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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초에 10의 18 제곱 연산...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온다.

    1초에 10의 18 제곱 연산...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온다.

    지난 수십 년간 IT 분야의 발전은 다른 기술 분야를 압도했다. 따라서 데이터를 표현하는 단위나 연산 능력을 표현하는 단위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킬로, 메가, 기가, 테라 단위는 이미 일반 사용자에게도 익숙하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서는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슈퍼컴퓨터의 영역에서는 페타플롭스(PFLOPS, 초당 10의 15 제곱. 즉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처리) 단위의 연산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들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페타 다음 단위는 무엇일까? 정답은 엑사(Exa)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슈퍼컴퓨터 개발의 목표는 엑사플롭스(exaFLOPS) 연산 능력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는 초당 10의 18 제곱연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른 말로는 1초당 100경 번의 연산처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슈퍼컴퓨터는 미래 기상 변화 예측, 핵물리학, 핵융합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은 실용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강대국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미국은 일찍부터 엑사스케일 컴퓨팅(Exascale computing)에 투자를 해왔다. 2012년 미 에너지부(DOE) 산하의 국립 핵안보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을 비롯한 연방 정부 기관들은 1억 2,6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미국 국방 고등 연구 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는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와트(W)당 50 GFLOPS 의 전력 대 연산 효율이 그것으로 이는 20MW의 전력 사용으로 엑사플롭스 성능을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몇몇 미국 내 기업들 역시 이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IBM, 인텔, 엔비디아 등이다. 이들 역시 이 분야에서 선두를 유치해 고성능 컴퓨터(HPC)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부품들이 현재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고 있다. ▲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이용한 선두 주자 엔비디아, 그리고 IBM 국내에는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시리즈로 더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자사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그래픽 연산뿐이 아니라 일반 연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테슬라’ 제품군을 출시했다. 이는 GPGPU라고 불렸는데 초기 제품들은 제한된 병렬 연산에서만 강점을 보였으나 몇 세대를 거치면서 강력한 연산 능력을 지닌 병렬 프로세서로 진화했다. 현재 테슬라 제품군은 고성능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데, 2012년 최초로 10페타플롭스의 벽을 깬 크레이(Cray)의 타이탄(Titan)이 바로 18,688개의 엔비디아 테슬라 K20X GPU를 사용한 제품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성능을 측정하는 LINPACK 테스트에서 17.59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했다. 테슬라 K20은 케플러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이미 그 후속 GPU를 개발하는 중이다. 이 중에서 2017년쯤 출시를 예상하고 있는 볼타(Volta) GPU 기반 제품을 사용한 슈퍼컴퓨터는 최대 30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지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IBM과 손을 잡고(IBM 은 여기에 자사의 Power9 CPU를 사용한다. 참고로 IBM은 PowerPC 프로세서를 사용한 세쿼이아로 2011년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차기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인데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 공급할 서밋(Summit)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 공급할 시에라 (Sierra)가 그것이다. 서밋은 150에서 300페타플롭스급 성능을 지녔으며 시에라는 100페타플롭스급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래 엑사스케일 목표는 2018에서 2020년 사이에 최초의 엑사플롭스 연산 능력을 돌파한다는 것이었는데 서밋과 시에라의 존재는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볼타와 Power9 프로세서 다음 프로세서는 엑사플롭스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그 근방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 CPU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이자 역시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사인 인텔 역시 슈퍼컴퓨터 시장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인텔 역시 2012년부터 엑사스케일 컴퓨터에 투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미 강력한 CPU들을 가진 인텔이지만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다. 인텔이 내놓은 카드는 제온 파이(Xeon Phi)였다. X86 아키텍처 기반 코어를 여러 개 병렬로 연결한 제온 파이는 첫 등장부터 엔비디아를 강력하게 견제했다. 2013년, 국방 과학기술 대학(國防科學技術大學 National University of Defense Technology (NUDT))의 주도로 중국의 국립 슈퍼컴퓨터 센터에 텐허-2(Tianhe – 2, 天河-2. 은하-2라는 뜻)라는 슈퍼컴퓨터가 건설되었다. 이 슈퍼컴퓨터는 인텔의 제온 CPU 32,000개와 48,000개의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최근 이 슈퍼컴퓨터는 33.86 페타플롭스의 기록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사실 텐허-1은 엔비디아의 테슬라 제품을 사용했는데 텐허-2는 인텔 제품을 사용한 것이다. 텐허-2 에 사용된 코드명 나이츠 코너(Knights Corner)는 1개의 프로세서로 테라플롭스 연산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경쟁사도 더 강력한 제품을 준비하는 만큼 인텔 역시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준비 중이다. 2015년 등장 예정인 나이츠 랜딩(Knights Landing)은 1개의 프로세서가 3테라플롭스급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에는 10nm 공정을 이용한 나이츠 힐(Knights Hill)까지 준비하고 있다. 인텔은 나이츠 랜딩이 현재 텐허-2가 가진 능력보다 2배 이상 빠른 연산 능력을 지닌 100 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그 존재를 공개한 나이츠 힐은 이보다 몇 배 강력한 능력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인텔 역시 2020년쯤 해서 엑사플롭스 혹은 그에 근접한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뒤처진 국내 슈퍼컴...100위 내 하나도 없어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1위는 앞서 언급한 텐허-2이다. 2위는 타이탄, 3위는 세쿼이아였다. 비록 중국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사용된 프로세서는 모두 미국 제품이다. 텐허는 모두 인텔, 타이탄은 AMD CPU와 엔비디아 테슬라, 세쿼이아는 IBM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4위인 케이 컴퓨터만 일본 후지쯔가 생산한 SPARC64 VIIIfx CPU를 사용할 뿐이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231대가 미국에 있다. 물론 한국 역시 탑 500안에 들어가는 슈퍼컴퓨터 보유국이다.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이 9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순위가 많이 내려갔다. 사실 현재는 100위안에 드는 슈퍼컴퓨터가 없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로 기상청 슈퍼컴퓨터 ‘우리’가 최근 순위에 148위로 등장했는데 339테라플롭스 수준이다. 사실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보다 뒤처진 부분은 슈퍼컴퓨터 자체보다 이를 활용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슈퍼컴퓨터를 널리 사용하게 되면 슈퍼컴퓨터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순위도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즉 활용 능력을 먼저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무턱대고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도입해도 사용할 연구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엄청나게 빠른 것 같은 페타플롭스급 컴퓨터도 미래에는 흔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연구를 통해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늦지 않게 슈퍼컴퓨터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유통업체 뜨거운 ‘광명 대전’

    유통업체가 광명시에서 유통 대전(大戰)을 벌인다. KTX광명역을 주변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과 코스트코, 이케아가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5일 도심형 프리미엄 아웃렛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을 개점한다고 4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12번째 아웃렛이자 4번째 프리미엄 아웃렛인 광명점은 서해안, 제2경인, 제3경인, 외곽순환도로의 교차점인 일직분기점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다. KTX광명역에서는 차량으로 5분, 걸어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영등포·관악 등 서울 서남권에서는 차량으로 20분 이내, 인천 등 경인 지역에서는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이 위치한 곳은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문을 열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 바로 옆에는 오는 18일 스웨덴의 가구공룡 이케아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케아의 맞은편에는 2012년 문을 연 코스트코 광명점이 영업하고 있다. 이처럼 광명시가 유통업체들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경기권 지역 내에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지어지고 있는 등 소비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명역 주변에 16개 대학이 있고 서울과도 가깝다는 점이 경기 지역 내에서 광명시기 돋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광명점은 지하 1층~지상 6층, 실내형 쇼핑몰 구조로 지어졌다. 모두 311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특히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K2 등 아웃도어 4대 브랜드를 비롯해 모두 17개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입점하고 블루독, 밍크뮤 등 19개 유·아동 브랜드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코치, 빈폴, 아디다스 등 전 연령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도 들어선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KMAC, 국내 첫 판매서비스만족도 조사 발표… 기아차 판매서비스만족도 1위

    KMAC, 국내 첫 판매서비스만족도 조사 발표… 기아차 판매서비스만족도 1위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 김종립)은 ‘2014 판매서비스만족도 조사(이하 KSSI)’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올해 첫 조사에서 기아자동차가 80점으로 가장 높은 판매서비스만족도를 보였다. 전체 산업군 평균은 72점이다. KSSI(Korea Sales Service Satisfaction Index)는 소비자와 대면 소통하는 세일즈 인력의 질적 능력에 대하여 이를 경험한 소비자가 직접 평가한 세일즈 만족도 조사다. KSSI는 기업에게는 세일즈의 질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게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현명한 소비에 기여하고자 KMAC가 올해 처음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4대 권역에 거주하며 1년 이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가입)한 경험자 산업군별 총 2만 4,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가전/통신, 패션, 뷰티&헬스, 금융 등 총 5개 산업군, 16개 산업, 63개 기업에 대한 1:1 개별면접 조사로 진행됐다. 산업별 조사결과, 국산자동차 산업이 7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전전문점, 화장품(시판), 남성정장 산업이 74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은 69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기아자동차(국산자동차)가 80점으로 전체에서 가장 높은 판매서비스만족도를 보였다. 금호타이어의 타이어프로와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타이어전문점)이 공동 1위로 나타났고, 삼성디지털프라자(가전전문점), 쿠쿠전자(정수기), SK텔레콤(이동통신서비스전문점), 헤지스(캐주얼의류), 김정문알로에(건강식품), 하나은행(은행 대출/예·적금), KDB대우증권(증권(자산관리)), 한화생명(생명보험), 현대해상(손해보험), 코오롱스포츠와 K2(아웃도어)가 각각 부문별 1위로 조사 되었다. 올해 조사결과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상품 또는 서비스의 선택 기준이 가격 요인보다는 세일즈 인력의 추천에 의하여 결정되는 등 소비자 관점의 가치전달형 세일즈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둘째, 브랜드파워나 시장리더십이 열위에 있는 기업들도 세일즈 인력의 질적 능력 수준의 강화를 통해 전문성과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 시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셋째,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의 판매서비스만족도 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시장을 지켜내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이 수준 향상으로 나타난 것이며, 또한 FTA로 시장 개방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므로 국내 기업들의 판매 세일즈 인력의 질적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세일즈 인력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판매 시점에서 상품의 트렌드, 정보 및 고객 눈높이 맞는 카운셀링 능력을 갖춘 컨설팅형 세일즈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동 KMAC 진단평가본부 팀장은 “세일즈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기본기는 물론 상품과 트렌드 지식, 카운셀링 능력 등 보다 향상된 질적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저성장 일수록 세일즈가 기업 전략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좋은 제품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세일즈 인력들의 질적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어야 하며, 나아가 세일즈 인력의 전문화와 세분화를 통해 경쟁의 차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블프’ 놓친 이들 위한 두 번째 기회

    블랙프라이데이 종료를 아쉬워할 틈도 없이 유통업계가 ‘포스트 블랙프라이데이’로 연말 소비 분위기를 이어 간다. 롯데백화점은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엘롯데 등 롯데 패밀리 사이트와 함께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사이버먼데이’ 행사를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이버먼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로 연휴 후 일상으로 돌아온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면서 온라인 매출액이 급증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번 행사에서 롯데백화점은 잡화, 여성패션, 남성패션 등 전 상품군의 5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올해 FW신상품부터 시즌 베스트셀러 상품 등을 중심으로 40~80% 할인 판매한다. 대표 행사로는 K2, 노스페이스 등 2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30억원 물량의 상품을 쏟아내는 롯데닷컴의 ‘12월 스포츠레저 파이널(FINAL) 혹한기 프로젝트’ 등이다. G마켓의 큐레이션 쇼핑 사이트인 G9도 1일 사이버먼데이를 맞아 해외 직구 50% 캐시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해외 직구 상품을 모바일앱으로 구매하면 결제 금액의 50%(최대 1만원)를 되돌려 준다. 대표 상품으로 레베카민코프 클러치를 12만 9000원, 에스티로더 일루미네이션(50㎖)을 7만 8900원에 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50억 ‘최신형 대공포’? 알고보니 30년전 구닥다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50억 ‘최신형 대공포’? 알고보니 30년전 구닥다리!

