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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백질 나선구조 ‘왼쪽방향’첫 발견

    광우병이나 치매 등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새로운 형태의 단백질 아미노산 구조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발견됐다. 포항공대 기능성분자계연구단 김광수(金光洙·52·화학과) 교수팀은1일 “기존의 단백질 구조와는 전혀 다른,왼쪽 방향의 나선구조를 발견했으며,이같은 나선구조의 생성 원인을 이론적으로 규명해 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오른쪽 방향의 나선구조(알파 헬릭스)를 가진 단백질만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람다 헬릭스’로 명명된 이 단백질 구조에 대한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 1월24일자에 긴급 뉴스로 발표됐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새달 5·6일 내한공연

    설 연휴가 끝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음악팬들이 꽤 있을법하다.70∼80대 노장 뮤지션들로 구성된 쿠바의 재즈밴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이 오는 2월5·6일 오후8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두차례 공연을 갖기 때문이다. ‘환영받는 사교클럽’이란 뜻인 이 밴드는 쿠바쪽에서 보자면 일등‘문화대사’다.시가와 럼주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체 게바라가 젊음을 바친 혁명지,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하바나’의 무대쯤으로 기억되던 곳.룸바 볼레로 맘보 차차차 살사 등등의음악장르가 그곳에서 발원했다는 사실을 폭넓게 확인시킨 것이 이들밴드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지난 97년 발표한 동명의 음반으로 300만장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렸다.또 그해 그래미상을 수상하면서카리브해발(發) 음악바람은,미국 유럽 등지로 이어진 이들의 콘서트무대를 연일 매진행진케 했다.그쯤되면 지구촌에 라틴음악 열풍을 몰고온 주역이란 찬사가 지나치지 않다. 원래 ‘부에나 비스타 클럽’은 1930∼40년대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전성기를 누린 고급 사교장이었다.당시 최고 뮤지션들의 무대가마련되고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뿔뿔이 흩어져 이름없이 늙어가던숨은 보석을 캐낸 이는 제3세계 음악의 대부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겸프로듀서 라이 쿠더.96년 쿠바를 방문한 그는 백전노장의 연주자들을불러모아 영화로웠던 옛 클럽의 이름을 부활시켰다. 이번 공연을 주도할 뮤지션은 보컬리스트 이브라힘 페레(74),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82),여성 보컬리스트 오마라 포르투온도(71).여기에 15명의 연주자들이 가세한다. 이들은 콩가,봉고 등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와 플루트,바이올린,트렘펫,기타 등 서양악기의 결합으로 탄생한 쿠바 특유의 아프로-쿠반(Afro-Cuban) 음악을 들려준다.식민지배와 혁명으로 이어진 쿠바 역사의애환이 서정적 멜로디와 애수깊은 보컬에 녹아흐른다. 이들의 내한공연에 즈음해 영화사 백두대간은 지난 98년 빔 벤더스감독이 밴드의 이야기를 옮긴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선보인다.오는 3월1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극장에서 개봉된다. 클럽은 한국공연에 이어 일본,홍콩,싱가포르,호주 등으로 오는 3월까지 순회무대를 가진다.(02)2005-0114황수정기자 sjh@
  • 한국인 영문저서 아마존 판매 첫 1위

    한국인의 저서가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닷컴에서 사상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화제의 책은 미국에서 인류평화 및 환경보호 운동을 펴는 이승헌 세천년평화재단 총재의 영문 책자 ‘Healing Society’(Hampton Loads출판사).25∼26일 이틀간 수위를 달렸다.27일 오후5시 현재 30위.깨달음을 통해 21세기 인류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이책은 1월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 비법정 계량단위 내년부터 전면 사용금지

    내년부터 공문서는 물론 광고 등 상거래에서 평,인치,자,근,돈 등법에서 정하지 않은 계량단위의 사용이 금지된다. 산업자원부는 비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는 업소나 기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을 통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사용 근절시책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비법정 단위를 사용한 계량기를 만든 업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되며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홍보기간을 거친 뒤 본격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산자부는 밝혔다. 법정 계량단위(m,㎏,㎡,℃,ℓ 등)는 일상생활이나 산업·과학·교육등 공공 분야에서 길이,무게,넓이,부피 등을 나타내는 통일된 단위로계량에 관한 법률에 정해져 있으며,산자부 홈페이지(www.mocie.go.kr)에 접속해 산업기술국과 주요 시책,산업표준품질과,계량제도,법정계량단위를 차례로 찾아 들어가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 ‘축구 꿈나무 육성’

    ‘한국 축구의 내일은 있다’-한국 최초의 유소년 축구리그 ‘리틀K-리그’가 내년 공식출범을 앞두고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졸전,청소년대표팀의 4강진출 실패등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터라 리틀K-리그에 대한관심이 어느때보다 높다. 리그를 주관하고 있는 카이사(KYSA·Korea Youth Soccer Association)는 지난 9월부터 한달여동안의 시범리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꿈나무 육성의 저변을 다졌다.내년부터는 전국 40개 지역에서 봄·가을에리그를 치를 예정이다. 현재 회원은 600여명 정도지만 내년 리그출범전까진 3만여명의 회원을 목표로 한다.한편 카이사는 다음달 3일 성균관대학에서 제1회 카이사배 어린이축구대회를 연다.내년 1월 미국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미국유소년축구협회 대회에도 선수를 출전시킬 계획이다. 박준석기자 pjs@
  • “포경수술 강요하는건 인권침해”

    “사내 아이들에게 의약적 효능도 없는 포경 수술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입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대식(金大植)교수와 중앙대 의대 김세철(金世哲)교수,바이오벤처기업 젠딕스 대표인 방명걸(方明杰)박사는 다음달 8일 미국에 있는 국제포경수술정보교육기관(NOCIRC)으로부터 인터넷을통해 한국인의 무분별한 포경 수술 실태를 알린 공로로 인권상을 수상한다. 김 교수는 17일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이웃 일본도 포경 수술률이 채 2%도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20대 남성의 85%,고교생 90%이상이 포경 수술을 받는 등 포경 수술이 일종의 통과 의례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등은 지난 4월 포경 수술 전문사이트(www.pop119.com)를 개설,초·중·고 교사들에게 포경 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편견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특히 지난달 미국 의학전문학술지(LANCET)에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공동 논문 형식으로 발표,호평을 받기도 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특별기고/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보며…

