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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섭의 산으路] 경남 하동군 지리산 대성골

    [조용섭의 산으路] 경남 하동군 지리산 대성골

    지리산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아우르며 품어주는 곳이라 해서 예로부터 ‘어머니의 산’으로 일컬어져 왔다. 하지만 50여년 전 이곳의 산자락은 그러하지 못했다. 이념이라는 굴레에 옥죄어진 수많은 생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공포와 절망의 나락에 빠지며 스러져간 곳이다. 특히 대성골은 빨치산들이 ‘궤멸적 타격’을 입은 곳. 그 슬픈 역사를 목도했을 골짜기를 해원(解寃)을 비는 마음으로 들어가 본다. 산행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에서 시작한다. 버스 정류소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와 마을 입구 벽소령산장 간판이 서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다시 오른쪽으로 신작로 같은 너른 산길이 열린다. 대성마을∼작은세개골∼큰세개골∼남부능선∼음양수샘을 거쳐 주능선의 세석고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주 잘 나있다.2가구가 살고 있는 대성마을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모두 민박을 치며 음식도 판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이어지는 숲길은 원대성마을 이정표를 지나 작은세개골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계곡 물소리와 숲향에 취해 걷다 보면 또다시 다리를 건너며 짙은 그늘의 공간으로 빨려들 듯 들어선다. 왼쪽 계곡은 대성폭포, 지리산 최고의 기도처인 영신대 등이 은밀하게 들어앉은 큰세개골이다. 대성마을에서 1시간 소요. 이제 산길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가팔라지고 바윗길도 많아 무척 힘든 오름길로 이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1시간20분 정도 올라 남부능선에 닿으면 왼쪽 세석방향으로 진행한다. 오른쪽 삼신봉 가는 길은 영신봉에서 시작하여 낙동강에서 산줄기를 마감하는 낙남정맥 마루금이다. 능선에 접어들면 길이 비교적 수월하다. 정면 오른쪽의 촛대봉, 왼쪽의 영신봉이 가까워지고 그 사이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꾼들에게 감로수를 제공하는 음양수샘을 지나면 정갈하고 편안한 숲속길로 이어진다. 거림 갈림길이 나오면 세석고원과 세석대피소(산장)가 지척이다. 대피소 앞(동쪽)에 길게 누워 있는 봉우리는 촛대봉이다(1703.7m). 하산은 남부능선, 거림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거림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계단길, 세석교, 북해도교, 천팔교 등을 지나 계곡 옆으로 난 길을 약 2시간30분 내려서면 거림매표소가 나오며 산행을 마친다. 세석대피소에서 주능선 너머 북쪽, 폭포의 왕국이라는 한신계곡길로 내려서는 백무동에서는 동서울행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의신에 차를 두고 원점회귀 산행을 할 경우에는 벽소령으로 이동한 후(세석∼벽소령·3시간), 삼정마을∼의신마을로 하산한다(3시간 소요). 지리산 답사모임 ‘지리산 산길따라´ (cafe.daum.net/jiricom) 대표 시솝 ■ 이렇게 가세요 서울→대진고속도로→함양IC→88고속도→남원IC→19번 국도→구례(하동방향)→화개→의신 부산→남해고속도로→19번 국도→하동→화개→의신 서울 남부터미널, 부산 서부터미널 등에서 하동으로 이동한 후 의신행 버스(하루 6회·막차 20:40)이용, 화개택시(055-883-2240) 귀가편 교통:거림∼진주행 버스(하루 4편·막차 18:50·거림정류소 055-972-1421), 덕산택시(055-972-9393) 백무동:동서울행 버스(하루 7회·막차 18:00), 함양지리산고속(055-963-3745) 의신마을:산악인의 집(정영훈 구조대장 055-884-2719)을 비롯, 민박집이 많다. 대성마을(김기식 055-883-0835). 대피소 이용시 사전 예약 필수(www.npa.or.kr/chiriain.htm)
  • [조용섭의 산으路] 경남 남해군 설흘산

    [조용섭의 산으路] 경남 남해군 설흘산

    바다와 맞닿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마을의 붉은 황톳빛 산비탈은 거인의 계단인 듯 하늘로 이어져 있다. 삿갓배미, 공중배미, 하늘배미로도 불리는 손바닥만한 다랑논이 층층을 이루며 들어서 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 이젠 버젓이 나들이 명승지로 지정된 게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남해군의 최남단, 가천마을을 포근히 감싸며 한려수도를 굽어보는 산이 설흘산(481.7m)이다. 산길은 설흘산 서쪽 암릉지대를 이루는 사촌마을∼응봉산(412.7m) 능선∼설흘산∼홍현리 중촌마을로 이어지는 종주산행 코스로 잡았다.1024번 지방도, 사촌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도로 모퉁이의 느티나무 노거수 있는 곳이 응봉산 산행 들머리이다. 한여름의 열기가 숨막힐 듯하면 섬 산행의 미덕을 놓치지 말자. 오른쪽으로 잠깐 고개를 돌리거나 뒤를 돌아보면 한려수도, 그림 같은 바다풍경이 눈에 들어오며 열기를 식혀줄 것이다. 산길을 들어서 잠시 걸으면 바위지대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계속 이어지는 바위지대의 오른쪽을 통과해 능선턱을 올라서면 성(城)처럼 솟아오른 암릉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암릉을 우회하는 길도 나있다. 좌우 벼랑을 이루는 암릉은 위압감을 줄 정도로 아찔한 모습이다. 그러나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약 5m 정도 로프를 타고 내려서는 곳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후 2시간여 진행하면 응봉산 정상이다. 평평한 봉우리에는 돌탑과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설흘산은 왼쪽으로 내려서며 이어진다. 오른쪽 방향 육조문은 6개의 암봉이 이어지는 길을 말하는데, 가천마을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 보이는 아름다운 바위능선이다. 정면으로 거대한 바위를 앞세운 설흘산의 모습이 보인다. 응봉산과 설흘산 사이의 능선은 평지나 다름없어 걷기에 매우 수월하다. 조금 더 가면 샘터가 있어 식수보충이 가능하다. 다시 홍현2리로 내려서는 삼거리(이정표)를 지나 정갈한 숲속 길을 올라서면 정상 아래 안부에 닿는다. 이제 정상은 오른쪽 100m 거리. 설흘산 정상은 봉수대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봉수대’라 새겨진 팻말이 별도로 산길을 안내하고 있다. 동쪽 멀리 드리워진 높은 산이 금산이고, 바로 아래 손에 잡힐 듯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이 서포 김만중 선생이 유배되었던 노도라는 섬이다. 남서쪽 산자락 아래로는 가천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다랑논의 모습이 정겹다. 정상에서 안부로 되돌아 나와서는 이정표의 홍현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지금까지의 길보다는 다소 희미하나 대체적으로 북동방향(방위각 약 40도)으로 길은 잘 이어진다. 정상에서 50분 정도 내려서면 마을이 나오고 이내 1024번 도로 삼거리에 닿는다. ●서울:대진(대전∼진주)고속도로→남해고속도→사천IC→삼천포→창선대교→19번국도→1024지방도→가천마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남해행버스(하루 6회). 남해읍에서 가천행 버스(1시간 간격 운행·055-864-2601) ●가천마을 대부분이 민박집으로 지정되어 있고, 해안을 따라 펜션이 많이 있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055-860-3228·www.namhae.go.kr). 지리산 답사모임 ‘지리산 산길따라´(cafe.daum.net/jiricom) 대표 시샵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유럽통합

