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ONS
    2026-06-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271
  • [핵잼 사이언스] ‘레이저 무기’ 개발하는 英 국방부…전쟁 양상 바꿀까?

    [핵잼 사이언스] ‘레이저 무기’ 개발하는 英 국방부…전쟁 양상 바꿀까?

    레이저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레이저 유도 무기처럼 정밀 공격 무기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목표를 파괴하는 무기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레이저가 SF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는 광선 무기는 아니지만, 특수 목적 무기로 상당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이저는 소형 드론이나 미사일을 공격하는데 기존의 방공포나 미사일보다 더 유용하다. 현재 있는 만약 인구 밀집 지대에서 드론을 공격해야 한다면 만약의 경우 민간인 피해가 우려되는 방공포나 미사일보다 목표만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레이저가 훨씬 유리하다. 더 나아가 소모성 무기가 아니라 전력만 공급하면 여러 번 발사가 가능한 무기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별도의 탄약이나 미사일을 보급할 필요가 없고 발사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비록 현재 나와 있는 레이저 무기의 출력이 약해 드론보다 큰 표적에 대해서는 유용하지 않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점점 출력이 커지고 있어 전장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 국가들이 레이저 공격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2017년 레이저 직접 에너지 공격 무기(Laser Directed Energy Weapon·LDEW) 프로그램에 3000만 파운드(약 440억 원)를 투자했다. 이 프로그램은 레이저로 직접 표적을 파괴하는 실증기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에 더해 최근 영국 국방부는 레이저 및 전파를 이용한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DEWs) 사업에 1억 3000만 파운드 (약 1924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2023년까지 영국 해군의 군함과 육군의 차량/헬리콥터에 레이저 무기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영국 국방부는 현재 개발하는 레이저 및 전파 무기 시스템의 상세한 제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에서 개발하는 레이저 무기와 마찬가지로 드론처럼 작고 빠른 표적을 공격하는 용도의 무기로 생각된다. 이미 미국은 드론, 지뢰 제거 용 레이저 무기의 개발을 상당히 진행했으며 독일의 대표적 군수 업체인 라인메탈(Rheinmetall AG) 역시 소형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시연했다. 아직은 초기 개발 및 적용 단계지만, 앞으로 레이저 무기는 전쟁의 양상을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약점인 낮은 출력 역시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레이저 무기는 우리나라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할 미래 무기 체계 중 하나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그때의 사회면] 정관수술하면 내시가 된다?/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정관수술하면 내시가 된다?/손성진 논설고문

    농어촌은 가족계획 계몽의 사각지대였다. 주민들의 성의학 지식이 부족했고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가족계획 기동타격대’라고 불렸던 이동시술 차량이 다니며 무료로 정관절제 수술을 해주고 피임약과 콘돔을 나눠주었지만 난관이 많았다. 불임 시술과 피임을 둘러싼 흉흉하고 해괴한 유언비어 때문이었다. 소문의 내용은 “남자가 정관수술을 하면 환관, 내시가 된다”거나 “턱수염이 빠지고 남자 구실을 못 한다”는 등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정관수술을 받고 나면 힘이 없어 삽질을 두어 번만 하고 나면 맥을 못 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용단’을 내려 정관수술을 처음으로 한 ‘선구자’가 나타나면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환관’이 탄생했다”고 비아냥거렸다(경향신문 1977년 7월 22일자). 정관수술한 사람을 향해 “‘거세’하고 나더니 폐인이 돼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소문도 있었다. 충남 지역에서 어느 부인이 낳은 아기의 머리에 S자형의 상처가 있었는데 루프 시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자궁 안에 피임 시술을 하면 암에 걸린다”는 말도 나돌았다. 또 얼굴이 윤기가 없고 까칠한 부인에게 주변 사람들은 “남편이 콘돔을 써서 정액을 받지 못해 그렇다”고 수군댔다. 농어촌에서는 나쁜 소문은 금방 퍼지기 마련이었다. 헛소문에 현혹돼 주민들이 시술을 기피하는 바람에 가족계획 지도원들은 애를 먹었다. 보수적인 농촌에서는 가족계획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특히 시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잘되는 놈, 못되는 놈 있으니까 자손은 많이 두어야 한다”든가 “제 먹을 것은 자기가 타고난다”고 시부모들은 말했다. 루프 시술을 한 며느리에게는 “당장 나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심지어 가족계획을 하는 며느리 머리를 담뱃대로 때린 시아버지도 있었다(동아일보 1963년 7월 2일자). 여성 지도원들은 밭에 나가 일을 도와주면서 가족계획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1962년부터 1975년까지 정관수술을 받은 남성은 약 40만명에 이르렀다. 전체 가임 남성의 약 9%였다. 그래도 목표는 미달했다. 군 단위 목표는 연간 100명이었다. 목표를 달성하려고 칠팔십 노인에게 수술을 해 주는 일도 있었다. 가족계획 요원들에게 훈련장에 모인 예비군만큼 ‘군침 도는’ 대상자도 없었다. 동원훈련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1974년부터 48만명의 예비군이 수술을 받았다. 피임 계몽은 전국 조직인 ‘어머니회’가 중심이 됐다. 피임약을 지고 하루 170리씩 걸어 1000m가 넘는 오지 산골 마을을 다닌 사례도 발표됐다(동아일보 1976년 11월 27일자). sonsj@seoul.co.kr
  • 에드 시런, 새 프로젝트 앨범 발매… 12일 단 하루 ‘팝업 스토어’ 오픈

    에드 시런, 새 프로젝트 앨범 발매… 12일 단 하루 ‘팝업 스토어’ 오픈

    영국 출신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과 여러 팝스타들이 협업한 프로젝트 앨범이 발매됐다. 워너뮤직은 12일 에드 시런의 새 앨범 ‘넘버 식스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No.6 Collaborations Project)를 발매했다고 밝혔다. 2011년 발표한 EP ‘넘버 파이브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공개된 이번 앨범에서 에드 시런은 평소 즐겨듣고 존경하는 슈퍼스타급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이뤄냈다. 브루노 마스, 저스틴 비버, 에미넴, 스크릴렉스, 찬스 더 래퍼, 영 서그, 카밀라 카베요, 카디 비, 칼리드 등 모두 22팀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12일 단 하루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에드 시런 팝업스토어’가 문을 연다. 오후 9시까지 열리는 팝업스토어에서는 새 앨범과 한정판 머천다이즈(MD)가 판매된다. 에드 시런 지금까지 낸 앨범으로 전 세계에서 4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아티스트다. 2015년 9만석 규모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3일간 단독 공연을 매진시킨 바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아스달 연대기’ 김원석 감독, 쏟아지는 비판에 “혼돈..즐기시길!”[전문]

