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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11)대우의 세계경영

    대우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미국 GM과 채권단의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그렇고 대우건설,오리온전기 등 상당수 계열사들은 아직도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중이다.투자자들과 판매회사(증권사),투신사간의 분쟁으로 법원에 계류중인 소송 등 대우채 후유증도 가시지 않았다.70조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30조원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고 있고,분식회계 방지는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부실기업의 대명사인 대우가 왜 무너졌고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를 점검해 본다. ■경쟁력 없는 세계경영은 허상이다. 세계경영을 명목으로 한 해외투자 확대 등 무리한 확대경영을 추진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된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치자 다른 대기업들은 ‘축소경영’을 통한 빚 줄이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그러나대우는 달랐다.국내외 투자를 더욱 늘리는 ‘확대경영’을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그 결과 지난 95년 4월에 21개이던 국내계열사는 99년 4월에 36개로 15개나 늘었다.같은 기간에 해외 계열사도 117곳에서 253곳으로 136곳이 늘었다. 김우중씨 특유의 위기대응 방식이었다. 기업경영에는 ‘불경기때 투자를 확대하라.’는 격언이 있다.또 주식투자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때 우량기업 주식에집중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는 재무구조가 건전한 초우량 기업들에나 해당하는 말이다.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하고 제품의 경쟁력이 미약한 대우의 확대경영은 금방 벽에 부딪혔다. 대우는 확대경영의 결과 수치상으로는 매출이 크게 늘었으나 실제로 대금은 들어오지 않았다.확대경영으로 재고가 쌓이자 ‘위장 수출’의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주문도 받지 않은 제품을 무더기로 실어내 해외의 창고에 쌓아두는방식이었다.그러다 보니 장부에만 외상매출채권이 불어날뿐 현금흐름은 더욱 나빠졌다.이로 인해 당기순이익도 97년중 135억원의 흑자에서 98년에는 5537억원의 적자로 뚝 떨어졌다.이같은 상황에서 해외투자도 병행함으로써 자금부족현상이 가속화됐다. ■구조적인 문제는 금융으로 해결할 수 없다. 98년 하반기에들어서면서 대우의 극심한 자금난은 회복불능의 상태로 치달았다.대우는 영업과 재무상황 악화를 자산매각 등 강력한 자구노력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회사채나기업어음 등을 고금리로 발행해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대우의 이같은 무차별 금융차입은 결국 신용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마지막 회생의 기회마저 놓쳤다.그 결과 98년의 금융비용은 97년에 비해 3조원에서 6조원으로 2배나 증가했다.98년중 영업이익은 예년수준을 유지했으나당기순이익은 5500억원의 적자로 나타났다. 무리한 차입경영은 98년 7월과 10월에 도입된 기업어음(CP)및 회사채 보유한도 규제로 제동이 걸렸다.금융차입이 힘들게 되자 대우는 그해 말부터 구조조정 계획에 착수했다. 그러나 자구계획 이행실적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급속도로 냉담하게 변했다. 대우는 지난 99년 8월26일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을신청했다. 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들은 그해 11월1일일괄사표를 제출,32년 대우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채권단에 남은 것은 70조원의 채권이었다.지난 2월말 현재 법정관리 중인 대우자동차와 2000년 11월에 매각된 대우전자부품,대우중공업에서 분할된 대우조선공업 및 대우종합기계,그리고 현대카드(구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등 4곳을 제외한 8개기업이 워크아웃을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분식회계 적발되면 살아남기 어렵다. 대우사태를 계기로 기업경영에 불어닥친 가장 큰 변화는금융당국이나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점이다. 대우사태와 뒤이어 터진 동아건설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투명한 회계처리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아져 많은제도개선이 이뤄졌다.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공인회계사가 단1주라도 투자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감사수임을 제한했다. 또 외부감사인의 감사요청을 거절하는 경영인에 대한 고발조치도 같은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우 계열사에 대한 분식회계로 업무정지를 당한 모 회계사는 “앞으로는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지시하면 경리부장등 관련자들이 양심선언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며 달라진분위기를 전했다.금감위 관계자도 “대우통신에 대한 부실감사로 청운회계법인이 퇴출되고 국내 3대 회계법인의 하나였던 산동회계법인도 문을 닫았다.”면서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돼 퇴출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우사태를 통해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반. 염주영 공공뉴스에디터(반장)·김수정기자(정치팀)·박현갑기자(경제팀)·김성호기자(문화체육팀)·이종원기자(사진팀)yeomjs@ ■김우중 前회장 뭘 하나. 대우그룹의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있을까? 김 전 회장은 99년말 베트남의 대우자동차 공장방문을 위해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독일과 프랑스·베트남 등을 오가며 재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소재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신병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했으나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김 전 회장의 여권도 무효화 조치를 내렸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국내 측근들과는 연락을 주고 받는 것으로알려졌다.건강이 좋지않아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대우 32년의 흥망성쇠를 담은 회고록 집필도 구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다.검찰은 김전 회장이 대우에서 분식회계 처리된 22조 9000억원 가운데상당액을 정치자금 등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10)무너진 벤처신화 메디슨

    벤처업계에 불황이 밀어닥친 지난 2000년 6월 9일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메디슨의 서울 강남구대치동 사옥. 창업주인 이민화(李珉和) 회장은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전날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뒤늦은 회의였다.한때 2000억원대의 매출에 연간 4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던 초우량 벤처기업 메디슨은이로부터 1년반 뒤 부도로 쓰러졌다.무너진 ‘메디슨 신화’의 이면에는 자금관리에 둔감한 창업주의 무리한 투자확대가 있었다. ■차입경영으로 성공한 벤처는 없다. 메디슨은 우리나라에 벤처 붐을 몰고온 주인공인이다.이회장은 벤처기업이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때인 지난 85년 최첨단 초음파 진단기의 개발에 성공,강원도 홍천에 회사를 설립했다. 고가 의료장비인 초음파 진단기는 해외시장에서 호평을받아 날개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전성기인 지난 98년에는매출 1907억원에 46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무려 24.3%에 달하는 초우량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디슨은 벤처투자 붐을 타고 넘치는 자금으로 다른 벤처기업들을 무더기로 사들였다.한때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벤처연방체’를 형성했다. 그러나 99년부터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주식시장의 활황으로 보유주식의 값이 뛰자 이를 믿고 빚을 얻어 벤처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이 회장은 이것이 위기의 시발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코스닥 시장에 거품이 빠지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 자산이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기업신용평가기관인 한신평이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춰 발표하자 곧바로 현금흐름에 이상신호가 울렸다. 이때부터 단기부채를 마구 끌어들였다.메디슨의 빚은 순식간에 연간 매출액의 1.5배인 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위기관리는 적기대응이 생명이다. 한신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시장이 메디슨에 보내는명백한 위기경보였다.당시 주가가 다소 빠지긴 했어도 보유주식 일부를 팔면 빚을 갚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왜메디슨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했을까. 메디슨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당시 참모회의에서부채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었습니다.그러나 메디슨이 보유한 상장 및 등록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5000억원이었습니다.3000억원의 부채는 언제든지 갚을 수 있다는 것이 이회장의 판단이었습니다.재무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거죠.” 부채와 시가총액의 단순비교에 따른 착시현상이었다. 이후 재무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면서 메디슨의 경영은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2000년 10월 무한기술투자지분 매각,11월 한글과컴퓨터 주식 250만주 매각,지난해 4월 메디슨 엑스레이 사업 매각,7월 크레츠테크닉 매각으로발버둥쳤지만 때늦은 대응이어서 상황을 호전시키기에는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메디슨에서 손을 뗐다.그뒤에도 메디슨은 지난해 12월 코메드지분을 매각할 수밖에없었다. ■명분에 얽매이면 경영논리에 충실할 수 없다. 메디슨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는 있었다.2000년6월 한신평에서 신용등급을 내리기전부터 한글과컴퓨터등 보유주식을 팔아 부채를 갚는다는 방침을 정했다.하지만 이 회장은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두가지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국내기업에 판다’이고,다른 하나는 조금씩 내다 팔지 않고 ‘한꺼번에 기관에 판다’는 것이었다. 남의손에 넘어가더라도 경영권은 안정돼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 두가지 원칙을 고집하다 보니 제때 주식을처분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이 두가지 원칙을 고집한 것은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었다.이 회장은 지난 98년 한글과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팔릴 위기에 처하자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에 적극 나섰으며 대량으로 주식을 매입했었다.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에 너무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경영논리를 뒤로 해 회사를 살릴 수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이 회장은 이에 대해 “기업인이기업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국가정책과 시장부터 생각한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털어놨다. ■방만한 투자는 기업도산의 지름길이다. 이 회장은 사업다각화라는 명분으로 전공분야인 의료기기개발과는 연관성이 없는 사이버키스트(온라인 교육), 벤처캐피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8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들을 사 모아 ‘벤처연방체’를 구성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꿈이었다.메디다스,메디라인,비트컴퓨터 등이 관계사로 편입됐다.한때 50여개의 자회사와투자회사를 거느린 때도 있었다. 이 회장은 ‘벤처연방체’가 시너지(상승) 효과를 낼 수있다고 판단했다.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비핵심 영역에 대한 과다한 투자로 인한 비효율이 더 컸다. 기업어음(CP)의 만기도래 기간이 1개월로 짧아지고 이를메우기 위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단기성 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을 거듭했다.결국 메디슨은 지난 1월28일돌아온 44억여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벤처신화를 마감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벤처연방체' 虛實. 이민화(李珉和) 메디슨 전 회장이 주장하는 ‘벤처연방체’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개별기업들이 비전과 역량을 공유하면서 시너지(상승) 효과를 얻기 위해 전략적인 연계관계를가지는 기업집단을 말한다.그는 메디슨과 다른 독립기업들이 연합해 ‘벤처생태계’를 형성하고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는 기업군을 추구했다.그러나 현실은 그의 이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이 회장이 꿈꾼 ‘벤처연방체’의이상과 현실을 대비해보자. ■벤처는 소기업이고 소기업은 뭉쳐야 산다.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지는않았다.메디슨은 한때 50여개 기업군으로 확대됐지만 이것이 오히려 모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방체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실제로는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제품이나 시장의 전후방 연관관계를 감안하지 않은 기업군 형성은 소기업의장점인 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나타냈다. 특별취재반.
  • 현대 정주영회장 1주기 세미나등 추모행사 다양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 1주기를 전후해 세미나와 음악회 등 추모행사가 펼쳐진다. 12일 현대차 그룹 등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 1주기인 21일 아침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의례에 따라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추진위원장은 이병규(李丙圭) 현대백화점 사장이 맡았다. 추도식에는 정몽구(鄭夢九·MK) 현대차 회장,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 이사장,정몽준(鄭夢準·MJ) 현대중공업고문,정상영(鄭尙永) KCC 회장,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친족들이 참석한다.추도식 후 초청인사 등 1000여명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묘역을 찾는다. 1주기 전날인 20일에는 서울 조선호텔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정주영학’이란 주제로 국가·민족·경제·사회 등 4개 분야로 나눠 학문적 조명을 시도한다.4월에는 울산대학교가 주관하는 추모음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9)돈정치 왜 못막나

