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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물가 4개월째 0%대… 힘 실리는 금리인하론

    소비자물가 4개월째 0%대… 힘 실리는 금리인하론

    성장률까지 저하… 디플레이션 우려도 홍남기 “IMF·AMRO, 통화완화 권고”소비자물가가 4개월째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2일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7(2015년=100)로 지난해 4월보다 0.6% 올랐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올 1월 0.8%를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 5~8월 이후 처음이다. 올 1~4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석유류가 1년 전보다 5.5%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4% 포인트 끌어내렸다. 서비스 물가는 0.9% 올랐지만 상승폭은 1999년 12월 이후 가장 적다.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해 장기 추세를 알 수 있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 상승률도 0.9%에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석유류가 하락했으며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둔화돼 소비자물가가 0%대”라며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보다 0.3% 줄어든 ‘역성장’인 상황이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세안+3’ 거시경제 감시기구(AMRO)가 통화완화를 권고했다”며 기준금리 인하론에 무게를 실었다. 전문가들도 금리와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저물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의 저물가는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금리를 내리면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의 투자 여력이 커지고, 주택을 산다고 대출을 많이 받은 가계의 소비 여력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와 확장적인 통화 정책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저물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실물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금리 인하보다는 재정을 더 확대하는 것이 경기 부양과 저물가 상황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더 걷은 세금 25조로 왜 재정확대 안 했나… 내수진작 기회 놓쳤다”…“법 개정·야당 탓 말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과제부터 이행해야”

    “더 걷은 세금 25조로 왜 재정확대 안 했나… 내수진작 기회 놓쳤다”…“법 개정·야당 탓 말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과제부터 이행해야”

    서울신문과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아 정부의 국정운영을 4회에 걸쳐 분야별로 평가했다. 국정과제 목표를 달성했거나 이행 중인 사안이 54%로 이행률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교육 등 일부 영역은 낙제점에 가까웠고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 개혁과 재벌 개혁은 이행된 것이 없거나 대폭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각 분야 전문가 4명을 초청해 문재인 정부 2년을 돌아보고,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짚어 봤다. 토론에는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가 참석했다. 토론은 전문가 4명의 평가에 대해 정해구 위원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행은 이창구 사회부장이 맡았다.-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 정책 이행 중 가장 아쉬웠던 분야를 꼽아 달라. 신광영 교수(신 교수) 집권하고 맨 먼저 시행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초반에 굉장히 의욕적으로 내세웠으나 공정성을 둘러싸고 ‘노노(勞勞)갈등’ 등 사회적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선언적인 목표 제시보다 정책 설계를 구체적으로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영철 교수(조 교수) 재벌개혁 정책과 공정경제 실현이 매우 미진했다.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해야 했었는데 적극 나서지 않았다. 재벌 개혁에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도 전략적 판단과 치밀한 준비 없이 진행돼 보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다. 비용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 등 사용자들의 반발을 완충할 전략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발생한 초과세수 25조 4000억원 규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게 결정적 실수다. 이 정도 규모는 0.3~0.4%의 추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초과로 걷힌 세금을 재정 확장에 적극 투입했어야 했는데, 국고에 쌓아 놓아 결과적으로 긴축정책을 편 꼴이 됐다. 추경을 통해 제대로 재정운영을 하고 내수를 활성화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의 반발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복경 교수(서 교수) ‘정책의 정치 과정’이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이든 공정경제든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성패가 갈린다. 촛불 이후에 한국 사회가 원한 것은 사회와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큰 틀에서의 기획을 갖고 있지 못했다. 현안이 터지면 대응하기 급급하다 보니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책이 작동하지 못했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되려면 청와대의 메시지 전달, 국회에서의 정치, 관료들의 이행 등 세 가지 축이 함께 맞아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최정호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에 지명했던 게 한 예다. 양홍석 변호사(양 변호사) 집권하고 바로 세월호 진상규명부터 했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자들이 말만 앞세우고 실행하지 않았다. 촛불 정권이라면 최소한 이 문제는 해결했어야 했다. 적폐청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적폐청산은 피의자 몇 명을 구속하는 게 다가 아니다. 수사 이후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남은 임기에도 못할 것 같아 우려된다. 정해구 위원장(정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국민 요구안이 총망라돼 있다. 국민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았다.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정책 이행 과정을 지켜보면 촛불혁명을 통해서 미래로 나가려는 세력과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 사이의 충돌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과감히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출범 초반 경제문제를 다소 이상적으로 본 것 같다. 집권 당시에는 2018년 하반기에 있을 경제 하방 압력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 재정확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한 것은 재정 안정성을 강조하는 기재부 내부의 흐름, 강한 보수성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적폐청산이나 각종 개혁입법이 미흡한 것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은 게 큰 원인이다. 일자리 문제는 아쉬웠다. 1호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경기 부진 등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것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켰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남은 임기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나. 조 교수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수언론으로부터 고용 참사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객관적 지표는 다르다. 언론이 주로 취업자수 감소만 놓고 비판했는데, 가장 중요한 고용 지표는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고용률은 외환위기 이후 2018년 수치가 가장 좋다. 고용 대란이 절대 아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임금 상승은 임금근로자 가계 소득 개선에 분명한 효과를 가져왔다. 2018년 소비증가율이 2.8%인데,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임금 상승의 효과다.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평가 역시 섣부르다. 오히려 거시경제의 지표들을 보면 이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 많다. 다만 정 위원장님 해명처럼 기재부 관료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사이에서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놓고 이견이 있다면 청와대의 판단이 우선 돼야 한다. 관료의 의사를 지나치게 존중한 것 아닌가. 신 교수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마치 굉장히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처럼 추진하고 있다. 그 이유로 보수진영의 공격이 더 세졌다. 하지만 이 정책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 금융기구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은 결국 불평등을 줄여 성장의 장애물을 없애려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정책에 대해 이미 많은 국제경제기구에서 내세운 정책이라는 것을 알려 불필요한 비판을 막아야 한다. 정책만 제시한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다. 기업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서 교수 소득주도성장이 궁지에 몰린 것은 정치영역, 즉 국회에서의 담론 투쟁에서 실패한 측면도 크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반기업 규제법안’이라고 규정한다. 경제 정책을 정치적 언어로 공격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이 법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기획이 없었던 것이다. 정 위원장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경제의 주요 패러다임 자체는 잘 짜였다고 본다. 초반에 성과가 안 나왔다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은 중장기 과제인데 국민들은 당장의 효과를 요구한다. 이 부분을 헤쳐 나가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다. 경기 하방 압력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핵심 국정과제인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우호적 정책을 많이 펼쳤다지만,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고 인식한다.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나. 신 교수 우리나라 노동자 퇴직 연령이 평균 49.1세다. 50세도 안 돼 퇴출당하고 나머지 30년을 빈곤층으로 산다. 근속연수도 5.8년으로 유럽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대다수가 제도적, 조직적 보호 밖에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득 불안과 삶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 관련 법안이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지금 당장 안 된다면 앞으로 10년, 15년 후 개선 방향을 보여 줘야 한다. 체계적 일정표가 있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서 교수 경사노위 진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처럼 기업에서 제기한 이슈를 경사노위 의제에 맨 먼저 올리면 노동계는 달리 할 게 없다. 노동계 안건을 동시에 다루거나 의제 선별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조 교수 경사노위를 통해 합의에 성공한 외국 사례들 중에는 1~2년 내에 성과를 낸 곳이 없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사측(경총)이나 노측(한국노총) 모두 대표성까지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탄력근로제처럼 급박하고 첨예한 현안을 덜컥 올려놓으니 합의가 되질 않는다. 처음부터 경사노위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던져졌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 의제를 정해 하나라도 합의를 내는 게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장기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일단 3~4년간의 구체적 계획을 보여 준 뒤 장기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에서,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왜 경사노위에 들어가야 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 후퇴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동계에 앞으로의 계획과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남은 3년의 계획을 보여 줄 시점이 됐다. 정 위원장 최저임금 인상 효과 등으로 실제로 임금이 오른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임금이 오른 사람은 대체로 입을 닫는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협상이나 합의보다는 투쟁으로 얻는 게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노사는 서로를 배제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젠 배제를 넘어 협상을 통해 상생하는 사례를 쌓아야 한다. 경사노위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 모델이고 성공을 위해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4050세대가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나면 이후 사회적 보호의 틀, 복지가 필요하다. 서로 양보를 통해 일자리, 자영업 문제, 복지 문제를 합의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적폐청산은 잘 이행됐다고 보나. 전문가 평가에서는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혹평이 나왔다. 양 변호사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안 되면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전제 자체가 개혁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다음 총선 이후에 새 국회에서 검찰, 경찰, 기무사 개혁이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권력기관 내에는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적폐가 더 많다. 법적 처벌이나 법 개정보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조직과 예산을 바꿈으로써 개혁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검찰권 남용이 문제가 됐던 검찰의 특수부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민생과 관련된 형사부를 늘리고 검찰 내 특수부를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면 개혁이 가능하다. 경찰도 정보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정원 개혁도 국내 정보 부분을 줄이고 대북, 해외 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배치하면 된다. 어찌 보면 남북 관계나 경제처럼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보다 권력기관 개혁이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 거의 바꾸지 않았다. 조 교수 양 변호사의 말에 동의한다.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했어야 했다. 현재 의회 구도에서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것을 적극 제시할 필요도 있다. 촛불의 힘과 좋은 경제지표를 등에 업고 있던 집권 초기에 검찰, 국정원, 경찰 등을 확실히 개혁해야 했다. 서 교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의석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의회 내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가능한 것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2년간 정부는 수많은 국정 과제들을 국회에 던지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국회나 야당 탓을 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초반에 높은 대통령 지지율 탓에 연합보다 독자 노선을 택한 게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혁 연합’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서 개혁이 멈춘다고만 얘기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유치원법, 김용균법 등 국회 문턱을 넘은 개혁 법안들은 정부 여당이 나선 것이 아니었다. 정부와 여당은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정 위원장 현재 적폐 청산의 단계는 문제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1단계의 마무리까지 왔다. 2단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다. 가장 속도가 나지 않는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개혁하라는 비판을 그동안 많이 들었지만 결국 개혁의 완성은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정치적 전략으로 돌파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말이 쉽지, 삼권분립하에서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다. 인사나 예산, 조직개편 등의 수단으로 개혁 압박을 가하라는 것은 잘못하면 비민주적인 행정을 하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 달라. 신 교수 출산율은 세계 최저, 고령화는 세계 최고 속도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출산율 저하가 일본 사회 자체를 침체시키고 마이너스 성장의 경제로 만들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정책 마인드가 필요하다. 저출산 예산으로 100조원을 썼다는데 어디다 썼는지 와닿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결혼, 출산, 교육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획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 또 이런 현실의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학문 정책도 필요하다. 양 변호사 법 개정이 안 돼 개혁을 못 한다는 것은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라면 내년 총선 이후에는 동력이 떨어져 더 힘들어진다. 입법적 조치마저도 정부 안으로 나오는 것들이 별로 없다. 대체로 의원 발의 형식이다. 실제로 개혁의 방향이 섰다면 법안을 내고 공청회를 거치고 여론을 수렴하면 된다. 조 교수 2기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장기 계획보다 그때그때 현안을 긴급하게 처리하는 데 바빠 보인다. 촛불의 사명을 받은 정부가 사회, 경제, 권력기관 개혁과 같은 중요 정책 의제에 아직 관심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법률개정이 어렵다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지, 산적한 개혁 과제를 어떻게 이행할지 해결책을 찾고 책임 있는 계획을 발표할 때가 됐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해 단독으로 법 개정을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에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제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년 총선 전에 장기 계획을 발표해 정책에 대한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촛불 정부의 모습이다. 서 교수 내년까지 이행 가능한 정책과 불가능한 정책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내부적으로 일단 선별을 한 뒤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중장기 계획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3년간 이행할 이슈별 목표도 설명해야 한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왜 이행되지 않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총선 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적 인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절차는 꼭 필요하다. 앞으로 1년간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 한다. 정 위원장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온 주체는 대통령이나 재벌이 아니라 국민이다. 양극화의 간극을 좁히고 낙후된 복지를 개선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전유성, 진미령과 이혼한 진짜 이유는?

