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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나의 존엄한 죽음을 허하라” 조력사망 헌법소원 나선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단독] “나의 존엄한 죽음을 허하라” 조력사망 헌법소원 나선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5> 가족 그리고 죽음을 돕는 사람들 조력사망을 원하는 시민과 변호사 단체 등이 모여 조력사망 합법화를 위한 소송에 나선다. 조력사망 당사자를 필두로 단체 소송이 진행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24일 한국존엄사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조력사망 제도화를 위해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조력사망 도입을 주장하는 변호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의 상임대표 김현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맡는다. 방식은 크게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 두 가지가 논의된다. 헌법소원은 조력사망 외에는 고통을 해소할 대안이 없는 난치성 환자가 국내에서는 조력사망이 허용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논리다. 위헌법률 심판은 가족의 조력사망에 동행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형법상 자살방조죄 조항이 헌법에 위배하는지 여부를 가려 보자는 취지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조력사망을 원하는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거나 헌법재판소가 자살방조죄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화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 1월 조력사망을 입법화한 오스트리아는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던 환자와 췌장암으로 고통받던 아내의 자살을 도운 죄로 형을 선고받은 남성 등이 나서 촉탁살인죄와 자살방조죄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헌재가 자살방조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조력사망이 가능해졌다. 독일의 경우 조력사망을 원하는 환자들과 존엄사 단체, 일부 의사와 변호사들이 존엄사 단체에 적용한 ‘업무상 자살방조’ 처벌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연방헌법재판소는 2020년 2월 해당 조항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물꼬를 틔운 2008년 ‘김 할머니’ 사례처럼 병원 측에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과 헌법소원을 함께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이번 소송에는 난치성 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을 달고 사는 이명식(62)씨 등이 조력사망을 희망하는 당사자로 직접 참여한다. 김 변호사는 “의사 직군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찾고 있다”며 “존엄사로서 조력사망을 바라보는 헌재의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국민 80%는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안락사나 조력사망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힘든 금기어다. 반대의 중심에는 종교계와 의료계가 있다. 그 무엇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으며 죽음은 인간이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반대론자도 있다. 편안한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돌봄이나 의료 복지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결정은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 논의 과정에서 깊고 넓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의료·돌봄 지원이 먼저병원 빅5 중 1곳만 호스피스 있어안락사 허용국 의료복지 잘 갖춰 존엄사 논의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조력사망 도입 등으로 확대될 때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논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죽음을 허용하기에 앞서 불충분한 의료 지원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의사 215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이 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돌봄 및 의료 복지 강화가 우선’ (25.8%)이 꼽혔다. 실제 우리나라 호스피스 이용률은 극히 낮다.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호스피스 이용률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암·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사망자의 21.5%에 그쳤다. 낮은 이용률은 인프라 부족 탓이 크다. 국내 ‘빅5’ 대형병원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인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춘 곳은 서울성모병원뿐이다. 한 해 암 사망자 수(약 8만명) 대비 전국 호스피스 병상수(1600개)는 2%에 불과해 대기 번호를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호스피스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1년 11월부터 조력사망을 시행한 뉴질랜드는 지난해 말까지 조력사망을 신청한 814명 중 76.8%(625명)가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한 278명 중 91.4%(254명)도 호스피스에 등록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에서는 말기 환자 대부분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한 상태로, 말기 환자 5명 중 1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말기 의료 현실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료 선진국들은 연명의료 결정 대상을 말기 환자부터 식물인간 상태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장해 나갔다”면서 “한국은 아직 임종 과정에서만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관한 중간 단계 논의는 건너뛴 채 조력사망 법제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끄러운 경사길취약계층 “짐 될까 봐 죽고 싶어”합법화 땐 ‘선택’에 떠밀릴 수도 의사조력사망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 경제적 취약층이 죽음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회적 돌봄 제도는 취약하고,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는 큰 한국에서 조력사망과 같은 안락사 제도가 한번 도입되면 ‘미끄러운 경사길’을 열어 놓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국내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90.6%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는 점(2020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도 노인들이 노년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전 국민 무상의료 수준의 의료 복지가 갖춰져야 당사자가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의 경우 무상의료 체계가 확립돼 있어 적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재헌 캐나다 웨스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노숙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인이 안락사를 찬성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에게 간병 및 치료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떠밀리듯 안락사를 택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탄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사는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를 도입한다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되지 않도록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락사 찬성 80% 이면사전 연명치료 포기서 썼더라도막상 죽음 인정 못해 “살려 달라” 의료계에서는 조력사망 등 죽음에 관한 일련의 논의가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부터 이뤄진 세 차례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80%가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지만 당장 현실에서는 병원도, 환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은 더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와 가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추가 치료가 무의미한 단계임에도 대다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로 전환하거나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것을 치료를 ‘포기’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문형 호스피스를 맡고 있는 서세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놓은 분도 막상 말기 상황이 되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그 상황에서 새로 써야 하는 서류가 있으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인지 상당히 주저하고 미룬다”면서 “건강한 상태일 때와 죽음에 이른 상황일 때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온전한 사회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간병하는 가족들 앞에서는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의료진만 있으면 더 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면서 “현실 앞에 서면 환자나 가족 모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죽음 돕는 일, 의사 윤리와 충돌사회적 합의 따라 변화 가능성도 의료계 반대가 심한 배경에는 의사의 역할 문제도 있다. 의사조력사망이 도입되면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환자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의사 윤리와 부딪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의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조력사망은 의료가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근본 원칙을 뒤집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반대는 종교계처럼 절대적 원칙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및 전공의 교육 과정에서 임종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의사라도 직접 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종 관련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 6개월 시한부, 20년 기적의 삶 말기암 환자에게 온 기회획기적 신약 ‘글리벡’ 무상 복용암세포 줄어 이식수술로 새생명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서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기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 욕구가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 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학, 더디지만 계속 발달연장된 생명, 말기 판단도 달라져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 있는 것 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조력사망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신의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 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친 간병인들의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마의 고통 알기에… 내 환자와 가족이 ‘임종의 시간’ 갖게 도와야 해방감보다 죄책감그땐 ‘죽음’ 맞을 준비 못 해 후회호스피스 등 더 나은 마지막 있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에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를 활용해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생존 의지와 의료 복지환자 고통·불안 해소할 시간 필요‘해로운 치료 중단’ 진단 명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 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살수록 고통 커지는 장애인… 나처럼 죽음을 강요받을 수도 “저 몸으로 살겠나”소아마비 걸리자 죽음 갈림길에내 죽음에 제삼자 개입은 ‘살인’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생명에 ‘실용의 잣대’ 대면 안 돼신체보다 ‘정서적 해방’ 고려해야 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것임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의 단절 등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 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여름휴가 다녀오니 집안이 달라졌네”… 한샘, ‘무한책임 리모델링’ 진행

