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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영혼 있는’ 총리와 장관을 보고 싶다

    [서울광장] ‘영혼 있는’ 총리와 장관을 보고 싶다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현장.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국토교통부 당국자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당국자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은 조 의원이 “국토부 차관님이냐”고 묻자 당국자는 당황해하며 “현직 국토부 장관”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1년 6개월간 재임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얼마나 일을 안 하셨으면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던 정당 소속 의원께서 장관님 얼굴도 모르느냐”고 꼬집었다. 존재감이 없는 장관과 장관 얼굴도 모르는 야당 의원을 동시에 저격한 것이다. 기사의 댓글에는 ‘나도 국토부 장관이 누군지 모르는데 의원도 모르는구나’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부 서열 2위인 국무총리와 내각을 이루는 장관이라는 존재가 새삼 부각된 건 ‘비상계엄 국무회의’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기습적으로 열었을 때 한덕수 전 총리와 함께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소집된 장관은 10명. 이들 중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공범으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 한 전 총리,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이 최근 내란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8명 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특검에 소환됐다. 이미 고발된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장관들에게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공모 및 불법 계엄에 가담하거나 방조·묵인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전 총리와 장관들의 특검 줄소환을 지켜보는 국민은 씁쓸하다. 그것도 국무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국무회의에서 벌어진 ‘들러리 참사’ 때문이라니. 그런데 이들 중 국민이 얼굴을 알아보고 전 정부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만한 장관은 몇 명이나 될까. 윤 전 대통령이 각종 회의에서 혼자 말하곤 남은 몇 분만 장관들에게 할애했다는 웃지 못할 장면이 떠오른다. 이는 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첩에 적은 것을 지시하면 총리와 장관들은 한마디도 못 하고 받아 적기 바빴다. 정권 초기 ‘토론 문화’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도 결국 흐지부지돼 상명하달 구조로 돌아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총리와 장관의 연봉은 2억원 안팎. 조용히 앉아 받아쓰기하는 ‘노동’의 대가치곤 너무 많다. 그럼에도 국민이 기억하는 총리·장관은 소수지만 몇 명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IMF 외환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이명박 정부에서 소신 발언을 했던 정운찬 총리,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를 수습했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했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특히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무한책임’을 졌던 총리·장관을 국민은 기억한다. 계엄과 탄핵 이후 내란 위기 수습과 국정 안정, 경제 회복이 절실한 중차대한 시기다. IMF 때보다, 세월호 때보다, 코로나19 때보다 나라 안팎이 풍전등화다. 리더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눈이 너무 높은’ 이재명 대통령이 ‘능력 위주’로 인선했다는 총리에 이어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김민석 총리는 ‘새벽 총리’가 되겠다고 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여느 때처럼 재산·경력 관련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여당은 ‘한 명도 낙마 없는 내각 구성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내각을 서둘러 구성해 국정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엔 부족하다. 장관들이 부동산이나 가족, 논문 등 의혹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특히 기업인·교수·정치인 등의 스펙이 아니라 비장한 책임감을 갖고 침체된 공직사회를 이끌어 갈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당면한 국난 극복을 위해서는 대통령 앞에서도 직언할 수 있는 ‘영혼이 있는’ 총리와 장관이 필요하다. 임기를 마칠 때 국민에게 기억될 수 있는 레거시 하나는 만들고 떠나라. 김미경 논설위원
  • 한은 “대출 규제·단독검사권 달라”

    한은 “대출 규제·단독검사권 달라”

    금리 외 정책수단 없어 권한 요구이창용 “한은이 거시건전성 집행” 한국은행이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계기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핵심 규제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3일 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위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 결정권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두는 정책 체계 개편안을 건의했다. 지금은 금융감독원에 금융기관 검사와 공동 검사만 요구할 수 있는데 아예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검사권도 달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유관기관 간 금융안정 협의체 의장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금융부처 수장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은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집값을 잡고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이외에 DSR, LTV 등 대출 관련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권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고 특히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 정치적 영향 없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을 다시 풀어주는 등 정책 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권한을 대거 부여하는 식으로 실제 강력히 집행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감독권은 원래도 한은의 권한이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은 부속 기관이던 ‘은행감독원’을 통해 금융기관 감독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1999년 금감원이 출범했고 한은의 권한도 대폭 축소됐다.
  • 최저임금 2.9% 인상에 소상공인 아우성… “대형사업장 위주 결정 방식 바뀌어야”

    최저임금 2.9% 인상에 소상공인 아우성… “대형사업장 위주 결정 방식 바뀌어야”

    지난 10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 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했다. 올해(1만 30원)보다 290원(2.9%) 오른 시급 1만 320원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단체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 경영난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인 단체나 대형사업장 노동조합 중심인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인상으로 현장의 충격과 부작용은 상당할 것”이라며 “국내 고용의 8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로 고용과 사업의 지속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상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김대중 정부의 첫해 인상률(2.7%)을 제외하면 역대 정부 첫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마저도 버겁다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은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26개 법령에 연동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과 실업급여 등이 줄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외환위기보다 더 심한 위기 상황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경영난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일자리 안정 자금 부활, 소상공인 경영 안정 자금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임위 구성과 결정 방식을 바꿔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노사 모두 이해할 만한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대(2021~2024년) 최임위원장이었던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은 대형 사업장 위주로 구성된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가 노사 위원을 추천하다 보니 실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성 있는 노사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 최임위에는 실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이 없다. 위원들의 직업과 연령대 등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년 인상률 근거가 달라지는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구체적인 임금 결정 공식이 없다 보니 노사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공익위원 중립성 문제도 매년 불거진다”고 설명했다.
  • 내년 최저임금 1만 320원… 2.9% 인상

