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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 성격·지역 특성 등 제각각인데… 평가 공정성 가능한가

    업무 성격·지역 특성 등 제각각인데… 평가 공정성 가능한가

    성과주의 도입이 연말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아예 ‘금융개혁의 종착지’로 성과주의를 지목했다. 금융노조는 “만만한 게 금융”이라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과(功過) 논쟁이 한창이다. 선진국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선 현장에서 성과주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가 지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은행 영업점 업무는 입출납, 대출, 외환, 상품판매, 자산관리(WM) 등으로 나뉜다. 업무마다 성격이 다르고 실적 기여 편차도 크다.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영업점에서 입출납처럼 단순 업무를 지원해 주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영업을 뛰며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것”이라며 “팀(지점) 단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영업 환경에서는 직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점포 위치 등 지역 특성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따라붙는다. A은행 노조위원장은 “충남 논산지점의 가계대출 평균 취급액이 5000만원인 반면 서울 강남에서는 건당 10억원이 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논산에서 가계대출 30억원의 실적을 올리려면 강남보다 5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매일 수치로 나오는 영업점 직원들과 달리 지원 업무를 하는 본점 직원들의 성과 평가 방식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융 당국은 ‘성과연봉제 도입’이라는 큰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 위험조정자본수익률(RAROC) 방식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RAROC는 단순히 실적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 손실이나 비용을 함께 반영하는 것이다. HSBC나 도이치방크, 골드만삭스 등 선진 금융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RAROC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업무 성격에 따른 성과 평가의 불공정 시비는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업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성과연봉제 후폭풍으로 몸살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영국 은행들은 불완전 판매에 따른 벌금과 보상으로 최근까지 총 385억 파운드(약 680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국의 산업별 신뢰도 조사에서 소매은행 신뢰도는 32%로 정보통신(79%), 주조(71%), 소비재(69%)보다 낮았다. 업계 통틀어 최하위권이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행원들이 실적에 급급하다 보니 불완전판매가 영국 은행권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았다”며 “국내 성과주의 도입 때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면 고용 형태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입출납, 프라이빗뱅커(PB), 상품판매 등 업무 성격에 따라 직군별로 각 분야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개별적으로 연봉 계약을 한다. 반면 국내 은행은 해마다 수백 명을 한꺼번에 대졸 공채로 채용해 2~3년마다 순환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채수일 보스턴컨설팅 대표는 “해외 인사평가 시스템을 가져온다고 국내 금융산업이 그대로 선진 금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과 우리나라의 금융 현장 차이, 금융소비자 의식 차이 등을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진국 체계를 붕어빵처럼 베껴 오기보다는 우리 여건에 맞게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투자은행(IB) 등 수익성이 강한 부문에 우선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은행원들을 일렬로 줄 세워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며 “고수익·고위험 직군에는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로 저성과자는 솎아 내는 인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보셨나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보셨나요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세 글자다. KB금융그룹이 아버지와 가족 사랑을 소재로 제작한 ‘바이럴 필름’(입소문 마케팅용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지난 18일 처음 공개한 ‘하늘 같은 든든함, 아버지’ 편은 22일 현재 온라인에서 조회수 616만(페이스북 470만, 유튜브 146만)을 돌파했다. 이 영상은 지난 9월부터 방영중인 TV 광고 ‘국민든든’ 편과 연계해 제작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단순 설문 참여라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러던 중 미리 준비된 아버지의 영상이 갑자기 흘러나오자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영상속 주인공들의 생생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몰래카메라 형태로 제작됐다”는 것이 KB금융 측 설명이다. 최인석 KB금융그룹 부장은 “이번 바이럴 필름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또 아버지이기도 한 평범한 가족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영상을 통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가족의 참된 의미를 잠시나마 새겨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바이럴 필름은 KB금융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https://youtu.be/9-VkbFe2U3U)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아버지’ 몰카 동영상 폭발적 인기 ‘대박’

    ‘아버지’ 몰카 동영상 폭발적 인기 ‘대박’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세 글자다. KB금융그룹이 아버지와 가족 사랑을 소재로 제작한 ‘바이럴 필름’(입소문 마케팅용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지난 18일 처음 공개한 ‘하늘 같은 든든함, 아버지’ 편은 22일 현재 온라인에서 조회수 250만(페이스북 240만, 유튜브 13만 등)을 돌파했다. 이 영상은 지난 9월부터 방영중인 TV 광고 ‘국민든든’ 편과 연계해 제작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단순 설문 참여라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그러던 중 미리 준비된 아버지의 영상이 갑자기 흘러나오자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영상속 주인공들의 생생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몰래카메라 형태로 제작됐다”는 것이 KB금융 측 설명이다. 김기환 KB금융그룹 상무는 “이번 바이럴 필름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또 아버지이기도 한 평범한 가족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영상을 통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가족의 참된 의미를 잠시나마 새겨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바이럴 필름은 KB금융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https://youtu.be/9-VkbFe2U3U)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지금 은행은 체질 개선 대립 중

