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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대표 “사드배치 재검토·공론화”

    문재인 전대표 “사드배치 재검토·공론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판단된다”며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면서 북핵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득이 분명히 있겠지만, 북핵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공조와 협력외교가 반드시 필요한데 사드 배치는 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이 대응수단의 하나에 불과한 사드에 매달려 북핵문제 해결은 어려워지게 된 ‘본말전도’ 안보라인 중심 ‘일방결정’ 무수단미사일 발사 보름 만에 ‘졸속처리’ 등 3가지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국회 동의 없이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내에서 정부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차제에 SOFA 협정 개정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입장문 발표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으나 야권 지도자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가 반대의 뜻을 분서명히 하면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에 부정적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 지도부 방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재야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반대 성명을 밝혔고, 당권 경쟁에 뛰어든 송영길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안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인데 도움이 된다는 게 안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권정당을 꿈꾸면서 반대당론을 정하는건 무책임하다”는 입장인 김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면서 “(문 전 대표가)개인적으로 자기 의사를 발표한 건데 거기에 대해 코멘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전날 문 전 대표의 입장표명을 공식 요구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배치에 문 전 대표가 득보다 실이 많은 졸속 결정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엉터리’ 한식 외국어 메뉴판 없앤다

     곰탕을 ‘베어 수프’(bear soup), 육회(肉膾)를 ‘식스타임즈’(six times)로 쓰는 등 엉터리 외국어로 번역한 한식 메뉴판이 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립국어원, 한국관광공사, 한식재단,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한식 메뉴판의 오역을 고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립국어원과 한식재단은 외국어 전문가와 음식 전문가로 그룹을 구성해 표준화된 한식 메뉴의 외국어 표기법을 만든다. 관광공사도 한식당의 메뉴명을 번역하기로 했다. 현재 외국어로 표준화된 한식 메뉴는 200개 정도고, 표준화는 되지 않았지만 번역에 오류가 없는 메뉴는 3700여개 정도다. 네이버 등 검색포털 사이트와 함께 검색창에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3개 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의 표준 번역이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한식재단은 이달부터 2개월 동안 외국어 메뉴 오류 사진과 상호 이름을 온라인으로 신고하면 식당에 연락해 이를 개선하는 시범 사업을 펼치고 관광공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지역의 식당 1000곳에 외국어 메뉴판 제작을 지원할 방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해외 한국어 보급기관 ‘세종학당’으로 일원화

    해외 한국어 보급기관 ‘세종학당’으로 일원화

    정부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보급 기관들의 브랜드를 ‘세종학당’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해외 한국어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가칭 ‘한국어 해외 확산을 위한 협의체’도 구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외교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해외 한국어 교육 지원체계 개선 세부 실행방안’을 보고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은 문체부가 ‘세종학당’을, 교육부가 ‘한국교육원’을, 외교부가 ‘한글학교’를 각각 따로 운영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세종학당은 57개국에 143곳, 한국교육원은 17개국에 39곳, 한글학교는 117개국에 1875곳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번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한국교육원 39곳은 ‘한국교육원 세종학당’으로 지정되고 세종학당 교재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필요하면 세종학당에서 교원 지원도 받기로 했다. 한글학교는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자생단체임을 고려해 현행을 유지하되 세종학당으로의 운영체계 전환을 원하는 한글학교에 대해선 심사를 거쳐 바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소득 너머 교육·주거 등 불평등 중첩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 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안 실시 복지 확대 나서야”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소득·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 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창덕궁 후원서 시원한 수박… 임금님 피서법도 매한가지네

