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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상원소위 中개도국 박탈법 가결…中 “자신들이나 잘 해” 맹비난

    각종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 자국을 아직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며 선진국에 주어지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게 미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더 이상 이런 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법안 취지다. 앞으로 국무부 장관에게 현재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의 지위 변경을 추진하도록 한다. 앞서 하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찬성 415표 대 반대 0표로 가결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국의 발전 성과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개도국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족 부흥을 향한 중국의 확고한 발걸음도 막을 수 없다”며 “중국에 어떻게 선진국이라는 모자를 씌울지 고민하기보다는 자기 머리 위에 있는 집단 따돌림과 막무가내라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미 상원 외교위는 ‘대만 방어 및 국가 회복력 법’도 통과시켰다. 제정 180일 내로 국무부와 국방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 북핵·다자외교·경제안보·재외국민 총괄… ‘전 부처 해외 영업’의 중심[윤석열 정부 2023 공직열전]

    북핵·다자외교·경제안보·재외국민 총괄… ‘전 부처 해외 영업’의 중심[윤석열 정부 2023 공직열전]

    외교부 2차관 산하에는 다자외교와 경제안보, 재외영사 관련 부서들이 포진해 있으며 최근 세일즈 외교, 재외국민 이슈가 부각되면서 업무가 한층 가중됐다. 1·2차관실과 별개로 차관급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역할이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을 맡는다. 본부장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대화채널의 한국 측 대표다. 1차관 산하 지역국들이 지역별로 양자 외교를 다룬다면 2차관 소속 부서들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외교와 조약·협약, 통상, 원조, 기후환경, 과학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맡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여파로 양자경제외교국·다자경제외교국의 역할도 커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 초엔 신흥·첨단기술 관련 외교정책, 국제규범 업무를 맡을 국제기술규범과가 신설되기도 했다.●방산 등 경제안보 총괄하는 2차관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전 부처에 “영업사원이 되라”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면서 2차관실은 정보통신·원자력·바이오부터 방위산업까지 전 분야에서 경제안보 외교를 총괄하게 됐다. 이도훈 2차관은 국제기구협력관, 북핵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거친 명실상부한 다자외교 전문가다. 주세르비아대사,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내 정무 업무까지 두루 섭렵했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 추진력이 뛰어나다. 다혈질이라는 후배들의 농담 섞인 평가도 공존한다. 이란대사관 근무 당시 에피소드들을 사석에서 풀어낼 만큼 이란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깊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외교관의 전형’으로 꼽힌다. 북핵 외교를 전담하면서 외국 외교관들과 조곤조곤 조리 있게 말하는 게 특기다. 대학교수인 부인과는 캠퍼스 커플로, 공관 근무 때 노모를 모시는 등 애틋한 효심의 소유자다. 균형감 있는 업무 능력 덕에 상대적으로 ‘해외 공관 근무 운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주영국대사 시절이던 지난해에도 임기 도중 현직으로 영전됐다. 최영한 재외동포영사실장은 경제외교 분야로 시작해 영사 분야 전문성을 쌓은 모범생형 외교관이다. 부드럽고 조용한 가운데서도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사건이 터지면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이 강단 있게 대처한다고 한다. 이런 면모는 지난달 수단 내전 당시 우리 교민의 구출 작전인 ‘프라미스 작전’ 당시 성공적인 지휘로 확인됐다. 박용민 다자외교조정관은 풍류를 좋아하는 학구파다. 외교부 밴드에서 기타·드럼·색소폰 등 여러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고 문장력도 뛰어나 책도 여러 권 썼다. 외교안보연구원 경력교수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 보고서는 관가에서 회자됐다고 한다. 분석력을 갖춘 부드러운 리더다. 유엔·북핵을 두루 거쳤으며 참여정부 당시 ‘자주파 대 동맹파’ 파동 때 현 주미대사인 조현동 북미3과장과 함께 일했다. 강재권 경제외교조정관은 한덕수 총리 부임 직후 총리외교보좌관으로 한 총리의 신임을 받았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통상 전문가다. 조용해 보이나 유머와 친화력이 돋보인다. ‘열심히 일 잘하는’ 외교관으로 순발력과 위기대응 능력이 특출하다. 해군 중위 출신으로 ‘상사는 수염과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며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김효은 기후변화대사는 여성 외교관 1세대 격인 외시 26회로, 20년 가까이 기후외교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았다. 외교부 내 1급 간부 중 유일한 여성으로 주한 여성 대사들과의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그가 사무차장을 지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는 기후변화 대응·협력에서 한국의 성공사례로 언급된다. 이경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는 유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국제기구, 외국 대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유엔과장,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코트디부아르 근무와 기획재정부 근무 등 흔치 않은 이력도 보유했다. 한국이 2013~14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일 때 대표단 ‘실무 총괄’로 활약했다. 우리 공관이 철수한 아프간 특별대표를 맡아 공공외교를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다. 장관특별보좌관인 조현우 국제안보대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석사 출신으로 한미안보협력과장, 주미참사관 등을 지낸 미국통이다. 업무 판단력과 분석력이 뛰어난 ‘조용한 전략가’다.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당시 준비기획단에서 의전을 맡았고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으로 타 부처들과의 정책 조율 등도 경험했다. 최근에는 북한 해킹 활동 등과 관련해 사이버 안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은 북핵협상과장, 주중 공사참사관을 지낸 북핵문제 전문가로 주위에 부담 주지 않고 홀로 야근하는 완벽주의를 고수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긴장의 연속선상에서도 보고서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및 강경화 전 장관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다. 전영희 평화외교기획단장은 미국과 러시아, 북한 업무를 두루 거쳤다. 사람들을 왁자지껄 만나기보다 차분히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는 최근 북한에 상주 공관을 둔 주한 공관들과 외교부 간 협의체인 ‘평화클럽’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민철 재외동포영사기획관은 ‘재팬 스쿨’로 분류되는 동시에 경제통상 전공이다. FTA 실무에 해박해 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으로 한미 FTA 협상에 참여했다. 분석적이고 법령을 꼼꼼히 다루는 특기를 바탕으로 올해 외교부 산하 해외동포청 신설 관련 실무를 총괄했다. 타 부처와 비교해 외교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조직 관리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정강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재외동포과장과 의전과장을 거쳐 영사·의전 전문성을 갖췄다. 언론담당관 시절 호평을 받았고 대표적인 마당발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며 서글서글함이 장점이다.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부처 내 신망이 두터워 직원들이 잘 따른다. 사안을 꿰뚫어 보는 능력과 함께 정무감각도 비상하다. ●‘군축 담당’ 원자력·비확산기획관실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실은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군축 및 핵안보 업무, 유엔의 수출통제·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한다. 박영효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군축 전문가로 제네바와 유엔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의 주요한 협의 창구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 그의 조용한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강주연 국제기구국장은 다자외교 전문가로, 부친이 강웅식 전 멕시코대사인 외교관 가족이다. 