    “여름휴가 다녀오니 집안이 달라졌네”… 한샘, ‘무한책임 리모델링’ 진행

    한샘이 여름휴가 기간 간편하게 리모델링 부분 시공을 합리적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무한책임 리모델링’ 부분 공사 계약 이벤트를 오는 9월 말까지 한다고 20일 밝혔다. 한샘 리모델링 부분 공사는 부엌·욕실·중문·붙박이장·벽지 등 공사를 조합한 맞춤형 패키지로 진행된다. 공사 규모에 따라 최소 3일에서 최대 10일 내 리모델링을 마칠 수 있어,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동안 집을 리모델링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한샘은 이벤트 기간 부엌과 욕실, 마루·도어·중문·창호·타일 등 건자재 계약을 동시 체결하고, 계약일 기준 2달 이내 시공을 완료하는 주문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건자재는 총 3종까지 고를 수 있으며, 구매액에 따라 최대 8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해당 이벤트는 전국 한샘리하우스 매장에서 진행된다. 앞서 한샘은 지난해 10월 무한책임 리모델링을 선언했다. 무한책임 리모델링은 한샘의 ▲정품 자재 ▲직(直)시공 ▲전자계약서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 안심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사후 관리도 한샘이 책임지는 제도다. 무한책임 리모델링을 통해 ‘투명한 견적과 가격’, ‘전자계약서’, ‘한샘 정품’, ‘책임시공’, ‘본사 AS’ 등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업계의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됐던 불투명한 공사비용과 무책임한 하자보수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한샘 무한책임 리모델링 공사 전 과정을 건설산업기본법상 모든 인테리어 공사 자격을 갖춘 ‘한샘서비스’를 통해 직접 시공한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에는 한샘의 ‘다중감리 시스템’을 통해 시공 품질을 고도화한다. 한샘의 시공 협력 기사와 현장관리자 ‘PM’(Package Manager), 디자이너 ‘RD’(Rehaus Designer)가 공사가 끝난 후 세 차례에 걸쳐 시공 품질을 점검한다.
  • 수림문화재단, 수림큐브서 ‘수림아트랩 재창작지원 2023’ 전시 개최

    수림문화재단, 수림큐브서 ‘수림아트랩 재창작지원 2023’ 전시 개최

    수림큐브서 월~토 12시~18시까지예약 없이 무료 관람 수림문화재단(이사장 최규학)은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림큐브에서 ‘수림아트랩 재창작지원 2023’ 전시를 개최한다. 수림아트랩은 시각예술 분야와 전통음악 기반 창작예술 분야의 만 40세 이하 예술가를 선정해 성장 단계에 있는 예술 인재들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작품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수림문화재단의 예술창작지원 사업이다. 올해 전시는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2’에서의 평가를 통해 재창작 지원에 선정된 김효진, 요한한 작가가 기존 작업에 깊이를 더하는 작업으로 완성했으며, 수림큐브에서 8월 3일까지 전시된다. 김효진 작가의 ‘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경계에 질문을 던지는 전시를 선보인다. 삶과 죽음, 인위와 야생, 동물성과 식물성 등 인간 안의 이중성을 인식하고 하나로 통합하면서 인간이 스스로 부과한 삶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탐구한다. 홍예지 큐레이터는 “미로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와 ‘타자’의 경직된 구분을 넘어 낯선 것에 마음을 연다면, 삶은 기꺼이 즐길 만한 모험이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요한한 작가의 ‘포:룸-또 다른 시간을 위한 會’는 태곳적 사고, 포스트 디지털, 다른 시대들을 요소로 한 작품으로 요한한 작가의 비유와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 홍희진 큐레이터는 “다층적 시선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포룸’의 현장을 통하여 지금까지 진행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퍼쿠스(Percuss)’, ‘아나크로닉(Anachronics)’, ‘오라쿨룸(Oraculum)’, ‘스레딩(Threading)’을 주제로 매주 토요일 총 4회에 걸쳐 포럼을 진행한다. 전시 관람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보다 자세한 전시 정보는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수림문화재단은 동교(東喬) 김희수(金熙秀) 선생의 인생철학인 ‘문화 입국’을 바탕으로 2009년 설립되었다. ‘배움을 통하여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 창작 지원·문화예술 인재 양성·김희수 정신 연구 및 계승 사업 등을 진행하며, 삶 속에서 문화예술이 숨 쉬는 지속 가능한 예술생태계를 만들어나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 [포토] 노주현, 韓 대표로 ‘2023 미스수프라내셔널’ 출전

    [포토] 노주현, 韓 대표로 ‘2023 미스수프라내셔널’ 출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인대회인 ‘2023 미스수프라내셔널’에 출전하는 한국대표 노주현이 본선무대에 오른다. 미스유니버스,미스월드와 함께 세계 3대 미인대회로 통하는 ‘2023 미스 수프라내셔널 (Miss Supranational 2023)’ 대회가 지난 14일 폴란드 말로폴스키주에서 열렸다. 2023년 미스 수프라내셔널 코리아 대표는 지난 5월 선발된 노주현(22)이다. 많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폴란드로 향한 노주현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명문 ‘버클리음대’에 재학중인 재원으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다. 173cm의 큰 키와 환상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노주현은 폴란드에서 3주간의 합숙을 통해 세계 80여개국 미녀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후보들과 패션 쇼, 전통의상 쇼, 탤런트 쇼, 스폰서 방문, 각종 리허설, 사전 심사 등을 소화했다. 특히 8명만 무대에 설수 있는 탤런트쇼에 노주현은 휘트니 휴스턴의 인기곡 ‘아이 해브 낫띵(I have nothing)’을 열창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이란, 아미니 세상 떠난 지 열 달 뒤 “히잡 단속 활동 재개하겠다”

    이란, 아미니 세상 떠난 지 열 달 뒤 “히잡 단속 활동 재개하겠다”

    이란 당국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의 복장 규정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 활동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종교 경찰’로도 불리는 지도 순찰대는 지난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과 연관이 있는 조직으로 시위가 잦아들자 다시 단속 활동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메흐디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고, 지도에 불응하는 사람을 체포하는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알메흐디 대변인은 사복 경찰이 도시 주요 거리에서 복장을 단속할 것이며,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미니는 지난해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6일 숨졌다. 이 사건에 항의하며 전국에 번진 반정부 시위는 9개월 넘게 지속됐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 등 인권단체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로 인해 최소 500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 지도 순찰대는 이슬람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2005년 8월∼2013년 8월 재임) 당시 만들어졌으며 2006년부터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천) 착용 검사 등 풍속 단속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당국은 지도 순찰대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없애지는 않았다. 다만 당국은 시위가 지속되는 동안 히잡 관련 단속을 예전만큼 엄격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시위가 소강 상태를 보이자 당국은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 4월 경찰은 ‘스마트 감시 카메라’를 동원해 히잡을 쓰지 않은 손님을 받은 식당이나 상점 수백 곳을 영업 정지시켰다. 또 당국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처벌 방침에 변화를 줄 여지가 없음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 하나금융그룹, 인턴십·장학금·채용까지… 인니 명문대와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하나금융그룹, 인턴십·장학금·채용까지… 인니 명문대와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하나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금융 인재 육성에 나선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사옥에서 인도네시아 명문 사립 교육기관인 비누스대와 글로벌 금융 인재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조지 위자야 비누스대 부총장,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참석했다. 이번 협약으로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에게 인니 하나은행 등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비누스대는 인턴십 수료 시 1학기에 해당하는 학점을 인정해 주는 ITPM(International Talent Pool Management·해외 인재 관리)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운영할 계획이다. 인턴십 과정에서 비누스대 학생들은 하나은행 글로벌 유관부서와 특화 영업점 순환 근무, 하나금융그룹 직원의 전담 멘토링 서비스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금융 연수를 받는다. 우수 인턴십 수료자에게는 학부 졸업 시까지 장학금을 지원한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현지 자회사 넥스트TI 채용 등 현지 연계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 협약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출범한 ‘하나금융 청년 IT(정보기술) 아카데미’를 계기로 시작됐다. 하나금융 청년 IT 아카데미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우수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IT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인도네시아 유수의 대학인 인도네시아국립대, 반둥공과대의 IT 학과 관련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100억 루피아(약 9억원) 규모의 장학금 지원, 인니 하나은행 등 인턴십 참여, 현지법인 취업 기회 등을 제공한다. 당시 출범식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하나금융 청년 IT 아카데미 출범 이후 하나금융그룹은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간디 술리스티얀토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측과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은 인도네시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까지 1000여명의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오는 등 1990년 인도네시아 진출 후 33년간 지역사회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위자야 부총장은 “70%의 졸업생이 글로벌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목표”라면서 “앞으로도 비누스대와 하나금융과의 특별한 관계를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간디 술리스티얀토 대사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서 양국의 금융당국과 함께 나눴던 아이디어가 실현됐다”면서 “이 같은 좋은 성과가 계속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고] 노후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화엔 HEMS/김경학 케빈랩 대표

