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말 비엔나/칼 쇼르스케 글
예술과 지성의 산실인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 당시 빈은 그야말로 열병을 앓고 있었다.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치장한 도시는 몰락하는 구체제 유럽의 모순 속에 분열과 해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미학적 시도들이 꿈틀댔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현대건축의 개념을 정립한 오토 바그너, 현대음악의 창시자 아르놀트 쇤베르크, 빈 분리파 회화를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 표현주의 예술가 오스카 코코슈카….
19세기말 이 ‘빈의 자식들’은 동시대 시공간을 호흡하며 썩어가는 제국도시를 개조하는 데 앞장섰다.
‘세기말 비엔나’(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구운몽 펴냄)는 빈을 제국주의 도시에서 급진적인 현대 도시로 바꿔놓은 이들의 활동과 그 무대였던 빈의 변화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19세기말 빈은 정치, 사회사상은 물론 회화, 음악, 문학, 건축 등 예술 전 분야에서 유례없는 창조적 열기를 뿜어낸 시기였다. 빈의 여명은 ‘너무 오래 살아남은 구세대의 전유물’이던 도심의 공터 링슈트라세를 개발하는 계획과 함께 시작된다.
자유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현대적 스타일의 공공건축물과 시원한 대로들이 링슈트라세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인문학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 것. 책은 링슈트라세와 그 비판자, 그리고 도시적 모더니즘의 탄생 배경을 깊이있게 다룬다.
19세기말 빈에서는 건축사상 혁신적인 예술운동이 일어났다.‘분리파(Secession)’운동이다. 과거 건축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한 이들은 직선을 위주로 한 건축·응용미술 양식을 추구했다.
링슈트라세 개발에 참여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와 인간의 성적인 본능을 표현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주동 인물이다. 게오르크 폰 쇠너러, 칼 뤼거, 테오도어 헤르츨 등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무명의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889년 ‘꿈의 해석’을 내놓아 20세기 지성사의 한 장을 연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퓰리처상 수상작.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