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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관방, 日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떠오르는 아베시대] (중) 정치적 인맥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의 인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상과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등 집안의 ‘인맥 유산(遺産)’이 한 갈래이고, 본인 스스로 구축한 인맥이 다른 한 줄기이다. 보통 아베 인맥에는 보수강경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베는 실용주의와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정치계는 물론 재계, 관계, 학계, 문화계와도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1일 “아베 인맥에는 진보적 인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의 사고가 실용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강경파 일색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폭넓은 전문가 두뇌집단이 치밀하게 아베를 보좌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인맥의 핵심은 집안의 유산이다.7월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아베에게 대응 방안을 조언한 외무성 핵심간부는 부친 신타로가 외상(1982∼86)일 때 비서관을 역임한 아베 외교인맥의 중추 인물이다. 아베도 부친이 외상일 때 비서관을 하며 외교·안보 인맥을 구축했다. 최측근 외교 관료인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주미공사는 대북 문제로 호흡을 맞췄다. 가사이 요시유키 JR도카이 회장은 철저한 개헌론자로 아베의 재계 지원인맥의 핵심인 ‘4계절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베의 숙부 고 니시무라 마사오 전 일본흥업은행장이 “내 조카는 경제를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해 교류를 시작, 재계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차기 아베 정권의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실업자, 사업실패자 등의 ‘재도전 정책’의 시책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도이 기업활력연구소 이사장 등은 부친 신타로가 옛 통산상 시절(1981년 11월∼82년 11월) 비서관을 했던 인사들이다. 현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아소 다로 외상도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선대에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아소 외상의 외할아버지)와 혼맥이 닿는다. 아소 외상은 총재선거에서 패배해도 아베를 도울 당내의 중심 인물로 꼽힌다. 아베는 독자적으로 인맥을 개척하는 데도 남다는 재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가능성이 보이며 사람이 모여들기 훨씬 이전부터 아베는 탁월한 친화력으로 다양한 계층을 만나 두꺼운 두뇌집단을 구축했다. 문화계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부인 아키에가 아우르고 있다. 아키에는 아베와 노나카 도모요 산요전기 회장, 대중예술인 등이 속한 ‘말띠(54년생)모임’에 아베의 대리인으로 출석하기도 한다. 라디오 DJ 경력도 있어 방송계와 연결역도 한다. 아베는 귀공자 출신이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닥부터 시작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을 중용한다. 이노우에 요시유키(43) 관방장관 정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이노우에는 18세 때 국철 기관사로 입사, 대학의 통신과정을 졸업했으며 국철민영화로 인해 1988년 총리부로 옮긴 뒤 2000년 7월 관방부장관이 된 아베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담당하면서 신임을 얻었고 귀국한 납치피해자를 위한 지원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 관방장관 산하 납치문제·연락조정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아베가 관방장관으로 취임하자 정무비서관으로 들어왔다.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 파격적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 정무비서관이 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57) 부총무상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동북지방 아키타현 농가 출신인 스가는 66년 취직열차를 타고 상경, 공장에서 일했다. 이후 회사 직원과 통산상 비서를 거쳐 96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자민당 대북제재시뮬레이션팀장을 맡아 독자제재안을 만들어 아베의 신임을 얻었다. 아베는 흔들림없는 소신파도 신뢰한다. 지난해 우정민영화에 반대, 자민당을 떠났던 가메이 시즈카 국민신당 대표대행,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산상,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 의원 등이다. 이들은 내년 참의원선거 때 아베가 고전하면 구원군이 될 공산이 크다. 집권 이데올로기를 제공할 학계 ‘5인 그룹’도 주목받는다. 이토 데쓰오 일본정책연구센터 소장, 시마다 요이치 후쿠이현립대 교수, 나카니시 데루마사 교토대 교수, 야기 히데쓰구 다카사키경제대학 교수,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기독교대 교수 등이다. 야기 교수는 역사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회장이며, 이토 소장이 이끄는 일본정책연구센터는 ‘새역모’ 후원기관이다. 니시오카와 시마다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 구출 모임’의 간부를 맡고 있는 극우논객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네모토 다쿠미 전 후생성정무차관,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국토교통장관, 시오자키 야스히사 외무부대신 등 50세 안팎의 전후세대들이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아베 장관의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가정교사를 했던 히라사와 가쓰에이 의원도 주목받는다. 나카가와 쇼이치(53) 농림수산상도 아베와 코드가 맞는 든든한 후원자다. 경제신문기자 출신인 나카가와 히데나오(62) 자민당 정조회장도 핵심권 인사로 꼽힌다. taei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수읽기 민심읽기

