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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영화] 조용한 가족

    ●조용한 가족(MBC 일요영화특선 밤 12시45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으로 비틀거리던 한국사회에 기묘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김지운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조용한 가족’.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쉿!”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여섯 개의 표정.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한 그 모습은 ‘코믹잔혹극’을 표방한 영화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산장을 개업한 여섯 식구는 투숙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그러다 지칠 무렵 겨우 찾아온 첫 손님이 그날밤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다. 두려움에 떠는 가족들은 살인한 것으로 오인받거나, 막 시작한 장사를 망치게 될까봐 시신을 땅 속에 묻어버린다. 곧 이어 남녀손님이 두 번째로 찾아오는데, 하필이면 동반자살의 장소로 이곳을 고른 사람들이다. 두 사람 역시 이튿날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악한 가족들은 시체를 또 다시 몰래 매장한다. 하지만 죽었던 남자가 살아나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당황한 가족들은 그를 죽이고 만다. 이제 자의건 타의건 이들은 살인과 암매장의 수렁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연극연출가 출신의 김지운 감독은 영화판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의뭉스러움으로 코미디도 아닌 스릴러도 아닌, 이제껏 보기 어려웠던 블랙코미디 한편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가타쿠리가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이케 감독이 “오리지널은 김지운 감독의 첫 작품이어서 그런지 두번 다시 재현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만들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듯이, 두 영화는 설정만 같을 뿐 분위기와 결말이 완전히 다르다.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커밍아웃’,‘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늘리며 ‘조용하지 않은’ 행보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개봉된다는 그의 차기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13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만으로도 프랑스와 영국 시장에 한국영화 사상 최고가로 판매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대감을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10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손학규 “신당 ‘80년 광주’에 갇혀선 안돼” 발언

    손학규 “신당 ‘80년 광주’에 갇혀선 안돼” 발언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손학규 전 지사의 독특한 해석에 일제히 손 전 지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손 전 지사는 3일 광주에서 “신당이 말로는 미래세력이라면서 아직도 ‘80년 광주’에 갇혀선 안 된다.”며 “광주정신은 광주를 털어버리고 대한민국, 세계를 향해 뻗어갈 때 더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가담하지 않은 자신의 약점에 대한 예상되는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80년 광주민주화 운동시절 영국 유학 중이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손 전 지사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은 “그동안 광주정신에서 벗어나 살아온 사람에게는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광주정신이 담고 있는 정의, 인권, 평화 정신은 21세기에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광주정신에 대한 폄하·왜곡은 광주와 민주개혁세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천정배 의원도 공격의 날을 세웠다. 천 의원은 논평에서 “일전에 ‘광주정신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는 말장난으로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광주를 털어 버려야 한다.’는 경악스러운 발언으로 본심을 드러냈다.”고 비판한 뒤 “정말 털어버리고 싶은 것은 지난 14년간 수구·기득권세력의 하수인이 돼 광주를 공격했던 자신의 과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측도 “얼마전까지만해도 ‘5·18당시 몸은 영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광주에 있었다.’고 하던 분 아니냐.”면서 “스스로 민주화 운동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음을 폭로하는 것으로,IMF 사태 때 정권에 몸 담았던 사람이 광주정신을 일자리와 묶어서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난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측 배종호 대변인은 “광주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미래로 세계로 나가자는 뜻”일 뿐이라며 “의도적으로 의미를 왜곡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공세를 일축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李·朴 8월 대회전 ‘필승·필패론’ 가열

    李·朴 8월 대회전 ‘필승·필패론’ 가열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8월 대회전’을 1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강원도 합동연설회로 시작했다. 이 후보는 “진실이 살아 있는 한 나를 땅 투기꾼으로 몰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필승론’을 이어갔다. 강원도에서 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다고 평가받는 박 후보는 이 후보 필패론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집권 비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유세의 화두가 된 ‘필승론’과 ‘필패론’의 맞대결은 후보 연설 직전 상영된 홍보 영상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경제 현장에서 일하는 이미지를 강조한 이 후보측 홍보물은 “이제 네거티브는 없습니다.”라는 배우 유인촌씨의 내레이션으로 끝났다. 박 후보측은 “국민의 자존심과 꿈을 짓밟지 않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2002년 김대업씨를 아느냐.”고 물은 뒤 “2007년에도 김대업씨 같은 사람이 여럿 나오지만, 당원 힘으로 물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를 흠있는 후보라고 하지만, 젊은 시절 아프리카부터 중동, 시베리아, 남미 정글에서 세계를 향해 달린 게 흠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좌판에서 생선을 팔던 일화를 꺼내며 “자기 물건 팔려고 옆 집 생선은 한 물 갔다고 소문내다 보면 그 시장 생선가게는 모두 망한다.”고 꼬집었다. 국가정보원이 자신의 전과기록을 조회한 것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 정권이 한나라당 후보로 저를 안 만들려고 국정원까지 동원해 별짓을 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저는 더 강해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후보는 당원들에게 애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 후보에 대한 공격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무위로 돌아간 지난 5일 새벽에 춘천 강원도청에서 도민들을 격려하던 때를 회상했다. 박 후보는 “IMF 사태때 국민의 눈물을 보고 참지 못해 정계 입문하던 때가 생각났다. 얼굴에 칼 맞을 때에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던 박근혜가 다시 국민들이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안에서 던진 돌이 더 아프다고 하지만,8월20일 후보가 확정되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덩이가 날아올 것”이라며 ‘흠없는 후보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울산바위가 날아와도 이겨낼 수 있는 제가 여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상대”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이·박 후보 지지자뿐 아니라 원희룡·홍준표 후보 지지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여자 어린이가 단상에 올라 “즐거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해 달라.”고 당부하며 시작된 유세는 질서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입장하기 전 출입증 배포 과정에서 실랑이가 붙어 이·박 후보 지지자들이 멱살잡이를 하는 등 분위기가 잠시 험악해지기도 했다.‘강원도당’ 조끼를 입은 30대 여성이 출입증을 20여장 정도 갖고 있자, 남성 4∼5명이 이를 문제삼은 게 발단이 됐다. 양측은 “이명박 사람”,“박근혜 사람”을 외치며 15분 동안 몸싸움을 벌였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세금청구서’ 약속어음식 공약 경계해야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세금청구서’ 약속어음식 공약 경계해야