    ‘한국정치의 리더십은 돈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그만큼 우리나라의 정치가 돈이 많이 드는 고비용 구조임을지칭하는 말이다.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악성 유권자들의 ‘손 벌리기’에 시달려야 한다.특히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돈정치의 폐해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최근 민주당 김근태(金槿泰)고문의 경선자금 공개를 계기로 정치자금을 투명화하고 돈 안드는 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돈정치’의 현실과 그 원인을 진단해 본다. ●돈이 당락을 좌우한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내 구청장 출마를 노리고 있는 K(45)씨는 요즘 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지역주민이 30여만명이어서 기본적인 조직을 가동하는 데만 최소한 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씨는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지역 선배로부터 기존조직을 물려받기로 ‘내락’을 받은 상태.하지만 친척과종친회,학교 선후배 등으로 구성된 사조직 2000여명을 가동하자면 3억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는 충고를 듣고 나서 출마를 망설이게 됐다. 정치권에선 이번 ‘6·13 지방선거’의 기초단체장 선거에만 후보자 1인당 10억∼20억원을 써야 당선권에 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여야가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전국적인 선거조직을 가동하는 데 각각 1조원 안팎의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지난해 각 정당이 각종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총 999억 1400만원.올해에는 두배 이상 늘 것이란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정치권 전체로 조단위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회 모금과 선관위를 통한 지정기탁을 제외한 일체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패한 유권자가 정치부패를 낳는다. ‘돈’이 당락을 좌우하는 부패한 선거문화의 저변에는부패한 유권자들이 있다.이들은 평소에는 ‘돈정치’의 폐해를 강도높게 비난하다가도 선거철이 오면 ‘부녀회 온천관광’‘경로잔치’‘조기 축구회’ 등 지역내 친목모임의 경비를 부탁하며 정치인들에게 손을 벌린다. 지역구 초선인 A의원의 경우 1년에 3억원까지 후원금을거둘 수 있지만 실제 모금액수는 1억원 정도.이에 비해 한달에 들어가는 경상비만 하더라도 지구당 상근자 4명의 월급과 사무실 유지비,경조사비와 각종 격려금 등을 합쳐 월 2000만원이 넘는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중진이나 신인이나 이래저래 후원금이외의 ‘뒷돈’이 필요하다.개혁 정치인으로 각인된 민주당 김근태고문조차 재작년 최고위원 경선에서 모금된 선거자금 2억 4000여만원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정치인은 항상 ‘불법자금’에 대한 유혹에흔들린다.쪼들리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권에 개입했다가 ‘○○○게이트’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정치자금 조달에 관한 한 적법과 불법 사이에서 끝없는 ‘줄타기 곡예’를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현실이다. ●유권자 의식개혁운동을 벌이자. ‘돈정치’를 추방하려면 유권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를 위해 유권자의 의식개혁 운동을 전국적으로 조직화해야한다는 것이다.김용호(金容浩) 한림대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정치브로커를 퇴출시키고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을 제고해 냉소주의를 불식하는 유권자 운동이 필요하다.”며 유권자들의 의식개혁을 제도화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제도개선 시급하다. 지난 97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후원회를 통한 모금 등많은 제도개선 내용을 담았다.그러나 선거자금의 흐름을투명하게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선진국들과 같이 선관위에 등록된 통장만을 사용하게 해 정치자금의 입출내역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여론이 높다.시민단체들은 정치자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정치자금은 단일예금계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두수(金斗守) 시민감시국장은 “정치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3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은수표를 사용하고,100만원 이상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치권은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작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협상에는 미온적인 태도를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 yeomjs@ ■“법인 후원금 없애야 정경유착 근절 가능”.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에요.” 군소정당인 푸른정치연합의 장기표 대표는 15일 세월이아무리 변해도 ‘돈정치’가 여전한 것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현역 정치인들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등을 어떤 방향으로 개정하면좋을지는 벌써 다 나와 있는데,입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이 정치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두려워한 나머지 법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니 깨끗한 정치문화를 위한 몸부림은 언제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는주장이다. 장 대표는 우선,금품살포로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지금처럼 벌금 몇십만원 혹은 몇백만원씩의선고를 내려서는 도저히 경각심을 주기 어려우므로 최저형량을 징역형 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1년간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이 개인 3억원,법인 1억원인 현행 후원금 제도가 돈 쓰는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개인은 1인당 500만원이면 충분하고,법인은 아예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해야 정경유착이 근절될 수있다고 주장한다. 장 대표는 곧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을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정치인 씀씀이 천차만별. 정치인들의 돈 씀씀이는 천차만별이다. 손이 큰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짠돌이’로 불리는 사람도 많다. 손이 큰 사람으로는 전두환 전대통령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전 전대통령의 임기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모씨는 청와대를 떠나기 직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봉투 하나를 받았다.전별금 액수는 3000만원.그런데 전 전대통령이따로 불러 봉투 하나를 더 줬다.수천만원 더 챙겨주는 것으로 생각한 그는 화장실에 가서 봉투를 뜯어봤다.3억원이었다.믿기지 않아 수표의 동그라미 개수를 여러 번 세어보았다고 한다. 재벌총수였던 고 정주영씨의 돈 정치도 유명하다.신당을창당,92년 총선과 그해 말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수억원씩을 주며 사람을 영입했다.모 중진의원은 정씨가 수십억원이 든 봉투를 내밀며 입당을 제의했으나 거절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명절 때 청와대 직원들에게 돌리는봉투가 전 전대통령 때보다 훨씬 적어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도 짠돌이로 소문난 정치인.당직자들과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도 “고기로 배 채우려고 하느냐.”며 농담 섞인 진담을 했다.정주영씨 아들인 정몽준 의원도 재산에 비해 돈을 안 쓰는 편이다.모 의원은 정 의원이 동료의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밥값을 미루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전했다. 특별취재반. ■한마디.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운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정치지도자들은 국민에게 고해성사하고 사면받아야한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치자금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김근태 고문을 제물 삼아 권노갑씨와 이회창총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쟁만 일삼고 있다.(dawn이란네티즌이 한나라당 게시판에 올린 글). ●부정부패가 모든 국가 및 일반분야에 생활화돼 있는 우리의 악습이거늘.모두들 자신의 이같은 모습은 감춘 채 아우성치는 모습들이란….썩은 사회를 정상화하려면 부정부패에 병든 자를 색출해 격리 수용하고,건강한 자에게는 예방 백신을 투여하는 시스템을 병행·추진해야 할 것이다.(강흥식씨가 중앙인사위 게시판에 부정부패 실태를 비꼬면서 올린 글).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8)춤추는 대학입시정책

    교육은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이다.교육정책은 백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국민을 끌어가야 한다.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변덕스러운 국민여론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전문가들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미래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교육정책은 그때그때상황논리에 따른 즉흥적 임기응변에 그치고 있다.국민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우리교육정책의 현실이다.국민여론의 향배에 따라 춤추는 교육정책의 중심에 대학입시정책이 있다.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는 대학입시제도. 대학입시제도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항상 도마위에 올라홍역을 치르곤 한다. 대입 정책은 광복 이후 지금까지 크게14차례나 바뀌었다.작은 개편까지 따지면 무려 36차례나 된다. 입시제도가 자주 바뀐 것도 문제이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 일관성 없이 상황논리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새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불만이 커지면 새 정권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칼질을 해댔다.이때 정권의 속성상 국가장래를 설계하는 장기비전보다는 당장의국민불만을 잠재우고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국민들의 조급증에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더해져 끝없이표류해온 것이 우리의 대학입시제도 변천사였다. 지난 80년 7월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내놓았다.이른바 ‘7·30 교육개혁안’이다.학부모들의 원성을 자아낸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도입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내신 성적에 의한 입학 전형도 처음 등장했다.물론 과외는 전면금지됐다.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인 입시정책을 이용한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노태우(盧泰愚)정부에서는 암기식 위주의 학력고사를 창의력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수능시험체제로개편했다.김영삼(金泳三)정부는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2002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토대를 마련했으며,김대중(金大中)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제도변경의 후유증은 학생·학부모의 몫. 해마다 70만∼80만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대학입시제도가바뀔 때마다 그 파장은 컸다.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도입된 입시제도에서 시행 첫해의 수험생들은 항상 혼란을 겪어야 했다.수험생이 ‘시험용 모르모트’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4학년도의 수능시험 연 2회 실시였다. “겨울에 시험을 치르면 연탄가스 중독 등의 불미스러운사고가 발생,응시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다.두차례 치러 좋은 점수로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좋겠다.”라는 말이 당시 청와대측에서 나왔다.곧이어 교육부는 수능시험을 8월과 11월에 두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1차시험의 평균득점이 49.2점(100점만점)인데 비해 2차시험이 너무 어렵게 출제돼 평균득점이5점 가까이 낮아지는 바람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난이도조절의 실패는 즉흥적인 정책결정에 따른 결과였다.연 2회시행 방침은 여론으로부터 집중타를 맞고 좌초했으며 다음해부터 다시 연 1회로 바뀌었다. ■대학입시정책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요즘 교육부에서는 입시정책에서 손을 뗐으면 좋겠다는 푸념섞인 말도 나온다.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 신문규 서기관은 “입시정책의 큰 축은 대학의 자율성 존중”이라고 강조했다.문제는 입시부정 등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도 대학이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문제가 터졌을 때 대학의공정성과 투명성을 따지지 않고 정부의 지도·감독을 탓하는 풍토는 대학입시 자율화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정부의 입시 정책은 고교 교육의정상화와 맞물려 세워지고 있다.”면서 “대학도 자율권을갖기 위해 성적 이외의 다양한 선발기법을 개발하는 등 사회적·교육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고교 추천권 강화를 학교 선택권 도입도”. “공급자 위주의 현행 체제에서는 정부와 대학을 제외한학생·학부모·고교 모두가 피해자입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이현청(李鉉淸)사무총장은 대학입시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장은 수요자 중심의 입시정책의 세부방안으로 대학의선발권보다 고교의 추천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교가 주도권을 쥘 때 초·중·고교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입시처럼 학생들은 학교 선택권을,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습 방법 등을 골라 학교를 고를 수 있는 교육 위탁권을 가져야 합니다.” 이 총장은 “이같은 수요자 중심의 입시정책은 쉽지 않다. ”면서 “하지만 고교생이 줄어들어 상당수의 대학들은 학생들을 손수 모집하러 다녀야 할 상황이 되면 고교가 추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반. ■수능 난이도조절 대안. 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는 입시정책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94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시험의 난이도는 해마다 달랐다.수능시험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난이도에 대한 예상치는 번번이 빗나갔다. 이에 대해 평가원이나 직접 출제를 맡은 위원들은 해마다수험생의 학력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난이도의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그러나 대학입시 전문가들은 난이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국도 혼란에 빠져 있다] 2002학년도의 경우 난이도 조절실패는 평가원측의 어설픈 방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김성동 평가원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수험생 상위 50%의 평균점수를 84.2점에서 77.5±2.5점으로 낮춰 수능 난이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지나치게 쉽게출제됐던 전년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67.5점으로 전년보다 평균 16.7점이나 낮아져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같은 차질은 영역별 수능성적의 비중을 높이고 총점을내지 않는 새로운 수능체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대학에서 총점이 아닌 영역별 성적을 따지는 만큼영역별 평균을제시했어야 했다. 입시제도가 워낙 자주 바뀌다 보니 정책당국마저도 혼란에빠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당시 출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수능체제가 바뀌어 난이도 조절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선행지표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출제방식이 원시적이다] 해마다 70만∼80만명이 매달리는수능시험을 관리·감독하는 평가원에 수능시험의 출제·분석 등에 관여하는 책임자는 1명뿐이다.당연히 수능시험의문항 개발이나 난이도 분석,학력측정 방법 등을 연구하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평가원측도 “대입 관리는 원시적”이라면서 “현체제 및 출제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시인했다. 출제운영본부가 수능시험 1개월전에 구성되는 것도 문제다.박도순 고려대 사범대학장은 “상설기구가 없는 상황에서해마다 새로 구성되는 출제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수험생들의 학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 목표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가 빗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안] 평가원에 수능출제만을 전담하는 상설기구를 두고전담 요원을 보강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교육인적자원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출제 경험이 많은교수들로 인력풀제를 운영하거나 계약제 재택 출제위원을두어 문항의 타당도와 난이도를 미리 검증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중등교원들의 출제위원 참여폭을 늘리는 것도 필수적이다.수능 모의평가를 실시하고 가채점 결과를 일선 학교에 제공해 학생 스스로의 성적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통계학 전공 교수들은 소수점 이하까지 내는 현행 원점수제를 폐지하고 토익이나 토플에서 활용하는 표준점수제를 도입하면 혼란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별취재반.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7)검찰의 정치적 중립