    1991년 5월로 기억난다. 강경대군 치사(致死)정국과 뒤이은 공안정국으로 온 나라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거여(巨與) 출범에 따른 3당 합당 여파로 여당인 민자당과 야당인 신민당은 서로 개 닭 쳐다보듯 했다. 이런 와중에 김영삼(YS)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DJ) 신민당 총재가 대구에서 전격 회동을 가진 것이다. 당시 DJ가 이끌던 신민당은 국회 농성이나 장외집회를 단골 메뉴로 삼았고,YS는 대야 관계는 물론이고 ‘한지붕 세가족’의 계파 갈등으로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30년 민주화동지인 두 사람의 관계가 쉬이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 양김이 만사 제쳐두고 만난 것이다. 그것도 노태우 대통령 고향인 대구의 한복판에서. 더욱이 회동 장소가 오픈된 호텔 커피숍이라 눈길을 끌었다. 포토 세션 시간도 예상보다 길었고, 수많은 취재진으로 커피숍 칸막이가 여기저기 무너지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두 사람이 짜증내지 않고 씩 웃는 것을 보곤 ‘이 상황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양김, 특히 YS를 둘러싼 당시의 정치환경은 썩 좋지 않았다. 강성 이미지의 노재봉 총리 카드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노태우 대통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고, 여차하면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도 밀어줄 태세였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했던 YS로선 자칫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당할지도 몰랐다. 양김 회동 후 얼마되지 않아 노 총리는 물러났다. 위태로웠던 YS의 입지는 한결 나아졌다.DJ로서도 현실 정치의 핵심 축이 양김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한 소득을 얻었다. YS의 탁월한 수읽기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일은 또 있다.1992년 3·24 총선에서 217석의 거대 민자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인책론이 당내 최대 이슈가 됐고 YS의 대표직 사퇴 주장이 점차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었다. 김종필, 박태준 최고위원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면서 YS를 강하게 압박했다. 어떤 식으로든 YS의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 YS는 총선 4일 후 난데없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해버렸다. 그 해 5월에 있을 대통령후보 당내 경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내 최대계파인 민정계는 한방 먹었다며 부랴부랴 경선 후보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으로 총선 책임론은 사라지고 당내 기류는 대선 경선국면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국면전환의 수읽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감(遺感)도 있다. 두 사람이 자신과 계파 이익에만 충실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 백성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민초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지는 관심권 밖이었던 것 같다. 곧 대선 국면이 닥친다. 후보군은 물론이요, 주변의 책사들도 바로 이것, 국민을 생각하는 수읽기에 주력했으면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수읽기라도 국민과 동떨어져선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환경이 그때보다 달라졌다 하더라도 정치가 굴러가는 원칙은 큰 차이가 없다.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정치인도 없고, 정치권은 언제나 험한 말만 오가고 한랭전선만 형성돼 있다. 정치권 혐오지수는 갈수록 상승 중이다. 그전엔 자주 했던 여야 영수회담도 지금은 언제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가히 여야관계 실종이다. 그래선 안된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도 정략적인 수읽기는 배격할 줄 안다.jthan@seoul.co.kr
  • 25현 가야금 37대가 우려내는 사운드

    25현 가야금 37대가 우려내는 사운드

    무대에 불이 켜지며 가야금으로 파헬벨의 캐논이 연주된다. 동시에 느린 템포의 비보잉과 가야금 리듬에 맞춘 비트박스가 시작되고 DJ는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간다…. 한 아파트 건설업체의 광고중 한 장면이다. 국악과 클래식, 비트박스와 비보잉 등이 멋진 하모니를 이룬 이 광고는 음악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중심엔 숙명가야금연주단(이하 숙가연)이 있었다. 숙가연은 온라인 음원공급업체 벅스뮤직에서 집계한 8월 셋째주 가요인기차트에서 50위권에 무려 3곡을 동시에 진입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캐논 변주곡 ‘올 포 원’이 39위, 비틀스의 ‘헤이 주드’와 ‘렛 잇 비’가 각각 45위와 49위를 차지했던 것. 윤도현밴드의 신곡 ‘오늘은´이 38위, 댄스그룹 신화의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이 40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이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지난 5월 중순에 발매된 숙가연의 베스트 음반 ‘포유(For You)’는 3개월 동안 각종 음반판매량 국악분야 1위를 유지하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음반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별다른 홍보나 이벤트도 없는 국악분야의 음반이 인기가수들의 음반 못지않게 지속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포 유’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엄밀히 말하면 국악은 아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외국의 명곡들을 가야금으로 재해석한 것. 가야금 또한 5음계의 국악에 적합한 12현이 아니고 서양음악의 7음계에 적합하도록 25현으로 개조한 것이다.1999년 한국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로 창단된 숙가연의 송혜진(46) 단장은 “전통적인 12현 가야금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파고 들어가는 음색이었다면,25현 가야금은 발산하는 음색을 갖고 있다.”며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차분하고 위로받는 느낌의 가야금 소리에 음악팬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최근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숙가연은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 등 37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오케스트라.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6명단위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연주활동을 벌인다. 이번에 히트를 친 ‘포 유’앨범까지 벌써 5집음반을 내놓은 ‘중고신인’이기도 하다. 정악을 주로 연주하던 숙가연이 대중음악팬들과 친숙해진 계기는 3집앨범인 ‘렛 잇 비’를 발매하면서부터. 비틀스의 음악을 가야금으로 새롭게 해석한 3집앨범에서 4집앨범인 ‘오리엔탈 무드 오브 가야금’에 이르기까지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큰일날 일’들을 벌여 왔다. 그렇지만 이들의 ‘큰일날’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송 단장은 “한국 음악창작사의 첫출발은 언제나 가야금이었다.”며 “앞으로도 프런티어 역할을 자임할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가야금 연주에 해금을 동화시켜 볼 계획”이라며 “200년전 선비사회에서 유행했던 가야금 음악들을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리메이크해 보겠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심층진단-레임덕 (하) 표류하는 정책과 사회적 손실] “바닥민심 챙겨 리더십 국민눈에 맞춰야”

