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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먹잇감 사냥하듯 SNS·앱 옮겨 다니며 성착취…“가해자 ‘디지털 거세’ 절실”[소녀에게]

    [단독]먹잇감 사냥하듯 SNS·앱 옮겨 다니며 성착취…“가해자 ‘디지털 거세’ 절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급증…“특단 대책 절실”“‘디지털 거세’, ‘온라인 전자발찌’ 필요”“학업·치료 병행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아이들은 지금도 화면 너머에서 사냥당하고 있다. 본지가 4회에 걸쳐 추적한 온라인 성착취의 실상은 그것이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범죄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의 양형 강화와 피해자 지원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디지털 거세, 플랫폼 책임 강화,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 성착취 교육 내실화도 정책 대안으로 거론된다. ■디지털 거세 지금도 일부 가해자에게는 소셜미디어(SNS) 이용 제한 조처가 내려진다.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은 이 조치의 강도를 현재보다 더 높여 가해자에 대한 ‘디지털 거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범행 현장인 온라인에서 가해자가 미성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현행 SNS 이용 제한은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판사 재량으로 결정된다.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큰 가해자 위주로 적용된다. 그 밖의 가해자들은 처벌 뒤에도 온라인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천정아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초범이라 해도 수법이나 죄질 등에 따라 SNS 이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아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특정 앱에 대한 사용 제한을 피해 또 다른 앱으로 옮겨가 범행을 저지르는 가해자도 많다”며 “온라인 접속을 관리·감독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전자발찌’도 효과적인 제재 방안으로 거론됐다. 가해자들이 SNS와 커뮤니티, 온라인 게임, 익명 채팅앱을 옮겨 다니며 사냥하듯 아이들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추적할 수 있는 꼬리표를 달자는 것이다. 가해자가 온라인에 접근할 수단을 차단하고 행적을 추적할 장치를 채워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책임 강화 방조. 플랫폼들이 온라인 성착취를 대하는 태도는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정혜원 경기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범죄가 이뤄지는 익명 채팅앱은 물론 SNS를 운영하는 플랫폼에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착취 피해자를 대리하는 마태영 변호사는 “최소한 수사 과정에서는 자료 협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텔레그램·디스코드·X·라인 등 해외 플랫폼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는 사용자가 올린 불법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플랫폼들이 한국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을 외면할 수 있는 근거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SA는 플랫폼이 온라인상의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방치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DSA와 유사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유형 교육기관 확대 ‘치유형 교육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위(We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병원형 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정서건강과 치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곳에서는 성착취 피해를 포함해 학교폭력 등으로 의료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수업 일수를 채우려고 무리해서 학교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병원형 위센터는 2010년 처음 문을 연 뒤 올해 기준 전국 19곳이 운영 중이다. 남궁미 광주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팀장은 “병원에 입원하더라도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놀던 애 아니야?”라는 인식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들은 “원래 놀던 애 아니야?”, “몸뚱아리를 어떻게 놀렸길래”,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왜 만나니”와 같은 말과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 지원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인식 전환과 함께 학교 울타리 안에서 온라인 그루밍을 포함한 성착취 교육도 내실 있게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그루밍 수법을 파헤쳐 알려주는 실전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진화하는 범죄와 달리 관련 교육은 여전히 매년 정해진 시간만 이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의무화된 교내 성교육 시간은 연간 15시간이지만, 성폭력·성매매 예방 교육은 초등학생 1시간, 중·고등학생은 2시간에 그친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범죄의 확대 정도를 고려하면, 공교육 틀 내에서 그루밍 수법이나 성착취에 당하지 않는 법,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다. 제도는 멈춰 서 있다. 그 사이로 아이들이 사라진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성착취 그 놈 3000만원 vs 피해 소녀 220만원…두 번 울리는 예산[소녀에게]

    [단독]성착취 그 놈 3000만원 vs 피해 소녀 220만원…두 번 울리는 예산[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피해자 69% 증가했는데 예산은 17%↑인력·지원차량 태부족…열악한 현장성착취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에게 정부가 쓰는 1인당 연간 예산은 220만원 남짓이다. 가해자가 교정시설에 수용됐을 때 들어가는 비용(1인당 약 3000만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용 비용은 의식주와 인건비, 시설 운영을 모두 포함한 액수여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격차가 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6일 서울신문이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성평등가족부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지원센터) 운영 예산으로 26억 8800만원을 배정했다. 지난해 지원센터가 누적 지원한 아동·청소년 1226명으로 나누면 1인당 220만원꼴이다. 지원센터는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의료·법률 지원, 심리치료를 맡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한다. 2021년 출범해 올해 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지원의 보폭은 좁다. 피해자는 2021년 727명에서 지난해 1226명으로 6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예산은 18억 9800만원에서 22억 2200만원으로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지원센터 1곳당 배정된 예산은 1억 5800만원이다. 센터장과 상담사(평균 3.9명)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상담사 한 명이 연간 18명 안팎의 피해 아동을 떠안는 구조다. 인건비 부담은 한층 무겁다. 전국 지원센터 직원 50여명에게 최저임금만 지급한다고 가정해도 인건비 총액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현장의 어려움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차량 지원이 없어 상담사 개인 차량으로 서울시의 2~3배에 이르는 권역을 도는 센터도 있다. 정선영 수원여성인권센터 돋움 대표는 “피해 아동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 상담 지원과 연계 기관 협력도 피해 회복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금은 피해 아동에 대한 지원도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성착취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중앙·지역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인력 확충, 성평등부·경찰청 등의 원스톱 대응협력체계 구축이 세부 과제로 제시돼 있다. 김수현 십대여성인권센터 변호사는 “성착취물 삭제와 같은 기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일상 회복 지원뿐 아니라 예방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희 의원은 “피해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지역 지원센터가 최소한의 인력과 예산으로 버티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지원센터의 인력과 예산을 현실화해 피해 발견부터 상담, 삭제 지원, 의료·법률·심리치료, 일상 회복까지 즉각적이고 촘촘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평등부 관계자는 “피해자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성착취범이 반성문을 쓰는 이유…가해자 49%는 집행유예[소녀에게]

