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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엄마 싫다는 상사… 임신 계획 매번 묻는 면접관

    애 엄마 싫다는 상사… 임신 계획 매번 묻는 면접관

    “둘째 낳고 복직해야 하는데 보스(관리자)가 ‘난 애 엄마 싫다. (대체인력인) 미스와 계속 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자리가 날 때까지 6개월 기다렸다가 복직했죠.”(중소기업 여성 노동자)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출산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면에는 산업현장에 여전한 ‘엄마 노동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일상적 차별을 호소한다. 중소기업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임신과 출산·육아휴직 과정에서 직장 내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태는 서울신문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겼다. 연구진은 지난해 9~10월 중소 사업장(상시근로자 100인 이하) 30~44세 노동자 중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800명(여성 480명·남성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6%는 ‘출산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때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회사나 동료들이 최대 3개월인 출산휴가 때문에 생기는 업무공백,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출산 여성을 마뜩잖게 본다는 얘기다. 또 아이 1명당 1년까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활용해본 남녀 노동자는 19.9%뿐이었다. 쓰지 못한 이유로는 ‘육아휴직 제도가 없거나 있어도 신청할 분위기가 아니어서’라는 응답이 37.0%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 고용주나 상사 등은 임신·출산 여성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사 압박을 하거나 채용 면접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차별했다. 연구진의 심층면접에 응한 한 여성 노동자는 “출산휴가 후 복직하려는 친구에게 상사가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 그 금액이 출산휴가 때 받는 급여보다 크다’면서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여성 노동자는 “결혼하고 애 갖기 전에 면접을 10번 넘게 봤는데 갈 때마다 임신 계획을 물어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회에서 별정직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국회 화장실에 ‘의원님이 저 임신했다고 그만두라고 해요’라는 글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대체인력 뽑는 게 눈치 보여 여직원끼리 자발적으로 임신 순서를 정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별을 겪어도 대다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문제 삼아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0.8%), ‘문제 제기 후 안 좋은 소문, 비난, 따돌림 당할까봐’(22.4%),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생활에서 불이익 우려’(21.8%) 등 때문이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육아휴직 후 “잘 놀다 왔느냐. 나는 출산 후 바로 돌아왔는데 세상 좋다”는 식으로 눈치를 주는 상사나 동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출산·육아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직장 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에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내에 정책 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대한민국 영문국호 ‘Republic of Korea‘ 사용 외교문서 英서 확인

    대한민국 영문국호 ‘Republic of Korea‘ 사용 외교문서 英서 확인

    1919년 5월 24일 英수상에 보낸 외교문서…30일 접수대한민국의 영문 명칭인 ‘the Republic of Korea’가 처음으로 사용한 외교문서가 26일 확인됐다. 해당 문서는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영국 정부에 보내 공식 회람절차를 밟은 독립청원 서한으로서, 사료(史料)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클럽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소속 제임스 퍼슨 교수와 함께 영국 국립보존기록관(TNA)에서 이러한 외교문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문서에 따르면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난 지 약 2개월 후인 5월 24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김규식 선생이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독립 청원 서한을 당시 영국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수상에게 전달했다. 영국 정부는 같은 달 30일 이를 접수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파리평화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김규식 선생은 민족 대표로 이 회의에 파견됐다. 그는 이후 임시정부의 입법기관 격인 임시의정원 국무위원과 부주석을 지낸 인물이다. 김규식 선생은 서한의 첫 장 앞부분에 자신의 소속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단’(the Delegation of the Provisional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명기했다. 여기서 쓰인 대한민국의 영문 국호는 외교문서에서 최초로 등장한 것이라고 한미클럽은 밝혔다. 서한에는 대한민국이 엄연한 독립 국가임을 강조한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의 뜻을 파리평화회의에서 환기해달라는 당부가 담겼다.파리평화회의가 새로운 대한민국과 임시정부를 한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정통성 있는 정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또 임시정부는 일본의 지배에 항거한 3.1 운동의 결과로 설립됐으며,국제적 합의나 약속,계약은 임시정부를 통하지 않을 경우 한국민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미클럽이 공개한 문건에는 1919년 5월3일 영국 정부가 대한인국민회(Korean National Association)로부터 전달받아 로이드 수상에게 보고한 3·1 독립선언문 영어본도 포함돼 있으며, 김규식 대표가 1919년 5월13일에 작성해서 로이드 수상 앞으로 전달한 독립청원 서한 그리고 김규식 대표가 영국 정부를 통해 당시 파리 평화회의 의장인 클레망소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6월11일자 서한도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학생 선수 6만 5000명 전수 조사… 카톡으로 성폭력 신고

