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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옴부즈맨제도 도입 10년/김주섭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지난 4월8일 한국형 옴부즈맨인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대체로 조직이나 기관에 있어 10년은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것과 같다.사람도 성년이 되면 가족 친지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성대한 성년식을 치르듯이 기관이나 조직도 10주년이 되면 지난 발자취를 돌이켜 보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10주년을 맞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그 중 하나로 4월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시아 옴부즈맨 대표들을 초청해 토론하는 제8회 아시아 옴브즈맨 대회인 A.O.A.(Asia Ombudsman Association) 서울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문득 위원회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비전과 모습을 생각해 본다.먼저,지난 10년간 위원회가 국민의 불편 구제라는 원래의 취지에 얼마나 충실했나를 생각해 본다.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면이 많지 않은가 반문도 해 본다.절차가 복잡하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적인 구제에 앞서 제3자적 입장에서 간이·신속하게 구제하는 것이 옴부즈맨의 기능이라면 지금의 처리기간은 더 단축되어야 하며,위원회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기관으로 가까이 다가가 있느냐에 대해서도 반성해 본다. 아마도 전국의 고충 문제를 서울 한 곳으로 모아 처리하다 보니 처리 시간도 길어지고,많은 국민들이 우리 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이런 문제점들은 A.O.A.서울 총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향후 발전과제로 연구 검토되어 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둘째,‘기다리는 시스템에서 찾아가는 시스템으로’,‘사후구제기능에서 사전예방기능으로’의 전환을 생각해 본다.지금까지는 대체로 고충민원이 접수되기를 기다려 처리해 왔지만 지금부터는 한발 나아가 직접 찾아가서 해결해 주는 시스템으로 진일보해야 한다.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농어촌,산간벽지나 오지 등 소외 계층과 소외 지역이 많다.이들은 민원을 가지고 있지만 무지 또는 생업 때문에 제기할 방법도 모르고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이제는 이러한 소외민원에 대해서도 찾아다니면서 해결해 주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옴부즈맨의 전통적 개념인 ‘사후구제’ 개념을 넘어 ‘사전예방’ 기능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새로운 제도 창안기관’,‘여론수렴·전달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해 본다.관료조직은 주어진 업무는 잘하나 발상의 전환은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구제도 주어진 법과 규정의 테두리에서만 하려고 하고,제도개선도 그 틀 안에서만 손질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사회적 변화는 빨리 이루어 지고 있는데 반해 법과 규정은 그 속성상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관료 조직에는 법과 규정이 없으면 다음으로 나갈 수 없는 한계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창안’ 능력이 앞으로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10살 생일을 맞은 위원회에 이것을 기대하기에는 조금은 벅차겠지만 20년,30년 후에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로서 제2의 도약을 다짐하는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울러,여론수렴·전달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해 본다.오늘날 행정에 있어 화두는 협치(協治,goverance)이다.정부와 국민의 관계가 정부 우월적 관계에서 대등한 동반자 관계로 변화하고 있으며,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와 협력이 없으면 집행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실패하는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행정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정부는 정책결정에 반영할 여론을 수집할 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국민 역시 정부와 국민사이의 중재자로서 여론을 전달해 주는 기능을 옴부즈맨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여론수렴 전달기관으로 성장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자질과 능력을 키우는 데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주섭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 [기고] 공무원 정당 지지 명백한 위법/이상안 국립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4·15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집회가 꿈틀거리고 ‘의사(疑似) 바깥 정치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이에 해당한다.현행 실정법은 선거기간중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회를 개최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선을 직전에 두고 두 단체의 집회나 시민단체의 당선·낙선운동이 정치성을 띠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므로 집단행동은 명백한 위법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전공노와 전교조가 특정정당 지지선언을 한 것은 ‘명백하고 중대한 위법’이며,현행법상 금지된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 요구는 그 자체가 ‘반(反)법치적 정치활동’에 해당된다. 문제는 전공노 등의 행위와 현행법상 금지된 공무원의 정치활동 요구가 허용돼야 하는가,아니면 허용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먼저 전공노가 주장하는 정치참여의 성격과 문제 해결방법은 이러하다.공무원노조의 법인격과 그들의 활동인 ‘정치참여’의 성격은 공무원신분 이전의 자연인으로서의 정치활동인 만큼 참정권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의 법인격관과 참정권에 대한 권리개념 속에는 몇가지 인식상의 오류와 수단 선택상의 오류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공무원노조단체의 목표는 공무원의 기본적 생활을 위한 근무조건 개선과 공무원의 대국민서비스 발전을 목적으로 노동쟁의를 제외한 단체협약권을 부여한 것이어야 한다.따라서 내부적으로 생활향상을 위한 근무조건 개선과 밖으로의 ‘대국민서비스 향상’을 벗어난 공무원의 정치활동 참여는 ‘무엇을 위한 단체인가.’의 목적 인식에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이같은 오류 때문에 전공노가 시민단체의 활동목표와도 혼돈된다.시민단체는 사회개선(social movement)을 목표로 하는 특성을 지니므로 정치체제에 대한 정책과 법·제도,서비스에 대한 지지와 반대의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이 측면에서 전공노는 목표와 역할 인식면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둘째 단체들의 목표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 선택면에서 전공노와 시민단체는 구별되어야 한다. 전공노는 직무의 책임과 곤란도,재정의 부담과 기업조직의 보수 수준 등을 고려한 ‘협상·협약’으로 근무조건 개선의 목표를 달성해야 되지만 시민단체는 정책대안을 두고 정부와 경쟁하여야 한다.더 합리적인 수단 개발을 위한 경쟁을 통해 사회개선에 이르게 되므로 구별된다. 이 수단선택이 잘못되면 제1종 오류(잘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봄)와 제2종 오류(잘못된 것을 잘된 것으로 봄)를 범하게 돼 전공노와 시민단체는 모두 실패하게 된다.존립의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 특히 NGO 등이 경쟁관계를 버리고 정부와 공생관계를 갖게 되면 몇몇 의사 정치꾼만 만들고 만다. 셋째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가 본질적인 것인가,시기상황적인 것인가의 문제다.공무원노조가 정치활동으로 특정정당의 외곽단체가 되면 백성의 생업과 공정한 권익보장은 파탄에 빠진다.따라서 공무원노조의 활동 방향은 인권과 같이 천부적으로 ‘주어진 질서’가 아니고 법으로 ‘만든 질서’에 속하는,본질적인 한계를 지닌다.시기와 상황적이 아니라 절대 명령적 직업윤리에 속한다. 넷째 국민에 대한 공무원의 서비스 책임상 이유다. 공무원의 서비스 책임은 ‘책임윤리’와 ‘심정윤리’에 의해 보장된다.국민의 소극적 자유보호와 적극적 생활권 보호는 꼭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책임윤리가 중심이 되는(치안·국방 등) 반면,최선을 다한 것으로 양심에 호소하는 심정윤리(교육·복지 등)와 구별된다.책임 윤리든,심정윤리든 몰두하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끝으로 자율 질서체계와 타율 질서체계가 균형을 이뤄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는 자율체계와 타율체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의 간섭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공무원 조직은 사회체제를 적응적으로,목표달성적으로,통합적으로,체제유지적으로 역할을 다양화하면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이상안 국립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
