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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뭘 사과했는지 알 수 없어”

    “박근혜, 뭘 사과했는지 알 수 없어”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는 불완전한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박정희 정권에서 아버지인 최종길 교수를 잃은 최광준(47)씨는 지난 24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를 “진정성 없는 사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63)씨도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대체 뭘 사과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박 후보를 비판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과 역사정의 실천연대 주최로 열린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라는 대담회에 참석해 “과거사 청산의 필수 전제는 제대로 된 사과”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최씨의 아버지 고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는 1973년 10월 유신헌법 반대시위를 벌이다 잡혀간 법대생들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간첩죄로 수사를 받다 사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장씨는 “유신 체제에서 말 못할 피해를 겪은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면서 “이번 기회에 역사를 바로 세워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시민·전문가가 본 ‘음란광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는 인터넷 언론 잘 들어. 들어가보면 기사는 뒷전이고 민망한 성인 광고들만 가득 차 있지. 명심해, 이런 민망한 광고 당신들의 아이도 본다는 걸.” 지난 8월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용감한 녀석들’이 언론의 음란성 광고를 향해 날린 직격탄이다. 웃음으로 포장됐지만 이 ‘용감한’ 발언은 음란성 광고와 성인용 화보로 가득찬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민들은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하나같이 “언론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윤세화(39)씨도 언론사 홈페이지 탓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윤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한 여성 연예인의 ‘섹시화보’에 접속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윤씨가 “왜 이런 것을 보고 있느냐.”고 다그치자 아들은 대답 대신 “왜 화를 내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윤씨는 “솔직히 아들이 ‘뭐가 잘못이냐’고 물어서 당황했다.”면서 “때가 되면 필요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부모보다 인터넷을 통해 성에 대해 배우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어린 아들이 쉽게 섹시동영상 접속” 중학생 딸을 둔 주부 고미현(43)씨의 고민도 비슷하다. 고씨는 “언론사 웹사이트를 보면 ‘가슴 확대’, ‘조루증 해소’처럼 민망한 광고가 가득하다.”면서 “딸에게 교육용으로 보여주고 싶은 기사가 있어도 성인 광고 탓에 망설여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란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문제는 접속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접속하느냐다.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지만 언론사의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에 대한 의식을 둔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양모(14)군은 “언론사 홈페이지는 주로 아이돌이나 연예인 화보를 보려고 찾는다.”면서 “솔직히 ‘야동’(음란 동영상)도 보는 마당에 언론사 홈페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언론사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적 충동이 강한 시기에 언론사의 음란성 화보에 익숙해지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면서 “성범죄를 촉발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을 좇아 성인용 콘텐츠에 열을 올리는 언론사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음란물이 성범죄 원인이라더니…”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김모(32) 경사는 “음란물이 성범죄의 원인이라면서 음란성 광고를 올리는 태도는 어불성설”이라면서 “언론사도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정적 콘텐츠는 결국 언론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현실적 사정은 이해하지만 언론의 본분을 생각한다면 성인용 콘텐츠보다는 다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車밑바닥 구멍뚫어 살포… 제작·배포 지능화, 단속반 사라지자 중고생 학원가 전단지 가득