유엔과장을 지낸 그는 유엔이 지향하는 국제협력 가치를 몸소 체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가니스탄 근무 시절에는 현지 아이들 교육에 발벗고 나서는 등 진정한 다자외교를 실천했다고 한다. 고급 영어 실력으로 영문 연설 작성에서 발군이며 이른바 ‘아메리칸 스타일’로 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국장이다. 행시 39회로 국방부 출신인 원도연 개발협력국장은 다자외교, 개발협력, 유엔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공보담당관도 거쳤다. 꼼꼼한 업무처리가 돋보인다. 올해 초 튀르키예 대지진 때 정부 긴급구호대 1진 대장을 맡아 현지 구조를 총지휘하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털털한 성격에 친화력이 좋아 대인 관계도 뛰어나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다루며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조율도 매끄럽다고 평가된다. 이자형 국제법률국장은 명실상부한 외교부의 최고 법률 전문가다. 다음달 후보로 나선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선 시 학자가 아닌 외교부 출신 첫 재판관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늦게 외교부에 입직했지만, 위트 있고 온화하며 부하 직원들을 편안하게 잘 가르쳐 주는 교수님 같은 성품이 매력이다. 일과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조화롭게 해내는 스타일이다. 이경아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유럽과 개발외교 전문으로 인권사회과장, 주영국참사관, 유럽국 심의관을 거쳤다. 다부진 인상에 소신이 뚜렷하면서도 간부들에겐 ‘통통 튀는’ 스타일로 기억된다. 업무의 가르마를 명확히 잘 타는 전형적인 협상가이며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리더다. 통상 전문으로 분류되는 안세령 국제경제국장은 한미 FTA 협상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주미대사관 근무 등을 거쳤다. 외교부에 얼마 남지 않은 통상 스쿨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언론담당관을 지내 브리핑 능력과 정무감각도 뛰어나다. 외시 31회로 외교부 내 실국장 간부들 중 유일하게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깔끔한 판단력으로, 큰 업무도 겁내지 않고 달려드는 장점을 갖췄다. 이미연 양자경제국장은 현 국장급 중 최고참인 외시 27회로, 부친이 이창호 전 주이스라엘 대사다. 외교부에서 중요성이 부쩍 커진 경제안보 분야 실무를 총괄하며 다자통상협력과장,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 청와대 외신대변인 등을 거쳤다. 바지런한 일처리로 박진 장관의 신임이 두텁다. 외교부 어느 회의에 가든 이 국장이 참석해 있을 만큼 관여하는 업무가 많다는 후문이다. ●FTA 등 통상·법률 최고 전문가 포진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외교부 내에서는 흔치 않게 기후환경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전문성과 적성을 겸비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자 스타일로 꼽힌다. 최근 이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에서 대일 협의를 총괄하고 있다. 다소 까다롭다는 오해를 살 때도 있는데, 이는 한번 파고들면 끝을 보는 뚝심있는 업무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일본 전문가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교수로 임용된 뒤 2012년 국내 최고 일본 연구기관인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으로 발탁됐다. 이문희 외교안보연구소장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지낸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핵심을 공략하는 효율성을 지향하는 업무로 정평이 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대외전략비서관과 호흡을 맞춘 전력이 있다. 심의관급인 강수연 공공외교총괄과장은 외시 33회로 외교부 여성 인력으로는 처음으로 주미대사관에 파견됐던 주인공으로, 깔끔한 일 처리가 장점이다. 외시 38회인 엄태호 북핵협상과장은 미국·유엔 업무를 거친 수재로, 아이 셋인 다둥이 아빠로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차세대 주자다.
  •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한일 현안, 정말로 해결하려면/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의 글로벌한국] 한일 현안, 정말로 해결하려면/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 제국주의 해악을 끼친 당사자들은 과거의 일본 세대다. 일본과의 진정한 협력 없이는 우리의 미래를 그려 갈 수 없다. 산적한 양국 현안을 정말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가 전격적으로 단행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는 획기적이었다. 일본 총리가 최초로 공식 사과를 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재단 출연금을 지급한 것은 국가 책임을 간접적으로라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을 대상으로 사전 의견수렴 절차마저 생략하고 청와대가 권위주의적으로 일을 밀어붙인 게 화근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익을 위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의지마저 없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맹비난하며 일본 정부 출연금인 10억엔을 돌려준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비비로 기금을 운영하며 기존 합의를 파기하지도 않았다. 친일 세력이 장악한 사법부를 개혁하겠다며 대법원의 인적 구성도 파격적으로 바꿔 버렸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진 것은 그 결과물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패널 절차의 최종 판정이 2019년 4월 내려졌다. 판정의 핵심 취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모두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부당하다고 판정한 1심 패널 판정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 기준을 다시 조정해 한국 조치의 정당성 여부를 따져 보아야 최종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WTO 승소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데 바빠 판정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역전승을 거두었고 우리 조치의 정당성이 최종 확인된 것으로 설명해 버렸다. 이제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골이 돼 버렸다. 윤석열 정부도 한일 현안을 정말로 해결할 의지는 부족하다.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이 채택됐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해법인 양 제시해 버렸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이러한 대위변제를 거부하면 아무런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띄워졌지만 아직까지 정말로 해결된 한일 현안은 없는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건마저 터져 버린 지금 정부는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처리 기준에 따라 방류를 했는지를 검증해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해 버릴 태세다. 진정한 한일 관계가 수립되려면 제대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일본 여행을 떠나는 우리 국민 숫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이들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이미 일본에서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8개 현으로부터의 수입 금지 조치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식의 논리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통하겠는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도 결국은 정부의 대위변제로 모든 피해자의 권리를 자동 소멸시키는 근거 조항을 특별법으로 만들어야만 종국적으로 해결된다. 결국 산적한 현안을 모두 묶어 구속력 있는 국제 중재재판 판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판결이 있어야 정말로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을 수입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지, 강제동원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을 위반하는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조치가 정당한지를 모두 국제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그래야 필요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도 조성된다. 통상대국의 대일 정책이 국내 정치의 시녀로 전락해 버리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
  • 中, 네덜란드에 반도체 디커플링 동참 만류