    대선 후보들은 선거 공약에서 저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청사진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청구서’나 마찬가지다. 공약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재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약을 예산의 관점에서 주의깊게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도어음으로 끝나는 약속어음 공약 예산의 뒷받침이 없는 공약도 좋지 않지만, 사업의 구체성이 결여된 채 예산만 배정하는 공약은 더 나쁘다. 사업이 꼭 필요하다면 정치력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구체성을 결여한 채 사업을 시작하다 보면 더 큰 예산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약속어음’ 형식의 공약은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은 공약부터 등장했다. 전체 예산 비중에서 과학기술예산을 5%로 늘리고 문화예산을 1% 이상으로 확대하며, 교육 재정을 국민총생산(GNP) 대비 5% 수준으로 늘린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GNP의 5%로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농업예산을 전체 예산의 10% 수준으로 높이고 사회복지 지출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3.5%까지 상향조정하며, 교육재정을 GDP의 6%까지 확충하겠다고 했다. 과학·농업·복지·문화 등 사각지대에 있는 분야에 대한 획기적인 예산 증액을 약속하고 있으나, 이는 공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제시되지 않은 채 해당 분야의 유권자를 패키지로 포섭하겠다는 선거전략이다. 이런 공약은 결국 ‘부도어음´으로 끝나기 쉽다. ●이익집단 겨냥한 보증수표식 공약 특정 이익집단에 대해서는 ‘보증수표’ 방식의 공약을 내놓기도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노총의 장학기금을 300억원으로 확대 ▲농지구입 자금의 저리융자를 위한 2000억원 규모의 기금 설치 등을 약속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중소기업공제사업 기금 6000억원 이상으로 확대 ▲농어업의 연구개발비 1998년까지 2000억원으로 확대 등을 내걸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음보험기금 5000억원 조성 ▲중복장애인 생계보조수단 10만원 인상 등의 공약을 내놨다. 노무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금액을 제시하는 보증수표 방식은 상대적으로 자제했다. 이런 공약이 지켜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자금 배정 여부를 따지면 된다. 그러나 선거 과정의 혼돈기에 표를 의식한 예산 약속이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익집단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하겠지만 국민적 관점에서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배정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불확실한 백지수표식 공약 공약을 예산의 관점에서 분석할 때 검증이 가장 힘든 것은 백지수표 방식으로 제시되는 공약이다. 사업의 물량만 제시돼 향후 얼마만큼의 재정이 소요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경우와 정치적 의지만 제시돼 집행이 불확실한 경우로 나뉜다. 사업의 물량만 제시된 경우는 국도 완전 포장 및 모든 도로 포장률 77% 상향 조정(노태우 전 대통령),98년까지 4500㎞의 하천을 개수하되 기방하천은 개수 완료하고 준용하천 개수율은 69%까지 높임(김영삼 전 대통령), 수도권의 도시철도 연장을 1000㎞로 확대(김대중 전 대통령), 현재 10%의 공공의료를 30% 이상으로 확대(노무현 대통령) 등이다. 이런 공약은 물량은 제시됐으나 어느 정도의 재정이 소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예산 소요액이 없기 때문에 향후 재정 투입이 제대로 되지 못하거나 한 번 시작한 다음에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재정이 투입될 우려가 있다. 한편 의지만 내세워 예산 수반이 불확실한 경우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적극 개발(노태우 전 대통령), 남북협력기금 크게 확충(김영삼 전 대통령), 저소득층과 주부에게도 기초연금 제공(김대중 전 대통령), 장애아 및 영아를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노무현 대통령) 등이 해당된다. 어느 정도의 사업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구체성·국민 전체 향유 가능성 따져야 공약을 예산 기준으로 유형화하면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표 참조). 하나는 소요 규모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다. 그리고 특정 집단을 위한 지출인가, 국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지출인가로 대별된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우 사업 규모만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나 복지는 제시되는 양식이 매우 다양하다. 구체적인 특정 집단과 연계될 때에는 구체적인 금액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제도를 형성할 때는 사업 규모만 제시되거나 의지만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은 결국 공약의 집행률과 관련 있기 때문에 후보자는 형식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하고, 유권자는 실현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분석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총 장학기금 300억원 확충 공약은 특정집단에 대한 지향성과 구체성이 모두 매우 강하다. 반대로 노 전 대통령의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공약은 특정집단 지향성과 구체성이 모두 약하다. 대표집필 이원희 한경대 교수 ■ 역대 대통령의 정책선호도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직전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을 예산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각 정부의 정책 선호가 읽혀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 김영삼 전 대통령은 농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기 지원과 복지 정책의 초석 다지기,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을 망라하는 가운데 복지를 특히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개발→농촌→중소기업→복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전히 개발시대 정부 역할에 충실해야 했고, 건설 공화국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동해안과 청주의 국제공항, 합천·주암·임하를 비롯한 각종 다목적 댐 건설이 제시됐다. 다만 노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단편적인 사업이었고, 제도 형성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농촌공약 대통령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앞두고 농촌에 대한 피해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를 공약에 반영했다.10년간 42조원을 투자, 농어촌 구조개선을 하겠다는 공약이 특징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였기 때문에 직접 자금이 소요되는 예산 공약을 자제했다. 대신 제도 개선에 관한 공약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용보증기금 확대,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 5000억원 확충 등 중기 지원 관련 예산 공약이 많은 게 특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으며, 재정사업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사회복지 지출을 국내총생산대비 10%에서 13.5%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해 매우 다양한 복지 공약을 제시했다.5대 암 정기검진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확대하고, 만 5세아 무상 보육 실시 등 공격적인 복지 공약도 나왔다. ●총재정 규모 제시 필요 대선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선호하느냐를 떠나 공약이 유권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려면 우선 개별 사업의 소요예산 규모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조세 정책의 변화에 따른 세입 변화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총재정 규모가 확대, 유지, 축소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올해 대선에서는 예전과 달리 총재정 규모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후보들은 공약에 총재정 규모를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는 순간 유권자는 세금 청구서에 동의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휴가지서 영화와 눈맞다

    휴가지서 영화와 눈맞다

    호숫바람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쏟아지는 별빛 아래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것만큼 낭만적인 휴가가 또 있을까. 충북 제천 청풍호 주변에서 8월9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8월3일부터 5일까지 강원도 강릉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광들의 꿈을 이루어줄 만한 이상적인 지역축제다. ●호숫가에서 영화와 음악을 함께 올해로 3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www.jimff.org)는 1회 5만명,2회 8만명에 이어 이번엔 10만명의 참가자를 내다볼 만큼 내실있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23개국의 영화 71편이 상영된다. 모두 음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다. 개막작 ‘원스(ONCE)’는 아일랜드 음악영화로 록밴드 보컬과 작곡가가 남녀 주연을 맡은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 영화다. 음악으로 교감하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노래로 전개된다. 폐막작인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의 ‘카핑 베토벤’은 가상의 여성을 통해 말년의 베토벤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비밀의 화원’‘토털 이클립스’ 등으로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한국 음악영화로는 ‘다세포소녀 감독판’‘구미호 가족’‘복면달호’‘삼거리 극장’‘라디오 스타’‘미녀는 괴로워’가 다시 상영된다. 그동안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간주돼온 음악 공연을 영화와 함께 행사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내세운 만큼 화제의 공연도 적지 않다. 먼저 10년 만에 다시 뭉친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 ‘유앤미블루’의 방준석, 이승열의 재결합이 팬들을 유혹한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감성 보컬리스트 조규찬, 제천 출신 힙합 뮤지션 MC 스나이퍼 등도 호반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청풍호의 한벽루에서는 대금의 이아람, 판소리 서진희, 거문고 팩토리 등 차세대 국악 유망주의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저수지 의림지에서는 마당극이 무료 공연된다. ●제천음악영화제 어떻게 즐길까 청풍호의 호반무대에서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제천 시내의 TTC상영관과 제천문화회관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내부순환 셔틀이 제공되며, 버스를 놓쳐 택시를 여러 명이 같이 타면 50%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영화제와 함께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송계계곡 등 제천10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영화제 사무국이 추천한 소문난 맛집으로는 청풍호 주변의 ‘잠박골 송이토종닭집(043-647-3510)’, 민물매운탕이 일품인 ‘얼음골 식당(043-641-6075)’, 비빔횟집 ‘청풍루(043-652-4200)’ 등이 있다. 제천의 별미인 메밀묵 요리 토리면을 ‘아리랑토면집(043-647-8658)’에서 맛보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3일간의 바닷가 시네마 천국 강릉시네마테크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여는 제9회 정동진독립영화제(www.jiff.co.kr)는 정동초등학교에서 3일간 저녁 8시부터 열린다. 전세계 유일한 야외 독립영화제인 정동진영화제는 간이역을 지나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쑥모기향 냄새와 함께 맥주도 마실 수 있는 낭만적인 행사다. 영상자료원이 야외상영 설비를 제공해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된다. 올해는 단편 17편, 장편 2작품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 등 장르가 다양하다. 다큐멘터리로는 KTX승무원들이 직접 만든 ‘우리는 KTX승무원입니다’와 고속도로 위 동물의 죽음을 담은 ‘어느 날 그 길에서’ 등이 눈길을 끈다. 모든 상영작은 18m×11m 크기의 에어스크린을 통해 야외 상영된다. 영화가 끝난 뒤 매일 밤 12시 학교 앞에서 강릉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폴슨 美재무 두달만에 또 중국行 왜?

    폴슨 美재무 두달만에 또 중국行 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5월에 만나놓고 2달 만에 왜?’ 이달말로 예정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중국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2차 중·미 전략경제대화(SED)를 마쳤고,5개월만 더 지나 12월이면 3차회의가 예정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적지 않은 양의 숙제를 안고 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中 4~5월 美국채 123억弗 팔아치워 26일 금융전문가들에 따르면 폴슨 장관의 일차적 관심사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문제. 앞서 지난달 로버트 키밋 재무차관이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지난 4월 58억달러어치의 미국채를 팔아치우더니 5월에도 65억달러를 매각, 미국채 보유 규모를 4000억달러 남짓까지 줄였다. 지난 7년새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매각이다. 중국의 미국채 보유가 월간 기준으로 순감소된 것도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미국이 적지 않게 놀란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금융 자본시장의 동요 가능성에다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외환 보유국이자,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미 국채 보유를 줄여 투자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 외환보유고 다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오는 9월 중국의 외환보유고 이용 투자 전담 기구인 ‘국가외환투자공사’의 정식 출범에 앞서 미 국채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됐다. ●“국제금융시장·美경제 동요 우려” 메시지 전달 전문가들은 “폴슨 장관이 ‘이것이 중국 스스로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가 중국의 환율 시스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환율감시시스템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폴슨 장관은 향후 중·미간 고위급 전략경제대화의 유지·발전 문제를 언급할 계획이다. 폴슨 장관은 오는 29일 급격한 수자원 감소로 환경 위기에 직면한 중국 서북부 칭하이(靑海) 호수를 방문한 뒤 3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이 부총리 등을 만난다. 미 재무부는 “폴슨 장관이 중국 관리들을 두루 만나 중·미 경제관계의 광범위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의회 및 미국의 우려 사항을 중국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jj@seoul.co.kr ●헨리 폴슨은 1946년생으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그룹 사장(1994∼1998년)·최고경영자(1999년)를 지낸 실물 경제통.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넓은 인간 관계로도 유명하다.2006년 7월 재무부 장관에 지명됐을 당시,“중국이 폴슨을 재무장관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의 중국통이다. 대립이 아닌 설득을 통한 중국경제의 글로벌화를 유도하고 있다.
  •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을 보면 시대상이 보인다

