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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 父학교 교육부 감사서 빼달라 청탁”

    인터넷 라디오 정치 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패널인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아버지 소유 학교가 교육부 감사를 받지 않게 해 달라고 나에게 청탁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초청해 지난 13일 녹음한 ‘나꼼수’ 23회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일 때 나 후보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이던 나에게 찾아와 이런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고 참석한 패널들이 전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홍 대표에게 “나 후보가 아버지 학교를 지키기 위해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에도 반대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홍 대표는 “그 얘기는 그만하자.”며 화제를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나 후보 선대위의 안형환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나 후보가 정 전 의원을 만나 아버지 학교의 전교조 교사가 문제 삼은 것에 대해 감사 대상이 아니라면서 사실관계를 설명한 적은 있지만 감사 대상에서 빼 달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나 후보도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관한 질문에 “아니,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작은할아버지의 양손자로 입양되면서 ‘6개월 방위’ 병역 혜택을 받은 것을 놓고 홍 대표가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고, 야권 성향의 패널들은 이명박 대통령도 면제인데 병역 문제를 지적할 자격이 있느냐는 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사저 경호시설 축소 약속을 받았다. 부동산, 세금 문제도 다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패널들이 전했다. 정 전 의원은 BBK사건과 관련해 2007년 12월 13일 홍 대표가 ‘이명박 후보 낙선을 위한 노무현 정권의 공작정치 물증’이라며 기자회견장에서 흔든 편지가 가짜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홍 대표는 “편지가 가짜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국감 등장한 ‘BBK 사건’

    6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BBK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2007년 불거진 김경준씨 기획 입국설과 관련한 편지 조작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08년 6월 BBK 수사발표 때는 밝히지 않았다가 올 들어 검찰이 스스로 편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혔다.”며 “왜 가짜 편지가 한나라당에 전달됐는지,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수사 대응 지침을 준 양모씨의 배후에 MB 캠프의 김모 특보, 은모 법무팀장, MB 친척 신모, MB 집사 김모씨 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권 장관은 “(BBK 사건은) 재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박 의원이 재수사 의뢰를 요청하겠다고 밝히자 권 장관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면 증거자료를 검토해서 재수사가 가능한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여권의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제기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편지를 공개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편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의 불출석으로 논란을 빚었다. 박 의원은 “노 원장은 ‘그랜저검사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며 “여야 간사가 합의해 노 원장에게 국감장에 배석할 것을 통보했는데 참석하지 않는 것은 국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는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출석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 또는 증언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한편,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 “(내가) 수사받을 부분은 받아도 좋고,해명할 부분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 회장이 대구지역 사업가인 이모씨를 통해 권 장관에게 구명 청탁을 했다는 주장을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거론하자 “누구도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서울시장 후보 리포트] (1) 나경원은 누구인가

