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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위기 바나나… 단일 품종이 부른 위험

    멸종 위기 바나나… 단일 품종이 부른 위험

    바나나 제국의 몰락/롭 던 지음/노승영 옮김/반니/400쪽/1만 8000원인류가 수확해 먹는 식물 가운데 현재 멸종이 가장 임박한 작물이 ‘바나나’다. 값싸고 영양과 맛도 좋아 대형마트에 가면 수북이 쌓여 있는 바나나가 멸종 위기종인 건 역설적이다. 자연 그대로 바나나를 놔뒀다면 이런 위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맛과 크기, 향 등 유전자가 동일한 단일 품종인 ‘캐번디시’뿐이다. 50년 전에 먹던 바나나 품종인 ‘그로미셸’과는 전혀 다른 종으로, 향과 당도가 훨씬 진해 현재 판매 중인 ‘바나나 우유’ 맛과 비슷했다. 캐번디시는 1960년대 치명적인 곰팡이균이 일으킨 파나마병이 그로미셸 종을 멸종시키면서 인위적으로 개발된 ‘클론 바나나’다. 곰팡이균에 강한 내성과 대량 재배가 되는 상품성으로 인해 지구에서 단 하나의 품종이 됐다. 바나나의 비극은 이 대목에서 연유한다. 파나마병을 일으킨 곰팡이균이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하면서 캐번디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품종이 개발되지 않는 한 바나나는 인류의 식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학계는 멸종 기한을 향후 15년으로 예측한다. 롭 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응용생태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자연 질서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냉정하게 짚는다. 인류가 명명한 30만 종 이상의 현생 식물 중 실제 섭취하는 열량의 80%가 단 열두 종의 작물에서 나온다. 콩고 분지 사람들은 열량의 80%를 고구마 같은 덩이뿌리 작물인 ‘카사바’ 한 종에만 의지한다.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도 럼퍼감자라는 한 종에 의지하다 감자역병의 발병으로 생긴 비극이다. ‘인류 운명의 날 저장고’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스발바국제종자저장고 같은 종자은행도 이 같은 멸종 위기 생물들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다. 각 개인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식량을 덜 낭비하고, 육류 섭취를 줄이며 획일화된 식단을 거부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분의 한 입은 야생의 자연을 위협하지만 그와 동시에 야생의 자연에 의존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끝맺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악녀도 요부도 아닌 예인 장녹수… 500년 전 그 춤사위에 외국인들도 브라보 외쳤어요

    악녀도 요부도 아닌 예인 장녹수… 500년 전 그 춤사위에 외국인들도 브라보 외쳤어요

    “500여년 전 장녹수가 췄던 춤을 무대로 불러내고 싶었어요. 악녀도 요부도 아닌 예인으로서 그의 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장녹수(?~1506). 폐왕 연산이 사랑했던 여인이자 노비에서 종3품 ‘숙용’(淑容) 품계를 받아 후궁에 오른 조선의 ‘팜파탈’이다. 연산군(1476~1506)을 다룬 사극마다 반드시 등장하는 악녀 장녹수가 5일 정동극장의 창작 초연 레퍼토리인 ‘궁:장녹수전’으로 되살아난다.●궁중무용 모티브로 현대적 감각 입혀 “몸을 오른쪽으로 더 회전하고, 더 빠르게 움직여요. 옳지. 손에 든 등을 앞으로 더 뻗고 생기 발랄하게. 그렇지. 몸짓은 더 가벼워야 합니다.” 무대 세팅이 끝난 공연장에서 안무 지시를 하던 정혜진(59)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2015년 창작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이후 3년 만의 안무 연출인데다 조선 기방과 궁중 무용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만난 정 안무감독은 “장녹수전은 춤이 드라마고, 드라마가 춤이 되는 무용극”이라면서 “궁중무용을 모티브로 현대적 감각을 입히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75분 동안 펼쳐지는 무언 무용극인 ‘궁:장녹수전’은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노비 출신의 장녹수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제안대군(예종 차남)의 제안으로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되는 과정부터 연산을 만나 입궐해 대신들과 대치하며 치마폭 권력을 꿈꾸는 절정기, 반정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는 결말까지 장녹수의 삶과 사랑, 비극적 풍류가 녹아 있다. 정동극장은 지난달 26일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 주한 외국인 21명을 대상으로 작품을 미리 관람하는 사전 리허설을 했다. 정 감독은 “외국인들이 장녹수와 연산 등 조선시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모두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보내 안도했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고 반드시 관람하는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녹수·대신이 대립하는 ‘삼고무’ 백미 무대에 등장하는 춤만 해도 군무와 독무를 합쳐 15개에 달한다. 장고춤 군무, 한량무, 교방살풀이, 가인전목단, 녹수와 궁녀들의 군무, 삼고무, 정업이 놀음, 선유락, 인사굿 등 화려하고 역동적인 안무들이 녹수와 연산의 사랑 행각을 따라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그는 “원래 150분 분량으로 기획된 드라마와 춤을 75분으로 압축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연기자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객석에 오롯이 전해질 것”이라며 “조선 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꼽는 최고의 장면들은 무엇일까. 녹수가 홀로 조정의 대신들과 대립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삼고무’(북춤), 그리고 중종반정을 일으킨 군사들이 닥친 밤, 연산과 녹수가 뱃놀이를 하며 최후의 연희를 즐기는 ‘선유락’이다. 정 감독은 “천한 기생 신분으로 후궁이 돼 궁궐을 휘젓고 다니니 대신들이 녹수를 얼마나 증오했겠느냐”며 “삼고무 장면은 녹수와 대신들 간의 깊은 갈등을 북춤과 공명하는 소리로 표현했고, 마지막 연희는 신라 뱃놀이에서 기원한 정재(궁중무용)의 몸짓을 통해 시적 비극미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가장 신비로운 화가’ 보스의 작품, 애크러배틱·애니메이션으로 부활

