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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출소 빈 공간, 예술로 채운다

    파출소 빈 공간, 예술로 채운다

    지역 내 파출소들이 지구대로 통폐합되면서 유휴 공간이 된 기존의 파출소 건물들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명 ‘예술 파출소’사업이 실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경찰청과 함께 올해 전국적으로 예술 파출소를 10여곳 가량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나 범죄 피해자의 심리 회복을 위한 예술 치유 프로그램 등을 상시 운영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문체부가 2013년 시민 공모 프로젝트로 경기 군포경찰서의 당정파출소를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외국인 주부들이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겸 다문화 예술교육공간으로 운영해 호평받았던 데서 착안했다. 문체부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2016년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융·복합을 통한 창조산업 고도화 ▲창의 인재 육성을 통한 창조역량 강화 ▲문화를 통한 국민행복·사회통합 ▲문화경쟁력· K프리미엄 창출 등에 중점을 둔 한국적 가치의 세계화 등 4가지 전략을 올해 목표로 정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13가지 안도 제시했다. 초·중·고교, 군부대 등에서 ‘문화가 있는 날’을 정례화하는 한편 법제화를 추진해 국민 생활 속에 ‘문화가 있는 날’을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30억원을 투입해 체육과 관광, 한식 등 문화 전반으로 프로그램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도 밤 10시로 연장하고, 문화센터 31개소를 신규 조성할 예정이다. 시장이나 기차역 등을 이용한 ‘움직이는 미술관’도 10곳을 추가로 조성한다. 저소득 예술인과 고위험 예술인에 대한 복지도 강화된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운 저소득 예술인 400여명에게 창작준비금 300만원씩을 지급하고, 예술인과 사업주의 서면 계약을 법적 의무화하는 등의 예술인복지법을 이날 공포했다. 이 법은 5월부터 발효된다. 특히, 예술인 신문고에 접수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시정명령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제재를 가하는 한편 불공정 행위를 유발한 사업주는 정부의 각종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무술연기자·무용수 등 상해 위험이 높은 직종 예술인들(최대 6000명)에게 산재보험료의 50%도 지원한다. 체육인 복지와 관련해선 은퇴선수에 대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불우체육인을 위한 특별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는 한편 체육연수원 건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창조핵심인력 및 잠재적 인재 발굴·육성과 창작자 중심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도 신경 쓴다. 전국 초·중·고교 예술강사 파견 규모를 기존 8216개교에서 9500개교로 확대하고,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255곳에 미술·음악 교육을 지원한다. 전국 1000여개 학교에서 피구, 요가, 치어리딩 등의 여학생을 위한 맞춤형 강습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문체부는 올해 말 콘텐츠 산업 매출액을 지난해 99조 6000억원에서 105조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국내 관광시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1조 5000억원이 늘어난 28조원으로 예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미술을 철학 관점서 보면 인간의 욕망과 권력 간 캔버스를 둘러싼 쟁탈전”

    “미술을 철학 관점서 보면 인간의 욕망과 권력 간 캔버스를 둘러싼 쟁탈전”

    “미술을 철학사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욕망과 권력 간 캔버스를 둘러싼 쟁탈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 시대부터 르네상스, 근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초상화 얼굴들이 달라지고 그 얼굴만으로도 미술사를 얘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장 10년에 걸친 집념의 산물이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의 방대한 미술사를 미셸 푸코적 욕망의 관점에서 집대성하기까지 이광래(70) 강원대 철학과 교수가 보낸 시간이 꼬박 10년이다. 이 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2월 집필을 시작해 원고지 8400여장에 이르는 ‘미술 철학사’(미메시스) 전 3권을 쓰기까지 8년, 430여장의 도판 저작권 해결 등 책 편집에만 2년여가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이 낯설다 보니 부디 그 낯설음에 독자들이 당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라는 점에서 좀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430여장 도판 저작권 해결 등 2년여 걸려 철학자인 이 교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라캉,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철학자의 눈을 통해 미술사를 가로지르는 융합을 시도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정의 내린 미술 철학사를 ‘고고학적’ 철학사와 ‘계보학적’ 철학사로 구분한다. 사회적 구조와 질서가 미술가들의 욕망을 억압해 미술가의 표현이 기계적이었던 고대부터 중세를 바로 고고학적 시기로 명명하고, 철학의 부활이 이뤄진 르네상스 시기 이후를 계보학적 시기로 분류해 분석하고 있다. ‘미술 철학사’가 선사 시대나 고대가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셸 푸코적 욕망의 관점에서 집대성 이 교수는 “중세에는 미술가들이 교회 권력이 요구하는 성화를 지시한 대로 그려 내는 게 밥 먹고 하는 유일한 작품 활동이었다면 르네상스 이후에는 미술가들의 자율성이 생기면서 초상화도 중세 성화에서 왕이나 귀족으로 바뀌고, 근대적 권력이 부상한 이후에는 부르주아의 얼굴과 서민들의 얼굴로 대체되기 시작한다”면서 “미술사를 권력 의지와 욕망이 어떻게 투영되는지로 선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푸코적 관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술 철학사는 국내선 처음 시도 낯설어 이 같은 미술 철학사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첫 시도다. 미술사는 수없이 많지만 철학자와 미술사를 씨줄과 날줄로 꿰어 엮은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도였다. 그러다 보니 관련 미술 작품들을 책에 싣는 도록 작업도 눈물이 날 정도로 어려웠다. 출판사는 도록 저작권료로만 3000만원의 거금을 투입했다. 이 교수는 “거액을 들인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는 책도 아닌데 출판사가 손해를 무릅쓰고 책을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게 많았다. 미술 철학사라는 주제 자체가 낯설다 보니 생존 화가들의 경우 이 교수의 책 내용을 영문으로 먼저 보고 결정하기를 원했다.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부터 프랜시스 베이컨, 안젤름 키퍼 등 20여명의 화가가 이 교수의 책 내용을 영문으로 받아 보는 사전 검토 작업 후 도록 수록을 허락했다. 그렇게 책 3권에 수록된 그림만 859개이고, 조명된 미술 작가는 200여명, 각주는 1400여개가 실렸다. 이 교수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지, 마크 로스코의 회화는 왜 명상이 되는지, 바스키아의 낙서화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며 “‘나는 분명히 미술의 역사가 철학적 문제로 점철돼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미학자 아서 단토의 말을 미술 철학사로 실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범정부 차원 ‘지카 방어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과 가까운 인도네시아에까지 퍼지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안전처는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부처·기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감염예방 및 대응 대책을 공유하고 각 기관의 역할을 확인했다. 법무부는 입국자의 출입국 정보를 방역 당국에 제공하고, 외교부는 중남미 등 위험지역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감염예방대책을 전파하기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 발생 차단 대책과 상황관리를 총괄하는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의심환자 신고 시 즉각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일선 병원에는 동남아를 다녀온 임신부를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보건 당국에는 임신부 감염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 평균 5~6건씩 접수되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침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5~21일) 선수단에 되도록 반바지와 소매 없는 옷을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보건위생 지침 책자를 배포할 예정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드 기술적 궁금증 살펴보니