    [정책선거 원년으로]공약을 보면 시대상이 보인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의 대부분은 엇비슷할 뿐만 아니라 장밋빛 일색이다. 이전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정책을 계속 가져다 썼고, 선심성 공약을 마구 베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에서 당시 시대 흐름과 후보의 철학을 찾을 수 있다. ●의외로 진보적인 노태우 공약 1987년 6월 항쟁으로 어쩔 수 없이 직선에 나선 노태우 후보의 공약은 상당히 진보적이다. 비록 김영삼 정부에서 실현됐지만 전면적인 지방자치제 실시를 약속한 이는 노태우 후보였다. 밀폐수사 금지, 토지공개념 확대, 출자총액제한, 재벌의 소유·경영 분리, 작전지휘권 재조정 등이 진보적 공약으로 꼽힌다. 1987년 대선에서 민정당 정세분석실장을 맡아 공약 전반을 기획했던 최병렬 한나라당 전 대표는 “당시 여당은 일단 정권을 연장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었기 때문에 민주화와 인권 관련 공약이 우선시됐다.”고 회고했다.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계획의 대부분도 이때 나온 공약이다. 동해안 국제공항, 서울~영동 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무모한 공약도 나왔다. 당시 공약 개발의 기획자였던 전병민(현 한국정책연구원 고문)씨는 “전두환 정권은 물가를 잡느라 SOC 투자를 하지 못했다.”면서 “노태우 후보는 정부와 공무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건설 공약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농촌에 발목잡힌 김영삼 공약 1992년 집권 여당인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후보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 재산공개’를 첫번째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집권 이후 이 공약을 지켰고, 대통령의 재산공개는 현재 1급 이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영삼 후보는 특히 농촌 공약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당시 농촌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거센 쌀 시장 개방요구에 직면해 있던 터였다. YS는 공약집에 ‘쌀은 수입하지 않는다.’고 공언했고, 노태우 정부가 말기에 추진했던 10년간 42조원이 투자되는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을 공약으로 계승했다. 그러나 결국 1995년 12월 UR협상이 타결돼 야당과 농민으로부터 ‘정권퇴진’의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IMF·자민련 변수에 얽매인 김대중 공약 김영삼 정부 막판에 터진 외환위기 사태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의 꿈을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자신의 경제철학이었던 중산층·서민을 위한 ‘대중경제론’을 접어야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실명제 유보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제한적 적용 등 이전 정부보다 후퇴한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 의장이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악마의 돈도 마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보수적인 자민련과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는 바람에 내각제 개헌을 공약에 포함시켜야 했다. 김대중 후보가 가장 자신감을 보였던 통일공약보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제’와 같은 안보공약이 우선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공약집 끝머리 항목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의 괄호 속에서 겨우 찾을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분배·성장이 충돌한 노무현 공약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토론의 산물이다. 공약 입안에 가담했던 브레인들은 “정책 브레인 사이에 치열한 논쟁을 거쳐 공약이 완성돼 갔다.”고 전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치인 위주로 꾸려졌던 이전 정부와 달리 모두 진보적인 학자로 채워진 데서도 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깊은 관심을 찾을 수 있다. 처음 공약을 입안했던 장하원·유종일·서동만·정해구·유시민·정태인 등 진보적인 학자들은 북유럽형 사민주의와 사회대타협, 차별철폐, 분배에 무게를 뒀다. 역대 후보들의 단골 공약인 ‘작은 정부’는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부동산 개발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언급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정책이 추가됐다. 연 7% 성장이 공약으로 나오자 일부 학자는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가 가까워지고, 야당의 이념공세가 거세지면서 성장형 공약이 많이 개입됐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약도 처음에는 동북아 국가간 연대에 무게중심을 뒀다. 하지만 물류허브(중심), 금융허브 등 경쟁·성장정책이 끼어들면서 ‘동북아 중심국가’로 변해 갔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 등이 현 정부 비판의 선두에 선 것도 노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이 그만큼 논쟁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주가 장중 2000 돌파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장중 2000선을 돌파했으나, 치열한 매매공방 끝에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1989년 3월31일 최초로 지수 1000을 넘은 뒤 18년만에 2000을 ‘터치’한 것이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9포인트(0.04%) 내린 1992.2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2005.02까지 치솟았으나 지수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매도로 198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지만 오후부터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는 기관들의 매도로 전날 보다 5.32포인트(0.65%) 내린 813.47로 거래를 마쳤다.●지수 2000, 시작인가 vs 꼭짓점인가 최근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팔고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꼭짓점이 아닐까.’ 우려한다. 지난 30여년간 주식시장이 꼭짓점과 저점을 왔다갔다 하는 ‘되돌림’현상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신상호 상무는 “외국인의 최근 매도는 단기 급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증권주 등을 매도하는 것이고, 삼성전자 등 IT관련 주식은 매수하고 있어 크게 불안해할 일이 아니다.”면서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우선 대기업들의 유보율이 매우 높아 현금흐름이 좋으며 상장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 기업이 부도를 맞을 위험이 전세계적으로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4% 중후반의 안정적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 수준이 한단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신 상무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향후 2010년까지 세계경제가 4%후반의 고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1970년대 이후 2000년까지 세계경제성장률의 평균은 3.5%였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 변수지만,6%를 넘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지 않다. 현재 정책금리 수준은 4.75%이고,6%까지는 1.25%포인트의 여유가 있다.●적립식 펀드 가입, 늦었나 주가지수 2000시대의 동력은 적립식 펀드였지만, 일부는 가입시기가 늦지 않았느냐고 우려한다. 동양종금증권 한 지점장은 “적립식 펀드는 지수의 등락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킨 만큼 가입이 늦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현재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턱없이 낮지만 선진국의 비율만큼 확대된다면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늦어도 3∼5년 사이에 3000까지 간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자금흐름이 꾸준히 이어져 23일 70조원을 돌파했다.●서울증권 호가 폭주로 30분간 거래정지24일 서울증권의 호가가 폭주하면서 30분 동안 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이에 따라 서울증권의 매매거래 수량단위가 현재 10주 단위에서 100주 단위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증권은 인수·합병(M&A) 재료주로 부각되면서 매매가급증했다. 주문폭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것은 2001년 2월5일 대우중공업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터키, 더욱 선명한 이슬람국가로