    [단독]성착취범이 반성문을 쓰는 이유…가해자 49%는 집행유예[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성착취 사건 피고인 절반은 ‘집행유예’반성문·탄원서로 만든 감형 공식“성범죄 전문” 로펌들은 가해자 모시기“피해자보다 가해자에 맞춰진 법정”“피고인 가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 지난 1월 6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백모(33)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X(옛 트위터)로 알게 된 13세 아동을 간음한 혐의였다. 피해 아동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나이였고,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다. 검찰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날에 앞선 공판에서 백씨 어머니는 발언권을 얻은 뒤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백씨 측은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어놨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과 감경·가중 요인을 길게 설명했다. 유독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백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6년이었다. 선고는 3년 6개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방청석의 백씨 어머니를 향해 “감경 요인을 최대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을 담당해온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백씨 측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관대한 법원, 피고인 중 징역형은 절반 법원은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관대했다. 4일 서울신문이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두 명 중 한 명꼴인 49.0%(206건 중 101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내려진 99건의 평균 형량은 3년 9개월에 그쳤다.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노골적인 성적 언사를 건네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강간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의 수준이다. 전종호 변호사는 가벼운 처벌의 이유를 감경 요인의 폭에서 찾았다. 피해 아동 측과의 합의, 진지한 반성, 피고인 주변인의 탄원이 모두 형량을 깎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하고 성착취물을 제작·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씨는 지난해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아내와 부모, 처제와 처형 등 온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어린 자녀가 있다는 점이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씨가 2023년 11월과 12월 익명 채팅 앱으로 만난 아이는 14세였다. 대가는 성관계 한 번에 담배 한 보루. 4만 5000원이었다. 온라인 성착취 사건에서 형량 감경 요인은 다양했다.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87.9%)는 가장 자주 등장한 사유다. 피고인이 로펌의 도움을 받아 써낸 반성문 몇 장이, 아이의 평생을 바꾼 트라우마보다 무거웠다. ■‘착취물 제작했지만 유포는 안 했다’ ‘동종 전과가 없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77.2%), ‘피해자 측과 합의했거나 형사공탁금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54.4%)는 점도 주된 감경 요인이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지만 유포는 하지 않았다’(35.0%), ‘성착취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17.0%)는 사유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익명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3세 아동을 한 달 넘게 그루밍한 김모씨는 피해자에게 몸에 음란한 문구를 적고 만나자고 요구했다. 넉 달간 피해자를 네 차례 간음하고 성희롱과 유사성행위 강요를 일삼은 김씨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초범인 데다 반성하고 있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공탁금을 거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했다는 점이 감경 사유였다. 법원은 가해자의 사회적 유대 관계가 양호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피고인의 가족, 지인, 직장 동료 등이 써준 탄원서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법원이 거론한 사유들은 피해 아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정작 성착취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법정에 닿지 않는다. 피해 아동 가족들은 “사법 시스템 자체가 가해자에게 맞춰져 있다”고 토로한다. 법원의 관대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1~12월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법적 지위 변화에 따른 법제도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체 373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은 66.3%에 달했다. 감경 요인은 ‘진지한 반성’(83.2%), ‘형사처벌 전력 없음’(76.8%) 순이었다. 학계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법은 피해 아동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도록 바뀌었지만, 법원은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응했는지를 따진다. 19세 미만 피해 아동의 성매매 사건에서 ‘청소년의 적극적 유인’이 주요 감경 사유로 자리 잡은 것이 그 단면이다.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매수자 및 알선업자에 대한 유의미한 처벌 강화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 청소년을 처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피해 청소년의 저연령화와 피해 노출 범위 확대도 분명한 흐름”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덧붙였다. ■15분 5만원, 1시간 20만원 법원은 가해자의 교화와 재범 방지에도 소극적이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의 경우 소셜미디어(SNS) 사용 제한, 보호관찰 등 추가적인 교화나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신상정보 공개 고지가 이뤄진 경우는 11건(5.3%),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14건(6.8%)에 그쳤다. 온라인 범행의 특성상 효과적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는 SNS 사용 제한 조치도 16건(7.8%)에 불과했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로펌이다. 가해자들은 15분에 5만원(전화 상담), 1시간에 20만원(방문 상담)을 내면 성착취 사건 대응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로펌들은 ‘감형 패키지’를 내걸고 가해자들을 대리한다. 기자가 한 로펌에 전화를 걸자 곧장 답이 돌아왔다. “죄를 인정하는 형태의 소감문이나 반성문은 필수적입니다. 향후 인생 계획서나, 과거에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도 써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이 조언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감경 사유와 그대로 맞닿는다. 통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제력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SNS 채팅 기록 중 유리한 내용을 모두 캡처해두라고 했다. 대가를 지급한 정황이 있으면 관련 증거도 따로 확보하라고 했다. 강제성이 있는 경우엔 피해자와의 합의가 최선이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금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달라지나” 이런 정보는 가해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 주의점, 반성문의 적정 분량 등 이미 범죄를 저지른 뒤 재판을 받는 가해자들의 경험담이 오간다. 수사기관 조사 후기와 재판 준비 자료도 공유된다. 일부 경찰과 검찰의 시선도 여전히 왜곡돼 있다. ‘당할 만한 아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선입견은 가해자를 ‘재수 없어서 걸린 사람’ 정도로 바라보는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피해 아동을 돕는 한 지역 지원센터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뭐 달라지나.”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쉬워서요”, “연애였어요” 미성년자 성착취범은 말했다[소녀에게]

    [단독]“쉬워서요”, “연애였어요” 미성년자 성착취범은 말했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2人 인터뷰“쉬워서 만난 아이들”, “연애했을 뿐”‘친밀감 쌓고 성착취’ 그루밍 6단계가해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난 석 달, 수감 중인 성착취 가해자 여러 명에게 접견을 신청했다. 거절이 거듭됐다. 실제 면담이 성사된 것은 두 명뿐이었다.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하루 한 번, 허락된 시간은 10분이었다. “쉬워서요.”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모(51)씨는 아이들을 성착취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답했다. 교정시설 접견실,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한 차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김씨는 익명 채팅앱에서 14세 A양을 처음 만났다. 또래처럼 말을 걸었고, 고민을 들어줬다. 만날 때마다 현금 5만원과 담배를 손에 쥐여줬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A양을 포함한 10대 소녀 3명이 차례로 성추행과 강간의 피해자가 됐다. 그사이 김씨가 온라인에서 만나 직접 대면했지만 “신고할 것 같다”고 판단해 조용히 돌려보낸 아이만 5명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교정시설에서 마주한 김씨는 평범했다. 짧은 머리, 170㎝ 안팎의 키. 수감 생활에 지친 듯한 표정 외엔 이렇다 할 특징조차 찾아내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세 차례에 걸친 접견에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야기 들어주고, 고민 상담해주고, 편하게 대해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익명 채팅앱 선택 기준을 묻자 “인기 상위 앱 5~6개를 깔아두고 틈날 때마다 둘러보면 아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처벌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연락처를 한 번도 주고받지 않았다. 앱으로만 대화했다”고 답했다. 세 번의 접견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힘을 쓰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특별히 더 유용한 채팅앱을 고를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 범행의 용이함을 거듭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접견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6단계, 빠져나갈 틈이 없다 온라인 그루밍은 통상 6단계를 거친다. 2003년 영국 라일리 오코넬 박사가 제시해 영국·한국 수사기관이 받아 쓰는 분류다. ▲친밀감 형성 ▲신뢰 구축 ▲정보 수집 ▲고립 ▲성적 접근 ▲성착취 후 관계 종료. 김씨의 진술은 이 6단계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각 단계는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토대가 되는 방식으로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은 단계가 깊어질수록 좁아진다. 1단계는 속도전이다. 가해자들은 첫 접촉부터 의도적으로 대화 속도를 높인다. “몇 살이야”, “어디 살아”, “지금 부모님이랑 있어”, “폰 검사 하냐”.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진다. 아이가 멈춰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부모 등 제3자가 개입할 가능성도 이 단계에서 미리 차단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들은 첫 접근 때 의도적으로 답변을 재촉하고 대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간다”며 “대부분 1시간 내외의 대화로 그루밍을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2단계에선 친구가 된다. “취미를 공유하자”, “고민을 들어주겠다”며 또래처럼 다가온다. 학교폭력으로 힘들다는 아이에겐 “나도 그런 적 있다”고 공감대를 만들고,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아이에겐 배달앱 쿠폰을 보낸다. 게임 아이템, 현금도 우정의 증표로 건네진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세심한 관심은 이후 본격적인 성착취 직전까지 지속된다. 이명화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정서적 지지와 물질적 보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에선 정보를 캔다. 집 주소, 학교명, 관심사, 고민거리, 부모의 귀가 시간. 아이를 종속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수집한다. “OO동에 있는 XX초등학교 맞지?”, “학교 몇 시에 끝나?”, “부모님은 언제 집에 오셔?”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섞여 들어온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도 놓치지 않는다. 사는 곳, 학교, 친한 친구의 얼굴까지 확인한다. 4단계에선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우리만의 비밀이야”,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는 말이 반복된다. 아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를 하나씩 막는 단계다. 동시에 대화 창구를 텔레그램·라인 같은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로 옮긴다. 기록이 남지 않고, 설령 발각되더라도 증거를 지우기 쉬운 환경으로 아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5단계에서 본색이 드러난다. 심리적 지배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순간, 가해자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들을 쏟아낸다. “뭐 입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속옷 무슨 색이야?” 착취가 반복되면서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그루밍에서 벗어나려는 아이에겐 미리 확보해둔 신상 정보와 강압적으로 얻어낸 성착취물이 협박 수단으로 돌변한다. “신고할 거면 해봐. 내가 너희 집 찾아가 줄게.” “내일 너희 학교 찾아갈 거니까 신고하든지 도망가든지 알아서 해봐.” 3단계에서 캐낸 정보가 이 순간을 위해 쓰인다. 6단계에서 관계를 끊는 것도 가해자의 몫이다. 착취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한 가해자들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거나, 반대로 피해자가 벗어나려 하면 협박으로 옭아맨다. 관계의 시작도, 끝도 가해자가 결정한다. 피해자에게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가해자의 궤변 “연애였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연애’라고 부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51)씨는 “그 아이와 연애를 했다”며 “성매매 업소 여성과의 금전적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17세 B양을 만나 7개월간 길들인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강간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들은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주장으로 죄를 희석하려 한다”며 “그루밍 자체가 동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해자 중엔 교사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자리에 있던 이들이, 그 신분을 위장한 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범죄가 학습되고, 공유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만으로 꼬실 수 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목록과 유혹 수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른바 ‘성착취 가이드’, 피해 아동의 사진과 신상이 담긴 ‘리스트’도 나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비밀방. 고강도 인증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 공간에서 가해자들은 서로의 수법을 나누고, 피해자 정보를 교환하며, 유사 범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접견이 끝날 무렵 김씨가 말했다. “뭐, 특별한 수법이랄 건 없었어요.”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되는 성착취…최소 12만명 피해 경험 추산[소녀에게]