    사드 기술적 궁금증 살펴보니

    ▶ 고고도방어체계라는데40~150km 상공 미사일 요격▶ 전방전개 요격용 레이더 성능은최대 2000km 탐지…中 반발▶ 비용 문제 얼마나 되나1개 포대 구매비 2조원 안팎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최종 결정할 경우 어떤 식으로 전력화가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사드는 기존 저고도방어체계를 보완한 시스템이다. 사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대기권을 벗어났다 재진입한 뒤 고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종말 단계’에서 이를 요격한다. 현재 한국은 사드처럼 40~150㎞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추후 실제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 지역은 사드를 통해 고고도에서 한 번,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통해 저고도에서 또 한 번 적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국방 당국은 내심 사드 배치를 환영해 온 것이다. 사드 1개 포대는 격추용 미사일을 발사하는 6대의 발사대와 AN/TPY-2 고성능 X밴드 레이더, 화력 통제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발사대 1대당 8발 미사일이 장착돼 사드 1포대당 모두 48발의 미사일을 쏠 수 있다. 한반도 배치에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AN/TPY-2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적 탄도미사일을 감지한 후 발사대에 목표 지점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사드의 핵심 요소다. 이 중 발사 단계부터 탄도미사일을 감지하는 전방전개 요격용 레이더(FBR) 모드는 탐지거리가 최대 2000㎞에 달한다. 이 경우 탐지 범위에 북한은 물론 중국 지역까지 포함된다. 그 때문에 중국 측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돼도 중국을 고려해 FBR보다는 유효 탐지거리가 600㎞ 수준인 종말 단계 요격용 레이더(TBR) 모드 채택이 더 유력하다는 설도 나온다. 비용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사드 1개 포대의 구매 비용은 2조원가량으로 알려졌다. 1개 포대만 배치할 경우 부지는 한국이, 구매 비용은 미국이 내는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31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군이 들여오는 장비나 병력에 우리 정부는 돈을 주지 않게 돼 있고 관련 부지나 시설물은 우리가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대를 추가 배치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부가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연간 조 단위로 투입되는 유지관리비용 분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배치에 합의하더라도 사드가 발생시키는 고출력 전파 등을 이유로 부지 선정에서 국내적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동의보감·세계지도… 한국 과학문명 집대성

