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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 유엔 총장 “北 수소탄 실험은 지역안보 불안 요인” 비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지역 안보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 총장은 “이 같은 활동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은 다시 한 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침해했다”고 말하면서 북한에 대해 추가 핵활동의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미국 의회도 한 목소리로 비난을 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은 더욱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은 미국이 외면하면 끊임없이 이런 상황을 활용한다”며 “이란이 제재 해제로 수십억 달러를 챙기려고 하니 북한도 오바마 행정부를 같은 방식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깡패정권은 책임 있는 국가가 되기보다는 국민을 계속 굶기며 미국과 동맹국들에 위협이 되는 핵과 미사일, 사이버 무기들의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현재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번 실험으로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새로운 접근으로 급격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 소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북한 독재자의 도발과 호전성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이번 수소탄 실험은 공포와 협박, 살인으로 권력을 움켜쥐고 정권을 운용하는 미치광이가 세계에 던지는 위험을 되새기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무장한 미치광이인 김정은이 우리 모두에게 가하는 위협에 대해서도 행동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와 시리아, 특히 이란의 독재자들에게 ‘오랫동안 잘못 행동하면 오바마 행정부는 그 행동에 보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메시지를 중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북한 “수소탄 핵실험”] 美 “히로시마 원폭 위력과 비슷… 수소탄 폭발 아닌 듯”

    [북한 “수소탄 핵실험”] 美 “히로시마 원폭 위력과 비슷… 수소탄 폭발 아닌 듯”

    핵 전문가들은 6일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무기로 기존 핵분열 무기보다 수백 배 강한 폭발력을 내야 하지만 북한의 실험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요 근거였다. 이번 핵실험이 일으킨 인공 지진의 규모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4.8∼5.2로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의 4.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핵분열 기술이었다”고 단정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번 무기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 폭탄의 위력과 대체로 비슷했다”며 “(수소탄이라면) 10배는 더 강력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발표가 거짓이거나 실험에 일부 실패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의 핵 문제 전문가인 조 시린시온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발력 수준을 3차 핵실험과 비교하며 “진짜 수소폭탄을 터뜨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린시온은 “(수소폭탄은 아니지만) 핵분열 폭탄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중수소를 첨가한 개량 무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소장도 트위터를 통해 “위력이 증강됐을 수 있으나 성공한 단계의 무기는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다. 홍콩 봉황망 군사평론가인 류창(劉暢)은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수소탄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중국 포털사이트 신랑망은 “이론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TNT 2만 2000t의 폭발량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 북핵 전문가 “北 수소탄 실험은 허풍일 가능성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가 6일 북한에서 시행된 수소탄 실험의 정체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6일(현지시간) “북한이 주장하는 핵실험의 기술적 정체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번 핵실험은 일반적인 수소탄 실험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공식 핵보유국이 개발한 2단계 수소탄은 통상 수백~수천 킬로톤의 폭발력을 갖고 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수 킬로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이 지하 폭발에 따른 파장을 봉쇄하고 핵실험장으로부터의 방사능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폭발력을 제한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폭발력은 밝혀진 것보다 더 높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런 이유로 현재 수소폭탄 보유국들이 갖고 있는 2단계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2단계 수소탄 개발은 현시점에서 북한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2단계 수소탄보다 설계가 단순한 1단계 수소탄을 이용해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핵분열 폭탄에 리튬, 중수소, 삼중수소 등 수소탄용 물질을 넣은 1단계 수소탄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이는 2단계보다 개발하기 쉽고 폭발력도 높은 편”이라고 추정하면서도 “수소폭탄용 물질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1단계 수소탄 실험을 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 실험에 대해 허풍을 떤 것일 수도 있다”며 “기존의 기폭장치를 이용한 핵실험을 해놓고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했을 수 있는데 검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돌입…대북제재 집중 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와 관련해 새로운 대북제재를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안보리는 6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발표와 관련한 대응을 논의하는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번 긴급회의는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은 지 불과 12시간여 만에 소집된 것으로 안보리가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 유엔 회원국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 발표 후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한편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특히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이번 달부터 비상임이사국이 된 일본은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경제제재를 넘어서 다른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시사해왔으며 일본도 북한 발표 직후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1, 2, 3차 북한 핵실험 때 안보리의 대응을 보면 이날 긴급회의가 끝난 뒤에 대응방안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언론성명 등의 형태로 안보리 회의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안보리는 6건의 결의와 6건의 의장성명, 2건의 언론성명을 내놓았다. 특히 4건의 결의안에는 제재 내용이 포함됐었다.  이번에도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과거보다 제재 대상과 내용은 훨씬 확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북한 “수소탄 핵실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北 국제적 약속 지켜라”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북한이 수소탄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소탄 실험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감시 중”이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수소탄 실험 진위 여부 “감시 중”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재로서는 수소탄 실험을 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어떤 유엔 안보리 위반도 규탄하며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역내 동맹국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지킬 것”이라며 한·미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어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특히 “북한은 2006년 핵실험을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두 차례나 추가 핵실험을 실시했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韓 등 역내 동맹국 지속 보호할 것”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장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활동을 인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실험 주장도 지켜봤다”며 “우리는 역내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북한의 이 같은 주장들을 확인할 수 없지만 어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도 규탄한다”며 “북한은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논평을 내고 “우리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안보 태세 유지에 전면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북한 핵실험 직후 신속하게 공식 성명을 발표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북한이 예전 핵실험 때 미국이나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해주던 관행을 뒤집고 처음으로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새해 벽두 예상치 못한 북한의 핵실험 성공 소식에 미 행정부가 극도로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한·미·일 3월 정상회담 실무 협의도 시작 안 해”

    한국과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일본 언론이 제기한 ‘3월 말 워싱턴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 추진’은 관련국 간 협의도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4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언론이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보도한 것에 대해 “아직 협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개최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자회의를 계기로 하는 양자 또는 3자 회담 일정은 거의 임박해서 정해진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3자 정상회담을 주최했던 만큼 이번에도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본이 어떤 의도와 프레임을 갖고 ‘언론 플레이’를 할 경우 다른 측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3자 정상회담 개최를 언급하는 것은 그들의 ‘희망 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좌관인 가와이 가쓰유키 중의원이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 등에게 설명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부고] 美 최고 북핵 전문가 보즈워스 별세

    [부고] 美 최고 북핵 전문가 보즈워스 별세

    한국과 미국 간 관계 증진에 이바지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밤 보스턴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가 4일 밝혔다. 77세. 고인의 사인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수년 전 전립선암에 걸린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39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태어나 다트머스대학을 나온 고인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북한을 자주 방문하고 지난 20년간 북핵 문제에 관여한 미국 내 최고 북핵 전문가로 꼽힌다. 1961년 국무부에 들어온 뒤 1995년부터 2년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초대 사무총장을 맡아 경수로 협상을 이끌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년 11월 말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2001년까지 지냈다. 2009년 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북정책 특별대표직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무선에서 총괄 조정했다. 고인은 과거 한·미경제연구소(KEI)가 펴낸 ‘주한 미대사 비망록’에서 대사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1998년 8월 북한의 3단계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꼽으면서 이를 계기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세우는 등 미국의 대북 정책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및 위안부 부인 논란에 대해 “일본이 최근 몇 년 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갔는데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한 독일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보즈워스 전 대사의 별세에 깊은 조의와 애도의 뜻을 표명하며, 가족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고인께서 재임 기간 한·미동맹 발전과 북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과 기여를 해 주신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명의로 조전을 발송하기로 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미 법무부, 폭스바겐에 107조원 소송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에 최소 100조원대의 벌금 폭탄 우려가 현실화되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60만대에 불법적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결과적으로 과다한 배출가스를 발생시켰다면서 청정공기 관련법 4건을 위반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법무부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과 관련해 폭스바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혐의가 인정되면 폭스바겐이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며 “미국은 청정공기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모든 적절한 구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법무부가 소장에서 청구한 대로 패소한다면 부과될 벌금은 이론적으로는 900억 달러(약 107조원)를 넘을 수도 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폭스바겐에 부과할 벌금을 자동차 한 대(총 60만대)에 3만 7500달러(약 4450만원)씩에다가 법규위반 건수 4개를 곱해 산출한 것으로 외신은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조 차량의 품질을 보증하는 데 실패하고 배출 통제체계를 무력화하게 한 폭스바겐은 공적 신뢰가 깨졌으며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경쟁업체들에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 측은 이러한 일을 알고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들은 고의로 법을 위반했으며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방지법에 제기됐으나, 조만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미국 내 집단소송이 진행될 예정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으로 병합된다. 법무부는 폭스바겐이 미국인과 당국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 여부도 조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회사를 상대로 형사적 조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법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2009년부터 6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디젤차량 수십만대에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의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경제] ‘중동 종파 갈등’ 속 두바이유 소폭 올라

