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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노키아의 역습/주병철 논설위원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핀란드는 전 국토의 75%가 삼림이고 10%가 호수인 나라다. 산업구조는 1차산업 의존도가 높고, 공업은 주로 펄프·제지·제재 등 임산자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인구 500만명 남짓의 이런 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2009년 기준)를 웃도는 부자나라가 된 데는 노키아(Nokia)와 같은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키아는 1865년 종이를 만드는 제지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컴퓨터 제조, 2000년대에는 통신회사로 탈바꿈하는 등 상황에 발빠르게 변신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했다. 핀란드 전체 매출액의 2%, 연구·개발비(R&D) 60%,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25% 등의 수치로 볼 때 노키아는 핀란드의 효자기업임에 틀림없다. 노키아의 급성장은 ‘미래 준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유망한 주력산업이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서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결과라고 한다. 다국적 석유회사인 네덜란드의 셸도 비슷하다. 셸은 1969년부터 미래예측연구소를 운영해 왔는데, 1970년대 초부터 원유값이 폭등할 것이란 내부 전망에 따라 값싼 유전을 많이 확보해 뒀다. 이후 73년의 1차 오일쇼크, 79년의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셸은 세계 메이저 석유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70년대까지 세계 으뜸의 필름카메라 회사였던 코닥과 이동통신회사 AT&T는 미래 예측을 잘못해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코닥은 더 이상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무시했고, AT&T는 이동전화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타사보다 먼저 개발한 제조기술을 모토롤라에 넘긴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구글 안드로이드에 밀려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맛본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주말 구글과 애플 주도의 모바일 시장 패권을 되찾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핀란드 본사도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길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MS와의 제휴에 앞서 사내 통신망을 통해 “노키아는 불타고 있다. 애플·구글이 고급·중급 점심을 먹는 동안 우리는 주변만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뼈저린 반성과 비장한 각오가 묻어난다. 노키아의 역습이 주목받는 게 이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말이 새삼스럽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클리스터스, 여왕 복귀

    ‘컴백 퀸’ 킴 클리스터스(2위·벨기에)가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랭킹 1위로 복귀한다. 클리스터스는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WTA 투어 오픈 GDF 수에즈(총상금 61만 8000달러) 준결승에서 옐레나 도키치(120위·호주)를 2-0(6-3 6-0)으로 물리치면서 14일 발표될 새 랭킹에서 1위를 확정했다. 메이저 우승 없이 ‘무관의 여왕’ 자리를 유지해온 카롤리네 보즈니아키(1위·덴마크)를 끌어내린 클리스터스는 생애 네 번째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클리스터스는 2003년 8월 처음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그해 10월과 2006년 1월에도 1위를 했으며 이후 5년여(256주) 만에 다시 정상을 탈환하게 됐다. 이는 265주 만인 2008년 9월 다시 1위를 탈환했던 세리나 윌리엄스(12위·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간에 해당한다. 클리스터스는 또한 ‘엄마 선수’로는 처음 1위에 올랐다. 2007년 5월 결혼과 함께 현역에서 물러났던 클리스터스는 2008년 딸 야다를 낳고 톱랭커에서 평범한 엄마로 변신하는가 싶었지만 2009년 8월 복귀를 선언하고 그 직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US오픈을 2연패하고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클리스터스는 “복귀 후 이렇게 빨리 1위에 오르게 될지 몰랐다. 엄마로서 정상에 오르게 돼 더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데스크 시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심재억 사회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심재억 사회부 전문기자