  • [녹색공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쟁력/이시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

    탄핵정국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탄핵을 불러온 원인중의 하나가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이었지만 이것도 탄핵정국에 묻혀버렸다.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기업환경,비정규직 노동자가 50%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있는 가운데 불법 정치자금은 기승을 부렸다.돈을 물먹듯 먹어치우는 선거풍토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기업은 왜 정치권력에 줄을 대고 돈으로 영향력을 사려고 하는가.우리의 정치,경제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유럽,일본,그리고 미국의 선진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내세워 서로 경쟁하고 있다.기업은 시장시스템 내부에서 성공해야 하지만,그것만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기업은 노동자,소비자,정부,지역사회,시민사회단체들에 둘러싸여 있으며,이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와 지지가 없으면 존립하기 어렵다.기업도 사회의 일원이며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란 기업의 경제적 성공 이외에 사회에 대한 책임과 환경보전의 의무로 요약된다.시장 메커니즘은 경쟁력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장애자,아동,여성,외국인 등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을 갖고 있으며,기업의 생산활동은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환경보전은 기업이 당연히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지금 유럽과 일본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기업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어 가고 있다.세계적인 기업들은 대개 ‘사회환경보고서’ 혹은 ‘지속가능발전보고서’라는 보고서를 내어 자기 회사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며,환경보호를 위한 투자와 운동을 어떻게 펼치고 있는가를 선전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고용을 유지,확대하고 총매출의 0.7%를 사회적 공헌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모범기업의 사례도 있다.이런 기업일수록 이익도 많이 올리고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다는 것이 유럽,일본 등의 사례분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왜 기업들은 그들의 사회적 공헌을 널리 알리고 선전하고 있는 것일까.이것은 유럽과 일본의 소비자와 투자가들이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소비자들의 거부운동이 일어나고,특히 투자가들이 이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와 기업이 시장에서 설 땅을 잃게 된다.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개념으로 투자조합을 설립하여 담배,술,무기 제조회사,인권침해,부당노동행위,환경을 파괴하는 회사는 투자대상에서 걸러낸다.실제로 미국에서는 2003년 한해 동안 2조 1600억달러,유럽에서도 2600억달러가 SRI를 통해서 동원되었다.미국의 SRI 투자액은 국내 총 투자액의 11%에 해당하며 그 규모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또 사회적 공헌을 하는 100대 기업 선정 등을 통해서 좋은 기업을 살리고 나쁜 기업을 배제하는 운동이 활발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기업이 진정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그것이 기업의 이익에 직결될 때 실현가능하다.또한 기업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활동이다.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적 공생을 위한 공헌은 21세기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시재 가톨릭대 사회학 교수˝
  • [자문위원칼럼]긍정 보도와 희망 부메랑/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최근 고려대학교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란 주제로 언론인과 언론학자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언론학회가 후원하고 ‘한국사회와 언론’이란 연구팀이 주관한 이 모임에서 중앙일보 이장규 대기자는 “국내신문이 스스로 ‘발전의 노력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지만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또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언론학 박사학위 소지자를 특채해 지면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이 지적하는 보편적인 저널리즘의 문제 중 하나는 신문과 방송이 독자나 시청자로 하여금 사회이슈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즉,국민들이 언론기관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디어 내용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며,주변 환경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그들의 헌신적 노력에 대해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언론의 부정적이며 냉소적인 보도경향이 부메랑이 되어 기존의 사회기구는 물론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에까지 필요 없는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국내신문의 보도경향을 분석해 보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예를 들면 뉴욕타임스의 교육기사 중 부정적 내용의 기사는 25%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신문의 기사는 과반수 이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 기자들은 기사내용이 부정적이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보도경향은 서울신문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에 보도된 기사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21일자 “눈물의 이태백 ‘눈높이도’ 없다”,23일자 “서울은 외국펀드 기업 사냥터”,25일자 “참여정부 1년 평점 37.9 국민과 코드 달랐다”,27일자 “지역구 15석 증원 ‘야합’” 등 부정적인 기사들이 1면 머리를 이루고 있다. 발생한 사건 자체나 국민의 평가가 부정적인 사안이라면 이를 부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방법은 별로 없으리라고 본다.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기사의 보다 큰 문제는 새로운 사건이나 사회현상에 대해 전통적이며 진부한 과거의 뉴스프레임으로 보도하게 되며,새로운 관점이나 방향,해결책 제시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경향은 경제문제 보도에서 더욱 심화되는 듯이 보인다.한국의 실업형태를 살펴보면 미국이나 일본,다른 OECD국가와 비슷하게 미숙련 분야의 일자리는 남아돌지만 전체적인 실업률이 늘어나는 선진국형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보도는 평생직장과 완전고용을 추구하던 개발도상국가 시절의 보도형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경제의 보다 큰 문제는 최근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이 지적했듯이,제조업분야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같은 단가에서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이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OECD 23개국가 중 최하위에 있다는 점이다.언론은 이러한 사실에 초점을 맞춰 경제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미국의 USA Today처럼 독자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기사를 보다 많이 다루었으면 좋겠다.