    “숨바꼭질이죠. 매일 반복되는.” 최갑영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과 수사총괄팀장은 음란 전단지 단속을 이렇게 정의했다. 서울시가 2008년 특별사법경찰관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음란 전단지를 단속해 왔지만 술래잡기는 좀처럼 끝날 줄 모른다. 단속반이 출동하면 전단지가 사라진다. 단속반이 돌아가면 거리의 주인은 다시 낯뜨거운 전단지가 된다. 지루한 숨바꼭질을 지켜보는 건 아이들이다. ●특별사법경찰관제 4년… 숨바꼭질 반복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서부수사팀과 동부수사팀 22명이 합동 단속을 벌인 강남구 선릉역 일대. 선릉역과 역삼역 주변은 현재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지역이자 음란 전단지 배포 구역이다. ‘여대생과의 순수하고 풋풋한 만남’처럼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함께 반라의 여성 사진이 실려 있는 전단지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지난 4년간 음란 전단지는 제작부터 배포까지의 전 과정이 지능화됐다. 단속 초기처럼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광고하는 전단지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대신 넌지시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이 늘었다. 배포자를 적발하더라도 성매매 전단이 아니라고 우기면 현행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도보·오토바이·차량조로 나눠 살포 배포 방식도 지능화됐다. 2~3명으로 이루어진 ‘도보조’뿐 아니라 ‘오토바이조’ ‘차량조’의 조직적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차량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차에서 전단지를 살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최 팀장이 ‘전문 배포꾼’이라고 설명한 이들은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적발되더라도 수십만원의 벌금만 내면 그만인 데다 벌금도 성매매업소에서 대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 방식도 진화됐다. 알선책이 인쇄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연결하고 거래는 온라인과 택배를 통해 이뤄진다. 한쪽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적발하기는 어렵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성매매업 전체가 아닌 전단지 배포에 대한 단속 권한만 가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20일 단속 현장에서 전단지 배포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최 팀장은 “어디선가 단속반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숨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 같은 장소를 다시 찾았을 때는 완전히 달랐다. 거리는 음란 전단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 주던 이모(52·여)씨는 “오후 5시쯤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와서 여기저기 흩뿌리더니 금세 사라졌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41·여)씨는 “아침마다 전단지 치우는 게 일”이라면서 “인터넷 음란물도 문제지만 주변에 학원도 많은데 낯부끄러워서 애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 압수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단지 유포자 65명을 검거하고 39명을 형사입건했다. 3월 이후에만 123만여장의 음란 전단지를 압수했다. 그나마 적발하지 않았으면 거리에 뿌려졌을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성매매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전단지 배포도 계속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최 팀장의 뒤로 미술 학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음란물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걱정돼요.”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 광고를 규제해 달라.”는 취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 청원서를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다는 배재고 2학년 노지명(18)군의 말이다. 청원에는 노군을 비롯한 ‘좋은 학생, 좋은 교사들의 모임’(Good Students and Good Teachers·GSGT) 소속 2500여명 등 총 1만여명의 학생, 교사들이 동참했다. ●“음란 스팸메일 하루 7통 이상” 청소년이 청소년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음란물 탓이다. 지난 21일 배재고 남준근, 노지명, 박준상 등 동갑내기 세 학생과 나눈 얘기는 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따끔한 질타였다. 청원에 학생 대표로 참여한 남군은 “단순히 광고에서만 문제를 느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인물은 인증이라도 거치지만 음란 광고와 사진은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다.”면서 “넘쳐나는 음란물 중 최소한 광고만이라도 규제해 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음란물을 보고 공유하는 행위는 일상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방식과 수법은 나날이 ‘진화’한다. 컴퓨터로 내려받은 파일을 스마트폰에 숨기는 것은 예사다. 음란물을 포털사이트 웹하드에 올리고 페이스북의 비공개 모임을 통해 또래끼리 공유하거나 아예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음란 사이트 계정을 함께 쓰는 일도 있다. 성인인증은 걸릴 가능성이 적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주민번호로 간단히 해결한다. 카카오톡으로는 링크를 전달한다. 팝업창을 통해 우연히 음란물을 처음 접했다는 박군은 “하루에 많게는 7통까지도 음란성 스팸 메일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 학생도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 박군은 “솔직히 청소년기에 호기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음란물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남군은 “음란물이 곧바로 성범죄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성범죄의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군은 “누군가 음란물을 보고 내 가족을 향해 나쁜 생각을 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는 노군은 “성적 개방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잘못된 性관념 가질까 걱정” 학생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걸어 놓은 야한 광고를 자식들이 본다면 어떨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한국 조산원 “출산중 아기 죽었다”…입양 수수료 챙기고 호주로 입양

    최근 호주의 한 방송사가 20여년 전 호주로 입양된 한국계 호주인 여성의 충격적인 사연을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입양 수수료를 챙기려고 한국의 한 조산원이 친부모에게 “출산 중 아기가 죽었다.”고 속인 뒤 이 여성을 호주로 입양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호주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의 민영방송사 SBS는 1988년 경남 거제시의 한 조산원에서 태어난 후 호주로 입양됐다는 에밀리 윌(24·가명)의 사연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윌은 이상 없이 태어났지만, 조산원 측은 친아버지에게 “아이가 사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부모는 실의에 빠졌지만 비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는 입양 수수료를 타내기 위해 조산원이 꾸민 거짓말이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 경남 진주시의 한 입양기관으로 옮겨졌고, 5개월 뒤 호주로 입양됐다. 입양 서류에는 “혼전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했다.”고 적혀 있었다. 진실은 지난해 윌이 자신의 두 아이를 위해 한국의 친부모를 찾으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윌은 “(친부모를 모르니) 내 아이들에게 어떤 유전적 질병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친부모를 찾아 나섰다. 지난해 23년 만에 친부모와 재회한 윌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친부모가 출산 당시 혼인한 상태의 부부였고, 아이는 죽은 줄 알고 있었다는 것. 조산원이 거짓으로 사산 통보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호주에서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호주인 리 푸(25)는 “아무리 어려웠던 시기라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들의 잃어버린 삶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단 호주 네티즌(juyon*******)도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돈이라면 아이도 사고파는 탐욕과 혼외 출생아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호주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사문서 위조에 해당 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7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차칸남자’는 한글 파괴… 표현 자유와 별개”