    [단독]온라인 그루밍으로 시작되는 성착취…최소 12만명 피해 경험 추산[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73건→273건, 급증하는 ‘성착취 목적 대화’암수범죄 특성 감안, “실제 피해자 더 많을 것”온라인 성착취는 더 이상 일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등 여러 기관의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온라인 성착취를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최소 12만명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잠재적 피해자라는 의미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성착취의 첫 단계인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 발생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해당 혐의가 신설된 2023년 73건이었다가 2024년 202건, 지난해 27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도 376건에서 620건으로 늘었다. 실제 피해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그루밍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2022~2024년 전 연령 온라인 성착취는 7만 6042건 발생했지만 신고율은 7.4%에 그쳤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부모가 피해 사실을 알게 돼 수사기관에 신고해도 심리적 조종 끝에 가해자를 두둔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성적 대화를 시도한 이들 가운데 수사를 거쳐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할 단서는 실태조사에 담겨 있다. 2022년 성평등부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전국 중·고등학생(중1~고2) 6548명 가운데 5.5%가 ‘원치 않는 성적 대화나 행위, 이미지 전송 등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겪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을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222만 명에 대입하면 최소 12만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316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9.0%가 ‘온라인에서 성적 대화를 요구하는 사람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루밍뿐 아니라 성착취물 제작·배포, 촬영물 이용 협박과 강요 등 온라인을 무대로 한 성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는 2023년 1674건에서 지난해 2515건으로 늘었다. 조승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요즘에는 평범한 10대 여성 피해자들이 유독 증가하고 있다”면서 “큰 피해가 발생해도 부모님이 알게 될까 봐 피해를 부인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그때 신고하지 말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이 털어놨다[소녀에게]

    [단독]“그때 신고하지 말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이 털어놨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 청소년 117명 설문조사피해자 10명 중 6명이 자살 떠올려‘보호받아야 할 존재’ 아닌 ‘죄인’ 취급 온라인 그루밍과 성착취를 겪은 아이들의 일상은 무너진다. “그때 대답하지 말걸”, “사진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내 잘못이야” 오랜 심리적 조종 끝에 자책이 심어지고, 여기에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행실 나쁜 아이’로 보는 사회의 시선이 더해진다. 피해자는 결국 자신을 죄인처럼 여기게 된다. 서울신문이 피해자 1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피해 이후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는 지난 3~4월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위기청소년 쉼터 등의 협조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지원체계와 연결된 청소년들로, 신고나 상담에 이르지 못한 잠재적 피해층은 표본에서 제외됐다. 조사 문항은 장윤진 한국갤럽 여론분석실 부장,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김재희 변호사,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성했다. ■피해자 62.4% 자살충동, 53.8%는 자해 경험 피해 아동·청소년 10명 중 6명은 피해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 실제로 자해를 한 경우도 절반을 넘었다. 온라인 성착취가 단순한 성적 유린을 넘어 아이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사회적 타살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3년 전 성착취 피해 이후 회복 중인 한 피해자는 “피부과에서 자해의 흔적은 지웠지만, 가끔 그때 일이 떠오른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지금도 성인 남성들 앞에선 몸이 움츠러든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성착취 피해 이후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는지’라는 질문에 피해자의 62.4%는 ‘그렇다’고 답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심각해져서’, ‘죄책감’, ‘더러운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다. 같은 이유로 자해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가운데 자살 충동을 느낀 비중은 11.6%다. 지원체계와 연결된 피해 청소년이라는 표본 특성을 감안해도,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모든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죄책감은 물론 가해자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 등 여러 가지 고통을 동시에 마주한다”고 설명했다. ■‘피해 사실 알려지는 것’ 두려워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35.9%·복수응답)이었다. 성착취물 유출과 피해 반복에 대한 공포, 영원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이 뒤를 이었다. 성착취 이후 수사기관에 신고를 접수했던 한 피해자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고 이후 피해 사실이 알려졌고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홀로 고통을 감당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 33.3%는 아무런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커서’가 주된 이유였다. “피해 당시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는 한 피해자의 말이 그 침묵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 피해자는 “피해를 원인을 제 탓으로 돌릴까 봐 무섭기도 했고,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웠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원센터 등 보호시설(67.9%·복수응답)의 문을 두드렸다. 부모(41.0%)나 경찰(37.2%), 학교 선생님(25.6%)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사랑받는 기분이라고 착각” 피해자들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71.8%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었고, 66.7%는 매일 아침 학교로 향했다. 오승윤 서울시립 다시함께 상담센터장은 “과거 가출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성착취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성착취 과정에 그루밍이 포함돼 있었다고 답한 피해자는 10명 중 8명(77.8%)에 달했다. 가해자가 처음 말을 걸었던 온라인 공간은 X(42.9%·복수응답), 익명 채팅앱(41.8%), 카카오톡 오픈채팅방(38.5%) 순이었다. 익숙한 공간, 익명이 보장된다는 점이 ‘안전하다’는 착각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가해자들은 ‘성적 호기심이나 진로 상담·취미나 관심사 언급’(82.4%·복수응답), ‘외모·키에 대한 질문과 칭찬’(37.4%)을 앞세워 접근했다. 어느 정도 친밀도가 쌓이면 직접 만남을 요구(74.7%)했다. 특정 신체 부위나 교복 등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한 경우도 50.5%였다. 가해자 중에선 연인 관계가 된 것처럼 말하고,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피해 청소년은 “사랑받는 기분이라고 착각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평소 느꼈던 공허함을 그 사람들이(가해자들이) 채워줬다”고 전했다. “원하는 걸 들어줬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도저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냥 들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담배, 술 등을 대신 구매해주겠다’고 한 경우는 47.3%(복수응답)였다. 다짜고짜 기프티콘이나 현금을 전송(23.1%)한 가해자도 적지 않았다. 40대 가해자로부터 성착취를 당한 한 피해자는 “3~4번 만났을 때까지는 별다른 요구가 없다가 이후부터 영상통화로 가슴을 보여달라 하고, 억지로 입을 맞추려 했다”고 털어놨다. 첫 만남에서 성적인 요구를 하지 않고 만남의 대가로 담배나 1만~3만원의 현금을 건네고, 이후 친밀도가 쌓이면 성관계를 요구하는 가해자도 있었다. 박숙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착취”라며 “피해 아이들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성착취 피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란 것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정서적 지지(54.7%·복수응답)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신고 이후 쏟아진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피해자의 토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응답자의 33.3%가 “나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응답이 그 단면을 보여준다. 성착취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 아동을 탓하는 사회적 시선이 여전하다. 지원센터를 찾는 아이들조차 “내가 잘못했다”며 입을 연다고 한다. 김은정 경북 지원센터 팀장은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담 기간 내내 아이들에게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당한 딸을 둔 아버지인터뷰 토대로 재구성한 가족의 1년 지난해 5월 연휴 어느 아침이었다. 돗자리와 도시락, 들뜬 기대까지 챙긴 아버지는 일찍 일어났다. 혼자 두 아이를 키워온 그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려 애써왔다. 아이들과 약속한 나들이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열세 살 지우(가명), 초등학생 여동생 지민(가명)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민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곁에 섰다. 지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햇빛이 바닥까지 번져도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침대에 돌아누운 아이는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가족 나들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는 아직도 그 아침을 후회한다. 연휴가 지나고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출근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지우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했다. “아버님, 지금 학교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요?” “지우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세상이 한순간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이가 거짓말한 거 아닐까요”라고 자꾸 되물었다. TV나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었다. 교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접수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담당 경찰관은 최대한 빨리 지원시설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곧장 아이 손을 잡고 해바라기 센터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갔다. 그날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를 했지만 생리 기간과 겹쳐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우는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아이였다. 그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였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사 줄 테니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열세 살 아이를 늦은 밤 불러내 자신의 차 안에서 범행했다. 경찰관은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가해자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아버지는 일러뒀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제가… ‘그 시간에 뭐 하러 나갔냐’고 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말이 애한테 되게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가해자는 잡혔는지, 조사는 어떻게 돼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가해자는 붙잡혔다. 어느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이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창틀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화도 나고 소리도 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애한테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왜 그래’ 그 말밖에….”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 방 문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여동생도 언니 방 앞을 지날 때 발소리를 죽였다. 사건 이후 아이의 일상은 좁아졌다. 근처 공원 외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남자 어른을 가장 무서워한다.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굳어버린다. 여동생도 지금까지 언니 눈치를 본다. “막내가 ‘언니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매일같이 물어봤어요. 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상태였어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는 가해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가해자 측은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다시 가해자 앞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서도 제출하고 별짓을 다 했죠.” 가해자 측은 재판에서 “아이를 간음한 건 맞지만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 사건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제출했다는 반성문,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해자 측 가족의 탄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지우는 아직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왜 저 사람들은 재판부에 잘못했다고 할까요.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는 3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처음 재판이 시작될 땐 애 나이도 어리고 워낙 죄질이 좋지 않아서 중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면 가해자가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요.” 아이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어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요즘 아이는 조금씩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환하게 웃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다. “법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엄벌이 좀 되면 이런 일, 덜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아이 방 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 앞에 아버지가 누워 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룸미러에 걸린 갓난아기 사진…6명이 만난 어른들 [소녀에게]