또한 국민 삶의 질과 관련한 본격적인 문제제기로 한국 언론을 리드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그런 관점에서 서울신문 제호아래 주요기사의 제목을 뽑아내는 1면 편집이 재미있으며,“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와 같은 기획기사 역시 돋보인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총선앞둔 정부기관 홈페이지 ‘정책 스토커’ 경계령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부기관 홈페이지들에 ‘정책 스토커’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들어 로또복권,원전센터 건립 문제 등 특정 현안과 관련한 민원성 글이 관련 부처 게시판을 점령,부처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일반 민원들은 특정 민원에 묻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쓴 맛’을 보여주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무조정실 홈페이지(opc.go.kr)의 게시판은 올초부터 로또복권 관련 민원이 쇄도하면서 사실상 ‘로또 토론방’이나 다름없다.하루 100여건에 이르는 민원성 글 가운데 90% 이상이 로또복권 판매가격 인하를 반대하는 글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조치가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과 로또 복권 판매가격 인하를 결정한 정책당국자들에게 총선에서 쓴 맛을 보여주겠다는 엄포성 글도 많다. 산업자원부 홈페이지(mocie.go.kr)도 ‘원전센터 건립’을 둘러싼 토론방으로 변모했다.지난 14일 실시된 부안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효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하루 수십 건의 글들이 홈페이지를 도배질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집단적인 민원성 글이 많아지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수십∼수백명이 이해가 걸려있는 현안에 대한 글을 한꺼번에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은 특정 사안에 다른 건설적인 제안 등이 묻혀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부안 주민투표’ 앞두고 찬성론자 ‘e공세’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핵대책위)가 다음달 14일 원전센터 유치 찬반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에 맞서는 찬성 주민들의 ‘e(전자)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26일 국무총리실(opm.go.kr)과 산업자원부(mocie.go.kr) 등 정부 관련 부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올들어 핵대책위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유치를 적극 찬성하는 주민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게시판에는 찬성주민의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유치 반대론자들의 촛불시위 등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찬성 주민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부안사랑’이라는 네티즌은 “핵대책위가 원전센터가 들어오면 부안이 망한다는 거짓을 사실처럼 주장하고 있다.”면서 “지난 2002년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시·군을 찾은 관광객은 부산기장(고리원자력) 844만여명,경주시(월성원자력) 685만여명,영광군(영광원자력) 180만여명으로,원전센터로 인해 관광객이 줄고,주민소득이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찬성표’라는 네티즌은 “부안은 현재 지역 발전 수준 평가에서 230여개 자치단체 중 200위 정도에 해당되는 상황”이라면서 “아무런 현실적 대안 없이 지역이야 낙후되든 말든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은 이제 지양하여 부안을 1등 지자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네티즌은 “역학조사 결과 원전센터와 기형아는 연관이 없는데도 원전센터가 들어오면 기형아가 생긴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산자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네티즌 ‘Buan’은 “진정 부안을 위한 마음이 있다면 찬반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하여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합법적인 찬반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석기자
  • 투자마케팅 씨티은행에서 배운다 /(하)경쟁력의 원천

    국내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조직에는 대부분 씨티은행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축적된 노하우를 옮겨오기 위해 은행들이 벌인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의 결과다.조흥은행 PB지점의 경우,팀장급 이상 6명 중 절반인 3명이 씨티은행 출신들이고,국민은행에는 13명이나 된다.이들의 연봉은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이 넘는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이 PB인력 영입을 의뢰하면서 요청한 사항이 ‘가급적 씨티은행 출신 중에서 사람을 골라 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그만큼 똑부러지게 일처리를 해낸다는 뜻이다.이런 경쟁력의 원천은 뭐니뭐니해도 철저한 교육과 인력양성 시스템이다. ●“상사의 말은 무조건 옳다” “1. 상사의 말은 무조건 옳다.2. 상사의 말은 역시 무조건 옳다.3. 만일 상사가 틀렸다고 생각되면 다시 1번을 되새겨라.” 씨티은행에 들어간 직원들이 처음 듣게 되는 말이 이 ‘3고(考)론’이다.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시키면 무조건 한다.’는 식의 가치관을 요구하는 데 대해 신입 행원들은 놀란다.이는 씨티은행내 선배·후배간 도제(徒弟)식 교육이 얼마나 철저한지 잘 말해준다. “신입행원들은 부서 책임자들이 일일이 짜 주는 계획표에 따라 3∼4개의 연수를 받아야 한다.선배 역시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그래야만 둘 다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자율성보다는 엄격한 장인(匠人) 육성형인 셈이다.”(씨티은행 출신 K씨,현 시중은행 PB팀) 씨티은행은 핵심 관리직 인력은 MA(Management Associate)라는 이름으로 따로 뽑아 관리한다.미국내 상위 20위권 경영대학원에 유학해서 석차 상위 10위권 이내를 기록한 사람만 추려 주로 차장급으로 데려온다. 이들은 3개월 단위의 순환근무 등 1년간 특별교육을 받은 뒤 적성에 따라 일선에 배치된다.경력직 사원을 뽑을 때에는 이른바 ‘상류층’ 인사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드비어스 등 다국적 다이아몬드회사나 하얏트 등 일류호텔 출신들이 마케팅 부서의 요직에 발탁된다. 교육은 ‘스페셜리스트’(전문가)를 키우는 데 집중된다.이를테면 한부서에 8년 정도 있어야 한다는 내부원칙이 있다.씨티은행 출신 A씨(국내은행 PB팀)는 “국내 은행에서는 직원들이 여신 업무를 하다가 얼마 안돼 기획이나 홍보로 발령나는 등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게 돼 있지만 씨티은행에는 여신 부서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행내 교육 분위기도 강하다.“후배 직원들에게 2가지를 항상 당부한다.첫번째는 금융 분야에서 업계 최고가 되라는 것이고,두번째는 담당 업무에 있어서 은행 내 최고가 되라는 것이다.나는 대학에서 금융을 전혀 공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증권이나 부동산 분야에서 누구 못지않은 식견을 갖췄다고 자부한다.입사 이후 정말 밤을 새워 공부했다.”(현 씨티은행 직원 P씨) 씨티은행 직원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부하라.’는 소리를 듣는다.그래서 공부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다.직원들이 근무시간중이라도 각종 워크숍·세미나·심포지엄 등에 비교적 쉽게 참석하도록 은행측은 허용한다.업무 관련지식이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학계·재계·업계 등 인간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씨티은행 출신 L씨는 “봉급 수준에 불만이 컸는데도 씨티은행에 있었던 것은 다양한 학습기회 때문이었다.”고 했다. ●세계 46개국의 경험 통한 ‘성공의 전이' 1년에 2차례 정도 싱가포르 아시아지역 본부 주관으로 열리는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은 씨티은행 직원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다.각 부서 실무 담당자들이 40∼50명 참석해 전세계 46개국 1400여개 점포에서 축적된 영업 노하우를 주고받는다.씨티은행 출신 K씨는 “여기서 나오는 수백페이지의 자료만큼 유용한 은행 경영정보는 없을 것”이라면서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글로벌 기업의 장점을 살려 서로 공유하는 것”라고 말했다.씨티은행에서는 이를 ‘성공의 전이’(Success Transfer)라고 부른다. 지금은 보편화된 주가지수연동예금(주가에 따라 이자가 결정되는 예금상품)의 경우,씨티은행은 1999년에 이미 싱가포르 콘퍼런스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했다.