    누구에게나 노후는 상실입니다. 늙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잃는 게 훨씬 많습니다. 먼저 몸을 잃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용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입으로야 “지금도 나락 한 섬은 거뜬하다.”고 허풍을 쳐대지만 그건 생각일 뿐입니다. 기분이야 젊은 사람 못지 않지만 생명의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노인들은 다 압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박지성 선수도 최근 국가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더는 몸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입니다. 그러나 노후가 더 서글픈 것은 마음의 변화에 있습니다. 몸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마음의 위축을 부릅니다. 무릎 관절이 삐꺽대면 달릴 엄두를 못 내고, 척추뼈가 푸석대면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마뜩잖은 일이 있어 울컥하다가도 그만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한창 때야 팔을 걷어붙이고 대거리할 법도 하건만 요새처럼 수상한 시절에 볼강스러운 젊은 사람 잘못 건드렸다간 중인환시(衆人環視)리에 봉변 당하기 일도 아닙니다. 이런 일 겪다 보면 마음이 끝없이 졸아듭니다. 그러다 보니 방약무인했던 젊은 시절의 호기만 남아 집안에서 식솔들만 잡도리하려 듭니다. 이 때문에 노후에 가정불화를 겪는 노인들이 한둘인가요. 노인의 불행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대가족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노구를 추스르던 족장적 권위는 더 이상 없습니다. 자식들은 환호작약하며 그들의 삶을 찾아 떠나고, 배우자까지 잃어 홀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이들이 널렸습니다. 그들에게 고독은 ‘일용하는 양식’입니다. 북적대는 가족들 속에 있어도 뼈가 시린 노후를 혼자서 산다는 것은 ‘치명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자식들에게 인생을 ‘몰빵’했던 그들에게 국가는 노후보장 프로그램 하나 장만해 주지 못합니다. 소득 2만 달러 시대의 그늘에 웅크린 이 시대의 노인들, ‘베이비 부머’의 실상은 한편의 비극입니다. 오늘날의 복지관으로 해석하자면 노인의 불행은 국가가 역할을 방기한 탓이 큽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노인을 인간답게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제대로 된 국가일 수 없습니다. 국가래야 독재를 옹위하는 외피에 불과했고, 주린 가운데 권력형 부정부패가 만연해 ‘오적’을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던 예전에야 노인의 삶이 오로지 ‘복불복’이었지만 그건 국가가 빈천했던 때의 일입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국격을 말하고, 여야가 복지 논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노인들의 삶을 국가가 보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극악한 상황에서 주변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몸부림치다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개인의 삶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극악한 노인 상황의 이마주 같은 것입니다. 전국의 홀로 사는 노인이 100만명을 넘는 현실은 난감한 상황임에 틀림없고, ‘용도폐기’된 노인들이 불편하게 어슬렁거리는 풍경은 양극화를 부추겨 온 우리 사회의 암울한 음화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GDP 대비 복지재정 비율이 최하위인 현실, 이전 정부에 비해 복지예산 증가율이 턱! 꺾인 이 정부의 의지를 “선진국 수준의 복지”라는 감언이설로 감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런 판에 초보적 복지문제를 두고 섣부르게 벌이는 ‘복지 포퓰리즘’ 시비도 달리 보면 ‘제 몫 못 챙긴 사람들, 그러거나 말거나….’ 식의 무책임한 궤변처럼 들려 민망합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고, 아직도 국가의 일을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떠넘겨야 하는 현실이 아쉽지만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하건 복지는 선(善)이며, 따라서 모든 복지정책은 당연히 선정(善政)입니다. 모쪼록 이 사업이 희망의 싹이 되어 아직도 복지의 단맛을 모르는 노후 세대에게 “당신의 뒤에 국가가 있다.”고 위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현대차 벨로스터 제원 공개

    현대차 벨로스터 제원 공개

    현대자동차는 10일 신 개념의 준중형차인 ‘벨로스터’에 대한 일부 제원을 공개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해줄 수 있는 혁신적인 차’라는 의미의 PUV(Premium Unique Vehicle) 개념을 도입한 벨로스터는 문이 운전석 쪽에 1개, 조수석 쪽에 2개인 비대칭 형태의 차량이다. 신형 아반떼와 같은 감마 1.6 GDI 엔진을 탑재했고, 최고출력 140마력에 연비는 ℓ당 15.3㎞이다. 이르면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에 거침없이 메스를 댔다. 장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야 정치권이 벌이기 시작한 복지 논쟁은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와 같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야 간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방향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며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역설하기도 했다. 1990년부터 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일부에선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 보인다,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런 거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이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 게 맞지만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금융업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로 규제를 완화한 탓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이 FTA를 맺는 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수준이 두 배쯤 차이나는 상대와 FTA를 맺으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FTA를 맺는다면 대다수 중소기업과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기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환위기 이전 은행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의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 주주자본주의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80%를 넘을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은행이 기업대출은 기피하고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돈벌려 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됐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산업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관치경제의 요소를 담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현재 가장 취약한 분야가 부품소재 산업이다. 이 분야는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 특히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먼저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강력 규제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가했다.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해법은 두 가지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도록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세금도 내기 싫고 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으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자체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건 잘했지만 저건 못했다는 걸 용납 못하는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박정희 경제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 게 결코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주중심경제로 가야하는 것인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은 없다. 다만 소액주주운동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가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주주자본주의 논리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물 건너간 것인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을 때는 국제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재벌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얘기하면 진보진영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은 복지가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대로 두면 재벌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 다 먹힌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복지국가가 돼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복지가 안 되고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가 의대와 법대로만 몰리고 출산을 기피하고 사교육 광풍이 분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이 될 수가 없다. 일단 무상복지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급식을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부자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니까 부자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라고 하면서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뺀다면 민주당의 ‘3+1 복지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빼앗아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이게 된다.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쳤다는데. -신자유주의자가 대처리즘을 선전하면서 영국병을 얘기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신화일 뿐이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대처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다. 과감하게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감세를 했다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얘기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과 두 번째로 낮은 복지 지출 등에서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무너진 걸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가 양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구실을 한다면 지구적 차원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中 금리인상… 고금리시대 준비할 때다

