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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우슈비츠 해방시킨 마지막 생존자 두슈만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우슈비츠 해방시킨 마지막 생존자 두슈만

    나치 독일이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저지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해방시킨 옛 유대인 적군(레드 아미) 병사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다비드 두슈만이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21세의 그는 1945년 1월 27일(이하 현지시간) 탱크를 몰아 이 수용소의 전기 담장을 타고 넘어가 많은 수용자들이 수용소 밖으로 나오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지난해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수용소에 이르렀을 때 담장 사이로 이 불행한 사람들이 보였다. 해서 우리는 탱크들로 담장을 뚫어버렸다. 우리는 수용자들에게 계속해서 음식을 줬다”면서 “그들이 거기 서 있었는데 모두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아주 좁은 곳에서 눈들만, 눈들만 보였다. 아주 끔찍, 아주 끔찍했다”고 돌아봤다. 이 수용소에서만 110만명이 숨졌는데 대부분 유대인들이었다. 고인은 나중에 옛 소련의 펜싱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로 명성을 쌓았는데 지난 5일 독일 뮌헨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사인이나 사망 경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역시 펜싱 선수 출신의 토마스 바흐(68·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970년에 만났을 때 두슈만은 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를 경험했는데도 내게 친구처럼 대하고 상담을 해줬다. 그에겐 유대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깊은 인간적인 면모는 내가 결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IOC는 세계 최고의 펜싱 코치란 명성도 들었던 그가 94세가 될 때까지도 거의 매일 펜싱 클럽에서 기량을 연마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배울 대목이라고 전했다. 두슈만은 전쟁 중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존재조차 몰랐다며 몇년 뒤에야 그곳에서 벌어진 엄청난 잔학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한 부대는 1만 2000여명이었지만 종전 후에는 69명 밖에 살아 남지 않았다. 그 역시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30년 이상 소련 여자 펜싱 대표팀을 지도했는데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인 검은 구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억류해 모두 살해한 사건을 지켜봤다. 고인은 2018년 아벤트차이퉁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총성들을 들었고 우리 머리 위에는 헬리콥터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우린 이스라엘 대표팀이 묵었던 방 건너편에 있었는데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단도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고 목격담을 늘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페미니즘 작가 나오미 울프 백신에 대해 황당한 주장 트위터 “계정 정지”

    페미니즘 작가 나오미 울프 백신에 대해 황당한 주장 트위터 “계정 정지”

    미국 작가 나오미 울프(59)는 국내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페미니스트 작가다. 1991년에 발간된 그녀의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The Beauty Myth)‘는 페미니즘에 3세대 물결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데 트위터가 백신에 대한 그릇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는다는 이유로 그녀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앨 고어와 빌 클린턴의 정치 참모였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그녀의 전력에 비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을 트위터에 펼쳐왔다. 예를 들어 한 트윗은 백신이 “업로드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에서 오랫동안 보건 분야의 최고 정책 자문으로 활동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을 14만명이 넘는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사탄에 비유했다. 아주 최근에는 백신 접종을 받은 이들의 소변과 찌꺼기들을 일반적인 오물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마시는 물을 통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까지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또 미국의 성인물 배우가 의사처럼 가운을 걸친 사진을 언급한 글들을 열심히 퍼날랐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많은 이들이 그녀 계정 차단을 환영했다고 영국 BBC는 6일(현지시간) 전했다. 내과의사이자 듀크대 국제보건연구소 교수인 개빈 야메이 교수는 “울프 박사는 백신에 반대하는 끔찍하고 위험하며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펴왔다”면서 트위터의 조치가 잘된 일이라고 반겼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울프는 논란을 일으켜 책을 내지 못한 적도 있다. 2019년 미국의 한 출판사는 정확도가 의심되는 내용들이 그녀의 책에 있다는 이유로 출간을 취소했다. BBC 라디오 인터뷰 도중에도 울프가 19세기 잉글랜드의 법적 판결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음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더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그녀의 책 ‘파시스트 미국으로 가는 10단계(Fascist America, in 10 easy steps)’는 ‘잠재적인 폭군’이 민주주의 제도를 끝장내려 할 때 10가지 단계를 밟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녀는 미국이 현재 법치(法治) 종식이란 마지막 10번째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지식인 탕징위안(唐靖遠) 같은 이들이 반색했음은 물론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아기 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가 돈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요”

    “아기 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가 돈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요”