    군복으로 정장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차수(원수급)를 비롯한 5인북측 대표단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거수경례와 청와대 예방은 그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화해·협력과 평화의 실제적,궁극적 주동체는군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안전보위를 긴요한 과제로 삼고,선군정치(先軍政治)의 기치로써 북의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중심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층이 군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방은 1953년의 휴전협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돼 오던불신과 군사적인 대결시대로부터의 탈피를 상징할 수있다.회담을 진행시킨 국방장관,인민무력부장은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백만대군을질타,지휘하는 책임자로서 무게와 의연함과 늠름함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보기에 자랑스러웠다. 회담결과 또한 높이 평가된다.지난 기간 남북간에는 7·4공동성명(72년),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91년) 등 훌륭한합의가 있었다.그러나 금번의 양 국방장관의 회동과 경의선 연결 추진,군사분계선·DMZ 개방 합의는 그 구체적인 실현에 있어 당연코 괄목할만한성과이다.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은 남북의 이해증진,교류협력과 상호이익을 극대화하고 민족이 열망하는 통일을 예상을 뛰어넘어 앞당길 것이다.보도에 의하면,남측제의에 북측이 합의하지 않은사항이 있다고 한다.예를 들어 ▲남북 군 수뇌부간 군사직통전화 가설 ▲대장급 남북군사위원회 및 하위 군사실무위원회 설치 ▲대규모부대이동 및 훈련상호통보 ▲군 인사교류 등 상호신뢰구축조치(CBM)이다.합의된 11월 회담에서 논의 있기를 기대한다. 보도된 바 남측의 ‘과감한 군사협력사업추진’ 제의에 북측은 ‘조심스럽고 신중했다’고 한다.국내 일부에 남이 북의 기도와 속도에말려들고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과연 그런가.오히려 반대로북이 남측의 북에 대한 ‘개방과 협력’ 촉구 속도에 끌려가고 있다고 그들 내부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래서 개방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에 부담과 경계를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미국과는 아직 ‘불량’국가 범주분류로 국교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고,대북 강경노선으로 우려되고 있는 미국 보수정당을 보고 있는 북측으로선 만일의 사태를 고려,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대남개방과협력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음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미국 Korea Society 연설에서 ‘남북한과 미·중으로 구성되어 있는 4자회담에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남북한이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한반도의 당사자요,주체는 남북한이다.너무도 당연하다.우리의 희생과 고통은 우리민족이 겪는 것이지 우방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우리 운명의 개척자는 우리 자신이지 타국이 아니다.평화정착,군사교류 그리고 통일에있어 필연적 통과지점이 바로 군비통제,축소이다. 상호신뢰구축(CBM)이 있어야 군축이 가능하다고 한다.한편에서는 군축 없이,즉 군비를증강하면서는 상호신뢰가 구축될 수 없다고 한다.‘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이다.신뢰구축 조치와 군비통제,군축은 상호보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북의 대남정책 결정은 북의 주권행사이며 책임이다.그러나 동시에그것은 남이 북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시드니올림픽에서 각국의 메달 획득률은 획득된 메달수를 자기나라의 인구수로 나눈 수치라는 통계가 있었다.상호주의란 부부,부자,형제,친척,친구간에서 강조되지는 않는다.만일 상호주의를 한다고 할 때 남북간 인구의 2배,GNP의 25배 비율의 공정한 상호주의는 수치적으로 얼마일까. 어떠한 사상,이념,제도도 절대 영구불변할 수는 없다.시대에 따라,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자기가,자기것이 절대 선(善)이라고남에게 강요할 오만을 피해야 하며 또 강요받는 비굴을 자랑할 필요도 없다. △손장래 전 말레이지아 대사(예비역 육군소장)
  • 한국법 사이트 개설 美 남일리노이大 유혜자교수

    “한국인으로서 고국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사이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미국내 많은 법대 교수와 로펌(law firm)들이 한국법규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한국 법을 세계에 알리는데 나서게 됐습니다”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 로스쿨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혜자 교수(56·여)는 지난 98년 9월부터 인터넷에 한국법 사이트(www.siu.edu/offices/lawlib/koreanlaw)를 개설해 전세계인들에게 한국 법 체계를 알리고 있다. 유교수가 한국 법률 사이트 개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내 법률 자료 분석가들의 모임(American association of law library)에매년 참석하면서 전문가들이 한국 법 실태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그는 “회의에 참석해보면 같은 동양권 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 법률에 대한 자료는 많은데 한국법에 대한 자료가 빈약해 늘 마음에 걸렸다”면서 “인터넷 법률 전문 사이트도 뒤처지는 것 같아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지난 95년 안식년을 맞아 서울대 도서관에서 6개월동안 연구를 하면서 한국에서 인터넷 붐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법률 사이트운영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소개한다.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대법원,법무부,법제처 등 한국 법률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 쓸만한 정보를 찾아 나섰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방문객들로부터 한국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메일을 받을때가 제일 뿌듯했다”면서 “한국 정부에서 운영에 관심을 보이면 언제든지 넘겨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지난 68년 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켄터키대에서 유학생활을 보냈고 80년에는 인디아나주립대에서 석사학위(도서관학)를 받아 남일리노이대에서 강사,조교수,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
  • 마루야마·가토 대담집 ‘번역과 일본의 근대’

    일본의 메이지 시대는 번역이 홍수를 이룬 시대였다.불과 6∼7년 사이에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수만 권의 책이 번역돼 나왔다.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과 함께 근대법의 주요 고전으로 꼽히는 헨리 휘턴의 ‘만국공법’(Elements of International Law)’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이 책은 중국에서는 관청에나 비치돼 있는 정도였으며,한국에서는 아직 번역도 되지 않았다.일본인들이 ‘근대’에 얼마나 발빠르게 대응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번역은 근대화 과정의 일본 사회와 문화에 무엇보다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일본 학계의 천황’으로 불린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와 문예비평가 가토 슈이치가 주고받은 문답을 엮은 ‘번역과 일본의 근대’(임성모 옮김,이산 펴냄)는 이러한 인식 아래 씌어진 ‘번역의 사상사’다. 메이지 시대 번역서들이 양산된 것은 가토의 표현대로 “졌다고 생각하면 바로 상대국에 유학생을 보낸다”는 일본인들의 극적인 사고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나 이노우에 가오루 같은인물도존왕양이론(尊王攘夷論)을 주장하다 미국·영국·네덜란드·프랑스등 4개국 연합함대에 패배한 조슈 번(藩)이 영국에 파견한 유학생이었다.가토는 “일본이 패전을 겪고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은 실로 극적일 정도”라고 말한다.이것은 서양에 졌다고 스스로 깨달은 순간,존왕양이의 쇄국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막부를 몰아낸 메이지 유신의정신과도 일맥 상통한다. 이 책은 번역은 재창조의 과정임을 보여준다.우리가 사용하는 번역어는 우리의 독자적인 번역과정을 거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어와 외국어 사이의 일대일 대응관계를 그대로 빌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일본에서 소사이어티(society)의 번역어가 정착되기까지는 근대 일본의정신적 궤적 만큼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건너뛴 채 소사이어티=사회라는 하나의 공식 같은 결과만을 받아들인다.그런 만큼 ‘계약관계에 의해 성립된인간집단’이라는 고유한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단어대 단어가아니라 의미대 의미의 번역이 중요하다고 한 키케로의 말은 귀기울일만하다. 메이지 초기에는 서양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번역밖에없다는 번역주의가 팽배했다. 늘 그렇듯이 그때에도 오역이 적지 않았다.이 책에서는 사회진화론을 제창한 영국의 보수적인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정학(Social Statics)’이 엉뚱하게 ‘사회평권론’으로 번역되면서 급진적인자유민권운동가들의 성전이 된 일화가 소개된다.번역의 오류를 경계하기 위해서다. 또한 번역주의보다 한층 과격한 주장인 모리 아리노리의 ‘영어국어화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일본어의 뼈대인 야마토 말에는 추상어가 없기 때문에 야마토 말만으로는 서양문명을 일본 것으로 만들 수없다는 게 그 요지.‘영어공용화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이 책은 번역은 단순한 어학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언어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임을새삼 일깨워준다. 김종면기자 jmkim@
  • 2000여름 멋진 몸매 만들기 열풍