    여준형·권인숙 등 각계 인사도 참여 대한체육회 등록 6132팀 실태 파악 국가인권위원회의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특조단은 앞으로 1년간 성폭력·폭력 문제로 시끄러웠던 종목과 학원 스포츠를 중심으로 인권 실태를 들여다본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용 상담·신고센터를 열고 피해 사례도 접수한다. 인권위는 25일 특조단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를 계기로 체육계 성폭력·폭력 피해 증언이 잇따르면서 특조단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조단은 인권위 조사관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파견공무원 등 17명 안팎으로 운영된다. 전문성을 높이고자 체육계, 학계, 여성계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포함된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포함됐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6132팀이 조사 대상이다. 특히 빙상과 유도 등 최근 성폭력·폭력 문제가 불거진 종목은 전수 조사에 나선다. 전국 초·중·고교 선수 6만 5000여명도 교육당국과 함께 전수 조사한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선수들을 위해 카카오톡(‘스포츠인권’ 검색)과 텔레그램(‘hrsports’ 검색)에 오픈채팅을 개설하는 등 익명으로 상담·신고할 수 있는 SNS 창구도 마련됐다.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의 조사와 함께 필요할 경우 관련 종목에 대한 직권 조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음주운전 적발 배우 안재욱, 불구속 기소 의견 검찰 송치

    [단독]음주운전 적발 배우 안재욱, 불구속 기소 의견 검찰 송치

    서울 용산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배우 안재욱씨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안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안씨는 지난 9일 밤 지방 일정을 마치고 숙소 옆 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지고 다음날 서울로 향하던 중 동전주 톨게이트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에서 0.004%p 모자란 0.096%였다. 이후 안씨의 거주지를 고려해 용산서가 해당 사건을 넘겨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용산서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해당 혐의를 인정했다”면서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을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씨는 입장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 없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고 절대 해서는 안 될 물의를 일으켜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전했다. 이후 안씨는 출연 예정이던 작품들에서 하차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인권위, 스포츠 ‘미투’ 전수조사 나선다

    인권위, 스포츠 ‘미투’ 전수조사 나선다

    인권위,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 공식 출범 1년간 스포츠계 성폭력·폭력 전수조사 SNS 통한 익명 상담·신고 창구 마련국가인권위원회의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특조단은 앞으로 1년간 빙상, 유도 등 주요 종목을 타겟으로 전수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또 SNS를 활용해 전용 상담·신고 센터를 열고 구체적인 피해사례도 접수 받는다. 인권위는 25일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특조단은 심석희 쇼트트랙 선수의 ‘미투’를 시작으로 체육계 성폭력·폭력 피해 증언이 잇따르면서 출범했다. 특조단은 단장을 포함해 인권위 조사관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파견공무원 등 17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조단은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총 6132팀을 대상으로 스포츠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나선다. 빙상과 유도 등 최근 성폭력·폭력 문제가 불거진 종목은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전국 초·중·고 선수 6만 5000여명도 전수 조사한다. 인권위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전국 시·도 교육청과 함께 직접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채팅에 익숙한 젊은 선수들을 위해 SNS를 통해 익명으로 상담과 신고를 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됐다. 피해가 접수되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의 조사와 함께 필요하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직권조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또 특조단은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체육계, 학계, 여성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함된 스포츠인권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자문위원회에는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포함됐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스포츠는 국가의 사회적 위상을 드높인다는 이름으로 큰 폭력이 수용됐다”면서 “이번이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기한에 관계없이 철저히 (특조단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낙태는 범죄가 아닌 보건서비스” 가톨릭의 나라가 전한 여성인권

    “낙태는 범죄가 아닌 보건서비스” 가톨릭의 나라가 전한 여성인권

    사회적 논란 부담 갖던 아일랜드 정치권 남성·종교인 등 다양한 사회집단 나서 ‘낙태죄 폐지’ 국민투표 66% 찬성 견인 낙태죄의 유무는 여성인권 수준 지표“과거 아일랜드에 낙태금지법이 있었던 건 여성에 대한 탄압과 통제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죠. 낙태는 범죄가 아닌 보건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레이스 월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낙태죄 비범죄화 캠페인·조사 담당관은 지난 21일 대면, 23일 서면으로 이뤄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사회에서 낙태죄의 유무는 사회 내 여성의 인권 수준과 직결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포럼 등에서 한국 내 낙태죄 폐지 논의 상황을 살펴보고, 아일랜드에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에서 66.4%의 찬성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개정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임신 12주까지는 여성의 요청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낙태 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월렌츠 담당관은 “아일랜드 내 변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낙태죄가 첨예한 문제인 만큼 아일랜드도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 법조계, 노동계 등 다양한 사회 집단이 힘을 모아 장기적으로 벌인 낙태 합법화 캠페인이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까지는 전통적인 관념 속에서 부정되고 방해받아 왔던 합의가 결국 압도적인 득표 결과로 확인됐다”면서 “정치인들이 (시민들이 낙태죄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그들의 입장을 바꾸는지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내 80%가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동의와 남성의 참여도 변화에 큰 몫을 했다. 2015년 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에서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낙태에 대한 입장 간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종교인의 82%는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답했다. 56%는 낙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는 남성도 과반 이상이 찬성 의견을 냈다. 월렌츠 담당관은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결과는 낙태에 대한 접근권 확대 이상의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과거 아일랜드도 국가와 종교기관에서 낙태죄 처벌과 함께 ‘사회적인 낙인찍기’가 횡행하던 사회였다. 그러나 그는 “많은 국민이 낙태 금지 조항 폐지를 찬성하며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 것”이라면서 “그 사회는 존엄과 존중, 연민, 평등에 기반해 대우받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 비범죄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낙태 서비스에 접근할 여성의 권리는 유엔 인권전문기구들에 의해 명확하게 서술되고 있다”면서 “다만 국가는 양질의 성교육과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낙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원치 않는 임신을 줄여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홍콩-마카오-중국 광둥성‘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홍콩-마카오-중국 광둥성‘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중국

