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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 조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우리집 조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면서 아파트마다 이사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사는 거주자 취향에 맞춰 실내 분위기를 바꾸기에 좋은 기회. 특히 실내 조명이 분위기메이커다. 꼭 이사가 아니더라도 조명 몇 개 바꿈으로써 한결 분위기가 업그레이드된 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경기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33평 아파트로 이사한 결혼 12년차 주부 임수영(38·가명)씨 집을 찾아가 보았다. ■ 근사하게 때론 우아하게 “지은 지 15년된 아파트라서 실내구조가 좁고 답답했어요. 그래서 거실과 주방이 탁 트이고 시원한 느낌이 나도록 했습니다.”인테리어의 기본 컨셉트는 화이트 &블랙이다. 어두운 흑색 계통의 무늬목 마루에 흰색 계통의 벽지, 하이그로시 붙박이장이 깔끔하다. 이처럼 모던한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는 것이 주방 식탁 위에 달린 등이다. 작은 백열전구 6개를 1자로 배열해 아크릴을 씌웠다. 은은한 백열등 빛과 색다른 느낌의 파란 레드(Led) 등 빛을 바꾸어 낼 수 있다. 평소 식사할 때는 백열등을 켜고, 조용히 차를 마시며 대화할 때는 파란 빛이 나오도록 해 분위기를 살린단다. 아크릴로 만든 식탁의자도 빛을 반사해 젊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거실 발코니를 확장한 창쪽엔 다리 곡선미가 돋보이는 짙은 밤색 테이블을 놓았다. 주로 노트북을 놓고 남편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 테이블 위엔 나무 몸체와 한지로 만들어진 평범한 등을 놓았다. 젊은 감각의 등으로 바꾸고 싶었는데 쓰던 것을 버리기 아까워 그냥 사용하고 있다며 임씨가 아쉬워한다. 그래도 고풍스러운 테이블 때문인지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부부 침실은 거실과 달리 따뜻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벽지와 커튼, 침대보는 심플한 꽃무늬가 그려진 핑크색, 붙박이 가구는 흰색으로 처리, 분위기가 차분하면서도 낭만적이다. 가장 돋보이는 포인트는 침대 사이드테이블 위에 달린 등이다. 꽃 모양의 원통형 등을 천장에서 늘어뜨린 줄에 매달았다. 세워진 등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는 파격적이면서도 젊게 다가온다. 천장에 있는 등은 입자가 고운 면소재의 천을 씌워 침실의 분위기를 한결 은은하게 했다. 다양한 입자와 색깔의 패브릭 소재를 이용하면 방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단다. 둘째아들인 서현(6)이 방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아이를 배려하는 감각이 돋보이는 방이다. 작은 옷장과 책상, 책꽂이 등 자잘한 물건이 많아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천장에 달린 색다른 등 하나가 바로잡아 준다. 크고작은 별 무늬가 새겨진 이 등은 맞은편 벽에 걸린 컬러풀한 시계와 어우러져 동화적 분위기를 낸다. 품을 많이 안 들이면서도 아이를 배려하는 주부의 안목과 솜씨가 돋보인다. 조명을 통해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으면 우선 조명상가에 가보아야 하다. 조명상가는 을지로 3가와 4가사이, 논현동 학동역 사거리 일대, 용산 전자상가 등에 밀집되어 있다. 자기 취향대로 골라 설치해도 되지만 안목이 높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게 좋다. 그래야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실내 환경에 맞는 조명을 선택하기가 쉽다. 이를 위해선 집을 나서기 전 조명을 설치할 공간의 사진을 여러각도에서 찍어 갖고 가는 게 좋다. 이 사진들을 바탕으로 조명상가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간단히 세워두는 등은 구입해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러나 천장이나 벽에 설치하려면 전기작업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명상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블랙컬러·패브릭 조명 뜨고… 앤틱 스타일 샹들리에 지고… 얼마전까지는 앤틱 스타일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유행했지만 점차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테리어가 한층 젊어진 데 따른 결과이다. 특히 컬러를 입힌, 그중에서도 블랙 톤의 컬러를 입힌 게 인기다. 블랙은 요즘 조명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트렌드중 하나다. 블랙 샹들리에는 모던한 느낌과 로맨틱한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어떤 공간에나 잘 어울리고 장식적인 효과도 크다. 또 가격이 싼 제품이라도 그다지 싸구려티가 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비용이 넉넉지 않다면 굳이 비싼 걸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펜던트형이든 스탠드형이든 형태를 이룬 곡선이 예뻐야 한다. 그래야 블랙&화이트 공간, 철제 가구가 놓인 모던한 공간, 동양적인 공간 등 어떤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패브릭 소재를 이용한 조명등도 인기다. 따뜻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데는 천 소재만한 것도 드물다. 침실 천장등이나 거실 스탠드, 침대 사이드 테이블 등으로 알맞다. 모양도 매우 다양한데 심플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제품들이 인기다. 또 커튼을 묶어놓은 듯한 모양의 등처럼 소재의 특성을 조명 형태로까지 연결시킨 제품들도 있다. 모던한 화이트 조명도 꾸준한 인기다. 모자 모양의 타원형 갓이나 버섯 모양의 몸체를 가진 것, 물결 모양의 웨이브를 주어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 등이 선호된다.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등은 더욱 젊은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1∼3개의 금속 다리를 기본으로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는 게 장점. 다리를 이리저리 구부려 마음에 맞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가슴속 그림 한 폭] 전광영 ‘축소이미지’

    [가슴속 그림 한 폭] 전광영 ‘축소이미지’

    한용외(58) 삼성재단 사장이 전광영의 작품을 추천하자마자 ‘절묘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젊어서부터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던 삼성에 몸담아왔고,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그룹의 머리에 해당하는 비서실과, 그룹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책임졌던 그에게 ‘한지 추상화가’ 전광영은 더없이 걸맞은 작가로 여겨진다. 전광영은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대표적 추상화가다.80년대 초반, 고서나 버려진 한지 등을 소재로 한 실험적 회화작업을 시작, 현대적 조형성을 획득하는 놀라운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오래된 한지를 현대 추상미술로 전환시킨 화가’라며 소개하는 등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삼성에 근무하면서 한 사장이 늘 가졌던 생각은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서 기존의 발상과 사고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압박감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전광영의 작품은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지 않는 그림’을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어요. 작가를 만나보니 그도 오랜 기간 일반적인 화화작업을 하면서 고전한 끝에 ‘한지회화’란 장르를 개척했다고 하더군요.” 또 하나 한 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전광영이 한국적 소재로 세계적 작가가 됐다는 점. 삼성전자에서 디자인센터장을 겸임했던 그는 평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광영의 작품은 그에 정확히 일치했다.”고 했다. 한 사장은 지난 97년 처음 ‘집합’이란 전광영의 작품을 구입했다. 캔버스에 붙인 작은 한지 조각 입자들이 조밀함과 성김, 짙음과 옅음의 미학적 분포를 보여주는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이다. 전광영 작품은 추상화이지만, 오래된 한지의 편안함과 입자 형상의 차분함 때문에 어디 걸어도 어울린다는 게 한 사장의 평가. 그는 현재 삼성문화재단과 호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지난 94년부터 5년간 재단을 맡은 데 이어 두번째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주력기업과 비영리 재단을 오가는 일이 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혼란스럽지는 않을까. 한 사장은 그 반대라고 한다. 문화 마인드는 현대 CEO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라는 것. 오히려 “요즘 세계적 기업의 성공한 CEO치고 문화적 소양이 없는 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문화를 알고 즐길 수 있는 품격이 있어야 회사경영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과 문화는 아주 밀접하게 통하지요.”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배영환·함진·김상길’ 3색展 새달 말까지