하지만 씨티은행 한국지점은 당시 시장 상황에 안맞는다며 개발을 중단했다.결국 국내 첫 주가지수연동예금은 올 1월 조흥은행에서 나왔는데 그 실무작업을 담당했던 사람이 씨티은행 출신이었다. 씨티은행 PB 직원들은 또 ‘인간적인 매력’도 높이도록 교육받는다.“고객들과 식사를 하거나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화제가 빈약해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그건 PB담당자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특히 정치·경제·사회 등 온갖 이슈들을 다 숙지하도록 교육받는다.”(씨티은행 직원 K씨) 씨티은행 출신 L씨(시중은행 PB팀장)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 때나 직접 만날 때,상품을 권유할 때 등 상황별로 어떻게 하면 자기 말의 호소력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치밀하게 교육받는다.”면서 “고객 경조사를 정확히 챙기고,경품이나 초대 등 행사가 있을 때 내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갖다주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공격적인 영업스타일도 씨티은행의 성공에 한몫을 했다.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씨티은행은 장사 되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되 안되면 발빠르게 빠지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 중 삼성스타일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뱅커 사관학교'의 위기? 공격적 영업도 한계에 달한 것일까.‘뱅커 사관학교’로 통하는 씨티은행에서 최근들어 잇따라 직원들이 이탈하고 있다.“최근 2∼3년새 각 지점의 씨티골드 담당 과장급·차장급 중 3분의2는 빠져 나온 것 같다.은행·증권·보험 등으로 대거 흡수됐다.”(씨티은행 출신 P씨) 무엇보다 씨티은행의 상대적인 ‘저임금’ 구조와 강도높은 업무에 원인이 있다.외국계 은행노동조합 유나리 사무국장은 “씨티은행의 대졸 초봉은 2200만원 정도로 국내 은행보다 크게 떨어진다.”면서 “전체 평균 임금상승률 역시 호봉 증가분까지 합해 연 6.5∼7%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PB로 자리를 옮긴 L씨는 “씨티은행에 다닌다고 하면 남들은 유창한 영어에 국제감각 뛰어난 뱅커를 떠올리며 부러워 하기도 했지만 나 자신은 낮은 연봉에 불만이 많아 속으로 ‘빛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했다.”면서 “옛 동료들을 만나보면 잇따른 직원들의 이탈 때문에 인력의 질이 과거만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씨티은행 출신 A씨는 “고객 자산을 안전성이 떨어지는 펀드에 너무 넣는 등 씨티은행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 부쩍 자주 들린다.”고 전하고 “최근 선물·옵션 등에서 큰 손실을 본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했다. 일을 제대로 배우려면 낮은 대우를 감수하라는 씨티은행 방식이 피로증세를 초래하고 있는지 모른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국내 금융계의 ‘씨티맨' 씨티은행을 떠나 현재 국내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현재 30여명에 달한다.특히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씨티은행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국내 금융계에서 ‘씨티맨’들이 급격히 많아졌다.이들은 본부에서 PB사업 전략을 짜거나 PB센터장을 맡는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 프라이빗 뱅킹 ‘골드 앤드 와이즈’(GOLD & WISE)의 경우 전체 PB 30여명 가운데 씨티은행 출신이 14명으로 절반에 가깝다.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영업을 시작하면서 씨티은행 지점장 출신 등을 8명 데려온 데 이어 올해 6명을 추가로 영입했다.각각 다른 지점의 PB센터장들인 윤중재·김성학·김홍룡·양현탁씨 등도 씨티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도 구안숙 PB사업단장부터 씨티출신이다.구 단장은 씨티은행에서 교보생명을 거쳐 지난 2월 우리은행에 들어왔다.구 단장과 일하는 안창학 수석부부장과 강세영 과장도 씨티은행 출신이다.이들은 강남에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을 전담하는 ‘투 체어스’(Two chairs)의 전략과 영업방향 등을 마련하고 있다. 조흥은행 역시 지난해 6월 김영진 PB사업부장과 박경제 수석팀장,이흥섭 팀장 등 3명을 씨티은행에서 데려왔다.특히 김 부장과 이 팀장은 각각 씨티은행 본부에서 소비자 금융총괄본부장과 마케팅 부장을 지낸 마케팅 전문가로서 현재 조흥은행 역삼동 PB 센터에서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증권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지난해 씨티은행에서 자산관리교육 인력을 임원급인 정복기 담당 등 3명을 스카우트했다.이어 지난 8월에도 씨티골드에서 3명의 차장급 인력을 영입해 FN아너스 지점에 배치했다.당초 4명의 인력을 데려오기로 했으나 한명이 씨티은행의 강력한 만류로 막판에 이직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현 하영구 한미은행장도 씨티은행 출신이다.하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의 대주주가 칼라일 컨소시엄으로 바뀌면서 당시 씨티은행 소비자 금융대표에서 행장으로 전격 영입됐다.하 행장은 한미은행으로 오면서 박진회 부행장,강신원 부행장과 부장급 2명을 데리고 와 국내 금융계에서 처음으로 ‘씨티맨 바람’을 불러 일으켰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카트 레이싱 동호회 들여다보기/ 체감속도 200㎞ 쾌감 ‘질주’

    ●크기는 범퍼카 정도… 스피드광들에게 인기 시동이 걸렸다.몸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과 엔진소리.코너가 나타났다.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렸다.중력이 온몸으로 전해진다.몸이 반대쪽으로 쏠리고 고개를 세우는 것 마저 힘들다.코너를 빠져 나와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경기를 진행하고 심판도 보는 오피셜이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체크기(旗)를 흔든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군 카트랜드에서는 카트 레이싱 동호회 ‘로시마(www.freechal.com/rocima)’ 선수들의 올해 마지막 공식 레이싱이 한창이었다. 아직은 생소한 카트 레이싱의 세계.카트(Kart)는 놀이 공원의 범퍼카정도 크기만한 자동차.휘발유 엔진이 달려 있다.차량 종류에 따라 최대 속도는 60∼100㎞이지만 낮은 차체로 인해 체감 속도는 200㎞를 넘는다. ●남편은 시합중,시아버지와 부인은 열렬 응원중 신인전에 출전하는 결혼 2개월의 초보 신랑 한준희(28·회사원)씨를 부인 정은숙(28·회사원)씨가 응원하고 있었다. “남편은 카트를 탄 지 2년이 됐고,전 이제 1년밖에 안됐어요.맹연습을해서 내년에는 같이 경기에 출전해야죠.” 말은 이래도 은숙씨는 지난 8월에 있었던 여성부 카트 레이싱 경기에서 2등을 할 정도의 실력자. “아까는 시아버지가 격려해 주시고 가셨어요.영등포에 사시는데 이곳까지 MTB(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오셨더라고요.”은숙씨는 이어 “잘해야 할텐데.”라며 준희씨의 경기를 줄곧 지켜보았다. 초등학생 선수에게 1등을 내주고 3등을 한 준희씨는 열렬히 응원한 부인에게 미안했는지 “그 꼬마 진짜 빠르네.못 따라가겠어.체중 감량실패야.”며 너스레를 떨었다. 공군 중위 우정희(27)씨는 이 부부를 약간은 부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여자 친구요?아직 없어요.여자 만날 틈이 없어서….”라며 머리를 긁적였다.정희씨는 지난 5월부터 자신의 첫 신인전 경기가 있던 8월까지 주말마다 부대가 있는 대구에서 카트 레이싱을 하러 서울로 올라왔다.데이트할 시간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대학은 전혀 상관없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에서 카트 레이싱을 하고 있죠.” 지난 8월 신인전에서 1등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에는 준희씨의 ‘깨소금 파워’에 밀렸는지 5등을 차지했다. ●내가 정비한 차가 1초라도 빠르면 기분 좋아 레이싱 게임에서는 같은 카트라도 정비 실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이리저리 카트를 망치로 두들기는 이병철(19·학생)씨는 로시마에서 정비공 역할을 한다. “카트요?가끔 타기는 하는데 잘 안타요.전 자동차를 고치는 게 좋거든요.제가 만진 카트를 누군가 타서 1분,1초라도 단축하는 것을 보면 그게 좋습니다.전문 레이싱팀이야 좋은 부품을 쓰지만 우리는 레이싱 팀에서 부품을 얻기도 하고,고칠 수 있는 것들은 보통 그냥 고쳐서 사용해요.” 카트 레이싱을 ‘헝그리 스포츠’라고 얘기하는 중에도 병철씨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로시마의 고문인 권희철(42·개인사업)씨의 아들 재인(14)군은 지난 9월말부터 일본에서 카트 레이싱 유학 중이다. “재인이가 성격이 급했는데,카트 레이싱을 하면서 성격이 차분해 졌어요.레이싱은 성격이 급하면 안되거든요.아들이 하도 카트 레이싱을 좋아해서 아예 일본으로 카트 유학을 보냈어요.본인도 레이서가 되고 싶어하고 어차피 할거면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라고 쉽지 않았을 어린 아들의 카트 유학을 설명했다. 