    [단독]룸미러에 걸린 갓난아기 사진…6명이 만난 어른들 [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 청소년 6인 인터뷰무심코 쓴 “심심하다” 한줄이 악몽으로가해자 모두 성인…“룸미러엔 아기 사진”범행 후 가해자는 ‘증발’ 피해자는 ‘박제’150㎝ 조금 넘는 키. 인터뷰 내내 만지작거리던 키링. 앳된 얼굴.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 뒤로 자해 흔적이 유독 많았다. 자해 흉터 위에 타투(문신)가 덧대어져 있었다. 상처를 가리려고 새긴 갑옷이었다. 서울신문이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마주한 청소년 6명은 모두 온라인에서 만난 성인 남성에게 성착취를 당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첫 피해 시기는 달랐지만, 그 뒤로 일상이 무너진 점은 같았다. ■산부인과 A(17)양은 3년 전 그날 오후를 잊지 못한다. 산부인과 로비. 배가 불룩한 산모들 사이에서 교복 차림으로 혼자 앉아 있었다. 설레고 행복한 얼굴들 속에 홀로 다른 이유로 앉아 있던 그날 이후, A양은 여러 차례 삶의 끈을 놓으려 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저 자신도 불쌍했고. (성착취 피해 사실이) 학교에 소문나서 학폭도 당했거든요. 유서도 몇 번 지웠다 썼어요.” “그때 죽지 않은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A양은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A양에게 병원을 나선 뒤의 시간은 피해자의 시간이자 ‘죄인’의 시간이었다.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잘 버티고 살아냈구나 싶기도 해요.” 인터뷰를 마친 A양은 아직도 가해자가 눈앞에 나타나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아이들은 어쩌다 온라인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 심하게는 강간에 이르는 피해를 당하게 됐을까. 6명 모두 악몽은 스마트폰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스마트폰 B(17)양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X(옛 트위터)를 보고 있었다. 무료하던 차에 자신의 계정에 “심심하다”라고 딱 한 줄을 올렸다. 곧바로 쪽지가 왔다. 동네에서 40분 떨어진 곳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상대는 30대 남성이었다. 연락은 계속됐다. “제가 심심할 때마다 옆에 있어 줬으니까 처음에는 좋았어요. 그렇게 연락을 하다가 그냥 밥 먹는 줄 알고 만나러 나갔어요.” 지난해 겨울, 학교가 끝나고 그를 만난 순간을 B양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맛집을 찾아본 B양은 리스트까지 공유했다. 식당으로 가던 차는 너무 멀다는 핑계로 사람 없는 골목으로 향했다. 질문은 형식뿐이었다. 그는 멋대로 행위를 벌이고, 5만원을 쥐여줬다.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라고 해서 특별히 경계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수업을 듣고, 정보를 얻고, 여가를 때운다. 소통도 온라인이 기본이다. C(16)양은 “중학교 여름방학 때 프로아나(극단적 거식증)가 유행처럼 퍼졌는데, 다이어트를 하던 차에 관련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알게 된 아이들끼리 직접 만나 놀았다”고 했다. “요즘 애들은 일상계(일상 공유용 계정)도 많이 파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같거나 취미가 맞으면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가진다”고 덧붙였다. ■친절한 아저씨 D(13)양도 중학생이 되자 익명 채팅앱을 설치했다. “학교에서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서 외롭기도 해서 깔았어요. 한 번 접속할 때마다 기본 20개에서 많게는 40개까지 주르륵 메시지가 와요. 소개 글에 있는 제 나이만 보고 ‘진짜냐, 친구하자’면서 만나자고 연락해 온 사람도 많았고요.” 프로필에 13살이라고 적어둔 D양에게 한 남성은 영상통화를 요구했다. 처음엔 학교는 재미있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같은 일상 대화뿐이었다. 남성은 얼마 안 가 돌변했다. D양은 “얼굴은 보여줄 필요 없으니 10분 정도만 영상통화를 하자고 했다”며 “키나 몸무게, 가슴 사이즈를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E(14)양은 가해자를 ‘그분’이라 불렀다. 어린 나이에 성착취를 당한 E양은 인터뷰 내내 반말을 섞지 않았다. ‘친절한 아저씨’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다. 반복된 가해에도 아이에게 ‘어른’의 벽은 높았다. “저에게 부드럽게 얘기했고, 밥도 사 주겠다고 늘 말했고, 걱정도 엄청 많이 해줬어요. 그냥 엄청 착해서 경계심이 풀렸어요. 차로 태우러 와서 만나러 나가보니 외진 곳으로 가더라고요. 성관계를 하자고 했고, 담배를 권유해서 피웠어요. 그분이 관계가 끝나고 저한테 말했어요. ‘내가 말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어른 만나면 안 된다’고요.” E양은 아직도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입막음 가해자들은 유·무형의 대가로 입을 막았다. 5만~30만원의 현금, 담배, 술, 저녁 식사, 드라이브. 요구는 두 가지였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할 것’, ‘아무에게도 우리 사이를 말하지 말 것’. “만나기 전부터 만난 뒤에도 ‘그냥 다 비밀로 하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자’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D양) 평소 ‘좋다, 싫다’를 분명히 말할 수 있다는 F(16)양도 가해자 앞에서는 달랐다. “아저씨와의 관계에선 늘 스스로 ‘을’처럼 느껴졌어요. 그 아저씨(가해자)한테는 싫어도 그 말은 못하고 어떻게든 돌려서 얘기했어요. 생리가 터져서 관계하기 싫다고 했는데도 다른 플레이를 하자는 둥 자기 욕구 푸는 데 급급했어요.” 착취는 성관계에 그치지 않았다. A양은 고민을 나누며 가까워진 40대 남성에게 불법촬영 피해를 입었다. 처음엔 허락을 구하며 찍었고, 이후에는 몰래 촬영했다. 가해자는 편집한 영상을 SNS에 올렸다. A양이 따져 묻자 돌아온 것은 사과 한마디였다. “얼굴이 안 나오는 영상이면 유포돼도 나인지 모를 거라고 그냥 넘겼던 것 같아요. 또 나중에 제 허락 없이 영상을 찍고 올렸을 때 ‘지웠다, 미안하다’고만 하고 넘겼는데, 진짜 지웠는지는 모르겠어요.” ■박제 협박은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E양은 자신의 일상 사진이 음란하게 합성된 채 협박을 받았다. 가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합성물을 SNS에 퍼뜨려 ‘더러운 사람’으로 소문내겠다는 것이었다. B양은 온라인으로 가해자의 신체 부위 사진을 여러 차례 받았고, 성희롱도 잇따랐다. 여기에 적은 것은 피해의 일부다. 나머지는 옮기지 않는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는 박제됐다. SNS와 메신저 앱의 익명성을 이용해 가해자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대화창을 지우고 계정을 차단하거나 없애버렸다. 부모에게 알려질까 봐 피해자는 신고조차 못 했다. 반대로 피해자의 신상은 박제됐다. 지인 초대로만 들어갈 수 있는 ‘사적 대화방’에 E양의 사진과 신상, 친한 사람들의 정보가 꾸준히 올라왔다. 친구에게 이를 전해 들은 E양은 초대 링크를 받아 직접 들어가 봤다. 참여자는 1만 명이 넘었다. ■아기 사진 “차가 멈춰 선 곳은 인적 없는 골목이었어요. 평범한 모습의 아저씨였고, 룸미러에는 갓난아기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B양) 아이들이 만난 가해자는 모두 성인이었다. 뒷좌석에 아기 카시트가 있는 차도 있었다. 학교·학원 교사라거나 경찰이라며 아이들을 안심시킨 경우도 여럿이었다. 성착취를 마치고 학원 일정을 조율하는 전화를 거는가 하면, 여자친구에게 “어디로 가면 돼”라고 묻는 이도 있었다. 2020년 개정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대가성이나 자발성과 관계없이, 성인과의 성적 관계에서 청소년을 무조건 피해자로 규정한다. 그런데도 피해 이후 아이들에게는 “왜 그랬니” “왜 만났니”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피해자들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그냥 제가 잘못한 것 같았어요. 그때 그 아저씨와 대화하지 말고 만나지도 말걸. 지금은 30~40대 남성이 길에 다니면 피해 다니게 돼요. 그냥 조금 그렇게 돼요.”(F양) A양은 여전히 그날 오후의 산부인과 로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구도, 가해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왜’를 묻지 않았다.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 인터뷰했나 피해를 경험한 아이들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각 지역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와 청소년 쉼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상담사를 통해 취재 의사를 전하고, 아이들이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기다렸다. 길게는 4개월을 설득한 끝에 진행한 인터뷰는 센터 상담실에서 이뤄졌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등을 감안해 담당 상담사가 인터뷰에 배석했다. 인터뷰는 2~3시간 정도 진행됐으며, 기사에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게 모두 익명으로 표기했다. 나이는 피해 당시 기준이다. 피해 사실 중 글로 옮기기 어려운 잔혹한 행위는 제외했고, 자해나 성적 행위 묘사는 언론 보도 준칙에 따라 수위를 조정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287명, 평균 14.1세…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소녀에게]