    ‘가장 신비로운 화가’ 보스의 작품, 애크러배틱·애니메이션으로 부활

    500년 전 그려진 초현실주의 그림들이 미디어아트와 서커스, 연극과 결합해 기묘한 공연 예술로 재탄생한다.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20세기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준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기린 작품 ‘보스 드림즈’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오리지널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은 서커스·연극·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독특한 융합 장르다. 캐나다 서커스단 ’세븐 핑거스’,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앙주 포티에가 공조한 작품으로, 보스의 삶과 작품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에피소드를 펼친다.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꼽히는 그의 진품 회화 중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큰 죄’, ‘바보들의 배’ 등 대표작들이 공연 소재로 쓰인다. 인간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새, 나무 다리에 엉덩이가 뚫린 괴생물체 등 보스가 묘사한 천국과 지옥의 상상 세계가 그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무대 위 배우들의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라피즈 등 화려한 서커스로 부활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콧수염 중년 신사 캐릭터로 나오고, ‘더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 캐릭터가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2016년 보스 타계 500주년을 맞아 창작된 공연은 덴마크 초연 후 유럽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됐고, 지난해 12월 파리의 ‘라 빌레트’ 야외무대 공연에 1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연출을 맡은 세븐 핑거스의 예술감독 새뮤얼 테트로는 “애크러배틱 아티스트들을 통해 보스의 초현실적 회화가 실제로 생명을 얻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6~8일. 서울 LG아트센터, 4만~8만원. (02)2005-0114.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LG CNS,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팩토바’ 출시

    계열사 신규 공장에 도입 후 확대 LG CNS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합관리하는 플랫폼 ‘팩토바’(FACTOVA)를 출시했다고 3일 밝혔다. 팩토바는 상품의 기획 단계부터 생산, 물류까지 전 과정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표준화된 개발과 운영 환경을 제공한다. LG CNS 관계자는 “LG 계열사 스마트팩토리 운영사례 중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 전사 공급관리 시스템 등 40여개의 성공 사례를 탑재해 고객 맞춤형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 분석, 설계 자동화 시스템, 가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대체로 6개월 이상 걸리는 상품 기획 기간을 2∼3개월로 줄일 수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이상징후를 바로 파악한다. AI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품질검사의 정확도를 99.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물류 단계에서는 위치 추적시스템 등으로 배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팩토바는 LG그룹 계열사에서 각각 검증된 스마트팩토리 성공사례를 한데 묶었다. 장비와 공정 설계는 LG전자가 맡았고, 데이터 전송은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이용한다. LG CNS는 LG전자 북미 세탁기 공장,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LG화학 폴란드 전지 공장 등 계열사 신규 공장에 팩토바를 우선 도입하고, 기존 공장에도 차례로 적용할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팩토바는 제조 공정 전 과정에 걸쳐 지능화를 구현한다”며 “팩토바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외부로도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남북 손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

    평양 시민 1만 2000명 환호 北 “의전 실무회담 내일 열자” 남북 예술인들이 합창으로 한반도의 봄을 알렸다. 3일 오후 3시(서울시간 오후 3시 30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함께 만든 ‘남북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 공연이 열렸다.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의 단독 공연에 이은 이날 무대는 2003년 10월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이후 15년 만의 합동 공연이었다. 1만 2000석을 꽉 채운 평양 시민들은 남북 예술인이 어우러져 2시간 동안 빚어낸 화음에 환호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춘남 문화상 등 남북 주요 인사들이 대거 관람했다. 소녀시대 서현과 북측 최효성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공동으로 사회를 본 이날 공연에서는 북한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선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백지영, 레드벨벳 등 우리 측 11명이 남북한 인기곡들을 선보였다. 대미는 윤상 음악감독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편곡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남북 예술단이 합창하는 장면이었다. 도 장관, 김 부위원장 등 남북 요인들도 일제히 일어나 손을 맞잡고 노래했고, 관객들도 기립 박수로 호응했다. 현 단장은 “남북 가수들이 너무나 잘했고, 나는 긴장이 됐는데 (가수들은) 실수가 하나도 없었다”며 “올가을에도 함께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술단은 도 장관과 김 부위원장 주재 만찬에 참석한 뒤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4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환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수석대표로 한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 대표단 7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다. 이에 북측은 4일이던 실무회담을 하루 연기한 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고 통신 실무회담은 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지상 “평범함·열등감…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어요”