    청와대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레임덕 관련 정국 진단은 대체로 소속 당에 따라 엇갈렸다. 다만 ‘민심을 살피고, 추진한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처방에선 다소 맞닿는 점도 있었다. 열린우리당 인사들 중 상당수는 아직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전직 청와대 보좌 출신 인사들은 이미 레임덕이 상당수준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전제로 고언을 쏟아냈다.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낸 전병헌 의원은 “커다란 고비 국면이지만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레임덕을 줄이기 위해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겸허한 자세로 국민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의 정부 핵심관계자였던 여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이미 기득권층의 거부감 속에 국정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문학진 의원은 “대통령 스스로 ‘(아무도 대통령의)말을 안 듣는다.’고 할 만큼 (레임덕)징후들은 여기저기 보인다.”고 했다. 그는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려면 오기로 비치는 일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레임덕은 오래전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영삼(YS)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실장을 역임한 정병국 의원은 “이 정부는 처음부터 레임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의 첫 3년은 하고자 하는 사업의 틀을 세워 시작하고 나머지 2년은 관리하고 마무리하는 단계로 가야 하는데 좌충우돌했다.”면서 “이제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고 향후 과제는 차기 정권에 넘길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성헌 한나라당 서대문갑 당원협의회장은 “레임덕이 오면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고 전제,“집권당이 말을 안 듣고, 행정부가 말을 안 듣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안에 있으면 경찰·검찰·국정원·비서실 보고 등 항상 짜여진 보고만 받게 돼 (올바른)정보가 단절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바닥민심을 듣기 위해 민생 현장을 다니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YS의 교육문화비서관 등을 지낸 이병석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정책공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조정 역할을 놓쳐버린 데서도 조기 레임덕 현상을 볼 수 있다.”면서 “이제라도 대통령이 사심을 버리고,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리더십 스타일을 국민 눈 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박지연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씨줄날줄] 영수회담/진경호 논설위원

    ‘칠회칠배(七會七背)’. 칠종칠금(七縱七擒)에 빗댄 이 말은 국민의 정부가 끝나갈 무렵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진영에서 나왔다. 김대중(DJ) 대통령과 7차례 영수회담을 가졌으나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며 극도의 배신감을 드러낸 말이다.2001년 10월 두 사람의 마지막 영수회담 표정을 한 언론인은 이렇게 전한다.“이 총재는 쌍심지를 켠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DJ는 ‘저 친구가 대통령이 되면 내 여생은 없다.’고 결심했다.” DJ로 하여금 여생을 걱정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비리로 구속된 DJ의 두 아들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아무튼 국민의 정부 시절 영수회담은 이처럼 거칠었다. 막힌 정국을 풀기보다 여야 대치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반면 권위주의 정권 시절 영수회담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1990년 3당 합당 등 정국의 거대한 물줄기가 이 영수회담에서 결정됐고, 정국에 훈풍이 부는 경우가 잦았다. 모두가 1인 정당, 보스정치 시대의 산물이다.1975년 영수회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내 신세가 저 (창밖의)새와 같다.’고 한숨 지었고,‘대통령 오래 할 생각 없다.’는 말을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비밀에 부쳤다.(김영삼 회고록) 2년 뒤 박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가진 이철승 민주당 대표는 훗날 “피차 쓰라린 경험에서 우러나온 각별한 인간관계를 얘기했다.”고 회고했다. 짐짓 인간적 정리와 낭만정치에 대한 향수를 담은 회고담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영수, 즉 몇몇 우두머리에 의해 우리 정치가 지배돼 왔음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다. 그 ‘인간적 정리’ 뒤에 담긴 흑막도 알 길이 없다. 참여정부 들어 영수회담이 사라졌다. 지난해 대연정 논란의 와중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단 한차례 열렸을 뿐이다. 영수회담의 쇠락은 정치 발전의 징표다.1인 지배에서 벗어나 시스템에 의한 정치라는 긍정적 요소를 지닌다. 다만 조건이 있다. 영수회담에 버금갈 다각도의 소통이 필요하다. 전시작전권과 관련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를 여권이 일축했다.“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라.”는 여권의 일갈에 정치발전이라는 평가가 머쓱해진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씨줄날줄] 고장난 정치/우득정 논설위원

    차기 대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활동조직인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가 어제 ‘희망을 찾아서 국민 속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공식 출범했다. 희망연대는 창립취지문에서 ‘국민이 나서야 고장난 정치시스템이 고쳐진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기존 정치권에 일대 선고포고를 발령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사행성 오락게임 파문을 야기한 여권에 “서민들 팔아 정권 잡고, 그 불쌍한 서민들 피를 빨아먹고 나라를 거덜내는 이 패륜아들을 어찌해야 하는가.”라고 개탄한 것과 맞물려 고장난 국정 조기경보시스템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여당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고…. 이렇게까지 되도록 몰랐는지 부끄럽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을까. 하지만 시계추를 작년으로 돌려보면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과거 정권을 공격할 때 ‘고장난 정치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전매특허처럼 사용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브리핑 기고,‘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출입기자 간담회, 논설·해설위원 간담회 등에서 “정치가 잘돼야 경제가 잘된다. 정치가 잘되려면 정치제도를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논문 파문으로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난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국정치의 지역구도가 낳은 가장 큰 폐해는 정책결정 과정의 부실”이라며 대표적인 사례로 성수대교 붕괴, 외환위기, 양극화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성수대교의 부실시공, 외환위기와 양극화 심화 가능성 등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타성에 젖어 심각성을 간과했다며 정치권과 과거 정부,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지금 김 실장의 손가락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현정권이 타성에 젖어 ‘바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든지, 남을 비난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올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른 ‘고장난 정치의 세가지 의의’라는 글은 ‘정치의 정의가 고장나면 몰상식한 정치가 되어 국민이 휘청거린다.’고 꼬집었다. 고장난 정치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길섶에서] 119 사이렌/우득정 논설위원

