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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낙태 허용’… 40일 버티다 국회로 공 넘긴 정부

    무늬만 ‘낙태 허용’… 40일 버티다 국회로 공 넘긴 정부

    임신 후 14주 이내 낙태 처벌 안 받아성범죄 등 이유 임신 땐 최대 24주 허용 입법예고 국민 의견 7000건 제시에도법제처 심사서 ‘특기할 사항 없음’ 결론‘올해 말까지 개정’ 헌재 결정에 쫓긴 듯 법무부 “각계 의견 반영해 국회서 논의”‘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 정부가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를 마친 법안에 기재한 내용이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처벌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데다 입법예고 기간에만 7000건이 넘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사실상 국민 의견을 외면한 셈이다. 소중한 40일의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고 이튿날인 17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 지난 20일 차관회의에 올린 뒤 이날 국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절차를 밟았다. “올해 말까지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켰다 해도 실질적으로 국민 의견을 들었는지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헌재의 결정 취지를 따랐다고 했다.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 처벌하지 않고, 임신 15~24주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사회·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 허용하는 낙태 범위는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낙태 허용 권한은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갖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예고 기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쪽과 낙태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쇄도하면서 접수 의견만 7293건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린 결론은 “특기할 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입법안에 대한 의견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해 처리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규정에 비춰 보면 시간에 쫓긴 정부가 법안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국회에 정부의 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법무부는 이날 “현재 국회에는 (정부에) 제출해 주신 의견 등을 반영한 다양한 법안들이 계류 중에 있다”면서 “관련 법안들과 정부안이 충분한 심사를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입법 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일일이 회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회는 정부 안이 제출되면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한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안 등과 묶어 병합 심사할 계획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개정 시한을 넘겨 낙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편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 없이 우선 낙태죄가 폐지되면 내년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시간을 가지고 개정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도 낙태죄 전면 폐지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권인숙안이나 정의당안, 국회 국민청원안 등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의 법안의 의미를 국회가 잘 살필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하던 1인 시위를 국회에서도 이어 갈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秋 발표 20분 만에… 尹 “위법·부당한 처분, 받아들일 수 없다”

    秋 발표 20분 만에… 尹 “위법·부당한 처분, 받아들일 수 없다”

    尹, 직무정지 가처분·행정소송 제기대검 “총장이 정치한다고 한 적 없어징계위에 참여해 문제 바로잡을 것”“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조치로 즉각 직무 집행이 정지되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짧은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이 직무 배제를 발표한 뒤 약 20분 만이었다. 이날은 윤 총장이 임기 2년 중 정확히 8개월을 남겨 놓은 시점이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심각하다”며 징계를 청구한 반면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 자체의 위법성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에 둘 중 누가 위법한 행위를 했는지는 결국 소송 과정에서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우선 중앙일보 사주를 만나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추 장관 주장에 대해 윤 총장은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만남 직후 보고를 했고,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었으며 깊은 대화를 나눈 사실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재판부 사찰과 관련해서도 “당시 주요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 유지를 돕기 위해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파악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또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수사 관련 인권침해 사건이라 판단해 인권부에서 맡아야 했는데 인력 부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낸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위신 손상과 관련해서도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적 없다”면서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조치가 위법·부당하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2일 대검 국정감사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추 장관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윤 총장은 “이 문제를 법적으로 다투면 법무·검찰 조직이 너무 혼란스러워지고 국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쟁송 절차로 나가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이날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것은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쟁송 절차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총장은 법원에 추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판결 전까지 처분 효력을 중단시키는 집행정지 신청(가처분)을 함께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행정청은 일반적으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분을 집행할 수 없게 된다. 대검은 직무정지와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징계위가 열리면 절차에 참여해서 (문제가 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면 이 부분을 놓고 또다시 법적 다툼을 벌일 방침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秋,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정지… 윤석열 “법적 대응”

    秋,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정지… 윤석열 “법적 대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윤 총장 해임 수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검찰 조직이 집단 반발하는 ‘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5분쯤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금일(24일)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직무집행 정지 효력은 즉시 발생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윤 총장과 갈등을 계속 빚어 오다 지난달부터 윤 총장을 겨냥한 다수의 감찰과 진상 파악 지시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이날 추 장관은 직무 배제 사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채널A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 신망 손상 등 6개를 들었다. 추 장관은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해 계속 진상을 확인하고,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 징계 수위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징계위에서 해임, 면직, 정직, 감봉 의결을 하면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 다만 징계위 위원장은 추 장관이 맡는 등 본인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여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거취를 결정하라”고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발표 직후인 오후 6시 28분쯤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 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총장의 직무 배제가 현실화되면서 검찰 내 집단 반발도 시간문제가 됐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윤 총장의 비위 혐의에 대해 법무부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오히려 추 장관의 해임 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秋,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배제… 윤석열 “법적 대응”

    秋, 사상 초유 검찰총장 직무배제… 윤석열 “법적 대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윤 총장 해임 수순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검찰 조직이 집단 반발하는 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5분쯤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금일(24일)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윤 총장과 갈등을 계속 빚어 오다 지난달부터 윤 총장을 겨냥한 다수의 감찰과 진상 파악 지시로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이날 추 장관은 직무 배제 사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채널A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 신망 손상 등 6개를 들었다. 추 장관은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해 계속 진상을 확인하고,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징계위에서 해임, 면직, 정직, 감봉 의결을 하면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한다. 다만 징계위 구성에 법무부 장관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여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거취를 결정하라”고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발표 직후인 오후 6시 28분쯤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추 장관 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총장의 직무 배제가 현실화되면서 검찰 내 집단 반발도 시간문제가 됐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윤 총장의 비위 혐의에 대해 법무부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오히려 추 장관의 해임 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커밍아웃’, 살아 있는 생물체로서의 언어