    지금 은행은 체질 개선 대립 중

    은행권이 시끄럽다. 금융 당국은 성과와 무관하게 고액 연봉을 챙기는 은행권의 임금 체계와 붕어빵 영업시간을 손보겠다고 벼른다. 은행 노조들은 “우리는 실험대 위의 개구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한다. 그런데 은행별로 ‘저항’ 기류가 다소 갈린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우간다보다 못한’ 우리 금융 체질을 개선하되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역효과를 야기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칼자루 내주고 꼬리 내린 산은·외환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노조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산은은 팀장급 이상 간부의 올해 임금 인상분(2.8~3.8%)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앞서 통합 KEB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출신들도 올해 임금 인상분(2.4%) 132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칼자루를 잡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 등으로 전면 재편론에 휩싸여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여건 악화에 따른 고통 분담의 임금 반납’이라고 설명하지만 밑바닥에는 ‘정부에 미운털 박히지 말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하나은행에 합쳐진 외환은행도 비슷하다. 피인수 은행인 만큼 통합 은행 내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하나금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룹 경영진에게서 똑같은 제안(임금 반납)을 받은 하나은행 노조가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 준다. 중앙회장 선거를 눈앞에 둔 농협금융은 성과주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강경 대응’ 예고한 하나·기업·국민 임금 반납을 거부한 하나은행 노조는 역으로 사측에 3.5% 임금 인상안을 제안했다. 노조 측은 “외환 출신과 하나 출신 간의 임금 격차가 큰 만큼 복리후생 강화 차원에서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은행 호봉제 폐지 및 성과주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내부 불평등’ 해소가 먼저라는 논리다. 기업은행도 국책은행부터 손보려는 정부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있다. 홍완엽 기은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복리후생비만 1인당 평균 150만원이 삭감됐다”며 “무슨 일만 터지면 만만한 국책은행을 실험실의 개구리로 삼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개인 영업성과를 계량화하는 자가 진단 서비스를 실시하려다가 노조 반발로 보류한 상태다. 금융산업노조는 지난 17일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 총파업 등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결의했다. ●개혁 불가피…일방통행은 경계해야 금융 당국은 “앞으로 남은 금융 개혁 과제는 성과주의 확산”이라고 할 정도로 단호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직원들의 월급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차별을 두라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미국,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국내 금융권 평균 임금(대졸 초임 포함)이 높은 편이라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은 최소화하고 노사 협상을 통해 임금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임금 문제는 개별 은행이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큰 틀은 정부가 잡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정부가 먼저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모범을 보인 다음에 금융권을 설득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관피아 회장’ 기대하는 저축은행 업계

    [경제 블로그] ‘관피아 회장’ 기대하는 저축은행 업계

    아무리 기다려도 저쪽(정부)에선 ‘깜깜무소식’입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작업을 진행 중인 저축은행 업계의 요즘 표정입니다. 이번엔 정말 ‘관피아’(관료+모피아)가 오지 않는 것인지, 민간 출신을 뽑아도 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거죠. 최규연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6일 끝납니다. 차기 회장을 물색 중이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때가 되면 ‘알아서’ 관피아가 내려왔지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공식이 막혔습니다. 그렇다고 민간 출신을 뽑자니 ‘인물’이 없습니다.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부회장이 0순위로 꼽히기는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본인이 극구 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단독으로 회장 후보에 등록했던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은 “업계 경력(2년)이 짧다”는 이유로 만장일치 거부됐습니다. “이럴 바엔 관피아(재경부) 출신 최 회장이 연임하든가 경력이 한번 세탁된 관피아가 왔으면 한다”는 얘기가 업계 안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회장 공백 사태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절박함이 더 커 보입니다.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 퇴출을 시작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3년간 이어지면서 업계 규모는 2010년 말 총자산 87조원(104개 사)에서 최근 41조 3000억원(79개 사)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먹거리를 확보해 줄 ‘힘 있는’ 회장이 절실하지요. 아무래도 민간 출신 회장은 금융 당국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업계의 이런 고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정부 ‘입김’ 대신 소신껏 회장을 뽑기를 바랍니다. 정부에 끈이 없다고 일을 못 하겠습니까. 민간 출신 회장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파리 연쇄 테러] “파리처럼… 레바논·이라크 아픔도 관심 가져주세요”

    “파리를 위한 것처럼 베이루트를 위해 기도해주세요.”(Let´s pray for Beirut the same way we´re praying for Paris.) 자신을 레바논 출신이라고 밝힌 자유기고가 엘레인 요세프는 온라인 매체 ‘엘리펀트 저널’에 글을 올렸다. 그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은 전 세계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생긴 일은 거의 알지 못한다”면서 지난 12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나기 전날인 12일 베이루트에서 테러범 2명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최소 4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파리 테러 당일인 13일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 하이 알아말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에서 숨진 군인을 위한 추모식에 남성 2명이 폭탄을 터뜨려 21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부상했다. 파리 테러 직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표 건축물을 프랑스 국기처럼 파란색, 흰색, 빨간색 조명으로 장식하고 각국 지도자들은 앞다퉈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레바논이나 이라크의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테러의 충격에, 국제사회의 위로와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박탈감이 더해져 레바논과 이라크인들은 또 다른 차원의 슬픔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이중 잣대’에 대한 아랍인들의 비탄과 분노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이 파리 테러 관련 기능을 도입하면서 커졌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추모 의미를 담아 프로필 사진을 프랑스 국기 삼색으로 바꿀 수 있게 하고, 프랑스에 있으면 클릭 한번으로 이웃에게 무사하다고 알릴 수 있는 ‘안전 확인’ 기능을 도입했다. 그러나 레바논이나 이라크 테러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레바논의 블로거인 조이 아유브는 “우리는 페이스북의 안전확인 버튼도 없고 강대국 지도자들의 성명이나 수백만 네티즌들의 애도 물결도 없었다”고 말했다. 레바논인 의사인 엘리 파르스 역시 “우리 국민이 죽었을 때 기념물에 추모 조명을 비추지도, 애도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면서 “그들에게 우리 죽음은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 국제뉴스 중에서도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부스러기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요세프는 “이중잣대를 멈추라. 테러로 인한 죽음에 대해 예외 없이, 변명 없이, 모든 애도를 표시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안전확인’ 논란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원래 이 기능은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도입되지만 앞으로 여러 비극적 상황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 뉴스사이트 매셔블은 온라인 사진편집사이트 루나픽(Lunapic)을 통해 두 나라 국기를 합친 페이스북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대출금리 슬금슬금 올라… ‘고정’ 갈아타고 원금 조금씩 갚아라