    사무실 창밖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순간 가슴이 덜컥하며 황급히 창밖을 내다본다.119 구급차가 회사앞 도로에 멎고, 정차한 택시에서 한 할머니가 들것에 실린다. 손짓 발짓을 하는 것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이맘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죽기 전 한번만이라도 집에 가고싶다고 떼를 썼다. 그래서 팔·다리에 줄을 주렁주렁 매단 채 하루 휴가를 얻어 앰뷸런스를 타고 집으로 오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반나절도 넘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바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때 앰뷸런스를 구할 수 없어 119에 전화했더니 5분여만에 사이렌이 아파트단지를 뒤흔들었다. 남녀 소방관은 이런 환자를 왜 집으로 모셔왔느냐는 책망 섞인 시선을 던지며 익숙한 솜씨로 어머니를 실었다.10여년 전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의식이 가물거리는 가운데서도 구급차의 사이렌은 귓전에 뚜렷이 남았다고 했다. 그후 나는 사이렌만 들리면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그리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아내, 그리고 어머니를.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우전, DJ처남도 영입

    우전, DJ처남도 영입

    노무현 대통령 조카 노지원씨 영입 사실이 드러난 우전시스텍이 김대중(DJ) 정부 시절에도 김 전 대통령의 인척을 영입했던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해당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의 작고한 전 처의 동생인 차모씨다. 우전시스텍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윤모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전시스텍의 이명곤 전 사장이 DJ정부 출범 무렵 차씨를 회장으로 영입했다.”면서 “차씨는 김 전 대통령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뒤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 전 사장이 차씨를 영입한 것은 바로 그 이유(DJ의 처남이라는 점) 때문이었다.”면서 자신도 DJ 정부가 끝난 뒤 차씨와 함께 회사를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차씨는 2002년 1월까지 우전시스텍 주식 24만주(3.4%)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씨는 등기부상 임원으로는 등재돼 있지 않았지만 회장 직함을 갖고 대외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2001년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뉴밀레니엄 디자인혁신 정책과정’ 3기 과정을 이수하면서 우전시스텍 회장 직함을 사용했다. 홍희경 서재희기자 saloo@@seoul.co.kr
  • “정말 어려움이 많다 이제 개혁은 끝났다”

    “정말 어려움이 많다 이제 개혁은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개혁은 끝났다.”면서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서울신문을 비롯,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의 논설위원들과 2시간 40분 정도 청와대 관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전반적으로) 정말 어려움이 많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이병완 비서실장,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5명이 배석했다. 다음은 일부 신문 보도와 청와대 관계자 등의 전언을 통해 재구성한 현안별 주요 발언요지이다. ●“지지율 요즘엔 고민해”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고민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고민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다. 정말 어려움이 많다. 내 지지율이 낮으니 옳은 정책도 훼손되는 것 아닌가 싶다. 요즘 내 지지도는 전임자들보다는 낫다. 임기가 이제 거의 끝나간다. 국회가 지난 8개월 동안 안 열리고 있다. 그런데 국회를 열라는 여론의 압력도 전혀 없다. 뭔 일을 하려고 해봐야 잘 안된다. 개혁은 끝났다. 내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 중 문제는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뿐인데, 그건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것은 아닌 것 같다. ●“잘 물려줘야겠다.” 전시 작통권 문제와 관련한 비판이 많아 국책연구원에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면 틀에 박힌 보고서가 올라온다. 다시 시켜도 소용없다. 지금 국책연구소들은 옛날부터 해오던 연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잘해 봐라.’는 식의 꼬부라진 마음과 잘해서 물려줘야지 하는 펴진 마음이 반반이다. 지금은 잘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정부 관리 통제만큼은 성실히 할 것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노무현이 하니까 문제인 거 아닌가.” 작통권 환수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노무현이 하니까 문제인 거 아닌가. 이승만 대통령이 전시에 급하니까 준 것이다. 사실상 헌법 위반 사항인데 초법적 통치행위로서 한 것이다.(작통권을)찾아오는 게 당연하고, 안 찾아 오려면 오히려 헌법을 바꿔야 한다. 결국 비상조치를 원상대로 회복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나를 좋아한다.” (부시 미 대통령과 관련),‘현재까지는’ 나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 통해서 들었다.‘기면(맞으면) 기고(맞고) 아니면 아니고 확실해서 좋다.’고 하더라.‘승부사다.’라고도 얘기했다. ●“(언론으로부터) 좌우로 협공 당하고 있다.” 기존의 차선에서 한 두 차선을 왼쪽으로 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언론은 하늘에 헬기를 띄운 것과 같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다 기총소사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쏘아댄다. 어떻게 당하겠냐. 진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수쪽에서는 전시 작통권 때문에 공격한다. 좌우로 협공 당하고 있다.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뒤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다 결국에는 언론에 당했고,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세무조사 발표해서 당한 거다. 해도, 안해도 당하니까 나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북핵 관련, 좌절감 느껴” (6자회담에 대해)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좌절감을 느낀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 북한과의 대화는 공식적인 통로가 정확하다. 북한과의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통로다. 중국은 북핵이 없는 걸로 본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설득하기가 힘들다.9월 정상회담에서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유명 강사들 백화점서 “밑줄 쫙~”