    전유성, 진미령과 이혼한 진짜 이유는?

    전유성이 진미령과 이혼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전유성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전유성은 지리산에 거취를 정한 이유를 밝혔다. 전유성은 “IMF 시절 이곳 암자에서 3개월간 거주한 적 있다. 그때 친해진 사람들이 있어서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유성은 이웃집에서 아침을 얻어먹으며 털털한 면모를 뽐냈다. 전유성이 지리산에 거주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딸이었다. 딸 전제비씨는 “9살 때부터 아버지의 이혼 때문에 따로 살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많이 늙으시지 않았냐.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셔서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파경을 겪으면서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전유성. 전제비씨는 “아버지가 이혼하셔서 9살 이후 따로 살았다”고 밝혔다. 이에 전유성은 “그런 이야기하기 싫다”고 말했다. 이어 전제비씨는 “아버지는 현재 벌어놓은 돈이 없다. 이상민이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예인이 무슨 돈이 있어서 돈을 갚냐’고 생각할 정도였다”라고 연예인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가정형편이었다고 말했다. 전유성이 돈을 많이 벌 수 없었던 것은 지인의 억대 사기와 연이은 사업실패 때문. 전유성은 진미령과 이혼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억대 사기가 결정적”이라면서 “딸 6학년 때 과외선생님을 무척 믿었다. 그 사람이 억대로 사기 칠 줄 몰랐다. 진미령씨가 말렸는데도 내가 오히려 나무랐다. 이후 진미령 돈까지 물리게 됐다. 그 돈은 물어줬는데 그게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헤어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반등에도 경기전망 ‘먹구름’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반등에도 경기전망 ‘먹구름’

    경기회복 신호보다 2월 부진 기저효과 신규 스마트폰 영향 반도체 생산 3.6%↑ 소매판매는 49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 경기 동행·선행지수 10개월째 동반 하락 환율 9.7원 급등… 2년 3개월 만에 최고3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늘며 ‘트리플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경기 회복 신호라기보다는 2월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 무게가 실린다. 30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0원선에 육박하면서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3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1% 증가했다. 반도체가 3.6%, 광공업이 1.4% 각각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 증가는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화학제품과 정보통신은 각각 0.6%, 2.6% 감소했다. 앞서 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1.0%)과 12월(-0.3%)에 감소했다가 지난 1월(1.1%)에 깜짝 반등한 뒤 2월(-2.6%)에 다시 꺾였다. 소비 상황을 보여 주는 소매판매액도 전달보다 3.3% 증가하며 2015년 2월(3.6%)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 가전제품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0% 늘면서 2017년 3월(10.9%)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12월(-2.8%)과 지난 2월(-10.2%)의 감소 폭을 감안하면 투자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설사의 시공 실적을 알 수 있는 건설기성도 전월보다 8.9% 상승해 2011년 12월(11.9%)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3월 반등은 2월에 워낙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 때문”이라면서 “반도체 생산이 늘고, 소매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3월 생산·소비·투자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향후 경기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 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2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하락하며 10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집행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 하반기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만으로 경기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거나 개별소비세 감면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 불안 때문에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면 기업에 대한 정책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경기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7원 오른 달러당 1168.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월 20일(1169.2원) 이후 최고다. 원·달러 환율은 1분기 역성장(-0.3%) 충격으로 지난 26일 1161.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 1158.5원으로 진정세를 보였으나 다시 하루 만에 급등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중국 제조업 지표 둔화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페소화 곤두박질… 아르헨 또 붕괴 위기