    [글로벌 경제] ‘중동 종파 갈등’ 속 두바이유 소폭 올라

    국제 유가는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단절로 중동 상황이 불안정해진 가운데서도 하락 마감했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이 증시 폭락 사태를 야기한 가운데 미국의 지표도 저조하게 나타난 데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하며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8센트(0.76%) 떨어진 배럴당 36.76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06달러 하락한 37.22달러로 마감했다. 국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의 4일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35달러 오른 배럴당 32.5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21일 11년 만에 가장 낮은 31.82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횡보하고 있다. 개장 초 국제 유가는 사우디·이란의 단교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4%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 이어 중국과 미국의 성장률 둔화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락으로 반전됐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빌의 첫 외조 연설… X맨이냐 비밀병기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부인 힐러리 클린턴을 ‘외조’하기 위해 대선에 뛰어들었다. 빌은 4일(현지시간) 초기 경선지역의 하나인 뉴햄프셔주에서 부인 힐러리를 위한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선거전략 자문과 사적인 자금모금 활동에만 관여한 빌이 독자적으로 공개적 유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부부가 동선을 달리하며 초기 경선지역을 훑으면서 표를 끌어모으는 ‘쌍끌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날 클린턴 선거캠프가 공개한 광고 동영상의 주인공도 빌이었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빌이 뉴햄프셔의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세론’을 형성한 힐러리가 뉴햄프셔에 주력하는 이유는 이곳에서 2위인 버니 샌더스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중적 인기가 높은 빌의 ‘역할’에 대해 힐러리는 지난달 ‘비밀병기’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대감을 강하게 표했다. 그러나 빌의 ‘등판’이 과연 힐러리에게 어느 정도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클린턴 부부가 정치적으로 ‘한 묶음’이 될 경우 빌의 강점은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약한 고리’는 치명적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1998년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았던 성추문 사건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8년 전의 스캔들이 이번 대선에서 의미 있는 변수로 부상하기에는 ‘동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치적인 탄핵 과정과 여론의 심판까지 거쳤던 사안인데다가, 힐러리의 직접적 ‘흠결’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빌이 대중 유세 과정에서 과도한 ‘존재감’을 과시할 경우 스스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여줘야 할 힐러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빌의 역할은 초기 경선지역이나 일부 경합지를 대상으로 전략적인 유세 행보를 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경제] “美 연준 금리 인상 올 3~5차례 할 것” “중국發 경기 둔화 심각한 위협 안 돼”

    [글로벌 경제] “美 연준 금리 인상 올 3~5차례 할 것” “중국發 경기 둔화 심각한 위협 안 돼”

    새해 들어 중국발(發) 경제 리스크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최대 5번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경제는 올해 2%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존 윌리엄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주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3번이나 5번 정도 올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 관계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면 올해 4번 인상된 끝에 연말에 기준금리가 약 1.35%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적절한 예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경제에는 여전히 상당한 역풍이 있다”며 “이를 위해 계속 완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2.25%가 될 것이며 연말 실업률은 4.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의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 증시 폭락으로 초래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지난 며칠간 (중국의) 상황이 미 경제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CNBC 방송에도 출연해 “투자자들은 중국의 약한 경제 지표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발 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는 “중국이 성장 둔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중심점을 지나고 있고 제조업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제조업과 관련한 약한 경제 지표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놀랍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중국이 지난 몇 년간 진행해 온 (변화의) 과정의 부분으로 보인다”며 “다른 부문에서 중국 소비 지표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이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지나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메스터 총재는 연준이 이미 중국 경기 둔화를 고려해 미국 경제 전망을 내놓은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경제 전망에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이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그것은 금융시장의 본성”이라며 “미국 경제의 기반은 매우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한 2016년 미국 경제전망 자료를 통해 올해 연준이 4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금리가 4번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은행은 이어 “올해 경제가 예상대로 개선된다면 노동시장 지표 등을 반영한 장기 균형금리 전망치 또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2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성장 속도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아이오와·뉴햄프셔 시험대… 클린턴 독주 속 트럼프 돌풍 글쎄”

    [글로벌 인사이트] “아이오와·뉴햄프셔 시험대… 클린턴 독주 속 트럼프 돌풍 글쎄”

    미국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을 뽑는 대통령선거의 본격 신호탄인 예비선거 개시가 다음달 1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지난해 3월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뒤 공화당에서는 17명이, 민주당에서는 6명이 출사표를 던져 각축전을 벌였다. 이 중 일부가 경선을 포기해 지금까지 공화당 12명, 민주당 3명이 살아남았다. 이들의 레이스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그리고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서울신문은 워싱턴DC 미 의회 인근에 있는 정치컨설팅·로비 전문업체 ‘마이어스 앤드 어소시에이츠’(Meyers and Associates)에서 정치컨설턴트이자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시니어 어소시에이츠를 지난달 29일 만나 미 대선 관전 포인트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데이비스 컨설턴트는 미 의회에서 14년간 보좌관 및 의원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상원의원·주지사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미 대선 예비선거 개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관전 포인트는. -아이오와 코커스(전당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그동안 단지 여론조사로 나온 것과 달리 유권자들이 직접 표를 던지는 첫 번째 선거라는 점에서 대선 캠페인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 초기 선거 중 하나에서 승리하는 것은 2008년 버락 오바마(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공화당 쪽에서 보면 아이오와 코커스 유권자들은 ‘아주 보수적이고,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관심을 끌고, 그 지역에 좋은 캠페인 조직을 통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한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어 아이오와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성이 덜하다. 반면 공화당 후보가 뉴햄프셔에서 승리하는 것은 나라(미국)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 것인지에 대한 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뉴햄프셔에서 승리하거나 또는 예상을 깨고 1등에 가깝게 끝난 공화당 후보는 일반적으로 모멘텀(동력)을 갖고 남부 주 예비선거에서 펀딩 등 우위를 점하게 된다. 민주당 쪽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버몬트 주지사인) 그의 이웃 주(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면 확실히 그의 캠페인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겠지만 샌더스가 그 모멘텀을 남부 주로 가져가기에는 힐러리 클린턴의 적지 않은 방해가 있을 것이다. 클린턴은 특히 남부 주에서 아주 견고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 배경과 향후 전망은. -민주당 후보들과 언론, 공화당 주류 후보들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공격은 워싱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상당수 공화당 유권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들은 엘리트 미디어, 접촉이 되지 않는 양당 정치인들 등을 워싱턴 기득권층으로 여긴다. 트럼프는 불공정무역, 불법이민, 국가안보, 테러위협 등 문제에 대한 중산층 미국인들의 소외감은 물론, 미국인들의 민족주의와 자존심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언론 및 정치적 기득권층 대다수는 트럼프를 최종 후보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민주당 유력주자인 클린턴을 본선에서 이길 만큼 충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트럼프의 버릇없고 미숙하며 노골적인 공격은 그가 공화당 최종 후보로 지명될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당수 공화당원들의 표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공화당 유권자 90% 이상과 무소속 유권자 다수,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클린턴을 찍지 않겠다는 민주당 표 일부를 얻지 않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공화당 예비선거 유권자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그들의 불만에 가장 부응할 뿐 아니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는 그 같은 후보는 아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최종 후보는 누가 될 것으로 예상하나. 이들의 양자 대결 전망은. -오늘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와 크루즈, 마코 루비오, 벤 카슨, 크리스 크리스티가 ‘톱 5’이다. 이들 중 트럼프와 크루즈, 카슨은 모두 ‘보수적이고, 점점 더 소외되고 워싱턴 기득권층에 불만을 느끼고, 워싱턴에 큰 변화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카슨은 최근 지지율을 트럼프와 크루즈에게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뉴햄프셔는 루비오와 크리스티가 ‘톱3’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둘 다 뉴햄프셔에서 잘하지 못하면 크루즈가 엄청난 조직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부 주 예비선거로 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크루즈가 아이오와에서 이기고 뉴햄프셔에서 선전하면 남부에서도 계속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의 매력이 약해지고 모멘텀을 잃기 시작하면 크루즈가 트럼프의 지지율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내가 오늘 베팅을 한다면 내 돈을 크루즈에게 걸 것이다. 민주당은 클린턴이 독주를 하고 있는, 단조로운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루즈나 루비오가 클린턴과 맞붙었을 때 이길 승산이 있지만 이 또한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후퇴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 최종 후보가 되거나, 클린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 등 악재가 심해져 민주당이 급하게 다른 후보를 세우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이 될 것이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피셔 “금융시장 과열땐 금리 인상해야”