    지난달 3일 정부는 ‘검사의 청와대 파견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이에 법조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이 제도가 그동안 검찰과 권력 핵심부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조치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정착될 수 있을까.대다수 국민들은 여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전에도 숱한 검찰개혁 방안들이 발표되고 관련 법과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검찰은 아직도 ‘권력의 시녀’와 ‘정치 검찰’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검사들이 ‘홀로 서기’를 하지 못하고 검찰이 ‘정치적 오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검찰권은 여당의 전리품이 아니다. 검찰이 ‘홀로 서기’를 하려면 정치권이 ‘과욕(過慾)’을 버려야 한다.여당은 아직도 검찰권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쟁취한 전리품으로 인식하고 있다.이 점은 야당도 마찬가지여서 정권교체가 이뤄져본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검사 청와대 파견제도만 해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제도를 편법으로 운영해왔다.현직 검사를 임명할 수 없게 되자 사표를 받고,청와대에 파견시킨 뒤 재임용 형식을 빌려 복귀시켰다.파견 검사들이 검찰에 복귀할 때는 대부분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편법으로라도 검찰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권부의그릇된 욕심이 빚어낸 결과다. 실제로 정권만 잡으면 검찰권을 정권유지에 이용하다가 정권 교체 이후에는 부메랑 효과처럼 정치보복을 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지난해초 정치권을 달군 ‘안기부 예산전용 사건’ 수사때 일이다.당시 여권이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먼저 옛 여권 인사들의 연루 사실을 언급하고,검찰지휘부가 이에 대해 화답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됐다.급기야 검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루 정치인명단’까지 공개됐다. ◆연줄 인사가 중립성 훼손의 시발점. 검찰 인사만큼 권력의 부침이 심한 조직도 드물다.그만큼‘줄서기’나 ‘선대기’가 다반사라는 얘기다.인사 때마다‘누가 밀어줬다.’ ‘누구와 무슨 인연이 된다더라.’하는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검찰 수뇌부의 인사는 개인의 능력이나 조직 내부의 평가보다 정치권 실세와의 친분이나 지연·학연 등의 연줄에 의해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요직에 등용될 때부터 검찰 수뇌부가 외부에 신세를 지게 되고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에서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능력과 무관한 인사가 성행하다 보니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이용호 게이트’의 단초는 지난 2000년 서울지검이 처음 수사할 당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당시 담당 부장은 특수수사 경험이 적은 호남 출신이었다.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현행 법규상으로도 이미 상당 부분 보장돼 있다.80년대 이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제도 보완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97년에는 검찰청법을 개정, 검찰의 정치적중립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중립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드물다.정치적으로 민감한 각종 사건에서 여전히 검찰은 친(親)권부쪽으로 편향하고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다.그런 점에서 10여년 이상된 검찰의정치적 중립 노력은 ‘실패’라고 할 만하다. ◆검찰 스스로의 의지가 관건.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 검찰의 거듭나기는 검찰 스스로의 의지와 실천, 정치권의 뒷받침이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이나 정치권 인사 등 권력기관 인사들이 개입된 사건의 경우,검찰의 ‘몸사리기’로 중립성 논란을 자초한 사례가 잦았다. 지난 2000년에 있었던 ‘정현준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수사 당시 검찰은 국정원 고위간부와 여당 국회의원이연루됐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그러나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재수사에 나섰다.서울지검의 한 소장 검사는 “사실 검찰이 욕을 먹는 사건은 전체 사건의 1%도 채 안된다.”면서 “수뇌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정치중립을 정착시키고,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검찰 내부 자성론 고조. 지난 2000년 이후 계속된 각종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검찰에 대한 불신을 최고치로 올려놓았다.‘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에 이어 ‘이용호 게이트’까지 검찰이 손을 댄 사건마다 죽을 쑤고 있다. 수사권을 쥐고,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내부에서 일고있는 자성론을 소개한다. “울화가 치밀어 못살겠다는 사람도 있고,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있다.정치적 중립 문제 뿐 아니라 수사능력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지방의 모부장검사]. “도대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서울의 한 소장 검사]. “검찰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인 것이 오늘의 사태를 빚었다.”[수도권의 또 다른 부장 검사]. “검찰 조직의 총수가 연달아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임용될 당시의 ‘초심’을 유지할 수 없어 검사의 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최근 명예퇴직한 한 중견 검사]. 특별취재반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6)제자리 걸음 노사문화

    노동조합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주들은 노동조합의 출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노조 역시 회사의 경영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경 일변도로 나가 소중한 삶의 터전을 날려 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회사는 “노조가 알면 되는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노조는 “당하는 근로자들만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노사는 일부 우수업체를 제외한 다수의 기업들에서 건전한 ‘상생’(相生)의 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끝없는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두건의 노사협상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알아본다. ◆ 사례1:D정보통신 (충남 천안시).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다. 휴대폰 충전기 제조업체로 연평균 매출액 360억원,순이익 20억원에 부채는 거의 없으며,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해 상장을 앞둔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88세의 창업주는 “나의 피땀으로 이룩한 만큼 회사는 내 것”이라고 여겼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개인소유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충당할 만큼 회사에 애정이 깊었지만 종업원들에게는 생계를책임지는 대가로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노사관계를 근로자의 합법적인 권리에 근거한 ‘계약관계’라기보다는 봉건적인 ‘주종의 관계’로 인식했다. 경영에 관한 한 모범적인 기업인이었지만 노사관계에서는 시대흐름에 매우 뒤처진 것이 문제였다. D통신에 노조가 창립된 것은 2000년 11월경. 당시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지원 금지 정책으로 우량기업으로 소문난 이 업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떠돌았고 마침 회사는 서울사무소와 천안공장을 통합해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회사사정을 잘 알던 차장,팀장 등이 주축이 돼 노조가 설립됐고 이때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기획실장이 노조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회장 아들의 후배로 친자식처럼 대해왔던 기획실장의 노조 가담은 노(老)회장에게는 인간적인 ‘배신’으로 느껴졌다. 회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기획실장을 해고하는 악수를 뒀다. ■강경대응은 강경투쟁을 부른다. 회사의 해고에 노조는 조퇴와 잔업거부로 맞섰다. 노조는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획실장만큼은 인간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거래선인 S전자는 2001년 2월 납품 주문을 중단하고 거래선을 바꿔 버렸다. 회사는 곧바로 ‘전면휴업’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노조는 정문 옆에 텐트를 치고 출근 투쟁을 강행했다.두달여의 대치 끝에 회사는 폐업 신고를 했다. 초보 노사간의 ‘자존심 싸움’은 자산가치 250억원짜리 알짜 회사를 공중분해시켜 버렸다.회사는 없어졌지만 노사간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노조측은 “1억여원의 해고예고수당(위로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고,회사측은 “휴업기간에 수당이 지불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위로금은 없다.”고 버텨 현재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다. 당시 이 회사를 담당한 천안지방노동사무소 김병기 근로감독관(현 천안고용안정센터장)은 “노조도 출범한 지 얼마 안돼 상급단체의 ‘지시’에만 의존하는 바람에 유연성이 떨어졌고,연로한 회장은 2세에 대한 경영권 이양이 여의치 않은상태에서 노조가 출범하는 바람에 ‘경영의지’를 상실했다.”고 폐업 이유를 분석했다. ◆ 사례2:D병원 (광주직할시). ■상급단체 과도한 개입 말아야. 95년 3월 건립됐으며 4개병동,25개과에 250병상을 갖춘 준종합병원.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9명의 간호사가 주축이 돼 2000년 5월 노조를 출범시켰다.병원측이 조합원 2명을 인사 조치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측은 “노조 결성 이후 8차례의 인사에서 15명이 자리를 옮겼는데 전부 조합원이었다.”면서 병원측의 조합원 차별대우를 비난했다. 이후 임금체불,대자보 부착과 철거,마스크 시위 등을 거치면서 노사는 충돌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상급단체인 보건의료노조가 일일이 교섭에 참견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병원측은 임단협 교섭에서 “산별노조의 ‘지도’를 받고나면 노조의 요구가 보다 강성화되고 있다.”면서 “불순한 외부세력이 순진한 직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잠정합의를 파기하면 파국 온다. 광주지방노동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노사는한때 잠정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노조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개입해 교섭을 중단시키자 병원측의 감정은 폭발했다. 병원측은 파업전야제 장소인 현관 로비에 에어컨 공사를 한다며 철봉을 설치하고 전기를 끊었다. 파업이 시작되자 곧바로 직장 폐쇄를 신고하고 조합원의 병원 출입을 막았다. 심지어 물청소를 한다며 농성장에 가루비누를 탄 물을 뿌리기도 했다. ■민형사상 책임은 수습에 걸림돌이다. 노동청의 중재로 노사협상이 재개됐다.노조는 병원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병원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D병원사태는 지역문제로 확산됐다.민주노총,시민단체협의회 등이 중재에 나서고, 노조원들의 민주당 광주시지부 사무실 점거농성을 계기로 정치권도 관심을 기울였다. 문제가 확산되자 노동청이 다시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민형사상 면책 문제를 둘러싼 노사의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 출범 7개월만에 병원측은 폐업을 선택했다. 노조는 “무조건 병원에 들어가 노력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불신의 골을 메울 수는 없었다. 병원측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은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해 2월 병원은 5년 임대 형식으로 다른 병원으로 넘어갔고 D병원 출신 직원 91명은 재입사 형식으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조원들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폐업해도 갈등은 남는다. 노사는 지금도 150여건의 고소·고발·진정과 조합원·보증인들의 부동산·통장·임금에 대한 가압류 등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노사는 모든 것을 잃었고 얻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D병원을 담당한 광주 노동청 김재성 근로감독관의 얘기는 되새겨볼 만하다.“병원측은 애초 노조의 출범 자체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상급단체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인신공격을 받으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자 폐업을 선택했습니다. 노조에 몇차례 타결 기회가 있었지만 타협보다는 강경 대응을 고수해 노조원 14명이 1∼3년의징역을 구형받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특별취재반 yeomjs@ ▲노사협상의 7가지 격언. 1. 노사의 관계는 인간관계와 감정의 문제이다. 피하고 싶다고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가려 애쓸수록 더 깊은 곤경에 빠지게 된다. 2. 분규는 쌍방이 원인을 주고받으면서 확대된다. 상대를 탓하기 시작하면 싸움이 되고, 싸움이 길어지면 미움이 된다. 3. 노사관계는 기업의 제일 큰 자산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위기에서 드러난다. 튼튼하면 서로 먼저 양보하고 협력하지만, 허약하면 나만 살기 위해 투쟁한다. 4. 작은 구멍 하나가 큰 제방을 무너뜨린다. 비극의 최초 원인은 대개 어이없게 작다. 지난친 편견이나 고집이 회사를 죽일 수 있다. 5. 온실에서 화초처럼 가꿔지는 기업은 없다. 기업은 본래 위기를 딛고 자라는 생명체다. 위기 앞에서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노사간의 믿음이다. 6.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하다. 세상의 모든 불화는 이래서 만들어진다. 조금만 더 나를 반성하고, 조금만더 상대를 포용하면 불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꼭 그 반대로 해서 싸움을 일으킨다. 7. 원칙은 옳다. 그래서 모두가 동경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유연성마저 편법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 (5)흔들리는 의료정책