    “‘차칸남자’는 한글 파괴… 표현 자유와 별개”

    “굳이 소송까지 했냐고요? 한글이 무너져 가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대로(65)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결연해 보였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한글학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KBS 2TV에 방영 중인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의 제목이 한글 파괴에 해당한다며 지난 13일 서울 남부지법에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에 착수했고, 이 대표를 만난 지 하루 만인 18일 KBS는 드라마의 제목을 ‘착한남자’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라면서 “이 기회에 우리의 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초대 회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한글 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장, 한글문화원 고문, 국어단체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글 지키기의 역사가 이 대표에게는 자신의 삶이 남긴 발자취와도 같다. 일제 치하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우리 말을 되살려 낸 것이라 그의 노력은 더욱 값지다. 그런 그에게 ‘차칸남자’와 같은 한글 파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글을 넘어 한글학자와 한글운동가들이 걸어온 길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제작진과 젊은 시청자들이 영화 ‘말아톤’을 예로 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공영방송이 언어 사용에 있어 지켜야 할 가치가 표현의 자유에 앞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드라마의 제목이 제작지원사 ‘치킨마루’와 비슷한 점을 지적하며 “돈만 내면 한글을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글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외국어와 외래어의 사용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무감각하게 한글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10년 넘게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네티즌’ 대신 ‘누리꾼’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도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에서다. 이 대표는 18일에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표의 한글 사랑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한글 운동에 뛰어들던 이 대표는 내처 이택로(李澤魯)라는 한자 이름을 순우리말인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대로, 우리말을 이대로 지키자는 결기로 읽힌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 발가락으로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 발가락으로

    지난달 21일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내부에 천막을 세웠다. 지하철역 내부에 천막이 세워지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18일로 29일째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회원들이다. 장애등급제란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 보조 서비스 등의 복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장애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많다. 지적장애 2급인 김모(36·여)씨가 그런 사례다. 김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다 2010년에 시설을 나왔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 중증 장애인에게 한정돼 있다.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김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제도 부작용이 크다. 지난 2월 경남 양산시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낸 60대 지체장애 남성은 부양의무제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 남성은 취직한 둘째 딸에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0만원의 생계비가 18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게 낙담한 그는 생활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 접근에 바탕한 현실적 지원이다. 중증 장애 1급인 방상연(40)씨는 “장애 유형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출산과 취업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정치권의 지지도 이어지지만 갈 길은 멀다. 천막 농성을 함께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김유미(32·여) 교사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하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복지 예산이 부족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지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발표했지만 대선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적 판정 체계를 연구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김자인 올랐다…세계암벽 정상에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김자인(24·노스페이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자인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옴니스포 드 파리 베르시 체육관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볼더링 부문 5위에 올랐다. 전날 펼쳐진 리드 결선에서 2위, 속도에서 41위에 오른 김자인은 3개 세부 종목의 점수를 더해 순위를 가리는 종합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실 아베주(프랑스)와 클링어 페트라(스위스)가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낸 김자인은 리드에서 2009년과 지난해에 이어 3대회 연속으로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씻어 냈다. 한국 선수가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여자부 출전자로 유일하게 리드와 볼더링 결선에 모두 오른 점이 부각됐다. 세 종목은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한 선수가 고른 기량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리드는 몸에 로프를 걸고 높이 15m 정도, 경사 90∼180도의 인공 암벽을 제한된 시간에 더 높이 오르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다. 볼더링은 4∼5m 높이의 인공 암벽에서 주어진 4∼5세트의 과제를 많이 해결하는 선수가 이기게 된다. 속도는 높이 15m, 경사 95도의 인공 암벽을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 겨루게 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들 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달째 천막농성 장애인들 왜?