    ♣다이어트 사이트에 넘치는 절규. 나 165cm 64kg 여고생.다이어트 말만 들어도 이젠 치가 떨린다.굶어보고,살빠지는 크림도 발라보지만 그때뿐,밀려오는 식욕….얼마전엔 내가 아끼던 청바지 지퍼가 터져 버렸다.이젠 거울 보기가 무섭다. 나 20대 직장여성.여름휴가때 큰맘먹고 단식원에 10일 다녀왔다.참가비 50만원.7일은 생수만 먹고,3일은 죽 먹으며 사우나,쑥뜸을 했다.5kg이 빠졌지만집에 온 뒤 하루에 1kg씩 다시 찐다.살들아,이제 제발 좀 떠나다오. 인터넷 다이어트사이트엔 ‘살과의 전쟁에 대한 보고서’가 처절하다.서로비법을 나누며,동지애를 키워간다.‘마음과 체중’이 맞는 다이어트 친구를구하는 글이 게시판마다 빼곡하다. ♣‘쭉쭉-빵빵’ 열풍. 노출패션이 절정에 달하는 이맘때면,남의 눈에 아무리 무심한 사람도 한번쯤제 몸을 되돌아보게 된다. 감춰보려 해도 얇은 여름옷을 비집고 나오는 야속한 살집.노려도 보고 꼬집어도 보면서 여름은 무르익어 간다. 이제 성형외과를 찾은 여성들도 ‘최진실 눈’‘황신혜 코’대신 ‘이소라엉덩이’‘한고은 허리선’을 주문하는 세상이 됐다. 21세기 최고의 화두라는 ‘몸’.나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어버린 몸.남자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정색하고 훑어내리는여성들의 눈길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몸매는 결혼조건에도 우선순위로 등장한다.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최근 미혼남녀 300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42%,여성의 52.7%가 이성의 얼굴보다 몸매를먼저 본다고 응답했다. ♣아령을 든 여자들.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시작하는 오후6시 서울 무교동 프라임 헬스클럽.남성들틈새로 의연하게 운동하는 여성헬스족이 꽤 눈에 띈다.전신거울로 몸매를 감상하며 덤벨(아령)과 봉 체조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헬스가 몸매를 예쁘게만들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헬스클럽의 여자회원은 2∼3년새 거의 30%비율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명동에 문을 연 캘리포니아피트니스센터는 신규회원 3,000명중 여성이 70%나 된다.프라임헬스클럽 창용찬이사는 “헬스클럽창업자들을 위한 코치아카데미에도 수강생이 넘친다”고 귀띔한다. 못생긴건 용서해도 뚱뚱한 건 용서못하는 시대.품성보다 얼굴,얼굴보다 몸매인 시대.오늘도 여성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그까짓 1kg 때문에. ♣남자들에게 돌아온 부메랑. “난 차승원 몸매가 좋더라”“좀 밋밋하지 않아,클론의 구준엽 정도는 돼야지”여자 몸매를 은밀히 탐색하던 시선이 이제 남자들에게 되돌아와 꽂힌다. 몸매에 대한 강박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남자들에게도 재력·학력에 못지않게 갖춰야할 재산이 되고 있다. 최근 직장 근처의 헬스센터에 등록한 40대초반의 문모씨.운동을 시작한 ‘대외적’이유는 건강이지만 진짜 원인은 회사 여자후배가 스치듯 건넨 한마디. “선배님,배가 거의 임신6개월이네요”너무 삐쩍 말라 고민인 대학2년생 김모군.“살들아,제발 내게로 와 붙어다오”를 외치며 운동을 시작한지 한달째다.여자들은 마르고 싶어 굶고 난리라지만 그건 정말 ‘배부른’소리다.운동을 시작한 뒤 체중이 오히려 줄어 걱정이지만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다.‘한 근육’하는 그날까지. ♣몸의 사회학,몸매의 여성학. 21세기는 ‘몸이 자기표현의 마지막 수단’인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이대 사회심리학과 이동원교수는 남자들까지 몸매열풍에 가세한 배경에 대해 “이미지 지배시대에 나타난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이자 유연해진 성역할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얼마전 자신의 다이어트체험을 바탕으로 석사논문을 쓴 한설아씨(이대 여성학 박사과정)는 “남자들의 몸매 관심을 성평등적 현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우리사회는 여성들에겐 ‘빈약함’을,남성들에겐 ‘근육질’을 요구한다.결국 치명적 하중을 받는 건 여성”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허윤주기자 rara@. *연예인 ‘육체미’는 필수?. ‘몸매 열풍’의 진원지는 근육질의 남자 연예인들(?). 지난 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품안에’에서 탤런트 차인표가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내며 뭇 여성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이래,이제 ‘육체미’는연예인들이 성공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됐다. 실제로 여의도 방송국 주변 헬스클럽에선 연예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가장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소문난 이는 탤런트 최수종.‘여성에게나 있을 법한 속눈썹’에대한 콤플렉스 탓인지 그는 열심히 뛰고 있다.이미지 보다는 바쁜 스케줄과야간촬영 등을 버텨내기 위한 체력 연마에 무게를 주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이미지에만 갇혀있던 탤런트 구본승이단단한 근육의 상반신을 드러내는 청바지 광고로 이미지를 180도 전환시킨것은 눈여겨볼 대목.그는 “중성적 이미지에 갇혀있던 나를 해방시키고 싶었다”고 했다.하루 3시간씩 1년동안 훈련한 덕에 팔뚝의 힘줄이 선명히 드러날 정도로 몸매를 바꾸었다.그의 광고는 ‘영혼을 가두는 감옥’으로만 여겨지던 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가수 유승준은 공연도중 태권도로 단련한 상반신을 벗어제쳐 팬들의 열광을이끌어내는데 지난해 뮤직비디오는 아예 권투장면을 담아 냈다.인기 듀오 클론 또한 잘 발달된 근육과 검게 그을린 피부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워 지난해 구준엽은 한국과 대만에서 화보집을 냈다.그는 언제 옷을 벗어제칠 것인가를 머리속으로계산하는 치밀성까지 갖췄다. 여자 연예인이라고 뒤처질 수는 없는 일.몸이 생명이자 무기인 모델계 대표주자들,이를테면 박둘선·이소라 등은 다이어트 비디오를 낼 정도로 이 방면에 밝다. 여기에 갸녀린 몸집의 탤런트 김원희,이승연,황신혜 등이 열심히 땀을 빼고있고 건강미를 더욱 가꾸는 축으로는 김혜수 등이 꼽힌다.여기에 사람들은다소 의외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가수 이소라도 러닝머신에서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대한포럼] 高齡化 사회의 지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소설 주인공들의 93%가 마흔살 미만의 인물들이라며따라서 40부터의 삶은 ‘여생(餘生)’이라고 한때 말했다.필자는 40세 문턱에 이런 수필을 읽고 일시 절망했지만 피 선생의 ‘말 바꿈’으로 위안을 받았다.“인생은 사십부터도 아니요,사십까지도 아니다.애욕,번뇌와 실망에서해탈되는 것도 축복이고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인생을 관조하고 오래 살면서 신문에서 갖가지 신기하고 해괴한 일을 보는것도 재미있다” 어느 선배는 은퇴후 ‘황금기’를 맞고 싶은 소망을 피력했다.수십년간 쳇바퀴 돌듯한 일터에서 떠나 여행도 다니고 자녀 교육과 생계를 위해 쪼들리던 데서 벗어나 여유있게 돈 쓰는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정년 퇴직후 죽음까지의 여생을 맞는 대부분의 노인의 삶은 그리 화려하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것같다.70대초반의 장인어른은 “이렇게 살아서는안되는데…”라며 혀를 찼다.치매에 걸린 70대중반의 사돈과 80대의 둘째 형을 문병한 후였다.요양원에 입소한 사돈은 사람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오락가락한다. 특히 80대형의 아내는 70대 꼬부랑 할머니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남편의 온갖 수발을 드느라 허리가 더 휘어질 지경이다. 한때 유행어였던 ‘다 쓰고 죽어라’는 극소수의 사치일 뿐이다.대부분 용돈도 궁한 노인들은 자식들의 짐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그렇지 않으면 병과 정신의 쇠락이 노후를 기다리고 있다.건강하면서도 돈과 시간이 부족했던젊은 시절이 가고 돈과 시간을 얻은 노인도 건강 피폐로 망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65세 인구가 지난 7월1일자로 7%를 넘어 이른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접어들었다.오는 2022년에는 그 비율이 2배인 14%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면 노동계층의 연금부담이 가중되는 등 경제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특히 사회 복지제도가 아주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건강이 나쁘거나 경제력이 약한 노인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지경이다.원론적인 대책은 다 안다.나라에서 노인복지 예산과 병든 노인이 갈만한 시설도 늘려야 한다.더욱이 평균 수명 남자 70세와 여자 78세인데도 60세 이전으로 되어있는 대부분 직장의 정년퇴직연령도 높여야 한다. 이런 당위론에도 불구 경제적 여유,일자리와 건강 등 노년의 행복에 필요한요건을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기업들도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영국 런던 등처럼 유적지에서 머리가 하얀 백발 노인들이 관광안내를 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기 힘들다.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직장의은퇴연령이 더욱 낮아져 증권사를 거친 40대 중반의 컨설팅회사 상무가 “증권계에서는 적어도 50대 초반이면 노인”이라며 쓸쓸해 할 정도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인생의 ‘비무장지대’로 들어서는 개인들은 스스로 방어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가나안 농군학교 교장 김평일 장로가정리한 ‘노인 십계명’은 음미할 만하다.즉 ▲현재에 충실하자 ▲긍정적인사고를 갖자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하자 ▲건전한 취미활동 ▲담배와 노름 등 잡기를 금하고 근검한 생활을 한다▲스스로 일해 의존적인 삶에서 탈피한다 등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자원봉사로 목수 일을 하고 어느 전직 그룹부회장처럼 호텔 서비스맨으로 과감히 변신하는 자세가 필요할 지 모른다.청장년들도 다가올 노년을 담담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4년전 시중에서 회자된 ‘나이든 사람 지혜롭게 살기’지침처럼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그러나 정말로는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라는 익살도 기억해야 한다.우선 절약하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일이다. 李商一 논설위원 bruce@
  • 금융파업 비상/ 기업 대책 부심