    중국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홍콩(香港)과 마카오(澳門), 중국 광둥(廣東)성의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 기술력을 갖춘 도시군(群)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웨강아오(粤港澳) 다완취’(大灣區, Greater Bay Area)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중국 국무원이 지난 18일 모두 11장(챕터)에 걸쳐 2만 5000자가 넘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청사진을 담은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를 각 정부부문에 통지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국무원은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 구상의 기본 틀을 세우고 2035년에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경제체제 구축을 끝낼 방침이다. 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다완취’는 대규모 베이(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 개발이 끝나면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와 맞먹는 규모다. 아시아 최대 단일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개발하는 이 사업은 광둥성 광저우(廣州)를 비롯해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통합하는 광역 경제권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첨단기술 개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다완취를 첨단 도시 클러스터로 탈바꿈시켜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에 있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다. 때문에 이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축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셈이다. 웨강아오 다완취는 각 도시들이 지닌 특색을 강화하고 이들 지역 간에 협력·발전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에 따르면 국무원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와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주장(珠江)삼각주 일대 9개 도시의 투자와 사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 내용은 ▲글로벌 기술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산업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 첨단 장비 제조와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점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무원은 우선 웨이강아오 다완취의 핵심 도시인 광저우, 선전, 홍콩과 마카오에 각각의 역할을 부여했다. 광저우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내륙 행정중심 도시로, 선전은 경제특구 및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각각 조성된다.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점 도시로, 마카오는 국제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다완취 국제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광저우 난사(南沙)신구를 자유무역시험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마카오의 금융사 및 연구·개발(R&D) 기업들은 본토인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등에 진출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도 이 지역에 취업할 경우 교육과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런 까닭에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 조성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공존)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쑹딩(宋丁) 중국도시경제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현재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 내 분산된 사회 및 법률, 관습 제도 등이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해왔다”며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지역의 통합을 돕고 5G 기술을 선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미래의 첨단 통신·정보기술 산업 중심지로 육성·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는 2017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추진됐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항만 경제권과 겨룰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게 중국 정부의 평가다. 2017년 말 기준 총면적은 5만 6000㎢, 인구는 7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약 1685조원)에 이른다. 경제 규모로만 따져도 우리나라(1조 5308억 달러)와 엇비슷하다. 여기에다 세계 3위와 5위, 7위 항구인 선전항과 홍콩항, 광저우항이 자리잡고 있고 국제공항 인프라 등 물류 여건도 최상이다. 항공 여객수도 연간 1억 1000만 명에 이른다. 첨단 제조업 분야 입지 경쟁력에서 한국과 대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웨강아오 다완취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세계 수출국 순위서 일본을 끌어내리고 유로권과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은 내놨다. 중국 정부는 이미 웨강아오 다완취를 연결하는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시진핑 주석은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0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해상 다리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를 개통했다. 해상 구간 22.9㎞와 해저 터널 구간 6.7㎞ 가 포함돼 있는 이 다리의 개통으로 자동차로 4시간, 배로 1시간이 걸리던 주하이와 홍콩 간의 거리가 30분대로 단축됐다. 이에 앞서 9월에는 광저우와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이 개통됐다. 이 덕분에 바다 위 다리와 고속철도 완공으로 이 지역 도시는 이미 1일 생활권에 진입했다.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의 9개 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이 건설 중이고, 선전 등 광둥성 도시에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보험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구상이 홍콩과 마카오에 정착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공존) 제도가 사문화할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시민들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 개통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터미널 관리 등을 이유로 본토 관계자가 홍콩에 근무하며 정권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홍콩 헌법에서는 중국 본토 정부 관계자가 홍콩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고속철이 개통됐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은 “홍콩 시민들이 이번 구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홍콩 시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 역시 “홍콩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구상”이라면서 “결국 홍콩이 본토 도시들에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에 비해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둥성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글로벌 명문대가 없어 지속적인 인재 수혈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걸림돌이다. 선전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 테크 및 게임업체 텅쉰(騰訊·Tecent),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比亞迪·BYD) 등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이 몰려 있지만 이들 기업들이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탓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낙태는 범죄가 아닌 의료서비스” 국제엠네스티 아일랜드 조사관