    대출금리 슬금슬금 올라… ‘고정’ 갈아타고 원금 조금씩 갚아라

    대출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새달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한번의 ‘연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이제 금리 상승기에 본격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출 리모델링’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최근 파리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현재로서는 12월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미 금리 인상 흐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0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1.54%에서 1.57%로 0.3%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떨어지다가 10개월 만에 ‘상향등’ 깜빡이를 켠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 금리는 최근 한 달간(10월 16일~11월 13일) 은행에서 실제 취급한 대출 금리를 토대로 산정한다. 이달 코픽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이미 지난달부터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고정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 금리(5년물)도 10월 말 바닥(연 1.93%)을 다지고 17일 현재 2.14%까지 뛰었다. 김형리 농협은행 PB사업부 차장은 “미국이 연거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시장 금리와 은행의 가산금리가 먼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출자들도 ‘리모델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기존에 이용하고 있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중도상환 수수료(1.5% 안팎) 면제 시기인 3년을 넘겼다면 ‘주저 없이’ 고정금리로 갈아타라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조언이다. 물론 변동금리라고 해서 시장금리 인상분이 바로 금리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통상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바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갈아타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태훈 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 PB팀장은 “현재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가 약 0.4% 포인트 정도인데 당장 눈앞의 저금리를 놓치기가 아쉽다며 (고정으로의)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고객들이 많다”면서 “고정금리도 계속 오르는 추세인 만큼 시간을 끌수록 금리 손해가 커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 시기에 따라 ‘1.5%(최초)→1%(1년 경과)→0.5%(2년 경과)→면제(3년)’ 식으로 차등 적용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수수료 면제 기간이 1년 정도 남았을 때는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권유한다. 1억원을 빌렸다면 중도상환 수수료는 50만원 선이다. 이종혁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미국이 일단 기준금리를 한 번 올리고 나면 4~5년 안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5%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수수료 손해를 보더라도 연간 2~3% 포인트 금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출 상환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기존 거래 고객 중 ‘변동→고정’ 전환 대출의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최대 50%까지 면제해 주기도 한다. 이자 못지않게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 대출금의 20%까지는 중도상환 수수료 없이 한 해에 갚을 수 있다. 이성혁 우리은행 부동산금융총괄팀장은 “대출 원금이 줄어들면 이자도 따라서 줄어든다”며 “금리 인상기의 가장 핵심 대처법은 빚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거치기간(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는 기간) 없이 곧바로 원금 분할 상환을 유도하라고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지침을 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성혁 팀장은 “매월 원리금을 갚아 나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올해 안에 거치기간(최대 3년)을 두고 고정금리로 빌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서울광장] 골목길에 묻힌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자/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골목길에 묻힌 신화와 전설을 찾아내자/이동구 논설위원

