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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사인볼트·톰슨의 나라’ 자메이카의 비밀? ‘타고난 유전자+교육의 선순환’

    ‘우사인볼트·톰슨의 나라’ 자메이카의 비밀? ‘타고난 유전자+교육의 선순환’

    자메이카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단거리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유독 자메이카에 뛰어난 육상 재원이 나타나는 ‘비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사인 볼트(30)가 19일 남자 100m와 200m를 석권해 3연패를 달성했고 새로운 단거리 여제 일레인 톰프슨(24)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여자 100m, 200m 우승을 차지했다. 자메이카 남녀 400m 계주팀이 모두 결승에 올라 있어, 이 종목마저 휩쓸면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녀 단거리 3관왕을 동시에 배출하는 역사를 쓴다. 자메이카는 인구 295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전 세계 팬들의 눈이 모이는 육상 단거리를 지배하고 있다. 자메이카 육상 단거리는 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과제다. 대부분 연구는 ‘타고난 신체에 후천적인 노력을 동반하니 최강이 됐다’는 결론을 내린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과 자메이카 서인도 대학은 2009년 ‘자메이카 단거리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DNA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영국의 식민지로 노예무역 중심지 역할을 했던 자메이카에 1600년대 중반 서아프리카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글래스고 대학과 서인도 대학은 200명 이상 자메이카 육상 선수 신체를 조사한 결과 선수의 70%가 액티넨 A 유전자 CC형 타입임을 밝혀냈다. 액티넨 A는 근육을 강화하는 유전자인데 그중에서 CC형 타입은 내부 근육의 구조를 강화하는 특수 단백질을 쉽게 만든다. 또 액티넨 A CC형 타입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작용을 빠르게 한다. 이 작용이 빠를수록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서아프리카 선수들에게도 이 유전자 타입이 자주 발견된다. 볼트와 톰프슨이 보여준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도 이 유전자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 타입을 보인 호주 선수는 30%였다”고 밝혔다. 호주는 육상 단거리 약소국이다. 이 연구는 ‘자메이카에서는 선천적으로 단거리 육상에 적합한 신체를 갖춘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은 2014년 “자메이카 어린이들이 유럽 아동보다 완벽하게 다리 대칭을 이루고 있다. 특히 좌우 무릎 균형이 좋다”며 “이는 육상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신체적 특성만이 육상강국 자메이카를 만든 것은 아니다. 재원을 육성하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자메이카가 육상 단거리 최강국으로 떠오른 건 2000년대다. 1990년대에도 뛰어난 자원이 있었지만 해외로 유출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린퍼드 크리스티(영국), 1996년 애틀랜타 100m 우승자 도너번 베일리(캐나다), 약물 복용 파문을 일으켰지만 칼 루이스(미국)와 단거리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벤 존슨(캐나다)이 자메이카 출신이다. 이들은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뛰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육상 유학을 한 데니스 존슨은 자메이카로 돌아와 스프린터 육성학교인 자메이카 공대를 세웠다. 볼트와 톰슨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육상 유망주들은 자국에서 교육을 받고 국가대표가 되면서 자메이카 단거리가 성장한다. 그렇게 대표선수가 된 이들은 다시 자메이카에 남아 후배를 가르치고 새로운 유망주가 최신 육상 기술을 전수한다. 또 국가적으로 자주 육상경기를 열어 유망주에게 희망을 품게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 안에서 ‘제2의 볼트와 톰프슨’이 배출되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공직사회 ‘복지부동’ 풍조 경종 울려야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한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풍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전기료 누진제 등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마다 절박한 민심과는 겉도는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그 징후다. 심지어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는 유행어가 관료사회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라니 말이다. 어제자 본지 기획 보도에서 분석된 바처럼 정권 4년차부터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식의 공직사회의 잘못된 DNA(유전자)가 발현된 것이라면 문제는 사뭇 심각하다. 공직자들도 각성해야겠지만, 임기 말을 향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공직 기강을 다잡을 처방을 내놓을 때다. 4월 총선 이후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 중 제대로 정곡을 찌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수입 자동차 연비 조작과 미세먼지 대책, 가정용 전기 누진제 개선책 등이 그런 사례였다. 야당의 입김이 거센 해운·조선사업 구조조정 대책이 지지부진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타 사안은 딱히 ‘여소야대’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특히 가정용 전기료 파문은 관료들의 무사안일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는데 “에어컨을 하루 4시간만 켜면 된다”는 관료들의 한가한 소리가 가당키나 했겠나. 그러다 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당일 허둥지둥 개선안을 내놨으니 믿을 만한 근본 대책이 나올 리도 만무했다. 정책 난맥상이 되풀이될 토양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가뜩이나 주요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공무원과 민원인 간 소통이 단절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무원들이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듣지 않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그때서야 움직이는 시늉만 한다면? 그런 ‘땜질 행정’의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임기가 1년 반 남은 지금 공직자들이 벌써 차기 정권의 향방에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면 안 될 말이다. 역대 정권의 임기 말이 그랬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당연시될 수 없다면 정책 추진력의 회복도 현 정부의 책임이다. 엄정한 직무 감찰과 신상필벌이 필요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성과를 낸 공무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해야겠지만, ‘설거지하다 접시를 깨는’ 식의 행정 과실을 함부로 징치해선 곤란하다. 공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위민(爲民) 정책’을 생산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 임신한 여성 손발 묶어 성추행한 파렴치범 11년 만에 ‘중형’ 선고