    올해 5살,3살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 박모(33)씨.박씨는 어린 두 자녀의 잔병치레 때문에 싫어도 동네의원을 자주 찾아야 한다.그러나 박씨는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직후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일단 의원에 들러 처방전을 받은 다음 약국에 들러 주사제를 사서 다시 의원을 찾아 아이에게 주사를 맞혀야 했기 때문이다.일반 약의경우도 약국을 몇군데 돌아다녀야 겨우 원하는 약을 조제받을 수 있다.국민들을 위해 도입된 의약분업이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의료관련 단체들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전준비 없이 의욕만 앞섰다. 의약분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졸속 도입이다.지난 93년 한·약분쟁을 수습하면서 정부는 약사법에 의약분업의 시행시기를 97년 7월∼99년 7월로 명기했다.그러나 그해에 집권한 YS정부는 허송세월을 하다 임기가 끝나갈 무렵인 97년에 가서야 단계적 실시방안을 내놓았다.의료계가 받아들일리 없었다.의약분업은 DJ정부로 넘겨졌다. 98년 들어 의약분업은 국민의 정부 최대 국정현안 중하나로 등장했다.대선공약 사항인데다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충분한 정지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무리였다.새정부 초기의 의욕만 앞세운 정치권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보건복지부는 뒤늦게 뛰었다.복지부 차관을의장으로 한 의약분업추진협의회를 구성,의약분업 모델을 만들었지만 역시 의료계가 반발했다.이번에는 시민대책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의약분업의 두 축인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엇갈린 요구를 봉합하는 엉성한 합의안을 가까스로 도출했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 사무국장은 “의약분업 시행을 불과 1년 앞두고 부랴부랴 의약분업 모델을 만들었으니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의약분업에 대한 불만은 환자들로부터 터져나왔다.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킨 것이 화근이었다.환자가 주사를 한번맞으려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주사제를 산다음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정부는 1년만에 슬그머니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의료기관에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도 수시로 오르내려 환자들은 돈을 낼 때마다 뭔가 속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의약분업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이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바뀌어 국민들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조차 헷갈리게 만들었다. ■원칙을 지켜내지 못했다. 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는 정부의 의료정책이 오락가락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이다.정부는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운반·보관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주사제를 제외한 일반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 포함시켰다.또2001년 3월에는 차광을 필요로 하는 주사제도 포함시켰다.그러나 주사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지난해 5월말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불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주사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한다고 슬그머니 발표했다. 의사협회 주수호(朱秀虎) 공보이사는 “완제품인 주사제는조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약분업 제외를 주장했지만 정부가 우리나라의 주사제 처방률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강행했다.”면서 “그 결과 국민들의 교통비,시간손실 등 기회비용이 연간 5조 6000여억원에 이르는 등 국민불편이가중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약분업 철회를 볼모로 잡은 의료계를 다독거리기위해 의약분업 관련 법령을 수차례 개정했다.지난 2000년 1월 일반의약품의 낱알 판매를 허용했다가 의료계가 반발하자 낱알 판매를 다시 금지했다.또 상용처방목록 선정을 위해의약협력위원회를 설치토록 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이 항목도 삭제됐다.의보수가만 해도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수시로 인상하다 보니 건강보험재정 항아리를 깨뜨리는 부메랑이 돼버렸다. ■의료현장에서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관련 규정들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의료기관의처방전 2장 발행 의무화다.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여전히 처방전을 1장만 발행하고 있다.행정처벌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콧방귀만 뀌고 있다.정부는 뒤늦게 처방전 2장 발행위반시 행정처벌토록 관련 법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및 개별 의료기관이 처방약 목록을 미리 제출하도록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은 별로 없다.의사들이 처방약을 자주 바꾸면 약국들이 의약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대한약사회 박석동(朴錫東) 홍보이사는 “의약분업 시행과함께 처방약 목록제출 의무화 등 일련의 시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면서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그런 법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너무 자주 바뀌는 본인 부담금.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국민들을 가장 헷갈리게 한 의료정책은 본인부담금의 수시변경이다.국민들은 병원을 찾을 때마다 본인부담금이 바뀌어 혼란을 겪었으며 의료기관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본인부담금 변경 때 컴퓨터 프로그램이 미처 보급되지 않아 병원 업무가 마비되는 바람에 환자들이 수납창구에서 1시간 이상씩 대기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본인부담금은 지난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지금까지 1년반 사이에 무려 4차례나 바뀌었다.4∼5개월에 한번꼴로 바뀐 셈이다.동네의원의 경우 의약분업 초기에는 진료비1만 5000원 이하일 때 본인부담금이 2200원이었으나 지난해7월부터 3000원으로 대폭 인상됐다.또한 대학병원의 경우 진료비 2만 5000원 이하일 때는 65%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 하고 2만 5000원 이상일 때 진찰료 전액과 나머지 금액의 45%를 본인부담액으로 내야 하는 등 산정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중소병원의 경우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진료비 총액이 2만원일 경우 본인부담금을 1만 2000원에서 1만원으로 내렸다. 특별취재반.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고유하자 (4)안산시 아파트 건설사업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선거로 당선된 단체장들은 관선때에 비해 훨씬 자율적으로 많은 사업을 추진했다.중앙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난 ‘민선 단체장’들은 공약사업 이행이나 재선·3선을 위한 실적 만들기 등을 위해 너도나도큰 사업들을 벌였다.일부 사업들은 한때 언론으로부터 ‘톡톡 튀는 사업’으로 조명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상당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수익성이 맞지 않아 도중에 중단됐고,시간과 예산 낭비로 주민들에게 부담만 안겨주었다.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안산신도시 2단계 건설사업지구내 공동주택건설사업’을 해부한다. ◆ 관공서가 아파트 건설사업을?. 건설교통부는 지난 95년 안산시 고잔지역에 14만명을 수용하는 ‘안산신도시 2단계 사업’을 위해 수자원공사를통해 3만 7800가구분의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분양했다.안산시는 이 지역에 1435억원을 투입,26평형 554가구와 32평형 624가구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이듬해 1만 9950평을 246억여원에 사서 11억원을 들여 설계작업에 들어가는 등 아파트 건립공사에착수했다.그러나이로부터 5년 뒤인 2000년 4월 이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것으로 판명돼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민간업체에 넘겼다.5년간 공들인 사업이 실패로 끝난 요인은 무엇일까. ◆ 대형 건설업체와의 경쟁은 무리. 첫 번째 실패요인은 경험부족이었다.시 일각에서는 계획수립 초기부터 무리수라는 지적이 많았다.안산시는 이때까지 민간 아파트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임대아파트 1500가구를 지어 영세민들에게 공급한 것이 고작이다.철거민이나 영세민들에게 헐값이나 무상으로 공급한 아파트 건립 경험을 가지고 대형 건설업체와의 치열한 분양전에 나선 것은 출발부터 무모한 일이었다. ◆ 재원조달 계획도 없이 사업 착수. 두 번째 실패요인은 기획불량이다.빠듯한 예산에 15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조달할 길이 막막했지만 ‘어떻게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업을 벌였다.우선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246억원을 빌려 땅부터 샀다.나머지 건설비는 일반분양을 해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오면 충당할생각이었다. ◆ 빗나간 예측. 세 번째 실패요인은 오판이다.허술한 재원조달 계획은 한순간에 무너졌다.곧이어 닥친 외환위기로 금리가 치솟아 246억원의 차입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대형 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면서 건설경기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대형업체도 아파트 가격을 깎아 주는 할인판매에 나섰다.이런 상황에서 민간 아파트 건설 경험이 없는 관공서가 분양을 통해 건설공사비1189억원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시는 재정파탄의 위기를 맞았다.인근에는 모두 민간업체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임대주택 두번 지은 경험으로지은 아파트를 누가 분양받으려 하겠느냐는 현실론이 대두됐다.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자 시는 2000년 2월 시정조정위원회를 열고 사업백지화를 결정했다. ◆ 예상된 실패와 무리한 강행. 네 번째 실패요인은 사전검토 부족과 부주의다.시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내부에서‘실패할 것’이란 부정적 의견이 개진됐었다.사업전담부서로 지정된 도시개발지원사업소는 당시 자금압박과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실패할 것이란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를 냈다.그러나 실무부서의 의견은 존중되지 않았다.이 보고서는 관공서가 민간업체와 분양경쟁을 해서 이긴다는 것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안산시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자치부의 권고도 듣지 않았다.행정자치부는 지난 96년 상반기 지방재정투융자사업 심사 결과 안산시의 공영아파트 사업계획에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재검토하도록 요구했다.그러나 안산시는이를 무시했다.행자부가 재검토를 요구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 5년공사 도로아미타불. 안산시는 “타당성 없는 사업에 대해 심사결과를 무시하고 추진하다 포기하는 등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사업착수 5년 만에 두손을 들었다.부지는 민간업체에 262억원에 되팔았다.이 업체는 현재 이곳에서 건설공사를 진행 중이다. 원금에 16억원을 더 붙인 값이기는 하나 그동안의 차입금 이자와 11억원의 실시설계용역계약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아파트 건설계획에 투입됐던 직원들의 5년간 인건비,사무실 운영비와 유지비,업무추진 관련비용 등도 손실이다.건설공사의 지연도 안산시의 사업실패가 낳은 사회적 비용이다.지난 95년 수자원공사가 분양한이 일대 32필지 가운데 안산시가 매입했던 21블록이 제일늦게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이미 입주한 아파트도 있는데땅을 매입한 이후 근 4년간 공사를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반 yeomjs@ ■지자체 사업 중앙정부 통제 강화를.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현재도 관련 법규상 각 지자체의무리한 사업추진에 대해 중앙정부가 예산상의 불이익 조치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동을 걸 수는 있다.하지만 지자체들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더라도 사업중단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지자체들의 마구잡이 사업 추진에 대한 중앙정부의 제어장치가 대폭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지방재정법과 시행령은 서울시 30억원,다른 시·도는 20억원,시·군·구는 10억원이 넘는 사업을 할때 각각외부기관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특히 200억원이 넘을 때는 반드시 행정자치부에 심사를 의뢰하도록 하고 있다. 행자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심사의뢰를 받은 투자사업이추진시기나 규모,재원조달 계획 등에 문제가 있으면 심사를 반려할 수 있고 심사결과에 따라 ‘적정’ ‘조건부 추진’ ‘재검토’ ‘부적정’ 등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재검토’ 권고를 받으면 해당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지원이 전액 중단된다.그래도 사업을 강행하면 교부세 감세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그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적정 또는 재검토 등의 권고를 받더라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재정 운용실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10억원 이상의 투자사업 가운데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추진하다가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15.8%에 이른다. 이 중에는 ‘지방 재정 투융자사업’ 심사조차 받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돼 낭비된 예산만도 8592억원에 이른다.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발행한 ‘2000년도지방자치단체 감사백서’에서 밝혀졌다. 이 백서에 따르면 지난 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2000년까지 지자체가 시행한 사업은 총 9948건 153조원이다.이 가운데 8%에 해당하는 795건(사업비 9조 3034억원)은사업추진 발표만 하고 재원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을못하고 있다. 7.8%에 해당하는 773건(사업비 30조원)은 사업을 추진하다 재원부족,사업타당성 미흡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거나부진한 실정이다.특히 422개 사업(사업비 16조원)은 부지확보,실시설계 등에 8592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뒤 사업을중단해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중단된 사업을 시·도별로 보면 부산(116건 1조 2722억원),서울(88건 1조 4268억원),경기도(51건 1조 5229억원),대구(32건 4조 9443억원),인천(25건 5조 5474억원) 등의 순으로 많다.단체장들이 재정형편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공약사업 이행을 내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차질을 빚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무분별한 사업추진으로 지자체의 차입재원 의존비율도 지난 95년 말 14.5%에서 99년 말에는 16.8%로 증가했다.특히 부산과 대구시는 행정자치부통제기준인 20%를 넘어섰다. 광역자치단체의 빚도 엄청나게 늘었다.광역자치단체의 총 채무액이 95년 8조 6649억원에서 99년에는 15조 5776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이런 추세대로 가면 오는 2003년에는 18조 74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이 가운데17개 자치단체가 추진중인 26개사업(사업비 9575억원)은행정자치부의 심사대상인데도 심사를 받지 않고 추진됐다. 또 35개 자치단체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유보 또는 재검토하라는 판정을 받은 63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특별취재반
  • [데스크 칼럼] 官治교육은 이제 그만