    내년 최저임금 1만 320원… 2.9% 인상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1만 30원)보다 290원(2.9%) 오른 수치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만 6880원으로, 올해보다 6만 610원 증가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 건 17년 만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노사 합의는 이번을 포함해 8번뿐이다. 합의 과정에서 진통은 적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1.8 ~4.1% 인상)이 너무 낮게 설정됐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합의 직후 “표결에 들어가면 더 낮은 인상안으로 결정될 것 같아 합의했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상률은 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김대중 정부의 첫해 인상률(2.7%)을 제외하면 역대 정부 첫해 가운데 가장 낮다. 노무현 정부는 첫해 10.3%를 인상했고, 이후 이명박(6.1%), 박근혜(7.2%), 문재인(16.4%), 윤석열(5.0%) 정부가 뒤를 이었다.
  • 내년 최저임금 노동계 반발 속 1만 210~1만 440원선 오늘 결정

    내년 최저임금 노동계 반발 속 1만 210~1만 440원선 오늘 결정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210원과 1만 44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올해(1만 30원)보다 1.8~4.1%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4.1%가 오르더라도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 첫해 가운데 가장 낮은 인상률이어서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새벽까지 이어진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은 노사 간 격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고, 10일 제12차 전원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앞서 노동계는 8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8.7% 오른 1만 900원을, 경영계는 1.5% 오른 1만 180원을 제시했다. 격차는 최초 1470원에서 720원까지 줄었지만 더는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뜻하는 ‘심의 촉진 구간’(1만 210~1만 440원)을 제시했다. 하한선인 1만 210원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공익위원들은 설명했다. 상한선인 1만 440원은 올해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인 2.2%와 2022~2024년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 및 최저임금 인상률의 차이인 1.9%를 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1%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이재명 정부의 첫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부 첫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였다. 김대중 정부의 2.7%(1998년 결정)가 최저임금 도입 이후 가장 낮지만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조차 첫해 5.0% 인상률을 결정했다. 새 정부와 공익위원들에게 경고한다. 실질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 즉각 나서라”고 반발했다. 다만 지금까지 심의 촉진 구간이 수정된 적은 없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심의 촉진 구간을) 받지 못하겠다고 철회 요구는 했으나 현 제도에서 돌릴 방법이 없다”며 “10일 수정안을 내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표결을 통해서라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청년 세대의 좌절·분노… 사회가 경청·공감해야 극우화 막아”[이순녀의 이사람]

    “청년 세대의 좌절·분노… 사회가 경청·공감해야 극우화 막아”[이순녀의 이사람]