    유명 강사들 백화점서 “밑줄 쫙~”

    각계 유명 강사들이 백화점에 떴다. 예술·문학 작가는 물론 재테크·건강 강사, 개그맨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사들이 백화점 문화센터로 총출동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문화센터에 음악·미술·창작·와인·재테크·요리·스포츠댄스·요가 등의 과정을 마련하면서 유명 강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강의도 교양 수준을 넘어 초보 전문가 수준으로 진행돼 수강생들의 안목을 높여주고 있다. ●예술·문학 전문가의 품격있는 강의 진행 롯데백화점 본점은 ‘금난새와 함께 하는 내 마음속의 가을’강좌를 연다. 지휘자 금난새씨의 해설을 곁들인 드보르자크의 현악4중주 F장조 ‘아메리카’이다. 한 번 참가비는 비교적 저렴한 1만원이어서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또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에선 진씨가 그림의 내용을 얼마나 알 수 있는지, 그림의 표현 양식이 왜 변하는지 등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소설 창작 실습’ 강좌에서는 소설가 구효서씨가 창작 및 글쓰기에 관한 특강을 한다. 현대백화점은 ‘저자 초청 특강’이라는 주제의 강좌를 열고 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트렌드 이야기’와 K옥션 대표 김순응씨의 ‘돈이 되는 미술 이야기’ 강좌가 이색적으로 눈에 띈다. 현대 미술과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 등을 소개한다. 하나은행 종합기획부장을 지낸 김순응씨는 미술품 경매와 아트 재테크, 미술 시장을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한 남자의 그림 사랑’,‘돈이 되는 미술’ 등의 책을 냈다. 국내 최초 와인경매사 조정용씨의 ‘올 댓 와인, 올 댓 맨’ 특강도 진행된다. ●건강·재테크 강의, 개그맨 웃음 강좌도 풍성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하는 강의 중에는 요가의 ‘구루’ 원정혜 박사가 진행하는 ‘원정혜의 해피건강요가’ 강좌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통 요가의 바른 호흡과 동작을 통해 살을 빼는 다이어트이자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원 박사는 4년 전 몸무게를 75㎏에서 51㎏으로 뺐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식의 대가’로 알려진 고승덕 변호사가 진행하는 ‘경제 변화와 재테크’ 강좌도 개설했다. 주식과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살펴본다. 강남점에서는 패션모델 지미기씨가 진행하는 ‘모던 앤 쉬크 패션 어드바이스’, 가수 유현상씨가 진행하는 ‘골든 가요 살롱’, 배용준씨의 트레이너로 유명한 임종필씨가 진행하는 ‘볼륨 업 보디 홈 피트니스’ 등의 강좌도 열린다. 애경백화점 구로점은 개그맨 이창명씨를 초청,‘웃자, 그냥 웃는 거야’ 강좌를 통해 생활 속에서 웃음의 효과와 위력 등을 강연한다. 부동산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김원철 골드앤모어 대표는 ‘부동산 재테크 공개강좌’를 진행한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DJ 황인용씨의 해설과 함께하는 음악여행인 ‘황인용과 함께하는 가을음악 여행’을, 영국 왕실 무도협회 자격을 취득한 신미경씨의 ‘부부 댄스스포츠’ 강좌를 연다. 부부임을 증명할 주민등본을 제출해야 하지만 그래도 인기가 높다. 자이브·룸바·차차차 등을 배울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7일간의 커리어 여행 저자 이정일씨의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의 저자 초청 특강이 진행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길섶에서] 효도 받으려면/우득정 논설위원