    ‘아스달 연대기’ 김원석 감독, 쏟아지는 비판에 “혼돈..즐기시길!”[전문]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이 방송 이후 쏟아진 다양한 반응과 비판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김원석 감독은 방송 이후 홍보팀을 통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고 약 한 달 만인 9일 답변을 회신했다. 첫 방송 이후 평가에 대한 생각과 고증에 대한 비판, CG·소품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 다른 작품과 유사성 의혹, 촬영 중 발생한 스태프 장시간 근로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김원석 감독은 따끔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며 “내 탓이다”고 말했다. 현재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1·2를 마쳤다. 남은 파트3은 ‘호텔 델루나’ 종영 이후 9월 7일 방송된다. <이하 김원석 감독의 답변 전문> 1. 드라마 내용 관련 Q. 첫 방송 이후 호불호 평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요. A.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습니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애정 어린 비판 의견 충실히 반영하여 남은 회차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첫 방송 이후 배우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A. 연기자 분들은 고맙게도 드라마에 만족해 하셨고, 약간 어렵다고 전해들은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 주변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Q. ‘아스달 연대기’가 김원석 감독님이 기존에 연출한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와 같은 드라마와는 규모, 배경, 접근방식이 다른 드라마였을 것 같은데 연출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연출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A. 드라마 안의 사람이 보이도록 하는 것, 이것이 어떤 드라마를 연출하든 제 가장 첫 번째 목표입니다. 고대의 인물들에게도 현대의 시청자가 감정 이입할 여지는 충분하고, 그렇게 되어야 아스달 연대기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섬, 타곤, 사야, 탄야, 태알하 모두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입니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살아 내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껏 한번도 다룬 적이 없는 시대의 인물에게 어떻게 하면 시청자가 빨리 감정이입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어렵거나 낯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제 노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름이라든지, 지명, 생소한 단어들이 글이 아닌 말로 전달될 때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회차를 수정 보완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아스달 연대기 속의 ‘사람’들을 더 잘 알게 될 수록 흡인력 있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렵다’는 반응을 우려하셨을 것 같은데 시청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연출자로서 고민한 지점이 무엇이었으며, 방송에 등장한 것 중에 예시가 있습니까. A. ‘아스달 연대기’의 연출 계획을 세울 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초반 이야기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기보다 그 세계에 대해 익숙해 지는 시간을 갖고, 대신 그 안의 인물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1회는 사람이 뇌안탈에게 행한 잔인한 짓과 이 때문에 희생자가 된 아사혼과 라가즈의 비극을 시청자가 따라가길 바랐고, 2회는 그런 과정을 통해 멀리 오지에서 살아가게 된 은섬의 아픔과 고민을 순박한 와한족들의 모습과 함께 그리려고 했습니다. Q. ‘아스달 연대기’의 강점과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점점 좋게 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져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작가님들과 만났을 때 작가님들의 고대사와 문화 인류학에 대한 방대한 스터디와 통찰에 놀랐고, 이것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재미 있는 영웅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는 대본을 읽고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요컨대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라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 특유의 장점과 함께, 고대 인류사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느낄 수 있는 대본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스탭들과 많은 좋은 연기자들이 이 대본을 잘 표현하기 위해 그 동안 힘을 합쳐 노력해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아스달 연대기 속의 ‘사람’들을 알게되고 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재미와 함께 인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스케일과 영상미는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토리가 어렵다는 시청자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아스달 연대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스’ 라는 가상의 대륙이고,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입니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청동기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으므로 문명의 단계를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설정할 수는 없다는 것. 연출자로서 이것은 제약이자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청동기 문명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문명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태고의 자연 환경과, 발달된 청동기 문명의 화려함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스달 연대기의 기본 스토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웅 탄생 신화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세상을 바꿀 운명을 타고난 인물들이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내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는데, 공간과 시간이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설정이다보니 인물의 이름, 지명 등이 생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 읽을 때보다 말로 전해질 때 시청자들이 생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또, 현대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랑’ ‘배신’ 등의 개념어들이 과거에 똑같이 사용되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하에, 작품 안에서 ‘바라다’’저버리다’와 같이 바꿔 쓰이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도 쉽게 알아듣기 힘들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꾸준히 보신 분들은 이제 좀 익숙해 지셔서 이해하기 쉽다고 말씀하시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도 쉽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소리나, 자막을 더 명료하게 하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Q.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스토리 구상하고 8년 만에 제작 결정됐다고 하던데 영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작품인 데도 연출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예상대로 구현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A.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연출자로서 표현하고 싶은 인물이 있었고 도전하고 싶은 비주얼이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을 잘 해내기 위한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고사를 했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그 동안 한국에서 언제나 통했던 안전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기에 더더욱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드라마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해 내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극중 은섬(송중기)이처럼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회차 열심히 후반 작업 하고 있습니다. 애초의 의도가 예상대로 구현이 잘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씬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극의 상황에 어울리도록 잘 되었느냐의 최종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들이 내려 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배우들의 극중 대사톤이 캐릭터별로 다양한것 같습니다. 연기톤에 있어서 어떤 설정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태고시대의 어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들어본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다만 우리가 조선시대 사극에서 흔히 보는 ‘사극 어투’가 있고 이것을 쓰는가 안 쓰는가의 문제를 질문하신 거라고 생각하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스달 연대기의 연기 톤을 잡을 때 연기자들에게 요청한 것은 목소리를 지나치게 긁어서 우렁차게 내는 과장된 사극 어투나, 지나치게 현대적인 말투를 모두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의 말투를 인물별로 각자 어울리도록 준비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지나친 사극 어투와 지나친 현대어 말투 모두 자연스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아르크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와한족 사람들은 격식이 없는 말투를 쓸 것이므로 좀 더 현대어에 가까운 느낌인 반면, 아스달의 정치가들은 격식이 있는 말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사극 어투에 좀 더 가깝게 들리게 된 것 같습니다. 쌍둥이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자란 은섬과 사야는 그런 면에서 다른 어투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설정입니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익숙하지 않은데다 뇌안탈어를 포함한 각종 소수부족의 언어들이 등장하는 아스달 연대기에서 아스어(한국어)는 가장 자연스러운 말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뇌안탈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일부 한글을 뒤집어 만든 언어라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뇌안탈어는 작가님들께서 체계를 만든 것이고, ‘발음’에 있어서는 언어학자의 자문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뇌안탈어의 단어를 만들 때 아나그램이 사용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단어를 그저 거꾸로 뒤집어 모든 언어체계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단어를 조어하는 과정에서 백워드를 비롯한 아나그램이 사용되었고 문법체계와 규칙, 시제, 인칭, 격식 표현과 비격식 표현, 존비어의 체계 등등을 나름대로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들께 구체적으로 여쭤보지 못했지만, 그동안의 작가님들이 공부하신 방대한 양의 문화 인류학 자료를 고려할 때 단순히 편하게 만들기 위해 아나그램을 사용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의 색깔, 공동 생활의 유무, 자연을 바라보는 세계관 등 여러 면에서 사람과 반대에 있는 뇌안탈의 언어로 어울리는,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이 번역기를 직접 만들어 돌릴 정도로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 모로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드라마인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음은 고대 언어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언어학 교수님의 자문을 통해 유럽어 및 아랍어의 목젖소리, 목구멍 소리(uvula, pharyngeal consonant), 마야어 및 아이마라어의 분출음(ejective stops)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듣기에도 어려운 발음이지만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 따로 상당 시간 연습을 해야 하는 발음들입니다. 연기자들은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따로 발음 지도를 받았고 저와 함께 수차례 따로 연습했습니다. Q. 고조선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대중이 알 만한 신화의 재해석도 있을까요 A. 약간은 유머러스 하게 사용된 쑥과 마늘 이야기로부터, 드라마에서 ‘세상을 끝낼 천부인’으로 등장하는 방울과 칼, 거울 역시 단군신화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재해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장르 특성 상 중반 시청자 유입이 다소 어려워 보이는데, 아직 안 본 시청자도 사로잡을 수 있을 작품만의 강점을 꼽아주세요. A. Part1,2가 주인공들이 역경과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각성하는 내용이 주라면, Part3의 내용은 각성한 인물들이 세상을 바꿀 힘을 얻어가는 과정입니다. 가슴 아프고 답답한 이야기 보다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이야기가 전개될 것입니다. 이전의 내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성장한 캐릭터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 해내는 성취의 순간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방송이 쉬는 동안, 이전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영상을 준비중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입니다. Part3는 드디어 영웅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처음 보시는 시청자라도 쉽게 이들의 활약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껏 보신 시청자분들은 그동안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을 보셨기에, 주인공들의 활약에 더욱 통쾌한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김원석 감독님이 연출자로서 해석한 ‘아스달 연대기’의 파트 1, 2, 3의 세계관은 무엇이며, 앞으로 보여줄 ‘아스달 연대기’의 ‘큰 그림’은 무엇입니까 A. 이번 작품에서도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문명 단계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초적인 역동성을 가지고 있고 본능에 훨씬 충실한 태고의 사람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고대의 사람들을 움직이는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보았습니다. 공포와 사랑입니다. 미지의 적으로부터, 혹독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사람은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치열하게 대응하면서 잔인한 면모를 갖추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영현 작가님이 제작발표회에서 말씀하셨듯이, 세상 모든 동물 중에 유일하게 사람만이 아종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포로 무장하고, 사랑으로 연대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과 소통하는 능력에 대한 갈망 역시 바로 공포의 감정에서 출발했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태고의 인간들이 벌이는 약육강식의 싸움이 아스달의 세계관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현대의 사람들도 똑같이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점에서 태고의 이야기지만 현재가 보이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드라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2. 드라마 제작(및 연출) 관련 Q. 각 배우들의 캐스팅 동기, 각각 캐스팅에서 중요한 섭외기준이 궁금합니다 A. 제가 배우를 캐스팅하는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그 역할에 맞는 이미지와 연기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다행스럽게도 저와 작가님들이 가장 먼저 생각한 배우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 주셨습니다. 큰 돈을 들여 드라마를 찍는다는 것은 실패할 경우의 위험도 커지는 것이므로 배우들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 잘 되어왔던 검증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닐 경우는 더더욱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스달 연대기의 캐스팅 제의에 응해주시고,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신 아스달 연대기의 모든 연기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Q. 역사적으로 따지면 청동기 시대인데 긴 쇠사슬 같은 무기가 나오고 의상에도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서 어색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고증을 거친 것인가요? 일각에서 미드,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유사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아스달 연대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스’ 라는 가상의 대륙이고,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입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청동기 문명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문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태고의 자연 환경과, 발달된 청동기 문명의 화려함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양차가 사용하는 청동추의 사슬은 당연히 청동 사슬이고 끝에 달려있는 것도 청동추 이므로 (당시로 보면 무지 비싼 무기였겠지만) 시대에 아주 불가능한 무기는 아닙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실제로 구약성서를 비롯한 여러 고대 문헌에 청동사슬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되어 드라마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성서에 삼손을 바빌론으로 끌고 갈때 삼손을 힘을 쓰지 못하도록 묶은 것이 청동사슬입니다) 우리가 본적도 없고, 사료로도 남아 있지 않은 당시의 건축물과 복식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회의를 거쳤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른바 ‘아스 양식’이 필요했고, 이를 시청자가 그럴 법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논리도 필요했습니다. 아스 대륙은 가상의 대륙이지만, 갑골문 시대의 중국 문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양 어딘가의 대륙이었을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기후는 온대기후. 중국풍이나, 우리나라 삼한시대 드라마에 썼던 의상과 건축물이 나온다면 그보다 수천 년 이상 앞선 문명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반면 서양은 이집트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같은 청동기 문명의 건축물과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고, 극화된 콘텐츠도 많아 청동기 문명의 모습을 연상할 때 쉽게 위의 문명들이 떠오른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양과 서양 문명 사이 어딘가 존재했을 법한 문명 양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화면에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의 초기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스달 연맹궁은 중국 홍산 문명의 원형 제단과, 터키 괴베클리테페의 T자형 돌기둥, 첨성대 모양의 구조물,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의 길고 높은 계단 등 동서양의 건축 양식들이 혼재 돼 있습니다. 괴베클리테페는 문명단계상으로는 신석기 문명이지만 불가사의한 건축기술을 보여주고 있고, 첨성대 역시 기본적으로는 신라시대 건축물이지만 그 이전과 이후로도 비슷한 모양의 건축물이 없다는 점에서 그 원류가 아스달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습니다. 한자 문명권으로 봐서 연맹궁, 대신전 등의 주요 건축물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 즉 원과 사각형의 기하학적인 조화를 추구하도록 했습니다. 연맹궁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건축물, 의상, 소품, 분장, 미용 등 미술영역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의 혼재된 느낌을 위해, 수많은 역사적 자료와, 영상 콘텐츠를 참고했고 위와 같은 회의를 거쳤습니다. 