    프랑스에 이어 지난 1일 네덜란드 국민들도 국민투표에서 반대 61.6%, 찬성 38.4%로 유럽연합(EU) 헌법 조약을 부결시킴으로써 유럽의 정치통합이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영국에서도 유럽헌법 비준 투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와 EU 지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로화의 가치도 이 때문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통합을 이끌어온 나라들이 통합 헌법을 부결시킴으로써 EU 헌법안은 무효가 될 위기에 놓였다. 원칙적으로 EU 헌법은 25개 모든 회원국에서 예외없이 비준돼야만 2006년 11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EU의 급속 확대 경계, 자유 분방한 국내법 상실 우려, 터키의 가입 경계, 외국 이민자 유입 반대, 유로화 도입에 따른 물가 상승, 국내 정치 불만 등의 이유로 반대 표를 많이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도 비슷한 이유다. EU지도자들과는 달리 각국의 국민들은 연방제 형식의 강력한 통합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헌법의 전면 재검토가 일정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럽 통합 과정과 역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유럽통합의 첫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슈망플랜으로도 불리는 이 기구는 서유럽 국가들의 석탄철강산업을 초국가적으로 공동관리하는 기구였다. 단순한 협조체제가 아니라 중공업분야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정치통합의 첫 단계였다.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6개국은 1951년 ESCS 조약을 체결했다. ▲유럽경제공동체(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 다른 경제분야로의 통합을 확장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57년 로마에서 조약이 체결됐다.59년 그리스와 터키가 준회원국 가입 신청을 해왔고,61년에는 영국도 가입신청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반대로 영국은 가입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프랑스는 초국가적인 유럽통합이 아닌 국가중심의 유럽을 주창하는 드골주의를 고수해 다른 5개국과 대립했다. ▲유럽공동체(EC,European Community) 프랑스가 66년 룩셈부르크 회의에서 ESCS 복귀를 결정한 뒤 ESCS,Euratom,EEC의 공동체 집행부를 하나로 통합,67년 7월 출범한 것이 EC다. 영국은 72년에 정식회원국이 되었다.85년에 회원국은 총 12개국으로 늘었다.84년 EC 회원국들은 정치통합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고,86년에 단일 유럽의정서(SEA)를 채택했다.SEA는 유럽 내의 상품, 서비스, 자본, 고용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유 블록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의 탄생 92년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유럽이사회에서 ESCS 파리조약, 로마조약,SEA를 병합하는 단일조약을 체결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다. 이는 경제통화연합과 정치연합의 창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마침내 93년 11월1일 유럽연합이 각국에서 모든 절차를 끝내고 출범해 유럽통합의 새 장을 열었다.95년 12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15개 회원국들은 99년 1월 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단일통화의 명칭을 ‘유로’로 하는 데 합의했다.2002년부터 각국의 화폐는 완전 폐지되고 유로화만 통용되고 있다. ●유럽통합의 요인 유럽통합이 논의된 이유는 먼저 미국이 주도하는 IMF(국제통화기금)나 IBRD(세계은행)에 대항해서 서유럽이 주도하는 경제기구를 만들려는 각국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적 공황과 경제난을 경제, 정치 통합을 통해 타개하려는 뜻도 있었다. 또 소련이라는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서유럽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정치적·군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미국의 서유럽 원조정책인 마셜플랜은 서유럽을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항할 이데올로기적인 동맹체로 조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구가 유럽경제협력기구(OEEC)다. ●유럽 통합의 문제점 통합이 추진되자 일부 회원국 국민들은 국가 주권의 상실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면 회원국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회원국들간의 국력과 경제력의 차이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 가난한 집은 부잣집과 합치는 것을 좋아하겠지만 부잣집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가난한 나라들에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빈국들은 부국들에 값싼 노동력과 생산기지, 소비시장만 제공한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어쨌든 회원국들의 경제 수준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다. 공동체법, 즉 유럽헌법이 각국의 법과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마리화나 흡연의 합법성, 동성간의 결혼문제, 안락사 등에 관해서는 각 국마다 법이 다르다. 공동체법이 우월하다면 각국은 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문화와 언어가 각양각색인 점도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 유럽 스스로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기구도 미흡하다. 또 옛 동구권 국가들의 EU 가입은 서유럽국가들에 난민과 망명 등의 문제를 던져주게 된다. 네덜란드 국민들이 비준을 거부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유로화 도입으로 네덜란드의 물가는 이미 상승했고 동유럽 이민의 유입으로 경제난과 실업률이 악화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마약 허용 등 네덜란드의 자유화 정책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스페인에서는 유럽헌법이 통과됐지만 한 국가라도 비준하지 않으면 유럽헌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2000년 승인된 니스조약에 따라 행정적으로 유럽연합이 기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일 통화인 유로체제 존속에도 문제가 없다. 오는 16∼17일 열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의 비준과정을 계속 진행할지, 조약의 사문화를 선언할지 결정하게 된다.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에서 부결했지만 재협상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법의 내용을 손질하는 등 다른 차선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인터넷 좀먹는 ‘좀비PC’

    인터넷 좀먹는 ‘좀비PC’

    공포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좀비’(Zombie)들이 실제 인터넷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봇’(Bot)이라 불리는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돼 사용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 의해 원격 조종되는 컴퓨터인 ‘좀비PC’가 많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봇에 감염된 좀비PC는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가 아닌 공용 컴퓨터(Public Computer)가 되는 셈이다. 특히 바이러스나 웜에 감염된 PC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만 봇에 감염된 PC는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무심코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스팸메일 및 불법 프로그램 유포 등 각종 인터넷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어 네티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좀비PC 4대중 1대는 국내PC 1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악성 봇에 감염된 전세계 PC 가운데 국내 PC가 차지하는 비율은 25.2%나 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미국에 이어 중국과 함께 2∼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국내 좀피PC 수는 현재 국내에 보급된 PC(2100만대)의 0.5% 수준인 10만대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안 기능이 강화된 ‘윈도XP2’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해의 경우 국내 좀비PC 수는 40만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진흥원 해킹대응팀 성재모 팀장은 “전세계적으로 좀비PC 수는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지만, 국내 PC가 차지하는 비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PC 성능 향상과 초고속통신망 확충,PC 사용자들의 낮은 보안의식 등과 맞물려 전세계 해커들이 국내 PC를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봇은 주로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파일이나 메시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IRC(Internet Realy Chat·인터넷 실시간 대화) 채널을 통해 전파된다. 해커들이 타인의 PC 시스템을 해킹한 뒤 해당 PC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봇을 설치, 좀비PC를 만들게 된다. 성 팀장은 “합법적인 IRC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봇을 설치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추적하기가 힘들다.”면서 “게다가 좀비PC는 해커가 마음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반면 사용자 자신은 뚜렷한 피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봇에 감염된 좀비PC는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러개의 좀비PC들이 동시에 조종되는 이른바 ‘봇 군대’는 해커가 원할 경우 인터넷 범죄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좀비PC는 스팸메일의 적 좀비PC가 가장 많이 악용되고 있는 분야는 스팸메일이다. 국내 좀비PC의 절반가량이 이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흥원 불법스팸대응팀 하태균 연구원은 “스팸메일을 보내는 30여가지의 방법 가운데 컨트롤서버에서 개별 좀비PC에 소량의 스팸메일을 보낸 뒤 이를 다시 다른 PC들에 확산시키는 방식이 가장 차단하기 어렵다.”면서 “스팸메일의 10% 정도는 좀비PC에 의해 보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팸메일을 받고 저장하고 지우는데 1인당 연간 30시간을 소비하고, 이로 인한 손실액이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신적 피해에 앞서 물질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좀비PC는 사용자의 정보유출은 물론, 해킹이나 피싱을 위한 경유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정보보호진흥원에 신고된 피싱사고 신고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36건에서 하반기에는 184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모두 256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전체 신고건수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영화 등 불법 프로그램 공유 사이트인 와레즈(Warez) 운영, 특정 사이트의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분산 서비스거부 공격)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야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사이트가 두시간 가량 불통됐던 이유도 수천대의 좀비PC들이 일시에 공격했기 때문이다. 성 팀장은 “현재 3000여개의 변종 봇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예방만으로 좀비PC의 확산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네트워크 장비나 보안 시스템에 잦은 장애가 발생할 경우 봇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보보호진흥원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백신업체, 안티스파이웨어 제작업체 등과 공동으로 오는 20∼24일 봇에 감염된 좀비PC를 치료하는 ‘건강한 PC 만들기’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www.boho.or.kr)를 참고하면 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용어설명 ●웜(Worm) 독립적으로 자기복제를 실행, 전자우편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프로그램 또는 실행코드를 말한다. 웜은 바이러스처럼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작업을 방해하지만 바이러스와 달리 감염 대상을 갖지 않는다. ●트로얀(Trojan) 자기복제 능력은 없으나 해킹 기능이 있어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가장,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기능을 수행하게 만든다. 인터넷상에서 내려받은 파일을 통해 전파되며 사용자가 누른 자판 정보를 유출하는 데 사용된다. ●피싱(Phishing) 정상적인 웹서버를 해킹, 위장사이트를 개설한 뒤 인터넷 이용자들의 신상정보나 금융정보 등을 불법으로 빼내는 신종 사기수법이다. 예컨대 메인화면에 표시되는 사이트는 진짜지만, 팝업 창은 정보를 피싱하려는 가짜이다. ●스팸(SPAM) 발신자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신자에게 일방적, 대량으로 발송하는 전자우편. 햄 통조림인 스팸을 만드는 미국 식품업체 호멜푸즈(Hormel Foods)의 대량 광고 방식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 “전쟁 겪은 문화재 복원 노하우 배우고 싶어”