    창덕궁 후원서 시원한 수박… 임금님 피서법도 매한가지네

    태종실록 23권, 태종 12년 6월 18일. ‘임금이 상왕전(上王殿)에 나갔으니, 대비(大妃)를 문병(問病)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경회루(慶會樓)에 가서 더위를 피하고 해가 기울어서 환궁하였다.’ 조선시대 여름은 음력으로 4월부터 6월까지이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폭서기는 5월과 6월이었다. 겨울 동장군도 견디지 못하고 3번이나 항복한다는 삼복더위가 이때였으니 얼마나 지독하면 백성들 입에서 ‘오뉴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도 생겼다. 조선 시대 임금은 무더위에도 늘 의관을 정제하고 책을 강독해야 했다. 그런 왕들의 피서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한국고전번역원이 11일 발간한 계간지 ‘고전사계’ 여름호에 실린 ‘왕의 여름’에 따르면 국왕은 음력 4월 초순에 날을 골라 여름 절기를 맞이하는 제사인 ‘하향대제’(夏享大祭)를 종묘에서 지내야 했다. 왕의 축문은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는 임금의 마음 자세를 보여준다. “세월이 문득 흘러 오늘 새벽에 이르니,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정이 더욱 깊어져 정성껏 제사를 올립니다.” 여기서 ‘세월이 문득 흘러’라는 표현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뜻도 있지만 왕과 백성 모두 언제 한철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여름을 즐겁게 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제사에는 본래 제물 외에 제사상에 신선한 오징어와 죽순, 준치가 올려진다. 하향대제가 끝나면 5월 5일 단오를 기념해 신료들에게 단오선이라는 부채를 선물로 나눠주고 본인도 부채질로 여름을 났다. 조선시대 한양의 얼음 창고는 종묘 제사를 위해 저장하는 ‘동빙고’(東氷庫)와 왕과 신료,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서빙고’ 두 개가 있었다. 왕의 얼음 하사는 여름이 시작되는 4월부터 서리가 내리는 8월까지 이어졌다. 왕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은 무엇일까. 6월부터 9월까지 수박은 매일 1개가 수라상에 올랐고, 참외는 매일 2개를 올렸다. 왕은 시원한 얼음물에 담갔던 수박과 참외를 최고의 피서 음식으로 즐겼다. 냉수나 얼음물에 타 마시던 ‘제호탕’(醍湖湯)이라는 음료수도 있었다. 주로 내의원에서 단오가 되기 전에 왕에게 만들어 바치는 데 꿀과 오매육, 백단향, 축사, 초과를 배합해 중탕으로 만들어 항아리에 담아두고 마신다. 영조 12년 7월 2일 승정원일기를 보면 임금이 “날씨가 이처럼 더우니 마시도록 하라”며 제호탕을 승지와 사관들에게 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신하들은 관직의 차서에 따라 순서대로 한 잔씩 마셨다. 조선시대 왕은 궁 밖으로 피서를 나가지는 못했지만 궁궐 안에서는 가능했다. 무엇보다 궁궐 안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침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침전은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처마가 길어 햇볕을 가리다 보니 삼복더위와 장마가 겹치면 습기가 가득 차곤 했다. 그래서 왕의 침전에 뱀과 벌레가 나타나 큰 소동이 일었다는 기록도 전한다. 임금의 궁내 피서지는 주로 경복궁 경회루와 창덕궁 후원이었다. 연못으로 둘러싸인 경회루는 통풍이 잘돼 피서에 제 격이었고, 자연 산수와 계곡으로 둘러싸인 창덕궁 후원은 한여름 열기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에서 얼음물에 담긴 수박과 참외만 있으면 충분했다.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왕은 먼저 백성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 자신도 무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며 “왕의 여름나기는 임금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냉장고 속 음식가족의 모험담 구경해요

    [이주의 어린이 책] 냉장고 속 음식가족의 모험담 구경해요

    꽁꽁꽁/윤정주 글·그림/책읽는곰/44쪽/1만 2000원 요구르트 오형제와 쿠키칩 가족, 우유 아줌마, 카스텔라씨, 딸기 자매 등 냉장고 속 음식 가족들의 한바탕 떠들썩한 모험담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아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유독 받는 냉장고 마을에 닥친 위기를 모두 힘을 합쳐 헤쳐가고 지혜를 짜내는 장면들은 교훈적이기도 하다. 깜깜한 밤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아빠. 손에는 귀염둥이 아들 호야를 위해 산 아이스크림이 있다. 아빠는 아이스크림을 그만 냉장실에 거꾸로 뒤집어 넣은 채 문도 닫지 않고 잠이 들고 만다. 냉장고 경고음이 ‘삐삐삐’ 울리자 냉장실에 있던 음식들이 모두 살아난다. 저마다 불평으로 시끄러운 냉장실. 요구르트 오형제가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을 옮기기 위해 나선다. 아뿔싸. 우유 아줌마가 번쩍 든 아이스크림 통에서 아이스크림만 쑥 빠져 카스텔라 위로 엎어진다. 초코칩 쿠키 가족들이 카스텔라씨를 에워싸며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겨우 막았지만 아래층 딸기 자매들이 수영장인 줄 알고 첨벙첨벙 뛰어들며 난장판으로 변한다. 아침에 잠에서 깬 호야는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냉장고 문을 여는 데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준비돼 있다. 책장을 넘기던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깔깔 웃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수 있는 장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해피엔딩이다. 그동안 200권 가까이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려온 일러스트레이터 윤정주 작가가 처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첫 창작책. 3세 이상.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위험 알려주는 ‘확률’의 실상은