현재 어학원을 다니며 일본학교를 알아 보고있는 재인군은 일본에서 열린 카트 레이싱대회에 한국대표로 나갈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했다.카트를 탄 적이 있냐는 질문에 희철씨는 “몇번 타기는 했는데 체력이 딸려서 안되겠더라고요.3바퀴 도니까 삭신이 쑤셔서….”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쉽고 안전… 초보자도 금방 배울 수 있어 과연 카트 레이싱의 어떤 점이 이 사람들을 ‘미치게’할까.“무엇보다도 ‘손쉽다’라는 점입니다.제가 모터사이클 레이싱도 했는데,솔직히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는 힘들었습니다.하지만 카트는 쉽고 안전해서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있습니다.”(한진웅씨·33·부시솝) “짜릿함이죠.가속 붙을 때 ‘부르르’떨리는 그 느낌….기분 최곱니다.”(정희씨) 예선전을마치고 온 시솝 박규환(32·회사원)씨는 “카트는 누가 뒤를 살짝 들어줘야 출발할 수 있는,협동심이 필요한 경기”라고 설명했다.그는 “혼자 레이싱을 하는 것보다 서로 경쟁하면서 타는 게 카트의 진짜 묘미”라며 결승전 경기를 위해 트랙으로 향했다. 글·사진 김효섭기자 newworld@ ■'카트'의 모든것 “많은 사람들이 아직 카트를 모릅니다.전에 카트 동호회라고 했더니 모임을 할인점에서 하냐고 묻더군요.쇼핑용 카트 동호회로 알았나 봅니다.” 카트 동호인이라면 한번씩은 듣는 질문이다. 카트는 길이 180㎝,폭 140㎝의 조그만 자동차다.여기에 60∼100㏄내외의 엔진을 얹어 60∼100㎞의 속도를 낸다.‘그정도의 속도쯤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덮개 없이 지면에서 4㎝로 붙어서 달리는 체감 속도는 실제 속도에 2∼3배로,120∼300㎞에 달한다. ‘조그만 차를 타고 이렇게 달리면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차체가 낮아서 레이싱 도중에 전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트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포뮬라1(F1)’ 경주와 비교해 ‘미니포뮬라’라고 불리기도 한다.레이싱이 발달한 유럽 등에서는 카레이서들도 처음에는 카트 레이싱으로 시작한다.‘F1의 황제’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도 카트 레이싱부터 시작했다. 카트는 속도에 따라 레저 카트와 레이싱 카트로 나뉜다.레저 카트의 경우 자동차면허증이 없는 사람도 5∼10분정도의 간단한 안전교육과 깃발교육을 받으면 탈 수 있다.레이싱 카트는 별도의 ‘서킷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복장은 레이싱용 슈트를 입기도 하지만 간편한 복장에 운동화면 된다.구두나 반바지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물론 헬멧,장갑 등의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카트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경기도 파주의 통일동산 카트랜드(www.kartland.net),용인 에버랜드의 스피드웨이(www.everland.com),경기도 수원의 카트빌(www.kartvil.co.kr),강원도 원주 문막의 발보린 모터파크(www.kart.co.kr)등이 있다.레저 카트의 경우 10분 빌리는 데 1만∼2만원.카트 레이싱에서 10분은 서킷을 10바퀴정도 돌 수 있는 시간으로,스피드를 즐기다보면어느새 목과 어깨,다리가 묵직하고 뻣뻣해져 초보자에겐 결코 짧지 않다. 김효섭 기자
  • 이호왕회장 美과학발전協 회원에

    지난 1976년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해 명성을 얻은 이호왕(75)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이 미국과학발전협의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회원으로 선출됐다.학술원은 지난 14일 미국과학발전협의회로부터 이 회장의 회원선출 통지와 회원증을 우편으로 전달받았다고 16일 밝혔다.
  • 美·日정상 17일 ‘음식점 만찬회담’

    |도쿄 황성기특파원|오는 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 도착 당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시내에서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미 정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부시 대통령은 17일 오후 일본 도착 후 도쿄 시내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편안한 저녁 식사(relaxing social dinner)’를 하면서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와 북핵 문제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두 정상의 부인들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 대사 부부도 동석하며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환영만찬은 없을 예정이라고 관리는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일본 방문 때에도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도쿄 니시아자부(西麻布)에 있는 선술집에서 저녁 식사를 해 관심을 끈 바 있다. 한편 부시대통령은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본과 필리핀,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및 호주를 각각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8일 발표했다.한국은 방문국에서 제외됐다.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오는 15일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뒤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일본에 들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와 회담을 갖는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대(對)테러 공조강화와 이라크 파병 등 이라크 전후복구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특히 북한 핵문제도 거론될 전망이어서 방문결과가 주목된다.
  • NGO / 한국은 세계로 세계는 한국으로 국경·국적 없는 NGO

    ‘세계는 한국으로,한국은 세계로’ 비정부기구(NGO)의 활동무대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국내 NGO 활동가들이 반전 평화운동에 나서거나 외국 NGO 활동가들이 국내 환경·평화집회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 NGO들의 교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반전평화활동과 북핵 문제,새만금 갯벌보전 등에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또 국적과 국경을 넘어 국내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무대로 가는 국내 NGO 지난 2월 이라크 전쟁 당시 국내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함께 가는 사람들’이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을 구성,이라크 현지에서 평화활동을 벌이면서 한국 NGO운동의 지평을 넓혔다.그동안 낙후지역에 대한 해외 봉사활동에 국한됐던 국내 NGO의 시야가 확대된 것이다. 6개월간의 반전평화팀 활동을 끝내며 지난달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전평화팀의 한상진 총무는 “한국에서 최초로 분쟁지역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직접 가서 활동을전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세계평화를 실현하는데 국경은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반전평화팀은 이라크 반전운동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팔레스타인평화팀을 결성해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소속 대학생 해외봉사단 33명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지난달 말 러시아 연해주의 오레호뷔 마을에서 이·미용,한방치료,태권도 교육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는 1997년에 처음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4000여명의 대학생이 12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또 ‘2003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단원 174명은 지난 7∼8월 케냐와 네팔,방글라데시아 등 전세계 4개 대륙,30개 국가에서 인터넷 교육 등 봉사활동을 했다. 이밖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한국여성단체협의회,자유총연맹,굿네이버스 등 10여개 시민단체들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가입해 세계적 NG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뛰는 외국 NGO무엇보다 영국과 미국,호주 등 국제 환경단체들의 참여가 활발하다.세계야생생물기금(WWF)과 ‘지구의 벗 국제본부’ ‘습지와 새 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등이 국내 갯벌 보전 문제 등에 대해 한국정부에 집단으로 항의서한을 보내거나 국내 집회에 직접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핵 6자회담 개최에 앞서 국제평화국,군축과 안보를 위한 태평양캠페인,피스보트 등 48개 외국 NGO들은 한반도 전쟁위협 반대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회담 참가국들에 촉구했다. 