    “한국이 6·25전쟁 이후 문화재를 복원하고 관리해온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이라크전으로 훼손된 이라크 문화재 복구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라크전쟁 이후 큰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 재건을 추진 중인 이라크 국립박물관 소속 중견연구원 2명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주인공은 국립중앙박물관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사드 함자 제게흐(35) 연구원과 모하마드 살리 아티아(35) 연구원. 둘다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배테랑 유적발굴 전문가다. 이들은 12일 ‘이라크의 역사와 문화유산’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되는 연수계획과 목표 등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박물관대회(ICOM)에서 이라크 국립박물관측의 양국간 기술교류 및 지원 요청을 문화관광부가 적극 받아들임에 따라 초청됐다. 이라크와의 공식 문화재 인력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드 연구원은 “이라크전이 끝난 뒤 국립박물관에서만 1만 4000점의 유물이 도난당했고 1만여점이 훼손됐다.”면서 “상당수는 이란·요르단·유럽 등으로부터 되찾아 왔지만 복원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남부지역의 박물관과 유적지 등의 피해가 컸다.”면서 “전쟁 이후 국립박물관을 비롯,15개 박물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물관 및 문화재를 복구하면서 테러 위험 등 안전문제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면서 “전쟁 당시 유물들이 훼손되는 현장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며 전쟁이 낳은 피해와 상대국인 미국의 책임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 경주·부여 등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청, 문화재연구소 등을 방문해 우리 고대문화에 대해 배운 뒤 문화유적 발굴조사에도 1개월간 참가할 예정이다. 또 문화유산 복원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기술 및 첨단장비에 대한 정보교류와 실습을 통해 양국간 학술·문화협력사업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에서 전쟁 이후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어떤 과정을 거쳐 문화재의 보존과 조사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왔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문화재관계법규와 문화재행정에 대한 자료도 적극 수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 및 지방 주요 박물관을 순회하며 메소포타미아문명 및 이라크를 포함한 근동아시아 문화유적에 대한 강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로] 지리산 삼봉산