    한지상 “평범함·열등감… 우리를 위로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 순간도 살리에리밖에 보이지 않아요. 흠뻑 취해 있다고 할까. 나 역시 누군가를 질투해 봤고, 좌절도 경험했고, 때론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어떤 부분이 늘 있죠. 그래서인지 열등감이나 평범함으로 따지면 내가 본 나는 영락없는 살리에리예요.”연극 ‘아마데우스’는 천재적 재능으로 불멸의 존재가 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그의 음악을 경배하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질투심으로 파멸하는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의 애증을 다룬 이야기다.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피터 셰퍼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원작의 동명 영화는 최우수작품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석권했다.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지상(36)은 ‘평범한 사람들의 수호자’ 살리에리로 몰입해 살고 있다.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우는 그의 존재감을 보면 살리에리가 그 같다. 모차르트 역의 조정석을 보러 왔다가 한지상을 발견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됐다. 2003년 연극 ‘세발 자전거’로 데뷔한 후 15년간 단역, 조연을 거쳐 차근차근 작품 목록을 쌓아 온 결실이 아닐까. 팬들도 기존 별명인 ‘지게’(지상+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에 살리를 붙여 이제는 ‘지게살리’로 부를 정도로 ‘인생 캐릭터’로 인정한다. 극은 늙고 추레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는 살해당했다’는 고백으로 막을 연다. 순간 휠체어에서 일어난 한지상은 뒤돌아서서 외투를 벗고 구부정한 등을 곧추 펴고 순식간에 젊고 화려한 살리에리로 변신한다. 살리에리를 연기하면서 관객들과 대화하고 극을 끌어가는 내레이션까지 1인 다역이다. “무대 위에서 ‘난 살리에리인 동시에 그의 고해를 관객들에게 브리핑하는 사회자’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요. 관객들이 처음에는 사회자 같은 제 모습을 보다 돌연 극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젊은 살리에리를 만나게 되죠. 독특한 연출 덕분에 나 역시 살리에리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더군요.” 한지상은 2016년 6월 피터 셰퍼가 별세한 이후 이지나 연출가로부터 살리에리 역을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연극 ‘레드’(2013)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계기다. “살리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쿵쿵 뛰는 가슴속에서 영화 속 살리에리가 아닌 나만의 살리에리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죠. 영화도 딱 한 번 봤어요. 내 안에서 체화된 살리에리가 관객들과 만날 때 느끼는 희열이 행복하게 연기를 하는 힘이 돼요. ” ‘아마데우스’는 제목과 달리 살리에리가 주인공인 점,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한 연극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파멸해 가는 살리에리와 죽어 가지만 영혼은 승화되어 가는 백색의 모차르트가 극적으로 대비되는 연기는 조정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같이 연기하는데도 조정석의 모차르트에 매료되고 이성한테나 느낄 묘한 감정마저 생기거든요. 정석이 형하고 처음 무대에 함께 오른 게 13년 전이에요. 그때부터 연이 이어졌고 가장 좋아하는, 인품마저 천재인 배우죠. 그래서인지 형과의 연기 합이 참 잘 맞았어요.” 한지상이 꼽는 살리에리의 명대사는 무엇일까. “‘당신의 평범함을 저는 용서합니다’예요. 원래 대사는 ‘당신을 용서합니다’인데 중간에 평범함을 넣은 건 애드리브죠. 아무리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는 우리의 현실, 그 평범함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그의 차기작은 오는 6월 개막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괴물 겸 앙리 역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치유와 화해 증진하는 기회되길”… 교황의 위로 메시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내 사안에 대해 메시지를 보낸 건 이번이 네 번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3 희생자 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이 행사가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황은 “모든 남녀가, 형제적 연대와 항구한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새로운 각오로 투신하기를 바란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을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의 전구(轉求·성모 마리아나 성인을 통해 바라는 바를 간접적으로 하느님에게 드리는 기도)에 맡기고 여러분이 희망을 굳게 간직하도록 늘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국내의 비극적 사건마다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 아픔에 동참해 왔다. 그동안 교황은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통해 청원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위로 메시지, 지난해 12월 한국 사형 집행 중단 20주년 기념 메시지, 올 초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위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는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보내는 첫 교황의 메시지로, 전 세계에 4·3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입장 추진…조용필·서현, 컨디션 난조 속 열창

    도종환 장관·김일국 체육상 확인 남북 태권도 단독·합동무대 펼쳐 예술단 오늘 공연 대비 예행연습 한국 태권도시범단이 2일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첫 남북 합동 공연을 펼쳤다. 지난 1일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이 단독 무대를 가진 데 이어 북측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평양대극장에서 우리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에 열린 이날 공연에는 남과 북이 각각 25분 동안 단독 공연을 하고 5분 동안 합동 공연을 진행했다. 전날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를 부제로 단독 공연을 펼친 남측 예술단은 3일 오후 4시 30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리게 될 남북 합동공연 예행연습을 진행했다. 정부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3일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윤상 음악감독이 편곡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편곡한 ‘다시 만납시다’ 등이 물망에 올랐다. 우리 측 관계자는 “현재 조용필씨가 이번 공연 준비로 무리해 후두염으로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서현씨도 몸살로 진료를 받으며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며 “3일 합동 공연에는 반드시 참석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끝난 우리 측 평양 공연을 오는 5일 MBC를 통해 녹화 방송하기로 했다. 한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올여름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 장관과 김 체육상은 이날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남북 체육교류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 같은 의사를 확인했다. 김 체육상은 “체육도 북남이 힘을 합치면 아시아에서 1등은 문제없고 세계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장관은 “4월 말에 정상회담이 끝나고 그런 문제에 대한 실무 논의를 하고 서면 협의 등을 하나씩 구체화해 나가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개신교·천주교·남북도 “예수 부활 찬양”

    “우리의 오래된 역사는 십자가와 함께 끝나고, 우리의 새로운 역사는 부활과 함께 시작된다.”(워치만 니) 4월 1일 부활절을 맞아 개신교와 천주교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한국기독교연합(KCA)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부활절 당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교회 연합예배를 개최한다. 전국에서 성도 3만여명이 모여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양한다. 같은 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는 ‘나는 부활을 믿습니다’를 주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4개 연합기관 대표들이 참여한 연합예배도 진행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부활절 전야인 31일 오후 11시 서울 남산공원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에서 별도의 부활 예배를 연다. 교회협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부활절 메시지를 낸 데 이어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 공동기도문으로 기도하기로 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다음달 1일 제주 4·3 70주년을 기념한 부활절 선언문을 발표하고 4·3의 진실규명과 치유를 기도한다. 7일에는 명동대성당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 미사’가 봉헌된다. 부활절에 맞춘 구원과 심판을 주제로 한 종교 영화도 잇따라 개봉한다. 지난 28일에는 예수의 유일한 여제자인 막달라 마리아의 삶을 다룬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이 관객들을 찾았다. 수입·배급사인 UPI코리아는 “기존 종교 영화들과 달리 주체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예수의 부활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9일에는 스스로 저주받은 인생이라고 자책하는 남자와 그를 구원하려는 수녀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영화 ‘원죄’가 극장을 찾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비잔틴 성화 ‘이콘’ 읽기의 모든 것