    헐리우드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국방부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은 공감하겠지만, 국방부 시계는 너무도 느리게 돌아간다. 국방부의 시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방부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대한민국 국군은 ‘국산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또 하나의 명품을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유도탄 탑재 복합대공화기’, 이른바 ‘비호복합’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간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 시절 훈련시간에 이른바 ‘적 5대 위협’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적 5대 위협’이란 북한군 전력 가운데 가장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었던 기계화부대와 항공기, 특수부대, 화생방무기, 포병 등이 그것이다. 한국형 대공포로 개발된 ‘K-30 비호’ 체계는 적 5대 위협 중 하나인 항공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실 북한의 공군 전력은 한국공군, 특히 전시에 미군 증원 전력으로 더욱 강화되는 한미연합공군에 비하면 위협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지만, 육군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저공을 통해 기습적으로 침투하는 AN-2 등 침투용 항공기이다. 요즘은 공군에 E-737 조기경보기 등이 갖춰지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감시가 가능했지만, 이러한 항공기 없이 지상 배치 레이더에만 의존했던 과거에는 산악 지형을 이용해 계곡과 협곡을 타고 저공으로 침투하는 AN-2를 잡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980년대에는 공격헬기의 위협에 맞서 장갑차에 탑재된 30mm급 자주대공포가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에 우리 육군도 1983년, 차기 자주대공포 사업을 시작해 1999년 개발을 완료했는데 이것이 K-30 ‘비호’ 자주대공포였다. 문제는 의사결정과 개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해 ‘최신형 국산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시점에 이미 유행에 한참 뒤쳐진 구닥다리 무기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비호는 약 3km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30mm 기관포 2문으로 구성된다. 최대 17km에서 표적을 탐지해 7km부터 추적에 들어가고, 1번에 1개의 표적과 교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외국에서는 이러한 성능의 무기가 30년 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독일은 1970년대 초반에 게파드 대공전차(Flakpanzer Gepard)를 개발해 배치했고, 일본 역시 1980년대 중반에 87식 자주대공포를 내놓았다. 소련에서는 이미 1962년에 ZSU-23-4를 내놓은 데 이어 이미 1982년에는 기관포와 미사일을 동시에 탑재한 복합대공무기 9K22 퉁구스카(Tunguska)까지 내놓았다. 올해로 32세의 고령을 자랑하는 퉁구스카는 비호 등 다른 대공포들이 정지 상태에서만 사격이 가능하고, 한 번에 1개의 표적만 상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동 중에 사격이 가능하고, 동시에 2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2014년 말에 등장한 무기가 32년 전 나온 무기보다 더 형편없는 성능을 가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현상은 40년 전 전차보다 형편없는 가속성능을 가진 ‘국산 명품’ 전차를 만들어낸 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니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강대국선 퇴물, 한국선 '하이브리드' 포장 당초 K-30 비호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 396대가 생산될 예정이었지만, 미래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난 2006년 국회 예산심의에서 대폭 삭감, 167대를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이 조정되었다. 그러나 2014년 11월 24일, ‘하이브리드 대공포’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부활했다. 방위사업청은 24일 비호 복합무기에 대한 언론 발표를 통해 “기존 자주대공포의 성능을 개선하고 유도탄을 장착하여 무장을 복합화함으로써 원거리 교전능력과 함께 저고도로 공격하는 다양한 공중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합무기체계”라고 홍보했다. 과연 그럴까? ‘비호 복합’은 사거리 3km의 비호 대공포에 사거리 5km의 보병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얹은 것이다. 교전 거리가 3km에서 5km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전부이다. 대공포에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복합대공화기’는 러시아가 1982년(퉁구스카), 미국이 1989년(Avenger) 등으로 구현했다가 이제는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태 또는 사양화시키고 있는 장비다. 30년 전에 등장해 10년 전부터 퇴역한 무기를 ‘최신 하이브리드 무기’라는 수식어를 붙여 수십억을 주고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거리 짧아 적 공중위협에 대응 불가능 강대국이 대공포+휴대용 대공 미사일 조합의 복합대공화기를 도태시킨 것은 이러한 무기체계가 더 이상 현대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비호와 같은 복합대공화기는 정밀유도무기가 급격히 확대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전의 전장 환경에 맞는 무기체계다. 현대전에서 항공기들은 지상공격을 위해 고도를 낮춰 접근하지 않는다. 미국의 AH-64 아파치나 중국의 Z-10 등 공격헬기들은 8km 밖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고, A-10 공격기나 J-10 전투기 등은 10~20km 떨어진 곳에서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한다. 5km 수준의 대공화기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K-30 복합형 대공무기는 북한만 고려했을 때는 충분한 전력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과의 분쟁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는 ‘50억짜리 철제 관’에 불과하다. 이것도 대공포라고 레이더를 달았으니 적 SEAD(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 전력의 타격 1순위가 될 것이고, 적이 대전차 미사일로 공격하든 정밀유도폭탄으로 공격하든 형편없는 사거리 때문에 적 공중위협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등장한 개념의 무기를 1990년대 후반에 내놓은 것도 한심하지만,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해 2000년대 초반에 도태가 시작된 개념의 무기를 2014년에 내놓고 ‘수출 가능성’까지 이야기하는 방위사업청의 ‘패기’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야전방공체계는 탄도탄 요격까지.. 사실 한국군 야전방공체계의 문제는 비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천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천마’는 대당 150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무기체계지만,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프랑스의 크로탈(Crotale) 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사거리가 10km에 불과하고, 동시에 1개의 표적과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악의 비용 대 효과를 가진 무기로 평가받는다. 해외의 유사 야전방공체계와 비교하면 천마나 비호의 수준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선진국들은 대공포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단거리 구역방공 무기 수준으로 이원화해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일본의 11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기본적인 야전방공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다목표 동시교전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까지 확보했고, 유럽의 BAMSE나 VL-MICA, IRIS-T SLM 등 역시 동시교전 능력과 사거리 면에서 천마와 비할 바가 아니다. ▲'150억 명품' 천마도 활용도 최악...혈세 줄줄 가장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복합대공무기인 러시아의 판치르(Pantsir)-S1의 경우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하고 30mm 기관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결합해 20km의 거리에서 동시에 4개의 표적과 교전할 수 있다.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는 물론 적의 박격포탄이나 방사포탄, 대레이더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로 활용할 수 있는데, 러시아는 이 체계를 더 개량해 이르면 2017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가진 개량형(Pantsir-SM) 체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호 복합’ 대공화기가 약 50억 원, 천마가 150억 원인데 반해 판치르-S1은 대당 1,200만 달러 , 약 130억 원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30년 전에 선보였다가 도태시킨 개념의 무기를 21세기가 10년이나 흐른 시점에 더 비싼 가격표를 붙여 ‘명품’이라고 내놓고 실전배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복합대공화기’는 지난번 K-2 흑표 파워팩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방위사업청이 사업을 주관하고 두산DST가 개발을 주도해 완성했으며, 방사청은 “순수 국내기술로 고난도의 복합화 무기체계를 개발해 타 무기체계 기술개발에 긍정적 파급효과와 더불어 수출 시 가격 및 기술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남들은 폐기하는, 30년 늦은 ‘50억짜리 대공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남들은 폐기하는, 30년 늦은 ‘50억짜리 대공포’

    헐리우드에서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국방부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은 공감하겠지만, 국방부 시계는 너무도 느리게 돌아간다. 국방부의 시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방부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대한민국 국군은 ‘국산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또 하나의 명품을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유도탄 탑재 복합대공화기’, 이른바 ‘비호복합’이 그것이다. ▲21세기에 나온 20세기 대공포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 시절 훈련시간에 이른바 ‘적 5대 위협’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적 5대 위협’이란 북한군 전력 가운데 가장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었던 기계화부대와 항공기, 특수부대, 화생방무기, 포병 등이 그것이다. 한국형 대공포로 개발된 ‘K-30 비호’ 체계는 적 5대 위협 중 하나인 항공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실 북한의 공군 전력은 한국공군, 특히 전시에 미군 증원 전력으로 더욱 강화되는 한미연합공군에 비하면 위협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낙후되어 있지만, 육군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저공을 통해 기습적으로 침투하는 AN-2 등 침투용 항공기이다. 요즘은 공군에 E-737 조기경보기 등이 갖춰지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감시가 가능했지만, 이러한 항공기 없이 지상 배치 레이더에만 의존했던 과거에는 산악 지형을 이용해 계곡과 협곡을 타고 저공으로 침투하는 AN-2를 잡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980년대에는 공격헬기의 위협에 맞서 장갑차에 탑재된 30mm급 자주대공포가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에 우리 육군도 1983년, 차기 자주대공포 사업을 시작해 1999년 개발을 완료했는데 이것이 K-30 ‘비호’ 자주대공포였다. 문제는 의사결정과 개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해 ‘최신형 국산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시점에 이미 유행에 한참 뒤쳐진 구닥다리 무기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비호는 약 3km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30mm 기관포 2문으로 구성된다. 최대 17km에서 표적을 탐지해 7km부터 추적에 들어가고, 1번에 1개의 표적과 교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외국에서는 이러한 성능의 무기가 30년 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독일은 1970년대 초반에 게파드 대공전차(Flakpanzer Gepard)를 개발해 배치했고, 일본 역시 1980년대 중반에 87식 자주대공포를 내놓았다. 소련에서는 이미 1962년에 ZSU-23-4를 내놓은 데 이어 이미 1982년에는 기관포와 미사일을 동시에 탑재한 복합대공무기 9K22 퉁구스카(Tunguska)까지 내놓았다. 올해로 32세의 고령을 자랑하는 퉁구스카는 비호 등 다른 대공포들이 정지 상태에서만 사격이 가능하고, 한 번에 1개의 표적만 상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동 중에 사격이 가능하고, 동시에 2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2014년 말에 등장한 무기가 32년 전 나온 무기보다 더 형편없는 성능을 가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현상은 40년 전 전차보다 형편없는 가속성능을 가진 ‘국산 명품’ 전차를 만들어낸 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니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미래 전장 환경에 대한 고려? NO! 당초 K-30 비호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 396대가 생산될 예정이었지만, 미래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난 2006년 국회 예산심의에서 대폭 삭감, 167대를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이 조정되었다. 그러나 2014년 11월 24일, ‘하이브리드 대공포’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부활했다. 방위사업청은 24일 비호 복합무기에 대한 언론 발표를 통해 “기존 자주대공포의 성능을 개선하고 유도탄을 장착하여 무장을 복합화함으로써 원거리 교전능력과 함께 저고도로 공격하는 다양한 공중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합무기체계”라고 홍보했다. 과연 그럴까? ‘비호 복합’은 사거리 3km의 비호 대공포에 사거리 5km의 보병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얹은 것이다. 교전 거리가 3km에서 5km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전부이다. 대공포에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복합대공화기’는 러시아가 1982년(퉁구스카), 미국이 1989년(Avenger) 등으로 구현했다가 이제는 전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태 또는 사양화시키고 있는 장비다. 30년 전에 등장해 10년 전부터 퇴역한 무기를 ‘최신 하이브리드 무기’라는 수식어를 붙여 수십억을 주고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이 대공포+휴대용 대공 미사일 조합의 복합대공화기를 도태시킨 것은 이러한 무기체계가 더 이상 현대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비호와 같은 복합대공화기는 정밀유도무기가 급격히 확대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전의 전장 환경에 맞는 무기체계다. 현대전에서 항공기들은 지상공격을 위해 고도를 낮춰 접근하지 않는다. 미국의 AH-64 아파치나 중국의 Z-10 등 공격헬기들은 8km 밖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고, A-10 공격기나 J-10 전투기 등은 10~20km 떨어진 곳에서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한다. 5km 수준의 대공화기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K-30 복합형 대공무기는 북한만 고려했을 때는 충분한 전력이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과의 분쟁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는 ‘50억짜리 철제 관’에 불과하다. 이것도 대공포라고 레이더를 달았으니 적 SEAD(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 전력의 타격 1순위가 될 것이고, 적이 대전차 미사일로 공격하든 정밀유도폭탄으로 공격하든 형편없는 사거리 때문에 적 공중위협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등장한 개념의 무기를 1990년대 후반에 내놓은 것도 한심하지만,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해 2000년대 초반에 도태가 시작된 개념의 무기를 2014년에 내놓고 ‘수출 가능성’까지 이야기하는 방위사업청의 ‘패기’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야전방공체계는 탄도탄 요격까지.. 사실 한국군 야전방공체계의 문제는 비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시기에 나온 ‘천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천마’는 대당 150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무기체계지만,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한 프랑스의 크로탈(Crotale) 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사거리가 10km에 불과하고, 동시에 1개의 표적과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악의 비용 대 효과를 가진 무기로 평가받는다. 해외의 유사 야전방공체계와 비교하면 천마나 비호의 수준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선진국들은 대공포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단거리 구역방공 무기 수준으로 이원화해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일본의 11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기본적인 야전방공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다목표 동시교전과 초음속 순항 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까지 확보했고, 유럽의 BAMSE나 VL-MICA, IRIS-T SLM 등 역시 동시교전 능력과 사거리 면에서 천마와 비할 바가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복합대공무기인 러시아의 판치르(Pantsir)-S1의 경우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하고 30mm 기관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결합해 20km의 거리에서 동시에 4개의 표적과 교전할 수 있다.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는 물론 적의 박격포탄이나 방사포탄, 대레이더 미사일 등을 요격하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로 활용할 수 있는데, 러시아는 이 체계를 더 개량해 이르면 2017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가진 개량형(Pantsir-SM) 체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호 복합’ 대공화기가 약 50억 원, 천마가 150억 원인데 반해 판치르-S1은 대당 1,200만 달러 , 약 130억 원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30년 전에 선보였다가 도태시킨 개념의 무기를 21세기가 10년이나 흐른 시점에 더 비싼 가격표를 붙여 ‘명품’이라고 내놓고 실전배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복합대공화기’는 지난번 K-2 흑표 파워팩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방위사업청이 사업을 주관하고 두산DST가 개발을 주도해 완성했으며, 방사청은 “순수 국내기술로 고난도의 복합화 무기체계를 개발해 타 무기체계 기술개발에 긍정적 파급효과와 더불어 수출 시 가격 및 기술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체면치레한 K11 소총