    미국 플로리다주의 발명가 겸 사업가, 정보통신(IT) 백만장자인 프레디 피거스(31)가 세상 누구보다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 때문에 이런저런 사람이 되게 놔두지 말라”는 것이 그의 인생 조언이다.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2014년 세상을 떠난 네이선이 친아버지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자꾸 놀려댔다. ‘쓰레기 아기’ ‘버린 자식’ ‘더러운 자식’ 등이라고, 해서 프레디는 아버지에게 이유를 따졌다. 네이선은 “잘 들어.직설적으로 말할 거야. 네 친엄마가 널 버렸어. 해서 나와 베티 메이는 널 입양 위탁시설에 보내지 않고 널 입양했어. 넌 내 아들이야”라고 말했다. 신생아일 때 커다란 쓰레기 적재함에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난 ‘OK, 난 쓰레기구나’라고 생각했다. 원치 않은 아기였구나 느꼈다. 그랬더니 양아버지는 내 어깨를 붙들고 ‘잘 들어, 네가 그 일 때문에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북부의 8000여명이 살던 시골마을 퀸시에서 네이선은 수선 일을 했고 베티 메이는 농장 인부라 찢어지게 가난했다. 프레디가 신생아이던 1989년에 그들은 이미 50대 나이였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위탁받아 돌보고 있었지만 프레디가 두 살 때 입양했다. 아이들이 스쿨버스에서 깡통 쓰레기를 던지며 놀려댄다는 것을 알고 양아버지가 마중나와 있어도 아이들은 부자를 함께 놀려먹었다. ‘프레디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다닌대요’ 어쩌구 하면서. 하지만 네이선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늘 사람들을 돕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왔다. 홈리스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주말이면 부자는 쓰레기 하치장에 가 쓸만한 것을 주웠다. 미국 속담 ‘누군가의 쓰레기는 누군가에겐 보물’을 떠올렸다. 그 때도 프레디는 컴퓨터에 꽂혀 있었다. 어느날 중고 컴퓨터 가게에서 망가진 매킨토시 컴퓨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판매원을 졸라 24달러에 산 뒤 집에 가져온 날 프레디는 뛸듯이 기뻐했다. 이미 라디오, 시계, VCR 등을 분해 조립해 본 그는 고장난 컴퓨터를 끼고 지냈다. 50번 정도의 시도 끝에 컴퓨터 전원을 켜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를 고쳐보니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고통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열두 살 때 학교 컴퓨터가 고장나면 그가 불려갔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도하던 여교사가 퀸시 시장이 되자 아버지와 함께 시청에 와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했다. 학교를 파한 뒤 100대 가량의 컴퓨터를 고치면서 12달러의 시급을 받았다. 2년쯤 지났을 때 시의 수압 측정 시스템을 컴퓨터로 구축하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한 회사가 60만 달러를 내라고 했다. 프레디에게 해보라고 했고, 그는 아주 싼값에 정확히 요구한 것을 해냈다. 겨우 열다섯 살 때였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들은 실망했지만 곧바로 컴퓨터 수리 일로 창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네이선이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앓기 시작한 때였다. 한밤중에 일어나 전날 저녁에 본 영화 ‘건스모크’ 주인공 흉내를 냈다. 라이플 소총을 프레디 머리에 갖다 대고 ‘널 이 마을에서 쫓아내고 말거야’ 대사를 따라하는 것이었다. 또하나 어린 프레디가 환장할 일은 옷을 다 입고는 신발을 안 신었다고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해서 꽤나 수익을 올린 발명품을 만들게 됐다. 신발에다 모니터링 장비와 스피커를 달아 랩톱 컴퓨터에 연결해 신발 속에서 “아버지 어디 계세요”란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애플과 구글 맵스가 나오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네이선의 상태가 더 나빠지자 가족들은 양로원에 보내자고 했지만 어린 시절 버려진 경험이 있는 프레디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출장을 갈 때도 양아버지를 모셔갔다. 고객을 만날 때면 자동차 뒷좌석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라디오를 켜놓고 차 문을 잠가뒀다. 한번은 고객과 상담하는데 아버지가 창문을 내리고 기어나와 상담을 끝내고 나와야 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네이선이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을 때 프레디는 스물넷이었다. 신발 추적 장치 아이디어를 220만 달러에 팔았다. 늘 1993년식 포드 픽업트럭과 낚시 보트를 사고 싶었는데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야말로 눈을 떴다. 돈은 아무 것도 아니며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부자는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 그 역시 아버지처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무렵 그는 두 번째 기발한 발명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여덟 살 때 조지아주에 있는 어머니의 삼촌 댁을 방문했을 때 경험에 착안했다. 부모가 아무리 노크해도 삼촌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어린 프레디에게 창문으로 들어가 문을 따게 했는데 그 친척은 난롯가 의자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당뇨병을 앓던 그는 코마 상태에 빠져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는 당뇨 환자의 혈당을 멀리 떨어진 병원 의료진이 점검해 가까운 친인척에게 찾아가게끔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을 착안했다. 미국 시골에 2G나 3G 밖에 안 깔린 데다 퀸시 주민들은 전화를 걸어 인터넷을 연결하는 점을 감안해 큰 소리로 전화 벨이 울리다가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식으로 경보가 울리게 했다. 프레디는 시골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끌어올리고 싶어 2008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면허를 따 자신의 회사 피거스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더 큰 규모의 통신 사업자들이 인구 1000명도 안되는 시골 지역에 투자하도록 청원했다. 무려 394회에 이르렀다. 돈을 엄청 까먹었다. 스물한 살이던 2011년 그는 미국에서 가장 젊고, 흑인으로 유일한 통신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 초기 혼자서 모든 일을 했다. 플로리다주 북부와 조지아주 남부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4년에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았는데 피거스 F1은 운전 중에 문자를 보내거나 딴청을 피우면 이를 감지해 차의 속도를 시속 10마일로 떨어뜨리는 장치다. 2019년에 출시한 피거스 F3는 충전기로부터 5m 안에만 있으면 언제든 무선으로 충전하는 칩이 내장돼 있는데 FC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블로거가 최초의 제품이 아니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6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 목표는 정직함과 투명함을 제공하는 것이며 질 좋고 개선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양어머니 베티 메이(83)도 알츠하이머가 시작됐다. 양아들의 성취를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그가 개발한 글루코미터(glucometer)가 삼촌의 목숨을 구했을지 모르는 “뭔가 특별한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 네이틀리와 2015년에 결혼해 어린 딸을 뒀다.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와 가족들의 교육과 보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위탁 돌봄시설의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기부하는 일,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는 이들에게 개인보호장구(PPE)를 기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 딸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세상이 아무리 차갑게 보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일생의 롤 모델이었던 양아버지 네이선도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꽉 끼는 바지 입었다”…회의장서 쫓겨난 탄자니아 女의원

    “꽉 끼는 바지 입었다”…회의장서 쫓겨난 탄자니아 女의원

    탄자니아의 한 여성 국회의원이 정장을 갖춰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바지가 꽉 낀다는 이유로 복장을 지적받아 회의장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일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1일 탄자니아 국회에서 열린 회의 도중 일부 남성 의원들이 콘데스터 시츠웨일 의원 복장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가장 먼저 언성을 높인 후세인 아마르 의원은 국회의장의 발언을 끊고 돌연 “의장님, 제 오른쪽에 앉은 여성 의원이 입고 있는 정장 바지를 좀 봐달라”고 말했다. 당시 시츠웨일 의원은 노란색 긴소매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검은색 구두를 착용하고 있었다. 시츠웨일 의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국회의장은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오라”며 회의장을 나가라고 명령했다. 국회의장은 시츠웨일 의원이 쫓겨나는 동안에도 “여성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부적절한 복장을 한 의원들은 앞으로 국회 출입을 금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탄자니아는 이슬람교 비중이 35%인 아프리카 국가인 만큼 보수적인 분위기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아마르 의원은 “탄자니아 국회 규칙은 여성도 정장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꽉 끼는 옷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탄자니아 여성 국회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시츠웨일 의원이 입은 바지는 전혀 꽉 끼지 않으며 국회 규칙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당첨금 1743억’ 복권 당첨자, 또 英서 나왔다…올해만 4번째