    학창 시절부터 겪는 ‘경쟁 트라우마’과열된 경쟁 속 일찍부터 좌절감구조 불공정 느끼며 분노·복수심위로 못 받은 그들 극우 성향으로20대 남성들의 극우화 현상 논란‘여성에게 밀린다’ 인식 위협받아 지위 불안과 상대적인 박탈감 커진보의 위선에 대한 반작용 영향 혐오문화 조장하는 극우의 심리청소년 왜곡된 정보 그대로 믿어 다양성 사라지고 이분법 사고로獨은 반파시즘 정치교육 의무화극우화 막는 국가적 질적 조사 필요코로나로 관계 단절돼 불안 누적청년부 신설·청년정책 직접 주도사회·국가가 희망·성취 경험 줘야 “예전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시절에 진료를 시작해 대학 진학이나 군 입·제대 즈음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30대 이후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청소년기의 심리적 불안과 고통이 나아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가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고 느끼며 좌절과 분노에 빠지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 김현수(59)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 누구보다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의사다. 2002년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을 위한 치유형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을, 2010년에는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직업학교 ‘청년행복학교 별’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20년 넘게 학교와 병원 진료실에서 청소년의 불만과 청년의 고민을 경청해 온 그는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청년 극우화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좌절과 분노를 지목했다. 일부 극우 청년들의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는 단호히 배격해야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지점까지 내몰렸는지를 우리 사회가 함께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최근 펴낸 책이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이다. 지난 4일 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 “올해 초 서울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동이 결정적이었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무력으로 침탈당한 건 처음 아니었나. 특정 판사에 대한 좌표를 찍고 추적하려는 우익 청년들의 출현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과 유사한 사태가 국내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분석이 아니라 심리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우익 청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는 공론장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책을 썼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극우 성향 청소년과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나. “상담하면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다 망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불행해지면 좋겠다’ 같은 말을 많은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다. 지금도 힘든데 앞으로도 나아진다는 희망이 없다고 인식하니까 차라리 공멸이 낫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청년 극우화는 어떤 심리적 배경에서 시작됐다고 보나. “청년들이 겪는 문제의 핵심은 ‘경쟁 트라우마’다. 태극기부대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면 지금의 10·20대는 학창 시절부터 경쟁과 평가 체제 속에서 내내 살아왔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릴 때부터 과열된 경쟁 사회에서 일찍부터 좌절을 경험한다. 수행평가, 입시, 취업까지 모두 경쟁의 연속이다. 과거에는 경쟁을 통과하면 사회에 안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이런 구조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분노와 복수심이 생긴다. 그런데 이들을 더 힘들 게 하는 건 그런 순간에 자신들을 위로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청년들이 극우로 기우는 중요한 이유다.” -청년 세대 안에서도 20대 남성들의 극우화 현상이 논란인데. “지위 불안, 정체성의 위협, 상대적 박탈감 같은 심리적 요소가 크다. 미국의 백인 저소득층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도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문화적, 정치적 주도권이 자신들에게서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한국은 성별 갈등이 더 두드러진다. 20대 남성들은 대학 입학률이나 취업률에서 여성에게 밀린다는 현실을 지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도 작용한다고 했다. “경쟁 체제에 대한 분노가 크지만 누가 만들었느냐는 명료하지 않다. 그런데 경쟁을 완화하겠다고 했던 진보 진영 사람들이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을 더 복잡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악화시켰다고 청년들은 판단한다. 우파는 애초에 경쟁을 강조하니까 실망도 덜하지만, 진보는 기대를 배신한 것이기에 분노를 넘어 원한을 갖게 된다. 진보의 위선에 대한 반작용이 극우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진보적 가치관을 지닌 부모의 자녀가 극우화되는 경우도 그런 이유인가. “586 부모가 너무 싫어서 우익이 됐다는 청년도 봤다. 위선과 이기적인 처신들이 역겹다고 한다. 청년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는 걸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부모의 이해가 중요하다. “네가 왜 극우화됐느냐”고 묻기보다 “이렇게 극우화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너에게 고통을 줬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훈육보다 공감이 먼저다.” -극우 유튜브나 커뮤니티 같은 환경적 요인도 영향이 크지 않나. “인터넷에서 장난처럼 혐오 발언을 주고받던 아이들이 그걸 반복하며 신념으로 굳히는 경우가 있다. 문해력이 낮거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은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믿는다. 핀란드처럼 유치원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것도 극우화 예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극우화의 가장 큰 사회적 병폐를 혐오문화 조장이라고 했는데. “극우 심리의 밑바탕에는 기존 질서에 대한 파괴적 욕망이 있다. 사회를 이분법으로 보고 특정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혐오와 분열의 방식이다. 극우화 현상을 제때 막지 못하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분노와 복수의 감정만 남는 사회가 된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 나라가 극우화 현상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호주와 영국에서는 극우 청년들의 재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반파시즘 정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극우 청년들에게 ‘너희가 찌질하다’고 호통만 치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청년들이 하는 얘기 중에 일리 있는 것도 있고, 반동적인 주장도 섞여 있다. 그러한 혼재된 주장과 감정을 사회가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세대는 고착화된 세대가 아니다. 사안에 따라 극우를 지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자유분방한 세대다. 기성 정치 세력이 20대 남성들이 호응할 수 있는 정책 제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이 건강한 정치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새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나. “청년 세대를 위한 대결단이 필요하다. 일자리, 주거 지원 등에서 파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청년에게 실질적인 정치 권한을 주는 방안과 청년부 신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이 주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성세대가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결국 자기 방식을 강요하는 구조였다. 그러니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의 극우화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다정한 민주주의, 세대 간 소통을 강조했는데. “지금의 50대 이후 세대는 성공의 경험을 계속 쌓아 왔지만 2030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저성장 시대 등 격변의 삶을 겪은 세대다. 그런 정서의 차이를 인식하고 청년들이 자신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에 대해 표현할 기회를 줘야 한다. 20대 남성이 극우화됐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질적 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부 들어줄 수는 없어도 한두 가지라도 개선되면 희망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극우화 현상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사회와 어른들이 답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대안을 가져오게 해서 일부라도 성취의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다.” -청소년 자살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연령대별 자살률은 50대가 가장 높지만 증가율은 10대와 20대에서 두드러진다. 코로나 시기에 사회성을 잃고 관계가 단절된 경험을 한 청소년들은 우울과 불안이 내면에 누적된 상태다. 하지만 학교 내 경쟁, 입시에 밀려 이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뒷전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정신건강 전문가가 학교에 상주하고 일본도 교내 상담제도가 정착됐다. 우리나라도 상담교사 등이 있기는 하지만 정신건강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제도는 부족하다. 학교를 중심으로 정부와 가정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정신적·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사회와 국가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 ■ 김현수 교수는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어둡고 고단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학교 선생님과 교회 목사님 등 주변 어른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중앙대 의대에 입학했다. 공중보건의 시절 소년교도소 방문을 계기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와 직업학교를 설립하는 등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진료실 밖 사회 현장을 누비는 정신과 의사로도 널리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때 현장 심리지원단 단장으로 활약했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과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 등을 지냈다. 현재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장, 안산 마음건강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괴물부모의 탄생’,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교사 상처’, ‘기후 상처’(공저) 등을 펴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식어가는 성장 엔진에 ‘관세 찬물’… 3주 유예에 시장은 일단 차분