    체면치레한 K11 소총

    군 당국이 두 차례의 폭발 사고로 결함 논란을 일으켰던 국산 복합형 소총 K11에 대한 공개 품질 시연회를 열고 일단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18일 밝혔다. 그러나 ‘명품’ 국산 무기의 명성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꾸준한 성능 개량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됐던 K11 소총 등 주요 무기와 장비 성능을 현장에서 직접 시연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2010년부터 전력화에 착수한 K11은 5.56㎜ 소총탄과 20㎜ 공중폭발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총열 소총으로 유효 사거리가 500m에 달한다. 특히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 폭발탄을 목표물 상공 2~3m에서 터지게 해 은폐물 뒤에 숨은 적을 300여개의 파편으로 살상할 수 있는 지능형 무기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K11은 2011년 10월 발생한 폭발 사고로 양산이 지연됐고 지난 3월에는 시범 사격 도중 소총의 신관 내 탄환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성능 개량 작업을 지속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K11 복합소총의 격발 센서에 자석을 갖다 대면 총탄이 자동적으로 발사되는 오류가 발견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군 당국이 실시한 이날 시연회에서는 자성이 강한 말굽자석을 갖다 대도 격발되지 않았다. 전자 장비 특성상 충격에 민감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총기를 직접 떨어뜨린 뒤 실시한 사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또한 이날 발사한 공중폭발탄은 10발 모두 유효 반경(5m)보다 좁은 1m 이내에서 명중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과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K11의 무게가 최소 6㎏에 달해 K2 소총의 2배라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도 K11과 같이 소총탄과 공중폭발탄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차세대 복합화기 개발을 시도했으나 기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2004년 이 계획을 취소했다. 미국은 대신 소총 기능은 포기하고 공중폭발탄만을 사용한 XM25(5.6㎏)를 개발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처음 미국에서 M16 소총을 개발했을 때도 문제가 많이 지적돼 수십년간 끊임없이 개량 작업을 거쳐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용하면서 꾸준히 성능 개량을 거듭하면 명품 무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고] K2전차 ROC 수정 논란을 보며/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기고] K2전차 ROC 수정 논란을 보며/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

    최근 일부에서 제기한 무기체계의 작전요구성능(ROC) 수정을 통한 업체 봐주기 논란의 중심에는 K2 전차의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이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K2 전차 국산 파워팩은 성능 면에서 그간 우리 군이 사용해 온 독일제 파워팩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군에서 요구하는 가혹한 조건에서의 각종 시험을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가속 성능 면에서 해외 파워팩에 근소하게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속 성능은 기동 간 사격을 못 해 정지한 상태에서만 사격이 가능했던 구형 전차에서 사격 후 얼마나 빨리 진지를 벗어나 다음 진지로 이동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시됐었다. 그런데 K1 전차 이후의 전차는 기동 간 사격이 가능해 가속 성능보다 기동 속도가 더욱 중요한 요소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독일의 레오파드Ⅱ는 6초, 프랑스 르클레르 전차는 5초라고 하면서 20∼30년 전의 전차보다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과연 사실일까. 가속 성능을 측정하는 방법은 ‘스톨(Stal)l 출발’과 ‘공회전 출발’ 두 가지가 있다. ‘스톨 출발’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떼면서 출발하는 방법이고, ‘공회전 출발’은 엔진이 공회전 상태에서 가속 페달만 밟아 출발시키는 방법이다. 시험 결과 국산 파워팩의 가속 성능은 ‘스톨 출발’에서는 6초대이고, 1차 양산 시 적용된 독일 파워팩은 ‘공회전 출발’에서 가속 성능이 8초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측정 방법이 명시되지 않은 외국산 전차의 가속 성능만으로 단순하게 국산 파워팩의 성능이 20∼30년 전의 외국산 전차보다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차의 생존성 측면에서도 적 유도탄의 비행 시간이 25초임을 고려할 때 가속 성능 8초는 전차의 기동가능 거리가 187m, 9초는 182m로 기동 거리 면에서 5m 차이로 전체 기동가능 거리 182m 감안 시 그 차이가 미미하다. 가격 면에서 국산 파워팩은 해외 파워팩보다 약 5억원 저렴하다. 무엇보다 고장 시 정비 또는 수리부속 조달 등의 후속 군수지원 면에서 월등하다. 국산 파워팩은 우리 업체가 우리 국민을 고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비용도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무기체계 국산화를 고려한 ROC 수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군이 그동안 미군으로부터 공여받아 쓰던 M계열 전차를 대체해 K1 전차를 최초로 생산한 것이 1986년. 그러나 K1 전차는 설계부터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국산 전차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무늬만 국산 전차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기술을 축적해 K1A1 전차를 생산했으며, 이제 최초로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개발한 K2 전차를 전력화하려 한다. 물론 방위산업 분야에 잘못된 관행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하고 비리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이미 시정됐거나 충분히 개선 가능한 무기체계를 고물단지로 매도하거나 개인 비리를 방위산업 전체의 문제로 매도하는 마녀사냥식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
  • ‘호국훈련’ 위풍당당 전차군단

    ‘호국훈련’ 위풍당당 전차군단

    ‘2014 호국훈련’ 이틀째인 12일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열린 도하작전에 참가한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전차들이 강을 건너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1200여명의 병력과 K200 장갑차, K-1 전차 등 200여대의 장비가 참여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게 된 K2 흑표 ...적 앞에서 괜찮을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게 된 K2 흑표 ...적 앞에서 괜찮을까