    터키, 더욱 선명한 이슬람국가로

    |파리 이종수특파원|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22일(현지 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예상대로 재집권에 승리, 앞으로 이슬람 성향이 강화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친 이슬람 성향의 AKP가 개표 결과 46.3%가 넘는 득표율로 전체 550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0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AKP가 다수당이 된 것은 2002년 11월 총선이 처음이다. 세속주의 성향의 두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국민행동당(MHP)은 각각 112석과 71석을, 무소속은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 총리 “개혁·EU가입 계속 추진” 총선 결과 AKP는 세속주의 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하지 않고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 이슬람 정책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AKP는 친 이슬람, 친 기업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레젭 타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002년 집권 뒤 연평균 7.3%에 달하는 높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에 바탕하여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의 터키 경제에 숨통을 불어 넣었다. 총선 승리도 이 같은 경제 발전에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총리는 집권 이후 EU가입에 공을 들였다. 그는 총선 승리 뒤 AKP당사 앞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유럽연합 가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연하게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개혁과 경제발전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野·군부 반발 변수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세속주의 정파의 반발이 해결 과제다. 그동안 여당은 공공 장소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규정을 폐지하고 알코올 판매 규제를 추진하면서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과 군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장 여권이 추진하려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와 대통령 선거 등이 고비다. 여권이 이슬람 인사를 대통령 후보로 밀어붙일 경우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과 군부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4월 세속주의 성향의 현 아흐메트 네스데트 세제르 대통령의 후임을 의회에서 선출할 당시 정의개발당 소속의 압둘라 굴 외무장관이 후보로 출마하자 야당과 군부, 헌법재판소는 삼위일체가 돼 그를 결국 낙마시킨 바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나치게 이슬람 정책에 경도될 때마다 쿠데타나 ‘세속주의 수호자’로서 압력을 행사해온 군부의 반발도 큰 변수다. 이를 의식한 듯 에르도안 총리도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와 세속주의, 법치주의의 강력한 옹호자”라며 “모든 지도자들이 함께 터키의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하고 법에 의한 통치를 확립시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vielee@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역사에서 본격적인 공약대결이 시작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13대 대선부터다. 이전에는 ‘사사오입’ ‘부정선거’ ‘유신’ ‘체육관선거’라는 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약은 철저히 무시됐다. 민주화 이후의 대선 공약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아니었다. 공약이 선거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유권자의 선택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한 탓이다. 지역주의가 선거를 지배하는 구도가 계속되면서 정책공약은 유권자를 동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후보나 정당은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뭐든지 다 해 주겠다며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거나, 장밋빛 공약만 형식적으로 내놓았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공약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백지위임을 받은 것처럼 통치해 왔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유권자는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다행히 2002년 16대 대선부터 3김의 퇴장과 함께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이념적 경쟁이 자리잡으면서 정책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보를 강조한 노무현 후보와 보수를 강조한 이회창 후보가 원심적 대결을 펼치면서 공약의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15대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은 후보자간 정책 차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도 과거의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먹구구식 공약 역대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슬로건이나 구호로 끝난 게 대부분이다. 정당과 후보는 그럴싸한 수사로 공약의 기조를 제시했으나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재원과 추진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넉넉하고 고른 경제’,‘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균형잡힌 사회를 이룩한다.’는 등의 약속은 장밋빛이었지만, 실천방안은 회색빛이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신한국창조를 위한 10대 과제,77개 공약을 발표했다.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도 100대 중점공약을 제시했다.2002년 노무현 후보도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4대 비전과 20대 정책목표,15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으나 모두 실천방안이 결여됐다. 진정한 의미의 매니페스토 공약은 아니었던 셈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공약도 주먹구구식이 많았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제시한 물가상승률 2∼3% 유지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게 뻔한 주택 200만호 건설과 숱한 개발공약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1997년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5강 진입’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에서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2002년 노무현 후보의 경제성장률 연 7% 달성 공약은 이회창 후보의 6% 성장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우선순위 없는 망라형 공약 제한된 예산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우선순위가 제시된 공약도 별로 없었다. 공약의 기조와 10대 과제,100대 과제 등은 나열에 불과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교육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교육공약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역대 대선공약은 각계각층의 모든 유권자를 다 만족시키려고 했다. 우선순위를 부여하면 특정계층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고른 득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밝히기를 꺼린 것이다.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예산추계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유권자를 속여 온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는 무시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공약들이 망라돼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에 ‘깜짝 공약’이 등장해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정책공약보다는 정치공세가 주류를 이뤄 혼탁해진 경험도 많다. ●비전 아닌 선심경쟁 역대 대선공약은 ‘비전경쟁’이 아닌 ‘선심경쟁’이었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농가부채 전면탕감을, 김영삼 후보는 그린벨트 해제를 내걸어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14대 대선에서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제시한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군복무기간 단축, 예비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심성 공약의 단골메뉴다. ●깜짝공약·위헌공약으로 당선 돌발적인 ‘깜짝공약’이 선거판세를 좌우한 경우도 많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막판 선거 유세중 ‘88올림픽을 치른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갑자기 발표했다. 중간평가 공약은 6공화국의 족쇄가 됐으며, 결국 야당과 적당히 타협해 없었던 일로 처리됐다. 15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내각제 개헌이었다.1997년 11월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통령후보는 김대중, 총리는 김종필이 맡도록 하는 야권후보단일화에 합의했고,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1999년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고 했으나 이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16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계획과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40조원이 든다.”고 반박했지만, 노무현 후보 측은 “4조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정치공세에 눌린 정책대결 대선공약은 정치공세에 눌려 빛을 발할 수 없었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가짜 보통사람’,‘쿠데타의 주역’으로,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당을 깨고,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로 매도됐다. 14대 대선 초반부터 색깔론 시비, 현대그룹을 동원한 금권선거 시비, 초원복집 사건 등이 쟁점으로 부상해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다.15대 대선의 이슈는 정권교체,3김 청산, 세대교체 등이었다. 내각제도 정권교체와 맞물린 이슈였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DJ 비자금 사건, 경제파탄 책임론과 IMF 재협상론 등도 쟁점이었다.16대 대선에서는 여권의 대선후보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 등이 주된 이슈가 돼 정책대결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월드컵 열풍과 미군 장갑차 사건,DJ정부 말기에 터진 각종 게이트, 서해교전 등도 정책 선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니페스토 검증이 우선돼야 공약 입안과 집행과정의 폐쇄성도 문제다. 많은 학자와 당 관계자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공약이행 평가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권 인수위 등에서 공약이행계획을 작성하면 이것이 대외비 문서로 관리되거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인 매니페스토식 공약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길은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먼저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 앞에서 공개해 토론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선거캠페인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공약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현출 국회입법연구관
  • [열린세상] 남부은행의 지정학/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열린세상] 남부은행의 지정학/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유럽 사람들에게 남쪽은 “오렌지 향기가 바람에 날리고, 석양은 먼 들녘에 내리는” 나르시시즘의 장소이다. 릴케의 시 구절처럼 “짙은 포도주 속에 스며드는” “마지막 단맛”을 완성시키는 것도 “남국의 햇볕”이다. 남미 작가들에게도 남쪽은 돌고래가 목가적으로 뛰어노는 신비스러운 공간이고, 언젠가는 실행할 마지막 여행의 장소로 다가온다. 하지만 국제정치경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여기서 남쪽은 가난한 자의 공간이다. 남국은 외채위기와 금융위기, 빈곤과 저개발, 일차산품과 종속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천형의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상투적 이미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4∼5년간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일차산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가 2조달러 정도로 증가했다. 이중 절반은 중국의 몫이지만,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외환 사정도 크게 호전되었다. 덕분에 몇몇 국가는 IMF에 진 빚을 조기에 상환하기도 하고, 미국 재무증권을 사다 중앙은행에 비축한다. 늘어난 유동성을 가지고 다른 게임을 하겠다고 엉뚱한 제안을 한 사람이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다. 그는 북쪽의 은행에다 남쪽의 외화자산을 예치하는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자면서, 돈이 필요하면 남측 국가들이 스스로 돕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르헨티나가 공동보조를 취했고, 이어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가 뒤따랐으며, 미적거리던 브라질도 파라과이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최초의 제안서를 준비한 팀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들이었다. 구미 유학파 출신인 이들이 벤치마킹한 모델은 곧 IMF와 세계은행이었고, 허약한 남미의 금융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매개체로 남부은행을 생각했다. 이사회의 투표방식도 세계은행처럼 지분에 따른 가중치 방식을 적용했고, 자본금의 일부는 민간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식도 집어넣었다. 기존의 시장 모델에 적응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당연히 차베스가 생각한 모델과 달랐다. 에콰도르가 차베스가 생각했음직한 건설적인 반대 제안을 제시했다. 더이상 선진국의 자본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회원국 정부가 똑같이 부담하는 기여금으로 자본금을 조성하자. 여기에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나 환경보호세 같은 것을 일괄적으로 거두어 자본금에 포함시키자. 따라서 투표권도 일국일표제 원칙을 적용하자. 우선은 개발은행으로 시작하지만, 나아가 지역통화기금, 공동통화 창설로 나아가자. 직원이 1만 3000명이나 되는 세계은행처럼 ‘마스토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을 경량화하자. 에콰도르는 남미통화기금도 일괄적으로 자본금을 키울 것이 아니라, 긴급자금을 필요로 할 경우 회원국 외화준비금의 20%를 활용하도록 하는 제안도 했다. 만약 볼리비아가 투기자본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 기금은 여타 5개국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외화준비금 20%를 몇시간 내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한다. 기금을 유연하게 동원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뒤늦게 합류한 브라질은 지역 맹주로서 불참해 발생할 불이익을 막고자 했다. 룰라의 경제팀은 시장근본주의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틀에 친화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워싱턴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보완할 금융기관과 개발은행을 원한다.19일과 20일에 실무진이 모여 남부은행의 최종안을 만들고,8월 초에 경제장관 회의에서 확정하며 초가을에 정상회담에서 설립을 선포하리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남부은행을 “라틴아메리카의 발전을 견인할 매우 유용하고 창조적인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 교수
  •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정부 베스트공약5,워스트공약5