    [서울시장 후보 리포트] (1) 나경원은 누구인가

    나경원(48)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야누스 정치인’이다. 그만큼 평가가 극단을 달린다. ●대중정치인 vs 탤런트 정치인 높은 대중성은 나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7·4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대표마저 따돌리고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스스로를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제2의 선거의 여왕’으로 칭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나 후보는 자신의 선거구(서울 중구)를 제쳐 놓고 다른 지역에 지원 유세를 다녔다.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 후유증으로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을 거부하면서 후보들이 앞다퉈 찾은 사람이 나 의원이었다. 반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평도 나온다. 홍 대표는 그를 가리켜 “이벤트 정치인,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말해 논쟁을 증폭시킨 바 있다. ●유약하다 vs 독하다 나 후보에게 눈물은 빠질 수 없는 정치 도구다. 7·4 전당대회 당시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정치적 고비마다 훌륭한 무기가 됐다. 앞서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18대 총선에서도 그랬다. 포털사이트에 자동 검색어로 ‘나경원 눈물’이 뜰 정도다. 이로 인해 나 후보는 유약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독한 면도 있다. 임신 상태에서 사법연수원을 다녔고, 힘들게 얻은 딸이 장애(다운증후군)를 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원조 슈퍼맘’ 역할도 했다. 딸의 입학을 거부한 초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끈질긴 투쟁을 벌여 징계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개혁적 vs 보수적 나 후보는 올 들어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상향식 공천 개혁’을 주도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를 침몰시키며 정치 전면에 등장한 쇄신·소장파 의원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에도 참여했다. 쇄신·개혁 등이 연상되는 젊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췄지만, 실제로는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계백 장군’으로 칭하는 등 복지 문제에서 보수적 색채를 드러냈다. ●주류 vs 비주류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나 후보는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뒤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거치는 등 가시밭길이 아닌 탄탄대로를 달려 왔다. 급기야 정치 입문 10년 만에 당내 유일한 서울시장 카드로 떠오른 ‘주류 모범생’이다. 반면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을 키운 여성이라는 ‘비주류 소수층’에도 속한다. 1980년대를 휩쓴 학생운동에 불참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나 후보는 “다른 부분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별명으로 본 나경원 인기만큼 별명도 많다. ‘주어(主語) 경원’이 대표적이다.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 대변인이던 나 후보는 “BBK라고 한 것은 맞지만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고 논평했다. 야당에서는 공격 대상이 됐지만, 당내에서는 “뛰어난 임기응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얼음 공주’도 대변인 시절 차가운 논리 전개로 얻은 별명이다. ‘버럭 경원’은 2008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 문방위원장 대리를 맡았다가 민주당 의원들과의 말다툼 과정에서 “어디서 지금!”이라고 언성을 높여 유래됐다. ‘원더우먼’은 대중적 인기가 많은 나 후보에게 선거 때마다 지원 유세 요청이 빗발치면서 생긴 별명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주요 약력 ▲1963년 12월 6일 서울 출생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34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법·인천지법·서울행정법원 판사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여성특별보좌관 ▲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대변인·최고위원 ▲한나라당 공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朴 “美시민권자 남편, 한국 국적 회복”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가족들의 국적이 논란이 됐다. 당내경선 TV토론과정에서 천정배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장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부군이 미국 변호사여서 그러느냐. 부군과 아이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던데 사실이냐.”고 공격했었다. 이에 박 후보는 “MBC 특파원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간 사람과 결혼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후에도 남편 이원조 IBM 고문변호사와 12살인 아들의 미국 국적이 계속 논란이 되자 “남편은 지난 6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27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BBK 사건 때문에 남편이 쫓겨나다시피 일본에 갔고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면서 “아들은 태어날 당시 아버지의 국적에 따라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해 이중 국적인데 미국 법상 미성년자인 관계로 만 18세까지는 미국 국적을 취소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영선은 누구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국회에서 ‘저격수’로 통한다. MBC 간판 앵커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당의 ‘입’이라 할 대변인을 거치면서 강한 전투력(?)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민주당의 첫 여성 정책위의장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MBC 경제부장이던 2004년 초 선배인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당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박 후보는 같은 해 17대 총선에서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맡아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152석) 확보에 일조했고 본인도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정동영 후보 지원실장을 지내면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특히 기자 시절 BBK 설립과 관련해 이 후보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가운데 서울 구로을 지역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18대 국회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대여 투쟁에 앞장섰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청문회에서 부적격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상임위 활동을 함께 하며 ‘박남매’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금산분리법 통과, 공정거래법 저지 등 꾸준히 대기업을 비판하며 재벌개혁을 주도했고,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비(非)법조인임에도 검찰소위 위원장을 맡아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1960년생인 박 의원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경희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MBC에 입사했다. 1990년 중반 LA 특파원 시절 정동영 최고위원의 소개로 남편인 이원조 IBM 고문변호사를 만났다. 12살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몰아친 ‘안철수 바람’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밤 가진 TV 간담회에서다. “스마트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평소 지녔던 ‘여의도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즉각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직설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들이 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게 된 원인은 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데, 한가하게 “네 탓이오”만 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이런 비난과는 무관하게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정치보다는 국정운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히고 있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다가 떠나겠다는 것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없다.”, “친인척 비리, 권력비리는 없다.”는 발언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인 신념과 함께 자신감도 묻어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권력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불거지면서 이미 적잖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지난 1월엔 함바비리 연루 의혹으로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물러났다. 2월에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5월에는 2007년 대선 때 ‘BBK대책반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지난 21일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런 와중에 현 정권의 또다른 실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차관으로 일하던 시절을 포함해 지난 9년여 동안 한 기업인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사실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져 낙마했다. 입각에 실패한 이후에도 인사철마다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수석 후보에 꾸준히 거론됐을 만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결국 검찰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런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집권 4년차이지만 우리는 다른 정권처럼 무슨무슨 게이트는 없지 않으냐.”는 청와대의 자신감도 급속히 무너지면서 빠르게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레임 덕’(절름발이오리)이 아니라 ‘다리가 없는’(legless) 오리가 된 지 오래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의 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속속 드러난다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썼던 사람만 다시 돌려쓰고, 자기사람만 챙기는 인사를 반복하다 보니 몇몇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됐고, 이런 인물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사검증 시스템 등을 통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15개월여가 남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측근 비리를 이참에 서둘러 뿌리 뽑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공적들도 측근 비리에 묻힐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기왕에 드러난 비리는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서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불식시켜야 한다. 그것이 사태의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부담도 더는 일이다. 책임을 진 정권이 잘못한 일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좌고우면만 한다면 결국엔 올 것이 올 수밖에 없다. sskim@seoul.co.kr
  • [與野 서울시장 보선 ‘안갯속 레이스’] 민주4인, 박원순에 ‘견제구’