    지난달 21일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내부에 천막을 세웠다. 지하철역 내부에 천막이 세워지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18일로 29일째 천막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회원들이다. 장애등급제란 장애등급에 따라 활동 보조 서비스 등의 복지를 지원하는 제도다. 장애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많다. 지적장애 2급인 김모(36·여)씨가 그런 사례다. 김씨는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다 2010년에 시설을 나왔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활동 보조 서비스는 1급 중증 장애인에게 한정돼 있다.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김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제도 부작용이 크다. 지난 2월 경남 양산시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낸 60대 지체장애 남성은 부양의무제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 남성은 취직한 둘째 딸에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0만원의 생계비가 18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게 낙담한 그는 생활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이 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 접근에 바탕한 현실적 지원이다. 중증 장애 1급인 방상연(40)씨는 “장애 유형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출산과 취업 여부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과 정치권의 지지도 이어지지만 갈 길은 멀다. 천막 농성을 함께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김유미(32·여) 교사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하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복지 예산이 부족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지사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발표했지만 대선 후보로 당선된 문재인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개별적 판정 체계를 연구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하는데….” 20년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석근(57) 목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모(42)씨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뒤 이곳을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담안선교회는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7개 민간갱생보호시설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200여명의 출소자가 있다. 법무부 산하인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인천교도소장을 지낸 고 이정찬 목사가 1985년 설립했다. 출소자들은 원하면 최대 2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 담안선교회는 취업이 출소자들의 자립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용 재생 카트리지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이들을 돕고 있다. 임 목사는 서씨에 대해 “조금 더 이곳에 머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면서 “누군가 잡아 줬어야 할 때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지냈다. 나름의 사회생활도 하고 통제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혼자가 된 서씨는 다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임 목사는 서씨의 범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모든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출소한 2만 4626명 중 출소 후 3년 이내에 교정시설에 재입소한 비율은 22.5%에 이르렀지만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갱생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았던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0.4%에 불과했다. 특히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 5553명 중 초범 출소자는 8.5%, 2범 23.0%, 3범 30.7%, 4범 41.2%, 5범 이상은 50.1%를 차지해 출소자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담안선교회를 비롯한 갱생보호시설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위험천만한 범죄자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서영교(중랑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담안선교회의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월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 8000여명도 지역구 의원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법무부는 법무복지보호공단의 지역 지부를 새로 짓지 못하고 있다. 갱생보호시설과 지역 범죄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한 해 6만여명이 넘는 출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국립과 민간을 합쳐 800여명에 불과하다. 담안선교회에서는 지금까지 100쌍에 가까운 출소자가 결혼했다. 마약에 빠져 있던 한 여성 출소자는 남성 출소자와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이들도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한 뒤 새 삶을 찾은 임 목사의 말이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여대 학군단(ROTC)에서 복무 중인 장교가 간암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절반 넘게 이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 훈육관인 오윤정(33) 대위는 지난 7월 20여년 동안 B형 간염으로 고생하던 어머니(56)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종양 부위를 절제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암세포 때문에 절제가 어렵다며 간 이식 수술을 권고했다. 오 대위는 간 제공을 자청해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어머니에게 떼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모녀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 대위는 2002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남동생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 왔다.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수술 뒤 군 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오 대위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누구보다 고생이 많았던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수술을 자원했다. 2004년 여군사관학교 49기로 입대한 오 대위는 초군반 과정을 전체 1등으로 마친 뒤 여군이 드문 보병 병과를 선택해 중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학군단에서 사관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 대위의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오 대위에게 교육을 받은 성신여대 학군사관후보생 30명은 헌혈증 350장을 모아 오 대위에게 전달했고 성신여대 교직원들도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장인 구덕관 중령은 “오 대위는 사명감과 열정이 투철하고 근무 성과가 출중한 보기 드문 재원”이라고 평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다운만 받아도 처벌?… 야동男들 떨고 있다