    동의보감·세계지도… 한국 과학문명 집대성

    극동의 끝에 있는 조선 왕조가 건국 초기인 1402년 어떻게 세계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지도’를 제작했을까. 조선의 세계 지도에는 동아시아를 넘어 중동 그리고 심지어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그려져 있다. 지도가 제작된 1402년을 전후한 시기는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의 서막이 열리기 직전이었고, 지도학사적으로는 고대의 탁월한 톨레미 세계지도가 재생되기 이전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번에 발간된 ‘한국 전통지리학사’는 “세계 지도가 단순히 세계 형세와 모습을 파악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 개창된 조선 왕조를 만천하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서 “조선을 아프리카·유럽 대륙에 비견되는 크기로 표현해 문화 대국의 위상을 한껏 드러냈다”고 서술한다. 한국의 과학 기술은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현대에만 부각된 건 아니다. 오히려 금속활자와 고려청자, 동의보감, 혼일강리역대국지도 등에서 한국은 높은 수준의 성취를 보여 왔다. 이 같은 한국 과학문명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한 책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1차분 3권(들녘출판사)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신동원 전북대 교수가 쓴 ‘동의보감과 동아시아의학사’, 오상학 제주대 교수의 ‘한국 전통지리학사’와 고동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출간한 ‘한국 전근대 교통사’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는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으로 신 교수와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가 발간 책임을 맡아 201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 중 ‘세종시대의 과학기술’, ‘전통과학과 서양과학’, ‘한국천문학사’, ‘근대과학기술의 여명’, ‘한국 현대 농업기술의 발달’, ‘한국 현대의 과학정책’, ‘한국 연구기관의 형성과 발전’, ‘한국 과학기술혁명의 구조’가 마저 출간된다. 연구소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출판사와 시리즈의 영문판 출간도 계약했다. 케임브리지대학출판사에서 비서구권 인문·과학 총서가 출판되는 것은 조지프 니담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이어 두 번째이며, 국내 학계에서는 첫 사례다. 연구소는 “중국, 일본에 가려져 온 한국 과학문명의 역사가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됐음을 뜻한다”며 “한국 과학문명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리고 한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 학계에 자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영문판은 국문판과 별개로 제작되며 모두 10권이 나온다. 각 권 480~539쪽. 3만 5000~3만 8000원.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조선 왕실 하루 0.95번꼴로 제사 지냈다

    조선 왕실 하루 0.95번꼴로 제사 지냈다

    조선 시대 왕실 제사의 대상은 계속 늘어났다. 왕조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왕의 수가 늘고, 종묘의 신실이 늘어나면서 왕릉의 수도 급증했다. 정조 때에 이르면 종묘에서 지내는 대사(大祀)는 조선 전기 7실에서 14실로 늘었고, 왕릉은 42기에 이르렀다. 정조 시대를 기준으로 조선 왕실에서 1년간 거행하는 제사 수는 347건에 달했다. 하루 0.95번꼴로 제사를 치른 셈이다. 이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8일 발간한 ‘조선 왕실의 제향 공간-정제와 속제의 변용’에서 확인됐다. 정조 시대의 제사 347건에는 선농단(농사 짓는 법을 인간에게 가르쳤다고 일컬어지는 고대 중국의 제왕인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치르는 제사), 선잠단(누에농사의 풍년을 빌며 드리는 제사), 우사단(비를 빌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 등과 일반 가정에서 조상에게 치르는 속제(俗祭)와 같은 제사만 225건에 달했다. 책을 보면 조선 후기로 갈수록 왕실도, 관리들도 너무 많은 제사를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나온다. 왕 역시 하루 0.95번꼴로 제사를 지내는 건 힘들지 않았을까. 국가 제향이 늘어나면 이를 수행할 제관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예를 들어 가장 큰 제삿날인 한식에는 120여명의 제관을 일시에 파견해야 했다. 그러자 왕실에서는 점차 직무가 없는 관리,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든 관리, 문신뿐 아니라 무신까지 제사에 차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제사를 피해 가려는 관리들이 늘면서 관료들에게서는 “제향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왕실에서는 “더욱 공경히 치러야 한다”는 동상이몽식 이견을 갖게 됐다. 저자인 이욱 한중연 국학자료연구원은 “조선 시대 국가 제사는 유교 예법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 권력을 가진 왕실로서 권위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행위였고, 하나의 문화 정치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조대 종묘 개혁을 시행한 것이나 고종대 제관 차출 방식을 바꾼 것은 공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제향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최근 3개월 전국 도서관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정글만리’

    최근 3개월 전국 도서관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정글만리’

    전국 도서관을 이용한 우리 국민 1000만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현재까지 3개월간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무엇일까. 전국 502개 공공·지역 도서관의 장서 대출 3470만건과 이용자 1028만명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도서관 정보 나루’(www.data4library.kr)의 2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에 출간된 조정래의 장편 소설 ‘정글만리’가 가장 많이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판 시장에서는 최고의 불황으로 기록됐던 문학이 도서관에서는 ‘정글만리’뿐 아니라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웨덴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상위권을 차지해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반면 지난 1년 내내 서점가를 휩쓸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자체 경신하던 자기계발서 ‘미움받을 용기’는 도서관 대출 순위에서는 5위에 그쳤다. 지역별로도 특색이 뚜렷하다. 서울 지역 도서관 이용자들이 가장 즐겨 본 책 1·2·3위가 ‘정글만리’ 시리즈로 나타나 거대한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내 비즈니스와 사회·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정글만리’는 국내 제2의 대도시인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부산·경남에서는 소설가 공지영이 27개의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딸에게 보내는 삶에 관한 따뜻하고 솔직한 응원을 담은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유일하게 대출 상위권에 올랐다. 인천·경기 지역은 스웨덴의 코믹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된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가장 많이 대출했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은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소설로 문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광주·전라 지역은 대출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독서 취향을 드러냈다. 1위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어린이책 ‘그 겨울의 동화’가 랭크됐다. 2위는 ‘문화 예술의 강국 백제’, 3위는 ‘백성을 사랑한 충신 이야기’ 등 아동용 도서가 대출 순위 상위에 포진했다. 충청·강원도 자기계발서인 ‘미움받을 용기’가 1위로, 타 지역과 대비됐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서는 1위가 ‘7년의 밤’, 2위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고 30대의 경우 1위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위는 ‘미움받을 용기’가 차지했다. 반면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는 공통적으로 ‘정글만리’가 1~3위로 대출 상위 순위를 휩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도서 대출 현황은 올해 1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도서관 정보 나루 사이트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공공도서관의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한 자료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공동으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2016년에는 한 장의 도서관 회원증으로 전국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책이음’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빅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2018년까지 전국의 도서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도서관 서비스를 선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 ‘25년간의 수요일’ 되짚어보기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 ‘25년간의 수요일’ 되짚어보기