    중국이 그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팽창한 통화량과 국제 원자재값 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올해 중 최고 0.75%포인트까지 추가로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의 위축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도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도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과 과잉 유동성 등 환경이 유사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내일 다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환율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 금리까지 올리지 않으리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기준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1%포인트 이상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의 추가 인상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6% 중반대까지 치솟고 있다. 정책당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5.9%로 미국(98.6%)이나 일본(92.7%)보다 낮은 수준이고 연체율도 0.7%여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우리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선진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가계의 재무구조가 금리변동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이자부담은 2조 2500억원이나 늘어난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시한폭탄’으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금융권은 손쉬운 가계대출 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부 역시 부동산시장 회복과 성장 지표에 얽매여 고금리 시대가 초래할 부작용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9년 전의 카드대란과 같은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살린 버팀목이 됐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이고도 과감한 정책대응을 촉구한다.
  • 주요사양 공개된 ‘벨로스터’ 예상 가격대는?

    주요사양 공개된 ‘벨로스터’ 예상 가격대는?

    현대차가 벨로스터의 주요사양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사전 마케팅에 돌입했다. 벨로스터(Veloster, 프로젝트명 FS)는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발표 이후 첫 번째로 선보이게 되는 신개념 ‘PUV’(Premium Unique Vehicle) 차종이다. 운전석 1개, 조수석 3개 등 총 3개의 도어를 비대칭적으로 적용한 벨로스터는 쿠페의 스타일과 해치백의 실용성을 절충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파워트레인은 감마 1.6ℓ GDi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140마력의 최고출력과 15.3km/ℓ의 공인연비를 제공한다. 안전 및 편의사양으로는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인텔리전트 DMB 내비게이션, 버튼시동 스마트 키,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사이드&커튼 에어백, 타이어공기압 경보장치(TPMS) 등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상위 모델로 갈수록 단계적으로 운영했던 사양을 벨로스터에 기본으로 장착해 ‘유니크’(Unique)와 ‘익스트림’(Extreme) 두 가지 모델만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비게이션과 VDC 등을 기본화한 단순한 모델 운영은 벨로스터 고객에게 진정한 프리미엄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매시 모델 선택의 복잡함과 혼란을 없애기 위해 현대차의 새로운 생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벨로스터의 가격은 미정이지만, 모델 단순화와 첨단사양 기본 장착에 따라 동급 배기량인 준중형차보다 비싸게 책정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옵션만 따져봐도 벨로스터의 가격은 아반떼(1340만원~1990만원)나 포르테(1325만원~1810만원)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2000만원대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M&M 정치연 자동차전문기자 chiyeon@seoul.co.kr
  • 中 ‘외국어 배격’ 국수주의 가속화

    중국 베이징시가 건물의 이름이나 번지 표시, 동호수 표기 등에 알파벳 등 외국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때마침 중국은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대형 공자 동상까지 세우는 등 자국 문화 수호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베이징시 질량기술감독국은 최근 ‘번지 등의 표기 규범’ 초안을 마련,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규범 초안에 따르면 건물의 이름, 번지, 동호수 등을 표기할 때 한자와 함께 순차적으로 아라비아 숫자만을 사용할 수 있으며 숫자를 빼먹거나 외국 문자를 사용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아파트 A동 1A호’ 등으로 표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파트 1동 1-1호’ 또는 ‘○○아파트 1동 101호’ 등으로 표기해야만 한다. 건물 이름이나 동호수 표지판의 규격, 재질, 색깔 등도 엄격한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건물 층수 표기에서 누락시켰던 4층, 14층 등도 앞으로는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베이징시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언론감독기구인 신문출판총서가 각종 언론매체에 국내총생산(GDP),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외국어 약자 사용을 금지시킨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신문출판총서는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중국어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외국어 약자 사용을 금지시켰다. 잇따르고 있는 ‘외국어 배격’ 조치 등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문화 국수주의 논란이 일고 있다. 광저우(廣州)미술원의 리궁밍(李公明) 교수는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인 수단을 사용해 문화적 조류를 억압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고 효과도 없다.”면서 “문화적 개방성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시대 흐름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상하이의 한 문화비평가도 “최근 들어 이데올로기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점점 문화적 보수주의에 경도돼 서구의 문화를 배척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결국 이러한 행위는 중국 문화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혼돈의 이집트] 이집트 개혁 ‘총감독’ 군부… 경제도 좌우 ‘막강파워’