    中, 네덜란드에 반도체 디커플링 동참 만류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 첨단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동참하려는 네덜란드를 적극 만류했다. 중국 시장에 더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게 도울 테니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하지 말라는 신호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봅케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망 안정을 강조했다. 친 국무위원은 “중국과 네덜란드는 경제 세계화 및 자유무역의 수혜자이자 지지자”라며 “양국은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지켜 경제 회복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중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다. 네덜란드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대중 규제에 동참해 2019년부터 ASML이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대신 이전 세대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은 허용해 왔다. DUV 장비는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쓰인다. 현재 미국은 ASML이 중국에 대한 DUV 장비 판매도 중단하길 원한다. 친 국무위원이 직접 ‘미국’이나 ‘반도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산업망 및 공급망 안정’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워싱턴의 움직임에 합세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훅스트라 부총리는 “네덜란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며 “중국과 함께 시장 원칙을 견지하고 농업·혁신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교류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 中 외교부장, 네덜란드에 반도체 디커플링 ‘만류’

    中 외교부장, 네덜란드에 반도체 디커플링 ‘만류’

    중국이 미국이 이끄는 대중국 첨단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동참하려는 네덜란드를 적극 만류했다. 중국 시장에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도울테니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하지 말라는 신호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망 안정을 강조했다. 친 국무위원은 “중국과 네덜란드는 경제 세계화 및 자유무역의 수혜자이자 지지자”라며 “양국은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산업망·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지켜 경제 회복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중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다. 네덜란드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 동참해 2019년부터 ASML이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대신 이전 세대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은 허용해 왔다. DUV 장비는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쓰인다. 현재 미국은 ASML이 중국에 DUV 장비 판매도 중단하길 원한다. 친 국무위원이 직접 ‘미국’이나 ‘반도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산업망 및 공급망 안정’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워싱턴의 움직임에 합세하지 말라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훅스트라 부총리는 “네덜란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며 “중국과 함께 시장 원칙을 견지하고 농업·혁신 등 분야 협력을 심화하고 교류를 확대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 “한국에 달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위기냐 기회냐…14개월째 적자에 더 어려워진 수출 해법

    “한국에 달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위기냐 기회냐…14개월째 적자에 더 어려워진 수출 해법

    中, 美 반도체 마이크론 판매금지에 마이크론 메우자니 동맹 美 눈치中에 공급 않자니 수출 더 큰 늪정부, 적극 대응 없이 입장 신중전문가 “초격차 기술 개발해야中 추격 대비 점유율 유지 집중” 중국의 자국 내 마이크론 제재는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 ‘호재’가 될 수도, ‘악재’로 돌변할 수도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엔 ‘위기 요인’일 수도, ‘기회 요인’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반도체 산업 정책을 세우는 정부 입장에선 ‘냉정’을 유지하며 관전하기도, ‘열정’을 갖고 적극 대응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G2 반도체 전쟁에 낀 한국기업 딜레마中 점유율 확대 속 美 시장은 악재“삼성·SK 등 피하기 쉽지 않을 듯中 제재 성공 여부 한국에 달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이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한 뒤 한국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나온 대체적인 평가들이다. 미중 간 경쟁이지만,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체해 반도체를 공급받을 최적의 대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장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판매금지 제재에 대해 “한국이 미묘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중국 내 마이크론의 문제를 한국의 삼성전자과 SK하이닉스가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반도체 업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금지 조치가 중국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 및 동맹국과의 공급망 격차가 더 벌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고려 없이 본다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내 제재 조치는 한국산 반도체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늘릴 기회다. 지난달까지 14개월째 무역적자를 기록한 한국의 수출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포기하기 아까운 카드다.“美, 미중갈등 속 제3국 성장 경계”“中 공급 확대 인상 안 주게 수급 조절을” 그러나 한국산 반도체가 중국에서 마이크론 대체 물량으로 투입된다는 건 ‘경제안보’를 첫발부터 포기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11%에 불과한 마이크론의 현지 매출 4조원(2021년 기준)을 가져오겠다고 동맹국인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셈법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은 제3국이 미국의 중국 타격을 무력화시키고 미중 갈등 틈에 기회를 누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마이크론 제재로 중국 기업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었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기업들은 수급 조절을 하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상대국 기업을 규제하는 일들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中 반도체 기술, 마이크론 대체 불가”“D램 中 기술력 현저히 낮아 영향 없어” 삼성전자 등이 ‘미국과의 의리’를 생각해 중국에 반도체 대체 물량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마이크론 빈자리를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등 자국 기업 위주로 채워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YMTC가 기술 역량을 몇 단계 높여야 마이크론이 떠난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도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 반도체는 마이크론이나 한국 반도체를 대체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의 낸드플래시는 최소 2~3년, D램은 5년 정도 우리와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어 단기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아닌 국가의 개입으로 판도가 마구 바뀔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미중 동향을 신속히 확인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정부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술이 미국이나 한국에 뒤처지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역량 강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기술은 단시간 내 극복가능한 기술이 아닌 시간과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으로 지금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을 추론하기에는 변수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FT “한국정부, 반도체 기업에 신호”정부 “그런 적 없어” 공식 입장문 전날 중국의 조치가 나온 뒤 한국 정부의 행보도 신중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하자, 산업부는 2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입장문에서 산업부는 “(장 차관의 발언은)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으로 정부가 대응 계획을 밝힌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국 외면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탈중국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등 원론적인 발언을 이어 가는 중이다.한국의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져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62% 수준인 295억 4800만 달러에 달한 상태다. 여기에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 하락과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대중 수출 감소세가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31.8%로 7개월째 줄었다. 통계청과 관세청은 이날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 기업이 2만 8370개로 1년 새 6.1%로 줄어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54억 달러로 4.5% 감소했으며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8%로 역대 가장 작았다. “좋은 제품 싸게 공급하는 한국 기업에미중의 정치적 압박, 전 세계에 불이익” 전문가들은 중국의 맹추격 속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쓸 수밖에 없다면 초격차 기술개발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 중국과 미국 내 공장이 다 있어서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업은 기술격차를 더 벌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정부 역시 위기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개발과 생산투자,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마이크론의 경우 중국의 보복성 측면이 크지만 미중은 반드시 생존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군사용과는 전혀 무관한 D램 등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입각한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이 자신들의 내부 정치적 계산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는 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 WTO 사무총장 만난 한 총리 “글로벌 공급망 주도적 역할” 당부

