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7] 박풍·탄풍·추풍…바람몰이 강행군
■ 한나라 박근혜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발걸음이 빠르다.박 대표는 7일 서울을 출발해 울산·제주를 방문,상경하는 일정을 소화했다.10∼20분 단위로 바뀌는 스케줄에 따라 이날 하루에만 지역구 8곳을 찾았다.총선 전까지 지역구 243곳 중 70% 이상을 찾아가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눈치다.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려면 겉모양에 신경쓸 필요도 없다는 듯 옷차림도 활동성을 강조했다.정장 슈트가 아닌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진청바지를 입었다.‘활동성’이 최고인 까닭이다.구두 대신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설계된 ‘효도 신발’을 신었다.‘체면’보다 ‘실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울산에 도착하자마자 북구의 코끼리주유소 앞길로 향했다.박 대표는 “이번 총선은 탄핵 찬반이 아닌,그동안의 국정에 대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면서 “여러분의 한표 한표가 모두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꼭 투표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박 대표는 “이대로 가면 너무 급진적이고,인기 영합적인 초대형 거대여당이 국회를 장악하게 된다.”면서 “야당이 ‘건재’해야 여당과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열혈 시민 200여명은 우산을 쓴 채로,‘사랑해요 박근혜’,‘꼭 필요한 사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했다.
분위기는 중구 역전시장에서 한껏 고무됐다.일찍부터 시장 입구에서 박 대표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박근혜’를 환호했다.악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큰거려 파스를 붙인 박 대표의 오른쪽 손목을 잡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도 벌어졌다.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려던 주부도,휠체어에 탄 장애인도 ‘박근혜’를 보려고 길거리로 달려나왔다.
박 대표는 시간을 아끼려고 울산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차 속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김해공항에선 일반 대합실로 가다가 몰려든 여고생 수학여행팀에 둘러싸이기도 했다.박 대표는 울산에 도착한 지 4시간 만에 제주로 떠났고,제주 지역구 3곳을 돌아다니며 ‘표’를 호소했다.
울산·제주 박지연기자 anne02@
■ 우리당 정동영대표
‘노인폄하’ 발언으로 특히 지지율이 흔들렸던 영남권을 다지는데 치중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7일에는 본격적으로 수도권 지원유세에 나섰다.
‘박근혜 바람’의 북상(北上)을 차단,수도권 대세를 굳히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이날 아침 8시부터 1시간 동안 여의도역과 당사 부근인 영등포시장역 출구에서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이어 당사에서 선대위 회의를 주재한 뒤 찾은 곳은 인천.유세 화두는 ‘싸우지 않는 정치’와 국정안정을 위한 과반수 지지호소였다.
정 의장은 동인천역 앞 지원연설에서 “야당과 싸우는 투쟁의 정치를 종식시키겠다.”며 “인천에서 지지해 주셔서 우리당에 힘이 생기면 인천의 현안,특히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데 그 힘을 쓰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국민소환제 실시와 불법자금 환수특별법 및 재래시장 육성특별법 제정 등 ‘단골메뉴’도 내놓았다.
거대야당 부활에 대한 경각심도 강도높게 제기했다.“최근 한나라당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의회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질서를 유린한 한나라당이 어쩌면 제 1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에 기가 막혔다,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국민 10명 중 8명이 탄핵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나라 주인인 국민이 잘못됐다고 말하면 당연히 반성하고 (탄핵소추안을)철회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을 탄핵한 193명이 국회로 다시 돌아오면 국민은 대접받기 어렵다.”고 탄핵세력 심판론을 강조했다.
인천 유세현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뜨거웠다.
정 의장 일행이 동인천역 지하상가를 도는 도중 한 전화기 상점주인은 A4용지에 “우리당 파이팅 힘내세요.”라고 써서 보여주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정 의장은 오후에는 한나라당 지지세가 회복되면서 비상등이 켜진 서울 양천을과 서대문갑,마포을 선거구를 찾았다.
‘박근혜 바람’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인천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민주당 추미애위원장
‘광주를 넘어 전북까지.’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7일 전북으로 ‘삼보일배(三步一拜) 열풍’ 북상을 본격 시도했다.민주당 선대위 측은 지난 식목일 연휴 동안 추 위원장의 광주에서의 삼보일배 행진이 탄핵 역풍으로 돌아앉은 호남 민심을 다시 돌려세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고,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에까지 ‘추풍(秋風)’을 이어가는 데 주력했다.
추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손봉숙 공동선대위원장,박준영 선대본부장,이무영 후보 등 전북지역 후보자 11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전주에서 선대위 회의를 가졌다.추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는 ‘당원 정책소환제’ ▲정책 결정에 국민이 참여·감시할 수 있는 ‘국민정책회의’ 신설을 결정했다.
추 위원장은 “중요한 정치적 사안의 결정에 앞서 당원에게 의사를 묻고,문제가 있다면 지도부를 소환할 수 있는 정책소환제로 당 결정이 오작동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심(金心·김 전 대통령의 의중)’을 뒤로 하고 있다는 점도 계속 강조했다.추 위원장은 김홍일 의원이 “아버님(김 전 대통령)이 이번에 삼보일배를 하면서 계속 땅을 긴 추 위원장의 건강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전하자 “김 전 대통령의 정신과 철학을 업그레이드해서 민족의 꿈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삼보일배가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에 대해 “호남 민주영령의 피와 역사로 만든 당이 민주당”이라면서 “(삼보일배를 광주가 아닌) 태평양 바다에서 하겠냐.”고 반문했다.
추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휠체어를 탄 채 김 의원 등과 함께 김제와 군산,익산 등을 돌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추 위원장은 김제 구산사거리에서 가진 유세에서 “김 전 대통령이 4번씩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세운 민주당이 이제 제 정신을 차린 만큼 평화통일의 큰 집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믿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제 이두걸기자 douz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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