    1992년 1월 처음 시작된 수요집회를 이끄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윤미향 상임대표가 수요집회 25년의 기록을 담은 ‘25년간의 수요일’(사이행성)을 펴냈다. 윤 상임대표는 서문에서 “어느덧 길거리에서의 삶이 25년이 됐다”면서 “평화로, 정의로 우리에게 우뚝 서 있는 할머니들이지만, 사실 여전히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책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과정과 주요 쟁점을 실제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짚어 나간다. 피해 할머니들이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인권을 위한 운동가, 평화를 위한 투사가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책은 5년 전에 출간된 ‘20년간의 수요일’에 할머니들의 지난 5년 동안의 활동과 수요시위 이야기를 더했다. 2011년 천 번째 수요집회가 열리던 날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던 이야기 등도 추가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조선 왕실의 여인들, ‘막장’을 탐하다

    조선 왕실의 여인들, ‘막장’을 탐하다

    “옛말에 ‘사람을 찌르려면 피를 보고서 그쳐라’라고 하였다. 꾀와 계교가 이미 시작되어 원수도 생겼으니, 흥하든 망하든 한번 겨루어 보자.” “나교란과 여섬요는 두쌍성이 더이상 일을 확대하지 않을 줄 알고 조급해졌다. 이후 더욱 요사스러운 몸짓으로 공교한 거짓말을 꾸며 댔다.” 조선 시대 왕실 여인들이 즐겨 보던 ‘드라마’ 같은 소설의 한 장면이다. 현대의 드라마처럼 삼각관계와 처첩 갈등뿐 아니라 젊은 남녀 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얘기가 전개되는 등 현대의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막장 인물들이 두루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왕실 여인들이 즐겨 봤다는 이 드라마는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현대어로 번역한 조선 시대 창작 한글 소설 ‘청백운(작자 미상)’.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 두쌍성이 세속의 부귀영화를 따르던 삶을 버리고 신선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제목의 청운(靑雲)과 백운(白雲)은 각각 세속과 신선계를 상징한다. 주인공은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 호 소저를 아내로 두고 있고, 타고난 재능으로 과거에 장원급제해 부귀를 누린다. 오랜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처럼 행복하게 전개되던 얘기는 두쌍성이 두 기생인 나교란과 여섬요를 첩으로 들이면서 호 소저를 모함하기 시작하고, 결국 호 소저는 나라의 죄인이 돼 유배까지 당한다. 두 악질적인 여인의 끝없는 가해와 현숙한 호 소저의 억울한 피해가 반복되고, 주인공 두쌍성은 본처를 버리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청백운은 48종에 달하는 창경궁 낙선재본 고전소설의 하나다. 한중연 장서각은 낙선재본 고전소설과 번역본 등을 포함해 총 99종 2215책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번 번역은 ‘낙선재본 고전소설’ 번역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번역자인 임치균 한중연 교수는 “낙선재본 고전소설은 조선 시대에 왕실의 여성들이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즐겨 보던 소설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각 캐릭터 간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그려 내 독자를 흥미롭게 한다”며 “왕실의 소설답게 궁체로 정교하게 필사돼 있는 데다 전편과 속편으로 연작한 작품도 많다”고 말했다.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 명확하고 사건의 인과관계가 촘촘히 짜여 있어 조선 왕실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조선 시대의 ‘베스트셀러’였던 셈이다. 임 교수는 “대부분의 소설이 10책 이상의 시리즈물로, 몰락한 양반들이 생계 수단으로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며 “낙선재본은 대부분이 유일본이라 가치가 높아 도서관 깊은 곳에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번역했다”고 덧붙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전쟁 등 상황 따라 배치 달랐던 조선 왕릉