    [조용섭의 산으로] 지리산 삼봉산

    세상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어느 사이, 가을의 끝자락은 온다간다는 인사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을 올랐던 사람들 중, 추위에 움츠러들어 봄을 기약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정작 산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이야말로 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때라 한다. 울긋불긋 단풍 옷을 벗은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 능선과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오는 바로 지금이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금 있으면 산은 순결한 은백의 옷을 입을 것이다. 은백의 설원, 여유있고 넉넉한 눈꽃, 대기의 치열함이 빚는 나무서리…. 추억이 남는 멋진 겨울에도 산행은 계속된다. 자연의 순환이 은밀한 반환점을 돌아가는 이맘때 우리는 뭔가 허전하고 또 아쉬운 듯한 감상에 빠지기 쉽다. 이럴 즈음에는 오히려 감상에 푹 빠져 조금은 처연해보이는 자연에 한걸음 다가서서 몰입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그리움의 산’이자 ‘어머니의 산’인 지리산의 삼봉산(1187m)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봉산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남원시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우뚝 솟은 봉우리. 이 산에 서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병풍을 이루며 장쾌한 하늘금을 긋고있는 지리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삼봉산 등산은 함양군 함양읍 마천면의 높은 산자락을 가로지르며 나있는 1023번 지방도의 고갯마루인 오도재에서 시작하자.1023지방도는 지난 88년부터 15년 동안의 공사를 거쳐 함양읍쪽 지안재에서 지리산 가는 길인 오도재 구간 12㎞를 확·포장해 지난해 11월 개통됐다. 해발고도가 773m인 오도재에 설치된 주차장과 여러 기념조형물들이 오히려 호젓하다. 마천쪽 500m 아래에 지리산전망대휴게소와 팔각정인 지득정(智得亭)도 눈길을 붙잡는다. 오도재(悟道峙)라는 이름은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靑梅) 인오조사(印悟祖師·1548∼1623·서산대사의 제자)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연유로 얻었다고 전한다. 고개는 옛날 남해·하동 등지의 해산물이 전북·경북·충청 지역으로 운송되는 육상교역로였단다. 고개의 남쪽 약 2㎞ 아래 구양리 촉동마을에는 가락국 구형왕(신라에 나라를 넘겨 준 왕이라 하여 양왕이라고도 한다)이 거주하면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빈 대궐터가 있다. 오도재에서 삼봉산까지의 거리는 3.9㎞. 오름길이 가파른 곳이 가끔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오름길 좌측의 지리 주능선에 눈길을 두고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2시간 남짓하게 닿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산길은 육산길로 아주 부드럽다. 가끔씩 나타나는 바위지대는 그대로 오르내릴 수도 있으나 우회길도 있다. 겨울철 바위 표면이 얼어있을 때에는 조심하고, 우회하는 것이 좋다. 삼봉산 정상에서는 사방팔방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장쾌한 마루금에 그리움의 눈길을 두고, 우리의 산하를 추억하자. 그리고 자연과 가까이 하는 마음,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가슴에 담아보자. 삼봉산 정상에서는 오름길 왼쪽 즉 남쪽으로 내려서며 백운산∼금대산을 잇는 산길을 택했다.1시간 남짓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잘록이(鞍部)인 등구재에 닿는다. 고개 역시 경남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는데, 산길치곤 아주 넓다. 등구재에서 다시 백운산으로 오르려면 200m 이상 올라야 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 낙엽송, 잣나무 숲이 산자락을 꽉 메우고 있는 산길은 쌓인 솔가리들로 그렇게 푹신하고 부드러울 수가 없다. 서두르지 않고 편안한 숲에 눈길 두어가며 오르다보면 어느새 공간이 확 트이면서 이정표와 정상석이 반긴다. 백운산(902m)이다. 점심시간을 등구재 부근에서 맞이한다면 등구재에서 백운산쪽으로 2분 정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헬기장이 나오는데 그 곳이 식사 장소로 적격이다. 백운산에 오르면 일단 오늘의 힘든 산행은 끝났다. 남쪽으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지리 주능선이 한결 가까이 다가오고, 지리산 중북부 능선 봉우리인 삼정산 아래 들어 앉은 문수암 등 유서깊은 절 집도 눈에 들어 온다. 능선길에 접어들면 걸어온 능선이 벌써 아득하고, 오도재에서 마천으로 내려서는 산골 마을이 평화롭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금대산(847m)에서 금대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이 때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큰 바위지대가 많다. 금대암은 점필재 김종직선생과 탁영 김일손선생의 지리산 기행기(유두류록과 속유두류록)에 나올 정도로 유서깊은 절집. 금대암에서 마천면 창원리 금계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절 중앙의 축대 아래로 난 계단을 내려서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산자락으로 이동하면 된다. 잠시 내려서면 소박하고 정갈한 샘터가 나온다. 내려오는 골짜기마다 태풍 루사가 할퀸 수마(水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여기서 30분 남짓 내려서면 금계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다. 왼쪽 아래 밭이 보이는 지점의 경사면으로 붉은색 표식기(시그널)가 달려 있다. 내려서서 밭고랑 사이를 지나면 커다란 집수정이 나오고 개짖는 소리와 함께 마을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 종료지점인 금계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금계(金鷄)마을을 이루고 시작한(創始) 기념비석과 물레방아, 그리고 정자가 깨끗하게 단장됐다. 이로써 그리움의 산행을 마감한다. ■ 삼봉산 이렇게 가세요 교통 자가차량일 경우 대전∼진주(통영)간 고속도로로 접근, 함양분기점에서 빠져나와 함양읍에서 인월가는 24번 국도로 잠시 진행하면 좌측 산자락으로 오도재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따라가면 된다.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분기점에서 나와 60번 도로를 타고 마천쪽으로 진행하다가 의탄교 조금 못미친 지점(SK주유소)에서 오른쪽으로 오도재 가는 길을 타도 된다. 대중교통일 경우 시외버스를 이용해 함양으로 들어온 다음, 택시편으로 오도재로 이동하면 된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오도재 택시비는 1만 1000원. 금계마을에서 하산한 다음 군내버스를 이용해 함양으로 나가면 된다. 가족이나 단체 산행일 경우에는 산행 전날 오도재 아래의 민박집(1박 3만원)에서 묵으면 좋다. 일찍 오도재로 올라와 지리 주능선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맞이한 뒤 위의 코스로 산행을 하면 된다. 금계마을쪽으로 하산할 때 민박집에 부탁하면 차량있는 곳으로 옮겨주기도 한다. 도착지 금계마을에서 출발지 오도재까지 되돌아가는 갈 때 택시(8000원)를 이용하면 된다. 아쉬운 점은 아직 오도재를 경유하는 대중교통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민박 오도재 물레방아산장(055-962-5475·마천쪽 1023도로 구양리 촉동) 주의점 산행내내 물을 구할 수가 없고 금대암에 가야 비로소 샘이 있다. 식수를 빠트리지 말고 통상 2ℓ 정도 준비하자. ■ 겨울엔 땀흘리지 마세요 겨울철 산행은 땀을 흘리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가는 게 요령이다. 피부와 맞닿는 부분이 젖었을 땐 즉시 갈아 입어야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옷·양말·장갑 등을 여벌로 따로 준비해야 한다. 또 눈과 얼음에 대비해 보온복·방수방풍의·보온장갑·방한모자·아이젠·스패츠 등의 장비를 철저히 준비하자. 관절을 보호하고 미끄러질 때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지팡이(스틱)도 챙겨야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휴대전화·손전등·예비전지·가솔린 라이터 등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겨울 꽁꽁 언 김밥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아는 고역이다. 때문에 식사는 다소 무겁더라도 보온 도시락과 보온 물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용섭씨는 스무살 때 지리산 천왕봉을 첫 등정한 이후 지리산에 빠져버린 ‘산마니아’다. 지리산 답사모임인 ‘지리산 산길따라(cafe.daum.net/jiricom)’의 대표 시샵인 그는 답사모임 뫼벗을 결성해 이미 낙동정맥·낙남정맥을 종주했고, 요즘엔 백두대간 마루금을 잇고 있다. 한국산악회 부산지부 대외협력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롯데캐피탈㈜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삶과 경영 이야기] (35) 에이스침대 2세 경영인 안성호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5) 에이스침대 2세 경영인 안성호 사장