    식어가는 성장 엔진에 ‘관세 찬물’… 3주 유예에 시장은 일단 차분

    잇단 악재에도 코스피 상승 마감업계는 ‘환적 이슈’ 등 새 변수 촉각1%대 성장 전망 속 수출 타격 우려관세 현실화 땐 GDP 9조원 날려“협상 기간 세율 깎기에 올인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서한을 공개한 8일 시장은 대체로 차분하게 반응했다. 이날 트럼프 관세 서한과 삼성전자 실적 충격 등 악재에도 코스피는 2% 가까이 올라 단숨에 3110대를 회복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55.48포인트(1.81%) 오른 3114.95에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서도 강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0.26%, 0.66%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3주 남짓 남은 기간에 정부가 상호관세와 품목관세에서 철폐 혹은 완화와 같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대미 수출은 물론 경제성장률에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에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자동차(25%)·철강(50%) 등에 품목관세가 부과된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가 2292조 202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9조원이 증발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경제 전망에서 미국이 3분기 중 관세율을 20%로 올리고 품목관세 25%를 부과하면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0.8%) 대비 0.1% 포인트, 내년(1.6%)에는 0.4%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0%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1.5%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2.0%에서 1.0%로 조정했다. 이들 모두 10% 관세를 전제로 한 예측이어서 트럼프 서한대로 현실화한다면 감소폭은 더욱 가팔라지게 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우려스럽다. 한국무역협회는 하반기에 수출 부진이 더욱 심화해 올해 수출이 2.2% 감소한 6685억 달러(약 914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해 약 21조원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홍지상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남은 기간 다른 나라보다 관세율을 낮춰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나마 가전업계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지만 냉장고와 세탁기 등 철강 함량이 높은 품목은 이미 철강 파생품으로 분류돼 50%의 관세를 적용받는 상황이라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삼성과 LG 등의 제품이 원산지 규정에 따라 베트남산으로 인정받더라도 상호관세 20%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다. 자동차 업계는 관망하면서 당분간 실적 악화를 감내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을 고려하면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 [서울광장]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서울광장]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1979년 6월 30일, 청와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다. 회담 테이블 위에는 주한미군 철수와 인권 문제가 동시에 올랐고, 두 정상은 정면충돌했다. 예정됐던 만찬은 취소됐고 공동 성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반세기 역사 속에서 ‘가장 실패한 회담’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분기점이 도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최종 일정을 조율 중이며 회담 시기는 이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 초로 잡힐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촉박하고, 의제는 방대하다. 주한미군 유연화, 방위비 분담금, 공급망 재편, 인도태평양 전략, 통상·관세 문제까지 동맹의 전 영역이 회담 테이블에 오른다. 단순한 외교 의례가 아니라 이해와 책임을 주고받는 실전 협상이 펼쳐질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1969년 박정희·닉슨 회담은 ‘닉슨 독트린’의 충격 속에서 열렸다. 베트남전 수렁에 빠진 미국은 해외 주둔군 감축을 공식화했고 아시아 동맹국들에 “자기 방어는 스스로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자주국방 기조의 출발점이 됐다. 1998년 김대중·클린턴 회담은 외환위기 직후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아래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고,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 회복과 시장경제 복원을 약속했고, 미국은 금융 안정과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섰다. 이 회담은 외교적 신뢰가 국가 재건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반면 2003년 노무현·부시 회담은 동맹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남북 대화의 필요성과 자주외교 노선을 동시에 견지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는 압박 일변도의 정책을 펼쳤고 양측은 대북정책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산이 빠르고 거래 외교에 강하다. 외교를 신뢰보다 수익의 문제로 본다. ‘동맹은 공짜가 아니다’라는 인식 아래 숫자와 ‘연출’로 회담을 평가한다. 일본에는 방위비 4배 인상을 공개 요구했고 영국과의 협상에서는 무역적자를 계속 들이밀며 양보를 끌어냈다. 이스라엘·UAE 회담에선 백악관 악수 사진 한 장으로 중동 외교의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에게 회담은 거래이고, 결과는 정치적 자산으로 포장된다. 그와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공감’이 아니라 ‘계산서’다. 한국은 이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금은 단순 증액이 아닌 항목 조정 방식으로 접근해 실질 부담을 통제해야 한다. 통상 분야는 파급력 적은 품목에서 전략적 양보를 검토하되 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은 최후 방어선을 설정해야 한다.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은 줄 수 없는지 명확히 정리해 두지 않으면 협상은 방향을 잃는다. 가장 중요한 협상 자산은 우리의 전략적 위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중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 구도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유연화, 반도체 공급망, 기술 산업의 허브로서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중국을 향한 전략적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협상의 지렛대가 돼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외교의 진짜 승부는 회담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동 발표문 한 줄, 기자회견의 수치 하나가 회담의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 트럼프는 회담 직후 이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려 들 것이고, 그 순간부터 협상의 후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 한국은 그 장면까지를 포함해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진짜 외교는 무대 뒤에서 완성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외교의 첫 고비이자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자리다. 냉정한 계산과 정교한 설계, 이제야말로 그런 실용주의가 필요할 때다. 오일만 논설위원
  • ‘산유국’ 눈앞 수리남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산유국’ 눈앞 수리남 첫 여성 대통령 탄생

    인구 60만명인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6일(현지시간) 의사 출신 예니퍼 헤이링스 시몬스(71) 국민민주당 대표가 수리남 의회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AFP통신은 시몬스 당선인이 오는 16일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보도했다. 시몬스 당선인은 이날 “내가 맡은 막중한 임무는 이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힘을 동원해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어떤 직위든, 어떤 정당이든, 어디에 속한 구성원이든 국가를 위한 기여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리남은 총선 뒤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 국가다. 지난 5월 총선에서 국민민주당은 51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해 과반을 차지하진 못했다. 다만 2010년부터 10년간 국회의장으로 재임했던 시몬스 당선인은 정당 연합을 구성, 대통령직에 단독 출마해 승리할 수 있었다. 경찰 출신인 현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대통령은 부패 의혹을 받고 있으며,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올해로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지 50년 된 수리남은 현재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히지만 ‘석유 부국’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최근 수년간 해상 유전이 잇따라 발견됐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하루에 22만 배럴을 생산하는 대규모 유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산토키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석유 이익’을 나눠 주는 금융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원유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 전임 정부가 미뤄 놓은 4억 달러(약 5480억원)의 빚을 갚는 것이 수리남 첫 여성 대통령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 해상유전으로 부국 꿈꾸는 수리남의 첫 여성 대통령 [월드핫피플]

    해상유전으로 부국 꿈꾸는 수리남의 첫 여성 대통령 [월드핫피플]