    [혼돈의 이집트] 이집트 개혁 ‘총감독’ 군부… 경제도 좌우 ‘막강파워’

    호스니 무바라크 정부와 야권이 헌법개혁위원회 구성 등에 합의해 소요 사태 2주일 만에 대화 국면을 형성하면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막후의 군부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9월 선거 이후 누가 새 대통령이 되더라도 부유하고 비밀스러운 군부가 이집트 통치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데에서 보듯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의 열쇠는 결국 술레이만과 군부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집트 정치 개혁 논의의 ‘주연’이 술레이만이라면, 군부는 이를 연출하는 ‘총감독’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형국이다. ●현대 이집트 권력의 원천 사실 이집트의 현대정치는 군부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1953년 ‘자유장교단’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린 뒤 초대 대통령이 된 무함마드 나깁부터 가말 압델 나세르, 안와르 사다트는 물론이고 무바라크 현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최고 권력자가 군부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았다. 이집트 군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30년이나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왔다. 상대적인 청렴성과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덕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조차 군대와 별다른 충돌이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신뢰까지 얻고 있다. 이스라엘을 빼고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틀어 최강 전력이자 세계 10위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집트군은 약 47만명에 이르는 현역에 예비군도 48만명이나 된다. 고졸자까지는 3년, 대학생 이상은 1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단 기독교의 한 분파인 콥트교 신자는 병역을 면제한다. 군부는 막강한 경제력도 갖고 있다. 국방예산도 2009년도 기준 58억 5000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1891억 달러의 3%나 된다. 군부는 무기뿐 아니라 도로와 주택건설, 소비재, 리조트 경영 등 사업에도 관여한다. 대통령에게만 보고할 뿐 구체적인 국방예산 내역 등 대다수 군 관련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등 상당한 독립성과 특권을 누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 “최근 군 장교들의 임금이 사기업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면서 군의 인기가 시들해지긴 했지만 이집트군은 전자제품이나 의류, 심지어 식품 생산에도 직접 개입하고 있다.”며 막강한 군부의 부와 영향력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이스라엘과 밀월 관계 유지 이집트군이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배경 중 하나로 이스라엘과 벌였던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에서 겪은 치욕적인 패배가 쿠데타로 이어졌고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승리는 아랍권의 자존심을 세우며 위상을 높였다. 특히 당시 공군을 이끌었던 무바라크가 이 전쟁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면서 이후 대통령에 오르는 배경이 됐다. 이집트군은 1979년 사다트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미국으로부터 해마다 막대한 군사 지원을 받고 있다. 2009년 지원액도 13억 달러에 이른다. 덕분에 미국제 F16은 이집트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됐고, 미국제 M1A1 에이브럼스 탱크는 이집트 육군을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에서 두 번째로 많은 차세대 전차를 보유한 군대로 만들었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거치며 성장한 이집트 군부가 1979년 이후로는 미국·이스라엘과의 밀월 관계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셈이다.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 등 주목할 인사 이집트 정세가 요동치면서 군부를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의 면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술레이만 부통령이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오른팔로 꼽히는 그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정보국장에 재직했다. 그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꼽히는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은 군 안팎에서 전쟁 영웅으로 명성이 높다. 군 원수 출신이며 전형적인 야전 군인이다. 1956년 이스라엘과의 수에즈 전쟁에서부터 1991년 미국의 이라크전 때까지 중동에서 벌어진 전투에 빠짐 없이 참전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일부 군 장교들은 탄타위 국방장관을 ‘무능력한 무바라크의 딸랑이’로 묘사했다. 해외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미 에난 참모총장도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힌다. 그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로 국민의 신임을 받고 있다. 사실상 최대 야당인 무슬림형제단도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10일 취임 2돌 윤증현 재정부장관