    임신한 여성 손발 묶어 성추행한 파렴치범 11년 만에 ‘중형’ 선고

    유전자 정보(DNA) 대조로 11년 만에 붙잡힌 성추행범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신상렬)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11년 전인 2005년 7월 20일 새벽 3시 30분쯤 인천 남구 도화동의 한 주택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B(당시 26세·여)씨를 깨워 노끈으로 손과 발을 묶은 뒤 강제추행을 하고 달아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가 “임신했으니 성폭행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자 B씨의 신체를 만지며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파렴치한 범행은 그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채취된 DNA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데이터베이스(DB)에 보관된 2005년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11년 만에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야간에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해 강제추행하고 재물을 훔쳤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에도 범인이 누군지 알지 못한 채 1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야 했다”면서 “진범이 밝혀진 이후에도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꺼리는 등 여전히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도강간죄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해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다시 도진 복지부동…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DNA 꿈틀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다시 도진 복지부동…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DNA 꿈틀

    여론 반발 살라… 野에 찍힐라 책임 안 지려 하고 반짝 대책만 “미세먼지 대책을 왜 우리한테 물어봅니까. 국무조정실이나 환경부에 확인해 보셔야죠.”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료’입니다. 세금이 아니라 요금인데, 이건 기재부가 손대는 분야가 아닙니다.”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지난 5월과, 전기료 누진제 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최근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이끌어 간다고 자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괜히 골치 아픈 사안을 떠안기 싫다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컨트롤타워’로 나서서 문제를 풀어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임지고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일정한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이다. 당시 “서민들 주머니 털어서 나라 곳간 채우려는 꼼수”라는 비판부터 “20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으름장까지 반발이 컸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혐연 분위기를 강화하고, 금연구역을 늘리고 흡연구역을 줄이는 등 종합 전술로 결국엔 2000원 인상을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애연가’였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스로 담배를 끊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소야대를 가져온 20대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는 정책의 무게가 떨어지고, 이슈의 핵심을 찌르지 못한 채 성과 대신 논란만 남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관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여일 만에 내놨던 미세먼지 대책은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정부부처의 국장급 간부는 “화력발전소 이외에 확실한 미세먼지 대책은 노후 경유차량 제어와 경유세 인상인데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모두가 여론의 반발과 ‘민생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예상 지적을 피하고 싶은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정권 4년차부터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공직 사회에 잠재해 있던 잘못된 DNA(유전자)가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취재에 응한 상당수 공무원들은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의 ‘복지부동’ 행태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정부청사가 세종에 있어서가 아니라, 정권 후반기에 책임지고 나섰다가 여론의 반발을 사거나 야권에 찍혀 눈 밖에 나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정권의 레임덕’보다도 ‘정책의 레임덕’이 먼저 왔다는 것이다. 한 과장급 간부는 “총선 전에도 새로운 정책과 법을 만들어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를 못 넘어서 안 된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애를 쓰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지금은 그냥 눈치만 보면서 여러 현안을 다음 정부로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정치권 판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소야대 자체보다는 여소야대에 탓을 돌리는 것이 문제란 얘기다. 한 사무관은 “4·13 총선 이후 국·과장들의 태도가 달라진 게 확연히 느껴진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부작용과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지적하고는 뭉개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청와대)에서 별도의 지시가 내려와도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딱 하루 반짝 이목을 끌고 사라질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 후반기 다시 등장한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막기 위해선 개각 등 인선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과나 능력이 반영되지 않는 정부 말기에 몸을 던져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료들이 벌써부터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 어느 줄에 서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양정철 제주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정권 3~4년차에 접어들수록 공무원들 특유의 복지부동이 나오게 돼 있는데, 이럴 때 청와대의 기능이 중요해진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통령과 명운을 함께할 참모들, 즉 순장조가 남아서 끝까지 책임질 일들을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뉴스 분석] 공무원 사회는 왜 ‘오대수’가 되었나