외국인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는 ‘국제친선클럽’(IFC)으로 회원 1500여명 가운데 3분의1이 외국인이다.이 단체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세계 각국 인사 6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동부 최전방지역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두타연(淵)에서 ‘2003 세계평화 대행진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와 함께 국내 NGO에서 자원봉사 활동가로 뛰는 외국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활동가는 독일의 긴급의사회(KCA) 소속 의사인 노어베르트 폴러첸 박사.그는 지난 2000년 평양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뒤 탈북자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3월 탈북자 25명을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 대사관을 통해 국내로 망명시키기도 한 그는 지난달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북한 기자단과 충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로즈 거시오(80) 수녀는 경실련 발행 영문 계간지 ‘Civil Society’의 편집장과 영문 홈페이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녹색연합에는 미국인 에이미 레빈(24·여·노스캐롤라이나대)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으며,밝은사회국제클럽의 나카후지 히로히코(39·경희대 박사과정),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하는 봉휘련(26·여·말레이시아) 등이 있다. 지난 7월에는 이라크인 수아드 압둘카림(49·여)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수요집회에 참석한 뒤 ‘한국여성의 전화 연합’을 방문하는 등 한국 시민활동의 현주소를 살펴본 뒤 돌아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지령 20000호-’권력과 언론’ 여론조사 / 필진 및 기획취지

    대한매일은 지령 2만호를 기념,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권력과 언론에 관한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KSDC(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는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거쳐 선진 조사기법을 동원,분석된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된 조사전문 연구기관이다.집필진은 다음과 같다. ●이남영(李南永·50) KSDC 소장,숙명여대 정외과 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김형준(金亨俊·45) KSDC 부소장,명지대 객원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박명호(朴明湖·39) 동국대 정외과 교수,미국 미시간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하프타임 / 이천수, 발목부상… 4주 쉴듯

    ‘밀레니엄 특급’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훈련 도중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해 향후 경기 출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소속 구단인 레알 소시에다드 홈페이지(www.realsociedad.com)에 따르면 이천수는 지난 5일 실시한 훈련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축구전문사이트 ‘사커리지’는 스페인 현지 소식통을 인용,이천수가 적어도 4주가량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책 / 슬로푸드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 김종덕 등 옮김 나무심는사람 펴냄 오늘날 현대인들은 ‘패스트 라이프(fast life)’라는 지독한 바이러스에 걸려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이러한 ‘빨리 빨리’문화는 상품화된 패스트 푸드의 형태로 식생활에도 스며들어 우리 고유의 음식 맛까지 앗아가고 있다.이제 도시에서는 된장이나 간장,고추장을 담그는 집이 거의 없다.미국에서는 ‘사회의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말까지 통용된다.세계 곳곳에서는 지금 ‘무제한의 속도’와 ‘대량생산’에 저항하는 삶을 추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무한속도와 생물의 다양성을 무시하며 단일화와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그것이 바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다. ‘슬로푸드’(카를로 페트리니 엮음,김종덕·이경남 옮김,나무심는사람 펴냄)에는 음식에 관한 생생한 정보와 생명공학에 대한 입장,동물복지 등을 다룬 실용적인 글들이 실렸다.미국의 ‘슬로푸드’ 운동은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패스트 푸드 선두주자인 맥도널드가 들어선 것에 맞서 지난 89년부터 시작됐다.지금은 전세계 6만5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회원들은 패스트푸드가 입맛뿐 아니라 농업과 환경,삶의 철학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에서 각국의 전통음식 보호,생물다양성 존중,다품종 소량생산 등을 추구하는 생태운동을 펼쳐왔다. 음식이란 상대적인 것이다.이 책은 음식에 대한 쇼비니즘을 무엇보다 경계한다.그런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팔라펠,일본의 다코야키(낙지구이),멕시코의 타코스,치앙라이의 카오소이,영국의 피시앤드칩스,그리스의 수블라키,모로코 훈제시장의 먹을거리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고유음식을 소개한다. 4000년전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왕이 맥주에 물을 타거나 너무 비싸게 값을 매기는 사람에게 ‘익사형’이란 엄벌을 처했던 일이나,맥주에 취하면 뒤로 누워 곯아떨어지고 와인을 너무 마시면 엎어져 자게 된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등 흥미있는 이야기들도 실려 있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저자(국제 슬로푸드 운동 회장)는 우리가 음식이나 영양에 관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상식의 오류도 지적한다.한 예로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콜레스테롤이 없으면 신경도 면역체계도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며,식사로 충분한 콜레스테롤이 공급되지 않으면 신체는 스스로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이 책은 우리의 전통음식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지켜가야 할 지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서울법대 사상 첫 여교수

    서울대 법대가 57년만에 처음으로 여교수를 채용한다.서울대 법대는 오는 2학기부터 양현아(사진·43·여) 교수를 ‘법여성학’ 담당 교수로 임용하기로 결정했다.양 교수는 24일 본부 인사위원회에서 임용이 최종 확정된다. 지난 84년 서울대 가정대를 졸업하고 사회학과에 편입,석사학위를 딴 양 교수는 미국 뉴욕 뉴스쿨(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연구센터에서 BK21 계약교수로 일하고 있는 양 교수는 지난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서 남북한 공동검사단 검사로 활동하는 등 한국 가족법과 한국인 군위안부 문제 해결에 주력해 왔다.
  • 창간99주년 대한매일·KSDC 공동/ 참여·개혁 국민의식 조사 / 기획취지 및 집필진

    대한매일은 창간 99주년을 맞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참여 및 개혁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했다.참여정부의 개혁과 국민의 정치참여 특성에 대해 세대별·성별·이념성향별로 심층 분석을 하는 한편,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을 새 정부 출범 100일 시점과 비교·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KSDC(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는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선진 조사기법을 동원,분석된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98년 설립된 조사전문 연구기관이다.집필진은 다음과 같다. ●이남영(李南永·50) KSDC 소장,숙명여대 정외과 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김형준(金亨俊·45) KSDC 부소장,명지대 객원교수,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하프타임 / 이천수 R소시에다드 공식 입성