    위험 알려주는 ‘확률’의 실상은

    보통 씨의 일생/마이클 블래스트랜드·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지음/신소영 옮김/영림카디널/496쪽/1만 8000원 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지하철과 버스에 설치한 폭탄에 52명이 숨졌다. 그런데 2011년 한 해 동안 런던의 대중교통에서 발견된 주인 잃은 가방의 수는 3만여개. 만약에 지하철에서 주인 없는 가방을 본다면 우리는 마치 가방이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며 불안에 떨어야 할까. 기온이 1도 오르면 사망률이 16%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통계를 풀이하자면 여름 혹서기에도 잘 견뎌온 당신이 언젠가는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죽는다는 얘기가 될까. 세상의 모든 위험은 확률로 표시된다. 그러다 보니 수치로 표시된 엄숙하고 확정된 인상을 주는 통계를 우리는 맹신하기 마련이다. 비록, 400분의1의 위험 확률이 400분의399의 위험하지 않을 확률과 똑같다고 해도 말이다. 신간 ‘보통 씨의 일생’은 소심씨와 대범씨, 보통씨가 일생동안 맞닥뜨리는 세상의 모든 위험을 수치로 분석하는 재미난 시도를 한다. 숫자로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결론은 반전에 가깝다. 우리들에게 ‘확률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혹은 거의 상당수의 불행과 재앙은 당신을 비켜간다는 점에서 세상은 의외로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과학자들과 의료계, 정부가 말하는 위험의 상당수는 평균값일 뿐이며 실제로 당신을 표본으로 조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저자들이 위험 지표를 수치화하기 위해 고안한 ‘마이크로몰트’(MM)와 ‘마이크로라이프’(ML)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마이크로몰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100만명 중 1명이 사망할 확률이고 마이크로라이프는 흡연, 음주, 비만 등과 같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만성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를 수치화했다. 예를 들어 만성 위험에 1ML이 노출되면 30분의 기대 수명이 줄어든다. 1MM의 위험은 오토바이를 11㎞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45㎞를 달리고, 자동차를 운전해 533㎞를 가는 것에 해당한다. 기차와 비행기는 1만 2000㎞에 해당돼 10배 이상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생 살면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위험률은 연간 12MM으로 하루 0.033MM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건 익스트림 스포츠가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보다 더 위험률이 높다는 점이다. 해발 7000m가 넘는 산을 오를 때 위험률은 4만 3000MM으로 2차대전 당시 폭격기 승무원의 1회 격추 위험률 2만 5000MM보다 위험하다. 마이크로라이프도 흥미롭다. 허리둘레가 1인치 늘어나거나, 5㎏이 과체중일 때, 햄버거를 매일 하나씩 먹으면 1ML를 소비하게 된다. TV시청 2시간, 맥주 1000㏄, 담배 2개비도 1ML이다. 하루 담배 한 갑(20개비)을 피운다면 10ML이 줄어 매일 5시간씩 빨리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과 같다. 저자는 지나친 조심성이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비행기 탑승에 불안감을 느낀 상당수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했다. 그 결과 9·11 테러 이듬해에만 평년보다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로에서 사망했다. 저자는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12%라는 말은 ‘당신 같은 사람 100명 중 12명이 10년 안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것’이라는 말로 전달된다. 하지만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 100명은 없다. 그 확률은 당신의 것이 아니며 ‘앞으로 10년 동안 당신에게 일어날 일 100가지 중 12가지가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리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드 배치 결정] ‘전자파·환경오염’ 주민 설득이 최대 과제