    안성호(37) 사장은 앳된 얼굴에 소박함이 엿보이는 최고경영인(CEO)이다. 그러나 늘 점퍼를 걸치고 공장에서 기계에 고개를 들이밀고 일하는 모습은 창업주인 아버지 안유수(71) 회장을 빼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침대는 과학’이라는 안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최첨단 자동화공정을 완성한 데 이어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1등 침대기업은 안 회장이 만들었으나 세계 5등 기업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3년째 되는 안 사장이 달성했다. 그는 온돌 문화권인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침대전문기업을 꿈꾸고 있다. 안 사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을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만 제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게 침대고, 그래서 침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은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침대전문기업을 이끄는 2세 경영인이다. 그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생산현장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에 몰두하는 과학자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아버지 안유수 회장으로부터 장인 정신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자랑이 쑥스럽다.”는 안 사장으로부터 ‘에이스만의 정신’을 들어봤다. ●공장은 나의 놀이터 아버지의 고향은 북한 황해도 사리원이다. 지금도 고모 등이 북한에 살고 있다. 아버지는 학생시절 혼자 남쪽으로 내려와 독학으로 대학까지 마쳤다. 그리고 창업을 해서 회사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말 그대로 자수성가한 분이다. 아버지가 침대사업에 뛰어든 것은 1963년이다. 서울 인사동의 가구골목에서 미군들이 침대를 구하러 다니는 것을 보고 출발했다고 한다. 성동구 금호동에 작은 공장을 마련했다. 말이 공장이지 조금 큰 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집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매일 살다시피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공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았다. 공장 아저씨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스프링을 갖고 노는 것도 재미있었다.TV에 방영되는 외국영화에서 본 침대를 연필로 그려 아버지께 보여드렸더니 아버지께서 칭찬하신 뒤 진짜 침대로 만들었다. 그런데 잘 팔리지는 않았다. 당시엔 침대 제작이란 게 사람이 손으로 매트리스에 헝겊을 씌우는 식으로 공정이 엉성했다. 공장에 불이 났을 때 아버지가 허겁지겁 불을 끄시던 모습도 떠오른다. 장사가 잘 되었는지 1975년쯤 성동구 성수동의 제법 넓은 곳으로 공장을 옮겼다. 이때부터 설비도 들여놓았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공장에 들러 직원들의 일을 거들었다. 아버지는 78년 성남에 큰 공장을 짓고, 최초로 한국공업규격(KS)을 받은 뒤 어머니와 무척 기뻐했다. 어릴 적부터 공장을 돌아다닌 일이 지금 공장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따로 생산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금방 이해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말썽을 부리는 학생도 아니었다. 공부는 수학과 과학 과목을 잘 했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담임교사가 “집에서 알파벳을 배우고 온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을 때 나를 포함해 단 두명만이 손을 들었다. 부모님께서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대학에 들어와서 용돈은 주급으로 3만원씩 받았다. 책값은 어머니께서 영수증으로 처리해주었다. 그때도 틈틈이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등짐을 지는 등의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에게 혼이 난 적도 있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통계분석과 시장조사 일을 했는데 역시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어떤 제품을 만들어 어떻게 시장에 접근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법을 배웠다.1년 정도 경험을 쌓았는데, 아버지가 “어차피 네가 할 일이라면 빨리 일을 배우라.”고 권해 에이스침대로 옮겼다. ●침대는 과학이다 기획이사를 맡으면서 원가와 외주(外注)관리를 했다.25살이라는 어린 나이 때문에 부담이 컸다. 무조건 열심히 일했다. 원가관리는 신제품을 생산했을 때 마진을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시장의 상황과 회사의 재정운영 등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생산공정도 잘 알고 있어야 제품의 수요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수요예측은 판매 추이 등에 대한 통계처리로 한다. 나는 원래 숫자에 강하다. 침대산업은 인건비 싸움이다.1990년대에 우리나라는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이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동화를 서둘렀다. 기계는 사람에 비해 오차가 적고 정확하다. 침대는 스프링 등의 균일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침대산업은 자동화가 가장 필요한 업종이다.92년 업계 최초로 침대공학연구소를 만들었다. 인체공학 전문가 등 17명이 뇌파시험기 등 14종의 첨단장비를 동원해 가장 편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척추곡선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실험 로봇인 ‘컴퓨맨’도 만들었다. 충북 음성에 침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인 14만평의 부지에 본사 공장을 지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무인생산시스템을 채택했다. 컨베이어벨트가 천장에 깔려 매트리스가 공중에 떠다닌다.19종의 특허기술도 개발했다. 신기술 개발과 공장자동화를 내가 혼자 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많은 설계에는 직접 참여했다. 침대속까지 항균처리를 하는 기술, 스프링의 이중 열처리 기술은 부끄럽지만 내가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얼른 메모하고 이를 제품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프랑스, 독일 전문가들이 공장을 둘러본 뒤 놀라면서도 “과잉투자가 아니냐.”고 묻곤 한다.“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침대산업은 과학이다. 철저하고 완벽한 인간중심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사람이 옷장을 쓰는 시간은 하루에 10분도 안 되겠지만 침대는 일생의 3분의1을 함께 보내는 가구다. 이는 아버지의 정신이기도 하다. ●탁월한 1등이 되라 에이스(ACE)는 고객을 위한 ‘예술적이고 편안한 환경(Artistic Comfortable Environment)’에서 따온 말이다. 아버지는 평소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도 말라. 남의 비교 대상조차 되지 말라. 탁월한 1등이 되라.”고 강조하신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해외출장을 가면 투숙한 호텔의 침대 매트리스를 칼로 뜯어 샘플을 가져오는 바람에 호텔에서 곤욕을 치른 일도 많은 분이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도 공장에 남아 일하다 12시가 다 돼서야 귀가하는 분이다.1980년에는 국내 가구업체들이 납품하는 목물(木物)이 마음에 안 든다며 가구전문인 ‘리오가구’를 설립한 분이다. 지난 1993년 중국 광저우(廣州)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10년 동안 시장적응을 마친 만큼 올해부터 3배 이상의 투자를 한다. 하루 300개의 침대를 만들어 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공장 2곳을 더 늘릴 예정이다.10년 안에 공장 8∼9곳이 더 있어야 한다. 성(省)단위에 1개씩의 공장을 짓는 게 꿈이다. 북한 사리원에도 곧 대규모 침대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침대시장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수요확대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 진출이 절대적인 대안이다. 국내엔 200여개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나 3개 대형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점유율 35%를 달성했다. 시몬스침대가 400억원의 매출로 2위 업체다.(미국계 회사인 시몬스침대는 에이스침대가 국내 독점 생산·판매권을 지닌 회사로 안 사장의 친동생인 안정호 사장이 경영하고 있다. 형제가 국내 침대시장의 1·2위업체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 과정이 비슷해 우애가 돈독한 안 사장 형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화통화를 하며 자재구입 문제 등을 상의하지만 디자인 개발 등에서도 서로 감춘다고 한다. 안 사장은 형제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구설이 싫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렸다.) 내가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보다 지금은 매출이 3배로 늘었다.2002년부터는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생산자동화 덕분에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20개의 매트리스를 생산한다. 프랑스 등에서도 아직 1인당 10개를 생산하지 못한다. 매출 등은 아직 세계 최고가 아니지만 생산설비와 연구력은 이미 세계 1등인 셈이다. ●베푸는 기업철학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다. 그래서 지난 1994년 경기도 성남에 5억원을 들여 경로회관을 지었다. 모든 위락시설과 건강검진 등이 무료다. 매년 근육병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 아버지의 생각이다. 창업주들 중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 고생을 많이 한 만큼 뚜렷한 국가관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다.2세 경영인들도 요즘은 다르다. 직원들보다 2배,3배 일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 다른 회사의 2세 경영인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주제를 정해놓고 토론하고 정보교환도 한다. 언젠가 에이스침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뒤 나도 ‘돌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고구려 고분은 한국민족 유산”

    무니어 부셰나키 유네스코 문화담당 사무차장보는 27일 “고구려 고분은 한국 민족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인 부셰나키 사무총장보는 이날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공동 주최의 ‘고구려 고분 보존과 관리 국제심포지엄’에서 북한내 고구려 고분의 보호·보존을 위한 노력을 남북한에 당부하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권고안에는 “한국 민족의 풍부한 과거를 표현하고 있는 고구려 고분의 탁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권고안은 또 북한에 대해 문화 유적지와 기념물의 보호·보존을 위한 문화유산 담당기관의 역할 강화 및 고구려 유적의 보호와 관리를 위한 자체 노력을 강조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세계 유산 지역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북한과의 협력을 각각 강조했다. 이날 권고안 채택에는 유네스코와 유네스코 산하 비정부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회의(ICOMOS)의 마이클 펫젯 회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고] 서울 세계박물관대회에 관심을/강철근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 정부지원단장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1500여명의 박물관장,큐레이터,학자가 참가한 제20차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서울총회가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ICOM은 1946년 비정부기구로 창설된 유네스코의 공식 자문 및 협력기구.ICOM 총회는 1948년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열린 이래 유럽과 미주에서만 개최되어 왔다.서울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8일까지 열리는 서울 대회의 주제는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한국은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를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나라로 1990년대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훌륭하게 치러낸 한국이 또 다른 차원에서 높은 문화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인 셈이다.이제까지의 총회와는 달리 학술적 논의 외에 무형문화와 관련된 공연들을 풍부하게 제시함으로써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국제적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이번 대회의 주제인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은 전 세계적인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유형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유산도 보호·발전·계승이 필요하다는 것은 세계인의 끊임없는 주문이었고,ICOM의 지향점이기도 하다.무형문화유산은 민족(내지 종족)의 역사 및 아이덴티티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세계화 추세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노력은 ‘무형문화유산협약’으로 결실을 맺었다.2003년 9월29일부터 10월17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제32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협약이 통과된 것이다. 협약은 집단 혹은 민족의 역사와 자연,환경 속에서 창조되어 계승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은 물론 이와 관련된 물질문화와 문화적 공간을 포괄하는 ‘무형문화’라는 개념을 제시했다.협약은 또 무형문화가 궁극적으로 인간문화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는 데 뜻을 함께한 것이었다. 한국은 폭넓은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보존 또한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걸작으로 선정된 것은 협약이 통과된 직후인 2003년 11월7일이었다.이에 앞서 조선시대 국가제례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종묘제례(宗廟祭禮)와 종묘제례악은 2001년 5월18일 세계무형문화유산걸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서울세계박물관대회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생생한 비교조사와 연구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인적 교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한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무형문화와 관련한 세계박물관인의 뜻을 한데 모은 ‘서울헌장’도 채택될 예정이다.무형문화유산 정책에 대한 보다 진일보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그러나 서울 대회가 국민들의 참여없이 전문가들만의 잔치로 끝난다면 해외 참가자들로부터 아무리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들어도 진정한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행사 기간동안 대회장에는 국내외 25개 기관이 설치한 70개의 부스가 운영된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20개의 부스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및 전승자 108명이 만든 전통공예품 288점이 전시되고 있다.일본 무형문화재 ‘하치오지구루마닌교(八王子車人形)’와 타이완 원주민 아미족(阿美族)의 전통음악도 공연되는 등 일반인들도 흥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국내외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한국 무형문화 발전의 전기가 될 이번 대회에 국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강철근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 정부지원단장
  • ‘세계 박물관대회’ 서울서 개막