    “금융시장이 과열되면 적절한 금리 인상 조치가 따라야 한다”(스탠리 피셔 미국 연준 부의장). “후속 금리 인상은 완만하고 꾸준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다”(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준은행 총재).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사회과학연합회(ASSA) 연례회의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ASSA 소속 미경제학회(AEA) 등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모여 글로벌 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 세션에 참석, ‘중앙은행 업무 :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1차 방어선은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규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어야지, 단기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 전반에 걸쳐 자산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으로 여겨진다면, 즉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피셔 부의장은 현재 미 금융시장을 과열 상태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피셔 부의장은 “연준의 정상화 정책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며 “물론 정상화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가 동원하는 정책수단들에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9년 만에 금리를 올린 것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나 홀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AEA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공동주최 행사에서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은 완만하고 꾸준한 속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스터 총재는 “연준의 정책은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가 아니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기초를 둬야 한다”며 “점진적인 속도로 정상화에 나서면 시간을 두고 정책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낮은 것은 2014년 중반 이후 원유와 다른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일시적 영향과 달러화 절상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물가 압력이 낮게 유지되겠지만 경기 확장세가 계속되고 에너지와 다른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화 절상 여파가 약해짐에 따라 중기적으로 2% 물가 목표를 점진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상당히 자신한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가 평소보다 더욱 둔화된 환경에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이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정부 지출을 비롯해 연준의 정책 영역 이외에 다른 부양정책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美대선 향후 일정

    올해 미국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대선이다. 오는 2월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코커스(전당대회)를 시작으로 4개월여에 걸친 예비선거가 끝나면 7월 각 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다. 예비선거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뽑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으로,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2월 9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등 대선 풍향계 지역을 필두로 12개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3월 1일 ‘슈퍼 화요일’ 등을 거치면서 각 당 최종 후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전당대회에서 출정식을 갖는 각 당 대통령 후보는 부통령 후보와 함께 본격 유세에 나선다. 이들은 9~10월 대통령 후보 간 3차례, 부통령 후보 간 1차례 열리는 TV토론에서 격돌한다. 각 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열리는 TV토론과는 달리, 적은 수의 TV토론이 열리기 때문에 표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도 TV토론에서 특유의 달변을 선보여 부동표까지 많이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11월 8일 열리는 대선에서는 대의원단 538표 가운데 과반인 270표를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승자 독식 방식’으로 표가 더해지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은 10여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 주력하게 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공화당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평균 35.0%, 테드 크루즈 19.5%, 마코 루비오 11.5%, 벤 카슨 8.8%, 크리스 크리스티 4.8%로 ‘톱5’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은 클린턴이 53.8%, 버니 샌더스 31.2%, 마틴 오맬리 4.6%로 클린턴이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클린턴은 특히 트럼프와 본선에서 맞붙을 경우 평균 45.6% 대 40.8%로 승기를 잡고 있다. 트럼프는 샌더스와 맞붙어도 42.3% 대 44.3%로 뒤진다. 반면 클린턴이 루비오와 맞붙으면 오히려 1.3% 포인트 차로 패하는 것으로 나와 예측불허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단독] “北 소식 망라 평양지사 목표… 북한판 ‘블룸버그’ 만들겠다”

    [단독] “北 소식 망라 평양지사 목표… 북한판 ‘블룸버그’ 만들겠다”

    “미국 워싱턴, 서울에 이어 평양에 사무실을 내고 북한의 모든 것을 전하는 블룸버그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북한 뉴스 전문 온라인 매체 ‘NK뉴스’(www.nknews.org)의 설립자이자 대표 기자인 채드 오캐럴(32)은 영국인으로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한 뉴스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다음주 서울 사무실 확대를 위해 한국에 간다며 상기돼 있었다. 영국 대학에서 핵안보를 전공한 그는 북한과 이란에 대해 관심을 갖던 중 북한에 여행 갈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방북 후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찾았으나 ‘루머’ 수준의 기사들만 접하게 돼 답답함을 느꼈다”며 “당시 뉴욕 유엔본부와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겨 미국으로 건너와 북한에 대한 뉴스를 직접 취재해 더 많이 전할 수 있는 매체를 창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한미경제연구소(KEI) 등의 지원으로 탄생한 NK뉴스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 등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뉴스를 전하고 있다. 영국 런던과 워싱턴, 하와이, 서울 등에 취재기자 및 정보분석가 10여명을 두고 있으며 탈북자와 외교관, 교수 등 전문가 10여명의 칼럼도 싣는다. 특히 이들 분석가·전문가들은 상업위성 등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 북한 경제·무역 통계 자료 등을 바탕으로 ‘특종’ 기사를 심심치 않게 터뜨리고 있다. 오캐럴 대표는 “북한의 수출입, 부동산, 여행, 운송 등 각종 통계를 분석한다. 북한과 거래하는 사업가나 북한에 근무했던 외교관 등이 주요 취재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 같은 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심층 뉴스를 전달하는 유료 서비스 ‘NK프로’를 시작했다. 북한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사업가, 정부기관, 대사관, 싱크탱크, 학자, 시민단체 등이 고객인데 100여 곳의 유료 회원을 모았다. 오캐럴 대표는 “월간 80만명까지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북한 전문 매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독자가 방문하는 사이트가 됐다”며 “향후 평양에 진출하고 북한 뉴스뿐 아니라 컨설팅, 교육, 콘퍼런스 등까지 제공하는 ‘북한판 블룸버그’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총기 규제 나서는 오바마 ‘행정명령’ 방아쇠 당긴다

    총기 규제 나서는 오바마 ‘행정명령’ 방아쇠 당긴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총기 규제를 위한 행동에 나선다. 총기 구매 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인데, 공화당과 총기협회(NRA)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새해 첫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미완성 국정과제 중 하나로 ‘미국 내 만연한 총기 폭력’을 꼽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 고유의 행정명령 발동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 전역에서 총기 폭력의 생존자들과 아이와 부모,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끔찍한 기념일을 맞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의회는 이 같은 총기 폭력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신원 조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추진됐다가 상원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인의 90% 이상이 찬성했던 초당파적이고 상식적인 법안이 무산되고서 수만명의 미국인이 총기 폭력에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모든 총기 폭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단 한 사건이라도 막기 위해, 특히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이 지난 수개월간 해 온 총기 규제 검토 결과를 토대로 4일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만나 최종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협의를 토대로 조만간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독자적 행정명령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정명령에는 총기 면허 판매업자뿐 아니라 총기를 거래하는 모든 곳에서 모든 구매자의 신원 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2년 北·美 2·29 합의 뒤 美, 南·北 고위 회동 주선했다”