    남미의 수리남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6일(현지시간) 의사 출신 예니퍼 헤이링스 시몬스(71) 국민민주당 대표가 수리남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AFP통신은 시몬스 대표가 오는 16일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7일 보도했다. 시몬스 대표는 “내가 맡은 막중한 임무는 이 자리에 오른 첫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무거워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수리남은 총선을 실시한 이후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지난 5월 총선에서 국민민주당은 51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해 과반수를 얻지는 못했다. 2010년부터 10년간 국회의장으로 재임했던 시몬스 대표는 정당 연합을 구성, 대통령직에 단독 출마해 승리할 수 있었다. 경찰 출신인 현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대통령은 부패 의혹이 있으며,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인구 60만명의 수리남은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히지만 석유 시추로 부자 나라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올해로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수리남에서 최근 몇 년간 해상 유전이 발견됐고 특히 지난해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가 하루 22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유전을 발굴했다. 유전 개발로 수리남은 앞으로 10~20년간 100억 달러(약 13조 675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산토키 대통령은 2028년 예정인 원유 시추를 앞두고, 국민 1인당 750달러(약 105만 원)씩 ‘석유 이익’을 나눠주는 금융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57만 2000명에게 석유 로열티 명목으로 이자율 7%의 계좌에다 750달러씩 지급한 것이다. 수리남의 원유 자원은 앞으로 40년간 채굴할 수 있는 양으로 분석되는데, ‘21세기형 석유부국’으로 떠오른 남미의 가이아나와 비슷한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가이아나는 2015년 미국 기업 엑손 모빌이 해상 유전을 발굴하면서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석유 생산을 통한 이익을 국민 1인당 10만 가이아나 달러(약 67만원)로 돌려줬다. 하지만 수리남에서 원유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 전임 정부가 연기해 놓은 연간 4억 달러(약 5500억원)의 빚부터 갚는 것이 첫 여성 대통령 시몬스의 숙제다.
  • 대구시, 소비쿠폰·지역사랑 상품권 예산 조기 집행 나선다

    대구시, 소비쿠폰·지역사랑 상품권 예산 조기 집행 나선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확정에 따라 대구시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의 조기 집행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7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시민들에게 신속히 지역사랑상품권(대구로페이) 및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 지역 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대구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데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상황이 엄중한 상황이라 속도감 있는 예산 집행과 행정 절차 준비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TF는 경제국에서 맡아 운영키로 했다. 김 대행은 또 “중앙정부와의 공조 외에도 대구시 차원의 민생대책과 소비회복 체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실질적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을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폭염 대책과 관련해서는 쪽방촌 거주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보다 더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행은 “쪽방촌 등 폭염에 취약한 시민들이 거주하는 현장에는 직접 방문해 냉방 용품을 지원하고, 재난관리기금 등 관련 예산을 적극 활용해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라”며 “내 이웃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이웃 등을 활용한 안전 확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그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치맥페스티벌 등 지역 대표 축제가 마무리된 만큼 성과와 과제를 분석해 내년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행사로 만들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체육관광국 주도로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 당부했다.
  • 대구 수성구 스타 뚜비, 뮤지컬 무대 오른다

    대구 수성구 스타 뚜비, 뮤지컬 무대 오른다

    대구 수성구를 대표하는 캐릭터 ‘뚜비’가 국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고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창작 어린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뚜비와 달빛기사단’이 4일부터 6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초연한다. 이후 전국 투어와 해외 진출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캐릭터 공연을 넘어 지자체 IP가 문화 산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도시인 수성구의 브랜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뚜비를 중심으로 한 유니버스 구축의 출발점인 ‘뚜비와 달빛기사단’의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는 ‘미스사이공’, ‘더플레이’ 등에 참여한 오은성 감독이 함께했다. 출연진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대구 출신 뮤지컬 배우 10명으로 구성됐다. 대구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인 박지훈이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뚜비와 달빛기사단’은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제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특별공연작으로도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작품성과 상징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뚜비와 달빛기사단’은 수성구의 문화도시 비전을 담은 대표 콘텐츠로, 지역의 창작 역량이 전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성구는 단순한 행정구역을 넘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도약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뚜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확장을 통해 지역 기반 창작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 [세종로의 아침]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으로 가려면

    [세종로의 아침] ‘먹사니즘’을 넘어 ‘잘사니즘’으로 가려면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 중에 주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현실 감각이 뛰어난 분이에요. 일각에서 걱정하듯 ‘강성 지지자’(개딸)에게 휘둘리는 분이 아닙니다.” 지난해 국회를 출입할 때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최근 코스피가 3년 반 만에 3000포인트를 돌파한 것은 실용주의 성향의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가가 실물 경제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그대로 해결하진 않는다. 정부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을 넘어 ‘잘사니즘’(함께 잘사는 사회)을 제시한다. 그 핵심은 성장이다. 1인당 국민 소득은 2014년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간 4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저성장 때문이다. 2010년대까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였지만, 이제 1%대에 고착돼 있으며 지난 1분기는 -0.2%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대한민국의 1인당 GDP가 지난해 대비 4.1% 감소한 3만 4642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생산성 저하와 산업 혁신 부재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투자를 통해 ‘주주’인 국민에게 지속해 ‘수익’을 가져다주는 선순환 경제 구조로 전환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애플, 구글, 엔비디아 같은 혁신 기업의 등장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3만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기업이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기업 혁신을 촉진하려면 개방적 환경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 금지법은 2020년 3월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의 여론을 의식해 타다의 영업을 사실상 불법화한 것으로 이에 따라 심야 택시난이 악화하고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의 독점 구조만 남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법원은 타다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미 혁신의 불씨는 모두 꺼지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근로 시간은 38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많지만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4.4달러로 최하위권인 33위다. 낮은 생산성은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다. 최근 경제·경영학과 교수 103명 가운데 79.6%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야 할 1호 고용 노동정책으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수반하는 ‘일자리 창출형 노동시장 활성화’를 꼽은 것은 무시하기 어렵다. 시장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최근 대출 규제와 관련해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27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을 냈지만,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부동산 정책을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여겨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 기대를 걸어 본다. 물론 우리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쪼개기 상장, 경영권 프리미엄 등 대주주의 이익을 앞세워 일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기업 가치도 높아진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반기업 정서도 많이 사라졌지만, 국민이 대기업에 바라는 것은 총수의 사적 편취와 부당 거래가 아닌 시장 선도자로서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 같은 경영자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기업이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측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은 적극적 투자와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 잘사니즘이 구현되는 경제 강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종훈 산업부 차장
  • 건정연 “상반기 건설경기 IMF 이후 최악…3분기도 부진 예상”

