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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판’ 만들고 차별하는 빅데이터

    ‘평판’ 만들고 차별하는 빅데이터

    블랙박스 사회/프랭크 파스콸레 지음/이시은 옮김/안티고네/344쪽/1만 6000원 미국의 유통업체 ‘타겟’은 2012년 한 고객으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다. 타겟이 그의 10대 딸에게 출산용품 카탈로그를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후 그 고객은 타겟에 사과해야 했다. 실제로 그의 딸이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모도 알지 못했던 딸의 임신 사실을 기업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비결은 빅데이터를 분석한 ‘소비자 프로파일링’에 있다. 타겟은 자사의 ‘산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산모들과 일반 소비자들 간의 구매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산모들은 첫 20주 동안 ‘칼슘, 마그네슘, 아연 같은 영양보충제’를, 임신 기간 중에는 무향 비누 등이 공통적으로 구매했다. 만약 애틀랜타에 사는 23세 여성이 3월에 코코아 버터 로션과 대형 손가방, 아연과 마그네슘 보충제를 구입했다면 타겟은 그녀가 임신 중이며, 8월 말에 출산 예정일 확률이 87%라고 추정했다. 이후 타겟은 2014년 1월 1억 1000만명의 데이터를 해킹당하는 최악의 사고를 냈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더이상 지켜질 수 없다는 건 이제 상식 아닌 상식이 됐다. “완벽한 검색엔진이란 신의 마음과도 같아질 것”이라는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말도 현실이 되고 있다. 쇼핑 취향뿐 아니라 의료, 금융 등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고객 정보를 수집·추적하는 이른바 ‘블랙박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간 ‘블랙박스 사회’의 저자 프랭크 파스콸레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우리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매일 생산하는 정보들이 어떻게 수집·관리되는지를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생생히 전달한다. 저자는 오늘날 모든 데이터는 블랙박스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풋과 아웃풋은 확인되지만, 인풋이 어떻게 아웃풋으로 바뀌는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알고리즘 시스템’이다. 정보통신(ICT) 기술은 수익 창출을 위해 각종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정보수집에 점점 열을 올리면서도 이를 통제하려는 규제에는 저항하는 태도로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블랙박스 시스템은 사람들의 ‘평판’을 만든다. 우리가 매일 검색엔진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며 제공하는 정보들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에 의해서다. 부부 간 문제로 상담을 알아봤다면 이혼 가능성, 이후 닥칠지 모르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신호를 신용카드 회사에 보내는 식이다. 일반인은 어떻게 산정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행의 개인 신용등급도 마찬가지다. “블랙박스 사회는 정보가 독점되고 비밀로 유지되어야만 유용하다는 신념하에 돌아가고 있다. 즉, 블랙박스 사회에서 테러리스트들은 위험하므로 감춰져야 한다. 병자들은 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감춰져야 한다. 정체불명의 알고리즘에게 우리는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나 병자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역시 감춰져야 한다.”(94~95쪽) 저자의 이 같은 지적은 블랙박스 시스템이 어떻게 편견과 차별을 낳는지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에는 특정 계층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논리적 장치가 숨어 있고, 자칫 엉뚱한 분석은 평생 주홍글씨 같은 낙인으로 찍혀 개인이 바로잡기도 어려워진다. 검색엔진도 결코 공짜가 아니다. 오히려 수익 극대화라는 본래 목적을 위해 검색 순위에 개입하고 데이터를 조작하기도 한다. “우리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가로 마케팅의 원료인 자신의 데이터와 관심을 지불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검색이 객관적이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검색창의 자동완성 기능이나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종종 뜨는 ‘○○○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은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이 이미 사용자에 대한 관심사를 알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 각 사용자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블랙박스 시스템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공적 영역을 강화하고, 기술을 개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블랙박스 시스템의 기능 자체가 공공의 영역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검색엔진을 감독할 ‘연방검색위원회’ 신설도 함께 제안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지난해 10월 국내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이인섭(27) 전략이사는 대원외고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미국계 컨설팅회사 매킨지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근무하는 등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도 탐낸 인재다. 하지만 이 이사는 총직원 24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메일로 동갑내기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와 사이버 교류를 하다 “함께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서 대표도 서울대 경영학과를 7학기 만에 조기 수석 졸업하고 미국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에서 근무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이사는 “매킨지 시절 영국과 싱가포르 기업 고위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P2P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며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P2P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어니스트펀드에서 받는 연봉은 매킨지의 3분의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창립 멤버 자격으로 받은 지분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훗날 충분한 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미국과 영국 P2P 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이직해도 내 손으로 일군다는 