    [기고] 노후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화엔 HEMS/김경학 케빈랩 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폭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진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국내에 적용되기까지 최대 6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높아진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당국은 지난 5월 16일 전기요금을 ※당 8.0원 인상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인상분과 더해지면 여름철(7~8월) 4인 가구 한 달 전기 사용량이 427※라고 추정할 때 월 전기요금이 1만 4000원 정도 증가하는 수준이다. 올여름 폭염이 전망되는 만큼 전기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 인상된 전기요금의 수준은 각 가정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노후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전기 사용자의 경우는 요금 고지서가 나올 때까지 본인의 사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후 공동주택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정용 에너지관리시스템(Home Energy Management System·HEMS)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HEMS는 가정 내 전력사용량 등 에너지 사용 현황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지능형 관리(사용패턴 분석, 사용량 인공지능(AI) 예측, 알람·경보, 제어 등)를 통해 자발적으로 요금을 절감하게 도와주는 이른바 ‘우리집 에너지 비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준다. 더불어 전력거래소에서 운영 중인 제도인 ‘에너지쉼표’(국민DR)와 같은 특정 시간대에 에너지를 절약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추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세종시에서 시행한 실증사업 결과에 따르면 참여 가정에서는 최대 34%(평균 17%)의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2021년 5월부터 정부에서는 오래된 계량기가 설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스마트 전력량계로 교체하는 ‘가정용 스마트전력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나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에너지 효율화 및 수요관리(DR) 산업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생태계 구축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설치 비용이 아직 높은 점을 감안해 정부와 스타트업의 유기적 협력 및 정책 당국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설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소비자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가 낮은 노후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공 등의 유인책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신기술이 적용된 HEMS 보급은 주거 부문의 효율적 에너지 사용 문화 확산은 물론 겨울철과 여름철 냉난방비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 인터뷰…Interview with Pakistan Ambassador to Korea Nabeel Munir [영문]

    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 인터뷰…Interview with Pakistan Ambassador to Korea Nabeel Munir [영문]