    민주당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전에서 연일 ‘안방 사수’를 외치며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천정배 최고위원과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신계륜 전 의원 등 4명의 후보는 19일 서울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2차 합동연설회에서 박 전 상임이사를 공격하는 데 앞을 다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상임이사가 민주당 후보군을 따돌린 데다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너끈히 앞선 데 따른 ‘충격파’로 받아들여진다. 당내 후보군 중에선 박 정책위의장이 1위를 차지했다. 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민주당을 팔아넘기려는 자들과 민주당을 지키려는 자들의 싸움”이라고 각을 세웠다. 추 의원은 “수권 정당 밖에서 후보를 데려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계륜 전 의원은 “8번 아닌 2번으로 승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박 전 상임이사를 압박하는 대신 이날 서울시립대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정치 콘서트를 벌이는 등 비전 제시에 주력했다. 추 의원은 2003년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기억, 신 전 의원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목격한 경험, 박 정책위의장은 2007년 대선 당시 BBK 수사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20일 MBC, 21일 SBS·오마이뉴스, 23일 OBS 주관으로 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TV 토론회를 개최한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리틀 빅4’ 20·21기 대거 하마평

    한상대 검찰총장 체제를 뒷받침할 일선 검사 인사가 오는 26일쯤 단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장검사인 대검찰청 수사기획관·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3차장 등 이른바 ‘리틀 빅4’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들은 실제로 수사 방향의 큰 줄기를 잡아 수사를 지휘하기 때문에 검사장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검사장 승진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보직’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22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장을 보좌하는 수사기획관에는 김기동(47·사법연수원 21기) 대검 검찰기획단장이 부각되고 있다. 김 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하지만 BBK 사건을 수사했던 적이 있어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정식(50·연수원 20기) 부천지청 차장검사도 물망에 오른다. 경북고를 나온 대구·경북(TK) 출신인 데다 연수원 19기에서 수사기획관이 이미 2명이나 나온 탓에 20기를 건너뛸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발탁 여부는 미지수다. 각종 공안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이금로(46·연수원 20기·국회 파견) 서울고검 검사와 정점식(46·연수원 20기) 부산지검 2차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검사는 대검 공안연구관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정 차장도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낸 ‘공안통’이다. 최근 안태근(46·연수원 20기) 서울고검 검사도 2차장 경쟁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2차장과 대검 공안기획관으로 나눠 보임될 가능성도 높다. 이진한(48·연수원 21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도 공안기획관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특수 및 금융비리 사건을 지휘할 중앙지검 3차장에는 전현준(46·연수원 20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도 지내 3차장 적임자란 평을 받고 있다. 박 차장검사도 3차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검사장 배출 문턱에 선 연수원 19기 검사 일부는 대검 선임연구관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일부는 지청장으로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9기들을 수사기획관 및 서울중앙지검 2·3차장에 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연수원 19기가 주요 보직을 또 맡는 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적지않다. 한편 김승식(43·연수원 21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과 박철(45·연수원 22기)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이상철(49·연수원 23기) 법무부 국가송무과장 등 3명은 개인 사정 등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이석·최재헌기자 hot@seoul.co.kr
  • 민주당, 권재진 ‘정조준’