    [정책선거 원년으로] 역대 정부 베스트공약5,워스트공약5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대선평가단 교수들은 역대 정부별 가장 좋은 공약과 가장 나쁜 공약을 선정했다.▲매니페스토 요건 구비 여부 ▲공약의 이행도 ▲비전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는지 여부 ▲정책의 결과가 가져오는 사회적 효과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약의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고 있고, 이행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도 크다고 판단되면 베스트 공약으로 분류했다. 실천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깜짝공약, 선심성 공약은 워스트 공약으로 꼽았다. 정부별로 5개씩 선정했다. ●노태우 노태우 정부에서는 중국·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와 수교를 맺은 북방외교가 단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지는 시점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동맹국외교에 묶여 있던 우리 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시대정신에 잘 부합하고, 영향도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7·7선언, 남북기본합의서, 남북협력기금법제정, 유엔동시가입 등 남북교류협력의 기초를 수립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6·29선언’에서 약속한 언론기본법 폐지를 이행해 언론자유를 크게 확대했다. 주택 200만호 공급도 이행도가 높은 공약으로 평가됐다. 지방자치제는 지방의회 선거만 치른 반쪽 이행이었지만, 중앙집권의 틀을 바꾼 획기적 전환이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영향력도 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위헌적이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은 중간평가는 워스트 공약으로 꼽혔다.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겠다거나 물가상승률을 2∼3%로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실천되지 못했다. 국제수지는 1988년 이후 적자를 기록했고,1991년에는 적자폭이 87억달러에 이르렀다. 물가는 6공화국 평균 7.8%로 상승했다. 토지초과이득세제 등에 대기업의 비업무용토지를 제외하거나,1991년에 실시하기로 한 금융실명제 약속을 폐기하는 등 경제민주화는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대기업확장억제와 전문화 촉진’ 공약은 실패한 것으로 진단됐다. 동서고속전철 건설 등 지역감정 타파 공약은 3당 합당 등의 영향으로 지켜지지 못했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 ●김영삼 김영삼 정부의 베스트 정책으로는 하나회를 정리하는 등 군의 정치적 중립을 이룬 부분과 지방자치제를 단체장선거에까지 확대한 점이 꼽혔다. 고용보험법 제정과 중소기업근로자복지진흥법 제정(1993년), 사회보장기본법 제정과 국민연금법 개정, 국민건강증진법개정 및 정신보건법 제정(1995년), 사회복지공동법 제정(1997년) 등 사회복지관련 입법으로 사회복지의 기초를 다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는 이행도와 사회적 영향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았으나 외환위기 사태로 빛이 바랬다. 반면 ‘깨끗한 정부, 강력한 정부’ 공약은 각종 비자금 사건, 측근의 구속, 한보사태,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등으로 워스트로 평가됐다. 정실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공약도 ‘소통령의 전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실인사가 넘쳤고, 학연·지연·가신인사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낮은 평가를 가져오게 했다. 보수적 노선과 진보적 노선간의 혼선, 전략적 기조와 정책간의 혼선으로 남북화해협력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의 이행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쌀수입 개방 절대 불가’ 공약은 우루과이라운드(UR) 체결로 지켜지지 못했다.‘흑자경제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도 외환위기 여파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증가해 1996년에 237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이행되지 못한 공약으로 분류됐다. ●김대중 김대중 정부의 베스트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의 조기극복이다. 이 공약은 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노동개혁, 공공개혁 등 4대 개혁으로 이행 요건을 갖췄으며, 이행도도 높게 평가됐다. 시대적 비전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됐다. 햇볕정책은 퍼주기 논란으로 남남갈등을 가져오기도 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6·15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남북관계 개선’ 공약도 요건과 비전, 그리고 이행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기술대국 공약은 1999년 3월 ‘사이버코리아21’을 통해 종합적 정보화정책 방안으로 구체화됐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전자정부 구현, 정보통신산업육성 등의 정책도 과학기술대국 공약이 구체화된 것으로 시대적 비전을 반영했고, 향후에 큰 사회적 임팩트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빈곤·소외계층에 대한 생계보장을 강화하거나,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실시했다.1999년 국민연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실시하는 등 ‘국민복지 기본선’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긴 했지만 복지개념의 확대로 사회적 영향력이 컸다고 평가된다.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을 제정하고,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정경유착의 부패구조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도 높이 평가됐다. 워스트 공약으로는 당선의 결정적 계기가 된 DJP연대의 고리인 내각제 개헌 약속을 폐기한 것이 우선 지적될 수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외환위기 체제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세계 5강진입 공약을 내걸었으나, 빈 공약으로 끝났다. 복지예산 30% 증액 공약도 선심성 공약의 일환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김대중 후보의 단골 선심성 공약의 하나였던 농가부채 탕감도 지켜지지 못했고, 지방행정계층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겠다는 공약도 실천되지 못했다.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의 베스트 공약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칭하는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을 제정하고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추진해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점이다.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법을 제정해 지방분권의 기반을 다졌다는 점은 요건과 비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2005년 3월의 호주제 폐지와 2004년 3월 성매매방지법 제정, 그리고 여성채용 목표제 확대 실시 등의 공약이 이행도와 영향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신산업 육성 등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정책이 비전과 영향력, 그리고 이행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가 지연되고 있긴 하나 돈세탁방지법 강화, 재정건전화법 제정, 기관장 인사청문회, 정치자금 출납 투명화 등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은 요건과 영향력 차원에서 높게 평가됐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워스트 공약을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공약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바 있어 공약의 요건 측면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경제분야에서 7% 신성장 달성 공약과 25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 그리고 빈부격차 해소와 70% 중산층시대 공약은 현재로서는 이행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끝으로 대량살상무기 문제 해결 및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공약은 우리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개돼 그동안 이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고,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에 따라서는 일부 실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미래는 금융이다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미래는 금융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 직접투자 등 국경간 자금 흐름이 2005년에 6조 4000억달러(5912조원)로 10년 새 3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 240조원의 25배다. 선진국의 경우 노령화로 인한 연금 등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가진 돈이 53조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저금리 때문에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고 아시아지역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미국의 경우 2001년 2조 3000억달러였던 해외투자가 2005년 4조 6000억달러로 두배로 늘어났다. 신흥시장도 가세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신흥시장국가가 가진 외환보유고는 9조달러다. 외환보유고,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 등에 기반한 국부(國富) 펀드가 국제 금융시장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도 국부펀드다. ●강력해지고 다양해지는 돈의 힘 투자대상은 돈이 벌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한우·와인·미술품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오는 것과 같다. 명품 기업에만 투자하거나, 물·농업 관련 기업, 이산화탄소배출권 등 투자처가 세분화되고 있다. 금융의 윤리·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회적 책임투자(SRI)펀드가 그 예다. 환경보전, 생명 구조에 관련된 사업 외에도 노동착취를 하지 않는 기업 등에 투자, 윤리펀드라고도 불린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SRI펀드 규모는 2조 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불어난 돈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사모펀드(PEF)에 의한 인수·합병(M&A)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으고, 자금 속성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만 684개 PEF가 활동,4320억달러의 자금(약정액 포함)을 모았다. 그동안 PEF는 벤처기업이나 중소형 기업의 기업공개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PEF인 서버러스가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를 사들이는 등 수백억달러가 필요한 M&A에도 거침이 없다. 지난해 세계적 M&A의 23%가 PEF에 의해 이뤄졌다.LG경제연구원 진석용 책임연구원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압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4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 투자은행(IB)도 PEF에 자기자본과 고객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를 위한 대출, 투자자 관리, 사무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도 주요 수익원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단골 모델로 등장하는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29조원이다. 국내 4대 증권사 평균 1조 5000억원의 20배 규모다.2006회계연도 순익은 전년보다 70% 늘어난 94억 4000만달러(약 8조 7000억원)다.4년전인 2002년의 5배 수준이며 4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2006회계연도에 거둔 수익 2조 6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리스크(위험)를 ‘어루만진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고 이것이 다양한 상품과 결합,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3대 IB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의 본사는 뉴욕에 있다. 자본의 국제화가 ‘미국화’라는 지적은 이같은 까닭이다. 미국이 기록하는 엄청난 무역적자를 메울 정도로 IB들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깊어지는 금융감독기관의 고민 모든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 위축으로 베어스턴스 소속 헤지펀드의 파산위기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지난해 9월에는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아마란스가 파산했다. 헤지펀드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차입하는 경우가 많다. 즉 레버리지(leverage) 투자를 하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파산은 다른 금융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금융시장이 국제화하면서 다른 나라 금융기관의 동향이 자국의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IMF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지난달 베를린에서 열린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금융혁신과 세계화는 금융감독기관의 업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금융권 ‘2차 빅뱅’ 어떻게 정부가 대우증권을 매각하지 않고 산업은행의 투자업무(IB) 부분과 합쳐 세계적 IB로 키우기로 하자 대우증권의 매각을 기다리던 시중은행들은 낭패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에 희소식도 있다. 지난 5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증권사의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위해 신규 증권사 설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권의 ‘2차 빅뱅’은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빠르면 올해 말 교보증권을 필두로 한 생명보험사의 상장 등으로 이미 예고돼 왔다.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금융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진행됐던 구조조정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자율적이다. 은행과 은행이, 은행이 증권을, 보험이 증권을 서로 합치면서 몸집을 불리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자본확충을 위한 대형화, 글로벌 경쟁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은행은 외환은행,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가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농협의 ‘신용, 경제분리’도 ‘은행권 2차 빅뱅’의 흐름 안에 있다.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국민연금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너무 덩치가 커서 국내에서 살 만한 자본이 마땅치 않아 국민연금이 나서거나 금산분리를 완화해 산업자본이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으로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씨티,SC제일 등 6개가 있는데 “리딩뱅크는 2∼3개가 적당하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은행들이 서로 통합해 대형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시장 M&A의 백미는 증권회사의 통합이다. 우선 증권사를 소유하지 못한 은행, 즉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인수에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은 소형증권사의 프리미엄이 너무 높을 경우 신규 설립을, 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도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인수하겠다는 의사가 강하다. 솔로몬저축은행은 KGI증권 인수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융강국 모범사례는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가 얼마 전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금융선진국’ 미국의 대표적인 관문인 존 F 케네디 공항의 출국장을 나오면서 그날따라 유독 광고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UBS의 국적은 어디일까. 미국이나 영국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사 합병을 통한 금융강국 도약의 해외 모범사례로 UBS를 꼽는다.1997년 12월 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길은 온통 스위스로 쏠렸다. 스위스의 양대 은행이던 스위스유니언뱅크(UBS)와 스위스뱅크(SBC)의 합병이 이뤄졌기 때문. 자산 규모 6630억달러의 유럽 최대 IB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두 회사는 미국계 IB회사들의 공격적인 경영에 대처하기 위해 ‘몸집 늘리기’를 꾸준히 지속했다. 영국 최대 증권사인 SG워버그, 뉴욕의 인수·합병(M&A) 전문 투자은행 딜런리드를 매입했다. 합병 이후에도 미국의 PB회사인 페인웨버를 사들이면서 주식 등 IB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규모의 경쟁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다. 금융 강국으로 도약한 또 다른 모범 사례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 홍콩 등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실물 경제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 그러나 IB 업무 인프라 확충과 환경 조성을 통해 국제적인 금융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이 도시에는 국제적인 로펌이나 금융 컨설팅사 등이 다 몰려 있다. 법률·금융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병원, 학교 등 최적의 문화 생활을 보장한다. 금융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주말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가 완비돼 있는 셈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투자은행(IB) 지향…은행·증권사 “이젠 해외시장” # 상황 1 얼마 전 모 은행이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연봉인 수십억원대와 스톡옵션을 제시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냉랭했다. 홍콩의 전문가는 “내가 여기서 받는 연봉이 제시한 연봉의 3∼4배”라면서 “한국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있고 매력적이라고 해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 상황 2 미국에서 학위를 한 금융 전문가가 환태평양 국가의 은행·감독당국·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는 싱가포르개발은행(DBS)에서 파견된 딜러와 한 팀이 됐다. 파생상품 딜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데 싱가포르 출신의 딜러는 선물 등 파생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30∼60초안에 가격을 결정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훈련된 전문성이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금융 선진국과 최소 20년 벌어져 있는 경험의 격차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간의 칸막이를 없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산업의 법적·제도적 인프라는 나름대로 구축된 것이다.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은 너도나도 투자은행(IB)에 뛰어들어 해외시장으로 뻗어 나가겠다고 한다. 은행은 최근 수년간 한 해 국내에서 낼 수 있는 최대인 10조원대의 이익을 냈다. 더 이상 좁은 국내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들도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처럼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내고 싶어 한다. ●선진금융기법 도입만이 살길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5일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확충 ▲우수한 인력보강 ▲회계기준 선진화와 기업경영의 투명성 등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 200조원대의 한국 은행들이 세계 100대 은행에 4개가 올라 있지만, 자본 규모나 인력 측면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2조원대의 국내 대형 증권사도 30조원 규모의 외국계 IB와 비교하면 ‘꼬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인재는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자본확충 과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최근 금융기관들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우수 금융인재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현재는 국제적 수준의 영업이나 리스크 관리는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축적된 금융기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계 금융기관의 상품을 보면서, 역으로 추론해 비슷한 ‘짝퉁’ 상품을 만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선진 금융기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은행들은 신입 행원들의 구성을 경영·경제·무역학 등 상경계열 위주에서 다양한 전공자들로 바꾸고 있다. 이른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전공자 스카우트 경쟁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143명의 신입행원 중 37%를 철학과 심리학과 디자인학과 등 비상경계열 출신으로 채웠다. 기업은행도 신입행원 210명 중 상당수를 이공계·어문계 출신으로 뽑았다. 남기명 우리은행 IB본부 투자금융팀 부장은 “IB업무는 인력의 질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람 장사’인 만큼 IB업무 인력의 30%를 외부에서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이자 IB를 지향하는 산업은행은 “M&A전문가, 금융공학, 컨설팅, 리스크 관리 등 핵심분야에 외부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현재 전 직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인력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입행원들도 최근 4∼5년간 해외 토목공학석사, 도시공학전공, 변리사, 음대 피아노 전공자, 수학전공자, 동시통역사, 보험계리사 등 다양한 경력·전공자를 뽑았다. 비교적 능력별 임금체계에 거부감이 덜한 증권사들의 인력 스카우트도 활발하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최근 베트남사무소 지점장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담당했던 정성문 삼성물산 베트남지점장을 스카우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업금융사업부 IB1본부에 넥스트벤처투자에서 벤처투자 및 IPO 업무를 담당했던 김구헌 차장을 영입했다. 또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로 한영회계법인에서 M&A와 PI를 담당했던 최명록 차장을 영입했다. 삼성증권도 올 하반기 배호원 사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MBA와 경력직 면접을 통해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대우증권은 현재 30여명 수준인 자산운용인력을 내년까지 대형 자산운용사 수준인 6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증권도 6월 사장이 직접 출장가 런던·뉴욕 MBA 출신 전문인력 14명을 채용했다. 우리증권도 올해 해외 MBA과정을 마친 직원 2명을 채용해 IPO팀,M&A팀에 배치할 예정이다. 금융연구원 하준경 박사는 세계적 수준의 전문금융인력 확충과 관련해 “해외 MBA 출신도 좋지만 국제적 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팀단위로 거액을 주더라도 데려와 함께 일하면서 선진금융기법을 배우는 것이, 국내에서 차근차근 육성하는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문소영 전경하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세계의 금융허브로 성장하려면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이 모두 투자은행(IB)을 지향하겠다고 하자, 한 국책은행 은행장은 불쑥 일본의 ‘노무라 증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도 1990년대 말 IB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소리가 쏙 들어갔다.”면서 “세계 경제의 2인자인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실패한 일을 교역수준 11위인 우리나라 은행·증권사가 하겠다고 나선 만큼 웬만한 각오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선언만 한다고 저절로 제대로 된 IB가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전세계적인 인적 네트워크는 기본이고, 이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정확하게 경기를 전망하고 신용 위험을 분산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IB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내 금융인들은 ‘자유로운 영어 구사력’을 가장 먼저 꼽는다. 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더라도 영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지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경험을 쌓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학벌만 좋을 뿐 선진금융기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세계적 IB들의 아시아본부가 위치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본부장들의 영어실력은 대단히 세련됐다는 평가다. 둘째, 입사 연차에 따른 조직문화의 개선이다. 즉 보상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수백억달러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할 경우 이에 걸맞은 거액의 인센티브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강성 금융노조가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직원들간의 위화감을 내세워 거액 연봉자의 영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 IB는 연봉이 전체 보수의 40% 수준이고 성과에 따라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입사 연수에 따라 호봉이 산정되고 월급을 받는 현재의 은행 보수체계로는 우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은행의 경우 IB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최대 3배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계 금융사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산업은행은 경직된 임금체계 탓에 자체 육성한 고급인력들이 매년 10여명씩 외국계 IB로 떠나면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금융사 사장에 재정경제부 고위간부가 ‘낙하산’으로 오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금융 리스크를 안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접근한다든지, 리스크보다 안정을 추구해 규제 일변도로 나가면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대마진과 주식매매 수수료가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현재의 은행·증권사 수익구조로는 세계적 IB로의 전환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국제적 신인도도 높아져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잡지 ‘아시아 리스크’에 2년 연속 ‘아시아 10대 파생금융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파생상품거래가 허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파생상품 등의 거래에서 세계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금융상품 가격을 정확하게 매기고, 위험을 분산·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외국계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거주할 수 있는 교육·금융·부동산 등의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인천 송도국제신도시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크다고 한다. 문소영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IMF차기 총재 후보 지명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사회당 중진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10일(현지시간)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10월 사퇴’ 의사를 밝힌 로드리고 라코 현 총재의 후임으로 스트로스 칸 전 장관을 지지키로 합의했다.IMF이사회는 이변이 없는 한 EU 재무장관들의 선택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재무장관들의 IMF총재 후보 인선은 미국과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창설된 세계은행과 IMF의 총재직을 나눠 가져온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IMF 총재직을 비유럽인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로스 칸 전 장관도 이런 반발을 의식해 “다른 당사자들의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면서 “IMF의 임무가 재정의돼야 하고 개발도상국들은 그들 나라에 마땅한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다.vielee@seoul.co.kr
  • 역사학계 ‘진보 보수 갈등’ 등에 제몫 해 왔나