    ‘배영환·함진·김상길’ 3색展 새달 말까지

    전시장에 기타가 세워져 있다. 줄은 매어져 있지만 제대로 연주할 수 없을 것처럼 거칠게 만들어진 기타. 판잣집 폐문짝 등 버려진 나무 소재를 자르고 끼워 맞추고 붙여 만든 기타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그 옆방엔 거대한 녹슨 폭탄이 하나 놓여 있다. 그냥 폭탄이 아니다. 폭탄 위엔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인간들이 산다. 축구도 하고, 사랑도 하고, 바쁜 아침에 모닝커피를 쏟기도 한다.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Three Stories’전은 진지하면서도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작가들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군중 대표주자로 꼽히는 배영환과 함진, 김상길 3인.pkm갤러리가 에이스급으로 내세우는 전속 작가들이다. 지하 1층 공간에 설치된 배영환의 ‘남자의 길’ 시리즈는 70,80년대 고단한 삶의 주인공이었던 한국 사회의 가장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손때 묻은 폐문짝, 온가족을 먹여 살린 미싱은 조각조각 뜯겨 그럴듯한 기타로 변했다. 버려지고 잊혀진 기억은 작가의 손을 통해 재생돼 이렇게 발언하는 것 같다.‘우리는 과연 쓸모없는 폐기물일 뿐인가. 힘겨운 가정에 꿈을 주고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때의 모습은 의미없이 잊혀져야 하는가?’라고.‘남자의 길’ 시리즈엔 우리 시대 가장들의 노스탤지어적인 서정성이 짙게 배어 있다. 함진은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미니어처 조각으로 각광받는 작가다.1층 전시공간을 차지한 작품은 거대한 폭탄 위에 인간 군상을 표현한 미니도시. 넥타이를 날리며 지나가는 샐러리맨들, 노인정에 가는 노인, 유아원에 가는 아이…. 개미만큼이나 작게 만들어진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에서 불안함을 내포한 채 아둥바둥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다. 강박적일 정도로 사물을 작게 표현하는 함진의 작품세계는 한 발 물러나 우리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2층 전시실엔 사진작가 김상길이 90년대 말에 시작한 ‘모션 픽처(motion picture)’ 시리즈가 걸려 있다. 그의 작품속 이미지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면서도 다양한 상상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다국적 운송회사 직원이 물품을 건네주는 장면을 포착한 모습, 한 여성이 유명 브랜드의 탈취제를 뿌리는 장면 등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경직된 표정 때문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헬멧 4개가 놓여 있는 작품 ‘4분의1’을 들여다보면 헬멧 하나에만 그림자가 있다.“TV만 켜도 온갖 상상이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상상을 스캐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알듯 모를 듯 아리송하다.9월30일까지.(02)734-9467.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맛있는 미술’

    ‘맛있는 미술’

    요즘 패션의 거리 청담동에 가면 때아닌 미술의 향기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지난 24일 제16회 청담미술제가 개막, 전시장과 유명 레스토랑마다 독특한 장르와 형식의 작품을 내걸고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9월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미술제의 특징은 유명 레스토랑 13곳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입구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1점씩 설치해 거리 풍경을 바꿔 놓고 있다.‘웰컴 투 매직도어’전으로, 한 달간 작품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마레 쿠치나 이탈리아나, 시안, 시즌스, 난시앙, 미 피아체, 카페 티마리, 위바, 원스 인 어 블루문, 천재향, 난시앙, 까사델비노 등 한식에서 퓨전까지 다양한 레스토랑들의 출입문이나 건물 외벽에 미술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홀로그램 스티커로 작업하는 김현지는 용수산의 외벽 유리에 입체적인 산수풍경을 그려냈고, 김범수는 영화필름으로 난시앙의 입구를 장식했다. 강영민은 원스 인 어 블루문의 외벽에 연인이 손을 잡고 달려가는 모양의 네온 조명 작품을 설치했다. 갤러리는 갤러리미, 갤러리 PICI, 더컬럼스, 듀플렉스갤러리, 박여숙화랑, 박영덕화랑, 유아트스페이스, 이목화랑, 주영갤러리, 줄리아나갤러리, 청화랑, 카이스갤러리 등 12곳이 참여했다. 카이스갤러리는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작가 31명을 모은 ‘차도살인지계’전, 갤러리미는 이한우, 심승우 등의 신작을 소개하는 단체전 ‘6인의 작가들’전, 갤러리 PICI는 강신덕, 야요이 구사마 등 작가 5명의 회화와 조각전, 박여숙화랑은 한국 추상미술전, 박영덕화랑은 함섭 개인전, 유아트스페이스는 100㎝ 이하 소품전, 줄리아나 갤러리는 이종국 개인전을 연다.(02)515-0668.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파브르 곤충기1/장 앙리 파브르 지음

    ‘파브르 곤충기’는 흔히 ‘곤충학의 성경’,‘문학적 고전’이란 찬사가 붙는 책이다. 수많은 곤충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생생한 관찰 기록에 더해 개인적 의견과 사색을 담은 추억의 에세이가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곤충기 첫 권이 출판된 것은 장 앙리 파브르가 56세 때인 1879년. 이후 그는 30년 동안의 산고 끝에 필생의 역작을 완결 짓는다. 책의 명성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곤충학자’ 하면 누구나 파브르를 연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내용이 너무 방대해선지 대부분 특정 부분만 발췌한 번역본이나 요약본, 그림책, 만화책의 형태로 출판됐을 뿐, 제대로 된 완역본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 이런 실정에서 도서출판 현암사가 파브르 완역출판에 나선 것은 파브르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다.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일 성신여대 교수가 번역작업을 맡은 것도 믿음직하다. 이번에 나온 첫 권 ‘파브르 곤충기 1’은 소똥구리 경단 만들기에 관한 연구와 여러 종의 사냥벌에 대한 습성과 본능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땅 위의 똥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청소부 딱정벌레, 소똥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갈 뿐 경단을 굴리는 일은 없는 뿔소똥구리, 비단벌레 사냥꾼인 노래기벌, 뀌뚜라미 사냥꾼 노랑조롱박벌, 파리 사냥꾼 코벌 등등. 마치 곤충의 세계에 들어가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단순한 관찰을 넘어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애환을 풀어냄으로써 흥미로움을 불어넣고 있다. 소똥구리 실험때 옆집에서 똥을 얻으려다 오해받은 이야기, 코벌을 관찰하다 의심이 강한 경찰에게 추궁당하던 사연, 외진 산길에서 하루종일 홍배조롱박벌을 관찰하다 아낙네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던 모습 등은 연구자로서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에 대한 감동과 함께 즐거운 웃음을 자아낸다. 생태 사진작가 이원규의 생생한 동식물 사진과 만화가 정수일의 일러스트를 재미있는 글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배치, 비주얼함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한결 편안하게 읽혀질 듯하다.1만 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책꽂이]