    [강남순의 낮꿈꾸기] ‘커밍아웃’, 살아 있는 생물체로서의 언어

    언어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다.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때 그 개념과 처음 연결된 특정한 정황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개념이 언제나 고정돼 동일한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개념의 등장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나무는 자란다. 나무가 처음 심었을 때의 모습을 계속 지녀야만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 그 나무는 자라서 사방으로 가지를 뻗치고, 그 가지는 다양한 공간에서 새롭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최근 ‘커밍아웃’ 개념의 사용이 사회정치적 논란이 됐다. ‘커밍아웃’은 성소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는 이해 때문이다. 그런데 ‘커밍아웃’을 포함해서 특정한 개념이 사용돼 오는 역사를 살펴보면, 언어란 언제나 다양한 정황에서 크고 작은 가지를 치고 사방으로 뿌리를 내리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미등록이주자 자녀·뚱보 등 커밍아웃 확대 사회학 교수인 애비게일 서게이는 2020년 2월에 출간한 ‘컴 아웃, 컴 아웃, 당신이 누구든지’ (Come Out, Come Out, Whoever You Are)에서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의 역사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명한다. 원래 ‘커밍아웃’은 상류층 엘리트 여성들이 사교계의 첫 무대에 들어서는 것을 지칭하는 의미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게이(gay) 문화는 미국의 대도시 저변에 확대되기 시작했다. 게이 문화는 이렇게 상류층 여성의 사교계 첫 진출을 의미하는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을 빌려서 사용하기 시작한다. 1930년, 40년, 50년대에 게이 문화에 대한 반격이 노골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은 점점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며 살게 된다. 1960년대 말, 특히 1969년 미국 뉴욕시에서의 ‘스톤월 항쟁’ 이후 ‘커밍아웃’은 이성애자로 자신을 위장하는 동성애자들을 ‘벽장에 있는 사람’과 ‘커밍아웃한 사람’이라는 두 부류로 나누어 병렬하는 것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성소수자 권익 확장을 위한 운동에서 성소수자 스스로 벽장으로부터 ‘커밍아웃’해야 한다는 요청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 ‘커밍아웃’은 성소수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한다. 주류 언론에 “보수주의 벽장으로부터의 커밍아웃”(Coming Out of the Conservative Closet)과 같은 제목의 정치 칼럼이나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커밍아웃’이라는 말은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정치권에까지 확장돼 사용돼 왔다. 1970년대 이후 성소수자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돼 성소수자들의 권리 문제가 개선되고 확장되면서 커밍아웃 운동은 이렇게 다양한 양태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커밍아웃 운동은 또한 ‘외모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으로도 발전한다. 소위 ‘뚱뚱한 사람’이라고 놀림받는 이들이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만 수용 운동’(fat acceptance movement)의 일환으로 커밍아웃 운동이 전개됐다. ‘비만 해방 운동가’(fat liberation activist)인 메릴린 완은 소위 뚱뚱한 몸으로 사는 것은 마치 성소수자로 사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비만 혐오’(fatphobia)가 팽배함을 토로한다. 이들에게 ‘커밍아웃’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을 당당히 받아들이면서, 이제 자신의 뚱뚱한 몸을 약점이나 열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커밍아웃’은 이민정책 문제에서도 등장했다. 미국에서 미등록이주자의 자녀들이 숨어 있던 위치에서 ‘커밍아웃’하면서 이들의 커밍아웃은 ‘미등록이주자 청년운동’으로 확장됐다. 특히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의 커밍아웃 운동은 벽장 속에 숨어 있지 말고 “미등록이주자라고 대담하게 커밍아웃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사회정치적 운동으로 확장됐다. 미등록이주자 청년 운동의 한 지도자는 성소수자 운동가였던 하비 밀크의 말인 “만약 당신이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이 자신을 위해서 일어나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를 인용하면서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이 ‘커밍아웃’하도록 설득하고 행동하게 함으로써 중요한 정치적 운동을 활성화했다. ‘미등록이주자’로 커밍아웃한 4명의 청년은 ‘드리머’(The DREAMers)라는 조직을 구성한 뒤 2010년 5월 17일 당시 애리조나주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며 권리보장을 위한 운동을 했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점거, 시위, 단식투쟁, 행진 등을 하면서 이들이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주는 ‘드림 법안’(DREAM Act)을 지지하고자 하는 운동을 확산시켰다. 미등록이주자 청년들의 ‘커밍아웃’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에서 이민정책에 대한 폭넓은 정치적 논의를 하는 데에 기여했다. ●미투운동도 더이상 숨지 말라는 메시지 ‘커밍아웃’ 운동은 종교의 영역에서도 등장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지 못하고 이성애자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과 같이, 기독교가 중심 종교인 사회에서 무신론자들은 유신론자인 것처럼 산다. 이렇게 종교적 벽장 속에 숨어 사는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무신론자로 용감하게 ‘커밍아웃’하라는 “아웃 캠페인”이 전개됐다.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의 저자이며 무신론자로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는 “이 세계에는 벽장에 갇혀 살고 있어 커밍아웃해야 하는 무신론자들이 많다”고 하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아웃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커밍아웃’은 이렇게 다양한 정황에서 사회적 낙인이나 불명예가 두려워 침묵하던 개인들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권리와 인정, 그리고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기 있는 긍정적 행위로 사용된다. 다층적 사회정의를 위해 필요한 소수자들의 행위인 것이다. 커밍아웃은 주로 개인의 자발적인 행위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요구되는 ‘풍자적 의미’로도 쓰인다. 실제로는 보수주의자인데 아닌 척하지 말고, 본 모습을 드러내 ‘커밍아웃’하라고 촉구하는 풍자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커밍아웃’이라는 개념은 또한 미투운동에서도 숨어 있는 피해자에게, 또는 가해자에게 더이상 숨어 있지 말고 나오라는 각기 다른 함의를 지닌 의미로도 사람들은 사용한다. ●게이는 원래 여성 성노동자 지칭하는 말 ‘게이’라는 개념의 역사도 변화돼 왔다. 게이란 원래 여성 성노동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다음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또한 더 나아가 ‘동일한 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일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지금은 ‘세계시민’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코즈모폴리턴’이라는 개념도, 나치 시대에는 유대인과 같이 ‘계획된 대량학살의 모든 희생자’를 지칭하면서 ‘사형선고’와 같은 매우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하나의 개념은 결코 동일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언어란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형태로 태동하기도 하는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기 때문이다. ‘커밍아웃’과 같은 하나의 개념이 어떠한 정황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로, 또 다른 정황에서는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나의 개념이 이렇듯 다양한 정황에서 상이한 함의를 지니고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논쟁에 빠질 때, 사회정치적 에너지는 잘못된 방향으로 낭비된다. 예를 들어 미등록이주민 청년들이 자신들이 미등록이주자라고 ‘커밍아웃’하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한국의 이민정책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항의와 시위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정치계나 언론이 정작 관심을 둬야 할 중요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는 외면한 채, 왜 성소수자들도 아닌데 ‘커밍아웃’이라는 말을 사용하느냐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사회적 에너지를 오용하고 낭비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된다. 그 어떤 집단이나 개인도 ‘커밍아웃’과 같은 특정한 개념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사회정치적 에너지를 빗나가는 방향으로 쏟아붓는 것은 모두가 경계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나 에너지는 제한된 것이기에,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를 분별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검사의 배틀필드는 법정” 공판중심 수사 주문한 尹