    “낙태는 범죄가 아닌 의료서비스” 국제엠네스티 아일랜드 조사관

    그레이스 월렌츠 국제엠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 인터뷰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지난해 5월 낙태 금지법 개정하기로“존엄, 존중, 연민, 평등에 기반해 대우 받을 수 있는 사회 희망”“과거 아일랜드에 ‘낙태금지’라는 법이 있었던 건 여성에 대한 탄압과 통제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죠. 낙태는 범죄가 아닌 보건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레이스 월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낙태죄 비범죄화 캠페인·조사 담당관은 지난 21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사회에서의 낙태죄의 유무는 사회 내 여성의 인권 수준과 직결한다는 의미다. 월렌츠 담당관은 한국 내 낙태죄 논의를 살펴보고, 아일랜드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지난 21~22일 한국을 찾았다. 월렌츠 담당관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면담해 국제적으로 낙태죄를 바라보는 비범죄적 시선에 대해 논했다. 또 국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포럼과 집회 등에도 참여했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개정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올해 1월부터 임신 12주까지는 여성의 요청이 있으면 합법적으로 낙태 의료 시술을 할 수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21일과 23일 현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월렌츠 담당관에게 아일랜드에서 낙태죄를 폐지한 배경과 시사점 등을 물었다. 그는 “낙태죄와 무관하지 않은 세계 각국이 아일랜드의 변화를 목격한 것이 의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일랜드 내 변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낙태죄가 첨예한 문제인 만큼 아일랜드도 정치권의 의지가 강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 법조계, 노동계 등 다양한 사회집단이 힘을 모아 장기적으로 벌인 낙태 합법화 캠페인이 원동력이 됐다. 그는 “이전까지는 전통적인 관념 속에서 부정되고 방해받아 왔던 합의가 결국 압도적인 득표 결과로 확인됐다”면서 “아일랜드 정치인들이 (시민들이 낙태죄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그들의 입장을 바꾸는지도 봤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변화에는 아일랜드 내 80%가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동의와 남성의 참여도 큰 몫을 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시민 조사 결과 종교가 낙태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2015년 아일랜드지부에서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낙태에 대한 입장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종교인의 82%는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56%는 “낙태를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도 응답했다. 지난해 국민의 66.4%가 찬성한 낙태죄 폐지 투표에서는 남성도 과반 이상이 찬성 의견을 냈다. 그는 방한 일정 중 포럼에서 “아일랜드에서 낙태죄에 대한 국민투표는 낙태에 대한 접근권 확대 이상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과거 아일랜드도 국가와 종교기관에서 여성에 대해선 처벌을 동반한 ‘낙인찍기’가 있던 사회였다. 그러나 그는 “많은 국민이 낙태 금지 조항 폐지를 찬성하며 어두운 역사를 단절하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분명하게 목소리를 낸 것”이라면서 “그런 사회는 존엄과 존중, 연민, 평등에 기반해 대우 받는 사회”라고 말했다. 낙태 비범죄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낙태 서비스에 접근할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는 유엔 인권전문기구들에 의해 명확하게 서술되고 있다”면서 “반면 태아의 권리에 대해서는 국제 인권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는 낙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원치 않는 임신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양질의 성교육과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와우! 과학] 수면 부족하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찾았다

    [와우! 과학] 수면 부족하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찾았다

    잠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졸음과 피곤으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수면 부족이 장시간 지속되면 인체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감염성 질환의 위험도 역시 같이 높인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수면 부족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정확한 기전은 알지 못했다. 최근 독일 튀빙겐 대학의 연구팀은 그 이유를 설명해 줄 기전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 세포에 주목했다. T 세포가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를 파악하고 달라붙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질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그중 하나인 인테그린(integrin)을 억제하는 수용체와 수면 중 나오는 호르몬의 관계를 파악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인체의 주요 호르몬 수치는 큰 변화를 보인다. 예를 들어 아드레날린같이 각성과 관련된 호르몬은 수면 중에는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이 인테그린 관련 수용체를 자극해 그 작용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면 시간이 크게 부족한 경우 바이러스 관련 면역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한 사람과 밤에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의 T 세포를 수집해 인테그린의 기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의 T 세포는 인테그린의 기능이 떨어져 있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제대로 붙지 못했다. 물론 면역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가 생존해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커진 것이다. 아마도 인테그린을 비롯한 여러 면역 물질이 수면 부족 시 증가하는 호르몬에 의해 영향을 받아 면역력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대인은 다양한 이유로 수면이 부족하다. 게임이나 웹서핑, 유튜브가 원인일 수도 있고 학업이나 업무가 너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간에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여러 가지 질병을 부르는 위험한 습관이다. 물론 업무와 학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운전 중 사고 위험도를 높이는 등 건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력은 물론 몸과 마음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와우! 과학] 세계 최초 유전자 요법 통한 ‘실명질환’ 치료 성공