    올해 환갑을 맞은 어느 변호사가 전한 부모 대접받기 요령이다. 그는 할인매장에서 싸구려 기성복을 사입으면서도 자녀들에게는 명품을 사입히는 등 ‘내리 사랑’을 충실히 지켰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들이 결혼을 한 뒤 생일선물로 ‘아버지는 원래 이런 옷만 입으신다.’며 싸구려 티셔츠를 사가지고 왔다. 딸·사위를 만날 때면 항상 지갑을 아낌없이 털어주곤 했는데 ‘이럴 수가’하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어느날 최고급 맞춤 양복에 실크 와이셔츠를 입고 딸과 사위 앞에서 앞으로는 싸구려를 입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빌라 한채를 사주면서도 딸과 사위에게 정기이자율을 적용해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표변한 아버지의 모습에 당황하는 듯하더니 마침내 생일날 최고급 티셔츠를 사들고 나타났다. 효도도 가는 말이 더러워야 오는 말이 곱다는 식이 된 셈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생전에 늘 우리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한데 비벼 드셨다. 진짜 좋아서 그런 줄로 알았던 짧은 소견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기업을 자유롭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업을 자유롭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단체에 이어 노동계 탐방에 나선다. 경제계에 대해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줄 테니 쌈짓돈을 풀라.’는 주문이고, 노동계에 대해서는 ‘대신 때려줄 테니 주먹질을 삼가 달라.’는 식이 될 것 같다. 당·정·청 엇박자니 뒷말도 많지만 그래도 손을 맞잡고 사진도 찍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김 의장과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획기적인 기업환경개선책을 내놓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에 대해 ‘요람부터 무덤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보고서에 담으라고 닦달하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기업인들로서는 반색할 만도 하건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여당 대표나 경제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하던 통과의례로 치부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재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김 의장에게 시시콜콜한 민원까지 모두 쏟아내자 노동계나 시민단체 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질이다. 김 의장에게는 ‘친기업’과 ‘기업 지상주의’조차 분간하지 못한다며 돌팔매질이다. 재계 역시 김 의장의 실력으로 저런 ‘막가파’들을 제압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앞으로 김 의장의 탐방보고서와 권 부총리의 TF팀 보고서가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평가와 기대치는 달라지겠지만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김의장이나 권 부총리가 겨냥하고 있듯이 경기 활성화든 일자리 창출이든 해답은 기업의 투자 확대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방법론은 손을 맞잡거나 직원들을 들들 볶지 않더라도 캐비닛만 열어보면 수북이 쌓여 있다.‘이런 규제를 완화해주면 어떤 업종에 얼마를 신규 투자할 수 있다.’는 제안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을 것이다. 기업에 대한 요구도 민주노총이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요청하면 팩시밀리가 고장날 정도로 들이댈 것이다. 진단은 모두 나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선택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찾아와 ‘이런 것이 있었습니까.’하면 속으로 ‘어디 있다가 오셨습니까.’하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돼 흐름이 단절된 1차적인 원인은 낙후된 서비스부문에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경쟁력을 뒷받침해줄 만큼 하부 연관산업의 서비스경쟁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낙후된 서비스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철폐가 선행조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규제 완화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둔 상태에서 규제완화 해법을 찾아봐야 백약이 무효다. 규제를 풀어선 안 될 이유만 보고서를 빼곡히 채울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왜 안 되느냐.’는 역발상에서 출발해 재임 4년만에 114개 외국첨단기업을 유치했다. 관(官)이 치(治)한다는 망상은 폐기돼야 한다. 앞으로는 민간에 제공한 서비스의 질과 양으로 공무원의 존재 가치도 평가돼야 한다. 기업은 세계를 향해 뛰는데 과거 산업화시대의 낡은 동아줄로 옭매려 해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통큰 결단’이 필요한 때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총대 멘’ 염동연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지난 6일 당청 회동 직후 노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염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동교동에서 열린 김대중(DJ) 전 대통령 도쿄 피랍 생환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단독 회동에서 노 대통령에게 “언론과 긴장관계가 지속되는데 청와대 비서진들이 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빌미거리를 주면 안 된다.”는 말을 전했다고 13일 밝혔다. 염 의원이 회동이 있은 지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 ‘비화’를 밝힌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여권 기류가 심상치 않은 정국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민주당 통합론자’인 염 의원이 ‘반지역주의 회귀론’을 고수하는 노 대통령과 두 시간여 동안 면담을 가졌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염 의원은 민주당 분당 이후 동교동계 인사들이 2년만에 처음 만난 DJ 모임에서도 “우리가 만난 것을 두고 정계개편 가능성을 부여하는데 이 의미를 기피할 일만은 아니다. 새로운 역사 창조의 주역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민주당 통합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래서 청와대측에 ‘훈수성’ 언급으로 당·청간 거리를 좁히고, 민주당 통합론의 선두에 서서 ‘여권 해결사’를 맡은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가이샤쿠(介錯)/우득정 논설위원

    1995년에 개봉된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독립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생애를 영화화한 것이다. 월레스는 13세기 말 농민군을 이끌고 영국 에드워드 1세의 폭정에 맞섰다가 사로잡혀 영국 역사상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된다. 형틀에 묶여 사지 관절이 뽑혀지고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내장이 불태워진다. 그리고 머리는 런던다리에 효수(梟首)되고 팔과 다리는 영국의 네 곳에 내걸린다. 하지만 그의 불굴의 정신은 1314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지난 8일 차관급 인사에서 물러난 유진룡 문화관광부차관의 경질 배경과 관련, 갖가지 주장과 소문이 무성하다. 그중 유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의 부당성을 들어 인사청탁을 거부하자 청와대 관계자가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그럼 째드리죠.”라고 한 말이 경질로 이어졌다며 통화내용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배 째’는 죽었으면 죽었지 못하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한 속어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다소 얕잡아보거나 멸시하는 듯한 뉘앙스도 함유하고 있다. 술 김에 배를 잘못 내밀었다가 진짜 찔려 인생의 종을 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처럼 할복하는 사례가 있었다. 고려 무신정권 시절에는 주군에 대한 충절 또는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를 갈라 죽는 ‘유교형 할복’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할복은 일본 사무라이문화의 전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일명 대망,大望)에는 다양한 형태의 할복이 등장한다. 이에야스의 아들 노부야스는 적과 내통한 것으로 의심받아 장인 오다 노부나가로부터 할복자살을 명 받는다. 그런가 하면 패장들은 한결같이 무사로서 마지막으로 명예를 지키는 방편으로 할복을 택한다. 이때 할복의 고통을 덜어주려 목을 치는 역할을 맡는 무사가 가이샤쿠진(介錯人)이다. 할복에 앞서 인생무상의 내용을 담은 와카(和歌) 한 구절을 읊는 것이 대체로 정해진 수순이다. 유 전 차관에게 ‘소오강호(笑傲江湖)’가 와카였다면 가이샤쿠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김근태의 세번째 선택/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근태의 세번째 선택/진경호 논설위원