    전쟁 등 상황 따라 배치 달랐던 조선 왕릉

    조선 왕릉은 중국과 비교하면 특이했다. 중국 명·청대 황릉의 경우 배치가 고정돼 있지만 조선 왕릉은 조성 당시의 대내외 상황과 지리적 여건, 조정 신료들의 의견에 따라 능마다 유연한 형태를 취했다. 특히 조선 왕릉은 임진왜란(1592년)을 기점으로 단릉(單陵) 위주의 배치에서 왕과 두 왕후를 같은 공간에 조성하는 삼강릉(三岡陵) 형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 전쟁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다.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선조 목릉의 경우 왕과 왕후들을 별도의 세 언덕에 배치한 첫 사례였고, 이후 효종의 영릉은 왕과 왕후릉을 아래위로 배치한 상하릉(上下陵) 형식을 새롭게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헌종 경릉의 경우 봉분 3기가 병렬로 나열되는 삼연릉(三連陵) 형식이라는 특이한 배치법이 나오기도 했다. 세계 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을 집대성한 학술 조사서가 10년 만에 완간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세계유산 조선 왕릉의 학술 가치 규명과 보존 관리를 위해 2006년 이후 편찬을 시작한 ‘조선왕릉 종합학술조사’ 보고서 9권이 완간됐다고 25일 밝혔다. 제1권은 학술 조사에 착수한 뒤 3년이 지난 2009년 현정릉(玄正陵), 건원릉(健元陵), 제릉(齊陵), 정릉(貞陵), 후릉(厚陵), 헌릉(獻陵) 등 고려 말 왕릉을 포함해 모두 6기를 담아 발간됐다. 이어 북한 소재 왕릉 3기를 포함해 총 43기의 조선 왕릉에 대해 역사, 건축, 미술 등 분야별로 수행한 전문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또 의궤(儀軌) 등 고문헌을 분석해 ‘참도’를 ‘향어로’(홍살문에서 정자각을 잇는 돌길로 신이 가는 길을 ‘향로’, 왕이 가는 길을 ‘어로’라고 함)로 수정하는 등 일제강점기 때 왜곡됐던 용어도 바로잡았다. 조사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왕릉에 대한 기초정보 축적과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역사의 숲, 조선왕릉’을 국·영문판으로 발간해 2009년 조선 왕릉이 우리나라 9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 완간으로 개별 왕릉에 대한 기초자료가 집성됨에 따라 앞으로 세계유산 조선 왕릉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후속 연구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내용은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www.nrich.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19세기~세월호 근현대사의 고찰

    19세기~세월호 근현대사의 고찰

    “반공(反共)을 국시로 한다는 내용은 대한민국의 국시인 자유민주주의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 제3공화국의 겉모습은 민간정부였으나, 사실은 군인들이 군복을 벗고 다시 정권을 잡은 것이다.”(박정희 5·16 군사정변 서술)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이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가 죽은 사건이 터진 것이다.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머리를 처박아 죽게 만든 것이다.”(전두환 정부의 6·29 민주화 선언 과정 서술) “세월호 사건이 국민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자연 재난이 아니라 온갖 부정과 비리가 빚어낸 인재라는 점이었다. (…) 국민 정서가 허탈감에 빠지자 경제에 영향을 주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기업활동이 저하되기도 했으며 정치에 대한 불신도 더욱 커졌다.” (박근혜 정부 서술) 국내 대표적 역사학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78)가 19세기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평가하는 개설서인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경세원)를 출간했다. 특히 이 개설서는 근대사뿐 아니라 박정희 정부부터 2012년 대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과까지 균형적인 고찰을 해 기존 역사 교과서와 대비된다. 한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역사에 대한 양극화적인 시각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역사서를 발간하게 됐다”며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갖고 일부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이것이 진실이라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명예교수는 일제강점기는 근대라고 부를 수 없고, 오히려 근대의 박탈기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근대화로 보고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가능했다고 보는 일부 뉴라이트 학설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민국 출범을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선 “1948년의 대한민국은 국민,주권, 영토를 모두 갖추고 민주적 보통 선거에 의해 수립된 만큼 법적으로 보면 건국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책은 1960~70년대 경제 성장부터 역대 정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과 비판적인 면을 두루 고찰했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외형적인 경제 성장의 뒷면에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불균형과 부정부패 만연, 지역 갈등, 도시 빈민층 형성,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이 있었다”고 서술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선 “필요 이상으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최대 국책 사업인 4대강 사업이 국민의 의혹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한 명예교수는 “1863년 대원군의 등장 이후 지금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 150년은 한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수난기인 동시에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로 역사의 중흥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똑똑한 당신, 왜 9900원 상술에 낚일까

    똑똑한 당신, 왜 9900원 상술에 낚일까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리처드 탈러 지음/박세연 옮김/ 리더스북/628쪽/2만 2000원 일반 경제학 이론은 사람들이 대단히 이성적이고 감정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복잡한 계산도 척척 해내고 자기 통제와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이콘(Econ)이라 부른다. 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예측불허다. 종종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도 후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여성이 더블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는데, 그 물건은 마침 세일 중이었다. 킹 사이즈 커버의 정상가는 300달러였고, 퀸 사이즈 커버는 250달러, 더블 사이즈 커버는 200달러였다. 그런데 이번 주만 특별히 사이즈에 관계없이 모두 150달러에 판다고 한다. 그녀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킹 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만다. 더블침대용 커버가 필요했지만 정작 킹 사이즈 커버를 산 이 여성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였다. 행동경제학자인 저자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넛지’ 이후 7년여 만에 똑똑한 사람들이 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지 해답을 얻어내기 위한 책을 펴냈다. 미국 유통업체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론 존슨은 2012년에 ‘~.99달러’ 가격제도를 소비자를 속이는 ‘거짓 가격’이라고 스스로 선언하며 폐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JC페니의 투명한 가격 정책을 오히려 외면했다. 10달러가 아니라 9.99달러처럼 특정 단위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JC페니의 매출과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존슨은 1년 만에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소비자들은 이름뿐이라고 하더라도 할인과 쿠폰이 주는 거짓 만족감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매일 싸게 판다는 염가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월마트는 최저가가 아니면 환불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최저가 전략을 폈다. 창고 스타일의 코스트코 주차장에는 의외로 고급 승용차들이 많다. 부자들도 싸다는 기쁨이 주는 거래 효용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설명한다. 그 실수의 다양한 방식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좀더 깊은 행동 경제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전통 경제학이 ‘이콘’의 입장에서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전적으로 동일하다고 본 반면, ‘인간’을 놓고 바라본 행동경제학은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더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만든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스칸디 대디’ 되지 마라