    ‘당첨금 1743억’ 복권 당첨자, 또 英서 나왔다…올해만 4번째

    당첨금이 약 1억 1100만 파운드(한화 약 1743억 1000만 원)에 달하는 유럽 통합 복권 유로밀리언의 당첨자가 영국에서 나왔다. 스카이뉴스,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의 5일 보도에 따르면 행운의 주인공은 역대 9번째로 큰 규모의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당첨번호는 07, 20, 36, 40, 46이며, ‘럭키 스타’ 번호는 02, 04였다. 유로밀리언 우승자가 영국에서 탄생한 것은 올 새해 첫날 추첨(당첨금 한화 약 591억 5855만 원) 당시와 4월에 2회에 이어 4번째다. 특히 4월 당첨 2회 중 한 회는 1억 2200만 파운드(약 1923억 2600만 원) 규모로, 역대 5번째로 큰 규모의 당첨이었다.지금까지 영국에서 복권에 당첨된 사람 중 가장 많은 당첨금을 수령한 사람은 2019년 당첨자로, 당시 1억 7000만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2680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복권 당첨자의 신상 공개가 일반적이지만, 영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잭팟을 터뜨린 당첨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당첨자 역시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당첨금도 아직 수령 전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로밀리언 복권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아일랜드, 스위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 9개국에서 공동 판매되고 있다. 이 복권은 1~50까지의 숫자 중 5개와 ‘럭키 스타’로 불리는 1~12까지의 숫자 중 2개를 다 맞혀야 1등에 당첨이 되는 구조다. 1등 당첨확률은 7627만분의 1이며, 1등 당첨자가 없는 경우 다음 회차로 계속 이월 된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영상] BBC 앵커의 ‘이유있는 하의실종’…시청자들 폭소

    [영상] BBC 앵커의 ‘이유있는 하의실종’…시청자들 폭소

    영국 BBC의 앵커가 ‘하의실종’ 패션으로 뉴스를 진행한 모습이 공개돼 웃음을 안겼다.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BBC 심야 뉴스 프로그램은 시작과 동시에 앵커인 숀 레이(51)가 앉아있는 스튜디오 전경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카메라가 스튜디오 전체 모습을 비추는 순간, 앵커인 레이의 맨 다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일반적으로 정면에서 화면에 잡히는 상반신은 정장에 넥타이까지 갖춰 입었지만,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테이블 아래에서는 반바지와 여름용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 하의를 실제로 입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장과 어울리지 않는 반바지와 목이 긴 양말, 여름용 신발은 시청자들에게 당혹스러움과 웃음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당시 앵커가 전달한 뉴스 가운데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 등 비교적 묵직하고 심각한 소식들이 포함돼 있었다.앵커가 ‘하의실종’ 패션을 선보인 공식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날 런던의 낮 최고 기온이 27.7℃에 육박하며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더위가 이어지자, 나름의 피서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 제작진이 그의 의상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전경을 그대로 내보낸 것 역시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방송사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뉴스 앵커가 (정장) 바지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전하는 심각한 뉴스에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상의는 은행지점장인데, 하의는 피서객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화제의 주인공이 된 숀 레이는 1990년 BBC에 입사한 베테랑 앵커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코로나 검사 면봉이 무섭다면 ‘반려견 사진’ 처방 어떨까요

    코로나 검사 면봉이 무섭다면 ‘반려견 사진’ 처방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두 차례 코로나바이러스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첫 번째 검사 때 할머니나 아주머니들이 콧속 민감한 신경에까지 면봉이 깊숙이 들어오자 까무러치듯 놀라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꽤나 겁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여러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에서 일했다는 티파니 화이트는 대부분의 피검자가 반려견들을 태우고 검사를 받으러 오며 견공들이 피검자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길게 늘어선 검사 대기시간의 무료함도 덜어줬다. 처음에 자신이 찍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더니 오랜 시간 대기에 짜증을 내던 이들의 얼굴에 갑자기 활기가 도는 것이었다. 자신처럼 단조로운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검사소 일하는 이들에게도 기분 전환이 되고 업무 효율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해서 아예 인스타그램에 ‘면봉 반려견들(Swab Dogs)’ 계정을 만들어 사진들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반응은 무척 좋았다. 최근 다시 확진자가 늘어 빅토리아주 전체가 봉쇄에 들어간 가운데 멜버른 시내 다른 드라이브스루 검사시설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도 참 좋은 계정을 만들었다는 칭찬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화이트는 4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앞으로는 ‘백신 반려견들’ 계정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서울시향, 핀란드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 호흡…김다미 협연

    서울시향, 핀란드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 호흡…김다미 협연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번달 정기공연에서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이자 올해 가을부터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하는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와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향은 오는 17~18일 이틀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1 서울시향 달리아 스타세브스카의 라흐마니노프’를 연다고 4일 밝혔다.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으로 꾸며지는 무대로, 서울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도 갖는다. 달리아 스타세브스카는 핀란드 탐페레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지휘를 공부했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의 스승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했다. 화가인 아버지를 비롯해 주변에서 문화와 음악을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특히 헤비메탈 밴드 리더인 스타세브스카 남편의 외증조부가 시벨리우스로 알려졌다. 여성 지휘자로는 두 번째로 지난 2018년 노벨상 수상 기념 음악회를 이끌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2019년과 지난해 BBC 프롬스 무대를 지휘했다. 2019년부터 BBC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가 2021/2021 시즌부터 이끌게 되는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벤스케 감독이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음악감독을 지내기도 했다.스타세브스카는 이번 무대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 매우 강렬하고 충만한 프로그램”이라면서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은 진정한 걸작이라서 종종 지휘를 즐기는 편이고, 또 다른 ‘교향곡’을 짝을 지어 연주하고 싶어 브리튼의 ‘진혼 교향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매우 순수하고, 때로는 거의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함을 지니고 있어서 프로코피예프 말고는 어느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김다미는 2012년 독일 하노버 요아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10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및 최고의 파가니니 카프리스 특별상 수상 등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선욱, 베를린필 무대 데뷔…진은숙 피아노 협주곡 협연