    교육은 경제와는 다르다고 한다.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곧 교육이 ‘시장의 논리’를 무시해도 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교육도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고,시장(학교·학원·과외)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용역)이기 때문이다.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금융·법률·의료 등 그 어떤 서비스도 시장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소비자의 욕구(needs)를채워주지 못하면 존재가치가 없어지고 결국 시장에서 축출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선택하고 있다.자녀의 조기유학이 그 동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개중에는 어린 자녀들과 이들을 돌봐줄 엄마만 떠나고 한국에 남아 다달이 학비와 생활비를 부치는 ‘기러기 아빠’들도 많다.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경우 세 가족의 생활비만 연간 4000만∼5000만원이 들어간다.이런 비용과 이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은 왜일까.한국인 특유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교육서비스에서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교육이 지나친 관치(官治)로 시들어가고 있다.한때 관치금융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던 것처럼 ‘관치 교육’의 결과가 시장신뢰의 상실로 나타난 것이다.관치금융이 경쟁력약화를 초래하고,그 결과 외환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교육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교육을 관치에서 풀어주는것이다.교육인적자원부는 이제 교육시장을 유효하게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이미 그것은 불가능해졌다.정부가 학교(공교육 시장)를 규제하고 간섭할수록학생들은 학원과 과외(사교육 시장),그리고 조기유학(해외시장)으로 발을 돌리게 된다.규제가 소비자들을 몰아내교육서비스의 공급경로를 공교육에서 사교육 쪽으로 왜곡시킴으로써 당초 의도했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시장이 발달한 지금에는 옛날 방식의 규제가 통할 수 없다.교육행정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을 교육당국자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안 되는 것을하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말이다.공교육을 평준화한다고 해서 사교육도 평준화가 되는가.학원 수업과 과외를 못받는 학생들만 그만큼 교육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학교에 어떤 규제도 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규제에는 비용이 따르는 만큼 최소한의 범위로 줄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요즘 고교평준화 제도폐지와 대학기부금 입학제 허용 여부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학생 선발에서 교과내용,학사관리,학교행정에이르기까지 관이 지배하고 당사자인 학교와 학부모·학생들의 욕구는 존중되지 않는 획일적인 ‘붕어빵 교육’으로는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교육의 틀을관치에서 시장자율로 돌리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주 발표한 ‘2011 비전과 과제’중 ‘방과후 학교운영’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마음만 먹으면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된다.소비자들의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발해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려온 학부모들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모든 것을 한꺼번에바꾸기는 어렵다.옳은 변화라도 급격하면 혼란이 커진다. 우선 쉬운 것부터 고쳐나가자. 염주영 공공뉴스 에디터 yeomjs@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3)거꾸로 달린 쌀정책.下

    “(대통령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던)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최종 타결을 1주일여 앞둔 지난 93년12월 9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국민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김 대통령은 “앞으로는 결코 미봉책이 아니라 실제 피부로 절감할 수 있는 농업대책을 펴겠다.”고 말했다.이후 총 57조원이 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위한다는 명목으로 투입됐다.‘농정개혁추진방안’(94년)‘쌀생산종합대책’(95년) ‘쌀산업발전종합대책’(96년)등 숱한 대책들도 양산됐다.그런데도 정부는 또다시 중장기쌀정책을 마련중이다.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감산,증산,그리고 다시 감산으로. UR협정 타결 직후인 지난 94년 정부는 쌀 감산정책을 발표했다.그러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내세웠던 정책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93∼95년의 흉작으로 쌀 재고가 바닥수준(95년말 200만섬)으로 떨어지자 95년말부터 다시 증산정책으로 선회했다.그때 일부에서 “현재의 쌀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문제이므로 기존 정책을 유지하자.”는 주장을 폈지만 정부·여당의 누구도 귀담아 듣지않았다. 증산으로 방향을 바꾼 정부정책은 최근까지 계속됐다.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의 말을 들어보자. “현 정부가 출범하고 반년 남짓 흐른 98년 가을, 쌀산업정책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이때 한 연구원이 ‘증산 일변도의 쌀정책을 재고해 볼 시점’이라고 발표했다가 정부 고위관계자로부터 호된 질타를 당했습니다.그때 분위기는 정부의 쌀정책 방향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보다 3년여가 늦은 지난해 말에 가서야 과잉생산과 재고누적이 현실로 나타나자 부랴부랴 감산을 발표했다. ■‘돈잔치’로 끝난 증산정책. 정부는 지난 92∼98년에 농어촌 구조개선에 42조원을 쏟아부었다.94년부터는 이와 별도로 10년간 한시적으로 농어촌특별세를 신설,연간 1조 5000억원씩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이를 모두 합하면 57조원에 달한다. 지난 96년을 기준으로 각각 전국의 논값은 70조 8000억원(118만㏊×3000평×평당 2만원),쌀 생산액은 8조 9000억원(3700만섬×섬당 24만원)이었다.따라서 전국의 논의 80% 이상을 살 수 있으며,국내에서 5년간 생산된 쌀을 모두 사고도남는 규모다. 서강대 사공용(司空鎔·경제학)교수는 “지나치게 농지확보 일변도로 정책이 추진되면서 소득은 보전되지 않고 투자액수만 많아졌다.”고 말했다.그는 “㏊(3000평)당 4500만원의 고비용을 감수해가며 산을 깎아 논으로 만드는 무모한시도들이 도처에서 이뤄졌다.”면서 “이제는 다시 감산을위해 그 논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나 융자금이 지방자치단체 등에 들어가면서 일부 제대로 쓰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고 인정했다.정부의 쌀 증산정책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사상최대 규모의 국고손실이 초래됐지만 지금까지 감사다운 감사나 국회의 국정조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농업투자의 효율성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지난 90년대 이후 정부의 쌀정책은 생산원가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데 큰 틀을 맞추고 있었다.정부는 농가당 경지면적을 1.2㏊에서 2.7㏊로 늘려 국제 평균가격의 7배 수준인국내 쌀값을 3배 정도로 낮추겠다고 밝혀왔다.하지만 아직1㏊ 미만 논농가 비중이 전체 쌀농가 중 75.7%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쌀 시세는 국제가격과 최고 10배 가까이 벌어져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중앙대 윤석원(尹錫元·산업경제학)교수는 “정부가 UR 이후 쌀 생산원가를 40%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정책을 폈지만 애초부터 타깃을 가격에 맞춘데 문제가 있었다.”면서 “생산원가나 가격 등 공급측면의 경쟁력보다는품질과 같은 수요측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무게를 더 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특히 우리나라처럼 생산비 중에서 40∼50%를 토지비용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원가인하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朴東奎)연구위원은 “대부분 농지확충과 규모확대 등 생산기반 정비나 농업기술 선진화 등에자금이 투입됐고 장기적으로 농민들의 소득을 지지하는 쪽의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yeomjs@ ■日 쌀개방 치밀한 준비. 지난 93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쌀정책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우리나라가 ‘쌀시장추가개방 불가’를 외치며 감산 → 증산 → 감산을 반복하고 있을 때 일본은 품질향상과 농가소득보전을 정책목표의맨앞에 올려놓고 단계적 시장개방 조치를 해나갔다.그 결과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쌀시장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허둥지둥하고 있지만 일본은 여유있는 모습이다.당초 예정보다 1년 8개월 앞당겨 99년에 쌀시장을 개방한 데다 내부적으로 상당한 구조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일본은 UR 이후 추곡수매가를 연간 3∼4%씩 낮췄다.지난해수매가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UR협상 기준연도(86∼88년)평균가보다 116%나 뛰었으나 일본은 16.7%가 떨어졌다.올해분 수매가도 지난해보다 2.8% 내렸다.일본은 지난 98년 신식량법을 제정해 추곡수매때 농민들이 희망하는 전량을 사주던 것을 3%로 제한했다.주목할 부분은 일본이 UR협정 당시 관세화(쌀시장 개방)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점. UR 협정문에 ‘관세화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하면 의무수입량을 이전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끼워 넣었다. 특별취재반.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2)거꾸로 달린 쌀정책.上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사흘전 양곡유통위원회가 결정한 2002년 추곡 수매가 4∼5% 인하안에 대한정부의 입장을 묻는 당정회의가 열렸다. 여당 의원들은 “농민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안들리느냐.”며 김동태(金東泰) 농림부 장관을 다그쳤다.회의가 끝나자 의원들은“수매가 인하안이 백지화됐다.”고 발표했고, 얼마 후 열린 국무회의는 이를 추인했다.해마다 되풀이되는 판박이추곡수매가 결정 수순이다. ***쌀산업 정치논리에 희생. [정치논리가 쌀산업 위기 불렀다.] 우리나라 쌀값 정책은단 한차례도 경제논리 안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추곡 수매가를 결정할 때마다 정치권이 개입했다.정치권은 농민들의표를 의식해 매년 양곡유통위원회가 건의한 인상률보다 1∼2%포인트에서 많게는 5.5%포인트까지 더 올렸다.농림부는 이를 정치권에 대한 ‘보너스’로 당연시했다.서강대사공용(司空鎔·경제학과)교수는 “시장논리를 무시한 정책결정이 쌀산업의 경쟁력 위기를 불렀다.”면서 “정부와정치권은 농민불만이 두려워 쌀산업 구조조정을포기했다. ”고 말했다. [실종된 수요 공급의 원리]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면값이 떨어지는 것이 시장의 기본원리이다.그러나 우리의쌀값 정책은 이와는 정반대로 갔다.매년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데도 증산정책으로 공급을 늘렸고,보조금을 주어가며 쌀값을 올렸다.정치권의 시장 개입이 쌀산업을 매우 기형적인 구조로 만든 결과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90년 119.6㎏에서 지난해 88.9㎏으로 줄었다.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3739만섬에서 3830만섬으로 늘었다.정부 추곡수매가(1등급 80㎏ 기준)은 11만 1410원에서 16만 7720원으로 올랐다.‘수요 25.7% 감소’,‘공급 2.4% 증가’ ‘가격 50.5% 상승’이 지난 11년간 우리나라의 쌀정책 현주소다.이같은 쌀정책은 폐쇄시장이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수립됐다.만약 이 전제가 무너지면,즉 개방시장 하에서는 쌀산업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폐쇄시장의 전제가 무너질 것이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목전에 닥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은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이제 와서 구조조정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추곡수매가] 출범하면서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 홍역을 치른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쌀산업의 대내외 경쟁력을 높인다는 뜻에서 추곡수매가 동결을고수했다. 정치권도 제대로 호응을 하는 듯했다.쌀 재고가바닥수준으로 떨어진 95년 한 차례만 4% 올렸을 뿐 내내전년수준으로 동결했다.그러나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97년 상황이 달라졌다.양곡유통위와 정부는 98년산 추곡수매가를 동결하자고 했지만 표를 의식한 국회는 무려 5.5% 인상을 의결했다.이후 추곡수매가는 내려올 줄 모르고 연간4∼5.5% 상승을 계속했다. [‘수매가 국회동의제’ 폐지해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쌀정책 실패에 대해 ‘쌀값 국회동의제의 원죄’라고 말한다.한국개발연구원 설광언(薛光彦) 연구조정실장은 “어떤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가격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정치적 목적에 따라 쌀 가격이정해져 왔다.”고 말했다.우리나라의 추곡수매가 결정방식은 두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국회동의제는 지난 1950년양곡관리법 제정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72년 유신 후 폐지됐다.그러나 88년 여소야대 정국을 계기로 부활된다.이때부터 정치권은 유권자인 농민을 의식,수매가와 수매량를폭발적으로 늘려주며 선심을 쓰기 시작했다.많은 학자들이쌀값 결정에 국회가 개입하도록 돼 있는 현행 제도를 쌀농정 혁신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농민들을 최대한 지원해서 정치에 눈돌리지 않도록하라.”고 했다는 UR협상 당시 여당 최고위 당직자의 말은쌀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잘보여준다. [정부·농협 주도의 유통구조를 깨라.] 농촌경제연구원 김명환(金明煥)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농협 주도의 유통구조가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그는 “현재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산지 수집상)을 중심으로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정부로부터 정책자금 등 특혜를 받고 있어 자율 경영이 불가능하다.”면서 “농협에대한 특혜성 지원을 없애고 순수 민간과의 경쟁시스템을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의 매입과 유통을 담당하는 주체는 크게 3가지.정부가추곡수매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15%(지난해 기준)를 사들이고 농협 RPC와 일반 RPC들이 각각 30%와 55%를 매입한다.이 중 농협 RPC는 정부로부터 낮은 이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고 있다.이 때문에 정부의 압력에 휘둘려 시장기능(가격·물량 조절)을 상실했다.정책담당자들의 오판과 무책임,정치권의 선심쓰기가 한국의 쌀산업을 우리보다 7분의 1값에 고품질의 쌀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미국·중국의 대농들 앞에 무방비로 세워두고 있다. 특별취재반 yeomjs@ ■현주소. 지난해 우리나라 쌀농사는 11년만의 대풍(大豊)을 이뤘지만 크고 작은 농민시위가 잇따랐다.소비는 줄고 생산은 늘어 국내 쌀 재고량은 지난해 10월말 현재 990만섬으로 국내 소비량의 28.6%에 달했다.올 10월이면 1372만섬으로 38.7%에 이를 전망이다.지난해 10월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440만섬의 과잉재고(적정재고량 550만섬)를 갖고 있다.이로 인해 정부가 수매한 쌀도 팔리지 않아양곡특별회계의적자가 매년 5000억원가량씩 쌓이고 있다. 국내 쌀값은 t당 1622달러로 중국산(276달러)의 5.8배에이르고 태국산(179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9.1배나 된다.대풍에도 시름 가득한 농민들의 모습이 우리 쌀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별취재반. ※제3부 2회로 예고된 대학입시정책은 3부의 마지막으로옮겨 싣습니다.
  • [실패 대탐구] 제3부 실패자산을 공유하자(1)불행한 다리 성수대교