    - 성능 기준까지 완화하며 '국산 파워팩' 장착 결정 방위산업(防衛産業)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 방위를 위하여 군사적으로 소요되는 물자의 생산과 개발에 기여하는 산업’이다. 즉, 방위산업의 목적은 기업이나 개인의 영리를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를 방위하는데 필요한 물자를 생산 및 개발해 내는 데 있으며, 국가방위와 사적 영리는 결코 그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없고 뒤바뀌어서도 안 된다. 전장에서 장병의 생명, 나아가 전쟁이 터지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터졌다. 육군은 반세기 가까이 사용해 온 노후 전차를 대체하고, 유사시 강력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기동군단을 준비하면서 이 기동군단의 핵심 펀치로 K2 흑표 전차를 개발해 왔다. 화력과 기동력, 생존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K2 흑표 전차는 지난 1995년 기초연구가 시작되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가 2007년 시제차량이 나왔지만, 실전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K2 흑표 기술을 도입해 2008년 개발이 시작된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가 지난 2012년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점과 대조적이다. 후발주자보다 전력화가 지연된 이유는 바로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엔진+변속기) 때문이었다. 당초 이 전차에는 우리나라의 K1 계열은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전차에서 애용되고 있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국내 업체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국산 파워팩을 만들어 내겠다고 주장하며 사업 참여를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 업체의 파워팩 개발을 승인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 명분... 이명박 정부때 선정 이 업체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출력의 전차용 엔진 개발 능력 자체가 없었지만, 사업 참여 요구 당시 약 700여대에 달하는 생산물량과 수출물량을 독점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초 2012년에 모든 개발이 완료되고 실전배치가 시작되었어야 했지만,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물고 늘어지는 업체 때문에 양산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2012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은행 융자를 내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발주를 기다리던 2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거나 일부는 도산했다. 신형 전차를 전력화 해 대체될 예정이었던 40년 넘은 M48 전차는 대체되지 못하고 일선에서 계속 운용되어야 했다. 국가안보는 물론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군 전력공백과 중소기업 경영난을 일으킨 이 업체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엔진을 개발하라고 지원한 국고 보조금 가운데 70억 원을 횡령해 자사의 굴삭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되기도 했으며, 국산 파워팩 선정에 가장 큰 방해 요소였던 독일제 파워팩 제조사에서 고문을 맡았던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불법 로비스트’ 낙인을 찍어 낙마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산 파워팩 개발에는 128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정부 투자는 752억 3000만 원, 업체 투자는 527억 6000만 원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지금까지 수 차례 개발 시한이 연기되었지만, 지체보상금을 물지도, 계약이 파기되지도 않았다. 성능은 더욱 가관이었다. 주행 테스트 도중 냉각팬 속도제어 장치가 불량해 엔진이 수시로 과열됐고, 변속기의 전자식 제어장치인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불량해 기어 변속이 안 되는가 하면, 조향장치 불량으로 방향 전환 불능에 빠지거나 오일 냉각기 균열로 오일이 새고, 엔진 실린더가 깨지는 등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24건의 중대 결함이 보고되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82건은 보완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실린더 내구도 문제나 오일 및 냉각수 누수 문제는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1280억 들인 '파워팩' 40년전 것 보다 못한 수준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가속성능 이었다. 당초 합동참모본부가 요구한 가속에 관한 작전요구성능(ROC)은 0 → 32km/h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업체가 만든 국산 파워팩은 8.7초가 소요되었고, 아무리 테스트를 해 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독일의 레오파드 II나 프랑스의 AMX-30이 0 → 32km/h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이 6초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40년 뒤에 등장한 엔진이 이들 엔진보다 형편없는 수준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다. 문제는 8.7초라는 기록이 어떤 환경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지상 주행 시험장에서 이루어진 이 기록은 평지에서 공차중량에 가까운 중량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시 상황이 되면 전차 안에 40여 발의 포탄과 연료가 완충되고, 승무원들의 완전군장 등이 실리게 된다. K2 흑표 전차는 개량을 통해 적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동방어장치도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 전투중량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전차가 작전하는 지형이 반드시 평지라는 보장도 없다. 산악 지형이 워낙 많아 다른 전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릎 꿇기’ 기능도 추가하지 않았는가? 경사가 있는 산악지형에서 더 무거운 중량으로 작전한다면 실제 가속 시간은 더 길어지며, 느려진 만큼 피격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당초 합동참모본부는 K2 전차를 국내 개발하면서 시속 32㎞에 도발하는 기준으로 8초를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 합참은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겨 결국 야전교범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로 ROC를 수정했다. 교범에 따르면 적 포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25초 이내에 100m를 이동해야 하는데,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25초에 180m를 이동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교범에서 말하고 있는 25초 이내에 100m 이동은 속도 성능 25.9km/h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가속을 통해 피격 위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 즉 순발력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합참의 교범 해석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합참은 오는 31일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가속성능 9초 완화' 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 안이 의결되면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12일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해 K2 전차에 국산 파워팩을 장착해 양산하는 계획을 승인, 국산 '파워팩' K2 전차가 2016년부터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K2 전차는 전투중량 55톤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전차다. 방어력 증대를 위해 60톤에서 최대 70톤 수준까지 무거워진 미국의 M1A2나 독일의 레오파드IIA7, 영국의 챌린저II보다 가볍다. 이는 무거운 장갑판을 둘러 방어력을 증대시키기보다 경쾌한 기동성으로 적 포탄이나 대전차무기를 회피하는 설계 사상 하에서 개발됐다는 것이다. -이 전차를 탈 장병들은?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 보호’를 위해, 또는 ‘0.7초 때문에 1300억 원을 날려버릴 위기’ 때문에 ROC를 완화하고 국산 파워팩을 구입하겠다는 방위사업청과 합참의 결정에 따라 이제 K2 전차 승무원들은 적 대전차 무기의 위협 앞에 던져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예정된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막대한 예산 지원과 함께 수년간 수차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요구한 성능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실패했다면, 업체는 사업 실패에 대해 국가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동안 받아 챙긴 정부 지원금에 더해 사업 지연에 따른 벌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무겁고 중대한 사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업체의 이해관계나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논리가 국익보다 먼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오히려 문제의 업체 편을 들어 작전요구성능 완화를 요구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이 같은 행위는 이 전차를 타고 전장에 나설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적행위이자, 그 장병들을 군대에 보내고 십시일반 세금을 모아 무기를 사게 해준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이다. 이것이 방사청의 ROC 완화 결정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이며, 정부와 정치권, 사정당국이 K2 전차 사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해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이 황당한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국민 앞에 명명 백백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세계 최강 전차’ K2 흑표 ‘사망선고’ 받은 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세계 최강 전차’ K2 흑표 ‘사망선고’ 받은 날

    ▲ROC 기준 하향... '국산 파워팩' 장착 결론 우리 육군의 차세대 전차인 K2 흑표전차의 작전요구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이 하향 조정됨으로써 국가안보보다 능력 미달 업체의 이익이 우선이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0월 29일은 세계 최강의 전차 개발을 목표로 지난 1995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시제차량이 나온 지 8년 만에 ‘세계 최강 전차’ K2 흑표가 사망선고를 받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28일 합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32km/h로 가속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8초 이하에서 9초 이하로 ROC를 완화함으로써 국산 파워팩의 K2 흑표전차 장착을 가로막았던 조건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당초 합참은 ROC 완화에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이것은 시험 커트라인이 90점이었는데, 응시자의 성적이 80점에 불과해 합격시킬 방법이 없으니 커트라인을 80점으로 낮춰 자격 미달의 응시자를 합격시켰다는 말이다.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된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변속기는 S&T가 개발했다. 이들 업체는 1,500마력에 이르는 고출력 파워팩을 개발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국산화를 주장하며 사업에 끼어들었고, 결국 전력화 지연에 따른 전력공백과 양산 비용 상승, 협력업체 경영난 유발 등 안보와 방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군 관계자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등장한 레오파드 IIA4가 6초, 20년 전에 등장한 르끌레르가 5초, 25년 전에 등장한 그 무겁다는 M1A1HA가 6.8초, M1A2가 7.2초가 소요되는데, 2014년에 등장한 전차의 ROC를 8초로 정한 것도 모자라 여기에 1초를 더 완화시켜 9초로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라는 질의에 대해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해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군의 작전 환경을 고려해 작전요구성능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업체 기술 수준을 고려한 ‘업체요구성능’에 맞춰 ROC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기술적・전술적・경제적 불이익보다 중요한 업체이익 K2 흑표 파워팩 ROC 완화는 기술적・전술적・경제적으로 심각한 가져온다. 이러한 불이익은 직접적으로는 일선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간접적으로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만든다. 기술적 문제를 보자. 합참은 “가속 성능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K2 전차에는 능동방어장치가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K2 전차에는 유도 교란형 방어장치와 능동 파괴형 방어장치 2종의 대전차 무기 방어수단이 장착될 예정이다. 유도 교란형 방어장치는 대전차 미사일 등의 무기 발사가 감지되면 방해전파를 쏴서 대전차 무기가 명중하지 못하도록 교란하는 장치이고, 능동 파괴형 방어장치는 대전차 미사일이나 RPG-7 등의 대전차 무기가 발사되면 요격탄을 발사해 이를 파괴해 버리는 방어장치이다. 둘 다 전파를 이용한 센서에 의존하는데, 이들 센서들의 전파 간섭 현상이 보고된 바 있고, 북한군이 소대급에 운용하는 저격수의 저격용 총기나 분대급에 배치된 RPG-7 로켓의 파편만으로도 포탑 외부의 센서는 손쉽게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장치가 무력화되면 K2 전차는 적의 대전차 무기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전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유도 교란형 방어장치는 기본적으로 전파를 이용한 재머(Jammer)이기 때문에 능동 파괴형 방어장치의 센서는 물론 무전기, 인접한 보병의 통신장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능동 파괴형 방어장치는 요격탄을 발사해 파편으로 적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차 근처에 아군 보병이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경우 아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0 → 32km/h 수준의 가속 성능으로도 적 대전차 미사일을 충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합참은 "사거리 3,000m인 적의 대전차 유도탄(AT-3)가 도달하는데 25초가 걸리기 때문에 100m만 기동해 엄폐물을 찾으면 피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국산 파워팩을 장착해 32km/h 가속까지 9초가 걸리더라도 25초 이내에 182m를 이동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T-3는 500m 이내에서도 사격이 가능하며, 산악지형과 시가지 지형이 발달한 한반도 전장환경에서는 3,000m와 같은 원거리에서보다 지근거리에서 대전차 무기가 발사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미사일이 명중할 때까지 사수가 조준기로 표적을 조준하며 미사일을 조작해야 하는 MCLOS(Manual Command to Line of Sight) 방식인 AT-3는 발사 화염을 감지한 전차가 발사 원점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대 사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에는 AT-3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군의 훈련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AT-3보다 70% 이상 빠른 속도를 가진 AT-4 미사일이 식별되고 있고, 지난 2010년에는 AT-3보다 3배 이상 빠른 AT-11 대전차 미사일이 도입되었다는 소식도 들어오고 있다. ▲'겨우 0.7초 미달'? 서방 3세대전차보다 30%나 떨어져 방위사업청은 '겨우 0.7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0.7초'는 ROC를 9%나 미달하는 것이며, 30년 전부터 등장했던 서방측 3세대 전차들의 표준보다 30% 이상 떨어지는 수준이다. 경제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방위사업청은 “독일제 파워팩은 대당 17억 원인데 반해, 국산 파워팩은 대당 12억 원이기 때문에 국산 파워팩이 더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1차분 100대에 들어가는 독일제 파워팩 100대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은 1,700억 원이다. 국산 파워팩은 106대 구입 비용만 1,272억 원, 개발비용이 1,280억 원이 들어갔고, 이 가운데 752억 3,000만원이 정부 예산이었다. 업체가 투자한 개발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국산 개발이 직도입 대비 300억 원 이상 비싸다. 국산 파워팩 도입으로 인해 가속 성능이 악화되어 생존성이 취약해졌기 때문에 유도 교란형과 능동 파괴형 대응장치 탑재가 더욱 필요해졌다. 현재 흑표 전차의 가격은 대당 80억 원 이상인데, 여기에 능동방어장치를 추가하면 대당 10억 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국산 파워팩 장착 106대에만 장착하더라도 단순 계산으로 1,060억 원이 더 들어간다. 즉, 국산 파워팩 장착으로 인해 K2 흑표 전차의 가격은 대당 80억 원대 후반을 넘어 100억 원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차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가 짊어져야 한다. 수출 가능성도 낮아졌다. K2 흑표가 국산 파워팩에 발목잡힌 사이 K2 흑표 기술로 개발된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는 독일제 파워팩을 탑재해 K2보다 일찍 개발을 완료하고 터키군은 물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에 300대 수출 계약까지 체결했다. 사우디는 향후 최대 700대 이상을 더 도입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K2 전차보다 저렴하면서도 한발 먼저 시장에 나온 알타이 전차는 터키뿐만 아니라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산 파워팩 고집 덕분에 K2 흑표는 소요군인 육군의 전력 공백, 혈세 낭비, 협력업체의 경영난이라는 문제를 불러온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 후발 주자인 터키에게 고작 4억 달러를 주고 기술을 팔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까지 빼앗겼다. 기술적・전술적・경제적으로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산 파워팩을 고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방위사업청은 ROC 완화와 국산 파워팩 선정을 밀어 붙였다. 국익보다 ‘업체 이익’이 우선시되는 무기도입 사업의 최악의 선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방산 군납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드시 뇌물을 수수하고 ‘군피아 낙하산’으로 전역 후 직업을 보장받는 특혜만이 방산 군납비리가 아니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임기 내 치적 쌓기’식으로 밀어 붙이고 보는 관행, 그리고 객관적, 논리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폐쇄 지향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국익을 해친다는 점에서 비리(非理)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방산 비리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현만큼 그 의지가 실천으로 이어져 제복을 입고도 국가안보와 사익(私益)의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리 세력에 대한 철퇴가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사무총장)
  • 경량 아웃도어 신발 닳는 차이 최대 7배