    여소야대… 정권 말 ‘레임덕’ 공무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복지부동’이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구태를 지적하는 말로 등장해 유행어로 발전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 말이 최근 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더해 ‘오대수’까지 등장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는 뜻으로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복지부동의 부활’은 미세먼지, 전기료 누진제 등 지난 4월 총선 이후부터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이 민심과 괴리되고 부적절한 결과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4년차, 여소야대 정국 속에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우선 레임덕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생산과 추진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 A씨는 17일 “요즘 관가는 시간과 품이 드는 정책 현안,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어젠다들은 어지간하면 다 차기(정부)로 미루는 ‘오대수’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향후 100년을 내다봐야 할 미세먼지 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뒤 20여일, 또 7~9월 주택용 전기요금을 깎아 주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이 대책 발표를 언급한 뒤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나왔다. 급조된 대책이다 보니 엉성하고 빈틈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놓고 주요 경제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민간과 교류가 단절되고, 긴장도가 떨어져서 그렇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부처의 국장급 간부 B씨는 “청와대와 국회가 내려올 것도 아니고, 공직사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이전 뒤 4년이나 지나서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물론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기강을 해이하게 하는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세종을 탓해 봤자 ‘국회 탓’에 이어 핑곗거리만 하나 더 주는 것뿐”이라며 “집권 4년차에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적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공직사회에 현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과 같은 정권의 DNA를 주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공무원들도 인정받기 위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지만, 집권 후반기에 다음 정권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다음 자리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공무원들이 굳이 ‘모난 돌’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무자급 직원들은 “실·국장급들의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의 시계가 정권의 시계보다 길어야 한다”면서 “정권과 정책의 동반 레임덕을 막으려면 중요한 공적, 민간기구 수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엇갈리게 만들고 때론 길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진욱 성폭행 고소 여성’ 무고 혐의 구속영장 또 기각

    ‘이진욱 성폭행 고소 여성’ 무고 혐의 구속영장 또 기각

    배우 이진욱(35)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씨를 허위로 고소한 혐의(무고)로 여성 A씨에 대해 재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17일 밝혔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고소 동기 및 성관계와 그 이후의 심리 상태 등에 관하여는 불구속 상태에서 보다 세심한 조사와 심리가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증거가 상당한 정도 확보돼 있기도 하는 등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가 4차례 조사를 받는 동안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점, 배우 이씨가 무고를 당해 유·무형의 피해를 크게 입은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8일 A씨의 구속영장을 처음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후 보강 수사를 한 경찰은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고, A씨가 무고 혐의에 관해 자백한 내용을 자꾸 번복한다”면서 이달 11일 영장을 재신청했으나, 이번에도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달 14일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이씨가 그날 밤 자신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며 이씨를 경찰에 고소한 뒤 다음날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성폭행 증거로 속옷을 제출하고, 상처를 입었다며 신체 사진을 공개했다. 속옷에서는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이씨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면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피소 이틀 뒤인 16일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고 이튿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A씨는 같은달 22·23·26일 세 차례 더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4번째 조사를 받은 26일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결백 프로젝트와 정의, 그리고 DNA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결백 프로젝트와 정의, 그리고 DNA