    WTO 사무총장 만난 한 총리 “글로벌 공급망 주도적 역할” 당부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방한한 응고지 오콘지-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과 만나 “글로벌 공급망 회복력 강화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응고지 사무총장과 만찬을 하고 글로벌 경제·통상·환경 변화와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한 총리는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WTO 중심으로 규범 기반의 다자 무역 질서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방한 기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한국 정부 인사들도 잇달아 면담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세계화의 재정의: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기업인, 학계 전문가들과 패널 토론도 진행할 계획이다. WTO 사무총장의 방한은 2014년 호베르투 아제베도 전 사무총장 이후 10년만이다. 응고지 사무총장은 지난 2021년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아프리카인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 [열린세상] 후쿠시마 방류, 해양보호 새 규범 계기 되길/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후쿠시마 방류, 해양보호 새 규범 계기 되길/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의 핵심적인 외교정책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과 중러에 대응하는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참여 확보에 집중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한일 양자 관계는 연이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지난 3월 정부에서 발표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의 해법은 구상권 행사와 특별법 제정의 입법행위를 통한 종국적 해결 원칙이 포함되지 않아 결국 한일 관계의 현안으로 남게 됐다. 오는 7월로 예정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및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유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가해국인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의 국가 행태가 전환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직결된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또한 강제동원 해법과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양환경 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포함한 국제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는 해양환경 및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으며 한국 등 주변국들의 배출 기준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제법 위반이 아니기에 강행해도 된다는 일관된 논리다. 이에 대응하는 과정 중 한국에서는 ‘광우병 시즌2’,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시즌2’ 등의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과학이 정책을 넘어 정치화한 지는 이미 오래다. 가해국 일본은 이번 달 말 후쿠시마 원전에 한국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 합의하면서 시찰단이 안전성 검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시찰만 할 것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피해국인 우리의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국정 및 사회 전반에 또다시 큰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 강제동원 해법 시즌2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행태가 전도된 기형적인 모순을 보이는 한일 관계다. 주권국가 간 관계 설정의 근간이 되는 국제법의 해석 및 운영에 있어 최저기준의 적법성 준수로 국제법상 국가책임을 회피하는 일본의 국가실행 자체를 법적으로 단죄하기는 쉽지 않다. 도덕성과 시대정신이 반영되지 않는 일본의 국제법 운영은 한때 군사팽창주의에 바탕한 제국의 건설과 몰락이라는 역사적 맥락에 기인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합법부당’(合法不當)의 시각에서 국제법을 운용하고 있는 일본에 대항하는 국제법 적용은 따라서 매우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내외에서 논의되는 국제소송의 가능성과 효용성에 관해서도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염수 방류 조치와 관련한 일본의 국제법 위반 여부는 사전 통보나 정보 제공 등의 국제협력,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 해양환경 보전 의무, 사전 예방주의와 관련된 절차적 의무 이행에 핵심이 있다. 결국 일본의 실체적 측면에서의 국제법 의무 위반보다는 절차적 측면에서의 국제법 의무 위반으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소송의 측면에서는 주권국가에 의한 잠정조치·본안소송, 국제기구에 의한 권고적 의견 등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 국제소송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과거 원폭의 실험장이었던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입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해양환경의 규범은 개별 국가의 관할권 밖에 놓여 있는 영역의 보호에 매우 전향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소송에 있어 필수적인 소송 제기 주체의 존재와 그들의 전략적·선택적인 입장은 변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주권국가 간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시즌2’ 논란보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와 해양환경 보호에 대한 선도적인 국제법 규범이 형성되는 새로운 시즌이 오길 기대해 본다.
  • [열린세상] 아세안 ‘막내’ 동티모르와 함께 그리는 미래/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열린세상] 아세안 ‘막내’ 동티모르와 함께 그리는 미래/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인 아세안(ASEAN)은 지난해 11월 동티모르를 열한 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1999년 캄보디아가 열 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래 23년 만의 신규 회원국 가입이다. 동티모르는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기에 앞서 올해부터 아세안의 옵서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논의했다.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노력은 2011년부터 이뤄져 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천국의 문보다 아세안의 문을 두드리는 게 더 어렵다”며 아세안 가입이 지연되는 데 대해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동티모르에는 아세안 가입이 ‘제2의 건국’과 같은 기회이자 동시에 크나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 크기의 작은 영토에 인구가 약 134만명인 동티모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41달러에 불과하다. 아세안 회원국 중에선 라오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구의 약 40%가 빈곤층이다. 아세안 내에서 동티모르의 열악한 재정 상태, 회의 의무를 이행할 역량 부족, 아세안 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 등을 들어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세안은 동티모르를 ‘신입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세안으로서는 지역 안정과 통합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동티모르에 드리우는 중국의 그림자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티모르가 ‘중국 부채의 덫’에 빠지면 아세안 전체의 이익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동티모르의 인연은 특별하다. 역사적으로 두 나라 모두 전쟁과 식민지의 고통을 겪었다. 우리나라는 동티모르가 점령국이던 인도네시아로부터 2002년 독립하기 이전에도 독립을 적극 지원해 왔다. 1999년 9월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동티모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후 4년 동안 동티모르 독립 지원과 치안 유지를 위한 평화유지군(PKO)으로 420명 규모의 상록수부대를 파병했다. 상록수부대의 활동은 가장 모범적이어서 현지에서 ‘말라이 무틴’(다국적군의 왕)으로 널리 알려졌다. 또한 1999년 동티모르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와 2001년 제헌의회 선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손봉숙 당시 위원이 유엔 선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동티모르 독립 회복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대사관을 개설했다. 오랜 숙원인 아세안 가입은 동티모르의 미래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르면 올해 말 절차가 끝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글로벌 경제로의 편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아세안의 열한 번째 파트너로 동티모르를 받아들이고 협력을 넓혀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동티모르의 아세안 정식 회원국 지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세안의 통합 프로세스에 동티모르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적용에 필요한 FTA 제도와 협상에 관한 연수 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등 공무원 역량 강화 등도 절실할 터다. 동티모르 현지에서 ‘꼬레아’의 이미지를 드높이고 있는 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협력 규모를 향후 5년간 집중적으로 증액하는 것도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까지 누적 송출 인원이 5400여명 수준인 동티모르 근로자의 국내 고용 인력 쿼터를 늘려 나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에 걸맞게 아세안의 ‘막내 회원국’ 동티모르와 협력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갈 때다.
  • 대체 무슨 용도? ‘왕관 모양’ 이빨 지닌 원시 수염고래 발견 [핵잼 사이언스]