    [단독]287명, 평균 14.1세…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1심 판결 206건 심층분석피해자 278명의 기록, 평균 연령 14.1세카톡·인스타 등 SNS ‘범죄 온상’으로가해자 절반(49.0%)은 집행유예 선고시작은 언제나 칭찬이었다. 고민을 들어주고, 외모를 칭찬하고, 비밀을 나눴다. 아이가 마음을 열었을 때 어른은 돌변했다. “사진 몇 개 보내볼래? 내가 검사해보고 점수 매겨줄게!” 서울신문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심 법원이 선고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판결문 206건, 피해자 287명분을 입수해 분석했다. 착취의 잔혹함은 제각각이었지만 시작은 한결같았다. 그루밍(길들이기)이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모든 아이가 표적이었다. ■피해자 절반이 중학생 주요 표적은 중학생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 나이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14세가 58명(20.1%)으로 가장 많았다. 중학교 1학년인 13세는 52명, 3학년인 15세가 51명이었다. 전체 피해자 287명 중 56.1%인 161명이 중학생이었다. 평균 연령은 14.1세였다. 그러나 중학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11세 피해자가 17명, 6학년인 12세는 36명에 달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는 7세,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지난해 5월, A씨는 메타버스 게임 ‘제페토’에서 7세 여자아이에게 성적 메시지를 보냈다. 추가 범행으로 이어지기 전 붙잡힌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아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대화의 성적 의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호의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성적인 호기심에 눈을 뜨는 데다 정서적 결핍이 커지는 시기를 노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석신 안산여자단기 청소년쉼터 소장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한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쉽게 친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범죄의 통로는 카카오톡, X, 인스타그램 가해자들이 아이들에게 처음 접근한 경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80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X 53명(18.5%), 온라인게임 26명(9.1%), 인스타그램·페이스북 25명(8.7%) 등 평소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공간이 뒤를 이었다. 즐톡, 주변톡, 수다, 랜덤톡 등 익명 채팅앱(75명·26.1%)처럼 특정한 앱을 사용한 경우에만 가해자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성착취를 위한 온라인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누구나 범행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성착취는 평균 석 달 넘게 지속됐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음 알게 된 날부터 범행이 끝날 때까지 평균 102.4일이 걸렸다. 2023년 온라인 방송 앱으로 13세 여자아이를 알게 된 B씨는 1년 넘는 그루밍 끝에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아이를 강간했다. 범행 이후에도 그는 소셜미디어(SNS)로 메시지를 보냈다. “목에 괜히 자국을 남겨가지고 곤란하게 만들었네.” “여부야, 오늘 어땠어요?” 가해자 10명 중 1명은 이미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 동종 전과자는 18명(8.7%)이었다. 2024년 12월 인스타그램으로 14세 여자아이에게 접근한 C씨는 외모 칭찬으로 친분을 쌓은 뒤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 아이를 강간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시작은 언제나 칭찬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사회 규범은 온라인에서 예외가 됐다. 홀로 있는 시간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절한 존재에게 아이들은 경계보다 반가움을 먼저 느꼈다. 가해자들의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외모 칭찬, 고민 상담, 비밀 공유 등으로 신뢰를 형성하는 수법이 65.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금이나 담배 등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는 경우(28.6%)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었다. 이명화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경제적 결핍뿐 아니라 정서적 결핍을 노리는 악질적인 이들이 이전보다 더 늘었다”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해자가 SNS로 아이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되면서 위험성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뢰가 쌓이면 착취가 시작됐다. 가해자들은 “쇄골이 예쁘다”, “가슴 사이즈를 봐주겠다”며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그루밍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거나 아이가 겁이 많다고 판단하면 ‘위계나 위력에 의한 압박이나 협박’(52건·25.2%)이 이뤄지기도 했다. 동시에 성착취도 시작됐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서 전송하라는 요구는 물론 오프라인 만남, 만남 이후 강제추행까지 이어졌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온라인 그루밍 이후 강간까지 이뤄진 경우는 77건으로 전체의 37.4%에 달했다. 한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대화 단계에서 범행이 멈춘 경우는 22건(10.7%), 열 건 중 한 건에 불과했다. 가해자들은 감정적 지지와 가족·지인과의 불화 조장 등 갖은 수법으로 아이를 심리적으로 종속시켰다. 그루밍의 정도가 심해져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온라인상에서 연인인 것처럼 행세한 경우도 49건(23.8%)이나 됐다. 여러 아이를 동시에 노린 가해자도 적지 않았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은 전체의 20.4%(42건)였다. D씨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X·인스타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뒤지며 네 명의 아이를 성착취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찾듯, 반복적으로 아이들만을 노렸다. ■가해자 절반은 집행유예 온라인 성착취는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범죄다. 그러나 분석 대상 206건 중 가해자의 절반(101건·49.0%)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101명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은 오늘도 그 플랫폼에 접속한다. ■어떻게 분석했나 서울신문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심 법원이 선고한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착취 사건 판결문 206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카카오톡·X·인스타그램·디스코드·게임 등 온라인에서 19세 미만을 상대로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하거나 성착취물 제작, 강간 등으로 이어진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 수는 사건 발생 시점 기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만 집계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트럼프가 꽂힌 ‘저가 자폭드론’ 정체…토마호크 400발 값이면 4만6000발 [밀리터리+]

    트럼프가 꽂힌 ‘저가 자폭드론’ 정체…토마호크 400발 값이면 4만6000발 [밀리터리+]

    미국이 이란제 샤헤드-136을 닮은 장거리 자폭 드론을 실전에 투입하며 전쟁 방식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군은 저비용 공격 드론 ‘루카스’(LUCAS)를 이란전의 서막을 연 중동 작전 ‘장대한 분노’에서 처음 사용했고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를 “없어선 안 될 무기”로 평가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9일(현지시간) 루카스가 이란제 샤헤드-136을 역설계한 형태의 장거리 자폭 드론이라며 미군 내부에서 추가 확보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카스 도입을 밀어붙였던 전직 미 국방부 당국자 마이클 호로위츠는 인터뷰에서 이 무기가 미국식 전쟁 수행 방식 변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루카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신형 드론이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고가 정밀 무기 중심 구조만으로는 장기전과 대량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소모형 정밀 타격 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로위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샤헤드를 대거 투입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무기의 필요성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 비싼 미사일로는 한계…미군 결국 ‘저가 물량전’ 택했다 그는 미국 군 전력 구조가 오랫동안 소수의 최고 성능 무기에 맞춰져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는 비싸고 생산이 어려운 무기만으로는 탄약 심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더 낮은 가격의 소모형 무기가 반드시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루카스는 이런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비용 대비 전력이다. 호로위츠는 토마호크 400발을 확보할 비용이면 루카스 4만6000발 수준의 전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루카스는 탄두가 훨씬 작아 토마호크를 대체하는 무기는 아니다. 대신 미군이 앞으로는 토마호크 같은 고가 무기와 루카스 같은 저가형 무기를 조합해 운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루카스 개발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본격 추진됐고 실제 전력화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속도가 붙었다. 호로위츠는 2024년 초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한 샤헤드 계열 기체와 러시아의 운용 사례를 검토한 뒤 이런 무기가 미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초기 예산은 수천만 달러 수준이었고 당시 국방부 부장관 캐슬린 힉스가 추진해 볼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면서 프로그램이 본격화됐다. ◆ 이란전서 시험 끝냈다…다음 계산서는 중국전 실전 운용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호로위츠는 루카스 같은 무기가 대량으로 투입돼 적 방공망을 압박하거나 더 비싼 무기와 섞여 방어 체계를 흔드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공개 사진에는 기수부 짐벌 카메라와 장거리 통제를 위한 위성 데이터링크로 보이는 장비도 포착됐는데 이는 발사 뒤 표적을 유연하게 바꾸거나 기회 표적을 노리는 운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루카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표적을 타격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호로위츠 역시 실제 분쟁에서 누가 어떤 목표물에 썼는지는 자신이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루카스를 전황을 바꾼 무기라고 단정하기보다 미군이 저가 장거리 자폭 드론의 실전 효용을 시험하며 본격 전력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이 무기의 진짜 파급력은 중동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장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로위츠는 샤헤드나 러시아판 게란-2 수준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이런 무기가 중국 방공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결국 루카스는 중동 실전용 임시 무기가 아니라 중국과의 잠재 충돌까지 염두에 둔 대량 정밀 타격 수단으로도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생산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엘라즘(LRASM)과 재즘(JASSM) 같은 고급 미사일과 달리 루카스류 무기는 상용 제조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생산 제약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만큼 여러 업체가 동시에 제작에 참여하고 성과가 좋은 업체에 물량을 더 주는 방식의 확대 생산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루카스의 등장은 드론 한 기종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더 이상 비싼 정밀 무기만으로는 미래 전장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란과 러시아가 먼저 보여준 ‘싸고 많이 쏘는 전쟁’의 논리를 자국식 체계로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란전 첫 실전 투입은 그 변화가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운용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오전엔 키보드, 오후엔 서프보드…‘워케이션족’ 유치 불붙은 지자체