    비잔틴 성화 ‘이콘’ 읽기의 모든 것

    ‘이콘’(성화)을 읽을 줄 아시나요? 이집트 시나이 성 카타리나 수도원의 노수도사가 던진 질문은 조성암 암브로시오스(58) 대주교에게는 평생의 화두가 됐다.●독화법 담은 ‘비잔틴 성화 영성예술 1·2’ 출간 비잔틴 예술의 핵심은 ‘성화’였다. 한국정교회 본산인 서울 아현동 성 니콜라스 대성당 내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바로 비잔틴 성화(聖畵)다. 이콘으로 불리는 성화는 ‘그림으로 그려진 성경’과 같은 것이다. 그리스 출신으로 한국정교회의 수장인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가 40년 가까이 탐구해 온 독화법(讀畵法)을 담은 ‘비잔틴 성화 영성예술 1·2’(정교회출판사)를 펴냈다. 2004년 초판에 24점의 성화 해설을 추가한 개정 증보판으로, 성화에 숨은 상징적 언어를 간파한 책이다.●암브로시오스 대주교 40년 탐구 결과물 그는 아테네대학 신학생이었던 1980년 세계적인 성화 컬렉션을 소장한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한 뒤 성화 독법에 몰두하게 됐고 ‘성화와 불화의 유사성’이라는 논문을 펴내기도 했다. 과거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뜬 신상 금지’로 우상 논란에 휩싸였던 성화는 오늘날 그리스도의 원형을 드러내는 영적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성화는 우리가 단지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인격체로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하느님의 모습을 ‘이웃’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그가 펴낸 책에는 시나이 수도원에 보관된 가장 오래된 현존 성화인 ‘예수 그리스도’ 작품부터 한국정교회의 첫 성화 작가인 서미경 따띠안나씨의 성화 등이 소개돼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성직자 성추행, 사제 본분 망각한 행태”

    “성직자 성추행, 사제 본분 망각한 행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성직자들의 성추행과 관련,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엄중히 비판하며 교회 전체의 정화와 쇄신을 강조했다.염 추기경은 부활절(4월1일)을 앞두고 26일 발표한 부활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어둠과 혼란의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일부 성직자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오히려 약한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가 특히 성직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쇄신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정상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 70년이 훌쩍 넘은 분단의 상처를 딛고, 소통과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 가기를 기도하자”고 당부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도 반목보다는 평화의 여정에 적극 동참해 한반도에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흐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염 추기경은 오는 31일 오후 8시 서울 명동 성당에서 열리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부활 메시지를 낭독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부고]‘달마도 대가’ 범주 스님

    [부고]‘달마도 대가’ 범주 스님

    한국 달마도의 대가인 상주 선문화예술원장 범주 스님이 25일 별세했다. 세수 77세, 법랍 52세.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범주 스님은 1966년 전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수행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숭산 스님을 모시고 로스앤젤레스(LA) 달마사 주지를 지냈다. ‘선묵일여’(禪墨一如)를 화두로 선묵을 통한 포교 활동을 펼치며 국내 전시 및 초대전, 해외 전시 등을 30여 차례 진행했다. 스님은 특히 1m가 넘는 큰 붓을 들고 즉석에서 달마를 그려내는 ‘달마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 당시 범어사를 찾은 각국 정상 부인들 앞에서 달마도를 그려 화제가 됐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2호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7일 엄수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무대 위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다

    무대 위에서 ‘인간의 본성’을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관객에 질문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연출자가 만들어 놓은 판에서 웃고 울고, 몸부림치는 배우들을 통해 드러나는 건 인간 군상이다, 삶이다.올해 공연판이 인간 본성을 말하려고 한다. 다음달 9일 막을 여는 두산인문극장은 올해 주제로 ‘이타주의자’를 선정해 공연, 전시, 강연 등 총 12편의 유·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산인문극장의 테마는 매년 바뀌어 왔다. 2013년 ‘빅히스토리’, 2014년 ‘불신시대’, 2016년 ‘모험’, 지난해 ‘갈등’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의 접점을 모색해 왔다. 공연은 이 가운데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최신작 ‘낫심’(Nassim)이 주목된다. 4월 10일부터 29일까지 21차례 공연마다 배우가 달라지고 무대에서 처음 보는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하는 실험적 시도가 이뤄진다. 출연 배우는 권해효, 문소리, 류덕환, 박해수, 김선영, 김소진, 나경민, 고수희, 구교환, 김꽃비 등 쟁쟁하다. 부녀간 장기 이식을 다룬 영국 작품 ‘피와 씨앗’(5월 8일~6월 1일), 일본 작가 덴도 아라타의 소설 ‘애도하는 사람’을 원작으로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동명 연극(6월 12일~7월 7일)도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인간은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과 고민하며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무료 강연 주제도 인간의 경계, 이타주의, 인공지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7일부터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도 다채로운 인간 군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창작 연극 10편으로, 본선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건 우리가 거쳐 온 고난과 질곡의 역사 속에 생존해 온 사람들이다. 일제강점기부터 군사독재 시대, 외환위기(IMF), 2018년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연극까지 다양한 시대와 군상들이 그려진다.첫 공연작인 ‘명품인생 백만근’은 고도 경제성장기인 1980년대의 막장 속에서 희망을 캐내는 광부 백만근의 일생을 통해 시대와 아버지를 돌아본다. 극단 삼각산의 ‘한림약국’은 군사 독재 시대에 간첩 누명을 쓴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미완이 된 과거사 청산의 현실을 고발한다. IMF와 세기말 혼돈 속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궁전의 여인들’은 1999년 서울 변두리 궁전다방의 레지들이 전하는 휴머니즘이 주제다. 현재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비정규식량분배자’는 전쟁, 테러를 통해 인간의 공존 의지와 욕망, 이기적 본성을 묻는다. 서울연극협회는 “창작극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된 올해 연극제에서는 인간의 다채로운 본성과 삶을 다룬 창작 작품들이 대거 공개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100일 #미투 특조단… “쇼 마라” 쓴소리 뚫고 실체까지 #위드유 할까

