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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인터뷰]장하준 교수 “최저임금은 운전면허증…사회안전망 강화해야”

    [단독인터뷰]장하준 교수 “최저임금은 운전면허증…사회안전망 강화해야”

    “구조개혁 지지부진한데 최저임금 올리니 반발 살 수밖에”“경제관료들이 규제완화만 외치는 건 한국경제를 망치는 길”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국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산업정책”이라면서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고 규제완화만 외치는 건 한국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 교수는 19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경제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터놓았다. 장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이 잘 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는건 하나도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아니라 얼마나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기업정책을 재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거세다. -최저임금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최저임금만큼 월급 줄 능력 안되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운전할 능력이 안되는데도 운전하고 다니다가 운전면허증 자격조건 강화한다고 하니까 반발하는 형국이다.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을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구조적인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저임금 노동자와 생계형 자영업자가 다투는 이른바 ‘을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25.5%(2016년 기준)다. 독일은 10.4%, 미국은 6.4%밖에 안된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 그리고 굳이 해고나 명예퇴직 뒤 굳이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지 않아도 되는 복지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복지예산을 늘려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천명했지만 최저임금 말고는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로는 산업정책이나 복지정책 등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정책과 결합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큰 퍼즐의 하나일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2016년에 10.4%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였다. OECD 평균(21.0%)의 절반도 안된다. 정부에서 일자리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하지만 늘릴 수 있는 복지 관련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복지에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을 안하고 ‘삼성 아니면 편의점’ 식으로 가니까 일자리가 부족한 것 아닌가. 복지가 잘되어 있는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와 자녀세대의 소득 상관관계가 20%정도 밖에 안되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그것이 80%나 된다. 부모가 금수저면 십중팔구 자녀도 금수저인 셈이다. 한국도 그런 사회로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에선 혁신도 없고 발전도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그 중심은 제조업이 되어야 한다. 제조업이 약한 나라치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가 없다. 미국만 해도 제조업 비중이 GDP 대비 10% 부근이지만, 여전히 연구개발의 6-70%를 제조업에서 한다. 한국은외환위기 전 14~16%에 달하던 GDP 대비 설비 투자가 이후 7~8%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1990년대 이후 새로 키운 산업이 없다. 반도체만 해도 중국이 반도체 국책사업으로 키우고 한국 기술자들 영입하고 있다. 사실 중국 추격은 오래 전부터 나왔던 얘기였다. 정부가 신경 안쓰다가 여기까지 왔다. 많은 경제관료들이 서비스업만 강조하는데 이해를 못하겠다. 중국이 쫓아오니까 서비스업 한다? 서비스업 강국인 미국이나 영국이 그냥 자리 내주겠나. 서비스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왜 중국 쫓아오는 것만 생각하고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쫓아갈 건 생각 안하나.⇒기획재정부 등에선 여전히 의료산업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의료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은 산업이다. 세계에서 의료로 무역흑자를 제일 많이 내는게 체코조차 의료 부문 국제수지 흑자가 GDP 대비 0.15%가 안된다. 한국은 0.003% 가량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약 5%다. 의료분야를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키워도 반도체와 자동차 수준이 안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소재산업 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가령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그걸 국산화할 노력을 해야지 성형관광 얘기나 하고 있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차라리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OECD 꼴찌인 인구 1000명당 2.2명(2015년 기준)이니까 의료접근권 강화에 더 신경쓰길 바란다. ⇒최근 규제완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규제란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기업인들에게 독일에 투자할지 알바니아에 공장 세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독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독일은 기업관련 규제가 매우 강력한데 왜 그럴까. 규제가 모든 걸 결정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를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 말하는건 말이 안된다. 때로는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북유럽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한 덕분에 대체에너지 산업이 발달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계기로 주주자본주의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망치는 자본주의의 적이다.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단기 이윤과 배당만 신경쓴다. 주주자본주의 극단인 미국을 보자. 미국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이윤유보율이 45~55%였는데 지금은 기업 이윤의 90~95%를 배당하고 자사주매입으로 갖다 바친다. 우리나라도 은행자유화와 외국인주주 확대 등으로 장기투자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느냐. 그게 중소기업 투자 악화와 연관된다 .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재벌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일자리 늘리고 노조 인정하고 갑질 그만하고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그걸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에 무슨 정답이 있느냐. 지배구조는 수단일 뿐이다. 자동차 경주에 비유한다면 중요한건 자동차 경주를 잘하는 것이지 자동차 모양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에서 경영학 공부하고 온 교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각화는 나쁘고 사외이사제는 좋다는 이분법이 횡행한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조차도 차등의결권을 운영한다. 포드는 가족경영회사다. 폭스바겐을 보자. 폭스바겐은 창업자 가족이 대주주이지만 주정부 역시 20% 지분을 갖고 있고 법을 통해 공장폐쇄나 인수합병을 규제한다. 거기다 감독이사회에 노동조합 추천 이사가 절반이다. 폭스바겐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권한을 갖지 않으면 기업이 주주들의 현금인출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에서 발렌베리같은 재벌 가문을 용인하는 이유가 뭐겠느냐. 지금이라도 정부가 차등의결권, 장기 주주 가중의결권, 노동이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을 두고 연금사회주의 혹은 관치금융 비판이 나오는데. -노동자들이 낸 돈으로 모은 기금으로 정부가 자본주의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본가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자본주의고 노동자가 주주권을 행사하면 사회주의다? 이중잣대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식당 오면 부자가 왜 그리 사치스럽게 사느냐고 타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한국은 오랫동안 긴축과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재정정책을 펴왔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더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해야 한다.한국처럼 재정 여력이 많은 나라가 없다. 재정적자를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 재정준칙도 금과옥조가 아니다. 집안살림에서도 빚을 내는게 미래를 위해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가령 병이 났는데 돈 없다고 병을 키우는 것보다는 돈을 빌려서라도 빨리 치료받고 일을 하는게 더 좋을 수 있다. 재정전략만 확실하다면 몇 년 정도 재정적자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생산성 높이고 일자리 늘려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도 말이 안된다. 국채 상환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국채를 구입하면 그건 자산이 되고 자식들에게 상속도 할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출 받아서 집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식들에게 못할 짓 하는 것인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겠나. -세금을 바라보는 담론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세금은 공동구매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가가 서비스를 공동구매해주는 것이다. 세금이 있기에 고속도로도 있고 철도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국방도 있다. 북유럽은 소득세도 많이 내지만 부가가치세도 20~25%까지 낸다. 