    지난 94년 10월21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는 ‘총체적 실패’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고를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붕괴를 사전에 알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둘째,다리 건설 결정과 수주업체 선정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해 공사대금에서 거액을 정치자금으로 빼내갔다. 안전관리 담당자들의 무지와 무신경은 32명의 목숨을 희생시켰고,정치인들은 정치자금과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맞바꿨다. [무심코 넘긴 붕괴의 증후] 성수대교는 무너지기 2년 전부터 붕괴의 증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92년 최초의 증후를 목격한 사람들은 이 곳을 자주 운행했던 택시 운전기사들이었다. 다리 상판의 연결부위에서 뒤틀림과 침하 현상을 발견해 서울시에 신고했다. 당시 성수대교 관리는 서울시 산하 동부건설사업소가 맡고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사업소는 응급조치로 주저앉은 상판 연결 부위에 브래킷(철제 받침대)을 설치한 것이 고작이었다. 명백한 붕괴위험을 안고 있었지만 전문가 그룹에 안전진단을 의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리 상판의 뒤틀림과 침하 현상은 성수대교의 경우 치명적인 것이었다. 교량 전문가인 이태식(李泰植) 한양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다리가 차량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상판과 상판을 연결하는 핀이 손상된 것입니다. 특히 성수대교는 전쟁 발생에 대비해 손쉽게 폭파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준공후 다른 형태의 다리에 비해 훨씬 세심한 유지관리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설계상의 특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시됐습니다.성수대교의 경우 상판의 뒤틀림과 침하는 심각한 붕괴 위험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그러나 아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업소측은 지휘계통에 따른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부패한 정치가 만든 불행한 다리] 김학재(金學載)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성수대교가 건설된 지난 70년대만 해도 시청에 집권당의 재정분실이 설치돼 있었다.”면서 “당시 집권당인 공화당에서 상근 직원을 두고 시가 발주하는 각종 공사를 업체별로 배분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낙점을 받은 건설업체는 수주의대가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헌납하는 것이 당시 대형 관급건설공사의 관행이었다. 정치권의 부패구조가 공사의 향방을 좌지우지했으며 이렇게 빼먹은 정치자금이 결국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부실공사를낳았다는 설명이다. [동아건설이 한강 다리를?] 이런 배경으로 동아건설이 시공업체로 낙점됐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그때까지 농지정리사업을 주로 하던 업체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한강 다리를 시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잠실철교 가설공사 등에 관여했던 K(54)씨는 “동아건설을 시공업체로 선정한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결정이었다. 설계도,시공도 엉망이었으나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그때의 분위기를 전했다. [타당성 조사도, 감리도 없었다] 이후 공사의 진행과정과 안전관리 면에서도 성수대교는 ‘실패한 관급공사’의 전형이었다.대규모 건설공사에서는 필수 과정인 타당성 조사 조차 없이 설계도면부터 그린 것이 성수대교다. 성수대교의 공사 진행과정을 지난해 12월23일 개통된 가양대교와 비교해 보자.성수대교가안고 있었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94년 착공해 7년 만에 개통된 가양대교는 ‘타당성조사→기본설계→실시설계→설계감리→착공(상주 감리)→준공→유지관리’라는 7단계의 정상 수순을 밟았다. 반면 성수대교는 ‘기본 및 실시설계→착공(감리 없음)→준공’의 3단계만으로 모든 공정이 마무리됐다. 이는 다리 건설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타당성 조사와 준공후의 유지관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가 분리·시행되지 않았으며,설계 및 시공에 대한 감리절차는 모두 생략됐다. 객관적 검증절차인 타당성조사는 고위층의 구두 지시로 대체됐다. [안전진단요? 그런 거 몰랐어요]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 정동진(丁東鎭) 교량관리부장은 “구조물이 한번 세워지면 붕괴되든, 헐어내든 없어질 때까지 치료는 고사하고 진료 한번 못받고 방치했던 게 당시의 관급공사 관리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성수대교는 애당초 준공 후의 유지관리라는 개념이 없이 시작된 공사였기 때문에 사후 안전관리문제가 전혀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부터 준공 후의 유지관리를 감안해 기획된 가양대교와는 달리 성수대교는 준공 당시 안전검사 요원들의 접근 통로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준공후 무너질 때까지 15년여 동안 단 한차례의 안전진단도 받지 않았다. 대다수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해묵은 사고를 다시 들춰보는 것은 여러 사람의 사소한 실패가 모이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지난 79년 한강의 11번째 다리로 가설된 성수대교는 ‘용서할 수 없는 실패’의 전범(典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특별취재반 yeomjs@ ■日정부, 세계 첫 DB화. [도쿄 황성기특파원] 일본 과학기술청(현 문부과학성)은 지난 2000년 8월 ‘실패지식활용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당시 과기청장관이 실패학의 권위자인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교수에게 자문을 받아 국가 예산을 투입,실패 지식을 체계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히타치(日立)제작소·도시바(東芝)·후지쓰(富士通)등 일본 초일류 기업의 현장 책임자와 경영자,도쿄대·게이오(慶應)대의 학자,정부 관계자 등 2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1년 동안 8차례의 회의와 미국 현지조사를 거쳐 ‘실패지식 활용연구회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회는 현재는 ‘실패정보 수집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어 활동하고 있다. 2005년까지 15억엔(약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기계·재료 등 분야별로 실패 사례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marry01@ ■김학재 서울시 부시장. 김학재(金學載) 서울시 제2부시장은 “성수대교야말로 부패한 정치와 사회구조가 낳은 사상누각이었다.”고 말했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지 올해로 8년.아직까지도 붕괴를 가져온 원인은 ‘과시욕에 쫓긴 무모한 시도’와 ‘사후 안전관리 부재’라고 진단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얘기는 다르다.“성수대교 붕괴는 정치인들이 시민의 생명과 정치자금을 맞바꾼 결과였습니다.” 그는 “그 시대를 살았던 관료의 한 사람으로서 성수대교 문제를 거론하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한사코 손사래를 쳐대는 것을 “실패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참된 실패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설득해 겨우 말문을 열게 했다. 김 부시장은 “솔직히 당시의 설계나 기술 수준으로 우리가 교량을 건설한다는 것은 무리였다.”며 “어떻게 핀 하나만 꺾이면 무너지는 교량이 버젓이 지어졌으며,이런 교량으로 사람들을 다니게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관료들이 비로소 ‘안전관리’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으며,이후 누구든 안전에 관한 한 ‘다른 소리’를 못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한강에 멋진 다리 하나 만들라.’는 정치권의 구두지시에 타당성 검토조차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성수대교와 당산철교였습니다.” 그는 “지금은 공무원 의식이나 관련 제도들이 ‘안전’을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개념으로 바뀌었지만 뒤집어보면 이런 성과도 참담한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실패학 사전. 1.알려져 있는 실패 예방법과 해결책을 살피지 않은 무지. 2.평상심을 잃었을때 무심코 일어난 부주의. 3.결정된 약속사항을 지키지 않은 미준수. 4.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한 오판. 5.필요정보가 확보디지 않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조사검토 부족. 6.최초에 설정된 제약조건이 변화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못한 환경변화 미반영. 7.기획단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기획불량. 8.자신 또는 조직의 가치관이 잘못되어 일어난 가치관 불량. 9.일을 정확하게 진행할 만한 능력이 부족한데서 오는 조직운영 불량. 10.누구도 답을 모르는 미지. **특별취재반. 염주영 공공뉴스에디터(반장) 김용수 오일만기자(행정팀) 심재억 조덕현기자(전국팀) 구본영 김경운기자(정치팀) 김태균기자(경제팀) 강충식기자(디지털팀) 박홍기 확홍환기자(사회교육팀) 이종원기자(사진팀)
  • [데스크칼럼] ‘개인 부패’와 ‘시스템 부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외쳐 왔다.그러나 부패의고리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다.집권 초기 어느 누구보다 공직사회 개혁의 깃발을 높이 내걸었지만,말기에 연일 터지는 권력 핵심부의 부패의혹들은 이를 무색케 한다.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공직 부패 사이클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왜 그럴까. 먼저 우리의 대응 방식을 보자.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대형 부패의혹 사건들이 터지면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 방침을 밝힌다.그러나 자의적인 봐주기 수사에 그치는 경우가많아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다.이때쯤 대통령이 나서 ‘부패와의 일전’을 선언하고,이어 ‘사정 칼날’을 앞세운 사정당국이 등장한다. 당국은 한동안 공직자들을 무섭게 다그친다.그러나 여론이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칼을 내려놓는다.국민들도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YS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정부의 공직자부패의혹 사건 대응 수순이다. 우리 사회가 부패문제를 보는 시각은 어떤가.언론은 ‘○○○게이트’나 ‘○○○비리 의혹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한다.그러나 ‘일과성 사건’으로 생각할 뿐 사건을 낳게 된 이면의‘구조’나 ‘문화적 토양’의 문제로 접근하지는 않는다.언론의 속성상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정부마저도 이런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윤태식 게이트’나 ‘이용호 게이트’는 모두 악성 정치구조와 퇴폐적 기업문화(돈이 많이 드는 정치와특혜로 성장하는 기업)의 합작품이다.이런 토양이 어느 누구라도 어떤 자리에 앉게 되면 뇌물에 손을 내밀도록 유도해부패를 양산하고 있다.부패문제의 근원은 ‘시스템 부패’인데 정부의 시각은 ‘개인 부패’의 범주에 머물고 있다. 이제 부패문제에 대한 정부의 처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부패의혹 사건이 터진다.해당자는 물론수사당국이나 임명권자는 처음에는 사실을 부인하고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그러다 언론에 새로운 혐의가 속속 보도되고 여론이 비등하면 떼밀려서 수사에 착수한다.결국 관련자의 사표를 받거나 기껏 해봐야 구속 시키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되고 부패고리는 계속 남는다.정부의 처방은 결과적으로 그때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임시방편에 그치게 된다. 각종 비리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말이 따라다닌다.불거진 사건의 이면에 부패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는 시스템(구조와 토양)이 숨어 있음을 지칭하는말이다.이것이 부패고리를 끊지 못하게 붙잡고 있다.감춰진부패고리를 찾아내 끊으려면 부패의 근원,즉 정치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토양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서는 ‘부패학’이 독자적인 학문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으며,정부와 민간부문의 지원 아래‘반부패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몇 학자들이 중심이 돼 부패학회를발족했으나 사회의 지원과 관심 부족으로 심층적인 사례연구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오는 25일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정부가 관련 학계·민간단체와 함께 국가적 반부패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염주영 공공뉴스 에디터 yeomjs@
  • [비전 21세기 ‘우리 캠퍼스’] 명지대