    ‘스칸디 대디’ 되지 마라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다비드 에버하르드 지음/권루시안 옮김/ 진선북스/336쪽/1만 4800원 2013년 초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넬리 카페는 아이를 대동한 가족은 더이상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는 ‘노키즈존’을 선언했다. 스톡홀름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는 차별감찰관까지 파견해 이 사건(?)을 조사했다. 흥미로운 건 넬리 카페가 노키즈존을 외친 이유가 실제로 아이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식당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떼를 쓰며 울 경우 보통은 부모가 아이를 조용히 타이르거나 잠시 식당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데리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가 자랑스러운 듯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거나, 눈총을 주는 다른 손님들에게 오만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린다. 이와 관련해 스톡홀름의 또 다른 카페 주인은 열에 아홉의 부모는 아이를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면 화를 낸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바로 부모들이고, 그런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거절해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스웨덴의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빠인 다비드 에버하르드는 책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를 통해 “스웨덴이 떼쟁이 아이들의 나라가 됐다”고 비판한다. 아이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아이 위주로 생각하는 스웨덴 육아법이 틀렸다고 반기를 든다.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고함을 금지하고, 7세 이전에는 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 등 자유주의적인 스웨덴 육아법이 더 문제라는 점을 도발적으로 펼쳐 나간다. 스웨덴은 ‘육아 천국’으로 불린다. 스웨덴 부모들은 아이가 8살이 될 때까지 최장 480일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고, 이 중 6개월은 유급 휴가다. 아이는 한 살부터 공립 보육원에 다닌다. 197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학생 체벌을 법으로 전면 금지했다. 이 같은 스웨덴 교육을 선망하는 이들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스칸디 대디’, ‘스칸디 맘’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영국 사회학자 프랭크 프레디의 지적대로 부모 노릇은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니다. 전혀 과학스럽지도 않지만 많은 전문가가 시시콜콜 육아에 대해 참견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말 스웨덴의 육아 방식은 문제가 없을까. 저자가 바로 의문을 제기하는 지점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들에게 저녁 식사로 소시지를 먹을지 미트볼을 먹을지 묻기 시작하고, 거실 TV로 무엇을 시청할지도 아이의 뜻에 따라 결정하는 등 유약하고 무기력하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는 부모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이 위주의 스웨덴 가정의 모습은 한국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자기 자식만 중요한 엄마들에 대한 경멸의 표현으로 ‘맘’(Mom)에 벌레 충(蟲)을 붙여 ‘맘충’이라 부르는 비속어까지 등장했다. 덴마크 심리학자 벤트 호우고르는 오늘날의 부모들을 동계올림픽 종목인 ‘컬링’에 비유한다. 아이의 앞길에 한 톨의 모래알도 없도록 부모가 깨끗이 쓸어내는 모습이 닮았다는 지적이다. 에버하르드는 아이들의 잘못을 처벌하거나 꾸짖고 질책하는 것조차 아동학대나 폭력으로 간주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처럼 강하게 아이들을 키우는 걸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논박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의 아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더 유약하고 학교 생활을 잘 감당하지 못하며, 불안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2배 이상 급증했다는 근거를 들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실제 스웨덴은 2013년 학생 능력평가(PISA)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0점) 이하인 491점을 받는 등 노르딕 국가 중 최하위를 매년 기록해 왔다. 수학은 2000년 16위에서 2012년 38위로, 읽기 분야는 10위에서 36위로 각각 떨어졌다. 저자는 아이 성격의 50%는 유전자가 결정하고, 10% 정도만 부모가 아이에게 만들어 주는 환경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한다. 아이가 어떤 성격을 갖게 되든 무조건 부모 탓으로 돌리는 건 틀렸다는 공박이다. 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훌륭한 부모가 될지 정답은 사실 없다. 다만 부모가 부모로서 권위를 행사하고, 적절히 훈육해야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원칙적인 제안을 이 책은 전할 뿐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삼국유사는 우리 문화 콘텐츠의 보고”