    한국 역사학은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가. 계간 ‘역사비평’ 필진들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나섰다. 역사학계에 던지는 도전이자, 그들 스스로에 대한 성찰적 반성이다. 1987년 9월 창간준비호를 낸 후 올 가을호로 통권 80호를 맞는 역사비평이 13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학술대회를 연다. 현대사를 연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히던 시절,‘역사인식의 심화와 대중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창간된 역사비평은 이후 ‘역비’란 약칭으로 불리며 한국 역사학계의 굵직한 논쟁들을 주도해왔다. ‘민주화 이후 근현대사 연구 20년: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역비는 새로운 논쟁거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사학계의 현재를 총체적으로 묻는 반성적 논쟁이다.특히 97년 IMF사태와 신자유주의 확산, 사회 양극화 심화, 진보·보수갈등 등 현실의 실천적 요구에 역사학계가 제대로 대응해 왔는지를 파고든다. 김성보(연세대 사학과 교수) ‘역사비평’ 주간은 ‘탈중심의 세계사 인식과 한국근현대사 성찰’이란 발제문에서 “(한국 역사학계가)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당면한 근본적이며 실천적인 고민들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역사의식의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는지 회의적이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주간은 “특히 지난 20년간의 논의는 학계 자체의 고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외적 환경의 영향 속에서 정치적 대립구도가 학문적으로 여과되지 않은 채 거의 그대로 투영됐다.”면서 “결국 핵심에는 민주화세력과 독재·산업화세력이 서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역사학을 동원한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역사학계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 진보와 통합을 이루는 데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현실 갈등을 그대로 대변하거나 증폭시키기까지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역비 20년’의 고민이 역사학계를 넘어 한국사회 전반을 성찰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드라마속 ‘백조·백수’ 달라진 캐릭터