    건정연 “상반기 건설경기 IMF 이후 최악…3분기도 부진 예상”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1일 발표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가 올 초부터 5월까지 2.9% 줄어들었다. 건축허가 및 착공 면적은 5월까지 각각 19.8%, 20.7% 감소했다. 특히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이 5월까지 21.1% 줄었는데, 이는 IMF 당시였던 1998년 3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기성은 진행 중인 공사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로, 건설기업의 재무 악화는 물론 고용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정연은 3분기 전망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건설지표 반등이 기대되지만, 그간 누적된 선행지표 감소세를 감안하면 건설경기 부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건정연은 전문건설업 계약액에 대해 올 2분기가 전년 대비 감소 추세이며, 상대적으로 원도급공사 부진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2분기 주택시장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방은 내림세가 계속되면서 양극화 구도가 심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 7793호로 절대 물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높지만, 전체 미분양의 76.5%가 지방에 집중됐다. 박선구 건설시장 부문 실장은 “상반기 건설경기는 IMF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모든 건설지표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건설수요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자치광장] 주민이 주인인 중랑 서울장미축제

    [자치광장] 주민이 주인인 중랑 서울장미축제

    1999년 중랑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상처를 위로하고자 공공근로사업으로 장미를 심었다. 해마다 5월 여기서 피어난 희망이 꽃밭을 이루었고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소풍과 작은 잔치를 즐겼다. 그렇게 지금의 ‘중랑 서울장미축제’가 시작됐다. 이후 주민 제안으로 장미 식재와 넝쿨장미 터널 조성이 본격화되며 5.45㎞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장미공원이 완성됐다. 올해 제17회 중랑 서울장미축제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301만명이 찾아오는 서울의 대표 꽃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지역마다 특산물과 관광 자원을 내세운 축제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 자긍심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바가지 요금이나 지역성과 무관한 콘텐츠는 문제로 지적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상업성에 치우치면서 지역 주민이 소외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중랑 서울장미축제는 중랑구민이 주인인 축제의 본질을 분명히 한다. 첫날 종교 대연합 걷기대회에 1600여명이 참여해 축제의 문을 열고, 동별로 100여명의 주민이 만드는 16개동 퍼레이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의 창의성을 더해 진화하고 있다. 색색의 온갖 아이템으로 장식한 주민들이 장미 꽃빛거리부터 장미터널을 거쳐 메인무대까지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한다. 보는 이도 하는 이도 함께 즐긴다. 이 외에도 주민들은 공연을 꾸미고 전시를 열며 축제 곳곳을 직접 만들어 간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모습은 축제를 더욱 생기 있고 빛나게 만든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공연이 취소됐음에도 다시 찾아와 준 가수 송가인씨의 무대도 올해 잊지 못 할 한 장면이었다. 전통시장과 봉사단체들의 먹거리 부스도 인기가 많다. 주민들이 운영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축제장 곳곳에서 안내와 청소로 애쓴 650명의 로즈비 봉사단도 주민들이다. 이렇게 참여한 중랑구민이 올해 7776명에 이른다. 주민이 주체가 된 축제는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랑로즈페스티벌 기간 방문객 소비지출 분석 결과 올해 축제의 직접 경제효과는 20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0억원을 넘겼다. 장미에서 시작된 축제가 지역 상권과 골목경제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중랑구는 깨끗한 축제, 안전한 축제, 친절한 축제를 목표로 쓰레기 없는 축제장, 환대하는 축제 문화를 만들었다. 5월의 햇살이 생각보다 뜨거운데 곳곳에서 말없이 수고해 주신 중랑구민들 덕분이다. 올해는 ‘중랑장미카페’도 문을 열었다. 장미를 감상하다 쉬어 갈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과 문화거점이 될 전망이다. 저 먼 유럽 불가리아의 카잔루크시는 작은 도시지만 100년 넘게 이어지는 장미축제로 세계에 알려졌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즐기는 축제,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가 열리는 중랑구도 장미축제를 키우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로 자칫 사라질 뻔한 장미 제방을 최소한의 손실로 지켜내고, 공사 중에도 장미축제를 이어 갈 수 있게 된 것은 중랑구민의 열망이 이루어 낸 성과다. 장미는 이제 중랑구에서 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를 잇는 연결이고, 중랑의 자부심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이다. 중랑은 앞으로도 장미를 심고, 주민과 함께 백 년을 내다보며 이 축제를 키워 갈 것이다. 축제의 미래는 이미 중랑에 있다.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 코스피 상승 26년 만에 최고… 하반기 ‘진짜 시험대’ 오른다