    ●세상을 바꾼 사진(페터 슈테판 엮음, 이영아 옮김, 예담 펴냄) 20세기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진들을 실었다. 영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고전적인 생산방식을 장려한 간디, 최초로 8848m 에베레스트 최고봉에 올라 영웅이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온 사방으로 퍼뜨릴 뿐이다.”라는 비키 골드버그의 말을 증명하듯,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3만원.●지혜는 천 개의 눈을 가졌다(마빈 토케이어 지음, 김하 엮어옮김, 토파즈 펴냄) ‘책의 민족’이라 불리는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에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대인은 배움, 즉 교육에 열성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계율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항상 권위를 의심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심지어 신에 대한 조크도 서슴지 않으며, 그리스도교도처럼 신을 두려워 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탈무드형’ 인간으로 거듭나라고 충고한다.9000원.●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3,4권(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물병자리 펴냄) 트로이아 전쟁은 영웅들끼리 싸운 것만이 아니다. 배후에서 조종하고 개입하는 신들이 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그리스 편, 트로이아 편으로 갈라져 인간들을 돕고 세력다툼을 벌였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편을 들었다. 한편 영웅 아이네이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와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는 트로이아 편이었다. 이런 신들의 세력다툼을 읽어내지 못하면 트로이아 전쟁은 밋밋한 이야기가 돼 버린다. 이런 점들을 분명히 한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각권 1만원.●미디어렌즈(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세계적인 미디어비평 그룹 ‘미디어렌즈’의 공동설립자가 쓴 미디어비평서. 스스로 진보적이라 말하고 세상도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믿는 영국의 가디언과 BBC, 그리고 세계의 유수 주류미디어들이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는지 밝힌다. 세상의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는 미디어기업의 구조적인 무능력도 살핀다. 이 책은 새로운 미디어 모델로 ‘동정적인 미디어’를 제안한다. 언론, 그 너머의 진실을 밝힌 책.1만 8000원.●푼돈의 경제학(장순욱 지음, 살림 펴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란 게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알코올로 서서히 가열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개구리를 점점 올라가는 온도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비커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죽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되는 푼돈도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9800원.
  • 그림이 있는 집안풍경 꾸미기

    그림이 있는 집안풍경 꾸미기

    휑한 실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그림 만한 게 있을까? 거실 소파 위나 식탁 옆에 걸린 그림 한 점 때문에 집안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엔 비교적 저렴한 판화나 사진작품도 인기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어떻게 배치해야 좋을지도 고민거리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한 작품이니만큼 최상의 미적 효과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정은진 가나아트센터 아트컨설턴트의 도움으로 ‘그림이 있는 우리집 꾸미기’에 나서본다.30∼40평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았다. # 작품 구입은 취향과 실내 마감재에 맞춰서 집안을 젊고 모던하게 꾸미려면 비구상 그림이나 판화, 사진작품이 적당하다. 반면 클래식한 격조를 강조하고 싶다면 구상 유화가 어울린다. 그림 틀도 중요하다. 실내 마감재가 나무 등 자연소재가 많다면 그에 맞춰 나무 재질을 쓰는 게 좋다. 벽지나 창호, 가구 등이 주로 인공재질의 것이라면 그림틀도 아크릴이나 알루미늄,PS수지류를 쓴 것이 무난하다. # 공간별 그림 걸기 집안의 중심은 거실이다. 거실에선 소파 뒤가 그림을 걸기에 가장 무난한 공간이다. 큰 그림을 한 점 건다면 30평대 아파트는 40∼50호,40평대는 50∼100호 크기의 작품이 어울린다. 작은 그림들을 여러개 거는 것은 좀 까다로운 작업이다. 자칫 산만해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같은 작가의 시리즈 작품을 구입해 거는 게 좋다.2∼3점을 옆으로 나란히 걸거나 네모, 혹은 마름모, 역삼각형 등으로 배치해보고 가장 어울리는 형태를 골라야 한다. 주방엔 식탁 옆 벽이 가장 무난한 공간.10∼20호 크기의 컬러풀한 작품이 잘 어울린다. 침실 그림은 최근 주부 취향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꽃그림 등 편안하면서도 예쁜 그림들이 선호된다. 침대 머리가 심플한 디자인이면 침대 머리위에 20호 정도 중간 크기의 작품이 적당하다. 침대머리에 장식이 새겨져 있다면 침대 양 옆 사이드테이블 위로 5호 정도의 작은 그림을 거는 게 보기에 좋다. 현관과 거실 사이, 혹은 거실과 주방 사이 등 복도공간은 세로로 긴 형태의 그림이 어울린다. 이런 그림이 없으면 콘솔을 놓고 그 위에 중간 정도 크기의 그림을 걸면 된다. 아이들방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적 성격의 그림이 좋다. 전시 포스터나 저렴한 사진작품 등을 계절별로 바꿔 걸어주는 것도 괜찮다. # 작품 걸기 수백만원대 이상의 작품을 구입할 경우엔 대부분 화랑 직원이나 경매사 등에서 아트컨설턴트가 방문해 그림을 설치해준다. 그러나 100만원대 이하의 판화나 사진, 소품의 경우엔 본인이 직접 걸어야 할 때가 많다. 가장 흔한 방법은 못을 박아 그림을 거는 것. 콘크리트나 석고보드, 나무 등 벽의 재질에 맞는 못을 골라 박으면 된다. 벽에 못을 박는 게 꺼려지면 레일을 설치해야 한다. 벽과 천장 사이에 길게 설치하는 가로 레일과 한 줄만 설치하는 세로레일이 있다. 가로 레일은 그 아래 벽면의 상하좌우 어느 곳이든 쉽게 그림을 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혼자 시공하기는 어렵고 전문가를 불러 설치해야 한다. 세로레일은 상하 이동만 가능하다. 철물점이나 대형 할인점 등에서 1개 3000∼4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단 레일을 이용할 경우 그림 윗부분이 약간 뜨는 단점은 감수해야 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그림 어떻게 사나 - 해당작가 거래가격 미리 알고 가야 집에 그림을 걸고 싶어도 경험이 없으면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할지 사소한 것부터 막히게 마련이다. 가장 흔한 방법은 서울 인사동이나 사간동, 청담동 등 화랑가 전시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거나 미술품 경매를 이용하는 것이다. 외국에선 전시작품에 가격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인사동 ‘쌈지마트’ 같은 상설 미술매장이 있지만 아직 직접 화랑 관계자에게 물어보아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화랑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적당할까.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약간의 흥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에 앞서 해당 작가의 거래가격을 알아보아야 한다. 유명 작가들은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기 때문에 작품가격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렇지 않다. 주변 미술 전문가들이나 애호가에게 알아보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좀 더 체계적인 정보를 원한다면 미술품시장 정보를 취급하는 전문잡지를 참조하면 좋다. 현재 국내에선 유일하게 미술경제 월간지인 ‘아트프라이스’가 매월 화랑과 경매사의 미술품 거래 현황을 조사해 싣고 있다. 그림 크기의 단위인 ‘호’도 헷갈리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어떤 작가는 호당 100만원’ 식으로 ‘호’에 의해 그림가격이 책정될 때가 많다.‘호’는 캔버스 규격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인물화 1호 기준(가로 22.7㎝ 세로 15.8㎝, 엽서의 2배 정도)을 따른다.10호(55×46),50호(116×89),100호(162×130)식으로 호의 숫자가 커질수록 그림도 커진다. 풍경화는 같은 크기의 호수라도 세로 길이가 약간 작지만 큰 차이는 없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문화부 주무부서 물갈이 왜?