    “검사의 배틀필드는 법정” 공판중심 수사 주문한 尹

    “검사의 배틀필드(전장)는 법정이다.” 거센 사퇴 압박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판 중심으로 수사를 개편해야 한다”며 검찰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내년 1월 수사권 조정에 따른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의 변화에 검찰이 적극 대응해 과거의 검찰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윤 총장은 2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관련 오찬 간담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업무 시스템도 변경돼야 한다”면서 “수사 역시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공판 중심형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수사구조 개편을 시범 실시 중인 대구·부산·광주지검 소속 검사 6명이 참석했다. 대검에서는 조남관 차장검사와 박기동 형사정책담당관이 배석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수사와 조사는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소추와 재판을 위한 증거와 사건 관련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하는 것”이라면서 “검찰 업무에서 재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대조치를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극적인 재판 진술권 보장,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에 대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 등을 제시했다. 대검은 이날 간담회와 이후 진행된 실무 검사들의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일선 검찰청에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표준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감찰을 벌이고 있는 법무부가 윤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변호사 출입 기록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총장과 친분이 있는 옵티머스 측 이모 변호사의 출입 기록을 통해 무혐의 처분 과정에 ‘봐주기 수사’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옵티머스가 아닌 다른 사건의 변호인 자격으로 윤 지검장을 만난 적은 있다”면서 “옵티머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흔들리는 법치주의 해법은...“법무부 장관 감찰권 악용 소지”

    흔들리는 법치주의 해법은...“법무부 장관 감찰권 악용 소지”