    [관가 인사이드] 100일 #미투 특조단… “쇼 마라” 쓴소리 뚫고 실체까지 #위드유 할까

    “함께 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바꿔가겠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연극인 궐기대회’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다. 성명서는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사건은 만연한 권위주의와 억압적 위계 구조의 산물”이라고 적시하며 이를 조사하고 지지하는 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성폭력 폭로 후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의 방아쇠를 당긴 건 문화예술계였다. 지난달 14일 연희단거리패 전 예술감독 이윤택(66)씨에 대한 성폭력 고발 후 미투 운동은 폭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흐른 지난 12일 공식 출범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별조사단’(특조단)은 관가에서 주시받는 ‘핫한’ 조직이다.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시한부 조직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도 관심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정부 기관 세 곳이 합작한 첫 기구라는 점에서다.특조단장은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부단장은 현완교 문체부 감사관이 맡았다. 조형석 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장 등 인권위 공무원 3명, 조현나 문체부 서기관 등 문체부 공무원 3명, 여가부 산하 서울해바라기센터가 공조한다. 특조단 직무는 문화예술계 실태 조사뿐 아니라 해바라기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고발 조사-가해자 수사 의뢰-피해자에 대한 심리·법률적 지원 및 2차 피해 방지-백서 발간 및 제도적 개선이 핵심이다. 특조단이 급조된 기구라는 점은 특조단 조사관들도 인정한다. 아직 공식 예산이 편제되지 않아 문체부의 예비비가 우선 투입되고, 피해자 조사실 등 사무 공간과 인력 지원도 더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사 총괄을 맡은 조형석 과장은 21일 “이전부터 구상된 게 아니라 폭발적인 미투 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급히 만들어졌다”면서도 “성폭력 사건들의 공소시효 완성과 상관없이 사건 자체를 규명하고 법적·제도적 개선까지 수립하는 사후 업무까지도 포괄해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까지 특조단이 조사에 착수한 문화예술계 성폭력(성희롱·성폭행·강제추행) 사건은 12건에 달한다. 사건 접수 후 조사 여부 결정까지 신속히 이뤄진다. 특조단이 판단하는 ‘골든타임’은 만 48시간이다. 기획팀장인 조현나 서기관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특조단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신뢰 확보 차원에서 신속히 사건 조사를 결정하고 있다”며 “단 한 건도 소홀히 다루지 않을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조단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일반 사회의 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조형석 과장은 “일반적인 성폭력은 위계 구조상 일대일로 발생하지만 문화예술계의 경우 한 명의 가해자에 피해자가 다수이고, 도제식 문화 속에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연출가 이윤택 사례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20여년 동안 17명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 캐스팅 권한을 쥔 연출가 혹은 예술감독이라는 지위와 상명하복식 지시를 받는 배우(단원)라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나오는 위력이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이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해 온 피해라는 점이다. 조형석 과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명확한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거나 폐쇄적인 영역 내 도제식 영향력이 작용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프리랜서이고, 위계가 모호하거나 사적 관계 속에서 보호 주체가 불분명한 점 등은 향후 법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특조단 측은 출범 후 문화예술단체들과 가진 비공개 릴레이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쇼잉하지 말라”는 당부였다고 전했다. “특조단 출범을 정부의 전형적인 전시 행정으로 보는 인사들이 많았어요. 형식적이거나 관료적으로 사건에 접근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특조단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끝까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백서를 만들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공동 목표가 됐습니다.”(조형석 과장·조현나 팀장)특조단 활동 기간인 100일이 끝나도 제보된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끝까지 조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리 절차도 확정됐다. 중대 사안의 경우 사법 당국으로 수사를 이첩하지만 그보다 약한 행위도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해당 단체에 대한 감사, 가해자 징계 및 지원 배제 등 사후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조형석 과장과 조현나 팀장은 “미투 운동은 거대한 빙산 밑에 감춰진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과 관점을 바꿔 나가는 변혁으로 이해한다”며 “조사에서 어떤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폭력의 실체들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권력 키워드로 인간·역사를 논하다

    권력 키워드로 인간·역사를 논하다

    역사 권력 인간/정승민 지음/눌민/288쪽/1만 5000원중국 첫 황제 진시황(秦始皇)의 절대 권력을 꿈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탈린을 모델로 한 종신집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제국 미국의 부활을 외치는 안하무인의 통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보통신(IT) 혁명과 이성의 시대에 진입한 지도 한참인 현대의 민주적 권력자들이 과거의 절대 권력을 꿈꾸는 건 명백한 역사의 후퇴다. 근대를 지나 현대사회에서 목도되는 이 같은 ‘전근대성(前近代性)으로의 회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거대하고 묵직한 제목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신간 ‘역사 권력 인간’에서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건 인간이지만 그 개별 주체들을 움직이는 건 촘촘히 얽히고설킨 권력의 작동 방식일 게다. 저자는 권력이란 키워드로 인류의 고전과 문제작, 사건들을 들춰내고 엮어내 인간의 운명과 역사의 궤적을 탐색한다. 최초의 역사서를 저술한 헤로도토스를 통해 인간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환기하는가 하면, 나폴레옹, 히틀러, 프랑코 등 근대 괴물들의 몰락에서부터 트럼프, 시진핑, 푸틴에 이르기까지 현대 권력자들의 본질도 파고 든다. 책은 병역 면제자인 트럼프를 ‘치킨 호크’(‘닭’ 수준인 인물이 ‘매’보다 더 강경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선동하는 현상)에 빗대 비판하고, 집권 도구로 반부패 칼을 휘두르는 시진핑의 자승자박 가능성도 짚는다. 이상적인 모범 답안이지만 저자가 안착하는 권력 종점은 ‘시민’, 즉 ‘피플 파워’다. 현대사회는 절대 권력의 지배를 부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과 2017년 촛불시위를 비교하며 권력의 주인공은 저항하고 견제할 줄 아는 자유로운 시민이라는 걸 역설한다. 책은 1차 사료 격인 소설, 전기, 취재기, 여행기, 회고록, 신문 기사를 살피며 파편화된 인물과 사건을 병렬 연결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시도를 한다. 저자는 “얼음장 같은 역사의 밑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범인과 위인들의 비범한 노력이 복류하고 있다”며 “권력이 만들어낸 야만과 암흑의 시간에서도 새벽을 열어온 사람들이 저술한 고전과 문제작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철학·정치 신념의 병역 거부도 존중돼야… 대체복무 결단 내릴 때”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철학·정치 신념의 병역 거부도 존중돼야… 대체복무 결단 내릴 때”