    10일 취임 2돌 윤증현 재정부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윤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경제사령탑에 올라 지난 2년간 경기 정상화를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 극복에는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물론 물가상승 압력 등 변수도 적지 않아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장관은 2009년 2월 취임사에서 당시 경제 상황을 “하루하루가 힘겹게 넘어가는 요즘”이라고 표현했다. 2008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5.6% 감소하는 등 당시 실물 경제 위축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한국 경제정책의 성적표는 우수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한국이 거시경제와 금융권의 튼튼한 펀더멘털(기초체력)로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지적이다. IMF는 한국이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과정에 대해 수차례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윤 장관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적절히 배분하며 효율적 정책조율과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을 단행했다.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경제를 존중, 무리한 정책을 쓰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중심을 잡았고 잘해냈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취임 직후 시장의 신뢰회복과 소통을 강조하며 그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수정했다. 그의 말처럼 “솔직함이야말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극복에 동참을 호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취임 직후 아시아 역내국가 간 외환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회 기금 조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지난해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의장으로 환율 및 IMF 지분개혁, 경상수지 문제들에 대한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 그에게 당면한 최대 과제는 물가 문제다. 유가 등 국제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중국발 물가상승(차이나플레이션)도 복병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날렵해졌네”…위장막 제거된 ‘신형 제네시스’

    “날렵해졌네”…위장막 제거된 ‘신형 제네시스’

    위장막이 제거된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의 사진이 최초로 공개돼 화제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사이트 지모터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로에 주차된 제네시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신형 제네시스는 날렵해진 디자인의 전조등과 안개등, 그릴을 적용했으며 후미등과 배기구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 특징이다. 살짝 공개된 측면에는 5-스포크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이 장착됐다. 신형 제네시스는 직분사 방식의 V6 람다Ⅱ GDi와 V8 타우 GDi 엔진을 탑재하며, 기존 6단 변속기 대신 8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신형 그랜저의 기자 시승회에서 제네시스의 8단 변속기 탑재를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형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중 국내에 출시될 전망이다. 서울신문 M&M 정치연 자동차전문기자 chiyeon@seoul.co.kr
  • 귀성길 듣고싶은 노래 1위 아이유 ‘좋은날’

    귀성길 듣고싶은 노래 1위 아이유 ‘좋은날’

    트위터 이용자들이 설 귀성길에 가장 듣고 싶은 노래는 아이유의 ‘좋은 날’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트위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 연휴 귀성·귀경길, 가장 듣고 싶은 곡’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좋은 날’(19%)에 이어 2위는 현빈의 ‘그 남자’(7%), 3위는 이루의 ‘흰 눈’(6.5%)으로 조사됐다. 유미의 ‘별’(6%), 이기찬의 ‘미인’(5%), 김아중의 ‘마리아’(4%), 박상철의 ‘무조건’(2%), HOT의 ‘행복’(1.5%),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1%), GD&TOP의 ‘High High’(1%)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부는 선정된 노래들을 설 국가교통정보 모바일 홈페이지(m.mltm.go.kr/sul)에서 부가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오일머니 脫중동 금·국채로 이동중”

    “이집트와 북아프리카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걸프 지역 오일머니가 중동 지역 증시를 이탈,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이집트 정국 혼란이 세계 경제를 격랑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이집트 사태가 지역 경제를 넘어 국제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집트의 경제규모는 세계 43위(GDP 1880억 달러) 규모지만 세계 무역의 주요 길목인 수에즈 운하를 갖고 있는 탓에 혼란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석유가격이 오를까 우려된다. 미국 에너지부 통계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및 홍해~지중해를 연결하는 이집트의 송유관 통과 석유 운송량은 210만 배럴 규모로 세계 석유생산량의 2%가량이다. 또 세계 증시에 미치는 여파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집트 증시가 임시 휴장한 가운데 30일 두바이를 비롯, 아부다비·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증시가 일제히 떨어졌다. 튀니지를 거쳐 이집트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화 물결이 주요 원유 수출국들이 몰려 있는 중동의 다른 나라들로 확산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금이나 국채, 달러 등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1일 “이집트의 정치적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면서 국가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고 신용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수에즈 운하의 경제학

