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00M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6월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청동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673
  • ‘한강 투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서강대교 남단서 시신 발견

    ‘한강 투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서강대교 남단서 시신 발견

    지난 26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의 시신이 나흘째인 29일 오후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 15분 쯤 서강대교 남단 상류 100m 지점에서 강 위에 떠 있는 성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성씨가 투신한 마포대교에서 1.4㎞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경찰은 시신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국민장례식장으로 옮겨 검안검시를 통해 성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성씨는 발견 당시 맨발이었으며 투신 직후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속 옷차림과 똑같이 흰색 긴팔 셔츠와 쥐색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강경찰대는 이날 오후 서강대교 남단에 시신이 떠 있다는 영등포119수난구조대의 신고를 받고 출동, 성씨의 시신을 둔치로 옮겼다. 한강경찰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순찰정 3척과 수상안전팀 12명을 동원해 마포대교 남단 전망대 하류 100∼300m 구간에서 수중 수색 작업을 해왔다. 성 대표는 지난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에 “남성연대 부채 해결을 위해 1억 원만 빌려달라”, “내일 한강에서 뛰어내리겠다”는 글을 올린 뒤 하루 만에 한강에 투신했다. 26일 오후 3시 15분께 성 대표의 트위터에는 “정말 부끄러운 짓입니다.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난간에서 손을 떼며 뛰어내리는 성 대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마포대교에는 40여개의 폐쇄회로(CC)TV가 있지만 사각지대에서 뛰어내려 성 대표의 예고 투신을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일 성 대표의 투신 장면을 목격한 남성연대 사무처장 한승오(35)씨 등 직원 3명과 지지자 박모(28)씨 등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씨는 경찰 조사 직후 취재진에게 “남성연대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위험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사고로 이어져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자살은 아니다. (투신은) 몸을 던진다는 것이지 자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씨의 죽음은 자살보다는 사고사(死)로 판단된다”며 “한씨 등에게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려면 본인이 자살하려는 분명한 고의가 있어야 하고 옆에 있었던 사람이 그렇게 인식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본인도 퍼포먼스라고 하면서 고의가 아니라고 했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의 시신 발견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 대표와 남성연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는 한때 누리꾼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다운됐으며 남성연대 홈페이지에는 성 대표를 추모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4학년도 수능 D-100… 과목별 마무리 전략은

    2014학년도 수능 D-100… 과목별 마무리 전략은

    30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오는 9월 4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원서접수에 맞춰 대입 전형 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100일 동안 수능 성적 올리기에 전념해야 한다. 그동안 ‘마라톤’을 뛰듯 준비했다면 ‘100m 전력질주’를 하는 것처럼 학습 전략에도 변화를 줘야 할 때이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 등 입시 전문가들에게 공부법을 물어봤다. 국어:EBS교재로 유형·작품 이해력 확보를 국어영역을 공부할 때에는 EBS 교재를 통해 유형이나 작품 이해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지난 6월 모의평가 A형과 B형에서 공통 출제된 30%의 지문과 문항을 꼭 공부해야 한다. 수능 출제 가능성이 높다. EBS 교재 중 ‘인터넷 수능’과 ‘수능특강’에 비해 6월 말에 출간된 ‘수능완성’과 ‘EBS 국어 270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좋다. 앞서 출간된 ‘인터넷수능’과 ‘수능특강’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6월 모의평가에서 한 번 다룬 교재이기 때문이다. ‘화법’ 문제를 다룰 때에는 A/B형 모두 기본 개념원리를 충실하게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부터 폐지되는 듣기 영역과 달리 화법 영역은 정보량이 많은 문항을 읽고 풀어야 하는 지필 형식이기 때문이다. 문항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해야 하는데, 지금부터는 정해진 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매일 해야 한다. A/B형 모두 출제 형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 ‘작문’ 문제이다. 앞서 수능 모의평가에 나온 출제 패턴을 익혀 두고 새롭게 선보인 문항 역시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문법’ 문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변별력을 갖춰 가고 있다. 교과서에 실린 기본 개념과 용어를 익혀 둬야 하고, 고전문법 문항이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니 교과서 이론과 용례를 충분히 익혀 둬야 한다. ‘문학’ 문제에서는 A/B형 모두 작품에 대한 기본적 이해력과 추론 능력을 요구한다. 기본 어휘(한자어나 한자성어, 속담 등) 문항들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고전 시가의 경우에는 A형은 현대어로, B형은 고전어휘 형태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수학:A형은 문제집 한 권을 세 번 복습하길 여름방학을 맞아 수학 관련 강의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수학공부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리하고, 풀 수 있어야 한다는 자체다. 강의를 듣는 시간, 강의를 들은 후에 정리하는 시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조급한 마음에 강의를 들으며 ‘귀로만’ 공부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상위권은 고난도 문항을 반드시 정복하고, 중하위권은 개념정리라도 확실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대응해야 한다. 출제 범위가 적은 편인 A형(인문계)을 치르는 학생이라면 한 권의 문제집을 3번 복습한다는 원칙을 세워보자. 처음에는 그냥 풀고, 두 번째는 틀린 문제만 모아서 풀어보고, 세 번째는 자신에게 설명하며 백지에 풀어본다. ‘수열’ 문제는 개념 정리와 함께 다양한 문제풀이로 실전 감각을 길러야 한다. ‘함수의 극한과 미분’ 문제는 고등수학(하)을 통해 기본기를 다진 뒤 접근해야 한다. ‘극한과 미적분’ 문제는 A형 난이도를 높이는 단원이지만 실제 수능에선 다항함수의 극한, 다항함수의 미적분 가운데 3점짜리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보다 기본기를 다질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수학 B형(자연계)에서는 마지막에 배우는 기하와 벡터, 적분과 통계가 상대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30문항 중 15문항이 이 부분에서 나오니 포기하면 안 된다. 자세히 설명한 개념서를 이용해 예제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전 문제를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B형의 미적분은 다항함수뿐 아니라 지수, 로그, 삼각함수 등 다양한 함수와 연관돼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니 꼼꼼하게 학습해야 한다. 영어:듣기평가 22문항 확대… 실용영어 대비를 올해부터 듣기평가가 22문항으로 강화됐고, 읽기 부문은 23문항으로 예전 수능보다 10문항 감소했으니 이에 대비해 공부해야 한다. 듣기 문제의 대표적인 신유형은 ‘짧은 대화에 응답하는 유형’과 ‘1개 담화문에 2개 문항이 포함된 세트형’이 될 것이다. 이처럼 실용영어 비중이 높아진 듣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손과 입을 쉴 새 없이 사용하며 공부해야 한다. 듣기를 많이 틀리는 학생들은 영어 문장을 크게 주어, 동사구, 수식어구로 나누어 표시하고 표시된 부분에서 끊어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A/B형 난이도 차가 독해에 비해 듣기에서 더 적게 나타나고 있으니, 수험생 모두 난이도가 약간 높은 B형 문제로 공부하는 게 안전하다. ‘빈칸 추론’ 문제를 제외한 A형의 독해 문제는 단순한 정보파악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구문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문장이 빠르게 눈에 들어오도록 반복해서 읽기를 하고 쉬운 지문들을 많이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B형의 성패는 ‘빈칸 추론’ 문제가 좌우한다. 평소에 정확한 글 읽기 연습을 통해서 개별적인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는 연습과 문장들 간의 연결성을 파악하여 문맥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영어 공부에서 EBS는 특히 중요하다. 이미 한 번 본 지문을 읽는 것이 낯선 지문을 읽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영어가 시간 싸움이란 점을 감안하면 EBS 지문과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수능에서 시간이 부족하게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시간을 재면서 문제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 반복해서 틀리는 유형과 어렵게 느끼는 유형의 문제를 모아서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사회탐구:중위권, 모평 ‘수능특강’ 교재 활용을 단원별 목표와 주요 개념을 요약, 정리해 가며 핵심 개념과 원리를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교과서 밖 소재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과 시사적인 내용도 출제되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사회적 쟁점과 소재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의미를 파악해 본다. 상위권(1~3등급) 학생이라면 과목별로 난이도가 높은 문제에 대비한다. 단원 통합 간 문제와 교과서 밖 시사적인 문제 등 변별력이 높은 문항에 집중 대비해야 한다. 중위권(4~5등급) 이하 학생은 사탐교과별로 단원별 목표와 주요 개념을 요약해 정리하고, 기출문제를 풀어 보면서 문제 유형을 익히는 게 좋다. 수능에서는 EBS 교재를 활용한 문제가 70% 출제되는데,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 ‘수능특강’ 교재에 실린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실전 수능에서 모의평가 문항을 피해가려는 경향을 감안하면 모의평가 이후 본격적으로 발간되는 ‘수능완성’ 교재에 실린 문제가 많이 나온다. ‘윤리 교과군’을 공부할 때에는 서양 사상가를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생활과 윤리에서는 싱어, 니부어, 롤스, 요나스의 사상 등을 생활윤리 문제와 관련지어 깊이 있게 정리해야 한다. ‘역사 교과군’에서는 근대 이후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으니, 이 당시의 주요 사건은 구체적인 시기도 파악해 두어야 한다. 한국사는 근대 이후를 10년 단위로 구분해 파악하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지리 교과군’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는 문항이 출제된다. 그래프, 도표 등 자료를 읽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주제와 관련 있는 지역의 특징을 파악해두는 것도 좋다. 과학탐구:‘수능특강’ ‘수능완성’ 하루 5페이지씩 과학탐구 영역에서 수능과 연계된 EBS 수능교재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이다. 2권의 총 페이지 수는 380페이지 정도이다. 따라서 앞으로 100일 동안 하루에 5페이지만 꾸준히 공부하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이라면 과학탐구 영역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수능에서는 EBS 교재에 나온 자료와 내용을 변형한 문항이 출제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100일 동안 하루에 한 문제씩이라도 EBS 수능교재에 나온 문항을 변형해 직접 문제를 만들면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가 어떻게 변형되어 출제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문제를 만들다 보면 스스로 개념이 정립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수능은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첫 수능이다. 따라서 새 교육과정에 첨가되거나 변형된 단원의 출제 가능성이 높다. ‘물리 I’의 새 교육과정은 시공간의 새로운 이해 및 힘의 이용 등이 있다. ‘화학 I’ 에서는 원소 분석 실험을 통해 화합물의 실험식을 구하는 문제와 DNA구조와 아미노산에 관련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 교육과정에서 고난도 문제로 출제되었던 중화 반응에서 수용액 속의 이온수 변화를 묻는 문항은 새 교육과정에서도 고난도 문제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생명과학’에서 상위권 학생은 유전 단원을 놓치면 안 된다. 다만 ‘지구과학’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과목으로 수능에서 나오는 내용이 고난도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하기보다 기본 개념만 잘 정리해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이다. 새 교육과정에서 지진 해일, 환경오염, 기후변화, 우주 쓰레기, 외계행성의 탐사와 같은 실생활 연관 내용이 들어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⑥ 세종로 사거리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⑥ 세종로 사거리