    페소화 곤두박질… 아르헨 또 붕괴 위기

    마크리 대통령 “생필품값 6개월간 통제” 경제개혁 실패로 좌파정부 재집권 우려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치면서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급속히 높아지는 바람에 국가 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행한 단기 달러채 금리는 20%에 바짝 다가서고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45.9로 치솟으며 1992년 화폐 개혁 이후 최고치(페소화 가치는 최소치)를 경신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IMF로부터 560억 달러(약 6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악화된 경제 여건과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페소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18%나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연 55%에 이른다. 경제개혁을 외치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 아르헨티나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마크리 대통령의 3년 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선 공약은 무색해졌고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와 쌀, 우유 등 60여개 생필품 가격을 최소 6개월 동안 통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효과는 임시방편의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생산자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물품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IMF 지원에도 마크리 대통령의 정권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국가 재정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마크리 대통령 지지율은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아르헨티나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정부 지원 연금 대상자를 늘려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재정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을 국영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주력 산업인 곡류 수출에 따르는 세금을 인상하기도 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신흥시장 전략책임자는 “키르치네르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에서 거액을 빌린 상태인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국가수반 연봉킹은 싱가포르 총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국가수반은 싱가포르의 리셴룽(67) 총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72)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상위 4번째로 집계됐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미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대통령과 총리 가운데 연봉 상위 20위까지를 선정한 결과 리 총리가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8배를 넘는 161만 달러(약 18억 7000만원)를 연봉으로 받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2위는 중국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수반인 캐리 람(62) 행정장관(56만 8400달러)이 차지했다. 우엘리 마우러(69) 스위스 대통령은 48만 3000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봉으로 40만 달러를 받아 4위에 올랐다. 스콧 모리슨(51) 호주 총리, 앙겔라 메르켈(65) 독일 총리 등이 뒤를 이었다. USA투데이는 국가수반 연봉이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는 대부분 경제 규모나 1인당 국내총생산도 상위권에 속한 국가라고 전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은 순위권 내에 없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보란 듯… 시진핑 “74조원 프로젝트 체결·보호주의 반대”

    美보란 듯… 시진핑 “74조원 프로젝트 체결·보호주의 반대”

    유엔·IMF 총재 등 40여명 참석해 세 과시 푸틴 “美의 러 국민 징역형 잔혹” 목소리 ‘빚의 함정’ 의식, 공동성명 재무지속 강조 일대일로 반대 말레이 총리도 지지 의사 전문가들 “시 주석 약속, 이행될지 의문”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3일간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약 640억 달러(약 74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자국민 징역형 등을 비난하며 목소리를 내는 데 포럼을 활용했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대일로 건설이 공동 공영의 길로 향하는 제의라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을 겨냥한 듯 일대일로에 관심 있는 국가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우리는 보호주의를 반대하며 친환경의 실크로드를 만들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푸틴 대통령 등 40여명의 국가 및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해 중국의 힘 과시에 한몫했다. 특히 미국과 동맹인 영국의 재무장관과 프랑스 외무장관, 독일 경제장관 등도 참석해 일대일로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투명성과 개방성, 환경 지속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대일로가 ‘채무함정외교’ 또는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했던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중국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남중국해 등에 대한 ‘항행의 자유’ 보장을 강조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포럼 참석을 계기로 지난 25일 시 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언급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PCA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중국과 필리핀 두 정상은 어느 국가도 상대방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영유권 분쟁 봉합에 나섰고, 결국 중국의 필리핀에 대한 126억 달러의 신규 투자 및 무역 투자가 성사됐다. 시 주석과 37개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일대일로 사업의 재무적 지속성과 오염 통제를 강조했다. 공동성명에 재무적 지속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대일로가 ‘채무함정외교’라는 미국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약속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량윈샹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언론에 “중국은 질적 발전을 추구하고 규정을 준수하면서 발전의 혜택을 모든 국가와 나눌 책임 있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뤼성쥔 중국금융개혁연구소장은 “중국은 국제기준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유 기업의 투자와 관련한 투명성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이 약속을 지킬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며 비민주 국가에서는 정책의 투명성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스파이 논란을 일으킨 자국 여성 마리아 부티나(30)에게 미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잔학 행위”라며 반발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전화해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새달 초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를 끝내더라도 러시아는 당장 증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연봉킹’ 국가수반은 싱가포르 리셴룽… 4위 트럼프는 전액 기부

    ‘연봉킹’ 국가수반은 싱가포르 리셴룽… 4위 트럼프는 전액 기부

    USA투데이 집계…상위 20위는 2.6억~18.7억원1인당 GDP의 5∼8배 수준…일부 국가 20배 안팎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국가 수반은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로 조사됐다. 서아프리카에 있는 모리타니 대통령은 국민당 GDP의 31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봉은 상위 4번째로, 연봉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있었다. 28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 등의 집계를 보면 세계 각국 수반이 받는 연봉을 미 달러(작년 4월 13알 환율 기준)로 환산한 결과, 상위 20명의 연봉이 22만달러(약 2억 6000만원)에서 161만달러(약 18억 7000만원)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이 신문은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13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직원의 1천배를 넘는 연봉을 받는 것처럼, 상위 20개 국가 정상 연봉도 국민들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위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8배를 넘는 161만달러를 연봉으로 받는다. 그가 최고의 연봉을 받지만 싱가포르 국민들은 “지도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1995년 발표된 세계 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가장 부패가 없는 나라로 꼽힌다. 그의 집권 기간은 14년 7개월이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봉의 1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연봉이 1인당 GDP의 10배인 56만 8400달러(6억 6000만원)로 리셴룽 총리의 뒤를 이었다. 스위스의 윌리 마우러 연방 대통령은 48만 3000달러(5억 6000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정상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1인당 GDP의 7배가량인 40만달러(4억 6000만원)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봉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있다.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 국민 평균 임금의 7배 이상인 37만8000달러를 받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봉은 독일 평균 임금의 거의 8배인 36만 9000달러다.3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국가수반은 9명이며 룩셈부르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등의 정상이 22만달러를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서방 국가 정상들 대부분 1인당 GDP의 6∼8배 수준의 연봉을,북유럽 정상들은 5배 안팎의 연봉을 받고 있으나 남아공과 과테말라 정상의 연봉은 각각 1인당 GDP의 22배, 31배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 국가수반의 연봉이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는 대부분 경제 규모나 국민 생산성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대통령 연봉이 33만달러에 달하는 모리타니는 1인당 GDP가 4000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모리타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 GDP는 모리타니의 2400배에 달한다. 이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 각국 정부 웹사이트 등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절대 군주제 국가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제외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시진핑, 연쇄 정상회담으로 일대일로 영향력 키운다

    시진핑, 연쇄 정상회담으로 일대일로 영향력 키운다

    시 주석 오늘 연설… 가치·혜택 공유 강조 러·스위스 등 7개국과 공식 회담 잇따라 文특사 때와 달리 日특사와는 마주 앉아 ‘빚의 함정’ 비판엔 中 “채무 부담 고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계 패권에 대한 야심이 담긴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25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재작년에 이어 올해 2회로 27일까지 열리는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37개국 정상과 900여명의 세계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고대 실크로드를 복원해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겠다는 일대일로에는 현재 126개 국가와 29개 국제기구가 중국과 협력문서를 체결하고 참여 중이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 일대일로 협력문서에 서명했으며 한국은 신북방·신남방 정책과 연계하는 사업을 모색 중이다. 포럼 둘째 날인 26일 시 주석은 개막연설을 통해 세계가 일대일로의 기회와 그에 따른 혜택을 공유한다고 강조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푸틴 대통령 등과의 양자회담을 이어 간다. 이 밖에 양자회담은 스위스, 칠레, 몽골, 네팔,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등 6개국과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은 포럼 개막 전날인 2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일본 총리 특사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을 만나 일대일로의 성과를 내세웠다. 특히 일본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였던 이해찬 전 총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하석에 앉혔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이 마주 앉으며 극진하게 대접했다. 또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는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참석을 앞두고 중국 인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창조적으로 국제경제 협력을 추진해 유라시아 대륙의 발전에 기여해 칭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서방 국가들은 그들만이 세계 지도자 지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국제법을 짓밟고 공갈과 제재를 통해 자신들의 가치관을 다른 나라 국민에게 강요하려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포럼에 불참을 선언하며 고위급 관료조차 파견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중국발(發) 자본으로 후진국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미국의 비난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포럼에서 “한 나라의 전체적인 채무 부담능력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채무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앞으로 일대일로 사업에서 상대국의 채무 부담능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대일로가 중국 정부 중심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장기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화답했다. 한국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북한에서는 김영재 대외경제상이 포럼에 참석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금융위기 때로 후진한 한국 경제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금융위기 때로 후진한 한국 경제