    노·정간 협상 결렬로 11일 금융산업노조의 총파업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들은 금융전산망이 계속 가동돼 안심은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현금 확보에들어가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특히 수출업체들은 수출대금 등 외국환거래가 정지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대외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 점을 고려,주거래은행 실무진들을 찾아가 특별히 다짐을 받는 등 비상시에 대비하고있다. ■대기업 현금확보 비상 대기업들은 다행히 월말이 아니라 현금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당장 필요한 단기자금의 현금 확보에 나섰다.파업을 강행할 경우은행측의 귀책사유로 부도처리되는 일은 없겠지만 만일에 대비,어음의 만기연장을 서둘렀다. 현대는 계열사 가운데 지방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현금수요가 많은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 금융기관 파업에 대비해 미리 현금을확보해 뒀다.현대건설도 6월 한달간 유가증권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삼성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이 있어 다소 안도하면서 만일의 경우에대비,외환거래의 차질을 막기 위해 외국계 은행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계열사별로 현금성 자금수요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전했다. 포항제철은 금융권 파업으로 고객사가 신용장 개설을 못할 경우에도 수출용 철강소재를 정상적으로 공급키로 했으며,㈜코오롱도 필요한 경상비용은 이미 현금으로 인출,평소 잔고보다 많이 비축한 상태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은 수출차질 우려 대기업에 비해 비조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온중소기업과 소규모 무역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담보력이 약해 기존의 거래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자원부,무역협회 등에 설치된 애로신고센터를 적극 활용하고 자체 비상대책반을 편성,가동할 계획이다.▲산자부(02-500-2536) 인터넷(www.mocie.go.kr)▲무역협회(02-6000-5118) 인터넷(www.kotis.net) 중소업체들은 단기자금 확보를 위해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수금에 나서는 한편 어음 만기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건설기계 및 부품을 90% 이상 수출하고있는 ㈜대모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금융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충남 예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새화신 관계자는 “우선 필요한 자금을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축협으로 이체했다”면서 “금융대란이 장기화되면 내수는 물론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업계는 은행 총파업으로 무역금융에 차질을 빚을 경우 대외 신뢰도에엄청난 타격을 주고 클레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금융노조 파업에 대비 ▲매입의뢰(nego) ▲신용장(L/C) 개설 ▲무역대금 결제 등 3개 부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디지털팀
  • [김삼웅 칼럼] 상호주의, 역리와 병리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인 ‘상호주의’는 남북관계를 거래관계로 보겠다는발상이다.통일시대를 앞두고 남북간에 켜켜이 쌓여온 질시와 미움을 삭이기위해서는 ‘상호이해’가 절실하다.”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이 지난 4일 의원연찬회에서 한 발언이다. 한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6일 회견에서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북한의 개방·개혁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추진돼야 한다”고 당의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여야간에도 현격한 견해차이를 보이는 대북 상호주의는 오늘의 남북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상호주의’(reciprocity)는 원래 경제용어로 상대국의 시장개방 정도에맞추어서 자국의 시장개방을 결정하려는 입장을 말한다.세계적인 불황으로무역마찰이 격화되면서 구미 각국은 각기 자기나라를 지키기 위한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내세웠으며,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에 역행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미국의회에서는 1981년 말쯤부터 이같은 상호주의적 견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해 상·하원에 제출된 ‘상호주의법안’이 12건에 달하기도 했다. 국가간 거래는 엄격한 상호주의가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피도 눈물도 없는 국제무역 관계에서는 상호주의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그렇지만 남북 사이는 어느 신문 사설처럼 결코 ‘냉엄한 비즈니스 관계’가 될 수 없다.피와눈물을 나누는 동포끼리 어찌 냉엄한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인가. 아무리 비정한 사람이라도 형제 사이에 상호주의를 적용하지는 않는다.형편이 조금 나은 형이 아우를 돕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혈육지정이고 인지상정이고 동포애다. 남한이 비료 20만t을 북한에 지원했으니 우리도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장사의 원칙이지 인도주의는 아니다.북한이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만 변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겠다는 탈리오의 법칙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지금 북한은 엄청나게 변화중이다). 과거에는 반공이면 만사형통이었다.어떤 논리나 명분도 잠재울 수 있었다. 대북 증오심을 키우는 것이 ‘애국’이고냉전논리만 열심히 개발하면 유능한 지식인·언론인이 됐다.그러면서 상호간에 북한은 소련의 허수아비(괴뢰)이고 남한은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괴뢰논쟁’으로 민족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언론은 ‘북한괴뢰’를 열심히 성토하면서 신문을팔아먹고 학자는 보따리 장사를 하고 정치인들은 보수정객 노릇을 했다.이렇게 적대와 증오심을 키워 반세기가 지난 오늘 남은 것이 무엇인가.냉전논리를 팔아먹고 사는 집단에 ‘기득권’을 안겨줬는지는 몰라도 국민과 민족에는 씻을 수 없는 생채기만 남겼다.그래서 뒤늦게나마 깨닫고 화해협력의 손을 마주잡은 것이 6·15남북선언이 아닌가. 이제 남북이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으로 나가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면서,새로운 냉전논리의 ‘변형적 주술(呪術)’이 되고 있는 ‘상호주의’란용어는 북한과 관련해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앞에서 말한 대로 국가간 시장개방에서 쓰이게 된 용어를 남북 사이에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장기수 북송이나 국군포로 맞교환과 같은 인도적 문제는 상호주의를 뛰어넘어서 해결해야 한다. 남북 당국간의 경제협력 관계는 등가성(等價性)이나 동시성(同時性)이 전제되지 않는 탄력적인 상호이해가 적용돼야 한다.비정한 상호주의 대신 상호이해를 원칙으로 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이 중요하다. 북한은 우리가 적기에 보내준 비료 20만t을 그토록 고맙게 생각하더란다.그쪽 동포들이 굶주릴 때 우리가 식량과 의약품을 보낸 것은 동포애이지 대가를 바라는 상호주의는 아니었다.여유 있는 측에서 아량을 보이는 것은 만고의 철칙이다.그래야 포용하게 된다. 냉전시대에 엄청난 ‘안보비용’이 들었듯이 화해시대에도 ‘평화비용’은요구된다.그렇지만 훨씬 절약된다.따라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평화의 기회비용지불,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투자 그리고 통일비용의 축소라는 탈냉전적사고로 이해하고 지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란 지적은탈상호주의 정신을 요약한다고 하겠다. 김삼웅 주필 kimsu@
  • 환경/ 1회용품 규제 허점많다