    오전엔 키보드, 오후엔 서프보드…‘워케이션족’ 유치 불붙은 지자체

    갈수록 증가하는 ‘워케이션족(族)’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인구 증대 등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관광·휴양 등을 즐기는 새로운 근무 트렌드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체류형 프로그램인 ‘숲속 로그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워케이션’ 참여자를 상시 모집한다고 8일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운영되며 참여자는 업무 수행이 가능한 환경에서 ‘숲 해먹 체험’ 등 다양한 자연 기반 힐링 콘텐츠도 경험할 수 있다. 2박 3일 혹은 3박 4일간 이용할 수 있으며 숙박료는 50%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된다. 웰컴 키트와 함께 경북에서 이용 가능한 교통 바우처 3만원을 지급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054-679-0903)에 문의하면 된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워케이션 바우처 사업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대상은 제주 워케이션 시설을 3박 4일 이상 이용하는 도외 기업 근로자와 개인 사업자로, 이들에게는 숙박비와 업무 공간 이용료를 합산해 1박 기준 최대 5만원, 총 3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올해는 민간 파트너사 15개사와 함께 총 17개 워케이션 오피스를 운영한다. 신청은 제주 워케이션 통합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강원 동해시는 지난달부터 12월까지 워케이션 프로그램 ‘워크 인 동해!’ 운영에 들어갔다. 단 피서 성수기인 7∼8월은 제외한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와 동해오션시티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서핑·힐링 체험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연계한다. 지난해 119명이 참여한 프로그램이 올해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울산시와 경남 거제시, 한국어촌어항공단이 각각 ‘유케이션(Ucation)’, ‘거제형 마린테크 워케이션’, ‘2026년 어촌마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업체 위주로 적극 홍보에 나서는 중”이라며 “해외 워케이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상담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美 ‘장대한 분노’ 작전에 처음 사용된 세 가지 무기

    美 ‘장대한 분노’ 작전에 처음 사용된 세 가지 무기

    전쟁은 무기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새로운 무기의 등장을 가속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새로운 무기는 계속해서 개발돼 왔다. 미국은 최근 몇 번의 작전에서 새로운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는 병사들의 두통을 유발하는 새로운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월 28일 전격적으로 실시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서는 3가지 무기가 처음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는 이란의 샤헤드-136 장거리 자폭 드론과 유사한 루카스(LUCAS) 자폭 드론이다. 루카스 자폭 드론은 2025년 7월 16일 처음 공개된 것으로 미국 및 동맹군에 분산된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하고 소모 가능한 무인 시스템을 장비하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루카스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당시 사용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시 미 국방부는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신설된 ‘스콜피온 타격 태스크포스’가 사용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첫 전투 사용으로 확인됐다. 공개 당시부터 루카스 자폭 드론의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샤헤드-136보다는 작은 크기 때문에 사정거리는 샤헤드-136의 2000㎞보다는 짧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미 육군이 M270 MLRS나 M142 하이마스(HIMARS)에서 발사하는 육군 전술탄도미사일(ATACMS)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정밀 타격 미사일(PrSM)이다. PrSM의 사용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하이마스에서 발사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PrSM의 사거리는 ATACMS의 300㎞보다 긴 500㎞다. 미 육군은 대함 공격용과 사거리가 1000㎞에 이르는 것 등 PrSM의 다양한 변형을 개발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존 무기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개량형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지상의 고정된 표적을 공격하는 장거리 함대지 순항미사일이지만, 미 해군은 몇 년 전부터 장거리 대함 미사일로 개량하는 블록 Va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량된 미사일은 블록 Va 해상 타격 토마호크(MST)로 불린다. MST는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가 공개한 구축함 USS 스푸루언스에서 발사되는 장면에서 목격됐다. 이 미사일은 이전에 미 해군이 공개한 슬라이드에 있는 것과 동일한 검은색 도색을 한 모습이었다. MST는 약 1600㎞의 사거리를 유지하며, GPS/관성항법, 양방향 데이터 링크 업데이트, 해상 탐색기를 결합한 유도 방식을 통해 마하 0.74 부근의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미국 군사매체 더 워존은 발사 후 전개되는 MST의 날개가 앞으로 향하는 전진익 형태일 수도 있다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미 해군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번 작전에 처음 사용한 세 가지 무기들은 큰 타격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미국이 주력으로 사용하게 될 무기들이기에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 美 ‘장대한 분노’ 작전에 처음 사용된 세 가지 무기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美 ‘장대한 분노’ 작전에 처음 사용된 세 가지 무기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전쟁은 무기 기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새로운 무기의 등장을 가속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새로운 무기는 계속해서 개발돼 왔다. 미국은 최근 몇 번의 작전에서 새로운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는 병사들의 두통을 유발하는 새로운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월 28일 전격적으로 실시된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서는 3가지 무기가 처음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는 이란의 샤헤드-136 장거리 자폭 드론과 유사한 루카스(LUCAS) 자폭 드론이다. 루카스 자폭 드론은 2025년 7월 16일 처음 공개된 것으로 미국 및 동맹군에 분산된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하고 소모 가능한 무인 시스템을 장비하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루카스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당시 사용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시 미 국방부는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신설된 ‘스콜피온 타격 태스크포스’가 사용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첫 전투 사용으로 확인됐다. 공개 당시부터 루카스 자폭 드론의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샤헤드-136보다는 작은 크기 때문에 사정거리는 샤헤드-136의 2000㎞보다는 짧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미 육군이 M270 MLRS나 M142 하이마스(HIMARS)에서 발사하는 육군 전술탄도미사일(ATACMS)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정밀 타격 미사일(PrSM)이다. PrSM의 사용도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하이마스에서 발사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PrSM의 사거리는 ATACMS의 300㎞보다 긴 500㎞다. 미 육군은 대함 공격용과 사거리가 1000㎞에 이르는 것 등 PrSM의 다양한 변형을 개발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존 무기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개량형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기본적으로 지상의 고정된 표적을 공격하는 장거리 함대지 순항미사일이지만, 미 해군은 몇 년 전부터 장거리 대함 미사일로 개량하는 블록 Va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량된 미사일은 블록 Va 해상 타격 토마호크(MST)로 불린다. MST는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가 공개한 구축함 USS 스푸루언스에서 발사되는 장면에서 목격됐다. 이 미사일은 이전에 미 해군이 공개한 슬라이드에 있는 것과 동일한 검은색 도색을 한 모습이었다. MST는 약 1600㎞의 사거리를 유지하며, GPS/관성항법, 양방향 데이터 링크 업데이트, 해상 탐색기를 결합한 유도 방식을 통해 마하 0.74 부근의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미국 군사매체 더 워존은 발사 후 전개되는 MST의 날개가 앞으로 향하는 전진익 형태일 수도 있다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미 해군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번 작전에 처음 사용한 세 가지 무기들은 큰 타격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미국이 주력으로 사용하게 될 무기들이기에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 [포착]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이라크 땅에 떨어진 미국제 ‘자폭 드론’ 발견