    수에즈 운하의 경제학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심각해지면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에즈 운하의 물동량이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길이 193㎞, 깊이 24m, 넓이 205m인 수에즈 운하의 정상가동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원유 등 석유제품은 하루에 180만 배럴이다. 이중 100만 배럴은 홍해에서 지중해로 움직이고 나머지 80만 배럴은 지중해에서 홍해로 움직인다.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시작해 지중해까지 송유관이 흐르는데 하루 110만 배럴의 원유가 수송된다. 즉 중동의 원유가 정제기술이 뛰어난 유럽으로 이동하는 경로다. 수에즈 운하와 송유관을 합칠 경우 세계 생산 물량의 2% 정도가 이집트를 통과한다. 또 다른 문제는 교역물량이다. 석유와는 별도로 세계 해상운송의 8%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 가는 데는 10일, 북부 유럽으로 가는 경우는 18일이 더 소요된다. 이집트는 소요사태 이후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집트 국영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수송 물량의 지연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날 현재 수에즈운하관리청은 하루 40~50척의 배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장건 중동연구소 교수는 “이집트 경제발전개발부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수에즈 운하 수수료가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이 차지하는 비중이 3.3%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의 산업군에 해당한다. 장 교수는 “현재 차지하는 비중은 작게 보일 수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에즈 운하 수수료는 연평균 1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와 관련해 미 에너지부가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개방과 개혁을 시도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관광산업의 연평균 성장률 24%에 이어 이집트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수에즈 운하 수수료가 이집트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3%가량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의 재정은 석유와 가스, 관광, 수에즈 운하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집트의 석유생산량은 지난해 전 세계 생산량의 0.75%, 2009년 0.9%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천연가스 생산은 2009년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이란의 소요사태에도 석유시장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며 세계적 수요·공급에서 수에즈 운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에즈 운하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수출과 경기 호전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등을 연결하는 수요·공급의 핵이기 때문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제조업 의존도 30% 넘어섰다

    제조업 의존도 30%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산업의 제조업 의존도가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1987년 전체의 20%를 넘긴 뒤 23년 만에 30%를 돌파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생산한 전체 부가가치가 938조 4000억여원이고, 제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287조여원이라고 30일 밝혔다. 제조업이 전체 부가가치의 30.6%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연간 제조업 부가가치가 132조 8000억여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후 11년 만에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두배 이상 수준을 기록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손꼽히는 전기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이 위기에서 우리나라를 끌고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위기나 2008년 말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 대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면서 국내 산업의 제조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활동별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1998년 -7.3%를 기록했던 제조업 성장률이 1999년 23.0%로 급반전했다. 마찬가지로 2009년 -1.6%이던 제조업 성장률이 지난해 14.6%로 돌아섰다. 역으로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디게 나타났다. 서비스업 부가가치는 지난해 539조여원을 기록했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운수 및 보관업·금융보험업·부동산 및 임대업·정보통신업·사업서비스·공공행정 및 국방·교육서비스업·보건 및 사회복지사업·문화 및 오락서비스업·기타 서비스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모두 합한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1994년 서비스업 부가가치가 264조 5000억여원이었다.”면서 “서비스업이 두배 규모로 성장하는 데 16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 격차는 대외 교역 부문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상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서비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의 5.6배에 달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제조업에 편중된 성장구조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의료·보건·정보통신·금융·보험 등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선을 뚫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이상기온과 구제역 등의 여파로 농·어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2009년보다 4.9% 감소했다. 농·어업 부가가치는 2009년 29조 3000억여원이고, 지난해 27조 9000억여원을 기록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일본 신용강등 파장] 복지확충 ‘빛나는 코리아’… 稅부담 외면땐 ‘빚더미 코리아’

    [일본 신용강등 파장] 복지확충 ‘빛나는 코리아’… 稅부담 외면땐 ‘빚더미 코리아’