    *현황과 문제점.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1회용품 사용 ‘자제’‘억제’ 등의 표현을 ‘금지’로 확대 해석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환경부의 1회용품 사용 단속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13부는 지난 27일 H도시락 국기원점(서울 강남구 역삼동) 업주 강모씨가 합성수지(스티로폼) 도시락 용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1회용품 사용 자제,무상 제공 억제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강남구청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합성수지 제품 사용 자제’가 전면적 사용 금지를 뜻하는 것인지,부분적 사용 허용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자제’란 단어는 타율적이라기보다는 자율적 의미를 가지므로 사용을 금지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자제’를 ‘금지’의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금지’라고못을 박거나, 아니면 ‘100% 자제’라고 표현해 오해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청은 지난해 5월17일 강씨에게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법률에 따라 합성수지 제품 사용을 금지하라는 이행명령을 내렸었다. 이 판결은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1회용품 사용‘자제’,무상 제공 ‘억제’를 ‘금지’로 확대 해석,단속할 수 있도록 한포장규칙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99년 2월8일 개정된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15조(포장폐기물 등의 발생 억제를 위한 조치명령 등) 4항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규모 이상의 음식점,목욕탕,백화점,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종을 경영하는사업자는 1회용품 사용 자제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실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행령 12조(음식점 등의 규모와 실천사항) 3항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은 ‘1회용품의 사용 자제,1회용품의 무상 제공 억제’라고 명시하고 있다.자율적으로 사용을 자제 또는 억제하도록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법률과시행령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어느 곳에도 없다. 또 특정재질(주로 합성수지를 포함한 플라스틱류) 포장재 사용을 금지한 포장규칙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위법에는 ‘자제’ ‘억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하위법에서 ‘금지’한 것은 헌법 37조 2항(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도시락 업계는주장하고 있다. 문호영기자 alibaba@. *환경정책학회 연구발표. 스티로폼 등 합성수지를 포함한 플라스틱류에 대한 부정적 시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래서 사람들은 썩는 플라스틱류의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환경정책학회(회장 金貴坤 서울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환경적 특성 및 관련 정책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썩는 플라스틱이 어쩌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논문은 그 이유로 “상식적으로 분해과정은 생성과정의 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데,이 경우 고체인 플라스틱이 액체나 기체로 전환되면서 토양이나 수질 오염을 유발하게 된다면 매립지 고갈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물 속에서 썩고 있는 기타 포장재야말로 우리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는데,하천이나 호수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병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반문했다.그러면서 “썩는 플라스틱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플라스틱류는 재생 불가능한 석유 자원의 고갈을 유발하고,제조 또는 소각때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러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원유 또는 천연가스에서 석유화학물질을제조하는 양은 2%가 채 안된다. PVC를 소각할 때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다이옥신을 배출한다는 주장이 있지만,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또 연소제어 등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이옥신이 발생할 우려도 줄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1회용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열가소성,다시 말해 열을 가하면 녹기 때문에 성형해 재활용할 수 있다.혼합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거나,원래 형태로 재생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가전제품 완충재로 쓰이는 스티로폼(EPS)과 1회용 접시와 도시락 용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스티로폼(PSP)은 펠릿(pellet)공정(녹인 뒤 국수처럼 길게 뽑아내는 공정)을 거쳐 합성목재로 만들어진 뒤 그림 액자 또는 욕실의 발판 등으로 재활용된다. 또 아파트 층(層) 사이의 기둥이 없는 부분에 보온 및 방음재로 쓰이는 경량 콘크리트,섬유가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코팅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일부는 꽉 눌린 잉고트(ingot) 형태로 만들어져 동남아 등에 수출되기도한다. 문호영기자. *‘종이도시락 강요' 봐주기 의혹. 1회용품 사용 단속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스티로폼 용기를 쓰는 도시락 체인업체와 종이·펄프몰드 도시락 용기를 생산하는 업체 간의 다툼에서 비롯됐다.겉으로는 서로 환경친화적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나,실제로는 종이 용기를 도시락 체인업체에 팔려는 종이·펄프몰드 생산업자의 속셈이 깔려 있다. 도시락 업체들은 종이 용기에 물기가 있는 밥과 반찬을 담으면 용기가 쭈글쭈글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종이 용기 사용을 꺼리고 있다. 또 환경부가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1회용품 사용 자제대상사업장에 식품 제조·가공업과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포함시킨 것은 종이도시락 용기를 생산하는 업체를 봐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식품 제조·가공업,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적용 대상에 넣으면 도시락 체인점이 스티로폼 용기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종이 용기 생산업체의 판매량이늘어날 것을 염두에 두고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99년 2월25일 “종이 (도시락) 용기 제조업체에서 융자를신청해 올 경우 재활용자금으로 책정된 5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밝혀 종이 도시락 생산업체를 적극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 바 있다. 또 지난해 6월22일 도시락 업체들이 종이·펄프몰드 용기의 값이 비싸다고하자,1주일 뒤 도시락 용기 생산업자를 대신해 인하된 용기 가격표를 도시락업체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도했다. 그러나 종이 도시락 용기 생산업체는 종이 용기가 견고성은 떨어지지만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동시에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시락체인점은 1회용품 사용 자제 대상 사업장인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사업장이므로 스티로폼으로 제조된 1회용 도시락 용기를 쓸 수 없다며 도시락 체인점여러 곳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도시락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도시락 체인점은 식품접객업 상 일반음식점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뒤에도 고발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1일에는 한국환경지류포장협회 회장 명의로 경찰청장에게 스티로폼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의 도시락을 구입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문호영기자. *全과정평가 폐기물정책이 해법. 우리나라 폐기물정책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과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양을 따지지 않고,소각 또는 매립 등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오염 부하(負荷)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특정 제품과 그 제품을 대체할 수있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폐기과정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수립하는 것으로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전(全)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개념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폐기물 정책을 수립할 때 전 과정 평가라는 개념을기초로 하고 있다.전 과정 평가는 제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구하는 단계부터 폐기물 처리에 이르는 마지막 단계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분석하는 기법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환경기술위원회(TC 207)는 현재 전과정 평가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90년 미국의 프랭클린 어소시에이트(Franklin Associate) 연구소가 발표한스티로폼(발포폴리스티렌),판지,유리 등 3가지 재질의 컵에 대한 전 과정 평가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량은 유리컵이 가장 많았으며,판지컵·스티로폼컵의순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빅토리아대의 스티로폼컵과 종이컵이 환경에 미치는 전 과정 영향평가에서도종이컵의 경우 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종이 1t을생산하는 데 시간당 980㎾의 전력이 소비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스티로폼컵의 120∼180㎾보다 최소 5배 이상 많은 것이다.소각했을 때 회수되는 열의 양은 스티로폼컵이 종이컵보다 2배나 많았다. 98년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종이류 등 다른 재료로 대체했을 때중량은 404%, 쓰레기 발생량은 256%,에너지 소비량은 201%,비용은 212%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일본의 연구에서도 종이류 포장재는 스티로폼 포장재에 비해 원료 취득에서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에너지를 3.1배나 많이소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종이류 포장재는 스티로폼 포장재보다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각각 3배와 7.5배 더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또 종이류 포장재는 1회용 쇼핑백 재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에 비해 에너지는 46배나 더 필요로 하는 반면,이산화탄소는 4.8배,질소산화물은 11.9배,아황산가스는 2.8배나 더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호영기자
  • 한국전쟁 성격규정 본격 연구 ‘큰 걸음’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한국역사연구회(회장 방기중)가 오는 10일 오전10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심포지엄을 연다.주제는 ‘한국전쟁의재인식-분단을 넘어 통일로’. 그동안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한국전쟁과 관련해 다양한 학술대회를 가졌지만 역사학계가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역사연구회는 “전쟁기원론·전쟁책임론처럼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접근과 분석을 거부하는 대신 미국·옛소련이 최근 비밀해제한 관련문서에 기초해 한국전쟁자체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은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교수의 주제발표 ‘화해와 통일을 위한 전쟁인식의 과제’로 시작한다. 서설 성격의 이 논제에서 도교수는 한국전쟁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규정하고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전체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금한국전쟁을 올바르게 마무리하는 일이야말로 평화와 통일로 가는 초석”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아직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문제로 꼽은 것은 전쟁 중의 ■정보전 ·특수전 ■양민학살 ■세균전 등이다.그 중에서도 양민학살은 그 규모와 원인측면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본다. 정병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1949∼50년 38선 충돌과 북한의 한국전쟁 계획’에서 전쟁전 38선에서 벌어진 남북한 군사 충돌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복원한다.또 그 충돌이 북한의 전쟁 계획 수립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남북한 지도부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상대방의 도발을 과장해 강조했는데,특히 북한은 38선 충돌을 통해 ?병력 증강과 훈련,무장강화를 이루었고 ■6·25 당일의 전면남침을 ‘정의로운 반격전’으로 내세우는 전쟁관을 수립하게 됐다고 결론짓는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기광서 조선대 북한학과교수는 ‘소련의 한국전쟁관과 개입과정’을 주제발표한다.기교수는 옛소련 자료를 바탕으로 스탈린이 한국전쟁에 소극적·방어적으로 대한 이유와,소련공군의 참전을 사실적으로 밝혀낸다. 이밖에 국방군사연구소의 안정애박사는 ‘한국전쟁기 주한미군사고문단의조직과 활동’을,양영조박사는 ‘한국전쟁기 한국 군부의 재편과 정치화 과정’을 발표한다. 이용원기자 ywyi@. *창원대 도진순교수 ‘주제발표’요약. 미국의 정보전문가 도널드 니콜스는 회고록에서 “왜 우리가 한국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는가”자문하면서 “(농민들의)지게 때문”이라 답한 바 있다.한국전쟁은 베트남전·아프카니스탄전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군사전쟁이 아닌폭넓은 대중전선이 병행했다.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은 자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전선에 동원됐으며 대규모로 학살당했다. 최근 노근리 사건이 문제가 된 뒤 한국전쟁 때의 양민학살이 여러곳에서 터져나온다.한 통계에 따르면 전쟁중 사상·실종·포로·납치된 수는 478만여명에 이르는데,사상자 숫자에서 민간인이 군인의 4∼5배나 된다.이는,옥쇄작전으로 악명 높았던 오키나와전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군인의 1.5배가 되지않은 사실에 비교하면 기록적인 수치이다.학살에는 우발적인 것도 있지만 단체·조직이 저지른 ‘국가후원적’학살이 대부분이다.미군에 의한 학살도적지 않은데 이는 ‘종족 학살’(genocide)의 면모를 보여준다. 양민학살은(고려때 몽고의 침입이나 임진왜란처럼)대중의 집단 기억에 매우강하게 유전된다.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양민학살에 관한 공식조사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동티모르의 인권문제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땅 자기조상의 학살에는 침묵하는 것,이것이 한국전쟁에 관한 우리 인식의 현주소다. 대중적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독해할 때,또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해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 양민학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 [대한시론] 前職대통령의 국정 협조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 후 첫 단독 회동에서 정치안정과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지역주의문제가 해소되도록 노력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언술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협력할 경우 우리 민주정치의 성숙과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문화의 이질성이 높은 다민족 국가에서도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자각과 합의를 통하여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네널란드나 레바논 정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협동 사회적 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라고 부르는 이러한 정치는 인종,언어,종교로 나누어진 지역주민들 간에 적대감은높으나 사회의 균열구조가 정치 차원으로 파급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하물며 단일민족국가인 우리의 경우 정치의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다민족 국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용이하다.제3세계 국가의 백과사전이 보여주듯이 한국은 세계에서 문화의 동질성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종교의 차이가 정치나 사회관계에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동일한 민족,동일한언어에 근거한 정치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지역분할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현실은 몰 역사적이고 무책임한 정파들의 전략·전술 때문에 강화되어 왔고,확대 재생산되었던 것이다.산업화 초기 ‘여촌야도’의 투표성향을 보였던 71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는 우리의 정치에서 지역주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후 군사정권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사와경제개발정책을 활용하고 특정 지역 출신의 정치지도자를 탄압,배제함으로써지역주의가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1987년 민주화과정에서 지역에 근거한다당제 출현이 정당의 지역분할 구조를 강화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행히도 2000년 4·13 총선 과정은 정치 엘리트들에 의해 조장되고 구조화된 지역감정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던져준다.선거로 접어들면서 일부야당 지도자들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언론과 시민단체,그리고 여론의 따가운 비판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표의 동서 분할현상도 약화되었고,특히 충청권은 정당의 지역 지지기반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호남지역에서 무소속 후보가 4명이나 당선되었다는 의미도 가볍지 않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결집된 영남지역의 투표성향이 문제로 남는다.김영삼 전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전직 대통령이 국정이나 정치에 간여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않지만 우리나라 정당정치를 한 단계도약시키기 위해 필요한 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정당사에서 뿌리가 같은 민주화 세력이 서로 협조하고 경쟁하는 풍토를 마련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겠다. ‘여소야대’의 정국은 정파간 사안별로 공조하는 운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장기적으로는 정치권에 의해 조장되고 구조화된 정당의 지역성은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될 때 해소될 수 있다.정당은 정책이념과 노선이 유사한 정치인들로 재편하는 것이 한 방안일 수 있다.인위적 정계개편의 전망은 뚜렷하지 않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할도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탈 3김 정치가 가시화되는시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우리 정당정치의 지역성 해소에일조한다면 그의 재임 중 공과 실정에 관계없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유승남 국민대교수‘ 행정학
  • [쉽게 읽기] 사이버 공간의 정치