    골목길에 묻혀 있는 역사와 민초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찾는 데 관심을 쏟는 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 보이나 잘 다듬으면 새로운 수입원이자 지역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인천 남구가 지역의 전설과 구전돼 온 이야기들을 담은 8종의 이야기책을 발간한 것은 이런 연유로 눈길이 간다. 지역에 있는 문학산의 전설, 숭의동 우각로 주민들의 사연, 동네 바위에 얽힌 설화 등을 주민들이 직접 찾아내고 책으로 이야기를 완성해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 경인선 기공식을 이곳에서 개최한 사연을 비롯해 향락의 거리로 유명했던 옐로하우스와 독갑다리 이야기 등도 수록했다. 2018년까지 지역의 역사 등을 담은 책 4권을 더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중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유성룡 선생의 생가터를 활용해 ‘서애길’과 ‘충무공 생가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 활자를 주조해 서적을 발간하던 ‘주자소 터’의 복원도 꿈꾸고 있다. 특히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간직한 서소문공원 일대를 순례길 등 역사 유적지로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도심 속 골목길에 묻혀 있는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보따리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지방의 도시들은 한 발 더 앞서 있다. 지역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들을 바탕으로 축제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연고권 찾기에 행정기관 간의 마찰도 불사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이 심청의 이야기를 토대로 축제를 만들었고, 전북 완주군과 김제시는 콩쥐팥쥐 이야기에 대한 연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남원시는 흥부와 놀부의 고향임을,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의 연고권을 주장하며 생가복원, 축제 등으로 관광자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냉철하게 보면 우리의 자연경관과 역사, 문화유적은 관광 대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랜드캐니언이나 나이아가라폭포와 같은 거대하고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갖지는 못했다. 중국의 자금성이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과 같은 유적지와 비교하면 우리의 역사, 문화 유적들은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세계경제포럼(WEF)은 2015년 관광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자연자원 경쟁력에 세계 107위라는 순위를 매겼을까 싶다. 이런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세계인이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려면 좀 더 흥미로운 소재 거리가 필요하다. 케이팝과 드라마 등 문화 한류가 그동안 그 역할을 해 왔다. 단시간 내에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류가 가장 큰 영향을 발휘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남이섬이 드라마 ‘겨울연가’로 알려지면서 한 해 수만 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명소가 됐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서울을 찾거나 찾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고 할리우드 대작 영화(어벤져스2, 미션임파서블 등)의 도심 촬영을 유치했던 것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권에서조차 8위에 머물고 있는 관광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한류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켜야만 한다. 케이팝과 드라마 위주의 한류에 안주해 있을 수는 없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지적 유산들을 활용하든, 도심의 골목마다 숨어 있을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들을 찾아내든 한층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찾아내야 한다. 중국, 일본 관광객 위주의 쏠림 현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서양의 신데렐라 못지않은 재미있고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책을 만들게 됐다”는 지방 공무원의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랑겔리니 해안바위에 설치된 1.25m짜리 작은 인어상이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된 데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가 있었다. 뉴욕 5번가를 세계인들이 찾고 싶어 하는 거리로 만든 것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 한 편이었다. 이보다 더 멋진 이야기보따리가 우리의 골목길에 묻혀 있을지 모를 일이다.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동구 논설위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등은 최근 93세의 미국 남성과 88세 영국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실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영국 런던의 템스 강둑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지만 부대의 미국 본토 복귀로 둘은 서로 다른 배우자와 가정을 꾸렸다. 71년 동안 둘은 서로 먼저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고 추억만 간직한 채 지냈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과거의 연인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양쪽의 자녀들이 부모의 옛 연인을 찾아 나섰고, 인터넷 등의 도움으로 결국 성공했다. 미국과 호주에서 서로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태평양과 71년이란 세월을 넘어 옛사랑을 다시 만나는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전쟁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애틋한 사연들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에게서도 흔하다. 지난달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도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만남이 여럿 있었다. 그 가운데 65년 만에 만난 부부의 사연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살아 있어 고마워.”, “미안하고 고맙소.”, “오래 사슈.”, “잘 가시게…, 여보….” 뱃속에 잉태되었던 아기가 60세가 넘은 노인이 되고서야 다시 만난 부부였지만 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생이별 장면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함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다를 게 없을 게다.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 다리 밑이나 서울 남산공원 등지에 수없이 걸려 있는 ‘사랑의 자물쇠’는 이별의 아픔보다 결혼이라는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애절함 때문일 것이다. 초원의 빛, 위대한 캐츠비 등의 할리우드 영화와 피천득의 인연을 비롯한 수많은 문학작품 등을 통해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함께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젊은 날 사랑을 이루는 데 성공한 부부가 세월을 거듭할수록 미움을 쌓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전쟁과 평화 등 위대한 작품들을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82세의 나이에 아내와의 가정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눈 내리는 날 집을 나섰다가 얼어 죽은 채 발견됐다고 한다. 최근엔 나이 지긋한 노부부들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황혼 이혼이다. 법원 행정처가 최근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이혼한 황혼 이혼 건수는 3만 3140건에 이른다. 전체 이혼 건수의 28%를 넘는다고 한다. 신혼 때가 아니라 오래 살면 살수록 이혼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는 세태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격 차이, 남편의 외도가 황혼 이혼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니 젊음이 오래 유지되는 장수시대의 새로운 그늘이 아닌가 싶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스파게티敎’ 여신도, 주방기구 쓴 운전면허증 발급

    스파게티敎’ 여신도, 주방기구 쓴 운전면허증 발급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여성이 주방기구를 머리에 쓴 증명사진을 담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화제에 올랐다. 현지 자동차등록청(RMV·Registry of Motor Vehicles)에서 당당히 이 면허증을 발급받은 화제의 여성은 린제이 밀러. 사진을 보고도 믿기 힘든 이 운전면허증은 한마디로 '투쟁의 산물' 이다. 사연은 이렇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매사추세츠에서도 운전면허증 등 ID 카드에 쓰이는 증명사진은 모자나 두건등으로 얼굴을 가려서는 안된다. 한가지 예외는 의료적 혹은 종교적인 이유. 밀러가 주 당국을 상대로 투쟁에 나선 것은 바로 머리에 쓴 주방기구가 종교의 상징이라는 것. 그녀는 이름도 특이한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Flying Spaghetti Monster)교 신자다. 스파게티 신이 천지를 창조하고 ‘국수 가락’이 세상을 인도한다고 믿는 이 종교는 지난 2005년 물리학자이자 무신론자인 바비 핸더슨이 기존 종교를 비판하며 만든 패러디 종교다. 문제는 국수를 건질 때 사용하는 주방기구가 성스러운(?) 종교의 상징으로 이를 머리에 쓰는 것 자체가 종교적 활동이라는 것. 이같은 주장에 근거해 그녀는 강력히 주방기구를 쓴 사진을 부착한 운전면허증 발급을 요구했고 자동차등록청 측은 보기좋게 이를 거절했다. 곧 밀러는 종교탄압이라며 투쟁에 들어갔고 현지 인권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인권단체가 중재에 나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미 헌법에 근거해 밀러에게 주방기구를 쓴 사진을 부착한 운전면허증이 발급됐다. 밀러는 "플라잉 스파게티 몬스터교 신자로서 권리를 인정받게돼 매우 기쁘다" 면서 "당국이 왜 종교 그 자체에 대해 가치 평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밀러의 이번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각 주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는 하지만 지난해에도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쇼나 하몬드와 유타주에 사는 제시카 슈타인하우저가 밀러와 같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기꾼 무서워 못합니까” 금융당국 일방통행에 은행들 골머리