    법무 장관·검찰총장의 갈등 악화 국면장영수 교수 “정치가 법치 지배” 일갈김현성 변호사 “포퓰리즘 입법 막자”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논란은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도 갈등은 해소되기는 커녕 점점 커지고 있다. 연일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지는 비정상적 상황을 법조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조언론인클럽이 23일 공동으로 ‘위기의 법치주의, 진단과 해법 세미나’를 열고 실질적인 법치주의 구현을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세미나는 사법, 입법, 검찰로 분야를 나눠 진행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혼란, 사법불신과 법치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정치가 법치를 지배하고, 사법부가 인권과 법치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근본가치에 대한 존중이 깨질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의 횡포·독재에 의해 소수자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입법 포퓰리즘과 법치주의 위기’ 주제를 맡은 김현성(변호사) 변협 입법평가특위 위원장은 포퓰리즘 입법 사례 등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회 안에 사전적·사후적 규범통제가 가능한 절차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입법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변호사)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검찰개혁, 공수처, 위기의 법치주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검사 인사, 감찰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내놓았다. 김 공동대표는 “장관의 감찰권은 정치 권력의 검찰 수사개입을 위해 악용될 수 있으며, 검찰청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는 검찰총장과 검사에 대해 하위법령인 법무부의 감찰규정을 근거로 감찰하는 것은 법 체계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을 제한하고 독립적인 검사 인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토론자로 참여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변협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훼손된 법치주의가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전반은 남성, 후반은 여성으로 살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전반은 남성, 후반은 여성으로 살다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을 선도한 영국 기자 겸 여행작가 잔 모리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대영제국에 관한 기념비적 3부작 ‘팍스 브리태니카’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40권 이상의 책을 펴낸 모리스가 웨일스에서 눈을 감았다고 아들 트윔의 성명을 인용해 BBC가전했다. 병사이며 소설가 등의 다채로운 삶을 살었던 그녀는 남성으로 인생 전반을, 여성으로 인생 후반을 산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리스는 40대이던 1972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가 되면서 이름을 잔으로 바꿨다. 트윔은 “오늘 아침 11시 40분에 를린(Llyn)의 이스비티 브린 베릴(Ysbyty Bryn Beryl)에서 작가 겸 여행가인 잔 모리스가 가장 위대한 여정에 올랐다. 그녀는 기슭에 평생의 파트너 엘리자베스를 남겨뒀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는 성 전환 전 그의 아내였는데 다섯 자녀를 낳은 뒤 성 전환 뒤 동성 결합(civil partnership) 형태로 혼인 관계를 계속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녀 중 한 명은 어릴적 사망했다. 고인은 2016년 동료 여행작가 마이클 팰린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내 인생을 무척 즐겼다. 해서 존경스러울 정도다. 내 생각에 아주 좋고 재미있는 인생이었다. 그리고 난 이 모든 일을 아주 열심히 해냈다”면서 “내 서명을 크고 길게 가져가기 위해 모든 책을 썼다. 내 인생은 자족감으로 가득한 중심 진자 운동이었다”고 돌아봤다. ‘신유럽기행’을 쓰고 2018년 평양 르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던 팰린은 고인이 넌픽션 작가로도 활약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에 머물러 온 장소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을 창조해냈다고 돌아봤다. ‘래비린스(Labyrinth)’를 쓴 작가 케이트 모스는 “각별한 여인이었다”고 애도했으며. 동료 작가인 사스남 상게라는 트위터에다 “대단한 인생, 대단한 작가였다”고 아쉬워했다. 기자 캐서린 오도넬은 “공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성 전환을 해 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카디프 북부의 노동당 의원인 안나 맥모린은 “믿을 수 없는 작가이자 개척자이며 역사학자”라고 애도했다. 잔의 베네치아 가이드북은 워낙 일품이어서 더 나은 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평판을 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책이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고 했다. 팰린 역시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책 가운데 하나”라면서 “베네치아를 묘사한 문장들은 내가 마주친 어떤 관습적인 여행 글을 초월했다. 그녀의 영혼과 가슴은 이 책에 있었다. 일종의 불륜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내가 마치 베네치아와 연애하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해 내 평생 그 느낌이 지속됐다. 작가로서 그녀는 호기심과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게 가르쳐줬다”고 했다.그녀의 소설 ‘하브로부터의 마지막 편지’는 여행 문학의 형태로 쓰인 작품이었다. 고인은 또 1953년 5월 29일 인류의 첫 에베레스트 등정 발자취를 단독 취재해 타임스에 실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하며 정상 도전을 중계하다시피 전했다. 마침 힐러리 경의 정상 등정 일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이 열렸는데 1999년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작사(CBE)를 받았다. 모리스는 1974년 자신의 성전환을 다룬 책 ‘수수께끼(Conundrum)’를 썼는데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카사비앙카의 한 클리닉에서 수술을 받은 과정을 옮겼는데 가디언은 “힘있고 아름답게 쓰인 다큐멘터리”라고 극찬했다. 고인은 2018년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성전환 때문에 집필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털끝만큼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향이 미미했다”고 돌아봤다. 나아가 남자로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외를 여행하지 않으면 웨일스의 그위네드에 있는 집에 머물렀는데 국수주의적인 견해를 강력히 천명했다. 웨일스 음유시인 경연대회인 에이스테드보드(Eisteddfod)는 웨일스의 생활 방식에 대한 그녀의 공헌을 높이 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윤석열 대전행부터 맞불수사까지…순탄치 않은 원전수사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윤석열 대전행부터 맞불수사까지…순탄치 않은 원전수사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 검찰이 지난 5일 월성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착수를 공식화하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를 이렇게 비판했다.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야당 측의 고발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것은 사실 각하감”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대전지검에 원전 수사를 해 달라며 고발을 한 지 한 달을 맞은 22일 여전히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놓고 정치권에선 의견이 갈린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감사원에서 수사 참고 자료를 보내는 등 사법 판단의 ‘공’을 우리 쪽에 넘겼는데 수사를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수사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검찰에선 ‘각하감’이라는 장관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감지된다. 수사라는 게 하나씩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강제수사 첫날부터 수사 의지를 꺾는 단정적인 표현은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검찰도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국민 봉사” 발언으로 정치권을 흔들어 놓은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9일 그의 공개 행보 장소가 원전 수사를 앞둔 대전지검이라니, 정치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게다가 대전지검장은 윤 총장과 오래 호흡을 맞춘 이두봉 검사장이었다. 윤 총장이 의도적으로 판을 키우려 했거나 정무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검찰은 윤 총장이 일부러 대전지검을 찾은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총장은 원래 대구고검·지검을 가길 원했다는 것이다. 대구지검은 윤 총장의 검사 생활 첫 근무지이자 특수부장을 했던 곳이고, 대구고검은 2014년 좌천된 뒤로 2년간 머문 곳이다. 윤 총장은 마지막까지도 “오전에 대구에 갔다가 오후에 대전에 가면 안 되겠느냐”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퇴 압박이 강한 시점에 과거 좌천됐던 곳을 찾게 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참모진 조언 때문이었는지 최종 행선지는 대전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정치적 공격에 시달리다가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임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원전 수사가 공무원 위법에 맞춰졌다고 하지만 초반 수사를 놓고 검찰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듯하다.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논란이 있는 만큼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차분함을 강조하는 쪽은 “탈원전 정책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니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감사 결과를 두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감사원에 재심의도 청구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감사 방해) 부분은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 부분은 검찰도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고 본다. 승부는 핵심 쟁점인 경제성 평가 과정에 숫자 조작 등 불법성이 있는지 규명하는 데서 결판이 날 텐데 재심의라는 변수가 생긴 셈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양동훈)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감사 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인데, 한쪽(대전지검)이 속도를 내면 다른 쪽(중앙지검)도 속도를 내는 식의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검도 수사지휘 부서를 일원화하는 등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복잡해진 원전 수사를 어떻게 풀어 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dream@seoul.co.kr
  • 가족·측근 수사 주내 결론 관측… 윤석열 압박 ‘최고조’