모두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와 안전, 환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담 전경하 경제부장 lark3@seoul.co.kr정리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북미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사업의 성과적인 추진을 위해 철도와 함께 전기부문도 당국자들 간 협의가 활발히 논의되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전기 송배전 기자재 생산기술의 교육과 공동생산으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현재의 송배전 기자재 유통경로를 바꿔 거꾸로 북한에서 중국을 비롯한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게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아니겠습니까.” 정종규(60) 성화전기주식회사 대표는 경기도 김포의 제1공장 대표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전기전력은 경제발전의 기간산업으로 북한이 경제개발을 본격화하자면 송배전 부문의 발전도 필수적인 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성화전기가 보유한 생산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주겠다는 다짐을 오래전부터 해 왔고, 그 기회가 오고 있어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본지 2018년 1월 16일 자 보도)에서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듯이 남북전기도 열려야 할 것 아니냐”며 “직원들과 부푼 꿈을 나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화전기는 1989년 3월 창사 이래 우리나라 전력산업 송배전·지중화 자재 생산 분야의 외길을 걸어온 30년 기업이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한 과정에서 ‘전기 송배전·지중화’ 자재생산을 통한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성화전기는 국내외적으로 다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다양한 기술개발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성화전기는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와 한국전력공사에 금구류 자재납품을 시작으로, 1993년 한국철도청 가동 브래킷 납품, 1997년 한국통신공업협동조합 업체등록, 2001년 한국 철도청과 한국전력공사에 업체등록을 비롯해 전자사업부 발족(2002년), CE 규격 인증획득(2003년), 전기안전형식 인증획득(2003년), KSA 14001/ISO 14001 인증획득(2004년), 벤처기업 인증획득(2006년)을 거쳐 제2공장(2007년)·제3공장(2008년)·제4공장(2010년)·기업부설연구소(2010년)·서울연구지부(2014년)를 차례로 설립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화전기가 걸어온 30년에는 우리나라 전기전력 정책의 변천 과정, 생산기술과 공급과정 등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성화전기의 송배전·지중화 기자재 생산품은 금구류 45종, 지중 자재 24종과 철탑 및 전주 등이며, 신개발품으로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전자식 전력량계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은 지중 배전선로에서 전력용 케이블이나 통신용 케이블의 보호와 케이블 교체작업이 쉽도록 사용되는데, 지하매설물의 장애로 인해 선로에 굴곡된 곳이 많고 지반이 연약해 부등침하가 우려되는 곳에 꼭 사용하는 지중 자재다. 편집자 주→성화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공사에 기자재를 주로 납품해 왔습니다. -1989년 기업을 창업할 당시에는 중공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사용되는 파이프 서포터라는 클램프를 제조해 납품했습니다.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 건설 참여가 대표적입니다. 발전소 공사에 참여하다 보니 그해 자연스럽게 한전의 배전공사에 금구류 등 기자재 납품도 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전에 송전·배전·지중자재의 제조와 납품으로 범위가 확대돼 27년째 납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화전기는 철도청이 발주하는 공사에도 기자재 납품 업체로 참여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1993년 철도청이 전철 일산 구간 공사를 위해 발주한 사업에서 전선을 잡아주는 ‘가동 브래킷’ 등 기자재를 납품했습니다. 이때 많은 기술을 터득했고, 배웠습니다. 그 결과 철도 하면 레일과 전선을 제외한 철탑·전주와 브래킷, 볼트 등 자재생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남북철도를 비롯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건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참여하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성화전기는 이미 철도청이 발주한 자재납품에 참여한 경험이 있잖습니까. 철도 건설에 관련된 잡자재 납품이 100% 가능합니다. 특히 성화전기가 납품하는 기자재는 100% 국산제품입니다. 중국산은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올해 1월, 대표께서는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는데, 남북전기도 함께 열려야 할 것 아닌가”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하셨는데요. 남북관계의 해빙기가 찾아올 것을 미리 예견하신 겁니까. -평화를 바라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비롯한 온 겨레의 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개성공단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성화전기도 북한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이후 특히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북한에 진출하겠다’는 저의 다짐을 굳은 결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와 성화전기가 갖고 있었던 평소의 꿈과 희망을 인터뷰에서 밝힌 것뿐입니다.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업가 입장에서 북한으로 가면 세계시장 진출이 쉽습니다. 북한이란 시장도 새로운 시장으로 매력이지만, 그 배후에 세계시장이 자리한 겁니다. 한국 제품보다 가격 싼 중국산에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술력과 결합된 북한제품으로 중국은 물론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도 경제협력이 무르익으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타고 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 핏줄의 동포애입니다. 남북은 한 형제잖습니까. 성화전기가 30년 동안 쌓아 온 기술과 인력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겠다는 거죠. 함께 잘 살 수 있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됩니다. 북한의 전기전력 사정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전력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개발과 발전이 된다면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설계와 생산기술, 시공’에 이르기까지 성화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습니다.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이라면 시대와 민족이 요구하는 평화와 함께 나눔과 베풂의 길을 가겠습니다. →단순한 철탑이 아니네요.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제공, 전수하겠다는 거군요. -저는 남북이 함께 번영하려면 북한도 생산력과 기술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 기술기준과 시공기준의 표준화 과정이 선행조건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만, 성화전기는 북한이 참여한 ‘합자회사’를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화전기는 송배전·지중자재와 관련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만큼 북한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교육을 통한 기술전수 등 협력과 협업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북한도 생산과 시공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고, 그러면 자부심도 갖게 되고, 직접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기간산업이 보다 빠르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성화전기의 재무구조 등을 살펴볼 때 북한에 직접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중소기업이다 보니 다소 어려움은 있습니다. 다만 정책적 지원과 여건이 뒷받침되면 할 수 있습니다. 철탑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맨파워의 노하우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생산공장 현지화에 특별히 희망하는 지역은 있습니까. -북한의 기간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개성이든 신의주, 함흥이든 관계없습니다. →북한이 기술과 생산에서 자립을 이룬다면 경쟁상대가 되어 위협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제품 가격은 저렴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성화전기는 그걸 갖고 제3국으로 갈 수도 있죠. 북한에서 생산하지만 그 품질 수준은 대한민국 수준일 테니까요. →현재는 희망 사항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북한 진출이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진행할 구상이신가요. -한국폴리텍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부터 기술교육을 거친 후 직원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북한 철탑건설 사업단’을 모집해 조직하면 청년 일자리 마련뿐 아니라 보람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술인력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재의 제작과 생산뿐 아니라 설계 인원과 시공팀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논점을 바꿔서요. 앞서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후 결심을 굳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여러 차례 다녀오는 길에 ‘철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내 모 대기업이 세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철탑의 경우는 중소기업도 기술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분야입니다. 부분적으로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개성공단 가는 길에 철탑을 세웠던 모 대기업도 이 분야에서 현재 사업을 철수한 상태입니다. 몇몇 대기업이 철탑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습니다. 다만, 대기업은 영업력에서 우위다 보니 해외 영업으로 수주를 하면 해외업체 등에 하청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계기관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의 기술기준은 중국보다 높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국내 사업에는 중국산이 발붙일 수 없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할 목적인 거죠. 그렇다면 그 목적에 맞게, 정부와 기관이 사용하는 기준에 맞게 ‘제품 성적서’ 등을 잘 관리해서 국내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입찰 기준을 엄격히 관리하고, 검수 절차도 기준대로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수십년 묵은 도매 혁신… 소비자·농민 모두 농산물 제값 찾을 것”