    군대 대신 감옥을 택했다. 그러나 정작 감옥에서 나온 뒤론 전국의 군부대를 밥 먹듯 찾아다녔다. ‘군대는 원래 이런 거야’라며 남들이 병영 안에서 갖은 불의를 감내하며 국방부 시계만 바라보고 있을 때, ‘군대는 그런 게 아니야’라고 외치며 밖에서 군과, 불의와 싸웠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태훈(42)씨 얘기다.만두 먹다 죽었다던 윤모 일병이 실은 선임들의 가혹행위와 집단구타로 숨졌고, 이를 부대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숨긴 사실(2014년 윤 일병 사건), 나라를 지키러 군에 간 청춘들이 대장 공관에서 호출용 전자팔찌를 찬 채 사모님 속옷을 빨았던 사실(2016년 박찬주 육군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등 많은 병영 내 인권유린이 그의 이런 발품으로 민낯을 드러냈다. 군을 거부한 그가 기자들 앞에 서면 군은 경련을 일으켰고, 별들이 옷을 벗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조금씩, 뚜렷이 변했다. 전진했고, 나아졌다. 2005년 GP 총기 사건 이후 병영문화 개선 작업이 꾸준히 이어졌으나 이를 ‘혁신’(5개 중점 23개 과제) 수준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단연 윤 일병의 억울한 죽음과 임 소장의 폭로였다. 상근직원이라야 경력 2년이 가장 오래인 4명이 고작인, 사실상 ‘1인 NGO(비영리민간단체)’의 단기필마에 불과한 그는 왜 거대한 군과 싸우고 어떻게 군을 바꾸고 있을까. ‘한 사람의 힘’을 보고자 서울 신촌 어느 골목에 들어선 이한열 기념관 2층 10여평 남짓한 센터 사무실로 지난 19일 그를 찾아갔다. -입대를 거부하고 감옥에 갔다. “동성애자로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던 상황에서 군의 상존하는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군내 동성애를 형사처벌토록 한 군형법 92조 6이 없었다면 입대했을 거다. 이성애자 군인들의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동성애자의 성관계는 처벌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국가의 차별적 형사정책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병역 거부를 택한 것이다. 내게 있어서 군은 계급이 깡패인 구조다. 모든 걸 지배하는 계급장 아래에서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가혹행위, 성범죄 등이 죄다 합리화된다.” -군 인권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2005년 감옥을 나온 뒤 국가인권위원회 군 인권실태 연구 용역에 참여한 게 계기다. 석 달간 80여개 부대를 다니고 3000여명을 설문조사하면서 장병들 밥은 어떤지, 진료는 어떤지, 생활관은 어떤지, 영창은 어떤지 등등 병영 실태를 속속들이 봤다. 전방부대 구급차가 낡아 아무리 밟아도 시속 60㎞를 내지 못하는 걸 보곤 충격을 받았다. 누군가는 군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나섰다.” -군을 거부한 사람이 군 인권에 앞장서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북한에 다녀와야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군대 안 간 빚을 군 인권 활동을 통해 갚겠다는 생각이 아니다. 군 인권은 여성과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의 문제다.” -양심적 병역 거부 허용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입대 장병은 죄다 ‘비양심적’인가. “(하하) 우리가 지은 말이 아니라 유엔이 그렇게 쓴다. ‘칸시엔셔스 어브젝터’(conscientious objector)라고…. 징병제라 해도 양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종교적 신념뿐 아니라 철학적,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도 국가가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랬다간 죄다 병역거부를 택하지 않을까. 나라는 누가 지키나? “양심적 거부를 어떻게 가리느냐, 대체복무는 어떤 형태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한 병역 기피와 병역 거부를 엄격한 심의로 가려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다. 대체복무 또한 지금의 공익근무나 산업기능요원과는 달라야 한다. 현역보다 복무기간을 1.5배로 늘리고 역할도 중증 장애인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군대처럼 24시간 합숙하며 사회복지사들을 도와 장애인들 밥 먹여주고 대소변 가려주고 물리치료 시켜주고 하는 등등의 임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신념 없이는 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면 대체복무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할 일은 없다. 대만도 대체복무제 시행 초기 지원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연간 50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대체복무를 도입하면 나라 예산도 절감하고, 사회 그늘을 보듬는 복지 인력도 크게 늘릴 수 있다.” 2004년 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한 법원의 첫 무죄 판결 이후 지난해 무려 45건의 1심 무죄 판결과 2건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은 군과 법조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국회에도 3건의 관련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그 뒤로도 28건의 위헌심판 제청이 제기됐고 이에 헌재는 오는 8월 안으로 다시 위헌 여부를 심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도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에 맞춰 대체복무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국민인권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 의견은 46.1%로 2005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반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016년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대체복무제 도입’에 70%가 찬성의 뜻을 밝혔다.-지난 9년 군이 임 소장을 대하는 태도도 달려졌을 것 같다. “병영 안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은 진상을 숨기기에 바빴고, 사건이 드러나면 사후약방문을 마련하는 데 급급했다. 지금은 비록 더디지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군이 언제까지고 철책 안의 작은 왕국으로 남을 수는 없다. 개방은 필연이다. 병영 정책 전반과 인권 문제를 다룰 2차관을 두고 민간 영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일정표 좀 보여 달라. “아이고 못 보여드린다(웃음). 하루 상담·신고는 대략 10건 정도다. 지난해엔 3000회 정도 전화상담을 받았고, 1030건 정도를 처리했다. 현장 방문을 빼면 대개 센터에서 상담관련 회의를 하며 지낸다.” -센터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고정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이 780명 정도다. 이들의 회비에다 몇 가지 연구용역비로 센터 운영 경비를 충당한다. 지난해엔 2억 4000만원 정도 경비를 지출했다. 상근직원들 급여가 우선이니 내 월급은 늘 체불 상태다. 열정페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게 NGO의 풍토다. 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1인 단체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성소수자 인권과 군 인권 다음으로 임태훈이 겨냥한 타깃은 무엇일까.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임태훈의 역할도 거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 아닌가 싶다. 정치할 생각은 없나. “시민운동과 정치는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각각 시민운동답게, 정치답게 해야 하는데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를 팔아먹는 사람도 너무 많다. 나 또한 정치에 몸담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란 자신이 없다. 시민단체의 본령을 지키고 싶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고, 군인권센터의 기반이 단단해지면 센터를 떠나 스포츠인과 연예인의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다. 운동선수들에 대한 상습적 구타라든지 가혹행위, 패거리 문화 등이 심각하지 않나. 연예인을 울리는 부당계약, 기획사의 갑질 횡포도 마찬가지다.” 체육계와 연예계, 긴장해야 할 듯싶다. jade@seoul.co.kr ■임태훈 소장은 1976년 경북 영주에서 건설업을 하던 부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임태훈은 일찌감치 ‘싹수’가 보였던 듯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버스 안내양 누나가 거스름돈을 제대로 안 돌려주자 한바탕 싸우고는 집에 와 엄마를 닦달했다. 돈 찾아야 한다고. 임태훈의 등쌀에 엄마는 결국 다음날 버스회사를 찾아가 거스름돈과 안내양 누나의 사과를 받아 왔다. 중학교 땐 머리를 깎았는데도 더 깎고 오라는 선생님에게 불쑥 손을 내밀고는 “그럼 이발비 주세요” 하며 대들었다가 교무실에서 5시간 무릎을 꿇었다. 고교 땐 우열반이라는 ‘차별’을 두고 학교와 싸웠다. 어머니는 이런 ‘꼴통’ 아들의 입대를 걱정했다. “맞아 죽을지 모르니 제발 대들지 마, 태훈아.” 임 소장은 동성애자다. 군인권 활동에 앞서 성소수자(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펼쳤다. 고교 졸업 후 19세 때인 1996년부터 남성동성애자인권모임 ‘친구사이’에서 인권 운동을 시작해 1998년 동성애자인권연대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했다. 2000년 9월 방송인 홍석천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뒤로 방송에서 하차하자 자신도 커밍아웃하며 국내 커밍아웃 1호 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 등과 함께 홍석천을 지지하는 활동을 벌였고, 이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석태 변호사를 비롯해 많은 진보진영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됐다. 사적인 질문, 결혼 계획을 물었다. “(하하) 애인이 없어요. 감옥 가기 전 두 번, 출소 후 한 번 교제는 했는데 지금은 애인이 없어요. 이젠 이름이 알려져서 누구든 제게 다가오기가 더 부담되지 않을까요?” ▲성공회대 NGO대학원 졸업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 공동대책위 공동대표 ▲국제사면위 양심수 선정 ▲법무부 교정시민옴부즈맨 ▲광우병대책위 인권법률의료지원팀장 ▲국가인권위 전문위원
  • 요부에서 예인으로… 장녹수의 ‘춤사위’