    [사드 배치 결정] ‘전자파·환경오염’ 주민 설득이 최대 과제

    국방부 “주거지 없는 산악지역 설치” 부지 매입 비용 국방예산 충당 부담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최종 확정한 뒤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같다. 당장 후보지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들의 반발을 달래고 설득하는 것이 시급하다. 배치 후보지는 경북 칠곡과 강원 원주,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요격미사일의 사거리를 감안해 중부지역의 산악지역도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다. 후보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벌써부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환경과 건강 문제다. 사드 레이더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사드체계 냉각수에서 배출되는 물이 주변을 오염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에 국방부는 레이더 반경 100m 이내 접근금지 구역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파 피해가 없으며, 레이더 설치 지역도 고지대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지가 없는 산악지역에 설치하면 전자파와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산악지역에 설치하더라도 레이더 운용을 위해 주변 환경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 파괴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비용도 문제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비용은 주한미군이 부담하고 우리 측은 주한미군 주둔지위협정(SOFA)에 따라 시설과 부지만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따른 부대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예로 주한 미군기지 밖에 사드체계 배치시설이 들어설 경우 부지 매입 비용이 발생한다. 이것을 국방예산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드 배치 결정 논란] ‘사드’, 어떤 무기인가…고도 150㎞서 미사일 요격

    [사드 배치 결정 논란] ‘사드’, 어떤 무기인가…고도 150㎞서 미사일 요격

    사드 1개 포대, 요격미사일 48발 장착 조기경보용, 사격통제용 레이다 탑재...한반도 3분의2 방어 가능 주한미군에 배치될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종말 단계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무기체계다. 미 육군 무기인 사드는 지상에서 40~150㎞ 상공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동원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MD체계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드 1개 포대는 ‘종말 모드’로 불리는 TPY-2 TM 레이다 1대와 발사기 6기, 요격미사일 48발로 구성된다. TPY-2 TM 레이더는 120도 전방 250㎞의 모든 공중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사드 포대는 6개의 발사대를 레이다에서 400∼500m 떨어진 전방에 부채꼴로 배치하게 된다. 1개의 발사대는 유도탄 8발을 장착하며 30분 안으로 재장전이 가능하다. 요격미사일은 1단 고체연료 추진 방식으로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하고 있다. 사드 1개 포대의 가격은 약 1조 5000억원이며 요격미사일 1발은 약 110억원에 달한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 측이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은 전개, 운용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TPY-2 TM 레이다는 조기경보용(FMB)과 사격통제용(TM)으로 나뉘는데 이들의 하드웨어는 같고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다르다. 한국에는 TM 레이다가 들어온다. TM 레이다는 적 탄도미사일이 하강하는 종말 단계에서 요격미사일을 정확하게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중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될 것을 우려하는 FMB 레이다는 ‘전방배치 모드’로, 적 탄도미사일을 상승 단계부터 조기에 탐지해내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탐지거리를 최대한 늘리고자 레이다 빔 발사각을 낮게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요격고도가 40~150㎞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핵이나 생화학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40㎞ 이상 고도에서 직격(hit-to-kill) 방식으로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2) 미사일이 ‘거점 방어’(Point Defense) 무기인 것과는 달리 사드는 ‘지역 방어’(Area Defense) 무기이기 때문에 방어 영역이 훨씬 넓다. 사드 1개 포대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남한 면적의 2분의1에서 3분의2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사드를 중부지역에서 운용하더라도 북방한계선(NLL) 이북지역까지 레이더가 커버할 수 있어 북한에 NLL 이북지역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더라도 요격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비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이 남쪽으로 쏜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할 경우 누가 요격명령을 내리느냐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질의에 “(사드는) 주한 미 7공군과 우리 공군이 협조해서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드 배치 결정 논란] 한미 “오직 北핵·미사일 위협에만 운용”

    [사드 배치 결정 논란] 한미 “오직 北핵·미사일 위협에만 운용”