    “수십년 묵은 도매 혁신… 소비자·농민 모두 농산물 제값 찾을 것”

    서울신문이 창간 114주년을 맞아 18일부터 매주 수요일 ‘공기업 섹션’을 시작한다. 공직이나 금융 못지않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공공기관들의 현재와 미래를 담기 위해서다. 공공기관장 인터뷰를 통한 공공서비스 개선 등 정책방향, 공기업 채용정보 등 공공기관의 다양한 정보와 주요 이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수산물 수급과 유통, 수출 등을 책임지는 농식품산업 진흥 전문 공공기관이다. 1967년 농촌과 도시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출범한 농어촌개발공사가 모태다. 1986년 농수산물유통공사로 확대 개편됐고 2012년부터 ‘aT’로 이름을 바꾼 뒤로 농식품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1955년 충남 계룡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를 졸업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농림부 장관실 정책담당보좌관을 맡았고, 2012년까지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를 지낸 남북 농업 협력 전문가다. 이후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장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일해 농식품 유통에도 밝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외국보다 3~4배 비싼 농수산물 가격을 확 낮추겠다”고 밝혔다. 무조건 값을 내린다는 건 아니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더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도매시장과 대형마트에 집중된 기존 유통 경로를 지역에 기반한 직매장 등으로 다양화하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푸드플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사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식품 수출을 늘릴 방안으로 ‘케이팝’ 등 한류와 농식품을 묶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식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쿠킹 클래스’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로 남북 공동 영농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 농업 협력은 열악한 북한 농업 인프라를 복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3~2005년 농식품부 정책보좌관을 맡았다. 15년 전과 지금의 농촌 상황을 비교한다면. -훨씬 악화됐다. 인구는 반으로 줄고 고령화는 급격하게 진행됐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데 농촌은 도시보다 더 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랏돈을 계속 투입했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동안 농업 정책은 구조조정과 규모화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농정의 방향을 확 바꿔야 한다. →새로운 농정 방향이란 무엇인가. -지난달 ‘신경영비전’을 선포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어업 실현’을 새 농정 방향으로 잡았다. 수급 안정으로 국산 농식품의 자립 기반을 높이고, 유통을 개선해 농어민과 소비자 이익을 지키겠다. 수출을 늘려 농어민 소득을 올리고 농식품 분야 일자리도 만들겠다. →농산물 가격이 올해 초부터 많이 올랐다. 여름이 되자 또 들썩인다. -여름만 되면 늘 채소가 문제다. 고랭지 무·배추를 비롯해 상추와 깻잎 재배도 어렵다. 기후 변화로 재배 여건은 더 안 좋아졌다. 농산물값은 ‘양날의 칼’이다. 농가 소득을 위해서는 값을 높게 쳐줘야 하는데 물가 안정을 고려하면 적정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 농민 편에서 정책을 펼쳐도 소비자 이익과 일치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농산물이 계속 비싸면 수입산이 들어온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내 농업이 위축된다. 그래서 농산물값은 균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는데. -지금도 aT와 농식품부는 물론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농산물 가격과 생산량을 예측한다. 하지만 늘 틀린다. 올해도 두 개 기관의 양파 생산량 예측치가 너무 달라서 농민들과 유통업계에 혼선이 생겼다. 지난 3월 한 기관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8% 증가할 것이라고 했는데, 다음달 다른 기관은 36%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상 한파로 실제 공급량은 예측치보다 훨씬 줄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 계획으로 총 62억원을 들여 농산물 유통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한다. 2022년 완공이 목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시스템에 접목해 가격 예측력을 높이겠다. 기상정보, 도매시장 가격정보 등 12개 기관의 농산물 관련 54개 정보를 다 모아 분석한다. 현재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데이터가 많아지면 가격 예측 정확도도 높아질 거다. →농산물이 외국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농민들은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유통 과정에 문제가 많다. -농민은 제값 받고 소비자는 싸게 사 먹어야 경쟁력 있는 농업이다. 유통은 효율성이 있어야 하는데 농산물 유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도매시장은 물류체계 현대화 등 혁신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서울 가락시장의 유통체계는 1985년 개장했을 때와 똑같다. 이에 aT는 직거래 활성화, 온라인 거래 확대 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유통비용을 9571억원 줄였다. 하지만 더 개선해야 한다. 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위주의 기존 유통 경로 외에 지역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직매장과 직거래 장터를 늘리고 푸드플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푸드플랜은 지역 단위로 생산·소비는 물론 안전·영양·복지·환경 등 먹거리 이슈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국정과제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왔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학교 등 공공급식, 친환경 농업, 지역순환 경제를 만드는 ‘로컬푸드’ 등이 푸드플랜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계획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서울과 같은 소비 도시에는 1인 가구, 노인·빈곤층 등 잘 먹지 못하는 인구가 상당하다. 일단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한 농식품 공급도 중요하다. 생산지인 농촌은 친환경 농업으로 가야 한다. 한국은 농약 사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농촌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면서 양질의 농식품을 생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농식품부와 세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이 사상 최대인 9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을 더 늘릴 묘안이 있다면. -딸기와 배, 파프리카 등이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우리 농산물이 우수하기도 하지만 케이팝 등 한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K푸드페어를 열었는데 인기 아이돌 그룹 ‘하이라이트’, 현아와 함께 갔다. 행사장에 20만명이 몰렸다. 농식품 수출은 K컬처와 함께 가야 한다고 절감했다. 농식품을 한류와 묶어 수출하는 전략으로 가겠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농식품을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선진국은 자국 요리를 교육하는 ‘쿠킹 클래스’를 산업으로 육성한다. -농식품 수출은 결국 요리와 같이 가야 한다. 다만 한식 사업은 한식진흥원이 맡고 있다. 조직 통합이 어렵다면 aT 사업에 관련 프로그램이라도 가져오는 방안을 농식품부에 건의했다. ‘쿠킹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최근 남북 관계 진전으로 산림·철도·도로 분야 협력이 논의되고 있는데 농업 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 협력은 핵 문제 등 긴장 관계는 그대로 두고 민간·공공·문화 교류 등으로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겠다는 취지였다. 농업은 북한이 필요하다고 하는 비료나 사료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비핵화를 통해 평화 체제로 간다는 전제 아래 남북 협력을 준비하는 것이다. 남북이 한반도 농업 전체를 어떻게 끌고 갈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북한은 농업 기반이 상당히 무너져 있어서 북한의 농업 인프라를 어떻게 복원할지부터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이병호 사장은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1955년 충남 계룡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를 졸업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농림부 장관실 정책담당보좌관을 맡았고, 2012년까지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를 지낸 남북 농업 협력 전문가다. 이후 농수산식품유통연구원장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일해 농식품 유통에도 밝다. ■aT는 어떤 곳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수산물 수급과 유통, 수출 등을 책임지는 농식품산업 진흥 전문 공공기관이다. 1967년 농촌과 도시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출범한 농어촌개발공사가 모태다. 1986년 농수산물유통공사로 확대 개편됐고 2012년부터 ‘aT’로 이름을 바꾼 뒤로 농식품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오빠 같은 아빠 사진… 유효기간 없는 ‘방부제 주민증’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오빠 같은 아빠 사진… 유효기간 없는 ‘방부제 주민증’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공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수시로 밝혔지만 주민센터와 구청 등에서 체감하는 서비스는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이돌보미 매칭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순 없을까’, ‘사업주가 체불한 임금을 쉽게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공과금을 편리하게 한 곳에서 처리하면 어떨까’ 등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바람을 현실화하고자 서울신문은 18일부터 매주 특별기획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을 시작한다.1968년 도입된 주민등록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증의 유효기간이 없다 보니 해가 갈수록 본인 식별 기능이 떨어진다. 지갑에 따로 들고 다녀야 해 분실 시 명의 도용이나 위·변조 위험도 크다. 주민증은 지난 50년간 딱 세 번 바뀌었다. 1975년 주민등록번호가 12자리에서 13자리로 늘어났고, 1983년 세로였던 주민증이 가로로 바뀌었다. 1999년에는 재질을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개선했다.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둔 2018년 주민등록증 제도 또한 기술 발전에 맞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훼손·마모에 개인식별 기능 저하 직장인 오동헌(58·가명)씨는 고등학생 때 처음 주민증을 만든 뒤 지금껏 딱 한 번 교체했다. 2000년 플라스틱으로 된 카드로 재발급받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다. 18년 된 오 씨의 주민증에서 지금과 달라지지 않은 점은 주민번호 하나뿐이다. 얼굴 사진은 세월이 흐르며 마모돼 이제는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다. 이사할 때 바뀌는 주소지는 주민증 뒷면에 기록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그냥 두다 보니 이제는 민증에 적힌 주소가 어디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오씨는 “은행 등에서 주민증을 많이 요구하지만 너무 달라진 외모 때문에 한참을 대조한다”면서도 “주민증을 안 바꾼다고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갱신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주민등록증의 개인 식별 기능이 시간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신분 증명 수단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주민증이지만, 오씨처럼 재발급 없이 장기간 사용할 경우 외모가 변하고 주민증 사진 훼손도 심해져 신원 확인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1999년 이전에 만들어진 종이 소재 주민증을 지금까지 갖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가 신분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가운데 신분증에 유효기간이 없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주민증이 제 기능을 다 하려면 운전면허증, 여권처럼 유효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민증, 굳이 따로 들고 다녀야 하나요” 취업준비생 전경은(26·가명)씨에게 주민증은 ‘필수 아이템’이다. 이곳저곳 입사 시험을 보러갈 때마다 회사에서 본인 확인 용도로 수시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씨는 최근 주민증을 잃어버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놓기도 했지만 공신력 있는 수단이 아니어서 인증에 한계가 있다. 결국 주민센터를 찾아가 재발급을 신청했다. 매번 주민증을 챙겨야 하는 것에 불만이라는 전씨는 “스마트폰에다가 공인인증서를 저장해 놓듯 주민증을 넣어 두면 편리할 것 같다”고 투덜댔다. 플라스틱 신분증은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고, 상대적으로 위·변조도 쉽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 수단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4%였다. 피처폰(6%)을 포함할 경우 성인의 경우 휴대전화 보급률은 100%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신분증을 공인인증서처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신분증’은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 신분증을 암호화하는 기술을 어렵게 개발해 봐야 불법이다. 핀란드에서는 2010년부터 모바일 신분증 개발에 나서 현재 공공기관 등에서 널리 쓰고 있다. 개인정보를 휴대전화의 모바일카드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발급 비용이 없고 따로 신분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각종 계약이나 본인 확인 절차에서 모바일 인증 방법이 신분증을 대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모바일 신분증 관련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신분증도 스마트폰에 넣어 다닐 수 있어야 국내에서도 주민등록증 개선 논의가 뜨겁다. 지난달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핵심은 주민증을 10년마다 갱신하게 한 것이다. 주민증의 원래 기능인 본인 식별 기능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모바일 신분증 도입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지금껏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백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주민등록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주민증을 암호화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에 보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모바일 주민증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한정했다. 