    요부에서 예인으로… 장녹수의 ‘춤사위’

    “다채로운 창작 무용 선보일 것”희대의 악녀였을까, 조선 최고의 예인이었을까. 가노(家奴·남자노비)의 아내에서 홀로 기예를 익혀 기생으로, 그리고 연산군의 여인으로 후궁인 ‘숙용’(淑容) 품계를 받은 조선의 신데렐라 장녹수(?~1506). 정동극장이 한국 전통공연의 대표 브랜드로 실존 인물인 그녀의 예술혼을 그린 ‘궁:장녹수전’을 다음달 5일 개막한다. 연출가 오경택과 전 서울예술단 감독 정혜진 안무가 그리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이성근 화백이 합심한 작품이다. 75분 동안 공연되는 ‘무언 무용극’인 ‘궁:장녹수전’은 2015년 폐막한 ‘미소:배비장전’ 이후 3년 만에 정동극장이 시도하는 전통 상설 창작 초연이다. 공연은 노비 출신의 장녹수가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되는 과정부터 연산의 눈에 들어 입궐하는 신분 상승기, 왕의 곤룡포를 제 몸에 걸치며 치마폭 권력을 꿈꾸는 절정기, 반정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는 결말까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요부가 아닌 ‘예인’ 장녹수를 그린 만큼 공연 곳곳에 녹수와 연산의 춤사위가 꽃처럼 피어난다. ‘장고춤’부터 ‘교방무’, ‘삼고무’, ‘부채춤’, 궁중 무용인 ‘가인전목단’뿐 아니라 연산의 ‘삽살개춤’, 선비들의 ‘한량무’, 연산과 녹수의 비극적 풍류를 담아낸 ‘선유락’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 무용이 다채롭게 변주된다. 정동극장 측은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다채로운 창작 무용을 장녹수를 통해 선보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오경택 연출은 22일 “무엇보다 춤이 가장 중요한 무언의 드라마”라며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는 만큼 드라마와 춤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 즉 춤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춤에 녹아들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성근 화백이 그림을 그리듯 한 자 한 자 써내려 간 ‘한글 상소문’은 무대 장치인 스크린에 투사돼 우리 글자체의 미학을 드러낸다. 장녹수 역은 조하늘, 연산은 이혁, 제안대군 전진홍이 연기한다. 4만~6만원. 02-751-1500.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하나님의교회 ‘유월절 대성회’