    “백수 빼면 시체!”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조연으로 윤활유 정도 역할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전업백수’들은 최근 드라마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혹 조연으로 나오더라도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전업 주식투자자 이준하(정준하),KBS 2TV ‘경성스캔들’의 바람둥이 룸펜 선우완(강지환)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꽃 찾으러 왔단다’의 윤호상(차태현),5일 종영한 MBC ‘메리대구공방전’의 황메리(이하나)와 강대구(지현우)는 물론이고, 지난 4일부터 시작한 tVN ‘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MC몽)도 모두 청년 백수·백조들이다. ●의기소침하지 않고 꿈을 위해 도전 IMF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백수 건달’‘날백수’ 정도로 불렸던 이들 미취업자·실업자들은 이제 전체 실업률 3.5%, 청년실업률 7.9%인 시대에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할 때)’ 등이 생겨나고 ‘프리터족’‘니트족’ 등의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될 만큼 청년 실업은 이제 젊은 시절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백수 캐릭터가 달라졌다. 과거에도 백수가 나오는 드라마는 종종 있었지만, 이들은 능력없고 일할 의지도 없는 족속 정도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늘 주변의 눈총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드라마의 백수들은 하릴없이 집안에서 시간이나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간다.‘메리대구공방전’의 메리가 트로트 가수의 코러스로 활동하면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키우고, 대구가 대기업 사장의 자서전을 대필하며 무협소설 작가로서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듯이 말이다. 늘 우울하거나 비관적이라는 편견도 깨부순다.‘꽃 찾으러 왔단다’의 백수 호상은 하는 일마다 꼬이고 운도 없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격으로 사랑을 얻고 주위에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다.‘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도 친구 집에 빌붙어 살지만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 ‘경성스캔들’의 선우완은 스타일마저 ‘끗발’ 날리는 경성의 모던보이다. 당시 교육받은 백수를 의미하는 ‘룸펜’이지만 의기소침하지 않고 오히려 능청스럽고 뻔뻔한 바람둥이로 나온다. ●“청년실업이 구조화된 현대사회의 초상”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의 40대 백수 가장 준하처럼 무능력하고 소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가족을 잘 챙겨주는 모습은 궁상 맞으면서도 자신만의 매력과 인간미를 내뿜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백수가 드라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청년실업이 구조화돼버린 현대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수는 이제 드라마에서 비주류가 아닌 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위풍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오고 있다. 시대배경이나 집안환경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능동적으로 인생을 꾸려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특징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희망과 믿음을 빌려드립니다 사단법인 함께 만드는 세상 - 사회연대은행 취재, 글_ 이만근 기자 요즘 ‘쩐의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사채 피해를 소재로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한번쯤 급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을 사람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불법 사채로 인한 금융소외계층들의 피해와 대안금융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면 해요.” 사회연대은행 안준상(35세) 과장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다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조한다. “은행이라고 해서 대부업체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복지금융을 위한 시민단체로 보시면 됩니다.” 사회연대은행은 경제 형편이 어렵지만 자활 의지가 있는 이들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담보 소액대출(micro credit.) 운영 기관이다. IMF 이후 2003년 설립하여 지금까지 총 80여억 원의 기금으로 400여 개의 점포 창업을 도왔다. 기금은 대개 뜻을 함께하는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로 이루어진다.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으로 창업한 점포는 ‘무지개 가게’로 불린다. 자활 의지는 있으나 신용 불량 등의 이유로 시중 은행으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 받지 못하는 빈곤금융소외계층이 그 주인인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광혜안마침술원도 전국의 무지개 가게 중 하나이다. 주인 문광석(45세) 씨는 한창 나이 때 해외 공사 파견을 나갔다가 풍토병으로 시력을 잃은 1급 장애인이다. “집에 틀어박혀 벌어놨던 돈을 다 까먹으며 한숨만 쉬다가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안마 기술이라도 익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기술을 익히고 나니 나이도 많고 해서 쉽게 취업할 수가 없었죠. 하는 수 없이 내 가게를 차리려고 은행이란 은행의 문은 다 두드렸지만 도와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우연히 TV를 통해 알게 된 사회연대은행은 그의 잔고를 묻지도 않고 보증인 같은 담보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살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연리 3퍼센트, 6개월 거치 4년 분할 상환의 조건으로 창업 자금의 절반이나 되는 천만 원을 지원했다. “창업 지원 심사에 최종 통과한 날 아내와 함께 시원하게 들이켰던 맥주 맛을 잊지 못해요. 숨통이 트이면서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었죠.” 매달 25만 원 정도를 꾸준하게 갚아나가며 청산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모범적인 상환으로 얼마 전 이자 1퍼센트를 탕감받기도 했다. 사회연대은행은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곳은 아니다. 대개 창업주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영세한 규모로 시작하기 때문에 일정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간 전문가들의 마케팅 노하우나 기술 자문을 필요로 한다. 이에 RM(relationship manager.)이라 불리는 점포 담당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교육하고 관리한다. “직원들 회식이 있거나 가족 외식이 있으면 여지없이 무지개 가게를 찾아 팔아드리죠. 물론 서비스를 너무 많이 주셔서 탈이지만요. 작은 애정이지만 창업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무한 경쟁의 한복판에 나선 창업주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안준상 과장의 설명이다. 빚을 갚아나가기에도 한창 바쁠 문광석 씨는 1년 전부터 지역 내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돕고 있다. 일주일에 네 명의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지압 및 침술을 제공한다. 사회연대은행의 ‘희망의 징검다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후 결연을 맺은 단체나 개인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나눔 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살길이 막막하던 제가 이제는 남을 위한 봉사까지 할 수 있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믿어준 만큼 열심히 일해 하루 빨리 빚을 청산하고 독립해야죠. 그래야 다른 어려운 사람들한테도 기회가 돌아갈 테니까요.” 치열한 ‘쩐의 전쟁’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지개가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문광석 씨는 조금 더 노력하여 몇 년 후에는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슬럼. 짧게는 ‘도시의 빈민굴´, 길게는 ‘도시사회 병리현상의 하나로 빈민이 많거나 주택환경이 나쁜 지구´라 정의되는 곳. 경기 성남 건설에 ‘광주대단지 사건’(1971년)의 상흔은 왜 불가피했을까? 서울 신림동 난곡 주민들은 왜 ‘낙골(落骨)’이란 자조적인 별명을 지어 불렀을까? 88올림픽 유치와 동시에 상계동은 왜 철거됐고,2005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숙인은 왜 격리수용돼야 했을까? 올해부터 추진되는 월 사용료 70만원짜리 ‘30평 임대주택’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2003년 이후 노숙인들을 기겁하게 만든 쪽방 월세의 상승 배경엔 정부의 영등포1가 철거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왜 뉴스조차 되지 못했을까? 화훼마을·구룡마을·포이마을·아래성뒤마을 등으로 대표되는 비닐하우스촌 사람들은 왜 주소 하나 부여받지 못해 ‘있어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을까? 물음표투성이다. 한국에서 슬럼은 분명 정치적 현상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슬럼, 지구를 뒤덮다’(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돌베개 펴냄)는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현상을 진단한 책이다. 용도변경 주택, 야영 및 노숙, 난민수용소, 무허가 토지개척, 해적형 분양지, 슬럼 지주들의 셋집 등 세계 곳곳의 슬럼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각 나라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슬럼 형태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도 분석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전지구적 슬럼화 이면에 도사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정치’와 국경 안의 ‘국민국가 정치’의 상호공조를 폭로한다.1976∼1992년 사이에 19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국에서 146건의 폭동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나, 국내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사회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은 슬럼화의 원인을 국경 안팎에서 동시에 찾는 지은이의 시각을 반영한다. 지은이의 지적은 한국 상황에 빗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저자 또한 세계 슬럼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에 각별히 주목한다.“가난한 주택소유자·세입자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적 진압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진 것은 단연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거나 “한 가톨릭 NGO는 남한이야말로 ‘강제퇴거가 가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라, 남아공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라’라고 했을 정도”라는 등의 서술은 한국의 슬럼화가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예견하는 슬럼화의 앞날은 가히 ‘묵시록적 미래’라 할 만하다.2030∼2040년이면 슬럼 인구가 20억에 육박하고,“경제적 지구화에 전지구적 공중보건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파국이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슬럼, 준슬럼, 슈퍼슬럼, 이것이 도시진화의 결과”라는 도시계획전문가 패트릭 게디스의 섬뜩한 말도 아예 책 첫 장에 인용했다. 2006년 연말 경남 함안에서 근무력증 독거 장애인 조모씨가 얼어 죽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단칸방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피하지 못해 꽁꽁 얼어버렸다는 소식에 평범한 장애인들은 ‘거리의 투사’가 됐다. 한국 철거민들이 왜 그토록 전투적인지도 저자의 지적 한 마디면 충분히 설명된다.“한 사람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은 그가 사는 주택의 위상에 따라 형성된다.” 슬럼화는 주거공간을 넘어 인간의 삶 전반을 파괴하고, 파괴된 삶 속엔 독기만 남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차베스식 ‘환란 치유법’ 한국 신자유주의에 대안?