    황토마루서 바라본 사대문 풍광에 정도전이 칭송詩 읊었다는데… 세종로 사거리는 본디 사거리가 아니라 삼거리였다.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선 지도를 펼쳐 보면 오늘의 광화문광장인 육조거리와 남대문을 잇는 남북 간 도로는 없었다. 지금의 태평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솟아올랐다가 정동과 청계천광장을 거쳐 무교동 쪽으로 흘러내린 나지막한 고개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이 고개가 황토마루(황토현)였다. 아쉽게도 지명으로만 남아 있을 뿐 사진이나 그림은 전해지지 않는다. 생김새와 위치를 짐작할 뿐이다. 고개 덕분에 사대문 안의 등뼈에 해당하는 남북 간 상징 축선은 육조거리에서 정(丁)자 모양을 그리면서 운종가로 꺾여 종루(보신각)까지 이어지고 나서 청계천 광통교를 건너 남대문까지 뻗었다. 황토마루에서 바라보는 사대문 안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웠다. 삼각산을 병풍처럼 두른 북악과 경복궁, 그리고 육조 관청 담벼락(長廊)이 장관을 이뤘다. 한양천도 직후 정도전은 ‘여러 관아 높은 건물 마주 보며 서 있는 것이/하늘의 별들이 북두칠성을 둘러쌌네/달 밝은 새벽 관청거리 물같이 고요한데/말 구슬 소리 들려오고 티끌 한 점 일지 않누나’라고 육조거리를 칭송하는 시를 지었다. 아마 야밤에 황토마루에 올라 북악 쪽을 바라보면서 읊었을 것이다. 인왕산 지맥인 황토마루는 풍수지리학상 관악산 불길이 경복궁에 미치는 것을 막는 장치였다. 그래서 길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청계천을 파낸 흙을 보태 언덕을 덧쌓았다. 조선지도에 동령동(東嶺洞)이라는 지명이 나타나는데 세종로와 신문로1가에 걸친 황토마루 동쪽 마을이었다. 무기를 만드는 군기시(軍器寺)가 남쪽에 있었다. 지금의 서울신문(한국프레스센터)과 서울시청쯤이다. 일제는 1912년 ‘황토현 언덕을 없애서 폭 100m, 길이 220m의 광장을 만든다’는 총독부 훈령을 내려 고개를 뭉개 버렸다. 황토현을 없애고 나서 광장은 만들지 않았다. 대신 태평로를 내서 경복궁과 남대문을 연결하는 일본의 상징 축선을 만들었다. 황토현을 없애 버림으로써 육조거리를 파괴하고, 조선의 남북 상징 축선을 말살시키려는 의도였다. 광복후 신생 대한민국, 지명 즉흥 결정 육조거리·운종가 전통 이름 사라져 광복 후 1년여 지난 1946년 10월 초대 서울시장 김형민은 일본식 동명이나 가로명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 당시 군정청 문교부장(교육부장관) 유억겸의 제안에 따라 일제강점기 가로명의 뒷말인 통(通)을 로(路), 정목(丁目)을 가(街), 정(町)을 동(洞)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특히 큰 가로명에는 역사상 위인의 시호를 붙이기로 했다. 개정 작업에 참여한 국어학자 황의돈은 회고록에서 “세종로는 우리나라 문치의 위인으로서 민족의 태양과 같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충무로는 무인으로서 위훈을 추모하는 충무공을, 을지로는 육군의 대표 인물인 을지문덕을, 원효로는 불교의 대표 인물인 원효 대사를, 퇴계로는 유학계의 대표 인물인 이퇴계를, 그리고 충정로는 순국열사 중에서도 맨 처음인 민충정공으로 택정하였다”라고 썼다. 이에 따라 광화문통은 세종로, 황금정통은 을지로, 본정통은 충무로, 소화통은 퇴계로 등으로 변경됐다. 개정 작업은 논란 없이 간단하게 끝났다. 36년이란 식민 통치 기간이 너무 길어선지, 광복의 기쁨에 들떠선지, 일제잔재 지우기에 열중해선지 세종로 사거리가 황토마루였다는 점을 일깨웠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광화문통을 육조가로 되돌리자는 의견이 개진됐으나 무시됐다. 일제가 새로 만든 대표적인 길인 태평통도 태평로로 버젓이 살아남았다. 종로도 옛 지명인 운종가를 되찾지 못했다. 지명과 가로명 개정 작업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열렸지만, 지엽말단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지명이란 자연과 지리, 풍속, 제도의 산물임에도 식민통치를 갓 벗어난 신생 대한민국은 숙고 없이 지명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오늘날 사대문 안을 오가는 숱한 청소년들이 육조거리와 황토현, 운종가 같은 우리 지명을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좋은 역사나 전통이라도 계승하지 않으면 잊히게 마련이다. 교보빌딩옆 ‘고종즉위40년 비전(碑殿)’ 도난당하고 헐리고 부실 복원까지 세종로와 종로가 만나는 지점에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전이 서 있다. 육중한 덩치의 교보빌딩 때문에 일견 왜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날아갈 듯한 추녀가 북악에 겹쳐 보이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기단을 높이 쌓고 돌난간을 두른 장중한 기품이 주변 고층건물 숲을 압도한다. 1902년 세워진 이 건물은 건축사적으로 대한제국기 전통 양식의 마지막 걸작으로 평가된다. 현대식 건물밖에 없는 삭막한 세종로 사거리에 역사의 향기를 풍기는 존재다. 한때 세종로 사거리를 ‘비각 앞’이라고 불렀다. 이 건물의 가치를 깎아내린 일제의 몹쓸 잔재다. 아직도 관광 안내 책자나 교통 관련 안내문에 비각이라고 잘못 기록한 사례가 많다. 비각(碑閣)이 아니라 ‘비전’(碑殿)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궁궐 전(殿)자는 경복궁 근정전처럼 임금이 사용하는 건물에만 붙는 글자다. 전통 건물은 격에 따라 전(殿)-당(堂)-합(閤)-각(閣)-제(齊)-헌(軒)-누(樓)-정(亭) 순으로 이름이 붙는데 비각은 비전의 부속 건물에 불과하므로 이를 바꿔 부르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당시 황태자이던 순종이 쓴 비문에는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이라고 고치고, 황제의 칭호를 썼으며 광무(光武)라는 연호를 세운 일’ 등이 기술돼 있다. 단순히 고종 즉위 40년을 기리는 건물이 아니다. 대한제국 건국 사실과 황제라고 칭하고 연호를 사용했다는 이른바 ‘칭제건원’(稱帝建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헐릴 뻔한 위기를 넘겼다. 1966년 광화문 지하보도 공사 당시 비전이 공사에 거추장스럽다는 보고를 받은 ‘불도저’ 김현옥 시장은 “60년밖에 안 된 것이니 헐어 버리라”라고 막말을 했다고 한다. 주위의 만류로 간신히 살아났지만 10년 후 종로길 확장 공사와 교보빌딩 신축공사 때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1979년 해체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자리 잡았지만 부실 복원을 면치 못했다. 지붕 꼭대기 절병통(節甁?) 모양이 달라졌다. 어찌 된 셈인지 회칠을 한 추녀 마루가 기와로 바뀌면서 잡귀를 물리치는 어처구니(雜像)도 간데없다. 또 비를 보호하는 꽃담과 철제 틀도 사라져 옹색해졌다. 출입구였던 만세문(萬歲門)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뜯어다가 자신의 집 대문으로 사용했는데 한국전쟁 통에 일부 파손됐다. 비전이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리케이드 밖에선 비문이 보이지도 않는다. 광화문광장을 오가는 숱한 내외국인들이 대한제국의 당당한 위엄을 엿볼 수 있도록 원형대로 복원돼야 한다. 국제극장·감리회관 부지에 광화문 빌딩 주인 둘, 담당 구청도 둘이 된 사연 세종로 사거리는 광장이 들어설 자리였다. 건물이 들어설 수 없었다. 1952년 3월 25일자 내무부 고시에 의해 확정된 7만 700㎡의 대광장 계획범위 안이기 때문이다. 전후 복구계획에 따라 세종로 사거리 중심에서 반지름 150m 원 넓이의 광장 부지가 잡혀 있었다. 이 반지름 안에는 지금의 교보, 현대해상화재, 동아일보, 광화문우체국, 광화문빌딩 등이 포함된다. 이 계획은 엄청난 로비에 의해 꼬리를 내렸다. 1962년 12월 8일자 건설부 고시에 의해 3만 3228㎡(반지름 102m)로 확 줄었다. 광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개발지상주의 때문이었다. 도로와 광장계획에 걸려서 정식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땅이지만 가(假)건물을 허용했다. 청계천 쪽 동아일보사와 정동 쪽 국제극장, 감리회관이 대표적 가건물이었다. 동화면세점이 입주한 광화문빌딩의 탄생 비화도 흥미롭다. 1986년 신문로 도심재개발사업에 따라 1950년대 말~60년대 초 장안 최고의 개봉관이었던 국제극장과 감리회관을 헐고 새 건물을 짓게 됐다. 시행 주체는 동아흥행과 감리회유지재단이었다. 건축허가 과정에서 2개의 건물을 따로 짓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낫다는 아이디어가 서울시와 건축위원회 등에서 제시됐다. 시행 주체를 설득하고 나니 담당 구청이 걸림돌이었다. 두 건물이 속하는 종로구청과 중구청이 막대한 세원 확보를 놓고 한 치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 국제극장은 종로구 세종로동 211번지였고, 감리회관은 중구 태평로 1가 68번지였다. 설득과 타협, 숙고를 거듭한 끝에 수평분할 방식에 합의했다. 지하 5층에서 지상 12층까지는 동아흥행 소유로 종로구에, 지상 13층부터 20층까지는 감리회유지재단 소유로 중구에 속하게 하는 묘안을 짜낸 것이다. 이 건물은 1993년 완공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광화문빌딩은 몸체는 하나, 주인은 둘, 담당 관청도 둘인 특기할 만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joo@seoul.co.kr
  • 중복이자 ‘대서’인 오늘…중북부 국지성 호우 “내일까지 150㎜”

