신고에도… 행정기관 보호 못 받은 ‘인천 형제’ 엄마는 사고 전날부터 집에 없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조작하던 중 발생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인천 미추홀구 초등학생 형제가 몇 년 전부터 어머니의 구타와 폭언, 방임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형제는 어머니의 반대로 ‘돌봄교실’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형제 역시 과거 아동학대 사례들처럼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가 결국 이번 참사를 당한 것이다. 17일 인천가정법원에 따르면 형제의 어머니 A(30)씨가 아들 B(10)군과 C(8)군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2년 전인 2018년 9월이었다. 관계 기관 확인 결과 당시 형제의 개인위생 상태, 주거환경, 영양 상태 등이 극히 열악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앓는 B군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자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또래보다 체격이 작고 마른 상태였다. 지난해 9월과 지난 5월 12일에도 이웃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씨가 아이들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방임·학대 건으로 수사를 의뢰했고, 지난 5월 29일 인천가정법원에 A씨와 아이들을 격리해 보호하는 방향으로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B군 형제가 너무 어린 데다 우울증 등을 앓는 친모가 치료와 개선 의지를 보인다며 격리 보호를 하지 않고 상담치료 및 위탁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다. 닷새 후인 이달 1일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첫 방문 상담을 하고 9일과 10일은 전화로 형제의 안전 여부 및 양육기술 관련 상담을 했다.그러나 형제의 사정은 개선되지 않았다. 집에 방치된 이들 형제는 기초생활수급가정에 지원되는 아동급식카드로 편의점이나 분식점 등에서 먹거리를 구입해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편의점 점주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형과 동생이 단둘이 왔는데 항상 1만원어치 정도 사서 갔다”며 “워낙 자주 오다 보니 사용 품목이 제한된 아동급식카드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어머니 A씨는 참사가 난 전날부터 집을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정식 조사는 아니지만 지난 16일 경찰관들과 만나 면담하는 과정에서 “화재 당시 어디 있었느냐”는 물음에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단 한 번도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가 ‘스스로 돌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결국 홀로 방치된 이들 형제는 끼니를 스스로 해결하려다 화상을 입고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특히 형인 B군은 동생을 껴안아 보호하면서 전신 40%에 3도의 심한 화상을 입었다. 동생 C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동폭력과 방임 등에 대한 신고가 확 늘었다”며 “취약계층의 자녀에 대해 해당 지자체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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