    가족·측근 수사 주내 결론 관측… 윤석열 압박 ‘최고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감찰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가운데 윤 총장 가족·측근 의혹 관련 일부 사건은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가 한 차례 무산된 윤 총장 대면조사를 재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서울 서초동은 ‘폭풍전야’ 상황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형사13부·반부패수사2부는 각각 윤 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 윤 총장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중 최씨 사건과 윤 전 서장 사건은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최씨의 요양병원 부정수급 의혹과 관련, 지난 3일 요양병원 동업자 등을 조사한 데 이어 12일엔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전 서장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달 말부터 서울 영등포세무서와 중부지방국세청, 국세청 전산실을 압수수색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달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해 봐야 안다. 정해진 건 없다”고 ‘11월 결론설’에 선을 그었다.실제 윤 총장 부인이 연관된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은 수사 진척이 더디다. 지난 9일 검찰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전시회 협찬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통기각됐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관련 수사에 윤 총장 지휘권을 배제했기 때문에 수사팀이 ‘혐의 없음’ 등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최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지급 의혹이 제기돼 윤 총장을 향한 ‘특활비’ 화살이 거꾸로 법무부를 겨누는 형국이 됐다. 법무부는 심 국장이 검찰 간부 20여명에게 약 1000만원의 격려금을 현찰로 지급했다는 보도에 대해 “용도에 맞는 예산 집행”이라고 반박했다.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 빗대어 비교하는 것도 ‘왜곡’이라고 했다. 심 국장이 예산 집행 현장에 간 것도 아니고, 직접 지급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한 면접위원들에게 특활비를 지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이번 주 윤 총장 측에 언론사 사주 회동 의혹 등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대면조사 일정을 재통보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총장은 23일 공판 중심형 수사구조 관련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 간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대법 “미성년자가 성관계 거부 안 했어도 성적 학대”

    대법 “미성년자가 성관계 거부 안 했어도 성적 학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성적 학대로 처벌할 수 없는지를 놓고 고등군사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렸다. 고등군사법원은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들어 이 부분을 무죄로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성적 자기결정권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아동복지법·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당시 만 15세인 B양과 성관계 도중 그만할 것을 요구했는데도 계속해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 C양에게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신체 노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에서 A씨 혐의 중 폭행죄 등 일부만 유죄로 인정되고 나머지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고등군사법원은 “(당시 B양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로 보인다”면서 성적 학대가 아니라고 봤다. 또 C양의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간음을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이 피해자 연령,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췄는지 여부 등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A씨가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도 ‘간음’ 행위의 수단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0억원 가치의 운석 1600만원에 팔았다? “그 기사 보고 한참 웃었다”

    20억원 가치의 운석 1600만원에 팔았다? “그 기사 보고 한참 웃었다”

    주택 지붕을 뚫고 떨어진 45억년 전 운석을 주운 인도네시아 남성이 미국인 운석 전문가에게 2억 루피아(약 1600만원)에 판매했는데 18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땅을 쳤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BBC 인도네시아도 같은 보도를 했다가 22일에는 운석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은 허황된 계산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그런 식의 사기는 없었다고 바로잡았다. 수마트라섬 중앙타파눌리 군에 사는 조슈아 후타가룽(33)이 주인공이다. 지난 8월 1일 오후 자택 지붕을 뚫고 들어온 운석이 흙바닥에 15㎝ 깊이로 박혔다. 관을 짜고 있었던 조슈아는 “맑은 날이었는데 하늘에서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붕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석을 파내니 여전히 온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지면서 떨어져 나가고 1.8㎏만 온전한 형태로 남았다. 그는 같은 달 발리에 사는 미국인 재러드 콜린스에게 현지인들로선 큰 돈인 2억 루피아를 받고 넘겼다. 운석은 45억년 전 생성된 것이며 태양계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물질을 포함하는 ‘카보네이셔스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로 확인됐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아주 귀한 운석이라 g당 860달러(약 96만원)이므로 180만 달러 이상 받아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슈아는 이를 모른 채 재러드에게 운석을 판매했으니 사기를 당한 셈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재러드는 운석 가격과 관련해 “조슈아에게 30년 치 월급을 지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뒤 재러드가 미국으로 보낸 운석은 인디애나폴리스의 운석 수집가 제이 피어텍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가 운석을 갖고 싶어 했는데 코로나19로 여행 길이 막히자 발리에 있는 재러드에게 수마트라로 가 조슈아를 만나 구매하라고 시켰다고 BBC는 전했다. 따라서 재러드가 사들인 뒤 피어텍에게 웃돈을 붙여 넘기거나 한 것이 아니었고 재러드는 여행 경비와 수고에 대한 보상만을 받았다고 했다. 재러드는 협상하는 과정에 운석을 보관할 때는 물이 닿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조언하기도 했다. 조슈아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운석 판 돈을 가족과 보육원에 나눠주고 예배당 만드는 일과 부모 돌보는 일에 이미 모두 썼다”고 했다. 그는 운석 중 1.8kg만 재러드에게 판 뒤, 남은 부스러기들은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기념으로 5g을 보관했다고 했다.조슈아와 재러드는 운석의 무게와 가격을 일체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운석의 가치가 어떻게 180만 달러로 뻥튀기됐을까? 방송은 팔고 싶은 사람의 희망과 아마추어식 계산이 뒤섞여 나타난 일이라고 봤다. 그날 조슈아의 집 근처에는 더 작은 크기의 운석도 많이 발견됐다. 그 중 몇 개도 이미 팔렸는데 둘은 미국 이베이에서 판매됐다. 0.3g 짜리는 285 달러에, 33.68g 짜리는 2만 9120 달러에 팔렸다. 이걸 평균 내면 g당 860달러가 된다. 2.1㎏이라면 180만 달러가 넘는다고 계산한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지구와우주 탐사학교 로렌스 가비 연구교수는 “그 숫자를 보며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수마트라 운석을 조사해왔고 공인도 해온 그는 “예전에도 이런 기사 수도 없이 봐왔다. 누가 운석을 발견하면 이베이에 내놓는다. 그리고 작은 조각이 비싸게 팔린 것을 보고 크면 훨씬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통하지 않는다. 가비 교수는 “사람들은 지구보다 더 나이를 먹고, 우주로부터 온 뭔가를 소유한다는 사실에 매료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파편에 수백, 수천 달러를 기꺼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커다란 것이라고 해서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클수록 값어치는 떨어진다. 그는 아울러 이베이에서 실제로 거래가 되는 금액은 판매자가 희망하는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운석의 물질 가운데 70~80%는 찰흙이라 별다른 가치가 없다. 그는 “나머지는 철과 산소, 마그네슘, 알루미늄, 칼슘 등인데 아마도 1달러 정도, 아무리 너그럽게 말해도 2달러 가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구 대기권에 들어올 때 운석 크기는 1m 정도인데 진입하면서 쪼개져 아주 적은 숫자만 바닥에 떨어진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법서라]윤석열 대전행부터 맞불수사까지...순탄치 않은 원전 수사