    중복이자 ‘대서’인 오늘…중북부 국지성 호우 “내일까지 150㎜”

    중복이자 대서인 23일 중북부 지역에 국지성 호우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전날까지 최고 360mm의 기록적 폭우가 내린 중북부지방에 이날도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또 24일까지 서울·경기와 강원 지방에 1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현재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강원과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10mm 안팎의 다소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와 충남, 호남 일부지역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절기상 대서인 이맘 때쯤이면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인데도 중부지방은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장맛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내일까지 중부와 전북 서해안에 50~100mm,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에 많은 곳은 1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그 밖의 호남과 강원 동해안, 경북 북부에도 최고 7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대우인터 미얀마 해상 가스전 생산현장 르포

    대우인터 미얀마 해상 가스전 생산현장 르포

    지난 17일 짝퓨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105㎞쯤 날아가자 벵골만 해상이 펼쳐졌고, 곧이어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의 해상 플랫폼이 눈앞에 들어왔다. 헬기가 H자가 그려진 착륙장에 사뿐히 내려앉자 100m 높이의 플레어타워에서 내뿜는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 개발 꿈이 영근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오는 28일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 해상 플랫폼 준공식에 참석한다. 가스전 시추와 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인 해상 플랫폼은 총길이 238m, 무게 4만 8000t의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다. 해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높이 110m, 5층 규모의 톱사이드(2만 6000t)와 바다 밑에서 톱사이드를 지탱하는 128m의 재킷(2만 2000t)으로 구성돼 있다. 정유공장을 바다에 옮겨 놓은 듯했다. 가스 시추설비 지역의 파이프관에 손을 대봤다. ‘쏴’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지나가고 있음을 손에 전해지는 진동으로 느낄 수 있었다. 12.5㎞ 떨어진 A-3 광구 미야 가스전의 해저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플랫폼에 도달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다시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110㎞ 너머의 육상가스터미널로 운송된다. 육상가스터미널에 모인 가스는 미얀마와 중국 내륙의 육상 가스관을 거쳐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CNPC의 자회사 CNUOC에 판매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야 가스전 생산을 시작으로 A-1 광구의 셰·셰퓨 가스전에서도 단계적으로 가스를 뽑아 올릴 계획이다. 주시보 대우인터내셔널 해외생산본부장(전무)은 “셰, 셰퓨, 미야 등 가스전 3곳 가운데 미야 가스전이 가장 먼저 생산단계에 진입해 현재 2만 3000가구가 쓸 수 있는 하루 7000만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1년간 단계적 증산 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정상 생산궤도에 오르면 하루 5억 입방피트(원유 환산 시 약 9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양수영 자원개발부문장(부사장)은 “가채매장량 4조 5000억 입방피트는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치에 해당하는 양이며, 25~30년간 연평균 3000억~4000억원의 세전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미얀마 북서부 해상. 바다 밑 3000m까지 파내려 갔으나 예상했던 가스가 나오지 않자 포기할지 말지를 고민하던 대우인터내셔널의 자원 개발 도전이 13년 만에 ‘바닷속 금맥’으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짝퓨(미얀마)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후쿠시마 갑상선 피폭자 수 발표의 10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00밀리시버트(mSv) 이상의 갑상선 피폭을 당한 직원 수가 당초 발표의 10배 이상인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갑상선 피폭은 주로 흡입 등으로 체내에 들어온 방사성 요오드에 의한 내부 피폭으로, 갑상선 피폭량이 100mSv를 넘으면 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기 위해 직원 522명을 대상으로 갑상선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 100mSv 이상 피폭자는 178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유엔 과학위원회가 도쿄전력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도쿄전력 측에 재조사를 지시했다. 기존 피폭 데이터의 재분석과 함께 작업 당일의 대기중 요소와 세슘 비율 등을 통해 갑상선 피폭량을 추계한 결과 피폭량이 100mSv 이상인 직원은 197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 피폭의 대부분은 사고 직후의 갑상선 피폭이지만 후생노동성이나 도쿄전력이 온 몸에 피폭된 방사선의 양(전신선량)만으로 작업자의 건강을 관리하기 때문에 갑상선 피폭의 실태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교관, 학생들 물에 빠지자 구조 않고 호각만 불었다”

    “교관, 학생들 물에 빠지자 구조 않고 호각만 불었다”