일부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평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의 촬영을 준비하면서 본적 없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매번 위와 같은 조사와 회의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연출자와 스탭은 누구도 쉽게 어떤 콘텐츠를 따라하자는 시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위에서 말씀드린 동양과 서양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아스 양식’에서 아스달 서민들의 옷과 분장에 비해 지배계급의 복식은 조금은 더 서양 쪽의, 시대에 비해 발달된 모습을 띄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동양의 복식에 가깝게 설정한다면 삼국시대를 다룬 기존 우리나라의 사극 양식이 연상되어 그보다 몇 천년 앞선 청동기 시대와 차별화될 것 같지 않았고 그렇다고 중국이나 일본풍의 옷을 입을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양 고대 문명의 화려한 복식을 조금 더 참고하고 여기에 동양적인 요소가 조금씩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청동기 시대에 이미 비단 등 다양한 옷감으로 옷을 지을 수 있었고, 청동뿐 아니라 금, 은, 보석 등 다양한 소재의 세공기술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옷과 장신구의 재단 및 세공수준이나 모양은 어쩔 수 없이 더 아름다운 쪽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어 드라마 배경보다 더 후대에 등장하는 옷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름답고 화려하면서 동양적인, 그러면서도 동양, 삼국 어느 한 나라에 치우치지 않는 ‘아스 지배 계급의 의복 양식’을 만들어 보려 했던 초창기의 목표에서 조금은 익숙한 모습의 복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특히, 태알하의 의상은 해족이 멀리 레무스라고 하는 발전된 문명세계에서 왔다는 설정으로 조금 더 앞선 단계의 의상과 장신구가 사용되었습니다. 수메르를 거꾸로 읽은 레무스야말로 대표적인 백워드 아나그램입니다. 수메르는 공식적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데, 스스로를 검은 머리 사람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작가님들은 수메르에서 우리나라쪽으로 이동한 어떤 무리들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고, 그것이 해족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양에서 왔으나 머리는 검고, 복식은 서양풍인 설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Q. 큰 액수의 제작비가 계속 회자되었는데 부담스럽진 않으셨는지요 A. 네 당연히 부담스럽습니다. 일단 회자되고 있는 제작비는 맞지 않은 액수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알려진 제작비가 높으면 ‘들인 돈에 비해 어떻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홍보를 위해 제작비 규모를 알리는 제작사는 없습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상장기업이다 보니 회사의 큰 돈이 움직이는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공개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400억 남짓한 정도의 규모가 알려졌고, 예정된 것보다 촬영 일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여러 사람의 추측을 거쳐 지금의 액수까지 커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 돈을 들여서 드라마를 찍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라 더더욱 위험이 큰 프로젝트입니다. 이 때문에 프로듀싱의 영역이 중요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회수할 방법을 미리 마련해 두어 위험을 최소화 하는 것이 프로듀싱의 기본이고 스튜디오 드래곤의 프로듀서팀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드라마의 제작비는 18부 전체에 걸쳐 고루 쓰였습니다. 종종 드라마 초반에 많은 물량을 투입하고 이후 용두사미가 되는 케이스도 있는데, 아스달 연대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끝까지 보시고 판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제작비에 비해 소품과 CG가 아쉽다는평, 두 부분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요 A.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알려진 제작비는 업계의 추정치이므로 맞지 않는 액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에 비해 소품과 CG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스달 연대기에 참여한 모든 스탭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고여서 같이 할 것을 부탁드렸고, 촬영을 하면서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한 미술팀과 VFX팀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렇게 준비하도록 한 연출의 문제입니다. 물론 전문 스탭들은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연출자와 이야기해왔고, 저 역시 그분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많은 것을 믿고 맡겨 왔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의 컨셉을 잡은 것은 연출이기 때문입니다. - 소품 아스달에 등장하는 소품은 위에서 말씀드린 회의를 거쳐 소품 스탭들이 일일이 만들어 내거나, 어렵게 구한 것들입니다. 청동기 시대이므로 아스달에 등장하는 청동 무기나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들 모두 사전 자료조사를 거쳐 디자인 된 것들입니다. 한 세계의 소품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 만큼 그 양과 질을 맞춰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습니다. 소품에 대해 까다로운 제가 보기에도 완성도가 높은 소품을 준비해준 소품팀에게 저는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시청자 분들이 아쉬움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컨셉을 잘못 잡은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대흑벽을 오르내리는 데 사용한 ‘도르래’ 기술은 지레, 쐐기, 바퀴 등과 함께 단순기계(simple machine)에 속합니다. 단순 기계란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이용해온 도구를 말합니다. 동네 마다 있던 우물의 두레박의 원리가 도르래라는 점에서 도르래의 원형이 되는 물건은 청동기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도르래 기술을 이용해 승강기를 만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서 도르래를 사용한 거중기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후기에 정약용에 의해서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드라마 안에서 보여진 것 같은 승강기가 존재했을 가능성은 당연히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가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고, 해족이 극중 발달된 문명세계에서 넘어온 첨단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씨족으로 설정된 만큼 드라마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 드라마 속에서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CG 아스달의 CG는 아스대륙과 아스달성, 연맹궁, 거치즈멍 그리고 대흑벽, 소금사막, 신성한 나무, 예쁜 물가, 폭포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표현하는 데 쓰였을 뿐 아니라 늑대, 곰, 뱀, 황소, 말 등 동물들의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쓰였습니다. 이 중에는 비교적 아쉬운 상태로 방송이 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시청자들께서 CG인 것을 눈치 못 챌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CG들도 많습니다. CG는 단순히 기술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 촬영 단계, 후반작업 단계에서 연출, 촬영, VFX부서의 스탭들 간에 긴밀한 협의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충분한 작업 시간을 거쳐야 완성됩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두 분의 VFX 슈퍼바이저가 헌신적으로 CG업무를 진두 지휘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물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중 일부라도 시청자 여러분께서 만족하시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 연출의 탓입니다. 3. 편성 관련 Q.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별 6회씩, 총 3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파트3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이같이 분리편성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A. 모든 촬영은 첫방송 시작전에 종료되었으며, 현재는 파트3의 후반작업이 진행중입니다. 파트1,2가 아스달 중심의 이야기라면 파트3는 아스 대륙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미드로 본다면 시즌 2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분리 편성을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영현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듯, 아스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이 좀더 친숙해진 이후에 더 확장된 공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더욱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한 후반작업 시간이 더 생긴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신가요. 저 역시 궁금합니다.^^ 4. 기타 Q. SNS에 남긴 심경글의 의미는 뭘까요 (첫 방송 직후 SNS에 게재하신 장그래 대사 인용글)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글을 게재한 것이 실제 ‘아스달 연대기’ 반응에 대한 심경이었는지요 A. ‘아스달 연대기’의 촬영 감독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매 씬, 매 컷 쉬운 것이 없네요” 그 동안 스탭, 연기자 모두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찍었고, 이미 촬영은 모두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드라마 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양도 많은 후반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이를 더 열심히 잘 해서, 어렵게 찍은 씬들 고생한 보람이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에서 쓴 글입니다. 드라마의 모든 회차가 끝나고 나서 후회 없도록 하자는 의미였습니다. Q. ‘아스달 연대기’는 김원석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A.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작품을 하는 소감, 목표가 있다면 A.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 Part2, 3 관련 Q. 쿠키 영상이 매우 흥미로워 쿠키영상을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많습니다. 쿠키영상을 도입하셨던 이유가 있을까요. A.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언제나 불안했던 아스달 시민들은 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신의 말씀을 듣기위해서는 제관을 통해야만 했습니다. 제관의 직무를 독점하던 아사씨는 자신들만의 창세신화를 만들어 시민들의 의식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막강한 권력을 악용해 정적을 무너뜨리고, 부를 축적해왔습니다. 위와 같은 각 씨족의 이해관계라든지, 창세 신화, 리산과 아사신의 이야기, 아라문 해슬라 전설, 칸모르, 뇌안탈 등의 배경 지식을 더 잘 알면 드라마를 좀 더 재미있고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Q. 송중기의 1인 2역(은섬/사야)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캐릭터인 은섬과 사야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감독님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나요. A. 은섬은 이아르크에서 자연을 맘껏 뛰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랐고, 사야는 필경관의 탑에 갇혀 햇빛도 제대로 못보고 외롭게 자란 인물입니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두 극단의 환경에서 자란, 그래서 너무 다른 인물이 잘 표현 되었다면, 이는 전적으로 송중기씨의 노력 덕분입니다. 우선 은섬 씬을 찍기 위해 송중기씨는 몸의 부피를 키워 근육질로 만들었고, 이를 단기간에 근육을 빼고 사야의 몸으로 만드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근육질의 은섬보다 훨씬 말랐을 것이 분명한 사야를 표현하기 위해 몸 대역을 쓸까 고민도 했었지만, 연기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을 다르게 만들어 와서 본인으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 몸 뿐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 눈빛에 이르기까지 연기자가 너무 디테일하게 다르게 준비해와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그저 흐뭇하고 감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Q. 파트2에서도 다양한 CG와 시각 효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강렬한 엔딩 또한 많이 회자 되었고요. 감독으로서 파트2 촬영당시 가장 공들였던 씬이나 인상 깊었던 씬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A. 가장 인상깊은 씬은 언제나 가장 힘들게 찍었던 씬인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장면이 다 힘들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꼽기 어렵지만 파트2에서는 12회 엔딩인 신성재판 장면과, 돌담불 촬영이 가장 생각이 납니다. 특히 돌담불 깃바닥씬을 찍을 때는 진흙을 퍼올리는 설정상 세트 내부에 물이 고일 정도의 진흙을 깔아 놓고 찍었는데 물이 고여있다보니 하루만 물을 갈지 않아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고, 연기자들 피부에 발진도 나고 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진흙바닥에 뒹굴어가며 열연을 보여주신 배우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Q. Part2에서 은섬 사야를 비롯해 타곤, 탄야, 태알하 등 각 주인공이 운명적인 변곡점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인물들도 많이 등장했고요. Part 3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관계나 연출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은섬은 사트닉의 유언을 실행하기 위해 주비놀 산장을 찾았다가 새로운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잠재력과 운명을 깨닫게 되고 탄야와 와한족 사람들을 구하러 갈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 탄야 역시 아스달의 대제관 아사탄야로서 타곤과 태알하 등의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연맹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자신만의 힘을 기르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타곤과 태알하, 그리고 아스달 부족 연맹이라는 기성 권력에 맞서는 과정이 Part3의 중심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타곤과 태알하는 모두 아버지로부터 이용당하고 학대당한 아픔을 공유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서 권력 의지를 키워온 캐릭터입니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이자 ‘서로를 위해 죽지 말자’고 맹세할 정도로 서로를 마음에 품은 사이입니다. 아사론과 미홀이라는 구세대 권력이 마지막 발악을 하지만, 타곤과 태알하는 끈끈한 동지애와 팀웍을 바탕으로 굳건한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만들어 나갑니다. 그러나 밖으로는 은섬과, 탄야, 사야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위협이 되고, 안으로는 절대 권력을 향한 두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타곤과 태알하 둘의 관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할 점은 욕망에 충실한 이 두 캐릭터가 내뿜는 에너지와 이를 표현하는 두 연기자의 혼신의 연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Part3가 9월 7일 돌아오는데요. Part3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관전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세상을 끝낼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운명을 타고났다는 말일 것입니다. 은섬, 사야, 탄야가 자신들의 운명에 따라 전설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가 Part3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껏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며, 시행착오를 거쳐 성장해온 은섬과 탄야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힘을 얻어 가는지,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인 타곤과 태알하는 ‘사랑’과 ‘권력욕’ 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욕망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할지, 꿈으로 연결된 은섬과 사야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갈지, 대전쟁과 대사냥에서 살아남은 뇌안탈들은 어떻게 ‘사람의 시대’를 살아낼지... 등등 Part1,2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혼돈...! 일단 즐기시길! 흔들리는 모든 것은 결국 멈추는 법이니.” 극중 사야가 극도의 혼란을 일으키며 타곤을 위기에 빠뜨리고 한 말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직전의 혼란스러운 세상, 그 안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본격 판타지 드라마라기 보다는 가상 역사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문명의 태동기에 국가와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도 영웅도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동안 주인공들이 역경과 아픔을 겪어왔습니다. 이제 그들이 강해져서 우뚝 서는 이야기가 Part3입니다. 이전에 없었던 드라마, 인류 역사의 기원을 다루는 드라마, 고대 인류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가치에 스탭과 연기자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 촬영했습니다. 조금 부족해 보이시더라도 버리지 않으신다면 새롭고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6. 제작환경 관련 Q. ‘아스달 연대기’ 현장에서 발생한 제작환경 이슈에 대해 연출로서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A. 질문에도 있듯이 연출로서, 현장에서 나오는 모든 얘기에 대해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의 스탭들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아스달 연대기의 연출부, 제작부는 현장 스탭들이 제작 가이드 안에서 일하고, 로테이션 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회사도, 저도 열심히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 믿습니다. Q.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과 개선 움직임에 대한 김원석 감독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현재 제작환경 상황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A. 반드시 제작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저는 주로 한 팀으로만 촬영을 해 왔는데 주당 2회 방송이 바뀌지 않는 한, 한 팀으로 촬영하는 것은 앞으로 쉽지 않은 시스템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모든 촬영은 미리A,B팀을 나누어 준비하고, 기술 스탭 뿐 아니라 미술 스탭도 반드시 로테이션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힘든 상황에 처한 스탭이 없는지 철저히 챙기겠습니다. Q. 고발 관련 현재 어떻게 상황이 풀리고 있는 것인지 A.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촬영 당시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와 조사했고 현재 심리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뭔가 갈등상황이 드러나게 있었던 적은 없었지만, 매우 힘든 상황에 처했던 스탭이 있었고 그 분 혹은 그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해서 위 단체가 고발을 한 것이므로 연출로서 당연히 책임을 느끼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Q. ‘아스달 연대기’ 촬영 중 발생한 스태프들의 촬영환경 제보 이후 촬영현장의 변화는 무엇이었습니까 A. 스탭 제작환경 문제가 불거진 후 더욱 철저하게 A,B팀을 나누어, 하루 촬영시간이 14시간이 넘어갈 경우에는 아예 낮씬과 밤씬을 나누어 하루에도 A,B팀을 돌리도록 했습니다. 로테이션 문제가 제기됐던 미술 스탭에 대해서도 반드시 로테이션이 되도록 권고하고 지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회사의 구체적인 입장 발표문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답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해변? 자동차?… ‘흰금파검 드레스’ 잇는 새 착시사진 화제