    대체 무슨 용도? ‘왕관 모양’ 이빨 지닌 원시 수염고래 발견 [핵잼 사이언스]

    이빨은 보통 그 동물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로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큰 뼈 가운데 하나다. 크기는 작지만, 무엇을 먹고살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어 이빨 화석은 과학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때때로 이빨로 무엇을 먹고살았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수천만 년 전 바다를 누빈 수염고래의 조상인 코로노돈(Coronodon)이 그런 경우다. 수염고래는 이름처럼 이빨 대신 수염으로 크릴 같은 작은 생물을 걸러 먹는다. 역설적으로 먹이 피라미드에서 아래 있는 작은 먹이를 먹는 덕분에 오히려 많이 먹을 수 있어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수염고래의 조상은 지금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이빨을 지닌 평범한 고래였다. 2017년 처음 보고된 코로노돈도 마찬가지다. 코로노돈은 왕관(코로나) 이빨이라는 뜻으로 왕관처럼 생긴 독특한 톱니 모양 이빨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언뜻 보기에 이 날카로운 이빨로 사냥감의 살을 절단했을 것 같지만, 음식을 씹은 뒤에 있는 이빨만 이렇게 변형되고 앞에 있는 이빨은 다른 이빨 고래처럼 원뿔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서로 어긋나게 배치된 이 왕관 모양의 이빨로 물을 걸러내고 먹이만 남기는 필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가지 형태의 이빨로 작은 먹이와 큰 먹이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이빨–수염 하이브리드 형태의 고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올리고세 후기 지층에서 신종 코로노돈 두 종의 화석을 발견했다. 코로노돈 플라니프론스 (Coronodon planifrons)와 코로노돈 뉴토노룸(Coronodon newtonorum)이라고 명명된 신종은 2300~2500만 년 전의 것으로 처음 보고된 코로노돈 하벤스테이니(Coronodon havensteini)보다 500만 년 정도 뒤에 등장했다. 따라서 두 신종은 코로노돈 하벤스테이니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다.중요한 사실은 새로 발견된 코로노돈 역시 동일한 이빨 구성을 지니고 있고 수염 형태로 진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분 여과 섭식자 가설이 옳다면 일반적인 사냥과 여과 섭식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구조가 한동안 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사라지고 수염고래의 후손은 수염을 지닌 것만 살아남는다. 애매하게 두 가지를 하는 것보다 하나에 특화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더 우수했을 것이다. 크릴 같은 작은 먹이만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수염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룩한 수염고래는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됐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있는 이야기다.
  • [포토多이슈] 제38회 서울국제관광전 개막

    [포토多이슈] 제38회 서울국제관광전 개막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제38회 서울국제관광전(SITF2022)’이 서울국제관광전조직위원회와 국제관광인포럼 주최, ㈜코트파 주관으로 오는 5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 3층 C홀에서 개최된다.나흘간 열리는 제38회 서울국제관광전은 세계관광기구(UNWTO)·태평양지역관광협회(PATA)가 협력하여 치러지는 국제적인 여행박람회로 올해는 43개국 208여 기관 및 업체가 참가했다.
  • [사설] 급류 타는 한미일 협력, 中 반발 넘어설 체력 키워야