김군호 행안부 주민과장은 “국내외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주민등록증 유효기간과 모바일 주민증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조치”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증에 유효기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김 과장은 “1999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간 용모 변화나 마멸 등으로 많은 주민증이 본인 확인 기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모바일 신분증이 도입된다면 해킹 등 위험을 차단하고 스마트폰 분실 시에도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수준에 따라 모바일 신분증을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도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열린세상] 국회선진화법 손보고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회선진화법 손보고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팽팽하게 대치했던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났다. 이제 일 좀 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근로시간을 지닌 시민들의 눈에 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개혁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채 두둑한 월급봉투만 챙겨 가는 의원들이 고와 보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는 의원들 개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한다고만 될 일은 아니다. 국회의 구조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우선 한국의 국회에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기 전 교섭단체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교섭단체 정당 중 어느 하나라도 처리를 반대한다면 국회는 올스톱 진입로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안건조정위원회 제도가 있긴 하나 상임위원장이 야당 몫이라면 법안 심사는 요원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18대 국회 말 폭력과 날치기 국회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조건으로 국회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요구한다.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늘 최소 180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철벽같은 ‘게이트 키퍼’인 법사위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는 헌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전문적으로 심사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법사위는 그 순수한 기능을 넘어 법안을 지연하거나 기각하는 기구로 변질됐다. 국회 내의 상원, 상임위의 옥상옥으로 불린다. 법사위를 차지한 한국당이 국회의 문고리 권력을 단단히 거머쥐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법안 하나라도 처리하려면 ‘교섭단체협의?선진화법?한국당 주도의 법사위’라는 삼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통행세는 180석의 대연합인데, 쉽지 않다. 오히려 여야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선거 이후 항간에 제기된 ‘개혁입법연대’는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을 합쳐도 157석에 불과하다. 한국당이 맞불로 놓은 ‘개헌연대’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연합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개혁입법이든 개헌이든 어느 하나 제대로 해볼 수 없는 현실이다. 교섭단체협의 제도나 정당 의석에 비례한 원 구성은 국회 운영에서 소수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합의제적 전통으로 자랑할 만한 제도다.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면서 여야 간 합의를 이루겠다니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원심력이 지나치게 크다. 전체 과정에 소수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많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주요 골자로 한다. 여기서 과반 규칙이 중요한 이유는 소수가 아무리 헤쳐 모이더라도 다수를 넘지 못하는 선이 ‘50%+1’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 개정과 같은 중대 사안은 가중다수인 3분의2의 동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외 일반 정책은 다수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 과반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최소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일상적인 국회 과정에서 최소민주주의를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는 등 손봐야 한다. 물론 선진화법 내에는 필리버스터 제도 등 소수당을 보호하는 좋은 장치가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무제한 토론이 행해진 법안이 바로 다음 회기의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져 통과되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실효를 지니게 하되 나머지 신속 처리에 필요한 3분의2의 동의 조건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사위가 옥상옥 구실을 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안 처리를 지연 및 기각하거나, 나아가 법안을 수정할 권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의 위상을 일반 사법상임위로 전환하고 법제 기능은 국회 사무처의 법제실에 맡기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 이 두 가지 제도 개혁은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국회가 진지하게 고려해 주길 기대한다.
  •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2주일 정도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직장인을 겨냥한 문화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강좌가 늘어나는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체감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퇴근 뒤 집으로 일을 짊어지고 오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자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lance·워라밸)이라는 가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지 않으면 중소기업(50~299인 이하 사업장)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어서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좌담회를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서울신문 주최로 열렸으며, 사회는 김성곤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맡았다.→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가. -이병훈 장시간 노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긴 노동시간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유발하고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일을 독점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 수준 노동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권혁 국가의 선진화에는 늘 노동시간 단축이 동반됐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사회는 발전하는데 노동시간만 그대로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동열 매년 과로로 300명 이상이 죽는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시행은 당연하다. 다만 기업들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시행된 것이 아쉽다. -김근주 장시간 노동은 그동안 사회에 많은 악영향을 가져왔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높여 임금체계를 왜곡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판단도 불가능하게 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병훈 우리나라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여 왔다. 그때마다 비용 상승, 임금 감소 등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보면 차츰 현장 안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권혁 지금까지는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당분간 혼란이 있겠지만 후진적 노동시간 관리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2월 법이 개정된 뒤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진행됐다. 법 개정 이후 4개월간 가이드라인이나 계도 방식을 면밀하게 세웠다면 지금 겪는 혼란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권혁 국회 법 개정 과정과 정부 준비 과정에서 직무 특성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 산업구조 변화 혹은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력 채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종도 있다. 법 시행 직전까지 경기도 노선버스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문제점이 있는 업종을 찾아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동열 노동시간을 법으로만 제한하려다 보니 노사 자율성이 배제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노사 신뢰가 형성된다면 노사가 노동시간을 스스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법 시행 전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먼저 시행해 안착한 회사들의 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는 등 현장의 불안감을 줄여 주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김근주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률과 판례를 해석한 일반론적 설명만 제시돼 있다. 특히 법이 바뀌면서 금지되는 행위나 제도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 예컨대 포괄임금제 지침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도 궁금증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했다.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이 적발돼도 처벌이 유예되는 6개월, 중소기업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 1월 전까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동열 중소기업은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더해야만 생계유지가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직무에 대한 노동가치를 측정하는 직무급 체계, 숙련급 체계 등 임금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김근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이 정체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노동시간이 곧 임금과 직결되는 고리를 이번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임금체계와 근로빈곤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권혁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훈련 확대 등을 고민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계도기간에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업종에 대해 원활한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계도기간은 ‘6개월 용서기간을 줄 테니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주는 기간이 아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보완책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가 있다. -김근주 법 부칙에는 2022년까지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동시에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 정착 뒤 별도로 논의할 것인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권혁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평균 노동시간 기준으로 소정 임금을 주는 등 이름과 달리 비탄력적이다. 다만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면 논란만 빚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제도 시행 기간을 확대하는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된다. -이병훈 6개월의 계도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공론화하면 또 다른 노사 간 논란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은 뒤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동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응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또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노사 대화가 중요하다. -이병훈 2020년 이후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기 전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원청은 주 52시간 근무하고 하청은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구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근로감독행정이 필요하다. -김근주 임금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대기업 노동자들만 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권혁 노동시간 단축으로 그동안의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오래 일할수록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프레임도 깨질 것이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상가 임대보장 10년으로 연장 추진… 퇴거보상제 검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상가임대차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른 사람의 건물을 빌려 장사하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임대료 문제는 정부 부처 간 계속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료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카드수수료 등과 함께 영세 자영업자를 옥죄는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현재 국회에는 24건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건물주는 10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또 이 기간 동안 임대료 인상률이 5% 이하로 제한된다. 임차인은 적어도 10년은 쫓겨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도 도시재생사업 등에 따른 임차인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방향에 대해 법무부와 합의했으며 국회가 열리면 법제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상가 임차인들에게 적게는 9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의 장기 상가 임대를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안정적인 임차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퇴거보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퇴거보상제란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으로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 영업시설 이전 비용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에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을 신속하게 조정·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스러지는 ‘공무원의 별’? 승진잔치는 끝났다