성취감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P2P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업이나 해외 명문대 출신 20~30대 젊은 인재가 속속 합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장된 부와 명예를 박차고 나온 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P2P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와 동료들이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해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새로운 신화 창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9월 피플펀드에 합류한 이수환(34) 전략총괄이사는 매킨지와 함께 세계 3대 컨설팅회사로 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일본 도쿄와 인도 뭄바이 지사 근무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 한국 지사 상무(Principal)로 승진해 3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베인앤컴퍼니에서 함께 근무한 김대윤(35) 피플펀드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김 대표가 술자리에서 ‘1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제 너를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설득하는 바람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사는 P2P가 국내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이고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의 새로운 모델이며 ▲현재 제도권 금융이 많은 불편과 불합리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 수많은 서류에 자필 사인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며 “정보기술(IT)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P2P는 은행 등 전통적 금융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8퍼센트의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손승표(26)씨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호 시스템(Symbolic systems)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기호 시스템은 철학과 전산학, 심리학 등을 융합한 스탠퍼드대의 독특한 전공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는 손씨는 8퍼센트에서 고객이 쉽게 P2P에 접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상품도 설계한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손씨는 포드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10개월가량 근무한 뒤 2013년 국내로 돌아와 창업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Open)을 개발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8퍼센트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기존 금융사는 과도한 마케팅과 지점 비용, 인건비 등으로 인해 연 6~10%대 중금리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금융이 기존 대출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P2P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옮겨온 인재도 여럿 있다. 포스코에 근무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김태경(37) 회계사는 지난 3월 사표를 던지고 8퍼센트에 합류했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포항을 등지고 서울에서의 힘겨운 타지 생활을 선택했다. 월요일 새벽 KTX로 상경해 고시원에서 출퇴근하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간다. “기존의 대기업에선 틀에 박힌 할당된 일만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금리 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어 8퍼센트로 왔죠. 기존 금융권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과 이익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부를 증대시키는 혁신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박성용(33) 렌딧 리스크 관리총괄이사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통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삼성화재에 근무하다 김성준(32) 대표, 김유구(35) 상품설계 이사와 렌딧을 공동 창업했다. 김 대표와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동문수학했고 김 이사와는 삼성화재를 함께 다녔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을 공부한 박 이사와 카이스트를 나온 공대 출신 김 대표,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국제금융정책학을 전공한 김 이사의 만남은 IT와 금융의 융합이다. 박 이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진행 중인 금융 혁신을 따라가는 것에 목말라 있던 중 김 대표의 창업 제안을 받고 주저 없이 따라나섰다”고 말했다. 2006년 출범한 영국 기업 ‘조파’를 원조로 한 P2P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하며 전 세계적으로 30조원 규모의 금융산업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1조 달러(약 11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세계 1위 업체 미국 렌딩클럽은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해 6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립 초기인 2007년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렌딩클럽은 현재 400명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IT+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P2P 주요 7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23일 기준 116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432억원에서 5개월 새 700억원 이상 늘었다. P2P가 향후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과 중국 P2P는 이미 성장통을 앓고 있다. 렌딩클럽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르노 라플랑셰 회장은 지난달 2200만 달러 규모의 부당 대출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미국 재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P2P 업체가 2600여개에 달하는 중국은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금융 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기존 금융기관과 P2P가 협업해 안전한 자금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신공항처럼 지자체 갈등 커질라 정부, 한국문학관 건립 잠정 중단