    [와우! 과학] 세계 최초 유전자 요법 통한 ‘실명질환’ 치료 성공

    세계 최초 유전자 요법을 통한 노인성 안구질환의 성공 사례가 등장했다고 영국 BBC가 18일 보도했다. 성공 사례의 주인공은 옥스퍼드에 사는 여성 자넷 오스본(80)으로, 이 여성은 노인층의 시력상실을 일으키는 안구질환인 노인성황반변성(AMD,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환자였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황반이 노화나 유전적인 요인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고, 심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질환으로, 영국에서만 60만 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옥스퍼드대학 안과학 교수인 로버트 맥라렌은 AMD를 앓고 있는 오스본을 포함한 총 10명의 환자를 상대로 유전자 치료를 시도했다. 유전자 치료는 황반 부위의 망막을 들춘 뒤, 이 안에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해당 바이러스에는 잘못된 DNA 서열을 바로잡아주는 유전자가 들어있으며, 이 바이러스가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망막세포상피의 유전자 결함을 바로잡아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교정된 유전자는 발병 이전처럼 올바른 단백질을 분비, 망막세포와 황반이 더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는 황반변성으로 인해 손상된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아니지만, 진행을 멈추게 해 남아있는 시력을 유지하고 실명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법은 영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자이로스코프 세러퓨틱스가 개발한 것이며, 오스본은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의 임상시험을 통해 황반변성 진행이 멈춘 효과를 본 첫 번째 사례자가 됐다. 해당 치료법을 개발한 자이로스코프 세러퓨틱스는 단 한 번의 시술로도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오스본 외에 또 다른 임상시험 참여자 9명은 현재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노인성황반변성은 노인 실명 원인 1위에 꼽히며, 완치 방법이 없다. 항체 주사나 레이저 수술로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법만 존재하며,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진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국제 기구도 종교계도 ‘낙태죄 위헌’을 외치다

    앰네스티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시민사회 노력으로 낙태 처벌 폐지” 자캐오 신부 “여성은 통제 대상 아니다” 낙태죄 찬성 종교계서도 반대 목소리 “불법 낙태 수술과 낙태에 대한 ‘낙인찍기’는 여성에게 큰 피해를 준다.”(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조사담당관) 시민사회와 국제앰네스티가 낙태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오는 4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찬반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제사회도 폐지 찬성 의견을 내면서 ‘낙태죄 위헌’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21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포럼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법적·종교적·여성적 관점에서 낙태의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낙태죄 조사담당관도 함께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임에도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낙태죄 조항을 폐지했다. 이들은 낙태죄 때문에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윌렌츠 담당관은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면 여성들이 수술 이후 합병증을 겪어도 처벌을 두려워해 치료받지 못한다”면서 “낙태죄 폐지에서 나아가 누구나 낙태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도 낙태죄는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도 존중받아야겠지만 법리적 측면에서 헌법상 태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의 주체라 할 수 없다”며 “낙태죄로 침해되는 여성의 기본권이 생명권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태아의 생명권만을 공익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모자보건법에서는 이미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장애나 질환 등을 가진 태아는 낙태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낙태죄를 찬성해왔던 종교계에서도 처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신부는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면서 “그런데도 일부 종교계는 여성의 임신 중단권이 비윤리적이고 비종교적이라고 꾸짖고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는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닌 사회와 동행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낙태죄 탓에 합병증 치료도 못받아” 헌재 결정 앞두고 불붙은 논쟁

    “낙태죄 탓에 합병증 치료도 못받아” 헌재 결정 앞두고 불붙은 논쟁

    시민단체, ‘낙태죄 위헌 논하다’ 포럼 개최국제앰네스티 담당관도 “낙태 폐지” 주장“태아 생명권만 공익으로 보는 건 차별”“불법 낙태 수술과 낙태에 대한 ‘낙인찍기’는 여성에게 큰 피해를 준다”(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조사담당관) 시민사회와 국제앰네스티가 낙태 비범죄화를 촉구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오는 4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찬반 논쟁에 불붙고 있다. 국제사회도 폐지 찬성 의견을 내면서 ‘낙태죄 위헌’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21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포럼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법적·종교적·여성계적 관점에서 낙태의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낙태죄 조사담당관도 함께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국가임에도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낙태죄 조항을 폐지했다. 이들은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돼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 현실을 꼬집었다. 윌렌츠 담당관은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면 여성들이 수술 이후 합병증을 겪어도 처벌을 두려워해 치료 받지 못한다”면서 “낙태죄 폐지에서 나아가 누구나 낙태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도 낙태죄는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도 존중받아야 겠지만 법리적 측면에서 헌법상 태아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의 주체라 할 수 없다”며 “낙태죄로 침해되는 여성의 기본권이 생명권을 포함하고 있는만큼 태아의 생명권만을 공익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침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모자보건법에서는 이미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장애나 질환 등을 가진 태아는 낙태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낙태죄를 찬성해왔던 종교계에서도 처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신부는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면서 “그런데도 일부 종교계는 여성의 임신 중단권이 비윤리적이고 비종교적이라고 꾸짖고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는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닌 사회와 동행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팩트 체크] ‘https 차단’ 정책 5대 검증