    경량 아웃도어 신발 닳는 차이 최대 7배

    가벼운 등산, 걷기 운동을 할 때 신는 경량 아웃도어화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품별로 내구성에 큰 차이가 있어 제품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10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파는 경량 아웃도어화를 대상으로 가격·품질 비교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품별로 내마모성에 최대 7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27일 밝혔다. 겉창이 닳는 정도를 나타내는 내마모성을 비교하기 위해 신발 밑창을 사포로 문질러 다 닳는 횟수를 측정한 결과 노스페이스와 라푸마의 신발이 4300회까지 버티며 가장 튼튼했고, 아이더 제품은 600회로 제일 빨리 닳았다. 아이더 신발은 제품을 샀을 때 밑창과 중창, 중창과 겉가죽이 잘 붙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접착 강도에서 ㎜당 6.3N으로 1위에 올라 가장 낮은 코오롱스포츠 제품보다 2.1배 튼튼했다. 미끄럼에 대한 저항은 건조할 때는 노스페이스와 라푸마, 습할 때는 밀레, 컬럼비아, 아이더, K2, 블랙야크 신발이 우수했다. 걸을 때 발로 전달되는 압력을 나타내는 족저압력은 컬럼비아(1.08㎏f/㎠) 제품이 가장 낮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무용지물 軍 방탄복, 군납비리 발본하라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을 전투요원에게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 조작과 특혜 계약에 따른 전형적인 군납 비리다. 군(軍)피아의 추악한 공생관계가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군의 난맥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군 기강을 다잡겠다는 국방부의 선언이 무색하게 현역 장교의 성폭행 사건이 재발했다. 이래서는 강군(强軍)도, 병영문화 혁신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지난 2월 감사원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특전사가 2011~12년 일선에 내려보낸 다기능 방탄복 2000여벌이 북한군의 AK74 소총의 탄환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특전사가 사전 기능 시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의적으로 시험 평가서를 작성해 문제의 방탄복을 13억여원어치 구입했다고 밝혔다. 제 자식이 근무하는 군 부대라도 불량 방탄복을 보급했겠는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앞서 해당 납품업체는 2010년 방위사업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 때 서류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음에도 방사청이 85억여원의 수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과 방사청, 군납업체가 한통속으로 연루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피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재발방지와 구조 개혁을 공언했지만 부패의 사슬 구조는 이를 비웃듯 활개치고 있다. 방사청이 문재인 새정연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현재 방산업체 96곳 가운데 45곳에 중령 이상 전직 군 간부 297명이 근무하고 있다. 유관 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업무 연관성이 없다며 교묘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군피아의 폐해는 군 전력의 차질과 안보 불안,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벌백계하고 그 뿌리를 뽑아야 할 사안이다. 이미 드러난 비리만 해도 충격적이고 심각하다.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구입한 통영함 비리 사건은 방사청 간부와 업체가 결탁한 전형적인 군납비리로 드러났다. K11 복합소총을 비롯해 K2 전차, 120㎜ 자주박격포 등 국산화 무기의 상당수는 부실 평가 등의 문제점으로 정상적인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군납 비리가 우리 군의 작전과 무기 체계에 손상을 입히는 중대 범죄라면 군내 성폭력은 병영의 사기와 기강을 좀 먹는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최근 육군 17사단장이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수도군단 예하 사단 소속 문모(48) 중령이 부하 여군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한다.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 군기 위반 사건은 2010년 13건에서 지난해 59건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방부는 전군 특별 진단과 기강 확립을 지시하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군의 총체적 난국이다. 자성과 자정에 맡기기에는 환부가 깊고 치명적이다. 군피아의 구조적인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군 간부의 도덕성과 인식을 개조하지 않는다면 투명성과 신뢰의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수사 당국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제2창군의 의지로 개혁과 혁신에 나서라. 부정과 비리의 시시비비를 낱낱이 가리고 관련 법과 제도를 강화해 우리 군의 활로를 모색해야 마땅하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고 나오는 K2 흑표전차...적 앞에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부실 심장’ 달고 나오는 K2 흑표전차...적 앞에선?

    방위산업(防衛産業)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 방위를 위하여 군사적으로 소요되는 물자의 생산과 개발에 기여하는 산업’이다. 즉, 방위산업의 목적은 기업이나 개인의 영리를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를 방위하는데 필요한 물자를 생산 및 개발해 내는 데 있으며, 국가방위와 사적 영리는 결코 그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없고 뒤바뀌어서도 안 된다. 전장에서 장병의 생명, 나아가 전쟁이 터지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터졌다. - 이명박 정부때 선정... 그 업체엔 특별한 게 있다? 육군은 반세기 가까이 사용해 온 노후 전차를 대체하고, 유사시 강력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기동군단을 준비하면서 이 기동군단의 핵심 펀치로 K2 흑표 전차를 개발해 왔다. 화력과 기동력, 생존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K2 흑표 전차는 지난 1995년 기초연구가 시작되고, 2003년부터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들어가 2007년 시제차량이 나왔지만, 실전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K2 흑표 기술을 도입해 2008년 개발이 시작된 터키의 알타이(Altay) 전차가 지난 2012년부터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점과 대조적이다. 후발주자보다 전력화가 지연된 이유는 바로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엔진+변속기) 때문이었다. 당초 이 전차에는 우리나라의 K1 계열은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전차에서 애용되고 있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국내 업체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국산 파워팩을 만들어 내겠다고 주장하며 사업 참여를 요구했고, 이명박 정부는 ‘국내 방위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 업체의 파워팩 개발을 승인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 업체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출력의 전차용 엔진 개발 능력 자체가 없었지만, 사업 참여 요구 당시 약 700여대에 달하는 생산물량과 수출물량을 독점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초 2012년에 모든 개발이 완료되고 실전배치가 시작되었어야 했지만,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물고 늘어지는 업체 때문에 양산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2012년 양산 개시를 목표로 은행 융자를 내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발주를 기다리던 2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거나 일부는 도산했다. 신형 전차를 전력화 해 대체될 예정이었던 40년 넘은 M48 전차는 대체되지 못하고 일선에서 계속 운용되어야 했다. 국가안보는 물론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군 전력공백과 중소기업 경영난을 일으킨 이 업체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엔진을 개발하라고 지원한 국고 보조금 가운데 70억 원을 횡령해 자사의 굴삭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되기도 했으며, 국산 파워팩 선정에 가장 큰 방해 요소였던 독일제 파워팩 제조사에서 고문을 맡았던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불법 로비스트’ 낙인을 찍어 낙마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280억 들인 '파워팩' 40년전 것 보다 못한 수준 국산 파워팩 개발에는 1280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정부 투자는 752억 3000만 원, 업체 투자는 527억 6000만 원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고, 지금까지 수 차례 개발 시한이 연기되었지만, 지체보상금을 물지도, 계약이 파기되지도 않았다. 성능은 더욱 가관이었다. 주행 테스트 도중 냉각팬 속도제어 장치가 불량해 엔진이 수시로 과열됐고, 변속기의 전자식 제어장치인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불량해 기어 변속이 안 되는가 하면, 조향장치 불량으로 방향 전환 불능에 빠지거나 오일 냉각기 균열로 오일이 새고, 엔진 실린더가 깨지는 등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24건의 중대 결함이 보고되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82건은 보완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실린더 내구도 문제나 오일 및 냉각수 누수 문제는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가속성능 이었다. 당초 합동참모본부가 요구한 가속에 관한 작전요구성능(ROC)은 0 → 32km/h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업체가 만든 국산 파워팩은 8.7초가 소요되었고, 아무리 테스트를 해 봐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독일의 레오파드 II나 프랑스의 AMX-30이 0 → 32km/h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이 6초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40년 뒤에 등장한 엔진이 이들 엔진보다 형편없는 수준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다. 문제는 8.7초라는 기록이 어떤 환경에서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지상 주행 시험장에서 이루어진 이 기록은 평지에서 공차중량에 가까운 중량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시 상황이 되면 전차 안에 40여 발의 포탄과 연료가 완충되고, 승무원들의 완전군장 등이 실리게 된다. K2 흑표 전차는 개량을 통해 적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동방어장치도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 전투중량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전차가 작전하는 지형이 반드시 평지라는 보장도 없다. 산악 지형이 워낙 많아 다른 전차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릎 꿇기’ 기능도 추가하지 않았는가? 경사가 있는 산악지형에서 더 무거운 중량으로 작전한다면 실제 가속 시간은 더 길어지며, 느려진 만큼 피격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형편없는 성능과 신뢰성, 그래도 채택? 당초 ROC 수정을 반대했던 합동참모본부는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요구에 못 이겨 결국 야전교범 해석을 변경하는 꼼수로 ROC를 8초에서 10초로 수정했다. 교범에 따르면 적 포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25초 이내에 100m를 이동해야 하는데,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는 25초에 180m를 이동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교범에서 말하고 있는 25초 이내에 100m 이동은 속도 성능 25.9km/h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가속을 통해 피격 위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능력, 즉 순발력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합참의 교범 해석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K2 전차는 전투중량 55톤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전차다. 방어력 증대를 위해 60톤에서 최대 70톤 수준까지 무거워진 미국의 M1A2나 독일의 레오파드IIA7, 영국의 챌린저II보다 가볍다. 이는 무거운 장갑판을 둘러 방어력을 증대시키기보다 경쾌한 기동성으로 적 포탄이나 대전차무기를 회피하는 설계 사상 하에서 개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방위산업 보호’를 위해, 또는 ‘0.7초 때문에 1300억 원을 날려버릴 위기’ 때문에 ROC를 완화하고 국산 파워팩을 구입하겠다는 방위사업청의 결정에 따라 이제 K2 전차 승무원들은 적 대전차 무기의 위협 앞에 던져질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예정된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막대한 예산 지원과 함께 수년간 수차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요구한 성능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실패했다면, 업체는 사업 실패에 대해 국가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그동안 받아 챙긴 정부 지원금에 더해 사업 지연에 따른 벌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무겁고 중대한 사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업체의 이해관계나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논리가 국익보다 먼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오히려 문제의 업체 편을 들어 작전요구성능 완화를 요구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이 같은 행위는 이 전차를 타고 전장에 나설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적행위이자, 그 장병들을 군대에 보내고 십시일반 세금을 모아 무기를 사게 해준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이다. 이것이 방사청의 ROC 완화 결정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이며, 정부와 정치권, 사정당국이 K2 전차 사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해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이 같이 황당한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국민 앞에 명명 백백하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괴짜 사령관’과 특전사의 환골탈태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괴짜 사령관’과 특전사의 환골탈태