    해변? 자동차?… ‘흰금파검 드레스’ 잇는 새 착시사진 화제

    만약 이 사진에서 바다가 보인다면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색깔 논쟁을 일으켰던 이른바 ‘흰금파검 드레스’에 이어 새로운 착시 사진이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출신의 디자인 전공생 무함마드 나임(20)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이 사진에서 해변과 하늘, 바위와 별을 본다면 분명 예술가일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사진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바다 사진이 분명하다는 주장과 자동차 문이 확실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이용자는 “내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해변으로 보인다. 어디가 자동차 문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른 몇몇 이용자들도 “자동차 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 다른 이용자는 “처음에는 해변인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부서진 자동차 문”이라고 단언했다.이에 대해 사진을 최초 공개한 나임은 “어두운 부분에 시선을 모으면 자동차 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진은 집 밖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훼손된 문을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도의 거품으로 보이는 부분은 구부러지고 긁힌 패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수욕장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재미 삼아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에도 하나의 드레스를 놓고 색깔 논쟁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드레스의 색깔이 흰색과 금색 조합이라는 사람과 파란색과 검은색 조합이라는 사람들로 나뉘었는데, 당시 포토샵 개발사인 어도비사는 이 드레스의 색깔이 파란색과 검은색 조합이라고 확인했다. 비슷한 색깔 논쟁은 아디다스 저지와 반스 운동화로도 이어졌다. 한 장의 아디다스 저지 사진을 두고 사람에 따라 하늘색과 흰색으로 보기도, 먹색과 연갈색 혹은 카키색과 금색으로 보기도 했다. 반스 운동화 역시 어떤 사람은 회색과 민트색 조합으로, 다른 사람은 흰색과 분홍색 조합으로 인식했다.그렇다면 왜 같은 사진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 걸까. 여러 주장이 있지만 그 중 ‘색채 항상성’(color constancy)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다. 색채 항상성은 주변 조명 환경이 달라져도 한 가지 물체를 계속 같은 색상으로 보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사람마다 이 색채 항상성에 차이가 있어 같은 색을 다르게 해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열린세상] 인체 내 39조 마리 미생물, 또 하나의 장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인체 내 39조 마리 미생물, 또 하나의 장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인간의 세포는 모두 30조개 정도지만 인체에 사는 미생물은 39조 마리에 이른다. 이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박테리아, 즉 세균이다. 대부분 대장에 살고 있으며 종류는 약 1000종, 무게는 1.5㎏ 남짓이다. 대변에서 수분을 제외한 고형물 중 60%를 차지한다. 인간의 유전자가 2만 1000개에 불과한 반면 체내 세균의 유전자는 최대 3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생물은 인체에 기생한다기보다는 하나의 통합된 초유기체로서 함께 살아간다. 장내 세균은 사람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생물이 단백질·지질·탄수화물 중 많은 부분을 분해한 다음에야 인체는 이들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우리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또한 미생물은 일부 비타민B, 비타민K와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제2의 장기’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 면역계, 자율신경계 등을 통해 뇌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장은 이미 ‘제2의 뇌’로 불렸는데 이제는 ‘장-장내세균-뇌 축’(gut-microbiome-brain axis)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세균의 역할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장내 세균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체 능력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가 ‘셀 보고서’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장내 박테리아를 보유한 생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80%가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전에 항생제를 투여해 박테리아를 제거한 생쥐의 생존율은 3분의1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장내 박테리아는 폐의 표면을 구성하는 상피세포에 경계태세를 유지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제1형 인터페론이 계속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자극한다. 폐의 상피세포가 바이러스의 1차 방어막으로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2차 방어막인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을 시작하는 데는 이틀 걸린다. 그동안 바이러스는 상피세포에서 증식한다. 감염 후 이틀이 지나자 항생제를 투여한 생쥐의 폐 바이러스 숫자는 그렇지 않은 생쥐의 5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항생제를 투여한 생쥐에게 건강한 생쥐의 대변을 이식하는 실험도 수행했다. 그 결과 인터페론 신호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저항력도 다시 살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장내 박테리아가 신체의 비면역 세포로 하여금 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우리의 실험은 보여 준다”고 밝혔다. 장내 세균은 식품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데도 희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의 브리검 여성병원과 보스턴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네이처 의학’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들은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2세 이하 유아 56명에게서 4~6개월 간격으로 대변 표본을 계속 채취했다. 이를 건강한 유아 98명의 대변과 비교한 결과 세균의 종류에 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표본들을 달걀에 알레르기를 쉽게 일으키도록 민감하게 만든 생쥐들의 장에 이식했다. 건강한 유아의 대변을 이식한 생쥐들은 알레르기 유아의 것을 받은 생쥐들보다 달걀에 알레르기를 덜 일으켰다. 이어 컴퓨터 모델을 통해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의 장내 세균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식품 알레르기를 억제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세균 군집을 조합해 낼 수 있었다. 각각 클로스트리디움균이나 박테로이데테스균에 속하는 5, 6종의 박테리아로 구성됐다. 이들 군집을 투여한 생쥐는 달걀 알레르기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는 효과가 없었다. 조사 결과 치료용 박테리아 군집은 두 종류의 중요한 면역학적 경로에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계를 조절하는 특정한 T세포를 자극한다. 이런 효과는 생쥐와 유아에게서 모두 발견됐다. 공저자 대부분은 청소년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회사(ConsortiaTX)의 창업자다.
  •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고등고시에 얽힌 이야기들/손성진 논설고문

    ‘출세의 길’ 고등고시 첫 시험(행정과)은 1950년 1월 6일 시행됐다. 역사학자인 위당 정인보 선생이 고시위원으로 나와 “그 문제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걸”이라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고 한다. 사법과는 같은 달 26일 치러졌는데 여성 응시생 5명은 51세의 부인을 포함해 모두 고관의 부인들이었다(동아일보 1950년 1월 27일자). 전쟁의 혼란 중에도 고시는 치러졌다. 1954년 5회 시험에서는 편모슬하의 극빈 가정에서 초등학교만 나온 김항식씨가 독학으로 합격했는데, 두 동생도 보통고시(주사급 선발 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형제들이었다. 1955년 7회 고시 사법과에는 고 전용성 변호사가 합격했다. 그는 의대를 졸업한 개업의로 44세의 나이에 일곱 번 만에 사법, 행정 양과에 합격했다. 판사가 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의료 판례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57년 고시 사법과에는 3000여명이 지원해 불과 4명이 합격했고 행정과에는 7명이 합격했다. 엄격한 절대평가의 탓도 있었고 응시생들의 전반적인 수준 미달 때문이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사바사바’(뒷거래)로 충분히 출세할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고시를 보겠느냐는 말이 나돌았다(경향신문 1957년 1월 26일자). 고시 11회 사법과 시험(1959년)에서는 커닝을 한 응시생이 처음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해에 이런 일도 있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남편을 10여년 동안 빵 장사를 하며 뒷바라지했던 여인이 막상 남편이 검사가 된 후 버림받았다고 진정서를 내 사회면 토픽으로 다뤄졌다. 1961년 고시 사법과 13회에는 역대 최연소 고시 합격자가 나왔는데 고 장기욱 변호사로 당시 18세였다. 1962년에는 가짜 합격자 소동이 있었다. 300쪽짜리 법률 서적을 네댓 시간 만에 독파하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워 사법과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리경찰서 사환 유무종씨 스토리가 알고 보니 허위였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로 분리된 후 1963년에 시행된 사시 1회 수석은 대법관을 지낸 서성 변호사였다. 사회면에는 인터뷰 기사와 함께 300점 실력으로 당구를 치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함께 합격한 강구진씨는 이듬해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6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 교수가 됐다. 그는 198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1965년에는 30대 유부남 김모(고시 8회) 검사가 세 살 연상의 다방 마담과 서울 우이동 산장에서 동반 자살을 해 사회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쪽지에는 “사랑엔 변함없소”라고 적혀 있었다(동아일보 1965년 5월 31일자). sonsj@seoul.co.kr
  • 정태수 작년 사망 확인… 檢, 은닉 재산 추적