    “삼국유사는 우리 문화 콘텐츠의 보고”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데 삼국유사만큼 훌륭한 역사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쓴 ‘삼국유사’(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를 발간했다. 최 전 장관은 대학원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한 논문을 썼을 만큼 40년 가까이 삼국유사 연구에 매진한 전문가다. 공직을 마치고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로 돌아간 최 전 장관은 2014년 삼국유사에 관한 학자들의 기존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2000쪽 분량의 ‘삼국유사’(전 3권)를 냈었는데 이번엔 철저히 일반 독자를 겨냥해 짧고 쉽게 정리했다. 최 전 장관은 지난 19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장관 재임 당시 ‘우리만의 원천 콘텐츠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삼국유사야말로 우리 문화 콘텐츠의 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을 집필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 충렬왕 때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우리나라 고대사의 체계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역사책이다. 최 전 장관은 삼국유사를 ‘아카이브’라고 표현하며 영화나 드라마,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를 만들기 좋은 훌륭한 콘텐츠가 삼국유사 안에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거장 작품 위작 시비 잠재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표적인 인물인 박수근, 이중섭 작가의 전작도록을 만든다고 19일 밝혔다. 전작도록은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연대, 크기, 상태, 이력, 소장처 변동, 비평, 전시 기록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해당 작가의 작품 감정 및 거래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빈번하게 불거지는 위작 시비 등으로 미술품 감정 기초 자료 마련이 시급하고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 우리나라 대표작가 두 분의 전작도록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기한은 3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원로 작가인 박서보, 이승택, 최만린의 디지털 자료집도 제작한다. 디지털 자료집은 전작도록의 사전 단계로 현재까지의 작품 활동을 정리해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향후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오는 3월 공모를 통해 디지털 자료집을 제작할 작가를 추가로 선정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문체부, 박수근·이중섭 전작도록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표적인 인물인 박수근, 이중섭 작가의 전작도록을 만든다고 19일 밝혔다. 전작도록은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연대, 크기, 상태, 이력, 소장처 변동, 비평, 전시 기록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해당 작가의 작품 감정 및 거래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빈번하게 불거지는 위작 시비 등으로 미술품 감정 기초 자료 마련이 시급하고 한국 미술을 체계적으로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 우리나라 대표작가 두 분의 전작도록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기한은 3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원로 작가인 박서보, 이승택, 최만린의 디지털 자료집도 제작한다. 디지털 자료집은 전작도록의 사전 단계로 현재까지의 작품 활동을 정리해 온라인상에 공개하고 향후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오는 3월 공모를 통해 디지털 자료집을 제작할 작가를 추가로 선정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국내 학자가 쓴 중앙유라시아 3000년 역사서 나왔다

    국내 학자가 쓴 중앙유라시아 3000년 역사서 나왔다

    한국 학자가 한국어로 쓴 국내 첫 중앙유라시아 개설서가 처음으로 편찬됐다. 집필과 수정에만 장장 3년이 걸린 대장정 끝에 중앙유라시아 유목 제국의 3000년 역사인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오른쪽·사계절)를 펴낸 주인공은 김호동(왼쪽)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다. 중앙유라시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그는 현재 미국에 머물며 후속작으로 마르코 폴로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12년에 첫 집필을 시작해 초고를 완성하고도 각종 지도와 계보도를 수정하고 교정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총 96개 테마로 113장의 역사 지도(가운데)와 시대별 유목국가 군주들의 가계를 계통적으로 정리한 22개의 계보도를 담아 우리에게는 낯선 중앙유라시아 역사의 이해도를 크게 높였다. 김 교수는 세계사 교과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 로마 제국, 중국 역대 왕조 등이 주역으로 늘 주목받았다면 중앙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과 오아시스 도시민은 실크로드를 종횡무진하며 세계사의 동맥 역할을 한 숨은 주연배우들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동안 해외 학술서를 번역한 책만 국내에 존재했던 현실에서 처음으로 한국 학자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집대성한 첫 한국어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은 유라시아 초원 서부의 첫 유목국가인 스키타이(BC 7세기~BC 2세기)와 초원 동부에서 중국을 공략했던 흉노(BC 3세기~AD 2세기)의 흥망을 조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 교수는 중앙유라시아 통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저술했다고 설명했다. 실크로드로 잘 알려져 있듯이 중앙유라시아는 세계 여러 문명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는 점과 고대 흉노, 중세 돌궐과 몽골에 이르기까지 유목제국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그리고 세계사를 변화시킨 결정적 요소였다는 점이다. 그는 “고려 시대까지는 흉노, 선비, 거란, 여진, 몽골 등 유라시아 국가가 우리 역사에 깊이 들어와 있었지만 조선 건국 이후 유라시아 커넥션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조선의 이념으로 성리학이 자리잡으면서 중국 중심의 역사로 기울었다”고 우리 역사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를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앙유라시아 언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터키어, 위구르어 등 소수 언어까지 10여개 언어를 구사한다. 학계 권위자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 역사 시리즈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책임 편집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30년 사이에 몽골제국사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전되면서 해외 학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해 연구 성과를 모으고 있다”며 “해외 40여명의 학자가 공동으로 저술해 몽골의 제국 통치 제도를 분석한 제국사가 2~3년 내에 상하 2권으로 출판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19세기 후반 중국 신강 무슬림 반란에 대한 박사 논문으로 내륙아시아 및 알타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삶’ 새로 새긴 그분 말씀 다시 읽는 ‘처음처럼’