    권투로 치면 김근태는 참 재미 없는 선수다. 노무현의 저돌적인 파괴력도, 정동영의 화려한 테크닉도 없다. 그리고 느리다. 왼손을 뻗을까 오른손을 날릴까 생각하다 한 대 더 맞는다. 매에 강해 잘 버티기는 한다. 하지만 이래서야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대권의 길목에서 노무현에게 졌고, 당권을 놓고 정동영에게 졌다. 상위 랭킹을 유지해 왔지만 챔피언이 되어본 적은 없다. 흥행도 물론 안 된다. 그래서 지지율이 늘 그 모양이다. ‘마지막 재야’ 김근태가 정치판에 발을 디딘 지도 11년반이 됐다. 사실 그는 정계에 들어설 때부터 ‘몸값’이 비싼 인물이었다. 재야단체 ‘통일시대국민회의’를 이끌고 1995년 2월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그는 부총재로 정치를 시작했다. 민자·민주 양당의 세 불리기 경쟁에 그의 27년 재야활동이 빛을 발한 결과다. 그 뒤로도 최고위원,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지도부의 반열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정계입문 후 늘 비주류였다. 왜일까. 그는 왜 권력의 기피인물일까. 이유는 여럿이다.DJ(김대중)에게 ‘국민참여경선’을 요구한 죄(?), 노무현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죄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느린 발’도 한몫했다.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과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격변기 때마다 그의 선택은 꼭 한발씩 늦었다.1995년 민주당 분당 때 그는 ‘구당파’로 남았다가 이기택 총재가 버티자 뒤늦게 DJ신당을 따랐다.2003년에도 그는 분당을 결사반대했으나 결국은 사흘간 단식한 뒤 짐을 쌌다. 그의 행보는 두 차례 모두 신당파와 구당파간 힘의 균형을 깨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걸음이 무거웠다. 다만 그런 느린 발 때문에 그는 결코 새 정치질서의 주역은 되지 못했다. 고민이 많고, 그래서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 ‘여의도의 햄릿’이 최근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김병준-문재인 불가론으로 한차례 노무현 대통령과 인사갈등을 벌이더니 이젠 정책갈등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기업규제를 대폭 풀어주자는 ‘경제뉴딜’의 깃발을 흔들며 청와대를 한껏 압박한다. 이에 청와대는 김근태 의장이 얼마전 재계에 약속한 8·15 경제인 특사를 무산시키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장군과 멍군이 부닥치며 갈등수위가 투쟁단계로 올라가고 있다. 참모회의에서 눈물을 보이며 울분을 토로하는 측근들도 있다니 양측의 격앙된 분위기가 짐작된다. 노-김 갈등의 분수령은 다음달 시작될 정기국회가 될 것이다. 경제뉴딜 관련 법안들을 놓고 양측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기국회 후 당·청 결별, 여당 해체라는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다. 후배의 말을 빌려 “빨갱이가 수구꼴통이 되더라도 좋다.”고 한 것을 보면 김 의장도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기왕 불가피한 정계개편이라면 과거처럼 뒷줄에 서기보다 맨 앞에 나서기로 작심한 모습이다. 앞서 두 차례의 여권 개편은 분당-창당의 ‘뺄셈방식’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당장 이런 전개는 없을 듯하다. 노 대통령이 “탈당은 없다.”고 한데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의장의 지론인 까닭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치열한 당내 투쟁과 이로 인해 여당이 사실상의 유고 상태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햄릿’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당 지도부 10년의 역량을 쏟아붓기를 바란다. jade@seoul.co.kr
  • “열대야는 가라~” 무료 한강콘서트

    여름 밤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무료 콘서트가 한강변에서 열린다. tbs교통방송(FM 95.1MHz)은 집중호우로 가슴 졸이고 무더위 속에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11∼12일 양일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2006 tbs 한강콘서트-Live in Seoul’을 개최한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한강콘서트는 tbs의 간판 DJ 김현주와 가수 박상민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다. 11일에는 ‘사랑’을 테마로 가수 양희은·장윤정·설운도·신효범·동물원·원미연·김혜림·현진영·플라워 고유진·브라운아이드걸즈 등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12일에는 ‘파워’를 주제로 가수 김수철·이광조·박상민·크라잉넛·리아·유리상자·럼블피쉬·개그트리오 고음불가 등이 신명나는 노래로 시민과 하나되는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사회를 맡은 박상민은 ‘무기여 잘 있거라’‘청바지 아가씨’ 등 인기곡을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양일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대형가수의 단독 무대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11일에는 ‘아침이슬’‘내 나이 마흔살에는’‘그대가 있음에’ 등으로 유명한 양희은의 감성 어린 무대가,12일에는 ‘젊은 그대’‘나도야 간다’‘못다핀 꽃한송이’ 등을 부른 김수철이 파워풀한 공연을 선보인다.공연 피날레로 화려한 불꽃놀이도 볼 수 있다.tbs라디오 생중계와 함께 케이블TV(tbs TV Seoul)로도 녹화 중계된다.tbs교통방송 윤순섭 라디오제작부장은 “잠기고 막혔던 한강에 대한 걱정과 안부를 담아 이번 2006 한강 콘서트를 준비했다.”면서 “더위에 지치고 수해로 고통받는 분들을 위로하려는 취지의 공연이 최고의 여름축제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02)311-5341.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Leisure+α] 열대야를 젊음의 열기로