    설비투자 10.8% 줄어… 21년만에 최저치 수출·수입 동시 감소 ‘불황형 경제’ 드러나 내수 받치던 정부지출마저 떨어져 타격 한은 “추경·반도체 회복 등 2분기엔 반등” 전문가들 年2.5% 성장률 달성엔 엇갈려 “하반기 세계경제 불안” “위기 수준 아냐” 우리 경제가 받아든 지난 1분기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 투자, 소비의 ‘트리플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내수를 떠받쳤던 정부지출마저 줄어 결국 1분기 성장률(-0.3%)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대한 지출을 살펴보면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무려 10.8%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4%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9% 포인트로 떨어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규제로 수입차 물량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과 토목 모두 줄면서 0.1%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2.6%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분기(-5.6%) 이후 5분기 만에 최저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3.3%)이 더 커서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 -1.2%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2% 포인트로 올라간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것은 전형적인 ‘불황형 경제’의 모습이라는 점이다.또 지난해 4분기 1.0% 성장했던 민간소비 성장률이 0.1%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정부지출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한 점도 역성장 성적표를 받아드는 데 영향을 줬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7% 포인트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를 지탱해줬던 정부지출 효과가 1분기에는 사라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470조원대 ‘슈퍼 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것이자 향후 우리 경제의 강한 위기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에 기대 성장을 해왔던 우리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한은은 6조 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률이 차츰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국장은 “1분기에 집행되지 않은 정부 예산이 2분기에 집행될 것이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우리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성장률 쇼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0.3% 성장률은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경기 경착륙, 기업 부실, 주가 급락,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가 나쁘다는 신호가 경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커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 중 보건·의료·복지 부분이 견실했는데 올해 들어 정책 효과가 지속되지 못해 다시 둔화됐다”면서 “정부가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수출·투자·소비 ‘트리플 부진’… 금융위기 때로 후진한 한국 경제

    우리 경제가 받아든 지난 1분기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수출, 투자, 소비의 ‘트리플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내수를 떠받쳤던 정부지출마저 줄어 결국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무려 10.8%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규제로 수입차 물량도 줄어들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과 토목 모두 줄면서 0.1% 감소했다. 수출 역시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2.6%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1.0% 성장하며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던 민간소비도 지난 1분기에는 성장률이 0.1%로 내려앉았다. 정부지출 기여도가 하락한 점도 역성장에 영향을 줬다.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 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0.7% 포인트로 떨어졌다. 민간 기여도는 같은 기간 -0.3% 포인트에서 0.4% 포인트로 상승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그동안 정부에 기대 성장을 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은 6조 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 집행,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계기로 성장률이 차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국장은 “1분기에 집행되지 않은 정부 예산이 2분기에 집행될 것이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성장률 쇼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0.3% 성장률은 심각한 상황으로 향후 경기 경착륙, 기업 부실, 주가 급락,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한은이 전망한 연 2.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2분기에 1.5%는 성장해야 하는데 어렵다”면서 “하반기에도 세계 경제가 나쁘다는 신호가 경기를 짓누를 가능성이 커 높은 성장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4분기 서비스업 중 보건·의료·복지 부분이 견실했는데 올해 들어 정책 효과가 지속되지 못해 다시 둔화됐다”면서 “정부가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 성장은 정부 정책이 아닌 민간에서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민간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산업 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개혁해야 한다”면서 “관광과 여가·문화, 보건·복지 등 취약한 국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성장 강화 방안을 적극 모색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선과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인 수출 감소는 세계 경기 침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추격 때문”이라면서 “기존 산업이 부활할 수 있는 추가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67) 취임 첫 해를 맞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67) 취임 첫 해를 맞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이해욱 회장, 입사 24년만인 올해 회장에 올라에너지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올인’ 부인은 LG家...고 구본무 회장의 조카사위대림산업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건설사 중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림산업은 1939년 10월 10일 인천 부평역 앞에서 ‘부림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건설 자재 판매회사로 첫 발을 내디뎠다. 1947년 대림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진출했다. 대림이 급성장하게 된 계기는 이재준 창업주의 장남 이준용(81) 명예회장이 경영이 참여하면서부터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후 미국 덴버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이 명예회장은 귀국한 뒤 영남대와 숭실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학자의 길을 걷던 이 명예회장은 1969년 부친의 엄명으로 대림산업에 계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를 양대축으로 해 대림산업을 2018년 재계순위 18위까지 끌어올렸다. 이 명예회장은 3남 2녀를 뒀는데 장남 이해욱(51) 회장이 올해부터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에 올라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이 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떠나 부친이 나온 미 덴버대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응용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대리로 입사한 뒤 대림산업 구조조정실 부장,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 대림코퍼레이션 대표, 대림산업 부회장을 거쳐 24년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이 회장의 치적은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움을 겪던 1998년 IMF 외환위기때 선제적 대응으로 순조롭게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는 이 당시 석유화학사업 부문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고강도 구조조정과 전략적 제휴확대, 혁신을 주도했다. 또한 한화와 NCC사업부문을 통합해 아시아 최대규모의 여천NCC를 출범시켰고, 선진 화학기업인 바젤사와의 합작으로 폴리미래, 미국쉐브론 필립스와의 합작법인인 KRCC를 설립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규모 석유화학부문의 구조조정 성공으로 대림그룹은 IMF 이전 1997년 395%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2005년 72%로 낮췄으며, 1997년 1조 900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에는 22조 1000여억원으로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이재준 창업주가 대림산업의 토대를 만들고 건설업을 특화시켰다면, 2세대 이준용 명예회장은 유화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3세대인 이해욱 회장은 석유화학사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도입하는 등 대림산업의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이 회장은 에너지 사업을 회사의 중장기적 전략으로 세웠다. 2013년 에너지 사업을 전담하는 대림에너지를 설립해 에너지 디벨로퍼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같은 해 호주 퀸즐랜드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해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에는 국내최초로 석유화학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류브리졸과 폴리부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대림산업은 연간 8만톤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공장을 사우디에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2024년 상업운전에 돌입하면 연간 33만톤의 폴리부텐을 생산할 수 있으며 약 35% 이상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 이 회장은 음악과 미술 등에 전문가 수준으로 조예가 깊어 2003년부터 대림미술관 관장을 맡아 오고 있다. 취미는 드럼이다. 회사 이메일 주소에 ‘드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고 한다. 세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했다는 혐의로 재판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이 회장은 당시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면서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런 점 때문인지 대림산업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2019 기업인과 대화’에 한진, 부영그룹과 함께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중인 지난 3월 11일 대림산업이 브루나이에서 짓고 있는 ‘템부롱 대교’건설 현장을 찾았다. 템부롱 대교는 브루나이만(灣)을 사이에 두고 저개발지역인 동부(템부롱)와 개발지역인 서부(무아라)로 나뉜 브루나이 국토를 연결하는 30㎞ 규모의 해상교량이다. 브루나이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2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문 대통령은 “템부롱 다리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동반 및 포용적 성장의 좋은 사례”라면서 “이런 가치 있는 사업에 우리 기업이 큰 역할을 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템부롱 대교 공사현장 방문을 계기로 대림산업이 청와대의 ‘부정적 기업목록’에서 빠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이 그룹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APD에 넘겨주고는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하게 하는 식으로 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긴 사실이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 회장 등은 과징금 총 13억 500만원을 물게 된 것은 물론 검찰에 고발당해 또다른 시련을 맞게 됐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1965년 열애 끝에 이화여대 출신의 고 한경진씨와 혼인했다. 장인인 한순성씨는 천안 사업가 집안 출신이었다. 장남인 이해욱 회장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김선혜(48)씨와 결혼했다. 장모가 구자경 회장의 큰 딸 구훤미씨, 장인은 희성금속 회장을 지낸 고 김화중씨다. 즉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처사촌이다. 두 사람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연애 결혼했다.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미국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차남 이해승(50)씨의 부인 김경애(51)씨는 전 미국 미주리대 김현영 박사의 딸이다. 3남 이해창(48) 캠텍 대표이사는 외동딸을 두고 있다. 막내딸 이윤영(47)씨의 남편 김동일(46)씨는 외국계 금융사에 근무하고 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1분기 성장률 -0.3%…10년 만에 최저인데 한은 ‘낙관’