    한미 발표문 “대한민국과 국민 안전보장 위한 방어적 조치”“사드 체계 조속 배치…어떠한 제3국도 지향 안 해”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에 7일 결정사실 사전 통보 한국과 미국 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미는 8일 오전 11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말쯤을 목표로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는 1개 포대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으면서 한미연합작전에 운용될 계획이다. 양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양국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사드 체계가 조속히 배치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 중이며, 세부 운용 절차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배치 지역은 빠르면 이달 중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치 지역으로는 경기 평택과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 경북 칠곡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중부권 또는 경기권 지역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 공동실무단의) 운용결과 보고서가 조속한 시일 내에 완성되는 대로 배치부지 선정 결과에 대한 후속 발표를 늦어도 수주 내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한미가 노력 중”이라며 “주한미군 배치 사드 체계가 실전 운용될 수 있는 시기를 한미는 늦어도 2017년 말로 목표하고 있지만, 더 빨리 배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실장은 “앞으로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협정에 의해 법적으로 부지 공여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한미 양국은 사드 체계가 조속히 배치돼 운용될 수 있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은 “한미 공동실무단은 수개월 간의 검토를 통해 대한민국 내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확인했으며, 사드 체계의 효용성과 환경, 건강 및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부지를 양국 국방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최종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에 사드배치 결정 사실과 그 이유를 사전 통보했다. 양국은 “사드 체계 배치는 다층 미사일 방어에 기여하여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현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시키기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머스 밴달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 사드배치는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달 참모장은 “오늘의 (사드배치) 결정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미동맹의 군사력과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 지금, 한미동맹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라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동맹의 방어적 전략의 중요한 요소인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에 반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미동맹은 이런 위협 앞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이번 결정이 중요한 순간이 되겠으나 아직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키는 조치로서, 지난 2월부터 주한미군의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사드) 체계 배치 가능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다수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대한민국과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심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지난 2월 7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 시작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3월 4일 사드 배치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의 첫 회의를 시작으로 그동안 사드 배치 결정 여부와 배치 후보지역을 검토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12~15일 개최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제8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과 협력 강화를 위한 이번 대회에는 42개국 88개의 세종학당 교원과 한국어 교육 전문가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행사 첫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개막식과 함께 ‘한국어로 한류의 꽃을 피우다’란 주제로 세종문화포럼이 열린다. 포럼에는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방송인 서경석과 대니얼 린데만 등이 참석해 ‘한국어, 한국문화로 말하다’와 ‘내가 생각하는 한류 3.0’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또 설민석 태건에듀 대표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다, 애민군주 세종이야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장동련 국가브랜드 개발 단장 “브랜드 표절 주장 전혀 사실과 달라”

    장동련 국가브랜드 개발 단장 “브랜드 표절 주장 전혀 사실과 달라”

    장동련(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국가브랜드 개발 추진단장은 6일 새 국가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가 프랑스 산업 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표절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프랑스 산업 브랜드와 문구가 동일하다. -지난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127만여건의 키워드를 수집했더니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핵심 가치가 ‘창의’, ‘열정’, ‘화합’ 3가지였다. 이 가치들을 포괄하는 게 창의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간 각국의 브랜드도 모두 검토했다.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은 10여년 전부터 사용됐고, 일본도 8년 전 ’크리에이티브 재팬‘을 썼다. 프랑스가 오히려 지난해부터 뒤따라 쓴 것이다. →문구뿐 아니라 로고 디자인도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전문가가 봐도 글자체부터 다르다. 프랑스는 가는 ‘장체’이지만 우리는 굵은 ‘정체’다. 프랑스는 박스 안에 표현했지만 우리는 단어를 확장해서 쓸 수 있게 한 열린 구조다. 예를 들면 크리에이티브 푸드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컬처 코리아 등으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색깔도 프랑스는 군청색과 짙은 빨강색을 썼지만 우리는 태극 색깔을 재해석해 밝은 파랑색과 밝은 빨강색으로 표현했다. 우리가 쓴 색깔이 더 세련되고 친숙하다. →손혜원 의원도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전문가인데 표절이 명백하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 →일각에서는 한글이 아닌 영어로 국가브랜드를 쓰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미 한류 열풍에 케이팝, K드라마 등 영어식 표현이 쓰이고 있다. 해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처음부터 영어를 검토해 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 이미지↑·‘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한국 이미지↑·‘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정부가 4일 새 국가브랜드를 발표한 데는 그동안 낮은 국가브랜드 파워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2년 조사한 ‘한국수출제품의 해외시장에서의 디스카운트 현황 조사’에 따르면 실제 가치보다 9.3% 할인돼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만든 ‘Dynamic Korea’(다이나믹 코리아)란 슬로건이 국가브랜드로 쓰였지만 2009년 이후 정부에서는 폐기되다시피 해 7년 가까이 국가브랜드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 규모이지만 글로벌 국가브랜드지수(NBI)는 50개국 가운데 27위에 그치고 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브랜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가 이미지로 스위스는 ‘정확성’, 독일은 ‘기술’, 미국은 ‘할리우드’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프랑스는 ‘문화대국’, 이탈리아는 ‘디자인, 패션’ 등이 곧바로 떠오르지만 한국은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불분명한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각계 전문가로 이뤄진 국가브랜드개발 추진단을 구성, ‘대한민국의 DNA를 찾습니다’ 등의 아이디어 공모를 2차례 시행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이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로 ‘창의’(Creativity), ‘열정’(Passion), ‘화합’(Harmony) 3가지가 선정됐다. ‘지역 분열’, ‘국론 갈등’ 등의 일부 부정적인 키워드도 있었지만 다수가 창의와 열정, 화합을 미래적 가치로 꼽았다는 설명이다. 새 국가브랜드 슬로건으로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메이크 코리아’ 등이 경합을 벌이다 최종적으로 창의력이 3대 핵심 가치를 총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크리에이티브는 여러 국가에서 국가 전략 브랜드로 쓰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2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Great Britain’(그레이트 브리튼)를 국가브랜드로 쓰고 있지만, 혁신성장 전략으로는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을 쓰고 있다. 중국은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를, 싱가포르는 ‘디자인드 인 싱가포르’를 도입해 쓰는 등 전 세계적으로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들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문체부는 국가브랜드의 이미지 구현을 위해 ‘대조적 매력’(Exciting Contrast)을 주제로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힘 등의 내용이 담긴 홍보 영상을 제작해 국내외 매체에 홍보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한 달간 서울스퀘어 외벽에 ‘CREATIVE KOREA’ 로고를 활용한 영상 전시를 진행하는 한편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도 새 국가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새 ‘국가브랜드’ 확정…창의·열정·화합 담아