    범죄 수사에서 목격자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범죄자는 목격자를 피해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은 목격자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목격자의 진술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목격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자칫 잘못된 진술은 진실을 감출 뿐 아니라 선량한 피해자만 만들게 된다. 실제로 목격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피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와 피의자를 한 명씩 볼 때 목격자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격자의 증언이 증거로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목격자 진술에 대한 검증뿐 아니라 보완이 필요하다. 그런 보완책 중 하나가 DNA다. 1987년 영국의 알렉 제프리스 박사는 사람마다 DNA 구조가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DNA 증거를 최초로 범죄수사에 적용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DNA 증거를 중요한 증거로 활용했고 ‘결백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이다. 미국 뉴욕 변호사인 배리 셰크와 피터 노이펠트가 1992년 DNA 분석기술을 이용해 의뢰인들의 결백을 밝혀내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재심신청 프로그램이다. 의과대에서 정비 일을 담당한 줄리어스 루핀은 1981년 어느 날 업무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때마침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여학생은 몇 주 전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루핀을 범인으로 지목해 경찰에 신고했다. 루핀은 체포됐고 법원은 피해자 증언을 근거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루핀은 2003년 쉑과 노이펠트에게 도움을 청했다. 결백 프로젝트는 남아 있던 성폭행 흔적에서 얻은 DNA를 분석해 이것이 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이던 다른 죄수의 DNA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루핀은 22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끝낼 수 있었다. 또 DNA 분석 증거를 통해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더글러스 워니의 무죄가 입증됐다. 이 밖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대리 헌트를 포함해 20명의 무고도 증명했다. 2007년 5월 21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억울함이 증명된 200명을 ‘DNA 200’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균 12년을 인생에서 잃어버렸고, 28% 정도가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 혐의로 억울하게 형을 살았다. 그렇다면 DNA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사람의 DNA는 A, T, G, C 등 4종류의 염기가 다양하게 배열해 약 29억개의 유전염기를 구성한다. 이 중 약 25.5%가 유전자나 관련 부위이고 나머지 부위의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체 DNA의 약 58%에는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수없이 들어 있다. 이 서열들의 반복 횟수가 사람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지문처럼 활용될 수 있다. 반복서열 ATTCAGT가 있다고 가정하자. 사람은 부모로부터 DNA를 각각 전달받기 때문에 특정인은 이 서열을 12개와 16개를 전달받게 된다. 그런데 이 서열의 최대 반복 개수가 20개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위 서열의 반복 개수가 몇 개이든 한 사람에게 특정 반복 개수가 출현할 확률은 부모 각각으로부터 20분의1이어서 위 조합이 생길 확률은 400분의1이다. 과학수사 현장에서는 5~8가지의 반복서열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가지를 사용한다면 그 확률은 10조분의1이다. 이 결과는 두 사람 사이에서 DNA 반복서열들이 우연이라도 일치할 확률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DNA 증거는 유전자 프로파일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기를 원한다. 과학은 정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결백’이라는 인문학적 개념과 DNA라는 자연과학적 사실이 결합되어 정의가 구현되는 것처럼 과학은 인간과 사회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 “한국 영토서 의정활동… 日‘유감 표명’ 어처구니없다”

    “한국 영토서 의정활동… 日‘유감 표명’ 어처구니없다”