    스러지는 ‘공무원의 별’? 승진잔치는 끝났다

    외교부가 다음달 말 1급 대사 자리 중에 상당수를 2급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국방부에서는 군 장성수가 80개 이상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검찰에서는 검사장 자리를 축소하는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관가의 별’들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찬반 양론이 불거지고 있다. 실무 중심의 조직으로 개혁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대다수 직장인의 희망인 고위직 승진은 몇배나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4일 “1급 공관장 자리 중에 2급으로 내릴 수 있는 자리를 검토 중이다. 다음달 말에는 발표할 계획”이라며 “한 두 자리를 변경하는 생색내기용이 아니며 부처혁신안으로 봐달라”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도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1급 이상 직위 공관장 수를 줄이고, 향후 4년간 매년 최소 100명 정도의 실무 인력이 증원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공관장은 총 164명으로 이중 1급 이상은 93명이다. 외교부는 상당수의 외교부 본부 2급 공무원들이 1급 대사직으로 나갈 경우 1급으로 ‘자동 승급’되는 상황을 ‘직급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즉, 2급 공관장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사관의 경우는 직급을 현실화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은 팽팽하다. 한 공무원은 “상대국에서 그간의 1급 대신 2급 직위 대사가 나가면 국격 면에서 섭섭할 수 있다”며 “공무원도 직장인인데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자기 1급 자리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의 직급은 한국이 밝히지 않는 한 상대국에 알려지지 않는다”며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방안을 만들도록 검토 중”이라고 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나 국방부가 고위직을 줄이는 이유는 ‘업무의 효율화’다. 쉽게 말해 실무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외교부는 향후 4년간 매년 실무인력을 100명씩 늘리고 싶어한다. 정작 외교부의 총 인원은 2200명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견국 평균인 45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곧 발표한 국방개혁에 대해 “공룡같은 군대를 표범같이 날쌘 군대로 만들겠다”고 표현한 바 있다. 실제 국방부 내부에서는 국방개혁안에 400명이 넘는 군 장성 수를 80개 이상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장성이 9명 포진한 국군기무사령부의 경우 최근 세월호 유족 사찰 및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 등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언도 있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법무부의 검찰 인사에서도 ‘검찰 인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자가 9명으로 지난해 7월 인사의 12명에서 줄었다. 검사장 수 축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조직의 효율성을 지향하는 취지와는 별개로 중간 간부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한 공무원은 “업무의 전문화와 실무 중심의 기조는 알겠지만 외부 취업도 힘든데 승진도 힘들어질 것 같다”고 다소 서운해했다. 반면 한 사무관은 “아직 승진할 시기가 안 돼서 그런지 현장 업무를 뛰다보면 실무중심의 조직으로 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편, 일반직 행정공무원 수와 비교한 정무직 및 고위공무원 비율은 2012년 1.1%에서 지난해 0.7%까지 떨어졌다. 고위직 공무원 비율이 그간에도 서서히 줄어왔다는 의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국 자살 사망률 25.8명… 4년새 7.5명 줄어

    한국 자살 사망률 25.8명… 4년새 7.5명 줄어

    OECD 국가 중엔 여전히 1위2016년 기준 기대수명 82.4세 의사 수 1000명당 2.8명 꼴찌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6세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은 OECD에서 가장 낮았다. 또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5.8명으로 가장 높았다.12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OECD 평균(80.8세)보다 1.6세 길었다. 기대수명은 그해 태어난 아이가 살 것으로 기대되는 수명을 뜻한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는 일본(84.1세)이었고, 스페인(83.4세), 스위스(83.7세) 등이 뒤따랐다. 반면 라트비아(74.7세)와 미국(78.6세)은 낮았다. ‘본인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1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한국(32.5%)과 일본(35.5%)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캐나다(88.4%)와 미국(88.0%)은 조사 대상 10명 중 9명이 ‘본인은 건강하다’고 답했다. 2015년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68.4명으로 멕시코(114.7명)와 터키(160.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고, OECD 평균(201.9명) 대비 33.5명 적었다. 총 사망 건수의 30%를 차지하는 심혈관계질환을 보면 우리나라의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2015년)이 인구 10만명당 37.1명으로 일본(32.3명) 다음으로 낮았다. 뇌혈관질환 사망률(61.7명)은 OECD 평균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2015년)은 25.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다만 4년 전인 2011년(33.3명)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2011년 제초제 ‘그라목손’ 생산을 금지해 노인 자살률이 낮아졌고, 중앙자살예방센터 설립을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살 사망률이 높은 나라로는 라트비아(18.1명), 슬로베니아(18.1명), 일본(16.6명) 등이 꼽혔고, 낮은 국가로는 터키(2.1명), 그리스(4.4명), 이스라엘(4.9명) 등이었다. OECD 평균은 11.6명이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비율(2016년)은 우리나라가 18.4%로, OECD 평균(18.5%)보다 다소 낮았다. 다만 국내 남자 흡연율(32.9%)은 터키(40.1%), 라트비아(36.0%), 그리스(33.8%) 다음으로 높았다. ‘순수 알코올’(맥주 4∼5%, 포도주 11∼16%, 화주 40% 알코올로 환산)을 기준으로 측정한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2016년)은 연간 8.7ℓ로 OECD 평균(8.8ℓ)과 유사했다. 우리나라 의사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었고,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한 해 17회로 OECD에서 가장 많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경기도, 치료 회피 결핵 환자 추적관리 강화