    “사기꾼 무서워 못합니까” 금융당국 일방통행에 은행들 골머리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실명확인제(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계좌 계설이 가능한 제도) 도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 5월 ‘계좌 개설 시 실명확인 방식 합리화 방안’으로 제시한 6가지 비대면 인증방식 모두 신분증 위조, 대포통장 개설 등에 취약해서다. 제도 도입 시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금융권은 새로운 인증 방식을 추가하거나 시행 시기를 내년 초로 미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 도입’을 공언한 금융 당국은 “사기꾼 무서워 혁신 못 하느냐”며 몰아붙이고 있다. 금융권은 “서둘러 새 방식을 도입했다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금융사 몫”이라며 울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금융위,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연구원, 금융결제원으로 구성된 사전 테스트 전담반(TF)은 5월 말부터 최근까지 2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때마다 시중은행들은 ‘보안 취약성’을 꾸준히 지적했다. 은행들은 ‘신분증 사본 제출’ 인증 방식에서 OCR(이름·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증 발급일자) 정보 이외에 행정자치부가 보유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사진 정보를 대조·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분증 사본 제출은 고객이 신분증을 촬영하거나 스캔해 온라인으로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와 행자부가 수개월 협상 끝에 우선은 OCR 정보만 금융사에 확인해 주는 것으로 지난달 결론이 났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사진을 오려 붙인 위조 신분증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의 신분증 위변조 검증 시스템에서 신분증 인식률이 60~70%에 그치는 실정”이라며 “사진 정보가 없으면 가짜 신분증으로 대포통장을 개설하거나 가족 및 지인의 신분증을 이용한 차명계좌 개설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요구하는 추가 인증 방식은 ‘지문’이다. 고객이 온라인상으로 제출한 지문을 행자부가 수집한 지문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말 당·정(새누리당·금융위) 협의 때도 은행권은 이 방식 도입을 공동 건의했다. 하지만 채택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개인의 생체정보(지문)를 민간 회사에 제공할 수 없다”며 행자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도 대면 거래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수준의 감독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비대면 인증을 통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금융사나 직원의 책임 소재를 대면 거래와는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은행들의 건의는 반영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은행들은 제도 도입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내 관련 서비스 출시를 꺼리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면서 “(당국에) 등 떠밀려 성급하게 내놨다가 사기 집단의 표적이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C은행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밥줄이 걸린 문제인데 금융 당국은 (빨리 생색낼) 건수에 더 신경 쓰는 눈치”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TF 회의에서도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실무자에게 “연내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얘기하라”고 몰아세웠다고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생래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은행들의 보수적 속성 탓에 금융 개혁이 더딘 측면도 있다”며 “금융실명제법상에서도 실명 확인만 규정하고 있지 인증 수단(신분증·지문 등)의 진위를 은행이 직접 확인하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보안 문제만 하더라도 사기꾼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지 사기꾼 무섭다고 자꾸 움츠러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대기업 여신 안 합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 올인”

    “대기업 여신 안 합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 올인”

    “대기업 여신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조금 손해보더라도 지역에서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올인’할 거예요.”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금융 당국이 연일 ‘옥석 가리기’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김한(61) JB(전북)금융지주 회장 겸 광주은행장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은 일찌감치 대기업 여신 규모를 축소하고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해 왔다. 이게 바로 ‘지방은행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 회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부실 위험이 높지만 부실이 나도 그 규모가 5억~10억원 안팎인 반면 대기업 여신은 부실 한 번에 수백억원이 날아간다”며 “중소기업들 역시 어려움에 처해도 지방은행 돈은 꼭 먼저 갚아야 할 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판을 곧 신용이라 생각하는 지역사회 밀착 영업의 장점 덕분이다. 우리금융 계열사였던 광주은행을 인수해 지난해 10월 JB지주에 편입시킨 이후에도 김 회장은 줄곧 ‘서민금융 종합그룹’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광주은행 인수 뒤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며 “(향토 대기업인) 금호그룹을 제외하고는 전북·광주은행 두 곳의 대기업 여신 잔액이 제로에 가깝다”고 전했다. 대기업 여신을 취급하지 않으니 몸집(총자산)을 단번에 불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당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지난 3년간 ‘거북이 마라톤’하듯 자산을 2.5배(37조 3683억원)나 불려 왔다. 실적도 견실해졌다. 올해 3분기까지 1152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7%나 늘었다. 서민·중소기업을 위한 ‘중금리 대출’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비결이다. 김 회장은 최근 또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일 LIG투자증권 매각 본입찰에 입찰제안서를 낸 것이다. 그간 우리캐피탈(2013년), 더커자산운용·광주은행(2014년)을 줄줄이 인수해 ‘M&A 귀재’로도 불리는 김 회장이기에 LIG투자증권 인수 성공을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은행업에 몸담기 전 대신증권과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거치며 증권업에서 잔뼈가 굵었던 만큼 증권부문은 김 회장의 ‘주특기’다. 김 회장은 “(LIG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중견기업 전문 투자은행(IB)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내 유보금이 풍부한 대기업이나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중소기업과 달리 중견기업은 지원과 투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중견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중견기업 간 M&A를 이어 주는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의 웰스파고처럼 모든 직장인(중산층) 고객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주며 대형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이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독] 집단대출 위기…정부, 긴급 출자

    [단독] 집단대출 위기…정부, 긴급 출자

    정부가 아파트 분양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을 100% 보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2000억~40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공사의 보증한도가 ‘목까지 차올라서’다. 보증한도를 넘어서 보증이 중단되면 집단대출에 제동이 걸리고 아파트 분양시장이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지난해 ‘9·1 대책’을 내놓으며 분양 관련 규제를 대폭 풀었던 여파가 ‘보증한도 고갈’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보증에 기대어 ‘묻지마’ 대출을 부추기는 보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분양 시장 분위기 등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물출자를)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주택도시보증은 지난 6월 자본금 2000억~4000억원 확충을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의 총보증한도는 자기자본(5조 2000억원)의 50배인 260조원이다. 올해 분양보증이 급격히 늘어나며 지난 10월 말 기준 보증잔액이 250조 5267억원까지 늘어났다. 자본금이 2000억~4000억원 늘어나면 보증한도가 10조~20조원 늘어나게 된다. 당초 주택도시보증은 ‘현금출자’를 요청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현물출자로 선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출자 여부 및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물출자는 타당한 방안으로 본다”고 전했다. 현물출자는 통상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의 주식 출자로 이뤄진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국토부의 도로공사 지분을 출자하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여러 가지 안을 검토 중이고 도로공사 지분의 출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이와 별개로 보증제도 전반의 수술을 주문하고 있다.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도시보증이 100% 보증하는 현행 보증 시스템은 시공사와 금융사 양측에 도덕적 해이를 안겨 줄 수 있다”며 “은행들이 보증 심사를 강화하고 위험 분산 차원에서 100% 보증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규제 풀자 집단대출 폭증… 분양물량 작년 전체의 20% 초과