    민주당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두 후보자 모두 인준 표결 대상이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이들을 낙마시키기가 쉽지 않은 데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치밀한 공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국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사정 정국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효과적인 청문회 전략으로 이른바 ‘표적 공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에게 ‘화력’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타깃을 권 후보자로 잡은 양상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20일 “인사 배경과 정치적 위상을 고려하더라도 권 후보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날 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청문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비공개 회동에서도 이 같은 공감대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권 후보자가 BBK 사건 수사발표 지연, 저축은행 로비 의혹, 민간인 사찰 연루설 등 폭발력 강한 이슈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향후 정국 주도권 문제에 영향을 주는 사안들이다. 그래서 법사위 자체 대응에 그치지 않고 당내 저축은행 국정조사팀과 공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21일 첫 대책회의를 열고 청문회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단 다음 달 4일(한 후보자)과 8일(권 후보자)에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권재진·한상대 인사청문 ‘정국의 핵’

    권재진·한상대 인사청문 ‘정국의 핵’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청와대가 18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구서를 이르면 19일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청문회 예열음’을 주시하고 있다. 온도차는 있지만 여야는 이번 청문회가 ‘국무위원 적격성 심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여야 원내 지도부의 리더십, 내년 총선에 끼칠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2년 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의 기억까지 겹쳐진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벌써부터 줄줄이 터져 나오는 의혹 앞에 섰다. 위장 전입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현역병 기피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후보자가 당초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사법시험 합격 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검을 신청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내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사전 감지’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권 후보자도 저축은행 구명 로비,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개입, 2007년 대선 당시 BBK 수사 발표 지연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의 ‘창’과 한나라당의 ‘방패’는 벌써부터 날 선 대치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두 사람의 내정에 대해 ‘정치적 선택’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사정 라인’ ‘비리 은폐용 인사’라는 표현이 예사롭지 않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최측근을 사정 라인에 배치해서 정권 말기의 권력형 비리 게이트, 친·인척 비리를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몰아세웠다. 사정 정국을 위한 인사라는 주장도 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취약한 수도권에서 털어내기식 대야 공세를 펴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그래서 두 후보자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청문회 일정 조율을 요구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사를 한꺼번에 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제대로 하려면 청문회 간격을 일주일 이상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까지 열어 권 후보자 기용에 대해 찬성 당론을 확정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개입과 저축은행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치 공세”라고 하고, 측근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와대 수석 출신이 부처 장관을 맡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차단할 방침이다.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소 미묘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 이후 진행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해 위장 전입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장 전입뿐만 아니라 이념 편향 등 국가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를 끌어안기도 밀치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편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대학 1학년 시절 부실한 보호장비로 격한 운동을 하면서 디스크가 어긋나게 됐고, 이후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면서 “당시 이미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관으로 입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병역을 기피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81년 8월 5일 입원해 13일 디스크 수술을 받고, 26일에 퇴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의무기록 사본도 공개했다. 한 후보자와 경쟁했던 차동민 서울고검장은 주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차 고검장은 막판까지 한 후보자와 경합을 벌였던 점에서 신속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퇴임식은 오는 28일쯤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혜영·장세훈·강병철기자 koohy@seoul.co.kr
  • 권재진 법무 내정자 ‘청문회 체제’ 돌입