    “독도사랑 원정대·경비대 격려” 현역 공식 방문은 3년 만에 처음 日정부 “받아들일 수 없다” 항의 여야 국회의원 10명이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15일 독도를 방문했다. 일본 정부는 거듭 유감을 표명했지만 의원들은 ‘고유 영토에서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이라며 항의를 일축했다. 이날 독도를 방문한 의원들은 19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독도방문단’ 소속 10명이다. 새누리당은 독도를 지역구로 하는 박명재 의원을 비롯해 성일종, 강효상, 김성태(비례대표), 이종명, 윤종필 의원, 더불어민주당은 김종민, 황희 의원, 국민의당은 장정숙 의원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2013년 8월 14일 이후 3년 만이다. 의원들은 먼저 독도경비대를 방문했다. 독도경비대장의 업무보고를 받고 내무반에 태극기를 전달한 뒤, 대원들에게 치킨·피자 등 위문품을 전달하며 노고를 격려하고 시설 상태를 점검했다. 이날 방문은 당초 우리나라 최서단 격렬비열도에서 동해 끝단인 독도까지 600㎞ 거리를 자전거로 횡단한 ‘독도사랑 운동본부’ 원정대를 격려하기 위해 성 의원이 제안했다. 이날 의원들은 원정대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성 의원은 “독도는 한민족의 DNA가 함께하는 신체 일부로, 오늘 대원들은 격렬비열도에서 채취한 돌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의원들의 방문 예정 소식에 외교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우리 의원들이 예정대로 독도를 방문하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유감 표명에 대해 나 의원은 “원정대와 독도경비대를 격려하기 위한 이번 방문은 우리 영토에서의 통상적인 의정활동인데 일본이 왈가왈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의원도 “일본의 이의 제기는 어처구니없는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오는 곳이라면 의원들은 어디든 와서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당신이 ‘불금’을 즐기는 데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당신이 ‘불금’을 즐기는 데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불금’이라는 말이 유행한지 오래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의 줄임인 이것은 주말을 앞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형태의 유흥을 즐기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런 유흥을 즐기게 됐으며, 그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여러 사람들이 그룹을 형성하고 함께 몸을 흔들며 즐기는 것이 이미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이 결속감과 의사소통,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으며, 이러한 능력은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인류가 ‘파티’라고 일컫는 행위에 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집합적 열정’(collective effervescence) 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뒤르켐은 이러한 집합적 열정이 개인을 공동체로 결속시키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흥을 즐기는 것이 일종의 주술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인류학자인 디미트리스 박사는 “선조들은 먹고 마시며 노는 파티가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일종의 주술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면서 “불교의 수도승이 염불을 외우는 것이나 기독교에서 손을 모으고 함께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 등도 위의 분석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교적 성격이 짙은 의례의 경우 리듬에 맞춰 함께 몸을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고, 이는 매우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리딩대학교 연구진은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 선조는 즐겁기 위해 춤을 췄을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춤을 췄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선조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으로 춤을 택했으며, 일종의 조직을 만들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은 진화상 우위를 가진 행위였다. 실제로 연구진이 춤을 추는 잘 댄서들의 DNA와 춤을 잘 추지 못하는 ‘몸치’의 DNA를 비교한 결과,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과 연관된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춤을 추고 함께 즐기는 파티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은 연관관계에 있으며, 선조들은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성을 유혹해 종족을 보존하고, 더 나아가 생존성을 높여왔다는 것. 리딩대학교 고고학자인 스티븐 J. 미슨 박사는 “초기 인류는 짝을 유혹하기 위해 춤을 췄으며, 이러한 역사는 15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해 우리 인류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유흥을 즐겨왔음을 시사했다. 사진=ⓒoneinchpunch/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명 사립대 교수, 제자 성폭행

    서울의 유명 사립대 교수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술에 취한 제자를 성폭행하고 상처를 입힌 혐의(준강간치상)로 서울의 사립대 교수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중순 제자인 20대 대학원생 B(여)씨를 포함해 여러 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B씨는 만취했고 A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B씨를 교수 연구실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 B씨는 사건 당일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B씨가 증거물로 제출한 옷에 남아 있는 체액에서 A씨의 유전자(DNA)를 확보했다. 경찰은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A씨는 처음에는 경찰 조사에서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본인의 DNA를 증거로 제시하자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학교 측은 이달 초 A씨를 직위해제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징계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열릴 예정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해수욕장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하반신 사체 일부

    경북 포항 구룡포 해수욕장에서 남성으로 추정되는 하반신 사체 일부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 7분쯤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해수욕장 바다시청 앞 쓰레기장에서 119시민구조대 김모(43)씨가 속옷과 운동복 바지 등을 입은 하반신 사체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사체는 무릎에서 골반까지 하반신 일부로 같은 날 오전 5시쯤 구룡포해수욕장 앞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해수욕장 안전요원 박모(55)씨가 쓰레기로 오인, 해변가로 옮겼고 미화원이 이를 다시 바다시청 옆 쓰레기장으로 옮겼다는 것. 해경 관계자는 “사체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성별은 알 수 없으나 속옷의 무늬 등을 미뤄볼 때 남성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변사자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실종자 탐문과 함께 상반신 등 나머지 사체를 찾고 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태의 뇌 과학] 빛으로 뇌를 조절하다/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