    서울랜드는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시원한 야외 레이브 파티(댄스파티)를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다. 세계적인 유명 DJ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레이브 파티는 국내 최초로 놀이공원에서 열려 다양한 놀이기구와 수영장을 동시에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11일과 12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진행된다.1일 티켓 예매 3만원(현장구매 4만원),2일 티켓예매 5만원이며 티켓을 구매하면 서울랜드의 40여종 놀이기구와 야외풀장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02)504-0011.
  • [씨줄날줄] 이열치열/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7월1일부터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됐다. 주5일제 도입 3년만에 중소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임금근로자의 30.2%가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치 아래 주당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2341시간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일본 언론은 한국과 일본 등 6개국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한국 아빠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꼴찌’라고 밝혀 이 땅의 아버지들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인들은 여름철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할 정도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 이상 상점의 셔터를 내린다. 미국은 대부분 개인과 회사간의 계약을 통해 유·무급 휴가가 정해지지만 법정 휴일 외에 16∼25일 정도 휴가를 누린다. 남는 휴가를 동료에게 대신 사용하게 하는 ‘휴가 기부제’가 22개 주, 휴가를 예치했다가 필요할 때 한꺼번에 쓸 수 있는 ‘휴가은행’제도가 18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주당 근로일수의 4배수에 해당하는 법정휴가 외에 세전 총급여의 8% 이상을 휴가급여로 지급토록 노동법에 명시돼 있다. 영국은 관습적으로 은행 휴무일이 휴일이다. 은행휴일 외에 4주의 연차휴가가 주어진다. 반면 일본은 법적으로 이들 국가와 휴가 일수가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직장상사 눈치 보느라’ 휴가 사용을 꺼린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이 긴 것도 일본과 사정이 비슷하리라. 게다가 놀라고 해도 놀 줄을 모른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을 들먹이며 요즘같은 폭염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 한그릇을 비우고 나면 온몸이 후련해진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다. 하지만 이열치열식 더위 극복은 노약자는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한 이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은 의학상식이다.‘젊어서 고생은 늙어서 신경통’이라는 말이다. 뻔히 알면서도 남들이 놀 때 놀지 못하고 이열치열을 외치는 이땅의 아버지들이 불쌍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계좌추적/우득정 논설위원

    올초 지방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은 국회의원 A씨.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직계 존비속과 사돈의 8촌에 이르기까지 계좌 추적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었다. 검찰이 금융기관 본점에 주민등록번호만 던져주고는 최근 2년동안의 거래 내역과 연결계좌까지 모조리 자료를 제출받아 뒤졌다는 것이다. 특히 투서에 명시된 금품수수 시점을 전후해서는 휴대전화 통화기록까지 뒤져 위치 추적을 했더란다. 그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려면 현금을 받더라도 반드시 혼자, 휴대전화 배터리도 빼둔 채 접선장소로 가야 하겠더라고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검찰이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 때 애용하는 ‘포괄계좌’ 압수수색이 도마에 올랐다.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수백만원이 건네졌다는 진술이 나온 고법 부장판사의 부인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5년 6개월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 검찰은 피의자가 어느 시점에 어떤 계좌에서 인출한 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 뒤져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법원은 관련자 계좌 추적에서 단서가 나오지 않자 무차별적인 계좌 뒤지기를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술수’로 보고 있다. 포괄적 계좌 추적은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제정된 법에 따르면 위법이다. 실명제법은 계좌 압수수색을 하려면 당사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금융기관 지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규정했다. 하지만 노태우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제법에 막혀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자 실명제 전처럼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있으면 연결계좌까지 모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특수한 사정’에 의해 물꼬를 터준 포괄 계좌 압수수색이 어느덧 당연한 수사기법인 양 통용되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포괄 계좌 추적을 통해 확보한 다른 범법 행위를, 자백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국민의 신체·재산을 제약하는 마지막 수단인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고 있다며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법원의 잘못을 질타했다고 한다.‘거악 척결’을 명분으로 손쉬운 길만 고집해온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길섶에서] 거북이와 베짱이/우득정 논설위원

    ‘거북이와 토끼’‘개미와 베짱이’.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었던 우화속 주인공이다. 토끼나 베짱이처럼 한눈 팔거나 빈둥대지 말고 거북이처럼 일로매진하거나 개미처럼 젊을 때 죽자사자 일해야 말년이 편안하다는 것이 교훈이다. 그런데 어느날 날아든 이메일은 너무나도 당연했던 이 교훈을 부정하고 있다. 거북이나 개미처럼 외곬 인생을 살지 말란다. 달리다가 피곤하면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남들이 지름길을 갈라치면 일부러 돌아가 보기도 하란다. 멋진 역발상이다. 우리는 지금 제1직장으로 생을 마무리하기에는 평균 기대수명이 지나칠 정도로 긴 세상에 살고 있다. 악착 같이 직장에 매달려 봐야 인생 중반 고비만 넘기면 자리를 비켜 줘야 한다. 말이 좋아 제2인생이지 중년에 이르면 앞으로 살아갈 또 다른 날을 위해 녹슨 머리에 다시 기름칠을 해야 한다. 평균 68세에 노동시장에서 물러난다고 했던가. 그러다 보니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산봉우리가 몇개나 된다. 폭염에 휴가마저 잊은 채 일에 매달릴 계제가 아닌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잊기로 하자.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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