    [법서라]윤석열 대전행부터 맞불수사까지...순탄치 않은 원전 수사

    檢 월성1호기 수사, 與 ‘군사작전’ 비판자료 받고도 수사 안하면 직무유기 항변대전 방문한 윤 총장, 원래 대구행 원해초반 수사 두고 검찰 내에서 평가 갈려산업부 재심의·감사원장 수사 착수 변수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 검찰이 지난 5일 월성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 착수를 공식화하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를 이렇게 비판했다.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야당 측의 고발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것은 사실 각하감”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대전지검에 원전 수사를 해 달라며 고발을 한 지 한 달을 맞은 22일 여전히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놓고 정치권에선 의견이 갈린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감사원에서 수사 참고 자료를 보내는 등 사법 판단의 ‘공’을 우리 쪽에 넘겼는데 수사를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수사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검찰에선 ‘각하감’이라는 장관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감지된다. 수사라는 게 하나씩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인데 강제수사 첫날부터 수사 의지를 꺾는 단정적인 표현은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도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국민 봉사” 발언으로 정치권을 흔들어 놓은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9일 그의 공개 행보 장소가 원전 수사를 앞둔 대전지검이라니, 정치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게다가 대전지검장은 윤 총장과 오래 호흡을 맞춘 이두봉 검사장이었다. 윤 총장이 의도적으로 판을 키우려 했거나 정무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검찰은 윤 총장이 일부러 대전지검을 찾은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총장은 원래 대구고검·지검을 가길 원했다는 것이다. 대구지검은 윤 총장의 검사 생활 첫 근무지이자 특수부장을 했던 곳이고, 대구고검은 2014년 좌천된 뒤로 2년간 머문 곳이다. 윤 총장은 마지막까지도 “오전에 대구에 갔다가 오후에 대전에 가면 안 되겠느냐”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퇴 압박이 강한 시점에 과거 좌천됐던 곳을 찾게 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참모진 조언 때문이었는지 최종 행선지는 대전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정치적 공격에 시달리다가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當否)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임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원전 수사가 공무원 위법에 맞춰졌다고 하지만 초반 수사를 놓고 검찰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듯하다.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논란이 있는 만큼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차분함을 강조하는 쪽은 “탈원전 정책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니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감사 결과를 두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 감사원에 재심의도 청구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감사 방해) 부분은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 부분은 검찰도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고 본다. 승부는 핵심 쟁점인 경제성 평가 과정에 숫자 조작 등 불법성이 있는지 규명하는 데서 결판이 날 텐데 재심의라는 변수가 생긴 셈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양동훈)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감사 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인데, 한쪽(대전지검)이 속도를 내면 다른 쪽(중앙지검)도 속도를 내는 식의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검도 수사지휘 부서를 일원화하는 등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복잡해진 원전 수사를 어떻게 풀어 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0억 ‘운석로또’? 1600만원에 팔았다”…헐값 매각 논란