    전통 명문인 충남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해병대 체험활동’을 떠난 것은 지난 17일이었다. 남자 4개반, 여자 2개반 2학년 198명과 인솔 교사 7명은 학교에서 관광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오후 1시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에 있는 민간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빡빡한 학교 공부에 지쳤던 학생들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제식훈련을 받아야 했다. PT체조 등이 이어졌다. 낯설고 힘든 체험이었지만 교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고는 대강당에 모여 해병대 활동 영상을 보고 오후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인 18일에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체조와 높이 10m에서 내려오는 줄타기 체험을 했다. 점심을 먹은 뒤 드디어 보트를 타고 바닷물을 가르는 래프팅을 시작했다. 몹시 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10여명씩 노를 저어 무동력 고무보트를 타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보트가 8척밖에 없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학생을 제외하고 90명씩 조를 짰다. 교관으로부터 노를 젓는 방법 등을 간단히 배웠다. 사고를 당한 이병학(17)군 등 90명은 20분간 교관의 인솔 아래 바닷물 위에서 노를 저어 나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래프팅이 끝나자 이군 등은 구명조끼를 벗고 다음 조의 래프팅이 끝날 때까지 백사장에 앉아 기다렸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후 4시 50분쯤이었다. 교관 김모씨와 이모씨가 바닷물 속에서 “야, 들어와”라고 외쳤다. 군기가 잡힌 데다 날이 더워 90명 대부분이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두 조끼를 벗은 상태였다. 10명씩 줄을 맞춰 바다로 들어갔다. 앞줄 학생들이 가슴 가까이 물속에 잠겼을 때 높이 1m 가까운 파도가 덮쳤다. 썰물도 밀물도 아닌 때였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악명이 높아 조끼를 입지 않으면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곳이다. 교관은 이 규정을 깔아뭉갰다. 두 교관 모두 해병대 출신일 뿐 자격증이나 캠프 경험이 없는 ‘초짜’였다. 거센 파도가 덮친 뒤 앞줄에 있던 학생 23명은 목까지 물이 차올라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물에 들어간 지 10분 안팎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사고가 나자 교관 김씨 등이 래프팅 중이던 다른 교관 3명을 불렀다. 허우적거리던 18명은 동료 학생들과 교관에 의해 구조됐으나 5명은 물에 잠겼다. 태안해경은 “바닷속 깊은 웅덩이인 ‘물골’에 빠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교관이 당황했는지 친구들을 구하지 않고 호각만 불어대면서 빨리 나오라고만 재촉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인솔 교사들은 학생과 격리돼 해변에서 100m쯤 떨어진 유스호스텔 휴게실에 있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실종된 학생들을 찾다가 허사로 끝나자 사고 발생 30여분이 지난 오후 5시 34분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때부터 본격 수색작업이 펼쳐졌으나 금세 날이 어두워져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았다. 공주사대부고는 지난해 서울대 18명, 의대·한의대 27명, 연·고대 39명, 경찰대 4명 등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충남과 전국에서 절반씩 신입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지원한다. 명문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먼 곳까지 와 청운의 꿈을 꾸던 학생들이 리더십을 심어준다는 해병대 캠프의 안전불감증 탓에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고 말았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스마트폰 요금 가장 싸다고 하더니… 서울 인터넷 요금, 도쿄보다 3배 비싸

    최근 ‘서울 스마트폰 요금이 가장 싸다’는 결과를 내놓은 일본 총무성의 같은 조사에서 서울의 인터넷 요금이 조사 대상 도시 중 2~3번째로 비싸다고 조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전체 조사 중 업계에 유리한 결과만 내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일본 총무성의 ‘헤이세이 24년도(2012년) 전기통신 서비스 내외 가격차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총무성은 조사 당시 휴대전화 요금과 함께 광케이블 통신망(FTTH),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케이블TV 통신망 등 인터넷 서비스와 유선전화 요금도 함께 조사했다. 결과를 보면 국내 인터넷 요금은 조사 도시 중 2~3번째로 비쌌다. 각 도시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FTTH의 1Mbps 속도당 요금은 서울이 월 47엔으로 세번째로 비쌌다. 속도당 요금은 인터넷 품질에 따른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월 요금을 인터넷 최대 속도로 나눈 값이다. 서울의 FTTH 속도는 100Mbps다. 1Mbps당 요금이 가장 비싼 곳은 뉴욕(90엔), 두번째는 뒤셀도르프(60엔)였다. 가장 싼 곳은 도쿄 공동주택(16엔)이었다. 도쿄 공동주택과 비교하면 서울의 인터넷 요금은 3배가량 비싼 셈이다. 속도를 따지지 않은 월 요금은 서울이 4699엔으로 네번째였다. CATV 회선을 이용한 인터넷은 서울이 1Mbps당 42엔으로 뉴욕(164엔)에 이어 두번째로 비쌌다. 국내 사용자가 미미한 DSL은 월 요금이 스톡홀름의 4022엔 다음으로 비싼 3438엔으로 나타났다. 시내 유선전화 요금은 평일 낮 기준 서울이 3분당 5엔으로 가장 쌌다. 하지만 가입 비용은 7640엔으로 세번째로 비쌌다. 총무성의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도 서울의 스마트폰 요금은 일부 항목에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터넷 요금은 비싸기로 2~3위를 다퉜다. 하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스마트폰 요금 외에 다른 서비스 요금 내역은 알려지지 않았다. 통신업계는 해외 조사 결과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만 언론에 흘렸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총무성 발표와 관련해 SK텔레콤은 다른 언급 없이 휴대전화 요금 비교 결과만 참고 자료로 제공했고, KT 등은 언급조차 없었다. SKT 관계자는 “우리는 조사 항목 중 휴대전화 부분에만 포함되다보니 굳이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인터넷 요금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조사는 도시별 1위 각 분야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국내 휴대전화는 SK텔레콤, FTTH·DSL·유선전화는 KT, CATV인터넷은 SK브로드밴드가 대상이다. 조사 도시는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뒤셀도르프, 스웨덴 스톡홀름, 서울 등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⑤광화문광장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⑤광화문광장