    ■새천년 새명문 도약. 명지대가 21세기 새로운 명문 사학으로 도약하고 있다. 교시는 ‘기독교 정신이 살아있는 대학’,‘창조·혁신·행동하는 대학’이다.최근 ‘혁신을 위해 행동하는 대학’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른 과감한 투자와 개혁의 결과물들은 ‘5년 이내 전국 사립대 15위권 진입’을 예고한다. 98·99년 2년 연속 교육부 선정 학사개혁 우수대학,99년입시 다양화 우수대학 2위,99년 10월에는 교육부 ‘BK21’ 사업 과학기술(농생명)분야 등에 선정됐다. 지난해 ‘교수 1인당 연구비’가 전국 182개 4년제 대학중 포항공대와 서울대에 이어 3위를 기록할 만큼 연구하는 대학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교육부에 따르면 99년 한해 동안 교수 1인당 4,904만원을 지원했다. 98년만 해도 1인당 연구비가 3,100만원으로 전국 10위에그쳤으나 2년 만에 명문 대학들을 제쳤다.대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200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새천년 도약전략’에 따른것이다.도약 전략은 크게 ▲최고 수준의 교수진 구축 및 최상의 교육서비스 제공 ▲다양한 전형 방식에 의한 우수학생 선발 ▲정보화와 인성화 교육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인재육성 등 3가지로 요약된다. 3∼4년 전부터 전체 전임 교원의 60% 가까이를 새로 충원해 ‘젊은 피’를 포진시켰다.특정 분야 전문가도 과감하게 특채한다.지난 6월에는 조선 도공의 후예로 일본에서도예 명가를 이룬 제15대 심수관(沈壽官·본명 심일휘)을산업대학원 도자기학과 교수로 초빙했다. 높은 재정자립도와 졸업생 취업률은 명지대의 자랑이다. 99년에는 115억원의 기부금을 확보,전국 대학 평균인 111억원을 넘어섰다.지난해 외부 지원 연구비 총액은 146억원이었다.이는 92년의 4억 6,000만원보다 30배 이상 늘어난것이다. 최상의 취업률은 ‘맞춤 교육’으로 이뤄냈다.취업 대상기업들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이를 위해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기업 관계자들을 초빙해 기업이 원하는 교육 내용을 교과에 반영하고 있다.올해 공대생들의취업률은 90%에 육박했다. 정보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97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식경영과 정보경제전공으로 구성된 지식정보학부를 개설했다.2000년에는 공공기관 기록물과 문화재의 보존 처리를 위한 기록과학대학원과 벤처경영 MBA 과정을 설치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신개념 유학 프로그램인 ‘2+2 유학과정’을 개설했다.이 과정은 먼저 국내에서 2년동안 온라인과오프라인 수업을 통해 학점을 취득한 뒤 뉴욕의 로체스터공대,미주리 주립대,버지니아 주립대 등 11개 제휴 대학으로 편입,나머지 2년 과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학사학위를취득하는 방식이다. 호주의 센트럴퀸즈랜드대(CQU)와는 ‘3+1 복수학위제’를 실시하고 있다.본교에서 3년간 수업을 마친 뒤 CQU에서나머지 1년 동안 소정의 학점을 이수해 본교와 CQU에서 동시에 학사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으로 명지대생은 물론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또 성악가 조수미를 배출한 이탈리아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어 음악학과 학생들은 내년 여름부터 1개월씩산타체칠리아의 저명한 교수들에게 질 높은 수업을 듣게된다.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캠퍼스는 최근 각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다.디자인과 구조를 일반 대학보다 한차원 높이고 옥외공간을 자연친화적 녹지로 구성해 ‘멋진 캠퍼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 ■명지대 이색학과. ‘바둑학과,청소년지도학과,아랍지역학과,북한학과,교통관광대학원….’ 명지대에는 다른 대학에서 찾아볼 수없는 이색학과가 많다.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문가를 배출하기위한 것이다. 97년에는 용인캠퍼스 예체능대에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지난 5월11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바둑학 국제학술대회는 전세계 바둑인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1회 졸업생들은 프로기사,해외 바둑사범,국내 바둑지도자,인터넷 바둑 프로그래머,바둑 전문기자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뽐내고있다. 올해에는 일반대학원에 석사과정도 개설했다.95년에 신설된 북한학과는 지금까지 87명을 배출,졸업생의 87%가 취업했다.대학이나 대학원에 북한학과를 개설한대학은 많지만 학부와 대학원에 동시에 개설한 곳은 명지대 등 극소수다. 소설가 박범신 교수와 시인 김지하 교수가 강의하는 문예창작학과는 지난해에만 일간지 신춘 문예에 5명을 등단시켜 ‘문인의 요람’으로 주목받고 있다. 76년 신설된 아랍학과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등으로 인기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농과대학이 없는데도 두뇌한국21(BK21) 농생명분야 참여대학으로 선정돼 주위를 놀라게 한 생명과학과는 10년의연구를 통해 제초제와 각종 병균에 강한 첨단 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1만여개의 벼 발현 유전자의 염기서열 분석작업을 완료한 뒤 이중 7,700개 유전자의 단편 정보를미국 국립유전자 은행에 등록하기도 했다. 또 세계 3대 벼 유전정보망(bio.myongji.ac.kr)으로 평가받는 전산망을 구축해 매월 4만명이 접속하고 있다.농생명 분야는 과기부 G7 선도 기술 과제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있다. ■명지대 선우중호 총장.“명지대야말로 학생들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곳입니다.” 명지대 선우중호(鮮于仲皓·61) 총장은 27일 수준높은 교수진과 훌륭한 연구·교육시설 등 교육인프라가 충실해 일류 대학으로 발돋움할 토대를 완벽히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초가 탄탄하다고 자랑할 때는 ‘토목공학자 출신 총장’임을 되새기게 했다. 선우 총장은 서울대 총장 시절에도 첨단산업 분야의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그는 “명지대의 지난 8년간 중장기 발전계획이 성공한 것은 대학·교수·학생들이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에따라 조직을 개편한 결과”라면서 “교육 내용도 산업 사회의 발전과 요구에 대처하는 유연성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4일 미국 뉴올리언즈 대학과 학생 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돌아온 선우 총장은 “외국 대학에 비해 우리 대학생의 교육 강도와 학습량이 훨씬 못미친다”면서 “이는 개인의 의사전달,발표,쓰기 능력 등 기초분야 커리큘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명지대는 내년부터 교양 과목을 대폭 정비하고 수강생이 10명 안팎인 ‘테마 세미나’ 강의를 신설하기로 했다.아울러 전통적인 공학·이학분야를 비롯해 신소재·응용화학·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분야를 선도 학문으로선정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선우 총장은 대학 지원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입생들에게 “수능 시험용 단답식 사고에 젖어있던 고교 과정과는 달리 대학 생활은 자신의 분명한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면서 “입학하면 우선 논리와 언어 등 대학생활의 기초가 되는 인문교양 분야를 다지는데 애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병규기자. ■입시요강. 명지대는 9월1일부터 12월6일까지 수시모집으로 모집 인원의 22%인 747명을 뽑았다.지난해보다 404명 늘었다. 정시모집은 ‘나’군에 속해 1월2일부터 19일까지 2,593명(서울 1,102명,용인 1,401명)을 선발한다.모든 모집단위에서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한다.수능 시험 인문·사회·자연계열 응시자는 전 계열에 교차지원할 수 있다.다만 예체능계 응시자는 동일 계열에 지원해야 한다. 서울캠퍼스에서는 취업자 특별전형으로 고교 졸업 또는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2년 이상 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자 100명을 선발한다.용인캠퍼스에서는 경기도 남한강 이남소재 고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한 72명을 뽑는다.아울러 서울과 용인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91명을 선발한다. 자세한 모집 요강은 홈페이지(www.mju.ac.kr)나 인재유치팀(02-300-17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
  • 국가고시 감시단체 ‘뜬다’