    ‘도박공화국’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은 이미 지난해 그 폭발성이 예고됐었다. 지난해 8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문화관광부 인사에서 게임 주무부서인 문화산업국 국장과 게임음반과장, 담당 사무관이 한꺼번에 경질된 것. 동일 업무 선상의 공무원을 통째로 바꾼 것은 정부의 업무 지속성을 감안하면 유례가 드문 인사였다. 이같은 조치는 그에 앞선 5월20일 경품용 상품권 인증과 관련한 외압 의혹을 보도한 KBS의 메인뉴스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KBS 기자가 김용삼 게임음반과장과 나눈 대화내용을 토대로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정치권 외압 파문이 일었고, 김 과장과 문화부는 대화내용이 확대·왜곡됐다며 크게 항의, 얼마 후 반론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주무국장과 과장, 담당 사무관이 동시에 바뀐 인사를 두고 당시 문화부 안팎에선 ‘8월 대파동’이라고 부를 만큼 파장이 컸다. 문화부 모 서기관은 이에 대해 “사실상 문책성 인사였다. 방송의 메인뉴스를 통해 게임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부분이 걸러지지 않은 채 부정확하게 보도된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문화부는 곽영진 문화산업국장을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에, 김용삼 과장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무과장에 발령, 사실상 좌천인사를 단행했다. 게임 담당이었던 윤석모 사무관은 문화미디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방송보도가 부적절하다며 반론보도까지 신청해놓은 마당에 이를 문제삼아 국·과장과 담당 사무관 모두를 물갈이했다는 것은 그 사유가 설득력이 모자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 특히 경품용 상품권 관련 업계에서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선정을 놓고 문화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워낙 로비가 심해 그같은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느냐란 추측도 있다.”고 말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바다이야기’ 의혹 확산] 의혹만 남긴 문화부 정책오류

    [‘바다이야기’ 의혹 확산] 의혹만 남긴 문화부 정책오류

    ‘내 임기 중 생긴 문제는 성인오락실·상품권 문제뿐’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정책오류에 대한 책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 해 발행금액이 27조원에 달하도록 방치한 문화관광부의 경품용 상품권 정책이 그 핵심이다.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전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 사회를 ‘도박공화국’으로 몰아넣은 정책상 오류에 대한 책임 문제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화부도 지난달 경품용 상품권이 과다발행, 불법환전 등 부작용이 심하다며 내년 5월부터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혀 잘못을 시인한 셈이 됐다. 경품용 상품권은 지난 2002년부터 성인오락실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품권이 환전을 통해 오락실에서만 사용되는, 이른바 ‘딱지상품권’이란 부작용이 생기자 이를 시정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인증상품권제를 도입,22개 발행업체를 선정했다. 소속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심사를 맡겨 문화부 인증을 받은 상품권만 성인오락실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 그러나 선정 과정에서 허위 자료제출 등의 부정행위가 확인돼 논란이 일자 선정된 인증상품권 사용을 유예하고 재심을 거쳐 7월부터는 ‘지정’ 상품권제를 도입했다. 또 경품 고시를 개정해 1회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경품 한도액을 2만원 이내로 제한했다. 이때부터는 게임산업개발원이 상품권 지정기관으로서 상품권 지정과 사후관리 업무를 모두 담당했고, 문화부는 관리감독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정 상품권도 ‘딱지상품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경품 한도액 지정이 상품권 과다발행이라는 엄청난 부작용까지 초래하자 문화부는 경품용 상품권을 완전 폐지키로 결정했다. 결국 문화관광부와 게임산업개발원에 의해 수차례 땜질된 경품용 상품권은 도박성만 부추기는 실패만 되풀이하고 갖가지 의혹을 남겼으나 그 책임소재를 어떻게 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공간·모니터를 캔버스로 편견을 깨뜨린 드로잉전

    고전적 개념의 드로잉은 ‘선’에 기초를 둔 바탕작업이었다. 반면 현대적 드로잉은 연필로 긋는 선에서 마우스로 완성되는 면에 이르기까지 재료와 기법을 불문하고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으로 그 의미가 확대된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도스가 드로잉 프로젝트의 두번째 기획으로 마련한 ‘드로잉-공간’전은 다차원적인 공간을 캔버스 삼아 적극적 대화를 시도하는 작가들의 시각이 돋보이는 전시다. 여기에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공간만이 아닌 벽을 넘어선 가상의 공간이 주요 소재가 된다. 참여작가는 6명. 강선미·이윤정·함연주는 아날로그적 선의 특징이 살아 있는 공간설치 드로잉을, 백승호·이은화·최원정은 드로잉과 디지털을 접목시켜 공간을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회화 입체 조소 영상 등 각기 다른 조형언어를 구사하면서 공간과 대화를 시도한다. 흰벽을 캔버스 삼아 끈이 길게 늘여진 가방을 그리는가(강선미) 하면 머리카락이나 실, 스타킹을 이용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공간작업을 하기도 한다(함연주). 자유분방한 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화된 선과 다각도의 시점을 한 화면에 담아내거나(이윤정), 컴퓨터 자판의 한정된 기호를 재조합해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닌 얼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이은화). 전시공간 사정상 22일까지는 공간설치 드로잉을,23일부터 29일까지는 디지털 설치 드로잉을 잇달아 선보인다.9월7일부터 20일까지는 장소를 옮겨 흥인동 충무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진다.(02)735-4678.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모처럼 보여주마… 중견작가의 힘

    ‘중견작가 수난시대’란 우스갯소리가 국내 미술계에서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화랑과 경매사 등 미술시장이 극소수 인기 원로 작가와 급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면서 중견작가들이 좀처럼 전시 기회를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다음주부터 서울 강북과 강남에서 나란히 열리는 중견작가 황영성과 함섭의 개인전은 매우 귀중하고 의미 있게 읽혀진다. 두 사람은 우리 전통과 서구 형식미학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작업으로 각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다. 23일부터 9월1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황영성-Family story’전은 오랜 기간 ‘가족’이란 주제에 몰입해온 황영성의 근작전이다. 그가 작품에서 던지는 ‘가족’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날갯죽지 깊숙이 병아리를 품은 어미닭 혹은 성능좋은 기계에서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초가집, 소, 가족 등 과거 주변의 생활에서 접하였던 향토적인 소재들을 작품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화폭에 등장시켜 왔다. 특히 형태를 단순화시켜 잘 짜여진 하나의 가족도를 만들어낸다. 그 속엔 우리가 쳐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에피소드나, 체험, 환경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들이 기본 단위가 되어 가족과 그 주변 일상 이야기를 끊임없이 펼쳐나간다. 작품 하나하나는 분명 전통에 뿌리박고 있지만 유리나 알루미늄, 실리콘 등 재료의 다양성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의 실험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현대의 일상생활과 소비문화의 미학에도 아주 가까이 있어 보인다.(02)734-6111. 24일부터 9월2일까지 청담동 박영덕갤러리에서 열리는 함섭의 ‘Day Dream’전은 ‘한지’라는 토속 재료와 전통 색채에 서구적 추상미학을 조화시킨 작품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1980년대 초 유채나 아크릴 물감이 지니는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지 미술을 시작해 25년간 몰두해왔다. 그는 “유화, 아크릴을 고집하면 그 본고장인 서구작가들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한지미술에 몰입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작업은 90년대 중반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출품작이 모두 팔려나가는 등 해외 미술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은 염색된 한지나 고서, 한지 원료인 닥나무 껍질 등을 삶거나 짓이겨 틀 위에 붙여 완성된다. 이 때 사용되는 색지는 모두 천연재료로 염색된 것으로 전통색채인 오방색(청, 적, 황, 흑, 백)을 바탕으로 한다. 대부분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추상화이지만 오랜 기간 시간의 흐름이 배어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02)544-8481.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Book Review] 표현 자유의 역사/로버트 하그리브스 지음