    >>광화문의 어제:육조거리의 부활을 기다리며 조선시대 국가의례·행사 열린 정치·행정·문화의 중심광장 세종로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에 해당하는 국가 중심도로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사료에는 육조대로, 주작대로라는 이름이 기록돼 있다. 주요 행정관청인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 6개 관청이 있는 거리라는 뜻에서 육조(六曹)거리라고 불린 듯하다. 흔히 어가(御街)라고 지칭됐으며 일반인들은 육조거리, 육조 앞, 해태 앞이라는 지명을 주로 썼다. 관청가인 육조대로가 세종로의 본디 이름인 셈이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중심으로 의정부와 삼군부, 육조, 한성부, 사헌부 등 주요 관청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육조거리에는 광장의 개념까지 포함됐다. 국가의례나 문화행사가 열리는 정치·행정·문화의 중심 광장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폭 58m, 길이 200m의 큰길이었다. 노면이 고르고 배수가 잘 됐으며 바람이 불어도 먼지가 날리지 않는 멋진 길이었다. 중국, 일본의 사신이나 개항 이후 방문한 백인 외교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조선팔도고금총람도, 수선전도, 조선경성도 등을 보면 육조거리의 관아는 위계에 따라 배치됐다. 의정부가 광화문 왼쪽 맨 앞자리인 현재의 광화문 열린 광장 자리에 있었고 이조, 한성부, 호조가 뒤를 이었다. 반대쪽 정부서울청사 쪽에는 삼군부, 예조, 사헌부, 병조, 형조, 공조가 차례로 터를 잡았다. 서울역사문화연구소 이상협 소장의 논문 ‘조선시대 육조거리에 대한 고찰’을 보면 의정부와 예조 등 모든 관아가 육조거리에 직각 방향으로 있으며 육조거리의 공간 구성과 관아 배치는 경복궁에서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있는 공간 구성의 틀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조성 당시의 배치 구조와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이 한 채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다만 1900년대 전후에 촬영한 사진과 관아 그림 등으로 유추해 볼 때 양쪽의 긴 담장이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긴 행랑 때문에 육조를 흔히 육조장랑(六曹長廊)이라고도 지칭할 정도였다. 일제는 조선의 행정관청인 육조라는 명칭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거리 이름을 광화문통으로 바꿨다. 육조장랑은 뜯겨 나갔고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1926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총독부 신청사를 짓자마자 앞을 가리는 광화문을 해체해 건춘문 옆으로 옮겨 버리고 나서는 총독부 광장이라고 호칭했다. 어용 군중집회가 주로 이곳에서 열렸다. 미 군정기에는 군정청이 입주하면서 군정청 광장이라고 불렸다. 정부 수립 기념식이 개최됐다. 해방을 맞았지만, 육조거리로 복권되지 못하고 세종로라는 이름이 붙여져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는 이 거리를 광화문이나 광화문광장이라고 즐겨 부른다. 세종로라는 작위적 지명보다 현존 구조물인 광화문이 더 친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 번이나 옮겨지고, 두 번이나 불탄 광화문 수난사가 마음속에 새겨진 탓인지도 모른다. 이름 하나가 역사적 사고를 지배하기도 한다. 1946년 해방 직후 구성된 지명위원회는 국가 중심가로의 역사성을 간과했다. 일제가 붙인 광화문통을 세종로로 바꾸는 데 급급했다. 육조대로라는 지명을 원상회복할 기회를 놓쳤다. 세종로가 100m의 도로폭을 갖게 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맥아더의 호언장담처럼 종전 후 서울도 이상적인 도시계획의 기회를 잡았다. 1945년부터 1956년까지 11년 동안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을 맡은 한국인 1호 도시계획가 장훈씨가 1952년 고시된 최초의 서울 도시계획에서 광화문사거리~중앙청까지 500m 길이 도로의 폭을 기존 53m에서 100m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폭 12m에 길이 2750m이던 청계천을 폭 50m의 도로 부지로 확장해 오늘의 청계천을 있게 했다. 광화문광장, 시청 앞 광장, 숭례문광장 등 주요 광장 부지도 확보했다. 대담한 도시계획에 맞춰 건물과 토지를 매수하고 수용해야 했지만 서울시의 재정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내버려둘 수도 없고 매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민원이 빗발치자 가건축 허가를 내줘 가건물을 짓도록 했다. 도로 확장은 1966~1979년 계획대로 실행했지만, 광장 부지는 확보하지 못했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세종로사거리를 기점으로 반지름 150m의 광장이 계획대로 실현됐다면 현재의 동아일보 사옥과 광화문 우체국, 교보빌딩과 KT빌딩은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건설부고시에 따라 광화문광장계획선은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세종로와 태평로를 연결하는 광장계획선 안에 일부 건물이 건재하다. >>광화문의 오늘:주요 건물의 부침사 정부서울청사 옛 삼군부·예조 자리에… 개인건물은 4채뿐 광화문을 중심으로 왼쪽에 광화문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역사박물관·주한미국대사관·KT빌딩·교보빌딩·비각이 차례로 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정부서울청사와 별관·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삼보빌딩·현대해상화재·세광빌딩 등이 자리 잡았다. 폭 100m, 길이 500m의 광장구조 거리에 공공건물 5채와 대기업 건물 3채, 개인건물 4채, 문화재 1개, 공원 2곳뿐인 쾌적한 구조다. 해방 이후 육조거리를 복원하지 않은 탓에 건물들의 격렬한 부침(浮沈)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세종로를 폭 100m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건물이 헐렸다. 먼저 1967년 의정부 자리를 꿰차고 있던 경기도청과 국제전신전화국 일부가 철거됐다. ‘서울 한복판에 웬 경기도청’이냐고 하겠지만, 옛 경기도청은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경성부(서울)를 경기도의 일개 지방도시화한 일제가 의정부를 헐어 내고 지은 건물이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기억에서 지우기 위한 식민통치의 음모였다. 한 때 치안본부 등으로 쓰였다. 정부는 이 자리에 정부 제2종합청사를 지으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고무된 이원종 당시 서울시장이 ‘국가 중심가로 구상안’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정부로부터 매입해 광화문 시민열린 마당을 조성했다. 부지를 지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명칭을 의정부 광장이나 육조마당, 육조광장으로 붙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질책받을 일이다. 서울의 면모를 일신한다는 방침에 따라 대대적인 도시 개조 사업이 벌어졌다. 이른바 ‘서울재건’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외국 원조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민간 자본이 속속 건물을 지었다. 1961년 10월 완공된 현재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주한 미국대사관은 쌍둥이 건물이다. 역사박물관은 이조, 미국대사관은 한성부 터다. 이 건물은 미국대외경제원조처(USOM)가 500만 달러의 원조자금을 대고 필리핀에 건축을 의뢰해 지어졌다. 정부청사용 건물을 짓고도 280만 달러가 남자 건물을 한 채 더 지었는데 여기에 대사관이 입주한 것이다. 역사박물관 건물은 5·16 이후 국가재건최고위원회 건물로 사용됐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청사로 쓰이다가 문화공보부, 문화체육부, 문화체육관광부를 거쳐 지난해 4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전시 내용과 건물의 구조 등이 박물관으로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KT 광화문 빌딩은 1981년 국제전신전화국 자리에 세워졌고 체신부와 함께 입주했다. 이후 잦은 정부 조직 개편으로 소관 부처가 체신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바뀔 때마다 간판을 변경했다. 1998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체신청으로부터 분리, 공사가 된 이후 2002년 민영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관 당시 체신부가 갖고 있던 이 건물의 12~14층까지 3개 층의 소유권도 방통위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교보빌딩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건축가 등 전문가 그룹은 ‘짝퉁’ 건물이라고 깎아내리고, 일반인들은 건물 외관의 대형 걸개 글판과 시내 한복판 책방인 교보문고의 존재를 달가워한다. 왜 그렇까? 이 건물의 정체성 때문이다. 일본 도쿄 주일미국대사관 건물의 디자인을 빼닮았다는 이유다. 미국 건축가 시저 펠리에게 같은 건물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 디자인을 교보의 전국 지사 건물로 복제했다. 최근 한 건축 잡지는 해방 이후 최악의 건물 리스트에 올렸다. 층수와 용도를 둘러싸고 뒤탈도 많았다. 설계 당시 40층을 계획했지만 23층에 그쳤다. 완공 단계에서 정부청사보다 낮은 17층 이하로 지으라고 행정 당국이 종용하자 당시 신용호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완공 단계의 건물을 자르라면…. 내가 광화문 복판에서 배를 자르겠다”는 격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용도를 호텔로 변경하라고 권하자 “정부청사 앞에 술과 밥을 파는 숙박업소를 짓는다는 것은 나라 체면을 먹칠하는 것”이라고 거절한 사연도 자서전에 남아 있다. 교보빌딩은 2009년부터 2년 동안 건물의 뼈대만 남겨 두고 건물 옆면 일본식 다다미 모양을 유리로 교체하는 등 리모델링했다. 짝퉁 논란에서 벗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서울청사는 1970년 옛 삼군부와 예조 자리에 들어섰고, 별관인 외교부청사는 2002년 옛 교통방송국 터에 자리 잡았다. 1966년에 정부서울청사 자리에 있던 서울전신저금보험관리국, 경찰기동대 순찰반이 헐렸고,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인 시민회관 자리에 있던 종로보건소와 광화문전화국이 철거됐다. 시민회관은 이승만 대통령의 아호를 따 우남회관으로 지어졌지만 4·19혁명 이후 시민회관으로 이름을 바꿔 1961년 개관했다. 1972년 불타 버리는 바람에 1978년 현재의 모습으로 신축했다. 세종문화회관 옆 17층짜리 현대해상화재빌딩은 현대그룹의 성장사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1976년 현대건설 본사로 지어져 1983년 현대건설이 계동으로 옮겨 가기 전까지 현대그룹 본사 건물이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중동특수를 누린 이 건물에 애착이 강했다. 199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국민당 당사로 썼다. 현대해상은 그룹 계열에서 분리되기 직전인 1999년 이 건물을 현대건설로부터 인수했고, 2004년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대한민국 심장부에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KT와 교보, 현대해상화재뿐이다. 그보다 엄청난 격랑을 헤치고 최고의 요지에 끝까지 살아남은 개인 빌딩 4채의 존재감이 더 빛난다. joo@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관제탑, 충돌 7초전 “고도 올려라” 지시…기수 들던 중 꼬리 ‘쾅’