    코스피 상승 26년 만에 최고… 하반기 ‘진짜 시험대’ 오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저효과에새 정부 출범 ‘허니문 랠리’ 지속증권·금융주 탄력, 방산 등 급등단기과열종목 한 달 새 2배 늘어차익 실현… 선별적 강세 가능성일각 “과열 종목 거품 빠질 수도” 코스피가 26년 만에 상반기 기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과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상승세를 견인한 가운데 이제부터는 기대가 아닌 결과로 상승세를 이끌어야 하는 시점에 돌입한 만큼 하반기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399.49로 거래를 마쳤던 코스피는 지난 27일 3055.94까지 오르며 상반기(지난 27일 기준) 동안 27.36%(종가 기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폭삭 무너진 한국 증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버블’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1999년(+56.99%) 이후 26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기저효과, 그리고 이재명 정부 출범 기대감에 따른 ‘허니문 랠리’(정권 초 증시 상승)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증시에 불어온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는 같은 해 8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 영향으로 전 세계 증시를 폭격한 ‘검은 월요일’ 여파 이후 고꾸라졌다. 이후에도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세전쟁 우려 등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저평가 국면이 계속됐다. 반전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달부터 시작됐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27일까지 13.28% 상승했다. 2021년 9월 27일 이후 종가 기준 최고점을 찍은 지난 25일엔 15.22%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으로 증권·금융주가 힘을 받았고, 반도체·스테이블코인·원자력 발전·방산 등 특정 산업군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폭발적 상승 국면을 맞이했다. 증권가에선 상반기의 코스피 성장이 경기 상황 호전이나 구체적인 정책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대감에만 의존했던 것인 만큼 과열 종목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르게 빠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정책 추진 상황 등에 근거해 코스피가 진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6일 기준 국내 증시 단기과열종목은 총 30개로 5월(17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 LG CNS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종목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종목은 지난주 차익 실현 움직임과 ‘거품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가 요동친 바 있다. 이들 종목의 부진 속에 코스피도 2거래일 연속 소폭 하락하며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더이상 기대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차익 실현 과정에서 선별적 강세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며 “이익 대비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시장 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추가 매도세가 유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생존 위협”… 소공연, 기자회견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생존 위협”… 소공연, 기자회견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을 폐업으로 내모는 겁니다. 현실을 고려한 결단을 내려주세요.” 소상공인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1만 30원으로 동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이런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국 소상공인을 대표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이것이 소상공인 생존과 대한민국 경제 회복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들은 역대 최다 부채에 가장 긴 부진에 시달리며 IMF보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역대급 위기에 처해 100만 폐업 시대의 희생양이 됐다”며 “최저임금이 1만원 시대를 돌파하고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 2000원을 넘어서면서 최저임금은 이제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경제 위기를 넘지 못한다면 고용도, 소비도 세수도 붕괴할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일시적으로라도 동결해 소상공인에게 회복의 시간과 반전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결이 어렵다면 소상공인들의 지급 능력을 고려한 동결 수준의 합리적인 결정이 절실하다. 만약 이번에 합리적인 결정이 나온다면 경제 활성화에 적극 부응해 소상공인 업계 차원의 고용 확대 독려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인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은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며 “소상공인을 인력감축과 결국에 폐업으로 내모는 최저임금 인상을 올해 한 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성료

    청강문화산업대학교,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성료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제19회 DIMF 본선 무대에서 관객 호평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공연예술스쿨은 지난 6월 20일, ‘제19회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하여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성공적으로 공연했다. 해당 공연은 대구 서구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으며, 현장을 찾은 관객들로부터 높은 완성도와 몰입도 있는 무대 구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뮤지컬 경연인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는 매년 국내외 대학을 대상으로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 팀을 선정한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이하 “청강대)는 이번 본선에서 개막작의 영예를 안고,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무대에 올렸다. 해당 공연은 청춘의 혼란과 성장, 억압과 저항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를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높은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청강대 공연예술스쿨 최재영 원장은 “DIMF 본선 첫 무대를 맡았다는 책임감 속에서 학생들이 긴장감과 기대를 모두 안고 최고의 무대를 완성해주었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공연예술스쿨의 교육 방향이 실전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해내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청강대 공연은 제19회 DIMF의 본선 무대 중 가장 먼저 열리는 공연이자,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예술교육의 실전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청강대 최성신 총장은 “학생들이 수개월 간 혼신을 다해 준비한 작품이 이렇게 큰 무대에 오르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청강대 공연예술의 역량을 널리 알리고, 학생들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청강문화산업대학교는 1996년 개교 이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융합, 공연예술, 패션 등 문화산업 특화 전공을 중심으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온 문화콘텐츠 전문대학이다. 공연예술스쿨은 연기, 무대예술, 기획·제작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교육을 통해 창작 역량과 현장 감각을 갖춘 차세대 공연예술인을 양성하고 있다.
  • [데스크 시각] 여름의 끝 겨울의 시작