    “다운로드만 받았는데 이런 것도 처벌 대상이 되나. 다들 비슷한 생각이겠지만 솔직히 난감하다.” ●일반 성인물은 유포자만 처벌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250개 웹하드 업체를 전수조사하는 등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제작 및 유포, 소지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자 그동안 생각 없이 ‘야동’을 즐겨 온 남성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처벌 대상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법 적용이 무리하다며 반발하는 의견도 표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음란물 단속 관련 대책 토론’ 카페에는 이달 들어 600건이 넘는 글이 쏟아졌다. ‘아동 음란물 유포죄로 경찰 조사를 받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일반 성인물의 유포나 다운로드도 처벌을 받느냐.’는 등 관련 내용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수원지검이 지난 4일 아동 음란물 단순 소지자를 기소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서자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 성인물은 유포에 대해서만 처벌한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유포와 다운로드까지 처벌한다. ●교복 입은 성인 여성은?… 논란 하지만 정확한 범위를 몰라 이를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복을 입은 성인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이 청소년 음란물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다. 경찰은 성인 여성이 출연하더라도 청소년으로 보일 수 있다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경찰로부터 조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한 네티즌은 “적발되면 성범죄자가 되느냐.”면서 “성범죄자가 되면 취업 제한이 되는지 알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을 위반하면 ‘강간범’으로 분류돼 학교 교사는 물론 학원강사로 취업하는 것도 제한된다. ●“모든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냐” 일부에서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음란물에 대한 처벌 기준과 법 적용이 자의적”이라면서 “그러면 여고생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 영화 ‘은교’도 처벌 대상이냐.”고 반문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애니멀 스피릿/오승호 논설위원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연소 최고경영자 출신 잭 웰치는 자서전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에서 “우리는 단지 국내총생산(GDP)을 따라 성장할 수 없었다. … GE는 GDP를 뒤따르는 객차가 아니라 앞에서 이끄는 기관차가 돼야 했다.”고 설파했다. 그는 투자와 관련해 정량화된 절차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경영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경영기획서의 내용을 참고한 프레젠테이션을 좋아한 적이 없다. 잭 웰치는 투자 결정은 육감에 따른다고 했다. 투자가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경제사상가 존 케인스는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경제활동은 야성적 충동의 영향을 적잖이 받는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늘 합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지 애커로프와 세계적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공저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에서 “경제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려면 야성적 충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고전 경제학의 핵심 용어인 것처럼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의 핵심 용어다.”라고 규정한다. 기업 투자가 경기 회복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가 살아나기에 앞서 투자 확대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잣대라 할 수는 없지만 기업들은 대략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기 3분기 이전쯤부터 투자를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분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3.5% 감소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연내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9일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설비투자가 크게 줄며 3조 4540억원의 부가가치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GDP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투자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66조 2542억원에 이른다. 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케인스의 주장에 따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경제적 결정은 행동에 대한 즉흥적인 욕구의 결과라고 한다. 모든 국가의 미래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가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기업들이 야성적 충동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까.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日 젊은이에 위안부 진실 알려야”

    “日 젊은이에 위안부 진실 알려야”

    교사 출신의 한 일본인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을 담은 우리 동화를 일본에서 번역, 출간해 화제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고서가 출간된 적은 있지만 동화가 일본어로 번역되기는 처음이다. 일본 도쿄도립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다 퇴임한 야스다 지세(66·여)는 지난 7일 일본 도쿄의 한 구립복지회관에서 자신이 직접 일본어로 번역해 출간한 장편 창작동화 ‘꽃에게 물을 주겠니’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동화는 작가 이규희씨가 쓴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를 번역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93) 할머니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9세 때 위안부로 끌려가 만주 등지에서 생활하다 광복 후 귀국했다. 황 할머니는 이후 6·25 때 전쟁고아 5명을 보살펴 결혼까지시키는 등 사회활동에 헌신했다. 야스다는 1992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관련 집회에 참석한 뒤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매년 3~4차례나 한국을 찾아 수요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열리는 위안부 증언대회 등의 안내를 맡으며 황 할머니와도 개인적인 친분을 다져왔다. 그녀는 “황 할머니를 모시고 출판기념회를 하고 싶었지만 고령으로 건강이 나빠져 함께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면서 “더 기다리고 싶었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더는 늦출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야스다는 일본에서 위안부를 부정하는 망언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녀는 “위안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우익들의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해야 할 일을 통해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도서관에 ‘꽃들에게 물을’이 많이 보급돼 젊은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커버스토리-혼외출생 1만명 시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마마’ 출연 김현진·최형숙씨와 유쾌한 수다