    1분기 성장률 -0.3%…10년 만에 최저인데 한은 ‘낙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이처럼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것은 속보치로, 추후 집계될 잠정치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전기 대비 실질 GDP 증가율, 이른바 경제성장률은 -0.3%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것은 2017년 4분기(-0.2%)였다. 이번 성장률은 이보다 0.1%포인트 낮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다. 2009년 3분기(0.9%) 이후 9년 반 만에 최저다. 직전 시기와 비교하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든 약 10년 만에 가장 나쁜 실적이다. 예상치(0.2∼0.3%)를 밑도는 실적에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오전 10시 10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9.49포인트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7.5원 올랐다. 역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과 투자 동반 부진이었다. 전기 대비로 수출이 -2.6%, 수입이 -3.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8%, 건설투자도 -0.1%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6%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1% 또 감소했다.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 4.0% 줄고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4% 더 줄었다. 특히 설비투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수출은 액정표시장치(LCD)가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은 가격 하락에도 물량이 회복됐다. 다만 반도체 부진은 설비투자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건설투자는 주택건설이 부진한 가운데 토목건설도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에 정부지출이 집중됐던 효과가 사라지면서 올해 1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더 악화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이긴 하나, 당시와 비교해 우리 경제에 과도하게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반대 방향의 기저효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고려하면 2분기 성장률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국장은 “2분기에 1% 넘게 성장하고, 3분기와 4분기에 0.8%와 0.9%의 성장세를 유지해 (한은이 수정 전망한) 연간 2.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성장률은 제조업이 2.4%, 전기·가스·수도사업이 7.3%, 건설업이 0.4% 감소했다. 농림어업은 4.7%, 서비스업은 0.9% 증가했다. 제조업 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6조 7000억원 추경, 제대로 집행해 실효성 높여야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과 선제적 경기 대응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추경 편성 취지를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증가율이 넉 달 연속 마이너스이고,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확장해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재정 확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오늘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다고 하니 여야는 서둘러 심의해 통과시켰으면 한다. 이번 추경안은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이 핵심이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와 공기청정기 보급 등 미세먼지 대책에 1조 5000억원을 배정했다. 강원 산불과 같은 재난 대비 투자에도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출과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등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지원에는 4조 5000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수출과 내수 보강에 1조 1000억원, 지역경제·소상공인 지원에 1조원을 배정했다. 모두 경기 제고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도움이 되는 용처들이다. 홍 부총리도 이번 추경에 대해 “0.1% 포인트의 경제성장률 견인과 미세먼지 7000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한국은행)가 2.5%까지 미끄러지고,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고통이 심각한 현실에서 솔깃할 만한 언급이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집행됐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미세먼지 추경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급조된 감이 없지 않다. 미세먼지 예산은 이미 올해 본예산에 2조 2000억원이 들어 있고, 아직 절반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노파심일 수 있으나, 예산만 잔뜩 잡아 놓고 허투루 쓰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일자리 추경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고령자 단기 알바식’ 일자리 양산은 곤란하다. 투자심리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수출·내수 보강에 배정한 예산은 부족한 감이 있다. 추경이 꼭 필요한 곳에 집행돼 실효성을 높이도록 국회가 보완하기를 바란다.
  • ‘미니 추경’ 6조 7000억 편성… 경기 부양·먼지 해결 역부족

    성장률 0.1%P 올라 목표치 달성 기대 정부가 24일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우리 경제를 옥죄는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나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할 때 ‘미니 추경’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는 작고, 오히려 나랏빚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하고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까지 미세먼지 주의 경보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 국민의 삶과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또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면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기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추경 배경을 설명했다. 추경 재원 중 절반이 넘는 3조 6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한다. 정부는 추경안이 다음달 안으로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 포인트 상승해 올해 성장률 목표치(2.6~2.7%)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분석은 다르다. 세계적인 경기 하강으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채 7조원도 안 되는 돈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정부와의 정례 협의에서 GDP 0.5%인 9조원 이상의 추경을 권고하기도 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 수출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보며 낙관하고 있지만 현실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한 수출이 하반기에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정도 추경 규모로 경기 대응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목표 성장률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추경 외에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이나 기준금리 인하 등 다른 부양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4년 32만 4000t이던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지난해 29만 4000t으로 3만t 감소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등으로 국민들의 체감지수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번 추경으로 국내 배출량을 추가로 7000t 줄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음달 내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어 정치적 돌파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제주人’이라서 자랑스럽습니다”

    “‘제주人’이라서 자랑스럽습니다”

    지난해 제31대 서울제주도민회장으로 신현기 회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소통’이었다. 서울에서 제주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모이는 만큼 폭넓게 소통하며 나누자는 의미다. 한국은행 출신의 기업가인 그는 취임 이후 스스로를 낮추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도민회를 이끌며 제주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에 힘써왔다.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제주 출신이라는 자긍심과 함께 섬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는 넓은 사고를 강조했다. 올해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제주인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은행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스스로 떠나 사업에 도전하고 도민회를 이끌고 있는 그의 삶을 직접 들었다. 편집자 주→취임 시 소통을 강조하셨는데,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 자신이 도민회장으로서 스스로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회원들을 만날 때마다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갈등은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입니다. 지역민을 넘어 지역 간 소통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역감정이 왜 있는 것일지부터 생각해 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지역갈등이 호남과 영남 아닙니까. 호남과 영남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은 결국 정치라고 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볼모로 지역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죠. 그게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 교양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지역민들의 장점을 인정하고, 또 지역과 관계없이 서로를 예우한다면 갈등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결국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제주도민들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주도 사람들은 특유의 ‘섬 기질’이 있어요. 내부적으로 단합력이 강합니다. 사소한 갈등이 있더라도 결론에 도달할 때에는 하나로 뭉치는 마음이 있습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실 텐데, 현재 제주가 직면한 기회와 위기를 진단하신다면. -먼저 극복해야 할 부분을 말씀드린다면, 제주인의 사고가 이제 섬을 벗어나야 할 시기라는 부분입니다. 섬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소 좁았던 생각을 육지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넓고 커다란 사고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죠.기회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관광 환경입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되면서 세계인에 알려졌지 않습니까. 다른 지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제주만이 차별성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나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로 꼽으신 관광 분야에서 어떤 점을 특화할 수 있을까요. -구경만 하고 가는 관광을 넘어서 관광객의 필요를 고려해 문화·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관광을 추구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한라산의 경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되 케이블카와 같은 시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초등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관광객이 오는데 높은 곳에서 제주를 보는 경관은 산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헬리콥터 관광과 같은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요. 저는 관광을 잘 모릅니다만, 누구나 쉽게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별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희룡 지사의 도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평가와 조언을 한다면. -이전까지 그분의 발자취를 볼 때, 행정가라기보다 정치 쪽에 비중이 있는 분이죠. 그렇지만 행정가로서도 제주에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정치계에서 다져온 뚝심과 판단력으로 제주를 바꿔가고 있어요. 교통 여건이라거나 제주 신공항 사업 등이 대표적이죠. 찬반이 있기는 합니다만 제주 신공항은 제주의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항이 워낙 혼잡해서 관광산업에 영향을 줄 정도니까요. 영리병원이나 강정마을 등의 문제에 찬반이 있지만 모든 사안에는 원래 각각의 입장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 지사께서 비교적 잘 수습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봅니다.부족하나마 조언을 한다면, 큰일을 하다가 작은 일에 소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주길 부탁하고 싶습니다. →한국은행에서 국고과장을 역임하고 나오셔서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굉장히 큰 변화인데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한국은행 국고과장은 국고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제가 있던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힘이 더 컸던 때이기도 했고요. 정말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한국은행 재직 중 일을 많이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을 때 IMF가 터졌어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휴가를 하루도 못 쓰고 일하면서 사직서도 한 세 번을 썼어요. 그러다가 정년을 10년 남겨놓고 명예퇴직을 신청했습니다. 그때 중요한 자리에 있기도 했고, 한국은행이라는 직장이 매우 좋은 직장이기도 했지만 남은 10년에 뭔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나오셔서 바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있을 때 거기서 중소기업 업무를 많이 했습니다. 인천 남동공단 개발할 때에도 많이 관여하고 그랬죠.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실태를 많이 접하고 알게 됐습니다. 퇴직 후에 조금 어려운 기업의 CEO가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서 참여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분은 엔지니어 쪽이어서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어요. 퇴직 후 3개월 쉬고 그 회사에 가서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회사가 부도가 났죠. 회사가 부도나면 직원들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새로운 회사를 창업해서 그 회사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시작하신 사업은 잘되셨나요. -다행히 저에 대한 신뢰를 가진 분들이 계셔서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만도 1차 벤더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초창기 20억 원 정도 매출을 내고 연매출 130억 원대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만도와 관련된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을 인계하고 지금은 다시 조그마하게 창업하여 다시 회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신 게 현재의 ‘성우비엘에스’로군요. -그렇습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 직원 20명 정도 규모의 회사입니다. 지금은 연매출 약 13억 정도 되는 회사가 됐죠. 현재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이 하나, 강원도 문막에 두 곳으로 세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전망은 어떻습니까. -자동차 부품 시장이 상당히 어려운데, 저희 회사는 기회가 좋은 것 같습니다. 자동차 매연 저감 장치 부품을 하는 게 있고, 전기자동차 부품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형 품목이기 때문에 장래가 밝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업과 도민회 일을 함께 하시려면 굉장히 바쁘실 것 같습니다. -도민회 사무국은 따로 운영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상근 부회장이 잘 이끌고 있고, 저는 금요일에만 와서 주간 행사와 계획에 대해 체크하고 결재하는 거니까요. →도민회 회원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서울제주도민회는 상부상조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제주가 고향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으로 모인 친목단체인 만큼 누구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죠. 제주 출신들이 모여서 제주에서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제주도민회장으로서 알리고 싶은 소식이 있으신지요. -제주도에서 10월12일부터 14일까지 ‘세계제주인대회’가 열립니다. 세계의 제주인들이 제주에 모이는 아주 큰 행사죠.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 제주인의 단결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행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왕이 후궁 처소를 찾을 때 썼던 이 물건, 아시나요”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왕이 후궁 처소를 찾을 때 썼던 이 물건, 아시나요”