    고대 로마시대에 주피터 신전의 계단 꼭대기에서 ‘나는 기독교인이다.’라고 외친 사람은 바로 체포돼 사자밥이 되었다. 그로부터 1500년 후 같은 장소에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외쳤던 사람 역시 체포돼 화형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한 시대의 이단은 종종 다음시대에는 폭압적인 정통성으로 둔갑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것이다. 페리클레스 시대로부터 2500년이 흐르는 동안 서구사회는 사실 관용보다는 권위와 억압 쪽에 더 가까웠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구 역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역사, 바꿔 말하면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표현 자유의 역사’(로버트 하그리브스 지음, 오승훈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인터넷시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2500년 역사를 거슬러 ‘말할 자유’의 족적을 짚어본 책이다. 이 책의 원제 ‘첫번째 자유(The First Freedom)’는 표현의 자유가 곧 다른 모든 기본권의 전제조건임을 말해준다. 영국에서 20여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시대조류에 맞선 자유인들의 치열한 삶의 여정을 생동감 있게 엮어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불경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어떠한 법 조항도 인용되지 않았다. 그가 재판에 회부된 이유는 오로지 그의 가르침과 믿음이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것. 진정한 의미에서 이 재판은 소크라테스의 언론 자유의 권리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언론자유에 관한 한 전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 이가 영국의 언론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존 윌크스이다. 그는 1762년 런던에서 ‘노스 브리튼’이란 신문을 창간하고, 창간호 첫 줄에 ‘출판의 자유는 영국인에게 생득권(生得權)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자유의 가장 견고한 보루로 간주된다.”고 선언한다. 이후 그는 국왕을 모욕했다는 글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오랜 법적투쟁을 벌이는 등 권력자들에 대한 수많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그의 삶은 그 자체가 말할 자유의 질곡을 써내려간 ‘육필원고’로 후세에 전한다. 18세기 중후반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떠돌았던 토머스 페인은 ‘언론 자유를 위한 순교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774년 영국에서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그는 식민지의 독립 선언을 요구한 소책자 ‘상식’을 펴내 미국독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프랑스혁명 즈음 영국에 돌아온 그는 전제정치와 귀족정치를 비판한 ‘인간의 권리’란 책을 내 법정에서 법익피박탈자 선고를 받았다. 때문에 프랑스에 망명했으나 기독교를 비판한 책 ‘이성의 시대’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추방되는 운명을 맞는다. 하지만 그는 독립된 미국에서조차도 ‘건국의 아버지’ 신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는다. 책은 이밖에도 로마시대 성인과 순교자들, 콘스탄티누스의 개종, 루터의 종교개혁, 종교재판 법정에 선 갈릴레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 종교와 출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말을 다하기 위해 싸웠던’ 인물들의 삶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서구적 민주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보급된 오늘날엔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호되고 있을까? 저자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9·11과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 현대 시민사회가 지닌 가치가 얼마나 쉽게 야만성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는지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세뇌나 강요를 통해 반대자들을 배제하려는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용납되어선 안되며,‘반대할 자유’는 어떠한 법에 의해서도 제한되어선 안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는 최근 3년간 미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꿈의 대학(Dream School)’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대학이다. 미국의 대학입시 전문기관 프린스턴리뷰는 학생들이 ‘세계의 중심지’ 뉴욕이 주는 학문·문화·경제·정치적인 기회와 도전, 다양성에 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대는 실제로 학교의 발전에 메트로폴리탄 뉴욕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뉴욕대는 학생수가 4만명이 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이다. 학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 1만 2000명을 포함하면 뉴욕대의 학생 수는 어지간한 지방도시의 규모를 넘어선다. 학생 숫자도 많지만 능력있는 교수 충원도 쉬지 않고 이뤄진다.2005년 현재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은 13대1. 수업 당 평균 학생수는 30명 미만이다. 뉴욕대는 규모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명성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무려 14개에 이르는 단과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 지금까지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뉴욕대 출신의 퓰리처 수상자도 12명이며, 졸업생 9명은 미국 과학자상을 받았다. 특히 예술 분야가 강한 뉴욕대는 19명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키워냈다. 아카데미상은 물론 에미상과 토니상 수상자도 세계 어느 대학보다 많이 배출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는 뉴욕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스턴스쿨(경영대학원)은 월스트리트와, 티시스쿨(예술대학)은 브로드웨이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건축학도들에게는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고고학 전공자들에게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양키스를 포함한 10여개의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뉴욕타임스와 NBC 같은 유력 언론사들이 생생한 배움의 현장을 제공한다. 뉴욕대는 학생들을 뉴욕에 자리잡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재단 등과 인턴십,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연결시켜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뉴욕대의 취업상담실인 커리어센터에는 매년 4만 7000개의 일자리가 몰려온다. 또 해마다 100개 기업이 참가하는 비공식 취업 박람회를 6차례 주선한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과 정부, 사회단체 600여곳의 인사담당자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뉴욕대는 국제화 시대를 또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뉴욕대는 그동안 축적해온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노하우를 해외의 분교를 설치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dawn@seoul.co.kr ■ 시라지 예술대 부학장 인터뷰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은 영화와 연기 분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이다. 우디 앨런과 마틴 스코시즈, 올리버 스톤, 리안, 스파이크 리 등 세계적인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 빌리 크리스털, 애덤 샌들러, 우피 골드버그 등 스타배우들이 티시 스쿨 출신이다. 티시 스쿨의 파리 시라지 부학장으로부터 이 학교 경쟁력의 원천과 향후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시라지 부학장은 한국과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티시 스쿨이 다른 예술대학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똑똑한 학생들이 온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에 합격하고도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는 다른 예술대와 달리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다. 티시 스쿨 졸업생들은 법대나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학문적 기반이 튼튼하다. 또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온 커리큘럼이 탄탄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최고의 교수진을 꼽을 수 있다. 우리 교수들은 최고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의 운영이 학생 중심적이어서 필요한 장비의 구입이나 정비, 학사 문제 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다른 전공에 비해 비교적 수명이 짧은 무용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같은 경쟁력을 통해 구체적으로 얻은 성과는. -티시 스쿨은 새로운 예술학 분야를 창시해 왔다. 공연학(Performance Studies)을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동영상보존학, 뮤지컬극작 등 새로운 학과를 신설했다. ▶수업에서는 실기와 이론의 비율을 어떻게 분배하나. -기본적으로는 50대50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인가, 노력인가. 어느 쪽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나. -그것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던 화두이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가지가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입학생을 모집하는 데 남다른 기준이 있나.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영화, 연기, 사진 등을 전공하려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수업은 강도가 높고, 거기서 두각을 나타나는 학생들은 미리 뽑는다.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높은가. -무용과 영화, 뮤지컬극작 등 다양한 학과에서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앞으로 티시 스쿨에 오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 학생들의 재능은 매우 우수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편이다. 언어 문제가 크고 문화적 차이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팀을 짜서 작품을 만드는데, 팀원들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다. 영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기 바란다. ▶뉴욕의 중심에 학교가 있어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대단한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브로드웨이가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관람하고 예술가들과 직접 만날 기회도 많다. 현장 학습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한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협소한 캠퍼스이다. ▶앞으로 티시 스쿨은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 -특별히 중점을 두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모든 학과가 중요하다. 기존의 학과를 배제하는 대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창조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또 학문적으로 실력을 갖춘 지적인 예술가를 키워 내는 작업도 계속할 것이다. ▶훌륭한 졸업생이 많은 것이 학교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일단 학생들이 그들에게 끌려 우리 학교로 온다(웃음). 스타 졸업생들은 기부금도 많이 내지만 직접 모교를 찾아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꼭 우리 학교 학생들을 몇명씩 불러서 참여시킨다. ▶한국에 티스 스쿨과 같은 예술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면.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진과 훌륭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의 우수한 예술 학교들을 잘 살펴 보고, 그것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dawn@seoul.co.kr ■ 영화수업 직접 들어보니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가(街) 721번지. 이곳에 뉴욕대의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Tisch School)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5일 화요일 오후 2시30분. 여름학기 영화학 수업이 열리는 108호 강의실로 모여드는 학생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다양한 인종, 연령, 옷차림, 말투….30명 정도 되는 영화학 수강생들은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한 집단같았다. 108호 강의실의 공식명칭은 ‘레오 제피 극장’. 컬럼비아영화사의 전 사장 이름을 따온 곳으로 100석 규모의 영화 상영관을 생각하면 된다. 앞쪽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뒤쪽에 영사실이 마련돼 있다. 스크린 옆에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TV모니터가 놓여 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아널드 배스킨 교수는 ‘소프트웨어’라는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던 감독 겸 극작가, 촬영작가이다. 수업의 시작은 ‘봉숭아 학당’ 분위기. 배스킨 교수가 들어와 인사를 건네도 눈길을 주는 학생이 별로 없다. 배스킨 교수는 강의 자료를 책상 위에 정리한 뒤 뉴욕에 연고지를 둔 메이저리그 야구팀 메츠의 전날 밤 경기 얘기부터 꺼냈다.“뉴욕에 있는 동안 양키스나 메츠팀의 야간 경기를 꼭 보라.”고 권유했다. 거대한 조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2시40분. 강의실인 극장의 불이 꺼졌다. 조시라는 학생이 수업의 과제로 만든 영화가 스크린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달러화를 꺼내 태우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집중해서 스크린을 응시했다.5분짜리 흑백이었던 조시의 영화가 끝나자 극장의 불이 다시 들어오고, 조시가 스크린 옆에 놓인 연단으로 나왔다. 먼저 배스킨 교수가 주인공이 누구냐, 얼마 동안, 어디서 촬영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독일식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촌평했다. 조시는 “카메라의 속도를 통해 배우의 심리를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평가와 질문이 이어졌다. 첫 장면의 앵글을 어디서 잡았느냐, 조명은 몇 개를 사용했느냐, 담배는 몇 갑이 소요됐느냐, 짐 자무시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조시에 이어 두번째로 머리를 길게 기른 마케라는 학생의 영화가 상영됐다. 코카콜라와 말보로를 소재로 미국 대중문화의 속성을 이미지화한 작품이었다. 영화 내용은 매우 풍자적이어서 상영되는 동안 학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한시간이 훌쩍 지났고 15분간 쉬는 시간이 됐다. 배스킨 교수는 기자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배스킨 교수는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에게 말보로 담배 한 개비를 얻어 입에 문 뒤 수업의 방식을 설명해 줬다. 학생 1명이 이번 수업을 듣는 동안 5번 영화를 만든다. 또 4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 공동으로 작업도 한다. 공동작업을 할 때는 학생들이 연출과 촬영, 조명, 기타 스태프 등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맡는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모두 25편의 영화를 만들어 보게 된다고 한다.“학생들이 연기는 하지 않느냐.”고 묻자 배스킨 교수는 “그것은 전문 배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스킨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은 크레익스리스트(craigslist.com·무료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우를 구한다.”면서 “다만 조시 학생의 경우는 소규모 극장의 매니저로 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론 수업은 전혀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배스킨 교수는 “나의 학생들은 이미 이론적 무장이 끝난 사람들”이라면서 “이론도 가끔 다루지만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수업의 중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이 재개되고 다시 네편의 영화가 더 상영됐다. 학생들의 영화가 모두 끝나자 배스킨 교수는 마야 다론이라는 감독의 전위적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프랑스의 실험영화에 대해 간단히 강의했다. dawn@seoul.co.kr
  • 광복61주년 기획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어느 민족이나 그 기저에 흐르는 문화적 특징이나 동질감을 갖고 있다. 특히 수천년간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단일민족으로서의 고유함을 고수해온 한민족은 어느 민족도 갖지 못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왔다. 해방 61돌을 맞아 서울신문은 최근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100대 민족문화상징의 의미를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는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시리즈를 총 10회에 걸쳐 싣는다. 이번에 소개되는 100대 상징은 우리 민족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형성해온 문화 중 대표성을 가진 것들이다. 태극기, 독도, 세종대왕, 효(孝)사상, 한글, 길거리 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들 상징은 우리문화의 원형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 콘텐츠로 활용이 가능하고,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 등 세계화에 기여도가 높은 것들이다. 이번 100대 민족문화 상징 선정에 이은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시리즈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한편,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긍정적·호의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심층·다원적 보도 실천을/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법무장관 인사,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광복절 특별 사면, 법조계 비리 등의 이슈들이 지난주 서울신문의 1면 보도를 장식했다. 서울신문이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가장 중요한 뉴스 가치를 지닌 이슈들로서 법무장관 인사 등을 선정한 것이다. 이 중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한 보도의 경우, 충분한 지면을 할애하여 관련 정보를 심층적으로 제공하고, 또 상반된 시각을 균형감있게 전달하였다고 여겨진다. 특히 8월11일자 5면 전체를 할애해 보도한 ‘작통권 논란 일파만파’ 특집은 전문가 대담 기사와 다양한 취재원을 활용한 보도기사 등을 한곳에 편집한 것으로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외 이슈들에 대한 보도의 경우 대개 사건과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그 함의를 해석하기보다는, 관련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극적 갈등 구조를 강조하는 것에 치중하였다.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한 기사들은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을 표현하고 각 세력의 득실 관계를 분석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장관 인사와 같은 중대한 통치 행위가 마치 정치적 게임이나 거래인 양 인식되게끔 하였다.8월9일자 사회면에 실린 ‘고위법관 첫 구속…사법부 치욕의 날’ 등 법조계 비리 관련 보도는 관련 인물들의 개인적 면면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 치중함으로써, 이 사안을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이고 상황적인 문제로 틀 지웠다. 8월12일자 1면을 차지한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기사는,‘돌아온 盧의 남자’라는 헤드라인과 ‘코드사면’이라는 용어를 통해 사면의 정치적 성격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특히 정치 관련 보도에서 자주 관찰되는 이같은 개인화, 극화(dramatization) 경향은 정치를 시민들의 삶과 권리, 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통치행위가 아닌,‘그들만의 리그’이자 단순 흥밋거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나아가 건전하게 비판하고 참여하는 시민이 아닌,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구경꾼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위에 언급된 이슈들 외에도 8월10일 목요일 1면 하단을 차지한 삼성전자 미 와이브로시장 진출 관련 기사의 경우, 과연 이 이슈가 1면에 보도될 만큼 중요한 뉴스가치를 지녔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어지는 16면 보도까지 통틀어 취재원은 해당 기업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미국 주류 언론의 경마(horse race)식 선거보도에 실망한 언론인들이 주축이 되어 저널리즘의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해 온 것이 소위 시민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이다. 지역 언론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한국 상황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아래로부터 의제형성(bottom-up agenda building)을 강조하는 시민저널리즘의 정신이 구현되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그럼에도 신문 1면에 실릴 만큼 중요한 뉴스가치를 지닌 이슈나 사건들에 대해서는 인물과 갈등 등 극적인 요소들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취재원들을 활용하여 관련 주장들의 포괄적인 스펙트럼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제 설정자로서 서울신문의 게이트키핑 능력과 관점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1면이다. 어떤 이슈를 보도할 것인가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여타 이해관계보다는 시민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길 바란다. 시민들이 중요한 사회, 정치적 이슈들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한 바탕 위에서 스스로의 의견을 정립할 수 있도록, 인물과 갈등보도를 지양하고 보다 심층적인 정보와 다원적인 관점이 살아있는 보도를 실천하길 바란다. 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youngmin@khu.ac.kr
  • [기고] 작통권 환수는 해외미군 재배치의 한 부분/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가 우리 외교안보의 최대 쟁점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주한 미군사령관의 발언에 이어 최근 미 국방부 관계자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작통권 반환과 연합사해체를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된다’ ‘안 된다’ 등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런 공방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미 군사관계를 냉철히 되볼아볼 때 부질없는 일이다. 특히 역사적 배경이나 추진 주체를 곰곰이 따져볼 때 더욱 그렇다. 첫째,‘한국의 독자적인 작전권 보유와 미군의 지원 역할’설은 이미 1990년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에서 밝혔듯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주도적’에서 ‘보조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 이른바 ‘한국방위의 한국화’계획의 일환으로 한·미 야전사(CFA)가 해체된 경험도 있다. 2008년까지 1만 2500명 철수 후 주한 미군의 추가 감축여부에 대해서도 낙관할 수 없는 것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다섯 차례의 주한 미군 감축 및 철수가 모두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독자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는 최근의 사례에서도 자명해진다. 즉, 미 2사단 재배치 및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임무의 한국군 이양도 우리가 원치 않았던 사안이다. 둘째, 내용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1991년 걸프전 이후 시작된 미국의 군사혁신(RMA) 논의가 현 부시행정부 출범후 ‘국방검토보고서’(QDR,2001년 9월)에서 전략적 유연성으로 실체화되면서 2003년 11월 부시 대통령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검토’(GPR)계획 발표로 이어졌다. 그 요체는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통해 병력규모를 줄이는 대신 군의 첨단화·기동화·경량화를 통해 군사력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군도 점진적으로 지상군의 역할을 축소하고 해·공군 위주의 실질적인 방위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이 동북아지역의 항공작전을 총괄하는 공군전투사령부(AFNEA)를 한국에 두는 것도 이러한 군사변환 전략의 일환이다. 끝으로 한·미연합사 해체설이 미측에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미·일간에 지난 5월 타결된 주일미군 재배치 로드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미 본토 육군 1군단사령부를 일본으로 이전,‘동북아거점사령부’로 삼는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에서 ‘동북아사령부’를 분리, 신설하는 내용의 군사력 운용 개편안은 이미 1990년대초 현 체니 부통령이 국방장관 재임 중 처음 기획됐던 것으로 이후 민주당 클린턴정부에서도 의회 소위원회(1995년)가 건의한 바 있다. 현재 부시행정부의 국방·안보분야 실질적인 정책 결정자인 체니 부통령이 이를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북아사령부 신설의 취지는 중국의 발흥 등 이 지역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베링해에서 아프리카 동부 해역까지 지구의 3분의2에 해당하는 면적에,60개국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태평양사령부로서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나 작통권 반환은 이러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 지상군을 점진적으로 감축해 반으로 줄이면서 4성장군이 지휘하는 독자적인 사령부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전략성 유연성’에 따라 지역 기동군화를 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연합사는 거추장스러운 ‘굴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9년에 전시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겠다는 것은 2008년 일본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에 동북아 거점 사령부가 설치완료되는 시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연합사 해체와 작통권 환수가 기정사실이라면 슬기로운 대응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마땅하다. 대안은 기존의 유엔사의 기능을 강화해 평시에는 긴밀한 협조체제하에 미·일과 같은 병립형 작전지휘체계로 운영하다가, 유사시에는 다국적 NATO사령관을 정점으로 재편되는 미국·독일의 연합방위체제를 준용, 유엔군사령관에 지휘체계를 일원화시킴으로써 ‘안보공백’논란과 ‘주권국가 체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국제정치학 교수 ghymnks@hotmail.com
  •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가슴 속 그림 한 폭] 장 레옹 제롬의 ‘배심원 앞의 프리네’/법의학자 문국진씨