    규제 풀자 집단대출 폭증… 분양물량 작년 전체의 20% 초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잔액이 한도(260조원)에 다다른 데는 분양시장 과열 여파가 크다. 당초 분양시장을 띄워 경기를 살리려던 정부도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다. 금융 당국이 뒤늦게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에 나섰으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9·1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분양시장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청약 자격 제한을 완화(수도권 1순위 자격 2년→1년)하고 수도권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민간택지 1년→6개월)을 대폭 줄인 게 핵심이다. 그런데 분양시장 규제 완화는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분양 시장 과열→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규모 폭증’으로 이어졌다. 주택도시보증 관계자는 8일 “정부도 올해 이렇게까지 분양이 많이 이뤄질지 몰랐다. 정부가 연초 예측했던 물량의 두 배나 분양이 됐다”고 전했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가구수(11월 5일 기준)는 33만 7205가구다. 지난해 전체 분양물량(28만 479가구)을 이미 20% 넘게 추월했다. 이 여파로 주택도시보증의 보증 잔액도 올해 10월 말 기준 250조 5267억원까지 폭증했다. 주택도시보증의 보증과 아파트 집단대출은 ‘동전의 양면’이다. 주택도시보증은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에 대해 100% 보증한다.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할 때 건설사에 요구하는 전제조건이 주택도시보증의 보증서다. 시공사나 시행사가 아파트를 완공하기 전에 부도가 날 경우 계약자들이 기존에 납부했던 계약금과 중도금을 떼이는 위험을 막아 주기 위해서다. 주택도시보증의 보증 한도가 모두 소진되면 집단대출도 사실상 ‘올스톱’된다. 주택도시보증은 보증 잔액 증가 추이가 가파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올해 6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자본확충(현물출자)을 요청했다. 그런데 기재부와 국토부가 현물 출자를 놓고 ‘밀고 당기는’ 동안 보증 잔액이 보증 한도 수준까지 차올랐다. 이에 공사는 부랴부랴 지난달 28일 내부 규정을 개정해 한도를 조금이나마 늘렸다. 보증 잔액 중 담보부보증을 보증 실적에서 제외한 것이다. 담보부보증은 시공사가 보유한 아파트 사업 부지의 소유권을 신탁 방식으로 주택도시보증으로 이전한 경우나 계약자들이 지급한 계약금이나 중도금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다. 이런 방식으로 76조원이 기존 보증 실적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추가로 보증할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현물 출자를 받기 전까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주택도시보증 관계자는 “(내부 규정을 개정해) 추가로 확보한 한도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속도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면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주택도시보증이 보증한 규모만 94조 7335억원이다. 다만 금융 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에 집단대출 ‘옥석 고르기’를 주문하면서 분양 물량 증가 속도에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각 은행에 집단대출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집단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이 깐깐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A은행 개인여신심사부 심사역은 “지난달부터 집단대출을 승인할 때 건설사의 신용도와 분양 현장의 입지, 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 등을 더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단대출 규제와 더불어 “보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단대출의 경우 주택도시보증의 100% 보증서만 믿고 은행들이 ‘깜깜이 대출’을 하던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보증제도가 되레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집단대출 부실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집단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건설사들이 저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제하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분양사업장이나 건설사 신용도가 낮은 경우에만 보증제도를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역시 “집단대출은 모든 차주에게 똑같은 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를 차주의 신용도와 소득에 따라 세분화해 부실 위험도가 높은 차주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보증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해야 한다”(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 교수)는 의견도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용어 클릭] ■집단대출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집단의 개인들에게 한꺼번에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분양 및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같은 금리와 조건으로 대출된다. 중도금, 이주비, 잔금 대출 등으로 구분된다. 집단대출 계약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보증료를 내고 공사의 100% 보증(계약금+중도금)을 받는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시공사(시행사) 부도로 계약자들이 그동안 냈던 돈을 떼이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은행 역시 분양 계약 차질로 차주들이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 [씨줄날줄] 관광 경쟁력/이동구 논설위원

    북한이 최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그제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온성섬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온성섬 관광특구 남쪽에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건설됐고, 기존 도로는 새 단장을 하는 기초공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방송은 또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한 온성섬 개발은 동북 3성의 중국인을 겨냥한 관광상품이며 추가적인 개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폐쇄적인 나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북한이 김정은 체제 이후 관광산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니 흥미롭다. 고립에서 벗어나고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가 차원의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에 한정된 것이나 현재의 북한 상황을 고려하면 관광객 유치가 최고의 경제회생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원산과 금강산 일대를 국제관광지대(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난달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진행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를 일이다. 당시 북한 적십자사 최고 책임자가 우리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흔히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자동차 몇 만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게 훨씬 경제적 이익이 크다. 외국인 관광객 3~4명이면 승용차 1대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얻는다. 더구나 국가를 제대로 알리고 친근감을 갖게 하는 데 관광보다 좋은 산업은 없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관광 경쟁력을 함께 갖추려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관광 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경쟁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은 아직 부족함이 많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 관광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 141개국 가운데 29위이다. 특히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8위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많다. 자연 자원이 107위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관광정책 및 기반 조성 분야가 82위라는 것은 반성할 일이다. 정부 정책이나 투자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 환대 태도는 12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자연경관도, 관광 기반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다 불친절한 나라를 관광객이 찾을 리가 있을까. 올해는 특히 메르스 사태로 153만명의 관광객이 줄어 최대 3조 4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최근의 분석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라고 했다. 경쟁력 있는 관광 한국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샘’을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저금리 속 高高 연봉 ‘은행원 월급봉투’ 다시 도마위에