    “그런 놈들 북한으로 보내 버려야 돼. 정신교육에 그만한 데가 없다니까.” 양육 미혼모들을 다룬 백연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쓰마마’에 나오는 네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장지영(31)씨가 ‘비정한 아빠’에게 던지는 뒷담화다. 혼외출생 1만명 시대, 무책임한 남자와의 사랑 없는 결혼 대신 아이와 자신의 삶을 선택한 ‘미쓰마마’들을 만났다. 최형숙(41)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서(7)의 엄마다. “미혼이 아니라 모(母)가 중요하다.”는 최씨는 자기소개를 부탁하는 질문에 아들 이름부터 입에 올린다. 이들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낙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엄마를 이상하게 여긴다. TV 속 미혼모들의 삶이 늘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엄마라는 게 부끄럽지 않은 최씨는 ‘생얼’을 드러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어두운 시사프로그램 대신 버라이어티쇼에 나가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출산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씨는 오랫동안 연애하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준서를 임신했다. 임신 사실은 헤어진 뒤에야 알았다. 처음엔 낙태를 고민했다. 못할 짓이다 싶어 낳았지만 가족들은 입양을 강요했다. 마지못해 준서를 시설에 보냈다. 밤새 울다 다음 날 아이를 찾으러 다시 시설에 갔다. 갑작스러운 임신이었지만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씨는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최씨는 미혼보다는 비혼(非婚·결혼할 의지가 없음)에 가깝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 생긴 장점도 있다. 최씨에게는 눈치 볼 시댁이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집안일을 강요하는 남편도 없다. 최씨는 “월급만 가져다주고 아빠 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무슨 의미냐.”고 되묻는다. 혼외출생을 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혼전임신을 했을 경우 미혼남성(20~44세)의 21.5%, 미혼여성(20~44세)의 16.6%가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답했고, 미혼남성 56.6%, 미혼여성 60.7%는 ‘가능하면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남녀 모두 혼전임신이라도 출산은 필요하다고 여긴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항목에서는 미혼남성의 36.4%, 미혼여성의 36.5%만이 찬성(전적으로 찬성+대체로 찬성)했다. 이미 생긴 아이는 낳는 게 좋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많음을 보여 준다. ●“칙칙한 시사프로 대신 버라이어티쇼 나가고 싶다” 백 감독은 이에 대해 “가부장적 편견과 모순의 집결체가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과거 미혼모라는 사실을 수군대는 회사가 싫어, 입사 사흘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네살짜리 딸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현진(29)씨는 “미혼모라면 무조건 문란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장지영(31)씨가 “드라마에 나오는 미혼모는 왜 항상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구제받지? 혼자 애 키우면서 살아가면 안 되나?”라고 불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구제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또 다른 미혼모 원미현(가명·35)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지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냉정하게 낙태수술 예약을 잡더라.”고 8년 전 일을 회상했다. 원씨는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았지만 차마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고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 친부는 ‘혼인신고를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통보를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원씨는 “당당한 싱글맘으로 살려해도 ‘사생아’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를 보며 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이처럼 현실 속의 양육은 오롯이 여성들 몫이다. 통계청이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총가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여성은 16만 6609가구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남성 1만 8118가구에 비해 크게 앞섰다. 미혼여성이 13만 3234가구, 미혼남성이 9218가구였던 2005년 조사보다 ‘싱글대디’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차이는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사회규범적 의식과 현실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성들은 ‘나는 낙태하라고 했는데 네가 좋아서 낳은 거니까 책임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하지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원하게 하는 등 법적 책임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양육의 1차적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강하다.”면서 “모유 수유 등의 측면에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혼외출생에 대한 편견은 미혼모 자신에게 그치지 않는다. 미혼모의 부모와 자녀도 똑같은 편견에 시달린다. 김씨는 “부도덕한 미혼모를 만든 부모도 똑같다고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최씨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연을 끊자.”고 했다. 경상도 출신인 최씨의 아버지는 다음 날 변기통을 부여잡고 남몰래 펑펑 울었다. 김씨는 “솔직히 엄마는 평생 내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해 주는 건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도 “출산을 반대하던 오빠가 지금은 ‘내가 왜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미혼모부터 검색해 보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엄마,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해?”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지만 미혼모들이 사회인으로 홀로 서기를 하기란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정부는 가족관계법·한부모가족지원법 등에 따라 혼외출생자들을 지원하고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양육 미혼모의 54.7%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고 있다. 자녀가 18개월 미만일 경우 월평균 63만원을, 36개월 이상은 32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취업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미혼모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신, 출산과 관계없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모의 95%가 ‘임신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답했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혼모라는 이유로 채용에서의 불이익도 크다고 적었다. 여성가족부는 ‘미혼임산부 및 미혼모에 대한 직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추진 중이다. 비양육 미혼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법안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씨는 미혼모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대외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비슷한 처지의 양육 미혼모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기업 ‘용감한 컵케이크’에서 제빵 일을 돕다 얼마 전 그만뒀다. 최씨는 직장 탓에 집에 늦게 돌아오는 날도 많다. 준서는 그런 엄마를 두고 “왜 안 놀아주느냐.”며 울먹인다. 사회적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서 미혼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울먹이던 준서는 “엄마는 왜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하냐.”고 묻는다. “빨리 일 끝내고 와서 놀아달라.”며 보채는 것이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김씨는 용감한 컵케이크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에 창업 지원 자금을 신청했다 지난 4일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씨는 “혼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좀 떨어지긴 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포기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커플룩을 판매하는 의류 매장을 운영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양육 미혼모뿐만 아니라 사실혼이나 동거관계에 있는 신가족들도 결혼을 기준으로 짜여진 사회 제도 속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실혼·동거 관계 역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비롯, 세제혜택과 상속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 특별청약을 실시하는 보금자리주택은 혼인신고를 한 가족에게만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도 다자녀가구, 3세대 가구 등 대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실혼 관계라 해도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도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공제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편견과 차별로 엄격하게 대하기보다는 생활과 양육에 필요한 지원을 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한편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정부나 기성세대들은 ‘그렇게까지 지원해야 하나.’고 되묻는다.”면서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변화의 산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혼외출생, 이혼, 비혼(非婚) 등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들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혼외출생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자 2006년부터 법적부부의 출산과 혼외출산을 구별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자녀를 양육하는 자체로 가족수당, 양육수당을 받고 출산·육아휴직 등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는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정연구소 소장은 “프랑스는 정식부부보다 혼외출생에 대한 지원·혜택이 더 잘돼 있다.”면서 “그래서 결혼보다 동거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초래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아동부양비와 양육수당, 교육유지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과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미혼모들에게 주택·건강·부모교육·고용훈련 등을 제공하는 슈어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독일도 최저생계비·부모수당을 지급하며 모성보호법 등에 근거해 10대 미혼모의 교육권까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조은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장준하 타살규명’ 국민대책위 발족