    김선욱, 베를린필 무대 데뷔…진은숙 피아노 협주곡 협연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데뷔 무대를 갖는다. 특히 그의 장기 레퍼토리 중 하나인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라 관심을 모은다. 김선욱은 5일(현지시간)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사카리 오라모의 지휘로 베를린필과 협연한다. 코로나19로 지난해 11월부터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20/21 시즌을 이어갔던 베를린필이 6월부터 이어갈 여덟 차례 유관중 공연 중 첫 번째 무대다. 김선욱에 이어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 카운터테너 필립 야루스키, 퍼커셔니스트 마르틴 그루빙어 등이 무대에 선다.김선욱이 연주할 진은숙 피아노 협주곡은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도입부터 마지막까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유기적으로 얽혀 약 25분간 거침 없이 몰아친다. 고도의 테크닉 뿐 아니라 음악의 깊이도 매우 깊게 느껴질 만큼 악기들이 촘촘하게 엮여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아르스 노바’에서 스테판 애즈버리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빌헴 라추미아의 협연으로 초연됐고, 2017년 롯데콘서트홀 기획공연 ‘우리시대 작곡가 진은숙’에서 김선욱의 협연으로도 소개됐다. 정명훈 지휘와 서울시향 연주, 김선욱 협연으로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진은숙: 3개의 협주곡’ 음반이 2014년 발매되기도 했다. 이 음반은 2015년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를 수상했고 한국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작곡가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BBC 뮤직 매거진상도 받았다. 김선욱과 베를린필의 연주는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7시로, 국내에선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에 이뤄진다. 베를린필이 운영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지털 콘서트홀(https://www.digitalconcerthall.com/en/concert/53177))에서 전세계 유료 생중계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누워 놀고 먹으니 좋지 아니한가” 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탕핑족

    “누워 놀고 먹으니 좋지 아니한가” 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탕핑족

    와이셔츠에 타이까지 매 직장인처럼 보이는데 자리 깔고 누웠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인구 절벽’이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게 여긴다는 탕핑(躺平)족이다. 글자 그대로 늘 몸을 반듯이 누이고 아무것도 안한다는 뜻이다. 우리네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을 떠올리면 된다. 중국 정부는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자녀를 셋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며 40여년 만에 사실상 산아 제한을 폐지했는데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중국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이 취업할 즈음부터 인생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일자리가 줄어 젊은이에게 훨씬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도 이들이 노동에 환멸을 느끼게 만든다고 영국 BBC는 4일 전했다. 은퇴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곱절은 늘어 젊은이들의 노동으로 먹여 살리는 사회경제 구조에 진절머리를 친다는 분석도 있다.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탕핑이 바로 정의’란 글이 큰 화제가 됐다. 글을 쓴 20대 청년은 자신이 2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달마다 200위안(약 3만 5000원)만 있으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더라고 했다. 매일 두 끼만 집에서 먹고 낚시, 산책 등 돈이 안 드는 여가를 보낸다.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저장성의 영화 촬영소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한 뒤 그 돈으로 몇달을 또 버틴다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봤자 사회시스템과 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매일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 건 병에 걸리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일부 누리꾼은 “내가 누우면 자본이 절대 나를 착취할 수 없다”거나 “사회가 험악하니 내가 먼저 누울게, 또는 “탕핑은 중국 젊은이들의 비폭력 비협조 운동”이라고 찬동했다. 관영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집도 사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생존 기준만 유지하며 남의 돈을 버는 기계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인류 문명 사상 가장 속절없는 저항“이라고 개탄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는 ‘탕핑은 부끄러운 일, 정의가 아니다’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며 젊은이들이 탕핑을 선택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며 부지런히 일해야만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타일렀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으로 경제 전망 또한 매우 밝다“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탕핑을 선택한다면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칭화대의 한 교수는 “탕핑족은 부모에게도 미안하고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에게도 미안해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웨이보는 #탕핑 검색을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게을러서 탕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대가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도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전시의 집값과 소득의 비율은 43.5다. 즉 43년 동안 먹지 않고 일해야 선전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집을 사기 힘든 곳인 셈이다. 베이징도 이 지수가 41.7이다. 왕이란 실험실 요원은 AFP 통신에 “이력서 내는 일이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24세 청년은 “사회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면 훨씬 풀어진 삶을 원하기 마련이다. 탕핑은 죽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난 여전히 일하고 있다. 다만 과다하게 몸을 뻗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사실 비슷한 얘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중국 배우가 90년대 시트콤을 본따 비슷한 놀이를 했다. 이듬해 젊은 중국 누리꾼들은 계란 노른자처럼 축 늘어진 일본 만화 캐릭터 구데타마에 열광하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1980년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일본 TV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가 지난 4월 4일 시즈오카현의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영국 BBC가 K드라마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열광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알 리가 없는 드라마인데 세계 각국의 많은 이들이 향수에 젖은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4일 소개하면서였다.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귀국해 오사카에서 자라났다. 일본여자대 국어과 졸업 후 와세다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연극에 매료돼 예술과로 전과했다. 1949년 쇼치쿠 영화사에 첫 여성 각본가로 입사한 뒤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NHK의 대하드라마 여자 태합기(1981년), 생명(1986년), 가스가노쓰보네(1989년), 오싱(1983~1984년)을, TBS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천지(1990년)를 썼다. 특히 1900년대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여성이 역경을 딛고 슈퍼마켓 체인점 총수로 성공하는 일대기를 그린 오싱은 일본에서 최고 시청률 62.9%를 기록했고, 세계 68개국에 수출됐다. 국내에서도 1985년 아역스타 김민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2017년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란 제목의 책을 내며 초고령 일본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책에서 그는 장례식, 친구, 부모, 남편, 연애, 자식, 친척, 후회, 일, 출세욕 등 10가지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스리랑카의 한 팬은 어릴적 엄마 무릎에 앉아 머리를 빚으며 오싱을 보던 따듯한 기억을 트윗으로 남겼다. 반일 감정이 들끓는 중국의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정말 감동적이었다. 오늘도 난 주제곡 가락을 흥얼거릴 수 있다”고 적었다. 대만에서도 그녀의 죽음을 긴급 속보로 다룬 매체가 있었다. 일간 차이나 타임스는 고인을 “국보”라고 표현했다. 이 드라마는 1983년 4월에 첫 전파를 탔는데 전형적인 아사도라(아침 드라마)였다. 가정주부들을 타깃으로 여성 가장이 집안을 이끄는 내용들이 아사도라의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전 연령층에 고루 사랑 받았다. 당시 일본은 활황이어서 “거품 경제”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언론인은 “휘황하고, 모든 것이 풍족해 넘쳐나는 세태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묵직한 메인코스 요리에 앞서 균형을 맞춰주는 그린 샐러드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엘파소 캠퍼스의 신문방송학과 아빈드 싱할 교수는 “사랑과 희생, 참을성과 용서” 같은 보편적 가치 때문에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홍콩의 70대 팬 웡은 어릴 적 오싱은 쌀 한 봉지와 맞바꾸는 신세였고, 2차 세계대전에 아들을 잃고, 남편마저 극단을 선택했지만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면서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라도 용기를 내면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했다. 특히 하시다는 여성끼리의 미묘한 감정의 선을 잘 그려냈는데 2018년 인터뷰를 통해 늘 부대꼈던 며느리와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자신의 직장 생활도 잘 녹여냈다. 그녀는 종전 후 영화사 각본가로 취업했는데 상사들은 비서로 전업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고 결국 작가로 성공했다.베트남부터 남미 페루까지 ‘오싱드롬’이 뻗쳤다. 태국 내각회의 일정을 이 드라마 때문에 조정했다는 얘기가 보도됐다. 방콕의 한 일간지에 그 주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실었더니 판매부수가 70% 늘었다. 홍콩에는 일본 과자 판매점 체인 ‘오싱 하우스’가 759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광둥어로 번역된 드라마 주제곡 가사 중 “카르마(업보)는 너의 적이다. 결코 포기하지 마”는 지금도 홍콩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성을 딴 타나쿠라 시장이 등장하는데 이란에는 같은 이름의 중고용품 시장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청소부들과 유모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오싱 동네”라고 하는데 주인공의 첫 직업이 가정부였기 때문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드라마가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돌아본다. 싱가포르의 40대 후반 여성 킷 오는 어머니와 함께 시청했지만 일본과 전쟁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지녔던 할머니는 한사코 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반일 감정 같은 것은 없다. 오싱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 쇼는 일본을 덜 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40년이 흘렀지만 홍콩인 웡은 영혼을 깨우는 얘기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적이라며 민주화 시위에다 팬데믹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이 도시에 드라마의 교훈은 여전히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도 오싱을 기억하고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당당히 마주하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아시아코끼리 15마리 中 쿤밍市 진입, 400만명 사는데 괜찮을까