    저금리 속 高高 연봉 ‘은행원 월급봉투’ 다시 도마위에

    은행의 전체 실적을 행원 연봉에 일정 부분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 실적이 악화돼도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받아 가며 은행 부담을 키우는 임금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마다 급여가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급여체계를 성과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은행원들의 ‘월급봉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연구원이 5일 서울 YWCA 대강당에서 개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챙겨 가는 지점장이나 임원들과 달리 영업점 행원들은 대다수 호봉제(월급여+수당)를 적용받고 있다”며 “일반 행원 연봉도 은행 전체 실적과 일정 부분 연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도 고임금을 지불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인건비 절감을 통해 ‘완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저금리와 수익 악화 속에서도 ‘억대 연봉’의 은행원들이 자기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서 연구위원은 “호봉제 임금체계로 저성과자의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며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은 46.6%에서 55%로 되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연평균 급여는 7900만원이다. 평균 근속 연수는 15.2년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금융 및 보험업의 호봉제 비율은 2013년 6월 63.7%로 전체 산업 평균(36.3%)의 두 배에 이른다”며 “연공형 임금체계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강해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경영인과의 조찬 강연회에서 “앞으로의 금융개혁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키느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직무급 비중을 확대해 임금 경직성을 줄이고, 고령 직원들은 줄어든 연봉만큼 실질적 근속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무급제는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 정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들의 성과평가 방식을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성과평가에서 직원 육성, 신규 고객 발굴, 자산건전성 관리 노력의 비중을 확대하고 승진 대상자에게 높은 고과를 부여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갑론을박이다. 연봉제를 도입한 한 시중은행 직원은 “성과가 크게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도 “은행원 숫자가 줄어든 것은 거론하지 않고 연봉만 문제 삼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이도, 구본창 사진집 출판기념 특별전시 연다

    이도, 구본창 사진집 출판기념 특별전시 연다

    Lifestyle Total Living & Art 문화기업 ㈜이윤신의 이도(이하 이도)에서 운영하는 이도갤러리(yido gallery)는 11월 5일(목)~11월 27일(금)까지 <구본창 사진전 – 백자의 시간>展을 개최한다. 구본창은 보도사진이나 살롱풍의 사실주의 사진이 주류를 이루었던 1980년대 한국 현대 사진계에 ‘예술 사진’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작가는 ‘숨(Breath)’, ‘탈(Masks)’, ‘태초에(In the Beginning)’, ‘상자 시리즈’, ‘Chasse Roue’, ‘White’ 등의 다양한 사진 연작을 통해 ‘시간’과 ‘사진’의 속성을 실존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자’ 시리즈는 ‘탈’ 시리즈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번 11월 5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도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백자의 시간’展은 11월 5일 이도 출판사업부에서 발행하는 사진집 『白磁, White Vessels』에 수록된 백자 시리즈 가운데,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면밀히 드러낸다고 평할 수 있는 대표작 30여 점을 발표하는 기념 특별전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뜻 깊은 전시다. 수공예 도자의 가치를 지향하고, 새로운 Art & Living 문화를 이끌어 가는 문화기업 이도에서는 그간 우리 생활 문화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고 나아가 한국 도예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로서 전시, 교육, 공연 등 다원화된 문화예술 서비스를 대중들에 제공해왔다.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유통망을 개발함으로서 공예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고, 음식과 공예 문화의 접목을 통하여 우리 생활 문화 전반을 아름답고 품격 있게 가꾸는 데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본창 사진집 『白磁, White Vessels』 출판은 위와 같은 일련의 프로젝트와 같은 맥락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 도자 전통의 근본이 되는 조선 백자를 다시금 조명함으로서 도자가 지니는 현대적 의의와 그것이 ‘오늘날 우리 생활 문화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을 출판의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전하는 것이 이번 사진집 간행의 취지이다. 내달 출판되는 이 사진집은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The Museum of Oriental Ceramics) ▲동경의 일본 민예관(The Japan Folk Crafts Museum) 그리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The National Museum of Korea) ▲삼성미술관 리움(Leeum Samsung Museum of Art) ▲프랑스 기메 미술관(Musée Guimet)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등 전 세계의 백자 컬렉션을 찾아 다니며 10여 년에 걸쳐 촬영한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구본창의 백자 사진 아카이브’로 표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술사가 김홍남(煎국립중앙박물관장), 사진비평의 이영준(계원예술대학교 교수), 미국의 사진비평가 Vicki Goldberg 등 전문성 있는 문화예술비평가의 작품에 대한 미학/예술사적 조명이 곁들여 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이와 더불어 구본창과 여러 차례 전시와 작업을 함께 했었고,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가 이번 사진집의 디자인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본창 사진전에는 오픈일부터 ▲김홍남(前국립중앙박물관장) ▲이영혜(디자인하우스 대표) ▲진태옥(패션디자이너) ▲김창한(국제갤러리 대표) ▲이남식(계원예술대학교 총장) ▲허동화(한국자수박물관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전시를 맡은 이도 관계자는 “도자(백자)는 인류의 탄생 이래, 인간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예술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도자는 유구한 역사와 문명사적 흐름을 꿰뚫는 가장 탁월한 존재다. 구본창은 이러한 백자를 ‘사진’이라는 사실적이고 기계적인 매체를 이용하여, 도자 이미지에 내포된 ‘시간’, ‘기억’, ‘전통’의 의미를 재해석해낸다.”며 “조선시대 장인들의 멋스러운 절제의 흔적, 우리 민족의 숨결을 머금고 여유로운 빛을 발하는 문화유산인 백자의 아름다움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고, 이를 우리 곁에 살아 숨쉬게끔 재탄생시키고 있는 구본창의 백자 사진을 통해, 우리 문화 속에 대대로 전해 오고 있는 독특한 미적 감수성과 그 예술적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구본창 사진전 백자의 시간展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전화(02. 741. 0724 / 02. 722. 0756)로 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 블로그] “목숨 걸고 유치해 오라” 행원들 계좌이동 스트레스