    우리 생활에 젓가락 만큼이나 유용한 도구가 있을까만 ‘왜 사용하기 시작했나’라는 질문은 없었다.그저 손가락을 대신해 사용해 왔으니 당연한 게아니냐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미국 듀크대학 헨리 페트로스키교수는 “하필 젓가락?”이라고 물었다. 젓가락이 동양에서만 발전해온 점에 주목한 그는 유가(儒家)의 가르침에서그 해답을 찾았다. 군자(君子)는 ‘부엌이나 푸줏간을 멀리해야 한다’는 유교논리가 (칼과 포크보다) 젓가락의 발전을 부추겼다는 것.일상의 작은 도구에도 시대의 정치문화가 함축돼 있음을 여기서 재발견하게 된다. 이같은 ‘새로운 눈(眼)’으로 4·13 총선을 돌아본다면 무엇이 보일까? 판박이처럼 되풀이된 지역감정,보스정치의 폐해,관권·금권 시비,당리당략의정치쇼일까? 아니다.그것은 바로 현실의 정치공간 위에 바짝 다가선 거대한사이버 공간이다.인터넷이 만들어 내는 가상현실과 현실공간이 한국총선에서오버랩된 것이다. 프랑스의 권위지 르 몽드는 4월 25일자 한국총선 특집에서 “인터넷이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발전에 촉매 역할을 했다”고 썼다.실제로 출마 후보들은 인터넷을 유용한 선거도구로 본격 활용했다.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총선시민연대의 홈페이지에는 조회건수가 100만건을넘어섰고 낙천·낙선 대상자 중 약 70%가 여의도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시민운동 뿐만이 아니다.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해 후보의 병력,재산,전과기록을 공개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 ‘사이버공간의 정치현상’이 현실정치와어떤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 나갈 것인가? 한양대 윤영민 교수의 ‘사이버공간의 정치’(한양대 출판부)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 한다. 그의 대답은 일단 긍정적이다.인터넷상의 풍부한 자료와 문건이 시민들의정치적 관심과 해석 능력을 향상시켜 시민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동원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터넷이 초래할 전자적 시민사회(Online Civil Society)와 가상공동체의 모습,그리고 정보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인 사례,해외의 연구 동향을통해 꼼꼼히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사이버공간이 ‘내파(內破·Implosion)의 정치’로 진행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내파란 인간경험의 모든 측면을 한 장소에 가져오는것.내파의 정치는 바로 정보화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혼란을 헤쳐나가는 것이다.군사적 공격보다 해킹이 국가안보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저자는 그래서 한반도 정치의 희망이 결국은 사이버 공간이 가져다 줄 내파의 정치에 있음을 눈여겨 본다.남한도 북한도 ‘내파의 정치’에 예외일 수 없음을 들어한반도 정치에서 희망의 싹도 찾고 있다.값 1만원. 김성진 동원대 교수 정치학
  • [대한광장] 한국 지식경제 발전전략