    [사설] 급류 타는 한미일 협력, 中 반발 넘어설 체력 키워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일정을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이어지면서 한미일 협력이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하고 북한·중국·러시아의 안보·경제적 밀착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이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중국이 한미일 밀착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겠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은 오는 7일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이뤄지면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 방한을 끝으로 중단된 한일 정상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되는 셈이 된다.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강제동원 배상 해법 제시를 기점으로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일본의 ‘반도체 3개 품목’ 수출 규제 해제,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양국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복원 등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발빠르게 이어 왔다. 여기에 셔틀외교마저 복원된다면 한일 관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4년 가까이 이어진 파행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놓고 국내에선 그가 과거사와 관련해 진전된 자세를 보일 것을 기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양국 미래세대를 위한 경제·안보 협력 체제를 보다 굳건히 다지는 일일 것이다. 당장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천명한 워싱턴선언의 핵협의그룹(NCG)과 연계된 3자 협의체 구축 등 현안이 적지 않다.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중국은 당장 한미 워싱턴선언에 대해 “북중러 3각 연대 차원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중 갈등 구도를 생각하면 이런 겁박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산업 질서를 놓고 정면충돌한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 산업과 교역의 다각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 日 경산성 “韓 화이트리스트 재지정”…3년 8개월만 수출규제 완전 해제

    日 경산성 “韓 화이트리스트 재지정”…3년 8개월만 수출규제 완전 해제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28일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적용하는 ‘백색국가 목록’(화이트리스트)에 다시 지정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24일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적용하는 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다시 포함시켰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행위로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한국을 빼자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우리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제외한 지 3년 8개월 만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28일 오후 5시 한국을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속칭 화이트리스트)에 추가하기 위한 정령 개정안에 대해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했다”면서 “일본의 개정 의견수렴 절차 개시를 환영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조속히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을 강제징용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즉각 반발하며 그해 7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 국가에서 배제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했다.3년 넘게 악화일로를 걸어 왔던 양국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이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이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복원 문제만을 남겨 놓았지만 일본의 이번 조치로 2019년 7월 이전으로 완전히 수출 규제가 해제됐다. 양국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8일에 걸쳐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통해 양국의 수출통제 제도와 운용 현황에 대해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실효성을 확인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지난 24~25일에는 도쿄에서 국장급 회의를 통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원 문제를 논의했다. 산업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통해 구축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 측과 다양한 수출통제 현안 관련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사설] 한일 화이트리스트 복원, 경제협력 지평 넓혀야

    [사설] 한일 화이트리스트 복원, 경제협력 지평 넓혀야

    어제부터 일본이 우리나라의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 다시 들어왔다. 2019년 두 나라가 서로 상대를 자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3년여 만이다. 우리 정부가 먼저 행동에 옮겼다. 남은 것은 일본의 화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보를 통해 화이트리스트 대상에 일본을 포함시킴으로써 대일 전략물자 수출 절차는 대폭 간소해졌다. 심사 기간이 15일에서 5일, 신청 서류가 5종에서 3종으로 줄었다. 앞서 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도 철회했다. 상대적으로 일본의 움직임은 더디다. 화이트리스트에도 아직 한국을 복원시키지 않았다. 사정은 있다. 우리는 산업부가 고시만 하면 되지만 일본은 국무회의 격인 각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더라도 최대한 속도를 올려 맞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만 너무 속도를 낸다”는 반감이 한국 안에 적지 않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우리와 일본은 전통적인 제조 강국이다. 하지만 탈(脫)탄소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미중 중심의 경제안보 재편 흐름도 거세다. 한일이 제조 강국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력한 라이벌인 두 나라가 역설적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이트리스트 복원에만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급망 강화와 인력난 해소가 절실한 일본에게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탈(脫)중국과 소재·부품·장비 보강이 절실한 한국에게 일본은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공급망, 디지털 전환, 수소경제를 새 한일 협력을 좌우할 3대 조각으로 꼽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더 단단하고 진화한 경제지평 구축에 한일 두 나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 尹 방미날, 한국 먼저 日 화이트리스트 복원…러에 반도체·화학제품 등 수출 금지

    尹 방미날, 한국 먼저 日 화이트리스트 복원…러에 반도체·화학제품 등 수출 금지

    24일부터 미·영·프와 같은 수출 대우日 경제보복에 맞대응 3년 8개월 만대일 수출 심사기간·제출서류 대폭 줄어“日, 각의 거쳐야 해 韓 복원 시간 더 필요”러·벨라루스에 수출 통제↑…57→798개‘무기화 가능’ 철강·자동차 등 741개 추가 한일 친선 무드 속에 한국이 24일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적용하는 ‘백색국가 목록’(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다시 포함시켰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행위로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한국을 빼자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우리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제외한 지 3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도운 벨라루스에 대해 오는 28일부터 반도체·자동차·철강·화학제품 등 전쟁 무기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제품들에 대한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한미동맹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년 8개월 만 日 화이트리스트 복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복원과 대러시아·벨로루스 수출통제 품목 확대를 위한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24일 확정, 관보에 게재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23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었다. 일본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28개국과 같은 전략물자 수출지역으로 분류됨에 따라 24일부터 한국 기업의 대일 전략물자 수출시 허가 심사기간은 15일에서 5일로 3분의 1로 줄어들고, 제출 서류도 5종에서 3종(개별수출허가 기준)으로 간소화된다.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인을 강제징용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자 즉각 반발하며 그해 7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 국가에서 배제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맞대응 차원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3년 넘게 악화일로를 걸어 왔던 양국은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이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이 일본에 대한 WTO 제소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화이트리스트 복원 문제만을 남겨 놓았다. 이창양 “떡 줘야 떡 준다 바람직 안해”“누가 먼저 복원 따지는 건 지엽적” 다만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복원’에는 시일이 더 걸릴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입 고시로 마무리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범정부 협의인 각의를 거쳐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다시 올릴 수 있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은 지난 18~20일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한국을 찾아 ‘수출관리 정책대화’ 대면 회의를 열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조속한 복원에 합의한 이상 누가 먼저 배제했고 누가 먼저 복원했냐를 따지는 것은 지엽적”이라면서 “네가 떡을 줘야 나도 떡을 준다는 조건이 경제 관계에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우크라 침공 러·벨라루스 수출 통제“제3국 우회해 러 유입 단속 강화”尹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美동맹 의지 이와 함께 산업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벨라루스에 대한 ‘상황허가’ 품목을 기존 57개에서 798개로 늘리는 등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상황허가 품목은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수출시 무기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말한다. 기존의 전자, 조선 외 산업·건설기계, 철강·화학제품, 반도체·양자컴퓨터 및 부품, 5만 달러 초과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등 741개 품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이날 미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 대규모 민간인 학살 등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제가 달려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온 그간의 정부 입장과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윤 대통령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에 대한 러시아의 협박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조약 동맹이며, 그 공약(한국 방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우리는 한국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것에도 감사한다며 “한국은 훌륭한 동맹이자 우방”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상황허가 품목이 제3국을 우회해 러시아 등에 유입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출통제 데스크(02-6000-6496~9)를 운영하고 오는 26일 오후 2시 전략물자관리시스템에서 ‘온라인 대러 수출통제 이행 설명회’를 열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길에 깃든 삶, 동화가 피었다