    하나님의교회 ‘유월절 대성회’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오는 30일 전 세계 175개국 7000여 지역 교회에서 유월절 대성회를 연다.국내에서는 본당인 새예루살렘 판교성전 등 전국 400여 교회에서 개막한다. ‘재앙이 넘어간다’는 의미의 유월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서로의 발을 씻기는 세족(洗足) 예식, 떡과 포도주를 마시는 성찬예식으로 진행된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지키던 방식 그대로 유월절을 거행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월절에 이어 31일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무교절이 진행되고, 4월 1일에는 부활절이 거행될 예정이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헌혈릴레이’ 등 세계 이웃들의 생명을 돕기 위한 다양한 봉사 행사를 열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음악 천재 뛰어넘은 연기 천재

    음악 천재 뛰어넘은 연기 천재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지!”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비교되며 질투와 열등감의 대명사가 된 살리에리는 무대에서 절규한다. 신의 선택을 받은 ‘천재’와 신을 저주하는 ‘범재’의 대립적 서사는 예술로 변주됐고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도 낳았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최우수 작품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아마데우스’(1984)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 놓은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신성로마제국의 궁정 악장인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희곡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음악극 요소를 극대화한 형식적 차별화가 돋보인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교향곡 25번 등 6인조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원곡을 연주하고, 음악감독 채한울의 창작곡을 배우들이 노래하면서 연극·뮤지컬 혼합 장르의 신선한 실험을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살리에리(한지상·왼쪽)가 “모차트르는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막을 연다. 극은 모차르트(조정석·오른쪽)의 생애를 회상하는 살리에리의 시선을 통해 전개된다. 음악에 대한 욕망과 성실함으로 황제의 궁정 악장이 된 살리에리는 빈에 온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단숨에 그의 천재성에 매료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경배할수록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는 살리에리는 현실을 증오하고 신을 저주하게 된다. 연극 ‘트루 웨스트’(2011) 이후 7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조정석은 순수와 방탕의 양극단을 오가는 천방지축 모차르트에 빙의됐다. 특유의 하이톤 웃음소리와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며 캐릭터 연기의 귀재임을 입증한다. 이에 못지 않게 진가를 드러낸 배우는 한지상이다. 출연 회차마다 만석을 기록하는 조정석의 인기 속에서 관객들이 발견하는 배우가 한지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나 역시 평범함 속에 출발했기 때문에 살리에리의 마음이 와 닿는다”고 하던 그는 ‘인생 캐릭터’가 된 살리에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 호평받고 있다. 특히 150분(인터미션 20분) 내내 단 한 번도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고 엄청난 대사와 내레이션, 능청스러운 유머와 고뇌, 모순적인 감정들을 쏟아내는 그는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무대를 꽉 채운다. 특히 조정석과 한지상의 찰떡 같은 케미스트리는 ‘브로맨스’ 드라마인양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밖에 극 중 오페라 가수 ‘카테리나 카발리에리’ 역을 맡아 무대를 압도하는 ‘아리아’를 부른 손의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치열한 드라마를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농축한 이지나의 연출력도 빼어나다. 굳이 지적하자면 무대 뒤편에 어중간하게 자리잡은 6인조 오케스트라를 무대 전면으로 끌어냈다면 음악극으로서의 매력이 제고되지 않았을까. 모차르트를 죽여서라도 그 이름 옆에 기억되는 불멸의 존재를 꿈꾼 살리에리. 세계적인 ‘앙숙’으로 회자되는 두 사람은 실제 서로를 증오했을까. 일단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퍼트린 살리에리의 독살설은 후대 연구에서 거짓으로 판명됐다. 모차르트는 생전 “내가 빈에서 출세하지 못한 건 살리에리가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투덜댔고, 살리에리 역시 “나만 모차르트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모차르트 사후 230여년 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극적으로 반전된다. 2015년 11월 체코 프라하의 음악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칸타타 악보가 발견됐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공동으로 작곡한 진본 악보로 확인되면서 둘은 ‘적’이 아니라 친구였다는 게 밝혀졌다. 살리에리 역으로 지현준, 한지상, 이충주, 모차르트 역의 조정석, 김재욱, 성규 등 화려한 ‘트리플 캐스팅’을 자랑한다.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 6000~9만 9000원. 1577-3363.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인간두뇌 냉동해 디지털화’…美 신생기업 등장

    ‘인간두뇌 냉동해 디지털화’…美 신생기업 등장

    미국의 한 신생 벤처기업이 인간 두뇌 속 기억이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해 영원히 보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미 일간 뉴욕포스트, 기술지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신생 기업 ‘넥톰’(Nectome)은 인간 두뇌를 완전한 형태로 냉동 보존해 뇌에 저장된 기억이나 의식을 디지털 테이터로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넥톰은 알데히드 안정 냉동 보존법(ASC)로 불리는 최첨단 방부처리기술을 활옹해 뇌를 보존한다. 이후 보존된 두뇌에서 사람의 의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되살린다. 하지만 뇌를 보존하려면 몸에서 뇌를 온전히 제거해야하는데 이과정이 의사 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과 유사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넥톰의 공동 창립자 로버트 맥킨타이어는 “뇌를 생생히 보존하기 위해 마취한 환자 몸에 인공심폐장치를 연결하고 목 경동맥에 방부처리한 화학물질을 주입한다. 덕분에 부패되지 않는 상태로 수천 년 동안 언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사명은 뇌속 모든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우리는 현 세기 내에 뇌 속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의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가상세계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넥톰 웹사이트에서는 1만 달러(약 1070만원)에 뇌 보존 희망 신청자를 받고 있다. 25명이 대기인원에 오른 상태며, 그 중에는 미 실리콘밸리 창업 지원기업 와이콤비네이터의 최고 경영자 샘 올트먼(32)도 포함돼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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