    스페인 프로축구 진출 1호 이천수(22)가 17일 레알 소시에다드 클럽에 공식 입성했다.레알 소시에다드 구단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www.realsociedad.com)를 통해 이천수가 클럽에 도착해 등장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이천수는 16일 4시간에 걸쳐 메디컬 테스트를 시작으로 공식 입단절차를 밟았다.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축구전문지 마르카,스포츠 전문지 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아시아의 베컴이 마침내 레알 소시에다드에 왔다.’는 제목으로 이천수의 도착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세계인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미국자동차협회 - 美여행 환상의 길라잡이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나이애가라 폭포를 가려는데 지도와 관광정보가 필요합니다.”“언제,어디서 출발합니까.”“워싱턴에서 7월 말에 갑니다.”“5일내에 우편으로 ‘트립 틱(trip ticks)’과 관광책자를 보내겠습니다.더 필요한 것은….” ‘트리플 A’로 불리는 미 자동차협회(AAA)의 사무실엔 언제나 이같은 전화통화가 끊이지 않는다.특히 20일을 전후해 미국의 모든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면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직장에서도 5주 안팎의 휴가를 줘 다음주부터는 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고속도로가 붐빌 것이라는 전망이다.미국 사람들은 과연 여행을 어떻게 준비할까. 미 전역에 1만 3000여 지점을 둔 AAA는 여행자의 ‘1순위’ 길라잡이다.회원에 가입하면 미 전역의 어느 도시에서나 똑같은 여행정보를 받을 수 있다.물론 여행중이 아니더라도 차가 멈추거나 기름이 떨어지면 전화 한 통화로 20∼30분내에 서비스 차량이 달려온다.늦으면 늦는다는 전화까지 잊지 않는다.때문에 미국의 운전자들에겐 AAA 가입은 기본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여행 인프라’가 AAA만 있는 게 아니다.이중삼중으로 길을 안내하는 도로 표지판도 그렇거니와 주나 카운티(군과 비슷한 개념)의 경계를 지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여행안내소도 대표적이다.주유소에는 호텔과 모텔 숙박을 위한 무료 ‘쿠폰 북’이 널려 있으며 리조트 개발업자들은 관광객을 끌기 위한 할인 행사를 계속 내놓는다.모텔에 묵는 게 싫증나면 여행중 캠핑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목적지만 정하면 그 다음 선택의 폭은 무궁무진하다. ●정보의 천국,AAA를 두드려라 인도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스티븐은 7월에 가족과 함께 동부여행을 떠날 생각이다.제너럴 일렉트릭에 입사,워싱턴에 정착한 지 5년여가 됐으나 변변한 여행 한번 가지 못했다.뮤지컬을 보러 6학년과 3학년짜리 두 아들 및 부인과 함께 3∼4차례 뉴욕에 다녀온 게 전부다.1박2일로 가까운 해변가를 찾았으나 10일 일정의 자동차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븐은 미국에 오자마자 AAA에 가입했다.그러나 회원으로서의 ‘특전’을 누린 것은 지난 겨울 폭설 때 시동이 꺼져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받은 게 고작이다.‘트립 틱’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지금까지는 주로 지도만 받았다.그러나 보스턴을 거쳐 캐나다 퀘벡·몬트리올·나이애가라폭포를 둘러본다고 하니까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소책자로 엮은 ‘트립 틱’을 보내줬다. 예컨대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간다면 95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뉴저지에서 유료도로로 갈아타 몇번 출구로 빠져나가라는 등 상세한 도로정보가 들어 있다.주유소와 숙소 및 음식점의 위치 및 도시간 거리까지 담겼다.각 지역의 유래와 역사,시내 지도까지도 포함됐다.한 손에 잡히는 파일로 만들어져 트립 틱만 있으면 지도를 펴지 않고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AAA가 발행하는 ‘투어 북’도 요긴하다.일반 서점에선 1권에 10∼14달러에 팔린다.그러나 회원에게는 공짜다.3∼4권만 얻으면 실제 AAA의 연 회비를 고스란히 건질 수 있다.물론 3.5달러짜리 주별 지도를 10여장 얻어도 마찬가지다.투어 북에는 각 주와 도시의 역사뿐 아니라 지역내 관광명소,숙소,식당 등이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여행안내소에서 정보를 사냥한다 자동차로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지역마다 ‘여행자 정보센터(information center)’가 나타난다.효율적인 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이 곳에 들러야 한다.누구에게나 지도를 공짜로 줄 뿐 아니라 일부에선 할인된 가격으로 호텔 예약까지 해 준다.지방 정부가 운영하며 지역내 관광명소와 날씨까지 일러준다. 지난 연말 플로리다를 다녀 온 메리 하니(46·교사)는 여행안내소의 덕을 톡톡히 봤다.당초 마이애미 비치와 디즈니 월드가 있는 올랜도만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대서양에 점점이 늘어선 섬들을 다리로 이은 ‘키 웨스트’ 지역까지 섭렵하기로 했다. 하루 만에 다녀올 요량이었으나 대서양의 경관이 아름다워 이틀 정도 지내며 낚시 등을 하기로 했다.문제는 예약을 하지 않아 잠잘 곳이 없었다는 점.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센터에 문의했다.그랬더니 해변을 낀 콘도에서 2박을 지낼 수 있다고 했다.다른 사람이 6개월 전에 일주일 예약을 했으나 급한 사정이 있어 4일만 쓰겠다고 연락했다는 것.방 3개짜리 2층 건물을 이틀동안 180달러에 빌린 것은 공짜나 다름없다. ●쿠폰 북이 바로 돈이다 미국에는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모텔(motor+hotel)’이 고속도로 변에 즐비하다.대부분 전국 체인망으로 운영된다.보통 50∼80달러 안팎이지만 100달러가 넘는 호텔급도 많다.예약하는 게 현지에서 숙소를 정하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10% 정도 싸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고속도로 출구에는 늘 3가지 간판이 보인다.첫째가 주유소,둘째가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 푸드 식당,셋째가 ‘할러데이 인’이나 ‘베스트 웨스턴’과 같은 모텔 등이다.만약 하루를 묵어야 한다면 모텔을 무작정 찾기보다 먼저 여행안내소나 주유소에 갈 필요가 있다.이 곳에는 지역 모텔들의 정보를 담은 쿠폰 북들이 널려 있다. 2인 1실 기준으로 39달러에서 79달러짜리 숙박 정보가 40쪽의 책자에 빼곡히 담겼다.일반 요금의 20∼30% 할인된 금액이다.쿠폰을 제시하면 모텔들도 군소리없이 받는다.그러나 꼭 싼 게 좋은 것은 아니다.신장개업해 특별할인하는 곳이 아니면 39달러짜리는 콘테이너 숙소처럼 세워져 찜찜할 수도 있다.아침을 주느냐 여부와 실내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올랜도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유명 관광지역에는 아직도 신규 호텔이나 콘도들이 들어선다.이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로변이나 인터넷을 통해 특별 할인가를 제시한다.예컨대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문을 연 1류급 한 호텔은 2박 요금을 30% 할인된 145달러로 정했다.500달러짜리 공짜 카지노 쿠폰까지 준다.단 1시간30분 동안 호텔 설명회를 듣는다는 조건이 붙었다.그러나 경비를 한푼이라도 아끼는 절약형 여행객에게 이같은 조건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시내에서의 이색 캠핑 모텔이나 호텔 대신 캠핑을 할 수도 있다.바닷가나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대도시 주변의 고속도로변에 캠핑장소가 적지 않다.특히 여름철에는 지역공원내의 캠핑장이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다. 미국의 캠핑장은 자동차와 텐트의 결합이다.우리처럼 ‘주차장 따로,캠핑장 따로’가 아니다.20∼30달러를 내면 지정된 캠핑 사이트까지 차를 몰고 들어간다.텐트는 주차된 차량 바로 옆의 정방형 사이트에 쳐야 한다. 웬만한 캠핑장에는 샤워실과 세면장,식기세척 장소뿐 아니라 실내 수영장과 하이킹 및 자전거 트랙까지 갖췄다.농구나 배구 코트,축구장까지 마련된 곳도 있다.캠핑장은 주나 카운티 정부가 공원에 만든 것과 민간기업이 전국 체인망을 갖고 운영하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mip@ ■세계 최대 여행자 조직 AAA |워싱턴 백문일특파원|“‘트리플 A(AAA)’가 뭐야?”자동차 보험에만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AAA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보험회사도 아니고 전문 여행사도 아닌 AAA는 ‘미자동차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의 약자이다. 하지만 미 운전자들에게 AAA는 자동차 보험사나 여행업체 이상의 역할을 한다.회원들만을 상대로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만 빼면 실제 여행 대리점과 비슷하다.1년에 서비스 수준에 따라 40∼80달러를 내면 회원이 된다.현재 회원 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4400만명을 웃돈다. AAA에 가입하면일단 차량수리와 관련된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운전중 차가 멈추면 3마일(4.8㎞)까지 견인료가 공짜다.프리미엄 회원이 되면 원하는 정비업체까지 견인해 준다.타이어가 펑크나면 교체해 주고 기름이 떨어졌을 때에는 가까운 주유소까지 갈 만한 기름을 준다.열쇠를 차안에 두고 문을 잠갔을 때에도 AAA는 ‘해결사’ 노릇을 한다. 