    재경부를 비롯한 17개 부처가 공동으로 지난달 지식기반경제발전 3개년 추진전략(안)’을 발표했다.여기에서 정부는 추진전략의 네 가지 기본방향과추진방식은 물론 5대 추진과제와 과제별 실천계획을 제시했다.정부가 설정한네 가지 기본방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의 지식경제 발전전략과 그 맥을같이하는 방향이면서 동시에 지식경제가 기본적으로 세계적 규모로 발전한다는 사실과 지식경제가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사실을 반영하는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정부 역할을보충적으로 채택하는 전략도 전세계적으로 지식경제 발전전략으로 수용되고있다. 그런데 ‘추진전략(안)’에서는 지식경제가 네트워크경제라는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지식에서 네트워크지식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다국적화’를 넘어 ‘무국적화’(non-nationality)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지식경제의 네트워크화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우리의 경우에는 특히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위한 문화적 여건이 불리하므로 공유를 전제로 하는 네트워크 결성에 정부의 의식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또한 국내 연구개발기반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해외부문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추진전략(안)’이 ‘디지털 격차’에 주목하고 그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실천계획을 제시한 것은 지식경제의 발전과 생산적 복지의 확충을 상호보완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선진제국의 접근방식과 맥을 같이하는 전략으로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컴퓨터와 인터넷의 활용 여부가 정치,경제,사회생활의 수준을 결정하는 지식경제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활용을 시장에만 맡길 경우 인종,도농(都農),성별,소득,연령의 차이에 따라 격차가 확대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디지털 복지’는 이들 ‘디지털 약자’를사후적으로 배려하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지식경제의 발전잠재력을 확충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적극적인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추진전략(안)’에는 이러한 목표가 민관협력 하에 추구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디지털 복지의 구현은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민관협력이필수적이다. 가령 미국 정부는 민관파트너십으로 ‘디지털 격차’를 ‘디지털 기회’로전환시켜 ‘디지털평등의 세계’를 달성하려는 장기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우선 3,800억달러의 정부 예산도 ‘민관파트너십을 위한 촉매’로서 기여하도록 되어 있고 컴퓨터 기증과 같은 기업의 행위에 대하여 20조 달러의 조세감면 혜택을 주기로 발표했다.지난해 12월에는 상무성 주도로 기업,소수민족대표,시민단체 대표,정부 관료 등 800명이 참석한 ‘디지털격차 정상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이 회담의 개막연설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디지털격차 해소대책을 마련하도록 상무장관에게 지시했음을 밝혔다. 클린턴대통령은 ‘모든 미국인에게 디지털 기회’를 가져다주기 위해 400개가 넘는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기부금 약정에 서명한 ‘국민행동선언’을 지난달 초에 발표했고 중순에는 상원의원,최고경영자,장관,자치단체장을 대동하고 ‘디지털격차로부터 디지털기회로 향하는 3차 신시장 투어’를 단행했다.유럽연합도 지난해 12월 ‘모든 유럽인이 디지털기술을 이용’(eEurope-An Information Society for all)할 수 있도록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서 유럽연합은 ‘광범위한 웹 접근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민관파트너십이 장려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지식경제는 1+1]2이 강화되는 네트워크 경제이자 민관협력 경제이다.지식경제의 이 본질을 구현하는발전전략의 수립만이 선진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金昊均 명지대교수·지식정보학
  • 포드, 대우車인수 컨소시엄 구성할듯

    포드(Ford)가 대우자동차 매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웨인 부커 포드 부회장은 4일 오전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현재 입찰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당장 뭐라고 언급하기는 곤란하나 어떤 형태의 제휴(Any type of association)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밝혔다.그러나 현재는 한국내 어떤 자동차업체와도 협상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포드의 이같은 입장은 국내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이 최근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국내여론을 피할 수 있는데다 이미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경쟁자인 GM을 견제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현대자동차도 최근 기술개발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 외에 대우차 입찰에 공동 참여할 해외파트너를 별도로 물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있어 포드·현대 제휴 가능성이 주목된다. 주병철기자 bcjoo@
  • 집중취재/ 겉도는 폐기물 재활용 정책