    미국 정부가 2012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타결한 북·미 ‘2·29 합의’ 이후 남북 고위 당국자 간 뉴욕 회동을 주선했고, 이어 북·미 고위 당국자 간 회동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따라 남북 회동이 불발됐으며, 결국 2·29 합의가 깨지면서 북·미 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 같은 사실은 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에서 확인됐다. 북·미 간 비공식 창구인 ‘뉴욕채널’의 미 측 담당자인 클리퍼드 하트 당시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2·29 합의 직후인 3월 4일 북측의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트 특사는 3월 7~9일 뉴욕에서 열리는 ‘트랙 2’ 콘퍼런스에 참석하려는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의 비자 발급을 승인한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콘퍼런스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남북 간 회동을 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하트 특사는 특히 “리 부상이 임 본부장과 만나고 북·미 관계가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 간다면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보좌관과 내가 뉴욕으로 가서 회담을 가질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북 회동이 열리면 북·미 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북측이 통미봉남 전략을 유지한 채 콘퍼런스에서 한국 측을 냉대하면서 남북 간 회동이 불발됐다. 남북 회동을 껄끄럽게 생각했던 한국 정부는 미 측의 권고로 콘퍼런스에 참석했지만 스타일만 구긴 채 귀국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中 군비 증강에도… 美의 5분의1 수준