    새 ‘국가브랜드’ 확정…창의·열정·화합 담아

    대한민국의 새 국가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고·CREATIVE KOREA)가 확정,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미래 지향적인 3대 핵심 가치인 창의, 열정, 화합을 집약한 ‘CREATIVE KOREA’를 공식 국가브랜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가브랜드는 한 나라에 대한 호감도·신뢰도·인지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한 대외적 이미지를 가리킨다. 그동안 국가브랜드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만든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란 슬로건이 사용돼 왔다. 국가브랜드 로고는 태극기를 모티브로, ‘CREATIVE’와 ‘KOREA’를 상하로 두고 건곤감리, 두 개의 세로선을 양 끝에 배치하는 디자인이 채용됐다. 색상은 태극의 빨강과 파랑을 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기존의 관광 브랜드인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도 새 국가브랜드로 통합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동북아 신냉전의 3각 대결 구도…전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뿌리”

    “동북아 신냉전의 3각 대결 구도…전후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뿌리”

    “동아시아가 다시 1951년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냉전 시대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이장희 역사NGO포럼 상임대표(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바라본 현재의 동아시아 모습이다. 이 상임대표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일 신동맹이 일본의 군사대국주의를 부추기고 중국을 봉쇄하며 동북아를 신냉전의 3각 구조의 대결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동북아가 현재 역사전쟁, 영토분쟁, 패권경쟁으로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태평양전쟁과 일제식민지전쟁을 종결시킨, 1951년 9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미·일 안보조약’ 등 두 조약을 합쳐 지칭하는 체제다. 미국이 동아시아 냉전을 의식해 전범국 일본을 단호히 응징하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준 모순된 체제를 가리킨다. 이 상임대표는 “일제의 태평양 전쟁범죄와 식민지 통치로 고통받은 조선과 대만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서명국에서 배제시켜 비판을 받아 왔다”면서 “이것이 오늘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강제 징용 문제 등 한·일 간 과거 식민지 잔재가 미해결로 남아 있게 된 근본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임대표는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한계와 이로 인한 동아시아의 역사전쟁, 위안부 문제 등을 유럽역사교육자연합회와 공동으로 5∼10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4회 역사NGO 활동가 대회에서 정면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와 지속가능 평화 구축을 위한 유럽과의 역사대화: 국제협력, 역사교육 및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40명, 유럽에서 260명 등 모두 300명의 역사 연구자·교육자·활동가들이 참가한다. 이 상임대표가 ‘동아시아의 영토·역사 문제와 역사교육’, 이삼열(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공동대표가 ‘역사 정의와 역사 화해’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미나 와타나베 일본 ‘전쟁과 평화 여성박물관’ 사무총장이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을 발표하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안네프랑크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실태를 증언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못 부친 편지 있으면 ‘린다’에게 맡겨요