    일본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국가신용등급이 한단계 하향조정되면서 우리나라도 같은 길을 걷게 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의 나랏빚 증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무상 복지 논쟁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신용평가기관인 S&P가 27일 일본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과 미국의 적자감축 부진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앞서 일본에 이어 이날 미국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IMF는 14개 주요국 재정 및 공공채무에 관한 보고서에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과 미국이 시장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2011년 이후까지 이행될 신뢰 있는 재정감축 계획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일본은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나랏빚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채와 차입금, 정부의 단기채권을 합한 일본의 전체 국가채무는 올 연말 GDP 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 말인 올해 3월 말에 비해 1년 만에 54조 6036억엔이 증가하는 것이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 4000억엔이지만 세수는 40조 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특별회계 잉여금 등을 모두 긁어모아도 재정부족분을 메우려면 44조 3000억엔의 국채를 새로 찍어야 한다. 이처럼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국가신용등급이 ‘AA’를 유지했던 것은 국채 대부분을 일본의 가계와 기업들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의 일본 국채 보유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1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당 저축액은 2009년 11월 말 현재 1521만엔(약 2억원)으로 직전 조사(2004년) 때보다 35만엔(2.2%) 감소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자) 700만명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내년 이후에는 연금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28일 “현재는 괜찮다.”고 말한다. 지난해 나랏빚은 394조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4.2% 수준이다. 2009년 나랏빚은 359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33.8%였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높은 변동률을 보이다가 2003년 21.6%로 20%대에 올라선 뒤 2006년 31.1%로 처음 30%대를 넘어섰다. 2007년 30.7%, 2008년 30.1%로 다소 줄어드는 듯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GDP 대비 나랏빚 비율은 198%로 추정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29%) 및 아일랜드(104%)보다 높다. 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 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2026년에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고령화 문제는 일본과 비슷하겠지만 규모는 일본보다 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센터장은 “복지 문제를 재원문제와 함께 다루고 조세부담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부담률을 GDP 대비 20.5%로 유지할 경우 2050년에 GDP 대비 나랏빚은 116%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GDP 대비 2009년 9.4%에서 2050년 22.3%로 급증하는 것이 주 원인이다. 지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나랏빚 비율이 양호하지만 재정악화 속도가 빨라 2050년에는 그 격차가 사라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부담률을 높이지 않고 복지 지출 비용이 무상복지 등으로 인해 늘어날 경우 국가 부채가 늘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신중론을 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당시 잘못된 신용등급 평가로 된서리를 맞은 신용평가기관들이 각 나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조세부담률을 크게 높일 가능성은 적다.”며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국가채무 과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그동안 엔화가 워낙 강세였기 때문에 수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엔화 약세 압력이 강해지면서 그동안 수혜를 누렸던 국내 수출산업, IT, 화학, 조선, 자동차 업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하·황비웅기자 lark3@seoul.co.kr
  • ‘반도체·스마트폰’ 삼성전자 150조 시대 열었다