    [팩트 체크] ‘https 차단’ 정책 5대 검증

    불법 사이트 차단은 알권리·볼권리 침해 아닌가 ‘판단 유보’SNI 차단기술로 사용자 접속 기록 엿볼 수 있다 ‘대체로 사실 아님’정부가 최근 도입한 해외 불법 음란물·도박 사이트 차단 방식(SNI)을 두고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암호화가 강화된 보안접속(HTTPS) 방식으로 해외 음란사이트 등에 접속하려고 해도 막아 낼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하지만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정부가 음란물 차단 등을 빌미로 ‘빅브러더’(정보 감시자)가 돼 인터넷을 검열·사찰하거나 감청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청원글은 25만명 넘는 동의를 얻어 정부 고위 관계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SNI 차단 방식을 두고 사실과 가짜뉴스가 뒤섞여 혼란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SNI 차단을 둘러싼 설(設)들을 ▲전혀 사실 아님 ▲대체로 사실 아님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 ▲사실 ▲판단 유보로 나눠 검증했다. ①합법 성인 동영상도 못 보나:대체로 사실 아님. 차단 사이트를 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법 위반이 명확한 음란·도박·불법식의약품 정보 사이트 등을 차단할 뿐 합법 성인물 유통 사이트까지 막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앞서 방심위는 895개의 불법 사이트를 SNI 방식으로 차단했는데 불법 촬영 동영상 또는 저작권 위반 콘텐츠 등을 게시했거나 불법 도박을 알선한 사이트였다. 방심위 관계자는 “민원이나 관계기관 요청,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 사이트 증거를 채증해 법률 검토를 거친 뒤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통신소위에 안건으로 상정하면 과반의 동의를 얻어 차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SNI 방식 도입 뒤 합법 성인물 사이트도 차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심위는 차단 사이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②알권리·볼권리를 침해하는 정책 아닌가:판단 유보. 방심위는 “불법 사이트 차단을 알권리나 볼권리 침해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다만 인터넷 시민운동 단체인 ‘오픈넷’은 불법정보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면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한다. 이 단체 관계자는 “과거 유료 만화 사이트인 ‘레진코믹스’가 성기노출, 성행위 만화를 올렸다는 이유로 접속 차단됐다가 하루 만에 번복된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③인터넷 검열·사찰 수단 되는 것 아닌가:대체로 사실 아님.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차단기술 도입으로 사용자 접속 기록을 엿볼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SNI 방식 차단 과정에서 활용하는 접속 정보 등은 (SK텔레콤·KT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들이 기존에도 다 볼 수 있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방심위 측은 “정부는 ISP 업체에 ‘블랙리스트’(불법 사이트 목록)만 줄 뿐 개인들의 접속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오픈넷 등은 “보안이 강화된 HTTPS 방식을 막는 자체가 사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④패킷 감청(인터넷 회선을 통해 오가는 정보를 중간에서 실시간으로 가로채는 행위) 아닌가:판단 유보. 전문가별로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김 교수는 “SNI 방식은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패킷 감청과는 기술적으로 다르다”면서 “패킷 감청은 정보 내용을 뜯어 보는 기술이자 암호화를 풀어 내는 훨씬 진보된 기술이라 단순 차단 기술인 SNI를 감청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픈넷은 “패킷 감청의 의미를 ‘이용자의 정보를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행위’로 넓게 본다면 감청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⑤새 차단방식도 우회 접속할 수 있지 않나:사실. 이미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해 차단 사이트에 우회 접속하는 방식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공유되고 있다. 방심위도 한계가 있는 정책임을 인정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완벽한 차단은 어렵지만 실제 리벤지 포르노(당사자 동의나 인지 없이 배포되는 성적 동영상) 등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조치”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재난 대처법 몰라” 70%… 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요양원·복지시설 등 안전불감증 심각 이용자 절반 이상 안전교육도 받지 못 해 대구 사우나 화재 등 노인층 피해 집중 소방관 85% “약자 맞춤 재난 정책 필요” 지난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사우나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에 이어 몇 달 만에 또 발생한 재난이다. 대형 화재 사망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포함해 임산부,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중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보호 개선방안’ 보고서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하는 사회 약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이는 35.1%(39명)에 그쳤다. “재난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30.6%(34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재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한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2%(48명)였다. 사회적 약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황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환자 대부분이 중증환자이거나 고령자였다. 치료 중인 환자가 병원에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에 노출돼 정신을 잃었고, 일부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 건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북 경주의 한 장애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흥분하면 차로로 뛰어나가는 등 돌발행동을 할 위험이 큰데, 구조 주체인 병원이나 소방서는 이런 특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팔을 잡아끄는 등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재난 유형별로 약자를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85.4%(146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 39.9%는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장애인은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를 소방 차량에 실을 수 없다는 점, 노인이나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조가 늦어지는 이유도 다르다”면서 “평소 이용 시설에서 약자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구비하고, 정부에서도 별도의 대피 방안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재난 대처법 몰라” 70%…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재난 대처법 몰라” 70%…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재난 피해 타깃된 사회적 약자들 요양원·복지시설 등 안전불감증 심각이용자 절반 이상 안전교육도 받지 못해대구 사우나 화재 등 노인층 피해 집중소방관 85% “약자 맞춤 재난 정책 필요”지난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사우나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에 이어 몇 달 만에 또 발생한 재난이다. 대형 화재 사망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포함해 임산부,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중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보호 개선방안’ 보고서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하는 사회 약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이는 35.1%(39명)에 그쳤다. “재난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30.6%(34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재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한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2%(48명)였다. 사회적 약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황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환자 대부분이 중증환자이거나 고령자였다. 치료 중인 환자가 병원에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에 노출돼 정신을 잃었고, 일부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 건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다.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북 경주의 한 장애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흥분하면 차로로 뛰어나가는 등 돌발행동을 할 위험이 큰데, 구조 주체인 병원이나 소방서는 이런 특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팔을 잡아끄는 등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재난 유형별로 약자를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85.4%(146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 39.9%는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장애인은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를 소방 차량에 실을 수 없다는 점, 노인이나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조가 늦어지는 이유도 다르다”면서 “평소 이용 시설에서 약자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구비하고, 정부에서도 별도의 대피 방안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일하다 죽는 일 멈춰달라” 한 곳에 모인 청년 노동자 유족들