    권재진(58·사법연수원 10기)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이번 주중으로 법무부와 청와대 인력을 지원받아 청문회 준비팀을 구성해 본격 준비에 들어간다. 준비팀은 청문회법에 따라 약 2주 동안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자료 수집·제출 등 후보자 지원 업무를 진행한다. 법무부 측은 권 내정자의 경우 재산, 납세, 병역 등의 분야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일단은 전망하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대검 공안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에 민정수석 등을 두루 거쳤다. 때문에 장관으로서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시절부터 인정받던 인물이라 내부 직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무부 내부에서도 권 내정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두고는 청문회가 결코 평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야당 등에서 ‘회전문 인사’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이라 사실관계를 떠나 청문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 내정자는 대검 차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BBK사건’ 수사 발표를 지연시키고, 지난해에는 민정수석으로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구명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반면 이런 상황에도 결정적 ‘한방’이 없는 이상 국회의 논란과는 별개로 임명에는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무주공산 지역구 누가 노리나

    민주당 호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선언에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텃밭 물갈이’ 논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진 의원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다 서울에서는 최근 공석이 된 지역구가 크게 늘어 ‘무주공산’을 선점하려는 각당 예비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공성진 전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구을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양천구갑은 한나라당의 ‘노른자위’로 꼽힌다. 강남구을에는 비례대표인 나성린·원희목 의원과 정진석 전 정무수석,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이동관 언론특보,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등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목동을 포함하고 있는 양천구갑에는 비례대표인 배은희·정옥임·조윤선 의원이 거론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두 지역은 새로 영입할 인재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대생 성희롱 사건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된 강용석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구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한나라당에서는 비례대표인 김성동 의원, 유용승 전 청와대 행정관, 정몽준 전 대표의 특보였던 홍윤호씨, 당료 출신 김우석씨 등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인 김유정 의원, 정청래 전 의원,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명수씨 등이 거론된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의 지역구인 강동구갑도 관심 지역이다. 김 의원은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이 지역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 비례대표인 임동규 의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청와대로 가는 바람에 비게 된 성북구을과 한나라당 현경병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노원구갑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성북구을은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민주당 신계륜 전 사무총장이 재기를 노리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최수영 전 당협위원장이 거론된다. 노원구갑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도운 함승희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민주당에서는 ‘BBK 저격수’로 불렸던 정봉주 전 의원이 와신상담하고 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창원시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허성모씨, 구명회 경성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담양·곡성·구례는 민주당 예비후보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데, 이개호 전남도 행정부지사, 이정희 변호사, 국창근 전 의원, 고현석 전 곡성군수, 김재두 전 수석부대변인 등이 뛰고 있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박태규 캐나다서 강제송환 돌입

    박태규 캐나다서 강제송환 돌입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캐나다로 도피한 부산저축은행의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72)씨의 여권 무효화를 통해 강제송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박씨는 검찰 수사 초기인 지난 4월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했다. 검찰이 박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나선 것은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에만 의존할 경우 실제 송환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5)씨는 검찰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한 지 3년 10개월이 지나서야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할 경우 체류 국가 이민국의 강제 퇴거 절차를 거쳐 이르면 1~2주 내에 송환이 가능하다. 박씨에 대한 검찰의 여권 무효화 조치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사람은 여권 반납을 명할 수 있고, 2회 이상 응하지 않을 경우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여권법 제12조 등에 따른 것이다. 실례로 2009년 장자연씨 자살사건 당시 경찰이 일본에 체류 중이던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를 송환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빠른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신용정보업체인 서울신용평가정보의 서울 상수동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와 회계장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영업 정지 하루 전날인 2월 16일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스비파트너스를 통해 관리해 오던 서울신용평가의 지분(43.6%)을 사모펀드인 칸서스파트너스에 159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넘긴 서울신용평가의 지분은 20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져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고,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자산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인 서울신용평가 김영재(64) 회장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광주일고 동문인 점에 주목, 유착관계 등 비리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주식을 급하게 매각한 만큼, 누군가 중간에 개입해 브로커 역할을 하고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칸서스파트너스 측은 “서울신용평가정보 인수 양해각서는 지난해 말 이미 체결했다.”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폐지론자’ 박영선 검찰소위 위원장 vs ‘존속론자’ 박민식 사개특위 위원