    150여페이지 육필 유고 단서로 분석 중 무연고자로 장례식… 비용 105만원 들어 IMF 외환위기의 서곡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한보 사태’의 장본인인 정태수(1923년생) 전 한보그룹 회장의 사망 사실을 검찰이 최종 확인했다. 그는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07년 출국해 11년간 해외를 떠돌다 지난해 말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남긴 150여 페이지의 육필 유고 등을 단서로 해외 은닉 재산 추적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95세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사인은 만성신부전.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빌려 살았기에 ‘무연고자’로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과야킬에서 함께 살았던 넷째 아들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과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지인들이 지켰다. 한때 재계 14위 그룹을 이끌었던 정 전 회장의 장례 비용은 900달러(약 105만원)에 불과했다. 21년 해외 도피 끝에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 전 부회장이 지난달 22일 국내로 송환된 직후 “아버지가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은 검증 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소지하고 있던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유골함, 노트북에 담긴 사망 사진과 장례식 영상 등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이 사망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 관계자는 “에콰도르 내무부와 외교부로부터 사망확인서가 진본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며 “정 전 부회장이 국내 체류 중인 형에게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린 것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당초 알려진 바와 다르게 2007년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2010년 7월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1929년생 ‘츠카이 콘스타틴’(TSKHAI KONSTANTIN) 명의로 허위 여권을 발급받아 에콰도르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남긴 150여 페이지의 육필 유고를 확보했다. 자서전 발간을 위해 해외 출국 직후부터 정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원고엔 과거 사업하던 시절 이야기가 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육필 원고에 해외 은닉 재산에 관한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검찰, 정태수 사망 최종 결론…체납 국세 2225억 환수 어찌 되나

    검찰, 정태수 사망 최종 결론…체납 국세 2225억 환수 어찌 되나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1923년생)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사망한 것으로 검찰이 최종 결론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태수 전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4)씨가 제출한 사망확인서 등 관련 서류가 진본이라는 사실을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확인받았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와 주민청 내부 시스템에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이 등록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정태수 전 회장과 함께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달 22일 체포돼 강제 송환된 정한근씨로부터 부친 사망과 관련한 증거를 제출받고 진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해 왔다. 정한근씨는 과야킬 시청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사망등록부, 무연고자 사망 처리 공증 서류, 화장증명서와 장례식장 비용 영수증 등을 검찰에 제시하면서 “정태수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정한근씩 노트북에서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 직전과 입관 사진, 장례식을 촬영한 사진과 1분 분량의 동영상을 확인했다. 정태수 전 회장의 셋째 아들 보근(56)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부친 사망 당시 동생이 국내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리고 관련 사진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정한근씨는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부친이 숨지자 이튿날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한근씬느 현지 변호사로부터 모든 절차를 책임지겠다는 공증을 받고 사망 신고 등 행정 절차를 밟았다. 그 동안 정태수 전 회장과 정한근씨 모두 다른 사람의 인적 사항을 빌려 도피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서류상 부자 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과 객관적 기록을 종합해 정태수 전 회장이 숨진 것으로 결론내리고 정한근씨가 송환되면서 제출한 유골함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한근씨는 구속 상태에서 과거 기소된 사건 재판과 기소 중지된 횡령 수사를 받게 된다. 정태수 전 회장은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츠카이 콘스탄틴(TSKHAI KONSTANTIN)이라는 이름의 1929년생 키르기스스탄인으로 위장해 2010년 7월 에콰도르에 정착했다. 정태수 전 회장은 에콰도르 제2의 도시인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 개발 사업을 하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태수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했다. 법원은 정태수 전 회장이 국내에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2009년 5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정한근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 자금 3270만 달러(당시 한화 322억원)를 스위스 비밀계좌에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1998년 6월 도주했다.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됨에 따라 확정된 징역형은 집행이 불가능해졌다. 체납된 국세 2225억 2700만원 환수도 어렵게 됐다. 검찰과 국세청은 정태수 전 회장 부자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이 발견될 경우 환수할 방침이다. 정한근씨는 국세 293억 8800만원이 밀린 상태다. 다만 체납 국세 자체가 고인의 사망으로 소멸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인 명의로 체납된 국세는 가족들이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납세 의무도 승계가 된다”면서 “고인의 재산을 추적해 찾아내면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순종 조문 온 총독 노렸던 ‘금호문 의거’… 6·10 만세 자극제로

    순종 조문 온 총독 노렸던 ‘금호문 의거’… 6·10 만세 자극제로

    1926년 4월 28일 오후 1시 10분쯤 서울 창덕궁 금호문 앞. 사람 무리 속에서 건장한 청년이 자동차 한 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동차에는 일본인 3명이 타고 있었다. 금호문을 빠져나온 자동차는 돈화문 쪽으로 갔다가 길이 막혀 다시 금호문 쪽으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사이토 총독이다”라고 수군거렸다. 청년은 비호처럼 뛰어올라 왼손으로 자동차 창을 잡고 날카로운 칼로 가운데 앉은 사람을 찌르려 했다. 왼쪽 사람이 저지하기에 그 사람을 공격하고 다시 가운데 사람을 찔렀다. 빠르기가 전광석화와 같았다. 총독 처단에 나선 주인공은 평범한 조선 청년 송학선이었다.불행히도 가운데 사람은 일본 총독 사이토가 아니었다. 송학선 의사(義士)가 사이토로 오인하고 처단한 사람은 생김새가 비슷한 일본인민회 이사 사토였다. 왼쪽 사람은 경성부협의원(국수회조선본부이사) 다카야마였다. 이들은 순종 황제 빈소에 조문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송 의사는 재동 쪽으로 달아났다. 휘문고보 교문 앞까지 달아나자 경찰 수십명이 추격했다. 일경들은 칼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면서도 감히 근접하지 못했다. 겁에 질린 헌병 두 명이 권총탄을 서너발 쏘았다. 하지만 의사는 “오냐, 쏘아 죽여라”라고 하면서 두 팔을 떡 벌렸다. 결국 의사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일경들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의사는 구경하던 학생들에게 “만세를 불러라, 만세를 불러”라고 소리쳤다. 다카야마는 사망했고 총독으로 오인받은 사토는 중상을 입었다. 송 의사가 활극 배우처럼 거사를 일으킨 날은 순종 황제가 굴욕적인 삶을 이어 가다 승하한 13일 후로 백성이 비탄에 빠졌을 때였다. 일제는 송 의사 의거 직후에는 보도를 통제해 5일 후에야 언론을 통해 의거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송 의사의 의거는 ‘금호문(金虎門) 사건’이라 이름 붙여졌다. 비록 오인으로 실패했지만 순수한 청년의 단독 의거는 6·10 만세운동을 일으킨 자극제가 되었다.의사는 1897년 2월 19일 서울 천연동에서 태어났다. 아우들의 이름도 우학선(又學善·또학선), 삼학선(三學善)이었다. 의사가 보통학교 1학년에 다닐 때 아버지의 사업 파산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의사도 떠돌이 생활을 했고 16세 때 장사를 하러 갔던 아버지가 돌아와서 가족이 다시 모였다. 19세 때 서울 남대문에 있는 농구(農具) 회사에 취직했다. 집안 살림이 조금씩 나아졌고, 1922년 2월 애오개(아현) 마루턱 북아현동에 오막살이 같은 작은 집을 마련해 이사했다. 그러나 의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급성 각기병에 걸렸기 때문이었는데 치료를 한 끝에 1925년 봄에 완쾌했다. 송 의사는 고등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외유내강의 강직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한다. 의사의 성품과 자질에 대해 송상도의 ‘기려수필’에는 “어려서부터 성품이 과묵하여 일생을 두고 남과 언쟁을 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의사가 반일 감정을 느낀 것은 어렸을 때부터였다고 한다. 어느 날 진고개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았고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일본인 회사에 다니며 차별을 받았고, 병으로 강제 해고당하면서 그런 의식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 후 의사는 조선 총독을 목표로 삼아 거사를 계획했다. 의사는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이토 총독의 사진을 보고 용모를 머리에 담아 두었다. 틈만 나면 집 뒷산에 올라 칼 꽂는 연습을 했다. 막내아우 송삼학선씨는 월간지를 통해 이렇게 회고했다. “형님은 평소에 남한테 싫은 얘기 한마디 않고 지내던 양순한 사람이다. 내가 놀란 것은 형님이 날카로운 비수를 꼬나쥐고 나무 앞에서 찌르는 연습을 하는 일이었다. 나는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형님은 그저 빙긋이 웃기만 했다. 형님의 칼 쓰는 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칼은 집수리를 하던 사진관 부엌에서 주운 서양식 고급 과도였다. 의사는 그때 미장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의사는 “하늘이 주신 것”이라고 기뻐하며 예리하게 갈아 놓았다. 기회가 오자 순하고 불우했던 청년은 단호하게 칼을 휘둘렀다. “나는 주의자도 사상가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를 강탈하고 우리 민족을 압박하는 놈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총독을 못 죽인 것이 저승에 가서도 한이 되겠다.”그해 7월 15일 의사의 제1차 공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법정에는 방청객 500여명이 몰려 재판을 지켜봤다. 의사는 재판장 앞에서 조금도 굴하지 않고 강경한 태도로 진술했다. 일제는 의거를 궁박한 생활을 못 이긴 강도질로 깎아내리려 했다. 재판장이 강도질을 하려고 칼을 주워다 둔 것 아니냐고 묻자 송 의사는 “총독을 암살할 목적으로 가지고 왔었소. 내가 밥을 굶소? 왜 강도질을 하겠소?”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무료로 변론했던 고 이인 변호사는 “의사의 얼굴에는 의연한 태도, 긍지가 보였다. 조국을 위해서 할 일을 했다는 말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일제는 처음에 중국에서 온 독립단원일 것으로 추측하고 배후를 캐려고 했지만,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도 몰랐던 일이었다. 1심에 이어 1926년 11월 10일 2심에서도 사형선고를 받은 의사는 태연자약한 태도로 “나를 사형에 처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북아현동 집에서 서대문형무소를 오가며 옥바라지를 하던 모친과 동생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1927년 5월 19일 오후, 비밀리에 사형이 집행됐다. 의사는 교수대에 오를 때도 태연했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고 체포된 지 1년 만에 송 의사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시신은 화장했다. 몸져누운 모친에게는 사형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사후 92년이 지난 지금, 창덕궁 금호문으로 관광객들이 무심히 드나들고 있지만 의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거 터 표지석도 주변 공사로 어디로 치워 버렸는지 찾을 수 없었다. 북아현동 의사의 집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5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들어서 있다. 의사의 집터라는 표식도 없다. 송 의사의 유골은 서울 봉원사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묘소는 가묘다. 장남이던 의사의 사형 집행 후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송 의사는 결혼하지 않아 직계 후손이 없다. 1962년 정부는 송 의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지만, 동생들과 그 후손들의 행방도 찾지 못하고 있다. 잊힌 의사의 충혼을 기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3년 ‘송학선 의사 기념사업회’가 결성됐고 송주섭(88)씨가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송 회장은 송 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송 의사는 은진 송씨인데 송 회장은 근원이 같은 여산 송씨 종중 대표라는 인연뿐이다. 그러면서도 사재를 털어 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다.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이 명예회장,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법률고문을 맡아 송 회장을 돕고 있다. 사업회는 서울 세검정 상명대 아래에 기념관과 동상을 세울 부지 660여㎡를 마련했고 내년 6월 착공할 계획이다. 시가 6억원가량의 부지는 송 회장이 개인 땅을 기부한 것이며 사업비 10억여원도 지방의 송 회장 개인 토지를 처분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 회장은 “정부에서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안중근, 김구 선생 같은 분만 지원하려 하지 송 의사 같은 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글·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여자는 능력이 없는가”/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여자는 능력이 없는가”/손성진 논설고문