    공모 절차 무효화… 대안 모색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공모까지 거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혼탁해지고 과열돼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범국민적 합의와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문학진흥법이 통과되면서 추진된 국립한국문학관은 지난달 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공모 절차에서 총 24곳의 지자체가 신청했다. 문체부는 당초 6~7월 중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친 뒤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문체부는 기존에 이뤄진 공모 절차는 무효로 하고, 문화예술계와 논의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문화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인한 지역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면서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문학계 한 인사는 “국립한국문학관 논의가 공모를 통해 과열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문체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문학관 설립은 우리 정신의 수도를 정하는 일인 만큼 정치적 논리나 지역균형 발전 등을 배제하고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영국 EU 탈퇴] 표심 접전 → 잔류 → 탈퇴 ‘급반전’… 독립당 “6월 23일은 독립기념일”

    [영국 EU 탈퇴] 표심 접전 → 잔류 → 탈퇴 ‘급반전’… 독립당 “6월 23일은 독립기념일”

    獨메르켈 “통합 타격 줬지만 견딜 수 있어”… 28일 EU정상회의서 대응책 논의 영국인들은 24일 가입 43년 만에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피 말리는 개표 과정을 지켜보느라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투표 직전 여론조사기관이 대부분 ‘EU 잔류’를 예측했기에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의 충격은 더욱 컸다. 23일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EU 잔류가 52%로 탈퇴(48%)를 4% 포인트 앞섰다고 발표했고, 입소스 모리도 22~23일 여론조사를 통해 잔류가 54%로 탈퇴를 8% 포인트 앞선다고 전했다. ●초반 ‘잔류’에 캐머런 “모두에 감사” 이 때문에 개표 초반 EU 잔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을 유럽에서 더욱 강하고 안전하고 잘살게 하는 데 투표한 이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사실상의 승리 선언을 하기도 했다. EU 탈퇴에 앞장섰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잔류 진영이 근소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여론조사기관들 예측 틀려 ‘망신’ ‘승부는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는 개표가 진행되면서 돌변했다. 예상과 달리 EU 탈퇴 여론이 선전하기 시작했다. 주요 승부처로 꼽히던 잉글랜드 북동부 선덜랜드에서 EU 탈퇴 지지가 61.34%로, 잔류 여론(38.66%)을 20% 포인트 이상 앞서는 등 ‘탈퇴’에 투표한 유권자가 의외로 많았다. 가장 먼저 개표가 시작된 잉글랜드 지역에서도 잔류 여론이 예상보다 낮자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망신을 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잔류 의견이 높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개표가 진행되면서 한때 잔류와 탈퇴가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4시쯤 개표가 75%가량 진행되면서 탈퇴 51.6%, 잔류 48.4%로 격차가 3.2% 포인트로 벌어지며 대세가 기울자 탈퇴 지지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패라지 당수는 이날 “(투표날인) 6월 23일은 이제 독립기념일로 우리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며 “이는 진정한 국민, 보통의 국민을 위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영국독립당은 이름에서부터 ‘반EU’를 표방한 정당으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이슈를 국민투표에 올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U를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들은 결과에 충격을 표시하는 한편 브렉시트를 계기로 더욱 단결,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 현실화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 뒤 “유럽 통합에 타격을 줬지만 EU가 견딜 수 있다”면서 “EU는 브렉시트 투표에 적절한 답을 찾을 만큼 강하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통합 성공에 독일은 특별한 이익과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佛올랑드 “유로존 강화·치안 단속”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화뿐 아니라 치안과 국방,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유럽회의주의 확산을 어떻게 막을지 메르켈 총리와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27일 올랑드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과 만나 브렉시트 대응책을 논의한다. 또 28일에는 EU 회원국 정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를 열고 EU 입장에 대한 합의를 시도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브렉시트 쇼크 이후]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독립 움직임 ‘산 넘어 산’

    브렉시트 찬반 정치권 다시 내전 “당장 브렉시트 정부 구성해야” 23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선거 기간 과열된 갈등을 해소하고 단일한 리더십 아래 질서정연한 EU 탈퇴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하지만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번 선거 결과로 치명상을 입고 사퇴를 예고했으며, EU 잔류 여론이 높았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영국 사회의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캐머런 총리는 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오는 10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남은 4개월간 브렉시트를 두고 분열된 집권 보수당과 영국 사회를 통합하는 과제와 EU 탈퇴 작업을 지휘하겠지만 영향력이 이전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EU 운동을 폈던 영국독립당(UKIP) 당수 나이절 패라지는 이날 “브렉시트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캐머런을 압박했다. 캐머런이 10월 사임을 공식화함에 따라 집권 보수당은 올여름부터 당수 경선전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EU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당수로 꼽히지만,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244명 중 절반가량이 EU 잔류파에 속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보수당 내전이 경선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당 당수 경선 절차는 하원의원이 투표로 당수 후보 2명을 선정하면 당원이 이들 중 1명을 선택하는 방식이기에 경선전에서 하원의원의 지지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투표 당일 보수당의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 84명은 선거 이후 보수당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캐머런이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U 잔류를 공식 입장으로 내세웠던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도 제러미 코빈 당수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노동당 하원의원 중 60~70%가 속해 있는 노동당 내 EU 잔류파가 코빈 당수의 사임을 압박하며 차기 당수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주류 정치권의 내홍 수습과 더불어 브렉시트를 두고 연령별, 지역별로 극명하게 나뉜 민심을 봉합하는 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표자 중 연령이 낮을수록, 중산층 이상일수록 EU 잔류에 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잉글랜드에서는 53%가 EU 탈퇴를 지지한 반면 스코틀랜드에서는 62%, 북아일랜드에서는 55%가 EU 잔류에 투표했다. 저소득층과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곳에서 EU 탈퇴에 몰표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세계화, 반엘리트,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 정서가 저소득층, 저교육층에 팽배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결과가 EU 탈퇴로 나오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당장 영국에서 독립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들이 독립한다면 영국은 대영제국에서 잉글랜드만 남는 ‘미니 영국’이 될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니컬라 스터전은 “스코틀랜드는 EU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북아일랜드 정당인 신페인당은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합 움직임을 강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영국 EU 탈퇴] 일자리 줄고 복지비 늘고 테러 위협… 反이민정서 ‘폭발’

    [영국 EU 탈퇴] 일자리 줄고 복지비 늘고 테러 위협… 反이민정서 ‘폭발’