    *1회용품 사용, 실태와 문제점. 쓰레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비닐봉투 등 1회용품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규제 일변도인 폐기물정책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폐기물 정책에 관한 패러다임(paradigm)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규제일변도의 정책은 폐기물 정책에 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단기간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한국환경정책학회(회장 서울대 金貴坤 교수)가 지난 98년 9월에 펴낸 ‘플라스틱 포장재의 환경적 특성 및 관련 정책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도입하고 있는 ‘전과정 평가’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없이 폐기물의 원천적 감축 및 사용 규제라는 개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환경정책은 종국적으로 쓰레기가 되는 제품의 원료를 취득해 제조부터 폐기 단계에 이르는 전(全)과정에 걸쳐 소모되는 에너지,배출물의 양을정량화(定量化)해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또 환경개선의 방안을 모색하려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 기법도 도외시하고 있다. 96년부터 2005년까지의 환경정책 방향을 제시한 ‘환경비전 21’이라는 환경부의 중장기 정책은 감량화,자원화,무해화(無害化)라는 3가지 틀을 기본으로 한다.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후관리에서 사전예방으로 정책을전환하고,각종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폐기물 재활용을 권장하며,재활용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정책은 복합재질 제품 등 분리 배출이 안되는 포장재 및 용기류등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포장재 재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산업계 및 일반소비자에 미치는 국민경제적인 측면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또 재활용품과 일반 폐기물을 구분하기 위해 사업자의신청에 따라 시행 중인 재활용 가능 표시제도도 신청률이 품목별로 3∼16%에불과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폐기물 반환 예치금 반환률이 90%가 넘는품묵에 대해 예치금 부과를 면제하는 예치금 졸업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나,그 조건으로 재활용률을 높이도록 함으로써 폐기물 회수 및 처리 비용이 증가해,결국 산업계의 재활용 목표를 준수하기 위한 경제적 노력이 생산성 하락과 경쟁력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97년 예치금 반환률이 평균 31.9%로 전체 예치금 428억원 중 136억원만 반환된 사실을 볼 때 반환되지 않은 예치금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회수·처리 체계 구축 등과 같은 기본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본래 목적에 사용되지 못했다.더욱이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입됨으로써 산업계는 예치금 부담과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 재활용정책도 혼선을 빚기는 마찬가지다.포장규칙은 특정재질(주로 플라스틱류) 포장재의 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상위법인 ‘자원의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특정재질 포장재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상위법에 없는 내용을 하위법에 규정한 것이다.따라서 1회용 비닐봉투 등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개정해야 한다. 우리의 환경정책은 단지 ‘환경에 해로울 것’이라는 관점에서 규제를 설정하고,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정책이 환경에 이로울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상식에 근거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남겨 두고 있다.‘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에 포함된 “합성수지 재질의 1회용품 사용 억제”는 “플라스틱은 유해하다” “비닐 포장재는 분해가 안되고태울 때 유해물질이 많이 나온다”는 견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선진국인 일본이 생활쓰레기의 70% 이상,음식물쓰레기의 97% 이상을 소각 처리하고 있음을 비교할 때 설득력이 없다.또 환경부가 대체재로 제시하고 있는 종이류는 사용상의 불편은 물론 합성수지 포장재의 환경성 및경제성에 대한 전과정 분석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없이 추진되고 있다.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할 종이류 포장재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베어야 하며, 그 만한 나무를 심고 가꾸려면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문호영기자 alibaba@. *처리기 빌려주고 전기료만 징수. 쓰레기 중에서 처리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이 음식물찌꺼기이다.음식물쓰레기는 사료나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지만 수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각할 때 나오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때문에 분리 수거가 잘 안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한 지자체에서는 각 가정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를 나누어 줌으로써 음식물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일본 시코쿠(四國)에 있는 가가와(香川)현 센츠지(善通寺)시는 올해 2억엔을 들여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 1만여대를 각 가정에 무상 대여하기로 했다.우선 4월에 100대 가량을 가정에 배포할 예정이다. 시는 처리기기는 무상으로 빌려주지만 달마다 몇 백엔의 전기료를 징수,처리기기 무상 대여에 드는 비용을 회수할 계획이다.이 처리기기는 2∼6개월마다 처리기기 바닥에 쌓인 잔류물을 제거하고 항균필터를 교환해야 한다.따라서 주민들의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다이옥신을 거의 발생시키지않는다는 잇점이 있다. 시는 처리기기를 사용하면 음식물쓰레기 수거 횟수가 현재의 주(週) 2회에서 월 1회로 8분의 1로 감소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된다는 계산 아래이 제도를 도입했다. 소각량이 감소함으로써 소각에 드는 비용이 감소하는효과도 염두에 뒀다. 일본은 음식물쓰레기의 97% 이상을 소각한 뒤 매립하고 있다.가축 사료 또는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는 방안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96년 김포 수도권매립지 주민들이 젖은 쓰레기 반입을반대함에 따라 서울·인천·경기도의 자치단체들이 1대에 1,200만∼1,500만원 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를 구입,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악취가 많이 나는 데다,유지비가 월 40만∼50만원이나 들어 지금은폐기했거나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문호영기자. *全과정평가로 본 환경영향 비교. 최근 선진국에서는 폐기물 정책을 수립할 때 전(全)과정평가라는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는 원료를 구하는 단계부터 폐기물 처리에 이르는 단계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환경기술위원회(TC 207)는 현재 산하에 전과정평가를다루는 소위원회(SC5)를 두고 전과정평가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전과정평가는 지난 69년 미국 미드웨스트연구소가 코카콜라의 의뢰에 따라유리,철강,알루미늄,플라스틱 등 4가지 재질과 9종류의 포장용기에 대한 자원 및 에너지 소비량,환경 배출물을 분석한 데서 비롯됐다. 90년 미국의 프랭클린 어소시에이트(Franklin Associate) 연구소가 발표한스티로폼(발포폴리스티렌),판지,유리 등 3가지 재질의 컵에 대한 전과정평가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량은 유리컵이 가장 많았으며 판지컵,스티로폼컵의 순으로 나타났다.캐나다 빅토리아대의 스티로폼컵과 종이컵이 환경에 미치는영향에 대한 전과정평가에서도 종이컵은 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종이 1t을생산하는 데 시간당 980㎾의 전력을 소비했다.이는 스티로폼컵의 120∼180㎾보다 적어도 5배 이상 많은 것이다.소각했을 때 회수되는 열의 양도 스티로폼컵이 종이컵보다 2배나많았다. 98년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종이류 등 다른 재료로 대체했을 때 중량은 404%,쓰레기 발생량은 256%,에너지 소비량은 201%,비용은 212%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일본의 연구에서도 종이류 포장재는 스티로폼 포장재에 비해 원료 취득에서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에너지를 3.1배나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반면 종이류 포장재는 스티로폼 포장재보다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각각 3배와 7.5배 더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종이류 포장재는 1회용 쇼핑백 재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에 비해 에너지는 46배나 더 필요로 하는 반면,이산화탄소는 4.8배,질소산화물은 11.9배,아황산가스는 2.8배나 더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연구들은 쓰레기가 될 제품의 생산을 원천적으로 막아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정책이 경제성,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을 간과하는 것임을 잘 설명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과정평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다.따라서 환경단체나 국민의 의식에도 전과정평가에대한 개념이 자리잡고있지 못하다.환경부도 폐기됐을 때 한 가지 경우만을 상정해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단지 종이류를 재생 가능한 자원이라는 초보적 시각에서 벗어나지못하고 있는 것이다.전과정평가는 환경정책을 수립할 때 단지 참고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문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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