    [아시아나機 사고] 관제탑, 충돌 7초전 “고도 올려라” 지시…기수 들던 중 꼬리 ‘쾅’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직접 사고의 1차 원인은 동체 꼬리 부분이 방파제 턱에 충돌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기가 정상적인 터치다운(착륙) 지점 100m 이전에서 착륙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이유가 무엇이든 착륙 고도와 속도가 낮았거나 정상 고도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1차 조종석 음성기록 장치 분석과 우리 정부 조사단의 1차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7일 오전 3시 20분쯤(한국시간) 사고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상공 인근에 다다랐다. 기상 상태는 양호했다. 이때까지 어떤 기체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착륙 시 가장 중요한 랜딩 기어도 정상 작동했다. 승객들에게는 정상적인 착륙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조종사는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관제탑과 교신을 나누며 착륙 준비를 했다. 모든 게 정상으로 움직였고 차분했다. 활주로 도착 7마일 전. 조종사는 관제탑에 “굿모닝” 인사를 했다. 활주로 접근 7마일 전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이어 1분 뒤 조종사는 다시 관제탑을 불렀다. 활주로 착륙 3~4마일 전에서 “최종 접근 중”이라는 교신을 나눈다. 착륙 활주로 번호를 확인하고 조종사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이때까지도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은 이게 마지막이다. 하지만 1분 뒤 상황은 급변했다. 최종 접근 교신을 나눈 지 1분 뒤라면 사고기가 활주로에 거의 접근했을 때다. 관제탑은 사고기의 고도와 속도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도와 속도를 올리라고 지시한다. 이때가 충돌 7초 전이다. 조종사는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종사는 급하게 고도를 올리려고 애를 썼다. 이때가 충돌 1.5초 전이다. 하지만 기체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동체 꼬리 부분이 활주로 정상 착륙지점 100여m 이전에 있는 방파제와 충돌하고 심하게 요동쳤다. 거의 동시에 관제탑에서 급박한 소리를 질렀다. 관제요원이 “무슨 일이지”라며 소리를 친다. 뭔가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관제탑은 “모두 통신을 멈추고 대기하라”고 지시한다. 위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관제탑이 취하는 조치다. 조종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동체를 안전하게 착륙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활주로 중앙을 주시하며 조종간을 다잡았지만 기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제동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꼬리는 떨어져 나가고 동체 앞부분은 미끄러지면서 활주로를 벗어났다. 기내는 엉망이 됐지만 그래도 한숨을 내쉬었다. 동체가 뒤집히거나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뒤 연기가 피어 오르고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는 긴급 탈출을 지시했다. 이어 조종사는 다급하게 “관제탑, 관제탑, 아시아나 214편”을 외쳤다. 동체가 두 동강이 난 뒤 조종사가 관제탑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호출한 것이다. 곧바로 나온 관제탑의 대답은 “아시아나 214편,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였다. 관제탑은 이미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구급차를 출동시켰다는 얘기다. 이후에도 사고기는 관제탑을 몇 번 더 다급하게 호출했고, 관제탑은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는 대답만 계속했다. 공항 도착 3~4마일 전까지만 차분했던 승객과 조종사는 길고 먼 여행길을 이렇게 맞이했다. 항공 운항 전문가들은 고도를 높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는 이미 동체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충돌하기 직전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를 지나치게 낮췄거나 기체 결함 발견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인지했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조종사는 “대형 항공기가 활주로에 거의 내려 착륙 직전 1~2초 안에 재상승을 시도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NTSB가 발표한 1차 사고 원인도 이 같은 상황과 일치한다.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이 활주로 충돌 직전 재상승을 시도했고, 관제탑은 충돌 7초 전 사고기에 고도와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도 “한국시간 8일 우리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해 단독으로 조종사 면담을 진행했다”며 “현지 조사 결과 항공기 동체 꼬리가 방파제 턱에 충돌해 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여름 화로, 겨울 부채/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열린세상] 여름 화로, 겨울 부채/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 장마가 일찍 시작되고 있다. 올해 장마는 예년과는 달리 중부지방에서 시작해 남부지방으로 내려가고 잦은 게릴라성 폭우가 예상되며, 일찍 시작한 탓에 장마기간이 길고 이에 따라 강우량도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장마가 끝나면 또다시 한여름의 찜통더위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력난과 더불어 그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을 예감한다. 후한시대 왕충(王充)이란 학자가 ‘논형’(衡)이란 글을 썼다. 벼슬길에 나아가는 사람들의 앞길을 다룬 이 글에서, 그는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내어놓을 때에 “이로울 것이 없는 재능을 바치고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는 것은, 여름에 화로를 바치고 겨울에 부채를 드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글에서 군자와 신하 사이의 연(緣)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군주와 신하의 연이 맞지 않으면 충성스러운 신하의 말이 오히려 죄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연이 맞으면 군주의 부덕에 눈감은 신하가 영달을 누리기도 하는 현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왕충은 여름 화로는 젖은 물건을 말릴 수 있고, 겨울 부채는 불씨를 일으킬 수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연이 맞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왕충은 하로동선(夏爐冬扇)을 통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사용하기 나름이지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는 것을 말하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은 아무 소용이 없는 말이나 재주를 비유하는 말, 또는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사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뒤집어 보면,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는 우리에게 좀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전 우리 어른들이 여름날 농사를 지으면서 쓰는 모자를 맥고모자(麥藁帽子)라 했다. 맥고모자는 밀짚이나 보리짚을 결어 만든 모자를 말한다. 우리 농가에서는 농한기인 11월부터 3월까지 이 모자를 만들었다. 농사짓는 사람에게 봄부터 가을까지는 어느 한때인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에 한겨울을 이용했겠지만, 여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는 겨울이 제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도 마찬가지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는 겨울이 오기 전에 광 속의 화로를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 상한 곳을 미리 손보는 일이 필요하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여름이 오기 전에 부채의 살과 종이를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F1, 포뮬러(Formula)원이라고 한다. 국제자동차연맹이 규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의 이름이다. 1950년 시작된 이 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로 꼽힌다. F1 대회에 참가하는 자동차들은 시속 350㎞에 가까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들이 모여 가장 빠른 자동차로 탄생한 것이 F1 머신이다. F1 경기를 보면 달리던 자동차가 트랙에서 벗어나 중간중간 점검을 받는다. 속도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이다 보니 타이어와 각종 부품들이 워낙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비를 받기 위해 자동차가 정비소에 들어오면 급유와 정비, 타이어 교체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이 모든 일들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초 남짓이다. 이 순간을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긴장한 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여기서 1초라도 지체하게 되면 자동차는 100m 가까운 거리를 뒤처지게 된다. 1등과 2등의 시간 차이가 0.9초밖에 나지 않는 대회도 있다고 하니, 이들이 보여주는 준비성과 팀워크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가전업체들은 에어컨 팔기에 바쁘다. 철에 어울리지 않는 이 일은 기업에는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에 도움이 된다. 가정경제에는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겨울 부채에서 배운 준비성이 주는 이점이다. 요즘 전력난 걱정이 크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을 예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름에 화로를 손질하고 겨울에 부채를 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그리워진다. 올여름, 아는 분들한테 부채라도 선물해야겠다.
  • 제2롯데월드 공사 단축하려다 참사

    제2롯데월드 공사 단축하려다 참사

    123층 높이로 지어지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붕괴돼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25일 오후 2시 52분쯤 송파구 잠실6동 제2롯데월드 타워 공사장에서 이 건물 43층 외벽에 설치된 자동상승거푸집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43층에서 일하던 김모(47)씨가 거푸집 구조물과 함께 약 100m 아래 21층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김씨가 발판을 놓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거푸집이 붕괴되면서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21층에서 작업 중이던 김모(34), 나모(47)씨 등 5명은 놀라 쓰러지거나 구조물 파편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시공사 측의 과실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김씨의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26일 오전 10시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정밀 감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사고를 일으킨 이 구조물은 시행사인 롯데물산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밝힌 것이어서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장비를 도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롯데물산은 2011년 장비 도입 당시 “자체 발판에서 거푸집, 콘크리트 작업을 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 내구성이 강해 200회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보통 거푸집을 100번 이상 쓰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와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은 구조물을 무리하게 사용해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27일 롯데건설 사장단이 공사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사장단 방문 때문에 일을 평소보다 빨리 진행시킨 사실은 없다”면서 “장비의 안전성 문제를 정확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9년 공사에 들어간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는 123층(555m가량)의 빌딩으로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동네 살리고 아이들 꿈 키워요

    동네 살리고 아이들 꿈 키워요

    온 동네 희망벽화 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19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담장에 페인트로 벽화를 그리고 있다. 학교 주변 100m의 담장에 벽화를 그려 생기를 불어넣는 봉사활동에는 이마트 임직원과 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학생, 주민 등이 참여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마약 유통 경유지로 떠오른 인천공항… 세관 현장 가보니