    ‘세계 박물관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20차 세계박물관협의회 총회(ICOM총회·서울세계박물관대회)가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COEX 컨벤션센터에서 영부인 권양숙 여사,자크 페로 ICOM 회장,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차크리 시린던 태국 공주,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갖고 6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아시아권에선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는 150개국 2000여명의 박물관 전문가와 지성들이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을 주제로 학술발표와 토론을 벌여 무형문화유산의 보존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서울 세계박물관대회 명예대회장인 권 양숙 여사는 환영사를 통해 “문화재는 개인과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세계가 함께 관리해야 할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며 “특히 사라져 가는 각국 무형문화재의 계승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우리 모두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2일 서울서 개막 ICOM총회 페로 회장

    2일 서울서 개막 ICOM총회 페로 회장

    “세계적으로 값진 문화유산이 급속히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박물관이야말로 이 유산들을 살아 있는 문화로 계승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 차원에서 아시아에선 처음 열리는 이번 서울 세계박물관대회는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8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열리는 서울 세계박물관대회(제20차 세계박물관협의회 총회·ICOM 총회) 참석차 방한한 자크 페로(59·프랑스) ICOM 회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회가 무형문화재의 보존·전수에서 앞선 한국의 제도에 대해 세계의 박물관 전문가와 지성들이 많은 것을 배워 그 가치를 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ICOM은 유네스코 산하 NGO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가장 많은 회원을 거느린 기구입니다.그런 측면에서 세계의 박물관 전문가들이 총집합하는 세계박물관대회는 한국의 우수한 무형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이지요.”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한 파괴,불법 반출 등 문화유산의 손실과 훼손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존제도는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그는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한 개인적인 입장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ICOM 회원들간 견해가 각기 달라 ICOM의 공식적인 입장은 갖고 있지 않지만,이 문제는 정부간 정면대응보다는 한국과 프랑스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협상보다는 전문가들의 협조 아래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방법이 좋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문화재 불법반출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ICOM 차원에서 회원기구들이 문화재의 반출을 막을 수 있는 국제협정에 조인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불법반출된 문화재의 목록인 ‘레드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출간해 지금까지 앙코르사원과 아프리카 유럽,남아메리카 쪽의 불법 반출 문화재 목록을 출간해 놓고 있지만 유네스코와 협의해 더욱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46년 설립돼 현재 세계 150개국에서 200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인 ICOM은 3년마다 유럽과 비유럽 국가를 오가며 총회를 열고 있으며 자크 페로 회장은 1998년 회장에 선출된 뒤 2001년 재당선,현재까지 ICOM을 이끌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150개국 전문가 2000명 서울로

    흔히 박물관은 오래된 유물들을 보존,관리하는 곳 정도로 인식되지만,유·무형 문화유산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값진 공간이다.실제로 많은 박물관들이 유형의 문화유산들을 갖춰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이같은 유형 문화재에는 무형의 소중한 문화가 깃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박물관協 총회 새달 2일부터 이같은 차원에서 새달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COEX에서 열리는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제20회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ICOM)가 주제를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ICOM 한국위원회측이 제안해 채택된 이 주제만 보더라도 이번 대회가 유형 문화재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는 무형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그 가치를 최대한 살려나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세계 150개국 주요 박물관·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전문가 등 2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무엇보다 아시아,특히 한국의 무형 문화재 보존·전수 방식이 큰 관심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일본 타이완과 함께 무형문화재 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영해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유네스코가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제도를 주의깊게 관찰해 왔고 지난 2001,2003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판소리를 차례로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에 선정한 것이 그 사례이다. 대회 진행을 볼 때도 한국의 무형문화재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디지털과 미래박물관’이란 주제의 전체회의와,국제고고학위원회 등 ICOM산하 29개 국제위원회별 분과회의 외에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전에서의 경험과 도전’을 비롯한 국내외 학자의 논문 6편이 발표돼 이를 놓고 집중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학술회의와 함께 아시아 전통문화 공연이 계속되는데 한국에선 강령탈춤,궁중복식,승무,판소리와 진도북춤,강릉단오제,태껸,사물놀이가 전 세계 문화 지성들에게 선보인다. ●불국사·판문점 등 방문도 이 공연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함께 일본의 국가지정무형문화재 하치오지 구루마닝교(八王子 車人形)와 타이완 원주민 아미(阿美)족의 음악도 들어 있다. 서울 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원회가 참가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한 관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참가자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신라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불국사,백제문화의 상징인 무령왕릉,남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등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이밖에도 대회에 맞춰 한국의 전통매듭전·고구려전(국립중앙박물관),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전(국립공주박물관),나무와 종이전(국립민속박물관),종묘제례문물전(문화재청 궁중유물전시관) 등 전국 박물관에서 100여개가 넘는 각종 특별전이 열린다. 3일 열리는 개회식에는 명예대회장인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차크리 시린던 태국 공주,자크 페로 ICOM 회장,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주제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ICOM 한국위원회측은 “ICOM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그것도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를 맞아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우수한 무형문화재를 자세히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낙후된 국내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유무형문화 세계에 과시할 기회”

    “한국 유무형문화 세계에 과시할 기회”