    고미술 수집 40년 최형술씨가 말하는 골동품“이 향난로는 아마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약재를 가루로 만드는 약연과 한약을 달이는 약탕기, 약주전자, 약탕관 등 한약과 관련된 모든 도구가 한 세트입니다. 약주전자와 약맷돌에 새겨진 이 문양을 보세요. 용, 불로초, 사슴, 잉어가 보이죠. 그리고 이번에 청자철제귀면종에 대해 문화재 등록신청을 했습니다.” 골동품 가게 앞에 5층 8각 석탑 두기 서 있어“14세기 청자철제귀면종, 문화재 등록 신청해”서울에서 가장 큰 고미술점을 운영했다는 최형술(81)씨를 인터뷰하려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청계8가 한국도자기 뒤에 있는 골동품점 갤러리 미(취강당)을 지난 17일 찾았다. 철물점 상가들 사이에서 두 기의 8각형 5층 석탑이 가게 앞을 지키고 섰다.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의 가게에 들어서자 세월의 더께에 쌓인 갑옷과 놋그릇, 제사용품과 서화, 가구 등이 가득했다. 그는 처음엔 골동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사진이 나가면 짝퉁이 나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사화 하려면 사진이 필요하다고 설득한 끝에 촬영을 허락받았다. 사진을 찍으러 공예품 먼지를 털자, 먼지도 털지 못하게 했다. 최씨는 가리킨 약주전자에는 뚜껑은 용이 똬리를 튼 특이한 모양새다. 물이 나오는 주구 부분 역시 특이하다. 손잡이는 나무로 만들었다. 이 주전자를 끓일 아궁이 역시 커다란 돌덩이로 만들어졌다. 그 옆에는 향난로가 놓여있었다. 사각형의 돌상자에는 다시 작은 돌상자를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방으로 구멍이 2개에서 4개씩 나 있었다. 들어보니 아주 묵직했다. “장수곱돌로 만든 거예요. 이게 옛날에 임금님이 어느 후궁 처소로 가겠다고 하면 상궁들이 이것을 미리 그 후궁방에 두고 방을 따뜻하게 데우면서 향기롭게 하는 기능을 했다고 합니다. 저도 용도를 몰라 궁금해했는데 수년 전 한 스님이 이렇게 설명해 줬습니다만 좀 더 정확한 용도와 고증이 필요합니다.” 기자가 이 사진을 한의사에 보여줬지만 그 한의사 역시 처음본다고 했다. 이렇게 한약방과 관련된 도구가 100여 점에 이른다. “장수곱돌로 만든 한약방 도구 100여점용 무늬, 불로초, 잉어 등의 그림 새겨져충청도 대갓집에 3년간 공들여 수집해”- 한약 도구세트, 어떻게 소장하게 됐나. “1980년대에 충청도의 한 가문으로부터 수집했습니다. 99칸에 이를 정도의 대갓집이었는데 그 집 할아버지로부터 사들였습니다. 처음엔 안 팔겠다고 했는데, 한번 내려갈 때마다 술, 고기 등을 사들고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팔아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설득하면 그 할아버지가 한꺼번에 팔지 않고, 한점 팔고, 몇 달 뒤에 또 내려가면 3점 팔고…. 이렇게 해서 다 사모는데 한 3~4년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이 한약방 도구들의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않고, 집안에 내려오는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현재 소장한 가장 비싼 미술품은. “글쎄, 가격을 다 매겨보지 못해 잘 몰라요. 그런데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있습니다. 고려시대인 14세기 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 가마터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철제귀면종’은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어요. 청자로 만든 종의 사금파리는 전하고 있지만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청자 종(鐘)으로는 아마 국내에서 유일할 겁니다. 사찰에서 쓰였을 것 같은데, 전문가들의 감정을 받아보면 가치와 용도를 알 수 있겠지요. 또 한가지 백자대호(달항아리)는 다음 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한 달간 전시할 생각입니다. 18세기 전후에 광주 분원리에서 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가품은 분청사기…신사동 땅값 100배골동품 안목 수업료로 집 몇 채 값 날아가”- 그러면 최고가 수집품은. “미련을 갖지 말아야지요. 박수근·김환기·이수근의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겸재 정선·단원 김홍도 그림도 제 손을 거쳐 간 것이 제법 됩니다. 한번은 평당 강남 땅값의 100배로 샀던 것도 있습니다. 1976년인가에 분청을 그때 돈 2000만원에 샀습니다. 그때 허허벌판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비포장이었지만 도로 옆에 붙은 좋은 땅은 평당 2만~3만원이었고, 안쪽 구석에 있던 것은 5000원도 안 되었습니다. 분청사기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 그 분청 아직도 갔고 있나. “벌써 임자를 만나 나갔지요. 비싸게 매입한다고 다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골동품과 관련해 수업료로 집 몇 채 값은 날아갔습니다. 수십년 골동품을 거래한 저도 사람의 손때를 탄 물건, 어찌 보면 혼이 담긴 물건이기에 알기가 무척 어려워요. 살 때 분명히 진품으로 보였는데, 가게에 와서 보면 다르게 보이고 해서….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일반인도 아닌 전문 장사꾼이라 무를 수도 없고 집 한 채 값 그냥 날아가지요.” - 그 분청사기 누가 사갔나. “이름은 말할 수 없지요. 의사와 변호사, 교수 등이 우리 집에서 물건 많이 사갔습니다. 예술품이나 골동품은 소장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치가 또 확 달라집니다. 같은 분청사기라도 골동품상인 제가 가진 가치와 유명 교수나 학자가 소장한 것의 가치가 다르다는 거죠.” - 현재 보유한 고미술품 수는. “고미술품과 민예품 등을 합쳐서 아마 1만 점이 넘을 겁니다. 중간 상인이 차로 100점~200점 갔고 옵니다. 그중에서 서너 점이 마음에 들면 차떼기로 전부 다 샀던 겁니다. 중간 상인도 값나가는 서너 점을 알거든요. 좋은 것만 사고, 나머지를 사지 않으면 다음엔 거래하러 오지 않아요. 그 서너 점으로 본전을 뽑고, 나머지를 팔아서 이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많을 때 10만 점가량 보유했습니다. 다 보관을 할 수가 없어서 팔기 시작한 겁니다. 가구와 같은 목제품, 그림이나 글씨와 같은 서화는 비바람을 맞아 곰팡이가 피면 안 되잖아요. 여기 가게에도 있지만 개운사 옆 카페 봄에도 삼국시대의 토기 등을 전시하고 있지요. 창고에도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자개 농과 같은 나무 제품은 공간도 많이 차지합니다. 사람이 쓰는 물건이 3만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대부분을 다루어봤을 겁니다.” “50~90년대 광장시장서 복지점으로 돈 벌어1970년대 우리 민예품 해외 마구 팔려나가남아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에 수집 시작박물관 생각에 마구 수집…여건 달라져 포기수집품 한때 10만점쯤 …지금은 1만점가량 보유”- 고미술 수집엔 돈이 엄청 든다. “동대문과 광장시장에서 양복을 짓는 데 쓰는 옷감인 복지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1958년부터인가 시작했는데, 그 당시 신랑이 장가갈 때 양복 한 벌 맞춰 입으려면 쌀 10가마의 돈이 들었습니다. 저는 도매와 소매를 겸해서 전국에 거래상을 두고 팔았지요. 그때 돈을 제법 만졌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닥친 1998년 복지 가게는 다 정리했습니다.” - 왜 고미술에 빠졌나. “1970년대에 보니깐 우리 공예품이 외국으로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심지어 수석까지 미국 일본 필리핀 이탈리아 등으로 팔려가가더군요. 소련에도 팔려나갔습니다. 이래서는 우리 것이 남아있지 않겠다는 생각에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것을 사 모아야겠다는 사명감에 보이는 대로 사서 모았지요. 그러다가 우리 공예품, 민예품을 보는 눈도 생기고, 알게 되니깐 더 애착이 가더라고요. 어느 순간 더 이상 보관할 수가 없게 되어서 골동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매장 면적이 170평으로 전국은 몰라도 서울에서는 가장 컸습니다. 18~19년간 하다가 땅 주인이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해서 여기로 이사해 소일거리로 하는 겁니다.” - 아무리 고미술에 빠져도 그렇게 사모을 수 있나. “처음엔 박물관을 하나 운영할까 생각했습니다. 서울에다 박물관 하나 하려다 보니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 있고, 박물관 운영비 마련도 쉽지 않아 보여서, 그냥 나자빠진 거죠. 결국, 이렇게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게 된 거죠. 한창때는 귀하거나 없는 물건을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겼어요.” - 고미술 수집과 복지점 운영하면 물려받은 게 많았겠다. “저는 1939년생으로, 고향이 전남 해남인데, 그때 꿈이 교사였어요. 중학교 졸업하고 해남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집안이 어려워 진학 대신 농사일을 도우며 서당에 3년가량에 다녔습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싶어서 무작정 상경해서 동대문시장에서 행상을 해서 돈을 아끼고 모으고 해서 복지점을 낸 겁니다. 복지점을 낸 지 3년 만에 해남에서 농사짓는 아버지한데 논 20마지기(4000평)와 기와집을 사드렸습니다.” “아파트 거주공간에 고미술 둘 공간 없어져조상 손때 묻은 골동품, 갈수록 가치 올라”- 고미술 대신 강남에 땅을 샀다면. “강남에 땅을 샀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잖아요. 잘 되었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요. 신사동의 좋은 땅이 평당 2만원할 때 고려대 뒤 개운사 옆에 7500만원을 들여 큰 한옥을 지어 살았습니다. 그동안 건강하게, 화목하게 살았으니, 강남에 땅을 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어요. 남들은 뭐라 생각하든 우리 고미술 보존에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 고미술 찾느라 전국 많이 다녔겠다. “복지점을 할 때 전국 거래처를 다녔지만, 고미술을 할 때는 가지 않습니다. 골동품도 수십년 거래한 믿는 중간 상인들이 있습니다. 중간 상인들은 지역별로 골동품을 모아두는 사람들을 두고 있었지요. 그래야 탈도 없고, 외상거래도 떼어먹는 일도 없지요. 집안에서 대대로 쓰던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정말 돈이 급하잖아요. 그래서 언제든지 현금으로 지불할 준비는 해 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속은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그 또한 제 안목을 탓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엔 곁눈질로 한번 보면 10가지 이상이 파악됩니다. 그리곤 가격이 바로 매겨집니다. 수십년 경험이지요.” - 문제는 없었나.“무슨 문제요? 아~, 한번도 경찰에 조사받은 일이 없습니다. 수십년 거래한 중간 상인들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거래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골동품이라는 것들이 무겁고, 부피도 커고 해서 귀금속과는 많이 달라요. 이 부근 한자리에서 20년가량 장사를 하는데 손님을 속이고 그렇게 운영해서는 오래 못가요. 손님들이 수년 지나서 찾아와 물러달라거나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손님들 요구대로 다 해줬습니다.” - 요즘 고미술 인기는. “한때 한국화가 잘 나갔습니다만 아파트가 못도 박지 못하게 하잖아요. 소품의 유화라도 그림을 걸어둘 곳도 없어졌습니다. 동양화는 액자나 족자를 하게 되면 무겁고 공간도 넓게 차지하는 단점이 있지요. 병풍을 쳐 놓을 공간도 없고, 조상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별로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같아요. 고미술을 사려는 사람도 적지만, 수요는 꾸준히 있습니다. 하지만 고미술, 골동품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가격도 비싸졌고…. 동묘에도 골동품상이 한두집 밖에 없어요. 요즘엔 물건이 안 나오니깐 못하는 거지요. 그래도 조상들의 혼이 담긴 골동품, 갈수록 가치가 올라갈 겁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국 보이콧에도 더 커진 일대일로 정상 포럼