    “일하다 죽는 일 멈춰달라” 한 곳에 모인 청년 노동자 유족들

    김용균·황유미씨 등 유족 4명“삼성, 500만원 주며 ‘끝내자’고 해”“고위 임원 처벌이 산재 끝내는 효과적인 방법”“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위험하고 힘든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노동자들의 유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족들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들이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 마당’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삼성 반도체 공장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 특성화고 3학년 때 제주 음료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끼어 사망한 이민호군, 과로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의 유족들이 모였다. 유족들은 위험한 작업환경, 높은 노동강도, 일터 괴롭힘 등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나눴다. 유족들은 일하다 사망했는데도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는 기업 태도를 비판했다.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이 치료비에 들어간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사표를 받았갔다”면서 “이후 유미의 백혈병이 재발하니 병원을 찾아와 500만원을 주면서 ‘이거 밖에 없으니 이걸로 끝내자’더라. 그 때만 생각하면 분하다”고 말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을 잃은 뒤에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기업의 태도를 떠올리며 눈물 흘렸다.어머니 김씨는 “아이가 죽은 순간은 너무 처참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면서 “발전소 관리직 직원은 ‘용균이가 가지 말라는 곳을 갔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죽었다. 보험 들어놓은 게 있으니 그걸 받으라’고 말하기만 했다”며 흐느꼈다.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역시 “민호가 사고당한 공장 사장에 대한 공판 1심 선고가 지난달 있었는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면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처벌은 솜방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롯이 모든 아픔과 잘못은 부모의 책임이었다”며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려면 노동자 사망사고가 난 기업은 기사회생하지 못할 정도로 벌금을 부과하거나 형사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상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매년 2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업무 중 또는 업무 연관 활동을 하다가 죽지만 사회적 움직임도 없을뿐더러 실효적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산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산재 사망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연구에서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해당 기업의 고위 임원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대구오페라하우스 렉처오페라 무대에 올린다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배선주)가 꼼꼼한 해설이 함께하는 ‘렉처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렉처오페라는 오페라가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타파하고 오페라 향유계층을 확대하기 위하여 특별히 기획한 것이다. 올해 준비한 렉처오페라는 모두 6작품이다. 상반기에는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오페라 부파’ 작품 세 편을, 하반기에는 무거운 주제와 비극적인 줄거리를 가진 ‘오페라 세리아’ 작품 세 편을 선보이게 된다. 6월까지 공연되는 작품들은 계명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유철우 교수가, 7월부터 연말까지의 공연들은 지역 출신의 젊은 연출가 표현진이 연출을 맡는다. 상반기 공연으로는 블랙코미디 오페라 ‘버섯피자(2.22-23)’,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원작으로 한 창작오페라 ‘봄봄(4.19-20)’, 한국 초연으로 공연되는 세이무어 바랍의 ‘게임 오브 찬스 A Game of Chance(6.14-15)’가 준비되어 있으며 세 작품 모두 한국어로 각색해 관객의 이해를 도운다. 렉처오페라는 대구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에서 공연된다. 카메라타는 90석 규모의 소공연장으로 렉처오페라뿐만 아니라 ‘문화가 있는 수요일’, 소오페라 공연, 청소년을 위한 ‘창의체험스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 대구시민의 문화복지와 클래식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렉처오페라 ‘버섯피자’는 전석 2만원이며, 그린카드, 문화누리카드 등 소지자에게 20%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대구시민주간(2.21~28)을 맞아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20% 특별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매 및 문의 :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관 053-666-6170, www.daeguoperahouse.org.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美 국기 맹세 거부한 11세 소년 체포...또 애국주의 논란