    “아시아에 소재한 유형 문화재가 유럽에 비해 빈약한 게 사실입니다.이같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아시아권의 문화재가 전세계적으로 볼 때 경시되기 일쑤입니다.그런 차원에서 이번 서울 총회는 아시아,특히 한국의 빼어난 전통 유산과 그 무형문화재의 보존 상황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일부터 서울 삼성동 COEX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0차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ICOM) 조직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모(ICOM 한국위원장)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ICOM이 아시아권에서 열리지 못했던 데는 세계인들의 아시아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 탓도 있지만 아시아권 큐레이터들의 언어문제가 가장 컸다.”며 “오랜 세월 준비 끝에 성사된 서울 총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형 문화재의 가치도 크지만 유형 문화재의 이면에는 반드시 유형 문화재 못지 않은 무형 문화재가 존재합니다.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 총회의 주제도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하게 됐습니다.한국의 입장에선 열악한 박물관 실정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3500개의 박물관이 세워져 있고 해마다 100개 정도가 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전국에 300개가 고작. 김 교수는 최소한 1000∼1500개의 박물관이 있어야 적정한 수준이라고 개탄한다. “일반인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합니다.좋은 박물관 1개를 건립하는 게 포항공대 1개를 육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제부터라도 가져야 합니다.” “박물관은 단순히 박제화된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 보존장과 민속촌까지 전부 아우르는 개념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김 교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이 얼마만큼 수준높은 무형 문화재를 갖고 있고 잘 가꾸어 보존해 왔는지를 전세계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명쾌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2일부터 2개월간 ‘새들의 집들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2일부터 2개월간 ‘새들의 집들이’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오는 22일부터 11월21일까지 2개월 동안 새의 둥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의 생태와 서식처를 소개하는 ‘새들의 집들이’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새는 왜 둥지를 만들까’를 비롯해 산새의 둥지와 물새의 둥지,알도 가지가지,지금도 날아다니는 공룡·새,가장 큰 새의 알,멸종위기에 처한 우리새 등 모두 7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린다.여기에는 새의 둥지와 알의 모형뿐만 아니라 박제,새의 생태 사진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 새의 소리를 듣는 코너도 마련됐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중·고생 2000원,초등학생 1000원,만 5세 미만은 무료이며 기획전 관람은 박물관 입장료에 포함된다.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토·일요일은 오후 7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서울 세계박물관대회(ICOM)’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10월4일에는 각국에서 모인 전문가가 이 곳을 관람하며,세계 박물관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토론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02)330-1733∼4.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아시아 최초 세계박물관대회 여는 김종규 박물관협회장

    “테러니 경제불황이니 국내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지요.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역사적 행사인 ‘2004서울세계박물관대회’는 모처럼 청량제 역할을 할 겁니다.” 김종규(65) 박물관협회장은 요즘 ‘문화계 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박물관대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대회 개최가 다음달 2일로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역사의 중심이 서양이라는 우월성에 빠져 박물관대회가 그동안 그들만의 잔치로 진행돼 왔다.”면서 “이번 서울대회 유치는 앞으로 세계 역사의 흐름이 동양으로 옮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특히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5000년 역사의 우리 문화유산을 가장 먼저 대내외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대회는 58년 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본부는 프랑스 파리)가 UNESCO의 자문협력기관으로 출범하면서 시작됐다.전세계 150여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장·큐레이터·전문가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회의는 3년마다 열린다. 그는 이번 서울대회의 참가규모에 대해 “현재는 참가 신청국이 90여개국이지만 최종적으로 10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영박물관,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장·큐레이터 등 2000여명의 관계자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대회 기간 동안 차기 회장단 선출 등 중요한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된다는 것. “대회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문화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체험한다는 그 자체만 하더라도 의미가 크지요.앞으로 문화 관련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다음달 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문화관광부·서울특별시가 주관하고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다.기간 동안 지방의 박물관별로 특별전시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우리 민족사의 미래라고 강조하는 그는 지난 99년부터 박물관협회장을 맡고 있다.이밖에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회 박물분과위원,엔에스에프(전 삼성출판사)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근대 대가들의 ‘민족의 영산’ 그림 한자리에

    190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민족의 영산 금강산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국립현대미술관이 10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서울 개최를 기념해 기획한 ‘그리운 금강산’전(18일∼10월24일, 덕수궁 미술관)에는 근대기 대가들의 금강산 그림 40여점과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나왔던 금강산 관련 작품들의 사진 이미지 등이 선보인다. 근대기 외국인들에게 금강산은 조선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다.우리 화가들의 전통적인 진경문화는 이 시기에 유입된 관광이라는 문화현상과 서구적 풍경화 개념의 도입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전통적인 자연관이 서구의 합리적 자연관으로 대체돼 가는 과정을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황성하의 ‘금강산 10폭 병풍’과 김우하의 ‘삼선암’을 꼽을 수 있다.이 작품들은 전통적인 관념산수의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서구적인 공간표현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단조롭고 기계적인 묘사에 그치는 한계를 드러낸다.이에 비해 순종의 응접실로 쓰이던 창덕궁 희정당에 전통적인 궁정벽화 양식으로 그린 김규진의 ‘해금강총석정절경’이나 ‘금강산만물초승경’ 같은 작품은 한층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금강산의 전통적 구현 방식을 수용하면서도 직접 사생을 통해 파악한 사실적 풍경을 토대로 작업,금강산의 사실감과 신비감을 생생히 전해준다. 일제에 의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최대 관광객을 동원한 1930년대 후반에는 금강산을 소재로 한 화첩이나 병풍 형식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몇몇 서양화가들은 금강산을 풍경화의 소재로 다루기 시작했다.그중에서도 특히 임용련의 ‘만물상 절부암’은 기법면에서 유화물감을 동양의 수묵담채화와 같은 느낌이 들도록 사용해 주목받는 작품이다.이번 전시에서는 근대기 우리나라 최대의 전람회였던 선전에 출품된 금강산 관련 작품들도 사진으로 소개된다.나혜석의 ‘금강산 만상정’은 금강산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풍경으로서의 금강산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다.광복 이후 분단으로 말미암아 서양화에서는 금강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하지만 한국화의 경우는 실제 대상을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은 여전히 훌륭한 그림의 소재였다.노수현의 ‘관폭’,박생광의 ‘보덕굴’,변관식의 ‘단발령’‘옥류청풍’ 등은 분단 이후 제작된 금강산도가 실제 경치에 근거하기보다는 마음속 이상향임을 알게 하는 작품들이다.(02)779-531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中언론 “고구려는 중국 지방정부” 주장

    |상하이 연합|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요언론들이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전하면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는 점을 강변해 한국측을 자극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2일자 보도에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지난 1일 고구려 유적의 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했다면서 “고구려는 역대 중국 왕조와 예속관계를 맺어왔으며 중원왕조의 제약과 관할을 받은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특히 배경자료를 통해 고구려가 “정치와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중원 왕조의 강렬한 영향을 받았다.”면서 “견고한 산성,웅장한 능묘,휘황찬란한 고분벽화는 중국문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관영 인민일보도 지난 2일 고구려에 대해 “우리나라(중국)의 고대 소수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 막강한 영향력을 지난 관영매체의 보도는 이후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실을 전하는 중국 내 언론매체의 기준이 되고 있어 중국인들에게 ‘고구려는 중국역사’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지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WHC에 참석 중인 한국대표단은 지난 2일 이번 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주요인사들에게 ‘고구려는 독자적 문화권’임을 강조하는 책자를 배포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ICOMOS-KOREA)가 발행한 ‘고구려의 고분벽화’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동북아시아가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존재했음을 확인시켜주는 역사적 증언이자 귀중한 문화유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독자적 문화권’이라는 말은 ‘고구려는 중국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이른바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중국측을 염두에 둔 분위기가 농후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는 책자에서 나아가 “3세기 말부터 모습을 보이는 고분벽화는 고구려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려고 애쓰던 과정,동북 아시아를 고구려의 ‘천하’라고 자부하며 이루어낸 문화적 성과를 생생히 보여주는 역사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 세계유산으로 올린 고구려 유적들