    ‘반도체·스마트폰’ 삼성전자 150조 시대 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불황을 뚫고 ‘연매출 15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 기준으로 매출 154조 6300억원, 영업이익 17조 3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연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 15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이를 축하라도 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주당 101만원의 황제주로 등극했다. 지난 19일과 27일 장중 한때 100만원을 돌파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100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09년보다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58.3%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의 탁월한 경쟁력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의 58.4%를 반도체 부문(10조 1100억원)에서 쓸어 담았다. 주력 수출품목인 D램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락세를 이어가면서 최근에는 생산원가 수준인 0.9달러대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은 발빠른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으로 인한 낸드플래시 반도체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2009년보다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391%나 늘렸다. ‘아이폰 쇼크’ 이후 삼성전자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었던 정보통신 부문 역시 경쟁사들을 앞서는 신제품 출시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캐시카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가 전 세계에서 1000만대 넘게 팔렸고, 지난해 10월 출시한 태블릿PC ‘갤럭시탭’도 150만대 이상 나가며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스타’ 등 보급형 제품들도 꾸준히 판매돼 2009년보다 23% 늘어난 2억 8000만대가 공급됐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 41조 2000억원, 영업이익 4조 3000억원을 거두며 두 자릿수(10.4%) 영업이익률을 이뤄냈다. 액정표시장치(LCD)는 하반기 패널 가격 하락에도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LCD, 입체영상(3D) 패널 등 프리미엄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매출 29조 9200억원, 영업이익 1조 9900억원을 달성했다. 디지털 미디어(TV 등) 부문도 남아공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5년 연속 TV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유지하며 3921만대의 평판TV 판매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1370억 달러. 2009년도 헝가리의 명목 국내총생산(GDP·1294억 달러)보다 많다. 세계를 지배하는 주요 IT 기업들의 2010년 매출은 HP 1260억 달러, IBM 999억 달러, 애플 652억 달러, 인텔 436억 달러 등으로 삼성전자에 못 미친다. 세계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 국한한 실적은 매출 41조 8700억원, 영업이익 3조 100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다소 밑돌았다.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 하락했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LCD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다소 나빠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앞선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 말까지 악화됐던 반도체, LCD 시황은 올 상반기부터는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생명의 窓] 뇌사와 장기이식/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생명의 窓] 뇌사와 장기이식/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며칠 전 일이다. 필자 병원에서 0시 30분에 긴급하게 ‘뇌사 판정 윤리위원회’가 소집되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52세 미국인 여자분이 지방 모 병원에서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주치의가 뇌사 상태를 설명하니 남편은 아내가 미국에서 평소 장기 기증을 강력히 희망했던 사람이라며 한국에서 선뜻 장기 이식을 희망하여 필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약 7시간에 걸친 뇌사 판정 후, 오랜 세월 이식만을 기다려왔던 분들에게 간장·신장 그리고 각막 등이 이식되어 많은 분들이 새 삶을 찾게 되었다. 외국인이 이국 땅에서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 뇌사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가족들이 미국에서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부득이하게 장기 적출 수술을 하게 된 경우다. 한편으로는 문화의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미국인 남편은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의 평소 생각을 가장 우선시하여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이런 경우가 발생하였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1968년 8월 호주 시드니에 모인 세계 각국 의사들이 “뇌사는 죽음이다.”라는 공식 선언과 함께 같은 해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는 뇌사 판정 기준을 발표하였다. 1989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인간 장기 이식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여 지금껏 구미 선진국에서는 뇌사자의 장기 이식을 합법적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쯤부터 뇌사자로부터 장기 이식을 시행하여 왔다. 그때 의사들은 의학적인 근거로 타당성을 주장한 반면 법적인 뒷받침은 없었다. 필자는 검찰청에 불려가 “대학병원 의사들이 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느냐.”며 검사로부터 핀잔을 듣고 “뇌사는 죽음과 마찬가지이니 장기 이식을 반드시 시행하여 새로운 삶을 찾아 주어야 한다.”는 교육 아닌 교육까지 한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는 약간 늦은 감은 있으나 다행스럽게 2000년에 뇌사자의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는 뇌사자와 식물인간 상태를 혼동하여 마치 뇌사자를 잘 관리하면 일부는 소생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한편으로는 죽음도 인간의 권리라는 주장으로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뇌사 상태는 뇌 전체(대뇌와 뇌줄기)가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아 자극에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와 자발적 호흡이 없어진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이용하여 호흡이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모든 의학적 수단을 동원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2주 이내에 심장 정지에 이르는 경우다. 식물인간 상태는 대뇌만 손상을 받고 뇌줄기는 정상으로 유지되어 자발적인 호흡을 하고 있고 일부 침 삼키기, 하품하기, 눈 굴리기 등 반사적인 행동이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뇌사 상태는 심장사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하는 반면, 식물인간은 절대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2007년 기준으로 신장은 7845명, 간장은 3143명, 심장은 192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뇌사자의 장기 기증 건수는 2000년 64명, 2002년 36명, 2006년 141명, 2007년 148명이다. 뇌사자 장기이식 비율은 스페인 84.3%, 미국 71.2%, 프랑스 67.1%, 독일 47.4%, 영국 39.5%, 한국 8.2%이다. 국내 장기제공 희망자는 2000년에는 1000여명에 불과하였으나 2006년 이후 6000~1만 3000명으로 증가한 것은 우리사회의 놀라운 변화로 매우 희망적이다. 우리 한국인은 매우 저력 있는 민족이다. 지난해 수출은 세계 7위, 국내총생산(GDP)은 15위다. 2002년에는 월드컵 4강이란 꿈 같은 이상을 현실로 이뤄낸 민족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민은 기부문화와 더불어 뇌사자의 장기 기증 같은, 우리 사회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도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 뇌사는 곧 죽음을 의미하나 우리 이웃과 다른 가족을 살릴 수 있는 보다 깊은 사랑의 실천이란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
  • [일본 신용강등 파장] 日 국가부채 GDP 2배… 내년 재정적자 44조엔

    신용평가기관인 S&P가 27일 일본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과 미국의 적자감축 부진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앞서 일본에 이어 이날 미국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IMF는 14개 주요국 재정 및 공공채무에 관한 보고서에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과 미국이 시장의 호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2011년 이후까지 이행될 신뢰 있는 재정감축 계획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일본은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나랏빚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채와 차입금, 정부의 단기채권을 합한 일본의 전체 국가채무는 올 연말 GDP 대비 204.2%로 악화되고, 내년에는 210.2%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 말인 올해 3월 말에 비해 1년 만에 54조 6036억엔이 증가하는 것이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92조 4000억엔이지만 세수는 40조 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기업의 특별회계 잉여금 등을 모두 긁어모아도 재정부족분을 메우려면 44조 3000억엔의 국채를 새로 찍어야 한다. 이처럼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국가신용등급이 ‘AA’를 유지했던 것은 국채 대부분을 일본의 가계와 기업들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의 일본 국채 보유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1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당 저축액은 2009년 11월 말 현재 1521만엔(약 2억원)으로 직전 조사(2004년) 때보다 35만엔(2.2%) 감소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출생자) 700만명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내년 이후에는 연금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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