    40th Anniversary of Korea-Pakistan Diplomatic Relations…Interview with Pakistan Ambassador to Korea Nabeel Munir This year marks the 40th anniversary of the establishment of diplomatic ties between Korea and Pakistan. Could you tell us about your relationship with Korea? Thank you. First of all, thank you for coming and interviewing me. Pakistan and Korea established diplomatic relations in 1983 and that's why we are celebrating 40 years of our establishment of diplomatic relations. But, the actual people to people contacts between Pakistan and Korea are much older. Many of Koreans don't know that buddhism in Korea came from Pakistan. And monk marananta who brought buddhism to Korea almost 1600 years ago was came from Pakistan and his monastery is still here in Korea. In Pakistan, there is also a Buddhist monastery of Monk Marananta in the Swabi region. For the past 40 years, Korea and Pakistan have maintained good relations. During the Korean war, Pakistan supported Korea through financial support, and we were one of the top three financial supporters of Korea during the Korean war. We have an excellent economic relationship and we have a trade relationship that is more than 1.6 billion dollars.  There are many Korean big companies such as Samsung, Kia, Hyundai and Lotte in Pakistan, as well as Korean electric companies that have built hydroelectric power plants. Daewoo, which built Pakistan’s first highway in the 1980s, still have investments in Pakistan and then also on people to people contacts. There are Pakistanis who are living in Korea. There are almost 13,000 Pakistanis living in Korea. They're working in diverse fields. Many of them are students and researchers in the universities. There are Pakistanis laborers who come to Korea. Korea has the EPS and has given a quota to Pakistani laborers. Currently, Korea grants over 2,000 quotas per year to Pakistani workers under the Employment Permit System. Then, we have good defense collaboration and we have good political collaboration. After the ASEAN meeting held in Cambodia last year, the Korean foreign minister visited Pakistan along with the Pakistani foreign minister. I think there is great potential to expand cooperation in the economic aspect between the two countries in the future. We have a population of 240 million and if you compare it with Korea, that's about five times. So you can imagine how big the economy. We have a very large middle class and fortunately, the young population is very large, accounting for 65% of the total population. Korea has a declining population, but, we have one of the fastest growing populations in the world. So, I think that is also why there is human resource that we can provide to Korea as well. I mean that although we have maintained good relations already, but there is a lot of potential for further expansion in the future.Can you please tell us the history and culture that you'd like more Korean to know about Pakistan? As I said, currently, Pakistan is a young country with a population of 240 million, but it has a long history as the origin of several ancient civilizations such as the Indus Civilization. In Pakistan, relics from before the Gandhara Kingdom of 8,500 years ago still remain. So we are one of the oldest civilizations in the world. Then of course, there are stupas from thousands of years ago related to the Gandhara civilization based on Buddhism. Old cities such as Taxila remain, which were centers of art, religion and education during the heyday of Buddhist culture in the 5th century BC. Taxila, located between the Indus and Hydaspes rivers, was listed as a UNESCO World Heritage Site in 1980. Pakistan has five of the world's 14 highest mountains, including K2 (8611m), the second highest in the world. Nanga Parbat, which is over 8000m high, is considered a dangerous mountain to climb. Adventurous tourists can enjoy river rafting, and there are many beautiful mountains that can be climbed by normal person like me. Pakistan has three of the world's greatest mountain ranges, the Karakoram, Hindu Kush and Himalayas. And we have many tourist attractions including beautiful sandy beaches, deserts, cultural history and religious tourism that can be recognized by name. And we have beautiful four seasons. Due to geographical characteristics, even during summer, we can have a temperature of minus 20 and plus 40 at the same time. Yes, it‘s a big country. Pakistan has an area of 800,000 square kilometers which is 8 times the size of South Korea. So it's a big country. Pakistan was a British colony for 90 years from 1857 and gained independence in 1947. So, the history of the independence movement is also similar to that of Korea. We also went through difficult wars such as the Korean War. Can you introduce some tourist spots in Pakistan to Koreans that Koreans might like? Our national religion is islam, but a lot of Buddhist culture remains. The ‘Statue of Penance of Siddhartha’ in the Lahore Museum is a very important Buddha statue for Buddhists, and was sculpted around the 2nd century as a work of Gandhara art that combines Greek Hellenism and Buddhism. Takti-Bahi, a Buddhist temple built in the early 1st century, is one of the largest and best-preserved Buddhist temples. In my hometown, Lahore, you can see the buildings of the Mughal Empire, which was once the world's largest economy. The beautiful Deosai National Park is an alpine zone with an altitude of 3500 to 5200 m, and is a place of outstanding ecological value. Multan, in the Punjab province, is home to numerous archaeological sites from the early Harappan period of the Indus Valley Civilization, 3300 BC. In addition, there are the Pakistani National Faisal Mosque in the capital, Islamabad, the Mohenjodaro Archaeological Site, the oldest in South Asia, and the Cholistan Desert. The Kalasha are the smallest ethnic group in Pakistan, with only a few thousand remaining. It has been designated as a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as an ancient tribe with its own way of life, religion, and language. In Multan, a pottery craft called 'Kashi', which is called blue pottery art, is still going on. Truck art is a popular decorative form in South Asia, and truck art in Pakistan is famous for its elaborate and colorful floral patterns and calligraphy.  What should Koreans do to travel to Pakistan? Are there any safety or security issues? There are no direct flights from Korea yet, but it's not too far. There are flights via Bangkok, China, Dubai, Qatar, etc. The shortest route is via Bangkok. It takes about 4 hours from Bangkok to Pakistan. Perhaps if there is a direct flight, you can go to Pakistan in about 6 hours. There are a lot of negative media reports about security issues. There were some security issues a few years ago, but now most Pakistani cities and tourist destinations are considered safe. And also, it is not difficult to apply for a visa and make hotel reservations.   Please tell us about the Korean wave that pakistani are interested in. Korea is becoming very well known. K-pop and k-drama are popular in Pakistan. You can find a lot of BTS fans in Pakistan and my own niece can speak a little bit of Korean now because she watches K-drama through NETFLIX. K-culture is gaining popularity in Pakistan and the Korean Embassy in Pakistan is also planning an event to invite K-pop stars to Pakistan. Personally, I like Korean dramas, so I watched ‘Squid Game’ and ‘Crash Landing on You’.    What are some travel destinations you've been to in Korea so far and which travel destinations in Korea you would like to recommend to Pakistan? I think it’s Busan. I've been to Busan many times and Busan is beautiful city. I also went to the Pyeongchang Ski Resort, where the Pyeongchang Winter Olympics were held, and it was really beautiful. Also, the DMZ (Demilitarized Zone) in northern Gyeonggi Province and Pohang were also very good. Recently, I went to Jeju Island. Jeju Island is also a wonderful place.  The most memorable places in Busan are Haeundae Beach and Haedong Yonggungsa Temple. What should be done to make exchanges between Pakistan and Korea more active in the future? I believe that people to people exchange is the foundation of all relationships. When people get to know the other country then they get more interested and then everything else follows whether it's economy whether it's political context whether it's culture. The priority is for more Pakistanis to visit Korea and more Koreans to visit Pakistan. I think more Koreans need to visit Pakistan to clear up their misunderstandings and concerns about Pakistan. I always say that Pakistan is a beautiful country, a safe country to travel in, and a good place to do business that can provide very good opportunities for Korean companies.Yeah. So are you planning to have any big events or conference? Because this year marks the 40th anniversary of the establishment of diplomatic relationship between Korean and Pakistan. We will be having an investment conference at Ambassador Hotel in Seoul on 27th of July for which Pakistan's minister for investment is coming. In August, a music night will be held with the support of the Seoul National Cemetery. It will be held at the outdoor theater of the National Seoul Museum. On August 11, concerts such as Arirang will be held in Pakistan. Every October, a multicultural festival held under the theme of one country is held in Changwon, Gyeongsangnam-do. This year's theme is Pakistan. Pakistani musicians give a cultural performance. We are planning a music concert in Seoul in October with cultural and musicians from Pakistan. Although no date has been set yet, the Kandara exhibition is being planned with the Korean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and the Jogye Order.   <편집자 주>지구촌 별별 이야기를 담는 나우뉴스는 외국인 오피니언 리더들의 눈과 입을 통해 세계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헬로 월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유엔공식벤더로 인정받은 통역번역 전문법인 (주)제이엠 커넥티드 임지민 대표와 함께 진행합니다.  진행 임지민 통번역사·JM커넥티드 대표 jc@jmconnected.co.kr
  • 한국-파키스탄 수교 40주년…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 인터뷰 [헬로월드]

    한국-파키스탄 수교 40주년…나빌 무니르 주한 파키스탄 대사 인터뷰 [헬로월드]