    ‘차베스=대안’이란 등식이 최근 한국 진보진영의 뚜렷한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대통령 차베스. 오는 6일부터 3일간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통어다. 포럼에선 ‘베네수엘라:차베스 정부의 식량주권 입법화 과정’ ‘베네수엘라의 개혁과 혁명’ 등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된다.‘범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한 견제를 목표로 베네수엘라가 주도하고 있는 ‘미주대륙볼리바르대안(ALBA)’에 대한 탐구작업도 벌인다.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당대)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시대의창) 등 차베스를 주인공으로 한 책들도 여럿 출간돼 있다.‘차베스 미국과 맞장뜨다’(시대의창)는 최근 5쇄를 찍었다. 인터넷에선 ‘한국 사회의 개혁, 그리고 차베스’란 만화도 인기를 모으고 있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국제뉴스도 넘쳐난다.‘차베스 미국과’의 저자 임승수씨는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그늘에서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사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차베스 열풍’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고민 ▲한·미 FTA 타결로 커진 미국식 경제모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지지층 이탈로 이어지는 노무현 대통령식 참여민주주의의 실체 등…. 차베스에 대한 한국 진보진영의 지적탐구는 이런 갑갑함을 뚫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짙다. 최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목하는 쪽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 이하 새사연)이다. 인터넷 정책토론공간인 ‘이스트플랫폼’엔 아예 ‘차베스 모델’이란 코너까지 만들어 지속적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김병권 새사연 연구센터장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신자유주의에 대안을 제시하는 국민적 동의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면서 “이 문제의식에 가장 훌륭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나라가 베네수엘라”라고 밝혔다. 한국보다 10여년 먼저 ‘IMF 처방전’을 받은 베네수엘라는 사회양극화 심화 등 세계화의 필연적 부작용을 한국과는 정반대 방법으로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49%에 이르는 빈곤층이 차베스 집권 이후 34%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차베스를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우선적 근거다.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 민경우 사무국장은 “베네수엘라와 차베스 대통령이 한국 현실의 대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베네수엘라에서 한·미 FTA와 위기에 처한 농업의 대안을 찾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민 사무국장의 지적처럼 차베스와 베네수엘라가 한국의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모델 자체가 완성형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차베스에 대한 평가도 양갈래로 나뉜다.‘희대의 혁명가’란 평가에 ‘포퓰리스트’와 ‘독재자’란 꼬리표가 동시에 따라다닌다. 현재 차베스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통합사회당이란 대중정당 건설을 통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부여하는 정치실험을 진행중이다. 실험이 실패할 경우 차베스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독재국가로 전락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베스는 과연 한국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대안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한국 진보진영은 차베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한국사회포럼은 어떤 곳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한국사회포럼이 변신을 꾀한다. 단체 활동가 중심의 ‘전문가 포럼’에서 수천명이 모이는 ‘대중포럼’ 형태로 전환한다. 이 같은 변화는 2007년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7’은 세계화진영의 전초기지인 다보스포럼의 대항마로 전 세계 반신자유주의 운동가들이 개최하는 세계사회포럼의 한국판이다. 노동, 평화, 여성, 민주화, 이주노동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및 학계 최대의 토론마당이다. 올해 포럼의 중심 주제는 현 시기 한국사회가 직면한 굵직굵직한 현안 중심으로 짜였다. 포럼 조직위원회가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한·미 FTA 저항 국제민중포럼’과 ‘식량주권 대토론회’. 민경우 조직위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한·미 FTA에 관한 대응은 저지싸움이 중심이었다면 이젠 FTA의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크다.”면서 “농업 부문에서도 농민들이 ‘전업농업’이 아닌 ‘국민농업’이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중포럼으로의 전환도 이런 고민의 소산이다. 민 사무국장은 “사안이 중할수록 소수 활동가가 아닌 대중의 문제의식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사람이 아닌 다수의 광범위한 문제의식이 결집돼야 대사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87년 항쟁 20년, 민주화의 역설: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운동’,‘외환위기 10년, 그 야만의 시대’ 등의 비판적 토론도 예정돼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공기업] 기획처 공공혁신본부 멤버 그들의 ‘장점 그리고 단점’

    [공기업] 기획처 공공혁신본부 멤버 그들의 ‘장점 그리고 단점’

    기획예산처 공공혁신본부는 공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럴 타워’다. 지난 4월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으로 공기업의 관리·감독권을 갖게 돼 ‘파워’부서로 떠올랐지만 공기업 감사들의 ‘이구아수 폭포’ 세미나 파문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뢰밭’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용걸(49·행시 23회) 공공혁신본부장은 빠른 판단력과 두뇌회전으로 의사 결정과 핵심 접근에 누구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다는 평이다. 의견이 다른 후배들을 설득,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후배들로부터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몇 안되는 보스에 속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재정정책과장, 사회재정심의관, 재정정책운용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기획통’이다. 그러나 승진이 빨라 후배들의 애환에 다소 어둡다는 지적도 있다. 류성걸(49·23회) 공공정책관은 말수가 적고 점잖아 안동 양반으로 불린다. 업무에 깊숙이 파고 들어 일처리가 꼼꼼하다. 김대중(DJ) 정부 시절 공공혁신본부의 전신인 정부개혁실의 공공1팀장을 맡아 포스코, 한국통신 등의 민영화를 주도했다. 고집이 세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뚝심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용진(45·30회) 정책총괄팀장은 DJ정부 때 정부 개혁의 산파를 맡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복지·노동예산과장 시절 보건복지부 출신보다 업무를 더 꿰뚫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돌파력, 성실함은 물론 운동도 잘하고 술도 잘 먹어 선후배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공기업 정책기획 및 조정, 총괄을 맡고 있는데 공기업의 혁신, 경영지침 수립도 이곳에서 한다. 진중한 성품의 위성백(46·32회) 제도혁신팀장은 사회간접자본(SOC)부문의 전문가다. 전국 도로명까지 기억해 건교부 직원들도 놀랄 정도다. 공기업 운영의 중장기 정책을 개발하고, 공기업의 경영진단기법 개발, 진단계획 수립을 맡고 있다. 이후명(40·34회) 평가분석팀장은 공공기관 운영법 제정을 사실상 주도했다. 프랑스 엘리트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출신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의견도 서슴지 않고 제시한다. 공기업 성과관리 계획과 제도개선, 경영실적 평가가 주 업무다. 류용섭(51·비고시) 인재경영팀장은 업무능력과 성실함으로 능력을 인정 받은 케이스로 외환위기(IMF)때 실업대책을 세운 이후 인재경영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기업의 인사제도, 임금체계, 비상임이사·감사 및 감사위원에 대한 직무수행 실적 평가기준 수립을 한다. 한상록(42) 혁신관리팀장은 한국능률협회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개방직 공모로 왔다. 혁신 관련 아이디어가 많은 컨설팅 전문가다. 공기업 혁신진단·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개선을 한다. 산업자원부 출신 이관섭(45·27회) 경영지원단장은 지난 4월 고위공무원단 공모 과정에서 예상을 뒤엎고 이 자리를 차지할 만큼 유능하다는 평이다. 친정인 산자부에서 기업의 산업정책 등을 펴면서 익힌 현장 감각으로 새로운 공직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타부처 출신인데도 빠르게 연착륙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친화력도 갖췄다. 정규돈(44·31회) 경영지원 1팀장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함과 과묵함으로 유명하다. 자산운영 업무에 밝다. 시장형 공기업,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재정경제부, 농림부, 건교부, 해수부, 금융감독위 소관의 기타 공공기관을 담당한다. 윤병태(46·36회) 경영지원 2팀장은 사무관 시절 ‘맥가이버’로 불릴 만큼 재주가 많다.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예산총괄계장을 지냈다. 임종성(47·33회) 경영지원 3팀장은 DJ정부 때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를 처음 도입한 인물로 공공개혁 업무에 밝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과 교육부, 과기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 공공기관을 맡고 있다. 스타일리스트인 김성진(37·36회) 경영지원 4팀장은 기획처 내에서 보기 드물게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예산통’으로 분류된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과 국무조정실, 문광부, 정통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문화재청, 청소년위원회 소관 공공기관을 챙기고 있다. 한완선(51) 기금제도기획관은 수원대 경영학부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말 개방직 공모때 기금 여유자금운영, 부담금 관리 등의 적임자로 평가돼 발탁됐다.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증권선물거래소 자문위원 등 기업 실무경력도 갖춘 자산기금 관리운영의 전문가다. 경제행정예산과장을 지낸 박성동(47·36회) 자산운용팀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업무에 밝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기금 여유자금에 대한 운용·관리를 맡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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