    중국의 군비는 미국과 비교하면 2012년 기준으로 5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군사 굴기’ 집념을 보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한 이후부터 군비 증강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2015년 세계 군비지출·무기이전(WMEAT)’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7240억 달러(2012년 환율 기준)의 군비를 지출했다. 전년도보다 5.48%(420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2위인 중국(1260억 달러)의 5.74배에 달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군비 지출은 2011년(1190억 달러)에 비해 5.88%(70억 달러) 증가했다. 3위인 영국은 2011년(657억 달러)보다 8.2%(54억 달러) 줄어든 603억 달러를, 4위 러시아는 2011년(491억 달러)보다 12.6%(62억 달러) 증가한 553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은 2011년(547억 달러)보다 0.1%(1억 달러) 증가한 548억 달러로 5위였다. 한국은 2011년보다 1.9%(3억 달러) 증가한 319억 달러로 10위를 기록했다. ‘선군’(先軍)을 표방한 북한은 한국의 8분의1 수준인 38억 5000만 달러로 42위에 그쳤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43억 3000만 달러)에 비하면 11.8%(4억 8000만 달러) 감소한 것이다. 전통적 군사강국인 미국과 영국의 군비 지출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의 증강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 이후부터 본격적인 군비 증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후의 군사력 증가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별 군인 수(2002~12년 중간치 기준)는 중국이 221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41만명)과 인도(140만명)에 이어 북한이 117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67만 9000명으로 7위에 올랐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볼링공의 무게는 다르다. 몸무게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볼링공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완력에 자신이 있다면 더 무거운 공도 괜찮다. 볼이 무거울수록 흔들림은 적고, 파괴력은 더 커진다. 오빠는 자신의 체중에 비해 다소 무거운 공을 사용하곤 했다. 그 16파운드짜리 볼링공이 6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오빠에게 실제로 버거웠는지, 아니면 적절한 무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오빠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되돌려 보았다. 유튜브 검색 창에서 오빠의 이름과 ‘볼링’이라는 단어를 함께 치면 열 개가 넘는 동영상이 뜬다. Y시장배 아마추어 볼링 대회의 결승전 영상, 그리고 형식이 ‘제일볼링장’이라는 태그를 달아 업로드한 짧은 영상들로, 대부분 볼링공을 던지고 있는 오빠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이따금 스트라이크를 치고 나면, 뒤로 돌아 허공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잡히기도 했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자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모형 볼링핀을 지붕 위에 얹은 ‘제일볼링장’ 간판도 보였다. 나는 객차의 출입문을 향해 트렁크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걸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낡고 찌든 구두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로, 십여 년 전 그를 쫓아낸 오빠가 아버지의 외투와 함께 마당으로 내던졌던 그 구두였다. 앞코가 해지고, 뒤꿈치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은 갈색 구두의 원래 모습이 얼마나 날렵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신은 아바이도 아이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만 우리 둘 다 제 명에 몬 삽니데이. 살아생전에 서로 보는 일 없도록 하입시더!” 오빠는 커다란 전정가위를 손에 든 채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내가 있는 한, 이 집에 그 종자가 발을 디디 놓는 일은 없을 끼다. 엄마도 맞고 산 세월은 이제 잊으이소. 열일곱 살의 오빠는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던 오빠의 말은 그대로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오빠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는 십 년 만에 나타나 러닝셔츠와 트렁크 팬티 바람으로 거실에 선 채로 나를 맞고 있었다. 닳을 대로 닳은 구두만큼이나 아버지의 몰골은 비참했다. 몸피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다 빠져 휑뎅그렁했다. 게다가 새카만 피부와 깡마른 팔다리, 그리고 볼록한 배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연상시켰다. 기세등등했던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젓가락 같은 팔로 러닝셔츠 안의 배를 긁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왔나? 밥은? 너거 엄마는 밭에 갔다. 덥은데 어서 들와서 선풍기 바람 쫌 쐐라.” 약간 새된 소리가 섞인 음성은 그대로였다.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을 맞는 듯 다정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고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내한테도, 거…걸리가 있다 카더라. 나도 다 들었는 말이 있다.” “걸리고, 권리고 간에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어떤 집인데!”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현관과 맞닿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 방이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서야 갖게 된 내 방. 그가 방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내가 신발조차 벗지 않고 현관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현관에 놓인 그의 구두를 집어 들어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냉장고에는 자양강장제 열 병이 두 개씩 나란히 줄을 지은 채 놓여 있었다. 각성 효과가 있다는 자양강장제를 물처럼 마시던 오빠가 세상을 뜬 지도 이 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냉장실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갈색 병에 담긴 드링크를 열 병씩 정리해 놓는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다. 오빠는 매일 아침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젊은 날의 선택’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노란색 드링크제를 양쪽 점퍼 주머니에 불룩하게 넣은 채로 출근하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고가 났던 날, 오빠가 몰던 트럭 조수석 바닥에는 빈 드링크제 병이 스무 개 남짓 뒹굴고 있었다. 오빠는 졸릴 때마다 자양강장제를 마시면 힘이 난다고 했다. 오빠는 자주 졸려했고, 늘 피곤해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서 소변을 본 후 변기 커버를 위로 젖혀 놓고 물도 내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그냥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나는 그를 대신해 물을 내리면서 자양강장 드링크제처럼 샛노란 오빠의 오줌이, 거품을 일으키며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다. 오빠 방에 들고 온 짐을 풀었다. 책상에 놓인 액자 속 오빠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탈색한 채 경직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담은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사진 액자 옆에는 두 개의 볼링핀이 놓여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링핀 모양의 트로피다. 한 개는 2.0리터짜리 생수 병 크기 정도로 크고, 나머지 하나는 막걸리 병만 했다. 오빠가 냉장 트럭에 가득 싣고 다니던 막걸리 말이다. 오빠는 이 지역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그와 한판 붙기 위해 인근의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까지 원정을 오기도 했었다는 건 오빠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빈소에서 문상객들이 늘어놓는 오빠의 무용담을, 나는 상복을 입고 빈청에 앉아 참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오빠의 사인은 졸음 운전이 불러일으킨 사고로 인한 심박정지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 인근에서 서울 방면으로 시속 130㎞로 달리던 K주류회사의 냉장 트럭이 오전 6시 40분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탈 만큼 큰 사고였다, 새벽부터 출근해 냉장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로 막걸리를 배달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그의 죽음은 당연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했다. 사고 전날에도 오빠는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했고, 사고 당일에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빠가 죽기 전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쳤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나는 엄마에게 절대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서 따위에 도장을 찍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엄마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오빠의 회사 사람들이 찾아와 현란하게 혀를 휘두를 때에도 엄마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의 곁을 지켰다. 문도 열어 줘서는 안 된다는 회사 사람들을 집에 들이고, 오빠가 즐겨 마시던 드링크제를 그들에게 내놓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오빠가 그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치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이런 가정을 내놓고 우리를 괴롭혔다. 과한 취미생활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나는 오빠를 대신해 회사와 싸웠다. 회사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 강변하면서도 새로운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괴로웠다. 그날 아침 내가 오빠에게 전화라도 한 통 했더라면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빠가 그날 새벽에 뜨거운 국과 밥을 먹고 나간 것이 오히려 졸음 운전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엄마는 싫다는 오빠에게 한사코 아침을 먹여 보낸 것을 후회했다. 만약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 한 학기 등록금은 당시 식구들이 살던 고향집의 연세(年貰)보다 비쌌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정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마다 커다란 대바늘이 심장을 깊게 찔러 대는 느낌이었다. 오빠의 죽음을 곱씹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가정들과 후회는 바늘 끝처럼 날카롭고 좁았다가 때로는 큰 파도처럼 밀려와 삶 전체를 부정하고 휘저어 버렸다. 아버지가 반듯한 가장이었다면, 엄마가 좀 더 야무지게 우리 남매를 건사할 줄 알았더라면, 오빠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례식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위로의 말은 엄마에게 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웃들과 몇 안 되는 친척들은 동공이 초점을 잃고 실성한 사람처럼 빈소를 지키고 있는 엄마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더러, 이제 너그 엄마한테 남은 사람은 인숙이 니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일말의 부담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감추고 살아남은 내 책임을 강조했다. 나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잃었다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슬픔 이전에 책임이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와 박히면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더구나 촌각을 다투면서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빠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을 면담하고,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내 동창이자 오빠의 친한 후배였던 형식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곤란한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인호 행님은 내한테도 친행님이나 다름없다. 형식은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무르며 우리를 도왔다. 형식은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오빠의 부고를 알렸고, 생각보다 늘어나는 조문객을 맞으려 술과 음식을 추가로 주문했다. 나를 대신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음식을 나르며 조문객들을 대접했고,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오빠의 영정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례 기간 내내 내 시선을 피해 의아한 마음이 들게 했다.  오빠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화장터 앞마당으로 나를 따로 불러 오빠가 남긴 보험금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준 것도 형식이었다.  “장례 다 치아고 말해 줄라 캤는데 행님을 저래 불구디에 보내디리고 나이 인자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볼링동호회에 보험설계사 하시는 행님이 계시거덩. 그 행님한테 인호 행님이 얼마 전에 보험 하나를 들었다. 그기 정확히 말하만, 무슨 내기를 해가꼬 20만 원 정도 인호 행님이 땄는데 그거를 보험 행님이 돈으로 안 주고 인호 행님 이름으로 종신보험을 들어뿌맀다 이기라. 첫 달 보험료 대납해 줬다 카민서. 두 달도 안 된 일인기라. 그걸로 그 보험 행님이랑 인호 행님이 싸우고 억수로 난리 났는데, 일이 이래 되고 보이 이런 거를 불행 중 다행이라 캐야 되는 긴지…. 사람 운명이라 카는 기 참… 얄궂다.” 형식은 끝까지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나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화장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와 형식의 담배 냄새가 섞여 공중으로 흩날려졌다.   