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린온 순직자 참배했는데…일부 유족 불참 “쇼에 동참 안 해” [이슈픽]
文, 순직 장병 이름 하나씩 부르며 추모靑 “유족, 대통령 와줘 아들도 기뻐할거라 해”2018년 마린온 헬기사고로 장병 5명 순직박재우 병장 유가족 불참 “책임자 처벌해야”사고당시 유족들 결함 헬기 제공 KAI 고소검찰, 6월 KAI 사장 등 무혐의 처분…유족 반발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앞서 3년 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해병대 1사단 내에 건립된 위령탑을 찾아 참배했다. 당시 5명의 장병이 사고로 숨진 가운데 일부 유가족은 “쇼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행사장에 나오지 않았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상처를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유가족에 위로를 전했고, 유가족은 대통령이 와주셔서 하늘에 있는 아들도 기뻐할 것이라면서 항공기 안전도 챙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마린온 1호기인 ‘마린원’을 타고 행사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축사 도중 지난 2018년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추모하기도 했다.
마린온 사고는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를 마친 뒤 시험비행 중 추락해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순직 장병 유족들은 사고 이후 김조원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 사고 헬기 제작사인 KAI 측이 관리상 과실은 물론 결함이 있는 헬기를 해병대에 공급해 장병을 숨지게 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유족들, 재조사·책임자 처벌 靑청원“진상 밝히고 책임자 처벌해야”
그러나 지난 6월 검찰이 김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하자 유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했고, 지금까지도 재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위령탑 참배 행사에 초청을 받았던 유가족 일부는 이런 이유로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의 희생 장병 가운데 유일한 병사였던 고(故) 박재우 병장의 작은 아버지인 박영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마린온 유족 중 저희 박재우 병장 가족은 이런 쇼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행사 불참 사실을 전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우리 조카 같은 억울한 희생 장병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그래야만 우리 재우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기계 결함으로 9차례 정비했는데제작사 무혐의, 대한민국 정의는 뭔가”“성실한 아들 해병대 자원입대했는데 수초 만에 탄화돼 애통하게 떠났다”
청원인은 “KAI가 제작한 마린온은 사고 한 달여 동안 허용치 이상의 진동으로 인해 운항도 못하고 9차례 KAI의 현장 장비 후 시험 비행을 위해 이륙했다가 수초 만에 상공에서 헬기 주날개가 부러져 날아가고 로터축이 끊겨 통째로 날아가는 사고로 추락했다”고 올렸다.
이어 “다섯 명의 장병은 탄화돼 신원을 알기 어려운 상태로 애통하게 세상을 떠났다”면서 “해외 신문에도 대서특필될 전대미문의 추락사고였는데 사고 책임이 헬기 제작사에 없어 아무도 처벌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사고 수사 3년간 검사가 5번이 바뀌었고 외국 부품업체에서 제작한 균열이 있는 로터축이 헬기에 조립돼 제작되기까지 과실이 조사되고 처벌돼야 온당하다. KAI의 제작 과정에서의 과실, 정비, 관리소홀의 문제로 엄중히 책임을 묻고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성실히 자라온 대학생 아들이 해병대에 자원입대 할 때까지만 해도 행복하고 평범한 삶이었다”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군에 씩씩하게 자원 입대한 아이었는데 문제가 있는 헬기 시험 운행 탑승 명령을 받고 탑승했다 이륙 4~5초 만에 목숨을 잃었다”며 통탄해했다.
그는 “현충일 즈음 3년간 수사 검사가 5명이 바뀌고 기소를 미뤄온 검찰은 기계 결함이 명확한 헬기 제작사인 KAI의 과실에 불기소(무혐의)로 순직 장병의 부모·형제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문 대통령은 현충일에 애국정신을 강조하고 임무에 충실히 임하다 순직한 아들을 애국자라 칭했는데 무엇이 세상을 떠난 장병의 넋을 달랠 길이며 대한민국의 정의냐”고 반문하며 사고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거듭 요청했다.文 “우리 군 신뢰와 자부심으로 종전선언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군 인권 뼈 깎는 각오로 혁신하라”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우리 군을 신뢰한다. 호국영령과 참전 유공자들의 헌신, UN군 참전용사와 한미동맹의 강력한 연대가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흔들림 없는 안보태세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개혁 2.0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면서 “미사일 지침을 폐지해 훨씬 강력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군은 이지스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에 이어 3만t급 경항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공군은 순 우리 기술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은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을 빠르게 충족하고 있다”면서 “오늘은 우리 군 전력으로만 선보이는 ‘피스메이커’ 상륙작전으로 국민들은 믿음직한 국군의 면모를 충분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군사법원법을 개정하는 등 군 스스로 고강도 개혁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혁신의 핵심은 인권이다. 군 인권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는 것이 강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군과 해군에서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이 사망사건이 잇따르며 군의 신뢰가 타격을 입은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