    [포착]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이라크 땅에 떨어진 미국제 ‘자폭 드론’ 발견

    미군이 이란 공습 과정에서 투입한 자폭 드론이 이라크 농경지에 온전한 상태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아랍권 최대 매체 알자지라는 폭발하지 않은 미국산 자폭 드론이 이라크 서부 지역 농경지에서 발견됐다며 이란을 공격할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한 주민이 커다란 드론을 들어 이리저리 만져보며 웃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 드론이 미국제라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군이 이란 공격에 자폭 드론을 투입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28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에 “태스크포스 스콜피언 스트라이크(TFSS)가 역사상 처음으로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중 일방향 공격 드론을 투입했다”면서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본뜬 이 저비용 드론들이 이제 미국식 보복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초 CENTCOM은 자폭 드론을 운용하는 특수 임무 부대인 TFSS를 창설했다. 이 부대에서 운영하는 것이 장거리 편도 공격 드론인 ‘루카스’(LUCAS)로 같은 달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 USS 산타바바라에서 시험 발사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루카스 드론이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136을 분해 후 역설계해 제작됐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루카스 드론은 애리조나에 있는 스펙트레웍스가 미군과 협력해 개발했다. 길이는 약 3m, 날개폭은 약 2.4m로 추정되며 장거리 버전의 경우 최대 18㎏의 탑재물을 싣고 8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주된 공격 능력은 자폭이며, GPS/INS 기본 유도 시스템을 통한 정밀 타격과 정찰, 전자전 수행도 가능하다. 특히 드론답게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인데, 대당 생산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약 5100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원조 격인 이란의 샤헤드-136은 길이 3.5m, 폭 2.5m로, 한때는 조악한 성능과 큰 소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85㎞, 최대 사거리는 1500㎞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러시아는 샤헤드-136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치자, 아예 부품을 들여와 공장에서 조립해 ‘게란’(Geran)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 B-2 떴다…이란 지하 미사일 동굴 초토화·함정 9척 격침 [밀리터리+]

    B-2 떴다…이란 지하 미사일 동굴 초토화·함정 9척 격침 [밀리터리+]

    미국이 이란 공습 작전에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을 투입해 지하 탄도미사일 시설을 집중 타격하면서 공중전 양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일(현지시간) “2000파운드(약 907㎏)급 폭탄을 장착한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강화된 탄도미사일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2 폭격기들은 미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장거리 비행 끝에 목표물을 타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B-2 투입이 이번 공습 작전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1일(현지시간) B-2 폭격기가 이란 산악지대 깊숙이 건설된 지하 미사일 동굴 기지를 집중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들은 미사일 저장뿐 아니라 일부는 천장 발사구를 통해 지하에서 직접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 입구 봉쇄만으로도 미사일 무력화 지하 미사일 동굴은 여러 격실로 나뉘어 있어 완전히 파괴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입구만 봉쇄해도 내부 미사일과 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일부 시설에서는 동굴 입구가 붕괴된 흔적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입구 주변 암반을 붕괴시키거나 터널 상부를 관통 공격하면 동굴을 재개통하기 매우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이후 정찰 자산으로 복구 작업을 감시하며 추가 타격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이동식 발사대를 사막에서 추적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미사일 동굴 하나를 봉쇄하면 수십 기의 탄도미사일을 한 번에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B-2만 가능한 공격 방식 B-2는 이번 작전에서 2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가 장착된 GBU-31 합동직격탄(JDAM)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B-2는 한 번의 출격에서 2000파운드급 JDAM 최대 16발 또는 500파운드 JDAM 80발을 탑재할 수 있어 대규모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BLU-109 탄두를 장착한 JDAM은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을 관통할 수 있어 동굴 입구와 발사구 파괴에 적합한 무기로 평가된다. 15t급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MOP)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기는 B-2만 운용할 수 있지만 수량이 제한적이고 동굴 구조 특성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최근 개발된 5000파운드급 GBU-72 벙커버스터가 일부 임무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왜 B-52 아닌 B-2였나 미군이 B-52나 B-1 대신 B-2를 투입한 것은 이란 영공이 완전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이동식 방공망과 잔존 방공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스텔스 성능을 갖춘 B-2가 가장 안전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또 B-2 승무원들은 지하시설 공격 임무를 중점적으로 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B-2가 투입된 것은 이란 핵시설과 군수시설 공격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 해군 함정도 타격…9척 격침 발표 공습과 함께 해상 작전도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해군 함정 9척을 파괴하고 격침했다”며 “일부는 상당히 크고 중요한 함정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머지 함정도 계속 공격할 것이며 곧 바닷속에 가라앉게 될 것”이라며 “별도의 공격으로 이란 해군 본부도 대부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도 오만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함정 1척을 격침했다고 확인해 미군의 해상 타격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군 전략자산 총출동 미군은 이번 작전에 B-2 외에도 대규모 전력을 투입했다. 전개 전력에는 F-35·F-22·F-16·F/A-18 전투기와 EA-18G 전자전기, AWACS 조기경보기, RC-135 정찰기, MQ-9 리퍼 무인기, 패트리엇·사드 방공체계, 핵 추진 항공모함 전단 등이 포함됐다. 또 A-10 공격기와 루카스(LUCAS) 자폭 드론, 공중급유기, 수송기, P-8 초계기,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도 작전에 투입됐다. 미군은 주요 타격 목표로 ▲이란 군 지휘통제센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 ▲통합 방공망 ▲탄도미사일 기지 ▲해군 함정 및 잠수함 ▲대함 미사일 기지 ▲군 통신망 등을 제시했다. 중부사령부는 “대규모 공습을 통해 뱀의 머리를 잘라냈다”며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더 이상 본부가 없다”고 주장했다.
  • 미군 첫 자폭드론 떴다…이란 드론 분해해 만든 ‘루카스’ 중동 배치 [밀리터리+]

    미군 첫 자폭드론 떴다…이란 드론 분해해 만든 ‘루카스’ 중동 배치 [밀리터리+]

    미군이 이란의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역설계한 일회용 공격 드론 ‘루카스’(LUCAS)를 중동에 배치하고 실전 운용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군이 저비용·대량생산형 장거리 타격 수단을 본격 전력화하는 신호로, 핵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을 겨냥한 전략적 압박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 중앙사령부(센트콤·CENTCOM)가 자폭 드론 부대인 스콜피언 타격임무부대(TFSS·Task Force Scorpion Strike)의 작전 준비를 완료하고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TFSS는 센트콤 특수작전사령부(SOCCENT) 산하 부대로 드론 운용과 시험, 전진기지 구축 임무를 수행한다. 미군은 루카스 드론을 다른 군사 자산과 함께 전진 배치했으며 대이란 군사작전이 이뤄질 경우 첫 실전 투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루카스 드론 1대가 중동에 배치된 미 해군 연안전투함 USS 샌타 바버라 갑판에서 이륙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론은 차량 이동식 발사대와 투석기, 로켓 보조 이륙 방식 등 다양한 발사 수단을 지원해 전개 유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 샤헤드-136을 역설계한 ‘루카스’ 루카스는 미군이 확보한 샤헤드-136 실물을 기반으로 역설계한 플랫폼으로 길이 약 3m, 날개폭 약 2.4m의 삼각익(델타익) 구조를 갖는다. 개발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방산업체 스펙트리웍스(SpektreWorks)가 맡았으며 대당 단가는 약 3만 5000달러(약 5000만원) 수준으로 샤헤드 드론과 비슷하다. 이 드론은 자율 비행과 다중 협조(스워밍) 운용을 지원해 집단 공격이 가능하다. 장거리 작전과 가시선 밖 운용이 가능해 중동 전역의 넓은 작전 구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센트콤은 설명했다. 최대 탑재 중량은 약 18㎏ 수준으로 공격 가능한 목표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다. 샤헤드-136은 이란이 개발한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량 운용하며 위력을 입증했다. 최근 수년간 이란과 친이란 무장 세력은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상대로 샤헤드 계열 드론 공격을 반복해 왔다. ◆ “이란 전술을 되돌려준다” 군사전문지 워존(TWZ)은 루카스 배치를 두고 “이란이 확산시킨 저비용 자폭 드론 전술을 미국이 역으로 활용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연구원은 루카스 드론이 이란 내 미사일 생산 시설과 발사 기지, 도로망 등 분산된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군은 그동안 수천만 달러짜리 순항미사일과 정밀 유도 무기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에는 저비용 무기를 대량 투입해 방공망을 압도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루카스 배치는 이런 전략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수십만 달러 이상의 미사일 대신 수만 달러 수준의 드론 수백 대를 동시에 투입하면 적 방공망을 포화시키는 양적 압박 전술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 중동 긴장 변수 될 가능성 루카스 배치는 핵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이 군사적 선택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폭 드론 전력을 전진 배치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경고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드론 공격 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군이 대응 전력을 실전 배치했다는 점도 중동 지역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루카스 운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중동 안보 환경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中 강습상륙함이 드론 항모로?…스텔스 무인전투기 GJ-21 포착 [밀리터리+]