오빠가 내 이름으로 남긴 보험금이 꽤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웃들은 그래도 이제 인숙이네는 걱정 없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들 죽은 보험금으로 포도밭을 사고 새로 집을 지었다며 수군거렸다.  돈으로 위로할 수 있는 죽음이란 없다. 오빠의 보험금을 받았다고 해서 그를 잃은 슬픔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받기 위해 그 돈을 받은 것 또한 아니었다. 오빠는 죽으면서 보험금을 내 앞으로 남겼고, 우리는 오빠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했다. 우리는 항상 가난했다. 오빠는 가난하게 자라, 가난하게 살다가 갔고,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겼다. 보험금 5억과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1억, 6억이란 돈은, 남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돈이었다.  남의 집 농사일을 도와주고 품삯을 받으며 살던 엄마의 소원은 자기 명의의 땅과 집을 가지는 것이었다. 내 소원은 학교 앞에 원룸이라도 하나 얻고,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었다. 오빠는 형식처럼 볼링장 아들로 태어나 볼링을 실컷 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가 굳어지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며 유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꿈은 나와 엄마의 소원을 이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세 사람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내 공간으로 마련한 8평짜리 오피스텔은 아늑했다. 뜨거운 물을 가장 센 수압으로 오래도록 틀어 놓고 머리를 감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 벌거벗은 몸으로 주위를 둘러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집에서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되뇌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링을 몰랐더라면, 형식과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은 지금도 떨치기 어렵다. 장례가 끝난 후,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휴대전화에 남겨진 형식의 메시지들을 읽으며 나는 호흡이 가빠졌다. 형식은 거의 매일 밤 오빠를 자기네 볼링장으로 불러냈다.  행님 오늘 제가 3 대 3 죽이는 멤버들로 조 짜놨습니더. 판돈이 꽤 커예. 이거는 진짜 빅 매치라요. 컨디션 조절 잘하고 오시이소. 드링크 시원하게 해 놓고 기다리께예. 오빠의 휴대전화를 들고 읍내에 있는 형식의 볼링장으로 달려갔다. 볼링장 입구의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따귀를 올려붙였다. 형식이 놓친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으. 뜨거버라! 니 미친 거 아이가.”  대답도 없이 볼링 레인 앞에 놓인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볼링공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 볼링장 입구의 유리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야, 이형식. 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머라카노. 니 뭐 잘몬 쳐 묵었나.”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해? 우리 오빠를 노름에 끌어들여 죽게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냐고!” 나는 형식이 가슴팍과 어깨를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다, 그런 기 아이고. 니가 무슨 오해가 있는 갑는데, 행님은 노름을 하신 기 아이고… 그거는 그냥 친목 도모다. 그라이깐 여기 볼링동호회 회원들끼리 재미로 했던 내기인기라.” “그래? 그럼 이 얘기 경찰서 가서 한 번 해 볼까. 매일 밤 판돈이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씩 오가는 볼링 게임이 내기인지 도박인지 말이야.” “니 말 다했나? 니 그래 말하만 나는 뭐 할 말 없을 줄 아나. 그래도 해…행님이 우리캉 볼링을 칬기 때문에 그 보험을 들게 된 기지. 동네 사람들이 다 칸다. 너거 집은 행님 죽어 가꼬,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살게 됐다꼬. 6억이 뭐 누구 집 아 이름이가?” 나는 형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레인 앞에 놓인 볼링공 하나를 들어 카운터 방향으로 던졌다. 형식이 자리를 비운 카운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둔탁하게 볼링공이 떨어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장 볼링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뒤통수에 대고 거칠게 욕을 하는 형식에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입구에 잘게 부서져 있는 유리 조각을 밟으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의 바지 자락은 흙투성이였다. 엄마는 입구에 더러운 몸뻬 바지와 토시를 허물처럼 벗어 두고, 반팔 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갔다. 못 본 사이 살이 더 빠졌는지 팬티조차 몸뻬처럼 헐렁했다. 엄마는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았다. 욕실 문도 닫지 않고 수채 구멍에 오줌을 누는 엄마의 엉덩이를 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변기가 아닌 수채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보는 엄마의 버릇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이기 편한데 우짜겠노. 엄마는 늘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입안에서 삼키듯이 말했다. 학창 시절, 매일 아침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욕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린내에 숨이 막혔다. 변기 물 내리는 것을 자주 깜빡하는 오빠도 지긋지긋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꼭 서울로 대학을 가야겠냐고 묻는 오빠의 질문에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학기 등록금만 마련해 달라고,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내가 알아서 해 보겠다며 겨우 오빠를 설득했다. 오빠에게도 집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수원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이 되었지만 오빠는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아들을 멀리 보내기 싫어했던 엄마의 만류 탓이 컸다. 대신 오빠는 집에서 멀지 않은 막걸리 공장에 취직했다.  “인숙아, 오빠야가 볼링부인 거 알제? 오빠야가 볼링 칠 때 제일 어려븐 기 뭐꼬 카만 스페어(spare) 처리다. 한 번에 스트라이크를 못 시키만 두 번째 공 떤질 때 나머지를 다 넘가야 되거덩. 최고 골치 아픈 기 뭐꼬 카만 핀이 몇 개 남지도 안해 가꼬 뚝뚝 떨어지가 있을 때인 기라. 그거를 스플릿(split)이라 카거덩. 양쪽 끝에 핀이 이래 두 개 뚝 떨어져 있으면 결국 한 개를 내삐릴 수빢에 없더라 카이. 그라이깐, 식구끼리는 서로 붙어 살아야 처리가 쉽다. 뭐 이런 말이다.”  오빠가 한창 볼링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오빠는 모든 것을 볼링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려 들었고, 볼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환하게 웃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때부터 굳게 다짐했다. 처치 곤란한 스페어,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스페어가 아니라, 아예 다른 레인에 스스로를 세워 보겠다고. 나는 일부러 사투리를 쓰지 않았고, 친구를 깊게 사귀지도 않았다. 이 좁은 동네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온전한 나로 새롭게 살아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들고 온 유리단지 속에는 수백 마리의 굼벵이가 서로 몸이 뒤엉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이런 게 어디서 났어요?” “어데서 났기는? 샀지. 읍내 건강원에 외상 잽히가 샀다. 읍에 나갈 일 있으만 그 집에 돈 쫌 갖다 주라. 구하기 힘든 기라꼬 억수로 생색내더라. 이따가 너거 엄마 오만 이거 씻거가 한 번 찌놓으라 캐라.” “아니, 대체 뭘 믿고 외상을 줘요?” “내 믿꼬 줬겠나? 인숙이 니 인자 부자됐다꼬 소문이 자자하더라.”  “그래서, 좋으세요?” “누가 좋다 카더나. 사람들이 그칸다 카는 기지. 나도 참 기가 차가 말도 안 나온다.” 아버지는 유리단지를 손에 든 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투명한 단지 표면에 희뿌옇게 찍힌 손자국을 보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얼마를 원해요? 그때 말한 권리라는 게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세요?” “35다.”  “당장 필요한 용돈 말고요. 얼마를 주면, 이 집에서 나가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많이는 못 줘요. 우리 이제 돈 없어요. 엄마도 농협에 빚내서 비료 사고 농사지어요.” “35만 워이 아이라 35키로. 그기 지끔 내 몸무게다.” 예전의 그는 36인치 사이즈 바지를 입을 정도로 체격이 좋았다. “걱정 마라. 오래 안 있는다. 나도 곧 인호 저트로 갈 끼다.”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도 엄살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무슨 병인지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약은 왜 구해다 먹어요? 무슨 염치로 이래!” “하루를 살아도 쫌 덜 아프까 싶어가 칸다. 내가 이거 한 빙 사 묵는 것도 아깝나? 인호 글마가 살아 있었으만, 내를 이래 멸시하지는 않았을 끼다. 적어도 다 죽어 가는 아바이한테 이래 하는 거는 갱우가 아이라 카이!”  아버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우윳빛 투명한 몸체에 붙은 검은색 대가리를 뒤흔들며 유리벽을 타고 있는 굼벵이들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이름 입에 올리지도 말아요. 오빠가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알기나 해요?” 더 독한 말로 쏘아 주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놀라 엉거주춤 팔을 뻗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달려갔다. 푸른색 타일이 깔린 욕실 바닥에 검붉고 끈적끈적한 피가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러닝셔츠 앞섶을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적신 아버지가 욕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물을 세게 틀어서 바닥의 끈적끈적한 핏자국을 지우다 말고, 나는 쪼그려 앉아 울었다. 오빠였더라면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오빠가 돌아와 어서 이 스페어들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오빠의 방에는 그가 쓰던 물건과 옷가지 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갖다 버린 오빠의 유품들을 엄마는 모두 다시 주워 왔다. 오빠가 입던 옷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 보았다. 오빠에게서 늘 나던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담배 냄새와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섞여서 나던 찌든 내가 좀약 냄새와 함께 코끝에 돌았다. 외투 주머니에서는 따스한 온기마저 전해졌다. 오빠의 점퍼 주머니에 하나하나 손을 넣어 보다가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수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볼링에 관한 메모밖에 없었다. PVC 재질의 수첩 커버에는 ‘제일볼링장 이용권’이 스무 장 남짓 끼워져 있었다.  책상에 앉아 수첩을 첫 장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수첩은 각 장마다 오빠가 치른 게임에 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빠는 자신이 얻은 점수와 딴 돈 혹은 잃은 돈을 먼저 기록하고, 그날 컨디션과 치러 낸 게임의 보완점들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돈을 잃은 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액수라도 잃은 날이면, 처리하지 못한 스페어의 위치와 공의 각도까지 그려 가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들었다. 나는 모르는 볼링 용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서 찾아보면서까지 오빠의 게임을 내 나름대로 복기해 보려 애썼다. 오빠는 파워모션 볼링을 선호했다. 5스텝의 순서로 빠르게 어프로치 라인을 통과해 공의 스피드와 파워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오빠는 되도록 1회 차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 성공시켜야 한다고 수첩에 써 놓았다. 스페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오빠가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성공하지 못하면, 2회 차 투구에서는 미스가 잦았다. 그럼에도 그의 에버리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과 터키(세 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심심치 않게 보여 줄 정도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수첩 곳곳에 빨간색 글씨로 쓰인 ‘일타열피!’라는 문구는 계산할 줄 모르는 오빠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막걸리 상자를 들 때에도 오빠는 남들처럼 한 상자씩 드는 게 아니라 두세 상자를 한꺼번에 겹쳐 옮기곤 했다. 상가에 조문 온 회사 동료들은 남들보다 일 처리가 빨랐던 오빠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그가 달려간 곳은 볼링장이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것에 매달릴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침 느지막이 거실로 나가자 엄마는 집에 없고, 아버지의 방문 앞에는 빈 죽 그릇이 놓인 개다리소반이 나와 있었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읍내의 볼링장으로 나갔다. 카운터 앞에서 쿠폰을 내밀자, 형식은 두 눈이 동그레져서 물었다. “니 이거 어데서 났노?” “이 쿠폰 너네 볼링장 꺼 맞지? 240 사이즈로 줘.” 나는 대답 대신 건조한 목소리로 내 할 말만 늘어놓았다. 형식은 순순히 볼링화를 꺼내 주었다. 푸른색 쿠폰 한 장을 내고 하루 종일 볼링을 쳤다. 쿠폰 한 장당 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섯 게임에서 열 게임은 족히 쳤다. 신발 대여료도 따로 내지 않았다. 형식은 그런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평일 낮 시간의 볼링장은 한산했다. 오빠의 옆에서 구경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볼링을 쳐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부러 볼링공을 세게 바닥에 던지듯 굴렸다. 레인 위로 볼링공을 떨어뜨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발끝에 진동이 와 닿았다. 미치광이 같으니라고. 이게 뭐라고, 수첩에 공부를 해 가면서까지 쳐. 대단한 박사 나셨어. 그 시간에 집에 일찍 와서 잠이나 잤어야지. 나더러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나한테 다 떠넘기고 혼자 떠났나. 공은 레인 옆의 도랑같이 생긴 회색 거터 속으로 들어가 떼굴떼굴 굴러가기 일쑤였다.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형식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이죽거렸다.  “그래 가꼬 바닥이 뿌사지겠나. 더 씨기 쾅쾅 떤지 뿌라. 아이고 답답아래이. 그래 하는 기 아이고….” 형식이 내 손과 어깨를 붙들고 볼링공 잡은 자세를 교정시켜 주려 했다. 나는 볼링공을 손에 든 채로 형식을 노려보았다. 순간 형식은 움찔한 기색을 보이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일이 덧발라져 번들거리는 레인 위로 나는 폭탄을 던지듯 공을 던졌다. 오빠에게 등록금을 부쳐 달라고 했던 내 발등을 볼링공으로 찧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 레인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들이 시끄럽게 순서를 바꿔 가며 볼링을 치고 있었다. 볼링공이 굴러가 핀에 부딪칠 때마다 그들은 요란스럽게 박수를 치며 깔깔 웃어 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카운터에 신발을 반납하며 힐끗 학생들의 전광판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들은 10프레임이 아니라 12프레임으로 게임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나는 형식에게 시비조로 말을 붙였다.  “쟤네들은 왜 열 번이 아니라 열두 번씩 쳐? 내가 쿠폰 손님이라고 홀대하는 거야?”  형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니는 여어가 노래방맨치로 사장이 뽀나스 프레임 더 주고 싶으만 줄 수 있고 그런 덴 줄 아나? 그기 아이라 쟈들은 10회 차 떤질 때 스트라이크를 해 가꼬, 뽀나스 프레임을 받은 기다.” “보너스?”  “하긴, 니는 맨날 개판 치는 점수만 받아 가꼬 그런 기 있는 줄또 몰랐겠지. 인호 행님이 진짜 뽀나스 게임의 명수였는데…. 10회 차를 스트라이크 때리 가꼬 두 번 더 뽀나스 투구를 받아 뿌리민 당해 낼 사람이 없었제.” 형식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때 저 행님은 진짜 운빨 쥑인다 생각했거덩. 스트라이크를 치도 우째 저 순간에 딱 성공시키민서 뽀나스 투구를 받아 가까. 행님이 내한테 자주 했던 말이 인생 끝까지 가봐야 안다꼬, 두고 봐라 늘 그캤는데….” 오빠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볼링의 운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실력에 운까지 따라 준다고 치켜세워 주는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이 졸린 눈을 부비며 공을 던지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빨간색 팬티와 체크무늬 양말을 신은 날이 제일 점수가 좋다며 속옷과 양말 색깔까지 메모해 놓은 오빠의 수첩을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볼링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공이 휘어지는 지점인 후킹 포인트까지 계산에 넣어야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이뤄 낼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빠는 언젠가는 인생의 훅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그러나 오빠가 펼치던 인생이란 게임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보너스는커녕 주어진 프레임의 점수 칸을 제대로 채워 보지도 못한 채 종료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를 앞세우고 포도밭을 향해 걸었다. 포도송이를 종이 포장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집은 너거 아이라도 일손 안 많나. 오늘 우리도 해야 되는데, 우짜노. 내일은 약 치야 되는 날인데…. 오늘은 꼭 우리 밭에 와 줘야 된다꼬 내가 말 안 하더나…. 어데, 내 말은 그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고 있었다. 약속을 어긴 건 상대방인 것 같은데, 엄마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쩔쩔맸다. 오기로 했던 이들은 엄마와 함께 조를 짜서 인근의 과수원과 비닐하우스로 일당 벌이를 다니던 아주머니들로, 오빠의 장례식장에 달려와 가장 큰 목소리로 곡을 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포도밭을 사면서 그들의 태도는 묘하게 변해 갔다. 유월 초순, 포도알이 새파랗게 영글 즈음이면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 줘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병충해나 햇빛, 농약으로 포도가 상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도울 테니 남한테 아쉬운 소리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방 안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도 눈치를 보며 나갈 채비를 했다. 아버지나 나나 밭일을 안 해 봤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게 문제였다. 나는 엄마와 예닐곱 걸음 떨어져 혼자 일했고, 아버지는 엄마와 한 조를 이루어 일했다. 아버지가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면 엄마가 옆에서 그 위를 철끈으로 묶었다. 너무 쫄리게 묶으만 안 된다 카이, 포도도 숨을 쉬이야제. 엄마가 종이를 건네주면서 하는 말에 불현듯 기억하기조차 싫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입관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왔을 때와는 달리 깨끗한 모습으로 분까지 바르고 누워 있는 오빠의 모습은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사고 직후 끔찍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엄마는 오빠를 쓰다듬으면서 통곡을 했다. 그리고 장례사를 붙들고 염해 놓은 오빠를 가리키며 애원하듯 말했다. “우리 아는 답답은 거 싫어하는데, 너무 꽉 쫄라 놨다. 옷도 찡기는 거 싫다 캐가 내가 맨날 한 치수 큰 걸로 사주고 캤는데…. 어차피 태울 꺼 아이가. 쪼매만 풀어 주만 안 되겠나. 우리 인호는 저래 답답은 거 싫어한다 안 카능교.” 목구멍에서 넘어온 뜨거운 기운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데, 아버지와 엄마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지난 삼십여 년간 아무 탈도 없이 서로 의지하면서 산 금슬 좋은 부부인 양, 같은 포도송이를 붙든 채 도란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허망한 생각마저 몰려왔다. 엄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내려와 있는 내가 한심했다.  “니는 와 하필이믄 포도밭을 샀노. 쪼매난 하우스 같은 거를 샀으만 차라리 좀 핀하고 나슬 낀데.” “우리 인호가 포도를 제일 안 좋아했능교. 맨날 넘우 밭에서 얻어 가꼬 알매이 쪼매난 것만 믹인 기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제사상에 제일 큰 걸로 올리 줄라꼬 그캤제.”  오빠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별안간 땅바닥에 주저앉아 꺽꺽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토해 내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한편으로,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품새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엄마는 목 놓아 울기 위해서 이 밭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웅얼거리면서 속의 말을 삼키던 엄마였다. 이렇게 울기라도 해야 썩은 포도알처럼 문드러진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주변은 고요했다.  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 와 이카노. 일나 봐라. 동네 사램들이 들으만 머라카겠노. 내가 니 뭐 우째 했는 줄 알겠다. 동네 우사시럽구로.” 그는 진땀을 흘리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팔뚝은 엄마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앙상했다. 엄마를 일으키려던 아버지가 오히려 휘청거리면서 흙바닥에 넘어졌다. 아버지는 스스로 일어날 기력조차 없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네 발 짐승처럼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을 찡그린 채, 쓰고 있던 선캡을 벗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포도나무의 높이가 낮아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허리를 숙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신 부채질만 해댈 뿐이었다. 숨이 막히게 더웠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을 무렵 아버지가 땅바닥에 카악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가래침이 끊어지지 않고, 그의 아랫입술에서 덜렁거렸다.   오빠는 죽기 전날까지 도박판을 벌였다. 수첩을 절반쯤 넘기다가 나는 게임일지의 패턴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생의 막바지에 빠져 있었던 게임은 단순히 볼링 에버리지를 얼마나 많이 내는지를 다투는 게 아니라 누가 점수를 제일 적게 내는지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공을 레인 옆의 거터 구역에 빠뜨려서도 안 되었다. 핀 스폿까지 공을 굴리되, 가장 적게 핀을 쓰러뜨리는 자가 돈을 따갔다는 점에서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한 투전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빠의 공은 킹핀과 헤드핀을 아슬아슬하게 잘 비켜나가 많은 수의 핀을 남겼다. 형식의 말에 따르면, 점수를 많이 내는 오빠를 견제하기 위해 점수를 적게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도록 룰을 바꾼 것이었는데, 오빠는 의외로 빨리 새로운 게임에 적응했다. 투구 자세와 쓰던 볼을 바꾼 효과가 컸다. 5스텝 대신 4스텝, 평소 쓰던 16파운드의 볼 대신 13파운드 볼을 쓴다. 거친 필체로 채워진 오빠의 메모는 꼼꼼했고 진중했다. 배치도까지 그려 놓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10번 핀 하나만 안정적으로 아웃시키기 위한 공의 동선을 짰다. ‘훅 볼’이라고 동그라미 쳐진 단어 옆에는 별모양 그림이 여러 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스트레이트로 곧게 전진시키다가 핀 앞에서 오른쪽 바깥으로 볼의 커브를 유도해서 10번 핀을 날리는 전략이었다.   ⓻ ⓼ ⑨ ❿   ⓸ ⓹ ⓺ ↱    ⓶ ⓷ ↗     ⓵ ↗      ↱      ↑ ‘뉴 게임’이라고 이름 붙인 그 게임의 판돈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메모에 담긴 욕망의 크기도 기묘하게 불어났다. 사고 즈음의 오빠는 팬티 한 장을 갈아입는 데에도 예민하게 굴어 엄마가 애인이 생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게임 한 판에 한 달치 월급이 오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헤드핀(1번 핀)과 킹핀(5번 핀)을 비켜 지나가 단 하나의 핀만 깨끗하게 날려야 한다고 휘갈겨 놓은, 낯부끄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치열한 메모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 수첩을 나는 마당으로 들고 나와 오빠가 남긴 잡동사니와 함께 불태웠다. 맞춤법도 제대로 몰라서 ‘핀 캐리를 경게하자.’라고 빨간 글씨로 강조해 놓은 오빠의 흔적을 나는 볼품없는 물건을 버리듯 내팽개쳤다. 내 서울살이를 지탱했던 것이 오빠가 쓰러뜨리지 않은 스페어스(spares)라는 걸 잊고 싶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잿더미를 발로 밟고 침을 퉤퉤 뱉었다. 수첩에서 빼낸 몇 장의 쿠폰이 손 안에서 구겨졌다.  화가 치솟으면서 무언가 던지고 부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볼링장에 갔다. 이 집에서 머무른 대부분의 시간이 그런 나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쿠폰을 내고 벤치에 앉아 볼링화를 갈아 신으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점수를 적게 내는 볼링을 쳐 보기로 했다.  오른쪽 끝의 10번 핀을 노리고 던졌더니 볼링공은 손에서 떨어지는 족족 레인 밖으로 굴러가기 바빴다. 한 번은 10번 핀에 공이 닿긴 닿았는데, 스치기만 했는지 핀이 살짝 기우뚱하는 데 그치고 오뚝이처럼 말짱하게 섰다.  “으이고, 속 터지 죽겠네. 니는 우째 핀을 맞차 놓고도 점수를 못 내노? 이거 끼고 한번 해봐라.” 형식이 볼링 아대라며 낯선 장비를 내밀었다. 광택이 나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진 붉은 아대는 아이언맨의 갑옷 같았다.  “핀이 맞으만 머하노. 손모가지에 히마리가 없어 가꼬, 핀이 쓰러지지를 안 하는데. 이거 차고 한 번 해 봐라. 훨씬 더 힘이 잘 들어갈 끼다.” 나는 웅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딱 하나만 아웃시키고 싶어. 아주 깨끗하게.” 형식은 내 팔에 억지로 아대를 채우느라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번에 다 되는 기 아이다. 첨부터 우째 깨끗하이 다 처리하겠노. 부담 가질 필요 엄따. 공짜로 주는 거 아이다. 빌리주는 기다. 신발하고 같이 반납하만 된다.” 단단한 아대를 착용하자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깁스를 한 느낌이었다. 공의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확실히 공이 뻗어 가는 기세가 이전보다 좋았다. 10번 핀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나아가던 공이 핀 스폿 앞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1번 헤드 핀을 정확하게 때렸다. 헤드 핀이 넘어지면서 킹 핀을 때렸고, 또 킹 핀이 주변의 핀들을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였다. “브라보! 내가 말 안 하더나. 아대 끼면 힘을 팍 받아 갖고 점수가 더 나올 끼라고. 이야, 핀 캐리 직이네. 일단 공을 쌔리삤다 카만 저런 반발력으로 핀 캐리가 나와 줘야 속이 씨원해진다 카이. 아대가 완전 임자 만났는 갑다.” 형식은 박수를 쳐 가면서까지 너스레를 떨었다. 스트라이크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손끝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한 희열을 불러일으켰다. 공에 맞은 핀이 튀어 오르는 순간, 핀과 핀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의 경쾌함이 내 몸마저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쓰러진 핀들이 쓸려져 나가고 새로운 열 개의 핀으로 리셋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얼한 손끝과 팔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아대를 어루만졌다.  볼링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게 마련이다.  반환구가 방금 전 내가 던졌던 10파운드짜리 남색 공을 뱉어 냈다. 오일이 표면 곳곳에 묻은 공을 헝겊으로 닦으며 오빠를 생각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 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 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며 그가 얻어 내고 싶었던 보너스는 무엇인지 나는 계속 외면하려 들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것을 더 고통스럽게 들여다보게 된 것은 아마 그 대가일 것이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벤치에 앉은 형식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희뿌옇게 펼쳐진 눈앞에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열 개의 볼링핀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서 있었다.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 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었다. 나는 보너스 프레임에 선 기분으로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볼링공에 세 손가락을 끼우고 어프로치 라인에 섰다.
  • ‘父錢女戰’ 트럼프 “대선 풍향계 3개주에 큰돈 풀겠다”…유세 돕던 장녀 이방카도 정계 진출 가능성 내비쳐