    ■ 北 첫 등재 남북 공조 이번 중국 쑤저우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는 남북 공조가 전례가 없을 만큼 입체적으로 진행됐다. 우선 북한은 지난 2001년 신청했던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일부 유적의 원형 훼손과 고분 비공개’ 이유로 지난해 보류권고를 받은 뒤 적극적으로 로비활동을 폈으며 한국측 대표단도 막판까지 지원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은 회의 장소가 중국이며 의장 역시 중국인이란 점이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감안,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을 총동원해 각국 대표단을 설득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회의 개막일인 지난 28일 저녁 주최국 초청 대표단 만찬에서는 남북 대표단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中 쑤저우 WHC회의서 협력 강화 남북 대표단은 28일 회의 개막 직후 협의를 통해 북한 최초 문화유산 등재 성사를 계기로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위한 전문가 협력 방안 등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남북의 공조활동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고구려 역사도시 전체 유적을 등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며,이는 향후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맞물려 있다는 게 학계의 일치된 견해다.따라서 북한이 고구려 유적을 중국측에 대등하게 격상하려면 차후에 북한내 왕경(王京) 유적을 전체로 묶어 다시 등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남북한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유적 복원에 필요한 기술과 재정지원에 남한 정부와 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고분 89기에 城·유적비도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이 심의 요청한 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개별 등재된다.당초 30일 중국의 유산 등재건이 먼저 처리되고,북한의 유산은 하루 뒤인 7월1일 처리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다른 심의 일정이 길어져 중국의 고구려 유적 관련 심의도 1일로 연기됐다.한국측 수석대표인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은 그러나 “북한 유산의 등재와 관련해 심사를 맡은 21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이 ‘문의할 내용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지지 의사를 표명해 등재는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어떤 유적들이 등재되나? 고구려는 705년 동안 수도를 크게 세번 옮긴다.(1)BC 37∼AD 3년(40년)-홀본(졸본) (2) AD 3∼427년(424년)-국내성 (3)AD 427∼668년(241년)-평양. 이번 쑤저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목록 등재가 결정될 고구려 유적들은 모두 이 세 수도에 있는 것이다. 연대순으로 본다면 첫 수도부터 설명을 해야 하지만 세계유산에 관한 얘기를 할 때는 평양의 고구려 유적부터 설명하는 것이 순서다.왜냐하면 북한이 2001년 세계유산 등록 신청을 할 때까지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북한의 일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2년 뒤인 2003년에야 신청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The Complex of the Koguryo Tombs)’이란 이름으로 등재 신청한 유적은 모두 5개 지역 63기(벽화무덤 16기 포함)다.평양시,남포시,황해도 안악 같은 곳에 분포한 벽화무덤에는 우리가 잘 아는 강서큰무덤(강서대묘)을 비롯해 쌍기둥무덤(쌍영총),약수리무덤,수산리무덤,용강큰무덤의 벽화들이 모두 신청됐다. 2년 뒤 신청한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및 귀족무덤(Capital Cities and Tombs of Ancient Koguryo Kingdom)’을 신청했다. 고구려 첫 수도인 홀본(졸본)은 현재 랴오닝성 환런(桓仁)현에 있는 오녀산성 정상에 있고,두 번째 수도 국내성과 한때 수도였던 환도산성은 지린성 지안(集安)시에 있다.중국이 신청한 중요한 유적들은 대부분 고구려 국내성이었던 지안시에 있다. 국내성에서는 유명한 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장수왕릉(장군총)을 비롯한 12개의 왕릉과 귀족무덤 26기(그 가운데 16기의 벽화무덤)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다.우리가 잘 아는 춤무덤(무용총)과 씨름무덤(각저총)을 비롯해 다섯무덤(오회분)이 모두 이곳에 있다. ●등재의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우선 북한으로서는 최초로 세계유산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이다.그러나 북한과 중국에서 등재를 신청한 결과를 보면 두 나라의 고구려 유적이 내용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용을 모르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치 고구려의 수도와 중심지는 모두 중국 땅에 있고 북한에는 일부 무덤떼만 남아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중국 또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이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후기 평양성을 비롯해 안악궁·대성산성 같은 왕성들과 정릉사·중흥사·광법사 같은 고구려 절터(중국에서는 단 하나의 절터도 발견하지 못했다.)를 기준에 맞게 정비해 추가로 등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그러나 이런 유적들을 보존 복원하는 데는 높은 기술과 많은 재정적 후원이 필요하다.바로 여기에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는 공조정신이 필요하다.이 공조과정에서 북한은 남쪽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고구려 후기 도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고 남한의 학자들은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폭넓게 연구해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길수 고구려연구회 회장 ˝
  • 北·中 고구려유적 ‘세계문화유산’ 된다

    |쑤저우 연합|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28일 개막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 참석중인 한국측 수석대표인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은 29일 “북한측 이의화 수석대표(문물지도부 부국장)와 만나 관련사항을 협의한 결과 중국의 고구려 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하기로 했다.”면서 “중국도 북한의 고구려 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심을 끈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개별적으로’ 한 회의에서 이뤄지게 됐다. 특히 박 국장은 “당초 고구려 유산 심의 일정이 7월1일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30일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고구려 유산 등재는 이스라엘 대표의 소개로 유산위원회에 회부되며 관련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동의가 전제됐고 다른 나라의 이견 제시가 없는 상황이어서 유산 등재가 확실한 상황이라고 박 국장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등재 심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올초 북한과 중국이 신청한 문화유산 등록에 대한 긍정적 판단을 담은 보고서를 이미 제출한 바 있다.
  • 학계 “고구려史 재정립 서둘러야”

    ‘등재만이 능사인가.’ 오는 28일부터 새달 7일까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북한이 심의요청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학계에서 향후 대응과 과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中 동북공정 계획 치밀 대응” 촉구 모두 53개의 후보 유산을 심사하는 이번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영토 내에 있는 고구려 유적은 등재가 확실시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세계유산 검토회의에서 양국의 고구려 유적을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권고키로 의결했기 때문이다.ICOMOS의 권고결정은 이변이 없는 한 총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는 게 관례다.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경우 북한도 명실상부하게 세계유산 보유국으로 승격하면서 국가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이를 위해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의 장·단기 보존관리 대책과 관광지 개발계획 수립,모니터링시스템 구축 등 WHC의 요구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각각 요청한 고구려 유적의 규모가 현격하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등재후의 남북한 및 중국학계의 고구려사 비교연구 문제,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의 대응 방안이 과제로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고구려수도 전체 등재 추진 우선 양국이 심의요청한 고구려유적의 규모.북한은 평양의 동명왕릉과 그 주변의 고구려 고분을 포함한 63개의 고구려 고분만을 묶어 신청한 반면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그리고 귀족의 무덤’이라는 제목으로 등재 심의를 요청해놓고 있다. 북한은 단순히 고분군만 올린데 비해 중국은 고구려 역사도시(왕경) 전체유적을 등재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이는 고구려가 차후에 왕경 전체유적을 다시 등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석굴암·불국사가 먼저 세계유산에 등재된데 이어 경주 도시 전체를 다시 등재해야 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고구려 건국시기·존속기간 이견 이와 함께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와 맞물려 고구려사 정립을 위한 남·북한,중국 등 삼국의 비교연구가 큰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각국 학계에서 고구려 건국시기·존속기간과 관련해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여기에 남한과 북한 및 중국의 서로 다른 고구려에 대한 영문표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양국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관련한 움직임과 국내 학계의 대응자세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큰 틀에서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를 추진해온 만큼 향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국내에서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유적 동시 등재를 ‘윈윈’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에 비해 북한이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동북공정에 더욱 치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총회에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수석대표로 하고,최종덕 문화재교류과장,허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한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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