    마약 유통 경유지로 떠오른 인천공항… 세관 현장 가보니

    #사례1 최근 구속된 범(汎)현대가 3세 정모(28)씨와 인천지검이 수사 중인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28)씨는 미군 군사우편물로 인천공항 세관을 통과해 밀반입된 대마초를 구입해 피웠다. 이들은 지난해 미군 공군기지 소속 주한미군 M(23) 상병이 국제택배로 받은 대마초를 브로커에게서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2 지난 4월 국제마약조직이 인천에 마약공장을 차린 뒤 필로폰을 제조해 국외로 밀반출하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공장에서 7∼10㎏ 규모의 마약을 제조했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로 다섯 차례나 마약을 밀반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몸에 마약을 숨겨 밀반출했고 국제우편으로도 발송한 것 같다”고 했다. 인천공항이 마약 밀수업자들의 새로운 유통 경유지로 떠오르면서 올 1~5월 인천지역 필로폰 압류량(12.752㎏)이 지난해 전체 압류량(12.573㎏)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마약 밀반입의 급증은 환승지인 인천공항이 마약 통행의 주요 경유지가 된 탓”이라면서 “한국이 2000년부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돼 공항 검색과 통관 절차가 다른 나라보다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밀수업자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단속을 강화해야 할 인천공항 세관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마약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세관 내 마약 밀반입과 반출의 새로운 루트로 여겨지는 미군 군사우편물은 고작 세관 직원 5명이 검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으로 입·출국하는 미군은 아예 세관 검사에서 제외된다. 세관 직원은 “걸러내지 못하고 경유하거나, 재벌가의 자제가 피운 대마초처럼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압박감을 호소했다. 14일 찾은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에는 1100m 규모의 컨베이어벨트와 12대의 엑스레이 검색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각국에서 들어온 우편물들이 엑스레이 검색대로 쏟아졌고 모니터를 바라보던 세관 직원은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발송지가 수상한 물건에 형광 스티커를 붙였다. 마약 탐지견도 투입됐다. 한편에서는 세관 직원들이 형광 스티커가 붙은 소포 포장을 칼로 뜯어냈다. 작은 약통에 담긴 알약을 살펴보던 한 직원은 마약을 탐지하는 이온스캐너에 알약을 넣고 진위를 확인하기도 했다. 세관 관계자는 “하루 평균 12만 9100건의 물량을 60여명의 세관 직원들이 24시간 들여다본다”면서 “물건을 타기팅해서 검사하고 있지만 정밀 검사는 전체 2%대에 불과해 솔직히 걸러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관 직원도 “사람은 적고 처리해야 할 물건은 많다 보니 화장실도 자주 못 간다”면서 “인력 충원은 10년째 감감무소식이어서 세관에 큰 구멍이라도 나 윗분들이 충원 필요성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황당한 생각을 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실제 인천공항 세관은 지난 11년간 업무량이 많게는 507%가량(특송물품 건수 기준) 급증했지만 충원 인력은 5명에 불과했다. 2004년에는 24시간 수출·입 통관 체계로 전환돼 2교대 야간 근무까지 더해졌다. 입국장과 수하물 검사 업무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입·출국 검사 비율은 2001년 5%대에서 지난해는 2.6%로 떨어졌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15일 임진각서 국내 최대 줄다리기

    비록 남북당국회담은 무산됐지만 500년 전통의 국내 최대 기지시줄다리기가 15일 임진각에서 남북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며 펼쳐진다. 충남 당진시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줄다리기 행사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 개선을 바라며 시에서 추진한 것으로 이번에 당국회담이 무산돼 의미를 더하게 됐다. 이 행사는 당진시와 줄다리기보존회가 주관하고 통일부, 파주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가 후원한다. 이날 사용될 줄은 길이 200m, 지름 1m, 무게 40t으로 매년 4월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열릴 때 쓰는 것과 규모가 같다. 숙달된 장인 수십명이 한 달간 짚단 1만 6000∼2만개를 들여 제작했다. 당진시민 1000여명과 파주 시민, 관광객 등 1만여명이 한데 어울려 초대형 줄을 당긴다. 행사 전날 대형 트레일러 2대에 100m짜리 암줄과 수줄을 하나씩 싣고 임진각으로 떠난다. 암줄과 수줄의 결합이 화합을 상징해 통일 이미지에 걸맞다. 행사는 평화통일기원 고사, 남북공동번영 줄나가기, 남북이 하나되는 줄 결합, 줄다리기로 꾸며지고 민속무용, 북한가요, 국악한마당 공연이 부대행사로 열린다. 1000여명이 달라붙어 줄을 행사장으로 끌어내는 줄나가기가 장관이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고졸인재 채용관·공직선배 멘토링… 공무원 채용, 족집게식 맞춤형 조언”

    “고졸인재 채용관·공직선배 멘토링… 공무원 채용, 족집게식 맞춤형 조언”

    “원래는 공기업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지역인재 추천 채용제도가 생기고, 올해 고교 교과목도 9급 공채시험 선택과목에 포함되면서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고등학생들에게도 활짝 열렸잖아요. 앞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어요.” 지난 7일 ‘2013 공직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찾은 안소진(17·고2)양은 고졸 인재 채용 확대 차원에서 공무원 시험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줄줄 꿰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공무원이 된 선배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점이 가장 좋았다”는 안양은 “박람회를 통해 공무원의 꿈을 한껏 키우게 됐다”면서 뿌듯해했다. 공직박람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지난 7~8일 서울을 시작으로 춘천과 부산, 대전, 광주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정부 부처를 포함한 중앙행정기관 41곳과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2곳, 세종시를 비롯한 시·도 지자체 17곳 등 총 60개 기관이 참여해 공직 희망자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박람회 첫날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고교생들에게 ‘고졸인재채용관’은 인기 코너였다. 공간 안에 마련된 의자는 고졸 견습 공무원 2명의 설명을 경청하는 30여명의 학생들로 꽉 찼다.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학생들도 곁에 서서 선배들의 말에 집중했다. 이날 일일 선생님 역할을 맡았던 김연심(19·여)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장시간 설명하느라 힘들 법도 했지만 김씨는 “그래도 채용관을 찾은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 더욱 좋다. 관심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금방 기운을 되찾았다. 현재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전산정보원에서 일하는 김씨는 “공직 진출 기회가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생각에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면서 “시험까지 30일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여기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고졸인재채용관에서 위쪽으로 100m도 채 안 되는 곳에 ‘공직선배 멘토링’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직급(5·7·9급)과 채용 유형별(공개경쟁채용, 경력경쟁채용 등)로 나뉘어 설치된 부스 20개 안에는 공무원들이 공직을 희망하는 관람객들과 1대1로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기석에는 20대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재 9급 국가직·지방직 공채시험을 준비 중인 육모(25)씨는 “공부를 시작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멘토링을 통해 학습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흡족해했다. ‘모의면접 체험관’ 앞 대기석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장을 입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지원자도 있었다. 사전조사서를 작성하는 지원자들의 모습도 진지했다. 여유 있는 기색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면접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모의면접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박람회를 찾았다는 조아라(22·여)씨는 면접 후에 표정이 밝아졌다. 조씨는 “그동안 면접에는 문외한이었는데, 실무 담당자로부터 사전조사서를 작성할 때 시간이 없다고 대충 작성할 게 아니라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출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당장 2주 뒤에 7급 공채시험을 보는데 모의면접과 멘토링을 통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12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공직박람회에는 약 4만 525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반면 이번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는 이틀 동안 관람객 약 3만 3500명이 입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英연구팀 “치타, 람보르기니 보다 가속력 뛰어나”

    지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 치타의 은밀한 매력은 따로 있었다. 치타의 진짜 무기는 빠른 속도가 아니라 람보르기니를 능가하는 순간적인 가속력과 정지 능력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런던 왕립 수의대 알란 M. 윌슨 교수 연구팀은 야생의 치타를 조사한 연구결과를 지난 1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아프리카 보츠나와에 사는 야생 치타 5마리에 GPS와 가속계, 자이로스코프 등의 장치를 달아 17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 기간 중 총 367번의 사냥에 나선 치타들은 최고 속도 93km, 평균 속도 50km를 기록했다. 윌슨 교수는 “야생에서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치타는 생각 외로 사냥 시 평균 속도로 먹잇감을 잡았다” 면서 “진짜 사냥 비결은 속도보다는 오히려 순간적인 가속력과 방향 전환, 정지 능력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비교하면 치타의 가속력은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가 100m 세계기록(9초 58)을 낼 때의 4배 정도”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특히 이를 에너지로 환산해 비교했다. 우사인 볼트가 100m 기록을 낼 때 발휘되는 에너지는 체중 1kg당 25와트(watts), 경기용 말은 30와트, 그레이하운드는 60와트로 조사됐다. 반면 치타는 무려 120와트의 에너지를 발휘했다.   윌슨 교수는 “치타는 한 번 보폭에 무려 10km씩 속도가 늘어났다” 면서 “골격과 땅을 강하게 움켜지는 특별한 발톱이 치타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높은 山만 제맛인가, 바위맛도 한번 보소