    [이주의 어린이 책] 못 부친 편지 있으면 ‘린다’에게 맡겨요

    린다와 우체통/정종해 그림/에이엠스토리/80쪽/1만 1500원 부치지 못한 편지나, 미처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면 빨간 우체통이 된 소녀 ‘린다’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출간된 ‘린다와 빨간 우체통’은 손편지와 우체통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들 마음속에 저장돼 있는 행복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정종해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그의 그림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제목을 제외하고 글자는 한 자도 없는 그림책이다. 린다가 편지를 전하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들을 오직 그림만으로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이국적 분위기의 배경과 어우러져 바쁜 일상에 지친 독자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책장을 넘기면 린다가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나려고 하는지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시간을, 함께 보낸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기억하며 가슴 한편에 아련한 그때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출판사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공개를 정중히 거절한 몇 가지 장면들은 작가가 정말 그리워하며 만나 보고 싶던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진심을 꺼내 보이는 게 어색하거나 불편해진 디지털 시대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전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보내 보자. 이 책에는 언제든지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린다가 전하는 우표 한 장이 동봉돼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동물들 늙으면 퇴출 당한다고?

    동물들 늙으면 퇴출 당한다고?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앤 이니스 대그 지음/노승영 옮김/시대의창/348쪽/1만 6800원 동물의 노후는 인간과 어떻게 다를까. 이성을 가진 인간의 세계에서도 노인을 짐스럽게 여기는 마당에 자연의 세계에서 더이상 번식할 수 없는 늙은 동물들은 가차 없이 퇴출당하지 않을까.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늙은 동물들이 집단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동물에 관한 사회학’이다. 이 책을 읽으면 늙은 동물은 집단에서 배제되고 차별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통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동물들의 노년은 인간보다 더 존중할 만한 점이 적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동물이 늙어서도 살아가는 데는 진화적 이유가 분명히 있다. 저자는 늙은 동물이 집단에 필요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후손에게 물려줄 훌륭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늙도록 살아남아 번식한 동물들일수록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둘째는 환경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젊은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고, 집단의 세대 내 소통이 활발할수록 그 무리는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긴 사회적 종인 코끼리의 경우 늙은 동물은 지혜를 전하는 원로이다.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 가모장은 40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가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어린 코끼리들에게 알려줘 무리의 목숨을 구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코끼리를 도살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에 무리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가르침을 준다. 코끼리 집단에서 늙은 코끼리는 평생 쌓은 경험 덕분에 존경을 받는다. 개코원숭이는 어떨까. 겉모습만 보면 늙을수록 무리 내 서열이 낮고 밀려나 있는 것처럼 관찰된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무리가 그날의 일정을 시작하면 젊고 활기찬 수컷이 한 방향으로 행진하는데 뒤에 있는 늙은 수컷은 무리를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따르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목격됐다. 이 늙은 수컷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도자’는 이 방향이 늙은 수컷이 염두에 둔 방향인지 확인한다. 둘은 눈빛만 교환할 뿐 결코 대놓고 다투지 않는다. 젊은 수컷은 암컷과 새끼를 많이 거느린 반면 깡마른 늙은 수컷에게는 아무것도 없더라도 여전히 늙은 수컷이 행렬의 맨 뒤에서 방향을 정한다. 저자는 늙은 동물은 무리의 수호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젊은것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위험이 닥치면 제일 먼저 나가 무리를 지킨다. 자신이 새끼를 낳지 못해도 다른 새끼를 돌보며 할머니 노릇을 한다. 대개 늙은 암컷은 새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한다. 1994년 보스턴 동물원에서는 암으로 죽은 늙은 암컷 고릴라를 애도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수컷 고릴라는 울부짖고 가슴을 치며 생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셀러리를 집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는 망자를 깨우려 했다. 동물들도 새끼를 사랑하며, 배우자와의 사별을 슬퍼하고, 연장자를 존경한다. 번역가 노승영씨는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이 인간보다 슬기롭게 노년을 헤쳐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 세대가 우리를 대할 태도이기도 하다. 노인 혐오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들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동물들 못지않게 인간도 세대 간 소통에 더욱 나서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中·日 역사 왜곡 막는다더니 45억원 날리고 8년째 헤매는 동북아역사지도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할 목적으로 8년 동안 45억여원의 세금을 들여 추진해 온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사업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8일 연세대·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제출한 동북아역사지도 715매에 대해 최종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동북아역사지도는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우리 민족의 강역을 시대별로 표기한 지도다. 연세대·서강대 산학협력단은 8년여의 작업 끝에 지난해 11월 동북아역사지도를 완성했으나 독도 표기 등 지도학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실 판정을 받자 보완 작업을 거쳐 올해 4월 재차 제출한 바 있다. 재단은 우리나라 역사지도인데도 한반도가 지도 가장자리에 위치하거나 독도를 표시하지 않는 등 지도학적 문제가 여전히 보완되지 않아 편찬에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영토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국경을 파선 등으로 그리지 않고 실선으로 그어 외교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단은 내부에 조직을 신설해 동북아역사지도를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단은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사업 담당자들에게 감봉 3개월 등 징계를 내리고 편찬에 관여한 일부 학계 인사에게는 향후 재단이 발주하는 사업에 일정 기간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데스크 시각]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버거운 조선의 ‘빅데이터’/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버거운 조선의 ‘빅데이터’/안동환 문화부 차장