    ‘폐지론자’ 박영선 검찰소위 위원장 vs ‘존속론자’ 박민식 사개특위 위원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할 부대 스스로 개혁은 안 하고 국회 탓” “검찰, 스스로 고칠 게 없다더니 이제 와서 국회 탓을 하느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검찰개혁소위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반발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중수부 폐지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임명하는 검찰총장에게 직접 수사권을 줄지 말지의 문제”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마치 자기 휘하의 직할 부대처럼 운영하면서 청와대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일선 검사들의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외압을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선출(미국)하거나 총장에게 직접 수사권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중수부 폐지 대안으로 법무부 장관 밑에 ‘특별수사청’을 두고, 수사청장은 대통령이 아닌 위원회를 구성해 임명하는 보다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중수부 폐지 시 수사인력 확충 등 대형비리수사가 안 된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인력 배치는 검찰총장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상륙작전 중 해병대 사령부 해체’라며 중수부 폐지로 저축은행 수사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중수부를 당장 없애는 게 아니라 내년 시행을 목표로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어 그동안 수사하면 된다.”면서 “검찰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임검사제 대체나 예산낭비 지적에는 “특임검사도 검찰총장이 임명하는데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느냐.”면서 “부실수사로 특검할 때마다 30억원씩 예산이 드는데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대검 중수부장, 수사기획관 등이 모두 BBK사건 등의 ‘보은 인사’라고 꼬집었다. 과도한 입법권 남용 등 삼권분립 원칙 위배에는 “검찰 스스로 개혁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19차례의 회의 동안 ‘고칠 게 없다’ ‘못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검찰소위에서 황희철 법무부 차관의 답변 속기록(4월 18일 자)을 공개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에 중앙부처 설치와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하게 돼 있고 입법은 국회, 집행은 행정부가 하는 것이기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수사에 대한 ‘보복 입법’ 논란에는 “검찰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태업’을 방치한 청와대를 비판하며 “청와대의 밀어붙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이해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철학과 가치관에 입각해 권리를 행사해 달라.”고 동참을 주문했다. 글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사법개혁 초점은 수사 공정성 중수부 존폐 여론수렴 거쳐야” “사법제도 개혁의 초점은 대검 중앙수사부의 존폐 여부가 아니라 검찰 수사의 공정성·독립성 확보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수부를 없애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부패 척결 기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여야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동의하는 대전제라고 말했다. 그는 “부패 사범 중 ‘거악’에 해당하는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재벌 등에 대한 수사를 중수부가 담당해 왔다. 이렇듯 의미 있는 제도를 바꾸려면 국민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한 잣대”라면서 “여론 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수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지역구(부산 북·강서구)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국회의원·재벌들 편해지려는 것 아니냐고 답한다. 이게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첫 반응”이라면서 “취지가 좋아도 국민 생각과 무관하거나 국민 뜻에 역행한다면 사법제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개특위 검찰소위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한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박 의원은 “소위에 참여하는 전체 위원이 아닌 특정 위원에 의한 합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를 입은 서민들이 중수부를 ‘비빌 언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중수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은 무시하고 과만 침소봉대해 제도 자체를 없애겠다는 방법은 지나치다.”면서 “부패 척결 기능을 담보할 대안도 없이 중수부만 없애면 억울한 사람은 국민이고, 만세를 부를 사람은 힘깨나 쓰는 권력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정권에서 친·인척 비리나 측근 비리를 누가 수사했나. 여야를 막론하고 고질적 병폐였던 금권 선거, 대선자금 문제를 누가 다뤘나.”면서 “중수부를 청와대의 돌격대나 하수인으로 평가하는데, 이런 인식이라면 중수부가 아니라 검찰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따라서 운용상의 문제를 견제·감시할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후에 평가·점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면서 “중수부라는 제도 문제를 정파적 이익이나 개인의 보복적 감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옛 검찰 선후배’ 차 한잔 없었다