    [김태의 뇌 과학] 빛으로 뇌를 조절하다/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3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뇌연구 법안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뇌과학 연구 붐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뇌연구 신흥강국 도약’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총 3400억원 규모의 신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뇌가 아직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과 뇌과학의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런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인간의 작은 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생각할 때 뇌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경제·군사·의학적 영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것이다. DNA를 발견했던 프랜시스 크릭은 18세기 말 마치 예언처럼 이런 말을 남겼다. “현재 뇌과학이 당면한 중대한 문제는 뇌 안의 다른 세포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한 종류의 세포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뇌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이 얽혀 있어 한 종류의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광유전학’의 등장으로 이런 문제가 조금씩 풀리고 미지의 영역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원래 인체에도 빛에 반응하는 세포가 존재한다. 눈에 있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그렇다. 이들 세포가 빛에 반응하는 것은 ‘포톱신’이나 ‘로돕신’ 같은 광감수성 단백질 ‘옵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 뇌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이런 광수용체를 신경세포에 달아 주면 어떨까?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지만 인체에 존재하는 광수용체는 1000분의1초 단위의 정밀한 조절을 하기에는 다소 느리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발견의 어머니’이기도 한가 보다. 뜻밖에도 연못 안에 답이 있었다. 연못에 자라는 녹조류의 일종인 ‘클라미도모나스’에서 우연히 ‘채널로돕신’이라는 옵신이 발견됐다. 이것은 양이온 채널과 연결돼 있어 빛을 비추면 빠른 속도로 양이온 채널을 개방하는 성질을 갖고 있었다. 채널로돕신을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빛을 비추면 인위적으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 이제 채널로돕신을 신경세포에 발현시키기만 하면 된다. 신경세포에 채널로돕신을 발현시키는 것은 ‘분자생물학’을 활용해 가능하게 됐다.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발현시키기 위해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방법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병을 일으키지 않는 무해한 바이러스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삽입한 뒤 바이러스를 동물의 뇌에 주입하면 바이러스의 습성에 따라 세포에 침투하면서 해당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채널로돕신 유전자가 세포 내로 들어가면 세포 스스로 채널로돕신을 생산하기 시작하고, 생산된 채널로돕신은 세포 표면에 위치하게 돼 빛만 비추면 반응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세포가 채널로돕신을 가지고 있다면 특정 세포 유형만을 조절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성취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채널로돕신이 특정 종류의 세포에서만 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광유전학의 기본 개념이다. 뇌과학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광유전학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뇌조절 기법일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앞으로 뇌과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걱정과 기대가 함께 다가온다. 일단 조절 능력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숙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뇌과학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이러한 흐름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고 좀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뇌과학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 세계 지배보다 힘든 ‘국대’… 그녀들에겐 금빛 DNA가 있다

    세계 지배보다 힘든 ‘국대’… 그녀들에겐 금빛 DNA가 있다

    여자 양궁이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8년 동안 세계 무대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신궁’(神弓)의 계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할 정도로 치열하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체계적인 훈련이 밑바탕이 됐다. 한국 여자 양궁에서 신궁 계보의 ‘시조’로 꼽히는 선수는 김진호(55) 한국체육대 체육학과 교수다.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와 1983년 L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5관왕을 차지했고, 1984년 LA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당시 김진호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바로 서향순(49)이었다. 서향순은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17세 나이로 한국 여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여자 양궁에서 가장 유명한 신궁으로 꼽히는 김수녕(45)의 시대가 열린 대회였다. 당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김수녕은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다. 1989년과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기록까지 세우며 한국 여자 양궁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놨다. 신궁 계보를 잇는 네 번째 선수인 조윤정(47)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김수녕을 꺾고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경욱(46)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맞혀 카메라를 깨뜨린 일명 ‘퍼펙트 골드’로 유명하다. 윤미진(33)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박성현(33)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박성현의 뒤를 잇는 신궁으로 꼽히는 선수가 바로 이번 올림픽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기보배(28·광주시청)다. 양궁에서 한국 대표가 되는 것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 양궁에선 뉴스거리도 안 된다. 실제 여자 양궁에서 2회 이상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김수녕(1988·1992·2000년), 윤미진(2000·2004년), 박성현(2004·2008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6개 전국대회 성적을 종합해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부여한 뒤 토너먼트 경기 방식과 최종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등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제도가 뿌리를 내린 덕분이다. 모든 선수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장기간 여러 차례 시합을 거치기 때문에 오로지 실력만으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윤미진조차 성적에서 밀려 하마터면 전국체전 출전 자격조차 얻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여자 양궁 1인자인 기보배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정도다. 남자 양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96회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30m 결선에선 만점자(360점)가 3명이나 나왔다. 전체 36발 중에서 딱 한 발만 9점을 쏜 선수 두 명은 공동 4위로 메달조차 받지 못했다. 중요한 건 당시 메달을 딴 세 명 중 리우올림픽 국가대표가 된 건 지난 7일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승윤(21·코오롱) 한 명뿐이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애니멀 픽!] “내 눈 어떠냥?”…오드아이 쌍둥이 고양이 화제