    EU 회원국 국적자 비중 4.6% 최고 학교·주택난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EU 내 낮은 위상·분담금도 ‘반감’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여론 ▲유럽연합(EU) 내 낮은 위상 ▲EU 분담금 부담 및 과도한 규제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꼽힌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대륙의 유럽과는 다르다는 의식도 강하게 작용한 데다 최근 경제적으로 독일에, 정치적 영향력은 프랑스에 밀리는 것도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영국이 43년 만에 EU 탈퇴를 결정하게 한 가장 강력한 동인은 이민 문제다.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이 EU 탈퇴 지지를 이끌어 내려고 제작한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난민 행렬 사진에 ‘한계점’이라는 문구를 적은 선정적 포스터로 반(反)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영국에선 이민자 급증으로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복지 지출이 확대되면서 불만이 커졌다. 이뿐만 아니라 난민·이민자로 위장한 테러범이 일으킨 파리, 브뤼셀 등지의 연쇄 테러로 이민자 배척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사디크 칸 현 런던시장 등 찬반 진영 측 인사들이 참여한 BBC방송의 공개 토론회에서도 최대 이슈는 이민이었다. 이날 두 진영은 터키의 EU 가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찬성 측은 인구 7600만명의 이슬람 국가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영국이 ‘이민자 천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004년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를 포함한 13개국이 새로 EU에 가입한 뒤 자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 수가 급증하는 경험을 한 영국인들로서는 흘려들을 수 없는 주장이다. 영국의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명에서 지난해 313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총인구에 대비하면 EU 회원국 국적자 비중은 4.6%로 EU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 관련 목적으로 이민을 선택한 인구도 2012년 17만 3000명에서 지난해 9월 29만명으로 뛰었다. 전체 취업자 수(3월 말 현재 3150만명) 가운데 520만명이 영국 외 출신이고, 이 중 220만명이 EU 출신이다. 투표에 앞선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로 46%가 이민 문제를 꼽았고, 이민이 영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45%로 긍정적 응답(29%)을 크게 상회했다. 영국에서 이민은 사회적 문제로도 비화했다.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불만뿐 아니라 학교가 부족하고 주택난으로 집값이 치솟는 것도 모두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경제난과 이민 문제 심화에 대한 불만은 결국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24일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만난 조너선 테일러(43·엔지니어)는 “EU가 아니라 영국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탈퇴 찬성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언급하며 “런던, 케임브리지 등 일부 남부 도시만 부유하고 나머지는 아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지역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런던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유상무 “곽현화 몸매, ‘전망 좋은 집’에서 다 봤다” 성희롱 발언 재조명

    유상무 “곽현화 몸매, ‘전망 좋은 집’에서 다 봤다” 성희롱 발언 재조명

    배우 곽현화가 출연한 영화의 노출신을 동의 없이 배포한 영화감독이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과거 유상무의 발언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유상무는 지난 2014년 KBS1 ‘대한민국 창업프로젝트 천지창조’에 출연해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영화 ‘전망 좋은 집’을 보게 됩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전망 좋은 집’은 곽현화가 출연했던 19금 영화로, 곽현화와 하나경의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곽현화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몸매 관리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팀이 나오자 유상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곽현화 씨가 전문”이라며 “영화를 통해 곽현화 씨의 몸매를 이미 다 확인했다”는 발언을 했다. 앞서 곽현화는 지난 2014년 자신의 동의 없이 노출 장면을 삭제되지 않은 영화편집본을 IPTV,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에 유료 제공한 감독 이모(41)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는 이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계약 어겨가며 여배우 가슴노출 장면 공개한 영화감독 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여배우 동의 없이 신체노출 장면을 공개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영화감독 이모(4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주연배우 곽모씨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담긴 영화를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 IPTV 등에 유료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4월 자신이 연출하는 성인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곽씨와 계약을 맺으면서 상반신 노출 장면은 찍지 않기로 합의했다. 영화 촬영이 시작되자 이씨는 “노출 장면은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하다. 일단 촬영하고 편집 과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삭제해주겠다”며 곽씨를 설득해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곽씨는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편집본을 본 뒤 공개를 반대했고, 그해 10월 영화는 노출 장면이 삭제된 상태로 극장 상영을 했다.  이후 이씨는 노출장면이 포함된 영화편집본을 갖고 있다가 제목에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 등을 붙여 IPTV,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에 유료 공개했다.  이를 알게 된 곽씨가 2014년 4월 경찰에 고소하자, 그해 7월 이씨는 오히려 “곽씨가 사전 합의하고 영상을 촬영했는데도 나를 고소했다”며 검찰에 허위 고소장을 제출해 무고한 혐의도 받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엄지원 ‘비밀은 없다’ 손예진 지원사격 “고통 즐기는 무서운 여배우”

    엄지원 ‘비밀은 없다’ 손예진 지원사격 “고통 즐기는 무서운 여배우”

    영화 ‘비밀은 없다’가 23일 개봉한 가운데 손예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손예진은 “Thank you my beautiful girls”라는 글과 함께 ‘비밀은 없다’ VIP 시사회 당시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배우 이민정과 엄지원, 박신혜 그리고 소녀시대의 윤아가 함께 자리했다. 다섯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VIP 시사회에도 참석한 엄지원은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밀은 없다’ 포스터 사진을 올리며 손예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엄지원은 “예상을 뒤엎는 반전과 반전들”이라며 ‘비밀은 없다’에 대해 호평했다. 이어 “언제나 도전을 두려워 않고, 인물이 되어가는 고통을 즐길 줄 아는 무서운 여배우. 또 한번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손예진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고양이와 와인 한 잔…애완묘 전용 와인 출시