    경기도, 치료 회피 결핵 환자 추적관리 강화

    경기도는 12일 연락 두절이나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비순응 결핵 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와 대한결핵협회, 보건소 관계자 등으로 조사단을 구성, 노숙인과 외국인 등 비순응 결핵 환자에 대한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중증환자는 경기도의료원(수원병원)과 민·관협력 의료기관(PPM, Private Public Mix) 26개소에 연계해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 도는 아울러 노숙인 등 주거 취약계층의 결핵 치료관리 강화를 위해 오는 10월 노숙인 실태조사와 함께 노숙인 시설 및 결핵 관리기관 등과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 내년 비순응 결핵 고위험군인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결핵 이동검진을 실시하고 결핵 확진자에 대해서는 결핵 치료 완료까지 직접복약확인치료(Directly Observed Treatment : DOT)를 지원할 계획이다. 도내에서는 매년 6000여명의 새로운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국대비 발생률도 21.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결핵 발생 및 사망률이 1위다. 2017년 경기도내 44개 보건소 대상 비순응 결핵환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핵환자 7855명 중 비순응 결핵환자는 66명이며 이중 노숙인·외국인 등 연락두절, 인식개선 부족 등으로 관리 중단된 환자가 25명(38%)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비순응 결핵 환자 중에는 이미 고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도 보건당국은 추정한다. 조정옥 도 감염병관리과장은 “감염력이 강한 비순응 결핵 환자 1명이 연간 20여명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새로운 감염을 일으킨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연구자료가 있다”며 “고위험군 노숙인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등 앞으로 결핵 관리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무역전쟁, 과학기술 강화의 계기로 삼자/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무역전쟁, 과학기술 강화의 계기로 삼자/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이 자못 엄중하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벌써부터 삐걱거린다. 고용도 성장도 부진하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노동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7월 6일 0시 1분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대응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분열하는 세계, 다자주의의 쇠퇴 그리고 포퓰리즘의 부상은 미·중 무역전쟁을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로 비화시킬 수도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고통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세계 무역이 1% 감소하면 1년 동안 한국 경제의 수출과 성장이 각각 1.08%와 0.48%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올해 11월 중간선거, 2020년 대통령선거 등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한 품목인 전자제품, 자동차, 신소재, 부품, 전자제품, 철강, 인공지능, 의료기기 등에 주목해야 한다. 패권 다툼에 돌입한 양국 모두 과학기술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미국은 과학기술을 글로벌 리더십과 국가 경쟁력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중국몽(中國夢)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운 시진핑 국가주석은 경제력, 주권국 지위와 함께 기술경쟁력을 초강대국의 3대 요소로 명시하고 과학기술을 ‘경제의 주요 싸움터’라고 비유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제조업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제조업의 수준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특히 인재와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직결돼 더 중요하다. 과학기술 관련 각종 지표에 나타난 우리의 위상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고 수준(4.24%)의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얕고 기초과학이 약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낮은 원천기술 비중과 핵심기술의 높은 해외 의존도 때문에 기술수지 적자가 지속된다. 그런 측면에서 산학관 협력 강화는 물론이고 공공도서관처럼 지역사회 곳곳에 직접 실험해 보고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립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경험적 지식을 축적할 환경을 조성해 주면 좋을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350개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립할 계획이지만, 기술굴기에 나선 중국은 상하이에만 메이커 스페이스가 500개 이상이라는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동연구, 공동특허 등 국제협력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 참여해 선진 경험과 지식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과 비(非)대기업 간 R&D 투자의 양극화도 문제다. 2017년 삼성, LG,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민간 R&D 투자의 62.7%를 차지했다. 기업 간, 산업 간 격차 확대 및 협력 축소로 인해 한국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넛지가 필요하다. 첨단기술은 수많은 실패와 노력의 결과물임을 상기하고 단기 성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R&D 지원뿐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도 단기 성과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가치 있는 기술개발의 지원군이 될 수 있다.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가 정신과 지속적인 혁신을 북돋아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규제개혁은 관료주의 타파와 함께 일하는 국회가 선결 조건이다. 그런데 정부가 약속한 규제 샌드박스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다. 국민들의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얼마 전 특허를 많이 보유한 이탈리아의 중견기업 롤드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R&D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장기적 시각 그리고 산학관 연계와 협력’이라는 롤드사 최고경영자의 발언이 기술력 강화를 위한 정확한 좌표를 제시한다. 이번 무역전쟁은 압도적 기술력만이 경쟁력임을 보여 주고 있다.
  • [수요 에세이] 팀코리아의 활약을 기대하며/문재도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수요 에세이] 팀코리아의 활약을 기대하며/문재도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지난 4월 로마에서 열린 ‘G12 공적수출신용기관회의’(G12)에 참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무역금융을 확충하기 위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우리가 합류해 기존의 선진 7개국과 함께 G12 체제로 개편된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이번 G12에서는 변하는 무역 환경에서 ‘공정 수출경쟁’과 공적수출신용기관의 역할이 논의됐다. 특히 ‘경쟁 수단의 공정성’이 쟁점이었다. 수출 경쟁은 상품 가격이나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뤄질 때 소비자(수입국) 이득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각국이 수출 보조금이나 금융을 차별적으로 지원해 경쟁하면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국이 수출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은 수출금융 지원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반면 선진국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정 경쟁 협약’을 만들어 준수하고 있다. 협약 제정 당시 세계 공적금융(公的金融)의 90% 이상이 적용받았지만 지금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자원개발처럼 수출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해외 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도 이유지만 그보다는 OECD 비회원국인 신흥국들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선진국은 1970∼1980년대에 과도한 수출금융 지원 경쟁과 위험관리 실패로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출혈 경쟁과 대규모 손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협약을 제정했고, 이제는 신흥국도 이 틀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신흥국은 현 상황에서 자국 수출기업 지원에 대한 제약을 원치 않는다. 특히 중국은 국책금융기관은 물론 자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수출과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2016년 해외 건설 시장에서 우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약 1000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해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이렇듯 입장 차이가 크다 보니 합의 도출에 난관이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 지역 발주 감소로 수주 경쟁이 치열한 데 더해 OECD 회원국으로서 금융 지원할 때 협약을 지켜야 한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는 셈이 됐다. 보호무역주의 극복과 수출 확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기에 우리 고민은 더욱 크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 맞서 수주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팀코리아’ 전략이 더욱 강화돼야 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최근 해외 수주 시장은 국가 대항전 성격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 건설사,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이 한 몸처럼 움직여 단순 결합 이상의 조화를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럽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의 기술력을 뚫고, 중국 등 신흥국의 가격 경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얼마 전 금융지원을 확정한 23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LNG 터미널사업’은 대표적 모범 사례다. 민간 건설사와 공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올 1월 ‘수주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함께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130여 중소기업이 6억 달러의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게 돼 대·중소기업의 동반 진출까지 이뤘다.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서 물새나 사슴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리와 잘 협력해서라고 한다. 혹독한 수주 가뭄을 함께하는 팀코리아 전략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한마디 더.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이 가속화돼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를 바란다. 이미 많은 기업이 북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보통국가화된다면 과거 남북 간 경협을 뛰어넘어 다른 나라 기업들도 투자하고 교역하는 국제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민간 금융기관들도 지원에 적극성을 보인다. 무역보험과 같은 정책금융이 뒷받침한다면 이런 기회를 사업화할 수 있다. 남북 관계가 잘 풀려 가까운 날에 북한에서도 팀코리아가 크게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국판 셜록 홈스 안 된다…헌재 “탐정업 규제 합헌”