    “1. 학교에서 남존여비 사상을 일소시켜라. 2. 여교사의 생리적 차이를 인정하고 휴게실과 보건시설을 완비하며 좌석을 여교사들끼리 앉게 하라. 3. 여교사에게 적절한 사무를 위촉하라. 4. 산후 3개월 이내의 휴양을 보장하라.” 1962년 6월 대구의 여교사들이 여교사 권익옹호를 주장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냈다. 여교사는 쇼윈도의 장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네 가지를 건의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저조했을 때 어렵사리 직장을 얻은 여성들도 인권적, 업무적으로 차별을 받았다. 과거에는 비교적 여성 비율이 높았던 학교에서도 여교사들은 교직자로서 성장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으며, 출산과 가사로 어려움이 컸다(동아일보 1964년 10월 22일자). 법적으로는 출산휴가도 보장돼 있었지만, 여교사들은 출산 후면 학교 측으로부터 사퇴를 강요받았다. 그 당시 큰 직장에서도 여성을 ‘직장의 꽃’이니 ‘액세서리’니 하며 일은 좀 못해도 구색용으로 한둘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성은 업무 능률이 낮다며 외면하고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다. 교직과 함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직종이 은행이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에서도 ‘여행원’이란 직제를 따로 두고 기껏해야 타이피스트나 ‘돈 세는 일’만 맡겼다. 시중은행들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각서를 의무적으로 쓰게 했다. 은행은 여행원 채용을 은행의 손실이라고 할 정도였다. 여행원은 비공개 경쟁시험으로 선발되며 여대 졸업자는 고졸 남자와 본봉이 같았다. 그런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여성들도 소극적이어서 어느 여대 설문조사에서 취직하려는 가장 큰 이유를 “용돈 마련”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동아일보 1965년 2월 11일자). 1966년 전체 공무원에서 여성의 비율은 약 9%였다. 대부분은 현재의 8급 이하의 낮은 직급이거나 기능직이었다. 여성은 승진에서도 차별을 받았고 그러다 보니 의욕도 떨어졌다. 한 직급 승진하는 데 거의 20년이 걸리기도 했다. 사무실 청소와 꽃꽂이, 커피 타기 등을 하면서도 특정직에서는 배척당하는 등 괄시를 받았다. 1966년 제7회 5급 을(현 9급) 국가공무원시험에서 여성 세무직 200명을 뽑기로 했지만, 커트라인을 넘겨 합격한 여성이 단 한 명이었다. 대규모 여성 채용에서 세 번째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여자들은 원래 공부를 안 하는가”, “여자들은 본래 능력이 없는가”라는 논란이 일어났다. 물론 능력 부족보다는 성차별로 여성들의 시험에 대한 열의와 도전 정신이 떨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sonsj@seoul.co.kr
  • [길섶에서] 우주와 도솔천/손성진 논설고문

    광대한 우주 속에서 나는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138억년이란 시간과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는 무한성의 공간. 우주의 시작은 언제이며 끝은 어디인가. 그 경계를 넘어갈 수는 있는 것일까. 우주 진화에 대한 전문서적에 도전한 것은 막연하게 궁금증을 풀어 보고자 하는 무모함에서 비롯됐다. 10의 마이너스 35승 초. 150억 광년.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와 억겁이란 이렇게 상상 불가인 시공(時空)을 뜻하는 것일까. 잔뜩 벼르고 있었던 터였기에 2할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끝까지 읽은 심정은 절망에 가까웠다. 다만 우주 속에서 인간이란 미물(微物)의 영역을 새삼 자각했다. 그 속에서 날뛴들 언제 저 천상 세계, 춘향이가 말하던 도솔천(兜率天)에 닿을 수 있단 말인가.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그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우주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위에 있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의 표면에 발을 붙이고 머리는 탁 트인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우주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잠잠하던 가슴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sonsj@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황교안 대표, 혐오의 정치를 멈추라

    [강남순의 낮꿈꾸기] 황교안 대표, 혐오의 정치를 멈추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6월 19일 이주 노동자와 내국인을 동일한 임금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임금수준을 차등화하는 입법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국가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혐오’(xenophobia)의 전형이다. 나는 지금도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일을 하고 있으며, ‘외국인’이라는 표지를 지니고 한국 밖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왔다. 내가 처음 외국인이 되어 공부하고 살던 나라인 독일에서 나는 세금은 물론이고 아무런 ‘기여’조차 하지 못했지만, 각종 혜택을 독일 내국인과 동등하게 받았다. 학비도 전혀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혜택은 물론 주거 보조비(Wohngeld)와 아이 양육비 (Kindergeld)까지 꼬박꼬박 받으며 살았다. 이러한 독일에서 첫 번 외국인으로의 삶의 경험 이후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내게는 그 나라의 선진성과 후진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생겼다. 그들의 개인적·제도적·국가적 환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보장되는가이다. 혐오와 적대의 정치가 포용과 환대의 정치를 압도할 때, 그 사회는 아무리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어도 ‘후진국’이다. 나는 네 개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보았는데, 그 네 나라 중에서 가장 후진성을 보이는 것은 나의 고국인 한국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 종류의 혐오는 이분법적 사유방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두 축을 만들어서 그 두 축 사이의 우월과 열등을 설정하면서, 혐오의 씨는 그 뿌리를 내린다. 황 대표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이분법적 대치점에 세워놓는다. 그리고 전자(내국인)는 우월하고 기여하는 존재로, 후자(외국인)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열등한 존재’라는 왜곡된 가치판단을 적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외국인은 내국인과의 문화적· 종교적·인종적 상이성 때문에 내국인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생각을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작동시킨다. 그의 의식 속에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필경 피부색이 하얗고 기독교 문화에서 온 ‘백인’이 아니라,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소위 제3 세계 나라들인 비기독교 국가에서 온 ‘갈색인’일 것이다. 황 대표 스스로 자기 발언의 복합적인 함의를 인식하지 못했다 해도,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그의 이 발언에서 외국인 혐오, 인종 혐오, 계층 혐오, 그리고 종교 혐오를 동시적으로 느낀다. 제주도 예멘 난민들을 향한 기독교인들의 혐오는 이러한 혐오 정치의 구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3개의 종교를 일컬어 ‘아브라함 종교들’(Abrahamic religions)이라고 부른다.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간주하며, 이 세 종교는 아브라함을 기점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성서의 신은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아브라함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명령한다. 익숙한 고향을 떠나 ‘주인/내국인’으로의 삶을 벗어나서 ‘손님/외국인’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아브라함은 비로소 이름도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바뀌면서 ‘믿음의 조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외국인으로의 삶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인/내국인’의 환대이다. 그 환대는 개인적 환대이기도 하고, 국가적·제도적 환대이기도 하다.황 대표가 믿는다는 기독교는 ‘무조건적 환대’를 강조한다. ‘자신의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우리에게 속한 사람처럼 대하고,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외국인들을 사랑하라’ (레위기 19:33-34)고 하며, ‘아무런 조건 없이 낯선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라’ (로마서 12:13) 고 한다. 예수의 외국인 환대에 대한 가르침은 그 정점에 이른다.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이라고 알려진 예수의 말에서 (마태복음 25장), 예수는 사람들이 심판받는 여섯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최후 심판’의 기준을 보면 그 어느 것도 소위 ‘종교적’인 것이 없다. 다만 어떻게 타자에 대하여 환대를 실천하는가가 그 유일한 기준이다. 그 여섯 가지 기준 중 하나가 ‘낯선 사람들’(the stranger)에 대한 환대이다. ‘낯선 사람들’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낯선 사람들’이다. 혐오와 차별이 아닌 환대와 포용이 예수가 ‘최후 심판’이라는 긴박하고 절실한 메타포를 써서 가르치려고 한 ‘복음’의 핵심이다. 낯선 사람들, 즉 외국인들을 환대하는가가 소위 ‘구원’을 받는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익숙한 고향을 떠나서 낯선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가 도착한 곳에서 자신을 적대가 아닌 환대로 맞아주는 사람들의 배려이다. 신이 아브라함에게 고향을 떠나 ‘외국인’으로서의 삶을 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성서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종교에서 환대가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실천이라는 환대의 필요성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자 함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세 종교에서 소위 ‘아브라함적 환대’(Abrahamic hospitality)는 매우 중요한 실천적·종교적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기독교의 핵심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내국인·외국인’의 경계는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이라는 지리적 영토를 벗어나자마자, 모든 ‘내국인’들은 ‘외국인’으로 살아야 한다. 즉, 도착지의 내국인들의 환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삶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더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국가적 경계는 이전과 같은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초경계적 삶, 초국가적 삶이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내국인이면서 외국인이기도 하고, 외국인이면서 내국인적 삶을 사는 ‘디아스포라적 의식’(diasporic consciousness)을 체현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점에서 21세기의 사회는 ‘낯선 사람들’ 즉 외국인에 대한 환대를 어떻게 개인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실천하는가에 따라 그 성숙성 또는 미성숙성이 규정될 수 있다. 내국인에 대한 ‘환대’가 외국인에 대한 ‘적대’에 의해서 작동될 때, 그 ‘내국인-환대’와 ‘외국인-적대’의 메커니즘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타자들에 대한 극도의 폭력과 살상을 일으켜왔다. ‘모든 이들’의 자유와 평등을 그 주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반(反)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황 대표가 독실한 신자로 몸담고 있다는 기독교 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반(反)기독교적’이다. 한 사회의 ‘낯선 사람들’은 외국인만이 아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아이 등 주류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주류적 관점에서 보면 ‘낯선 사람들’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혐오는 도를 넘었다. 2019년 1월 국가 인권위원회는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그 중요한 혐오차별 대응 기획단에 반대하기 위해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지난 6월 14일 ‘혐오차별로 포장된 동성애독재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그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로 와서 시위를 해오고 있다. ‘동성애 독재’라는 희귀한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앞장서서 모든 종류의 혐오와 차별을 반대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마치 기독교적 가치인 것처럼 혐오 정치를 강화하고 확산하고자 헌신한다. 혐오 정치가 한국사회의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에게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도구가 되는 현실이다. 혐오 정치의 위험성은 혐오자들 자신의 인간됨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혐오대상들에게 지독한 ‘존재적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황교안 전도사’라고도 불리는 황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기독인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혐오 정치의 길로부터 돌아서서, ‘환대의 정치’로 전환하기 바란다. 예수는 ‘혐오’가 아니라, ‘환대’를 가르쳤으며, 그 환대의 원을 확장하는 것이 예수를 믿는다는 기독인들의 중요한 과제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숙한 민주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그때의 사회면] 꼬방동네 서민의 팍팍했던 삶