    고양이와 와인 한 잔…애완묘 전용 와인 출시

    집에서 혼자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때, 애완묘와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최근 해외 와인 제조업체는 고양이가 마실 수 있는 고양이 전용 와인을 출시했다. 일명 ‘모스캣토’(mosCATo)와 ‘피노 미아우’(pino Meow) 라는 이름의 이 와인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고양이가 마셔도 해가 되지 않는 성분들로 이뤄졌다. 이를 제작한 미국 콜로라도의 아폴로 픽(Apollo Peak) 회사에 따르면 해당 와인에는 고양이가 매우 좋아하는 풀로서 사료를 잘 먹지 않을 때 먹이에 조금씩 뿌려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캣닙(Catnip·개박하) 성분과 물이 포함돼 있으며, 레드 와인에는 붉은 색을 내는 식물인 비트가 함유돼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친구들과 와인 병 라벨에 장난으로 고양이를 그리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뒤 고양이 전용 와인 제작에 돌입, 지난해 말 처음으로 두 제품을 출시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모두 알코올은 전혀 함유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고양이의 건강에는 해가 없으며, 현재 이 와인들은 입소문을 타고 덴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가격은 화이트·레드 와인 관계없이 약 50㎖에 4.95달러(약 5700원), 대용량인 240㎖는 11.95달러(약 1만 4000원)다. 아폴로 픽의 브랜든 자발라 대표는 “와인 색을 내는 고양이 음료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에 달하지만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재가 고양이 와인 출시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애완묘가 아닌 애완견을 위한 전용 식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야생 재규어가 무슨 죄

    야생 재규어가 무슨 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때문에 애꿎은 야생 재규어만 희생됐다. 개최국 브라질 선수단의 마스코트로 사랑받은 ‘징가’의 실제 모델인 암컷 재규어 ‘주마’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마존의 관문인 마나우스의 한 동물원에서 진행된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됐다가 목줄을 풀고 달아났다. 이 재규어가 생포 과정에서 군인 한 명을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군인들이 마취총을 네 발이나 쐈는데도 소용없자 결국 권총 한 발을 발사했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평화와 단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성화와 쇠사슬에 묶인 야생동물을 함께 전시한 것이 우리의 잘못이었다”며 “이런 상황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마존환경보호연구소(IPAAM)는 “이 행사에 주마를 참여시킬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연구소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의사 디에고 라그로테리아는 “재규어는 절대로 길들여지거나 온순한 동물이 될 수 없다”며 “이런 이벤트에 등장시킨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국 엄마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

    한국 엄마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

    한국 엄마들이 가장 사랑하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영국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작품과 미공개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오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 활동 40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250여 점의 원화를 비롯해 아직 출판되지 않은 최신작들이 소개된다. 국내외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주제로 작업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1976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앤서니 브라운은 1983년 ‘고릴라’, 1992년 ‘동물원’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케이트그린어웨이 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그림책 작가들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1년에 펴낸 ‘기분을 말해 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선두 우버 vs 추격자 디디… 상처뿐인 ‘머니 레이싱’

    선두 우버 vs 추격자 디디… 상처뿐인 ‘머니 레이싱’