    한국판 셜록 홈스 안 된다…헌재 “탐정업 규제 합헌”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탐정’ 업무와 명칭을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탐정업이 신설되면 직역을 침해당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탐정 행위와 명칭의 사용 금지를 규정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전직 총경 정모씨는 퇴직 후 탐정업에 종사하기 위해 “탐정을 금지한 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불법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사생활 조사를 금지하는 것 외에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일부 업체들이 몰래카메라, 차량위치 추적기 등을 사용해 불법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등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소재와 연락처 등 사생활 조사업을 금지하는 것 외에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탐정업이 아니더라도 신용조사업, 경비업, 손해사정사 등 탐정업 유사직역에 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탐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에만 없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성적 업무가 양성화·합법화되고 변호사에 비해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경찰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수차례 넘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 발의된 공인탐정법은 사생활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검찰과 경찰의 전관예우를 조장하게 된다”며 반대하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페미니즘 웹툰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악의적 패러디에 법적 대응 예고

    페미니즘 웹툰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악의적 패러디에 법적 대응 예고

    성 불평등을 소재로 한 페미니즘 웹툰 ‘쌍년의 미학’을 연재 중인 민서영 작가가 자신의 만화를 무단으로 편집해 유포한 네티즌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 작가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kimminseoyoung)에 “현재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썅년의 미학’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편집본이 돌아다닌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해당 사안은 작품의 법적 보호를 책임지고 있는 저의 매니지먼트사에 전달 되었으며 저작권법 위반으로 엄정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이 운영하는 플랫폼인 ‘저스툰’에 ‘썅년의 미학’을 연재하고 있다. 4컷으로 이뤄진 이 만화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 여성 비하의 상황을 그린 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풍자물이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민 작가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여자”를 ‘썅년’으로 설정하고 “기본권을 위협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현대여성의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고 설명했다.민 작가가 문제 삼은 패러디는 남녀 임금격차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변형한 것이다. 원작은 직장 동료로 보이는 남녀가 각자 노트북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4컷으로 구성돼 있다. 남자가 “요즘 같은 시대에 여성 차별이 어디 있느냐. 그거 다 피해망상이다”라고 말하자 여자가 “같은 일을 해도 여자가 남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이 차별”이라고 대꾸한다. 이에 남자가 “힘쓰는 일은 전부 남자들이 한다. 생수통도 남자가 들고...”라고 반박하고 여자는 “앞으로 생수통은 내가 갈테니 준협씨가 월급 63%만 받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끝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남성 임금이 100일 때 여성 임금이 63.6으로 남녀 임금격차가 3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꼴찌라는 점을 풍자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최근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날라지면서 논쟁거리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러디물이 등장했다. 민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두고 말풍선 내용만 바꾼 것이다. 패러디는 민 작가의 웹툰에서 마지막 여자의 말에 남자가 반격을 가하는 장면을 담았다.남자가 “꼴랑 생수통 하나로? 야근수당, 위험수당이 뭔진 알죠? 지영씨 내근직이죠? 칼퇴하죠?”라고 몰아 붙이는 컷이 대표적이다. 남자가 “용접팀 김대리 무릎 아작났던데, 지영씨 김대리랑 보직 바꾸세요. 생수통은 마저 가시구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남녀가 같은 일을 한다’는 민 작가의 생각을 반박하는 뜻이 담겼다. 남자가 “거래처에서 물건이 오면 남직원들이랑 같이 나르세요. 왜 그때만 사무실에서 안 나와요?”라고 쏘아 붙이는 컷도 등장한다. 남자는 “지영씨, 남자들이 생수통, 군대 하니까 정말로 저 두개 때문에 여자들이 차별받는 줄 알았어요?”라며 “생수통 하나 안 갈았다고 임금을 63%만 준다니, 그럼 정수기 죄다 직수형으로 바꾸면 인건비에서 무려 37%가 남을 텐데 왜 그렇게 안 하죠?라고 꼬집는다. 민 작가는 이런 패러디물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4장의 패러디 컷을 올린 뒤 ”패러디를 했으면 재미라도 있던가, 너무 별로고 애잔하고 직장생활 안 해보고 현실 여자 못 만나본 티가 난다“면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정식 연재분을 무단 업로드해 법 위반으로 고소당하고...“라고 적었다.저작권법에 따르면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변형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저작권자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 다만 원작을 풍자하거나 비평해서 원래의 저작물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패러디는 법적으로 허용된다. 저작권법 제5조는 원저작물을 변형, 각색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 즉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같은 법 제6조는 저작물의 소재 선택과 배열,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편집저작물’도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적고 있다. 따라서 민 작가 웹툰을 변형한 패러디를 2차적 저작물로 볼 수 있을지가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남성 비판적 주제 의식을 정반대로 여성을 비꼬는 내용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악의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집안일 하는 남편, 주말에 가끔 보다 평일에 ‘식사·청소·세탁’하는 게 효과적

    집안일 하는 남편, 주말에 가끔 보다 평일에 ‘식사·청소·세탁’하는 게 효과적

    가끔 하는 일보단 매일하는 일이 만족도 1.49배↑남편은 집안일 자체보단 아내 만족도에 좌우남편이 가사 분업을 할 때 가끔하는 일을 하기보다 식사나 청소, 세탁 등 일상적인 일을 하는 편이 아내는 물론 남편의 가사분업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주52시간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여성의 실질적인 가사노동 시간을 분업하지 않는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남편의 가사활동이 부부의 가사분업만족도에 미치는 효과’(주익현 성균관대 사회학과 박사후연구원) 보고서에서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서 1만 4704명(남녀 각 7352명)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아내의 가사분업 만족도는 남편이 식사·세탁·청소 등 일상적인 집안일과 육아 등 돌봄 노동을 할 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매일 해야하는 가사 노동인 식사·세탁·청소 등의 집안일을 할 때 아내가 가사분업에 만족할 확률은 34.4%로 그렇지 않을 때(26.7%)보다 1.49배 높았다. 남편은 식사나 청소, 세탁같은 집안일을 할 때(39.4%)와 하지 않을 때(36.2%)의 만족도의 차가 3.2% 포인트로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대신 아내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아내가 가사분업에 만족할 때 남편의 만족도는 54.4%로 그렇지 않을 때(29.4%)와 차이가 25.0% 포인트나 됐다. 또 같은 집안일이라도 평일에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남편이 주말에 집안일을 하면 만족도가 27.6%에 그쳤지만, 평일에 할 땐 31.2%로 나타났다. 돌봄 노동 참여도도 가사분업 만족도에 영향을 끼쳤다. 남편이 육아 등 돌봄에 참여할 때 아내의 만족도는 32.9%로 그러지 않은 때(28.9%)보다 1.23배 높았다. 한국의 가사분업 수준은 2015년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26개국과 비교했을 때 꼴찌 수준이다. 한국 남성의 일평균 가사시간은 45분으로 덴마크(186분·1위)나 노르웨이(184분·2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총 가사시간 대비 남성 가사 비율은 한국 16.5%, 덴마트 43.4%, 노르웨이 46.1%로 나타났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한국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한국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특정인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탐정’ 업무와 명칭을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탐정업이 신설되면 직역을 침해당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탐정 행위와 명칭의 사용 금지를 규정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전직 총경 정모씨는 퇴직 후 탐정업에 종사하기 위해 “탐정을 금지한 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헌재는 불법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사생활 조사를 금지하는 것 외에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일부 업체들이 몰래카메라, 차량위치 추적기 등을 사용해 불법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등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소재와 연락처 등 사생활 조사업을 금지하는 것 외에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탐정업이 아니더라도 신용조사업, 경비업, 손해사정사 등 탐정업 유사직역에 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탐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에만 없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성적 업무가 양성화·합법화되고 변호사에 비해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경찰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수 차례 넘지 못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 발의된 공인탐정법은 사생활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검찰과 경찰의 전관예우를 조장하게 된다”며 반대하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경제 6단체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 적용해야”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며, 사업별 구분 적용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별 구분 적용이 막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발표했다. 경제 6단체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2016년 9월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한 경제계 입장’ 발표 이후 2년 만이다. 이날 성명을 주도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신영선 상근 부회장은 “최저임금법에도 사업별 구분 적용에 대한 근거가 들어 있고, 이미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만율과 임금 격차가 심해 인상률을 단일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일정 비율 이상인 업종,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과 부가가치가 전 산업 평균 이하인 업종, 소상공인 일정 비율 이상인 업종 등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별 구분 적용이 받아들여진다면 지난주 처음 제시했던 안(동결)을 수정할 용의도 있다”며 “확정되는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하는 등 합리적인 구분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또 “최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 됐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제반 경제 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저성장 시대의 노동정책은 고용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심의가 향후 산적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해결할 사회적 대화의 시발점임을 고려해 노사 간 성숙한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11일과 13~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4일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보다 43.3% 오른 1만 790원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韓 가정용 전기료 OECD 회원국 중 최저