     “파키스탄은 한국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국가입니다. 올해가 수교 40주년이지만 양국의 교류는 1600년 전부터 이어졌습니다.” 나빌 무니르(Nabeel Munir) 주한 파키스탄 대사는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주한 파키스탄대사관에서 “4세기 한국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Maranantha) 스님이 파키스탄 출신이며, 마라난타 스님이 세운 사찰(전남 영광 불갑사)이 아직 한국에 남아 있고, 파키스탄 스와비(Swabi) 지역에도 마라난타 스님의 사찰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니르 대사는 이어 “한국전쟁 당시 파키스탄은 한국의 3대 재정 지원국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한국과 파키스탄의 무역액은 16억 달러(약 2조800억원)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2021년 8월 ‘미라클’(miracle)로 불린 수송작전 당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을 당시 우리 공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가니스탄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에 급파해 우리 정부와 기관을 도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조력자 등 390명을 성공적으로 구조했다.서남아시아에 있는 파키스탄은 인도, 이란, 중국, 아프가니스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구는 2억 4000만명으로 전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수도는 이슬라바마드로 ‘이슬람의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더스 문명 등 여러 고대문명의 발원지로 오래 역사를 가진 국가다. 불교 문화 전성기에 예술, 종교, 교육의 중심지였던 탁실라(Taxila)와 같은 오래된 도시와 파키스탄 국립 모스크인 파이잘(Faisal) 모스크, 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모헨조다로(Mohenjodaro) 고고유적, 촐리스탄(Cholistan) 사막 등이 있다. 또 파키스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를 비롯해 세계에서 높은 14개 산 가운데 5개가 있다. 무니르 대사는 “파키스탄은 여행하기 좋은 아름다운 나라이며, 젊은 인구가 전체 65%에 달할 정도로 인적 자원이 풍부해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기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이어온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물론, 앞으로 여행과 경제 교류가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나빌 무니르 대사와의 일문일답.  ▷ 올해가 한국·파키스탄 수교 40주년인데. 파키스탄과 한국은 1983년에 수교를 맺었다. 하지만 실제 인적 교류는 훨씬 더 오래됐다. 한국의 불교가 파키스탄에서 전래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이 많다. 1600년 전 한국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Marananta) 스님이 파키스탄 출신이고, 마라난타 스님이 세운 사찰(전남 영광 불갑사)이 아직 한국에 남아 있다. 파키스탄에도 마라난타 스님의 사찰이 스와비(Swabi) 지역에 남아 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과 파키스탄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키스탄은 한국의 3대 재정 지원국 중 하나였다. 지금도 한국과 파키스탄의 무역액은 16억 달러(약 2조800억원)가 넘는다. 파키스탄에는 삼성, 기아, 현대, 롯데 등 한국 대기업들이 많이 있고, 수력 발전소를 만든 한국 전기 회사들도 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대우건설은 파키스탄 최초의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한국에는 약 1만 3000명의 파키스탄인이 거주하고 있다. 유학생은 물론 노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파키스탄 노동자에게 연간 2000명이 넘는 쿼터를 부여하고 있다. 국방과 정치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회의에서 외교부 장관과 파키스탄 외교장관이 만났다.  앞으로 양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파키스탄은 한국보다 5배 많은 인구 2억 4000만명으로 국가다. 중산층이 많고 젊은 인구가 전체 인구의 6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많다. 한국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다.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에 인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국가다.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앞으로 더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다는 의미다. ▷ 파키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면. 현재 파키스탄은 인구 2억 4000만명의 젊은 나라지만, 인더스 문명 등 여러 고대문명의 발원지로 오래 역사를 가진 국가다. 파키스탄은 8500년 전 간다라 왕국 이전 유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불교를 기반으로 한 간다라 문명과 관련해 수천 년 전의 사리탑이 남아 있다. 기원전 5세기 불교 문화 전성기에 예술, 종교, 교육의 중심지였던 탁실라(Taxila)와 같은 오래된 도시들이 남아 있다. 탁실라는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파키스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를 비롯해 세계에서 높은 14개 산 가운데 5개가 있다. 8000m가 넘는 낭가파르바트 등은 등반하기 위한한 산으로 꼽힌다. 모험을 즐기는 관광객들은 리버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일반인들이 오를 수 있는 아름다운 산들도 많이 있다. 파키스탄에는 카라코람 산맥, 힌두쿠시, 히말라야 등 세계 최고의 산맥 3개가 모두 파키스탄에 있다. 또 아름다운 모래 해변, 사막, 문화 역사, 종교 관광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관광지들도 많다. 파키스탄은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고,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여름에도 영하 20도, 영상 40도의 기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면적은 88만 1913㎢로 남한 면적의 8배에 달한다. 파키스탄은 1857년부터 90년간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1947년에 독립했다. 그래서 독립운동의 역사도 한국과 비슷한다. 한국전쟁과 같은 어려운 전쟁도 겪었다. ▷ 한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 명소는. 파키스탄의 국교는 이슬람이지만 불교 문화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라호르 박물관에 있는 ‘싯타르타 고행상’은 불교 신자에게 매우 중요한 불상이다. 그리스 헬레니즘과 불교가 결합된 간다라 미술작품으로 2세기경 조각됐다. 1세기 초에 건립된 불교사원인 ‘탁티바히’는 가장 크고 잘 보존된 불교사원 중 하나다. ‘라호르’(lahore)는 한때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이었던 무굴제국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다이 국립 공원이 있는데 데오사이(Deosai) 국립공원은 해발 3500~5200m의 고산지대로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펀잡 지방의 물탄(Multan)은 기원전 3300년 인더스 계곡 문명의 초기 하라파 시대의 수많은 고고학 유적지다. 수도 이슬라바마드에 있는 파키스탄 국립 모스크인 파이잘(Faisal) 모스크, 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모헨조다로(Mohenjodaro) 고고유적, 촐리스탄(Cholistan) 사막 등이 있다. 칼라시(Kalasha)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작은 민족으로 몇 천명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고유한 생활 방식과 종교, 언어 등을 가진 고대 부족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으로 지정됐다. 물탄에서는 푸른 도자기 예술로 불리는 ‘카시’(Kashi)라는 도자기 공예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트럭아트(Truck Art)는 남아시아에서 인기있는 장식 형태로 파키스탄의 트럭아트는 정교하고 화려한 꽃무늬와 캘리그라피 등으로 유명하다.  ▷ 파키스탄을 여행하려면. 한국에서 직항편은 아직 없지만 그리 멀지 않다. 태국 방콕이나 중국, 두바이, 카타르 등을 경유하는 비행편이 있는데 가장 짧은 경로가 방콕이다. 방콕에서 파키스탄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 아마도 직항편이 생긴다면 6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치안 문제가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파키스탄 도시나 관광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비자 신청과 호텔 예약 등도 어렵지 않다.   ▷ 파키스탄에 한류가 얼마나 알려졌나. K팝과 K-드라마가 인기가 많다. 방탄소년단(BTS) 팬들도 많다. 제 조카도 넷플릭스 등에서 K-드라마를 즐겨봐 이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 파키스탄에서 K-컬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주한 파키스탄 한국대사관에서 K팝 스타들을 파키스탄에 초청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오징어게임’이나 ‘사랑의 불시착’ 등을 봤다. ▷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국 여행지는 부산은 여러 번 가봤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평창 스키장도 가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또 경기 북부의 DMZ(비무장지대)와 포항도 아주 좋았다.  부산에서 기억에 남는 장소는 해운대해수욕장과 해동용궁사다.   ▷ 앞으로 양국의 교류를 활성화하려면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가 모든 관계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경제든, 정치든, 문화든 다른 모든 것이 따라온다. 앞으로 파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을 많이 찾고, 한국인들이 파키스탄을 많이 방문하는 것이 우선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파키스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와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키스탄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이며, 한국 기업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항상 말씀드린다.    ▷ 올해 계획하고 있는 수교 40주년 행사는 오는 27일에 파키스탄 투자부 장관이 참석하는 투자 컨퍼런스가 서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다.  오는 8월 11일에는 파키스탄 공연단이 국립중앙박물관 야외극장에서 개최되는 2023년 '뮤지엄 컬처 플랫폼'에 참여할 예정이다. 매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매년 한 국가를 테마로 개최하는 다문화 축제(MAMP)가 열린다. 올해는 파키스탄이 주빈국이 되어 MAMP에 참여하며, 파키스탄의 음식과 전통의상 등 관련 문화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공연팀과 협업하여 파키스탄 공연단이 문화 공연 또한 선보일 예정이다.  9월에는 서울에서 파키스탄에서 온 문화 및 음악인들과 함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 문화재청과 조계종과 함께 간다라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편집자 주>지구촌 별별 이야기를 담는 나우뉴스는 외국인 오피니언 리더들의 눈과 입을 통해 세계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전하는 ‘헬로 월드’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유엔공식벤더로 인정받은 통역번역 전문법인 (주)제이엠 커넥티드 임지민 대표와 함께 진행합니다.   진행 임지민 통번역사·JM커넥티드 대표 jc@jmconnected.co.kr
  • [영상] 우크라 대반격, ‘느린 전진’이 되고 있다?...진격이 더뎌지고 있는 5가지 이유