    높은 山만 제맛인가, 바위맛도 한번 보소

    ‘불수사도북’이라고 합니다. 한강 이북, 그러니까 서울 강북과 남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을 둘러친 불암산(507.7m)-수락산(637.7m)-사패산(552m)-도봉산(740m)-북한산(836.5m)을 뭉뚱그려 일컫는 표현입니다. 등산 애호가들에게 서울 등 수도권은 축복받은 곳일 겁니다. 지하철, 혹은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이 같은 명산들과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외국인들이 한국처럼 산행하기 좋은 나라 드물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불수사도북의 막내’ 불암산에 올랐습니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산들에 뒤질지언정, 갖출 건 다 갖췄습니다. 우람한 기암들의 기세는 융융했고, 잎 너른 나무들이 이룬 숲은 제법 깊었습니다. 정상에서 맞는 풍경 또한 어지간한 명산에 뒤지지 않더군요. 꼭 고산준봉에 올라야 제맛이겠습니까. 멀찍이 떨어져 가슴으로 품어도 좋은 것이지요. 마음 단단히 먹고 산에 오르기 부담스러운 당신이라면 불암산이 좋은 대안이 되지 싶습니다. 불암산은 서울과 경기 남양주 등에 걸쳐 있다. 두 도시의 경계가 되는 산이기도 하다. 도시와 인접한 산이다 보니 등산로가 많다. 서울 쪽에서만 무려 열 개다. 걷기 열풍에 힘입어 조성된 불암산 둘레길까지 포함하면 11개의 길이 뒤엉켜 있다. 오르는 길이 많으니 들머리를 어디로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기 십상이다. 산속에 들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등산 이정표에 둘레길 이정표까지 함께 세워져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리기 일쑤다. 이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들고 나는 곳을 임의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로 오르내릴 수 있다. 등산 거리와 산행 시간 등을 각자 상황에 맞게 조정하기 쉽다는 뜻이다. 예전엔 남양주 쪽의 불암사 코스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요즘엔 서울 공릉동 백세문(제9등산로)을 들머리 삼는 이들이 많다. 거리는 5.3㎞로 다른 코스들에 비해 월등히 길다. 원점 회귀한다면 소요시간 또한 4~5시간 이상으로 확 늘어난다. 여느 코스들의 2~3시간에 견줘 다소 긴 편이다. 이 길의 최대 장점은 평탄하고 수월한 길을 자박자박 걸을 수 있다는 것. 불암산 정상 아래 깔딱고개까지 언제 도착했나 싶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공릉동 백세문을 들머리 삼아 오른다. 길 양쪽으로 철조망이 쳐 있다. 인근 군부대, 그리고 태·강릉 등 문화재 지역을 등산로와 구분하려는 철책이다. 30분 만에 첫 전망대와 만난다. 발 아래로 육군사관학교 등 태릉 일대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서울을 둘러싼 명산에 전설 한 자락 없으랴. 등산로 중간의 안내판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단다. 그러다 조선 개국 초기, 위정자들이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려다 남산이 없어서 주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불암산은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끝에 무작정 상경을 결심한다. 한데 서울에 와 보니 남산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발끈한 불암산은 그때부터 서울을 등지고 서 있게 됐다는 얘기다. 공명심을 좇는 건 사람과 산이 다르지 않은 게다. 104마을 갈림길과 삼육대 갈림길 등을 줄줄이 지나면 학도암 갈림길이다. 예서 학도암까지는 약 500m 남짓. 왕복 1시간 이상을 험한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번갈아 걸어야 한다. 현재 학도암 전체가 공사 중이니만큼, 꼭 절집을 들러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발걸음 하지 말길 권한다. 학도암의 자랑은 길이 13m의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이다. 조선 후기에 명성황후의 지시와 후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정으로 주변의 돌들을 모두 파내는 ‘돋을새김’ 방식으로 조각돼 한결 이채롭다. 마애불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상계동 달동네다. 바짝 육박해 온 아파트 숲과 허름한 달동네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학도암에서 헬기장을 지나 깔딱고개에 이르면서 풍경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삐죽 솟은 기암들 가운데 일부는 바깥쪽으로 너른 반석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풍경 전망대를 겸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거대한 암릉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특수 리지화를 신고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들이다. 불암산은 워낙 암릉이 발달해 북한산에 견줄 만큼 암벽 리지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불암산 정상은 360도 파노라마 전망대다. 어느 한곳 막힘이 없다. 온통 암벽으로 이뤄진 석장봉 너머로 ‘불수사도북’의 형제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장쾌한 풍경이다. 최근 ‘불암산 둘레길’을 이용하는 ‘걷기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정상은 밟지 않고 불암산 서쪽 자락을 따라 걷는다. 잎 넓은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여름철에 특히 돋보이는 구간이다. 학도암과 남양주 쪽의 삼육대를 거쳐 ‘한국 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 육군사관학교 옆의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총 13㎞ 정도다. 둘레길의 ‘실질적인 들머리’는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다. 상계역을 나와 좌회전, 다시 좌회전해 큰길로 나와 경남아파트단지 왼쪽 편을 끼고 크게 돌면 ‘불암산 공원’이라 쓰인 큰 비석이 보인다. 이게 둘레길의 출발점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100m 정도 오르면 ‘불암산 숲탐방로 입구’라고 쓰인 안내판 옆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활엽수림 사이로 난 길은 높낮이를 달리하며 이어지는데, 운동효과가 만점이다. 힘든 산행 뒤 맛있는 국수로 일정을 마무리 짓는 것도 좋겠다. 연세방병원~공릉초등학교 사이 1.3㎞ 구간에 국수거리가 조성돼 있다. 멸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등 다양한 국수를 파는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산행 들머리인 공릉동 백세문 가는 길은 쉽다. 원자력병원 뒤쪽, 효성아파트 옆에 있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거리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 최대 용광로 불 뿜는다… 포스코, 또 하나의 신기록

    세계 최대 용광로 불 뿜는다… 포스코, 또 하나의 신기록

    세계에서 가장 큰 용광로(고로)가 광양제철소에 탄생한다. 포스코는 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정준양 회장과 임직원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용적 6000㎥ 규모의 제1고로에 불을 댕기는 화입식(火入式)을 한다고 6일 밝혔다. 1고로는 1987년 4월 처음 쇳물을 쏟아낸 뒤 세번째(3대기)로 증설된 것이다. 보통 고로의 높이는 100m 이상이다. 포스코는 고로 안 내용적이 3950㎥(2대기·연산 328만t)에서 58% 늘어난 데다 자체 개발한 고출선비 제선기술이 더해지면서 쇳물을 연간 565만t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승용차를 연간 237만대 더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전세계에 5000㎥ 이상 대형급 고로는 21개에 불과하다. 그동안 가장 큰 고로는 5800㎥급으로 중국 최대 민영 철강사인 사강그룹의 1고로였다. 이어 일본 오이타제철소의 1, 2고로와 포항제철소의 4고로가 뒤를 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로의 내용적은 커질수록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여기에 최신 설비를 갖춤으로써 친환경 제품을 저렴한 원가로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에너지 강재와 자동차용 강판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양산할 것”고 말했다. 또 1고로는 수증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무증기 수재설비’를 갖춰 에너지 회수율을 높였고, 전력이나 용수를 절감하는 시설을 도입해 친환경 고로로 개선했다는 것이다. 1고로는 1987년 처음 출선 후 2002년 수명을 다한 뒤 개수공사를 거친 2대기에서 그해 6월부터 10년 8개월 동안 하루도 쉼 없이 총 7745만t의 쇳물을 생산해 왔다. 고로는 한번 불을 지피면 계속 조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입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로 내부의 내화벽돌이 마모되면서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이를 고로의 ‘1대기’라고 한다. 고로의 수명이 다하면 불을 끈 뒤 고로 본체를 철거하거나 내화벽돌을 새롭게 교체하고, 일부 설비를 새롭게 하는 보수 작업을 해야 한다. 3대기 개수공사는 지난 2월부터 109일간 진행됐고, 하루 1300여명이 공사에 참여해 공사 기간을 10일 단축했다. 앞서 지난 3월 개수공사 현장을 방문한 정 회장은 초대형 고로와 친환경 설비, 안전 공사 등을 주문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초의 초대형 고로라는 세계 철강업계의 의미 외에도 개수공사가 불경기에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