    우버, 사우디 업고 129억弗 유치 디디도 애플 등 73억弗 투자받아 “실탄을 확보하라.” 세계 1위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미국의 우버테크놀로지와 라이벌로 부상하는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이어 투자유치 무대에서도 불꽃 튀는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우버)와 애플(디디추싱) 등 세계적 거물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오고 있지만 중국 등 광활한 신흥국 시장에서 전면전을 펼치려면 무엇보다 실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판단이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이다. 디디는 최근 투자자와 은행으로부터 모두 73억 달러(약 8조 4242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탄 확보 소식이 우버의 투자금 유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디디는 애플에서 10억 달러, 중국 최대 국영보험사 중국런서우(人壽)에서 6억 달러 등 모두 4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확충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며 자오상(招商)은행 등에서 28억 달러의 대출도 받았다. 디디는 이번 펀딩 등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기업가치는 250억 달러로 높였다고 WSJ가 추산했다. 디디의 기업가치는 세계 스타트업 기업가치 1위를 자랑하는 우버(680억 달러)의 36%에 불과하지만, 우버차이나(8억 달러)보다는 30배 이상 높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자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디디의 복안인 셈이다. 현재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에서 디디의 몫이 87%를 차지해 13%에 불과한 우버를 압도하고 있다. 우버의 방어도 만만찮다. 디디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지금까지 129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百度) 등에서 12억 달러, 사우디 국부펀드에서 35억 달러 등 모두 107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우버도 불안했던지 바클레이즈와 모건스탠리 등을 통해 연 4~4.5% 금리에 2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우버와 디디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차량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운전자 역시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초기에 대규모 고정비용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몸집이 비교적 가볍다. 그렇지만 이들 업체가 천문학적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고 기업공개(IPO)를 피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일정 수의 운전자를 확보해야 하는 까닭에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사업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승객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현금이 중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익성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지난해와 올해 1월 각각 유출된 우버 경쟁업체 리포트와 우버의 투자자 보고용 회계장부에 따르면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버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6억 6320만 달러인 데 비해 순손실은 9억 872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양사는 그러나 시장점유율 전투에 승리해야 하는 만큼 간단없이 거액의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 기사와 승객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현금을 날리며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실탄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는 우버 최고경영자(CEO)와 우버차이나 CEO를 겸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우버가 지난해 중국에서 보조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썼다고 털어놨다. 이에 질세라 디디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서 우버 경쟁회사와 잇따라 손을 잡으며 ‘반(反)우버 동맹’을 짜는 한편 추가 실탄 확보를 위해 내년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이들 업체의 마케팅전이 강도를 높여 가야 하는 만큼 이들의 손실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IPO를 시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하면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유혈이 낭자한’ 이 재무제표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디디의 투자자인 GSR 벤처의 앨런 주는 “1차 걸프전에는 600억 달러가 들었다”면서 “디디와 우버는 200억 달러쯤 모았는데, 이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디디의 몸값이 비정상적인 흐름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맨해튼 벤처파트너스의 맥스 울프 스타트업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두 업체의 실탄 확보 전쟁은) 합리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SF 액션 ‘터미너스 : 인류 멸망의 시작’ 예고편

    SF 액션 ‘터미너스 : 인류 멸망의 시작’ 예고편

    SF 액션 영화 ‘터미너스 : 인류 멸망의 시작’(이하 터미너스)가 오는 23일 디지털 개봉되는 가운데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터미너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받은 ‘데이빗’이 죽은 아내에게 전달받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 ‘데이빗’과 사고 후 상처가 없었다는 경찰의 증언, 정체를 알 수 없는 운석 등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운석을 찾아 나서는 요원들과 운석을 지키려는 ‘데이빗’의 모습이 결말을 궁금케 한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딸을 구하라는 임무를 받은 ‘데이빗’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SF 액션 ‘터미너스’는 오는 6월 23일 IPTV 및 디지털케이블 최초 개봉 예정이다. 사진 영상=도키엔터테인먼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서울포토] ‘불꽃으로 뜨거운 플람베 스테이크’

    [서울포토] ‘불꽃으로 뜨거운 플람베 스테이크’

    CJ푸드빌의 빕스(VIPS) 모델들이 22일 서울 중구 CJ푸드월드점에서 ’불’ 요소를 활용한 차세대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람베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리우올림픽 자꾸 궂긴 일만, 성화 봉송 동원된 재규어 사살됐다

    리우올림픽 자꾸 궂긴 일만, 성화 봉송 동원된 재규어 사살됐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애꿎은 야생 재규어의 목숨을 앗아갔다. 개최국 브라질 선수단의 마스코트 동물로 사랑 받은 ‘징가'의 실제 모델인 ‘주마’란 이름의 암컷 재규어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마존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마나우스의 한 동물원에서 진행된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됐다가 목줄을 풀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재규어가 생포하려는 군인 한 명을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군인들이 사살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마취총을 네 발이나 썼으나 소용 없자 결국 권총 한 발을 발사해야 했다. 이 재규어는 아마존 밀림에 위치한 동물원에서 어릴 적부터 여섯 형제들과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평화와 단합을 상징하는 올림픽 성화와 쇠사슬에 묶인 야생동물을 함께 공개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었다”며 “올림픽에서 이런 상황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성명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동물보호단체는 즉각 비난에 나섰다. 야생동물을 관리, 감독하는 아마존환경보호연구소(IPAAM)는 “성화 봉송 행사에 주마를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연구소 차원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의 수의사 디아고 라그로테리아는 “재규어는 절대로 길들여지거나 온순한 동물이 될 수 없다”며 “야생동물은 어디까지나 야생동물일 뿐인데 이런 이벤트에 등장시킨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요구하는 이들(PETA)의 브리태니 피트도 성명을 내고 “야생동물들이 사로잡혀서 무서운 일들을 하도록 강요받으면 고통스럽거나 늘 부자연스러워 마치 재깍거리는 시한폭탄 같게 된다는 것을 언제나 우리는 깨닫게 될까”라고 개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박정희에게 재혼 권했더니 ‘근혜 때문에…’”

    “박정희에게 재혼 권했더니 ‘근혜 때문에…’”