    [영상] 우크라 대반격, ‘느린 전진’이 되고 있다?...진격이 더뎌지고 있는 5가지 이유

    우크라이나가 지난 약 한 달 동안 대반격 공세를 펼쳤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인 올렉시 다닐로프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대반격 작전의 변경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정면 공격보다는 러시아군의 보급망을 차단하는, 지난해 가을 반격 작전에서 큰 성과를 보였던 ‘헤르손식’ 작전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변경도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몇 달간 주요 반격 루트에 러시아군이 강력한 방어 요새를 이미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인 스트라나(Strana.ua) 또한 지난 4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모두에서 인정되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스트라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진격이 더뎌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5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1. 러시아의 치밀한 ‘지뢰밭’ 요새 러시아의 강력한 방어 요새, 즉 밀집된 ‘지뢰밭’이 그 첫 번째 근거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조짐에 맞서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대규모 지뢰지대를 구축하면서 엄청난 수의 지뢰를 매설했다. 밀집된 지뢰밭에 들어선 우크라이나군의 기갑부대는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군은 이 순간을 노려 헬기는 물론 자폭 드론인 ‘란셋(Lancet)’까지 동원해 지뢰밭에 들어선 우크라이나군을 집중 타격하는 전술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한 때 공격 전술을 변경하여 장갑차 없이 보병 소그룹으로 공세를 펼쳤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병력 손실만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2. 러시아의 ‘다중 방어선’ 러시아군의 방어선은 통상 2~3중의 방어선으로 1차 방어선은 ‘여우 굴’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참호 등 보병이 조성한 전투 진지, 2차 방어선에는 ‘용의 이빨(Dragon’s Teeth)‘로 불리는 대전차 방위시설인 콘크리트 장애물과 각종 참호, 대전차 도랑, 철조망 등이 깔려있고 마지막 3차 방어선은 후위 전투기지와 보충대 은신처, 차량용 진지 등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져 있다.각 방어선은 1k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1차 방어선을 돌파하더라도 러시아군이 다음 방어선으로 후퇴하며 계속해서 공세를 받아낼 수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의 전진을 막아내는 데 러시아군의 3중 방어선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3. 우크라이나군의 ‘항공전력 부족’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느린 전진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현대 항공전력의 부족’을 꼽고 있다. 그들은 미 F-16 전투기 등 항공전력이 보충된다면 러시아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 등을 더 효과적으로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투 시 우크라이나군의 기갑부대는 물론 소규모 보병 그룹의 전진마저 막는 러시아군의 항공전력에 맞서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 ‘드론’ 분야에서의 열세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무기 중 하나는 바로 ‘드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드론의 정찰과 타격 측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열세가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군이 활용하고 있는 카미카제 드론인 ‘란셋(Lancets)’의 경우에도 그 크기가 매우 작아 격추하기 어렵고 우크라이나군 장비에 많은 피해를 입혀 상당히 위협적인 드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중국에서 민간 드론 모델을 대량 구매해 군사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중국산 드론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이고 미국 또한 중국산 드론 구매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큰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5. 남부 전선 러시아군의 ‘높은 사기’ 우크라이나군의 느린 전진의 마지막 근거는 남부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강력한 ‘저항 의지’다.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들은 대체로 크림반도에서 동원되거나 자원 입대한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절대 땅을 빼앗길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점령지에 대한 방어 의지와 사기를 강하게 갖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의 느린 전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는 현재 가장 힘든 작전 중 하나인 반격 작전에서 참호를 구축한 적군을 제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대가 크림반도 경계까지 진격한다면 러시아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느린 전진’이 아닌 ‘빠른 전진’으로 전환되는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5억 년 전 이상한 새우?…최강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의 비밀 [와우! 과학]

    5억 년 전 이상한 새우?…최강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의 비밀 [와우! 과학]

    고생대의 첫 번째 시기인 캄브리아기(5억 4100만 년 전~4억 8540만 년 전)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온갖 기괴한 생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생명체가 등장했다가 사라졌는데, 이 가운데 후손을 남긴 그룹들은 현생 동물들의 조상이 됐다. 이 시기를 주름잡았던 지구 역사상 최초의 최상위 포식자는 이상한 새우라는 뜻의 아노말로카리스다. 이상한 새우라고 생각한 이유는 처음에는 새우처럼 생긴 입 앞의 부속지 한 쌍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전체 화석이 발굴되고 나서야 새우와는 외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밝혀졌다. 아노말로카리스는 둥근 입과 큰 눈을 지닌 포식자로 몸통 옆에는 날개 같은 큰 부속지가 있어 바닷속을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다. 몸길이는 60㎝ 정도로 지금 기준으로는 작지만, 5억 년 전에는 생물들이 대부분 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시기 아노말로카리스의 권좌를 넘볼 수 있는 경쟁자는 없었다. 과학자들은 당시 삼엽충의 화석에서 단단한 외골격의 일부가 부서진 화석을 발견하고 아노말로카리스가 먹고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했다. 원형으로 닫히는 입과 상처 부위가 어느 정도 들어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아노말로카리스의 이빨이 삼엽충의 단단한 껍데기를 부술 정도로 튼튼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했다.미국 자연사 박물관 고생물학자인 러셀 빅넬이 이끄는 연구팀은 박물관에 보관 중인 5억 800만 년 전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Anomalocaris canadensis)의 가장 완벽한 화석 표본을 3D 모델로 복원해 아노말로카리스가 어떻게 사냥했는지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연구팀은 아노말로카리스가 상대적으로 무는 힘이 약한 입 대신 긴 부속지를 이용해 먹이를 부술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그 결과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어떤 경우를 가정해도 아노말로카리스가 삼엽충의 단단한 외골격을 부수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순 없었다. 연구팀은 과거 이빨 자국으로 생각되던 삼엽충의 손상 부위는 아노말로카리스가 아닌 다른 자연적인 이유에 의한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그렇다고 아노말로카리스가 굶고 살진 않았다. 연구팀은 아노말로카리스가 빠른 속도와 긴 부속지를 이용해 헤엄치는 부드러운 먹이를 사냥하는 데 뛰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흔적 화석이 남지 않아 무슨 생물을 먹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캄브리아기 바다에는 몸이 부드럽고 작은 생물들이 가득해 굶을 걱정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삼엽충의 단단한 외골격이 매우 성공적인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아노말로카리스 역시 모든 생물체를 다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냥법과 선호하는 먹이가 있는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5억 년 전 생태계 역시 다양한 생존 방식을 지닌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공존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 관광 엽서와 카메라의 원조는? [으른들의 미술사]

    관광 엽서와 카메라의 원조는? [으른들의 미술사]