    옛 부하를 ‘쳐야 하는’ 장수는 인정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소환됐던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조사를 받기 전 김홍일 중수부장과 차를 마시거나 별도의 면담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조사실로 향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중수부장은 보통 사회 고위 인사가 피의자로 소환될 경우 자신의 방에서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정돈한 뒤 조사실로 보내는 게 관례지만, 한때 아끼는 후배였던 은 전 위원에게는 이 같은 ‘작은 인사’조차 생략한 것이다. 김 부장과 은 전 감사위원은 1993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함께 맡았던 선후배 사이였다. 또 김 부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BBK’ 사건을 수사할 때, 은 전 위원은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으로 ‘BBK 의혹 대책팀장’을 맡으며 창과 방패의 인연을 이어갔다. 모두 천주교 신자로, 김 부장은 은 전 위원 아들의 대부(代父)를 맡을 정도로 막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드러나는 저축은행 비리 고리] 靑 침통… 황우여 “국정조사해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은 전 감사위원이 대선캠프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그간 이 대통령이 “어떤 형태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공직자의 비리를 사정해야 할 감사원 고위간부였으며, 50억원이 넘는 재산을 지닌 자산가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집권 후반기에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사회론’도 자칫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대통령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민정수석실을 직접 찾아가 엄정한 조사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심경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알려진 것처럼 이 자리에서 ‘격노’하지는 않았으며, 대신 철저하고 엄중하게 이번 사안을 둘러싼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권재진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문제가 드러난 인사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중하고 철저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도 단연 화두는 ‘반성’이었다. 2시간 45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비서관들은 자유토론을 통해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반성과 자기성찰이 중요하며, 소통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실장은 “여러분 모두가 답을 나 자신에게서 찾자고 공감을 한 것 같다.”면서 “반구저신(反求諸身)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구제신’은 중용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 나간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반성’ 모드에 접어든 반면 정치권은 저축은행 비리 의혹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 국정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모가 밝혀지면 정치권에서도 필요시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사상 초유의 현역 감사위원이 연루된 혐의를 성역 없이 자체 감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날 한나라당 의원 35명의 국정조사 촉구 성명에 이어 황 원내대표까지 가세한 것은 이번 기회에 국정주도권을 당으로 확실하게 끌고 오겠다는 속내가 함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은진수’, BBK 해결사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이념적 무능과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야 민생이 살아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수·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검찰,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소환 통보”···부산저축銀 로비 정황

    “검찰,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 소환 통보”···부산저축銀 로비 정황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최근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다.  조선일보는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이 은 위원에게 로비를 벌였고 은 위원을 통해 여권 고위인사들을 접촉했다는 정황을 발견, 최근 은 위원에게 검찰에 나오라는 통보를 했다.”고 26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도 은 위원이 소환 통보를 받고 병가를 낸 뒤 심경을 정리 중이라고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은 위원은 조만간 감사위원직에서 물러난 뒤 검찰 소환에 응할 예정이다.  은 위원은 부산저축은행측의 부탁을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은 대장 폴립(혹처럼 돌출한 것) 제거수술을 받는다며 24일 이틀간 병가를 냈고, 25일 병가를 하루 더 연장했다.  감사원측은 “은 위원이 정계진출을 위해 감사위원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은 위원은 2004년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냈으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007년 12월 대선에서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법무행정분과 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지난 대선때에는 이 대통령이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에리카 김 파산신청