    아시아코끼리 15마리 中 쿤밍市 진입, 400만명 사는데 괜찮을까

    아시아코끼리 15마리가 중국 윈난성 남부의 서식지를 벗어나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는 얼마 전부터 국내에도 많이 소개됐다. 드디어 코끼리 무리가 지난해 추계로 444만명이 모여 사는 쿤밍시에 지난 2일 도착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쿤밍까지 이동한 거리는 500㎞로 추정된다. 멸종위기종인 아시아코끼리는 중국에 300마리 정도가 사는데 주로 윈난성 남부에 서식하고 있다. 말썽을 일으킨 코끼리 무리는 암컷과 수컷 성체가 각각 여섯과 셋이며, 세 마리는 사람으로 치면 유소년, 세 마리는 새끼다. 이들은 윈난성 남서쪽 시솽반나의 멩양지 자연보호구역을 언제인지 모를 시점에 떠났는데 처음 이들의 이상 행동이 보고된 것은 4월 초 100㎞쯤 이동했을 때부터다. 처음에는 17마리였는데 두 마리는 모짱(墨江)현 근처에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16마리가 출발했으며 중간에 새끼가 태어났다고 조금 다른 보도도 있었다. 어쨌든 이들은 두 달이 훨씬 넘게 낮이고 밤이고 농지건 농로건 아스팔트 도로건 상관 없이 걷고 있다. 다짜고짜 코로 문을 열어 먹을거리가 있나 뒤져본다. 왜 서식지를 벗어났는지,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지만 물어봐서 되는 일도 아니니 사람들은 일단 마을에 큰 폐가 안 되도록 먹이를 제공하며 이들이 안전하게 마을을 지나가도록 돕고 있다. 사람들은 두 갈래로 추측한다. 경험 없는 우두머리 밑에서 무리가 생고생을 한다거나, 새로운 보호구역을 찾아 나선 것이란 추측이다. 과학자들은 야생코끼리가 이렇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일은 늘상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간 쿤밍 데일리는 쿤밍시와 위시시에 700명의 경찰관과 응급요원들이 10t 가량의 옥수수와 파인애플 등 먹을거리를 적재한 트럭과 코끼리 무리를 뒤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까지 띄워 코끼리들이 안전하게 지나갈 길을 일러주고 있다. 주민들에겐 멍하니 구경하지 말고 옥수수를 떨어뜨리지 말고 소금을 뿌리지도 말라면서 떨어져 지켜보고 폭죽 같은 것으로 코끼리들을 놀래키지 말라고 부탁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코끼리들이 걸음을 늦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들 역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도시에 들어가는 일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여러 차례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일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근처 적당한 보금자리가 될 만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윈난성 정부는 무리가 “412건의 사고를 쳤다”고 기록했는데 지무 뉴스에 따르면 코끼리가 상아로 찔러보는 바람에 침대 아래 몸을 숨긴 할아버지가 겁에 질린 일이 있었다고 했다. 술찌기처럼 된 곡물을 먹고 술에 취한 것 같은 코끼리도 있었다고, 확인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주민도 있었다. 100만 달러 어치 곡물 피해를 입혔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들이 서식지를 벗어난 이유를 둘러싸고 썰렁한 농담들이 파다하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이들이 쿤밍에서 열리는 유엔 종다양성 회의에 초청받아 이동 중이라고 웃겼다. 물론 이 회의는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라 이들은 너무 일찍 도착한 셈이 된다고 방송은 한 술 더 떴다. 하지만 진지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서식지의 먹잇감이 줄고 농민들과 자주 충돌하게 돼 어쩔 수 없이 코끼리들이 유랑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솽반나 삼림국 관리 리정위안은 글로벌 타임스에 서식지 먹잇감이 바뀌고 농민들도 코끼리들이 좋아하는 수수와 사탕수수 대신 돈이 되는 작물이나 고무나무 같은 것으로 재배 대상을 바꾸기 때문이란 뼈아픈 지적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아이언 돔’ 퍼부으며 집착한 네타냐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아이언 돔’ 퍼부으며 집착한 네타냐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15년이나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베냐민 네타냐후(71)가 호락호락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시 그랬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정당들을 모아 자신에 반대하는 8개 정당의 연립정부 출범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연정이 확보한 크네세트(의회) 의석 수는 62석이다. 의회 과반(61석)을 가까스로 넘겼는데 연정의 순번제 첫 총리로 낙점된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끄는 야미나 당의 7명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연정에 참여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직 의회의 승인 투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 주 안에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연정이 출범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2년 동안 다섯 번째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 합의 발표 이후 첫 반응을 통해 지난 3월 총선에서 “우파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의원들은 연정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위터에다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을 “좌파”에 “위험한” 정당들이라고 규탄했다. 이전에도 그는 “세기의 사기”라며 국가와 이스라엘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를 이끄는 TV 앵커 출신 야이르 라피드와 야미나 당(7석)의 베네트, 아랍이슬라미스트 람 당(4석)의 만수르 압바스가 전날 한 호텔에서 연정 구성 합의서에 서명한 뒤 나란히 웃는 사진은 이스라엘에서 꽤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정통 유대 정당인 야미나가 아랍계 정당과 연정에 합의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세 당 외에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등 다섯 정당이 합류했다.하지만 권좌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오는 로켓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망 ‘아이언 돔’을 바닥낼 정도로 만들고 공습을 가한 네타냐후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제레미 보웬 BBC 중동 편집장은 분석했다. 그는 연정이 어렵사리 출범하더라도 와퍼 하나의 차이로 다수당이 된 연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야당 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결국은 총리 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봤다. 좌파 반대진영 때문이 아니라 동료 우파 진영이 좌절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적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보웬은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다른 정당들은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베네트가 이끄는 연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우파 리쿠드 당을 비롯한 우파 정치인들도 우려를 표한다. 리쿠드 의원 가운데 이름 난 미키 조하르는 “좌파들은 자축을 하는데 이스라엘 국가에 아주 슬픈 날”이라며 연정에 참여한 우파 정당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공박했다. 하지만 밤거리에 나와 네타냐후가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춤을 추는 이들도 많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 번 투약에 25억원, 희소병 ‘기적의 치료제’가 던진 아픈 질문들