    “잘 보세요. 누드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천을 벗겨내는 변호인의 결연한 동작,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배심원들의 표정…. 인체의 아름다움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요?” 법의학자 문국진(81) 고대 명예교수는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1824∼1904)의 작품인 ‘배심원 앞의 프리네’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에 법의학의 씨를 뿌리고 수많은 재판에 참여했던 그로선 고대 그리스의 한 법정 풍경이 담긴 이 그림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림의 배경은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한 법정. 아프로디테 신상(神像)의 제작 모델로 설 만큼 아름다웠던 프리네란 여인이 한 권세가의 모함에 의해 신성모독죄로 법정에 선다.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의 순간, 그녀의 애인이었던 변호인은 프리네를 알몸인 채 천만 씌워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마치 동상의 제막식을 하듯, 알몸을 덮고 있던 천을 벗겨버린다. 경악과 감탄의 탄성을 토해내는 배심원들. 변호인은 ‘자 신상에 자신의 형상을 빌려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꼭 죽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결국 배심원들은 ‘사람이 만들어낸 법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란 결론을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한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물 각각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집단초상화 중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렘브란트의 ‘야경’보다도 그 가치를 더 높이 사고 싶습니다.” 문 박사는 예술이 자신에게 ‘인생 2모작’이라고 표현한다. 법의학자로서 최선을 다해 일군 삶이 1모작이었다면, 현재는 예술에 푹 빠져 2모작 삶을 살고 있다는 뜻. 그리고 후학들에게 늘 강조한다.‘과학은 보다 인간적이어야하고, 예술은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과학, 의학이 진정 중요한데, 여기에 바로 예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법의학자적 의식 때문인지 문 박사는 죽음과 관련된 예술, 예술가들에 관심이 많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흔적을 좇아다니며 그의 죽음을 분석한 책 ‘반 고흐, 죽음의 비밀’을 내기도 했다.‘바흐의 두개골을 열다’‘모차르트의 귀’, 명화와 의학의 만남’‘법의학자의 눈으로 본 그림속 나체’‘명화로 보는 사건’ 등 10여권의 예술 관련 책을 냈다. 다음 달에도 ‘미술과 범죄’란 책을 낼 예정. 예술에 눈 돌린 뒤 매일매일 새 삶을 사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는 문 박사. 과학도는 새로운 사실을 인준받기 위해 몇달, 몇년 동안 고달픈 씨름을 벌여야 하는 반면, 순간적 발상에 의한 예술작품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단다. 여든을 넘긴 노학자가 탄탄한 새 삶을 일구어가는 모습이 제롬의 작품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여의도 문 박사 자택을 나선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젊은작가 7인 ‘팝 파티’ 벌인다