    ‘베두타(veduta)’란 ‘시각’, ‘경치’, ‘풍경’이란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베두타 풍경화가 유행하게 된 계기는 그랜드 투어의 유행과 맞물려 있다. 그랜드 투어는 귀족 자제들의 대륙 기행이었으므로 여행과 교육을 주관할 교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랜드 투어는 대개 2명의 교수가 동행했다. 한 명은 학문을 가르치고 다른 한 명은 승마, 펜싱, 사교 등을 가르쳤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책임질 교사로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를 선호했다. 그랜드 투어 의뢰를 받은 대학 교수들은 자신의 연봉 2~3배(혹은 3~4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그랜드 투어를 진행했다. 많은 인력을 대동한 그랜드 투어 그랜드 투어는 대륙 내에서 원활한 이동을 위해 통역, 마부나 짐꾼, 경호 인력도 필요했다. 또한 숙박과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과 세탁을 돕는 이들까지 초기 그랜드 투어는 많은 인력을 대동했다. 더욱이 그랜드 투어가 대륙을 여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기록할 사람들도 필요했다. 기록을 담당할 사람들 가운데 그랜드 투어 그룹에 화가가 포함되기도 했다.   여행 기념품의 등장 점차 그랜드 투어가 대중화되면서 인력과 경비가 축소, 간소화되었다. 숙박과 끼니는 호텔이 그 역할을 대신했으며 운반과 교통편은 현지에서 조달 가능했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화가를 대동할 수 없는 그랜드 투어 여행객들은 현지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림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이에 대한 공급도 따랐다. 로마 개선문이나 콜로세움과 같은 로마 유적지를 그린 그림이나 베네치아의 운하를 그린 그림이 여행객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방처럼 컸던 초기 카메라 대표적인 베두타 화가는 카날레토로 알려진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Giovanni Antonio Canal, 1697~1768)이다. 베네치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카날레토의 베두타가 인기가 있었다. 카날레토가 사진처럼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초기 사진기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카날레토는 창문 없는 방에 구멍을 뚫어 반대 벽에 투사된 형태를 따라 그렸다. 이 방식은 오늘날 사진기 원형에 해당한다. 여기서 ‘방’을 의미하는 라틴어 ‘카메라(camera)’가 유래했으며 이후 19세기 사진기로 축소, 발전한 것이다.   한 장의 그림, 한 장의 추억 베두타는 그랜드 투어의 기념 상품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여행지에서 엽서를 사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그랜드 투어 여행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베두타를 보며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얘기했다. 한 장의 그림은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게 한다. 여행지에서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말은 사실로 입증되었다.
  • [단독] 국민 81%·의사 50%·국회의원 85% “의사조력사망 도입 찬성” [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단독] 국민 81%·의사 50%·국회의원 85% “의사조력사망 도입 찬성” [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3>합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들도 절반 이상 “도입 긍정적” 국민 81%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하는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했다. 국내 여론 조사로는 최초로 의사들도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조력존엄사’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85.5%가 초당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혔다. 국민 여론뿐 아니라 안락사 합법화의 중요한 두 축인 국회와 의료계에서도 긍정적 인식이 확인됨에 따라 국내에 존엄사 관련 논의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찬성 이유 29% “자기 결정권 보장” 11일 서울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3월 14~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81%가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 포인트). 6.7%는 반대했으며 12.3%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결정권 보장’(29.0%)으로 꼽혔다. 안락사 허용에 국민 80% 이상의 찬성 응답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신문이 2019년 3월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리서치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7%가 안락사 허용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으며(서울신문 2019년 3월 8~9일자),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82%가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여론조사서 일관된 찬성률“의료·종교계 등 검증·숙의 필요” 이처럼 각기 다른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80%대의 찬성률이 나왔다는 것은 표본오차를 고려하더라도 많은 국민이 안락사 허용에 찬성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안락사’나 ‘존엄사’라는 용어가 포괄적이고 가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론을 고려해 ‘의사조력사망’이라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질문했는데, 응답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점은 의사들의 생각이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성명 등을 통해 의사조력사망에 반대해 왔으나 의사 개개인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신문이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팀과 지난 4월 2일부터 30일간 한국의료윤리학회·한국정신종양학회·대한노인병학회의 도움을 받아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215명)의 66%가 의사조력사망 또는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50.2%)은 현시점에 이를 도입하는 것에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국회의원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신문과 KBS가 공동으로 국회의원 전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존엄사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가운데 87명이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가중치 적용 시 85.5%·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6.5% 포인트)한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의원은 의료계나 종교계의 반대를 의식해 응답을 거부했다.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다룬 책 ‘각자도사 사회’ 저자 송병기 의료인류학자는 “국민 대다수가 이 주제에 대해 논의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민사회와 정부에 깊은 논의와 사회적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일반인뿐 아니라 종교계와 의료계,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숙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스위스 조력자살 동행한 가족… 방조죄 적용 가능해도 처벌은 어려워[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스위스 조력자살 동행한 가족… 방조죄 적용 가능해도 처벌은 어려워[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3> 합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디까지 ‘방조’로 볼까생명권 주체 스스로 임종 선택 동행 ‘방조 가담’ 기소 사례 없어 임종을 앞두고 스위스로 가 조력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말기 환자가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대목은 동행인이다. 자신의 의지로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내린 결정이지만 행여나 동행한 가족이 자살방조죄(형법 제252조 2항)로 처벌받게 될까 봐 ‘가족 모르게’ 떠나려는 이들도 있다. 11일 현재 스위스에서 조력자살로 숨진 한국인은 1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동행인이 한국으로 돌아와 기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조사를 받은 사례는 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소되진 않았다. 실제 스위스 조력자살에 가족이나 지인이 따라간 경우 자살방조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 다수는 현행법상 자살방조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순수하게 동행한 가족이나 지인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자살방조의 고의성이 있거나 사회 정의를 해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나라로 가서 이를 시행한다면 한국인에게 자살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은 하다’. 형법이 속지주의뿐 아니라 속인주의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마리화나가 합법인 나라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한국으로 들어오면 처벌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건은 어디까지를 ‘방조’로 볼 수 있느냐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방조에는 ‘총·칼 등 자살 도구를 빌려주거나 조언·격려를 하는 등 적극적·소극적·물질적·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족이 조력자살 임종에 동행하는 일조차 자살방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존엄사를 위해 본인이 스스로 택한 임종 행위를 자살로 간주해 형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련 변호사는 “현행법상 동행도 자살방조죄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이를 존엄사에 동행한 가족에게 적용하려는 것은 생명권의 주체인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띠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동행만으로 기소와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 마련의 계기가 된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에서 김 할머니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신현호 변호사는 “죄가 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설령 자살방조가 된다고 해도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해 처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조력자살과 관련해 기소된 사례가 없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족이나 친구가 따라간 것만으로는 이들이 의사의 조력자살 ‘방조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찰 역시 이를 자살방조죄로 기소했을 때 국가가 얻을 공공의 선이 과연 무엇인가를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존엄사의 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조력자살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살방조죄 적용 문제를 해소하려면 일차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남준희 변호사는 “현 상태에서 기소가 되면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위헌법률 심판을 통해 자살방조죄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조력사망을 허용하도록) 현행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조력자살을 금지한 법령에 잇따라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법이 바뀌는 추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위스에서 조력자살한 외국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독일은 이를 막겠다고 2015년 자살관여죄를 신설했으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2020년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승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유럽 각국의 헌법재판소에서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헌법재판소에서 먼저 나서면 좋을 것 같다”면서 “법원이나 헌재의 판단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의사들 생각도 변화… “환자가 죽음 원하면 도울 수 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단독] 의사들 생각도 변화… “환자가 죽음 원하면 도울 수 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3> 합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국민 설문조사 분석 절반의 찬성.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대한 의사 찬성률 50%는 국민 찬성률 81%와 비교해 얼핏 낮아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그동안 의사협회의 반대 성명 등을 통해 존엄사 문제에 관해 의사들이 보여 온 보수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매우 전향적인 인식의 변화다.서울신문이 지난 4월 2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215명)의 66%는 ‘회생이 어렵고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의사조력사망 또는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의사 두 명 중 한 명(50.2%)은 현시점에 우리나라 의사조력사망을 도입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대한다’는 41.4%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8.4%에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전에 진행된 설문조사와 비교해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대한 의사들의 찬반 기류가 크게 달라진 것을 보여 준다. 앞서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가 2008년 국립암센터에 있을 당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암 전문의 303명 중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조력사망)에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3%와 6.3%에 불과했다. 2016년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증가해 의사 928명 중 35.5%와 27.3%가 각각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반대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조력사망에 대한 찬성 비율이 20% 포인트 이상 증가하면서 반대 비율보다 높아졌다. 특히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의 절반 이상은 제도 도입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조력사망을 요청하면 자신이 의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50.7%). 환자의 죽음을 돕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 아니라고 여기던 의사들의 생각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국내 의사들도 조력사망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다. 윤 교수는 한국 의사들의 이 같은 응답 결과가 최근 세계적 흐름과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0년 영국의사협회가 의사 1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2만 8986명)의 50%가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 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영국 의사들은 또 의사협회가 조력사망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을 ‘지지해야 한다’는 데 40%가 찬성했다.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33%였다.윤 교수는 “조력사망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영국의사협회는 여론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협회의 공식 입장을 반대에서 중립으로 바꿨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듯 우리 의사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는데 의사협회가 이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응답자가 속한 병원의 규모나 말기 환자를 보는 정도에 따라 답변의 차이는 있었다. 이는 같은 의사라 하더라도 말기 환자를 맡아 본 경험에 따라 조력사망 제도를 바라보는 깊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병원 소속과 개원 전문의, 일반의 응답자는 의사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각각 67.2%, 64.7%, 64%로 높게 나타난 데 비해 3차 병원 소속과 대학교원은 반대 비율이 각각 55.6%, 56%로 찬성보다 높았다. 즉 말기 환자를 더 많이 만나 본 의사들이 조력사망 도입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답한 것이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윤리위원장인 조성준 강원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개원의는 임종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할 일이 거의 없지만 3차 병원과 대학병원 의사들은 말기 돌봄과 의료복지 제도가 여전히 부족하고 연명의료 결정 제도도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 제도가 도입되면 환자가 쉽게 삶을 포기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의사조력사망 찬성 이유도 주목할 만하다. 의사와 국민은 모두 ‘자기 결정권 보장’(각각 44.4%, 29%)을 찬성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는데, 이는 그만큼 현실에서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예컨대 ‘한국 사회가 죽음을 엄숙하고 존엄하게 맞이할 여건이 갖추어진 사회라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의사의 77.2%와 국민 46.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두 그룹 모두 같은 비율로 ‘연명의료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32.5%)는 것이었다. ‘각자도사 사회’의 저자 송병기 의료인류학자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나이에 따라 조력사망 찬성 이유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만 19세부터 40대까지는 ‘자기 결정권 보장’을 주요하게 꼽았지만 지인이나 가족의 돌봄에 관여하거나 투병을 경험하게 되는 50대부터는 ‘병으로 인한 고통 경감’, ‘편안한 임종’,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 경감’ 등을 골고루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자기 결정권만으로 말기 돌봄과 죽음을 대비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죽음에 관한 판단은 각자의 연령과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국민에게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도 ‘임종 시기와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35.6%)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24.8%), ‘가족 등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는 것’(20.5%) 역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70세 이상 응답자는 ‘가족 등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는 것’(34.3%)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환자의 임종 과정에서 자신의 결정 외에 ‘가족 결정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자기 결정권의 개념이 대중에게 충분히 스며들지 않아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실행하는 것조차 많은 어려움이 있다. 조력존엄사의 전면적 도입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사조력사망에 반대하는 이유로 국민은 ‘종교적·윤리적 신념에 위배’(41.9%)를 가장 먼저 꼽았다. 반면 의사들은 ‘돌봄 및 의료복지 강화가 우선’(25.8%), ‘오·남용 우려’(24.7%), ‘사회적 논의 부족’(21.3%) 등 사회적 시스템에 관한 우려를 주로 내세웠다. 의사들은 ‘의사조력사망 제도 등 존엄한 죽음에 관한 사회적 논의 확대’(41.9%)가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그 밖에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10.0%),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다’(8.9%),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7.8%) 등의 의견도 주관식 문항에 남겼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 80% 찬성률이 나왔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의 경우 죽음에 대한 의식이나 이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청소년기부터 죽음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고 현재의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더 발전시켜 나가면서 조력 죽음까지 논의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존엄사, 국민생사 결정할 민생법안… 아시아 선도해야 할 때”[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존엄사, 국민생사 결정할 민생법안… 아시아 선도해야 할 때”[금기된 죽음, 안락사③]