    길에 깃든 삶, 동화가 피었다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대표하는 놀거리는 열기구 투어다. 한데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단점이다. 특히 비바람이 변덕스럽게 휘몰아치는 봄엔 예약이 취소되기 일쑤다. 그럴 땐 열 받지 말고 자박자박 마을을 산책하는 게 최고의 대안이다. 이 마을 저 마을 어슬렁대며 주민들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 표어를 비틀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잘 키운 마을 산책 하나, 열 열기구 안 부럽다.’먼저 무스타파파샤 마을부터.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카파도키아 속 그리스 마을’이다. ‘콘스탄틴 엘레니 교회’ 등 장식적인 그리스식 건물들이 제법 많다. 예전엔 시나소스(Sinasos)라는 그리스 마을이었다. 1923년에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인구 교환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이후 무스타파파샤 마을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 전남 신안 퍼플섬처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최우수 관광 마을이다.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콘스탄틴 엘레니 교회다. 영어로는 ‘Saints Constantine and Helen Church’인데, 기독교에서 ‘성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모후’라고 부르는 이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을 안쪽의 몇몇 그리스풍의 집에선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근사한 아치 기둥 아래에서 튀르키예 사람들이 즐기는 차이(홍차) 한잔 홀짝대는 재미가 아주 각별하다.아바노스 마을은 ‘선택’이 아닌 ‘필수’ 관광지다. 도자기 굽는 일을 가업으로 삼은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세월의 변화에 맞춰 ‘관광지스럽게’ 변한 구석도 있지만 고즈넉한 정취는 아직 남아 있다.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도자기 박물관을 들머리로 삼는 게 좋다. 현지 가이드는 “히타이트의 후예들이 대를 이어 도자기를 굽는 마을”이라고 설명했는데, 설마 기원전 18세기쯤에 형성돼 안개처럼 사라진 고대 국가의 실제 후예들일까. 아마 그렇게 오래전부터 도자기를 만들어 왔다는 은유적 표현일 터다.마을 인근 크즐으르막강에선 양질의 점토가 난다. 이 덕에 도자기 산업이 발달했을 것이다. 여기에 종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성경에 ‘점토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다’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쩌면 이 마을 사람들의 의식 한구석에 ‘절대자가 흙으로 사람을 빚었다면, 장인들은 흙으로 도자기를 빚는다’는 신념이 덧씌워져 있을지도 모른다.위르귀프는 다소 번다한 도시다. 관광지가 몰려 있는 괴레메 등에 견줘 동굴 호텔이나 현지 여행사 등이 몰려 있는 일종의 배후 도시다. 도시라고 해야 한 바퀴 도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시내 중심부의 재래시장은 꼭 들르길 권한다.■ 여행수첩 -특특(TIK TIK)은 튀르키예식 떡갈비인 쾨프테, 포도잎으로 싼 야프락 사르마 등의 토속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특히 우리 만두와 비슷한 만트가 맛있다. 만두 크기의 10분의1 정도로 작게 만든 것인데 맛도 만두 같다. 위르귀프에 있다. 카파도키아는 지중해 다른 지역들처럼 당도 높은 포도로 유명하다. 귈로르 와인하우스는 이 카파도키아 포도로 만든 현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오르타히사르 인근에 있다. 레비티아(Revithia) 레스토랑은 ‘고급진’ 동굴 레스토랑이다. 위르귀프 시가지를 굽어보며 터키식 정찬을 즐길 수 있다. 항아리 케밥으로 유명한 세텐(Seten) 레스토랑, 밀로칼(Millocal) 레스토랑 등도 튀르키예식 고급 정찬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다. 카이막 등 ‘신토불이’ 현지 음식을 맛보려면 역시 재래시장이 최고다. 위르귀프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주말에 찾아야 우리 오일장처럼 흥청대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터키석은 이름과 달리 튀르키예가 유명 산지는 아니다. 위르귀프 시내에 터키석을 파는 곳이 많은데 제대로 사려면 전문가 수준의 눈썰미가 필요하다. -하를르 한(Halili Han)은 현지인 복장으로 양탄자 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인증샷을 찍으러 즐겨 찾는다. 특히 드론으로 내려 찍는 사진이 유행이다. 위르귀프 시내에 있다.
  • 中, 대만에 ‘무역장벽’ 조사…대만 “전제조건 없이 응할 것”

    中, 대만에 ‘무역장벽’ 조사…대만 “전제조건 없이 응할 것”