    에리카 김 파산신청

    ‘BBK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한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에리카 김씨가 최근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캘리포니아 중부지구 연방파산법원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9일 이 법원에 파산신청(챕터7)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파산신청에 이어 지난 13일 법원에 제출한 재정보고서에서 자산은 460만 달러 상당의 베벌리힐스 주택을 포함, 462만 3000달러이고, 부채는 약 3918만 달러로 신고했다. 부채에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지난 1월 28일 김씨와 동생 김경준씨 등에게 옵셔널캐피털(옛 옵셔널벤처스)에서 배상하라고 판결한 3500만 달러가 포함됐다. 그러나 옵셔널캐피털 측의 한 관계자는 파산법원에 이의 제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파산신청은 김경준씨의 스위스 계좌에서 임의로 인출된 140억원이 ㈜다스로 송금된 사실이 밝혀져 미 연방지법이 이달 초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 직전 이뤄졌다. 김씨는 지난 2월 25일 한국에 자진 입국해 검찰 수사를 받은 지 24일 만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난 22일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 소송은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 외계인으로 불린 이지아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BBK사건이 떠올랐다. 서태지·이지아의 법정소송은 BBK사건을 은폐하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이 연결은 말 그대로 ‘음모’일 것이다. 서울고법은 21일 BBK사건 수사팀이 주간지 ‘시사IN’과 BBK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이었다. 서울고법은 “기사에 보도된 김경준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재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자가 직접 관련자를 만나 김씨가 작성한 자필 종이와 육성 녹음을 건네받고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따라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고, 이지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 패소한 BBK수사팀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모론이 확산되었다. 최근 들어 왜 이와 같은 음모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권과 주요 언론에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은 편서풍을 따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반도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기상청이었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서 검출되었고, 방사능비까지 내리면서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높아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한 네티즌에 대해서 검찰은 수사를 하기도 했고, 일부 언론은 이것을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발생한 적지 않은 사건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 아랍 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의문, 금미호 5만 달러 지불설, 구제역 원인을 둘러싼 바이러스 전파경로 등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채 넘어갔다. 지난 2월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돌연 귀국한 이후 검찰이 기소유예를 내린 것도 어물쩍 지나갔다. 작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도 군 당국이 초기 단계에서 사실을 정확히 발표하지도 않았고, 자주 말을 바꾸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불리한 사건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대통령 전용기 고장 등 일정 기간 보도를 유보하는 엠바고(embargo)도 언론에 요청해 왔다. 국가 사회적으로 위중하고 매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엠바고는 비밀을 전제로 하는 권위주의의 산물이다. 권위주의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올해에만 11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방송사나 일부 신문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4월 15일에서 18일 사이 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사업의 속도전이 희생자를 초래했는지, 아니면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었는데도 사고가 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삼성전자 설비엔지니어의 투신자살사건도 묻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살 후 97일 만에 장례를 치렀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정치나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급급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개방·참여로 특징지어지는 소통의 혁명으로 정보는 즉각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언론은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BBK 음모론이 나온 것은 불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져 가면, 앞으로 음모론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소통의 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통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 “BBK 수사 의혹 제기 명예훼손 아니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고의영)는 26일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 사건’을 수사했던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당시 수사팀 9명이 김경준씨의 변호인이던 김정술·홍선식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수사팀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에 수사팀은 “사실과 다른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확인 없이 공표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적법하게 수사했는데도 ‘검찰이 메모를 감췄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소송을 냈고, 1심은 김 변호사 등이 305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고법 재판부는 그러나 “김 변호사는 녹취록 등을 확인했고 김씨를 만나 답변을 듣는 등 의혹을 제기할 근거가 있었다.”며 “김씨의 발언을 전하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자신의 판단이나 사건의 진실에 관한 결론을 성급하게 제시하지 않았으며 변호인으로서 그를 대변해야 하므로 회견은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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