    작가간 소통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2004년 7월 시작되었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studio-UNIT’.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 현재 회원이 200명이 넘는 이곳에서 매월 정기모임과 함께 사이버전시를 열어왔다.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가 이 모임에서 특히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을 끄는 작가 7명을 뽑아 ‘7인의 POP PARTY’란 타이틀의 전시를 열고 있다.26일까지. 참여작가는 윤기원 양소정 이경훈 이현진 하용주 윤가헌 전인성. 윤기원의 작품소재는 어릴적 우상이었던 슈퍼맨이다. 하지만 그가 재현한 슈퍼맨은 더 이상 영웅이 아니라 둥글둥글한 코와 분홍색 입술을 가진 세련된 젊은이이다.‘돌아온 슈퍼맨’은 이 시대와 문화가 만들어낸 이웃이자, 주변인일 뿐이다. 이경훈이 바라본 세상은 혼란으로 가득찬 생명체들의 집합체다. 이같은 혼란을 작가는 축제의 화려함을 연상케 하는 밝고 열정적인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이현진의 그림 속 서커스는 귀여운 캐릭터에 가려진 엽기 동화이다. 목이 없는 말 위에서 벌이는 묘기, 울고 있는 곰돌이 인형에 채찍질 하는 늘씬한 여자 등등. 이밖에 하용주는 가스마스크를 쓴 인물을 통해 폭력과 혼돈·투쟁의 인간사회를 고발하며, 윤가현과 전인성은 수많은 전구를 모아 구성한 설치작업을 통해 사람의 감정과 사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한다.(02)720-5789.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판화가 롭스·뭉크 19세기 시각으로 본 ‘남자와 여자’