    장준하기념사업회는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본격적인 규명 활동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오는 10월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하고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사전 활동을 시작했다. 유광언 기념사업회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대책위는 10월 초 공식 출범식을 겸한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규명 국민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후 장 선생 유골에 대한 자체 법의학 자문단의 정밀 재검사와 암살 의혹 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연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 대한 홍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대책위 출범에 앞서 장 선생 사망 사건을 정리한 동영상 등을 제작해 온·오프라인에서 홍보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준비위 관계자는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장 선생 사망에 공권력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증언을 확보했으며 지난달 유골 검시에서도 암살 의혹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면서 “의혹을 밝히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화학적 거세는 처벌 아닌 약물치료”

    “화학적 거세는 처벌 아닌 약물치료”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성범죄자들의 치료를 맡고 있는 이재우(58) 국립법무병원장이 “처벌이 아니라 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4일 국제 성범죄자치료협회(IATSO) 학회 참석차 베를린으로 출국한 이 원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화학적 거세 확대 움직임이 강하다. -거세라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지만 거세가 아니라 약물 투여라고 해야 한다. 치료 차원이지 처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물 투여는 성충동이 지나치게 강한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쓰는 치료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약물 투여보다 인지행동 치료를 주로 적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뇨병의 경우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약물 투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식이요법만으로 치료된다면 약물은 필요하지 않다. →성충동 치료 중인 환자가 몇 명이나 있나. -전체 대상자는 60명이다. 이 중 자발적으로 약물 투여를 받고 있는 환자가 9명이다. 지난 5월 (비자발적으로) 치료 명령을 받은 환자는 7월에 출소해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는 인지행동 치료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약물 투여 효과는. -투여 환자 중 70~80%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큰일 난다고 여겨 투여를 거부했지만 먼저 자원한 환자들의 반응이 좋자 다들 동참했다. 지나친 성욕으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치료 의지가 큰 편이다. 재범률이 떨어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투여를 중단하면 어떻게 되나. -평생 주사를 놓을 수는 없다. 담배를 끊고 나서 다시 흡연할 수도 있고 계속 금연할 수도 있는 것과 같다. 약물 치료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직 연구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문제다. →부작용은 없나. -쇼크나 고열, 알레르기 반응 등이 있을 수 있어 미리 테스트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골밀도 저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골다공증처럼 골밀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럴 때는 골다공증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 투여 확대에 찬성하나.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약물은 치료 수단이다. 노인이든 청년이든 성욕 때문에 정상 생활이 어렵다면 투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폭력 등으로 사회 적응이 어렵다면 문제 아닌가. 왜 비용을 들여 범죄자를 치료하냐고 하지만, 치료하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손실이 치료를 통한 사회적 이득보다 훨씬 크다. 이들도 치료를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치료로 사회의 불안을 없앨 수 있다면 찬성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4)비뚤어진 성통념을 바로잡자(끝)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4)비뚤어진 성통념을 바로잡자(끝)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각종 형사사법적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왜곡된 성관념에 대한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범죄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며, 손가락질하는 잘못된 사회통념이 바뀌지 않는 한 강력 성범죄는 물론 일상적 성폭력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설계 등 사회의 기본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부터 아동과 여성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잘못된 성관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 중 하나가 학생과 회사원 성범죄자의 증가 추세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강간을 저지른 학생과 회사원은 2000년 445명과 624명에서 2010년 2609명과 2641명으로 각각 486%와 323%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일용직 노동자와 무직자는 각각 1228명과 441명에서 3921명과 1211명으로 늘어 219%와 17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범죄가 특정 계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강제추행이 증가한 점도 일상적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됐음을 보여 준다. 