    지난 5월 타계한 우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육영수 여사 사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재혼을 권했던 사실이 21일 출간된 ‘어느 노정객과의 시간여행’(기파랑)을 통해 알려졌다. 이 책은 안병훈 기파랑 대표가 우암과 수차례 대담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우암의 정치역정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정치 비화를 소개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앞두고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인 세지마 류조와 당시 정권 2인자였던 김종필(JP)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이 우암이었다. 세지마와 친분이 있는 학교 선배가 우암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한 데 따른 것이다. JP와 세지마는 당시 서울 충무로에 있던 대원호텔에서 만남을 갖는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65년 6월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이어진 단초가 됐다. 세지마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우암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혼을 당부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세지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만주군으로 참전했던 박 전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우암은 청와대로 들어가 세지마의 말을 박 대통령에게 전했으나 박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근혜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고 한다. 우암은 정치인이지만 1970년 창간한 월간 ‘샘터’의 발행인을 맡기도 했는데 그에 얽힌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샘터 창간 무렵 한국일보 장기영 사주가 “잡지는 돈 없이는 안 됩니다. 전부 벗겨야 됩니다. 요새 벗지 않으면 안 봅니다”라고 조언하자 우암이 “벗기는 건 왕초가 벗기시고 나는 입히렵니다”라고 화답한다. 우암은 ‘지식을 입히고 정신적 자양을 주겠다’는 의미였다고 회고했다. ‘입히는 잡지’를 만든 덕에 샘터는 당대 큰 인기를 누렸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 콘텐츠 시장 공략 속도내는 넷플릭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국내 케이블 업계와 손잡고 전용 셋톱박스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국내 콘텐츠 확보에도 나서며 콘텐츠 업계에서 영향력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방송사 딜라이브(옛 씨앤앰)은 넷플릭스 전용 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를 출시했다. 딜라이브가 넷플릭스와 지난 5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이휴 선보이는 첫 상품으로, 전용 리모컨으로 넷플릭스 메뉴로 빠르게 이동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달 30일에는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 창업자 겸 CEO가 직접 한국을 찾는다. 넷플릭스의 CEO가 한국을 찾는 건 처음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강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딜라이브와 손잡은 것을 시작으로 점차 파트너사를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신사들의 IPTV 서비스와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도 ‘맞불’을 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훌륭한 정치가와 훌륭한 국민의 조건

    민주주의를 창안한 아테네인들은 기원전 5세기에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양분되어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은 그리스인들의 건강한 시민정신을 급격하게 타락시켰다. 그 와중에도 아테네에는 여전히 민회에서 활약하고픈 정치가가 양산되고 있었고 대중들은 그들의 선동에 자주 흔들렸다. 이즈음 플라톤(기원전 428?~347?)이 쓴 ‘알키비아데스Ⅰ’에 주목할 만한 일화가 있다. 알키비아데스(기원전 450?~404)도 정치와 군대의 지도자가 되려고 안달했고 그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아테네에서 최고의 꽃미남으로 손꼽혔다. 뭇 여성들의 잠을 설치게 했을 정도였다. 또 올림피아 마차 경주에서 우승하는 등 체력과 기량도 탁월했다.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는 정치에 나선 혈기방장한 알키비아데스가 걱정스러웠다. 그는 알키비아데스가 정의로운 것들과 정의롭지 못한 것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물었다. 알키비아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 사람들이 뭐가 더 정의롭고 뭐가 더 정의롭지 못한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행위를 할 때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이로운가를 살필 따름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로운 게 좋은 것인가 반문했다. 알키비아데스는 자신 있게 응답하지 못했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가 나쁜 것과 좋은 것들, 이로운 것들과 이롭지 않은 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를 질책했다. 특히 행동의 잘못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탓”에 생긴다는 점을 일깨웠다. “자네는 교육도 받기 전에 정치에 달려든 셈이지. 그런데 자네만 이런 꼴인 게 아니라, 나랏일을 행하는 이들 가운데 대다수 역시 그런 꼴이라네.” 소크라테스는 정치가가 나라를 다스릴 충분한 지혜를 갖출 것을 요구했다. “나라가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훌륭함 없이는 성벽도 군선도 조선소도, 이런 것들의 많음과 큼도 소용없네. 자네가 나랏일을 정의롭고 아름답게 행하려면, 시민들에게 훌륭함을 나눠 주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정치가가 스스로 지혜를 쌓고 민중이 훌륭한 덕성을 발휘하도록 이끌 것을 희망했다. “자네가 자신과 나라에 갖추어야 할 것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권력이 아니라 정의와 절제일세.” 20대 국회가 시작되었다. 숙고하는 지혜를 갖춘 이들이길 바란다. 어디 선량(選良)들뿐이랴. 지혜와 정의, 절제야말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을.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고조선 국경은 “혼하” vs “난하”… 학계 이번엔 ‘패수’ 충돌