    <3> 합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 조력존엄사법 발의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누구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이 멀리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요. 선진국들은 이미 인권의 관점에서 조력자살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선 우리가 존엄사를 선도할 때가 됐어요.” ●어머니 임종 지켜보며 필요성 느껴 한국에서 처음으로 의사조력사망을 허용하자는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안규백(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이 법이야말로 국민의 생사를 결정짓는 민생 법안”이라며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 응답자의 87%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안 의원은 “국민과 국회의원의 인식이 다르지 않다”면서 “실은 찬성 비율이 더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계·종교계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많다는 얘기다. 안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로 발의한 조력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보면 ▲말기 환자이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로 조력사망을 희망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조력사망 신청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대상자로 결정된 뒤 그로부터 1개월 지나거나 본인이 담당 의사 등 전문의 2명에게 의사를 표시하면 조력사를 이행할 수 있다. 이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안 의원은 2017년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이 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당시 구순이 넘은 어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고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병원에서도 더는 안 되겠다고 하고 어머니도 집에 가서 끝내고 싶다고 했지만, 정작 병원에서는 어머니를 보내 주지 않았다. 영양분을 억지로라도 공급하지 않으면 자칫 소극적 안락사로 간주돼 병원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안 의원은 “본인도, 가족도 괴로운 상황을 지켜보며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살 미화 아닌 죽음도 귀하다는 뜻 안 의원은 법안을 내며 의사조력사망 제도를 두고 ‘조력존엄사’라고 이름 붙였다. ‘존엄사’라는 표현이 자살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 “혹자는 자살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삶이 존귀하므로 죽음도 아주 소중하고 귀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대로라면 그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암처럼 단계가 뚜렷한 질환이 아니면 존엄사의 취지대로 적용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고통은 심하지만 기대 여명을 예측하기 어려운 마비 환자나 말기 질환은 없었지만 104세에 죽음을 앞두고 스위스로 가 조력사망한 호주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 같은 경우다. 안 의원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처음에는 최대한 촘촘히 짜서 시작한 다음 차츰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선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방위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이해를 구해 계류 중인 법안이 최대한 빨리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 게 1차 목표다. 그는 “어떤 법이든 양과 음이 있고 찬성과 반대가 있겠지만 국리민복과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좋겠다”면서“국민 8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지렛대 삼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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