    지난 15일 타계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미발표 작품들이 추모집으로 출간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출판사 돌베개에 따르면 신 교수는 “미발표된 작품들이 있으니 출간해 달라”는 유언을 생전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돌베개는 유족들과 협의해 신 교수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아 추모집 형태로 출간할 방침이다. 아울러 2007년 출판된 신 교수의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이 다음달 재출간된다. 신 교수가 생전에 직접 고른 새로운 글과 그림이 대거 수록될 예정이다. 돌베개 측은 “선생님께서 건강이 악화하기 전 포털사이트와 언론 매체 등에 연재한 글과 그림을 추려 건네주셨다”면서 “분량으로 따지면 전체의 3분의1가량 바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개정판은 전체 200꼭지 글 중 80꼭지가 이전에 없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변화에 맞춰 원래 3부로 구성됐던 책이 4부로 늘어났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상당 부분 바뀌지만 ‘사람이 마지막 희망이고, 사람이 처음과 끝이다’라는 정신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출판사 측은 “원작처럼 이 책도 ‘처음처럼’으로 시작해 ‘석과불식’(碩果不食)으로 끝난다. 선생님께서 순서는 출판사에 일임하셨으나 평소 선생님의 신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처음과 마지막 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더해진 분량 중에는 수감 중 일화나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조리를 보여주는 글과 그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거리가 없는 날에는 매혈을 한 동료 재소자가 조금이라도 피를 더 팔기 위해 병원에 가기 전 물을 한껏 먹어 ‘물 탄 피’를 팔았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재소자들이 더 양심적인 사람임을 발견한 일화를 비커에 담긴 피로 표현한 그림도 있다. 신 교수가 올해 달력에 수록한, 우리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세월호에 빗대 그린 그림도 이 책에 담겼다. 편집 담당자는 “선생님께서 원고를 넘길 시점에는 이미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서 문자메시지로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셨다.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가 ‘책 나오는 것은 보셔야 하지 않으시겠느냐’고 했더니 잠시 눈을 떠 보시더니 조용히 손잡고 웃어 주셨다”고 전했다. 돌베개는 이르면 다음달 15일, 늦으면 이보다 한 주 뒤에 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책 출간을 기념한 추모 행사도 계획 중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2016 업무보고] 인천탁주에 이야기 입혔듯… 예술가 1000명, 기업에 예술 심는다

    #1 지난해 5월 인천탁주는 방송작가와 미술작가, 음악가 등 예술인 3명을 투입했다. 이들이 머문 건 단 6개월. 1938년에 설립된 78년 역사의 막걸리 회사에 일대 변화가 왔다. 이들 예술가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기획해 ‘인천탁주 그 히스토리’를 편찬하고, 막걸리송과 막걸리 라벨 디자인을 새롭게 제작했다. 회사 매출은 짧은 시간 고공행진을 했다. #2 삼성물산 하티스트하우스에 파견된 미술작가 2명은 삼청동길 가로수 34그루에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가로수옷을 제작해 부착했다. 시민들의 시선을 확 잡아채면서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결합된 사회공헌 콘텐츠로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기업 300곳에 예술인 1000명을 파견해 기업 경영과 예술의 융합을 촉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술가 1000명 파견 프로젝트는 예술인복지재단이 2013년부터 시범 시행한 사업을 확대한 것으로 기업에 예술인을 파견함으로써 기업문화 혁신을 이끄는 한편 제품 기획 및 마케팅 등에 문화의 창조성을 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술가들이 기업의 경영전략과 상품 기획, 마케팅, 조직문화 개선 등에 참여하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515명에서 올해 1000명으로 파견 인원이 대폭 늘어난다. 예술가들은 매달 120만원을 활동비로 받으며 6개월간 기업의 예술 경영 활동을 지원한다. ‘제2의 조성진’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매칭펀드 규모는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20억원으로 확대된다. 또 산업에 문화를 더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차원에서 전자제품과 화장품 등에 전통 공예 기법을 더한 융·복합 시제품 7종 개발이 시도된다. 시제품으로는 나전칠기를 가미한 도자기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있으며 이를 위해 콘텐츠코리아랩에 문화디자인랩을 신설한다. 우리 고유의 조형미와 정체성이 담긴 한국적 공간 디자인 요소를 발굴해 보급하는 ‘K-라이프스타일’ 육성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콘텐츠 조세제도 개선 특별전담반(TF)’이 이달 중 발족된다. 또한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한국형 테마 복합리조트 및 지역대표관광 상품 발굴과 함께 중국과 일본, 무슬림 국가 등을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하고 비자 제도 일부 완화 등을 통해 외래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는 노력도 전개할 방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하늘로 사색 떠난 시대의 지성인…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별세

    하늘로 사색 떠난 시대의 지성인…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별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 10분쯤 별세했다. 75세.  고인은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1968년 7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고인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출간해 큰 주목을 받았다. 소주 ‘처음처럼’의 글씨체로도 유명하다.  1941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마친 뒤 육군 중위로 임관해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중 1968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1970년 5월 사형수에서 무기수가 됐다.  교도소는 문필가 신영복을 성장시킨 또 다른 학교였다. 고인은 20년 수형 생활을 ‘나의 대학 시절’이라 부르며, 옥(獄)은 “사회학 교실이자 역사학 교실이었고, 최종적으로 인간학 교실”이라고 말했다. 출소 후 칩거 7년 만에 내놓은 ‘나무야 나무야’(1996), 1997년 세계 22개국을 여행하며 펴낸 ‘더불어 숲’(1998)을 비롯해 성공회대 재직 중 고전강독 강의를 책으로 묶어낸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2004)은 오랜 감옥 체험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으며 시대의 고전이 됐다. 고인은 2006년 정년 퇴임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겨울학기를 끝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강의 녹취록을 재구성해 ‘담론(談論)-신영복의 마지막 강의’(2015)를 발간했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16일 오후 2시 이 학교 대학성당에 차려져 매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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