    최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리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반발한 중국은 주미 대만대표 제재 발표, 대만포위훈련을 벌인 데 이어 무역장벽 조사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대만은 이에 전제조건 없이 응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13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중국 상무부는 대만이 중국산 2455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무역제한 조치에 무역장벽인지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2455개 품목에는 농산물, 광산 및 화공제품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그러면서 조사 기한을 오는 10월 12일까지로 한다며 필요에 따라 길면 내년 1월 12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대만판공실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대만 당국은 장기간에 걸쳐 중국의 2400여 상품을 수입했는데, 대만이 일방적으로 제한 조치를 내려 중국 관련 산업 및 기업에 손해를 입혔다며 관련 상공회의소들의 요청에 따라 상무부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중국 애국주의 네티즌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말 안 듣는 대만에 기존에 주어진 혜택들을 모조리 몰수해야 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대만 일각에서는 결과를 막론하고 중국의 대 대만 무역 보복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특정 전제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도 중국이 일방적으로 취소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장벽 조사를 두고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는 물론 중국이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발표한 날짜인 내년 1월 12일은 대만의 총통 선거 하루 전날이다. 현재까지 총통 선거 후보로는 여당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 부총통이, 국민당에서는 허우유이 신베이시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국민당계 인사인 궈타이밍 폭스콘(훙하이)그룹 전 회장이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대만 측은 전제조건이 없다면 순순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3일 대만 입법원 열린 경제위원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화두가 됐다. 왕메이화 경제부장은 양안간 무역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2001년과 2002년 양안이 WTO에 가입했을 때 관련 상품에 대한 협의를 하지 않았고 이 상황은 현재까지 지속되어 왔다고 했다. 무역장벽이 활성화되면 상대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범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조사 시기와 관련 다른 목적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국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며 ”WTO회원국인 대만은 전제조건 없이 규범에 따라 협상하려는 의향이 있다“고 했다. 천팅페이 민진당 입법위원은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매우 비우호적이다. 내년 1월 12일이라는 날짜는 그 다음날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해 ‘경제’를 이용해 정치 간섭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위원은 ”대만이 법치 국가이기에 WTO규범을 준수한다고 하지만 중국은 ‘인간’이 통치하는 국가인데 ‘법’이라는 개념이 있느냐? 과거 중국이 대만 농수산물 수입을 중단했을 때 말하자마자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중국이 대외에 공고하기 전에 대만에 먼저 결과를 통보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왕 부장은 ”이번 중국의 조사 시작 소식은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경제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중국과 대만간 공식 소통 채널은 끊어진 상태로 알려져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2016년부터 대만이 대화를 하자고 해도 중국은 이를 읽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 IMF “미중 갈등에 반도체 등 韓 전략사업 약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전략산업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 주도의 양 진영으로 갈라지는 상황이 해외 직접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IMF는 미중 갈등으로 세계 각국이 공급망을 자국으로 되가져가는 ‘리쇼어링’과 믿을 수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프렌드쇼어링’에 나서는 상황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해외 직접 투자는 지정학적 입장이 유사한 나라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전략산업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는 증가했지만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투자는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유럽에서 이뤄진 해외 직접 투자가 아시아의 약 2배나 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자국 제조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크게 줄었다. 미국의 해외 투자 자금이 중국과 베트남을 떠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유럽으로 가면서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캐나다와 한국이 상대적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쇼어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전략산업에서는 한국도 취약한 것으로 분류됐다. 전략산업은 다른 국가가 경쟁력이 있고 외교관계가 좋더라도 우선 자국에 투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IMF는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두 진영으로 각각 분열되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2% 정도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양극화된 세계 경제 상황에서 경제 성장 감소는 신흥국 중심인 중국 진영에서 더 크게 나타나겠지만, 미국 진영에도 일본·한국·독일 등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교류하는 국가가 있어 피해가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나 중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는 어려워서 양쪽의 압력을 동시에 받다가 결국 불확실성을 감수한 채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일본·네덜란드의 중국 상대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방침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조사 실시와 감시 강화를 요구하며 반발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지난 3∼4일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중국 대표는 3국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해 “WTO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3국은 “반도체 규제 강화는 안보와 연관된 문제”라며 중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 中 리창, 싱가포르 총리에 美 직격…“경제의 정치화 배격해야”

    中 리창, 싱가포르 총리에 美 직격…“경제의 정치화 배격해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는 싱가포르에 ‘경제의 정치화’를 함께 배격하자고 제안했다. 다분히 미국을 견제한 행보다. 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싱가포르는 경제 세계화와 다자주의 수호자”라며 “중국은 싱가포르와 함께 경제 문제를 정치화·안보화하려는 시도를 배격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수호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계를 수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첨단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영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에 리셴룽 총리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WTO의 규칙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공평·개방·포용의 국제무역 체계를 수호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대표적 친미국가지만 인구의 70% 이상이 중국계여서 친중 성향도 강하다. 미중 갈등 심화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 모두를 중시하는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리창 총리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의 영유권 분쟁을 막고자 남중국해 행동준칙 제정을 언급한 뒤 “중국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2002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막고자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을 채택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 [사설] 정상외교마저 정쟁 제물 삼겠다는 野 ‘선당후국’

    [사설] 정상외교마저 정쟁 제물 삼겠다는 野 ‘선당후국’

    더불어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 국정조사 요구서를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기본소득당 의원 등 82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일 회담 이후 장외집회를 주도하며 대여 공세를 펴온 민주당이 결국 극단적 카드를 꺼낸 셈이다. 정상 간 회담 내용을 공개해 시비를 따지겠다니 말문이 막힌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범위에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위법성은 물론 정상회담 비공개 일정 내용까지 두루 넣었다. 독도·위안부 논의를 했는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해제 요구가 있었는지 등을 모두 따지겠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화이트리스트 복원 배경도 포함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탈탈 털어 저울대에 올리자는 얘기다. 명색이 제1야당이 이 정도로 비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뤄졌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미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어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또 확인했다. 백번 접어 정상회담 내용이 공개된다면 앞으로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와 외교 문제를 터놓고 논의하겠나. 일본의 억지 주장에 휘말려 소모전을 해서는 국익에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정의당마저 외교 문제를 국정조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불참했겠는가. ‘대표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위한 정쟁 소재로 민주당이 반일 여론을 의도적으로 건드린다는 의심만 더 커진다. 정상외교 이후 일본의 무성의한 행태에 여론이 민감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여론을 정략에 이용하려다 국익을 해친다면 역풍을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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