    [그때의 사회면] 꼬방동네 서민의 팍팍했던 삶

    1980년대까지 전국에서 사람들은 서울로 모여들었고, 서울 인구는 급증했다. 밑바닥 서민층 또는 빈곤층으로 편입된 이들은 주로 일용직에 종사하며 판잣집에서 힘겹고 팍팍한 삶을 이어 갔다. 남자가 당장 할 수 있는, 그래도 손쉬운 일은 막노동이었다. 공사판 노동시장은 창신동, 신촌로터리, 영등포, 삼양동 등지에 형성돼 있었다. 막노동 말고는 엿장수, 손수레 행상, 노점상, 지게꾼, 구두닦이, 신문팔이, 껌팔이, 보따리 행상, 웨이터, 외판원, 때밀이 등의 직업을 선택했다(동아일보 1983년 1월 24일자). 당시 서울에 노점상만 6만~7만개가 있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는 더 한정돼 여공, 가정부, 안내양, 미싱사, 다방 레지 등에 종사했다. 윤락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빠진 것도 생계유지의 이유가 컸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윤락촌이 종삼, 청량리, 용산, 도동과 양동, 미아리, 회현동 등지에 산재해 있었다. 1981년 서울시가 단속한 앵벌이, 부랑자, 걸인, 행려병자의 수도 5000명이 넘었다. 판잣집이 산을 뒤덮었고, 반면에 고급주택들도 이웃해 사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을 불과 수십 년 전까지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재개발된 사당동은 ‘가마니촌’이라 불렸는데 언덕배기에 6평짜리 블록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봉천동에는 3대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고, 구로동 ‘뚝방’에는 공단 종업원들에게 임대하는 방 60개짜리 집이 있었다. 이를 ‘벌통집’이라 불렀다. 한 방에 4명이 산다면 240명이 한 집에 산 셈이다(동아일보 1983년 1월 24일자). 이 밖에도 ‘문바위골’, ‘밤나무골’, ‘희망촌’, ‘거북바위’, ‘밤골’, ‘양지마을’, ‘빨랫골’, ‘쑥고개’ 등으로 불리던 영세민 주거 지역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줄잡아 60여곳의 달동네가 있었다. 달동네를 ‘꼬방동네’라고도 했는데 판잣집의 일본어인 ‘하꼬방’에서 나온 말이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이 개봉된 것은 1982년 7월이다. 1984년 12월 서울시는 꼬방동네 47곳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올림픽 개최에 대비한 것이었다. 상계동도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서부이촌동, 불광동 등지의 무허가 주택 철거로 이곳으로 쫓겨 온 영세민 세입자들은 재개발로 또 한번 집을 잃었다. 국제대회를 앞둔 재개발 밀어붙이기로 철거민들의 저항은 거셌다. 그때도 영세민촌 주택의 80%가 무허가 건물이었고, 52%는 단칸방에 거주하고 있었다(동아일보 1989년 11월 21일자). 꼬방동네에는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작은 보금자리를 잃은 서민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미국 뉴욕의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우연히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려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 그 힘을 하나하나 깨달아 가던 피터는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친구를 한껏 혼내 주며 우쭐해진다. 중고차 살 돈을 마련하려고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이웃집 소녀에게 잘보이고 싶어서다. 무지막지한 챔피언을 상대로 3분만 버티면 3000달러를 준다는 대회인데, 피터는 챔피언을 손쉽게 거꾸러 뜨린다. 그러나 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손에 쥐어진 것은 단 100달러. 마침 대회 사무실에 무장 강도가 들이닥쳐 돈을 털어 가지만 강도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는 피터는 애써 외면한다. 터덜터덜 밖으로 나와 보니 자신을 마중 나왔던 벤 삼촌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복수심에 불타 범인을 뒤쫓은 피터. 범인을 잡고 보니 조금 전 자신이 방관했던 그 강도다. 피터는 벤 삼촌에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을 곱씹게 된다. “큰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영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다.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외면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도 목도할 수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10년 전, 6년 전 불거졌을 때, 검찰의 입버릇인 ‘거악 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편부당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갖가지 의혹의 진위가 상당수 규명됐을 게 분명하다. 적기를 놓쳐 증거가 흐려지고 공소시효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는 수사 의지가 하늘을 찔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벌인 이번 수사 또한 부실하다는 ‘예견된’ 비판을 받고 있다. 진상 규명은 공염불로 만들고 갈등과 불신은 부풀리는 등 만만치 않은 사회적인 비용까지 발생시킨 원죄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큰 문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년 6개월간 활동하며 검찰권 오남용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징계나 처벌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이 검찰뿐이랴. 사법부는 2년 넘도록 사법농단 사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임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해 십수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직권남용죄 법 조항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상황이 이러니 큰 책임을 스스로 알아서 다하겠거니 개개인의 선의에 맡겨 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법 왜곡죄 도입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을 처리하며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소시효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법 왜곡죄 적용 대상을 경찰 공무원까지 확대하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이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엊그제 발의하기도 했다. 사법정의 실현의 책무가 방기돼 사법정의가 지연되거나 어그러지는 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진다. 그러고 보니 법 왜곡죄와 관련해 개점휴업 수준이 아니라 폐업 상황인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뼈에 새겨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평균 연봉 1위 직업을 뽐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의 권한과 인원을 줄이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간단한 이치인데, 이를 내팽개치고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다.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행동하는 양심’/손성진 논설고문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데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쳐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탓하고 싶다. 옹졸하고 이중적인 셈이다. 좌판을 벌여놓은 할머니가 파는 물건을 몽땅 사주고 싶었던 적이 있지만, 실제 하나라도 산 일이 기억에 많이 없다. 산동네에 연탄을 날라다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선행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동참하지 못했다. ‘감정노동자’라는 여성 텔레마케터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막상 전화가 오면 받지도 않고 끊거나 끝까지 들어주지도 않고 통화를 서둘러 끝내 버린다. 마음이 성자(聖者)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범인(凡人)의 수준에도 못 미침을 안다. 마음만 부처이고 예수인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뜻한 대로 좋은 일을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심’들을 우리는 어렵잖게 만난다. 5년 동안 폐지를 팔아 모은 돈 500만원을 강원도 산불 피해자를 돕는데 써달라고 기부한 할머니가 있다. 손수레에 가득 실은 폐지를 팔아야 3000원을 받는다니 2000번 가까이 수레를 끌어 모은 돈을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언젠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 또한 변명임을 잘 알고 있다. sonsj@seoul.co.kr
  • 강승윤 고백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강승윤 고백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위너 강승윤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최근 인생 현타를 맞았다고 고백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위너 멤버 중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뽑히며 시청자들의 ‘맴찢’을 유발할 예정이다. 오늘(12일) 밤 11시 5분 방송 예정인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김구산, 연출 최행호, 김지우)는 은지원, 규현, 위너 강승윤, 이진호가 출연하는 ‘만나면 좋은 친구’ 특집으로 꾸며진다. 강승윤은 최근 인생 현타를 맞은 사연을 고백한다. 위너 멤버 중 가장 불쌍한 사람 1위로 뽑혔다는 그는 최근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가운데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그런가 하면 강승윤은 윤종신과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밝히며 궁금증을 드높인다. 그들은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과 참가자 사이로 만나 관계를 이어온 바. 그들이 10년 만에 ‘이것’을 정리한 후 더욱더 돈독한 사제지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승윤은 위너 멤버들의 ‘라디오스타’ 출연 비하인드도 밝힌다. 위너 멤버 전원이 ‘라스’ 출연 경험이 있는 가운데 그들 모두 녹화가 끝난 후 한숨만 푹푹 쉬었다고. 그러나 유일하게 이승훈만 아니었다며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또한 강승윤은 위너의 ‘MILLIONS’ 탄생 비화를 밝히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팔꿈치’에서 시작된 이 곡은 그는 별명 ‘핑꿈치’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이어 그는 팔꿈치를 비롯해 몸 구석구석 자랑을 이어가 웃음을 자아냈다는 후문. 뿐만 아니라 강승윤은 현장에서 포토그래퍼로 변신하며 기대를 모은다.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MC 중 완벽한 피사체가 있다며 사진 열정을 불태운 것. 직접 카메라까지 챙겨온 그는 감성 넘치는 인생 사진을 선사하며 모두를 감탄케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강승윤은 규현과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민다. 그들은 ‘본능적으로’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는 후문. 이에 윤종신 역시 흐뭇하게 바라보며 훈훈함을 자아냈다고 전해진다. 강승윤의 인생 현타 고백은 오늘(12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러시아, 여성끼리 엉덩이 때리는 신종 경기 ‘엉뚱한’ 대회