    고조선 국경은 “혼하” vs “난하”… 학계 이번엔 ‘패수’ 충돌

    우리나라 고대사의 핵심 쟁점인 중국 ‘한사군’(漢四郡)과 고조선 ‘패수’(浿水) 위치를 둘러싼 강단 역사학계와 재야 사학계 간 충돌이 본격적인 세 규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재야 사학계는 강단 역사학계를 ‘친일 사학’으로 규정지으며 비판하고, 강단 사학계는 재야의 주장을 ‘사이비 학자들의 역사 파시즘’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측 학자들을 초청해 ‘고조선과 한의 경계, 패수는 어디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패수를 비정하는 데는 한사군의 위치가 중요하다. 한사군이 한반도에 있었는지, 한반도 밖에 있었는지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대한 비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단 사학계와 재야 사학계는 지난 3월 ‘왕검성과 한군현’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한사군의 주축인 낙랑의 위치를 놓고 거세게 맞붙었다. 이번 토론회는 올 들어 두 번째로 강단 역사학계와 재야 사학계가 직접 대면한 자리다. 패수는 사마천의 사기 ‘조선열전’에 등장하는 지명으로, 고조선과 한나라의 경계로 기록됐다. 패수의 위치에 따라 고조선의 영역은 크게 달라진다. 강단 학계 다수설은 ‘혼하설’이고, 재야는 ‘난하설’을 신봉한다. 북한은 ‘대릉하설’을 주장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준형 박사(연세대 동은의학박물관)는 ‘고조선 패수의 위치’라는 발표를 통해 재야가 제기하는 중국 허베이성 롼허 유역이라는 주장과 청천강설(이병도), 압록강설(정약용)을 모두 배제했다. 그리고 패수를 롼허보다 동쪽인 랴오닝성 훈허(혼하)로 지목했다. 박 박사는 “중국의 진·한 교체기 과정에서 한나라는 변방 지역의 통치를 포기했고, 사기에는 흉노가 동쪽으로 예맥·고조선과 접하게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며 “패수는 문헌 표기에 따라 대상이 바뀌었고, 흉노와 접했던 곳은 요동 혼하의 이북 지역으로 이곳이 패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서 박사(한국과 세계의 한국사를 바로잡는 사람들의 모임)는 ‘고조선과 한사군의 위치로 본 패수의 실제 위치’라는 발표문을 통해 ‘고조선·한사군 재한반도설’을 비판하며 위만의 망명 기록과 한나라의 조선 침략 기록을 토대로 패수의 위치를 롼허(난하)로 주장했다. 김 박사는 ‘한서’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고조선 시대의 패수는 난하였고, 그 이후 대릉하 일대로 물러났을 것으로 본다. 각 주제 발표에 대한 반박 토론도 거셌다.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은 “패수의 위치에 따라 한국의 역사 무대가 대륙인지 한반도인지 밝혀지게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안”이라면서 “랴오닝성의 훈허는 패수가 될 수 없으며 허베이성 바오딩시 수성진 부근에서 고조선의 경계인 패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석 숭실대 박사는 “김 박사는 패수를 난하(또는 그 서쪽의 강)로 판단하고 있지만 고고학적 자료를 검토해 보면 요서 지역은 문화 정체성이 중원 문화 일색으로 요서 지역이 고조선의 중심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박사는 패수의 위치를 요하 이동 지역으로 봐야 한다는 고고학적 견해를 내놓았다. 재야는 오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식민사학 규탄대회 겸 ‘미래로 가는 바른 역사 협의회’라는 새로운 범재야 단체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협의회에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와 민족문화연구원, 국학연구소, 한민족역사문화학회, 세계환단학회 등의 단체가 참여한다. 순국선열유족회와 한국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등 민족주의 성향의 단체들도 대거 동참할 계획이다.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상임대표를,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과 심백강 원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협의회는 ▲바른 역사를 위한 국내외 학술 교류와 인재 양성 ▲역사문화 강좌 개설과 민족정신 고취 등 시민운동 ▲반민족 학술·외교 활동에 대한 세금 지원 저지 운동 등 강단 사학계를 타깃으로 여론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덕일 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현구 전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명예훼손 혐의로 제가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 여러 재야 단체가 하나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더이상 식민사학과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를 펴내면서 “역사학 교수 등이 제작 중인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 동북공정을 추종하고 일본 극우파의 침략사관을 따랐다”며 강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단 측도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의 ‘젊은연구자모임’을 주축으로 시민강좌를 열어 주류 학계의 입장을 직접 대중에게 알리는 등 반박에 나섰다. 강단의 소장 연구자들은 재야를 ‘사이비’로 규정하고, 최근 계간 ‘역사비평’에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을 주제로 기획 발표문을 싣는 등 맞불 공세를 펴고 있다.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역사는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상상력이 고대사를 복원하는 데 활력을 주고 있다”면서 “과학적 논쟁을 통해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지난해 11월 부실 판정을 받은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의 지속 여부를 이달 중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 지도에 한사군의 평양 등 재한반도설을 토대로, 패수 위치 역시 청천강으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는 게 딜레마다. 주류의 입장을 좇자니 재야의 친일 사학론 공격이 부담스럽고, 재야의 견해를 반영하자니 주류 사학계의 검증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결과와 방향에 대해 현재 상급 기관인 교육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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