    [데스크 시각] 여름의 끝 겨울의 시작

    “주한미군이 한국을 지키는 데 우리가 낸 세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10여년 전 미국 조지아에 연수차 머물던 시절. 옆집 가족들과 가깝게 지냈다. 각자 아이들이 ‘동네 절친’이었던 데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내 또래의 록 음악 애호가였던 공통점 덕분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가끔 맥주병을 들고 각자의 집을 찾았다. 나의 서툰 영어에도 죽이 꽤 잘 맞았다. 그는 카터를 존경하고 클린턴을 혐오한, 반듯한 민주당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우리 덕에 선진국이 된) 한국을 위해 왜 미국이 부담을 해야 하냐”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이 질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다. ‘한강의 기적’은 미국 주도로 편성된 안보 체제와 자유무역 시장이 없었다면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빅 브러더는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한국이 제 몫의 번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급격히 거세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화한 상태다. 올해 한국 국방비 규모는 61조 2469억원, 지난해 명목 GDP인 2549조원의 2.3% 정도다. 70조원가량을 더 써 갑절 이상으로 만들라는 뜻이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인 656조원의 1할을 웃돈다. 재정 지출의 승수 효과 등을 따지면 GDP 성장률을 2.5%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재원이다. 군비 경쟁이 격화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화약고’ 수준으로 높아지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수출에 치명타를 안길 관세 협상은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았다. 요구를 무작정 외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미국은 중동 개입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도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을 단행했다. 우리에게 내밀 청구서가 더욱 두꺼워질 여지가 크다. 우리는 더 큰 딜레마에도 직면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술의 폐기를 요구했다. 수위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백악관은 6·3 대선 결과를 두고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수평적 국가 관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과거의 ‘절대 반지’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50~70% 정도에서 2024년 25% 정도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제조업 등의 경쟁력의 상실에 따른 결과다.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총요소생산성(TFP)은 1950년대 3% 초반대에서 2010년대 0% 후반대로 추락했다. 이에 미국은 자신이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단극 체제’ 대신 강대국들과 함께 ‘딜’로 운영하는 ‘다극 체제’의 전환을 천명한 상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월 “미국은 여러 강대국들이 각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다극의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의 강대국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을 말한다. 이 체제는 “대외적으로는 보호주의와 제국주의의 경향을, 대내적으로는 독점주의적 보수주의의 경향을 뚜렷이 띠고 있는”(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중) 1차 세계대전 이전과 닮아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젤렌스키와 같이 ‘카드’가 없는 약소국의 지도자들은 수모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차태서 성균관대 교수) 앞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두렵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존 미국 일변도의 정책이 유효한가, 다극 체제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리고 긴 여름 끝에 불어닥친 겨울 삭풍을 견뎌낼 ‘카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교롭게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을사조약 체결 120주년이다. 이두걸 사회2부장
  • [서울광장]소상공인 빚 탕감,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서울광장]소상공인 빚 탕감,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정부가 143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명분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빚을 감면받을 것이다. 이 조치로 은행들은 수십조원 부실 부담을 털어낼 것이다. 누가 진짜 수혜자인가? 역사는 반복된다.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 PIIGS 국가들 중에서도 그리스는 가장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과 IMF는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쏟아부었다. 그리스와 국민을 위한 조치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수백억 유로를 물리게 생긴 상태에서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등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을 막는 ‘대마불사’ 전략이었다. 결국 구제금융의 상당액은 그리스 국고가 아니라 국채를 상환받는 은행 금고를 채웠다. 그리스 국민들은 연금 삭감과 긴축 지옥에 빠졌고 은행들은 무사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를 ‘스텔스 뱅크 베일아웃’(은밀한 은행 구제금융)이라고 불렀다. 몇 년 후 그리스 공공부채 진실위원회가 발굴한 IMF 내부문서엔 2010년 5월 9일 IMF가 그리스에 당초 지원 가능 금액의 32배인 300억 유로를 대출한 주목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은행을 구제하는 것”을 꼽고 있었다. 스티글리츠의 의심이 타당했던 셈이다. PIIGS 위기 수습 과정에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금융자본주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구제금융(베일아웃)에서 채권자 부담(베일인) 방식으로의 전환 시도도 가끔 나타난다. 2013년 사이프러스 은행 위기 당시 고액 예금자들도 손실을 부담했고,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 위기 시에는 주주와 채권자들이 170억 달러 손실을 떠안았다. 베일인방식에도 선량한 예금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은행 경영진과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감수하게 하는 장치가 작동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이번 빚 탕감 정책은 그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번 빚 탕감은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2020년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치며 277조원의 소상공인 정책대출이 집행됐는데, 2022년 1월까지 133조원이 만기 연장·상환유예 상태였다. 정부는 만기를 다시 3년 연기했고, 여전히 갚지 못한 47조원의 만기가 올해 9월 도래한다. 대출 총량이 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1년 0.21%에서 2024년 0.61%로 치닫고,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023년 8.90%에서 지난해 말 11.16%로 급증했다. 277조원의 소상공인 정책대출 중 230조원가량이 상환된 가운데 미상환 잔액 때문에 빚 탕감 대책이 나오자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관련 브리핑 자료에서 “성실 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누구나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고 사회통합과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정중하게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일순간에 골칫덩어리인 악성채무의 부담을 덜게 된 경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캠코가 출자하는 배드뱅크가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연체채권을 액면가의 5% 수준에 매입하는 일은 금융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7년 연체라면 은행들은 이미 관련 규정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고 사실상 상환받기를 포기한 채권일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채권의 5% 값을 치르고 매입한다면 은행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수익이 될 수도 있다. 은행은 또 향후 대손충당금을 쌓는 부담이나 연체율 지표 관리 부담을 덜게 되며 추심비용, 법무비용, 인건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금융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배드뱅크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취약계층 복지를 정책대출로 대체하고, 악성채무가 쌓이면 배드뱅크로 은행 부담을 덜어 주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은행의 대출심사 역량은 위축되고 관치금융이 고착화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금융정책이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까지 3차례의 큰 위기를 겪을 때마다 자영업자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은행은 여전히 관치인 이유일 것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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