    러시아, 여성끼리 엉덩이 때리는 신종 경기 ‘엉뚱한’ 대회

    러시아에서 탄생한 독특한 챔피언십이 하나 있다면 바로 남성들끼리 뺨을 때려 고통을 참지 못하고 물러나면 지게 되는, 일명 ‘뺨 때리기 챔피언십‘이다. 대회 자체는 물론 대회 우승자들 또한 많은 외신을 통해 꾸준히 알려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쌓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회 성격이 너무 가학적이라 경기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픔과 고통이 상품화됐기 때문일까. 하지만 불에 기름 붓듯, 또 하나의 가학적 경기가 러시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이번에 여성들끼리 상대방의 엉덩이를 때리는 대회다. 이름하여 ‘엉덩이 때리기 챔피언십(The Booty Slapping Championships)’. 지난 10일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TV 뉴스채널인 RT가 이 엉뚱한 경기를 소개했다. 경기장 한 구석에 써있는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라는 문귀처럼, 경기에 참가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상대방의 손에 맞긴 채 고통을 참는다. 경기 규칙은 놀랄 것 없이 매우 간단하다. 나름대로 한 운동했다고 자부하는 여성들이 모여 상대방 엉덩이를 서로 때리면 된다. 엉덩이를 맞는 선수가 넘어지거나 혹은 몇 걸음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지는 경기다. 누구나 참여할 순 있지만 참가자들의 면모를 보면 남자들도 한 대 맞으면 나가 떨어질 듯 다부진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아무 생각없이 참가했다가 봉변 당할 수도 있단 뜻이다. 이 대회 우승자 중 한 명은 피트니스 블로거로 유명한 아나스타샤 졸로타야(Anastasia Zolotaya)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운동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 속 그녀가 선보인 다양한 운동 모습들은, 이 ‘엉뚱한’ 대회에서 그녀가 자신의 엉덩이를 어떻게 단련해 우승할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든지 쉽게 되는 법은 없다는 진리가 입증된 셈이다. 아무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엔 별의별 대회들이 다 있다지만 상대방의 뺨과 엉덩이를 때리며 기쁨과 쾌감을 느끼는 이런 종류의 대회들이 계속 생겨나는 현상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사진 영상=ВСЕГО ПОНЕМНОГУ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와우! 과학] 4만 년 전 거대한 크기 ‘늑대 머리’ 시베리아서 발견

    [와우! 과학] 4만 년 전 거대한 크기 ‘늑대 머리’ 시베리아서 발견

    한때 지금의 시베리아를 주름잡았던 거대한 늑대의 머리가 발견됐다. 최근 러시아 영자매체 시베리아 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시베리아 북동쪽 야쿠티아 지역의 영구 동토층에서 4만 년 전 2~3세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대 늑대의 머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지역 주민에게 처음 발견된 이 늑대 머리는 전체적인 모습이 현재의 늑대와 비슷하지만 덩치는 훨씬 크다. 머리의 지름만 40㎝에 달해 현대 늑대 몸길이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된 사진에서 드러나듯 고대 늑대는 마치 최근에 죽은 것처럼 털, 뇌, 근육 등이 거의 완전히 보존된 상태다.연구를 이끈 사하공화국 과학원 알버트 프로토포포브 박사는 "다 자란 홍적세(洪績世) 시기 늑대가 이렇게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면서 "털, 송곳니, 피부조직, 심지어 뇌 조직까지 겉보기에 멀쩡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 늑대의 물리적, 생태학적 특성을 연구해 현대의 늑대와 사자와 비교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팀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직후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사자 새끼도 발견했다. 이 새끼는 길이 40㎝, 몸무게 800g 정도로 역시 근육, 장기, 뇌 조직모두 그대로 보존된 것이 특징이다.다소 생소한 이름의 동굴사자(cave lions)는 지금으로부터 258만~1만 년 전에 해당되는 시기인 신생대 홍적세(洪績世) 중기부터 후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했던 고대 동물이다. 이들은 영국에서부터 추코트카(러시아 극동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했으며 학자들은 현대 사자의 가까운 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굴사자는 1만 년 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굴사자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의 개체 수 감소가 멸종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간 일촉즉발의 격랑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중 간 일촉즉발의 격랑이 일고 있는 남중국해

    누가 더 무모한지를 다투는 ‘치킨게임’을 떠올릴 정도로 불꽃튀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중국 군사기지화를 놓고 일촉즉발의 격랑(激浪)이 일고 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판매 추진을 밝히며 ‘대만 카드’를 빼들자 중국이 경항공모함을 실전 배치하는 등 남중국해에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7일 대만 연합조보(聯合早報)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에 2만t급 이상 경항공모함 2척을 실전 배치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남중국해에서 펼쳐진 인민해방군 해상훈련 때 중국이 자체 건조한 강습상륙함 ‘창바이산(長白山)함’과 ‘우즈산(五指山)함’을 동원한 것이다. 두 경항모는 길이 210m, 폭 28m로 배수량이 2만t을 넘는다. 두 함선의 배수량을 합치면 4만 9000t에 이른다. 특히 우즈산함은 지난 4월 하순 산둥(山東)성 칭다오(?島) 인근 해상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참관한 가운데 개최한 중국 해군 창건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 첫선을 보였다. 만재 배수량이 2만 9000t에 이르는 우즈산함은 일본의 경항모로 배수량이 2만 7000t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능가하는 규모이다. 우즈산함은 대형 헬기와 탱크, 장갑차, 공기부양정, 병력 수백 명을 싣고 신속히 이동해 상륙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미국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앞서 중국의 이 같은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포문을 연데 대한 중국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앞서 보고서를 통해 ‘대중 공격’의 불을 지폈다. 미군 해군전쟁대학은 지난달 16일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이 지난 10년간 건조한 전함 수는 미 해군의 4배 가량이며, 중국은 300척 이상의 전함·잠수함을 보유해 아시아에서 최대 해군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어느 한 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배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면서 “중국의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에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2일 “최근 들어 역외 국가들이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남해에 나가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는 남해 최대의 불안정, 불확실 요소”라고 맞불을 놨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 주권을 침해해 불신을 낳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즉각 대만 카드를 빼들었다. 미 정부가 대만에 20억 달러(약 2조 370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데,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그러면서 무기 판매 제안에 대한 내용이 미 의회에 비공식적으로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가 추진하는 무기 판매에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409기, 기동용 방공 시스템에 쓰이는 스팅어 미사일 250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M1A2 에이브럼스 전차가 도입될 경우 대만의 지상전 능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만 정부의 판단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만은 최신예 F-16V 전투기 66대의 구매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31일에도 보잉이 제작하는 정찰용 드론 ‘스캔 이글’ 34대를 말레이시아(12대)와 인도네시아(8대), 필리핀(8대), 베트남(6대)에 모두 4700만 달러에 판매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 국방부는 스캔 이글을 판매하면서 예비 및 수리 부품과 지원 장비, 훈련 및 기술 서비스도 제공하며, 장비 관련 작업은 2022년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주변국에 정찰용 드론을 판매함에 따라 이들 국가는 중국의 남중국해 역내 도발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미 의회도 가세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제재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전,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나 정책에 관여한 개인이나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 비자를 철회하거나 불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또 미 국무부가 남중국해의 분쟁지역에서 건설이나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한 중국인 개인이나 회사들을 파악해 6개월 단위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체적인 감시 대상 활동에는 분쟁지역 내 토지 개간, 인공섬 조성, 등대 건설, 모바일 통신 인프라 건설 등이 포함된다. 이 법안은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의 분쟁 소지가 있는 동중국해에서 ‘평화, 안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관여한 중국인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서도 같은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미국은 무력 시위에도 나섰다.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19~20일 미사일 구축함 프레블함이 대만해협을 지나 중국이 점령한 남중국해의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黃嚴島)를 12해리(22㎞) 이내로 접근해 항해했다고 밝혔다. 프레블함은 앞서 2월에도 세 번에 걸쳐 남중국해를 통과했다. 또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의 찰스 브라운 사령관은 지난달 19일 마닐라에서 “미 전투기들이 매일 남중국해 일대를 비행한다”고 확인했다. 지난달 6일에도 미국은 군함 두 척을 남중국해에 파견해 항해하도록 했다. 미군은 이 같은 항해가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외국 선박도 자유롭게 타국 영해를 통과하도록 국제법이 보장한 ‘무해 통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의 남쪽 관문인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LCS) 2척을 처음으로 전진 배치한다고 공개했으며, 지난 3월에는 전투병 1만명을 필리핀이나 태국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 지역 국가와 합동 훈련도 강화했다. 지난 4월 미국은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가 탑재된 미 강습상륙함 와스프(WASP)함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합동훈련을 했다. 중국 역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남중국해는 중국에 에너지의 70%와 무역의 8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의 핵심이익인 만큼) 단 1인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달 12일 하루에만 중국판 이지스함인 052D형(旅洋Ⅲ-class) 구축함 2척을 동시에 취역하는 등 전체 목표 30척 중에서 20척을 이미 배치했다. 중국은 러시아 함대와 함께 4월 말 서해에서 합동훈련을 했으며, 3월 말에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2대의 선양 젠(殲·J)-11 전투기를 대만해협의 중간선 너머로 보내 대만 정부의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미 상원의원들의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제재법안’(South China and East China Sea Sanctions ACT) 발의에 대해서도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면서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루 대변인은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중국의 주권 범위내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중 관계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오지 않도록 미국 측이 입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