    여자를 보는 눈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고, 사람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19세기 말 유럽문화계는 퇴폐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기말 악마주의가 만연해 있었고, 여자에 대한 시각도 이를 비켜갈 수 없었다. 당시 활동했던 미술가 중 특히 벨기에의 풍자만화가이자 판화가인 펠리시앵 롭스(1833∼1898),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는 남자를 파멸시키고 악을 퍼뜨리는 ‘팜므 파탈’로 여자를 묘사한 대표적 작가들이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남자와 여자’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롭스·뭉크 2인전’은 ‘어쩌면 이렇게 철저히 여자를 악의 근원으로 여길 수 있나.’란 의문이 절로 들 정도로 여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롭스는 잡지와 책의 삽화를 그리는 데 큰 관심을 가졌는데, 그의 뛰어난 묘사력은 에칭과 석판화 기술에 힘입어 크게 부각되었다. 그는 많은 작품에서 여성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였다. 특히 여자, 어리석음, 그리고 죽음에 의해 주도되는 ‘팜므 파탈’의 세계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 보들레르의 대표시집 ‘악의꽃’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대표작 ‘창부정치가’는 벌거벗은 창녀가 눈을 가린 채 돼지의 인도를 받고 있는 천박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또다른 작품 ‘꼭두각시를 든 부인’은 남자를 파멸로 몰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존재로 여자를 묘사했다. 뭉크는 화가로서 유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판화를 남겼다. 아버지의 우울한 성격과 어릴적 겪은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 자신의 잦은 병치레 등 그의 유년시절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행했던 기억’과 작가의 병적인 상태는 오히려 그의 독특한 작품 생산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여자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의 이미지를 담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마돈나’는 뭉크의 여성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사랑하는 여인은 마돈나이면서 메두사였으며, 사랑스러우면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또 죽은 누이의 모습을 그린 ‘병든 아이’는 뭉크가 유화와 판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었던 소재로서, 어릴적 경험한 누이의 죽음이 얼마나 강렬했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밖에 롭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춘기’, 성적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표현한 ‘흡혈귀’ 등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역동적으로 흐르는 곡선을 반복해 윤곽선을 대신한 뭉크 특유의 표현기법과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롭스의 판화 61점, 뭉크의 판화 37점 등 총 100여점.10월22일까지. 관람료 일반 4000원, 학생 2000원.(02)2022-0612.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사람] 국내 유일 후수복원 전문가 장순례씨 한옥마을서 전시회

    TV나 영화의 사극에 보면 왕이나 문무백관 등이 입은 예복 뒤에 달아 늘여진 장식을 볼 수 있다. 바로 ‘후수’(後綬·작은 사진)라는 천 장식물로,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황제나 왕 이하 문무백관들이 면복, 조복, 제복에 패용하던 것이다. 극중에선 인물의 앞부분이 부각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그 색깔과 문양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마련이다. 남아 있는 유물이 거의 없고 관련 문헌도 빈약해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먹구구로 만들어 사용해 오다가 90년대 이후 제대로 복원된 후수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장순례(69)씨가 나서면서부터다. 국내 유일의 후수 복원 전문가인 그는 요즘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공예전시관에서 국내 첫 후수전시회를 갖고 있다. “후수는 매듭과 망수(網綬), 자수가 어우러진 한국 전통미의 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간과 돈,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80년대 중반부터 퍼즐 맞추듯 복원 원래 70년대 이후 매듭에 매료돼 국내외 전시를 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가 후수에 눈을 돌린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숙련된 기능인을 넘어 창조성을 추구하는 예술가로 거듭나고자 한 것이다. 한국 복식사 분야의 권위자인 유희경 당시 이화여대 교수가 후수 복원에 나서볼 것을 권유한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문헌에 단편적인 기록이 전해질 뿐 유물조차 없는 후수 복원에 나서니 마치 망망대해에서 노도 없이 쪽배에 탄 기분이었다고 한다. “‘국조오례의’와 ‘대한예전’ 등 조선시대 문헌은 물론 중국 문헌까지 참조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후수에 대해선 단편적으로 몇 글자, 혹은 몇 줄 언급하고 있을 뿐이어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 여러 군데에서 정보를 취합해 작업해야 했어요.” 무수한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실의 염색과 선택, 색깔 배열, 매듭의 두께, 가닥 수 결정 등 하나하나의 단계마다 고민이 거듭됐고, 그때마다 문헌과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후수 작업은 인내의 실험… 비용도 만만찮아 “후수 작업은 인내의 실험과도 같다.”는 장씨. 가느다란 명주 색실로 매듭을 지어 후수 바탕을 만드는 데 두어 달, 그 위에 수를 놓고 망수와 패옥 등을 다는 데 두어 달 걸리니, 그림·종이 시제품 작업까지 하면 웬만한 후수 하나 만드는 데 족히 6개월은 걸리는 셈이다. 명주실이나 귀금속 구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돈 벌 목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의 가정주부로 경제적 제약 없이 가족들의 이해가 뒷받침된 것이 큰 힘이 됐단다. 장씨는 후수에 몰입한 지 5년 만에 왕과 왕비의 후수 복원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황제와 문무백관 등의 예복에 달던 후수 20여개를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시대에 따른 후수의 변화상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 고려 공민왕 때 처음으로 패용됐던 후수는 조선 중기에 그 폭이 커졌다가 이후 다시 작아지는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도 밝혀냈고, 후수 윗부분에 다는 환(環) 장식물 재료로 황제나 임금은 옥을, 문무백관은 금이나 은 도금된 것을 쓴다는 것도 알아냈다. ●후수 전승 위해 전문서 낼 계획 하지만 기록의 한계 때문에 일부 표현은 작가의 고유 몫이 됐다. 특히 단일한 훈색 바탕에 황(黃)·백(白)·현(玄)·표()·녹(綠)의 소수(小綬)를 늘어뜨려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낸 것은 작가 특유의 예술세계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지금도 복식 유물전이나 혹은 유물 출토 소식을 들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간다는 장씨. 혹시라도 후수 복원의 또 다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다. 그리고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꼭 해야 할 한 가지 일을 준비 중이다. 바로 후수 전승을 위한 것. “지금까지의 연구와 복원작업을 집대성한 후수 전문서를 내고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제가 없어도 더 이상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 아니겠어요?”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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