    미국 보이콧에도 더 커진 일대일로 정상 포럼

    중국의 제2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국제협력 고위포럼)이 미국의 보이콧에도 불구, 2017년 첫 포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하는 등 초메머드 급으로 성대하게 열린다. 25~27일 3일 동안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37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90여개의 국제기구 수장, 150여 국 고위급 대표단 5000명이 참석한다.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전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일대일로 건설의 정치적 공감대를 보여주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 간 협력 협의 외에도 각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투자,자금 조달 등 프로젝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에 열린 1차 포럼에서는 29개국 정상과 130개국에서 1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 대표단장격으로 참석하고, 민간에서는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전 총무처장관) 등이 참석한다. 북한도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이날 왕의 부장은 밝혔다. 주요 행사로는 25일에 12개의 세션과 기업가 대회가 있다. 26일에는 개막식과 고위급 회의가 있으며, 27일에는 원탁 정상회담이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원탁 정상회담도 주재한다. 시 주석은 국내외 매체에 정상회담의 성과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각국 지도자와 귀빈을 환영하는 연회도 열린다. 포럼 취재를 위해 약 4000명이 취재 신청을 했다. 왕의 부장은 이날 “일대일로는 공동발전을 촉진하고 공동번영의 협력과 ‘윈윈’을 실현하는 길이며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전방위 교류와 평화 우의를 강화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미국이 1회 포럼때와는 달리 고위 관리를 보내지 않는 등 사실상 보이콧한 것에 대해 “일대일로는 개방적 이니셔티브로 우리는 관심 있는 어떤 나라라도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각국에는 참가할 자유는 있지만 다른 나라의 참가를 막을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세계 화물 운송 시간이 1.2∼2.5% 단축됐으며 무역비용이 1.15∼2.2%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대일로와 관련된 논란을 의식하듯 “부채 위기의 책임을 일대일로에 덮어씌우는 것은 어떤 당사국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대일로 건설은 단번에 되는 것도 아니며 발전 중에 나오는 문제를 피할 수도 없다”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고착화 우려되는 경제 부진, 여야 추경 서둘러야