    ‘안되면 되게 하라’대한민국을 잿더미에서 끌어내 번영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던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슬로건이자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로 평가 받는 특전사는 내로라하는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지원자들 가운데서 우수 자원을 뽑아 극한의 상황에서 담금질해 전사(戰士)를 양성하며, 고도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임무 특성상 한 부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부사관 위주로 팀을 구성하여 작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전사는 육군 소속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육군 부대는 분대-소대-중대-대대로 편성되어 작전하지만, 특전사는 팀 단위 작전이 기본이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에 지휘관부터 저격・폭파・통신・의무 등 각각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적지 한복판에서 오로지 팀원들에게만 의지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육군이지만 임무도 성격도 정체성도 완전히 다른 부대라는 것이다. -특수부대의 발목을 잡는 ‘규정’ 특전사는 부대 구성이나 운영, 전술 등에서 일반 육군 부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특전사 근무 경험이 없거나 짧은 장교들이 특전사로 유입되면서 특수부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로 부사관들로 이루어진 베테랑 대원들과 새로 전입 온 장교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빚어지거나, 특수부대에 맞지 않는 일반 육군 규정이 적용되면서 베테랑 대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 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지상 전투 양상의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당시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의 일부로 파견되었던 특전사 대원들도 동맹군과의 연합작전을 벌이면서 이러한 ‘전투 혁신’에 휘말렸다. 당시 미군이나 영국군 등 선진국 지상 전투요원들은 현지에서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 현대화를 급속도로 추진했다. 모든 총기에 피카티니(Picatinny) 규격의 레일이 장착되어 여기에 광학장비와 조준장비 등 온갖 부가장비들이 장착되기 시작했고, 통신기가 내장된 방탄헬멧과 방탄소재로 만들어진 탈부착식 전술조끼 등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비를 갖춘 부대와 갖추지 못한 부대의 전투 능력이나 생존율은 큰 차이를 보였고, 당연히 특전사 대원들도 이러한 장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바로 ‘규정’이었다. 전시 원활한 보급 등을 위해 마련된 군수보급품 관리규정에 따르면, 보급된 장비를 개조하거나 개량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육군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K1A나 K2 소총에 레일과 광학조준장비를 부착해 운용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이라크 파병 당시 많은 대원들이 자비를 들여 백 수십만 원씩 하는 광학장비와 레일을 구입해 총기에 부착하고 작전에 임했다. 전투가 벌어지면 이겨야 하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무 복귀 후 장비 검사나 군수품 검열이 있을 때는 이러한 ‘사제’ 장비들은 떼어내 숨겨야 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도 이러한 ‘규정’의 발목잡기는 여전했다. 특전사는 일반 보병부대와 그 임무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총기는 K1A와 K2, K3 등을 벗어날 수 없었고, 여기에 어떤 부가 장비를 장착할 수도 없었다. 일부 대원들이 자비를 들여 장비를 갖추고는 있었지만, 전투장비지휘검열이나 부대 전투력 평가 때는 반드시 숨겨야 했다. 일선의 일부 지휘관들이 ‘사제’ 장비 장착과 사용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전투장비지휘검열이나 전투력 평가에 검열관이나 평가관들은 “사제 장비를 사용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른 부대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율 점수를 깎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전투력’이 우선이 아니라 ‘형평성’과 ‘행정편의’가 우선되는 탁상 군대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미군 그린베레나 네이비씰, 영국 SAS 등 유명한 특수부대들은 정규군의 제식 총기가 아니더라도 대원들의 기호에 따라 총기와 장비 선택권을 주고 있다. 미국의 제식 총기는 M4A1과 M16A4지만, 그린베레나 네이비씰은 SCAR 시리즈나 AK-47을 쓰기도 한다. 해군 특수전전단은 부대에게 각종 장비 선택의 재량권이 비교적 넓게 주어졌지만, 특전사는 육군 규정의 족쇄에 오랫동안 묶이면서 오랜 시간동안 특수부대로서의 정체성을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했다. -'괴짜 사령관‘의 등장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한 장군이 특수전사령관으로 취임했다. 이 장군은 굉장히 특이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30년 전, 중위로 근무할 때 버마 아웅산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합참의장을 구해내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받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구출작전 지휘관이자 협상가로 변신해 인질들을 구해오는가 하면, ‘병사의 주적은 간부’라는 불문율(?)이 무색할 정도로 야전 지휘관 시절부터 숱한 일화들을 만들어내며 ‘팬클럽’ 수준의 예비역 지지자들을 가진 장군으로도 유명하다. 장군임에도 ‘돌격머리’ 스타일을 고집했고, 훈련할 땐 ‘이가 갈릴 만큼’ 실전적으로, 놀 땐 권위나 격식 따지지 않고 화끈하게 풀어주는 부대 운영 스타일로 유명했다. 병사들 전역식을 직접 챙기며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투스타 경례나 받고 가라”며 전역하는 병사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던 일화는 이기자 부대의 전설처럼 이어져 오고 있고, 부대 밖에 나가면 양로원이나 마을회관은 물론 유기견 보호센터까지 소리 없이 챙기며 지역 주민들로부터 ‘그런 양반 또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 특수전사령관인 전인범 중장 이야기다. 전 사령관은 취임 초 있었던 한 세미나에서 한 부사관을 소개했다. 전 사령관은 아놀드슈워제네거를 닮은 이 베테랑 부사관을 소개하며 외빈들에게 읍소(泣訴)했다. “이 대원을 보십시오. 특전사 개개인의 전투능력은 세계 최강입니다. 하지만 특전사답게 싸울 무기와 장비가 없습니다. 우리가 특전사답게 싸울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읍소하는 사령관의 모습에서 장군으로서의 권위와 자존심, 격식을 찾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이끌어 나가야 할 조직의 미래에 대한 절박감만이 보였다. 그 절박감 때문에 그는 취임 초기부터 그동안 특전사를 옭아매고 있던 규정들을 과감히 쳐냈다. 그동안 몰래 사용하던 사제 장비들 사용을 허용하고, 해당 사제장비가 전투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면 부대 차원에서 구매해 보급해 주기도 했다. 그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은 물론 국방과학연구소와 민간 방산업체들을 수 없이 찾아다녔다. 장비 구입을 위한 예산 확보, 새로운 장비의 개발 등을 위해서였다. 해외 특수부대와의 교류협력에도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미국으로부터 합동화력관측관(JFO : Joint Fire Observer)과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 : 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 전술적 변화에도 힘썼다. 물론 반발이 있었다. 그의 지휘 스타일과 지시는 기존의 육군 규정과 맞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예하 참모와 지휘관들의 우려를 샀고, 육군본부와의 불편한 관계도 감수해야 했지만 그는 진급이나 정무적 판단은 무시하고 개혁을 밀어붙였다. -특전사에 부는 ‘변화 바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장비와 무기체계의 변화였다. 방탄복과 전술조끼, 헬멧과 통신기는 물론 각종 총기와 부가장비들이 속속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존 총기에 피카티니 레일과 광학장비가 확대 보급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정밀도와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는 SCAR 시리즈가 도입된 데 이어 최근에는 M32 6연발 유탄발사기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육군과 해병대 등 지상 전투 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K201 / M203 유탄 발사기가 소총에 장착해 단발 사격만 가능한 것과 달리 M32는 기존의 40mm 유탄보다 더 크고 위력은 2배 가까이 강력한 40mm 유탄 6발을 3초 이내에 연속으로 퍼부을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의 화기다. 수류탄과 같이 폭발하는 일반 유탄은 물론 연막탄과 섬광탄, 조명탄, 심지어 특수 제작된 정찰용 카메라가 부착된 정찰탄도 사격할 수 있으며, 장갑차량에 대응할 수 있는 대장갑열화탄(Hell Draco)도 사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높다. 적지 후방 및 종심에서 팀 단위로 작전을 펴는 특전사의 임무 특성상, 몇 배의 병력에게 포위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고위력 화기는 포위망을 뚫고 적의 공세를 저지하는데 대단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체계는 그동안 도입 자체가 고려된 바가 없었다.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회사 제품이었기 때문이었다. 특전사에 근무하다가 전역해 현재는 보안 관련 업계에 종사하며 후배들에게 자문활동을 해주고 있는 한 예비역 중사는 “지금과 같은 사령관이 있었다면 전역 안했을 것”이라며 특전사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그는 또 “최근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고는 진짜 특수부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부대를 혹독히 담금질하는 과정 중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라면서 “전우를 잃은 사고는 가슴 아프지만, 여기서 개혁을 멈춘다면 적이 이름만 듣고도 벌벌 떨었던 세계 최강의 특전사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잦은 사건・사고로 인해 ‘군 개혁’이 국방안보 분야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특전사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는 한 ‘괴짜 사령관’의 행보가 부대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사설] 비리 오명 방위사업청 대수술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의 주요사업들이 적지 않은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해군 구조함정인 통영함 장비 납품 비리로 논란을 빚는가 싶더니 어제는 무기 국산화 사업의 상당수가 졸속 시험평가로 인해 적지 않은 예산 낭비와 안보 불안을 초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방위사업청이 통째로 부실 덩어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어제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른바 ‘K’ 계열로 통칭되는 주요 국산 무기들이 충분한 시험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양산되는 바람에 잦은 부품 결함으로 전력화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문화일보도 국산무기인 K11 복합소총이 설계와 제작 기술상의 문제로 상당한 결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지난 7월 자체 평가를 내리고도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K11 복합소총 원인 분석’이라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국산 무기 상당수가 업체 기술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작전요구성능(ROC) 설정과 시험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양산 결정 등으로 전력화가 4∼5년 이상 지연되고,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연구 개발비와 양산 비용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부실 평가로 인해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는 무기체계는 K11 복합소총 말고도 K2 전차 파워팩, 120㎜ 자주박격포 등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산무기의 부실은 이뿐이 아니다. 9000억원에 이르는 구축함 율곡이이함의 경우 바닷물 유입을 막는 마개가 없어 적 기뢰를 속이는 기만탄 다수가 부식됐다. 고속정과 호위함의 레이더가 반년 동안 80차례나 고장 나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작년 건조된 통영함의 경우 ‘국내 기술로 제작된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는 군 당국의 자찬에 분통이 터질 만큼 비리와 부실 평가가 뒤엉킨 고물함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방사청의 총체적 부실이 결코 업무 태만에서 비롯된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최근 발각된 통영함 납품 비리 말고도 중국산 베레모를 국산으로 속여 납품하다 지난 3월 적발돼 부정당업체로 지정된 업체가 그 뒤 군용모 22만개 납품을 낙찰받은 사실에서 보듯 구조적 비리 사슬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기저에 예비역 장성들이 방산업체에 들어가 방사청과의 비리 커넥션을 형성하는 ‘군피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 해 예산만 10조원 넘게 쓰는 방사청이다. 이들의 비리·부패는 그 자체로 엄청난 예산 누수를 가져올 뿐더러 안보태세에도 심각한 허점을 남기게 된다. 군피아 척결을 비롯한 대대적 인적·제도적 혁신이 시급하다.
  • [기획] 우리 바주카포, 정말 北 전차에 무용지물일까