    작가 한강이 출간한 지 9년이나 된 작품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첫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번역의 힘’이 컸다. 지난해까지 작가에게만 상을 주던 맨부커 수상위원회가 올해부터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에게도 공동으로 상을 준 것은 번역을 ‘또 다른 창작’으로 인정하기 때문일 게다. 작가와 번역자는 ‘문명의 장벽을 허무는 동반자’다. 어느 시대고 한 문명의 발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8세기에서 12세기까지 세계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던 이슬람은 830년 바그다드에 세운 번역원 ‘바이트 알히크마’(지혜의 전당)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어 서적을 아랍어로 번역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들의 정확하고 빠른 번역 덕분에 당시 카이로 중앙도서관은 100만권이 넘는 책을 소장할 수 있었다. ‘유럽의 과학 르네상스’로 불리는 12세기 문명의 발흥도 그리스어에서 아랍어로 옮겨진 고전들을 다시 라틴어로 재번역한 덕분이다. 서양 고전 번역보다 유독 홀대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우리 고전(古典)의 우리말 번역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비서실인 승정원이 288년간(인조 원년~순종 4년) 국왕의 일상을 마치 다큐멘터리 찍듯 정밀하게 기록한 ‘승정원일기’(2억 2600만자)는 1994년 시작된 후 22년이 지나도록 번역률이 19.1%에 그치고 있다. 직역과 오역으로 2011년 재번역에 착수한 ‘조선왕조실록’(4800만자)이 10.6%, 임금이 쓴 국정일기인 ‘일성록’(4800만자)이 겨우 절반 가까운 40%에 도달했다. 셋 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은 ‘빅데이터’인데도 이 정도다. 디지털 작업을 하면 뭐하는가. 정작 제 나라 국민은 읽을 수도 없는 ‘까막눈 기록’들인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승정원일기는 완역까지 앞으로 45년, 일성록은 2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구한말 망국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전후 복구로 먹고살기도 힘들었다고 해도 1945년 나라를 되찾은 후 70년이 흘러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우리말로 옮기지 못한 고전이 무더기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우리 기록문화유산의 수준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정부가 지원하는 한 해 번역 예산은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다. 올해 승정원일기 번역 예산이 12억 9000만원, 조선왕조실록 재번역 예산은 6억 6800만원, 일성록 4억 5000만원이다. 이 돈으로 번역자들에게 장당 1만 6000원의 원고료를 준다. 번역자 1명당 1년간 평균 1800장을 번역하니 연봉으로 치면 2880만원. 처우조차 나빠 고전 번역을 꿈꾸던 이들 10명 중 2명은 중도 포기한다. 번역 인재 양성 시스템도 비효율적인 ‘이중고’를 안긴다. 한학의 맥이 끊긴 국내에서 고전 역자 1명을 키우는 데 드는 세월은 현 시스템으로는 ‘10년’.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후 고전번역교육원에서 5~7년(연수과정 3년, 전문과정 1·2 각 2년)간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번역 과정을 마쳐도 학위를 주지 않아 일반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다시 따야 한다. 국내 고전 학술 번역자로 진입하는 연령이 ‘평균 40세’인 이유다. 오래전부터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을 대학원대학교로 바꾸자고 거론됐지만 예산 타령을 넘지 못하고 수수방관돼 왔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우리 고전을 정확하고 속도감 있게 모국어로 옮기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할 때다.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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