무엇보다도 여행과 관련된 책자와 지도 등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게다가 AAA와 제휴한 호텔이나 식당,렌터카 업체,정비업체는 회원들에게 5∼10%의 할인혜택을 준다.자동차 보험이나 생명보험에 싸게 가입할 수 있는 특전까지 있다.자동차 할부금을 싼 이자로 바꿔주는 ‘파이낸싱(financing)’의 역할도 한다. AAA는 당초 자동차 동호인 모임에서 출발했다.1902년 미국에선 1700만 마리의 말이 대중교통 역할을 했다.반면 자동차는 2만 3000대에 불과했다.자동차가 위험한 것으로 인식돼 널리 보급되지 않던 때이기도 하다.그러나 상류층 출신의 자동차 광(狂)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자동차 클럽이 생겨났고 같은해 3월 시카고 회의에선 전국단위의 AAA가 탄생했다. AAA의 첫 목표는 마차 위주의 도로를 자동차용으로 바꾸는 데 있었다.당시에는 도로가 좁은 데다 여자들이 차를 몰기에 핸들이 뻑뻑해 자동차 사고가 비일비재했다.때문에 안전한 도로가 요구됐다.고속도로의 확장과 교량의 증설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점차 회원들을 상대로 기금을 모았다. AAA는 1915년부터 여행정보를 제공하며 여행국을 만들었고 서비스 내용도 다양화했다.1930년대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보는 야외극장 ‘드라이브 인’극장의 등장은 자동차의 판매를 촉발시켰고 AAA의 회원도 급증했다.지금은 세계 최대규모의 여행자 조직으로 성장했다. AAA는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전국 규모의 안전예방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1970년 석유 파동 이후에는 휘발유 값 안정을 위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워싱턴 시내 16번가 지점의 매니저 제니스 그랜트는 “요즘 사무실을 찾는 회원들이 하루 평균 200명을 넘는다.”며 “AAA의 최종 목표는 모든 운전자들의 특성에 맞는 여행 정보를 컴퓨터로 최적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 메디컬 라운지

    ●제대혈 이식환자 기금 조성식 태아의 탯줄에 있는 피인 제대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메디포스트는 최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제대혈 이식환자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식(사진)을 가졌다.메디포스트는 이에 따라 회사의 수익금 중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제대혈 이식환자의 치료를 지원하게 된다.이어 다음달부터 두달 동안 전국 134개 병원에서 제대혈 기증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제대혈에는 혈액과 인체의 중요 조직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다량 함유돼 백혈병과 소아암은 물론 재생불량성 빈혈과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희귀·난치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한편 다른 제대혈 기업인 ㈜라이프코드도 같은 날 어린이 백혈병 환자를 둔 가정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제대혈을 3년 간 무상 보관해 주는 ‘백혈병 환자사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아당뇨캠프 참가신청 접수 서울대병원 소아당뇨 캠프위원회는 소아당뇨병 환자의 올바른 사회적응과 건강관리를 위해 제18회 소아당뇨 캠프(8월 2∼6일)를 마련,오는 7월 2일부터 5일까지 참가신청을 받는다.캠프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고사리마을 고사리수련관에서 개최되며 제1형 당뇨병이 있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가 대상이다.참가비 12만원. (02)760-3150. ●‘간암 최신치료법' 세미나 연세의료원은 28일 낮12시 종합관 4층 교수회의실에서 ‘간암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의학정보세미나를 갖는다.간암의 최신 치료법과 경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02)361-5029. ●자원봉사자 이달말까지 모집 고대 구로병원은 이달 말까지 병원 내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대상은 만20∼70세 이하의 신체 건강한 사람이며 모집 규모는 선착순 80명.선발되면 매주 월∼토요일중 1회 3시간 이상을 활동하게 된다.식사와 음료가 무료 제공되며,자원봉사 확인증명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02)818-6279.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 정회원에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경수 교수가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흉부질환 학술단체인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Fleischner Society)에 아시아인으로는 세번째로 정회원에 임명됐다.벨기에에 있는 플라이슈너 소사이어티는 흉부방사선과,호흡기내과,흉부외과,병리과,마취과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 [녹색공간] 생태적 재앙 흑사병과 사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가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혹자는 이 괴질을 ‘21세기의 흑사병’ 혹은 ‘중국판 체르노빌’로 부르고 있다.이렇게 부르는 데는 이 질병이 세계화에 의해 초래된 생태적 재앙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질병은 모두 중국에서 발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국에서 생겨난 흑사병은 인도·페르시아·시리아·이집트로 확산되지만,크림반도에 정박했던 이탈리아 상선들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제노바·마르세유 등과 같은 유럽 항구도시로 옮아갔다. 사스는 중국을 방문했다 홍콩으로 돌아온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지만,광저우(廣州)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몸에 붙어있던 바이러스를 홍콩의 어느 호텔 엘리베이터에 풀어놓은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이 두 질병은 또한 모두 도시에서 창궐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흑사병은 1348년 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특히 도시인구의 30∼60%를 앗아갔다. 사스는 중국의 세계교역 창구인 홍콩을 통해,또 홍콩과교류하는 도시를 통해 전파되면서 세계 26개국에서 39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5881명을 감염시켰다(지난 2일 현재). 두 질병은 모두 시대를 달리하는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전파되었거나 되고 있다.흑사병이 몽골인에 의해 열려진 유라시아간 자유교역,즉 14세기적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전파되었다면,사스는 지구전역을 무대로 하는 자유교역,즉 21세기적 세계화의 흐름에 묻혀 퍼지고 있다. 두 질병은 세계화의 후유증인 셈이지만,모두 세계화가 수반하는 자연생태계의 교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14세기 유럽인 3분1의 목숨을 앗아갔던 흑사병은 동양에서 옮겨온 바이러스가 유럽의 열악한 환경에서 창궐했던 것이었다.당시 유럽은 식량공급과 주거지 확보를 위해 유럽 전체를 빽빽이 덮었던 숲을 대대적으로 없앤 결과 생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었고 이로 인해 각종 질병들이 생겨났다. 사스는 바이러스 서식이 용이한 아열대 기후인 중국 남방지역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악화된 환경에서 돌연변이한 바이러스로 생겨난 것이다.‘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으로 알려진 사스는 생성되자마자 인구과밀도시로 침투했고,또한 도시 네트워크를 따라 세계로 퍼져 갔다. 사스는 이렇듯 오늘날의 세계화가 불러온 생태적 재앙이다.독일의 사회학자 울리 베크의 ‘세계위험사회론(World risk society)’에 의하면 이는 예견된 재앙이다.세계위험사회론에 의하면,산업화로부터 파생한 유해물질이 생태계를 타고 전지구로 확산됨으로써 지구촌 사회는 위험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생태위기가 지구전역으로 퍼지는 것은 세계위험사회가 가지는 필연적 현상이다.베크는 1986년의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건을 지구적 환경위기의 한 전형으로 설명했다. 사스를 ‘중국판 체르노빌’로 부르는 까닭은 바로 사스가 지구적 생태위기에 해당하기 때문이고,체르노빌 사건과 같이 국가에 의해 은폐되고 조작됨으로써 상황이 더 악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컨대,사스는 자유주의 경제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화가 초래한 생태적 재앙인 셈이다.하지만 21세기 세계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세계화에 따른 폭력과 질병의 출현도 이제 막시작한 것에 불과하다면,앞으로 더욱 진전될 세계화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될까? 조 명 래 단국대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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