    “20억 ‘운석로또’? 1600만원에 팔았다”…헐값 매각 논란

    살던 집 지붕을 뚫고 마당에 떨어진 운석의 가치가 우리 돈으로 20억원 가치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운석 로또’를 맞은 것으로 보도됐던 인도네시아 남성이 실제로는 1600만원에 팔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운석을 사간 운석 전문가는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BBC인도네시아와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중앙타파눌리군에 사는 조슈아 후타가룽(33)은 최근 영국 매체들이 자신이 전문가에게 판매한 운석의 가치가 260억 루피아(약 2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하자 깜짝 놀랐다. 후타가룽은 “운석이 처음에는 2.2㎏ 정도였으나 만지면서 부서져 1.8㎏을 발리에 사는 미국인 재러드 콜린스에게 2억 루피아(1600만원)에 팔았다”며 “만약 값어치가 진짜 260억 루피아 정도라면 내가 속은 것 같다.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일 오후 4시쯤 운석이 후타가룽이 사는 집의 양철 지붕을 뚫고 베란다 일부를 박살낸 뒤 집 앞마당 15㎝ 깊이의 땅 속에 박혔다. 관 짜는 일을 하고 있던 후타가룽은 “맑은 날이었는데 하늘에서 뭔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며 “운석을 파내보니 여전히 따뜻했다”고 말했다.후타가룽의 집에 떨어진 운석은 조사 결과 45억 년 전 생성됐고, 태양계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물질을 포함하는 ‘카보네이셔스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로 확인됐다. 후타가룽은 운석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현지 매체들은 물론 운석을 보려는 사람들로 그의 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운석을 사겠다는 이들도 앞다퉈 줄을 섰다. 후타가룽은 8월 17일 집으로 찾아온 운석 전문가 콜린스에게 운석을 팔았다. 그는 이후 언론 매체에 운석 가격에 대해 “후타가룽에게 30년치 월급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후 콜린스가 미국으로 보낸 운석은 인디애나폴리스의 운석 수집가 제이 피어텍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더선, 데일리스타 등 영국 매체들은 이달 17일 후타가룽의 운석 기사를 보도하면서, 카보네이셔스 콘드라이트가 온라인사이트에서 1g당 1410만 루피아(112만원)에 거래되기에 1.8㎏이면 약 260억 루피아(20억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도했다.그러나 보도와 달리 후타가룽은 운석을 2억 루피아(1600만원)에 넘겼던 것이었다. 후타가룽은 해당 소식을 접한 뒤 실망감을 나타내며 “운석 판 돈을 가족과 보육원에 나눠주고, 예배당 만드는 일과 부모님 묘 손보는 일에 사용해 이미 모두 썼다”고 주장했다. 후타가룽은 운석 중 1.8㎏만 콜린스에게 팔고, 남은 부스러기 조각들은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5g을 기념으로 가졌다고 말했다. 운석을 100배 이상 싸게 샀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콜린스는 BBC인도네시아에 해명서를 보냈다. 콜린스는 “조슈아에게 지불한 돈은 2억 루피아가 아니며 260억 루피아 가치의 운석은 없다”며 “거래 가치는 조슈아와 미국의 구매자가 직접 소통해서 정했고, 나는 조슈아의 집까지 여행하고 시간을 쓴 데 대한 보상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법원 “전두환 자택 본채 압류는 위법”...별채는 압류 가능

    법원 “전두환 자택 본채 압류는 위법”...별채는 압류 가능

    검찰, 연희동 자택 공매로 넘겨“본채·정원, 불법재산 증거부족”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것과 관련해 일부 위법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0일 전 전 대통령이 검찰 추징에 불복해 제기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일부 받아들이는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의 본채와 정원은 압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본채와 정원은 대통령 취임 전 취득하는 등 공무원범죄몰수법의 불법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가는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차명재산임을 증명해 피고인 앞으로 소유자 명의를 회복한 다음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별채에 대해서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에 확인돼 불법 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압류가 가능하다고 보고 전 전 대통령 측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 측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 신청으로 연희동 자택이 공매에 넘겨지자 이에 반발하며 이의를 신청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아하! 우주] ‘실패한 별’ 갈색왜성 사상 첫 전파 망원경으로 발견

    [아하! 우주] ‘실패한 별’ 갈색왜성 사상 첫 전파 망원경으로 발견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서는 별 중심부 압력과 온도가 수소 핵융합 반응을 유지할 정도로 높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태양 질량의 0.08배 이하인 작은 별은 안정적인 수소 핵융합 반응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융합 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수소처럼 무거운 원소에 의한 미약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별에 비하면 너무 어둡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스스로 내는 에너지가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천체를 갈색왜성(brown dwarf)이라고 부른다. 질량이 부족해 별이 되지 못한 가스 천체이기 때문에 흔히 '실패한 별'로 불리기도 한다. 갈색왜성은 목성 질량의 13~80배 사이의 천체로 우주에 매우 흔하지만, 차갑고 어둡기 때문에 그 가운데 극히 일부만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아스트론(ASTRON) 연구소와 미국 하와이 대학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망원경으로도 찾기 힘든 갈색왜성을 사상 최초로 전파 망원경을 통해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사용한 전파 망원경인 로파(Low-Frequency Array, LOFAR)는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 대륙 1000㎞에 펼쳐져 있는 2만 개 이상의 안테나를 연결해 만든 거대 전파 망원경이다. 로파는 매우 미세한 전파까지 관측할 수 있지만 수백 광년 떨어진 갈색왜성이 방출하는 전파를 관측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연구팀은 갈색왜성이 목성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갈색왜성에서 나오는 전파에 맞는 관측 결과를 로파 데이터에서 검색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212광년 떨어진 위치에서 갈색왜성으로 의심되는 천체인 'BDR J1750+3809'를 찾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44MHz 영역에서 이 천체를 찾은 후 지상의 망원경으로 다시 확인해 실제로 갈색왜성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 갈색왜성에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인 엘레가스트(Elegast)라는 별명을 붙였다. 과학자들은 태양계 인근에 수많은 갈색왜성이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갈색왜성보다 조금 작지만 역시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떠돌이 가스 행성도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전파 망원경을 통해 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대검 비협조”… 윤석열 대면조사 일단 멈춘 법무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조사를 돌연 취소했다. 표면적 이유로 대검찰청의 비협조를 들었지만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감찰 현실화에 따른 후폭풍을 고려해 감찰 직전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감찰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19일 오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한 진상 확인을 위해 오늘 대검을 방문해 조사하고자 했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면조사 계획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지난 16일부터 대검에 윤 총장 방문조사 일정을 타진하고, 전날에도 “19일 오후 2시 대면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 대면조사 강행 방침을 고수했으나 대검 측의 비협조로 조사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어 “수사나 비위 감찰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여지를 남겨 뒀다. 대검이 “감찰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 비위 감찰에 대해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진상조사에는 협조하지만 근거 없는 의혹에 감찰을 남용하는 데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전날에도 “궁금한 사항을 서면으로 보내 주면 충실하게 설명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 그렇다고 윤 총장이 감찰을 수용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법무부의 추가 조사 시도에도 윤 총장이 불응하면 추 장관이 이를 이유로 징계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해임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코로나 백신의 운명, 결국 온도에 달렸다