    사법시험,행정고시,공인회계사(CPA) 등 각종 국가고시 진행과정에서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몇년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국가고시 및 국가공인자격시험의 적정성을 감시하고, 시험제도 자체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가고시공정성감시연대’(www.examjustice.org)가 본격 창립에 앞서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으로공개됐다. 단체의 대표는 설경수(薛慶洙·38) 변호사가 맡고 있다. 설 변호사는 지난 94년 사법시험 1차시험에서 채점 오류로불합격한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고,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국가고시 관련 소송을 전담하고 있어 수험가에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설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모든 소송 과정이 개인자격으로 진행됐지만 제도 개선에까지 영향이 미치기에는 역부족인 면이 있었다”면서 “시민운동으로 전개한다면 수험생에게도 힘이 될 것이고,국가고시의 불공정한 면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42·43회 사시,36회 공인회계사,감정평가사 및관세사 시험 등 6건이 소송 상태에 있어 눈코 뜰새 없이바쁘지만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안에 시민단체를 창립하기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안에 ‘국가고시 공정성 제고’를 주제로 행정자치부,법무부 등 시험 주관부서와 관련 학계 전문가 등을 초청해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최여경기자 kid@
  • “王회장 집무실 어디로 갈까”

    ‘왕 회장 집무실은 어디로 갈까’ 옛 현대그룹 계열기업들이 현대건설 서울 계동사옥에 다시속속 입주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고(故)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 15층의 매입을추진,눈길을 모으고 있다.이에 앞서 현대자동차는 최근 본관 10층을 매입,계동사옥이 옛 현대 계열기업에 분할 매각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MJ의 ‘아버지 생각’] 몽(夢)자 형제 기업들 가운데 현대사옥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정몽준(鄭夢準) 의원이고문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다.당초 현대중공업은 14,15층2개층의 매입을 희망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의 14층은 얼마전에 현대모비스가 입주하는 등 매입이 여의치 않자 15층 한층만 매입을 추진하고있다.현대중공업이 15층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사무실 수요도 있지만 이 층에 200여평 규모의 정 전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형제들 가운데 정 전 명예회장 묘소를 가장 자주찾는등 아버지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온 정의원은 이 집무실에 남다른 애착을 보인 것으로알려졌다.현대중공업은 15층을 살 경우 정 전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차원에서 이 집무실을 그대로 보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공업이 15층 매입을 추진하는 것은사실”이라며, “그러나 법통을 잇겠다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이 빌딩이 다른 기업에 넘어가면 정 전 회장 집무실이없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현대중공업은 또 옛 그룹소유 영빈관도 사들였다. [MK는 관망중] 현대가의 장자로 옛 현대그룹의 법통을 이어받겠다고 공언한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총괄회장도이 집무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미 사옥을 마련한 상태인 데다 기존의 계동사옥에 있는 사무실도놀리고 있는 형편이어서 매입이 쉽지 않다.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도 마음은 있지만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계동사옥의 분할 매각을 탐탁치 않게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 계열사들이 나머지 층을 모두사들인다면 모르지만 일부만 사들일 경우 매각에 어려움이따르기때문이다.그러나 계동 사옥을 사겠다는 적임자가 없어 결국은 옛 현대가의 분할 매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계동사옥은 연면적 10만8,000평 규모로 현대건설이 5만8,000평,자동차 3만1,000평 종합상사 9,000평,중공업 6,000평,현대정유가 3,700평을 각각 갖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데스크 칼럼] ‘위험한 공돈’과 검찰

    주는 사람에게는 빚인데 받는 사람에게는 빚이 아닌 그런돈이 있다면 어떨까.돈을 받은 사람은 마구잡이로 써댈 것이다.아무리 써도 주는 사람만 빚이 늘어날 뿐 자기 빚은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구세주 같은 돈이 있을까?우문인듯 보이지만 그런 돈이 있다.공적자금이 그것이다. 공적자금을 받는 쪽은 부실 금융기관이다.부실 금융기관에게 공적자금은 빚이 아니다.이자 한푼 안물고,갚아야 할 책임도 없다.돈을 받는데 대한 어떤 대가(코스트)도 지불하지않으며, 또 그 돈을 마련하는데 있어 어떠한 노력이나 기여도 한 사실이 없다.순전히 ‘공돈’이다. 공적자금을 주는 쪽인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돈은 빚이다.정부가 매년 예산에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전액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결국에는 온 국민이 세금 내서 갚아야 하는 ‘미확정 국가채무’이다. 그런 공적자금을 137조원이나 쏟아부었다.지난 98년 56조원을 시작으로 99년 35조원,지난 해 38조원에 이어 올해도다시 8조원(회수후 재사용분은 제외) 이상이 들어갔다.최근문제가 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도산하면 수조원이 더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이 회사에 대출해준 은행들 주변에는 이런 얘기가 나돌고 있다.“공적자금 한번 더받지 뭐.”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에 ‘공돈’을 주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금융기관 도산으로 받게 될 국가경제의 충격을 막자는것이다.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도산 위험이 생기면 정부는알아서 공적자금을 대준다. 그래서 공적자금은 외환위기 이후 국가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 ‘부실 금융기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돼버렸다. 공적자금은 이런 점들 때문에 ‘모럴 해저드’(Moral Hazards)를 유발하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도덕적 해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도덕적 위험요소’라는 표현이 훨씬 적확한 의미를 담고 있다.즉 공적자금은 온갖 비리를 낳을 소지가 다분한 ‘위험한공돈’이다. 공적자금이 숭숭 새고 있다. 새는 길목에 돈을 빌어 쓰고안갚은 부실 기업인과,받지도 못할 돈을 빌려준 부실 금융인들이 있다.또 이들에게 대출하도록 청탁이나압력을 넣은부실 정치인과 부실 공직자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누적된 금융비리가 만들어낸 커다란 구멍을 137조원의 ‘위험한 공돈’이 메우고 있다.대우사태가 기업인 김우중씨한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났다고 보지는 않는다.분명 범죄행위가 있었는데 그 행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적자금의 투입·사용·환수 과정에서 한 점의위법행위도 없었다는 ‘사법적 검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그것을 검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공적자금 투입 초기에 검찰이 즉각 ‘공적자금 특별수사대’를 만들어 돈이 샐만한 길목을 지켰더라면 137조원중 일부는 필요하지 않았을것이다. 미국 검찰은 지난 89년 연쇄도산한 저축대부조합에공적자금이 투입되자 2년동안 금융권을 이 잡듯이 뒤져 부실책임이 있는 금융인 등 8,000여명을 법정에 세웠다. 우리도 그런 검찰의 모습을 보고 싶다.미국 검찰이 부럽다. 염주영 부국장겸 경제팀장 yeomjs@
  • 자동차업계 日시장 공략 ‘비상’

    ‘일본시장을 뚫어라’ 자동차 업계에 대일(對日)수출 비상등이 켜졌다.올 1월부터 의욕적으로 대일공략에 나섰던 현대차의 수출실적이 턱없이 저조한 탓이다.대우차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다급해진 현대차는 23일 전격적으로 일본의 ‘MK택시’그룹과 공동판매 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일본시장 공략을 선언했다.MK그룹은 택시회사,주유소 등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일본의 대표적 중견기업이다. ◇고전하는 국내차=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경우 지난달까지 대일 수출대수(선적대수)는 583대.수출 차종은 아반떼XD,그랜저XG,싼타페,트라제XG 등 4종류로,매달140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그나마 일본에서 판매된 대수는 선적분의 3분의1인 179대에 불과하다.이대로라면 올해목표 5,000대를 채우기 어렵다.같은 기간 대우차의 마티즈도 227대가 일본으로 실려나갔지만 실제 판매대수는 이 보다 적었다. ◇순항하는 도요타=반면 올 1월부터 고급세단인 렉서스 4종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요타는 지난달까지 256대를팔았다.올해 목표 900대의 3분1 가량을 판 셈이다.‘도요타’라는 회사명보다는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고객을 파고든 게 적중했다. ◇현대차,본격 공략나서=현대차는 일본판매가 부진한 것은브랜드인지도가 낮기 때문으로 분석하고,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총괄회장이 지난 22일부터 일본 현지판매법인인현대모터재팬(HMJ)과 딜러(판매대리점)를 잇따라 방문하는등 인지도 높이기에 나섰다.특히 일본 MK택시그룹과 공동마케팅을 통해 판매·애프터서비스·고객관리 등의 업무를공동 추진하고 내년의 월드컵 개최시기에 맞춰 렌터카를 공급하는 등 일본 택시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예술·문화 갈증 인터넷서 해결

    인터넷 공간에서 문화예술 전문 강의를 펼치는 사단법인 ‘디지털 문화예술아카데미’(www.artnstudy.com.원장 신경림)가 다음달 5일 공식 사이트를 열고 강의에 나선다. 최근 법인등기를 마친 디지털 문화예술아카데미는 시인 신경림·김지하,소설가겸 신화연구가 이윤기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문학,영화,음악,건축,사진,신화 등 각 분야에서30여개의 인터넷 온라인 강좌를 펼친다.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문인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 800장이 ‘디지털 갤러리’ 코너를 통해 서비스되고 작고 시인 김남주의 작품도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과목당 수강료는 3만3,000원.한 강좌는 16회 강의로 짜여지고 서너달에 한 번씩 새 내용으로교체된다.5월 한달간 샘플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이밖에 디지털 문화예술아카데미 사이트상에는 김지하씨의공식 홈페이지(www.artnstudy.com/kimjiha)가 개설돼 시,산문,평론,인터뷰 내용 등 김씨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는 디지털 문화예술아카데미는 앞으로 오프라인강의를 비롯해 네티즌의 소설 이어쓰기,테마여행,동호회 개설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추진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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