    한 번 투약에 25억원, 희소병 ‘기적의 치료제’가 던진 아픈 질문들

    기적의 치료제라지만 어떻게 단 한번 복용량에 180만 파운드(약 28억 3037만원)란 엄청난 가격을 매겼을까?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통하는 졸겐스마(Zolgensma)를 영국의 5개월 신생아 아서 모건이 접종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SMA는 유전자 결손으로 인해 근육이 약화하거나 소실되는 희귀 질환이다. 쉽게 말해 감기에 걸려 기침이나 가래를 뱉는 것도 근육을 쓸 수 있도록 신경물질이 전달돼야 하는데 이럴 힘마저 없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영유아 10명 중 8명의 목숨을 빼앗는 무서운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형(型) SMA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의 평균 수명은 2년이 안 된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65명의 신생아들이 이 병을 갖고 태어나는데 모건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2019년 개발한 이 약을 투약 받았다. 세계적으로는 한해 1만명 정도의 신생아가 이 유전 질환을 갖고 세상에 태어난다. 국내에도 200명 정도의 환자가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이 약을 승인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말 사용을 승인했다. 한 번만 투약하면 씻은 듯이 왼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기적의 약으로 통한다. 미국에서는 25억원, 일본에서는 18억원에 가격이 책정됐는데 한국노바티스는 20억~25억원 안팎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리스 모건(31)이 예정일보다 6주 먼저 이 세상에 나온 아서가 SMA란 진단을 3주 전에야 받았다는데 이런 치료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빨리 거액의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텔레그래프를 비롯해 영국 일간지들을 검색해봐도 이런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다만 BBC 방송은 지난 3월 NHS와 영국 노바티스 유전자치료센터가 매년 수십명의 환자를 치료하도록 협약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리스의 직업이 미장이(석고 기술자)라고 전했다. SMA 치료제는 개발돼 있었다. 스핀라자(spinraza)란 치료제인데 첫 해에는 여섯 차례, 다음해부터 세 차례씩 평생을 맞아야 한다. 첫해에 8억원, 이듬해부터 4억원씩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한방에 완치되는 졸겐스마의 약값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이 노바티스의 주장이다. 희귀병이라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시장성이 없는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점을 앞세우며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높은 금액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노바티스는 개발 단계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SMA 관련 자선단체들의 기부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약값을 책정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유튜브의 ‘취재대행소’가 지난해 성탄절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문종민 한국 척수성 근위축증 환우회 이사장은 “국내 건강보험의 지원 대상이 돼 우리집처럼 소득 산정을 받아 자기부담금이 5%로 책정돼도 약값이 20억원이면 1억원이 된다”며 이를 부담하겠다고 선뜻 나설 환우 가족은 많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희귀병 치료제를 힘들여 개발한 제약사의 공로를 높이 사면서도 결국은 건강보험과 제약사가 일정한 양보를 통해 타협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렵지 않은 일이란 점을 인정했다. 2019년 건강보험이 스핀라자에 건강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다른 희귀병, 난치병 환우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문 이사장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질환의 치료제를 더 많은 환우들이 맞히는 쪽으로 건강보험 재원을 운용하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기적의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 때문에 환자들이 그 과실을 따먹기 어렵고 환자들끼리 서로 멱살을 잡게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절박한 이들의 심경과 달리 세상은 엄혹하고 복잡다단하기만 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손흥민의 새 스승은 콘테?

    손흥민의 새 스승은 콘테?

    새 사령탑 구하기에 나선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이 인터밀란을 11년 만에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끈 안토니오 콘테(52) 감독과 협상 중이라고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월 조제 모리뉴 감독을 전격 경질한 뒤 라이언 메이슨 코치 대행 체제로 2020~21시즌을 마무리 한 토트넘은 정식 사령탑 선임 작업에 몰두해 왔다. 최근에는 모리뉴 감독 이전에 토트넘을 성장시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과 계약 중이라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개이적으로 토트넘 복귀를 원하지만 PSG는 보내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콘테 감독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2011~2014년 유벤투스를 이끌고 세 차례 이탈리아 정상에 섰던 콘테 감독은 2016-2017시즌에는 첼시를 잉글랜드 정상에 올려놨다. 2019년부터 인터 밀란을 지휘한 그는 2020~21시즌 유벤투스의 10연패를 저지하며 인터밀란을 2009~10시즌 이후 11년 만에 다시 왕좌에 복귀시켰으나 선수 매각을 둘러싼 구단주와의 마찰 등으로 시즌 종료 뒤 팀을 떠났다. 토트넘과 콘테 감독 사이에 연봉 등 일부 견해차가 있어 최종 사인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벨기에 묘지에서 14세 소녀를 짓밟은 10대 5명 체포