    한국은행이 어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2.6%에서 2.5%로 1% 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월 발표 때 2.9%였던 경제 전망치가 계속 미끄러져 1년 만에 0.4% 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예상했으나, 상반기에는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고 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75%인 기준 금리도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가계부채 악화 문제로 0.25% 포인트 올린 이후 연속 동결이다. 우리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본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면 이런 비관적 전망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국내 총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출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 성장(-1.2%)으로 돌아선 이후 감소 폭을 키우면서 올 3월(-8.2%)까지 넉 달 연속 급락했다. 생산과 투자, 소비도 바닥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全) 산업 생산지수 증감률은 지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3%)을 했다. 이날 한은 발표는 일부 고용부진 완화를 빼면 온통 잿빛이다. 하지만 고용 수치 개선도 정부의 땜질식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따른 고령자 취업자수 증가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의미를 두기 어렵다. 경제 전반의 세부 수치가 이처럼 안 좋은 것은 경제가 활력을 잃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인식해 올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 경제정책의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은 노동계 반발에 막혀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승차공유사업 등 신산업은 이해충돌을 빙자한 규제벽에 숨조차 쉬기 어려운 지경이다. 입으론 경제활력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손발은 움직이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낙연 총리는 어제 네거티브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무원의 생각부터 네거티브시스템으로 전환해 달라고 주문했다. 주문에 그치지 말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집행되는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상황이 위태로운 만큼 추경 편성도 시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얼마 전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마당이다. 한은 총재도 추경이 반영되면 오는 7월 발표되는 전망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어제 당정협의에서 “추경이 효과를 내려면 타이밍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추경”이라며 재해추경과 분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치공세일 뿐이다. 5월 국회에서 야당은 추경안이 통과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 국가산업 경제성 따지는 예타제도… OECD 회원국 중 유일

    국가산업 경제성 따지는 예타제도… OECD 회원국 중 유일

    정부는 2018년 12월부터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열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공유경제 활성화와 생활형 SOC,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한 경제정책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지난 4월 3일 개최된 제12차 회의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보다 앞선 1월 29일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전제로 하는 24조원 규모의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엄격한 예비타당성조사로 인해 지역발전에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음을 추진배경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흔히 줄여서 ‘예타’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왜 지역발전의 걸림돌처럼 인식되고, 이것을 바꾸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처럼 간주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업비 500억 이상 사업 타당성 조사 예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건설, R&D, 정보화사업 등을 대상으로 예산편성 전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비용을 들여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보는 절차이다. 예타는 크게 ①경제성, ②정책성, ③지역균형발전이라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부문별 분석결과를 토대로 계층화분석(AHP)이라는 종합평가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경제성이 0.9 이상, AHP가 0.5 이상이 나올 경우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을 위한 일반지침’, ‘예비타당성 조사 표준지침’ 등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각종 SOC 사업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R&D의 경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정부 예산부처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투자 사업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있음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독특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제도도입 이래 2018년 말까지 20년 동안 849개 사업(386조 3000억원)이 예타를 거쳤으며, 이 가운데 35.3%에 해당하는 300개 사업(154조 1000억원)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어 사업을 시행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불필요한 사업비용 154조원을 절감함으로써 재정효율화에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타제도의 시행은 대규모 투자 사업에 있어 투입되는 비용보다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크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시작할 수 있게 하였다. 중앙부처 및 지자체 모두에게 ‘과연 이 사업계획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가 최우선 고려사항이 되도록 만들었다. 예타가 시행된 이후부터 예타를 거친 다음 타당성조사, 설계, 보상, 시공으로 연결되는 순차적인 공공투자사업 관리가 제도화되었다. 과거 일상적이었던 우격다짐식, 일단 시작해 놓고 보자는 식의 대규모 투자사업을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된 데는 예타의 공이 크다 할 수 있다. ●개발시대의 종식 선언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는 산업화, 도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각 부처는 자신의 사업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으나 이를 판단하거나 통제할 방안이 제도적으로 없었다. 전체 차량이 6만대에 불과하고 도로포장률이 8%에 불과하던 시절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허허벌판이던 강남의 테헤란로를 가로지르는 지하철 2호선이 건설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산보다 사업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 주택을 비롯한 도로, 철도, 공항, 전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급부족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대 신도시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KTX) 등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단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재원확보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사업의 효과적인 사업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중복투자, 사업지연, 잦은 계획 및 설계 변경으로 인한 사업비 급등은 일상이 되었다. 특히 고속철 도입이 그러했다. 이에 1991년 7월 당시 경제를 총괄하던 경제기획원은 대형 투자사업에 대해 재원조달에 대한 사전검토작업을 거쳐 우선순위를 인정받는 경우에만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대형투자사업심사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각종 대형 투자는 계속되었고, 그 결과 과잉투자에 따른 수요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도 발생했다. 1998년 9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5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객관적 타당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예비타당성조사제도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였다. 부처가 제출한 16개 사업 가운데 8개 사업만 타당성을 인정하고 예산을 배정하였다. 사업을 수행하는 부처가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예산을 배정하는 부처가 우위에 서는 쪽으로 변화한 것이다. 예타의 시행은 미국 서부시대와 같던 개발시대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지역격차 가속화 부작용 속출 예타 시행에 따라 사업추진 체계는 합리화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예타를 통과하려면 무엇보다도 투입되는 비용(C)과 편익(B)을 고려하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의 사업에서 인구가 많고 밀집된 수도권과 대도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인구가 부족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의 경제성 충족이 어렵게 되었고,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각종 산업과 인구가 떠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 문제를 보완하려고 예타 평가항목에 ‘지역균형’이 추가되었다. 경제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해당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광역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 36개 지역은 낙후된 지역과의 격차를 더 확대시킨다는 이유로 지역균형 항목에서 감점을 받음으로써 ‘도대체 사업을 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게 되었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사업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지방은 수요가 없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종 사업이 연이어 좌절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모두에게 불편한 대상이 되었다. 또한 예타가 복잡하고 정교해짐에 따라 조사기간이 장기화되었다. 2009년에 8개월이면 끝나는 예타 수행기간이, 2017년에는 21개월이 넘었다. 이러다 보니 처음 구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완공이 아닌 착공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복잡한 분석기법을 통해 매우 정교해 보이는 예타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불합리한 점이 많다. 교통수요가 집중되는 주말교통량은 교통량 산정에서 제외되면서 주말마다 정체를 빚는 도로의 확장이나 신설은 지연되었다. 전체 구간의 일부를 확장하는 경우 해당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과 편익을 따짐으로써 고속철도 평택~오송 구간의 병목구간 해소는 늦어졌다. 사업을 통한 환경피해는 비용으로 포함되지만, 사업으로 얻어질 수 있는 환경적 이득은 반영되지 못해 수도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철도사업은 추진되지 못한다. 신도시의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이미 광역교통망대책(GTX) 비용 수천억원을 납부했지만, 예타에서는 이를 포함하지 않고 비용을 산정함으로써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 등이 그것이다. 예산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기준일 수 있으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일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경제성 비중 축소… 우회적 운용 정부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편법으로 우회해 왔다.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강릉선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명분으로 경제성이 없음에도 강행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시행령을 개정하여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와 관계없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었으며, 나중에는 국가개정법을 개정하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였다. 그러나 제도 자체를 개편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결국 수도권과 지방에 각기 다른 평가항목을 적용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비수도권은 경제성 비중을 축소하고 균형발전평가 비중을 늘리고, 수도권은 균형발전 항목을 삭제하고 경제성과 정책성만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해 20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일원화된 평가체계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항목 및 비중의 조정만으로 예타가 가진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까. ●재정 효율화 잣대로만 사업성 따질 순 없어 예타가 도입된 1999년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대규모 과잉·중복 투자로 인한 IMF 경제위기를 겪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 이래 누적되어 온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의 관행을 통제하고 제어할 체계가 필요했고, 공공 부문의 축소와 효율화를 강요한 IMF 체제 덕분에 예산관리체계의 대폭적 변화가 가능했다. 예타는 20년 동안 재정효율화에 기여했지만, 한국은 큰 폭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심화·가속화하고,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이 이루어지는 수도권도 균형발전 논리에 묶여 교통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면서 세계 최장시간 통근시간과 부동산 가격 폭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재정효율화는 필요하지만 모든 것에 우선하는 과제는 아니다. 필요에 따라 비효율을 감내해서라도 더 큰 문제를 막아 내야 하는 것이 2019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예타 항목의 일부조정 같은 미세조정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부동산값 폭등 등의 문제다. 한시적으로라도 예타 제도를 유보하여 과감하고 신속하게 대규모 재정 투입이 가능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존 예타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20년 전 예타는 ‘해답’이었으나 현재와 미래에는 아닐 수 있다. 만약 예타를 적용했다면, 1989년 10조원을 투자하여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갯벌을 메워 2020년까지 연간 1억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무모해 보였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의 현재가 가능했다.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제도와 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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