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우리은행 ‘우승 청부사’ 타미카 캐칭
“어린 타미카가 내 경기를 보러왔을 때보다 내가 타미카를 응원하러 오는 요즘이 더 떨리고 흥분됩니다.”
아버지는 미프로농구(NBA)에서 11시즌을 뛴 스타다. 주로 수비형 센터로 활약했다.76∼77시즌 필라델피아 멤버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틀랜드와의 파이널에서 먼저 두 번 이겼으나 이후 네 번을 내리 진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 았다.
어린 자녀들은 아버지가 뛰는 경기장이 놀이터였다. 이중 막내딸이 미여자프로농구(WNBA)와 한국여자프로농구(WKBL)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제는 아버지가 딸을 보기 위해 코트를 찾는다.‘우승 청부사’ 타미카 캐칭(사진 왼쪽·28·우리은행)과 그의 아버지 하비 리 캐칭스(오른쪽·56)다. 한국에선 ‘캐칭스’를 ‘캐칭’으로 줄여 부른다.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잠시 뛰었던 하비는 NBA 선수들에게 은퇴 뒤 진로상담을 해주는 카운슬러로 일한다. 지난달 25일 한국에 처음 왔다. 머나먼 이국에서 활약하는 막내가 너무 그리워서다.“타미카가 한국과 러시아 등에 가고 없으면 정말 허전하다. 하지만 타미카가 다른 나라에서 새 경험을 하며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신한은행전,28일 국민은행전을 찾아 열심히 응원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관중석에서 벌떡 일어나 심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등 흥분한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은행은 모두 졌다. 막내는 아쉽고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당연히 아버지 앞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떠나 팀이 져 너무 속상하다.”며 승부 근성을 드러냈다.
하비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어야 했다. 타미카가 팀의 중심 선수로서 마지막에 분발했으면 이길 수도 있었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코트에 쏟아 부으려는 타미카를 볼 때마다 기특하다.”고 귀띔한다.
딸 자랑을 더 해달라고 했더니 “공격적인 모습이나 리더십이 나보다 훨씬 낫다.”면서 “수비는 내 스타일을 빼다 박았지만 내가 더 잘했던 것 같다.”며 웃는다.
아버지가 타미카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즐기며 재미있는 경기를 하라는 것, 항상 겸손함을 잃지 말라는 것, 그리고 꿈을 끝까지 따라가라는 것이다.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타미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공을 잡았을 때도 말리기보다 묵묵히 뒷바라지했다. 이런 아버지를 향해 타미카는 “농구에서나 인생에서나 나의 영원한 우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영향 때문인지 타미카는 꿈이 많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역시 농구 선수 출신인 언니 타저와 함께 운영한다. 어린이 농구 교실도 열고 스포츠에이전트 사업도 꾸리는 등 활발하게 일한다.
하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가장 자랑스러웠다.”면서도 “막상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더 뿌듯하다.”고 했다. 또 “막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는 한국 팬들이 고맙다.”고도 했다.
하비는 3일 금호생명전을 지켜본 뒤 이튿날 고향으로 돌아간다. 타미카가 마지막 순간 아버지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비 리 캐칭스(아버지) 1951년 2월9일 미국 미네소타주 잭슨 태생 / 210㎝,100㎏ / 하딘-시몬스 대학 졸업 / 포지션 센터-파워 포워드 / NBA 경력-필라델피아(1975∼78년), 뉴저지(78∼79년), 밀워키(79∼84년),LA클리퍼스(84∼85년), 플레이오프 9시즌 진출,76∼77시즌 NBA 준우승 멤버
●타미카 캐칭 1979년 7월21일 뉴저지 스탠퍼드 태생 / 186㎝,75㎏ / 테네시주립대학 졸업 / 포지션-포워드 / 경력-세계여자농구선수권 우승(2002), 아테네올림픽 금메달(2004), WNBA 인디애나(2001∼현재) 신인왕(2003)올스타(3회), WKBL 우리은행(2003∼현재)정규리그 MVP(2006 겨울), 챔피언전 우승 및 MVP(2003 겨울,2003 여름,2006 겨울), 외국인선수상(2003 겨울,2006 겨울)
춘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