    [경제 블로그] “목숨 걸고 유치해 오라” 행원들 계좌이동 스트레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회에서 “(계좌이동제가) 세상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은 없겠지만 은행권 경쟁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계좌이동제를 통해 클릭 한 번만으로 주거래은행 갈아타기가 가능해졌습니다. 고객 선택권을 높이고 은행 산업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임 위원장이 얘기한 ‘은행권 경쟁의 촉매제’ 역시 고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와 상품의 차별화이겠지요. 그런데 금융 당국의 기대와 달리 시중은행에서는 행원들 ‘쥐어짜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죠. 신한은행은 지난 9월부터 영업점 경영평가(KPI)에 신규 고객 유치 실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만점 만점에 2%(200점)로 배점도 적지 않습니다. 하나은행은 계좌이동제를 염두에 두고 올해 초부터 KPI(1000점 만점)에 130점을 배점했습니다. 하반기부터 30점을 추가해 전체 점수의 16%(160점)가 계좌이동제 유치 실적입니다. A은행 관계자는 “KPI 목표로 ‘통일 달성’을 넣었다면 진즉에 통일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행원들은 KPI에 목숨을 건다는 얘깁니다. 매년 KPI 성적에 따라 승진과 성과급이 결정돼서죠. 계좌이동제 시행을 전후로 주요 은행들은 “차별화된 혜택을 내놓으며 긴 안목으로 평생 고객을 유치해 나가겠다”고 말했었죠. 그런데 정작 행원들을 향해선 “목숨 걸고 신규 고객을 유치해 오라”고 채찍질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과열 경쟁 양상도 보입니다. 신한은행은 경품으로 자동차(아반떼·스파크)를 내걸고 주거래 고객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지켜본 다른 은행 영업점에서는 “왜 우리는 자동차 경품을 지원해 주지 않느냐”며 본점에 항의를 한다고 합니다. 계좌이동제를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아닌 ‘영토 확장’(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행원들이 실적에 등 떠밀려 유치해 온 고객은 충성도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의 부탁을 받고 ‘억지로’ 가입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죠. 은행 간 실적 다툼으로 ‘평생 고객’ 다지기의 기반이 벌써부터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세계적인 작곡가&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내한 20주년 기념 앙코르 콘서트

    세계적인 작곡가&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 내한 20주년 기념 앙코르 콘서트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작곡가, 뮤직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스티브 바라캇(Steve Barakatt)이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의 대성공에 힘입어, 앙코르 콘서트를 12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다. 스티브 바라캇은 이번 앙코르 콘서트에서 김봉미 지휘자가 지휘하는 헤럴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PO)의 80명의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한다. 특히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그의 교향곡의 애드 비탐 에테르남(AD VITAM AETERNAM: 영원)을 공연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16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애드 비탐 에테르남은 인간 본성의 생리적, 정신적, 감정적, 영적인 측면들로부터 영감을 얻었으며, 이처럼 다양한 인간 본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현대 관현악의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의 청중들 앞에서 다시 한번 애드 비탐 에테르남을 공연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2015년은 대한민국 국민들과 매우 뜻깊은 관계를 맺어온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작곡한 가장 웅장한 곡으로 20주년을 기념을 마무리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라고 전했다. Ad Vitam Aeternam 뿐만 아니라 ‘Rainbow Bridge’, ‘Flying’, ‘Dreamers’, ‘Day by Day’, ‘He is from Seoul, She is from Pyongyang’과 같이 그가 작곡한 가장 유명한 곡들의 교향모음곡인 ‘Symphony of Greatest Hits’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음악을 공연할 예정이다. 한편 스티브 바라캇은 지난 1995년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국제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됐다. 이후 대한민국의 일류 뮤지션 및 가수들과 함께 여러 차례 예술적인 협연을 펼쳤으며, 여러 장의 성공적인 앨범을 발매했다. 그가 작곡한 음악은 수많은 한국인들을 감동시켰다. 또한 대한민국의 여러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사용됐고, K-POP 아티스트들이 공연하기도 했으며, KTX 역마다 방송되기도 했다. 다재다능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뮤지션인 바라캇은 여러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다양한 음반과 라이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년간 그는 막심 벤게로프, 정명훈, 나나 무스쿠리, 나타샤 셍피에르, 앙젤리끄 키조, 여명, 아그네스 찬과 같은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했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빌켄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합창단, 홍콩 차이니스 오케스트라 등의 여러 앙상블과 협연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캐나다의 작곡가, 작사가, 음악 퍼블리셔의 협회인 SOCAN(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Music Publishers of Canada)으로부터 ‘올해의 작곡가 상’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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