    ‘父錢女戰’ 트럼프 “대선 풍향계 3개주에 큰돈 풀겠다”…유세 돕던 장녀 이방카도 정계 진출 가능성 내비쳐

    미국 대선 공화당의 유력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69)와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오른쪽·34)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한 달여 남은 예비선거를 겨냥해 막대한 선거자금을 뿌리겠다며 ‘돈선거’를 선언했고, 아버지를 지원해 온 이방카는 정계 진출 가능성을 시사하며 ‘부전여전’의 면모를 과시했다. 트럼프는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 대선 캠프에 3500만 달러(약 410억원)가 있지만 거의 쓰지 않았는데 이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큰돈을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대선 레이스에서 거의 돈을 쓰지 않았지만 1등”이라며 “(공화당 다른 대선 후보인) 젭 부시는 5900만 달러를 썼지만 끝장났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오는 2월 1일 예비선거의 포문을 여는 대선 풍향계 지역인 아이오와 등 3개 주에 각각 200만 달러를 써 대규모 광고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다른 후보들과 달리 개인 지지자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으로부터 대규모 선거자금을 모으지 않았고 자신이 쌓아 둔 ‘실탄’도 거의 쓰지 않았다. 막말과 기행으로 언론 등을 통해 충분히 홍보가 이뤄져 전국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율 1위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부처인 초기 3개 주 예비선거가 다가오자 전략을 바꿔 돈선거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코커스(전당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에서 공화당 다른 후보인 테드 크루즈에 평균 3% 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는 불리한 상황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는 이날 발간된 여성지 ‘타운앤드컨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공직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치는 내가 하고 싶은 분야는 아니지만 이제 34세인데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트럼프재단 부사장인 그는 “현 시점에서 정치를 고려해 본 적은 없지만 이것이 50세가 되어도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재원으로 평가받는 이방카는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 동행하고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를 적극 옹호하는 등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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