    이보다 더 특별할 수 없는 고양이가 SNS를 통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소셜미디어에 소개돼 화제가 된 이 고양이들은 순백의 털을 자랑하는 쌍둥이로 놀랍게도 둘 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odd-eye)입니다. 확률적으로 따지기 힘들 만큼 '귀하신 몸들'의 이름은 각각 아이리스(Iriss)와 어비스(Abyss).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쌍둥이 고양이는 지난해 11월 태어났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재 4만 명의 '추종자'들을 거느린 쌍둥이 고양이의 매력은 역시 특별한 눈 색깔입니다. 한 쪽은 푸른색, 또 한 쪽은 갈색빛이 도는데 쌍둥이가 빚어내는 신비한 매력에 전세계 '집사'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드아이는 전문용어로 홍채이색증으로 불립니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현상을 일컫는데 고양이 뿐 아니라 드물게 사람에게도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홍채 세포의 DNA 이상으로 멜라닌 색소 농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아이리스와 어비스의 다양한 사진은 인스타그램(@sis.twi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15년 만에 진실 밝히나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성폭행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살인 사건의 진실이 15년 만에 재판을 통해 가려진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초기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가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 결과 피해자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당시 강도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모(39)씨의 DNA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은 2014년 증거 불충분 등으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살인 등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에 따라 재수사를 벌여 무혐의 처분 1년 만에 김씨를 재판에 넘기게 됐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 박영빈)는 이 사건의 피의자 김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강간 등 살인)로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나주 드들강변에서 여고생 A(당시 17세)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와 피해자가 사건 당일 만났고 김씨가 그날 A양을 성폭행하고 곧바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복역 중인 교도소를 압수수색하고 동료 수감자를 조사, 김씨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김씨는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당시 채팅을 통해 만난 여러 여성 중 하나”라며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장기미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 15년 만에 ‘태완이법’ 덕분에 기소해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성폭행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 살인 사건의 진실이 15년 만에 재판을 통해 가려진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은 초기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가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 결과 피해자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당시 강도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모(39)씨의 DNA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은 2014년 증거 불충분 등으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살인 등 강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에 따라 재수사를 벌인 결과 무혐의 처분 1년 만에 김씨를 재판에 넘기게 됐다. 광주지검 강력부(부장 박영빈)는 이 사건의 피의자 김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나주 드들강변에서 여고생 A(당시 17세)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와 피해자가 사건 당일 만났고 김씨가 그날 A양을 성폭행하고 곧바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복역 중인 교도소를 압수수색하고 동료 수감자를 조사, 김씨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김씨는 범행 장소에 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건 발생 무렵 범행 장소를 수차례 드라이브해 잘 알고 있다는 수감자 진술도 확보했다. 과거 범행과 수법이 유사하고 다수의 전과가 있는 점도 기소의 근거가 됐다. 김씨는 2003년 금괴 판매를 미끼로 두 명의 남성을 유인,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 남성들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 김씨는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당시 채팅을 통해 만난 여러 여성 중 하나”라며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격렬한 유산소 운동, 노화 늦춘다…텔로미어 복원”(연구)

    “격렬한 유산소 운동, 노화 늦춘다…텔로미어 복원”(연구)

    격렬한 유산소 운동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등의 연구진이 유산소 운동으로 노화와 관련한 텔로미어를 복원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의 수치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최신호(7월 27일자)에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구두끈 끝이 풀리지 않도록 플라스틱으로 싸매는 것처럼,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가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부분을 말한다. 이 말단부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점점 풀리며 그 길이도 조금씩 짧아지고 이 때문에 세포는 점차 노화해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유산소 운동이 이런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실험 참가자 10명에게 45분간 실내 자전거를 타게 했다. 이때 각 참가자는 운동 전과 후는 물론 2시간 반이 지난 뒤까지 총 3번에 걸쳐 혈액 표본을 채취하고 근육 생체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텔로미어 복원 효소인 텔로머레이스의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유산소 운동이 텔로미어를 복원하면서 염색체는 물론 그 안의 DNA를 지켜내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단순하게 운동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 더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면서 “식이요법은 물론 금연, 금주 등 생활 습관도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천적으로 텔로미어가 긴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많은 과학자는 믿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염색체 보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인 의학계에는 흥미진진한 소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임상 유전자요법 전문기업인 ‘바이오비바’(BioViva)에서는 향후 인류가 노화를 무시할 수 있는 각 개인에 따른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했으며,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임상시험이 덜 된 이 치료를 직접 받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흰색 알비노 혹등고래 미갈루 올해 첫 등장