    코로나 백신의 운명, 결국 온도에 달렸다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지났다. 중국 정부가 처음 집단감염을 보고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이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최초의 증상 발현은 12월 8일이며,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것은 1년 전인 2019년 11월 17일이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되는 지난 9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효과 90% 이상의 백신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인 지난 16일에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94.5% 효과를 보이는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놨다. 계절성 독감 백신의 효과가 30~60%이고 홍역 백신이 97% 수준인 것을 감안한다면 일단 백신의 효과는 상당히 높은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백신사용 승인 기준인 50%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희망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방백신은 보통 바이러스나 병원균의 독성을 약화시키거나 화학적으로 사멸시킨 다음 체내에 주입해 항체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개발된 백신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신 유전정보인 mRNA를 주사해 mRNA가 몸속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희망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완료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온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도 11월 17일자에 이 같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나란히 실었다. 최근 계절성 독감 백신이 문제가 됐던 것은 적정 보관 온도를 벗어나 상온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적정 보관 온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약물이나 항원, 항체 활성 단위인 ‘역가’가 떨어져 이른바 접종을 받아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는 ‘물백신’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백신 보관 관리 및 수송가이드라인’에도 백신 보관 온도는 일반적으로 2~8도, 평균 5도를 유지해야 한다.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의 보관 온도는 더 엄격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며 1만 5000달러(약 1659만원) 상당의 특수 극저온 냉동고에서만 6개월 보관이 가능하다. 영하 70도보다 높을 경우는 보관 기간은 5일로 줄어든다. 반면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은 화이자 백신보다 높은 온도인 영하 20도에서 6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일반 냉장고에서도 30일 동안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최적의 백신 효과를 위해서는 제조사가 밝힌 온도에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백신물질인 mRNA를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인체에 무해한 나노입자로 코팅을 하거나, 백신을 동결 건조시켜 분말 형태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는 액상 형태의 백신 개발이 성공하면 분말형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감염병연구소(IDRI) 소장인 코리 캐스퍼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시골 지역이나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백신 보관을 위한 극저온 냉동고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 개발 완료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약효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관하고 운반할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檢 “노골적인 총장 모욕”… 법무부 “대검 응답 없어 찾아간 것”

    檢 “노골적인 총장 모욕”… 법무부 “대검 응답 없어 찾아간 것”

    검찰 “평검사가 오다니 그럴 수는 없다”법무부 “방문 전 알리고 조사 예정서 전달”김용규 부장검사 감찰실 파견 철회 관련“총장 대면조사 이견 관련 아냐” 해명도윤대진 검사장 형 등 측근 사건 수사 속도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이 지난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에 조사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사전 접촉을 했는데도 응답이 없어 검사들이 직접 찾아간 것”이라며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고 반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현직 총장에 대한 감찰 현실화로 파열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검찰은 법무부가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진행하려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총장을 상대로 구체적 근거도 없이 평검사를 보내 조사하려고 한 것 자체가 망신 주기가 아니면 무슨 의도냐”면서 “아무리 정치인 장관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검사들 사이에서 도는 글에도 “모욕을 주려는 뜻이 담겨 있겠으나 공직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마저도 없어 마음이 상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평검사를 상대로 조사를 할 때도 소속 청을 직접 찾아가 근무 시간 중 조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반면 법무부는 “느닷없이 평검사들을 보내 총장을 대면 조사하겠다는 게 아니었다”면서 와전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감찰관실이 지난 16일 검찰총장 비서관에게 ‘법무부 진상확인 사건에 대해 총장 조사가 필요하니 원하는 일정을 알려 주면 언제든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대검 측이 일정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17일) 오전에 대검 측에 총장에 대한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을 위한 방문 의사를 알리고 오후에 검사 2명이 예정서를 전달하러 대검에 갔으나 접수를 거부해 돌아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예정서엔 19일 오후 2시에 대면 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날도 대검에 대면 조사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검 측과 감찰 방식을 놓고 물밑 조율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찰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의혹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사건은 윤 총장이 직접적 당사자로 관련 진정 사건이 접수돼 진상조사가 진행돼 왔다. 추 장관도 지난달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검사윤리강령 위배 여지가 있다”면서 “감찰 결과가 나오면 (국회에)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법무부의 대면 조사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총장으로서도 불명예에 해당하지만 검찰 조직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검찰 내부에선 총장이 대면 감찰을 받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 예정이었던 김용규 인천지검 형사1부장의 파견이 철회된 이유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법무부는 “일선의 부담 등을 고려해 파견 근무 예정일(16일) 이전에 철회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 서정민)는 지난 13일 세종시 국세청 전산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尹 감찰 위해 평검사 보낸 법무부 … 대놓고 ‘망신 주기’

    尹 감찰 위해 평검사 보낸 법무부 … 대놓고 ‘망신 주기’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조사 일정을 통보하며 본격 감찰에 나섰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조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검찰청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에서는 서면조사조차 없이 이례적으로 평검사를 검찰총장에게 보낸 것은 ‘의도적인 망신 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법무부와 대검 등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은 전날 오후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 일정 조율을 위한 문건을 들고 대검을 방문했다. 문건에는 “19일 오후 2시에 별도의 공간에서 대면 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 측은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며 이들 검사를 법무부로 되돌려 보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조사할 때도 부장검사가 직접 하고 일정도 조율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일방적으로 윤 총장에게 조사 일정을 통보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 16일 윤 총장 비서관에게 조사 일정을 위한 조율을 시도했으나 대검 측이 답변을 거부해 전날 오전 방문 의사를 알리고 오후에 대검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로 파견 통보를 받은 김용규 인천지검 형사1부장이 곧바로 파견 철회가 된 것을 놓고도 “윤 총장 대면 조사에 대한 이견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법무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를 만난 의혹에 대해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 라임 사건의 보고 절차 위반 의혹 등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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