    [기획] 우리 바주카포, 정말 北 전차에 무용지물일까

    65년 전 6.25 전쟁 발발 직후 우리 군과 미군 선발대가 속수무책으로 연전연패했던 것은 북한의 전차부대 때문이었다. 우리 군과 미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인 일명 ‘바주카포’는 북한의 T-34 전차를 파괴하기에 역부족인 성능이었고, 이 때문에 바주카를 맹신하던 미 24사단 선발대 ‘스미스부대’는 오산 전투에서 북한군에 대패하며 그 길로 대전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런데 65년 전 전세를 불리하게 몰아갔던 대전차 무기 문제가 또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육군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대전차 미사일 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4만 6,000여 기의 대전차 미사일 가운데 수명이 남아 있는 것은 360여 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무기 6종 가운데 TOW와 판저파우스트(Panzerfaust) III(PZF-III), M72 LAW(Light Anti-Tank Weapon)는 100% 수명주기를 다했으며, 그나마 수명주기가 남아있는 무기는 러시아제 메티스(METIS)-M과 무반동총뿐”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대전차 미사일 노후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 북한군의 전차 전력은 급격히 강화되었으며,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가 북한의 전차에 무용지물인 것처럼 보도하며 스웨덴제 대전차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을 연달아 제기하고 있다. ▲ 北 전차 전력 수준이 어떻기에... 대전차무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논란을 일으킨 북한의 전차 전력 강화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북한의 전차 보유량은 약 4,200여대 수준이며, 국방부는 이 가운데 약 900여 대가 천마호와 선군호 등 신형 전차라고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군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2005년부터 약 900여 대의 신형 전차를 실전배치했다”고 밝히며 북한 전차 위협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진짜 전력 수준은 어떨까?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전차 전력을 4,200여 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의 연례 북한 군사력 동향 보고서나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rch Institute) 등은 북한의 전차 보유 수량을 3,500여 대로 평가하고 있다. 이 3,500여 대는 다시 최신예 선군호 전차 일부와 폭풍호 시리즈 500여 대, 천마호 시리즈 1,000여대를 주력으로 2,000여 대의 T-54/55, T-34와 PT-76 등의 경전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2차 세계대전에 등장한 T-34나 등장한지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PT-76과 같은 경전차는 우리 군 K-21 장갑차의 40mm 기관포로도 격파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북한의 실질적인 주력인 T-54/55 계열 전차는 전면장갑이 200mm에 불과하며, 천마호 시리즈 역시 천마호 가~다형은 주조제 단일 장갑인 소련의 오리지널 T-62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장갑 두께가 240mm 수준이다. 천마호 라형과 마형, 폭풍호 가~다형, 선군호 전차는 복합장갑과 반응장갑이 탑재되어 방호력이 증대되었지만, 그 수량은 북한군 전체 전차 전력의 1/3 수준인 1,000여 대 미만에 불과하다. 이 1,000여 대가 북한이 2005년부터 생산했다는 900여 대의 신형 전차들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900여 대의 신형 전차를 생산해 배치했다는 것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기간 우리 군은 K1A1 전차 3,4차 양산을 시작해 388대를 생산했다. 연평균 55대 수준이다. 그런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경제 제재를 받으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이 연평균 130대, 무려 1개 기계화사단분의 전차를 매년 찍어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 7월 함경남도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신형 폭풍호 전차를 생산하는 신흥군의 61호 군수공장이 치명적인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엄청난 폭우로 인해 인근 장진강 발전소가 수문을 열었고, 수위 증가에 대비해 공장 근처에 제방을 쌓았지만, 이 제방이 넘치면서 공장은 물론 신흥군 전체가 물바다가 된 바 있었다. 김정일의 긴급복구지시가 하달될 만큼 큰 피해를 입은 이 공장은 생산을 위해 구입해 놓은 중국제 엔진 230여 대가 쓸려온 토사에 침수되어 사용 불능이 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230여 대의 엔진이 날아가고 공장 전체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면 이는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다. 공장 손상과 엔진 소실로 약 2년 치 생산 분에 타격을 입었다면 북한은 6년간 연평균 150대 이상, 즉 우리나라의 3배 규모로 전차를 생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 중 생산된 신형 전차는 중국제 엔진과 사격통제장치, 신형 반응장갑과 주포 등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획득 비용이 기존의 구형 전차보다 대단히 증가했을 것인데,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핵개발에 매진하고 있던 북한의 호주머니에서 연평균 150대의 전차를 찍어낼 수 있는 비용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 신형 전차 900대 양산설’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 정말 北 전차 파괴 못할까? K2와 K1, K1A1, M48A5 등 4종으로 통일된 우리 군 전차 전력과 달리 북한의 전차는 식별된 것만 12종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러나 대부분 소련제 T-54/55와 T-62에 기반을 두고 개량한 모델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능은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이들 전차의 방호력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군의 숫적 주력인 T-54/55와 오리지널 T-62 계열은 장갑 두께가 240mm 수준이다. 이는 정말 두께가 24cm라는 것이 아니라 장갑판의 소재와 경사도 등을 고려했을 때 균질압연강판(RHA : Rolled Homogeneous Armor) 환산치라 240mm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일부 배치된 폭풍호와 선군호 일부를 제외한 3,000여 대, 즉 85%는 우리 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대전차 무기로 격파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전면장갑 기준이기 때문에 전면보다 더 얇은 측면이나 후면을 공격하면 더 쉽게 격파가 가능하다. 문제는 천마호 후기형 일부와 폭풍호, 선군호에 탑재되기 시작한 반응장갑이다. 같은 100mm의 장갑판이라도 100mm 장갑판 하나보다 10mm짜리 10장을 포개어 놓는 것이 운동에너지탄이나 화학에너지탄에 모두에 대해 더 우수한 방호력을 발휘한다. 조선시대 면제배갑(綿製背甲)이나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총탄을 막는 원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는 모두 화학 에너지탄, 즉 HEAT(High-Explosive Anti-Tank) 탄두를 가진 무기들이다. HEAT는 폭약에 원추 또는 반구형의 금속성 라이너를 넣은 폭약을 폭발시키면 라이너 방향으로 금속성 제트기류(Metal-jet)를 형성시키는 먼로효과와 탄두에 약간 이격을 두고 작약을 설치해 폭발시키면 추진 방향으로 폭발력이 집중되는 노이만 효과(Neumann effect)라고 불리는 화학적 현상을 이용한 탄두이다. 높은 열과 강력한 압력의 메탈제트로 장갑판을 녹이며 관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2차 대전 때부터 전차를 파괴하기 위한 대전차 포탄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먼로-노이만 효과에 의한 메탈제트는 장갑판과 장갑판 사이에 공간이 있을 경우 한 방향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기류와 에너지가 장갑판 사이의 공간으로 퍼지면서 관통력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장갑판에 약간의 폭약을 넣은 반응장갑이 있으면 명중과 동시에 반응장갑 속의 폭약이 포탄의 작약보다 먼저 터지면서 메탈제트의 방향을 포탑 반대 방향으로 바꿔 버린다. 북한의 신형 전차들이 포탑 주변에 벽돌과 같은 장갑판을 덕지덕지 붙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장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포탄에 여러 개의 탄두를 다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 나오는 대전차 무기들은 탠덤(Tandem)식 탄두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전방 탄두가 반응장갑을 파괴하고, 두 번째 탄두가 본장갑을 관통하는 방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이 보유한 거의 대부분의 대전차 화기는 탠덤식 탄두가 아니기 때문에 반응장갑을 장착한 북한의 신형 전차를 파괴할 수 없다. 하지만 대전차 무기가 반드시 적 전차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도 아닐뿐더러, 최근 10여 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사례를 분석했을 때 대전차 로켓무기가 전차보다는 건물과 벙커, 기관총 진지 등에 대한 공격에 더 많이 쓰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의 전쟁에서 미군은 값비싼 신형 대전차 로켓보다 이미 도태시킨 낡은 M72 LAW가 더 유용하다는 평가를 내리며 창고에서 이를 다시 꺼내 쓰기 시작했고, 새로운 대전차 무기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할만한 북한의 신형 전차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각의 지적처럼 대량의 대전차 무기를 긴급히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부고]

    ●박행복(전 백성사 대표)씨 별세 상률(옴니버스 이사)선이(영상물등급위원장)인이(월간 산 근무)미선(전 조달청 국제협력과 주무관)씨 부친상 박동우(중앙대 교수)서봉학(세무사)씨 장인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410-3151 ●이재우(법무법인 삼우 대표변호사)상훈(회사원)씨 부친상 정철민(대한치과협회 감사)박기호(월계고 교사)남승호(삼성전자 부장)씨 장인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227-7580 ●심용식(덕운서예학원 원장)용훈(안동시생활체육회 사무국장)씨 부친상 이상진(포스코켐텍 부장)이재혁(이재혁복싱체육관 관장)씨 장인상 16일 경북 수상동 안동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54)840-0009 ●윤진현(전 K2 군무원)태현(농업)재현(전 K2 군무원)후현(자영업)준현(경북 칠곡군청 기획감사실장)성현(안양사 대표)씨 모친상 16일 대구 칠곡경북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53)200-2501 ●김용배(팬커뮤니케이션코리아 대표)씨 모친상 황보윤(동부화재 상무)씨 장모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2)3010-2000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우리 바주카포가 北 전차에 무용지물이라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우리 바주카포가 北 전차에 무용지물이라고?