    벨기에 묘지에서 14세 소녀를 짓밟은 10대 5명 체포

    벨기에 겐트의 한 묘지에서 14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10대 청소년 다섯 명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흉악한 10대들은 떼거리로 유린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피해 소녀는 나흘 만에 극단을 선택했다. 용의자 가운데 셋은 미성년이라 소년원에, 둘은 18세와 19세여서 2일(이하 현지시간) 법원에 출두해 인정 신문에 응할 것이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검찰은 검거에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피해자가 숨지기 얼마 전에 있었던 행동들을” 수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피해 소녀는 남자친구와 묘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남친은 네 명의 용의자와 함께 나타나 폭행을 가했다. 현장에서 있었던 일은 거의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중계되다시피 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플랑드르 지역신문인 헷 뉴스블라드에 “그 사진들은 그애에게 막다른 선택을 강요했다. 온세계가 무너져내렸을 것”이라고 비통해 했다. 소녀와 안면이 있어 더욱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털어놓은 겐트 시장은 “이런 일이 우리 시에서 일어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인터넷 매체 Het Laatste Nieuws에 말했다. 벨기에 양성평등부 장관인 사라 슐리츠는 성폭행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일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이런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퍼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완전 불법이다. 이런 일이 가능해서도 안된다”면서 자신의 팀이 소셜미디어 기업 대표자들과 만나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상 반 퀴켄번 벨기에 법무장관은 트위터에 “끔찍하다. 할 말을 잃었다”면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신고할 것을 요청 드린다. 우리는 도울 수 있고 무자비한 가해자들은 물론 성폭력 사진을 공유하는 이들까지 찾아내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성평등 전문가인 리스벳 스티븐스는 VRT 뉴스에 성폭행은 “불행히도 이 건만이 아니다”면서 매년 이 나라에서 200건 가량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보고된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7석 의석 갖고 멘토 네타냐후 밀어내고 이스라엘 총리 오르는 베네트

    7석 의석 갖고 멘토 네타냐후 밀어내고 이스라엘 총리 오르는 베네트

    7석에 불과한 소수당 대표인데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를 밀어내고 차기 총리 자리를 확보했다. 더욱이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 출신으로 자신을 키운 네타냐후를 거꾸러뜨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평소에 멘토 네타냐후보다 자신이 더 강력한 우파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민족 간 증오와 갈등을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스라엘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 대표 얘기다. ‘반네타냐후 블록’ 9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2일(현지시간) 최종 합의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 등이 연정에 참여했다. 9개 정당이 보유한 의석 수는 모두 68석으로 크네세트(의회) 전체 의석수 120석의 절반이 넘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반면 영국 BBC는 조인트 리스트를 빼고 8개 정당이 62석을 확보함으로써 과반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들 정당은 친네타냐후도 반네타냐후도 아닌 제3 지대에 있던 야미나가 지난달 31일 연정 참여를 선언한 뒤 마라톤 협상을 벌여 이날 마감 시한을 약 한 시간 앞두고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 과반이 넘지 못한 의석을 야미나가 채움으로써 타결됐고, 그 대가로 순번제로 맡기로 돼 있던 차기 총리 자리는 베네트에게 돌아갔다. 2023년까지 총리를 맡으며 다음 순번은 예시 아티드의 대표이며 연정 구성을 주도한 야이르 라피드다. 막판엔 역시 제3 지대에 머물던 아랍계 정당인 라암까지 합류하면서 세가 더욱 커졌다. TV 앵커였던 라피드는 성명을 통해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일주일 안에 실시되는 의회 신임 투표 절차만 거치면 ‘거국 연정’이 공식화한다.베네트의 가족은 미국에서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로 이주했다. 그는 고교 과정을 유대 학교인 예시바에서 마쳤다. 1990년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그는 이스라엘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다수의 작전에 참여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설립한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오타(Cyota)를 매각해 큰돈을 벌었고, 그 뒤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의 최고경영자로 일했다. 이스라엘로 돌아온 그는 2006년 레바논 전쟁에 예비군으로 참전했고, 이어 2년 동안 당시 야당 대표였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11년에는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 단체인 ‘마이 이스라엘’을, 이듬해에는 중도우파 성향 지지자 대상 시오니즘 운동 단체인 ‘이스라엘림’을 공동으로 결성해 운영하기도 했다. 그 뒤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그는 정통파 유대교도 정당인 ‘주이시 홈’(The Jewish Home)에 들어가 당권을 잡고 2013년 총선에서 당의 원내 진출을 이끈다. 크네세트 의원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까지 포기한 그는 네타냐후가 주도한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담당 장관도 맡았다. 2015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교육부 장관과 예루살렘 담당 장관도 지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군사 활동을 비판하는 비정부기구(NGO) 회원의 학교 강사 초빙을 금지했고, 고대 유대 및 사마리아 유적지 방문을 늘리는 교육과정 개편도 단행했다. 네타냐후와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베네트가 2018년 공석이 된 국방부 장관 자리를 노렸으나, 총리가 거절하면서였다. 그는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리쿠드당과 잠시 결별, 몇몇 동료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정당인 ‘뉴라이트 당’을 창당했지만,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정치적 혼란 속에 의회가 해산되고 조기 총선이 예고되자, 그는 ‘주이시 홈’, ‘독실한 시온주의자 당’ 등과 함께 ‘우파 연합’을 결성했다. 이 우파 연합이 ‘야미나’로 이름을 바꿨고 그해 선거에서 7석의 의석을 확보해 원내 진출 정당이 됐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첫 번째 임기에 이어 지난 2009년 3월 31일 재집권해 12년 2개월(과도정부 총리 재직기간 포함) 총리 직을 수행해온 네타냐후는 물러나게 된다. 그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 직을 내놓으면 곧바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 동안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무지개 연정’은 색깔은 화려하지만 주도적으로 이끌 정당이 없어 2년 동안 네 차례 총선을 치를 정도로 불안정한 정국을 안정화시킬지 의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베네트와 아랍계 정당들이 정면 충돌할 여지도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뉴욕에서 화려하게 살았는데’ 마약왕 엘 차포의 아내 코로넬 독방 신세