    ‘미갈루’라는 이름의 하얀 혹등고래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91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미갈루는 지난 25년 동안 거의 매년 목격됐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그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1년에 한 번 출몰 소식이 전해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갈루와 같은 하얀 혹등고래는 전 세계에 단 한 마리밖에 없어 나타날 때마다 호주에서는 일면 톱이 될 정도로 큰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호주 원주민 언어로 ‘하얀 친구’라는 뜻을 가진 미갈루는 다른 혹등고래 무리처럼 매년 가을 무렵 호주 북동부 해안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부근에 있는 번식지에서 남극으로 이동한다. 미갈루는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인 알비노종이다. 따라서 미갈루는 다른 알비노종처럼 햇빛 노출에 약하며 시력 또한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갈루와 같은 알비노 고래는 눈에 띄는 몸 색상 때문에 어렸을 때 대부분 포식자에 의해 죽는 사례가 많다. 현재 미갈루의 나이는 28세로 추정되며, 수집한 DNA 표본으로는 수컷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얀 혹등고래 자체가 매우 드문 데다가 지금까지 성체가 된 기록은 미갈루가 유일하다. 참고로 야생 혹등고래의 수명은 90년 정도다. 미갈루 역시 다른 혹등고래들처럼 오랫동안 존재하며 신비한 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인도’ 진위, 수학으로 가린다···檢, ‘웨이블릿 분석’ 진행 중

    ‘미인도’ 진위, 수학으로 가린다···檢, ‘웨이블릿 분석’ 진행 중

    위작 논란에 휩싸인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를 가리기 위해 검찰이 수학에 기반을 둔 ‘웨이블릿(Wavelet) 변환 분석’을 처음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법은 선과 곡선을 그릴 때 위작 작가로부터 생기는 ‘주저함’을 찾아내는 기법이다. 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은 지난 6월 8일 미인도를 소장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이 그림을 제출받아 진위를 가리기 위한 최첨단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진행한 미인도 유전자(DNA) 분석에서 천 화백이나 위작범으로 알려진 권춘식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자 미술품 위작 분석에 사용되는 최첨단 기법인 ‘웨이블릿 분석’을 국내 유명 대학 연구팀에 맡겨 진행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 수학자 잉그리드 도비시 교수 공동연구팀이 2008년 개발한 웨이블릿 분석은 원작 그림을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뒤 각 부분을 분석해 물감이 칠해진 층에 이뤄진 세밀한 붓질의 정도를 수학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위작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위작자가 원작자 작품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선과 곡선을 그릴 때 생기는 세밀한 수준의 ‘주저함’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붓질의 주저함 정도가 원작 그림보다 높을수록 위작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 연구팀은 2008년 네덜란드의 반고흐 미술관, 크뢸러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 작품 101점(위작 6점 포함)을 분석해 가짜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먼저 그림을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디지털 이미지를 픽셀로 쪼갠 뒤 물감 층에 따른 붓질의 패턴을 분류했다. 같은 방식으로 모든 작품을 분석해 유사한 패턴을 도출했다. 다른 양상의 패턴이 많이 등장할수록 주저함의 정도가 높으며 위작일 가능성도 높다. 당시 연구팀은 이 방식을 통해 위작 4점을 가려냈다. 이 외에도 검찰은 1991년 미인도를 진품으로 감정했던 한국화랑협회의 당시 감정인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미술계 권위자들과 직접 접촉하며 천 화백의 화풍 등에 관한 전문적 조언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검찰은 이중섭, 박수근 미술품 2834점을 위작으로 밝혀냈다. 미인도가 위작으로 드러나면 그동안 이를 진품이라고 주장하거나 공인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미술계 전체로 수사가 번질 수 있는 것이다. 미인도는 1991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현대미술관은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는 지난 4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6명을 저작권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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