    65년 전 6.25 전쟁 발발 직후 우리 군과 미군 선발대가 속수무책으로 연전연패했던 것은 북한의 전차부대 때문이었다. 우리 군과 미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인 일명 ‘바주카포’는 북한의 T-34 전차를 파괴하기에 역부족인 성능이었고, 이 때문에 바주카를 맹신하던 미 24사단 선발대 ‘스미스부대’는 오산 전투에서 북한군에 대패하며 그 길로 대전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런데 65년 전 전세를 불리하게 몰아갔던 대전차 무기 문제가 또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육군본부로부터 제출 받은 ‘대전차 미사일 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4만 6,000여 기의 대전차 미사일 가운데 수명이 남아 있는 것은 360여 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전차무기 6종 가운데 TOW와 판저파우스트(Panzerfaust) III(PZF-III), M72 LAW(Light Anti-Tank Weapon)는 100% 수명주기를 다했으며, 그나마 수명주기가 남아있는 무기는 러시아제 메티스(METIS)-M과 무반동총뿐”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대전차 미사일 노후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사이 북한군의 전차 전력은 급격히 강화되었으며,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가 북한의 전차에 무용지물인 것처럼 보도하며 스웨덴제 대전차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을 연달아 제기하고 있다. ▲ 北 전차 전력 수준이 어떻기에... 대전차무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논란을 일으킨 북한의 전차 전력 강화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북한의 전차 보유량은 약 4,200여대 수준이며, 국방부는 이 가운데 약 900여 대가 천마호와 선군호 등 신형 전차라고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군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2005년부터 약 900여 대의 신형 전차를 실전배치했다”고 밝히며 북한 전차 위협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진짜 전력 수준은 어떨까?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전차 전력을 4,200여 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의 연례 북한 군사력 동향 보고서나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rch Institute) 등은 북한의 전차 보유 수량을 3,500여 대로 평가하고 있다. 이 3,500여 대는 다시 최신예 선군호 전차 일부와 폭풍호 시리즈 500여 대, 천마호 시리즈 1,000여대를 주력으로 2,000여 대의 T-54/55, T-34와 PT-76 등의 경전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2차 세계대전에 등장한 T-34나 등장한지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PT-76과 같은 경전차는 우리 군 K-21 장갑차의 40mm 기관포로도 격파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북한의 실질적인 주력인 T-54/55 계열 전차는 전면장갑이 200mm에 불과하며, 천마호 시리즈 역시 천마호 가~다형은 주조제 단일 장갑인 소련의 오리지널 T-62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장갑 두께가 240mm 수준이다. 천마호 라형과 마형, 폭풍호 가~다형, 선군호 전차는 복합장갑과 반응장갑이 탑재되어 방호력이 증대되었지만, 그 수량은 북한군 전체 전차 전력의 1/3 수준인 1,000여 대 미만에 불과하다. 이 1,000여 대가 북한이 2005년부터 생산했다는 900여 대의 신형 전차들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900여 대의 신형 전차를 생산해 배치했다는 것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기간 우리 군은 K1A1 전차 3,4차 양산을 시작해 388대를 생산했다. 연평균 55대 수준이다. 그런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경제 제재를 받으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이 연평균 130대, 무려 1개 기계화사단분의 전차를 매년 찍어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 7월 함경남도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신형 폭풍호 전차를 생산하는 신흥군의 61호 군수공장이 치명적인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엄청난 폭우로 인해 인근 장진강 발전소가 수문을 열었고, 수위 증가에 대비해 공장 근처에 제방을 쌓았지만, 이 제방이 넘치면서 공장은 물론 신흥군 전체가 물바다가 된 바 있었다. 김정일의 긴급복구지시가 하달될 만큼 큰 피해를 입은 이 공장은 생산을 위해 구입해 놓은 중국제 엔진 230여 대가 쓸려온 토사에 침수되어 사용 불능이 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230여 대의 엔진이 날아가고 공장 전체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면 이는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다. 공장 손상과 엔진 소실로 약 2년 치 생산 분에 타격을 입었다면 북한은 6년간 연평균 150대 이상, 즉 우리나라의 3배 규모로 전차를 생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 중 생산된 신형 전차는 중국제 엔진과 사격통제장치, 신형 반응장갑과 주포 등을 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획득 비용이 기존의 구형 전차보다 대단히 증가했을 것인데,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핵개발에 매진하고 있던 북한의 호주머니에서 연평균 150대의 전차를 찍어낼 수 있는 비용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 신형 전차 900대 양산설’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 정말 北 전차 파괴 못할까? K2와 K1, K1A1, M48A5 등 4종으로 통일된 우리 군 전차 전력과 달리 북한의 전차는 식별된 것만 12종에 달할 정도로 복잡하다. 그러나 대부분 소련제 T-54/55와 T-62에 기반을 두고 개량한 모델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능은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이들 전차의 방호력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군의 숫적 주력인 T-54/55와 오리지널 T-62 계열은 장갑 두께가 240mm 수준이다. 이는 정말 두께가 24cm라는 것이 아니라 장갑판의 소재와 경사도 등을 고려했을 때 균질압연강판(RHA : Rolled Homogeneous Armor) 환산치라 240mm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일부 배치된 폭풍호와 선군호 일부를 제외한 3,000여 대, 즉 85%는 우리 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대전차 무기로 격파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전면장갑 기준이기 때문에 전면보다 더 얇은 측면이나 후면을 공격하면 더 쉽게 격파가 가능하다. 문제는 천마호 후기형 일부와 폭풍호, 선군호에 탑재되기 시작한 반응장갑이다. 같은 100mm의 장갑판이라도 100mm 장갑판 하나보다 10mm짜리 10장을 포개어 놓는 것이 운동에너지탄이나 화학에너지탄에 모두에 대해 더 우수한 방호력을 발휘한다. 조선시대 면제배갑(綿製背甲)이나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총탄을 막는 원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는 모두 화학 에너지탄, 즉 HEAT(High-Explosive Anti-Tank) 탄두를 가진 무기들이다. HEAT는 폭약에 원추 또는 반구형의 금속성 라이너를 넣은 폭약을 폭발시키면 라이너 방향으로 금속성 제트기류(Metal-jet)를 형성시키는 먼로효과와 탄두에 약간 이격을 두고 작약을 설치해 폭발시키면 추진 방향으로 폭발력이 집중되는 노이만 효과(Neumann effect)라고 불리는 화학적 현상을 이용한 탄두이다. 높은 열과 강력한 압력의 메탈제트로 장갑판을 녹이며 관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2차 대전 때부터 전차를 파괴하기 위한 대전차 포탄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먼로-노이만 효과에 의한 메탈제트는 장갑판과 장갑판 사이에 공간이 있을 경우 한 방향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기류와 에너지가 장갑판 사이의 공간으로 퍼지면서 관통력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장갑판에 약간의 폭약을 넣은 반응장갑이 있으면 명중과 동시에 반응장갑 속의 폭약이 포탄의 작약보다 먼저 터지면서 메탈제트의 방향을 포탑 반대 방향으로 바꿔 버린다. 북한의 신형 전차들이 포탑 주변에 벽돌과 같은 장갑판을 덕지덕지 붙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장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포탄에 여러 개의 탄두를 다는 수밖에 없다. 최근에 나오는 대전차 무기들은 탠덤(Tandem)식 탄두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전방 탄두가 반응장갑을 파괴하고, 두 번째 탄두가 본장갑을 관통하는 방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이 보유한 거의 대부분의 대전차 화기는 탠덤식 탄두가 아니기 때문에 반응장갑을 장착한 북한의 신형 전차를 파괴할 수 없다. 하지만 대전차 무기가 반드시 적 전차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도 아닐뿐더러, 최근 10여 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사례를 분석했을 때 대전차 로켓무기가 전차보다는 건물과 벙커, 기관총 진지 등에 대한 공격에 더 많이 쓰였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의 전쟁에서 미군은 값비싼 신형 대전차 로켓보다 이미 도태시킨 낡은 M72 LAW가 더 유용하다는 평가를 내리며 창고에서 이를 다시 꺼내 쓰기 시작했고, 새로운 대전차 무기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할만한 북한의 신형 전차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각의 지적처럼 대량의 대전차 무기를 긴급히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獨 아프타이베르크 미술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獨 아프타이베르크 미술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묀헨글라트바흐는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작은 공업 도시다. 독일 북서부의 문화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쾰른, 뒤셀도르프, 에센처럼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묀헨글라트바흐는 루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도시의 하나로 반드시 꼽힌다. 다름 아닌 아프타이베르크 시립미술관 덕분이다. 역량 있는 젊은 화가들을 육성하고 그들의 작품을 수집·전시하기 위해 설립된 미술관은 표현주의부터 다다이즘, 팝아트, 미니멀아트까지 20~21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보여 주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다른 유명 미술관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소장품도 자랑이지만 이 미술관의 세계적 명성은 중세의 수도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 있는 미술관 건축물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미술과 자연, 건축의 멋진 조화를 보여 주는 미술관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대가에 의해 지어진 첫 번째 포스트모더니즘 미술관 건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뒤셀도르프에서 기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묀헨글라트바흐는 974년 세워진 수도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다. 원래 글라트바흐라는 이름이었다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도시와 구별하기 위해 1960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으니 이름만 보면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닌 도시다. 2차 대전 후 독일 재건 과정에서 공업 중심지로 발달하면서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문화예술적 기반은 인근 도시에 비해 빈약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문화 향유의 기회가 많은 쾰른, 뒤셀도르프 등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1970년대 초에는 도시 공동화를 우려할 정도가 됐다. 시 당국은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방안으로 1904년 세워진 향토 역사관을 확대한 시립미술관 건립을 결정한다. 어떤 미술관을 세울 것인가가 문제였다. 쾰른에는 7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웅장한 고딕식 대성당과 수많은 미술관들이 있다. 뒤셀도르프는 독일 현대미술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명성의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을 비록해 K20, K21 현대 미술관 등 문화 인프라가 풍부하다. 이런 인접 도시를 단번에 따라잡으려면 뭔가 폭발력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궁리 끝에 현대 유럽 건축계의 최고봉을 이루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거장 한스 홀라인에게 설계를 의뢰하기로 한다. 후발 주자로 인접 문화도시를 대충 모방해서 뒤쫓기보다 그들도 깜짝 놀랄 만큼 최고로 멋진 미술관을 건립하고, 그에 걸맞게 아방가르드한 미술품 수집에 나섰다. 시 당국의 과감한 결정은 과연 적확했다. 1982년 개관한 미술관은 시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 준 것은 물론 인근 도시들과 세계 도처의 미술·건축 애호가들을 찾아오게 만들었다. 도시의 문화적 품격은 단번에 뛰어올랐고 잃어 가던 활기도 되찾았다. 이 도시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많은 유럽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스페인 북부도시 빌바오다. 훗날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프랑크 게리는 “아프타이베르크가 없었다면 빌바오 구겐하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아프타이베르크는 독일어로 대(大)수도원을 의미하는 아프타이(Abtei)와 산을 의미하는 베르크(berg)가 합쳐진 것으로 미술관이 들어선 곳의 원래 지명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미술관은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도원 언덕에 있다. 기차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가 상업지구를 지나서 아프타이베르크로에 자리 잡고 있다. 주택가 뒤편에 있는 데다 경사지에 지어진 까닭에 도로 쪽에서 보면 외관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몇 층짜리인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여러 개의 칼날을 세워 놓은 듯 삐죽삐죽한 톱니 모양의 지붕을 한 회색 건물과 파사드가 반사 유리로 된 높은 건물이 이어진 형태는 공장 같기도 하고, 오피스 빌딩 같기도 하다. 입구는 명성을 듣고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방문객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 평범했다. 내부로 들어가서 본 첫 인상도 마찬가지다. 중앙홀은 다른 미술관에 비해 좁아 보였고 어딘지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내부 공간을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이런 실망감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이 모든 것이 건축가의 의도에서 비롯된 장치였음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한스 홀라인의 건축은 구심성을 강조하는 내부 공간 배치로 전시공간 체험을 풍부하게 해 주는 게 특징이다. 미술관은 그런 건축가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원형으로 펼쳐진 중앙홀의 양쪽 끝에 지상층과 반지하층으로 연결되는 흰 대리석 층계가 있다. 미술관이 들어앉은 지형을 살려 높고 낮게 설치된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크기에 다양한 모양을 한 전시실들을 끝없이 만나게 된다. 예측 불허의 공간에서 적절하게 설치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마주하면서 마치 보물섬의 다양한 동굴을 탐험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부드러운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비교적 큰 그림들이 걸린 2층 전시장이다. 상층부는 자연광을 최대한 들여놓았다. 사선으로 잘린 천장의 빗금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자연광이 눈의 피로감을 줄여 주면서 작품의 진의를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한다. 중앙홀의 벽면에 설치한 커다란 거울 작품을 통해선 나선형 계단과 벽면이 데칼코마니를 한 듯 겹쳐 보인다. 즐거움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루할 틈 없이 작품 감상을 하고 나니 어느새 미술관이 문을 닫는 오후 6시다. 미술관 직원은 “정원의 조각박물관은 8시까지이니 안심하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수도원에서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정원의 조각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도원을 끼고 돌아 부드러운 곡선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내리막 경사지에 들어앉은 정원이 펼쳐진다. 지형을 자연스럽게 살려 만든 정원은 가파른 경사에도 불구하고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내리막 중간에 미니멀리즘 조각이 설치된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고 초록색 잔디밭 군데군데에 현대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시민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 맑은 공기를 마시고 햇살을 쪼이며 독서를 하기도 한다. 둥지를 찾아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맑은 저녁 공기 속에서 더욱 청아하다. 홀라인은 이 미술관에 대해 “건축가인 동시에 예술가로서 설계에 임했다. 전시되는 작품들의 예술성을 생각하는 건축가, 예술 작품으로서 건축물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입장이었다. 건축과 공간, 그리고 예술작품 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했다. 건축을 예술로서 접근했던 홀라인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잠시 앉아 미술관을 올려다보았다. 고색창연한 중세의 수도원과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미술관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수도원의 첨탑이 반사 유리의 효과를 내는 아연판의 미술관 건물, 콘크리트의 질박한 재질감이 드러나는 삐죽삐죽한 지붕으로 이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스카이라인이 참으로 독특하다. 조각정원에 설치된 마우로 스타키올리의 원형 조각 작품을 통해 보이는 수도원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그 자체였다. 현대예술 작품을 통해 중세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직선과 곡선, 과거와 현재, 융합과 충돌, 자연과 인공처럼 상반된 개념들이 동시에 공존하면서 미학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실현된 건축. 홀라인이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건축’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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