    ‘뉴욕에서 화려하게 살았는데’ 마약왕 엘 차포의 아내 코로넬 독방 신세

    엠마 코로넬 아스푸로(31)는 미국 뉴욕에서 화려하게 지낼 때가 참 좋았다.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로에라(64), 일명 엘 차포와 결혼해 그 과실을 열심히 따먹었지만 지금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윌리엄 트루스데일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돼 벽만 쳐다보고 있다. 이따금 변호사가 반입해준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때운다. 영국 BBC의 타라 맥켈비 기자는 1일(이하 현지시간) 기사의 시작을 2019년 남편의 재판이 뉴욕에서 진행될 때 그녀를 만난 기억부터 털어놓았다. 당시 그녀는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고 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다. 부부는 멕시코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었다. 의붓딸은 아빠의 이름을 내걸은 패션 브랜드를 만들 정도였다. 몇개월 전만 해도 코로넬은 미국에서 남편 이름의 패션 회사를 설립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의 중무장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의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이 코카인을 유통시키는 음모에 함께하고 2015년 엘 차포의 멕시코 감옥 탈옥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아직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유죄가 확정되면 감옥 밖으로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저 살림만 산 주부가 아니었다. 공적인 인물이었고 사업가였으며 게이트키퍼, 남편에게 접근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브루클린 연방 지방법원에서 재판 받을 때도 잎이 딱딱하고 도르르 말려 있는 결구 상추(iceberg lettuce) 식사를 즐기며 친구들에게 남편 조직원들의 아내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된다는 등 수다를 떨었다. 매일 재판정에 나왔다. 휴정 중에는 대리석 복도를 걸으며 양날 단검을 철거덕거렸다. 담대했다. 그녀의 변호사 미로는 “에너지도 넘치고 늘 웃었다”고 했다. 미국과 멕시코 이중 국적의 그녀는 17세 때 구스만을 처음 만나 결혼해 두 아이 마리아 호아키나와 이말리를 낳았다. 파리에서 안보 전문가로 활동하며 카르텔을 연구하며 멕시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로맹 르 쿠르 그랭매죵은 그녀를 ‘시날로아 디바’라고 했다. 늘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다이아몬드 반지나 목걸이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었다. 시날로아를 연구한 조지 메이슨 대학의 과달루페 코레아카브레라는 마약왕들의 아내를 가리키는 ‘부쇼나’를 대표하는 것이 코로넬이었다며 “그들은 비싼 옷들과 루이 뷔통 지갑들을 자랑했다. 모든 것이 사치였다. 그녀는 모양새에 신경쓰고 성형수술만 입에 올리는 것이 전형적인 부쇼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놀라운 것은 그녀의 뒤태(backside)라며 “대단한 곡선미”를 지녔다고 했다.구스만은 조직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불법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나약한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살해됐다. 희생자 중에는 라이벌도 있었고 자신과 가까운 이들도 있었다. 연인의 시신도 차 트렁크에서 나왔는데 라이벌 조직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오랜 정부로 두 아이의 엄마인 루체로 과달루페 산체스 로페스는 2017년 6월 미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하고 10년형을 받았다가 검찰과 형량 거래를 해 뉴욕 재판에 나와 구스만에게 불리한 증언을하고 감형받았다. 그의 면전에서 불안에 떨며 눈을 깜박거리며 증언했는데 구스만은 애써 참으며 벽시계만 쳐다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넬도 그날 법정에 나왔는데 남편이 입은 것과 똑같은 벨벳 스모킹 자켓을 입고 출두해 눈길을 붙들었다. 구스만의 변호인이었던 윌리엄 퍼푸라는 ‘내가 안사람이고 그는 내 남자야. 첩따위는 꺼져’란 메시지를 산체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증언을 마친 산체스는 감옥으로 돌아갔고, 코로넬은 외식을 하러 갔다. 얼마 안 있어 두 여인의 처지는 바뀌었다. 산체스는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고, 코로넬은 보석도 안되는 수감 생활을 견디고 있다. 코로넬은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남편에게 충직했다. 산체스의 변호인 헤더 샤너는 코로넬이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안 뒤에도 산체스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을 고소히 여김)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녀는 코로넬의 두 아이 걱정을 하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프랑스 할머니 레오네 놀레 메이어(81)는 2012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갤러리에서 낯익은 그림 하나를 보고 얼어붙었다. 양부모가 나치 독일에게 약탈당한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양을 데려오는 여자 목동’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41년 프랑스 남서부에서 나치 장교들이 약탈한 수많은 그림 중의 하나였다. 오랫동안 행적이 묘연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 건너가 있었다. 미국인 가족이 매입해 2000년 오클라호마 대학 프레드 존슨 주니어 미술관에 기증한 사실을 알게 됐다. 메이어의 친부모와 가족은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 그녀는 입양돼 이본느와 라올 메이어 부부 손에서 자라났고 그들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2년이나 지나 막무가내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2016년 자신도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대신 미국과 프랑스를 3년마다 오가며 전시하기로 타협했다. 프랑스에서는 자신이 갤러리나 미술관을 임대해 전시회를 열어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만약 메이어가 사망한 뒤 그녀의 권리를 대신 주장할 프랑스의 갤러리를 찾지 못하면 다시 오클라호마 대학이 오롯이 소유권을 갖기로도 합의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메이어는 당한 것만 같았다. 지더라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타협을 강요당했으며 순회 전시를 위해 두 나라를 오가는 운송 비용이 너무 들어 프랑스에서 갤러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결국 미국 법원은 메이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합의에 동의해놓고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공박했다. 현재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이 그림은 7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를 막으려던 노력이 허사가 됐다. 오클라호마 대학은 그녀가 법적 행동을 계속하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메이어는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끝내 두 손을 들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녀는 이날 성명을 내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싸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지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다른 어떤 선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아예 소유권 주장마저 포기하고 대신 오클라호마 대학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프랑스에 교환 전시할 수 있게 하고, 작품 밑에 명판을 만들어 한때 메이어 가족 소유였음을 명시하게 하는 조건만 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영국, 백신 위력 발휘했다…코로나19 사망자 0명 기록

    영국, 백신 위력 발휘했다…코로나19 사망자 0명 기록

    영국에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0명을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8일 안에 숨진 사람이 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2만 7782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전 세계에서는 미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4시간 동안 3165명 늘어 449만 438명이 됐다.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성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8.9%가 현재 2차 접종까지 마쳤다. 그러나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서자 봉쇄 완화 계획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6월 21일 거리두기 등 규제 조치를 모두 해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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