현행법상 강간 범죄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기를 삽입하는 전통적 의미의 강간과 함께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이 모두 포함된다. 협의의 강간은 2000년 2299건에서 2010년 2808건으로 122% 증가했지만 강제추행은 2181건에서 6797건으로 311% 증가했다. 강력 성범죄의 증가보다 흔히 ‘가볍다’고 여기는 성폭력의 증가가 뚜렷한 셈이다. 억지로 신체 접촉이 있는 러브샷을 강요해 2008년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죄를 선고받은 남성도 법적 의미에서는 강간범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잘못된 사회통념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은 은근히 강간당하기를 바란다’ 등의 항목에 대해 남자 대학생들이 여자 대학생보다 높은 수용도를 나타났다. 성범죄자의 심리도 비슷하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법학과 교수가 2010년 ‘성에 관한 진실과 오해: 성범죄자 심리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전국의 성범죄자 285명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이들은 일반인보다 ‘여자가 키스·애무를 허락하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하는 것’, ‘여자가 노브라·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강간을 자초하는 일’ 등과 같은 통념을 더욱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성범죄 신고를 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하고 ‘(신고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 142명 중 23.2%가 ‘성폭력 피해를 주변인이 알게 될까 봐’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자칫 신고했다가 ‘혹시 성범죄를 유발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와 사생활 노출 등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범죄 방지를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물론 시대감각에 부합하는 성 교육 강화 등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올바른 성교육을 받아야 하며 대중매체에서는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 근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아동·여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도시 설계 등 인프라 구축도 요구된다.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 예방을 고려한 환경을 구축하는 셉테드(CPTED)가 이 개념에 해당한다. 어두운 골목이나 밀폐된 엘리베이터 등이 성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골목의 시야를 넓히는 설계를 한다거나 유리 재질로 된 투명 엘리베이터 등을 도입하는 것이 셉테드의 예다. 한국셉테드학회장인 강부성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는 “특히 도시의 아파트 단지보다 지방의 소규모 주택 등이 범죄에 취약하다.”면서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 예방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성과가 나타나는 지역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나주성폭행 이후] 성폭력 방지 예산 ‘묻지마 집행’

    [나주성폭행 이후] 성폭력 방지 예산 ‘묻지마 집행’

    강력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예산 집행은 엉망이다. 성범죄 예방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하는 일이 다반사다. 성범죄 방지 관련 예산 집행 문제는 지난달 말 국회 각 상임위가 의결한 예비심사보고서 등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공원 등 어린이 취약지역에 폐쇄회로(CC)TV와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는 어린이안전 영상정보 인프라 구축 사업비로 356억 9500만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작 이 돈을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전국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 집행률은 62.0%, CCTV 구축사업 집행률은 71.4%에 그쳤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의 상점과 약국 등을 골라 위험한 상황에 처한 아이에게 피할 곳을 제공하는 아동안전 지킴이 집 사업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아동안전 지킴이 집 2만 4094곳과 아동안전 수호천사 2만 4538명을 선정했지만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된 경우는 10건에 불과했다. 경찰은 관련 예산 6억 5000만원 중 2억 5000만원을 간담회 비용으로 사용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성폭력 범죄자 약물치료 사업비로 1억 60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 실패로 약물치료 대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시설유지비 등에만 1억 1000만원을 쓰고 약물치료비용은 손도 대지 않았다. 성폭력범죄자 신상공개에 8억 9900만원을 배정했지만 1억 700만원만 썼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사업 등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사업 금액을 2010년 21억 3300만원에서 2011년 14억 2200만원으로 줄였다. 성폭력 피해 아동 및 지적 장애인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성폭력 피해 아동 진술전문가 양성사업비의 경우 여전히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예산은 남았다. 진술전문가의 위상을 놓고 관계 기관 간 탁상공론이 길어지면서 8억원의 예산 중 5억 400만원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진술전문가는 현재 참관인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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