    美 국기 맹세 거부한 11세 소년 체포...또 애국주의 논란

    미국의 한 중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고 교사와 논쟁을 벌이던 쿠바 출신 11세 학생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들어서 애국주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논란이 재개된 상황이라 미 전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로턴차일스 미들 아카데미 6학년에 재학 중인 한 쿠바 학생은 지난 4일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 시간에 기립을 거부했다. 학급 보조교사가 나무라자 이 학생은 미국 국기가 인종차별적이라며 대들었다. 화가 난 교사는 “그게 그렇게 나쁘다면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말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학생도 “난 여기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되받았다. 교사는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교무실에 연락했다. 학교 행정관과 교직원이 교실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으나 학생은 거부했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생이 자신을 위협했다고 주장했으나 학생은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학생은 교내 지원 경찰관에 의해 연행됐다. 미 대법원은 1943년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학교가 학생들에게 국기에 경례하거나 서약을 낭독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학교 대변인은 논란이 격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학교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암송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보조교사가 그런 정책을 몰랐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학교측은 이 교사를 당분간 학급에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최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게 일었다. 국기가 국수주의 정책과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미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은 2016년 8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민의례 시간에 기립 대신 무릎을 꿇는 시위를 벌였다. 다수의 선수들이 캐퍼닉의 시위에 동참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 등도 앞장서서 캐퍼닉을 비난했다. 시위 이후 모든 프로풋볼팀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캐퍼닉은 NFL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확대’ 진통… “마감 기한 하루 더 연장”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확대’ 진통… “마감 기한 하루 더 연장”

    한노총 “과로사 방지 등 보호장치 필요” 경영계 “1년 연장… 도입 요건 완화해야” 경사노위 불참 민노총 “확대시 총파업” 극적 사회적 합의 못하면 공은 국회로노동·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밤샘 논의 끝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정은 18일까지 예정된 논의 마감 기한을 하루 더 연장했지만,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밤샘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3시 5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0분까지 9시간 30분동안 이어진 논의에서도 노사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은 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막바지 조율을 위해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더 연장해 합의가능성을 타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민주노총의 항의서한 전달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늦게 시작됐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 공익위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첫 회의를 연 뒤 모두 8차례 만나 협의해 왔지만 뾰족한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회의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회의 전 취재진을 만나 “보호장치 없는 탄력근로 확대는 살인”이라면서 “과로사 방지와 임금보전, 건강권 확보 등 보호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란 일감이 많을 때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으면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시간 내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주52시간(주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현재는 노사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노사정 대표들은 경사노위 테이블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조정 여부를 논의했다. 경영계는 지난해 도입된 ‘주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는 업종이 있으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을 바쁠 때 집중적으로 근무시키는 대신 일이 적을 땐 근무 시간을 줄여 52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재계는 “노사 간 서면합의로 돼 있는 도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단위 기간을 늘려도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현 제도상으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자가 무한 과로에 노출될 수 있고 초과근로수당이 줄어드는 등 임금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장시간 노동 후 11시간 휴식 보장, 연장수당 보전 등이 전제된 조건부 6개월 확대안도 논의됐지만 노사는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건강권과 임금보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업종별 (단위 기간 연장)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 단위 시간 확대 추진을 철회하고 일간, 주간, 월간, 연간 노동시간 규제 정책을 수립하라”면서 “끝내 제도 개악 야합과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면 총파업 총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최종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19일까지 논의한 과정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밤샘 논의 끝 결론 내리지 못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밤샘 논의 끝 결론 내리지 못해

    경사노위, 기한 하루 더 연장해 19일까지 논의 노·사, 건강권 확보와 임금 보전 등 쟁점서 여전히 이견 극적 합의 이뤄지지 않으면 공은 국회로노동·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밤샘 논의 끝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정은 18일까지 예정된 논의 마감 기한을 하루 더 연장했지만,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밤샘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3시 5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0분까지 9시간 30분동안 이어진 논의에서도 노사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은 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막바지 조율을 위해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예정된 날짜보다 하루 더 연장해 합의가능성을 타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민주노총의 항의서한 전달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늦게 시작됐다. 노동계와 재계, 정부, 공익위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첫 회의를 연 뒤 모두 8차례 만나 협의해 왔지만 뾰족한 절충안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회의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회의 전 취재진을 만나 “보호장치 없는 탄력근로 확대는 살인”이라면서 “과로사 방지와 임금보전, 건강권 확보 등 보호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란 일감이 많을 때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으면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시간 내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주52시간(주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현재는 노사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노사정 대표들은 경사노위 테이블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조정 여부를 논의했다. 경영계는 지난해 도입된 ‘주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는 업종이 있으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을 바쁠 때 집중적으로 근무시키는 대신 일이 적을 땐 근무 시간을 줄여 52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재계는 “노사 간 서면합의로 돼 있는 도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단위 기간을 늘려도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현 제도상으로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자가 무한 과로에 노출될 수 있고 초과근로수당이 줄어드는 등 임금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장시간 노동 후 11시간 휴식 보장, 연장수당 보전 등이 전제된 조건부 6개월 확대안도 논의됐지만 노사는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건강권과 임금보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업종별 (단위 기간 연장)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 단위 시간 확대 추진을 철회하고 일간, 주간, 월간, 연간 노동시간 규제 정책을 수립하라”면서 “끝내 제도 개악 야합과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겠다면 총파업 총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최종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19일까지 논의한 과정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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