    전기요금 개편 논의에 영향 주목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인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간 수준이다. OECD가 지난달 환경 보호를 위한 전기료 인상을 권고했고,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힌 상황이라 전기요금 개편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최근 발간한 ‘국제 산업용·가정용 에너지 가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기준 ㎾h당 8.47펜스(약 125원)였다. 이는 조사 대상 OECD 회원국 28개 가운데 최저인 캐나다(8.46펜스)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로,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26.68펜스다. 덴마크가 24.45펜스(2016년 기준)로 그 뒤를 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우리나라는 ㎾h당 7.65펜스(약 113원)로 OECD 회원국들의 중간값(7.62펜스)과 비슷했다. 노르웨이(2.83펜스), 스웨덴(4.46펜스·2016년), 핀란드(5.65펜스)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활발한 북유럽 국가들이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고작 500명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혐오하고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묵살하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제주시 가톨릭회관 3층 교구장실에서 만난 강우일(73)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700만이 넘는 한국인들이 지금 해외 시민들의 관대한 수용으로 외국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 가족의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미국의 모습에 분노했으면서 정작 우리 마당에서 벌어진 일은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강 교구장은 지난 1일 “난민 배척은 인간 도리를 거부한 범죄”라는 내용의 사목서한을 발표했다.→사목서한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이 내 집 문을 두드릴 때, 그 문을 열기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묵살하는 것은 범죄라는 말이었다. →종교적·윤리적 호소임을 감안해도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정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로 이주한 선조들, 임시정부를 꾸린 독립운동가들,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들이 모두 난민이었다. 수많은 난민을 양산한 6·25 전쟁은 아마도 1951년 체결된 난민 협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난민 협약에 가입한 대한민국은 당연히 난민을 받아야 하는 국제법적인 의무가 있다. 예멘인 500여명 들어왔다고 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리를 저버리는 위법적인 행위다.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로 알았던 난민 문제가 우리 앞에서 벌어진 현실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10여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주의 큰 흐름이 나타났다. 이것은 고대부터 생존을 찾아 이어져 온 민족 이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위정자들도 단순히 예멘 사람 500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벌어지는 ‘메가 트렌드’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은 500명이지만, 더 많은 난민이 유입될 것이다. ‘인도주의’만으로 감당할 수 있나. -물론 무한정으로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난민 수용 비율(4%)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당분간 더 받아들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하면 최하위 수준일 것이다. 처음부터 갑자기 많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의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해 온 사람들도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가 다 먹여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경제구조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 일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거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에서도 난민 배척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럽의 많은 국민과 지도자들은 지중해에서 조각배와 함께 가라앉는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과 반대 여론 속에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우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와 지도자들이 많다. →제주 난민 배척 국민청원이 60만을 넘었다. 일부 의견이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일부 의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인 시야에서 난민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민족에 대한 연대·공존의식을 터득해야 하는 시대라고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편협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야 하는 시대인데 오히려 벽을 더 높이 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난민과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영역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 기피하는 곳이다. 제주에서도 감귤을 따는 일에는 국내 노동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산업도 이주노동자 없이는 작동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불안감을 넘어 잘못된 정보에 기반을 둔 혐오도 많다. -이슬람에 대한 가짜 정보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물론 이슬람 중에 극단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이슬람 신자들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갖고 산다. →출도(제주 밖으로 이동)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폐기했으면 한다. 지리적으로 좁은 제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고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예멘인들이 좀더 다양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길을 더 폭넓게 터 줘야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종합소득 年 3400만원 은퇴자, 지역 건보가입 부담

    종합소득 年 3400만원 은퇴자, 지역 건보가입 부담

    분리과세 적용 세부담은 적을듯 피부양자 자격박탈 건보료 납부 금융과세 단순화 방향 개혁해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확대를 권고한 뒤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준이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이 연 1000만~2000만원인 일반 은퇴생활자의 경우 추가 세 부담이 미미할 전망이지만 건강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 있다.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향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민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금융소득 과세가 강화될 것”이라며 “‘세테크’ 등으로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맞춰 놓은 고객들을 위해 여러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2000만원 이하 금융소득(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15.4%(주민세 포함)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재정개혁특위 권고안대로 이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추면 31만명이 추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를 두고 ‘세금폭탄’ 논란이 일고 있지만 주로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중산층’ 은퇴자의 경우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소득을 연 1000만~2000만원 버는 사람이 추가로 세금을 내려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을 합한 모든 소득이 4600만원을 넘어야 한다. 현재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은 4600만원 이하에 대해 16.5% 세율을 부과하고 있어 분리과세 세율(15.4%)과 거의 비슷하다. 박상철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PB팀장은 “본인 집 한 채와 금융소득 조금만 있는 은퇴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추가로 부동산 임대소득 등이 많을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내지 않던 은퇴자라도 기준 금액이 바뀐 뒤 금융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이 연 3400만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1000만원으로 내려가면 건보료 납부 대상도 늘어날 수 있다. 기존에 건보료를 내던 사람도 종합소득에 더해지는 금융소득의 크기가 커지면 소득 자체가 늘어나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건보료 증가 폭은 개개인마다 달라 일괄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은퇴자들이 느끼기에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소득으로 수억원을 버는 소득 상위 계층의 비중이 커지면서 분리과세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의 5명 중 1명은 1억원 이상 고액 금융소득자로 집계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 9만 4129명 중 1억원 이상 신고자는 1만 8585명(19.7%)이었다. 2013년에는 13.1%였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 말 내놓은 ‘OECD 회원국의 금융소득 과세제도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종합과세하는 국가는 각각 10개국이다. 이자소득에 대해 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병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멕시코, 포르투갈 등 6개국이 있다. 보고서는 “OECD 회원국들은 비과세 폐지를 포함해 금융소득 관련 세제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리나라는 저축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199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시행했지만 현재는 상위 계층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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