    中 강습상륙함이 드론 항모로?…스텔스 무인전투기 GJ-21 포착 [밀리터리+]

    중국의 첫 강습상륙함 쓰촨함에서 최신 스텔스 공격 드론이 포착됐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 후둥-중화 조선소에서 함재형 스텔스 무인전투기(UCAV) ‘GJ-21’로 추정되는 기체가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부터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사진을 보면 함정 갑판 위에 녹색 천으로 덮여있는 꼬리날개가 없는 가오리 모양의 전익기가 확인된다. 이에 대해 중국 군사 전문가 송중핑은 “GJ-11 의 해상형인 GJ-21로 보인다”면서 “쓰촨함이 GJ-21 드론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형 드론 시험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GJ-11은 중국이 10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정밀 타격과 공중 정찰에 특화된 UCAV로 2019년 열병식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GJ-11은 정보, 감시, 정찰 임무는 물론 순항미사일, 대레이더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해 공대지 및 공대공 전투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GJ-11을 해군용으로 개량한 기체가 바로 GJ-21로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함재기인 J-35와 함께 항모 전단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CMP는 GJ-21이 중국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076형 강습상륙함의 1번함 쓰촨함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재 배수량이 4만여t으로 알려진 076형은 전자식 캐터펄트를 탑재한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헬기 위주로 설계된 기존 강습상륙함과 달리 고정익 무인기의 이륙과 회수까지 염두에 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쓰촨함은 076형의 1번함으로, 실제 중국 언론은 이 함정을 드론용 경항공모함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SCMP는 “대만 해협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076형의 실전 배치를 향한 또 다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송중핑은 “076형에 탑재된 전자기식 캐터펄트 시스템은 주로 드론을 위해 설계됐다”면서 “이 함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무인기 중심 항공 운용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토마호크 미사일도 많은데…미군, 베네수엘라 공습에 첫 ‘자폭 드론’ 투입

    토마호크 미사일도 많은데…미군, 베네수엘라 공습에 첫 ‘자폭 드론’ 투입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이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자폭 드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 등 외신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공격 과정에서 편도 공격 자폭 드론을 사용했으며, 이는 대규모 전투에서의 첫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공습 당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는데,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이란제 드론인 샤헤드-136이 내는 섬뜩한 윙윙거리는 고음과 유사한 소리가 담겼다. 또한 베네수엘라 언론도 미군이 카라카스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편도 공격 드론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은 “미군이 신형 장거리 편도 공격 드론을 실전에 사용한 첫 번째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 특수작전사령부(SOCOM)는 이번 작전 중 드론 사용에 대한 세부 정보 요청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체들은 미군의 장거리 편도 공격 드론인 ‘루카스’(LUCAS)가 이번 작전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루카스 드론은 애리조나에 있는 스펙트레웍스가 미군과 협력해 개발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란의 샤헤드-136을 분해 후 역설계해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길이는 약 3m, 날개폭은 약 2.4m로 추정되며 장거리 버전의 경우 최대 45㎏의 탑재물을 싣고 24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주된 공격 능력은 자폭이며, GPS/INS 기본 유도 시스템을 통한 정밀 타격과 정찰, 전자전 수행도 가능하다. 특히 드론답게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인데, 대당 생산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약 51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 16일 중동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의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 USS 산타바바라에서 루카스 드론이 처음으로 시험 발사된 바 있다. 루카스 드론을 운용하는 미군 최초의 단방향 공격 드론 편대인 ‘태스크포스 스콜피언 스트라이크’(TFSS)를 창설한 지 불과 2주 만에 시험 발사가 이루진 것.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미군은 토마호크를 비롯한 충분한 미사일이 있음에도 자폭 드론을 사용했다”면서 “이는 기존 미사일 공격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토마호크 미사일도 많은데…미군, 베네수엘라 공습에 첫 ‘자폭 드론’ 투입 [밀리터리+]

    토마호크 미사일도 많은데…미군, 베네수엘라 공습에 첫 ‘자폭 드론’ 투입 [밀리터리+]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이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 ‘자폭 드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 등 외신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공격 과정에서 편도 공격 자폭 드론을 사용했으며, 이는 대규모 전투에서의 첫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공습 당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는데,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이란제 드론인 샤헤드-136이 내는 섬뜩한 윙윙거리는 고음과 유사한 소리가 담겼다. 또한 베네수엘라 언론도 미군이 카라카스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편도 공격 드론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은 “미군이 신형 장거리 편도 공격 드론을 실전에 사용한 첫 번째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 특수작전사령부(SOCOM)는 이번 작전 중 드론 사용에 대한 세부 정보 요청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체들은 미군의 장거리 편도 공격 드론인 ‘루카스’(LUCAS)가 이번 작전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루카스 드론은 애리조나에 있는 스펙트레웍스가 미군과 협력해 개발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란의 샤헤드-136을 분해 후 역설계해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길이는 약 3m, 날개폭은 약 2.4m로 추정되며 장거리 버전의 경우 최대 45㎏의 탑재물을 싣고 24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주된 공격 능력은 자폭이며, GPS/INS 기본 유도 시스템을 통한 정밀 타격과 정찰, 전자전 수행도 가능하다. 특히 드론답게 저렴한 비용이 가장 큰 장점인데, 대당 생산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약 51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 16일 중동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의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 USS 산타바바라에서 루카스 드론이 처음으로 시험 발사된 바 있다. 루카스 드론을 운용하는 미군 최초의 단방향 공격 드론 편대인 ‘태스크포스 스콜피언 스트라이크’(TFSS)를 창설한 지 불과 2주 만에 시험 발사가 이루진 것.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미군은 토마호크를 비롯한 충분한 미사일이 있음에도 자폭 드론을 사용했다”면서 “이는 기존 미사일 공격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모기에서 추출한 DNA, 공룡 복원 대신 ‘여기’에 쓴다

    모기에서 추출한 DNA, 공룡 복원 대신 ‘여기’에 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공룡을 복원하지만 결국 인간이 기술적 오만으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과학적 디스토피아를 다룬 쥬라가 공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 지금까지 30년간 흥행을 이어가는 인기 공룡 시리즈의 원조가 됐다. 쥬라기 공원과 함께 유명해진 설정 중 하나는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복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DNA 같은 긴 분자가 영겁의 세월 동안 손상되지 않고 보존되긴 힘들기 때문에 매머드나 네안데르탈인처럼 비교적 최근에 멸종했고 영구동토에 보존된 경우를 제외하면 멸종 동물의 DNA 복원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현생 동물의 DNA라면 얼마든지 모기에서 검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덕분에 공룡은 복원할 수 없지만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의 모니터링은 가능하다. 미국 플로리다대 로렌스 리브스 박사 연구팀은 플로리다주의 ‘델루카 보호 구역’(DeLuca Preserve)에서 모기를 수집한 후 여기서 수많은 동물의 DNA를 확인했다. 보호 구역 내에는 악어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동물부터 사람의 눈을 피해 사는 작은 동물까지 수많은 동물이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수백 종에 달하는 야생 동물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모기는 이 동물들이 원치 않아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피를 빨아 DNA 데이터를 수집한다. 연구팀은 델루카 보호 지역에서 잡은 모기 2000마리에서 수많은 동물의 DNA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두꺼운 가죽을 지닌 악어는 물론 모기를 잡아먹는 개구리도 모기의 공격 앞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지어 거북이의 등껍질도 모기의 공격에서 무용지물이었는데, 모기가 껍데기가 없는 틈새 부위를 노리기 때문이다. 모기는 사람은 물론이고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를 가리지 않고 피를 뽑아왔다. 물론 모기가 너무 창궐하면 사람은 물론 동물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연구팀은 인간을 피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동물, 그리고 직접 DNA 채취를 시도할 경우 연구자나 동물에 위험할 수 있는 동물을 연구할 때 모기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성가신 모기가 앞으로 과학자들에게 연구 수단으로 조금이라도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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